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V.시인마뇽의 독서산책/독서산책

2008년 독서산책

시인마뇽 2008. 12. 28. 01:09

                                    2008년 독서산책(No.154-241 총88권))

 

 


241.인생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캐슬러 공저/유시화 역/이레 간(2007)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와 제자 데이비드 캐슬러가 함께 지은 이 책은 어느 철학자의 고담준론이 아니고 죽어가는 사람들과 대화해가며 배운 삶의 의미를 담담하게 써내려간 인생의 지침서임. 많은 사람들이 삶이 곧 상실이고 상실이 곧 삶이란 것을 이해하지 못한 채 상실과 싸우고 그 것을 거부하느라 힘들게 인생을 살고 있다며 상실을 수용할 것을 권하는 내용이 가슴에 와 닿았음. 상실 없이 우리 삶은 변화할 수 없으며 성장할 수 없다는 저자들은 제대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용서의 미덕이 필수적임을 역설하고 있음. 용서는 상처를 입힌 사람이나 상처를 입은 사람 모두에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있는 자유를 주기 때문이라는 저자들의 가르침을 소중하게 받들 뜻임. 삶의 가치를 이토록 오순도순하고 겸손하게 일깨워주는 책이 어디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음. 

*2008. 12. 30일

 

 

 

240.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이 아니다 

*호어스트 에버스 저/김혜은 역/작가정신 간(2008)
*작가가 직접 소극장의 무대에 올라 자기 작품을 관중들에 낭독을 하는 공연은 문학의 독자심기운동의 새로운 시도로 생각되는데 이 책의 저자는 이일을 1990년부터 정기적으로 해왔다니 이와 같은 새로운 시도 하나 만으로도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 하다는 생각임. 이 무대에 올려 졌던 작품 중에서 38편을 골라 엮은 책이 바로 이 책으로 내용이 산뜻하고 재미있어 관객들과 호흡을 같이했을 만한 작품들로 꾸며졌음. 철학적 고뇌를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이런 정도라면 사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정도로 해학적인 면도 숨어있는 작품임.

*2008. 12. 28일

    

 

 

239.아큐정전

*루쉰 저/정노영 역/홍신문화사 간(1997)

*중국의 사상가이자 작가인 루쉰의 “아Q정전” 등 총 15편의 단편소설이 실린 작품집으로 내용들이 복잡하지 않고 문체도 간결한 편이어서 읽기에 부담이 되지 않았음. 날품팔이 노무자 아큐를 통해 중국민족의 약점인 노예근성을 비판해 명성을 얻었다는 “아큐정전” 및 다른 단편들을 통해 청말 중국사회의 실상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음. 내게는 “아큐정전”보다 시골에서의 잊지 못할 경험담을 담은 “집오리의 희극”이나 “사희(社戱)”가 더 작품성이 높은 것으로 느껴졌음. 당대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라 하더라도 동시대를 살았던 러시아의 톨스토이와 비견할 할 만한 작가는 아니라는 생각임.

*2008. 12. 28일  

 

238.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저/홍은택 역/동아일보사 간(2006)

*우리나라의 백두대간에 대응할 만한 미국의 산줄기는 동부의 조지아주에서 메인주에 이르는 애팔래치아 트레일로 그 전장이 약3,400km라 함. 남한 땅 백두대간의 5배에 달하는 장대한 산줄기에 친구와 둘이서 도전해 중간에 멈추기까지 종주산행의 이모저모를 잘 보여주었음. 남한 땅 대간과 7정맥을 종주한 나로서는 이 책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으며 곳곳에 산장이 있고 전 구간이 통행이 가능한 트레일코스라는데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어 더욱 흥미로웠음. 종주산행을 한번에 마치는 Through Hiking과 내가 즐겨하는 몇 구간으로 나누어 산행하는 Section Hiking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음. 트레일 중 겪는 에피소드가 솔직하게 그려진 것도 이 책의 강점으로 생각됐음. 나도 한 번 도전하고 싶은 욕망을 느꼈음.

*2008. 12. 26일 

 

 

 

237.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

*서진규 저/북하우스 간(1999)

*나와 동갑내기인 저자의 인생도전담이 실린 책으로 저자가 도전에 앞서 작성했다는 3가지 리스트는 이제껏 평범하게 살아온 내게도 앞으로 남은 여생을 희망으로 가꾸어나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내용이라 하겠음.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등이 그것이니 심오한 뜻은 없어도 중요한 실천항목으로 생각됨. 한국의 가발공장공장에서 일한 그녀가 두 번씩이나 이혼하면서 하버드대의 박사과정을 밟기까지 만만치 않은 삶을 살면서 좌절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불굴의 정신이 성공의 열쇠였다면 미국이라는 땅과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 독기와 뛰어난 머리도 열쇠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생각임.

*2008. 12. 25일 

 

236.눈 속에 피는 에델바이스

*박상열 저/수문출판사 간(2001)

*1977년 고상돈의 에베레스트 등정 뒤에는 8,000m대의 힐라리스텝을 먼저 넘어서고도 동행한 셀파가 기진맥진해 등정을 포기하자 얼마 남지 않은 정상을 포기하고 같이 하산해야했던 불운(?)의 산악인 박상열의 길 닦음이 있었음을 이 책을 읽고서 비로소 알게 되었음. 대학시절 잠시 암벽등반에 빠졌으면서도 빙벽등반이나 해외원정을 꿈꾸지 못한 것은 직장을 잡고 살아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였기에 졸업 후 산악활동에 매진한 산악인들에는 그럴 수 없었던 나로서는 부럽기도 하면서 한편 무책임한 사람들이다 했는데 이 책을 읽고나서 한 평생 열정을 갖고 산악활동을 해온 저자에 고개가 숙여졌음. 등정만큼 과정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한마디는 원정등반 뿐만 아니라 우리네 삶에서도 지켜야 할 덕목으로 생각되었음. 저자의 순수한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자 함.

*2008. 12. 24일

 

 

 

235.톨스토이 단편선

*톨스토이 저/방대수역/성혜영 화/책만드는집 간(2003)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인생관이 담긴 교훈서 같은 느낌이 들은 단편선은 누구라도 읽기에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을 만큼 단편의 길이가 짧고 문장도 쉬운 편이었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외에 5편이 더 실린 이 책은 근검한 생활의 중요성과 그리스도의 박애정신이 강조된 교훈적인 소설이지만 내용이 고리타분하지 않고 재미있어 작가의 의도를 독자에 심어주는데 효과적이라는 생각임. 무엇보다 또스또에프스키의 장광설이 보이지 않아 긴장을 풀고 읽을 수 있어 좋았음.

*2008. 12. 23일

 

 

 

234.잃어버린 지평선

*제임스 힐턴 저/이 경식 역/문예출판사 간(2004)

*문학평론가 김윤식의 기행문 “샹그리라를 찾아서”에 이어 “샹그리라”라는 단어를 탄생시킨 영국의 작가 제임스 힐턴의 “잃어버린 지평선”을 바로 읽을 수 있는 행운은 친구가 이 두 권을 같이 빌려주어서임. 주인공 콘웨이가 히말라야 산중의 티베트에 있는 비경으로 평화의 이상향으로 그려지고 있는 샹그리라라는 라마사원에 어떻게 가게 되었고 샹그리라에서 어떻게 생활했으며 승정과의 대화가 자세히 그려졌음. 동행자의 간청으로 샹그리라를 빠져나왔다가 다시 되돌아가고자 헤맬지도 모른다는 것으로 대미를 맺는 이 작품이 독자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는 샹그리라는 마음 속에 있음을 알려주는데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음. 추리소설 풍의 작품답지 않게 서정적인 묘사도 이 작품의 빼어난 점으로 느껴졌음.

*2008. 12. 22일

 

 

233.백치

*도스또옙스끼 저/정음사 간(1974)

*1974년 어렵사리 장만한 도스또옙스키 전집 8권 중 지금까지 읽은 것은 사고 나서 바로 읽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죄와 벌” 그리고 올 여름 읽은 “악령” 등 3권 밖에 안 되는 것은  등장인물들의 장광설에 질린 탓도 있지만 깨알 같은 글자와 세로쓰기 등 이제 와서 찾아 읽기가 몹시도 불편했기 때문임. 등산 중 허리를 다쳐 누워서 할 수 있는 것이 독서와 음악감상 밖에 없기에 큰맘 먹고 나머지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백치”를 읽고나자 역시 도스또옙스끼는 세계적인 대문호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음. 주인공 므슈낀 공작의 천진함에 백치라 명명했는지도 몰라도 그는 공작의 칭호에 어울리는 지성인으로 계용묵의 백치아다다와는 전혀 그 유가 다른 인물로 그려졌음. 저자 특유의 어두운 면이 많이 약화된 이 소설은 주인공의 사랑의 진통과 갈등을 리얼하게 묘사해 삶의 긍정적 가치 구현에 공을 들였다는 생각임. 우리나라가 배출한 세계적인 소녀 바이올리니스트가 가르침을 받은 미국의 교수로부터 “백치”를 추천받아 감명 깊게 읽었다는 기사가 이 책을 읽게한 직접적인 동기였음.

*2008. 12. 22일 

 

 

232.샹그리라를 찾아서

*김윤식 저/도서출판 강(2003)

*문학평론가인 저자의 중국기행문으로 테마를 설정하고 그 테마를 중심으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적은 것이 색다른 점으로 느껴졌음. 일본군에서 탈출하여 온갖 고생 끝에 임시정부를 찾아간 학도병 김준엽의 대 장정과 임시정부의 권력다툼에 염증을 느낀 장준하의 질책성 연설을 다시 볼 수 있어 반가웠음. 샹그리라는 보이는 것이 아니고 애당초 저마다 갖고 있는 것으로 어둠이 오면 등불을 켜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저자는 참 의미를 즐기는 듯  했음. 평론가로서 비판적 성향을 드러내거나 현학적 모습을 보이는 것을 삼가고자 애썼다는 생각임.

*2008. 12. 21일

 

 

231.책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저/김재혁 역/이레 간(2004)

*한 소년이 스무살이 더 차이나는 부인에 이끌려  성애에 탐닉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초반에는 영락없는 거리소설이다 했음.. 독일의 법학교수인 저자답게 부인이 나치수용소의 감시원으로 유태여인들이 교회에서 불에 타 죽도록 방치했다는 이유로 피소된 법정에 주인공인 소년이 성장해 방청함으로써 소설적 구성과 재미가 더해졌는데 글을 일지 못하는 약점이 드러날까 두려워 감옥으로 가는 장면은 이 부인에 책을 읽어준 소년에 충격적이었을 것임. 소년은 이혼하고 부인은 출감하루 전에 자살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끝 맺지만 나치의 시대상을 고발하면서도 포용하고자 하는 저자의 생각이 책 읽어주는 남자라는 소설을 쓰게 했다는 생각임. 이런 사랑도 있다 싶어 다 읽고 나서  삶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더해졌음.

*2008. 12. 18일

 

 

 

230.나는 이렇게 살아왔다

*김영도 저/수문출판사 간(2007)

*저자가 참전한 6.25전쟁의 전투장면이 리얼하게 기록된 본서는 격동기의 한반도에서 어떻게 살아왔는가  단면을 보여주는 85세 노인의 회고록으로 저자는 보고서로 명명하고 있음. 이북에서 동생과 내려와 서울대학교(경성대)를 다니면서 일제 때 학도병으로 끌려가고 6.25 때 자원 입대해 겪는 전투의 과정묘사는 직접 참전하지 않고는 쓸 수 없는 것이어서 감동적으로 읽었음. 저자의 이름을 이미 들어 알고 있는 것은 대한산악연맹회장으로 일하면서 우리나라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쾌거를 알고 있어서인데 저자가 산악문학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산악인도 글을 써야한다고 역설해 공감하고 있음.

