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북정맥 종주기 9 *정맥구간:생미고개-금자봉(539봉)-물편고개 *산행일자:2006. 6. 4일 *소재지 :충남 홍성/청양/보령 *산높이 :금자봉539미터/오서산790미터 *산행코스:생미고개-꽃밭굴고개-금자봉-오서산 -오서산갈림길-물편고개 *산행시간:10시11분-18시9분(7시간58분) *동행 :나홀로
선비는 아무리 추워도 곁불을 쬐지 않는다는데 저는 어제 정맥길에서 벗어난 오서산을 들러 곁불을 쬐느라 1시간 반가량 짬을 내야 했습니다. 대간이나 정맥 길을 종주하다보면 마루금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명산이나 고봉을 지날 때가 더러 있습니다. 지리산의 세걸산, 소백산의 신선봉 및 소황병산과 가까운 황병산등은 한 번 짬을 내어 들러보고 싶은데도 마치 선비가 곁불을 쬐는 것 같고 염불에 열심이어야 할 스님이 시주에도 곁눈질하는 것 같아 눈 딱 감고 그냥 지나치곤 했습니다. 그러나 어제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금북정맥에 발을 들이기까지 충청남도의 명산들을 오른 적이 별로 없는 제가 서대산-대둔산-계룡산 다음으로 높은 오서산을 곁불을 쬐지 않겠다는 이유만으로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서산은 비록 마루금에서 얼마고 벗어나 있더라도 금북정맥 종주 중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산이기에 이 절호의 기회를 그대로 묻어두고 싶지 않아 한 낮의 땡볕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잰 걸음으로 다녀왔습니다. 그 결과로 원래의 목적지인 스무고개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2-3키로 전방인 물편고개에서 종주산행을 마쳐야 했습니다. 아침 10시10분 생미고개에서 하루산행을 시작했습니다. 감과 어리굴 젖으로 이름난 광천까지 아침7시14분에 안양역을 지나는 장항선 열차를 잡아타고 2시간 넘게 신나게 내달렸습니다. 넓은 논 뜰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모들로 초록색이 그 농도를 더해가고 있어 보기에 시원했습니다. 광천에서 장곡행 시내버스가 바로 연결되어 출발지인 생미고개에 쉽게 다다랐습니다. 고개에서 오른 쪽으로 난 KTF 건물 옆의 시멘트길을 따라 걷다가 바로 흙길의 임도를 따라 걷는 것도 잠시일 뿐 고도가 낮은 마루금을 따라 개간 된 밭 가장자리로 걸었습니다. 밀양박공지묘를 지나고 시멘트도로로 내려섰다가 다시 숲으로 들어갔다 십 수분 밭과 묘들을 지나 마루금을 이어가며 비산비야의 금북정맥을 종주하는 전형적인 과정을 되풀이했습니다. 10시57분 “화계리1구” 표지석이 세워진 꽃밭굴고개의 시멘트도로로 내려섰습니다. 도로로 내려서기 얼마 전 역방향으로 금북정맥을 종주하는 7-8명의 젊은이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등산 이외에도 다양한 레포츠가 개발되어 젊은이들을 유혹하는 요즈음은 땀을 뻘뻘 흘리며 고행하는 젊은이들을 산에서 만나면 반갑고 고맙기 이를 데 없습니다. 고개에서 방향을 제대로 못 잡아 잠시 머뭇대다가 독립유공자 윤형중 형제분들 묘에서 능선으로 치고 올라가 만난 정맥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진행했습니다. 임도를 따라 오른 고개갈림길에서 왼쪽의 희미한 길을 택해 벌목지로 내려가다 다시 왼쪽 길로 걸어 구릉으로 올라섰습니다. 구릉정점에서 오른쪽으로 확 꺾어 내려오다가 대구서공지묘 바로 아래 안부사거리에서 짐을 풀고 목을 축이며 5-6분을 쉰 다음 다시 4분을 걸어 11시37분 시멘트길인 신풍고개로 내려섰습니다. 신풍고개에서 대나무 숲을 뚫고 제 길을 찾기까지 십 수분을 소비했습니다. 