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2004년 2월1일
*소재지 :경기 가평
*산높이 :호명산 632미터/주발봉 489미터
*산행코스:갈치고개-주발봉-호명산-대성사-국도
*산행시간:9시12분-17시30분(8시간18분)
*동행 :경동고 이규성동문
경기도 가평의 주발봉과 호명산을 연이어 올라 2월을 열었습니다.
겨울이 오면 봄도 머지 않으리라는 영국의 서정시인 셀리의 “서풍부”가 아니더라도, 구정이끝나면 그 동안 긴 겨울에 짓눌려 왔던 어깨를 펴고 봄을 노래하고자 바깥 나들이를 나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오랜 산우인 이 규성 교수와 함께 봄나들이를 나섰습니다. 어제 오른 갈치고개-주발봉-호명산-대성사의 긴 산행에서 봄이 다가옴을 느꼈습니다. 2월의 햇살에 겨울눈이 녹아 내리는 봄의 소리를 들었고, 방울 만한 작은 새들이 나뭇가지사이를 옮겨 다니며 짖어대는 봄의 소리도 들었습니다.
아침 9시 12분 갈치고개에서 하차한 저희들은 지도를 꺼내 방향을 잡고 고개에서 조금 내려와 산소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들머리가 분명치 않기에 무조건 길을 치고 올라 능선에 다다르니 길이 보다 분명해졌습니다. 쾌청한 날씨에 영상의 기온이어서 오늘의 종주등반은 모처럼 여유가 있는 산행이 될 것 같았습니다. 갈치고개에서 1시간 가까이 1.5키로를 걸어 오른 주발봉에서 첫 쉼을 가졌습니다. 이 교수는 디지털카메라로 산행기록을 남기고자 손놀림이 바빴고, 저는 시각과 단상을 수첩에 옮겨 적어 산행기를 준비했습니다.
11시15분 사이클기념비가 세워진 군도고계에 도착하였습니다. 주발봉에서 이곳까지 산행은 대체로 편안했고 오는 봄을 맞고자 짖어대는 산새들의 울음소리에 힘든 줄 몰랐습니다. 곳곳에서 능선 길에 쌓인 눈이 깊어 생각만큼 속도를 낼 수 없었지만 여느 때보다 일찍 산행을 시작했기에 걱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군도고계를 출발한지 30분 후 올라 선 599봉에서 과천떡집의 인절미와 이교수가 준비한 김밥으로 시장기를 달랜 후 12시 5분 정상으로 향했습니다. 능선 길은 지난 일요일 오른 연천의 고대산보다 눈이 깊었습니다. 오늘은 저희들이 첫 산행 이였기에 때때로 눈 위의 발자국이 사라져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12시 45분 발전소의 크기에 비해 기념탑이 너무 웅장해 보이는 양수발전기념비에서 사진을 남긴 후 호명정으로 옮겨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지도를 보며 남은 길을 익혔습니다. 발전을 위해 길어 올린 물을 가둔 호명호를 끼고 돌아 13시25분 정상으로 이어지는 들머리에 들어섰습니다. 555봉을 오르자 가파른 내리막길이 장터재까지 이어졌습니다. 장터재에 세워진 안내판대로라면 호명산 정상까지 3.2키로 거리를 2시간 10분 걸려 오른다니 앞으로 갈 길이 결코 편한 길이 아니겠구나 싶었습니다. 장터목을 조금 지나 505봉에서 맥주1캔으로 목을 추긴 후 계속해서 전진했습니다.
14시35분 618봉에서 남겨둔 김밥과 인절미를 마저 들었습니다. 남서방향으로 청평호가 빠끔히 얼굴을 내보였으며, 왼쪽 건너편의 쭉 뻗은 능선은 뾰루봉-화야산-고등산으로 연결된 듯 싶었지만 확인할 길이 없어 답답했습니다. 새롭게 시작된 능선의 바위 길은 오늘 하루 내내 눈 덮인 길만을 걸어왔기에 저희들에는 오히려 편안한 길이었습니다. 1.6키로 남은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비교적 오르내림이 편한 길이라서 이 교수의 성서이야기가 제대로 귀에 들어 왔습니다. 1980년대 수년간의 종교적 방황기를 거쳐 쌓아 올린 그의 해박한 성서지식에 놀랬으며, 그로부터 구약에 등장하는 요셉의 인물됨을 배웠습니다.
15시 30분 호명산 정상에 섰습니다.
먼저 오른 어느 남자 분의 도움으로 자태가 빼어난 소나무를 배경으로 이교수와 함께 증명사진을 남겼고 마지막 맥주 1캔을 따서 등정을 자축했습니다. 이교수가 여기 정상에서 디지털카메라에 옮겨 담은 파노라마가 어떠할지 벌써부터 궁금했습니다. 풀었던 아이젠을 다시 차고 스틱을 꺼내 들어 급경사의 진달래 길로 하산했습니다. 오늘 하루 숱하게 밟아온 눈이지만 하산 길에 소복하게 쌓인 흰눈이 결정판이었습니다. 겨울의 끝자락에 서서 마지막 눈의 제전을 감상한 오늘 산행으로 얼마라도 속진을 씻어 내었다면 다행이겠습니다.
이교수의 성서강좌는 베드로와 대비되는 바울의 일생을 조감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낙엽송 삼림의 어둠이 석양을 갓 몰아낸 16시 55분 조그마한 사찰인 대성사를 지났습니다. 오가는 과객을 보고 시끄럽게 짖어대는 견공들로 여기 스님들은 조용히 기도를 드리기가 쉽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17시30분 서울 -춘천가도의 마지마을에 도착, 8시간여 긴 산행을 마무리지었습니다.
이교수로부터 묵직한 성서이야기를 듣고 나서 오늘날 한국사회를 꿰뚫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도 “가벼움”인 것 같습니다. 몸무게가 가볍다는 것은 운신이 그만큼 자유로와 변화에 쉽게 대응할 수 있기에 바람직한 일입니다. 처신이 가볍다는 것은 지나치게 자주 변하여 앞일을 예측할 수 없기에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벼움만으로 옳고 그름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이혼율이 50%가깝다는 것도 우리사회의 가벼움이요, TV방송의 앵커맨이 신문기자보다 정계에 입문하기가 쉬운 현상도 가벼운 감각문화의 한 단면입니다. 산에 올라 땀 흘리기보다 인터넷에서 게임을 즐기는 것도 가벼움의 한 현상이고 오디오가수가 비디오가수에 밀리는 현상도 시청자의 가벼움 때문이라 하겠습니다. 컨텐츠보다 이미지를 추구하는 젊은이들의 가벼움이 두렵고 남의 잘못을 잠시도 참아내지 못하는 어른들의 가벼움도 걱정되는 일입니다. 오늘 이교수의 성서이야기가 가벼움의 유혹을 떨치고 무거움의 진지함을 고양하는 데 일조를 했기에 고마움을 표하며 산행기를 맺습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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