*2008. 12. 17일

 

 

229.성종, 조선의 태평을 열다

*이 한우 저/해냄 간(2006)

*저자의 군주열전 시리즈 중 마지막으로 읽은 성종은 태평성대를 스스로 일군 임금이 아니고 앞선 임금들이 이룩한 태평성대를 누린 것으로 평가한 것이 기존의 성종임금에  대한 기존의 평가와 크게 다른 점임. 학문을 좋아하고 무인기질이 있어 세종과 세조를 닮은 일면은 있으나 3대비들과 훈구대신들의 견제로 뜻한 바를 제대로 펼치지 못했으나 재위 25년 중 반란이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음은 나름대로 선조대왕들이 이룩한 틀을 잘 계승 발전시켜 태평세대를 이룩했다는 것이 저자의 평가인 듯 함. 군주열전을 읽으며 왕권과 신권의 맞부디침과 이의 극복과정이 잘 묘사되었는데 이 책에 실린 정도로 언로가 열려있으려면 임금의 리더쉽이 확실치 않을 경우 신권의 지나침에 따른 폐해도 컸을 것으로 생각되었음.

*2008. 12. 16일

 

 

228.쟁점으로 본 한국사

*김육훈 저/푸른나무 간(1996)

*젊은 역사교사가 쓴 역사서로 제목이 눈을 끌어 읽어보았으나 역사는 역사 그 자체가 아니고 역사관이라는 지적을 다시 생각게 했음. “훈민정음과 세종대왕”에서 세종의 애민주의를 평가절하는 듯 해 새롭기는 해도 전적으로는 동의할 수 없다 했는데 “3.1운동과 민족대표”와 “임시정부와 제1공화국”에서 저자의 좌파적인 시각이 종종 눈에 띄어 그냥 읽어 내려가기가 상당히 조심스러웠음. 민족대표와 임시정부의 정통성에 대한 저자의 의구심은 혹시라도 기존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흠집 낼 목적이라면, 숱하게 많은 역사서를 읽어온 내게는 어림없는 일이겠지만 배우는 학생들에는 먹혀들 수도 있다고 생각되었음. 금성출판사의 교과서가 해방이후 담고 있는 역사 기술이 실은 저자와 같은 젊은 역사교사들이 주축이 되어 벌써부터 기반작업을 한 결과가 아닌 가 싶기도 함. 영국의 E.H. 카 교수가 역사란 과거와의 대화라고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잘못된 시각으로 대화를 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역사서를 골라 읽는 것이 중요함을 새삼 깨달았음.

*2008. 12. 14일

 

 

 

227.Tomorrow's Gold

*마크 파버 저/구홍표, 이현숙 역/필맥 간(2005)

*신흥시장 투자에 최고수준의 전문가로 알려진 저자는 아예 홍콩으로 이주하여 투자자문회사를 차릴 만큼 아시아 시장을 내일의 금맥으로 삼고 있는 듯함. 돈이 될 만한 상품이나 나라를 골라 투자하기 위해 경제사 특히 경기순환사와 도시의 흥망성사를 고찰하고 그 바탕위에서 아시아 시장의 기회를 논하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졌음. 저자의 예측대로 아시아시장이 기회의 시장이라고 하더라도 북한까지 이 범주에 넣는 것은 북한정권의 폐쇄성을 간과한 것이 아니가 해 무리라는 생각임. 격심한 디플리에션 속에서도 시장기회가 있다함은 지속적인 시장관찰이 필요하다는 또 다른 표현처럼 느껴졌음.

*2008. 12. 13일

 

 

 

226.라이어스 포커(Liar's Poker)

*마이클 루이스 저/정명수 역/위즈덤하우스 간(2006)

*1970-1980년대 미국의 대표적 투자은행인 살로먼 브라더스의 트레이더와 세일즈맨들이 펼치는 트레이딩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상세히 전해주는 본서는 저자가 동사에서 직접 보고 해왔던 일들을 실어 이 분야 문외한인 내게도 생생한 생동감과 숨 막히는 긴장감이 느껴졌음. 새삼 금융업계에서 일하고 두 아들들이 바로 저 정도는 아니더라도 다른 업계보다 자체 경쟁이 더 극심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음을 알게 되어 걱정되기도 했음. 돈 그 자체의 놀음에 무지한 내게는 많이 생소했으나 오늘 날의 미국의 금융위기가 탐욕스러운 투자은행들을 방치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음.

*2008. 12. 12일

 

 

225.황금물고기

*르클레지오 저/최수철 역/문학동네 간(2008)

*2008년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르클레지오의 소설로 아프리카의 한 소녀가 납치되어 파리와 뉴욕을 거쳐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 삶을 그린 작품임. 작품배경이 넓다는 점 외에는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를 너저분하지 않게 풀어내는 작가의 글 솜씨가 돋보였고 언제나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그래서 자유를 얻는 것이 소녀의 삶의 운명처럼 느껴졌음. 탁류에서 표류하는 물고기이지만 고향을 찾아 제 길을 가는 황금물고기에 주인공을 비유했다는 것이 역자의 설명이 적절한 것 같음.

*2008. 12. 10일

 

 

 

224.파브르 곤충기

*J. H. 파브르 저/정석형 역/두레 간(2000)

*프랑스의 곤충학자이며 박물학자인 파브르의 곤충기는 어려서부터 책 이름은 많이 들어왔으면서도 막상 책을 읽기는 이번이 처음임. 총525페이지의 적지 않은 분량의 본서가 총10권의 곤충기중 십 수 편을 골라 번역한 것이라 하니 파브르의 연구업적이 말년에 심방한 프랑스의 대통령으로부터 찬사를 받을 만 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음. 다윈은 파브르의 실험사례를 진화의 예로 들며 크게 찬양을 했다하는데 파브르는 이 책에서 진화론에 이의를 제기해 의아하기도 했는데 추후 진화론의 내용을 보다 숙지하고 나서 따져볼 생각임. 곤충을 인간과의 대화의 광장으로 성공적으로 끌어냈다는데 이 책의 의의가 있다는 판단임.

*2008. 12. 9일

 

 

223.그 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이청준 저/열림원 간(2007)

*2008년에 잃은 문학의 두 거성은 한 분은 “토지”의 박경리님이고 또 한분은 “당신들의 천국”의 이 청준님으로 두 분 모두 생전에 한 번도 뵙지는 못했지만 이분들의 작품은 제 가슴에 영원히 남아 있으리라는 생각임. 이청준 선생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가수 송창식님이 떠  오르는 것은 두 분 모두 남들이 보기에는 쉽게 쉽게 글을 쓰고 노래를 부른다는 것으로 작가 조정래나 가수 조용필 두 분이 혼신의 힘을 다 들여 글을 쓰고 노래부르는 것과 너무나 대조적임. 이청준선생이나 가수 송창식님이라고 쉽게 그들의 작품을 남기는 것은 물론 아니겠지만 소재가 무엇이든 이 두 분들의 손아귀에 들어가면 작품이 되어 나오는 것 같아 해본 생각으로 소재를 작품으로 만들때의 각고의 고통이 내 눈에 보이지 않아 더욱 그런 생각을 했을 것임. 읽고 나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선생의 작품집에서 보이고 싶은 역사와 숨기고 싶은 역사의 갈등을 그린 “지하실”이 다시 일고 싶은 단편임.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빔.

*2008. 12. 7일

 

 

222.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저/김진준 역/문학사상사 간(2008)

*8년 만에 다시 읽어도 감동이 전혀 줄어들지 않은 명저임에 틀림없는 것은 인류문명의 수수께끼를 이 책처럼 명쾌하게 풀어준 책을 아직 읽지 못했기 때문임. 아메리카 원주민이 유럽인에 의해 교체될 수밖에 없는 시원을 아메리카 대륙에는 유라시아처럼 곡물화할 야생식물이 흔치 않았고 가축화할 야생동물도 거의 없었다는 데서 찾아 그래서 농경사회가 늦게 이루어졌고 문명이 더뎠으며 그래서 가축이 옮기는 유럽인에 위협이 될 만한 세균도 없었고 당연 쇠와 총이 상징하는 철기문화와 무기가 없었다는 필자의 전개에 “아니오”라고 이의를 달 수 있는 학자가 과연 누구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음. 다양한 자료와 몸소 뉴기니 원주민과 생활을 같이한 경험이 우러난 본서를 읽고 나서 생태학, 유전학, 인류학, 언어학 등의 통섭이 이루어진 후 팀을 구성해야 저술이 가능하겠다 싶은 것을 저자 혼자서 저술했다는 것에 새삼 존경의 염이 일었음.

*2008. 12. 5일

 

 

 

221.왜 다윈이 중요한가?

*마이클 셔머 저/류운 역/바다출판사 간(2008)

*다윈의 진화론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만큼이나 관련 서적을 몇 권을 읽었어도 개념이 확실히 잡히지 않았는데 본서를 읽고 나서 진화론에 대한 이해를 높인 것이 이 책을 읽은 소득임. 나쁜 과학이자 형편없는 믿음으로 간주하는 지적설계론이 제시하는 진화론에 대한 공격포인트를 잘 해명하고 또 지적설계론이 내포하고 있는 허구점을 공략하는 저자가 진화론이 종교와 상치되지 않음을 나름대로 예증하고 있어 카톨릭을 믿는 나로서는 안심이 되었음. 하느님이 창조한 생명체가 환경변화에 따른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를 해왔고 하고 있다는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다는 생각임.

*2008. 12. 2일

 

 

 

220.정조, 조선의 혼이 지다

*이한우 저/해냄 간((2008)

*저자가 자신의 시리즈 저서 군주열전에 소개된 어느 임금보다 정조 임금에 대해 긍정적 평가에 인색한 것은 정조가 되지도 않을 아버지 사도세자를 왕으로 추존하는 일에 매달리다 시대와 불화하여 사회전반에 불신만 심어주었다고 단정해서인 것 같은데, 이제껏 접해온 정조의 개혁군주로서의 평가와 너무 상반되어 당혹스러웠음. 저자의 평가에 일면 수긍되는 면도 있으나 아무려면 선조임금에 비하려 싶어 반감도 생겼음. 실록에 바탕해 이 책을 썼다고 하나 어느 사료를 취하고 버리느냐에 따라 평가가 이렇게 상반된다는 것은 역사는 역사적 사실이 아니고 역사관이라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음. 정조 임금도 다산 정약용가 마찬가지로 주자학을 뛰어넘지 못하고 그 안에서 개혁을 도모했기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는 점에는 저자와 생각을 같이하고 있음.

*2008. 11. 30일

 

219.왜 조선유학인가?

*한형조 저/문학동네 간(2008)

*며칠 전에 읽은 “조선유학의 거장들”을 쓴 저자의 두 번째 조선유학론으로 앞의 책에서 실린 내용이 다시 언급되기도 했으나 다산 정약용의 학문이 진정한 실학에 미치지 못함을 논한 것은 새로운 충격이었음. 목민심서와 경세유표 등 수많은 저서를 남긴 다산은 결국 주자학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것이 저자의 평가이고 진정한 실학자는 다산과 얼마간 동시대를 살아온 혜강 최한기라는 것이 저자의 의견인 듯함. 이 책에서 다룬 것은 아니지만 혜강 최한기가 중인출신의 고산자 김정호와 교유해 대동여지도 제작에 큰 도움을 준 것도 고담준론의 유학보다 실사구시의 실학에 더 가치를 두어서 가능했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2008. 11. 27일 


 

 

218.낙동강 역사문화탐사

*신정일 저/생각의 나무 간(2003)

*병상에서 읽은 8권의 책 중 마지막 책으로 앞 서 읽은 한강역사문화탐사와 궤를 같이하는 저서로 낙동강에 얽힌 전설과 문화를 만나 볼 수 있어 반가웠음. 장장 천삼백리의 강줄기를 따라 혼자서 걸으며 탐사한 저자의 노역이 돋보인 작품으로 유역주민들의 생생한 삶을 찾아 전해주는 저자의 친절에 고마운 마음이 일었음. 다만 낙동강의 지질학적 특징은 크게 다루어 지지 않아 아쉽기도 하지만, 이 부문은 또 다른 탐사가들에 의해  채워져야 할 것으로 생각됨.

