III.백두대간·정맥·기맥/한남정맥 종주기

한남정맥 종주기3(오성화학-백석스포렉스)

시인마뇽 2007. 1. 3. 13:51
                                                  한남정맥 종주기 3


                          *정맥구간:오성화학-학운산-가현산-방아재고개-백석스포렉스

                          *산행일자:2005. 9. 28일

                          *소재지  :인천/경기김포

                          *산높이  :가현산215미터/학운산108미터

                          *산행코스:오성화학-학운산-스무네미고개-가현산-방아재고개-백석스포렉스

                          *산행시간:9시44분-18시4분(8시간20분)

                          *동행      :나홀로

 

 

   어제는 한남정맥 종주를 먼저 마친 분들이 한없이 부럽고 존경스러웠습니다.

나지막한 산들도 산보삼아 오르면 즐거울 수 있겠지만 하루 종일 풀숲을 헤치며 1-2백미터대의 산들을 오르내리는 것은 정맥 길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밟겠다는 나름대로의 욕심과 사명감이 없다면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시44분 오성화학 고개 마루에서 조금 내려와 학동슈퍼 앞에서 짐을 챙긴 후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산본 집에서 김포의 양곡까지 곳곳에 출근차량들로 도로가 막혀 양곡에서 택시를 탔는데도 집 떠난 지 3시간이 다 되어서야 오성화학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학동슈퍼 옆으로 난 시멘트 길을 조금 걷다 오른 쪽 위의 포도밭으로 들어섰습니다. 지난 번 대곶리에서 포도밭 옆을 지나다가 밭주인의 강력한 만류로 정맥 길을 돌아간 일이 있어 이번에도 포도밭을 지나기가 신경이 쓰였는데 마침 밭에 아무도 없어 제지를 받지는 않았습니다. 포도밭을 지나자 길이 끊겨 다시 시멘트 길로 내려서기까지 10분 가까이 헤맸습니다.


  10시17분 80봉에 올라섰습니다.

포도밭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내려선 시멘트 길을 따라 걷다가 산길로 들어서 학동슈퍼 출발 23분 만에 부산산악회에서 걸어놓은 한남정맥 표지기를 보자 안심이 됐습니다. 송전탑을 지나 80봉에 오른 저를 구절초가 반갑게 맞아 그 청초한 자태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10시51분 해발112미터의 학운산을 올랐습니다.

80봉에서 부대장의 출입금지 경고판이 세워진 포장도로에 다다르기 가지 편안한 길을 걷는 동안 왼쪽 산 밑에서 들려온 개들의 울부짖음은 광란의 소리에 가까웠습니다. 군부대훈련장으로 들어가 작전도로를 따라 걷다가 삼거리에서 숲 속으로 들어가 통나무울타리를 왼쪽으로 끼고 학운산에 오르자 화생방신호규정판과 몇 개의 안테나용 깃대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11시56분 스무네미 고개에 안착했습니다.

학운산에서 내려서서 얼마고 작전도로를 따라가야 하는데 성급히 오른쪽으로 난 길로 들어선 것이 두 번째 알바의 원인이었습니다. 나뭇잎들이 앞을 가려 정맥 길을 조망할 수 없기에 이런 때 일수록 지도를 꼼꼼히 보았어야 했는데 덜렁대고 내닫다가 산 밑의 공장지대까지 다 내려 와서야 정맥 길이 아님을 알아채고 원위치 하느라 40분은 까먹은 듯싶습니다. 다시 올라와 작전도로를 따라 걷다가 오른쪽의 묘지를 지나 밤나무 밭에 들어서자 주인이 손수 쓴 듯한 무단출입 시 고발하겠다는 경고판이 눈에 띄었습니다. 차도에서 왼쪽으로 내려서자 왕복 4차선의 국도를 수많은 차들이 질주해 한참을 기다려 차가 뜸한 틈을 타 쏜살같이 찻길을 건넜습니다.


12시15분 80봉에 올라서 산불감시초소 옆에서 처음으로 짐을 풀고 쉬었습니다.

