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산림청선정 명산100산/명산100산 탐방기

74.유명산 산행기(1-2)

시인마뇽 2007. 6. 17. 05:53

                                                     유명산(2)

 

 

                                *산행일자:2010. 2. 6일(토)

                                *소재지 :경기양평/가평

                                *산높이 :소구니산800m, 유명산862m

                                *산행코스:농다치고개-소구니산-유명산-가일계곡-가일리버스종점

                                *산행시간:11시15분-16시(4시간45분)

                                *동행 :경동동문산악회원 16명

 

 

  근래 보기 드문 한파를 불러왔던 이번 겨울이 봄에 자리를 넘겨주어야 하는 입춘을 맞은 것이 이틀 전이었으니 수은주를 영하10도 가까이 끌어내린 이번 추위는 봄을 시샘하는 겨울의 마지막 몸부림일 것입니다. 입춘이 지났는데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겨울을 박절하게 그냥 보낼 수 없어 고교동문들과 함께 겨울보내기 산행에 나섰습니다.

 

 

 

  이번에 나선 산행지는 경기도의 양평과 가평을 가르는 소구니산입니다.

농다치고개에서 소구니산을 오른 다음 유명산으로 옮겨 용문산의 장대한 산줄기를 조망한 후 유명산과 건너편 어비산이 합작해 빚어낸 가일계곡을 거쳐 가일리버스정류장으로 하산하는 이번 산행코스는 상당부분 서너치고개에서 되살아난 선어(鮮魚)의 비행코스와 겹칩니다.

 

 

 

  옛날 한 신선이 남한강에서 고기를 잡아 설악의 장락으로 가던 길에 하늘이 서너 뺨 밖에 보이지 않는다하여 이름을 얻은 서너치고개를 넘는데, 갑자기 잡은 고기가 되살아나 선어(鮮魚)가 되었고 이 선어가 이번에 오르는 소구니산과 유명산을 날아 넘어 어비산(魚飛山)에 내려앉았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 옛날이 언제인지 정확히 모르겠으나 이 전설에는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숨어 있습니다.

남한강에서 고기를 잡은 신선이 서너치고개에 올라선 것은 이 고개를 넘어 설악으로 내려간 다음 장락으로 가려고 했기 때문일 텐데 별안간 고기가 선어가 되어 방향을 90도 확 튼 것입니다. 선어가 된 고기는 서너치고개에서 소구니산과 유명산을 차례로 날아오른 다음 건너편 어비산으로 내려앉았으니 이 고기야말로 산줄기를 이어서 오르내리는 오늘날의 종주산행을 새롭게 시도해 보인 것입니다. 아쉽게도 전설이 어비산에서 끝나 선어의 그 후 향방을 알 수는 없으나, 이 선어가 내친 김에 산줄기 위를 날며 장락산까지 갔다가 그 아래 장락으로 하산해 잡은 고기를 잃고 속상해 하는 신선을 만났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선어의 비행코스는 이러했을 것입니다. 어비산에서 동쪽으로 날아가 용문산북쪽의 된봉고개에 이른 다음 방향을 북쪽으로 선회해 한강장락단맥의 산줄기를 따라 비행했을 것입니다. 봉미산과 보리산을 차례로 넘어 장락산 고스락에 내려앉아 한 숨 돌린 후 장락마을로 내려가 신선과 재회하는 것으로 전설을 끝맺어도 좋았을 것이, 이 고기가 선어가 된 본뜻이 탈출에 있지 않고 종주산행을 여는데 있었기에 산 위를 날며 그 뜻을 이룬 고기가 신선을 다시 만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선어가 열어준 길을 따라 걷는 이번 산행이 “전설의 고향” 드라마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사람들이 자주 걷는 길을 택한 신선 역할보다 산줄기를 이어가 종주산행의 기원을 연(?) 선어 역에 더 마음이 끌리는 것은 저도 어쩔 수 없는 산 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전11시15분 농다치고개를 출발했습니다.

