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독서산책(No.352-422)
422.일본의 걷고 싶은 길 2
*김남희 저/미래M&B 간(2010년)
*저자가 일본의 규슈, 오키나와와 시코쿠를 걸어서 들러보고 손수 사진과 글을 써 펴낸 책이어서 글에서 생동감이 느껴졌음. 도민들이 일본 속의 이방인으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오키나와와 규슈는 다녀오지 못했지만, 시코쿠는 1980-1990년대에 기술제휴사 공장이 있어 자주 방문한 곳이어서 시코쿠에서 걸은 1,200Km 순례기가 마냥 낯선 것만은 아니었음. 1번료젠지에서 88번 오쿠보지에 이르는 1,200Km의 먼 길을 걸으며 저자는 담백하게 보고 느낀 것을 전할 뿐 다른 여행기들처럼 야단스럽거나 과장되지 않아 읽기에 편했음. “지구 위에 이토록 영적인 길들이 있다니 그저 고맙고 고마울 뿐”이라는 저자의 낮은 자세도 칭찬할 만하고 글도 깔끔해 좋았음. 덧붙이고 싶은 것은 영적인 길들은 저자가 걸은 그 길들만이 아니고 내가 걷고 있는 강 둘레 산줄기 길도 그들에 못지않을 것이라는 내 생각임.
*2010. 12. 29일
421.빈센트의 구두
*박정자 저/기파랑 간(2010)
*저자가 지적한대로 인간의 가장 중요한 인식수단이 보기와 말하기라면 보기를 대표하는 미술과 말하기를 대표하는 문학이나 철학이 서로 교류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임. 20세기를 대표하는 석학들인 하이덱거, 샤르트르, 푸코와 데리다 등의 철학자들이 유명 화가의 작품을 통해 그들의 메시지를 전하려 노력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인데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샤르트르를 연구한 저자가 이들의 노력을 들어내 보여준 것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임. 예술작품도 작품이기 전에 사물일진대 예술작품이 사물로서 보다 훨씬 아름다운 것은 하이덱거가 지적했듯이 그 안에 진실이 들어있기 때문이라면 진실을 불어넣어 준 것은 예술가들이 한 일임. 그림은 어떤 눈멂을, 다시 말해 모든 시점을 다 알려고 하지 않은 부분적인 거부를 요구한다면 가시성이 오로지 눈멂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는 것은 모든 예술적 창조행위의 기본문법이 됨은 당연하다 할 것임. 방송대 교양과목인 “대중영화의 이해”를 통해 이 책을 알게 됐는데 진작 이 책을 보고 강의를 들었으면 좋았겠다 싶음.
*2010. 12. 26일
420.매혹
*최보식 저/Human & Books 간(2010년)
*전 세계에서 카톨릭교가 자생해 발전한 나라가 우리나라뿐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온 바 있어 그 자생의 주역을 담당한 이벽에 존경의 염을 품어오던 차에 친구로부터 이 책을 선물로 받아 이벽은 물론 천주교에 몸담았던 정약용과 최초로 세례를 받은 이승훈을 만나게 되어 반갑고 기뻤음. 작년 여름 미리내성지를 출발해 광주의 천진암에 이르는 산줄기를 걸으며 내 나름대로 이분들과 정신적 교류를 나눈 일이 있으며, 그때 이벽의 일생이 엄청 치열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작가가 일간지 기자라서인지 사실에 가깝도록 글을 쓰고 기자출신의 김훈의 글처럼 문장이 간결해 그의 치열한 삶이 충분히 그려진 것 같지 않아 조금은 아쉬웠음. 이벽, 정약용과 이승훈이 삶과 죽음의 이치에 매혹되었다는 것인지 아니면 작가가 이들이 살아온 삶과 죽음에 매혹되었다는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독자의 몫일 것임. 안정복이 천주교를 반대한 것을 이 책에서 처음 알았음. 초기 천주교를 당대의 유학자들이 대하는 고루함보다 정조가 더 개방적인 생각을 갖고 있음을 알고 나자 그의 이른 죽음이 천주교에 시련을 안겼다는 생각이 들었음.
*2010. 12. 21일
419.쌀과 문명
*피에르 구루 저/김길훈 · 김 건 역/푸른길 간(2010)
*대학교 다닐 때 한 교수 분으로부터 “쌀은 문명교란자”라고 배운 이래 쌀이 인류문명에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음. 최근 주요일간신문에 “쌀과 문명“이라는 본서의 독후 평이 소개되어 그 평을 읽어보고 이 책을 사서 읽게 되었음. 1만 년 전부터 시작된 경이라고 표현되는 벼의 재배에 관한 몇 가지 미스터리를 풀고자 문화지리학자인 저자 피에르 구루는 현지답사와 조사 자료를 근간으로 이 책을 썼다고 했는데 이 책을 통해 벼농사의 기원과 벼농사 기법, 그리고 벼농사 주민들의 다양한 종교행사 등을 만나 보았지만 쌀이 문명교란자라고 불리는 명쾌한 이유를 찾지는 못해 아쉬웠음. 이 책에 인용된 자료들이 오래된 것은 이 책이 번역출간된 것은 2010년이지만 원서가 출간된 것은 2084년이기 때문임. 나는 어려서 벼농사를 짓는 일을 여러 번 도왔기에 내게는 쌀은 단순히 주식만이 아니고 삶의 양식을 규정하는 문화의 한 인자로 인식하고 있기에 다시 한 번 읽어 볼 생각임.
*2010. 12.16일
418.살아있는 가야사이야기
*박창희 저/이른아침 간(2005)
*우리 선조가 외면한 역사가 있다면 발해사와 가야사일 것임.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광활한 영토를 가졌던 발해가 조선조 유득공 선생께서 발해사를 써내기까지 우리나라 역사에서 제외된 것은 신라 귀족 가문출신인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신라중심으로 편찬하려는 편향적인 시각과 발해패망 후 고려나 조선이 발해의 영토를 지배하지 못한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면 어엿이 우리나라 땅에 세워져 5백년 넘게 존속한 가야의 역사를 외면한 것은 역사에 대해 달리 변명할 수 없는 죄를 지은 것이라는 생각임.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는 그 존속기간이 100년 안팎이고 가야가 포함된 4국시대가 5백년 넘게 지속되었는데도 아직도 삼국시대라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낙동강과 섬진강 유역의 역사와 문화를 우리 역사에서 지우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임. 부산의 국제신문 기자인 저자가 열정을 갖고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고 가야의 감춰진 역사를 드러내 보인 덕에 “임나일본부”의 허와 부여족의 이동해 가야를 세웠을 것이라는 학설이 존재함을 알았음. 가야가 우리역사에 중요한 것은 한반도에서 철기문화를 꽃피워 더욱 그러하며 내게는 낙남정맥을 종주하며 가야인의 숨결을 맡고 싶어서임. 2-3년 간 해낼 낙동강둘레산줄기 환주 길에 가야의 유적지도 돌아볼 생각임.
*2010. 12. 14일
417.독고준
*고종석 저/새움출판사 간(2010)
*최인훈선생의 “회색인”에서 만난 독고준은 문자 그대로 회색인이었음. 좌와 우의 틈바구니에서 지식인의 고뇌를 리얼하게 그린 “광장”이나 “회색인”은 나보다 십 수 년 먼저 대학생활을 한 선배들이 얼마나 고뇌하며 공부했는가를 일러준 작품이었음. “회색인”을 이은 “서유기”에서 다시 만난 독고준은 잘 실체가 잡히지 않았지만 번뇌하는 인물임에는 틀림없었는데 고종석이 이어 쓴 “독고준”은 원래의 독고준에서 많이 일탈되어 실망스러웠음. 독고준을 작가로 한정한 것과 독고준의 일기를 전면에 꺼내놓아 그 딸 원이라는 비평가가 아버지를 회상하는 식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이 정말 실망스러운 것은 현대문학을 그것도 한국문단을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한 페이지도 거르지 않는 이런 저런 작가들의 이야기가 신물 나게 나와서임.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닌 회색인의 자리를 지켜나가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가를 보여주는 의도에서라면 그 중요한 문제에 작가가 얼마나 천착했는가가 전혀 보이지 않았고 또 소설가로 한정한 독고준의 길지 않은 일기를 들고 나와 짧게 덧붙이는 글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형식으로는 치열하게 회색인으로 살아왔을 독고준의 삶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음. 독고준은 매물되고 작가의 현학적 문학지식만 내보인 작품 같아 읽고 난 후의 뒷맛이 개운치 못함.
*2010. 11. 30일
416.서유기
*최인훈 저/문학과 지성사 간(2008)
*‘회색인’에서 이유정의 방을 들어간 주인공 독고준이 이유정의 방을 나와 자기 방에 들어가기까지의 환상속의 사건들을 어떻게 겪고 반응하는가를 보여준 소설로 ‘서유기’의 손오공처럼 다양한 형태의 사람들을 만나 반응을 보여서 ‘서유기’로 소설의 이름을 지은 것이 아니가 하는 생각도 들었음. 대학졸업 직후 광장을 통해 처음 만난 작가 최인훈과는 ‘회색인’, ‘구운몽’ ‘회색인’ 등의 소설과 ‘문학이란 무엇인가’인가 등의 문학론을 읽음으로써 보다 가까워졌으나 1990년대 ‘화두’를 마지막으로 소원해진 것도 사실임. 방송대국문과의 한 선배의 댓글이 계기가 되어 ‘회색인’을 다시 읽고 ‘서유기’를 사서 읽으면서 작가 최인훈이 갖고 있는 지식은 그 깊이와 넓이가 얼마나 되는지 혜량하기 힘들다 함을 다시 한 번 느꼈음. 특히 이 책은 사실적인 사건이 전혀 없어 시종 난해했으나 작가의 자화상을 가까이서 보고 싶어 끝까지 읽어 내려갔음. “운명을 만나지 않은 인간은 인간이 아니다. 그는 물건일 뿐이다.”라는 문구를 읽으면서 박경리선생의 피동적인 것은 물체의 특징이요 능동적인 것은 생명의 특징이라는 생명예찬론이 생각났음. 시간을 갖고 다시 한 번 읽어 작가가 이순신, 이광수, 원균 등을 등장시킨 속뜻을 더 알아볼 생각임.
*2010. 11. 23일
415.우리역사의 수수께끼(3)
*이덕일,김병기 공저/김영사 간(2010)
*우리역사의 수수께끼(1)에 이어 읽은 본서는 우리선조가 중국과 일본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몇 가지 역사적 사건들을 들어 우리 민족의 대륙성과 해양성을 가늠해 볼 수 있도록 했음. 황제와 천하의 자웅을 겨뤘던 치우가 우리 민족의 조상임을 나른대로 고증하고 장보고의 출신지역에 대한 추적조사로 백제가 중국의 일부지역을 경략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었고 또 백제의 요서지방 지배 및 일본고대사에 관련된 백제의 역할을 밝혀 백제가 해상강국이었음을 일깨워 준 본서를 읽고 나서 중고등학교 때 배운 국사교과서가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려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음. 이밖에 고종황제와 의친왕의 탈출사건은 고종황제를 다시 보게 하는 등 역사를 바로 아는 데 도움을 받은 이 책이 긴장도가 1권보다 떨어진 것은 수수께끼가 갖추어야 할 흥미와 긴장감이 떨어지는 토픽들이 많아서일 것임.
*2010. 11. 20일
414.그러자 나무는 꽃을 피웠다
*이상훈 저/자유아카데미 간(2010)
*수원대 환경공학과에서 수문학(hydrology)을 가르치는 저자는 선봉에 나서 4대강 개발을 반대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생태보전을 위해 관념적인 수준에서 머무르지 않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학자임. 이번에 지어 낸 본서도 뭇사람들과 생태보전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쓴 것으로 이론적이거나 현학적이지 않아 좋았음. 이 책의 장점으로 또 하나 들 만한 것은 인용된 예나 통계가 간결하면서도 다양해 독자에 믿음을 준다는 것임. 동서의 성현들의 가르침을 많이 인용한 저자는 아무래도 불교 쪽에 조금 기운 것 같았음. 문체가 간결하고 예의 제시가 적절해 앞으로 글을 쓸 때 종종 인용하고자 함. 참고문헌이 목록화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나 생태에 관한 지식을 얻고 논술작성에 참고해도 좋을 것 같아 고교생들에 일독을 권하고 싶음.