찻길을 건너자마자 왼쪽 길로 들어서 절개면 날개를 따라 올랐습니다. 80봉에 다다르니 모기들이 제 세상을 만난 듯 공격해와 김밥을 들면서도 연신 한손으로 그들을 쫓아내느라 20분 남짓 쉬면서도 편하지 못했습니다. 여름 내내 페트병 2병에 가득 채워 갖고 다닌 물을 날씨가 선선해 어제 처음으로 한 병으로 줄였어도 쉬는 횟수도 같이 줄였기에 모자라지 않았습니다. 지난 7월에만도 170센티가 못되는 키에 몸무게가 83키로나 나가 그만큼 물도 많이 마셨는데 이 달 들어 78키로로 줄어들어 산행도 빨라졌고 물도 덜 마셔 앞으로 앞으로는 짐이 더욱 가벼워질 것 같습니다. 이 모두가 산행횟수를 주 1회에서 2회로 늘린 결과이기에 조금은 무리를 해서라도 주 2회 산행을 이어갈 뜻입니다.


  13시17분 해발 215미터의 가현산을 올랐습니다.

산 높이에 비해 가현산이 너무 대접을 받는 것이 아닌 가 싶을 정도로 김포시에서 정성을 들였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초소 출발 25분 후에 다다른 안부의 벤취에 앉아 오수를 즐기고 있는 나이든 남자 분에게서 여유로움과 외로움을 함께 읽었습니다. 왼쪽 길로 내려서면 구래골 약수터라 하는데 그냥 지나쳐 나무계단 길을 10여분 올라 가현정에 다다르자 이번에는 젊은 남자 한명이 눈을 감고 있어 자리를 피해 바로 옆의 솔밭 쉼터에서 사과를 꺼내들며 쉬었습니다. 삼형제바위와 코스모스를 카메라에 옮겨 담은 후 자리에서 일어나 가현산 정상으로 향했습니다. 진달래단지를 지나 정상에 다다라 하늘의 기를 받아 신령스러운 산이라는 뜻의 “천기령산 가현산”의 표지석을 보자 비문의 내용이 너무 요란스럽기는 해도 이 산이 주민들로부터 각별하게 대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8년 전에 이곳 양촌산악회에서 심어 놓은 구상나무 두 그루가 길 양옆을 지키고 있어 이 또한 보기에 좋았습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사회로 접어 든 요즈음 농촌의 가을 풍경을 보고 평화롭다느니 여유롭다고 하는 것은 뭘 모르고 하는 얘기들입니다. 시골에 가면 청년들은 다 빠져나가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고 추곡수매제의 폐지로 쌀값이 어떠할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기에 말입니다. 아직도 형님이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있어 속사정을 웬만큼 알고 있는 저도 시골에 내려가면 혹시나 그들에 무심코 복창 터지는 소리를 해대는 것이 아닌 가해서 조심을 합니다. 그렇기는 해도 황금색의 벼가 가득 들어선 왼쪽 산 밑의 김포 들판을 내려다보자 평화롭고 여유로움을 느꼈습니다. 가을이 가장 먼저 찾은 논 뜰이 벌써 황금빛으로 변했기에 이곳 가현산에도 늦어도 10월 중순에는 붉은 단풍이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여 졌습니다.


  13시41분 묘각사의 벤취에 걸터앉아  산속을 찾아 나선 가을을 맞았습니다.

