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산 산행기
*산행일자:2006. 4. 26일
*소재지 :충남 금산
*산 높이 :904미터
*산행코스:서대산드림리조트-개덕사-서대산-865봉-신선바위-용굴바위
-개덕사-개덕사입구도로
*산행시간:9시50분-14시20분(4시간30분)
어제는 충청남도 최고봉인 해발 904미터의 서대산을 오르고자 모처럼 만에 봄비다운 봄비를 맞으며 주중산행 길에 나섰습니다. 작년 4월 한북천마지맥의 갑산을 오를 때처럼 주룩주룩 쏟아지는 큰비가 아니고 잔잔하게 가슴속을 적셔주는 전형적인 봄비여서 비 때문에 고생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일기예보에는 저녁 늦게 비가 내린다고 해서 안심하고 집을 나섰는데 아침부터 낌새가 다르더니 산행시작 반시간이 지나자 소리 없이 잔비가 뿌리기 시작해 한 시간을 그대로 맞으며 산행을 계속하다가 정상에 올라서야 비옷을 꺼내 입었습니다. 오랜 가뭄 끝에 기다렸던 비가 내리면 시골어르신네들이 비가 오신다는 표현으로 반가움을 표하며 한참동안 비 가리기를 마다하는 것을 어려서부터 보아왔기에 비가 좀 내린다고 바로 우의를 꺼내 입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았습니다.
9시50분 서대산드림리조트의 매표소를 출발했습니다. 집에서 민적거리다 늦게 출발하여 아침 6시30분에 강남터미널을 출발하는 금산행 고속버스에 간신히 몸을 실었습니다. 고속도로를 2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금산의 추부읍에서 9시10분발 서대산행 버스를 타고 서대산드림리조트에 다다르기까지 20분이 걸렸습니다. 드넓은 주차장에 장년의 부부와 아들 한분이 함께 몰고 온 차 한대만이 주차하고 있어 이번 산행은 며칠 전에 다녀온 비슬산에서처럼 사람들로 북적댈 것 같지 않아 저 혼자 생각을 곱씹으며 호젓하게 걸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표를 끊고 드림리조트 안으로 들어가 수영장을 지나 만난 넓은 임도를 따라 오른 쪽의 개덕사 방향으로 얼마고 걸은 후 오솔길로 들어섰습니다. 매표소 출발 25분이 지나 바로 아래 개덕사로 내려가는 삼거리에서 조금 올라가자 전망바위가 나타났고 이 바위에 올라 바위아래 너른 뜰에 세워진 커다란 석불입상과 그 옆의 개덕사 사찰을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물 떨어지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리는 것으로 보아 개덕폭포가 바로 밑에 있겠다 싶었지만 영동의 천태산까지 종주하겠다는 욕심에 아쉽지만 그대로 정상으로 향했습니다.
빗방울이 조금씩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전망바위가 해발 300미터대의 높이여서 5-600미터 가량 고도를 높여야 정상에 다다를 수 있겠기에 쉬지 않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놓았습니다. 큰소리로 이야기를 하며 뒤쫓아 오던 젊은 한 쌍이 제게 개덕폭포의 위치를 물어 확인한 후 이내 내려가 버려 산속은 다시 쥐 죽은 듯이 조용했습니다. 갈지자로 고도를 높여가며 물이 흐르지 않는 마른 계곡 가까이로 다가섰다가 다시 능선을 타는 등 가파른 경사 길을 계속해 오르는 중 소복하게 피어있는 진달래꽃과 노랑제비꽃을 만나 카메라에 옮겨 실었습니다. 이곳 서대산드림리조트에서 진달래꽃 축제를 5월2일까지 연다며 안내기를 몇 곳에 달아놓았습니다만 진달래군락지도 보이지 않았고 꽃송이도 그리 탐스럽지 않아 축제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았습니다. 상공을 날아가는 비행기가 고요한 산속의 정적을 깨는 가했더니 이번에는 청솔모와 다람쥐가 비를 피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며 소리를 내 제 귀를 쫑긋이 세우게 했습니다.
11시35분 해발 904미터의 서대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10분전에 전망바위를 지나고 나서부터 경사는 완만해졌으나 돌가닥 길에다 빗방울이 굵어져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매표소를 출발한 후 한번도 배낭을 벗어놓고 쉬지를 않았는데도 1시간 45분을 걷고 나서야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최고의 전망처인 정상에 올랐어도 비가 뿌리고 안개가 희뿌옇게 끼어 천태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을 조망할 수가 없어 아쉬웠습니다. 스테인리스 표지봉 옆에 배낭을 세워놓고 등정을 기념하는 사진을 찍고 나서 사과 한 개를 꺼내 먹어 허기진 뱃속을 달랬습니다. 빗줄기가 더욱 거세져 우의를 꺼내 입고 배낭도 비 가리개를 꺼내 씌웠습니다.
