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I.지역 명산/지역명산 탐방기

C-6.용봉산

시인마뇽 2007. 3. 5. 20:47
 

                                             용봉산


 

                *산행일자:2007. 3. 4일

                *소재지  :충남 홍성

                *산높이  :381미터

                *산행코스:용봉초교-정상-노적봉-악귀봉-마애석불-용봉사-주차장

                *산행시간:9시36분-12시14분(2시간38분) 

                *동행       :과천시산악연맹 

 


  지난 시월보름부터 산속의 선방에서 오로지 다도와 등산으로 수행정진해온 스님들이 대보름 하루 전에 동안거를 끝내고 하산함으로써 이제 산사의 겨울도 끝났습니다. 석 달 동안의 참선을 막 끝낸 스님들의 하산이 아쉬웠던지 하루 종일 산자락을 에워싸며 하산 길을 촉촉이 적신 안개와 안개비가 하룻밤 동안 세를 모아 제법 굵은 빗줄기로 몸을 불린 다음 정월 대보름날 아침 우리의 이 산하를 촉촉이 적셨습니다. 스님들이 하산하고 텅 빈 산을 찾아 오르는 일은 저와 같은 산객들의 몫이기에 어제는 과천시산악연맹의 회원들과 함께 충남 홍성의 용봉산을 오르내린 후 시산제도 같이 올렸습니다.


  아침9시36분 용봉초교에서 오르기 시작한 용봉산은 애당초가 빈산이었습니다.

숲도 나무도 별로 보이지 않는 바위산으로 산 속에 무엇이 숨어 있으리라는 기대가 발붙일 수 없는 암봉들로 만들어진 텅 빈 악산이어서 수많은 산객들이 이 산을 오르내려야 비로소 이 산이 채워진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빈산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올 한해 농사가 순조로울 것이라고  약속이나 할 듯이 정월 대보름에 때맞춰 내리는 봄비로 15분 여 계속된 시멘트 길도 촉촉하게 젖었습니다. 시멘트 길이 끝나는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용도사를 오랜 동안 지켜온 커다란 석불이 투박하고 조금은 심술궂게 생겼어도 중생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미륵불이라 생각하자 생김과는 달리 대자대비해 보였습니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북진 길이었고, 사각정 쉼터를 거쳐 주능선인 돌탑에 다다르기까지 수많은 돌계단을 걸어 올랐습니다.


  10시36분 산행시작 한 시간 만에 해발381미터의 정상에 올랐습니다.

홍성8경중 첫 번째로 용의 형상에 봉황의 머리를 하고 있다는 용봉산을 꼽는 것은 충남의 소금강으로 불릴 만큼 기기묘묘한 주상절리의 기암괴석들이 이 산에 가득 들어섰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산 남쪽 멀리 자리한 오서산은 산 높이가 거의 두 배가량 더 높아도 금강산을 빼어 닮은 만물상의 암봉 들이 거의 없어 홍성8경에 낀 것만도 감지덕지해야 할 것입니다. 정상을 선점한 한 산악회회원들이 사진을 찍어대느라 한참을 기다려 표지석 위부분이 떨어져 나간 용봉산 정상봉을 카메라에 옮겨 담을 수 있었습니다. 덕숭산이 북서쪽에, 그 뒤로 가야산이 흐릿하게 보였고 남쪽으로 이 지역 최고의 고산인 오서산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 모든 산이 지난여름 금북정맥을 종주하며 고스락을 밟은 산들이어서 반가웠습니다. 저만치 동사면이 수직절벽인 암봉 위에 올라선 산객들이 아찔해 보였습니다. 정상을 출발해 안부로 내려섰다가 이 암봉을 지나고 다시 안부로 내려섰다가 노적봉을 오르는데 15분이 걸렸습니다.


  11시11분 정상에서 북진해 해발369미터의 악귀봉을 올랐습니다.