*2008. 11. 21일

 

 

217.석유지정학이 파헤친 20세기 세계사의 진실

*윌리암 엥달 저/서미석 역/도서출판 길 간(2007)

*미국의 비주류경제학자인 저자는 달러화의 위력과 미국의 군사력을 제1차 세계대전부터 세계의 경제성장 원동력의 기반인 석유와 유일하게 얽히게 되었다는 전제하에 미국과 영국의 세계지배메카니즘을 밝히고 있음. 비주류경제학자답게 지금까지 알아온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들을 이 책에 쓰고 있어 신선하고 충격적인 점은 분명 있으나 대처와 레이건의 업적을 깔아뭉개는 논리에는 동의할 수 없는 것은 세계사가 단순히 석유라는 인자 하나로 좌우될 수 없기 때문임.

*2008. 11. 19일

 

 

216.한강역사문화탐사

*신정일 저/생각의 나무 간(2002)

*“신택리지”를 쓴 향토사학자인 저자는 발로 쓰는 널리 알려져 있는 바, 본서 역시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에서 하구인 강화도앞까지 걸어서 직접 탐사해 펴낸 책임. 우리나라 유수 강들과 그 강에 물줄기를 대는 산울타리 종주에 관심을 두고 섬진강 산줄기환주를 거의 마친 내게는 한강이 담고 있는 역사문화를 엮어낸 저자가 부럽기도 하고 내가 과연 이만한 책을 쓸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했음. 다만 한강 그 자체보다 한강 언저리의 문화고와 유적이 이 책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아 이 점은 보완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됨.

*2008. 11. 17일

 

 

215.장성, 중국사를 말하다 

*쥴리아 로벨 저/김병화 역/웅진지식하우스 간(2007)

*“문명과 야만으로 본 중국사 3천년”이라는 부제에서 보듯이 영국의 여성사학자인 저자는 만리장성을 Great Wall로 부르기를 거부하고 문명과 야만이라는 시각으로 서술했음. 장성의 역사와 알려진 사실의 허구를 밝힌 이책은 장성이라는 거울을 통해 중국사를 조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생각임.

*2008. 11. 15일

 

 

 

214.조선통신사 일본과 통하다

*손승철 저/동아시아 간

*여말부터 운양호사건까지 500여년에 이르는 동안의 한일관계를 다루는 역사서로 작금의 대일본이슈를 어떻게 보고 대처할 것인가를 일러주고 있음. 조선 초기 염포와 부산포, 제포 등 삼포를 왜인에 개방하였는데 임진왜란 때 일본이 한양으로 쳐들어온 길이 바로 3포에서 한양으로 올라오는 길이었음을 새삼 알았음. 임란 후 조선은 통신사를 다시 보내어 한일관계가 크게 개선되었으나 일본의 군국주의대두로 한일관계에 먹구름이 다시 끼게 되었는바 상호신뢰가 관계개선의 요체임을 강조하고 있음.

*2008. 11. 14일

 

 

213.조선유학의 거장들

*한형조 저/문학동네 간(2008)

*조선유학의 거장 몇 분을 선정해 그들의 학문적업적과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파고든 독특한 형태의 유학서임. 거장들의 논조를 직접 듣도록 하겠다고 나선 저자의 머리말을 믿고 책을 쉽게 썼나보다 했는데 율곡이 금강산에서 스님과 나눈 첫 대화부터 내용이 어려워 참을성을 최대로 동원해 끝까지 읽어 내려갔음, 대동여지도를 펴낸 고산자 김정호를 음으로 양으로 도와준 혜강 최한기 선생을 이 책에서 만났는데 이 분이야 말로 다산 정약용을 뛰어넘는 과 감한 실학자임을 처음 알게 되었음. 저자의 친절한 안내로 호론파와 낙론파가 설전을 벌인 인물성동이론도 처음 접할 정도로 새로운 유학소개서였다는 생각임.

*2008. 11. 13일 

 

 

212.잡식동물의 딜레마

*마이클 폴란 저/조윤정 역/다른세상 간(2008)

*공진화에 관한 저서 “욕망하는 식물”에서 저자를 만나본 후 다시 대하는 저자의 새로운 저서인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병상에서 누워서 보아 집중하기는 힘들었지만 발로 쓰는  작가답게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 것인가에 관한 답을 구하기 위해 몸소 각각의 푸드체인을 경험한 후  음식의 정치적, 문화적의미에 관해 상술하고 있음. 제임스 콜만의 역저 “내츄럴리  데인저러스”를 읽고 난 후라 산업적음식사슬에 관한 저자의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게 되었지만 음식에 관한 새로운 해석은 음식소비자인 모든 이들에 음식문맹에서 탈피하는데 크게 도움을 준다는 생각임.

*2008. 11. 11일

 

 

211.천상병 전집(산문)

*천상병 저/평민사 간(2002)

*천상병과 복거일은 모두 서울상대를 졸업한  문인으로  “비명을 찾아서”를 쓴 복거일이 현실참여문인이라면 천상병은 이외수와 더불어 기인으로 알려진 문인이어서 이제껏 외면해왔는데 춘천의 용화산을 오르다가 바위에서 떨어져 다친 척추를 수술하느라 병상생활을 하는 내게 이상훈 친구가 그의 전집 한권을 사다주어 읽게 되었음. 작가의 시를 읽어보지 못해 단정적으로 말 할 수는 없으나 그의 산문을 읽고 난 후 소감은 그는 기인이 아니고 정상적인 문인이라는 것이었음. 소설가 천승세의 서문에서 같이 천상병은 열정의 신념에 도달하기 위하여 평화를 쪼으고 있는 천계의 파랑새로 순진무구한 문학인으로 기억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임. 시론의 내용도 기인의 과격함을 찾아볼 수 없는 공감되는 내용으로 남은 시집을 읽고 나서 천상병을 다시 그려볼 생각임

*2008. 11. 8일

 

 

 

210.자원전쟁

*에리히 폴라트, 알렉산더 융 등/김태희 역/영림카디널 간(2008)

*독일의 시사지 “슈피겔”기자들이 진단한 새로운 냉전시대의 동향과 전망을 담은 책으로 국제정치의 판도가 전쟁에 의해 항상 변하는 것은 아니며 새로운 갈등은 천연자원의 확보를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음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음. 인구가 많은 중국과 인도의 급속한 경제성장이 자원전쟁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자원확보의  중요성을 인식해 자원외교에 주력하는 것은 시의적절하다는 생각임. 북한의 성장동력이 부존자원에 있다면 남북경협을 통한 자원개발및 활용이 남북 모두 상생할 수 있는 협력모델일 수 있다는 생각임.

*2008. 10. 22일

 

 

209.서구의 몰락(3)

*오스발트 슈펭글러 저/박광순 역/범우사 간(1995)

*1,4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대작 “서구의 몰락”을 붙잡고 낑낑대며 읽기를 마친 후 느낀 것은 책 내용이 너무 어렵고 고등학교 수학교사였던 저자가 이렇게 어려운 책을 어떻게 써낼 수 있었나하는 감탄임. 통일적인 세계사의 개념을 부정하고 역사적 상대주의 입장에서 8개문화를 선별 고찰하고 문화도 유기체여서 융성기를 거쳐 몰락한다는 입장에 있는 저자는 문화는 문명으로 이행하면서 붕괴가 불가피한데 서양문화는 19세기에 문명으로 의 이행이 이루어져 몰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으로 서평은 적고 있음. 저자의 문명사관에 동의하느냐와 관계없이 이 책 맨 끝의 매듭 말로 인용된 다음 문구는 누구라도 받아들일 것 같아 옮겨놓는 것으로 독후감을 맺고자 함.

 “운명은 바라는 자를 인도해가고, 바라지 않는 자는 질질 끌고 간다---세네카”

*2008. 10. 15일

 

 

208.한글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최경봉-시정곤-박영준 공저/책과함께 간(2008)

*“한글이 없다면 지금 우리는?”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한글에 대해 알아야할 모든 것을 수록한 책으로 책 내용이 결코 딱딱하거나 경박하지 않아 좋았음. 한글이 없다면 순한문이나 이두 식으로 쓰인 한문을 사용하다가 일제강점기를 통해 일본어를 국어로 정했을 것이고 해방 후는 영어로 바뀌었을 것이라 생각하자 머리가 어지러워졌음. 세종대왕은 오직 애민하는 마음에서 당시 명나라를 숭앙하는 지식인들의 엄청난 저항을 극복하고 훈민정음을 창제한 것만으로도 이 나라 최고의 선군이자 선현으로 모셔질만하다는 생각임. 훈민정음이 국문으로 받아들여 진 것이 불과 백 몇 십 년 전의 일임에도 한글이 이렇듯 고급언어로 고양된 것은 20세기를 살아온 우리문인들의 노고덕분이라 생각하자 올 들어 타계한 소설가 박경리선생과 이청준 선생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졌음. 세종대왕의 애민정신 덕분에 우리 고유의 존재의 집을 지을 수 있었기에 우리 세대에 들어 경제와 문화가 꽃피웠다는 생각하는 내게 본서는 그 어느 책보다 고마운 책임.

*2008. 10. 11일

 

 

207.나의 국토 나의 산하 3

*박태순 저/한길사 간(2008)

*총1,300페이지가 넘는 저자의 국토탐방기는 단순한 탐방기가 아니고 이 국토를 어떻게 사랑해야하는 가를 일깨워준 인문서임. 소설가라는 본업 때문에 묘사가 허황되고 그래서 진부할 수도 있겠다는 내 생각은 선입관에서 비롯된 오해였고, 저자의 문학적상상력에 역사적통찰력이 용해된 본서를 통해 우리국토를 어떻게 가꾸고 보존해야하는 가를 많이 배웠음. 저자의 샘솟는 국토지식은 그저 연륜에서 나온 것은 아니고 우리국토를 부드럽게 보존하겠다는 열의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깊고 넓었음. 다만 저자와 생각을 같이 할 수 없는 부분은 전통과 유산에 대한 저자의 집착인데 그것들의 보전을 위해 두 손 두 발을 묶어둘 수도 없을뿐더러 또 이 시대에 현존하는 우리들 삶이 먼 훗날 가치 있는 유적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삶의 흔적을 남기는 일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임.

*2008. 10. 6일

 

 

206.적멸보궁 가는 길

*이 산하 저/이룸 간(2002)

*시인이 내놓은 명찰탐방기여서 문체가 참으로 섬세하고 또 자유롭다는 느낌을 받았음. 3대관음성지, 3보사찰과 5대적멸보궁만으로는 부족하여 화엄사, 운주사, 선운사와 부석사를 더 들러 탐방기를 책으로 내놓은 저자의 노고 덕분에 마음 편히 주요 사찰들을 느긋하게 둘러본 셈임. “문득 병”이 저자를 여행길을 떠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실토하는 저자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나 역시 먼 곳에의 동경이 산나들이에의 추동력이기 때문임. “그림자는 빛의 이파리 같은 것이지만 그늘은 빛의 떨켜 같은 것이다”라는 시인의 빼어난 관찰력이 이 책을 읽는 데 긴장하도록 만든다는 생각임.

*2008. 10. 1일   

 

 

205.서구의 몰락(2)

*오스발트 슈펭글러 저/박광순 역/범우사 간(1995)

*“혼의 상과 생명감정”, “파우스트적 자연인식과 아폴론적 자연인식”이라는 제 1권의 형태와 현실의 대 논제를 매듭짓고 이어서 “세계사적 전망”이라는 대 제목 하에 “기원과 토지” 및 “도시와 민족”이라는 논제를 다루고 있는 2권의 주 내용을 요약하기가 쉽지 않아 3권을 마저 읽고 시도해볼 생각임.  “역사적인 민족, 즉 자기 존재가 세계사인 민족만이 국민이다”라고 갈파한 저자는 “한 국민의 수명은 정해져 있다”라고 말하는데 서구를 형성하고 국민의 수명이 다함과 함께 서구도 같이 몰락하는 것이 아니지 3권을 읽어볼 생각임. 내용이 난해해 독후감을 요약해 쓰기가 쉽지 않은 책임.

