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산림청선정 명산100산/명산100산 탐방기

73.백운산 산행기(1-2, 광양)

시인마뇽 2007. 6. 11. 14:41

                                                                 (2)백운산

 

                                                

                                                *산행일자:2013. 4. 20일(일)

                                                *소재지 :전남광양

                                                *산높이 :1,218m

                                                *산행코스:진틀마을주차장-진틀삼거리-백운산

                                                             -신선봉-진틀삼거리-진틀마을주차장

                                                *산행시간:11시40분-17시10분(5시간30분)

                                                *동행 :경동고24회 명백회회원 20명

 

 

 

  1970년대 초 처음으로 시골 중학교에 부임해 물상을 가르쳤습니다. 대학에서 전공한 과목은 화학이지만 중학교 과학은 물상과 생물로 나누어져 화학만을 따로 가르칠 수는 없었습니다. 생물과목에 속하지 않는 모든 내용은 모두 물상으로 들어가 이 과목에는 제가 전공한 화학 외에도 물리와 지구과학이 더 들어있었습니다. 물리는 화학과 인접한 학문이어서 ‘일반물리’외에도 ‘물리화학‘ 등 몇 과목을 들었지만, 지구과학은 그렇지 않아 겨우 ‘일반지구과학’ 3학점만 이수했습니다. 이런 정도로 지구과학의 한 분야인 ‘물의 순환’을 가르치기가 쉽지 않아 애를 많이 먹은 일이 어렴풋이 생각난 것은 이번에 오른 백운산에서 예상치 못한 눈을 만나서였습니다.

 

  구름과 눈의 생성은 물의 순환 과정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하늘에서 내린 비는 극히 일부분 땅 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이루고 많은 양은 물줄기를 따라 내로 그리고 강으로 흘러들어가고, 이렇게 흘러든 물은 바다로 흘러갑니다. 물의 일생이 이렇게 끝난다면 온 세상은 물난리로 시끌벅적할 것입니다. 흘러간 물이 우리 곁으로 다시 흘러올 수 없는 것은 물은 그 양과 관계없이 높은 데서 낮은 데로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이리되면 우리의 상공에서 내릴 비가 없어집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구름입니다. 물은 항상 그 표면에서 증발이 일어납니다. 수증기로 변화한 물은 하늘 높이 올라가 구름을 만듭니다. 구름을 전후좌우로 이동시키는 것은 바람입니다. 바다에서 증발된 수증기가 구름이 되어 육지 상공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은 바람 덕분입니다. 구름이 제 몸무게를 못 이겨 지상으로 떨어지는 것이 비 또는 눈입니다. 바다의 물을 대륙으로 대량으로 이동시키는 일은 고맙게도 태풍이 맡습니다. 물이 증발되어 구름이 되고 구름이 응결되어 비나 눈이 되어 내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물은 또다시 증발되어 구름이 되는 과정을 반복하는 순환을 통해 지구상의 물은 동적 평형을 이루는 것입니다.

 

  전남광양의 백운산(白雲山)은 남해가 멀지않은 한반도 남쪽 끝머리에 자리한 고산입니다. 봄의 한 가운데 자리한 4월이 스무날을 맞았는데도 벌써 떠났을 겨울에 이 산은 아직도 눈을 태워 보내지 않았습니다. 봄과 겨울이 공존하는 것을 평화라 칭한다면 겨우 내내 숨죽였다 모처럼 고개를 살짝 들은 새싹들은 이 위장평화에 속아 목숨을 잃을 위험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하얀 눈에 덮여 고개만 간신히 내밀고 있는 새싹들이 저 상태로는 오래 버틸 수 없을 것입니다. 방풍의를 껴입은 저희들도 한 시간 가량 앉아 점심식사를 하면서 점증하는 냉기에 몸이 떨고 있는데 파릇파릇한 새 순이 이 추위를 견뎌낸다는 것은 정말 지난한 일로 보였습니다.

