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구간:가치현-국사봉-도덕산-칠장산-3정맥분기점
*산행일자:2005. 12. 29일
*소재지 :경기 안성
*산높이 :칠장산492미터/국사봉438미터/도덕산366미터
*산행코스:가치현-국사봉-삼죽면사무소-도덕산-칠장산-3정맥분기점-칠장사
*산행시간:8시33분-15시40분(7시간7분)
*동행 :나홀로
한남-금북-한남금북의 세 정맥이 갈리는 칠장산의 3정맥분기점에서 한남정맥 전 구간을 완주할 수 있도록 보살펴주신 주님께 감사기도를 드렸습니다. 지난 9월 8일 김포의 보구곶리에서 시작하여 어제 안성의 칠장산에서 마무리 진 한남정맥 종주가 각별하게 느껴진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 구간을 제대로 해내면서 새삼 길의 고마움을 깨달았다는 점입니다. 172키로의 짧지 않은 정맥 길을 총 14구간으로 나누어 저 혼자서 순서대로, 그리고 한 방향으로 종주하고 한 구간도 빠짐없이 산행기를 남겼습니다. 그동안 산행 중 여러 차례 길을 잃곤 했으나 다시 제 길을 찾아 정맥 길을 이어갈 수 있도록 보살펴주시고 제 길을 걸으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정맥종주를 통하여 일깨워주신 주님이 새삼 고마웠습니다.
아침8시33분 가치현을 출발했습니다.
풀숲을 헤치고 산등성에 올라 왼쪽 길을 따라 국사봉으로 향했습니다. 아직 햇살이 퍼지지 않아 공기가 냉랭했지만 가치현에서 산행을 끝냈던 이틀 전보다 날씨가 많이 풀려 그다지 춥지 않았습니다. 무명봉을 넘어 어느 한곳에 이르자 눈 쌓인 산속을 돌아다니며 흔적을 남기는 산짐승들이 산길을 이동한 자취로 십자안부를 확실하게 표해놓았습니다. 몇 개의 봉우리와 헬기장을 거쳐 안부에 세워진 돌탑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디지털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도 가슴 한구석에는 아직도 샤마니즘을 추구하는 아스라한 원형 같은 것이 남아 있기에 점점 돌탑의 높이가 더해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9시48분 해발 438미터의 국사봉에 올랐습니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2-3분을 올라 다다른 국사봉은 정맥에서 조금 벗어나 있었지만 이 주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이기에 들러보았는데 나무에 가려 전망이 그리 좋지는 않았습니다. 다시 갈림길로 되돌아가 내리막길로 내려가 송전탑을 지나는 중 초계비행 중인 전투기 2대가 굉음을 내어 아침시간 산중의 적막을 깼습니다. 꽤 넓은 헬기장을 지나 얼마 후 대성사노인복지원 정문 앞에 이르자 개한마리가 달려와 물어뜯을 듯이 덤벼들어 스틱을 휘두르며 정면으로 맞섰더니 뒤로 물러서며 요란하게 짖어만 댔습니다. 잽싸게 숲 속으로 뛰어 들어가 마루금을 밟다가 급경사의 내리막길로 내려가자 노인복지원으로 이어지는 넓은 차로를 만났습니다. 왼쪽 덕산저수지 변에 세워진 아가월드로 연결되는 이 도로를 건너 다시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얼마 후 시멘트길로 내려섰다 동리를 지나 다시 산길로 들어서기를 반복한 후 덕산저수지의 높은 댐이 아주 가깝게 보이는 70/82국지도 변의 음식점 뜨락 앞에 도착했습니다.
11시11분 70/82 국지도를 따라 10분여 걸어서 안성-장호원 간 38번국도 삼거리에 다다르자 왼쪽 바로 옆에 아침에 택시를 잡아 탄 두들기 정류장이 보였습니다. 길을 건넌 후 오른쪽으로 조금 옮겨 삼죽면사무소 안으로 들어가 복지회관을 통과, 회관 울타리를 왼쪽으로 끼고 올라 따라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묘지를 지나 잡목들을 간벌한 능선 길에서 온 길을 뒤돌아보자 오른 쪽으로 덕산저수지와 아가월드 건물이 한눈에 잡혔고 국사봉 왼쪽 산줄기 아래에 자리 잡은 동아방송대학도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나지막한 봉우리를 넘고 십자안부를 지나서 잡풀과 가시넝쿨이 뒤엉킨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자 산 밑으로 38번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들이 꽤 많이 보였습니다.
11시51분 38번 도로 옆 죽산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밑을 내려다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로 이제까지 보지 못한 거의 수직에 가까운 급경사의 철계단을 밟고 절개면을 내려가 차도로 내려서는 일이 이번 산행의 가장 큰 난제였습니다. 왼쪽 정강이를 배수로의 모서리에 치여 4바늘을 꿰맸다는 성 봉현님의 산행기를 보고 미리부터 잔뜩 긴장됐습니다. 앞을 보고는 도저히 발을 옮겨 놓을 수 없어 뒤로 돌아서서 양손으로 난간을 잡으며 한 걸음 한걸음씩 발걸음을 옮겨 철계단을 내려섰습니다. 밑으로 내려선 다음 도로가에 세워진 낙석보호용철망을 따라 왼쪽으로 옮겨 잠시 후 휴게소에 다다랐습니다. 맥주2캔을 사고나서 주인분에 양해를 구해 준비해간 인절미를 따뜻한 휴게소 안에서 편안하게 들었습니다.
