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구간:3정맥분기점 조약봉-부귀산-450봉
*산행일자:2008. 6. 30일(월)
*소재지 :전북진안
*산높이 :부귀산806m
*산행코스:모래재-3정맥분기점 조약봉-조약치-530봉-오룡고개-부귀산
-450봉-진안읍사무소-26번국도
*산행시간:7시14분-19시2분(11시48분)
*동행 :나홀로
섬진강의 산울타리 따라 걷기는 북쪽 울타리인 금남호남정맥 종주로 이어졌습니다.
작년 5월 광양의 망덕산에서 시작한 섬진강의 울타리 산줄기종주는 그간 총34회를 출산해 3정맥분기점인 조약봉까지 진출, 지난주에 이 강의 서쪽 울타리인 호남정맥을 모두 종주했습니다. 한 주를 쉰 후 어제는 조약봉을 올라 북쪽 울타리인 금남호남정맥에 첫발을 들였습니다. 백두대간의 영취산까지 이어가 북쪽 울타리 종주를 마친 후 대간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 동쪽 울타리를 밟을 생각입니다. 지리산 영신봉에서 낙남정맥을 타고가다 남쪽으로 꺾어 하동의 두우산을 올라 출발지인 강 건너 망덕산을 카메라에 담음으로써 섬진강의 산울타리 종주는 모두 끝나게 되는데 웬만하면 올 안에 매듭짓고자 합니다.
금남호남정맥은 백두대간의 영취산에서 북서쪽으로 갈라져 나와 3정맥분기점인 조약봉까지 이어지는 산줄기로 한반도 13개 정맥 중에서 그 길이가 가장 짧은 정맥입니다. 정맥의 길이가 도상거리를 기준해 64Km밖에 안 되는 짧은 산줄기이지만 섬진강과 금강을 가르는 산 울타리이자,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을 백두대간에 이어주는 교량이기도 합니다. 장안산, 팔공산과 성수산 등 해발고도가 천m를 넘는 고산이 여럿 포진해 있고 진안의 명물인 마이산이 이 정맥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장장 225Km를 흘러 전남 광양의 진월면과 경남하동의 금성면경계에서 광양만으로 흘러들어가는 섬진강의 발원지가 바로 금남호남정맥의 팔공산 북쪽에 자리한 1,070봉의 서쪽 계곡으로 이 발원지에서 옥정호까지는 조원천이 이어줍니다.
어제는 금남호남정맥에 단단히 출정신고식을 치렀습니다.
산행 초반에는 정맥 길도 아닌 조약치에 뭘 모르고 올라선 다음 엉뚱한 길로 내려가다 다시 돌아와 제 길을 찾고자 여기 저기 몇 곳을 찔러보느라 2시간 가까이 까먹은 후 조약봉에서 올라온 길로 다시 내려가 간신히 마루금을 이어갔습니다. 산행 막판에는 부귀산에서 강정골재로 내려가는 중 어디에선가 마루금에서 벗어나 강정골재에 닿지 못하고 진안읍사무소로 하산해 확실한 알바로 첫 구간 산행을 마쳤습니다. 이 바람에 저녁7시29분에 떠나는 전주 발 천안행기차표를 끊어놓고도 타지 못하고 8시30분에야 전주를 출발하는 고속버스를 타고 올라가느라 자정이 넘어서야 산본 집에 도착했습니다. 가장 짧은 정맥 길이라 방심하지 말라는 산신령의 경고메시지로 받아들이자 알바를 하고도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아침7시14분 모래재를 출발했습니다.
제 걸음으로 10시간가량 걸릴 것 같아 전날 밤 야간열차를 타고 전주로 미리 내려갔습니다. 역 근처 찜질방에서 2시간 남짓 눈을 붙인 후 오랜만에 인근 음식점에서 콩나물국밥을 맛있게 들었습니다. 택시로 옮긴 기린아파트 앞 정류장에서 6시20분경에 모래재 행 첫 버스에 올랐습니다. 반시간 후에 모래재에 도착해 화장실도 들르고 산행준비를 했습니다.