이촌역에서 중앙선전철로 갈아타 작년 12월에 개통된 양평역에서 하차했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정기산행에 참여한 28회 동문들과 인사를 나눈 후 20분가량 걸어 시외버스터미널로 옮겼습니다. 10시40분에 버스터미널을 출발해 설악으로 넘어가는 버스를 타고가다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농다치고개에서 내린 시각이 11시가 조금 못되어서였습니다. 시집가는 딸의 농을 지고 가다 길이 하도 좁아 여기저기 농이 부딪혔다하여 농다치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이 고개에서 간단히 산행계획을 설명한 후 소구니산으로 향했습니다. 아이젠을 차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들머리에서부터 길이 미끄러워 산행이 빠르지는 못했지만, 선후배동문 16명이 한 줄로 서서 산을 오르는 모습은 장관이었습니다. 가파른 길을 올라 도착한 헬기장에서 후미를 기다려 기념사진을 찍으며 5-6분가량 숨을 돌린 후 산 오름을 이어갔습니다.

 

 

 

  12시24분 해발800m의 소구니산에 올랐습니다.

헬기장에서 잠시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는 능선은 한강기맥 산줄기로 백두대간이 지나는 오대산의 두로봉에서 서쪽으로 갈라져 양수리의 한강에서 그 맥이 다할 때까지 남한강과 북한강을 가릅니다. 산행시작 40분 후 삼각점이 세워진 660봉에 올라 잠깐 숨을 고른 후 산 오름을 계속해 선어치고개에서 올라오는 능선 길과 만났고, 오른 쪽 봉우리 하나를 넘어 소구니산에 이르자 햇살이 따사롭고 바람이 불지 않아 쉬어가기에 딱 좋았습니다. 이 산 정상에서 몇 걸음 아래에 세워진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후 다 함께 점심을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24회 김주홍동문이 빠져 겨울산행의 진미인 오뎅국을 먹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못했는데 29회 정병기동문이 준비해와 맛있게 들었습니다. 점심시간이 길어져 13시12분에야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13시55분 해발862m의 유명산에 올랐습니다.

소구니산에서 깊숙한 안부로 내려가는 길이 가팔랐습니다. 이 길이 눈이 다 녹은 동사면을 지나기에 망정이지 잔설이 남아 있는 북사면을 지났다면 몇 명은 엉덩방아를 찧었을 것입니다. 안부에서 유명산으로 오르는 길에 하늘을 나는 패러글라이더들을 보았습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이 제게는 패러글라이딩입니다. 12년 전 집사람의 암이 재발되어 막 시작한 패러글라이딩을 그만둔 후로는 한 번도 하늘을 날아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아 있어서입니다. 평원지대를 지나 유명산에 오르자 용문산을 중심으로 좌우로 뻗어나가는 산줄기가 선명하게 잡혔습니다. 농다치에서 발을 들여 소구니산을 거쳐 유명산 바로 밑에 까지 밟아온 한강기맥은 남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용문산으로 이어지는데 유명산 정상에서 대부산 사이에 펼쳐진 넓은 초원을 지납니다.

 

 

 

  14시31분 유명산과 어비산 사이에 자리한 가일계곡으로 내려섰습니다.

유명산 정상에서 동진해 어비산 쪽으로 향하는 길은 계곡에 내려서기 직전까지 눈이 다 녹고 그간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인지 먼지가 풀풀 났습니다. 하늘을 날아 이동하는 선어야 이 길에서 먼지가 난들 괘념할 일이 아니겠지만 두 발을 땅에서 떼지 못하는 산 꾼들에는 참으로 짜증나는 길인 것입니다. 산행의 자연스런 흐름을 막는 계단을 멀쩡한 곳에다 마구 만들어놓으면서 정작 필요한 이곳은 그대로 방치해 산을 버려놓지 않을 까 적지 않게 걱정이 됐습니다. 농다치고개에서 계속해서 동쪽으로 이어진 길이 합수곡에 이르러 비로소  북쪽으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16시 정각에 가일리버스정류장에 도착해 겨울환송 산행을 매듭졌습니다.

오른 쪽으로 조금 올라가 왼쪽으로 산등성을 오르면 하늘을 나는 선어가 내려앉은 어비산(魚飛山)으로 이어지는 길이 갈리는 합수곡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서 이 겨울이 숨겨놓은 가일계곡을 만났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계곡물과 계곡에 내려앉은 빙설이 좀처럼 이 겨울을 잡고 놓아주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만, 조금 더 내려가자 한 가운데가 녹아 물이 찰랑대는 소(沼)를 보고나서 한 풀 꺾인 동장군이 기승을 멈출 날도 멀지 않았다 했습니다. 볕이 들지 않아 한 여름에도 서늘한 이 계곡을 지나는 길이 빙판이 져 많이 미끄러웠습니다.  동행한 한 분이 넘어져 얼마간 일어나지를 못해 걱정을 했는데 크게 다치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가운데가 녹아 얼음이 뻥 뚫린 박쥐소를 지난 지 얼마 안 되어 유명산자연휴양림 종합안내판이 세워진 넓은 길에 다다르자 이 계곡 어디엔가 깊숙이 숨어 막 꽃망울을 터드렸을지도 모를 복수초를 만나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주차장을 거쳐 가일리버스정류장에 도착해 이번 산행이 끝났다 했는데 양평으로 넘어가는 버스를 타려면 삼거리로 나가야한다 해 또 다시 차도를 따라 십 분가량 걸었습니다.