12시9분 휴게소에서 나와 38번 도로를 건넌 다음 왼쪽으로 조금 내려가 공사장의 넓은 공터가 끝나는 곳에서 오른쪽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10분 가까이 걸어 도로를 내느라 허리가 잘린 제 산줄기에 올라서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전진했습니다. 무명봉에 올랐다가 녹배고개로 내려서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개들이 짖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이들 개들이 구사하는 최대 전략이 이상한 소리만 나면 무조건 짖어대는 것을 알았기에 앞으로 더 이상 개 짖는 소리에 놀라 허둥대다가 길을 잘 못 드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나무에 매어 놓은 줄을 잡고 녹배고개 경사면을 올라선 후 도덕산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한 낮이 되자 날씨가 따뜻해져 안으로 땀이 차 얼굴가리개를 벗고 산행을 했습니다.
13시11분 해발366미터의 도덕산에 올랐습니다.
녹배고개에서 도덕산에 오르는 길은 대체로 경사가 완만했고 바로 못 미쳐 얼마간만 된비알로 로프가 쳐져 있었습니다. 여름 내내 울어댔던 다른 새들은 모두 철새라서 아주 먼 곳으로 옮겨가서인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데 까마귀만은 이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까악 까악 울고 있었습니다. 능선을 걷는 중 산 밑으로 후닥닥 뛰어가는 소리가 들려 바로 눈을 돌렸지만 워낙 잽싸게 도망가 산토끼인지 노루인지 가름 하지 못했습니다. 도덕산에 오르자 1시간은 족히 걸어야 다다를 것 같은 칠장산이 남쪽 멀리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도덕산에서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자 이번에는 족제비로 보이는 동물이 제 앞을 가로 질러 도망갔습니다. 아마도 먹이 감을 구하고자 바쁘게 눈 위를 쏘다니느라 산짐승들이 자주 눈에 띄는 것 같았습니다.
14시36분 해발492미터의 칠장산에 올라섰습니다.
족제비를 만난 안부에서 칠장산에 오르는 길은 조금은 지겨웠습니다. 길 왼쪽에 설치된 철조망을 따라 반시간 가량 걸어 오르자 전방 왼쪽으로 안성CC가 보였습니다. 철조망 울타리는 왼쪽으로 계속되고 오른 쪽으로 이어지는 정맥 길을 따라 어느 한 봉에 올라서면서 경사가 급하고 힘이 들어 이 봉우리가 칠장산이었으면 했는데 아니었습니다. 골바람에 휩쓸려 온 눈들이 능선에 쌓여 그 깊이가 20센티는 넘을 것 같았습니다. 몇 개의 봉우리를 더 넘어 칠장산에 올라서자 어느 팀의 한남정맥 완주기념 플래카드가 걸려있고 봉우리 양쪽으로 표지기가 많이 달려있어 처음에는 이곳이 3정맥 분기점으로 착각했었습니다. 그래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제게 건강과 건각을 주시어 한남정맥을 무사히 완주토록 보살펴주신 주님께 감사기도를 드리고 캔맥주를 따 마시며 자축했습니다. 개념도를 보고 서쪽으로 난 길을 따라 얼마고 내려가다 암만해도 아닌 것 같아 되돌아와 동쪽으로 다시 가자 바로 헬기장이 나타났습니다.
15시2분 헬기장에서 칠현산 쪽으로 조금 내려서 다다른 3정맥분기점에서 한남정맥 전 구간 종주를 마쳤습니다. 레저토피아금요회에서 세운 예쁘장한 표지석 앞에서 다시 주님께 감사기도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실비아님이 건강을 되찾아 저와 함께 산행할 수 있도록 보살펴달라고 빌었습니다.
15시40분 칠장사 일주문에 다다라 하루산행을 마쳤습니다.
내년 중으로 한남정맥에 이어 금북정맥괴 한남금북정맥을 마저 종주하겠다는 뜻을 굳힌 후 칠장사로 하산하는 중 흥이 절로나 저도 모르게 노래가 나왔습니다. 아름다운 베르네를 목청 높여 부르고나자 옆에 있었다면 한남정맥 완주를 누구보다 기뻐했을 집사람이 생각나 자주 들려주었던 로미오와 줄리엣을 다시 불렀습니다. 어제따라 더욱 푸르러 보이는 산죽사이로 난 길을 따라 천천히 하산해 칠장사를 일별한 후 죽산으로 나가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대간이든 정맥이든 종주산행에서 중요한 것은 마루금을 제대로 밟는 것입니다.
지름길이 있어도, 우회길이 있어도 그 길들을 마다하고 좀 멀고 힘들더라도 마루금을 따라 난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이 종주산행입니다. 삶의 길도 이러할 것입니다. 꾀부리지 않고 우직하게 정도를 걸어야 올바르게 사는 것이라면 삶의 길이 바로 종주산행과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길을 잃고 헤매다 다시 제 길을 찾아 마루금을 이어갈 때 가슴이 뿌듯하듯이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 통절히 반성하고 다시 올바른 삶을 살아가는 이들도 가슴이 벅찰 것입니다. 이렇듯 산속에 삶의 진리가 있어 저는 기꺼이 나머지 정맥종주에 또 다시 나서려 합니다.
한남정맥 종주를 무사히 마치기까지 도움을 주신 먼저 종주하신 여러분과 또 한국의 산하에서 졸고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말씀 드립니다. 특히 자세한 산행기와 댓글로 격려해주신 성봉현 님과 개념도를 작성하여 홈페이지에 올려주신 진혁진님께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며 종주기를 맺습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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