*2008. 9. 23일  


 

204.나의 국토 나의 산하 2

*박태순 저/한길사 간(2008)

*“시인의 마음으로”라는 부제를 단 저자의 국토탐방기는 문학을 업으로 하는 작가답게 인간적이어서 글 읽기가 편했음. 다른 작가들과는 달리 해박한 역사지식에 문학적 상상력이 더해진 “계립령에서 부르는 하늘재 아리랑”이나 “상당산성의 전쟁과 사랑 ”등은 빼어난 기행문으로 평가될 것임. 그러나 작가가 차를 끌고 탐방을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제공한 이런저런 개발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데 대해서는 작가의 글솜씨로 처음에는 동의하다가도 이것은 아닌데 하는 부분들이 많이 있었음. 오늘 날의 개발이 경제발전에 목적을 두어 문화재보존과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불가피하다 해도 개발도 먼 훗날 역사로 기록되는 오늘 날의 몸짓일 텐데 오늘 삶의 일부를 희생해서라도 개발을 제한해야 한다는 데는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음. 역사만큼이나 미래가 현 세대와 다음 세대에 중요해서 하는 말임. 저자의 문학적 자산이 이 책의 진가를 드러내는데 크게 기여한 일면, 지나치게 문학적 수사나 문인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데는 작은 반감도 들었음.

*2008. 9. 17일     


 

203.천자문(千字文)

*성동호 역해/홍신문화사 간(2006)

*산행기를 쓸 때마다 한문해독이 안되어 동국여지승람 등의 고문서 내용을 직접 따오지 못하고 다른 분이 번역한 것을 옮겨놓아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어 앞으로 5년 안에 한문으로 된 고서를 해독할 것을 목표로 해 우선 천자문 읽히기에 착수했음. 천자문 정도야 거의 다 알겠지 하는 나의 믿음은 두 번째 장의 “日月盈庂 辰宿列張”에서 여지없이 깨져 천자문부터 시작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음. 8자로 된 125개 문장을 모두 써보고 그 자의와 구해도 전부 옮겨 쓰고 정독을 필했음. 몇 번이고 반복해서 써 볼 생각이며 다음으로 명심보감을 시작할 계획임. 중국의 역사와 지리적 배경이 전무한 나로서는 지나친 축어가 이해하기 힘들었음. 앞으로 5년 내에 동국여지승람을 해독하는 것을 목표로 한문공부에 매진할 생각으로 손을 댄 천자문을 일단 한 번 떼고 나자 자신감이 더해졌다는 생각임.

*2008. 9. 13일   


 

 202.그 가을의 사흘동안

*박완서 저/나남출판 간(1995)

*올 들어 박경리님과 이청준님이 연이어 타계해 가슴이 텅 빈 느낌임. 특히 이청준 선생의 서거는 아직 주옥같은 작품을 몇 년 더 남기고도 남을 만한 연세여서 안타까운 마음이 이를 데 없음. 몇 년 전 박완서님의 소설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 허전하고 안타까운 마음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었음. 이 분의 소설을 내가 좋아하는 것은 최인훈 선생이나 이청준 선생의 작품을 대할 때처럼 바짝 긴장하지 않아도 될 만큼 문장이 편안하고 정제되었으면서도 사실적이라는 점임. 기본적으로 사회문제에 나 몰라라하고 외면하거나 이 사회에 대한 애정은 손 틈만치도 없이 씹어만 대는 그런 작가가 아니고 이 사회를 이루고 있는 몸든 계층에 대한 사랑을 일을 수 있어 좋아하고 있음. 한동안 문학과 등지고 사는 것이 염려될 정도로 현존하는 작가들에 대한 애정이 없는 내게는 이 분의 작품이 내 글을 갈고 다듬는데 크게 도움이 될 교과서가 될 것임.

*2008. 9. 11일

 

 

201.서구의 몰락(1)

*오스발트 슈펭글러 저/박광순 역/범우사 간(1995)

*이 책의 저자 오스발트 슈펭글러는 독일이 낳은 사상가이자 문학철학가로 1918년 본서를 내놓아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음. 서구의 몰락은 서구문화의 몰락에 따르는 필연적인 결론이기에 저자가 문회를 어떤 관점으로 보았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임. 문화도 하나의 생물체여서 태어나고 성장하고 늙어가는 과정을 거쳐 몰락한다고 보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역사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도가 이루어졌다고 말하고 있음. 약1,5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양이 총3권으로 나누어 담겨졌으며 제1권인 본서에서는 서문과 형태와 현실이라는 대제목하에 수의 의미와 세계사의 문제, 대우주 그리고 음악과 조소라는 소제목으로 상술하고 있음. 독후감을 요약해 쓰는 것조차 부담스러울 정도로 내용이 낳해하기는 하나 나머지 2권도 마저 읽어볼 생각임.

*2008. 9. 9일

 

 

200.내츄럴리 데인저러스

*제임스 콜만 저/윤영삼 역/다산초당 간(2008)

*우리가 잘 못 알아온 음식, 건강, 환경에 대한 100가지 지식들을 해부하고 바로 잡아주는 것이 이 책의 간행목적이라면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그 목표는 충분히 달성했다는 소감임. 잘못된 지식의 근저에는 공짜 점심이 있을 수 있다는 심리와 과학에 대한 무지가 깔려있다는 것이 내 생각으로 광우병파동도 과학에 대한 국민의 이해부족을 활용해 좌파세력들이 의도적 조작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음. 유기농 내지 자연농에 대한 환상을 깨게 한 것만으로도 환경론자들의 허상을 벗기는데 일조를 했다는 생각임. 이 책의 저자처럼 양식 있는 학자들의 목소리가 커져야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과학적 진실을 왜곡하는 시도가 사라질 것이라는 관점에서 이 책은 참으로 시의적절한 때 발간되었다는 생각임.

*2008. 8. 29일

 

 

199.나의 국토 나의 산하1

*박태순 저/황헌만 사진/한길사 간(2008)

*대간시인 이 성부님 못지않게 대간을 사랑하는 소설가가 저자임을 알고 있기에 이분이 우리의 국토와 산하를 어떤 눈으로 관조하는가가 궁금해 이 책을 사서 읽었음. 1,2,3권 세권으로 된 “나의 국토 나의 산하” 중 이제 1권을 겨우 읽고 나서 저자의 관점을 얘기한다는 것이 이르다는 생각이나 1권만 따르면 경제개발 또는 성장론에 밀려 우리의 옛것에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일관된 논지로 이해되었음. 소설을 쓰는 문인들이 지리지를 쓴다는 것이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글쓰기 능력은 뛰어나겠으나 인문지리를 문학의 눈으로 재단할 까 걱정되어서인데 이 점에서 저자는 문학적 묘사를 자제한 면이 역력해 보였음. 이 책을 읽으면서 엉뚱한 생각을 한 것은 다름 아닌 시체처리문화였음. 다른 동물들은 죽은 시체를 스스로 또는 먹이사슬에 의해 청소되어 흔적 없이 사라지는데  과연 사람들은 무슨 천부적 권리가 있어 이 지구상에 살아가는 흔적을 계속남길 수 있는가 궁금했고 또 수많은 선조들이 시도 때도 없이 남겨놓은 삶의 흔적을 유적보존이라는 이름으로 성지로 남겨두자고 하는가, 그러면서 이 지구상에서 다른 생명체와 공존할 수 있는 것인가도 궁금했음. 저자의 새로운 시각과 동국여지승람 등 고전에서 자료를 뽑은 것은 내가 배워야 할 점임.

*2008. 8. 22일

 

 

198.동서의 피안

*우징숑 저/김익진 역/가톨릭출판사(2005)

*1961년에 출판되어 20년간 19판8쇄를 내고 2003년에 다시 개정초판이 나올 정도로 카톨릭신자들에 많이 읽혀온 종교서임. 감리교를 믿다가 카톨릭으로 개종한 저자는 철저한 카톨릭신자이자 또 철저한 동양인으로 알려진 것은 유교와 도교는 물론 불교의 가르침을 다 받아들여 성교회 안에서 즐거워하고 있기에 동서양 양안의 피안을 두루 섭렵했다는 평가임. 감리교를 믿으며 모성애를 발견하지 못해 뭔가 비워있는 것을 카톨릭으로 귀의한 후 성모 마리아를 만나 환호하는 글을 읽고 절로 고개가 숙여졌음. “어떠한 종교에 속하든지 동양인은 모성이 없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바로 이점이 내가 19년간 감리교도였지만 정신을 누리지 못한  또 한 가지 이유다.”라는 저자의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바로 이점이 카톨릭의 동서문화를 포용하는 힘의 원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음. 자서전으로 쓰인 본서는 저자의 종교편력과 카톨릭 안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솔직하게 볼 수 있어 부담없이 읽었음.

*2008. 8. 13일

 

 

197.조율사/꽃과 소리

*이청준 저/삼성출판사 간(1972)

*대학 졸업 후 처음 사본 이청준선생의 의 문고판 소설집인 조율사와 꽃과 소리는 참으로 공감하는바 컸던 작품이었음. 전달 말 타계하신 선생의 작품을 다시 꺼내 두 번째 읽은 조율사/꽃과 소리 작품은 선생의 초기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들은 고뇌하고 번민하며 탈고한 지적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임. 소설다운 소설을 쓰지 못하고 조율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주인공이 현존하는 자기를 극복하고 다시 태어나고자 단식에 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부분이 소설 조율사의 압권이며 두부장수소리, 쓰레기 꾼 소리 등 삶의 소리가 사라져가는 과정을 그린 소리도 여느 소설처럼 긴장을 풀고 읽어도 좋은 그리 쉬운 작품은 아니었음. 문고판 소설집을 통해 만난 이청준 선생은 며칠 전에 타계하시기까지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하셨는데 최인훈 선생과 더불어 선생의 소설이 국내 최고의 지적인 작품이라는 것이 내 판단임. 시간나는 대로 선생의 작품을 다시 읽어볼 생각임. 

*2008. 8. 9일 

 

 

196.지도로 보는 한국사

*김용만,김준수 저/ 수막사 간(2005)

*문화관광부에서 추천받을 만한 도서로 모자람이 없는 역사서로 평가하는 것은 역사적사실의 간결한 기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역사부도가 우리나라 역사를 개괄적으로 이해하는데 이만한 책이 없을 것 같아서임. 만주벌의 지배국이 어떻게 변천해왔는가도 이 책을 읽으면 개관할 수 있으며 수많은 전쟁에서 우리나라 조정이 어떻게 항쟁했고 또 피난을 다녔는가도  한눈에 볼 수 있어 전쟁사 이해에도 도움이 되었음. 다만 역사의 기술이 너무 간략하다보니 읽는 재미가 감해졌고 대동여지도를 그리려 김정호선생께서 백두산을 7회 올라가고 전국을 두루 돌았다는 기술은 아무래도 과장이라는 생각임. 우리나라 역사의 시공간을 같이 보다보면 우리나라 역사를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임.

*2008. 8. 7일


 

195.막고동 소리

*장태현 저/관훈미술기획 간(2008)

*저자의 회고록인 “세월따라 붓따라”에 이어 본 에세이집을 읽게 된 것은 한 친구가 친척집어른분이 지으신 것이라며 전해주어서였음. 호스피스의 도움을 받으며 이 책을 썼다는 저자의 의지에 우선 고개가 숙여짐. 개인적인 생각으로 “세월따라 붓따라”저서 보다 이번 “막고동소리”가 훨씬 짜임새 있고 저자의 생각을 담담하게 피력하고 있어 글 읽기의 부담이 많이 덜어졌음. 대한산악연맹 회장을 역임한 김영도님과 나누는 우정이 참으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음. 6.25세대의 삶과 사고를 엿볼 수 있는 책으로 이 선배들 세대께서 일군 일련의 업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리라 봄. 이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소설가 박경리님은 저자의 서울문리대동기이면서도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다 하는데 두 분 모두 6.25세대를 자처하는 분들이어서 이 책을 통해 그분들의 사고의 한 편린을 엿보았다는 생각임.