 

 

 

  16시 반이 조금 못되어 삼거리에서 15시50분에 청평을 출발한 버스에 올라 양평으로 옮겼습니다.

해장국 집에서 뒤풀이를 즐긴 후 양평역으로 나가 용산 가는 전철을 탔습니다. 회비를 면제받은 막내 김동희후배가 고맙다며 맥주 한 캔씩을 사서 돌렸습니다. 전철이라는 공공장소에서 맥주를 마시는 것이 뭣해 조금 주뼛거리다 승객들이 모두 산객들임을 확인하고 마음 놓고 마셨습니다. 주말이면 양평에서 서울로 들어가는 길이 엄청 막혀 용문산 일원의 산들을 산행지로 정하기가 어려웠는데 이렇게 산객들이 자리를 가득 채운 것을 보고 전철이 이 시대의 교통총아임을 다시 한 번 실감했습니다.

 

 

 

  전철 안에서 어비산에 내려앉은 선어의 행로를 추적한 것은 맥주 한잔에 도움 받아서입니다.

장락마을로 돌아온 선어를 보고 신선은 감격해 가까운 홍천강에다 놓아주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방생의 의미를 새겨보았을 것입니다. 홍천강에 방류된 선어는 북한강을 따라 양수리로 이동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역류해 남한강의 고향으로 돌아가 여생을 마쳤을 것입니다. 한 번 맛들인 종주산행을 끝내 잊지 못해 일 년에 한 두 번은 서너치고개에 올라 산줄기 위로 비행을 즐겼고 또 즐길 것입니다. 제가 다시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싶은 이유 중의 하나는 소구니산 상공에서 선어를 만나보고 싶어서입니다. 그래서 산줄기를 따라 마루금을 이어가는 종주산행을 열어준데 대해 고마움을 표하고 싶어서입니다. 이런 것이 요즈음의 화두인 소통의 참모습이겠다 싶습니다. 용왕과 산신령이 가슴을 열고 진정으로 소통하지 않고서는 물속에서 사는 고기가 뭍에서 되살아나 하늘을 날다가 산으로 내려앉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기에 하는 말입니다.

 

 

 

 

 

                                                                 <산행사진>

 

 

 

 

 

 

 

 

 

 

 

 

 

 

 

 

 

 

 

 

 

 

 

 

 

 

 

 

 

 

 

 

      

 

 

 

 

                                   유명산(1)


              *산행일자:2007. 6. 14일

              *소재지  :경기양평/가평

              *산높이  :유명산861m/어비산827m/대부산744m

              *산행코스:어비산장-어비산-유명산-대부산-동막계곡입구(화기물임시보관소)

              *소요시간:10시8분-16시10분(6시간2분)

              *동행    :나홀로

 


  2003년은 용문산의 웅장한 산세에 매료되어 이 산의 말산들을 하나하나 찾아 나섰던 한해였습니다. 이 해에만 세 번을 오른 유명산을 어제 다시 다녀온 것은 작년 12월에 개설한  블로그에 산행기를 올리고 싶어서였습니다. 그저 산이 좋아 정상을 오르는 것 외에는 별로 사진도 찍지 못했고 산행기를 쓴 다는 것을 엄두도 내지 못했던 때라 몇 가지 중요한 기록만 머리 속에 넣어두었다가 필요할 때 가끔씩 불러내곤 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오른 산이 100산을 넘지 않아 별반 문제되지 않았는데 기억용량이 점점 줄어들고 다녀온 산들은 계속 늘어나 더 이상 머릿속에 저장하는 것이 불가능해져 2004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사진도 찍고 산행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한 후배의 도움으로 개설한 블로그에 그동안 쌓아온 자료들을 모두 옮겨놓고 나자 전에 오른 많은 산들은 자료가 없어 블로그가 엉성하고 짜임새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료가 빠진 산들을 한산 한 산 찾아 오르면서 사진도 찍고 산행기를 쓰는 것을 올 한해 과제로 삼았습니다. 이 과제를 하나하나 해나가면서 새삼 느끼는 것은 산은 옛 산 그대로인데도 언제 올랐었느냐는 듯이 마치 처음 오르는 산처럼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인다는 점입니다. 이는 옛날에는 정상 등정을 목표로 삼은 결과중심의 산행을 해왔다면, 산행기를 쓰고 나서는 산을 오르는 과정 하나하나를 소중히 생각하는 산행 그 자체에 무게를 두기 때문일 것입니다.


