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산림청선정 명산100산/명산100산 탐방기

72.팔봉산 산행기

시인마뇽 2007. 6. 2. 23:41
                                        팔봉산 


             *산행일자:2007. 5. 31일

             *소재지  :강원 홍천

             *산높이  :302m

             *산행코스:팔봉산매표소-3봉(정상봉)-8봉-홍천강변-매표소

             *산행시간:11시5분-14시50분(3시간45분)

             *동행       :나홀로

 

          

 

  바위와 강이 어우러져 빚어낸 풍광만으로 명산 100산의 반열에 오른 산을 들라하면 단연 강원도 동강의 백운산과 홍천강의 팔봉산입니다. 동강이 끼고 도는 영월의 백운산만으로도 최고의 산수화가 되는데 산림청에서 굳이 해발302미터의 나지막한 팔봉산을 명산 100산에 추가한 것은 백운산이 흉내 낼 수 없는 팔봉산만의 특색이 있기 때문입니다. 동강에 접해 곧추선 백운산의 직벽바위는 강 건너서 바라볼 수만 있을 뿐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바위라면 홍천강이 휘도는 팔봉산의 바위는 두 손으로 부둥켜안고 두발로 오르내리는 정감 가는 바위입니다. 또 서울 등 대도시에서 접근이 용이한 데다 강폭이 넓고 모래사장도 적당히 있어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팔봉산의 홍천강이 한 수 위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제 82번째로 찾은 명산은 강원도 홍천의 팔봉산입니다.

청량리역에서 기차로 남춘천역까지 가서 시내버스를 1시간 남짓 기다렸는데, 마침 역사 안에 조그마한 독서실이 있어 가져간 책을 읽느라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10시8분에 두미리행 1번 버스를 타고 50여분 춘천의 시골길을 달려 홍천 땅의 팔봉산관광단지 앞에서 하차했습니다. 어유포교를 건넌 후 강을 따라 걸어 팔봉교 건너 팔봉산 매표소 앞에 도착하기까지 7-8분이 걸렸습니다. 강 건너서 얼핏 바라본 팔봉산은 녹음도 우거졌고 한 두 곳에서 깎아지른 바위만 보였을 뿐 전체적으로는 설악산이나 관악산처럼 악산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11시5분 매표소를 출발했습니다.

구름다리를 건너 1봉으로 이어지는 계단 길에 들어섰습니다. 10분을 오르자 할아버지 몇 분들이 쉬고 있는 쉼터에 도착했습니다. 왼쪽의 쉬운 길을 버리고 오른 쪽의 바위 길로 올라섰습니다. 8봉은 위험하니 웬만하면 7봉에서 하산하라는 안내문을 본 터라 벌써부터 쉬운 길을 택했다가는 일곱 봉을 오르면서 마지막으로 8봉을 오를 수 있는 내공을 키우지 못할 것 같아 일부러 어렵다는길로 잡았는데 실제는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쉬운 길과 만나는 능선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진행하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난 바위 길로 올랐습니다.


  11시36분 표지석이 세워진 1봉에 올라섰습니다.

사방을 한번 휘둘러보아도 천 미터가 넘을 만한 고봉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작년6월에 다녀간 금확산이 어느 봉우리인지 가늠하지 못하고 1봉을 내려섰습니다. 1봉을 왼쪽으로 우회한 여인네 세분이 맞은편에서 1봉을 올라와 내려서는 저와 엇갈렸습니다. 8봉을 제외하고는 보다 쉬운 우회로가 잘 나있어 조금만 위험하게 보여도 우회 길로 돌아가겠다는 유혹을 받기가 십상인 산이 팔봉산입니다. 막상 우회 길로 돌아가면 다른 사람들이 다 올라가는 봉우리를 혼자만 못가는 것이 아닌가해 다시 봉우리에 올라서게 되는데 이 분들도 이러한 심리적 갈등을 겪고 나서 1봉에 오르는 길일 것입니다.


  12시2분 2봉에 올라서자 1봉보다 왼쪽 아래로 흐르는 홍천강이 훨씬 잘 보였습니다.

안부에서 2봉으로 오르는 중 만난 누런 뱀을 쫓고자 스틱을 꺼내들었더니 바위를 오르기가 영 불편해 다시 접어 넣었습니다. 칠성각 문턱에 걸터앉은 시꺼먼 청솔모 한마리가 음식을 훔쳐 먹느라 정신이 없어 제가 접근해도 자리를 비키지 않았습니다. 좁은 곳에 칠성각 외에또 한 채가 들어서 정상이 더 비좁아 보였는데 이 한 채는 이씨, 김씨와 홍씨등 삼부인의 신을 모신다는 삼부인당으로 조선 조 1590년대부터 제사를 지내왔다 합니다. 2봉에서 내려서자 오른쪽으로 하산 길이 나있었습니다.


  12시20분 이산의 주봉인 해발302m의 3봉에 올라섰습니다.

북서쪽 멀리로 군기지가 들어선 높은 봉우리가 혹시나 광덕산이라면 좌우로 뻗어나가는 산줄기가 한북정맥이 아니겠는 가 생각했지만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최고봉답게 최고의 전망지여서 이 산을 에도는 홍천강 물줄기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홀로 곧추선 바위도 다른 산에서라면 당연 이름을 얻었을 터인데 이 산의 바위들은 어느 하나도 고유의 이름을 얻지 못해 그 형상을 한마디로 요약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말할 수 있는 도는 언제나 변하지 않는 도가 아니요, 부를 수 있는 이름은 언제나 변하지 않는 이름이 아니라는 노자도덕경의 첫 구절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에서 알 수 있듯이 사물에 특정한 이름을 붙이면 그 본성을 잃게됩니다. 저 바위도 이와 같아서 거북바위든 토끼바위든 이름을 짓고 나면 보는 사람마다 달리 보이는 바위모양의 다양성이 사라질 것입니다. 누군가가 검은등뻐꾸기의 울음소리가 “홀딱벗고”라고 들려 “홀딱벗고”새로 정했다는 이야기를 친구로부터 듣고 나서는 이 새의 울음소리가 “홀딱벗고”라고만 들리고 다른 소리로는 들리지 않아 함부로 이름을 지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2시45분 4봉에 다다랐습니다.