*2008. 8. 5일

 

 

194.우리 새 백 가지

*이우신/김수만 저, 현암사 간(2003)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대표적인 새들 100종을 텃새, 여름철새, 겨울철새, 나그네새와 길잃은새로 나누어 각 새에 관한 자료들을 일목요연하게 한 표로 정리하고 추가로 이 새의 특징 및 우리생활과 관련한 전설 등을 실은 우리 새들의 소개서임. 부끄럽게도 우리나라에서 고고한 새로 널리 알려진 학이 바로 두루미라는 사실을 이제껏 알지 못했을 만큼 새에 관한 지식이 일천한 내게 100종의 새들 하나하나의 특징은 물론 새들의 일반적인 특징을 접할 수 있어 좋았음. 다만 새들의 사진이 앞에 몰려 있어 글 따로 사진 따로 읽어야 하는 불편이 있어 아쉬웠음. 새들은 야생화와는 달리 한 곳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고 계속 움직여 모습으로 식별하기가 난해하기는 하나 이제 산에 오를 때마다 관심을 가지고 관찰할 생각임.

*2008. 7. 30일

 

 

193.2006.이상문학상 작품집

*정미경 외 6인 저/문학사상 간(2006)

*대상 수상작인 정미경의 “밤이여, 나뉘어라” 등 총7명 작가들의 수상작들이 실려 있는 수상작 모음집임. “밤이여, 나뉘어라”가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이유는 빛과 어둠의 미학을 바탕으로 인간 내면에 자리한 욕망을 묘파해낸 수작이었기 때문이라고 심사위원들은 말하고 있는데 이 작품이 내게 끌린 것은 글을 현학적이지 않고 또 복선이 복잡하지 않는 등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썼고 천재친구에 갖는 한 우등생의 열등감을 소재로 한 것이 퍽 새롭다는 것이었음. 내가 소설 읽기를 좋아하면서도 소설에 대한 평을 즐겨 듣지 않는 것은 평론가들의 평론이 너무 난해하고 있지도 않은 철학을 끌어내고자 무리한다는 느낌이 들어서임. 김경욱의 위험한 독서는 새로운 형식의 소설처럼 보였음.

*2008. 7. 26일

 

 

192.과학에세이

*아이작 아시모프 저/권루시안 역/아름다운 날 간(2007)

*“청소년을 위한” 부제가 말하듯이 일상60편의 과학이야기를 알기 쉽게 에세이 형식으로 쓴 과학서임. 과학을 어려워하는 것은 학교에서 쉽게 과학을 접하는 청소년이 아니고 과학학과와 떨어져 산지 오래된 어른들이기에 어른들이 청소년을 위해 쉽게 쓴 이 책을 읽는다 해서 부끄러워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임. “전설의 밤”등 과학소설을 주로 써온 저자가 과학을 어렵다고 멀리하는 보통사람들에 친근감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 쓴 본서를 읽고나면 신문에 나오는 과학적아젠다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음. 다만 아젠다의 상당수가 우주와 지구에 관련항목에 쏠려 있다는 점이 조금 불만스럽다는 생각임. 파충류공룡을 쓸어버린 천제지변에서 살아남은 포유류와 조류 모두 파충류에서 진화했다는 등 이제껏 알지 못한 놀랄만한 이야기도 많이 실려 있음. 

*2008. 7. 24일  

 

 

191.바오르의 열정과 복음선포

*리날도 파브리스 저/박요한 영식 역/성바오르 간(2008)

*사도 바오르의 탄생2000주년을 맞아 이분의 일생과 카톨릭신도들에 미친 영향을 두루 알고 싶어 얼마 전 프랑스의 철학자 알랭 바디우가 지은 “사도바울”을 사보았으나 내용이 난해해 별반 알고 싶은 것들을 얻지 못했음. 이번에 내가 다니는 군포성당에서 구매한 본서는 내용이 쉬웠고 사도바울의 인물됨을 자세히 알 수 있어 기쁜 마음으로 읽었음. 최후의 만찬을 같이 하지 않은 바오르는 12제자에 들어 있지 않으나 교회를 격렬하게 박해하던 중 다마스커스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회개하고 개종하여 이방인들에 열렬하게 복음을 전하고 순교한 열세 번째 사도가 되신 분임. 바오르가 이방인들의 사도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창조물이다”라는 종교적 신념이 강했기 때문임. 많은 교회가 부자교회라는 비난을 받는 것은 우리 모두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라는 것을 망각했기 때문일 것임. 우리 교회도 성장하여 해외선교에 많이 나서는데 사도 바오르의 가르침에 충실해야 현지주민의 복음화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는 생각임.

*2008. 7. 18일

 

 

190.생명의 시작과 끝

*임종식 저/로뎀나무 간(19990

*의학과 철학이 만나 생명에 관한 문제를 같이 풀어보겠다는 학문적 노력을 이 책에서 만나게 되어 흥미로웠음. 이름 해서 생명의료윤리학이라 하는 데 저자는 이 난해한 학문을 보다 쉽게 이해시키고자 생명의료윤리학이 철학에서 어느 위치에 있고 그 역할이 무엇인가를 일러 준 다음, 생명의료윤리학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요한 주제들을 뽑아 설명하고 나름대로 진위를 논증하고자 애쓰고 있음. 인간복제, 낙태, 안락사 등의 주요 논제에 이렇다하게 고민해보지 않고 소박하게 찬반의견을 표했던 내가 이 책을 읽고 왜 이러한 다급한 문제들이 아직도 논의 중인 알게 되었음. 이 책을 읽고 나서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전제하고 보다 활발한 토론으로 안락사에 관한 좋은 결론을 내려 입법화하는 것이 시급하겠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음.

*2008. 7. 10일

 

 

189.유라시아 천년을 가다

*박한제, 김호동, 한정숙, 최갑수 공저/사계절 간(2002)

*“역사학자 4인의 문명비교탐사기”라는 부제를 달은 본서는 몽골제국이 세계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그리고 그 영향이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일깨워준 기행문임. 몽골이 징키스칸이라는 불세출의 영웅을 만나 유라시아를 한 때 제패하기는 했으나 문명적으로 미개한 민족이어서 문명사적으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내 생각이 바뀌었음. 이 책 말미에 맺음글로 실린 글을 다음과 같이 인용해보고자 함. 저자들이 유라시아 탐사를 통해 본 것은 첫째 모로코에서 만주에 이르는 사막이 육지의 바다로 이 바다를 13세기의 몽골인들이 점했다는 것이며 둘째 세계사를 탄생시켰으며 셋째 과거를 국가주의나 민족주의 틀에서 벗어나게 해 현재를 미래로 열어놓았다는 것임. 냉무기인 칼과 활에서 총과 대포로 전쟁수행무기가 옮겨지면서 기마전에 능한 몽골족의 우위가 사라지게 되고 결국 패망하게 되지만 역참제도 등 새로운 문물 및 제도를 탄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통합세계의 역사를 태동시켰다는 것이 역사적의미가 있다 하겠음.

*2008. 7. 8일  

 

 

 

188.부의 위기

*오마에 겐이치 저/지희정 역/국일증권경제연구소 간(2006)

*회사를 경영할 때 저자의 다른 저서들을 몇 권 읽었을 정도로 저자의 탁견에 매료됐던 내가 3년 전 회사를 접으면서 잊었던 저자를 “부의 위기”라는 책으로 다시 만나게 되어 우선 반가운 마음이 일었음. 고이즈미 정권의 혁신이 생활자를 위한 혁신이 아니어서 큰 의미가 없다고 진단한 저자는 일본의 미래를 매우 어둡게 보고 이에 대한 처방으로 정부가 모든 규제를 풀고 작은 정부로 가야하며 국민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논지를 견지하고 있음. 저자가 진단한 일본의 문제는 바로 우리나라의 문제로 특히 광우병문제로 수입을 중단한 정부조치를 비판한 것도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문제라는 생각임. 제반 세제를 부가세와 재산세로 이원화하고 소득세를 없애자는 아이디어는 획기적인 것인데 1970년대에 부가세를 도입한 박대통령이 선각자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음. 과학과 상식을 무시하고 이념적 투쟁에 골몰하고 있는 좌파의 투쟁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국가적 의제조차 제대로 설정할 수 없어 우리나라도 일본보다 더한 위기를 맞을 것이 분명해 현 정황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이 책이 읽고 나서 더 강하게 갖게 되었음.

*2008. 7. 4일

 

 

187. Never Climbing Society

*후지이 겐키  저/이혁재 역/도서출판 재인 간(1976)

*“90%가 하류로 전락한다”는 쇼킹한 책 제목과는 달리 국가아젠다를 잘 못 설정해 일본이 경제적으로 쇠망할 수 밖에 없음을 경고하고 하류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해야 하나를 일깨워준 미래전망서임. 일본은 세계화를 주도할 능력이 없고 국가부채가 많아 중류층을 더욱 조여 하층으로 전락하게 만든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고이즈미총리가 해야 할 혁명은 국가채무를 어떻게 갚느냐 인데 우정국민영화로 국가아젠다를 잘 못 잡았다는 진단인데 요즈음 한국정치상황에도 그대로 들어맞는 다는 생각임. 지난 10년간 좌파정권이 약화시킨 경제를 어떻게 살리느냐가 가장 중대한 국가 아젠다인데 온 나라가 발생확률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광우병논쟁에 함몰되는 광기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임. 건전한 상식과 과학을 믿어야 하류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저자의 고언은 우리나라 좌파교수들과 성직자들에 꼭 들려주고 싶은 글귀임.

*2008. 7. 1일

 

 

186.아크엔젤

*로버트 해리스 저/조영학 역/랜덤 하우스 코리아(주) 간 (2008)

*아크엔젤은 구품천사 중 국가통치자의 보호와 특별한 사명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한 천사를 뜻하나 이 소설에서는 말미에 나오는 러시아 북부 백해에 위치한 항구도시의 지명으로 나옴. “죽음은 모든 문제를 해결해준다-인간이 없으면 문제도 없다”는 어록을 남긴 J.V.스탈린은 폭군 이반을 존경하며 수많은 국민을 학살한 광기의 정치인으로 이 책은 그의 광기가 부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의 한 역사학자가 스탈린의 비밀노트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생생하게 그린 히스토리 팩션임. 러시아 국민의 1/6 이상이 스탈린을 아직도 국민영웅으로 모시고 있다는 사실이 바로 스탈리니즘의 부활을 걱정하게 만드는 것으로 이런 우려를 소설화한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라 할 수 있음. 한반도 북쪽에서도 스탈린  못지않은 광기의 정치인 김정일이 군림하고 있어 이에 적절히 대응하고 극복하기 위해서 이 책의 일독이 필요하다는 생각임.

*2008. 6. 26일

 

 

185.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막스 베버 저/박성수 역/문예출판사 간(1998)

*독일의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저자는 근대유럽의 자본주의 발생이 칼뱅주의로 대표되는 프로테스탄티즘의 교리에 힘입었음을 예증하는 경제서임. 근면과 절약을 강조하는 프로테스탄트들의 종교적 생활태도가 자본주의를 발전시킨 동인이라 강조하는 저자는 여러 사례들을 들어 유태교나 카톨릭교는 자본주의발전에 공헌한바 없다는 논조를 펴는데 이 부분에서 사실과 다르다는 공격을 많이 받고 있다함. 미국의 청교도신자들도 바로 근면과 절약정신이 그들 생활의 근간이 되었기에 미국의 자본주의가 발달되었다는 생각임. 또 하나 저자는 합리성 추구에서 서구문화가 타문화를 압도하고 있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도 나름대로 그의 독특한 자세로 생각됨.