7시43분 3정맥분기점인 조약봉에서 금남호남종주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도 출발 전에 무사산행을 비는 기도를 주님께 올렸습니다. 금남호남정맥을 총괄하는 산신령께도 똑 같은 내용의 염원을 고하고 나자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습니다. 북동쪽 안부로 내려섰다 비알 길을 올라 8시5분에 산불감시초소건물이 쓰러진 채 버려져 있는 해발620m의 조약치에 다다랐습니다. 비가 오지 않고 구름만 조금 낀다는 일기예보는 모래재를 출발할 때부터 어긋나 빗방울이 뿌리기 시작했는데 조약치에서도 여전했습니다. 시야도 흐렸고 내려가는 길도 희미했습니다. 표지기를 따라 한참을 내려가다 느낌이 이상해 방향을 체크해보니 남쪽이 아닌 동쪽이어서 되돌아가다 표지기가 보여 이 길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뒤돌아 얼마를 내려가다 정맥종주표지기를 만나 안심하고 더 내려가자 공사장의 소음이 크게 들렸습니다. 진행방향이 남쪽으로 바뀌지 않고 계속 동쪽으로 이어져 길을 잘 못 들었음을 인정하고 조약치로 다시 올라가 지도를 꺼내 놓고 나침반을 정치한 후 마루금을 찾았습니다. 남쪽방향으로 미루금이 지나는 고봉이 보여 그 봉우리로 이어지는 길을 찾고자 몇 곳을 내려 가보았으나 전혀 사람 다닌 흔적이 보이지 않아 다시 조약치로 되올라갔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길이 나타나지 않아 망연자실해 있다가 먼저 분의 산행기를 자세히 읽어보고 이 분은 조약치를 오르지 않고 중간에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갔음을 알았습니다. 조약봉에서 내려선 안부에서 올라온 길로 7-8분을 되 내려가 삼거리를 만나 오른 쪽으로 진행하다 조약봉에서 올라오는 길이어서 다시 삼거리로 되돌아왔습니다.
9시46분 삼거리에서 남쪽으로 향하는 정맥 길을 이어갔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알바로 1시간50분가량 까먹은 데다 제우스신이 구름만 조금 끼게 하겠다는 약속을 깨고 굵은 비를 뿌려대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조약치에서 저를 잘 못 인도한 A시리얼넘버(“A210과 같이 번호가 연이은 표지기로 정맥종주 표지기가 아님)의 표지기가 이 길에도 계속 걸려있어 밉살스러웠습니다. 몇 개의 봉우리를 넘었는데 지도에 나와 있는 641봉의 산불감시초소가 나타나지 않아 조금 신경이 쓰였지만 진행방향이 맞고 정맥종주표지기가 많이 걸려있어 그대로 내달렸습니다. 그새 내린 비로 구두도 양말도 질펀하게 젖었지만 한 여름에는 쨍쨍 햇볕이 내리 쬘 때보다 비오는 날이 훨씬 나 1시간 넘게 쉬지 않고 부지런히 걸었습니다. 최고의 전망지인 630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해 그대로 내려가려다 암봉을 오르기를 정말 잘한 것은 또 한 번의 알바를 면했기 때문입니다. 바위에 올라서자 시야가 탁 트였고 마침 비도 그쳐 태양이 잠시 얼굴을 내보이기도 했습니다. 마루금도 아닌 데를 쓸데없이 올라 고생한 조약치가 한 눈에 잡혔고, 왼쪽 아래 마을에서 들려오는 라디오 소리가 햇살의 도움을 받아 산속의 정적을 깼습니다. 이 암봉에서 6-7분을 쉰 후 11시3분에 왼쪽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12시6분 오룡고개에 내려섰습니다.
630봉 암봉에서 잠시 내려갔다가 다시 오른 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한참을 내려가 안부를 지났습니다. 안부에서 올라서 개활지 위 능선을 걸어 630봉 출발 50분 후에 묘지를 처음 만났는데 연이어 묘지 몇 곳을 더 지났습니다. 주홍색지붕이 눈에 확 띄는 개활지인 잡목숲길을 지나 숲속으로 들어선지 얼마 안 되어 망태버섯이 떼로 보여 잠시 멈춰 서서 근접촬영을 했습니다. 산행을 서두르느라 지도상에 나와 있는 665봉과 580봉을 언제 지났는지 모르게 내달렸는데 그리 힘든 길은 아니었습니다. 12시6분에 오룡고개로 내려섰습니다. 13시를 넘어 오룡고개에 도착하면 앞으로 1시간 거리인 가정고개를 빼놓고는 적당한 탈출로가 없어 이번 산행을 이 고개에서 멈출 수밖에 없다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도착해 쉬지 않고 부귀산으로 향했습니다. 26번 국도를 건너 풀을 잡고 절개면을 올라 왼쪽으로 3-4분을 옮긴 다음 오른 쪽 위 봉우리를 향해 올랐는데 표지기가 보이지 않아 길 찾기에 애를 먹었습니다. 철조망을 두 번 넘어 20분 만에 벗어났던 제 길로 돌아와 무탈하게 450봉을 올랐습니다. 450봉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걸어 다다른 돌무더기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갔다가 480봉을 넘어서자 왼쪽 아래로 작은 저수지가 보였습니다. 개활지를 지나 오른 또 다른 480봉에서 왼쪽으로 꺾어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갔습니다. 13시7분에 내려선 깊숙한 십자안부가 가정고개로 26번 국도에서 시멘트(?) 길이 이어져 있는 가정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오른 쪽 아래로 나있어 이 길로 탈출이 가능합니다만, 이런 속도라면 해지기전에 목적지인 강절골재까지 무난하게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아 산행을 계속했습니다. 가정재에서 5-6분을 걸어 올라선 540봉에서 점심을 들면서 원기를 회복한 후 13시26분에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15시16분 650봉을 올라 10분여 쉬면서 부귀산 등정에 대비했습니다.
