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독서산책(No.423- 498)
498.한눈에 보는 성경여행3-사도행전에서 요한묵시록까지
*Istituto S. Gaetano 저/허종렬 역/생활성서 간(2009)
*‘한눈에 보는 성경여행’ 1, 2를 통해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의 복음서에 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던 것은 성서에 등장하는 곳의 현장 사진이 실려 있어서였음. 복음서는 다른 기회로 몇 번 읽을 수 있었지만 그 밖의 신약성서는 2010년 세례를 받고 신-구약을 정신없이 읽어댈 때 본 것 밖에 없음. 별반 머릿속에 남은 것이 없어 아쉬워하던 차 같은 제목의 3번째 책이 사도행전과 요한묵시록 등 신약에서 복음서를 뺀 나머지를 다루고 있어 일게 되었음. 예수님의 12제자가 아니고 예수님의 생전 모습을 한 번도 뵙지 못한 바오르가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다가 주님의 말씀을 듣고 로마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을 순회하며 복음을 전파한 것이 그리스도교의 전파에 결정적 공헌을 했다는 판단임. 초대 교황인 베드로와 여러모로 대비되는 바오를 이 책에서 만나본 것이 작은 기쁨이었음.
*2011. 12. 30일
497.인도로 가는 길
*E. M. 포스터 저/민승남 역/주식회사 열린책들(2010)
*방송대국문과에 입학해 만난 새로운 영국의 작가는 E. M. 포스터임. 스토리와 플롯의 차이를 명쾌하게 보여준 “소설의 이해”가 문학이론 연구서라면 이책 “인도로 가는 길”은 그가 지은 장편소설임. 제1부 이슬람서원, 제2부 동굴, 제3부 힌두사원의 3부로 구성된 이 소설은 1부에서는 이 소설의 주요 인물들인 무어부인, 아델라, 아지즈, 피델 등이 등장하며 조금은 지루한 느낌이 들었는데 2부로 들어가면서 사건전개가 빨라져 흥미로웠음. 3부의 마지막에서 인도인 의사 아지즈가 영국인 친구이자 전직 학장인 피델에게 영국은 타도되어야 하고 그 다음에 친구가 되자는 외침은 절규로 들렸고 인도의 영국지배에 대한 인도지식인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음. 플롯을 중시하는 작가답게 플롯이 대단히 단단하게 짜여 있는 느낌을 받았음.
*2011. 12. 28일
496.한국의 판소리
*정병욱 저/집문당 간(2007)
*제1부 판소리개설, 제2부판소리의 논평, 제3부명창들의 세계와 제4부 판소리 사설 다섯 마당으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와 2부에서 판소리에 관한 이론적 고찰이 담겨 있고 3부와 4부에 판소리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들이 실려 있음. 아직도 판소리를 어느 하나 제대로 들어보지 못해 그 진수를 맛보지 못한 내게 판소리꾼이 공연하는 것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아니리와 장단 등을 써 넣은 판소리대본이 함께 실려 있어 그동안 접하지 못한 수궁가와 적벽가의 문학적 향취를 맛볼 수 있었음. 국문과에 다니면서 이 분야 책으로 정노식의 ‘조선창극사’를 읽은 적이 있어 이 책을 읽어나가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음. 몇몇 대학동기들이 판소리를 익혔거나 배울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아 판소리의 저변확대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판소리에 관심 있는 분들에는 이런 책들이 도움이 될 것임.
*2011. 12. 19일
495.소비의 사회: 그 신화와 구조
*장 보드리야르 저/이상률 역/문예출판사 간(1999)
*포스트모더니즘의 실체가 무엇인지 궁금해 했으나 그 범위가 하도 넓어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정하지 못하던 중 방송대의 “철학의 이해” 시간에 담당교수가 추천을 해 주저하지 않고 사 보았음. 이 책이 포스트모더니즘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어서 제한적이기는 하나 모더니즘이 해체되고 나서 어떤 사조로 변화할까를 전망하는데 크게 도움을 주었으리라는 생각임. 프랑스의 사상가인 저자가 이 책을 지어낸 것이 1970년으로 어언 40년이 넘게 지났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소비사회이고 우리가 소비하는 것은 기호라고 진단한 것이 내게는 지금도 충격적임. 저자는 마르크스의 가치현태론을 받아들이면서도, 사물을 ‘물리적 물체’로 보지 않고 ‘기호’로 파악했으며, 기호로서의 사물은 사용가치보다 기호가치를 가지는데 이 기호가치는 지위나 심리의 차이를 표시하는 수단으로 진단했음. 내가 난해한 책을 읽는 것도 문화의 소비라면 그 기저에는 내가 남들보다 수준 높은 책을 읽을 만큼 차이가 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읽는다는 것인데 전부는 아니지만 일정부분 공감이 가기도 함. 그러나 먹고살기 위해 소비하는 수준이라면 지위나 심리의 차이를 소비하는 것으로 보기 힘들 것이기에 이 이론 또한 서구 선진국에 더 잘 맞는다는 생각임.
