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한남정맥 종주기

한남정맥 종주기1(보구곶-것고개)

시인마뇽 2007. 1. 3. 13:42
                                               한남정맥 종주기 1


                            *정맥구간:보구곶-문수산-것고개

                            *산행일자:2005. 9. 8일

                            *소재지  :경기 김포

                            *산높이  :문수산376미터

                            *산행코스:보구곶-문수산-쌍용대로-56번도로-48번도로 것고개

                            *산행시간:10시12분-18시43분(8시간31분)

                            *동행      :나홀로

 


 

   어제는 김포의 보구곶리에서 문수산을 올라 한남정맥에 첫 발을 들였습니다.

대간 길의 속리산 천황봉에서 북서쪽으로 길게 뻗은 한남금북정맥은 경기도 안성의 칠장산에서 남서쪽의 충청도로 이어지는 금북정맥과 북서쪽의 경기도로 내닫는 한남정맥으로 갈라집니다. 안성의 칠장산에서 시작하여 김포의 문수산에서 끝나는 큰 산줄기로 한강 본류와 남한강 남부 유역의 분수령을 이루는 한남정맥은 출발점인 칠장산이 해발 492미터이고, 정맥의 최고봉인 광교산이 해발 583미터이며, 종착점인 문수산이 해발376미터로 다른 정맥의 산들보다 고도가 매우 낮습니다. 거의 전구간이 해발 200미터 내외의 산들로 이어져 있는 한남정맥은 고산준령의 백두대간과는 산행하는 맛이 전혀 달라 나름대로 새로운 느낌을 줄 것 같아 기대됐습니다.


  강원도 원산의 추가령에서 시작하여 경기도 파주의 장명산까지 이어지는 한수 이북의 한북정맥은 작년 여름에 강원도 화천의 대성산 바로 밑의 수피령에서 시작하여 종주를 마쳤기에 한수 이남의 한남정맥을 빠른 시일 안에 종주를 하고자 준비해왔습니다. 지난 7-8월 두 달간 맹렬하게 뛴 덕분에 대간 길 전 구간의 2/3 가량은 종주한 것 같아 나머지 구간은 월 2회 주말에 산악회의 정기산행에 참여해 마치기로 하고, 한남정맥을 주중산행지로 택해 어제 처음으로 종주 길에 나섰습니다.


  아침10시 김포시 월곶면의 보구곶에서 하차했습니다.

아침7시에 산본 집을 나와 금정에서 전철로 신촌까지 가서 강화행 시외버스에 올랐습니다. 1시간가량 김포가도를 달려 9시 37분 군하리에 도착, 그 10분 후에 버스를 바꿔 타 강화도 맞은편의 보구곶으로 향했습니다. 신강화대교 앞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강화도를 맞은 편에 둔 통진의 해안선을 따라가다 김포시 최북단의 보구곶리 마을회관을 조금 지난 곳에서 하차했습니다. 5-6분 직진해 군부대 정문 앞에 조금 못 미친 곳에서 문수산으로 오르는  들머리를 찾았습니다.


  10시12분 도로변 오른쪽으로 난 들머리에 들어서 한남정맥 종주를 시작했습니다.

땡볕과 거미줄로부터 얼굴을 보호해 줄 모자를 집에 두고 와 하루산행이 순조롭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들머리를 출발한지 20분후에 첫 번째 전망처인 131봉에 오르자 북쪽으로 송악산이, 서쪽으로 강화도가, 동쪽 멀리 파주의 통일전망대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강화와 김포, 그리고 북한의 개풍군을 가르는 조강 한 가운데 홀로 떠 있는 섬 유도와 해안선의 군부대, 북녘 땅에 지어놓은 오래된 듯한 초라한 집들이 이곳이 분단의 현장임을 말해주지 않았다면 옛날과는 달리 체제선전을 위한 스피커의 고성도 사라졌고  산 끝자락의 들녘을 찾아 온 가을 풍경이 하도 평화롭고 여유로워  휴전선이 고요한 저 조강을 가르고 있음을 알아채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양평의 양수리에서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쳐진 한강이 서울을 관통하고 김포평야를 왼쪽으로 끼고 흐르다가  파주의 통일전망대 앞에서 임진강과 합수해 조강을 이루는데  이 조강은 다시  강화만에서 황해도를 훑어 내려온 예성강의 물을 받아 서해로 빠져나갑니다.