 

  이 산에 백설(白雪)을 내리게 한 것이 다름 아닌 백운(白雲)이라는 것은 앞서 살펴본 물의 순환에서 이미 밝혀진 사실입니다. 이 산 이름이 백운산(白雲山)인 것이 구름이 많아서라면 이 산에 비 또는 눈이 많이 내리라는 것은 누구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4월 하순에 이 산을 오르면서 비를 맞았다면 그럴 수 있다 싶어 할 텐데 고개를 갸우뚱한 것은 비가 아니고 눈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이 산이 해발1,200m를 넘는 고산이어서 바닷가보다 7도 이상 기온이 낮다는 것을 고려했다면 이 산을 오르면서 눈을 만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인데도 저희 모두 놀라워한 것은 산행안내 책임을 맡은 저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부끄러웠습니다.

 

  오전11시40분 진틀마을 주차장을 출발했습니다. 사진애호가 대 여섯 명의 친구들은 버스에서 내리지 않고 순천의 정원박람회로 직행했고 스무 명의 등산애호가들은 두 시간 거리의 백운산 정상을 향해 병암계곡 길로 들어섰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눈이 펄펄 내리는 것을 보고 얇은 봄옷을 입고 산행을 강행해야할 지 고심했는데 눈 대신 비가 살짝 내려 다행이었습니다. 들머리를 떠나 병암계곡 길을 지나면서 물소리가 제법 크게 들려와 백운산이 역시 고산이다 했습니다. 봄이 불러들인 연록색의 나뭇잎들을 보고 떠나버린 겨울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은 터라 고속도로에서 눈을 맞은 일을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계곡 길을 따라 올랐습니다.

 

  12시48분 신선봉과 정상으로 길이 갈리는 진틀삼거리에 이르렀습니다. 염려했던 눈비는 세가 약해져 잔비만 내려 그냥 맞고 걸을 만했습니다. 계곡이 끝나는 진틀삼거리로 가는 길은 경사가 급하지 않아 계곡 가에 내려앉은 봄을 완상하며 오르기에 딱 좋았습니다. 왼쪽으로 신선봉 가는 길이 갈리는 진틀삼거리에서 첫 쉼을 가진 후 오른 쪽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길을 능선으로 올라섰습니다. 움푹 들어간 계곡을 따라 낸 길을 걸을 때와는 달리 능선에 오르자 바닥을 덮은 눈이 보였습니다. 오른쪽으로 억불봉 길이 갈리는 능선삼거리에 이르자 백설이 길을 완전히 덮어 사방을 둘러보아도 도시 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잠잠하던 하늘에서 눈이 내려 저도 모르게 서서히 겨울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14시15분 해발1,218m의 백운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정상이 가까워지자 길 왼쪽으로 안개에 가려 끝이 보이지 않은 암벽이 보였고 머리 위로 이 산 정상의 거암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날씨가 좋았다면 산 아래 섬진강과 먼발치로 남해바다가 보였을 터인데 이 산 정상에 머물고 있는 백운이 시야를 가려 뭣 하나 제대로 조망하지 못했습니다. 표지석이 세워진 정상에서 급하게 사진을 찍은 후 밧줄을 잡고 내려가 이내 바람이 닿지 못하는 아늑한 곳에 이르렀습니다. 먼저 도착해 자리를 잡은 선두팀원들은 점심 식사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하산을 시작했고 저를 포함한 후미의 몇 명들은 뒤늦게 점심을 들어 허기진 배를 채웠습니다. 50분가량 점심을 들고 나서 15시가 조금 넘어 신선봉으로 향했습니다.

 

 

  16시8분 3시간 여전에 지난 진틀삼거리에 내려섰습니다. 백운산 정상에서 신선봉에 이르는 능선은 호남정맥의 마루금으로 2007년 이번 산행의 선두를 맡은 이규성 교수와 함께 한 번 걸은 일이 있습니다. 그 때는 신선봉에서 직진해 한재로 내려갔는데 이번에는 구름 속에 몸을 숨긴 신선봉 바로 아래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진틀삼거리로 내려갔습니다. 점심 식사를 하느라 1시간 가까이 가만히 앉아있는 동안 온 몸을 휘감았던 으슬으슬한 냉기는 신선봉을 지나고도 한참동안 지속되어 겨울산행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준비부족을 자성했습니다. 얼마 후 눈이 녹아 질펀해진 길을 지나느라 바짓가랑이에 잔뜩 흙을 묻힌 후에야 진틀삼거리에 다다를 수 있었습니다.