  몇 번이고 유명산을 오르면서 새삼 고맙게 느끼는 것은 용문산의 넓은 도량입니다.

9백m대의 폭산, 8백m대의 유명산, 어비산, 봉미산, 중미산과 중원산, 7백m대의 소구니산과  대부산, 6백m대의 통방산과 청계산, 그리고 5백m대의 옥산 등이 여기 용문산과 가까이 있지 않고 다른 고산에 붙어 있다면 **산이라는 어엿한 산 이름을 절대로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제석봉, 연하봉, 영신봉, 덕평봉, 토끼봉, 반야봉과 노고단 등 모두 1,500m가 넘는 고봉임에도 지리산의 협량으로 산 이름을 얻지 못했고, 지난 주 호남정맥 종주 차 오른 도솔봉, 따리봉, 형제봉, 억불봉 등 높이도 만만찮고 자태도 수려한 봉우리들이 광양의 백운산에 붙어 있는 한 앞으로도 계속해 **봉으로 불릴 것입니다. 용문산이 아니었다면 해발고도 862m의 봉우리로 유명산의 산 이름을 얻는 것은 턱도 없는 일이기에 이 산이 산림청에서 선정한 명산 100산에 들어가는 일 또한  절대로 없었을 것입니다. 아무리 높은 고산에도 그 산 이름으로 자리한 절이 없는데  유독 용문산만은 그 남동쪽 기슭에 용문사라는 고찰이 자리 잡고 있는 것만 보아도 이 나라 스님들이 용문산의 넉넉한 마음 씀을 얼마나 높이 사고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침10시8분 가일리의 어비산장 앞 들머리에서 하루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상봉터미널에서 아침8시에 출발하는 유명산 행 첫 버스에 올랐는데 손님이 저 혼자였습니다. 청평에 가서야 설악 가는 손님 몇 분을 태웠을 정도이니 당국의 지원이 없었다면 벌써 노선이 폐지되었을 것입니다. 상봉터미널 출발 1시간 반 만에  유명산 종점 바로 못 미쳐 가일리삼거리 정류장에서 하차해 왼쪽으로 난 포장도로를 따라 30분 남짓 걸었습니다. 어비1,2교를 모두 지나서 어비산장 앞에 다다라 잠시 숨을 돌린 후 오른 쪽의 어비산 정상으로 오르는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장마철에는 물이 흘러내려 갔을 수로의 돌길을 따라 얼마고 오르자 돌길이 임도수준의 넓은 흙길로 바뀌면서 수종도 잣나무에서 참나무 등 잎이 무성한 활엽수로 바뀌었습니다. 들머리를 출발한지 40분이 조금 지나 오른 쪽 계곡에서 올라오는 산길과 합류하는 능선삼거리에 오르자 주위에는 다시 잣나무들이 들어섰습니다. 7-8분을 더 걸어 넓은 흙길이 끝나는 725봉에 오르자 때맞추어 불어오는 산바람과 정면으로 맞서기가 힘들어서인지 밑에서부터 동행해 온 날 파리들이 소리 없이 사라졌습니다. 


  11시 27분 해발827m의 어비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725봉에서 장마가 지면 물고기들이 뛰어 넘는다는 어비산의 정상에 이르기까지 봉우리 3개를 넘느라 길은 좁아졌지만 고도차가 별로 나지 않고 암봉은 우회해 힘든 줄 몰랐습니다. 725봉에서 소나무 몇 그루의 줄기사이로 보였던 유명산의 정상봉이 정상에 오르는 동안 두서너 번 더 보였습니다. 커다란 노송 몇 그루가 몸을 뒤틀며 지켜선 능선 길 아래 우측 사면이 계곡으로 떨어지는 급경사면이었고 계곡 건너 유명산의 곧추선 절벽이 계곡을 더욱 깊게 만들었습니다. 삼각점이 세워진 정상에 올랐어도 나무 잎이 무성해 하늘을 빼고는 아무 것도 볼 수 없었습니다. 4년 전 입구지계곡으로 내려섰다가 유명산 가는 길을 찾지 못해 소나기를 맞으며 산등성을 타고 오르느라 엄청 고생해 이번에는 몇 번이고 개념도를 보면서 유명산 가는 길을 가늠해보았습니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고 정상에서 갈라지는 두 길 중에서 서쪽으로 난 유명산 자연휴양림행  길을 놔두고 용문산으로 향하는 남쪽 길로 잘 못 들어서 한참 후 되돌아오느라 20분을 까먹었습니다. 11시56분에 정상에서 서쪽 휴양림 길로 들어서 계곡으로 내려섰습니다.