  11시47분 245봉과 321봉 중간의 안부에서 짐을 풀고 쉬었습니다.

조금 전에 오른 245봉은 멀리서도 적철광이 암봉을 이루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을 만큼 붉은 색을 띄고 있었으며 이 철광석이 산재한 길을 따라 내려오다 마루금이 아닌 것을 뒤늦게 알아채고 다시 제 길로 들어서느라 10분가량 알바를 했습니다. 오른쪽으로 성동리로 하산하는 갈림길인 안부에서 제법 큰 소나무들이 훌륭하게 해를 가려줘 날파리의 쉼 없는 공격을 꾹 참아가며 한동안 시원한 바람을 즐겼습니다.


  12시53분 해발376미터의 문수산을 올랐습니다.

벙커가 설치된 321봉에서 문수산 못 미쳐 군부대 우회길이 시작되는 곳까지 정맥 길이 편안하고 곳곳에서  문수산성 위를 걸어 운치 있어 좋았습니다. 군부대를 왼쪽으로 끼고 폐타이어로 만든 참호 길을 따라 7-8분을 옆 지르자 문수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치받이 길이 왼쪽으로 나 있어 반 쯤 열려진 문안으로 들어가 정상으로 올라갔습니다.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가깝게 보이는 헬기장이 들어 선 정상에서  앞으로 오르내릴 한북정맥의 마루금을 조감한 후 그늘진 곳으로 조금 내려서 짐을 풀고 점심을 들었습니다. 여름과 함께 사라졌어야 할 모기들이 저를 만나자 마지막 피 사냥에 나선 듯 윙윙거리며 덤벼들어 오래 쉬지 못하고 점심을 들자마자 짐을 챙겨 일어섰습니다.


  13시8분 문수산 정상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22번 도로로 하산했습니다.

산불에 타 죽은 나무들과 그을린 나무들이 몰골사나운 형상을 하고 서 있어 곱게 죽어 곧게 뻗어 있는 지리산의 고사목들과 대비되었습니다. 하산 37분 만에 문수산을 거의 다 내려선 곳에서 22번 국도를 건너 맨살의 흙길인 쌍용대로로 들어섰습니다. 군사도로인 쌍용대로는 헬기장을 지나며 몇 개의 봉우리를 이어가고 우회해 30분 가깝게 계속되다가 105봉에 오르는 들머리에서 왼쪽으로 꺾여져 마루금과 헤어졌습니다.


  14시12분 쌍용대로가 마루금에서 벗어나는 105봉 들머리에서 짐을 내려놓고 목을 축였습니다. 이름그대로 큰길인 쌍용대로 변에는 나무들이 햇빛을 가리지 못해 맨머리로 햇빛을 감내해야 했기에 오르내림이 크지 않은 편한 길을 걸었어도 늦더위를 방불 하는 초가을의 땡볕에 많이 지친 듯싶었습니다. 모자 하나가 없는 것이 이리도 아쉬운데 정작 있어야 할 사람이 없다면 그 아쉬움은 훨씬 더해 병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자 이런 저런 이유로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분이 그리워졌습니다.


  14시35분에 오른 105봉부터 17시에 지난 군 초소까지 곳곳의 길이 군부대를 끼고 돌아 마치 한북정맥을 다시 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05봉에서 조금 내려서자 부대 안을 가리고자 검은 비닐 천으로 울타리를 둘러 친 길이 한 동안 계속되어 갑갑하고 짜증이 났지만 저 안에서 이 나라를 지키고자 고생하고 있을 우리의 아들들을 생각하자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14시50분 고추밭을 지나 다다른 56번 국도를 건너 숲길로 들어섰습니다.