노적봉 산마루에서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해 안부로 내려섰다가 다시 오른 암봉이 악귀봉이었습니다. 암봉을 오르는 중 바람에 모자가 날려 침니바위 밑으로 떨어져 난감했는데 한 분이 도와주어 스틱으로 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정상봉보다 오르기는 아슬아슬했어도 오르는 맛은 훨씬 아기자기했습니다. 악귀봉에서 서쪽으로 이어가면 모래재를 거쳐 덕숭산과 홍동산을 지나는 금북정맥에 합류하게 되고 북쪽으로 직진하면 암봉의 용봉산과 대비되는 수림이 울창한 수암산에 이르게 됩니다. 북서쪽 바로 아래 용봉저수지가 아주 가깝게 보였습니다. 악귀봉에서 북쪽으로 얼마고 내려가 안부삼거리에 다다르자 비가 멈추고 햇살이 퍼졌는데 이도 잠시였습니다.


  11시50분 용봉사를 둘러보았습니다.

안부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틀어 모처럼 편안한 흙길을 걸었습니다. 잠시 후 내려선 마애석불은 규모는 미륵불보다 작았으나 국가지정보물답게 옷자락 등 전체적으로 선이 섬세하고 너그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곳에서 나무계단을 걸어 조금 내려가 다다른 곳이 영산회상괘불탱화로 유명한 용봉사였습니다. 일체의 번뇌와 마왕으로부터 항복을 받고 정각을 드러낸 모양의 석가모니와 팔대보살 등 여러 인물들의  모습이 그려진 벽화가 바로 보물로 지정된 영산회상괘불탱화로 단청의 화사한 색상과는 달리 단아하고 은은한 색상이 주조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300여 년 전에 그려진 이 그림이 지금도 변하지 않고 생생하게 보이는 것은 이 그림을 그린 진간의 돈독한 불심 덕이 아닐 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고개로 올라 능선을 따라 하산하면서 살포시 꽃망울을 터뜨린 봄의 전령 진달래 꽃송이를 보았습니다.


  일주문을 지나 주차장으로 내려서는 큰 길만 시멘트로 포장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길 왼쪽의 계곡 밑바닥을 시멘트로 포장해 만들어 놓은 수로가 흉물스럽게 보였습니다.  용봉초교에서 돌탑으로 오르는 계단 길도 돌들을 시멘트로 붙여놓아 볼꼴 사나웠는데 대부분이 바위로 이루어진 이 산에 바위 돌만으로도 부족해 석회석을 분쇄해 만든 또 다른 돌가루인 시멘트로 분칠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눈에 거슬리기는 가로수처럼 심어놓은 히말라야시다 나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차라리 잣나무였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메타세콰이어 나무처럼 대로에 가로수로 심어놓는다면 몰라도 절을 오르는 길에 가지가 축 늘어진 큰 키의 진 푸른 외래종 침엽수가 다른 우리나무들과 어울리지 않아서였습니다.


  12시14분 주차장에 도착해 3시간이 채 안되는 짧은 산행을 마쳤습니다.

빗줄기가 거셌어도 예정대로 진행된 과천시산악연맹의 시산제에 참가해 앞으로 한 해 동안 안산 및 즐산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서소하고 산신령께 빌었습니다. 집행진이 준비한 오곡밥이 대보름 하루 전에 끝나는 스님들의 동안거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스님들이 하산해 텅 비어있는 산을 찾아 오르는 중 하루 전에 인수봉 가까이의 잠수함 바위에서 고교동문들과 시산제를 올리며 읊은 김 지하님의 산시“빈 산”이 생각났습니다.

 

 

 

    빈 산


아무도 더는

오르지 않는 빈산


해와 바람이 부딪쳐 우는

외로운 벌거숭이 산

아아 빈 산

이제는 우리가 죽어 없어져도

상여로도 떠나지 못할

저 아득한 산

빈 산


너무 길어라

대낮 몸부림이 고달파라

지금은 숨어 저 흙 속에

저 침묵한 산맥 속에

숨어 타는 숯이야

내일은 아무도

불꽃일 줄도 몰라라


한 줌 흙을 쥐고 울부짖는 사람아

네가 죽을 저 산에 죽어

끝없이 죽어

산에

저 빈 산에 아아

불꽃일 줄도 몰라라


내일은 한 그루 새푸른

솔일 줄도 몰라라

 


  “지금은 숨어 있는 흙 속에, 저 침묵한 산맥 속에 숨어 타는 숯”이 불꽃일 수도 그리고 새푸른 솔일 수도 있겠다는 믿음이 있기에 아무도 더는 오르지 않는 빈산을 저는 계속 찾아 오를 것입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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