  12시35분 입구지계곡으로 내려섰다가 합수점에서 바로 유명산 정상으로 향했습니다. 

어비산 정상에서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이 경사가 급했습니다. 결국 4년 전에 내려온 길로 다시 내려와 계곡을 건넜는데 그 때는 그 근처에서 유명산 정상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해 하는 수 없이 산등성으로 바로 치고 올라가느라 고생했지만 이번에는 계곡을 건너 2-3분 밑으로 내려가 합수점을 만나 왼쪽 위로 난 정상 가는 길을 쉽게 찾았습니다. 합수점에서 20분을 올라 정상 전방 0.8Km 지점 조금 못 미친 산 중턱에서 점심을 들면서 20분 가까이 쉬었습니다. 계곡이 깊고 아름답다고 널리 알려져서인지 입구지계곡으로 하산하는 산객들이 꽤 많았습니다.


  13시50분 해발 861m의 유명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산길 오른 쪽으로 밧줄을 쳐놓은 정상 전방0.8Km 지점에 이르자 된비알의 오름 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한참을 오른 후 시야가 트이는 구릉에 올라서자 동쪽의 어비산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황토 길의 마지막 언덕을 올라 돌탑이 세워진 유명산 정상에 다다르자 70대의 노인들 몇 분들이 야호 하고 외쳤습니다만 그 소리가 크지 않아 유명산을 울리지는 못했습니다. 수량이 풍부하고 소가 깊은 계곡으로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시원하게 펼쳐진 능선을 바라보며 달랬습니다. 산림청에서 세운 정상석이 이 산의 이름이 마유산이 아니고 유명산임을 일러주었습니다. 옛날에는 정상 주변의 넓은 초원에서 말들이 풀을 뜯어 먹으며 놀았다하여 마유산으로 불렀는데 1973년 자오선종주탐험대가 이 산을 지나면서 홍일점대원인 진유명씨의 이름을 따 유명산으로 고쳐 부른 데서 이 산이 두개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 같습니다. 국립지리원에서 펴낸 1/5만 지형도에도 유명산으로 표기된 만큼 김형수님이 펴낸 “한국400 산행기”의 마유산은 유명산으로 수정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입니다. 정상에서 둘러본 유명산의 산세는 자오선종주탐험대가 산 이름을 고쳐 부를 만큼 수려하고 장대했습니다. 특히 서쪽 맞은편으로 남쪽의 백운봉에서 시작되는 산줄기가 용문산을 거쳐 북쪽의 왕터산까지 거의 일직선으로 이어져 그 장대함이 볼만했습니다. 동쪽에 자리한 소구니산은 한강기맥 종주 시에 오르기로 하고 이번에는 대부산을 오르고자 14시 정각에 정상을 출발했습니다.


  14시41분 해발744m의 대부산을 올랐습니다.

정상에서 배너미고개로 이어지는 차도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습니다. 정상 바로 아래 행글라이딩 활공장으로 쓰이는 둔덕을 왼 쪽으로 돌아서자 넓은 초원이 전개됐습니다. 1990년도 산행기를 보면 고랭지 채소밭이 분명한데 지금은 풀밭으로 변해 초록의 억새들이 바람에 출렁이며 장관을 연출해 잠시 멈춰 서서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저토록 투박한 줄기에서 어찌 저리도 화사한 꽃이 필 수 있을까 싶은 자주색의 엉겅퀴 꽃들이 눈에 자주 띄었으며 순백색의 찔레꽃이 내보여주는 순박함과 바로 대비되었습니다. 큰 길에서 오른 쪽으로 이어지는 한강기맥과 헤어져 왼쪽 숲길로 들어섰습니다.  봉우리 하나를 넘어 대부산을 올랐으나 울창한 나무숲이 앞을 가려 좁은 공터의 정상에 세워진 표지석을 빼놓고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습니다. 지도를 꺼내 북동쪽으로 난 풀 숲길이 동막계곡으로 내려서는 하산 길임을 확인하고 배낭 속의 장갑을 꺼내 낀 후 대부산 정상을 떴습니다.