 

  17시10분 진틀마을 주차장에 도착해 하루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오름 길의 삼거리가 갈림의 삼거리였다면 하산 길의 삼거리는 모임의 삼거리여서 진틀삼거리부터는 갈라진 두 길이 모여 만든 한 길로 내려갔습니다. 이렇듯 갈림과 모임이 하나일진데 68년에 갈라진 남북이 끝내 다시 모이지 못해 북쪽의 대간 길을 이어가지 못 하는 것을 못내 서러워하고 있습니다. 하산 길에 답곡계곡 건너편에 자리한 산줄기를 덮은 백운을 보았습니다. 도솔봉에서 남쪽으로 내뻗은 이 산줄기를 가리고 있는 흰 구름이 펼쳐보이는 풍경이 담담한 색채의 수채화를 닮은  듯했습니다. 대기 중인 버스가 선두보다 한 시간 이상 늦게 도착한 후미들을 실고 향한 곳은 광양 읍내의 한 음식점이었습니다. 동행한 한 친구 덕분에 이 음식점에서 입에서 살살 녹는 연한 한우를 를 마음껏 든 후 광양을 출발해 11시를 넘겨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고교 졸업 후 처음으로 한 친구를 만났습니다. 학교 다닐 때도 한 반을 같이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 이름만 알았을 뿐 서로 통성명을 하지 못했으니 난생 처음 만났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성이 같은 동문이 이 친구밖에 없다는 것을 안 것은 졸업앨범을 보고나서였는데 우(禹)씨가 워낙 희성이라서 한 번 만나 인사를 나누고 싶었지만 제가주변머리가 없어 이제껏 그런 기회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이 친구는 졸업 후 저의 큰일에 꼬박 경조금을 보내왔습니다. 두 아들을 장가보낼 때는 축의금만 보내왔지만 13년 전 집사람을 먼저 보낼 때는 문상을 왔었다는 데 경황 중에 만나서인지 저는 기억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친구가 자기 큰일에는 동창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아 이제껏 감사의 뜻을 전할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일방적으로 받기만 해 이 친구에 영 미안했는데 이번에 같이 버스를 타고 가 그동안의 후의에 고마움을 표할 수 있었습니다. 이 친구의 온후한 인상에서 60대 중반의 인품이 느껴졌고 동창들이 전하는 호평이 명불허전이다 했습니다. 반갑고 고마운 이 친구를 만나게 해준 백운산에도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합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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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운산(1)

 

               *산행일자:2007. 6. 6일

               *소재지  :전남광양

               *산높이  :백운산1,218m

               *산행코스:지계교-외회갈림길안부-매봉-백운산-신선대-한재-논실

               *산행시간:8시-17시20분(총9시간20분/구간종주7시간20분)

               *동행    :경동고 이규성동문 

                                            

 

   달포 만에 호남정맥 종주 길에 다시 나섰습니다.

지난 달 첫 산행에서는 정맥까지 왔다 갔다 하는데 드는 시간과 돈을 아끼고자 이틀 연속 마루금을 밟아서인지 허리가 아프고 옆구리가 결려 서둘러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X-Ray를 판독한 의사선생께서 별 이상이 없다며 처방해준 약을 먹었더니 두 곳의 이상증세가 감쪽같이 사라져 산행을 계속 할 수 있었지만 무리한 산행은 일단 피하겠다는 생각에서 정맥종주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그렁저렁 한달 여 쉬었습니다. 이러다가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오면 올 여름은 그냥 주저앉을 것 같아 달이 바뀐 것을 기화로 벌써부터 백운산 정상을 오르겠다고 별러온 고교친구와 둘이서 호남정맥 종주 길에 올랐습니다. 백두대간상의 영취산에서 서쪽으로 갈라져 나온 커다란 산줄기가 3정맥 분기점인 565봉에서 다시 갈라져 호남정맥을 일구어 남쪽으로 내닫다가 광양의 백운산에서 끝나는 것으로 기록된 여암 신경준의 산경표에 따른다면 백운산을 오르는 이번 산행이 사실상 호남정맥 종주산행의 시작인 셈인데 제가 굳이 바다에 접한 망덕산에서 출발한 것은 호남정맥에서 가장 높은 백운산을 아무런 뜸도 들이지 않고 바로 후다닥 오르는 것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였습니다. 