*2010. 11. 12일
413.홍도와 흑산도
*고동률 저/박보하 사진/대원사 간(2002)
*대원사에서 발간한 빛깔 있는 책들의 하나로 전남신안군의 홍도와 흑산도를 일별할 수 있어 좋아할 만한 책임. 3주전에 홍도와 흑산도를 다녀오기 전에 이 책을 사봤더라면 보다 많이 보고 왔을 터인데 그리하지 못한 것이 못내 유감이었음. 두 섬의 역사와 비경33경 및 자생 동식물 등 여러 분야를 간단 간단하게 다루어 깊이가 있는 책은 못되나 여행객이 알아야 할 것은 두루 갖춘 빛깔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음. 목포 서남단에 위치한 홍도는 자연박물관으로 기암절벽의 해안이 절경이라면 흑산도 역시 바닷가에 33경의 비경이 반가량 몰려 있지만 유적지도 산재해 있고 섬이 넓어서인지 홍도보다는 여유로워 보였음. 손암 정약전의 자산어보가 이곳에서 쓰인 것은 유배생활에서 생각지 못하게 얻어진 가히 보물급의 어류사전임. 사진이 곁들여져 부담없이 읽어볼 수 있는 것도 여행서의 강점이라 하겠음.
*2010. 11. 8일
412.한국의 명문장 100선
*황종찬 편저/청목 간(2002)
*책 제목이 시사하듯 이 책에 실린 명문장 100선은 거개가 명수필이어서 매주 산행기를 한편 씩 써내는 내게는 크게 도움이 될 만한 책임. 이 책을 통해 “산정무한”이나 “낙엽을 태우면서”등 중 고등학교에서 배운 명문을 다시 접하게 되어 무엇보다 기뻤음. 작가들 또한 소설가, 시인, 수필가, 정치인, 학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명성을 남긴 분들이어서 명문장을 쓰는데 꼭 문학인이어야 한다는 것이 아님을 확인했음. 나름대로 경륜과 진솔함이 묻어나는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예술로서의 재미보다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생각임. 멀게는 설총의 “화왕계‘에서 가까이는 백낙준의 ’국립서울대학교 졸업식고사”에 이르기까지 시대상도 같이 들여다 볼 수 있어 좋았음.
*2010.11. 1일
411.한국의 성곽
*반영환 글/최진연 사진/대원사 간(2002)
*전국의 산을 오르내리면서 자주 만나보는 것이 성(城)인데 성에 대해 이렇다 할 기본지식조차 갖고 있지 못해 성을 우리 민족의 역사적 유물로 보는 것이 아니고 그저 돌로 만든 구축물로 보아온 것이 사실임. 이 책의 특징이 성곽의 축성목적, 기원, 종류, 시대별 주요성들의 축성기록 및 전투 등을 간결하게 기술한 데 있어 한국의 성곽을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음. 역사적으로 외침을 많이 받아온 우리나라는 그 외침을 막아내기 위해 크고 작은 성들을 많이 쌓았고 또 이들의 보수유지에 공을 많이 들인 것으로 기록된 이 책을 통해 성을 쌓는 일이 국가적 대역사임도 같이 알았음. 요동성이나 안시성 전투에서 볼 수 있듯이 청야작전이 당나라와 수나라와의 전쟁에서 고구려의 승리를 이끈 데는 성이 큰 역할을 하였으나, 비행기의 발명이 성을 무용화시켰다는 생각임.
*2010. 10. 31일
410.섬진강둘레산줄기에서 길을 찾다
*우명길 저/담장너머 간(2010)
*저자가 본인이라서 쑥스럽기는 하나 이 책도 분명 읽을거리가 있다고 자부하기에 책 내용을 요약하고 평하는 것이 비난 받을 일은 아니라는 생각임. 광양의 망덕산에서 시작해 호남기맥, 호남정맥, 금남호남정맥, 백두대간 일부구간, 낙남정맥일부구간과 낙남금오지맥을 밟아 망덕산과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하동의 두우산에 이르는 섬진강을 에워싸고 있는 둘레산줄기를 한 바퀴 돌면서 그때 그 때 남긴 산행기를 모아 출간한 책임. 2007년5월에 시작해 2010년6월에 마무리 짓기까지 총52회를 출산해 630Km의 산줄기를 완주하기까지 산행기록과 나름대로 산식구들과 나눈 대화를 중심으로 엮은 이 책을 서둘러 낸 것은 때 마침 장가가는 막내아들의 결혼을 축하는 하객들에 한 권씩 드리려는 생각 때문이었음. 섬진강둘레산줄기 환주로 호남의 산하를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보람이고 이환주산행을 계기로 나머지 낙동강, 한강, 금강과 영산강의 둘레산줄기도 연차적으로 종주하겠다는 각오를 세운 것이 그 다음의 보람이라 하겠음. 산줄기를 종주하는 산객들에 벗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임.
*2010.10.29일
409.일반언어학 강의
*페르디낭 드 소쉬르 저/최승언 역/민음사 간(2009)
*현대 언어학 연구의 기원을 연 스위스의 언어학자 소쉬르의 언어학가의 노트를 중심으로 제자들이 엮어낸 언어학 교재로 1915년에 저술된 책임. 언어의 정의 및 언어와 기호, 랭그와 파롤, 공시언어학과 통시언어학의 개념을 도입해 설명하는 이 책은 일반어어학을 이해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고전이다. 사회에서 공인된 언어를 랑그라 하고 개인의 구체적인 언어를 파롤로 분류했으며, 공시언어학은 특정한 시기의 언어를 연구하는 학문을 이르고 통시언어학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언어의 변화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했음. 이 밖에 기의와 기표의 개념을 도입해 언어의 음성학을 설명한 것도 소쉬르의 업적임. 난해하기는 하나 한 번 정독할 만한 도서임.
*2010. 10. 16일
408.지능과 창의성
*홍순정 저/양서원 간(2006)
*문제해결의 기능을 갖고 있는 지능이 참으로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았음. 터만은 지능을 고도의 추리능력으로 보았고 내가 익숙한 지능의 정의는 조작적 정의로 지능검사에서 나온 수치라는 것임.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지능은 성적과 직접 관계되는 것으로 이해했는데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은 지능의 이러한 단일한 기능을 확산시켜 누구나 1-2가지 지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음.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사고는 문제 발견 및 평가에 기여하는 비판적 사고와 문제해결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창의적사고가 모두 동원되는 바 창의적 사고는 창의성에 바탕을 둠은 물론임. 심리학을 새롭게 공부할 수 있는 것도, 통문제에 내 수필이 가작 입선된 것도 모두 방송대 입학덕분으로 인간과 심리 과목의 심화학습을 위해 이 책을 사보게 되었음. 지능과 창의성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것만도 큰 수확이라 생각함.
*2010. 10. 10일
407.문자의 역사
*스티븐 로저 피셔 저/박수철 역/21세기북스 간(2010)
*프랑스의 철학자 볼테르가 말한 대로 목소리의 그림인 문자가 어떻게 생성되고 발전해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이 책은 뉴질랜드 오클랜드늬 폴리네시아 언어문학연구소장인 스티븐 로저 피셔가 지은 책으로 내가 방송대에서 수강하고 있는 “언어의 이해”과목 학습에 도움이 될 까 해서 사보게 되었음. 인간의 말을 시각적으로 묘사하려던 발상이 문자를 탄생시켰다고 이야기하는 저자는 고대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인 대표적인 기억부호로 신석기시대부터 쓰이기 시작한 결승문자를 꼽고 있으며 완전한 문자의 특징인 체계적인 표음식표기법이 기원전4000년과 3500년사이에 매소포타미아에서 출현한 것 같다고 기술하고 있음. 역사적으로 지금까지 주요문자전통이 전해지는 문자는 아프리카-아시아 문자, 동아사아 문자와 아메리카문자로 이 세가지 문자의 뿌리는 수메르 문자로 저자는 보고 있음. 15세기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은 한자, 베트남문자, 일본문자와 더불어 동아시아 문자를 이루고 있다고 함. 저자는 우리 한글을 문자의 역사에서 지금가지 고안된 가장 효율적인 체계의 전형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영국의 언어학자 제프리 샘슨이 지적한대로 한글은 자질문자체게로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고 적고 있음. 문자의 발달사가 한 눈에 팍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언어의 이해에 도움을 주는 좋은 책으로 평가하고자 함.
*2010. 10. 5일
405-406.독일어시간(1-2)
*지그프리트 렌츠 저/정서웅 역/민음사 간(2003)
*독일작가들의 현대소설들을 거의 읽어보지 못한 나는 지그프리트 렌츠의 소설 “독일어시간”의 문체나 글 흐름이 생소해 빨리 읽어나가는데 애를 먹었음. 권말 작품해설에 이 소설의 작가 지그프리트 렌츠를 하인리히 뵐, 귄터 그라스, 마틴 발저와 함께 전후 독일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소개되었으나 렌츠는 물론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단 한 권도 읽어 본바가 없다는 것은 내가 전후 독일문학에 얼마나 무식한가를 반증하는 것이어서 부끄러웠음. “그들은 글로 내게 글짓기를 시켰다.”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닷새 전에 작문을 끝내고 제출하기로 한 것으로 끝이 나는 이 소설은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서로 나치시대에 창작금지를 소재로 한 파출소장으로 대표되는 권력과 그의 친구인 한 화가의 창작활동이 어떻게 갈등하는 가 파출소장의 아들이라는 소년의 눈을 통해 잘 드러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음. 기자출신답게 문장이 길지 않고 사변적이지 않은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겠음. 잘못된 나치스의 명령을 비판 없이 적극적으로 수행하고자 하는 그릇된 생각을 하고 있는 파출소장보다도 한 인간을 그렇게 행동하도록 몰아간 메카니즘에 대한 작가의 분노를 읽을 수 있었음.
*2010. 9. 28일
404.한국문학통사 5-근대문학1기(1919-1944)
*조동일 저/지식산업사 간(2010년)
*방송통신대 국문과에 입학해 얻은 가장 큰 행운 중의 하나가 조동일 교수를 만난 것이니. 솔직히 말해 우리 문학이 별 것이랴 한 내가 조동일 교수의 한국문학통사 전 5권을 읽고 나서 우리나라가 요즘 전 세계 12-13위의 경제력을 자랑하게 된 데는 그럴 만한 저력이 있음을 새삼 깨달았음. 3.1운동 후 우리나라 문학가들이 해방을 맞기 까지 어떤 글을 써왔고 일제의 강점에 어떻게 대응하였는가를 보다 이책을 통해 상세히 알게 되었음. 이 기간을 어우르는 현대문학사 는 권영민교수의 역저를 통해 한 번 접해온 터라 많이 안다 했는데 저자 특유의 작품해석과 작가론에 매료되어 전혀 새롭게 느껴졌음. 춘원 이광수와 육당 최남선의 작품을 놓고 변절로 해석하지 않고 애당초 평가받을 만한 작품들이 아닌 것으로 평가한다는 인상을 깊이 받았고 춘원 이광수를 비판한 김동인도 가진 재산을 탕진하고 나서는 상업적 작품양산에 매진했다는 내용을 보고 놀랐음. 근대문학이 공동어인 한문과의 결별 속에 발전되어 한글의 발전을 가져온 것이 무엇보다 큰 성과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해방 전 필명을 날린 작가들이 한 역할 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그런 평가를 받을 만한 작가들은 그리 많지 않음을 알았음. 지난 학기 방송대 학습을 통해 만나 본 이용악과 강경애를 이 책에서 다시 만나 반가웠음. 아주 빠른 속도로 전 5권을 한 번 모두 읽은 것으로 우선 만족하고 이제 방송대 수업진도를 맞춰 그때 그 때 꺼내서 읽어나갈 생각임.