  15시23분 이제껏 걸어온 능선에서 오른 쪽 계곡으로 내려섰습니다.

정상에서 북동쪽으로 이어진 가파른 능선 길에는 멧돼지(?)의 분뇨와 흙을 판 흔적이 뚜렷했지만 사람들이 다닌 자취는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생각대로 길은 희미했고 길 찾기에 신경이 쓰여 하산 길이 더뎠습니다. 지도상의 하산 길 방향과 나침판의 방향이 일치하여 조금 더 내려가면 큰 길을 만나겠다는 확신이 서 무섭거나 걱정되지 않았습니다. 낙엽이 소북이 쌓인 길에서 남은 김밥 한 줄을 마저 먹으며 7-8분을 쉬었는데 이 쉼이 이번 산행에서 가장 평화로웠던 시간이었습니다. 길도 조금 넓어져 안심이 되었고 따가운 여름햇살은 나뭇잎이 가려주어 그늘진 낙엽위에 주저앉아 잠시나마 망중한을 즐긴 동안은 시간이 멈춰선 듯 했습니다. 다시 일어서 얼마고 내려서자 긴급구조안내판이 나타나 절대 안심했습니다. 오른 쪽 아래 계곡 상류에서 왼쪽으로 계곡을 따라 10여분을 내려가 계곡을 건넜습니다.


  16시10분 37번 국도가 지나는 동막계곡입구에서 하루 산행을 끝냈습니다.

계곡 건너 바위에 짐을 내려놓고 모처럼 느긋하게 20분 가까이 발을 닦았습니다. 깊은 산속의 계곡물은 여전히 차가웠습니다. 고개에서 시작해 고개에서 끝내는 능선종주 시에는 어디서도 물을 만날 수 없어 참으로 두 발에 미안한 노릇인데 이번처럼 하산 길에 계곡물을 만나 하루 종일 고생한 두 발을 담글 수 있다면 그래도 그날은 두발에 미안함을 확실히 더는 날입니다. 탁족을 끝낸 후 임도로 올라서고 나서는 하산 길이 한결 수월했습니다. 동막계곡과 만나는 합수점에서 얼마고 더 내려가 산허리를 감아 도는 37번 국도로 내려섰습니다. 오른쪽으로 조금 내려가자 동막계곡 입구의 화기물임시보관소가 나타났고 길 건너 청산칼국수팬션 음식점에 들러 하산주로 맥주 한 병을 시켜들었습니다. 산행을 끝내고 안주 없이 혼자 마시는 하산주로는 맥주 1캔이 딱 좋은데 캔 맥주가 없다하여 병맥주를 시켰더니 시원한 맛도 떨어지고 양도 너무 많은 듯 했습니다. 맥주를 다 마시고나서 주인할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그대로 앉아 있지 못하고 버스가 오면 손을 흔들어 세우고자 차도로 나가섰으나 햇살이 뜨거워 한자리에 오래 서있는 것이 고통스러웠습니다. 설악에서 16시50분에 출발하는 양평행 버스가 이곳을 지날 때까지 반시간동안을 마냥 서있을 수 없어 저 아래 버스정류장까지 부지런히 걸어 내려갔습니다. 한화콘도 길과 만나는 삼거리를 조금 지나 버스 정류장에 다다르기까지 땡볕을 쪼여가며 20분여 포장도로를 걸었는데 숲 속의 산길을 몇 시간 걷는 것보다 훨씬 더 짜증이 났습니다. 미국의 시인 조이스 킬머가 읊은 대로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는 하느님이 만드신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그동안 몇 번 정상을 오른 산이지만 4년 전에 심하게 알바를 한 어비산에서 계곡으로 내려섰다가 유명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을 확실히 알았고, 대부산 정상에서 37번국도와 만나는 동막계곡까지 하산 길로 처음 내려와 저 나름대로 어비산-유명산-대부산을 연이은 산행코스를 익혀두어 가슴 뿌듯했습니다. 이 산들에 산 이름을 내려준 용문산에 대표봉인 유명산을 대신해 감사인사 전하며 산행기를 맺습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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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팔봉산 산행기  (0) 2007.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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