가정재 위봉우리에서 점심을 든 후 남동쪽으로 내달렸습니다. 어찌 잘 못해 또 다시 알바라도 하게 되면 더 이상 여유시간이 없어 낭패다 싶어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은 능선 길에서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최대한 속도를 내 달렸습니다. 600봉으로 남동진했다가 북동진해 590봉을 오른 쪽으로 우회한 시각이 14시3분으로 지도상에 나와 있는 1시간을 처음으로 20분가량 단축했습니다. 590봉을 우회해 내려선 안부가 질마재인 것 같은데 표지물을 확인하지 못하고 650봉을 향했습니다. 질마재를 지난 지 반시간이 다되어 620봉(?)에 올라서기까지 오른 쪽으로 마이산이 보였지만 지도에 나와 있는 헬기장은 보지 못했습니다. 620봉에서 오른 쪽으로 내려가 진행하는 중 오른 쪽 아래에 자리한 정곡지 저수지가 보였습니다. 오룡고개로 내려서기 얼마 전에 땅바닥에 자리한 노란 망태버섯을 보았는데 이번에는 참나무 줄기에 기생한 반투명의 동부묵 색깔을 띤 버섯을 만나 카메라에 담아 왔습니다. 15시 정각에 올라선 봉우리가 650봉이다 했는데 조금 내려가다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 하나를 더 넘어 650봉에 이르렀는데 이미 거쳐 왔을 우무실재를 확인하지 못한 채 그냥 지나쳤습니다. 다른 분들 산행기에는 가정재, 질마재와 우무실재 등의 이미 지나온 안부에서 모두 표지물을 본 것으로 적혀 있는데 서둘러 내달려서인지 저는 단 한 곳에서도 보지 못했습니다. 지도상의 650봉에 오르자 3000산을 목표로 해 1257번째로 오른다는 한 분은 표고를 655m로 표기하고 봉우리 이름을 복호봉(伏虎峰)으로 적어놓은 표지기를 걸어놓았습니다. 이곳에서 참외를 까먹으며 막바지의 부귀산 등정을 준비했습니다.
16시38분 해발806m의부귀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복호봉에서 13분을 쉰 후 오른쪽으로 내려갔습니다. 봉우리 하나를 넘어 표고 590m까지 내려섰으니 부귀산 정상까지는 해발고도를 200m이상 차이가 나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산 오름이 될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오전에 2시간가량 비를 맞고 계속 걸었더니 젖은 사타구니가 팬티에 조금씩 쓸려 드디어 까져버렸습니다. 발걸음을 뗄 적마다 사타구니가 쓰라려 어기적거리며 걷느라 엄청 불편하고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가파른 오름 길은 힘들었지만 수피가 희멀건 서어나무들이 반가웠고 마이산에서 실컷 볼 역암을 미리 보는 재미도 오붓했습니다. 한참을 올라 만난 갈림길에서 넓게 난 길로 직진해 조금 올라가자 수직바위에 걸려있는 가느다란 로프가 보였습니다. 이 로프를 잡고 올라선 바위의 고도가 770m로 고도계에 나와 있어 30-40m만 고도를 높이면 된다했는데 계속 바위를 올라야 해 직등을 포기하고 다시 로프를 잡고 내려가 갈림길로 원 위치했습니다. 부귀산 정상을 안전하게 오른 쪽으로 우회해 굵은 로프를 잡고 올라선 정상 바로 밑의 바위에서 조망한 전망이 정말 빼어났습니다. 수직으로 깎아지른 절애의 암벽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의 삶이 외줄을 타고 묘기를 뽐내는 곡예사보다 더 아슬아슬할 것 같았습니다. 아주 먼발치로 완주의 만덕산이 흐릿하게 보였고 진안 읍내와 마이산은 훨씬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마이산 너머 해발고도가 천m를 넘을 것 같은 고봉들이 금남호남정맥의 연봉들 같았습니다. 몇 분을 더 올라 묘지 바로 위에 삼각점이 세워진 부귀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쉬지 않고 바로 뛰어 내려가면 저녁7시29분에 전주를 출발하는 기차를 탈 수 있겠다 싶었지만 사타구니가 까져 별 수 없이 짐을 내려놓고 쉬었습니다. 비가 온 뒤끝이라서 하늘은 쾌청했고 흰 구름이 높이 걸려있어 여유로운 하늘 풍경을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18시15분450봉 앞 묘지에 다다랐습니다.