  아침8시 외회마을의 장안민박집 앞 다리에서 하루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순천역에서 택시를 타고 광양으로 옮겨 터미널과 가까운 농협 건너편 정거장에서 회계가는 첫 버스인 30번 시내버스를 25분이나 기다렸어도 오지를 않아 별 수 없이 진상까지 버스타고 가서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회계로 갔습니다. 어엿한 정류장을 들르지 않고 그냥 가버린 버스회사에 분통이 치밀어 올라 이를 삭이느라 아침부터 힘들었습니다. 외회마을에 도착해 장안민박집 앞의 다리를 건널 즈음 제 나이 즈음의 남자 한분이 건너갈 수 없다고 버럭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사유지이니 다른 길로 돌아가라는 주인분의 고성에 세상에 버젓한 길을 가로막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맞고함으로 대응하다가 고성을 낮추고 주인분의 이야기를 들어본 즉 길을 막은 사연은 이러했습니다. 다리 건너 민박집을 하는 주인분이 정성들여 재배하는 동산의 고사리를 관광버스를 타고 온 한 떼의 산객들이 산으로 들어가서 모두 따갔다는 주인분의 이야기를 듣고 나자 그들의 몰지각한 소행에 저도 화가 났습니다. 법 이전에 생존차원에서 길을 내줄 수 없다고 고집하는 주인 분에 저희들은 그런 사람들이 아님을 한참 동안 설명 드리고 화를 내서 죄송하다며 사과를 했더니 심기가 풀린 주인분이 길을 내주어 가파른 시멘트 길을 지나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지난번에 하산한 외회갈림길 안부에 다다라 잠시 쉬면서 한강에서 뺨 맞고 종로에서 화풀이한 저의 속 좁은 소갈머리를 부끄러워했습니다.


   8시36분 외회갈림길 안부에서 왼쪽으로 꺾어 호남정맥 종주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여기 안부의 높이가 360m대이니 860m는 더 올라가야 백운산 정상에 이르게 되어 이번 산 오름이 쉽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커다란 바위의 437봉을 지나 십자안부 천황재를 지났는데 양쪽으로 내려서는 길이 하도 희미해 이 고개가 지도상에 나와 있는 천황재가 정말 맞는 가 의심이 갔습니다. 삼각점이 세워진 헬기장의 512.3봉에서 연초록의 새 가지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키 작은 소나무 여러 그루를 만나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우리나라 산림의 41%를 점하고 있는 소나무 숲이 위기를 맞는 것은 재선충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소나무가 우리 산림의 대표적 수종이 된 것은 다른 나무들보다 양분과 수분이 적게 들어 우리나라 기후와 토양에 잘 적응해서도 그렇지만 난방용 땔감으로 나무가 주로 쓰였던 옛날에는 한번 베어내면 그 밑동에서 다시 줄기가 자라지 않는 소나무보다는 새로운 줄기가 끊임없이 돋아나는 참나무 등이 더 많이 쓰였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땔감으로 나무들이 쓰이지 않는 요즈음 천이싸움에서 밀려 극상림의 자리를 참나무에 내주어야하는 소나무를 보노라면 왠지 모르게 초록의 싱그러움도 잃은 듯하고 가지도 축 늘어져 보기에 안쓰러웠는데 곧고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 어린 소나무를 만나보자 정말 반가웠습니다.