잡풀이 우거지고 길이 분명치 않아 오른 쪽의 시멘트도로를 향해 똑바로 풀숲을 헤쳐 나갔습니다. 이내 만난 시멘트 길이 마루금을 따라 나 있어 20여분을 편하게 걸었습니다. 샤브샤브요리전문의 안내판이 세워진 길 건너 경호농장너머로 큰 절과 석불입상이 보였습니다. 에덴농축 입구의 그늘에서 잠시 쉬는 동안 모기가 먹이를 만난 듯 즐거워했습니다. 에덴농축을 조금 지나 시멘트 길에서 벗어나 오른 편으로 난 산길로 다시 들어서 80봉을 올랐습니다. 80봉에서 묘지를 지나 비포장도로의 고개 마루로 내려섰다 다시 80봉과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를 다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15시56분 산 중턱에서 쉬면서 남은 떡을 마저 들어 지친 몸을 달랬습니다.

대간 길에 비하면 오르내림이 거의 없어 힘들만한 곳이 별로 없는데도 몸이 지친 것은 햇빛을 가릴 모자를 두고 왔기 때문에 머리가 먼저 지쳐서인 것 같았습니다. 참호가 만들어진 야트막한 봉우리를 올라서 삼각점을 확인한 후 절개지를 따라 12번 포장도로로 내려섰는데 성봉현님의 산행기에 적혀 있는 개가 눈에 뜨지 않아 이상하다 싶어 고개를 넘어 금파가든을 지나자 길 양쪽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개들이 짖어대 시끄러웠습니다.


  16시25분 금파가든 뒷길로 들어서 마루 금을 만나자 다시 군부대의 철조망 울타리가 시작됐습니다. 얼마고 울타리 밑으로 난 길을 따라 진행하다가 조금 내려서서 폐타이어로 낸 참호 위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동안 간간이 보이던 표지리봉이 전혀 눈에 띄지 않아 길을 잘못 든 것이 아닌가 걱정하다가 다시 울타리 밑으로 올라서 조금 더 걷자 초소가 나타났고 울타리는 이 초소에서 오른 쪽으로 확 꺾여 쳐져 있었습니다. 경계 중인 초병에 승룡아파트로 가는 길을 묻자 모른 다고 답을 해와 왼쪽으로 난 잘 다듬어진 길로 들어서 걷기를 계속했습니다. 초소에서 20분 동안 모처럼 편안한 길을 걸어 약수터에 다다랐습니다.


  17시20분 약수터 벤취에 앉아 편하게 20분을 쉬었습니다.

약수터에서 만난 분에 승룡아파트가 어디 있는 가를 묻자 이 길로 내려가서 한참을 가야 한다고 해 암만해도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약수터에서 7분을 걸어 내려오자 지도상에 없는 초대형의 검바위 약수터가 나타나 이 길이 정맥 길이 아님을 직감했습니다. 조금 후 포장도로로 내려서 우측으로 한참을 걸어 만난 현지인 한분으로부터 승룡아파트의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오른 쪽으로 난 아스팔트길을 따라 걷다가 승룡아파트를 만나 확인 후 다시 오던 길로 되돌아 내려오다 오른 쪽으로 난 길을 따라 48번 국도로 나서서 도로변의 수퍼에 들러 맥주 한 캔을 사들며 황룡아파트의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18시40분 것고개를 밟아 8시간 남짓한 첫 번째 한남정맥 종주를 마쳤습니다.

것고개 바로 아래 우측으로 난 길을 따라 황룡아파트를 지나 해병대 영내에 세워진 통진교회를 확인했고 내친 김에 승룡아파트까지 갔다가 48번 도로로 되돌아와 것고개로 올라서자  어둑어둑해졌습니다. 어제는 산행 중 길을 잃어 마루금을 제대로 잇지는 못했지만 분단의 현장에서 현대사를 되돌아 본 의미 있는 하루였음을 기록하며 첫 번째 종주기를 맺습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