*2010, 9. 21일
403.한국문학통사 4-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문학 제2기(1860-1918년)
*반만년 역사에서 60년이 채 안 되는 세월의 흐름을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문학”의 제2기로 잡고 현미경으로 당대문학을 들여다보아 장르별로 시대적 특징을 정리한 저자의 노력과 능력에 새삼 감탄했음. 깊고 넓은 지식과 문학의 흐름을 보는 저자만의 독특한 관점이 정립되어 있어 독자들은 저자가 별반 힘 안들이고 단 숨에 이 책을 써내려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용이 다양하면서도 깊고 문체가 매끄러웠음. 판소리가 사설과 창을 넘나들며 생명을 유지한 덕에 비록 문학의 영역을 떠나 국악의 한 장르로 정착되기는 했지만 오늘날까지 전해질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음. 일본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일부 문인들이 신소설을 통해 일제강점을 수용한 전제 하에 개혁을 부르짖었으나 지식인으로서 시대적 사명을 저버린 것이어서 긍정적 평가를 못 받는 것 같음. 이면적 주제와 표면적주제가 쉽게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나누어져 있는 것이 중세에서 근세에로의 이행기소설에서 흔히 발견되는 특징이라고 말하고 있는 저자는 제1기의 소설인 판소리는 이면적주제가 앞섰는데 제2기의 소설인 신소설이나 이광수의 소설은 표면적주제가 앞선다 했음. 위와 밖에서 닥쳐오는 변화가 표면적 주제를 만드는 개화의 구호가 되어 구태의연한 인간관계를 보여주는 이면적 주제에 덧 씌워져 새롭다고 평가된 신소설 등이 많은 것을 잃었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주목하고자 함.
*2010. 9. 16일
402. 현대소설-클라시커50
*요아힘 숄 저/박영구 역/해냄 간(2002)
*20세기 문학의 꽃으로 꼭 읽어야 한다며 이 책에 실은 내 명작소설50선 중 내가 읽은 것이 고작 10권에 지나지 않을 만큼 소위 고전은 거의 없음. 표제 그대로 현대소설50선이어서 쉽게 손이 가지는 않겠지만 내용과 수법의 다양함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천천히 한 권씩 사볼 생각임. 우리나라의 유사한 책들과 다른 점은 영화화한 작품들이 많아서인지 영화화면을 곁들여 친근감을 더하게 했고 영화화가 안된 작품들도 관련 사진들이 게재되어 있어 이해를 쉽게 했음. 저자가 독일인어서인지 동양의 작가들이 전혀 소개되지 않은 것은 이 책의 한계로 생각됨. 20세기를 살아온 작가들이 엮어낸 명작들을 단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서양문학에 밝지 못한 내게는 큰 도움이 되었음.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부터 읽어볼 생각임.
*2010. 9. 10일
401.세계지리 오디세이
*장서우밍, 가오팡잉 공저/김태성 역/일빛 간(2008)
*세계탐험의 주역이 아닌 중국의 두 학자가 지구의 탐험을 주제로 책을 쓴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했는데 내 생각이 맞은 것이 저자들은 모험이 따르는 지구탐험은 서구강국들의 탐욕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임. 총47건의 탐험을 자세히 소개해 반만년에 걸친 세계지리의 탐험사를 입체적으로 보여준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은 위대한 모험정신을 가지고 탐험에 나선 것보다는 일확천금을 얻고자 나선 사례가 더 많았으며 이러한 탐욕은 탐험대 수준이 아니고 탐험대를 조직하고 후원하는 제국의 야욕에 까지 이르렀음. 원주민들의 절대적인 도움을 받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영국에서 건너간 순례자들은 추수감사절에 그들을 초대해 감사했으나 그 뒤를 이은 이주민들은 원주민인 인디안을 살해하고 내쫓는 등 인류사에 큰 죄를 짓는 등 탐험대의 탐욕이 빚어낸 어두운 면도 이 책이 잘 보여주고 있음. “모험이 발견을 유도하고 발견이 탐험을 이끌었으며, 탐험이 식민을 촉진하고 식민이 제국을 탄생시킨” 오천년 탐험사가 설사 인간의 탐욕에서 시작되었다 해도 탐험가들의 강인한 정신과 모험정신이 없었다면 세계지리 오디세이는 감동적인 결과를 결실할 수 없었다는 생각에서 이 책의 주역들인 탐험가들에 찬사를 보내고자 함.
*2010. 9. 7일
400.회색인
*최인훈 저/문학과 지성사 간(2008년)
*20대의 나를 매료시킨 작가는 단연 최인훈이었고 나를 감동시킨 그의 작품은 “광장”과 “회색인”이었음. 신구문화사에서 1967년에 펴낸 “현대한국문학전집”16권에 수록된 “광장”, “가면고”, “구운몽”과 “회색인”을 읽은 것은 1970년대 초반으로 “광장”과 “회색인”의 문체를 흉내내어 졸작 “어떤 죽음”이라는 소설을 습작한 나이기에 작가 최인훈 선생 작품과의 만남은 중간에 더러더러 소원하기는 했어도 1990년대 “화두”까지 이어졌음. “화두”를 마지막으로 작품 활동을 끝낸 것 같은 선생의 “회색인”을 다시 사서 읽은 것은 “주인공 독고준”을 만나보고 싶어서였음. 이북의 W시에서 남하한 독고준은 혁명을 꿈꾸는 “갇힌 세대”동인인 김학의 친구이며 순수한 작가가 되려고 하면서도 당원증을 미끼로 누님의 옛 여인을 협박하고 그 집으로 들어가 돈 걱정 안하고 사는 가하면, 욕망과 예술을 표상하는 이유정과 종교와 절대선을 표상하는 김순임을 모두 만나고 사귀는 등 어느 한쪽에 분명하게 서지 않고 번민하는 지식인(?)이기에 회색인이라 불렸을 것임. 최인훈 작품 거의 다가 사변적이나 소화할 만 한 수준이어서 즐겨 읽어온 내가 “회색인”을 다시 읽고 보니 20대에 처음 읽었을 때보다 훨씬 못했으나 역시 수작이라는 생각은 여전했음.
*2010. 9. 5일
399.한국문학통사3-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 문학 제1기 조선후기
*조동일 저/ 지식산업사 간(2010년)
*원시문학과 중세전기문학을 다룬 1권과 고려후기에서 조선 시대 임란 전후까지의 중세후기문학을 다룬 2권에 이어 이 책에서는 임란 후에서부터 조선후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우리 문학을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 문학”으로 명명하며 자세히 다루었음. 정통한문학이 동요되고 소설시대로 들어서며 문학담당층이 확대되고 사설시조가 출현하는 등 이행기 문학이 단순히 중세와 근세를 이어주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새롭고 다양한 문학을 꽃 피운 시기였음. 가사의 모습도 다양해지고 국문 작품들도 유통되는 등 다이나믹한 변화를 볼 수 있었으며 부녀층과 중인층에 급속히 확산되는 것도 이행기 문학의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임.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우리 문학이 이렇게 장르가 다양하고 독자층도 다양해 양반부류에 국한 된 것이 아님을 비로소 알았음. 역저를 지어낸 조동일 교수의 노고에 감사하고 싶은 마음임.
*2010. 9. 3일
398.구토
*쟝 폴 샤르트르 저/강명희 역/하서 간(2005)
*실존주의 철학으로 20세기를 밝힌 프랑스의 철학자인 저자가 본격적인 철학서인 “존재와 무”에 1년 앞서 출간한 소설로 주인공 로캉탱이 사물을 보고 인간의 감각의 통해 존재이유를 찾고자 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음. 사물과 타인의 존재를 인식하는 데서 조건을 마련하고 그들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깨달았을 때 생기는 생리작용이 바로 구토라고 한 저자의 철학서인 “존재와 무”를 읽은 것은 1970년대 후반으로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 것은 존재란 던져진 것으로 본질에 앞선다는 충격적인 내용임. 일기를 쓸 경우에는 모든 일을 과장하고 너무 날카롭게 주의를 기울이는 나머지 줄곧 진실을 억지로 둘러대게 된다는 저자가 구토소설 전부를 일기로 채운 것은 이 소설에 저자의 성장사나 철학사가 녹아 있기 때문일 것임. 구역질이 각성이며 명철이라는 믿음이 있어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을 구토로 정했을 것이라 생각했음.
*2010. 9. 2일
397.How To Read A Book?
*Mortimer J. Adler, Charles Van Doren 공저/Simon & Schuster 간
*책읽기를 4단계로 구분해 어떻게 책을 읽어야하는 가를 자세히 일러주는 이 책이 처음 발간된 것은 1940년이고 , 수정판도 1972년에 나왔으니 이 책이야말로 이 분야 책으로 고전에 속하는 steady seller로 우리말로도 번역되어 나왔다함. 독서의 단계를 Elementary Readingㅡ Inspectional Readingㅡ Analytical Readingㅡ Syntopical Reading의 4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별로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를 자세히 제시하고 있어 앞으로 나의 독서능력 제고에 크게 도움이 될 것임. 내 책 읽는 습관이 크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온 이유는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면서 그냥 읽어나가는 것이다 했는데 Inspectional Reading단계에서는 오히려 권장되는 방법임을 이 책을 통해서 알았음. 그러나 그 윗 단계인 Analytical Reading이나 Syntopical Reading에는 적합한 방법이 아니어서 점진적으로 바꿔볼 생각임. 번역본을 사서 다시 읽어볼 생각임.
*2010. 8. 27일
396.동아시아 문명론
*조동일 저/지식산업사 간(2010)
*올 들어 내게 특기할 만한 것은 독서를 통해 조동일 교수를 만났다는 것임. 방송대국문과 입학해 저자의 “한국문학통사”를 읽어 내려가다가 교수의 최근 저서인 “동아시아 문명론”을 사서 읽으면서 박학과 다식에 놀라 절로 존경의 염을 갖게 되었음. 동아시아 문명론은 거대한 담론이어서 저자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렇지 않음을 보았음. 동남아문명권에서 차지하는 위치에서 중국은 중심부이고 일본은 주변부이고 한국과 월남은 중간부라고 새롭게 지적한 저자는 중심부는 공유재산이 많고 주변부는 공유재산이 적으며 사유재산이 많고 중간부는 공유재산과 사유재산이 균등한 비중을 가졌다고 갈파했는데 여기서 공유재산은 한문이라는 공동문어이고 사유재산은 민족어를 일컫는 것임. 저자가 공자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예로 들며 동아시아의 문명의 지향점이 생극론(生極論)에 있음을 천명한 이 책을 통해 “유럽문명권이 선도한 근대학문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음 시대 학문을 이룩하는 데 동아사아가 앞서서 다른 문명권의 분발을 촉구”하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음.
*2010. 8. 17일
395.MATISSE AND THE NUDE
*Alab Bowness 저/The New American Library 간(1968)
*1908년에 쓴 “화가의 노트(Notes of a Painter)”에서 “나를 가장 흥미롭게 하는 것은 인생이나 풍경이 아니고 사람의 모습이다”라고 말했듯이 마티스는 벌거벗은 여신을 캔버스에 옮겨놓는데 혼신의 힘을 쓴 프랑스의 화가임. 시대 순으로 30점의 누드작품이 첨부된 이 책은 생전에 미술선생이었던 집사람이 미술대학을 다닐 때 사서 읽은 문고판으로 미술의 문외한인 나도 사전을 찾지 않고 그냥 읽어 내려갈 만해 흥미로웠음. 권말에 실린 누드화가 말년으로 갈수록 붉은 색을 많이 쓴 것으로 특징적으로 보였음. 영감은 항상 오리엔트에서 왔다고 한 마티스가 말하는 오리엔트는 중구이나 동남아가 아니고 페르시안 등의 중동아시아 국가로 페르시안 미니아춰에 많이 심취한 것 같았음. 이책을 통해 문외한인 내가 보아도 전혀 외설스럽지 않고 때로는 유머스럽기도 한 마티스의 작품들을 한 걸음 다가가서 보게 되었음.
*2010. 8. 16일
394.한국문학통사2:중세후기문학
*조동일 저/지식산업사 간(2010년)
*1권에서 원시문학과 중세전기문학을 다룬데 이어 2권에서는 중세후기문학을 다루었음. 중세후기문학은 두 기로 나누어지는 데, 제1기는 무신-몽고란 시대에서 시작되는 고려후기의 문학이고 제2기는 조선건국부터 임란 전후에 걸치는 조선의 문학을 이르는 것임.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것은 교술문학으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객관적 사실을 묘사하거나 설명해주는 편지, 일기, 기행문이나 수필 등이 이에 속한다 하겠음. 헤겔이 문학을 서정, 서사, 극으로 분류했는데 이에 해당하는 시, 소설, 희곡 모두 허구를 바탕으로 쓴 것이라면 교술문학은 작가의 실제경험을 바탕으로 쓰는 것이라면 조동필 교수는 이에 “자아의 세계화”가 표현된 교술문학을 추가해 분류했다는 데 이 책의 특징이 있다 하겠음. 고려조의 이규보에서 조선조의 허균에 이르는 쟁쟁한 인물들이 중세후기문학을 꽃피웠다는 점과 우리 문학에도 상당히 다양한 문학장르가 존재한다는 것을 이 책을 알게 되었음.