배불뚝이 배낭을 메고 좁은 틈의 해산굴을 빠져나가지 못해 뒤돌아서는 제게 배낭을 잡아 줄 터이니 다시 해보라는 여인네들의 격려가 고마웠습니다. 먼저 통과한 그 분들이 배낭을 잡아주어 오래 잊었던 침니를 오르던 동작을 되살려 해산굴을 무사히 빠져나가 4봉을 올랐습니다. 4봉에 오르자 지나온 1-3봉과 무엇이 다른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4봉의 정상바위에 자리한 고송들과 시원한 바람, 밑으로 내려다보이는 휘돌아가는 강줄기 등 모두가 지나온 1-3봉과 별반 다르지 않아 이것이 제 관찰력의 한계이다 싶어 씁쓰레했습니다. 그래도 4봉이 아름답게 느껴진 것은 이 봉우리의 뛰어난 풍광이 어디서 한번 본 듯 하다는 기시감 때문일 것입니다.


  5봉과 6봉도 빼놓지 않고 올랐습니다.

5-6봉 사이에도 하산 길이 나 있었고 6-7봉 사이에도 또 나있었습니다. 5봉에서 남서쪽으로 멀리 보이는 스키장이 대명비발디파크라면 그 오른 쪽 봉우리가 9년 전에 집사람과 같이 오른 두릉산이 틀림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양평의 소리봉에서 시작해 종자산과 두릉산을 거친 후  여기 팔봉산까지 걸어보겠다는 어느 산 꾼의 다부진 종주산행 꿈도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6봉의 표지석을 확인하지 못하고 안부로 내려서 찜찜했습니다.


  13시24분 7봉을 올랐습니다.

6봉에서 안부로 내려섰다가 철계단을 걸어 오른 7봉에서 바라다 본 맞은편의 8봉은 고도도 낮고 오름길도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7봉에서 점심을 먹겠다는 생각을 바꿔 8봉을 마저 끝내고 들기로 하고 곧바로 안부로 내려서자 또 오른 쪽으로 하산 길이 나 있었습니다. 이 산의 또 다른 특징은 암봉을 오르지 않고도 우회할 수 있고 한 두 봉만 오르고도 하산할 수 있도록 여기 저기 길이 많이 나있어 다양하게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안부마다 계속해 나타나는 하산 길이 산객들에 선택의 다양성을 줄지는 몰라도 바로 그 점이 1-8봉의 완등을 막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저 자신도 7봉에 올라 8봉을 근접해서 보기 전에는 과연 8봉을 오를 수 있을까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선택의 다양성이 준비 안 된 사람들에는 오히려 짐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한 책이 미국의 미래학자 알빈 토플러의 “미래의 충격”입니다. 1971년 대학4학년 때 처음으로 이 책을 읽었을 때만해도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풍요한 사회가 되어 선택의 다양성을 고민할 때가 오겠는 가 의심했습니다만, 이제는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풍요로운 사회로 바뀌었기에 이러한  선택의 다양성이 짐이 아니고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13시49분 마지막 8봉에 올랐습니다.

눈이 쌓였거나 비가 오는 날이면 조심해야겠지만 평상시에는 바위 길로 경사가 급하기는 해도 철판으로 발판을 만들고 밧줄도 걸어놓아 미리부터 겁먹을 이유가 전혀 없는 오름길이었습니다. 8봉에 올라 사방을 휘둘러보며 여러 장의 사진을 찍고 나서 엄청 경사진 계단 길을 따라 강변으로 하산하다가 산 중턱에서 잠시 쉬며 여유롭게 점심을 들었습니다.


  14시30분 홍천강변에 내려섰습니다.

오른 쪽으로 강을 따라 낸 길을 걷는 재미도 솔솔 했습니다. 쇠 난간도 있었고 머리를 숙여야 바위를 피할 수 있는 그런 길도 있었습니다. 물 한가운데서 견지낚시를 즐기는 어른 몇 분들을 보고 저 넓은 강이 물만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고 고기를 낚는 저 어른들의 세월도 낚아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기똥풀의 노랑웃음을 뒤로하고 매표소로 향했습니다.


  14시50분 매표소로 돌아와 팔봉산의 원점회귀산행을 모두 마쳤습니다.

이번에 오른 팔봉산은 100대명산 중 높이도 가장 낮고 크기도 가장 작은 산이지만 산과 강이 어우러져 풍광이 뛰어난데다 바위길이 아기자기해 누구라도 좋아할 만한 명산입니다. 바위가 내뿜는 복사열은 강바람이 불어올라와 열기를 식혀주었고 노송이 그늘을 만들어준데다 능선의 바위를 받쳐주는 산중턱의 활엽수 숲이 제법 울창해 한 낮에도 그리 덥지 않았습니다. 손 바닥만한 팔봉산이 국민관광지로 이름을 얻은 것은 8개의 아기자기한 암봉과 그 밑을 도도히 흐르는 홍천강 덕분입니다. 모든 것을 흘려보내는 홍천강과 그 옆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팔봉산의 어우름을 계절을 달리해 다시 볼 생각이어서 앞으로 이 산을 몇번 더 찾아올 뜻입니다. 그때는 소리봉에서 시작해서 아주  먼 길로  돌아오고자 합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