이제 나무 잎들에는 노란 색소가 깃들기 시작했고 단풍나무에는 붉은 색이 그 도를 더해가고 있었습니다. “연중 들어 간장이 저려오는 아픔이어든 가을날 울음 빛 단풍에 젖어들어라”하고 시인 박 재삼님이 읊은 아픔은 알고 보니 사랑이었습니다. 어느 누구인들  중년의 나이에 가을이면 생각나는 곡절 많은 사랑이야기가 없겠습니까 ? 그 사랑이 저려오거든 단풍에 젖어들라는 시인의 가르침을 되새기면서 묘각사를 떠났습니다. 168봉에 올라섰다 내려서는 길이 상당히 가팔랐는데 맨발에 슬리퍼를 끌고 산을 오르는 주민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14시42분 서낭당고개를 막 지나 올라선 묘지 끝 지점에서 벤취에 다시 앉아 남서쪽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았습니다. 황토흙길을 얼마고 걷다가 군부대 철망 울타리를 오른 쪽으로 끼고 돌아 국궁장을 거쳐 도로로 내려섰습니다. 도로 건너 동남아파트 왼편의 산길로 다시 들어서 고구마, 들깨, 콩과 고추들이 빽빽하게 들어 선 작은 밭떼기를 지났습니다. 용인에서 놀고 있는 조그마한 밭을 빌려 이것저것 채소들을 열심히 재배하신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난 것은 싱싱하고 풋풋한 영양만점의 야채를 신부님과 수녀님에 먼저 드리고 주위에 없는 분들에 나누어 주는 것을 최고의 기쁨으로 아셨던 분이였기 때문입니다. 인라인스케이트장을 거쳐 마전의 영진아파트 옆을 지나 방아재고개에 다다른 것은 서낭당고개 출발 53분이 지나서였습니다.


  15시28분 방아재고개에서 편도 2차선 도로를 건너 산속으로 들어섰습니다.

배수펌프장인 듯한 시설물을 지나 제 길을 찾기까지 풀숲을 헤쳐 나가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I-PARK 공사장으로 내려서 검단 복지회관을 지나 만난 넓은 차도를 건너 고개마루 제일모직하티스트 건물로 가서 들머리를 찾느라 또 십 수분을 허비했습니다. 하티스트 건물 오른 쪽의 절개면 날개를 타고 풀숲을 헤치며 오르느라 가시에 찔리고 긁혔습니다. 교통호를 따라 80봉에 오른 다음 마전동 공원묘지를 관통해 도로건너 금호아파트에 다다랐습니다.


  16시30분 금호아파트 끝 지점에서 산행기를 꺼내 읽었습니다.

도로 공사장이 정맥 길을 모두 끊어 놓아 어떻게 공사장의 절개면을 올라서 길을 이어갈지 난감했습니다만 성봉현님의 산행기를 자세히 읽어보니 성일철재를 찾으면 제대로 오를 수 있을 것 같아 공원묘지입구로 돌아갔습니다. 성일철재를 지나 공사 중인 도로를 건너선 다음 왼편의 묘지 길로 들어서 다시 정맥 길로 이어가기까지 10분 넘게 왔다 갔다 했습니다.


  16시57분 잘 꾸며진 몇 기의 묘를 지나 폐타이어 계단 길을 걸어올라 한 봉우리에 올라섰습니다. 방아재고개, 하티스트건물, 그리고 도로 공사장에서 어렵게 길을 찾고 찾아 올라선 이 봉우리를 할메봉으로 알고 이제는 백석스포렉스로 내려서면 이번 종주는 끝이라는 생각이 들자 긴장이 풀렸습니다. 산행기와 지도를 배낭에 집어넣고 오른 쪽으로 난 길로 하산했습니다. 중간에 표지기도 걸려있어 너무 오른 쪽으로 간다 싶으면서도 이 길이 맞겠다 싶었고 그래서 일단 내려갔다가 아니면 되돌아오겠다는 생각으로  전진한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완전히 다른 곳으로 내려와 차 길 따라 30분은 족히 걸어 백석스포렉스로 돌아갔습니다.


  17시44분 백석스포렉스 맞은편의 고개마루에 올라서 8시간의 종주산행을 마치고 20분을 더 걸어 당하리에 도착했습니다. 평지의 차길을 1시간 가까이 걸었더니 하루 종일 산길을 걸은 것 보다 더 진이 빠졌습니다. 당하리에서 치킨 집을 들러 닭튀김으로 요기를 한 다음 맥주 두 잔을 마시며 먼저 종주를 마친 분들을 부러워하면서 알바로 얼룩진 하루 산행을 마감 지었습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