*2008. 6. 19일

    

 

183-184.바람의 화원(1-2)

*이정명 저/밀리언하우스 간(2007)

*사망연도도 밝혀지지 않은 천재화가 신윤복은 오직 그림으로 그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기에 작가 이정명에게는 천재화가의 일생을 소설화하는데 신윤복의 일생만큼 호재는 없었을 것임. 일러두기에서 “이 글은 소설”이라고 언명하지 않았다면 나처럼 남의 말을 쉽게 믿는 독자들이라면 신윤복이 신한평의 아들이 아니고 서징의 딸이라는 작가의 설정이 역사적사실로 오해할 수 도 있으리라 생각된 것은 작가의 치밀한 구도 때문임. 시인이나 수필가보다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소설가들이 부러운 것은 어엿한 신씨 가문의 천재화가를 서씨여인으로 둔갑시켜도 작품성만 있다면 칭찬받으니 하는 말임. 또 하나 놀란 것은 작가의 그림을 보고 해석하는 눈이 뛰어나다는 점임. 이런 소설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흥미있게 읽었으나 단원 김?도와 혜원 신윤복을 너무 대조시킨 것은 조금은 작위적이라는 느낌도 들었음.

*2008. 6. 14일

 

 

182.대국굴기

*왕지아펑 외 7인/양성희, 김인자 역/(주)크레듀 간(2007)

*15세기 처음으로 해양을 제패한 포르튜갈을 시작으로 최근의 미국에 이르기까지 스페인, 네델란드,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과 러시아 등 총 8대 대국이 어떻게 굴기했고 또 무너진 이유는 무엇인지를 명쾌하게 밝힌 역사서로 중국 CCTV 방송의 특별기획다큐멘터리 “대국굴기(大國?起)”내용을 책으로 펴낸 것임. 아직도 공산주의 정치체제가 지속되는 중국에서 영국의 굴기원인으로 명예혁명의 성공에 따른 자유로운 사회분위기를 뽑은 것은 중국을 끌어가는 지식인들이 얼마나 리버럴한가를 읽을 수 있게 했음. 러시아의 역사를 “갈수록 더 눈부신 발전, 갈수록 더 참담해지는 실패”로 요약한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일시적인 산업발전으로 대국으로 잠시 굴기(우뚝 섬)힐 수 있어도 인류의 평화와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음. 나라마다 대국으로 굴기한 동인은 달라도 무너진 배경에는 국민과 인류에 대한 책임이식의 결여가 공통적이었다는 느낌을 받았음.

*2008. 6. 11일 

 

 

181.자비의 윤리학

*박이문 저/철학과 현실사 간(1994)

*윤리학도 형이상학이나 미학 등과 더불어 철학의 한 장르이기에 책은 얇아도 쉽게 읽혀지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우선 저자가 한국인이고 두 번째로 주제가 비교적 낯설지 않은 자비이어서 그런지 큰 어려움 없이 읽었음. 윤리학의 발전역사와 발전단계별 한계와 모순점을 지적하고 현대의 윤리는 생명윤리로 발전해야 함을 역설했음. 저자는 본서를 통해 칸트의 의무주의와 밀의 공리주의는 물론 공자의 “인”과 예수의 “박애”가 갖고 있는 한계를 지적하고 대승불교의 자비를 통합적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음. 남의 고통을 의식하고 함께 괴로워하는 자비의 마음이 인과 박애의 윤리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자비의 윤리가 도덕적진리에 대해 절대적 확신을 갖지 않기 때문이라 설명하고 있음.

*2008. 6. 5일

    

 

179-180.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1, 2

*괴테 저/안산환 역/민음사 간(1996)

*질풍노도의 시대에 독일의 한 젊은이(괴테일 수도 있음)가 어떻게 삶을 살고 있고 귀족층과 어떻게 교우하는 가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아주 흥미 있게 읽었음. 저자의 또 다른 작품인 파우스트를 하도 힘들게 읽어 이 소설도 그렇게 난해한 것이 아닌 가 했는데 연극을 배워나가는 과정과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 이런 저런 수업(?)을 받는 상황을 흥미롭게 묘사해 전혀 어려움이 없었음. 이 소설이 교양소설이냐 시대소설이냐 논쟁을 불러일으킬 만큼 화제작이기도 해 이해하기 쉬웠다는 생각임. 어느 시대이건 사랑은 영원한 테마이었기에 빌헬름마이스터의 사랑편력기도 묘사되는데 남작 로타리오의 여동생 나탈리에를 만나 결혼으로 이어짐으로서 주인공의 수업시대가 끝나고 귀족으로 편입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음. 18세기 독일 문화의 한 면을 보는 것 같았음.

*2008. 6. 4일

 

 

 

178.부의 기원(The Orgin of Wealth)

*에릭 바인하커 저/안현실, 정성철 공역/랜덤하우스 코리아(주) 간(2008)

*부를 차별화, 선택, 증식이라는 진화의 공식에서 나온 산물로 정의하는 저자의 경제를 보는 관점은 복잡계경제학이라는 새로운 화두임. 아담스미스 이후 경제학의 발전을 소개하며 물리학의 발전이 경제론 발전에 어떤 영향을 보여주었는가를 논증하는 과정에서 경제학과 물리학의 통섭을 본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음. 경제적 진화는 건강한 사회적기술에 의해 좌우되므로 사회적기술을 새롭게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성장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시장, 과학, 민주주의가 더 뿌리를 내려야 함을 강조하고 있음.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이 어느 정도 전망되는 것은 민주주의가 확립된 에제는 사회적기술이 물리적기술을 충분히 따라 잡을 수 있고 시장에 대한 믿음이 강화되고 있다고 믿어서인데 좌파들의 파괴적선동이 먹혀들어가는 것 같아 염려되기도 함. 일독만으로 저자의 논점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힘드나 다른 이론서와는 달리 읽어 내려가는 중 내내 흥미롭고 긴장됐음.

*2008. 5. 28일

    

 

177.한국지형산책 II

*이우평 저/푸른숲 간(2007)

*지리학과 지질학이 만나 이야기 거리를 제공하는 도서로 이만한 책이 많지 않을 것이다 싶은 것은 그러기 위해서는 두 학문을 통섭한 학이거나 아니면 두 학문을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는 중고교 교사들이 이런 책을 쓸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임. 저자 이우형선생은 이점에서 나무랄 데 없는 지리교사로 지질학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전문가수준이어서 우리나라지형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었을 것임. 제주도에 관한 다방면의 고찰과 이에 근거한 글은 제주도가 우리나라 땅임이 얼마나 고마운가를 새삼 느끼게 했음. 대간과 정맥을 종주하며 나름대로 특색있는 산행기를 남기고자 애쓰는 나로서는 선생의 통섭노력과 그 결과로 빚어진 이 책이 마냥 부럽게 느껴졌음. 욕심을 굳이 말한다면 1, 2권에서 다루지 못한 명소들을 더 탐방해 3권을 내주었으면 하는 것이고, 바위의 생성과 풍화과정을 보다 상세히 설명하는 장이 따로 있었으면 하는 것임.

*2008. 5. 26일 

    

 

176.대왕세종

*백기복 저/(주)크레듀 간(2007)

*이 책이 아니더라도 세종의 업적을 찬하는 책은 많이 있는데 이 책이 눈을 끄는 것은 소위 세종의 “마음경영법”에 관한 글을 실었기 때문임. 한글창제를 극구 반대한 최만리를 비롯한 10명의 신하를 세종께서 어떻게 대했나를 통해 세종의 마음경영을 보여주고자 한 이 책은 경영서로는 어떨지 몰라도 너무 내용이 빈약하고 또 훈민정음창제에 주도적 역할을 한 성삼문이 빠져 두 번 읽을 만한 책은 못 된다는 판단임. 그간 읽은 여러 책을 종합해볼 때 세종대왕은 최고의 휴머니스트로 백성들을 끔찍이 사랑했으며 또 실용주의자여서 그의 노력이 공리공담에 그치지 않고 제도로, 책으로 결실했다는 생각임. 국정 전 분야에 세종의 손길이 안 미친 곳이 없을 정도로 부지런 했고 지식도 충분해 이 분이 아니셨다면 조선이 과연 몇 년이나 지속됐을 까 하는 생각도 들었음. 동시대를 살은 이태리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뛰어 넘은 것은 한글창제라는 판단임.

*2008. 5. 16일 

 

175.김동리 단편선-무녀도

*김동리 저/문학과 지성사 간(2004)

*우리나라 문단에 상당한 힘을 미쳤던 김동리 선생의 단편선을 읽고 나서 젊은 날에 익혔던 언어들 중 세월에 씻겨 흘려보낸 언어들은 아직은 많지 않음을 확인했음. 선생의 대표작 무녀도를 포함해 총 12편이 실렸는데 크게 보아 황토색 짙은 무녀도와 현실문제를 다룬 산화등으로 나눌 수 있을 것임. 이 책에 실린 소설 모두가 1930-40년대의 작품이어서 도시보다는 시골이 소설의 무대로 많이 등장하는데 얼마나 핍박하게 살았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음. 좌파문학에 대항하여 민족문학을 지켜온 선생의 작품은 황토색 짙은 작품이든 현실 문제를 다룬 작품이든 모두 삶의 가치를 지키는데 가치를 두었다는 생각임. 1995년에 선생이 타계한 후 1998-2007년의 10년간 좌파정권이 들어서면서 좌파들이 문단을 주도해 순수문학이 크게 위축된 것은 심히 유감이라 생각함.

*2008. 5. 14일

 

 

174.사도바울

*알랭 바디우 저/현성환 역/새물결 간(2008)

*철학자와 종교가의 만남에 상당한 기대를 하면서 이 책을 사서 읽고 나서 아무 것도 내게 남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는데 다음 2가지일 것 같음. 첫째는 어떤 책이든 건성으로 읽어치우는 내 나쁜 독서습관이고, 둘째는 사도바울이라는 인물과 말씀을 누구나 알아보고 들을 수 있도록 쉽게 글을 쓰는 요령을 모르는 철학자인 저자 때문이라는 생각임. 사도 바울의 말씀이 그리 난해한 것이 아닌데 나를 무식한 사람으로 조롱하듯 난해하게 써 철저하게 패배감만 남겨준 이 책에서 그나마 기억되는 것은 “그리스도는 율법의 끝이다”와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다”임. 저자는 이 두 가지가 이율배반이라 하는데 왜 그러한 것인지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함. 이 책을 읽고 나서 인류 최고의 사상가인 예수의 말씀이 복음인 것은 저자인 알랑 바디우보다 훨씬 쉽게 비유로써 말씀하셨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음. 다시 한 번 읽어보고 독후감을 수정할 뜻임.

*2008. 5. 10일   

 

 

173.한국의 강

*이형석 저/홍익재 간(1997)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던 저자가 발로 쓴 답사 보고서로 딱딱하지 않고 내용도 알차 보기 드물게 훌륭한 강줄기답사보고서라는 생각임. 이 책에 더욱 마음이 쏠린 것은 강과 산이 둘이 아니고 하나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강줄기 개념도였는데 그동안 대간과 정맥을 여러 줄기 종주한 덕분에 강줄기이해가 훨씬 용이했음. 제 고향 파주의 임진강이 한강 제1지류여서 이보다 훨씬 짧은 하천들은 강으로 분류되는데도 임진강이 제외된 것은 이 책에서 처음 안 것으로 강의 개념정립에 이 책이 큰 도움을 주었음. 다산 정약용의 수경표가 한반도의 이북 강만을 다루고 있음을 아쉬워하던 차 저자의 강줄기답사보고서는 남한 땅 강줄기이해에 결정적 도움을 주었기에 저자의 노고에 감사드리고자 함. 이 책을 읽고 나서 어느 한 산을 정해 물줄기와 산줄기를 답사한 후 보고서를 내고 싶은 마음이 일었음.