*2010. 8. 10일
393.북한주체사상의 형성과 쇠퇴
*신일철 저/생각의 나무 간(2004)
*북한의 핵심 이데올로기인 주체사상에 관한 철저히 해석하고 비판한 이 책을 통해 어렴풋이 알아온 주체사상의 허구를 제대로 안 것이 이번 독서의 소득임. 현 정부의 비판을 넘어 대한민국을 헐뜯는 한상렬 목사 등 종북파들이 떠받드는 북한의 주체사상이 스탈린의 개인숭배주의를 본뜬 시대착오적인 것임을 분명히 한 이 책은 김정일의 통치술인 시네마폴리티카의 한계와 딜레마를 잘 지적하고 있음. 또 하나 북한이 도발한 한국전쟁이 북한이 대한민국과 체제경쟁에서 밀리는 데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를 알았는바, 약400만 명의 인민이 남한으로 넘어감으로써 야기된 유능한 인력손실이 북한의 발전기회를 앗아갔다는 것임. 주체사상이 북한 주민들의 삶을 위한 것이 아니고 김일성 일가의 장기집권을 위한 것이기에 온갖 미사여구로 미화한다 해도 북한을 살릴 수는 없는 것임을 김정일 집단이 스스로 깨닫고 중국이나 소련처럼 방향을 선회해야 한반도의 평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임. 허구가 진실을 영원히 이길 수는 없기에 시네마폴리티카라는 허구의 드라마를 아무리 잘 연출해도 김정일 정권이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서 확인했음.
*2010. 8. 4일
392. 헤겔에서 니체로-마르크스와 키아케고어, 19세기 사상의 혁명적 결렬
*카를 뢰비트 저/강학철 역/민음사 간(2006)
*1770년에 태어나 1831년에 세상을 뜬 헤겔에서 1884년에 태어나 1900년에 생을 마감한 니체에 이르기까지 독일을 풍미한 철학과 철학자들의 발자취를 담은 본서를 통해 이 책의 저자가 “19세기 독일의 정신사의 본래적 사상(事象)이 헤겔과 니체사이에 움직인 두 개의 극점”이라고 서문에 밝힌 이유를 알 것 같았음. “이성적인 것이 현실적이고 현실적인 것이 이성적이다”라는 헤겔의 명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좌파와 우파로 나뉘어 좌파 는 이성적인 것만이 현실적이라는 것을 강조하였고 우파는 현실적인 것만이 이성적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는데 헤겔에서는 우파의 보수적 견해와 좌파의 혁명적 견해가 적어도 형식상 동등한 가치를 갖고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음. “헤겔의 완성과 니체의 새로운 출발과의 사이에 있는 결정적 전환점을 제시하여 잊혀진 삽화의 획기적인 의의를 현대의 빛으로 조명”하려한 저자의 시도를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철학에 관한 내 지식이 많이 부족함을 깨닫게 한 이 책을 통해 독일의 시성 괴테와 대철학자 헤겔과의 교류가 있었음을 안 것만도 보람이라는 생각임. 기독교와 신에 대한 헤겔과 니체의 상반된 인식도 차후 더 들여다 볼 생각임.
*2010. 8. 3일
391.인간문제
*강경애 저/소담출판사 간(2001)
*소설가 강경애는 방송대 국문과에 입학해 교과서에 실린 “소금”을 통해 처음 만나본 작가임.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인간문제”를 읽고 나서 권말에 해설을 쓴 이재선님이 이야기하는 경향소설이 이런 것임을 알았음. 경향소설이란 “1930년대 한국현대소설에 있어서 이른바 사회주의 소설 또는 사회주의 리얼리즘 소설의 한 모형을 이루고 있는 작품”으로 “리얼리즘의 양식을 취하는 가운데 사회 정치적 주의(교의)의 정당성을 드러내는 소설”이라고 이재선님은 정의하고 있는데, 이런 정의에 걸맞게 소설“인간문제”는 일제 때 농촌사회의 실상과 문제를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임. 주인공 신철의 유전(流轉)이 지식인의 나약함을 보여주어 모순된 사회를 바로 잡는데 부족함이 있고, 부만을 믿고 가난한 농민들에 군림하는 지주 정덕호와 그의 딸 옥잠의 속물적 처신과 선비와 간난이의 투쟁적 삶이 대비되는 이 작품에서 선비의 주검을 인수받는 첫째는 인간이 풀어나가야 할 인간문제가 무엇인가와 이 과제를 풀어나갈 인간이 누구일까 자각하며 소설을 맺었음. 생리적으로 공산주의나 좌파성향의 글에 거부반응을 보여 온 내가 이 소설을 진지하게 끝까지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은 이 소설이 사실주의 작품이기 때문임.
*2010. 7. 31일
390.KOREA WITNESS:135 Years of War, Crisis and News i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
*Donald Kirk & Choe Sang Hoon 공저/Eunheung Namu 간(2006)
*서울외신기자클럽(The Seoul Foreign Correspondents Club) 창립50주년을 맞이하여 “조용한 아침의 나라”인 한국에서 주재하며 취재활동을 한 외신기자들이 한국에서 일어난 사건들과 변화를 생생하게 증언한 것들을 한 데 모은 이 책에서 우리나라 기자들이나 학자들이 엮어낸 현대사에 비해 새로운 관점과 현장의 생생함을 더 많이 볼 수 있었음. 구한말 영국기지 배설(BETHEL)에 관한 Christopher Torchia 기자의 “BETHEL’S TALE"로 시작되는 이 책을 통해 외국기자들이 증언하는 조선과 조선사회를 만나 볼 수 있었고 해방 후 자유와 민주를 향한 국민적 몸부림도 읽을 수 있었으며 북한의 도발로 시작된 한국전쟁을 몸으로 체험한 특파원들의 생생한 증언도 들을 수 있었음. 어떤 남자가 집에 돌아왔을 때 자기 여자 친구가 다른 남자와 같이 이 있는 것을 보고 미국 남자들은 여자 친구를 때려 내쫓고 하고, 이태리 남자들은 둘 다 때려 내쫓으며 불란서 남자들은 제발 가달라고 사정하는 데 한국남자들은 미국 대사관에 가서 항의 한다는 과도한 시위를 꼬집는 한 특파원의 적확한 코멘트가 나를 부끄럽게 했음. 더러 고초를 겪은 특파원들도 공히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과 경제적 성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다루어 이 책을 읽으면서 자부심도 느꼈음. 몇 년 만에 읽은 원서였지만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들로 내용이 채워져 읽기가 덜 힘들었음.
*2010. 7. 26일
389.한국문학통사 1:원시문학-중세전기문학
*조동일 저/지식산업사 간(2010)
*한국문학을 윈시문학에서 현대문학에 이르기까지 통틀어 다룬 이 책은 모두 참고문헌집1권을 포함해 6권으로 되어 있음. 한국문학사분야에서 최고의 권위자로 알려진 조동일교수의 한국문학통사는 방송대국문과 대림지역 신입생들의 튜터님으로부터 추천받았고, 막내아들이 5권을 사주어 1권부터 읽어나가고 있음. 1982년에 처음 선 보인 후 2004년에 제 4판이 발행된 이책의 제1권은 먼저 문학사 이해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원시문학과 고대문학, 그리고 중세전기문학을 총괄하고 있는데 중세문학은 삼국 및 남북국시대의 제1기와 고려전기의 제2기까지 다루고 있음. 이 책을 통해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이해할 수 있었으니, 저자는 “문학은 언어 예술이며, 예술은 인식의 복합체이다. 문학은 형상이라는 점에서 일상에서 쓰는 실용적인 말과 구별되고, 인식이라는 점에서 재미있기만 한 말장난과 다르다.”라고 정의했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원시문학은 몇 만년전에 시작되었으며 천지창조에 관한 서사시가 신석기시대에 출현했으며 단군신화에서 시작된 고대문학은 삼국시대 이전까지에 이르고, 중세전기문학이 시작된 명확한 증거는 414년에 세운 “광개토대왕릉비”로 적고 있음. 신화와 한문이 우리 문학에서 어떤 자리를 점하고 있는 가를 알려주는 이 책을 통해 한국문학통사를 제대로 이해하고자 몇 번 반복해 읽어볼 뜻임.
*2010. 7. 20일
388.서부전선 이상 없다
*에리히 마라아 레마르크 저/홍성광 역/열린책들 간(2009)
*담임교사 칸토레크의 설득에 못 이겨 반 친구들인 크로프, 뮐러5세, 레어 등과 함께 자원입대한 파울 보이머는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나”라는 화자이자 주인공인데, 친구들이 다 죽고 마지막까지 살아남다가 “온 전선이 쥐죽은 듯 조용하고 평온하던 1918년10월 어느 날” 이 주인공은 전사하고 그날 사령부에는 “서부전선 이상 없음”으로 보고되는 것으로 이 소설은 끝남. 독일 작가인 레마르크의 “개선문”을 한 번 읽은 터라 이 작가의 문체가 눈에 익어서인지 다른 서양 작가들의 작품들보다 읽기가 편했고 내용파악도 쉬웠음. 전쟁의 참상을 전혀 흥분하지 않고 담담한 어조로 그려낸 이 소설이 문제가 되어 나치지배하의 조국을 버리고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었다 함. 처음으로 적을 죽이고 나서 그 시체 앞에서 자신을 용서해 달라며 “전우여, 나의 목숨에서 20년을 떼어 가서 일어나다오”하고 부르짖는 주인공 파울보이머의 절규가 어떤 전쟁이든 비극적일 수밖에 없음을 강력하게 말해준다 싶었음. 우리의 주인공마저 죽어갔는데 서부전선은 이상 없다고 보고되는 마지막 내용이 여러 가지를 생각게 했음.
*2010. 7. 17일
387.중국을 지배해온 대제국-부여. 고구려. 백제사 연구
*김종서 저/한국학연구원 간(2006)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바탕을 둔 이병도의 고구려 역사 기술은 왜곡된 것이라고 과감하게 주장하는 저자는 사기, 논형, 삼국지, 수서, 구당서 등 중국의 문헌과 광개토대왕 비문등을 철저히 분석해 얻은 결과임을 강조하고 있음. 기원전 419년 해모수천왕이 건국한 북부여와 BC100년 경 동명왕이 건국한 부여는 중국의 한나라 황제로부터 옥갑을 조공 받을 만큼 강대국이었으며 주몽이 세운 고구려가 북부여도 이어받았다는 것이 이 책이 강조하는 점임. 부여와 통합을 이룩한 고구려가 부여유민들과의 융화를 위해 추모왕인 주몽의 시호를 동명왕으로 바꾸었고 이것을 그대로 받아들인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일연의 삼국유사를 믿고 역사학자들이 고구려의 시조를 동명왕으로 바꿨다는 것이 저자의 의견임. 동명왕을 부여의 왕으로 인정하면 북부여와 동명왕의 부여가 요녕성 및 내몽고지역에 있었음을 인정해야하고 그리되면 한반도 북부가 기자조선, 위만조선 및 한사군 땅이었다는 학설이 무너질 수 밖에 없어 국사학의 태두인 이병도가 동명왕을 부여의 시조가 아니라 고구려의 시조로 역사를 왜곡했다는 저자의 주장을 믿어도 좋은지 잘 판단이 안 서는 것은 건국사의 상당부분이 신화적인 요소를 배제할 수 없어 이설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임. 내가 사학도가 아닌 만큼 갖가지 이설에 신경을 쓸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서 환단고기 등의 국수주의에 경도된 역사서 보기를 거부해왔듯이 이 책도 전적으로 신뢰할 생각은 없지만 중국의 역사문헌을 꼼꼼하게 분석했다는 것은 높이 살만하다는 생각임.