표지리봉이 달려있는 밭으로 올라서 능선으로 연결되는 길로 들어서고자 십분 가량 잡초가무성한 풀숲을 뚫어보고자 시도했으나 결국은 실패하고 다시 고개로 내려서 대나무 숲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2-3분 후 대나무 숲을 빠져나와 제 길을 찾았습니다. 12시57분 380봉에 올라 갈림길에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신풍고개에서 제 길로 들어선 후 한 십 분간 편안하게 임도를 따라 걸어 십자 안부인 사거리고개에 닿았습니다. 왼쪽 아래로 작은 연못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고개 마루에는 아름드리 활엽수가 그늘을 만들어주어 아늑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십자안부를 건너 산길로 들어선 후 바로 버섯재배지를 지났습니다. 얼마 후 만난 임도를 따라 걷다가 오른쪽사면의 나무들을 베어낸 벌목지를 5분여 걸어 사거리 안부로 내려서는 동안 잠시 오서산을 제대로 조망했습니다. 오른 쪽 아래에 광제마을이 자리 잡고 있는 고개를 건너 다시 10분을 걸어 황토길 십자안부에 다다랐습니다. 여기서부터 380봉까지 45분간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너덜 길도 오르고 숲 속의 희미한 된비알 길도 올랐습니다. 중간에 산 중턱을 가로 지르는 넓은 길은 풀들이 길을 덮은 것으로 보아 낸지가 꽤 오래되어 보였습니다. 이 길을 건너서도 17분을 더 직등 길을 올라 380봉에 다다르자 지치고 시장기가 느껴졌습니다. 점심을 들면서 취한 13분간의 휴식이 정말 달콤했습니다. 13시54분 오서산갈림길에 섰습니다. 380봉 출발 15분 후 공덕고개로 내려서자 오서산으로 들어섰음을 알리는 표지봉을 처음 만났습니다. 오서산2.7키로/광성주차장3.3키로 라고 표시된 표지목을 보자 이제부터는 길 찾느라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아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375봉을 거쳐 오서산 갈림길 바로 전의 539봉에 오르는 길도 좋았습니다. 마루금에서 한 참을 벗어난 오서산을 오르는 것이 곁불을 쬐는 것과 유사하다 해도 우정 이 산을 찾아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 갈림길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바로 1.7키로 떨어진 오서산 정상으로 내달렸습니다. 30분 후 정상 0.9키로 전방인 안부에 도착해 10분간을 쉬었습니다. 오른 쪽으로 내원사로, 왼쪽으로 오서산휴양림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안부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중 오랜만에 물푸레나무들을 만나 반가웠습니다. 오름길은 여전히 급했지만 오르면 오를수록 산바람은 시원해 좋았습니다. 충남 홍성과 보령을 경계 짓는 해발 791미터의 오서산 정상에 올라선 시각은 14시53분이었습니다. “보령오서산” 정상석 옆에 배낭을 세워놓고 사진을 찍은 후 주위를 삥 돌아보았지만 바다는 물론 까마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까마귀와 까치가 많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는 오서산을 오르면 천수만 바닷물이 산 아래 깔리고 서해바다가 막힘없이 보인다는데 어제는 “서해의 등대산”이 무색할 만큼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고 일요일인데도 세 사람 밖에 없어 조금은 쓸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4분 후 정상을 출발해 한 시간 동안 오른 길을 반시간만에 되돌아갔습니다. 