부귀산 정상에서 20분 넘게 푹 쉰 후 17시 정각에 일어나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7분가량 동진해 만난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진안천주교방향으로 내려갔습니다. 산양산삼을 재배하는 곳으로 출입을 금한다는 경고판이 세워진 철조망울타리 오른 쪽으로 난 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다 능선삼거리에서 오른 쪽의 천주교공원 행 길로 들어섰습니다. 얼마 후 굵은 로프로 줄을 친 내리막길을 걸어 내려가 이번에는 장뇌산삼재배지 옆을 지났습니다. 산양산삼과 장뇌산삼이 어떻게 다른지는 모르겠으나 인삼산지로 이름 난 금산과 인접해 있는 여기 진안에서도 인삼밭이 많이 눈에 띄었는데 산등성에다 산양산삼(또는 장뇌산삼)을 재배하는 것을 진안군 지자체가 발 벗고 나서서 지원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산을 시작한지 50분이 채 안지나 앞이 탁 트인 개활지 초입의 묘지를 지났습니다. 인삼밭(?)으로 개간하기 위해 나무를 베어낸 것으로 보이는 개활지를 바라보며 잡목가시 숲 때문에 고생 좀 할 것이라 각오를 했습니다만, 벌목한지 얼마 안 되어서인지 잡목들이 무릎을 넘지 않아 별 어려움 없이 개활지를 지나는 동안 잠시 쉬며 뒤돌아서서 부귀산 정상을 사진 찍었습니다. 450봉 앞 묘지에서 어느새 전면으로 바짝 다가선 마이산도 함께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먼발치서 마이산을 바라보았을 때는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이 정답게 마주보고 있다 싶었는데 가까이 다가설수록 토라져 등을 맞대고 뒤돌아 앉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19시2분 진안읍사무소 앞 26번 차도에서 첫 구간 종주산행을 마쳤습니다.
450봉 묘지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진행해야 강정골재로 내려서는데 지도를 보지 않고 그냥 직진하는 바람에 목적지인 강정골재로 내려서지 못하고 진안읍사무소 앞으로 내려갔습니다. 450봉 묘지에서 3-4분 가량 직진해 긴 나무의자가 세워져 있는 "부귀산3.6Km/자주공원1.4Km"의 능선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의자에 앉아 보지도 못하고 직진해 부지런히 내려가자 산 중턱에 주홍색의 KBS송신탑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꽤 긴 시간 동안 한 번도 표지기를 보지 못해 길을 잘못 든 것이 분명하다 생각했지만 확실한 정맥지점까지 원위치할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하고 그대로 하산했습니다. 여러 기의 봉분이 안치된 묘지에서 옷을 갈아입은 후 아래로 내려선 곳이 한전 건물이었습니다. 조금 더 내려가 진안읍사무소를 지났고 이내 26번국도 앞에 서자 길 건너로 하천이 나있어 강정골재가 아님을 최종 확인했습니다. 곧이어 도착한 전주행 직행버스에 올랐습니다. 20분만 당겼어도 7시29분 전주역 발 기차를 탈 수 있었을 것을 그리하지 못해 8시30분에 전주를 출발하는 강남행 고속버스에 올랐습니다. 사타구니가 쓰라리고 가시나무들에 찔린 팔다리가 근질대 눈을 붙일 수 없었습니다.
긴 시간 알바를 하고도 해떨어지기 전에 금남호남정맥의 첫 구간 종주를 무사히 마친 것이 무엇보다 기뻤습니다. 필리핀 속담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방법이 보이고 하기 싫은 일을 하면 변명이 보인다 했습니다. 초반 알바는 굳이 변명한다면 약속을 깨고 비를 뿌린 제우스신의 심술 때문이라고 강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막판에 제 길을 벗어난 것은 어디에도 핑계를 댈 수 없는 분명한 저의 과오였습니다. 변명이 보이지 않아 과오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산줄기 따라 걷기가 제게는 하기 싫은 일이 아니고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기에 벗어난 길을 다시 이어갈 수 있는 방법도 보일 것 같았습니다. 비록 긴 시간 알바로 고생은 했어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다 생각하면서 스르르 감겨오는 눈을 붙였습니다.
<산행사진>
그런데 귀한 버섯을 보셨군요 망태기버섯??
- 시인마뇽 시인마뇽 Y
- 2008.07.04 14:57
- 최근들어 제가 생각해도 알바가 잦습니다. 미리 산행기를 충분히 읽고 산행에 들어가야 하는데 꾀가 나 그냥 시작해서입니다. 망태버섯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장소에 10개는 넘게 망태버섯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용문산에서 보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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