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2005.3.14일
*소재지 :강원 화천
*산높이 :993미터
*산행코스:명월리 교통안내소-910봉-정상
-870봉-백마촌인진식품
*산행시간:10시3분-13시 35분(3시간 32분)
*동행 :과천시산악연맹
어제는 "춘래춘 불사춘"을 실감한 하루였습니다.
영국에서는 서정시인 셀리가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라고 노래했는데, 이 나라의 어느 시인이 감히 춘삼월에 봄이 왔어도 봄이 아니라고 강변할 수 있겠는가 생각해왔던 제가 어제 강원도 화천에 자리 잡은 두류산의 눈길을 밟고 나서는 저라도 아직 봄이 오지 않았음을 산행기에 남겨야겠다고 마음을 바꿔 먹었습니다.
어제는 두 달 만에 과천시산악연맹의 정기산행에 참여, 해발 993미터의 두류산을 오르내렸습니다. 어느 한 산을 정해 정상에 올랐다 내려서는 "점의 산행"보다는 몇 개의 산봉우리를 연결해 산행하는 "선의 산행"에 빠져든 제가 어제처럼 한 산을 오르내려 점의 산행을 한 것은 올 들어 매화산 이후 두 번째였습니다. "선의 산행"이 지구력을 요구한다면 "점의 산행"은 순발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제는 경기도 파주의 오두산행 한북정맥을 종주하느라 약 6시간 가량 "선의 산행"을 했는데, 어제는 3시간 반 가량 두류산을 올라 "점의 산행"을 즐겼습니다.
아침 10시3분 강원도 화천군 사창리를 조금 지난 명월리 교통안내소에서 다리를 건너 해발 300미터대의 들머리에 들어섰습니다. 들머리에 들어서자마자 된비알의 고바위 길을 20여분간 오르느라 진땀을 흘렸는데 산 밑에서 불어오는 골바람이 이 땀을 식혀주어 시원했습니다. 처음에는 직등 길을 오르느라 다리가 굳어지는 듯 했지만 산행시작 반시간이 지나자 굳어진 다리가 풀려 걸을 만 했습니다.
11시15분 헬기가 내려앉아도 될만한 910봉에 올라 첫 번째 쉼을 가졌습니다.
들머리에서 여기까지 거의 다가 오름 길이어서 많은 분들이 힘들어했는데 그래도 하얀 눈을 밟으며 오르느라 기분만은 상쾌했습니다. 들머리를 조금 지나 하늘로 쭉 뻗어 서있는 소나무들이 힘차 보였고 남사면을 걸을 때 따사로운 햇살과 바람 한 점 없는 산중의 고요함을 깨지 않고자 잠시 쉬어가고 싶었습니다. 910봉에 올라서자 서북쪽에 자리 잡은 복주산을 중심으로 좌우로 뻗은 한북정맥의 산줄기가 한 눈에 잡혔습니다. 남동쪽의 화악산이 석룡산을 거쳐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큰 줄기를 일구었고 북쪽으로는 대성산이 위엄 있는 그 자태를 분명하게 내보였습니다. 북한 땅 추가령에서 시작되는 한북정맥은 남 녘 땅에 접어들어 복주산과 광덕산, 그리고 국망봉등 천 미터가 넘는 고산들을 일구었는데, 어제는 한북정맥의 산 일굼을 맞은편에서 느긋하게 지켜봤을 두류산에 올라 수피령에서 국망봉까지의 한북정맥을 일별했습니다.
11시53분 해발 993미터의 두류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910봉에서 아이젠을 차고 안부로 내려섰는데 경사가 급해 애를 먹었습니다. 다시 930봉으로 올라선 다음 계속되는 눈길의 암릉을 걷느라 조심스러웠습니다. 950봉을 거쳐 정상에 올라서자 공터가 없어 바로 밑에서 점심을 들고 있는 분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석 달만에 산에 처음 올랐다는 한 여성회원 분의 등정기념 사진을 찍은 후 캔 맥주를 들자 알콜기운이 발끝까지 전해지는 짜릿함을 온 몸으로 느꼈습니다. 인천에서 왔다는 한 산악회에서 표지석 앞에 제물을 차려 놓고 시산제를 올리느라 정상이 붐벼 곧바로 970봉으로 옮겼습니다.
941봉을 거쳐 870고개에 다다르기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신설의 눈과는 달리 이 산의 눈들은 오랜 시간 쌓이고 다져져 설질이 단단했습니다. 사각사각 눈 밟는 소리가 흥겨워 봄에 밀린 겨울이 다시 찾아와 노래하는 듯싶었고, 북사면에 수북하게 쌓인 눈과 남사면의 잔설을 보자 새삼 태양의 위력을 실감했습니다.. 텔레비전에서 화상으로만 보아온 눈을 직접 밟는 여인네의 환성이 겨울의 끝자락에 다가선 봄이 오는 것을 막는 듯 했습니다.
870고개에서 계곡으로 내려서는 하산 길로 들어섰습니다.
하산 길에 눈에 띈 것은 반짝 반짝 빛나는 운모였습니다. 수피령에서 복주산을 오를 때 자주 보았던 비늘모양의 운모가 이 산에도 산재해 있어, 운모가 섞인 광석토양의 정상 바위에는 풀과 나무가 자라지 못한다 합니다.
13시20분 계곡을 빠져 나와 백마촌으로 내려가는 시멘트 길을 만났습니다.
두류산의 계곡에는 물이 모두 얼어 폭포를 지났는데도 흐르는 물을 볼 수가 없어 아쉬웠지만 한 여름이라면 금강산 나들이에 나선 신선들도 쉬어 갔다는 이 산의 깊은 계곡이 더할 수 없는 피서지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청정지역인 이 계곡에서 한 여름을 보낼 수 있다면 그는 분명 복 받은 사람입니다. 요즈음 유행하는 참살이에 청정한 물과 공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 참뜻을 잃게 되는 바 자연을 찾는 적극적인 노력의 결실이 참살이의 본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해 봅니다.
13시 30분 시산제를 올리는 백마촌의 인진식품점에 도착했습니다.
3시간 반 가량의 "점의 산행"을 끝내고 시산제를 올려 올 한해 무탈한 산행을 빌었습니다. 대다수의 산악회가 정월에 시산제를 올리지 않고 3월에 올리는 이유가 혹한의 1월을 피하기 위해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3월에 한해가 시작되었기에 3월을 시작의 의미를 갖고 있는 March라 불렀고 12월을 10번째 달인 December라 칭했습니다. 시산제가 그 옛날부터 시작되었다면 당연 한해가 시작되는 3월에 올렸을 것이고 이 풍습이 오늘까지 그대로 전해지지 아니 했겠나 저 나름대로 유추해 보았습니다.
산행을 끝내고 모처럼 포식을 했습니다.
먹는 입은 더 할 수 없이 즐거웠지만 준비한 손들은 엄청나게 바빴을 것이라 생각하니 그 손들의 주인 분들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과천에 돌아오자 따뜻한 훈기를 느껴 겨울의 시샘으로 잠시 멈칫한 강원도의 봄도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천시 산악연맹의 회원들과 함께 한 마지막 겨울나들이도 즐거웠다는 보고를 올리며 산행기를 맺습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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