*2010. 7. 13일
386.정약용&최한기-실학에게 길을 묻다
*임부연 저/김영사 간(2007)
*혜강 최한기는 고산자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제작할 때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는 사실을 빼놓고는 아는 바가 전혀 없는 분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분이 주창한 바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음. 혜강 최한기보다 한세대 먼저 태어난 다산 정약용은 정조의 총애를 받으며 개혁에 앞장섰다가 서력1800년 정조의 승하 후 강진으로 유배되었고 17년간의 유배생활 중 수많은 명저를 냈으며 실학을 발전시킨데 비해 혜강 최한기는 이렇다 할 관직을 맡지 않은 채 학문에만 매진해 다산보다 더 많은 책을 냈고 다산 정학용보다 더 철저하게 성리학을 비판했다함. 선과 악은 주관적인 현상이 아니고 외부사물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가치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두 분은 공통점을 갖고 있으나 궁극실재로 다산은 상제의 영명을 내세웠고 혜강은 기를 내세웠음이 다른 점으로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음. 다산과 혜강 모두 성리학을 극복하고자 자신의 이론을 제시했으며 이 이론은 성리학에 대비되는 실학의 범주에 들어간 다 하겠음. 이 책을 통해 혜강 최한기를 만나게 되어 무엇보다 기뻤음.
*2010. 7. 10일
385.삶의 한 가운데
*루이제린저 저/박찬일 역/민음사 간(2005)
*이름만 들었던 독일의 여성작가 루이제린저의 소설“삶의 한가운데”를 접하게 된 것은 뒤늦게 방송대국문과를 새로 다니는 제게 도움을 주고자 민음사에서 출간한 “세계문학전집”에 실린 작품집들을 건네주어서임. 1950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주인공 니나를 사랑하는 연상의 의사 슈테판의 일기와 편지를 니나의 언니가 소개하는 방식으로 엮어져 스토리 전개방식이 새롭게 느껴졌음. 패혈증을 앓고 반나치즘 활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수감생활을 하고 자살을 기도하는 등 평탄치 못한 일생을 살아온 니나라는 여인을 통해 나치가 지배했던 시대적상황과 열정적 여인의 삶을, 그리고 니나에 열정을 바치는 20년 연상의 의사 슈테판의 순수한 사랑도 같이 읽을 수 있었음. 작가 만들어 낸 니나라는 여인상이 사회의 인습을 뛰어넘으려는 열정적 인물이었다면 의사이자 대학교수인 슈테판은 제도권 인물로 격정을 이성으로 다스릴 줄 아는 합리적인 사람으로 두 인물이 서로 극적으로 대비되어 소설의 재미가 더 했다는 생각임.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서양의 소설은 우리말과 달리 주어가 생략되지 않고 계속 나와 글을 읽으며 생각이 끊어지는 곤혹스러움도 있었음.
*2010. 7. 7일
384.민족 민족주의
*박찬승 저/소화 간(2010)
*조선조 때 민족의 성지로 불리는 백두산을 오른 분 중 최고위직을 역임한 분은 대제학을 지낸 서명응으로 그는 1776년 백두산에 올라 정상의 큰 못에 감탄해 그 못의 이름을 태일택(太一澤)으로 지어 찬사를 남기면서도 민족이나 유사한 의미의 단어를 한 번도 쓴 적이 없음을 지적한 이영훈교수의 백두산이야기를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에서 설마 그리했을까하는 의심을 거두지 못했는데 박찬승의 “민족 민족주의”를 읽고 틀림없는 사실임을 확인했음.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에서 발간한 한국개념사총서의 한 권으로 발행된 이 책은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한 민족과 민족주의의 개념을 정리하고자 역사적 유래와 그 쓰임의 다양함을 상술한 책으로 내게는 참으로 신선하게 느껴졌음. 이 책을 새삼스럽게 안 것은 민족을 자본주의의 역사적 산물로 이해하는 공산주의자들은 자본주의의 붕괴와 더불어 민족이라는 용어도 사라질 것으로 보았다는 것이고 북한이 민족을 들고 나온 것은 주체사상을 도입하고 나서라는 것이었음. 단일민족이라는 용어가 쓰인 것도 민족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해 해방 후의 일인데 요즈음 우리나라가 다민족국가가 되면서 단일민족의 주장이 그 존립근거를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임. 세계화에 부응할 수 있는 민족주의의 개념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생각임. 이 책이 개념사총서의 한 권으로 발행되어서인지 저자의 새로운 주장이나 이론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음.
*2010. 7. 5일
383.우리나비 백가지
*이원규 사진/김정환 글/현암사 간(1996)
*이 책을 통해 산 식구 나비를 알게 된 것이 무엇보다 큰 기쁨임. 혼자서 산줄기를 종주하며 산 식구들과 대화를 나누고자 시도해온 나로서는 그동안 여러 종류의 나비를 보았어도 이들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 답답했는데 이 책을 통해 대표적인 우리나라 나비 100종의 모양새와 특징들을 알게 되어 앞으로 나비들과 보다 친해질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을 것임. 이제 산에 오르면 시간을 내서라도 사진을 찍어와 이 책을 보고 무슨 나비인가를 확인할 뜻임. 나비들의 이름이 외형적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는 바, 이러한 이름들 거의다가 나비박사 석주명 선생에 의해 지어졌다는데 생물학자이자인 선생은 어느 작명가보다 빼어난 이름을 많이 지었다는 생각임. 생태계의 건강을 곧바로 알려주는 나비들은 우리들의 시심 또한 일깨우기에 멸종위기의 나비들을 적극 나서서 보호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임. 나비의 문외한인 나로서는 한 번 읽은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되고 틈틈이 꽃 도감을 찾아보듯이 그때 그 때 찾아 읽을 뜻임.
*2010. 7. 3일
382.이토 히로부미
*이종각 저/동아일보사 간(2010)
*어느 한 시대가 격동기냐 아니냐를 특징짓는 것이 위대한 인물을 배출했느냐에 있다면 일본의 원훈이자 조선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가 맹활약한 19세기 후반은 일본의 격동기임이 틀림없음.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내각총리대신을 네 번이나 역임한 이토 히로부미의 일생을 엮은 이 책은 일본의 근세사를 상세히 알려주었고 안중근 의사의 의거도 자세히 언급해 구한말 조선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도 주었음. 1841년에 태어나 1909년 안중근의사에 피격되어 사망하기까지 격동기의 일본을 잘 이끌어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입헌군주제를 정착시킨 이토 히로부미가 일본의 근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원훈임에 틀림없다 생각하자 조선은 어찌해서 저런 인물을 만나지 못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음. 일본에서 메이지유신이 이루어진 1868년은 고종즉위한지 6년째 맞는 해여서 조선조가 고종 때부터라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부국강병에 힘썼다면 1910년에 일본에 그리 쉽게 강점당하지는 않았다 싶어지자 이토 히로부미를 뛰어넘는 조선의 원훈을 갖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음. 일제강점기 때 안중근 의사의 차남인 안준생이 이토히로부미의 자식들에 아버지의 의거를 사죄하는 내용을 읽고 수치를 느꼈으면서도 한편 나라 잃은 어려움이 어떠했나를 헤아릴 수 있었음. 입으로만 애국할 수 없음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절감했음.
*2010. 6. 30일
381.나사의 회전
*헨리 제임스 저/최경도 역/민음사 간(2005)
*1843년 미국에서 태어나 “파수꾼”등 다수 작품을 발표하며 왕성하게 활동하다가 1915년 영국으로 귀화해 그 이듬해 7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헨리제임스는 1898년 이 소설 “나사의 회전( Turn of Screw)"을 발표했음. “나사의 회전”은 “파수꾼”이라는 작품명만 달랑 알고 있는 내가 첫 번 째 접한 작품으로 작가인 헨리 제임스의 첫 번째 심리소설이자 손꼽히는 유령소설로 알려진 작품임. 가장교사로 일하고자 영국의 한 저택으로 옮겨 간 젊은 여성이 유령을 목격하고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것을 묘사한 이 작품은 유령소설인지 알고 나서 읽는데도 마치 내가 유령을 직접 만나는 것 같은 긴장감이 느껴졌음. “현대심리소설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저자의 서술기법이 버지니아 울프나 제임스 조이스증 영국의 작가들이 추구해온 서술기법인 “의식의 흐름”의 터전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함.
*2010. 6. 19일
380.암흑의 핵심
*조셉 콘래드 저/이상옥 역/민음사 간(2005)
*19세기 중엽에 중엽에 폴랜드에서 태어나 30세에 영국으로 귀화한 작가의 대표작으로 불릴 만한 “암흑의 핵심”은 선장으로 일했던 작가의 독특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임. 유럽인들이 암흑의 대륙인 아프리카를 항해하고자 하는 것이 반드시 탐험을 꿈꾸어서만이 아니고 제국주의적인 사심도 작용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되는 이 소설이 나를 지루하게 만든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가 내세운 화자인 말로의 입을 빌리는 형식으로 쓰였다는 점이었음. 스토리가 비교적 단순한데다 등장인물도 몇 명에 불과해 단조로울 수 있는 이야기들을 화자 1명의 입을 빌려 들어야하는 이 소설의 형식이 나를 질리게 만들어 200페이지에 불과한 분량이 엄청 길게 느껴지기도 했음. 역자는 “문명사회가 보장하는 안이한 삶을 박차고 나와 궁극적 자기인식을 성취할 수 있었던, 의식이 깨어 있는 한 인간의 자기탐구담”으로 칭찬했지만 내게는 단조롭고 지겹게 느껴졌는데 이는 작가의 잘못이라기보다 새로운 형식의 시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 무능력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음. 그렇다 해도 학술서적도 아닌 소설이 재미가 없다는 것은 독자의 능력이나 수준과 관계없이 칭찬받을 일은 아니라는 생각임.
*2010. 6. 13일
379.한국현대문학사 2
*권영민 저/민음사 간(2002)
*1896년-1945년 기간의 문학사를 다룬 1권에 이어 2권은 1945년 해방이후부터 2000년에 이르는 기간의 우리나라 문학사를 실고 있는데, 내가 다니는 방송대의 기말시험 범위에 이 기간의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어 마저 읽었음. 1권이 일제의 암흑기에 우리 문인들이 어떤 작품을 남겼나를 다룬데 비해 2권은 남북분단이 우리문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를 일러주었음. 1970년대 들어 산업화의 진전으로 소외된 계층에 대한 눈길이 작품화된 것들도 많고 민주화가 시련을 겪을 때의 목소리도 나름대로 우리문학이 담아냈다는 생각임. 남북분단과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라는 거대한 화두들을 수용하면서도 이들에만 매달리지 않고 소설의 주제를 다양화한 이청준 작가와의 만남은 내 인생에서 뜻 깊은 일인데 저자도 이 책에서 상당한 면을 할애해 이청준을 다른 것을 보고 우선 반갑고 이청준의 문학사적 위치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음. 박경리, 조정래 등의 걸출한 문인들의 작품에 관한 설명도 이 책에서 같이 읽었음. 1980년대 이후에 등단한 문인들은 내가 거의 알지 못하는 것은 그후 문학에서 벗어나 경영과 경제서적을 많이 읽어서인데 이번 방송대국문과입학을 계기로 젊은 문인들의
작품을 많이 읽고자 하는 내게 이 책이 크게 도움이 될 것임.
*2010. 6. 7일
378.한국현대문학사 1
*권영민 저/민음사 간(2002)
*7년 전 사서 한 번 읽은 이 책을 방송대의 튜터 선생께서 국문학도라면 반드시 읽어야하는 문학사 책이라며 일독을 권해 다시 꺼내 읽었음. 교양으로 읽었던 첫 번째와는 달리 전공서적으로 읽는 것이어서 혹시 내용을 놓칠세라 많이 부담스러웠음. 1-2권으로 구성된 “한국현대문학사”의 1권은 개화기에서 해방 전까지 우리문학을 다루었고 해방 후의 작품과 자가들은 2권에 실렸음. “개화계몽 시대 국문의 확대는 지배층의 폐쇄적인 문화공간으로부터 소외되었던 서민층의 언어생활을 전근대적인 설화공간으로부터 근대적인 문자공간으로 변화시켜 놓고 있다”라는 저자의 언급은 적확하고 의미 깊은 진단이라는 생각임. 다른 방향의 이야기이지만 어렸을 때 시골 어른들로부터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던 것은 그분들과 그 윗분들이 거의다가 문맹이었기에 설화공간으로부터 문지공간으로 변화하지 못했기 때문임을 이 책을 읽고 알았음. 이 책의 상당부분이 작가와 작품에 대한 소개와 평가여서 여기에다 요약해 옮길 수는 없어 아쉽기도 함. 문학사를 수강할 때 다시 한 번 정독할 생각임. 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개관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음.