  10시40분 해발 865.3m의 매봉을 올랐습니다.

512.3봉에서 직진하여 오른 적송지대의 588봉에서 오른쪽 길로 내려섰다 840능선으로 오르는 중 눈에 띈 길바닥의 빨간 버찌열매에 전혀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절대적으로 당분이 부족했던 옛날에는 언 땅이 녹기시작하면 칡뿌리를 캐는 것으로 시작해 버찌와 오디와 산딸기를 따먹고자 산에 자주 올랐습니다만, 갖가지 과자와 음료 등 단 맛의 주전부리 감이 넘쳐나는 요즈음 달콤한 열매를 따먹고자 산에 오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능선삼거리에서 왼쪽 능선 길을 따라 올라 삼각점이 매설된 매봉에 다다랐으나 나뭇잎에 시야가 가려 아무 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매봉에서 내려섰다 바로 오른 구릉에서 오른 쪽 길로 진행해 827봉에 올랐습니다. 827봉에서 백운산으로 향하는 중 백운산을 올랐다가 하산하는 젊은이를 만나 외회로 내려가는 길을 알려줬습니다.


  12시53분 묘지가 들어선 1115봉에서 조금 내려서 그늘진 곳에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젊은이와 헤어진 지 얼마 안 되어 긴급구조안내판에 매봉으로 잘 못 적어 넣은 헬기장의 1016봉에 올랐는데 백운산 정상은 여기서도 3km 떨어져 있어 꽤 멀리 느껴졌습니다. 이번 구간의 끝 지점인 한재에서 왼쪽 논실로 내려가 21-3번 시내버스를 타야 광양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13시50분 다음 버스가 18시20분에나 있어 산행을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다는 판단이 섰고, 그래서 그동안 참아왔던 친구가 커다란 카메라를 꺼내들고 본격적으로 사진 찍기에 나섰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 사진을 찍고자 일반렌즈를 접사용렌즈로 바꿔 끼고 나서 가만히 주시하고 있다가 한 순간을 잡아 촬영을 하는 친구에게서 산사진전문가가 되겠다는 열의를 읽었습니다. 자연 산행이 더뎌져 앞서 오른 한 분이 20분 걸린 길을 1시간 가까이 걸려 1115봉에 도착했습니다만 길섶의 야생화도 모처럼 임자를 만나 아름다운 자태를 뭇 사람들에 자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겨서인지 청아한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는 듯 했습니다. 40분 넘게 점심을 들면서 모처럼 편하게 쉰 후 13시37분 자리를 떴습니다.


  14시20분 해발1,218m의 백운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하늘은 푸르렀고 햇살은 따가웠지만 바람이 선선했고 정상이 암봉으로 되어있어 시야가 탁 트였고 시원했습니다. 점심식사를 끝내고 20분 가까이 올라 전망바위에 올라서자 이제껏 걸어온 능선 길이 한 눈에 잡혔습니다만 남동쪽의 뾰족봉과 북동쪽의 삼각봉이 어느 산인지 가늠되지 않았습니다. 지도를 꺼내보니 남동쪽의 높은 봉은 억불봉인 듯 했으나 또 다른 한 봉은 확인을 할 수 없어 답답했습니다. 먼발치의 나무 꽃들이 하얗게 만발해 주위가 환했는데 백운산을 오르는 중 가까이에서 관찰한 결과 산딸나무꽃으로 꽃송이도 크고 생김새도 시원시원해 앙증맞은 풀꽃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전망바위에서 물이 흐른 흔적이 분명한 길을 올라 커다란 암봉의 백운산 정상에 다다랐습니다.


  백운산은 역시 호남정맥 최대의 거산이었습니다.