*2008. 5. 9일

 

 

172.제네시스-생명의 기원을 찾아서

*로버트 M. 헤이즌 저/고문주 역/한승 간(2008)

*부제인 “생명의 기원을 찾아서”와 같이 생명기원탐방에 나선 저자를 쫓아가다 보면 그동안 생명이 어떻게 만들어 졌나에 대한 과학자들의 연구과정과 성과를 만나게 됨. 저자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은 순서를 가진 수많은 창발현상을 통해 등장했음을 알려주고자 여러 가지 가설들을 소개하고 있으니, “원시수프가설”, “열수공가설”, “점토가설”과 “황-철가설”등이 그것들임. 저자는 마지막으로 생명의 기원에 관해 세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는데 제 1가설은 생명은 대사로 시작했고 나중에 유전분자가 들어왔다는 것이고, 제2가설은 생명은 자기 복제하는 유전물질로 시작했고 나중에 대사가 들어왔다는 것이며 마지막 가설은 생명은 대사와 유전사이에서 발생하는 협동적 화학현상으로 시작했다는 것임.  아직 답을 알지 못하지만 찾을 준비를 하고 있고 그래서 더 많은 진실을 찾아내고 가능성을 조사하는 이 분야 과학자들의 연구과정과 성과를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 자세히 알리고자 노력한 흔적이 역력히 보였음. 과학자들이 그들의 무지한 틈새를 채우기 위해 신에게 부탁하는 “틈새의 신 ”이야기는 창조론자들을 비판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지만 이러한 개념의 차용은 생명의 기원을 따지는 난해한 연구에서만 쓰이는 것이 아니고 신앙생활에서도 남용된다 싶어 흥미를 느꼈음.

*2008. 4. 24일    

 

 

 

171.한국지형산책 I

*이우평 저/푸른숲 간(2007)

*지리교사인 저자가 발로 쓴 지리서이자 지질서인 이 책은 백두산에서 독도에 이르기까지 30곳을 직접 탐방해 쓴 책으로 사진은 물론 관련지리와 지질을 함께 일러주고 있어 인문학과 과학의 통섭의 결과가 이 이런 것이다 하는 생각이 들게 했음. 저자가 직접 연구한 것은 아니지만 관련학문을 전공한 교수들이 연구해서 이룩한 학문적 업적을 바탕으로 다녀온 곳의 지형을 개념도와 함께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머리에 쉽게 들어왔으며, 그 중 내가 다녀온 산하도 몇 곳 있어 아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음. 저자가 어려운 지질학의 내용을 쉽게 풀어쓴 것은 일선학교에서 가르쳐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임. 나머지  II권도 조만간 마저 사서 볼 욕심이 동할만큼 산을 즐겨 찾는 내게는 마음에 쏙 드는 도서임.

*2008. 4. 15일

 

 

 

170.거짓말의 진화:자기정당화의 심리학((Mistakes were made (but not by me))

*엘리엇 에런슨-캐럴 태브리스 공저/박웅희 역/추수밭 간(2008)

*분명 충격적인 심리학 저서로  거짓말보다 더 위험한 것이 인지부조화를 해소하기 위해 취하는 자기정당화라는 논지의 이 책을 읽고 나서 나 역시 자기정당화를 통해 인지부조화를 해소한 사례가 몇 번 있었음을  되돌아보았음. 인지부조화를 느꼈을 때 솔직하게 자기 잘못을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자기정당화를 통해 해소할 것인가는 피라밋 정점에 올라 양방향으로 갈라져 내려가는 것과 같아 처음에는 그 차이가 별로 없는 것 같으나 확대편향의 속성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전혀 다른 결과를 야기한다는 저자들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음. 매사에 반드시 옳아야한다는 생각을 고집하게 되면 독선에 빠지기에 실수도 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조기에 잘못을 사과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평범한 가르침을 결론맺기 위해 저자들은 자기정당화의 다양한 사례와 그 병폐를 적시하고 있음. 이 책을 통해 거짓말이 어떻게 발전하는가에 대한 메카니즘을 알 수 있었기에 자기정당화를 통해 인지부조화를 해소하지 않고 바로 잘못을 사과하고 시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배웠음.

*2008. 4. 10일    

 

 

 

169.서있는 여자의 갈등

*박완서 저/도서출판 나남 간(1989)

*저자의 글은 탈렌트 김혜자의 드라마나 가수 송창식의노래와 같이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작품이면서도 수더분함이 돋보여 좋아하고 있음. 저자의 산문집은 이번이 처음으로 오래된 책을 헌책방을 찾아 산 것은 요즈음 거의 주 2회 정도 산행기를 쓰는데 적절한 어휘를 찾아내지 못하고 글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하는 어려움을 느껴서임. 20년 전 전후의 풍경을 엿볼 수 있어 좋았고 산문은 이렇게 쓰는 구나를 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이 큰 수확임. 글을 예쁘게 쓰려고 노력하는 것 보다 우선 글의 원천이 되는 경험과 생각이 원숙해야하고, 다음으로 진솔한 마음으로 쉽게 쓰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저서 어디에서도 현학적인 부분을 찾아 볼 수 없어도 저자의 글이 끌리는 것은 저자의 농축된 경험과 지식, 그리고 진솔함을 볼 수 있어서임.

*2008. 4. 2일

 

 

168.삼국유사

*일연 저/김원중 역/민음사 간(2008)

*나이 들어 제대로 번역된 삼국유사를 읽는다는 것은 기쁨 그 자체임을 깨달았음. 삼국의 역사를 전하는 우리나라 역사서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가 전부이기에 어느 것 하나 소중한 유산이 아닐 수 없지만, 삼국유사가 아니라면 우리의 건국신화와 옛 노래 향가가 묻힐 뻔 했으니 이 두 가지를 펴낸 것만으로도 저자의 업적은 길이 기릴만하다는 생각임. 저자의 신분이 승려이니만큼 불교와 사찰이야기가 조금 많기는 하지만 저자의 불교이야기들로부터 우리의 원형 같은 것을 읽어낼 수 있어 그리 버겁지는 않았음. 고려가 고구려를 뒤이은 나라로 표방하면서도 통일전의 역사도 신라에 많이 할당한 것은 조금은 아쉬운 대목이기도 함. 이 책을 펴내고자 중국의 역사서는 물론 선조들이 지어낸 역사서도 많이 참고했음이 삼국사기와 다른 점이라 함.

*2008. 3. 24일   

 

 

167.자기 자신 잘 대하기

*안젤름 그륀 저/한연희 역/성서와함께 간(2005)

*독일의 수사신부이자 신학박사인 저자는 사람들이 자신과 타인에게 지나치게 엄격하게 또는 냉혹하게 대한다고 진단하고 이는 주님의 뜻과 같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음. 엄격주의 현상에 대한 문제점을 고찰하고 진정으로 자기 자신에 잘 대하는 것은 좀 더 부드럽고 자비롭게 대하는 것임을 역설하고 이것이 주님의 뜻에 따르는 것임을 역설하고 있음. 우리사회에서 폭력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사랑과 애정에 바탕을 둔 교육이 긴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최근 일련의 어린애들 유괴살인행위나 유부녀살해 행위들이 거의다가 자신의 공격적 성격을 억제하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잘 대하지 못한데서 야기됐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임. 자기 자신을 잘 대하는 길은 바로 스스로에 자비로워져야 한다는 저자의 가르침이 절실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생각임.

*2008. 3. 21일

 

 

166.금강경 강해

*김용옥 저/통나무 간(2000)

*반야심경에 이어서 불교신도 들이 가장 많이 낭송하는 소의경전인 금강경(金剛經)은 나십(羅什)의 역본 “금강반야파라밀경(金剛般若波羅密經)”을 양나라의 소명태자가 32분으로 분절하여 각 분에 이름을 붙인 것임. 저자가 강해한 금강경은 나십이 역한 금강경으로 수많은 판본 중 가장 정본이라 할 수 있는 해인사장경각에 보존 중인 고려대장경판본을 역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음. 무엇이든지 자를 수 있는 금강과도 같은 지혜를 담고 있는 금강경(金岡經)은 부처님이신 세존과 장로 수보리와 나눈 말씀으로 저자의 동서를 넘나드는 현학적인 해설을 읽는 것보다는 금강경자체를 몇 번이고 낭송하는 것이 금강경 이해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은 것은 저자가 책 말미에서 이야기한 대로 금강경은 논리의 전개가 아니고 깨달음의 찬가요 해탈의 노래이기 때문일 것임. 부처님은 수보리에 칠보를 가져다가 보시를 해도 보살의 마음을 발하고 이 경내지 사구게를 받아 지녀 읽고 외워 다른 사람을 위해 연설한다면 이 복이 저 칠복을 뛰어 넘으리라 하며 다음 말씀을 주셨음. “모든 지은 법이여/꿈과 같고/환영과 같고/거품과 같고/그림자 같네./이슬과 같고/또 번개 같아라./그대들이여/이같이 볼지니.”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언을 주시는 것으로 금강경이 끝남.

*2008. 3. 15일

 

 

 

165.악령

*도스또엡스끼 저/이 철역/정음사 간(1974)

*34년 전에 사놓은 도스또엡스끼 전집을 다시 꺼내 그 때 못 읽은 제 1집을 읽었음. 작가의 대표적 장편의 하나인 악령 외에 단편 4편이 더 실린 1집을 다 읽는데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했던 것은 출간된 지 오래된 책이어서 상하양단의 세로쓰기에 활자가 작아 이 책 1페이지가 요즈음 발간되는 소설책 2페이지에 해당되는 데다 저자 특유의 질질 끄는 대화와 수많은 등장인물의 러시아 특유의 이름이 외우기 어려워서였음. 이 소설의 배경은 1869년에 돌발한 네챠예프사건으로 작가는 이 사건묘사로 당시의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평가임. 네챠예프사건이란 모스크바의 한 농과대학에 다니는 네챠예프라는 학생이 당시의 사회제도를 뒤집고자 5인조비밀결사를 조직하고 활동하는 중 사상전환을 이유로 탈퇴한 한 학생을 살해한 사건으로 피살된 사람이 지인의 친구여서 그로부터 생생한 증언을 들은 것이 소설을 쓰게 된 직접적인 동기라 함. 이 책을 다 읽고도 왜 저자가 소설 제목을 “악령”으로 지었는지 이해되지 않았지만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사람들을 등장시켜 나누는 대화를 읽노라면 나도 모르게 빠져들곤 했음. 남은 그의 작품을 다 읽는 데도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임.

*2008. 3. 4일

 

 

164. The Little Prince

*Antone De Saint-Exupery 저/Katherine Woods 역/Penguin Books 간(1972)

*한동안 손 놓았던 영어로 된 책을 다시 든 것은 그나마 알고 있는 영어실력이 저하될 까 우려해서였음. 한글 번역본을 이미 읽어 본 작품이기에 내용의 대강은 알고 있었으며 다른 영어소설보다 문장도 쉽고 페이지수도 적어 우선적으로 손이 갔음. 첫 페이지에 나오는 boa constrictor 그림을 통해 작자는 어른들의 빈곤한 상상력을 드러내게 했고 사방 20마일의 광장에 20억의 사람들을 집어넣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통해 어른 들이 숫자를 얼마나 숭상하는 가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 두 대목이 가슴에 와 닿았음. 교육학자 쏜다이크의 지적대로 존재하는 것은 모두 양으로 존재하기에 측정이 가능하며 그래서 모든 것을 수치로 표현할 수 있다 해도 숫자를 맹신하는 것은 인간의 본래 모습을 잃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임. 집사람의 손때가 묻어 있는 책이어서 더욱 정감 있게 읽었음. 

*2008. 2. 22일

 

163.네가 나를 정말 사랑하느냐

*조인환 저/성황석두루가서원 간(1987)

*조인환 베드로 신부의 사제생활 반세기 기념으로 출간한 총 830페이지의 설교집임.  21년전에 출간된 책이기에 이 책에 실린 내용에는 그 훨씬 전의 설교도 들어 있는데 전혀 구시대의 다 지니나간 이야기라고 생각되지 않는 것은 저자의 구수한 설교내용도 그러려니와 무엇보다 예수님의 가르침이 2-30년 흘렀다 하여 바뀔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생각임. “네가 나를 정말 사랑하느냐”라는 책 제목처럼 신부께서도 사제생활을 반세기 동안 하시면서 정말 사랑하고 있는 가를 자주 자문했을 터인데 이 설교집 여기저기에서 신부님의 사랑노력을 엿볼 수 있었음. 복음말씀 한 구절에서 제목을 따내고, 이에 맞는 실사례를 제시하고 복음말씀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를 설명하여 복음말씀 한 구절의 참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이 책은 비록 그 사례들이 몇 십 년 전의 것이지만 매일 몇 페이지씩 읽을 만하다는 생각임. “나는 너희에게 새 계명을 주겠다. 서로 사랑하여라.”는 요한복음의 한 구절을 가슴에 새겨두고자 함.