*2010. 5. 30일
377.진실을 찾아서
*M. K. 간디 저/강봉식 역/삼성문화재단 간(1972년)
*1970년대에 사 놓은 문고판인 이 책을 30년 넘게 처박아두었다가 뒤늦게 꺼내 읽은 것은 반대자에 온갖 욕설
과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사이버폭력을 일삼는 누리꾼들이 전횡해 쌍방 간에 증오심만이 횡일하는 이 사회에
서 정복자인 영국으로부터 인도의 독립을 이끌어낸 간디의 비협조 불복종 운동이 갖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보고 싶어서였음. 간디는 자기보다 못 배우고 가난한 동포를 돕는 데 일생을 마친 분으로 비리와 폭력
에 대해 같이 폭력으로 대하지 않고 끝까지 비협조로 대해 “진실을 찾는 무저항운동”, 즉 “사탸그랴하”운동에
전개해왔음. 진실을 찾아 설복하고 잘못된 정책에 일절 협조를 하지 않고 무저항운동을 끌어온 간디가 영국이
전쟁을 치를 때 인도인들에 참전을 권하는 글을 읽고 과연 대인임을 알았으니 비록 투쟁의 대상이 영국이라
하더라도 곤경에 처했을 때는 같이 도와주어야지 기회가 왔다며 비수를 들이대는 것은 옳은 것이 아니라는 것
이 간디가 주장하는 바였음. 영국과 간디를 일본과 김구선생으로 바꿔놓는 것이 아예 불가능했을 것이다 싶은
것은 일본의 유별난 잔악함 때문에도 우리 국민들이 간디의 사탸그라하 운동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음. 춘원 이광수의 대동아전쟁 참전 권유가 비난받는 것은 춘원은 일신의 안위를 지
키고자 지배자인 일본을 위해 나선 일지만, 간디는 오직 인도국민들과 진실만을 위해 살아왔기 때문에 그의
참전권유가 비난받지 않았을 것임. 영국을 증오하고 적대시한 것이 아니라 영국에 무엇이 진실인가를 보여주
어 설복하고자 한 간디는 과연 성인이었음.
*2010. 5. 23일
376.교양-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디트리히 슈바니츠 저/인성기 외 3인 공역/들녘 간(2003)
*방송대 세계사 중간시험에 대비하고자 내 서재에서 교과서 외에 참고가 될 만한 책을 찾다가 얼마 전 헌 책방
에서 사서 미처 읽지 못한 “교양-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이 눈에 띄어 펼쳐본 즉 시험범위인 유럽의 중세에
관한 내용이 실려 있어 필요부분을 먼저 읽기 시작했음. 시험이 끝나고 첫 페이지로 돌아가 이 책을 읽으면서
독일 사람들이 말하는 교양의 내용과 수준을 가늠할 수 있었는데 주요 콘텐츠는 역사와 문학 및 예술, 그리고
철학의 개념과 핵심내용을 실은 정도였음. 읽어서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은 거의 없었고 다만 해석과 접근이 새
로웠다는 생각임. 저자가 독일인이어서인지 교양의 원천을 유럽에서 찾았기에 동양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
는 나로서는 중국을 비롯한 동양제국을 언급하지 않은 이 책이 사람이 알아야할 모든 교양을 담았다고는 평가
할 수 없었음. 이 책을 통해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어떻게 다르고 유사점은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음. 전문영역
에 묶이지 않고 삶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는 교양만큼 유용한 것도 없다는 것을 배운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
은 의의는 충분하다는 생각임.
*2010. 5. 15일
375.지상의 양식
*앙드레 지드 저 /김화영 역/민음사 간(2009)
*“좁은 문”과 “전원교향곡”을 지은 프랑스의 작가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을 산 것은 앙드레지드의 작품
을 폭 넓게 읽고자 해서인데 이 책에 실린 “지상의 양식”과 “새로운 양식”모두 통상의 소설과 그 형식에서 궤
를 크게 달리해 내 실력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었음. 특히 1897년에 발표된 “지상의 양식”은 리얼리스트의 소설
이 종언을 고하고 “합리주의에 대한 반발로 심각한 정신적 불안”에 사로잡힌 세기말의 작품인데다 25세의 젊
은 나이에 쓴 것이어서 내용이 산만하고 난해할 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음. “지상의 양식”의 속편이라
할 수 있는 “새로운 양식”은 60세를 넘어 발표한 작품으로 작가의 원숙함이 배어 있어 글 읽기가 한결 수월했
음. “비논리도 참을 수 없는 것이지만 과도한 논리도 나를 비틀거리게 한다”라는 내용은 합리주의에 대한 저자
의 저항을 읽을 수 있는 대목임. 단추를 발명한 사람과 단추 구멍을 만든 사람이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의를
상하는 것이 바로 저자의 반 합리주의적 태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임. “작품이란 구성이다”라는 저자의
주장에 그리 부합되지 않는 두 작품 속에 숨어 있는 경구들은 귀담아 들을만하다는 생각임.
*2010. 5. 13일
374.내가 못 본 지리산
*이창수 저/학고재 간(2009)
*언론에서 16년간 사진기자를 하고 지리산의 악양으로 옮겨가 살고 있는 사진작가인 저자가 낸 이 책은 한 마디로 스토리가 있는 사진첩으로 용약될 수 있음. 지리산의 사계와 지리산을 이루고 있는 모든 식구들의 모습을 잘 보여준 이 책은 그리 과장되지도 않고 시집처럼 난해하지도 않아 한 번 잡으면 단숨에 끝까지 읽어나갈 수 있는 스토리가 곁들인 사진첩임. 지리산의 자연의 아름다움보다는 지리산에 빌붙어 살고 있는 군상들의 자연친화적 삶이 녹아 있는 이 책이 갖고 있는 단점은 여기 표현된 것보다 더 치열하게 살고 있을 사람들의 삶이 너무 담담하게 그려졌다는 것이라는 생각임. 지리산이 던지는 화두가 지리산식구들의 안분지족하는 삶만은 아닐 것 같은데 이를 끌어내지 못한 것이 아쉬웠음. 그래도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지리산속의 삶을 그려낸 것은 높이 평가하고 싶음.
*2010. 5. 10일
373.콜디스트 윈터(The Coldest Winter)
*데이비드 핼버스탬 저/정윤미-이은진 공역/살림 간(2009)
*미국의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핼버스탬이 지은 역저로 장장1,02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이 책 말고 한국전쟁을 제대로 다룬 책이 달리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음. 한국전쟁이 발발해서 휴전으로 매듭지어지기까지 단순히 전쟁의 진행 상황만을 취재한 것이 아니고 이 전쟁에 참여한 인물들이 어떤 사람인가와 역사적 배경에도 상당한 지면을 할애해 한국의 현대사와 한국을 둘러싼 열강들의 현대사도 함께 배울 수 있어 좋았음. 저자의 기본적인 시각은 한국전쟁은 한국전쟁을 이끌어간 정치적 주역들의 잘못된 판단에 의해 시작되었고 진행되었다는 것으로 특히 한국을 구해준 전쟁영웅으로 추앙받는 맥아더장군에 비판적이라는 것에 놀랐음. 우리나라 영토에서 일어난 한국전쟁이 미국에 의해 치러졌다는 판단 때문인지 정작 한국군의 전쟁수행에 관한 기록이 거의 없어 이 책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했음. 전후 대한민국은 경제발전과 민주사회를 모두 이룩해 한국전쟁참전을 부끄럽게 생각했던 참전미군들이 이제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저자의 맺음 글이 가슴에 와 닿았음. 저자가 원고를 탈고하고 5일 후 교통사고를 당해 죽지않았다면 우리나라에서 저자와의 대화의 시간을 가져볼 만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음.
*2010. 5. 6일
372.북한문학의 사적탐구
*박태상 저/깊은 샘 간(2006)
*북한의 서적이 금서조치에서 풀린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어서 북한문학을 이야기할 건더기를 전혀 가지고 있지 못하는 내가 북한문학을 접하게 된 것은 이 책을 통해서임. 일제강점기에 소설 “임꺽정”을 지어 민족혼을 불어 일으키려고 애쓴 홍명희가 한국전쟁 때 자진 월북하여 북한의 부수상을 지냈다는 것과 그의 손자 홍석중이 신문에 한 번 나왔던 북한 소설 “높새바람”의 저자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알았음. 북한문학의 변천을 작품 및 작가들의 활동기록을 통해 보여준 이 책은 홍석중의 “황진이”와 “높새바람”에 지면을 많이 할애했는데 이는 작가 홍석중이 자유로운 성묘사와 시대를 끌고 가는 시대정신이 소수 귀족이 아니고 민중임을 보여주기 때문인 것 같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어찌했던 김정일이 주도하는 예술은 그것이 문학이든, 미술이든 관계없이 북한의 정치체제를 지탱하는 축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기에 북한에서 순수문학이 꽃 피리라는 생각은 연목구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음. 저자가 내가 다니는 방송대교수로 이분께 이 책을 교과서로 해 졸업 전에 북한문학을 배울 것 같아 이번에는 한 번 훑어보는 정도로 책읽기를 마쳤음.
*2010. 4. 28일
371.당쟁으로 보는 조선역사
*이덕일 저/석필 간(2003년)
*우리나라 선현들 중 유일하게 공자를 본 더 송자로 불리는 우암 송시열이 영남지방에서 견공을 뜻하는 시열
로 불리는 것은 다름 아닌 조선조 당쟁의 초라한 결산이라는 생각임. 그 쟁쟁한 유학자들이 넘쳐 난 조선조가
20세기 들어 패망한 것은 일본의 침략을 받아서도 그렇겠지만 그전에 이들이 벌인 사화, 당쟁, 그리고 세도정
치로 나라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기 때문임. 예송 논쟁을 시작으로 당쟁을 벌리는 양측이 공존하지 못하고
한쪽을 거꾸러트리는 제로 섬 투쟁을 벌인데서 망국적 당쟁이 시작되었고 일제 강점기에 사라진 지역감정이
박정희 집권기에 다시 살아났다고 진단한 저자의 관점에 생각을 같이 하면서 망국적인 당쟁이 지역감정을 등
에 업고 형태를 달리해 지금도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 내 진단임. 다만 희망적인 것은 이제는 모든 국민이 교육
을 받아 민생에 도움이 안 되는 당쟁을 일삼는 정치인들을 선거를 통해 제제를 가할 수 있다는 것임. 당쟁의
마지막 임금인 정조께서 더 오래 집권했다면 세도정치를 막을 수 있었으리라 아쉬워하며 책 읽기를 마쳤음.
*2010. 4. 15일
370.꽃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을까?
*윌리엄 C. 버거 저/채수문 역/바이북스 간(2010)
*미국의 저명한 식물학자가 쓴 이 책의 원제는 “Flowers"임. 꽃을 미의 대상으로만 본 정태적인 관점에서 벗
어나 꽃의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해 꽃이 어떻게 자연과 작용-반작용을 하고 있는가를 동태적으로 파악해 기술
한 책임. 생물에 문외한인 나 같은 독자도 편안히 읽으며 공감할 수 있을 만큼 쉬운 필체로 써내려가 책을 읽
는 감동이 더했음. 바람에 꽃가루를 날려 수정을 하는 초본식물이나 사초(sedge)류가 피우는 꽃이 화려한 색
깔을 띠지 않는 것은 꽃가루를 실어 나르는 동물과는 달리 바람은 장님이기 때문에 유혹할 필요가 없어서라는
저자의 진단에 경이로움을 느꼈고 이것이 바로 진화의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음. 꽃이 어떻게 인류가 직립해
걸어다는 데 도움을 주었는가를 상세히 설명한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공생으로 여겨지며, 이점에서 마이클
포런의 ”욕망하는 식물“에서 언급되는 공진화와 유사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함. 꽃을 정서적으로 바라보는 시
인의 눈을 갖는 것만큼 자연을 아름답게 해주는 꽃이 이 꽃이 환경과 어떤 영향들을 주고받아 변화하고 시켰
는가에 관심을 갖게 한 양서임.