11시45분 정상을 출발해 암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묘지를 지나 거대한 암봉 장연대바위를 만나 오른 쪽으로 옆 질렀습니다. 날씨만 좋았다면 암봉을 그대로 탔겠지만 그새 내린 비로 암릉길이 미끄러울 것 같아 한참을 내려서 바위 밑으로 빙 돌아 다시 능선 길로 올라선 다음 여러 기의 묘지와 헬기장을 지났습니다. 북두칠성바위를 왼쪽으로 우회해 얼마 후 구름다리로 하산하는 840봉 바로 앞의 갈림길에 닿은 시각이 이미 12시가 지난 터여서 과연 이 걸음으로 대성산을 거쳐 천태산까지 갈 수 있을까 걱정되었습니다.
12시20분 865봉 직전의 갈림길에 도착했습니다. 길 왼쪽에 희미하게 재말재라고 쓰인 낡은 표지목이 서 있어 이 길로 들어서면 천태산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주저하지 않고 진행을 한 것이 천태산 행을 포기하게 만든 판단착오였습니다. 865봉을 넘어 얼마고 직진하다 오른 쪽으로 꺾어야 했는데 계속되는 빗줄기로 지도를 꺼내 보기가 불편하여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갈림길에서 한참을 내려와 제비바위(?)를 오른 쪽으로 우회하고 나서 길을 잘 못 든 것을 뒤늦게 알게 되어 별 수 없이 서대산-대성산-천태산의 3개 산봉우리를 잇는 종주산행의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865봉 갈림길에서 20분을 내려서서 전망이 빼어난 신선바위에 당도해 주변의 절경들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왼쪽 가까이로 이 산의 명물인 예쁘장한 구름다리가 보였고 먼발치로 정상에서 865봉을 잇는 방금 걸어온 주능선의 아기자기한 암봉 들이 잠시라도 제 모습을 보여주어 보기에 좋았습니다.
신선바위에서 조금 내려와 커다란 암봉을 만났습니다. 이 암봉에서 왼쪽으로 확연히 난 길을 버리고 재말재로 내려서고자 희미하게 난 오른 쪽 길로 들어섰습니다. 드림리조트의 낡은 표지기가 길 안내를 했지만 낙엽이 깊게 쌓이고 사람 다닌 흔적이 거의 없어 앞으로 가면 갈수록 이 길이 정말 재말재로 가는 길인가 의심이 가고 불안했습니다. 이 암봉을 오른쪽으로 한바퀴 돌아 왼쪽의 분명한 길과 합류하고 나서야 방금 지나온 암봉이 제비봉이고 재말재와는 전혀 방향이 다른 드림리조트로 내려가는 길임을 알았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865봉에서 만난 낡은 표지판에 적힌 것이 재말재인지 제비봉인지도 확실치 않았습니다. 재말재로 내려서면 천태산으로 길이 이어진다고 판단한 것이 첫 번째 잘못이고 865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면 재말재를 지난다고 생각하여 너무 일찍 왼쪽 길로 접어든 것이 두 번째 잘못이었습니다. 이제 며늘아기가 지난 가을 생일선물로 사준 GPS를 제대로 익혀 녹음이 우거져 시야를 가로막는 여름산행에 대비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13시4분 서대산 전적비 바로 아래 용굴바위 밑에서 비를 가리고 점심을 들었습니다. 천태산행을 포기하자 시간이 넉넉해져 정말 느긋하게 35분 동안 푹 쉬면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그동안 비가 내려 재대로 적지 못한 산행기록을 기억을 되살려 수첩에 간략하게 정리해 놓은 후 임간도로로 내려섰습니다. 바로 아래 드림리조트단지로 내려가지 않고 아침에 들르지 못한 개덕사로 가는 길에 모처럼 촉촉이 대지를 적셔주는 봄비를 맞으며 풀꽃들과 나뭇잎들이 마냥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15분을 더 걸어 개덕사에 이르렀고 아침에 보지 못한 개덕폭포와 이를 에워싸고 있는 좌우의 암봉들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개덕사 바로 밑에 노인병원의 신축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사뭇 시끄러웠는데 차도로 나오자 병원신축공사를 결사반대한다는 프래카드가 걸려있어 노인병원도 님비의 대상이 되는 가 의아했습니다.
14시20분 시멘트길을 따라 차도와 만나는 개덕사 입구에 도착해 하루산행을 끝냈습니다.
깻잎으로 이름난 성당리 마을의 한 가게에서 40분 넘게 마전리행 버스를 기다리면서 봄비가 촉촉이 내려앉는 시골의 논밭들을 지켜보았습니다. 제대로 길을 찾았다면 천태산으로 정신없이 내닫고 있을 한 낮의 이 시간에 맥주 2캔으로 온 몸이 짜릿해짐을 만끽하며 여유롭게 시골의 정경들을 찬찬히 들여다보았습니다. 대전시내에서 오랜만에 대학동기를 만나 담소를 나눈 후 산본 집으로 돌아오기 까지 저녁시간도 풍요롭고 여유로웠습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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