15시31분 정상에서 갈림길로 되돌아와 7분을 쉰 후 다시 종주 길로 들어섰습니다. 종주 길은 낙엽이 쌓인 내리막길로 저절로 속도가 붙어 십분도 안 되어 고도를 100미터 넘게 낮추었습니다. 급경사 내리막길로 내려와 거송들이 숲을 이룬 송림을 지나 가루고개로 내려섰습니다. 광산김공지묘 바로아래 왼쪽으로 시멘트길이 나있고 오른쪽으로 자잘한 잔돌이 깔려있는 흙길이 나있는 가루고개의 길을 건너 다시 숲길로 들어섰습니다. 385봉을 오른 다음 소나무 간벌지를 지나 상판 길로 쓰였을 큰 길을 따라 걸어 38번 송전탑을 지났습니다. 오서산 갈림길을 출발한지 한 시간이 다 되어 2차선의 609번 지방도로가 1차선으로 좁아지는 우수고개로 내려섰습니다. 16시56분 나지막한 보령고개로 내려서 8-9분을 쉬었습니다. 청양군화성면 안내판이 세워진 우수고개 마루에서 오른 쪽으로 조금 내려가 절개면을 타고 오르다가 꼭지점에서 철망울타리를 따라 오른쪽으로 휘어 치받이 길을 따라 무명봉으로 오르는 중 우수고개 건너편에서 한 팀이 큰 소리로 연신해서 소리를 질러대어 영 귀에 거슬렸습니다. 무명봉에서 보령고개까지는 대체로 키가 시꺼먼 거송들이 빽빽이 들어선 솔밭사이로 난 길을 걷느라 조금은 답답했고 길을 제대로 이어가기에도 신경이 쓰였습니다. 무명봉에서 258봉을 지나 보령고개에서 털썩 앉아 쉬면서 앞으로도 2시간 이상 걸리는 스무고개는 포기하고 중간쯤의 물편고개까지만 진행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보령고개에서 293봉과 283봉을 연속해 오르내린 다음 다시 오른 봉우리에서 북서쪽의 오서산을 조망한 후 왼쪽 길로 내려서서 솔밭과 풀숲을 지나 시멘트도로에 닿았습니다. 왼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아스팔트도로가 나있는 시멘트도로를 건너 산길로 들어갔습니다. 나지막한 구릉 2곳을 지나 임도로 내려서고 57번 송전탑을 지났습니다. 18시9분 보령시 청라면과 청양군 화성면이 갈리는 물편고개에 도착했습니다. 송전탑을 막 지나 오른쪽의 밭가 길로 들어섰더니 새까만 오디가 다닥다닥 달려있는 뽕나무가 눈에 띠여 가던 길을 멈추었습니다. 오디를 따먹으며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니 단 것을 찾아 무던히도 산야를 싸다녔다 싶었습니다. 이른 봄 땅이 녹기가 무섭게 칡뿌리를 캐다 먹었고 이어서 버찌를 따다 먹었으며 5월에는 아까시아 꽃을 따다가 꽃 끝을 빨아먹었습니다. 오디에 이어 산딸기와 머루 및 다래를 찾아 산에서 헤맨 것도 집에서 해주는 감주나 정월 한때 먹을 수 있는 엿 만으로는 단 것을 먹고 싶어 하는 간절함을 채울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경기도 한 시골에서 자라온 제가 사탕을 처음 사 먹어본 것이 국민학교 4학년 때이었으니까 그 전에는 사탕에 버금갈만한 단 것을 찾아 산과 들을 헤맬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 후 국가경제발전으로 살림살이가 급속하게 좋아지면서 단 것을 손쉽게 얻을 수 있었기에 더 이상 삽과 곡괭이를 들고 칡을 캐러 산을 올라가지 않아 크게 다행입니다만, 한편으로는 그 때 그 동아리들이 그리워 만나보고 싶기도 합니다. 밭을 지나 바로 610번 차도와 만나는 물편고개로 내려서 8시간 동안의 종주산행을 마쳤습니다. 오른 편 신산리로 내려가 저녁 7시에 시내버스를 타고 대천역으로 나가 7시22분에 출발하는 새마을호를 탔습니다. 차량만 새마을호이지 운행시간은 무궁화호와 하등 다를 바가 없는 장항선 열차를 타면 KTX가 정말 빠름을 역설적으로 배웠습니다. 대간과 정맥길을 종주하는데 꼭 필요한 은근과 끈기를 장항선의 새마을호에서 배운다고 편하게 생각하며 귀가를 했습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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