*2010. 4. 8일
369.마당 깊은 집
*김원일 저/문학과 지성사 간(2003)
*한국전쟁을 부모님과 함께 겪은 우리 형님과 누이들은 이 전쟁에서 무엇을 보았고 느꼈는가를 잘 드러내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임. 나보다 6살이 위인 주인공이 겪어야 했던 고통이 어떠했나를 생생하게 표현한 이 소설이
돋보이는 것은 자진 월북한 아버지를 대신해 가정을 꾸려가고자 힘들게 살아가는 어머니가 주인공인 소년 장
남을 가장으로 키워나가고자 모질게 훈련시키고 이 훈련을 갈등하며 견뎌내는 아들의 심리를 잘 묘사했다는
것임. 사상에 빠져 무책임하게 가족들을 버리고 월북한 아버지에 비해 자식을 올바르게 굳건하게 키우겠다는
장한 어머니의 상을 이 소설에서 보고 나의 어머니가 바로 이런 분처럼 강인했기에 더욱 감동했음. 강인한 어
머니의 자식대함이 하도 빈틈이 없어 어머니에 대한 일부 원망도 일부 실렸으나 이 또한 이 소설의 리얼리티
를 높여주고 있다는 생각임. 1954년 대구의 거리를 잘 그렸다는 점에서 스탕달이 지적한 소설은 거리의 거울
이라는 지적이 참임을 느끼게 한 소설임.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면서도 과장되거나 숨기지 않고 거의 모두를
드러낸 작가의 진솔함도 이 소설의 매력을 더 했음.
*2010. 4. 4일
368.낭만주의
*데이비드 블레이니 브라운 저/강주헌 역/한길아트 간(2004년)
*“Romanticism”으로 불리는 낭만주의는 중세를 무너뜨린 계몽주의에 반발해 유럽에서 발생했으며 이성보다
는 감정에 충실한 문예사조의 한 흐름이라는 정도의 예비지식을 가지고 이 책을 읽고 낭만주의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님을 비로소 알았으며, 낭만주의의 끈질긴 생명력과 다양성에 놀랐음. 이름도 처음 들어본 프랑스의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가 남긴 “1830년7월28일-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의 그림을 보고나서 이성에 바탕을
둔 고전주의 화가들이라면 격정적인 모습을 화폭에 담기가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음. 예술계에서 낭만적
(Romantic)이라는 용어가 처음 쓰인 것은 1798년의 일로 독일의 평론가 프리드리히 슐레겔이 그가 발간한
“아테네움”이란 문예잡지 창간호에서 “만인을 위한 진보적 성격을 띤 시를 낭만적 시”라 칭하며, 과거에서 물
려받은 형식에 얽매인 시, 즉 문화적 특수게급을 위한 시와 구분 하고자 한 것이라 함. 이 책에 실린 251편의
그림과 몇 편의 시를 접하고 나자 “낭만주의는 곧 근대에술을 뜻한다. 달리 말하면 예술에 적용할 수 있는 온
갖 수단으로 표현된 친근감과 영성과 색 그리고 무한을 향한 열망을 뜻한다”는 보들레르의 낭만주의 정의가
이해되었음. 저자는 슐레겔의 입을 빌려 “낭만주의 예술은 ...... 결코 완성단계에 이를 수 없는 영원한 진행
형“임을 알려주는 몇 가지 사례를 들면서 이 책을 맺었음. 이 책을 통해 낭만주의 작품을 250편이나 볼 수 있
었던 것만도 예술에 문외한인 내게는 큰 수확임.
*2010. 3. 26일
367.가을에 온 여인
*박경리 저/나남 간(2007)
*박경리선생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긴장감이 느껴졌음. 작가가
설정한 극중 인물인 강사장과 오여사처럼 일그러진 성품을 갖고 평생을 살다가 맞는 죽음이 권총에 의한 것임
은 이 소설의 깔끔한 결말을 보는 것 같아 상쾌한 느낌도 들었음. 적당한 성희의 묘사와 세속을 그저 그렇게
사는 일군의 사람들이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잘 그려낸 이 소설이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게만 느껴지지 않
은 것은 이 소설의 주인공이 마조키스트인 오여사나 새디스트인 오여사가 아니고 가슴에 정을 안고 삶을 번민
하는 성악가 신성태이기 때문일 것임. 이 소설 또한 토지를 잉태하는 가교적 작품으로 여겨지는 것은 여기 주
인공들이 토지에서 부활해 조역들을 하나씩 맡는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음. 이 작품이 좀 색다르다는 느낌은 들
었으나 선생의 다른 작품만큼 감동적이지는 못했음.
*2010. 3. 24일
365.고승열전 일연 큰 스님-그대 몸 안에 있는 여섯 도둑부터 잡으시게
*윤청광 저/우리출판사 간(2009)
*삼국유사를 지은 일연스님의 일대기를 알기 쉽게 소설로 각색해 놓은 이 책은 모악산 기슭의 금산산에서 사
가지고 와 기대를 가지고 읽어보았으나 내용이 적고 단조로워 많이 실망스러웠음. 일연스님의 번뇌와 고민을
찾아보기도 힘들었음. 그래도 건질만한 내용은 일연스님이 젊은 수행지와 신도들에 한 설법으로 우리 몸에 붙
어 있는 6도둑, 즉 눈 도둑, 귀 도둑, 콧구멍 도둑, 혓바닥 도둑, 몸뚱이도둑과 생각 도둑을 잘 다스려야 복을
받고 단속을 제대로못하면 패가망신에 지옥행을 피할 수 없다는 내용임. 6도둑 모두가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
들이기에 자기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가 중요한 과제라는 생각임. 건국신화 및 향가가 실린 삼국유사가 없
었다면 우리의 정신문화가 고루하거나 천박한 것으로 평가받았을 것이라 생각하자 새삼 일연스님의 저술이
고마울 뿐임.
*2010. 3. 22일
364.나는 오늘도 길을 간다-원효, 한국사상의 새벽
*고영섭 저/한길사 간(2009)
*이 책의 저자가 원효를 앎과 삶의 거리를 최소화시키며 온몸으로 살았던 인물이라 했듯이 원효대사는 다른
고승 분들과는 달리 대중에 가까이 다가선 분임. 이두를 만든 유학자 설총이 원효대사가 요석공주와 결혼해
낳은 아들이라는 이야기와 당나라 유학길에 해골에 있는 물을 마시고 깨달은 바 있어 유학을 포기하고 경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 등 전해오는 두 이야기만으로도 중생들과 퍽이나 가깝게 느껴지는 스님이라는 정도만 알
고 있는 내가 이 책을 사서 읽은 동기는 에피소드 뒤에 숨겨진 원효대사의 참 말씀은 무엇이고 가르침은 무엇
인가가 알고 싶어서였음. 원효는 아미타불이 머무르는 극락정토를 타방의 공간에 실재한다고 보지 않고 ‘한
마음이 일어나 만든 세계’라고 본 것이 다른 고승들의 생각과 다른 점으로 이 책은 밝히고 있음. 다시 말해 정
토와 예토가 하나이며 그래서 신라 땅이 정토가 될 수 있다고 했으며 ‘나무아미타불’의 호념을 통해 서방극락
정토에 왕생하여 성불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한다고 역설했다함. 한국사상의 새벽을 연 인물로 평
가되는 원효대사의 앎과 삶을 그린 이 책이 다른 불서보다 조금 쉽게 읽혀진 것은 대사께서 중생들과 가까이
하고자하는 갖가지 노력을 읽을 수 있어서였음.
*2010. 3. 11일
363.함께 읽는 세계교회사(2)-근대교회사/현대교회사
*전수홍 저/생활성서 간(2009)
*2천년의 교회사를 2권으로 나누어 상술한 이 책은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에서 시작해 “20세기 말-21세기
초의 가톨릭교회”로 끝나는 제2권임. 전권에서 다룬 중세교회의 부패는 필히 개혁을 부르리라 생각했던 바여
서 루터에서 시작된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은 필연으로 받아들였으나 프로테스탄트의 종교개혁 역시 완벽한
것이 아님을 이 책을 통해서 알았음. 로마가톨릭교회도 위기를 느껴 나름대로 개혁을 시도했고 그러한 노력
이 트리엔트공의회로 결실되었다는 생각임. 우리나라 천주교의 초창기활동도 간략히 소개되고 있으며 우리나
라 최촐로 이승훈이 북경에서 세레를 받고 귀국한 것이 1784년의 일로 프랑스대혁명이 발발하기 5년전의 일임
을 새삼 알았음.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이나 히틀러 같은 전제군주가 가톨릭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박해를 한 것
은 그들이 신 위에 군림하거나 신과 동등한 위치에 자리하려고 시도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음.
가톨릭신자로서 교회사를 안다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랴 했는데 가톨릭이 오늘의 모습을 보이기까지 꾸준히
자기 성찰을 해오고 개혁하려한 끊임없는 노력이 다른 종교보다 더 진지했다 싶어 자랑스럽기도 함.
*2010. 3. 9일
362.서재 결혼시키기
*앤 패디먼 저/정영목 역/지호 간(2008)
*“아메리칸 스칼러”의 편집자인 앤 패디먼이 지은 이 책을 친구가 일독을 권하며 건네주었을 때 관심을 끈 것은 그 독특한 “서재 결혼시키기”라는 책 제목이었음. “서재 결혼시키기”란 책을 많이 소장한 부부가 결혼 후 한참 지나서 협상 끝에 각자의 서적을 한 서재로 통합한 이야기인데 진열 순서와 중복될 때 누구 책을 꽂을 것인가로 신경전을 벌이는 묘사는 신선하고 상큼했음. 내가 갖고 있는 1,600여권의 소장 도서 중 10년 전에 먼저 간 집사람의 책들도 같이 있는 데 저자 부부처럼 고민하지 않아도 좋았던 것은 집사람 책이 그리 많지 않고 거의다가 미술책이었기에 내 책과 같은 류의 책이 거의 없었기 때문임. 평생 책과 더불어 살아온 저자와 그 가족들이 책을 사랑하면서 겪는 일들을 담담하게 엮은 이 책이 나를 부끄럽게 하는 것은 헌책을 살 때 기뻐하는 부부의 모습이었는데 이들의 책사랑을 내가 따라가기에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음. 책과 관련한 이런 저런 일들도 이렇게 훌륭한 글감이 됨을 이 책을 통해서 확인했음.
*2010. 2. 26일
361.김약국의 딸들
*박경리 저/(주)나남 간(2008)
*1962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앞서 읽은 “시장과 전장”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작품으로 한 집안이 이리도 철저히 몰락할 수 있나 싶어 섬뜩한 생각이 들 정도였음. “시장과 전장”에서는 여주인공 지영을 통해 6.25전쟁을 거쳐 우리나라 여성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간난을 극복했는가를 긍정적으로 묘사됐다면 “김약국의 딸들”은 조상들이 지은 죄로 후손인 김약국의 다섯 딸들이 벌을 받도록 운명적으로 예정되어 피할 수 없는 것으로 그려졌음. 소설 토지의 주요무대가 서부경남의 진주와 하동 일대였다면 이 소설이 주요배경 또한 서부경남의 통영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는 데, 이러한 무대의 공통점을 뛰어 넘어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어떤 식으로든 토지에서 부활되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 것은 두 소설 모두 불륜이 양 가문의 비극을 잉태한 것으로 묘사되어 더욱 그랬음. “김약국의 딸들”이나 “시장과 전장” 모두 “토지” 이전에 발표된 작품으로 독립된 작품으로도 훌륭한 작품이지만 토지를 낳기 위한 전주로도 여겨지는 것은 토지의 나무가 워낙 커서 선생의 초기작품은 물론 다른 작가들의 작품도 다 토지 속에 용해되었을 것이기 때문임.
*2010. 2. 21일
360.유전자만이 아니다(Not by genes alone:How culture transformed human evolution)
*피터 J. 리처슨, 로버트 보이드 저/김준홍 역/(주)도서출판 이음(2009)
*미국의 환경과학교수인 피터 J. 리처슨과 인류학과 교수인 로버트 보이드 양씨의 공저인 이 책은 인간의 진화경로를 바꾸게 한 것은 유전자만이 아니고 문화도 한 몫 했음을 말해주고 있음. 옮긴이의 서문에 언급됐듯이 진화사회과학에서 진화심리학과 인간행동생태학과 경쟁되는 유전자-문화공진화론이 갖는 위치가 어떠한가를 알려주는 이 책은 조금만 긴장해서 읽으면 유전자와 문화의 공진화가 인간의 진화경로에 상당히 영향을 끼친 것을 알 수 있음. “유전자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정보를 담아서 부모에서 자식에게로 전달하듯이 문화 역시 어떤 방식으로든지 세계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담아서 동시대 사람들에게 그리고 결과적으로 후손들에게 전달된다”는 것을 여러 사례 제시 및 논증을 통해 보여주고 있음. 유전자-문화의 공진화론이 조금 난해하기는 해도 다윈의 진화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진화사회과학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공했다는 평가가 있어 읽어본 것인데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적지 않지만 흥미로웠음.