*2008. 2. 19일  

 

 

162.숙종, 조선의 지존으로 서다

*이한열 저/해냄 간(2007)

*북한산성과 청주의 상당산성을 개축한 임금이 조선조 숙종임금이었음을 알고 나서 장희빈과의 연담으로 색칠해진 숙종의 참모습은 어떠할까 궁금하던 차에 이한우의 군주열전의 한 권인 “숙종, 조선의 지존으로 서다”라는 본서를 접해 이틀 만에 다 읽었음. 태어나서부터 국본으로 커온 몇 안 되는 임금인 숙종은 세상에 알려진 바와 같이 여색을 가까이 하거나 그로 인해 국정을 내팽개친 채 중신들에 권한을 넘겨준 그런 유약한 임금이 아니고, 그 반대로 여색을 멀리하고 백성을 아꼈으며 수차례의 환국을 통해 유림계의 거목 송시열, 허적 등을 비롯한 권신들을 확실하게 장악한 강군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서 비로소 알게 되었음.  저자는 세종시대의 초석을 다진 태종에 비유해 조선조 후반에 르네쌍스시대를 연 영정조의 통치기반을 확고히 해준 임금이 바로 숙종이었다며 긍정적 평가를 아끼지 않고 있으나, 조금은 일반인의 흥미위주로 쓰여 졌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은 수많은 환국은 지루하리만치 자세히 묘사했으면서도 숙종46년을 통치하며 경제적 업적이 무엇이고 그래서 얼마나 잘 살게 되었는가를 일러주는 실증적 자료가 하나도 제시되지 않아 공허한 느낌이 들었음. 서울대의 낙성대경제연구소에서 시도하는 계량적 접근이 전혀 없이 숙종의 애민을 강조하는 것은 저자의 개인적시각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진하게 들었음. 청의 감시를 피해 북한산성을 석성으로 개축한 숙종의 업적은 강화된 왕권을 가늠하는 척도라면 양란 이후 약해진 왕권을 강화한 것은 틀림없겠지만, 강화된 왕권이 백성들의 생활수준을 얼마나 높였는지에 대한 실증적 자료제시가 아쉬운 군주열전임.

*2008. 2. 13일

 

 

161.어머니! 그리운 이름이여

*황익성 저/성.황석두루가서원 간(1995)

*2000년에 이 세상을 떠난 집사람 제노베파가 읽었던 책으로 집사람이 과천성당을 다니던 시절 주임신부이셨던 황익성신부님이 지으신 특별강론 모음집임. 나 역시 집사람이 떠난 후 그 해에 과천 성당에서 세례를 받은 터라 신부님의 강론이 가슴에 와 닿고 더욱 친밀하게 느껴졌음. 산에 빠져 주일미사참배만 간신히 이어가는 내게는 일 년에 몇 권의 신앙서적을 읽어야 깊지 못한 신앙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 작년부터 신앙서적 읽기를 본격화했는데 올 들어 이 책이 처음 읽은 신앙서임. 이 책을 읽고 나서 성모님께 의탁하고 그 분의 전구를 간원해야 하며 묵주기도를 간단없이 바치라는 신부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못한 내가 부끄러워 한 동안 멈추었던 아침기도부터 다시 시작하고자 함.

*2008. 2. 5일

 

 

160.선조, 조선의 난세를 넘다

*이한우 저/해냄 간(2007)

*선조를 왜란을 막지 못하고 이 나라를 지킨 이순신장군을 벌 준 용렬한 국왕으로 알고 있는 내게는 저자의 선조에 대한 군주열전에 대해 어느 정도 반감을 갖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음. 사후 공식존호가 38자로 영조의 50자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는 것이 그 만큼 업적이 많아 기릴 일이 많아서라는 저자의 서문에 이 긴 존호로 오히려 실록의 가치가 폄훼되는 것이 아닐까 염려됨. 이 책을 다 읽고도 나의 선조임금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은 변함이 없으며, 다만 선조 때를 전후해 이황, 이이, 조식 등의 학식과 덕망이 있는 유학자들이 많이 배출되었음을 알 수 있었음. 제자백가들이 출현한 춘추전국시대의 군왕들이 백성들을 보살피고 나라를 지킨 명군이라 말 할 수 없듯이 명재상과 명학자들의 출현이 바로 선조 또한 명군은 아니라는 판단임. 임진왜란에서 조선조를 지킨 것은 의병과 이순신장군, 명의 원군이었지 결코 선조나 그 조정이 아니었다는 내 생각을 바꿔놓을 만한 어떠한 역사적사실과 논리도 나는 이 책에서 발견하지 못한 것은 혹시라도 선조에 대한 내 평가가 잘못된 선입견에 따른 것일지 모르겠지만, 병자호란 때 의병이 일어나지 않은 것도 선조임금이 임진왜란 전후에 곽재우 등 의병대장들에 정당한 대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함. 실정의 군주 선조에 너무 관대한 저자의 이 책에서 그동안 몰랐던 역사적 사실 몇 가지를 알았다는 정도가 이 책으로부터 얻은 전부라는 생각임.

*2008. 2. 3일  

 

 

159.소리, 말할 수 없는 마음을 듣다

*최승범 저/이가서 간(2007)

*“......맛의 소리”, “......삶의 소리”, “......자연의 소리”, “......마음의 소리”와 “......한의 소리”라는 소제목으로 모두 107개의 소리를 실은 이 책은 우리말이 이토록 다양하고 아름다운가를 새삼 일깨워 주는 의성어의 모음집으로 사전적 뜻풀이에서 오는 지루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은 시조 작가인 저자의 글 솜씨와 딱 알맞은 상황의 시나 수필을 찾아 실었다는 점임. 급속한 사회변화로 이제는 거의 쓰이지 않는 “마음의 소리”등이 이렇게 많은가 싶어 아쉽기도 했지만 이 책이 아니면 “너덜너덜 너털너털 너슬너슬 너풀너풀”의 옷 스치는 소리를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음. 우리말이 의성어와 의태어가 어느 다른 말보다 뛰어나다는 점은 익히 들어온 일이지만 이토록 가슴에 와 닿고 살가운 가는 이 책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되었음. 앞으로 글을 쓸 때 이 책에 실린 마음의 소리를 많이 활용할 생각임.

*2008. 2. 1일

 

 

158.한국의 민담

*임동권 편저/서문당 간(1976)

*편저자가 어려서부터 들어온 것과 20년 동안 채취한 민담 152화를 편찬해 내놓은 문고판으로 1970년대에 한 번 읽은 민담 집임. “사람은 누구나 어려서부터 할머니나 어머니의 무릎에 앉아 옛날 이야기를 듣고 자라기 마련이다.”라는 편저자의 서문 첫 구절에 고개를 끄덕일 독자가 오늘날 과연 있겠는 가 의문이 들 정도로 옛날이야기를 들려줄 어른들도 거의 안 계시고 들어줄 아이들도 없는 것은 대중매체가 그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일 것이나 이런 이유로 권선징악과 상상력을 일깨워준 민담이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임. 해학과 과장을 통해 양반들을 꼬집고 가까운 동물들을 등장시켜 풀어가는 이야기는 글을 쓰는 분들에 상상력의 소재로 활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임. 다만 “진짜 어머니”의 민담 내용이 구약성서에 나오는 솔로몬의 지혜와 내용이 똑 같아 혹시라도 성서내용이 민담으로 변조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갔으나 내 어린 시절에 어른들로부터 들어온 이야기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반갑기도 했음.

*2008. 1. 30일 

 

 

157.이분법을 넘어서

*장회익, 최종덕 저/한길사 간(2007)

*물리학자 장회익교수와 철학자 최종덕 교수가 “과학과 철학의 만남”, “생명에 대하여”, “동양과 서양”, “의식과 물질” 등 6개의 대립적인 테마에 관해 이분법적인 사고를 뛰어넘어 통합적 사유를 추구하고자 나눈 대담집으로 다시 한 번 읽어 이해도를 높일 생각임. 아인슈타인, 보어, 슈르딩거, 하이젠베르그 등 20세기의 석학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나는 기쁨도 컸고 우리나라 물리학계 최고 석학의 한분인 장회익님을 이렇게 만나 볼 수 있어 또한 기뻤음. 지식을 대인지식, 대물지식과 대생지식으로 나누는 것도 새로웠고 물리학을 전공하신 장교수께서 온생명운동을 펼치시는 것도 의외로 보였는데 이 모두가 이분법적으로 나뉘어져 대립되는 개념들을 극복하고자 애쓰는 노력의 산물로 생각됨. 철학이 인문학자들의 전유물이 아니고 과학자들에도 몫이 있음을 알게 한 양서라는 생각임.

*2008. 1. 26일     

 

 

156.과학의 열쇠(Science Matters)

*로버트 M. 헤이즌, 제임스 트래필 저/이창희 역/교양인 간(2006)

*과학의 핵심개념을 18개로 나누어 알기 쉽게 설명한 과학입문서로 대학에서 4년간 화학을 전공한 이과출신인 제가 과학을 개괄적으로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음. 물리학, 지구과학, 생물학및 화학을 총 망라한 이 책은 수학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상대성 이론 등 어려운 개념을 명료하게 정리해 앞으로 많이 참고할 생각임. 과학이라는 학문이 워낙 어려워 저자가 아무리 쉽게 설명하고자 해도 잘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대부분인데 본서는 “우주는 과거 특정시점에 탄생했고 그 이후로 계속 팽창하고 있다.”라는 촌철살인 같은 명구로 우주 현상을 요약을 하고 내용을 쉽게 풀어가 핵심개념 정리에 크게 도움이 되었음. 그렇다 해도 과학에 대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일반인들이 끝까지 참고 읽기는 어렵겠다는 생각도 드는 책임.

*2008. 1. 16일 

 

 

155.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

*리처드 도킨슨 저/이한음 역/김영사 간(2007)

*“누군가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이상이라고 한다. 다수가 망상에 시달리면 종교라고 한다.”라는 로버트 퍼시그의 한마디로 시작되는 이 책은 종교의, 더 줄여 기독교의 병폐를 적시하고 이 모든 것들이 존재하지도 않는 신을 믿는 종교 때문이라는 신념하에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논증한 반종교서적임. 카톨릭 신자인 나로서는 저자의 논조에 흔쾌히 동의할 수는 없다하더라도 종교의 도그마가 이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까지 눈감아줄 생각이 없음을 이 책을 읽고 나서 더욱 굳혔음. 종교인들이 비종교인과 또는 타 종교인들과 공존하는 지혜를 찾지 않고 계속해 배척하거나 백안시한다면 신은 존재하지 않고 신 없이도 서로를 도우면서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할 수 있으며 열정적이고 영적으로 살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조할 독자가 늘어나리라는 생각임. 저자와 같은 진화론자들이 종교의 존재를 적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종교인들의 자정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임.

*2008. 1. 8일

 

 

154.한국인의 신화

*이어령 저/서문당 간(1975년)

*20대에 이미 읽은 책을 서가에서 다시 꺼내 읽는 맛이 꽤 깊다 싶은 것은 그간 30여년의 세월이 나를 발효시켰기 때문이라는 생각임. 삼국유사에 실린 향가를 재해석해 우리 신화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이어령 선생의 뛰어난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문고판으로 그냥 향가를 읽어서는 알 수 없는 일관된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어 기뻤음. 고유문화의 핵심은 우리 가슴과 머릿속에 전해지기에 신화가 생명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임. 내 생애 두 번째로 맞는 무자년에 천년 넘게 조상의 향기를 간직한 향가를 다시 읽을 수 있음은 작가의 길잡이 덕분이기에 감사하고자 함.

*2008. 1.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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