동서로 이어지는 호남정맥 산줄기가 거대했고 이만한 높이에 자리한 바위로는 보기 드물게  그 규모도 엄청 컸습니다. 그 많은 백운산 중 높이로는 함백산에서 가지 친 강원도 영월의 백운산이 1,426m로 제일 높지만 한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이곳 백운산이 광양의 제철공장에 용수를 대주고 산자락 여기저기에 전국 최고의 매실단지가 들어선 데다 생명수 고로쇠도 생산해 이만하면 웅장한 산세를 빼놓고라도 여러 백운산들을 대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쫓비산을 오르며 보았던 암봉은 이제와 다시 보니 백운산이 아니었고 이산이 동쪽 멀리에 망을 세운 억불봉(?)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서쪽의 신선바위는 지근거리에 놔두면서도 억불봉을 멀리한 것은 암봉들도 가까이에 놓아두면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친구가 이 산에서 가장 찾아보고 싶은 꽃나무는 히어리이고 가장 만나보고 싶어 하는 산객분도 한국의 산하에 글을 올리는 히어리님이기에 이 산에 오르기 전 이분의 백운산 산행기 몇 편을 읽었습니다. 백운산하면 이분의 이름이 첫 번째로 연상되는 것은 산행기를 읽고나서 이 분의 백운산 사랑이 다른 분들보다 단연 앞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북쪽 멀리 포진한 지리산 주능선이 보이지 않아 아쉬워하면서 14시32분에 백운산 정상을 떴습니다.


  15시 54분 해발 860m의 한재로 내려서 3구간 종주산행을 마쳤습니다.

정상에서 암릉을 왼쪽으로 우회해 신선대로 옮기는 중 등산객들을 또 만나 백운산의 명성이 헛되지 않음을 확인했습니다. 철계단을 오르내려 올라선 신선대에서 10분을 쉬면서 부지런히 능선 길과 봉우리를 카메라에 옮겨 실었습니다. 신선대에서 반시간 가까이 걸어 헬기장에 다다르자 목덜미를 내리쬐는 여름햇살이 뜨겁게 느껴졌습니다. 헬기장을 또 지나고 편안한 길을 걸어 장송이 들어선 한재로 내려서자 차가 지나다녀도 충분할 만큼 넓은 도로가 고개를 가로 질러 광양의 논실과 구례의 다압하천을 이어주었습니다.


  17시20분 논실 버스종점에서 하루 산행을 끝냈습니다.

한재에서 논실로 내려가는 길은 좌우의 서울대학교연습림 사이로 낸 넓은 길로 시멘트길과 맨 흙길이 번갈았습니다. 가다가 쉬기를 반복하면서 모처럼 느긋하게 사진을 찍은 친구가 찔레꽃 사진을 여러 커트 찍고 나서 장사익님의 노래를 떠올리는 것을 보고 1960년대 고교생으로 서울시내 유수대학 백일장을 휩쓸었던 이 친구의 문학적 상상력을 너무 오래 잠재웠다 했습니다. 하산 중에 계곡으로 내려가서 발을 닦으며 시간을 죽였어도 논실에 너무 일찍 도착해 일 없이 한 시간을 기다리기가 무료할 것 같아 잠시 쉬었다가 차도를 따라 얼마고 더 걸었습니다. 광양시내로 돌아와 친구는 제게 저녁을 산 후 서울로 돌아갔고 저는 찜질방에서 머무르며 다음 구간 산행을 준비했습니다.


  산경표상의 호남정맥 끝 지점인 백운산 산행을 겸한 이번 산행은 오랜 지기와 함께 해 힘든 줄 몰랐습니다. 흰 구름이 이산 고스락에 걸치지는 않았어도 묵직한 바위만으로도 멀리서는 허옇게 보일지도 모를 여기 백운산이 저희들의 산행을 지켜보았다면 속세의 사람들도 흰 구름처럼 마냥 떠돌며 가볍게만 사는 것이 아니고 오랫동안 우정을 나누며 바위처럼 묵직하게 사는 법도 깨우쳤구나 하고 고개를 끄떡였을 것입니다. 이 산에 사는 야생화와 나무들, 또 산새와 짐승 등의 산식구들에 저희들처럼 산을 아끼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산속에 있는 동안은 모든 산객들도 똑같이 산 식구라고 일러 주었을 것입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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