*2010. 2. 13일(토)
359.이순신의 두 얼굴
*김태훈 저/창해 간(2009)
*평범한 직장인이 이런 좋은 책을 펴낼 수 있다니 놀랍고 고마운 생각이 일었음. 성웅으로 받들리는 이순신 장군의 승전사가 자세히 실린 이 책의 강점은 철저히 자료에 의거해 객관적 자세로 이 책을 썼으며 이순신 장군의 평범함을 비범함과 함께 고찰해 나름대로 공정하게 평가했기 때문임. 원균 장군을 집요하게 힐난하는 것을 보고 장군에게도 인간적인 면모와 약점이 있구나하면서도 장군은 역시 성웅이라는 큰 평가는 변하지 않았음. 애써 장군의 강점만 내보여 장군이 객관적으로 평가받는 데 지장을 줄 이유가 없다는 것을 실증한 좋은 책임. 여암 신경준 선생의 평전을 써보겠다고 마음먹은 내게 용기를 북돋우어 준 저자에 고마워하는 것은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더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책을 지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했기 때문임. 평범한 회사원이 쓴 역사서가 12쇄를 했다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진가를 말해주는 것임.
*2010. 2. 9일
358.서편제
*이청준 저/열림원 간(2007)
*소리꾼이 장님이 되면 득음할 수 있을까 하는 잔인한 질문을 서편제를 통해 전해 받고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것은 무엇이든 최고의 경지에 다다른 다는 것은 다른 것들을 희생하지 않고 불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임. 장흥태생의 작가가 남도사랑이라는 테마로쓴 연작소설인 서편제는 벌써 전에 임권택감독에 의해 영화화한 작품으로 영화 또한 집사람과 함께 보며 남도기행을 꿈꾸게 할 정도로 판소리와 남도의 풍광을 잘 담아냈다는 생각임. 작가가 소설 서편제를 통해 “사는 것이 바로 한을 쌓는 것이고 한을 쌓는 것이 바로 사는 것이다”라고 말했듯이 서편제 외에 4편이 더 실린 남도사랑은 소리와 한을 한껏 그려낸 작품들임. 작가의 소설들 대개가 언뜻 보면 소설 같지 않은 것은 흥미진진한 맛이 떨어져서인 데 대신에 곱씹으면 참맛이 느껴지는 발효식품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이 있었음. 새와 나무도 다시 읽고 싶은 작품임.
*2010. 2. 4일
357.혼자서 해본 소리
*이현숙 저/(주)삼광문화 간(2009)
*서울사대 화학과에서 4년간 동문수학한 저자의 이 책을 한 초교동창 호영진군으로부터 받은 것인데 저자와 친구는 일중산악회의 멤버로 세계 곳곳을 같이 여행을 다기도 해 이 친구의 사진이 이 책에 많이 실려 있었음. 이 책 한 권으로 초교동창과 대학동창의 작품을 같이 접할 수 있었으니 이 또한 기쁨이었음. 저자를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책을 읽을 때마다 당혹스럽게 느끼는 것은 책에만 집중을 하지 못하고 저자를 생각하는 버릇으로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음. 이 책은 수필과 여행기로 구성되어 있는바 전반부의 수필을 읽을 때는 소설가 박완서님의 글을 읽을 때처럼 잔잔한 감동이 느껴졌고 후반부의 여행기를 읽고 나서는 나보다 더 높은 해외 산을 다녀온 산사람임을 알게 되어 놀랐음. 블랙유머가 곁들인 여행기가 재미있기는 했지만 전반부의 수필에 더 많은 점수를 주고자 하는 것은 저자의 삶에 대한 진솔함과 세심함이 느껴졌기 때문임. 이 책을 읽고 일천한 산행경력을 바탕으로 산행기모음집을 책을 낸 로 낸 내 자신이 부끄러웠음.
*2010. 2. 2일
356.우리 역사의 수수께끼(1)
*이덕일-이희근 공저/김영사 간(2002)
*“우리 역사를 바꿀 34가지 오해와 진실”이라는 부제를 달고 출판 된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 회자되어 역사적 사실처럼 잘 알려진 몇 가지 토픽들을 역사적 자료에 의거 객관적으로 그 진위와 의의를 밝힌 책임. 34가지 토픽을 한권의 책으로 담으려다 보니 자연 지면 할애가 적어 기대한 만큼 깊숙이 파헤치지 못한 느낌도 들었음. 그동안 내가 항상 궁금하게 생각했던 “왜 임진왜란 때 맹활약을 한 의병이 병자호란 때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하였는가”의 문제에 대해 이 책의 “선조는 왜 이순신 같은 전쟁영웅을 배제하려 했는가”라는 글을 읽고 그 답을 읽었음. 숙종 때의 문신 이민서는 이순신의 자살론을 본격적으로 제기하면서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의병장 김덕령이 죽임을 당하고 곽재우는 산 속에 숨어 화를 면했으며 이순신은 스스로 탄환에 맞아 죽은 것을 본 호남과 영남 등지의 부모형제들이 서로 의병이 되지 말라고 경계하였다 하니 병자호란 때 의병궐기가 미미할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음. “잃어버린 왕국, 나주 반남고분의 주인공은 누구인가”의 글에 실린 내용은 이제껏 전혀 몰랐던 것으로 흥미로웠음.
*2010. 1. 25일
355.박정희의 결정적 순간들
*조갑제 저/기파랑 간(2009)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해인 1961년 5.16군사혁명을 일으켜 집권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그의 생전에 내가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그가 장기집권을 위해 국민의 인권과 자유를 억압했고 정치적 약속을 지키지 않아 신의가 없는 정치가로 생각했기 때문임. 3선 개헌은 대학1년 때라서 반대데모에 나서지 않았으나 대학4년 때는 교련반대 등 집단시위에 참가하다 경찰서에 연행되어 즉결재판을 받기도 했던 내가 박정희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좌파적 통치 및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파퓰리즘적 통치를 경험하고 나서임. 젊었을 때 직접 경험했던 박대통령의 민주주의 탄압은 지금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지만 이 나라에서 가난을 몰아내고 지금의 부를 누릴 수 있도록 한 공은 어느 대통령보다 뛰어나다는 생각임. 내 생각은 세상을 살면서 많이 바뀌었는데 그래서 우리 조국을 근대화시킨 박대통령의 업적을 가감 없이 인정하는 데 소위 민주주의 세력을 자칭하는 세력들은 무조건 반대부터 하고 결사 투쟁하는 악습을 아직도 견지하고 있어 이 나라의 장래가 걱정되는 바임. “62년 생애의 62개 장면”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박정희대통령이 조국근대화를 위해 얼마나 고심하고 어떻게 해왔는가를 보여주고 있어 내가 살아온 현대사를 이 책이 정리해주었다는 생각임. 보수우익을 대표하는 저자의 시각이 이 책을 공정한 시각에서 썼다고는 보여 지지 않는 부분도 조금 보이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미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임. 이 책을 읽고 나서 박대통령의 우국충정은 더 할 수 없이 존경할 만한데 그이 영식이 수도분할을 고집하는 것은 박대통령의 유지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더 들었음.
*2010. 1. 18일
354.함께 읽는 세계교회사(1)-고대교회사/중세교회사
*전수홍 저/생활성서 간(2009)
*수원교구 신부님의 “구약” 강연을 마지막으로 군포성당에서 실시 중인 성서공부 “여정“의 첫 과정이 끝나도록 되어 있어 작년12월 3일 정자동 성당으로 가 수강했는데 이 때 사온 이 책에는 성서에서 접할 수 없는 교회의 역사를 담고 있음. 독일의 철학자 헤겔이 철학은 바로 철학사라고 갈파했듯이 종교사 또한 중요해 가톨릭교를 나의 종교로 갖는 데는 성서공부와 더불어 교회의 역사를 같이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읽었음. 교회도 사람들의 모임이기에 다른 모임과 마찬가지로 흥하고 쇠함의 부침을 겪었으며 비난 받을 만한 세속화된 교황도 있었음을 보여주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그리스도 신자 한 사람 한사람만이 아니고 교회도 통째로 주님께 속죄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음. 베드로와 바울의 순교를 감수한 활동과 로마제국으로부터 국교로 공인받기까지 그리스도인들이 받은 핍박이 초기교회를 반석위로 올리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면 세속의 권력과 대치 또는 협조를 반복한 중세의 교회는 많이 부패했었지만 이를 극복하는 자정적인 노력이 결실해 오늘의 위상을 확보하는데 기여했을 것임. 객관적 입장에서 차분히 교회사를 쓴 저자에 감사드림.
*2010. 1. 13일
353.휘청거리는 오후
*박완서 저/세계사 간(1993)
*윤리적 토대가 마련되지 않은 채 경제만 발전했을 때 사회적 병폐가 어떠하고, 열심히 살아가면서도 그 병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은 따라가다가 낭패를 당하는 한 소시민의 삶을 이 소설처럼 잘 묘사한 작품을 읽은 적이 과연 있었는가 할 정도로 사실적이고 감동을 주는 수작임. 딸 셋을 대학 졸업시키고 시집보내기까지 착한 아버지 허성이 겪는 비애는 결혼을 사랑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가난을 벗어나는 계기로 삼고자 하는 큰 딸 초희가 아버지가 왼손을 잃어 없다는 이유로 파혼당하고 이에 보복하고자 상처한 부자에 시집가는 것으로 시작됨. 동생 우희와 말희를 언니와 같은 정도로 결혼비용을 들여 시집보내느라, 정직하게만 살아온 아버지가 사기성 납품에 손댄 것이 말희를 결혼 시키면서 들통 나 자살로 끝을 맺는 이 소설이 내게 감동을 준 것은 주인공 허성이 바로 나와 같은 소시민일 수 있다는 동류의식 때문일 것임. 가족이 무엇이고 각 구성원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이 소설을 통해 성실한 한 소시민이 천박한 자본주의가 발전한 사회에서 어떻게 자기 삶을 지켜야 하나를 역설적으로 알려주고자 한 저자는 올해로 80세를 맞는 다작의 작가로 이청준 선생이 작고한 후 허전해진 가슴을 이 분의 작품들로 채워나가고 있음.
*2010. 1. 10일(일)
352.마운티니어링
*마운티니어스 저/스티븐 M.콕스, 크리스 풀사스 편/정광식 역/해냄 간(2008)
*미국의 마운니어스 북스가 “Mountaineering : The Freedom of the Hills"의 우리말 번역서로 1960년 초판이 발간된 이래 평균 6년 꼴 수정판을 내어 2003년 7판을 낸 최고의 등산기술서임. 산에서 일어나는 사고의 큰 원인 두 가지가 무지와 오만이라면, 이 책은 우선 무지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임. “산의 자유를 찾아서” 라는 부제를 단 것이 산의 자유가 소중한 만큼 그에 따르는 노력도 있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일 진데 그 노력은 당연 무지와 오만을 줄이는 데도 기울여야 할 것이며, 이 책은 “흔적남기지 않기” 등 오만을 버리는 세심한 분야에도 신경을 썼다는 생각임. 딱 알맞은 인용은 아니겠지만 식자우환이라고 이 책을 읽고 나서 우려되는 것은 과연 앞으로 내가 예전처럼 혼자서 산줄기를 이어가는 것이 가능하겠나 하는 두려움을 갖게 된 것임. 2008년 산행사고로 주눅이 든 내게 이 책은 산이 자유를 찾는 대상이 아니고 공포의 대상으로만 자리매김할 까 걱정이 앞서나 이 기회에 산행지식을 보다 알차게 쌓아나가는 것도 산행만큼 보강할 생각임. 산행지식과 올바른 산행자세를 갖는 데 지침이 될 만한 고마운 책임.
*2010. 1.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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