*2011. 11. 27일
494.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저/권남희 역/북 폴리오 간(2011)
*이 소설이 한 친구가 사서 읽어보라고 권해오지 않았다면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소설이라 생각하는 것은 첫째 일본 작가의 작품이고 둘째 고교생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청춘소설이기 때문임. 노밸문학상 수상작인 “설국” 등 몇 작품을 읽은 것이 전부여서 일본소설이 어떠하다고 논할 만큼 아는 바가 없는 것은 사실이나, 묵직하고 고난어린 우리의 문학작품에 비해 가볍고 성격묘사에 치중한 것이 일본소설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어서 그런 소설을 찾아 읽을 만한 나이가 지난 나로서는 수년에 한편 읽는 정도로 일본소설을 외면해왔음. 한 고교의 야간 보행제에 참가하고 있는 고교졸업반 학생들의 이런 저런 생각들과 일상들을 담고 있는 이 소설이 일본의 평균적 고교생들의 생각과 생활을 반영한 것이라면 우리 학생들보다 건실하다는 인상을 받았음. 40Km의 먼 거리를 하룻밤에 행군하는 프로그램이 행해진다는 것도 그렇고 이를 “밤의 피크닉”으로 표현할 만큼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 그러했음. 고교생들의 일상이 섬세하게 그려진 이 소설을 읽고 나자 졸업생들에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하는 것은 함께 걷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임. 보행제를 계기로 이복남매들이 가슴을 열고 같이 걷는 모습이 가슴 찡하게 느껴졌음.
*2011. 11. 20일
493.부처님의 생애
*조계종 부처님의 생애 편찬위원회 저/조계종 출판사 간(2011)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은 세간에 알려진 진리가운데 부처님의 가르침이 으뜸이라고 생각하여 “부처님의 생애 편찬위원회”를 조직하여 이 책을 편찬해 내놓았음. 낙동정맥 종주길에 들른 양산의 통도사에서 이 책을 보고 예수님의 생애를 기록한 책은 몇 권 읽었으면서 똑같이 성인의 반열에 든 부처님의 생애를 모른대서야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기꺼이 구매했음. “탄생과 죽음”, “구도의 길”,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 “전법의 길”, “교화의 터전 라자가하”, “고향에서의 전법”, “교단의 성장”, “지혜와 자비의 가르침”, “평화와 평등의 가르침”, “마지막 유행” 등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을 읽고나자 부처님의 삶과 죽음이 어렴풋이 잡혔음. 이 책에서 인간적이면서 초인간적인 부처님의 가르침을 얻은 것 같아 기쁜 마음으로 읽어 내려갔음.
*2011. 11. 17일
492.우리 옛이야기 백가지2
*서정오 글/현암사 간(1999)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에 이어 발간된 이 책에는 “모험과 기적, 인과응보”, “세태와 교훈”, “슬기와 재치”, “풍자와 해학”이라는 4개의 소제목아래 59편의 민담을 담고 있어 두 권을 통해 모두 159편의 옛이야기를 읽은 셈임. 신화와 전설과 더불어 설화를 이루고 있는 옛이야기 민담이 신화나 전설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어머니가 들려준 몇 편의 이야기도 포함되기 때문임. 전파성과 구전성으로 만중의 삶의 풍요롭게 하는 민담의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흥미유발, 둘째 민중의 꿈의 응결, 셋째 평범하고 일상적 인물의 주인공설정, 넷째 대립과 반복의 형식 및 단선적 진행 등이 있는데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도 이런 특징들을 잘 보여주고 있음. 살아생전 적선을 베풀라는 “저승에 있는 곳간”의 내용이 가슴에 와닿았음.
*2011. 11. 16일
491.우리 옛이야기 백가지
*서정오 글/현암사 간(1998)
*설화라 칭하는 옛이야기에는 신화, 전설과 민담이 있는데 이 책에서는 민담 100편이 두 권에 걸쳐 실려 있음. 설화란 구전성, 산문성, 민중성, 허구성과 세계성으로 특징지어지는데 이 책을 통해서 세계성을 제외한 나머지 네 특성을 확인할 수 있었음. 시골 마을의 사랑방에서 화롯불을 사이에 두고 할아버지나 할머니에게서 듣던 이야기가 바로 민담인데 화롯불이 사라지면서 같이 멀어져가 아쉬움이 크던 차 구전되어온 우리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엮어낸 현암사의 출판의도를 높이 사고자 함. “모험과 기적”, “인연과 응보”, “우연한 행운”, “세태와 교훈”, “슬기와 재치”, “풍자와 해학” 등을 소재로 한 우리 옛이야기는 향후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임. 이 책을 읽고 느낀 점 하나는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교훈적 이야기가 거의 없다는 점임. 이 시간에도 민담이 만들어지고 있을 것인바 우리 후손에는 학교에 관한 민담도 전해지리라 생각됨.
*2011. 11. 15일
490.한 눈으로 보는 성경여행 2-복음서
*Istituto S. Gaetano 저/허종렬 역/생활성서사 간(2009)
*예수님의 말씀을 전하는 복음서인 이 책을 통해 Good News를 다시 듣는 기쁨을 누렸음. 예수님의 탄생에서 승천까지 공생활 및 죽음과 부활을 생생하게 그리고, 현장의 사진을 덧붙여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내용에 흥미를 부가해준 점이 이 책의 장점이며, 그에다 기독교에 대한 큰 지식이 없이도 혼자서 읽어나가며 공부할 수 있도록 주석을 붙인 것도 평가할 만함. 마르코복음, 루카복음, 마태복음과 요한복음의 내용을 시대 순으로 기술한 것이 아니고 사건별로 통합 정리해 각 복음서의 작은 차이들이 묻힌 것은 이 책이 갖는 한계라 하겠음.
*2011. 11. 8일
489.신화의 힘
*조셉 캠벨 저/빌 모이어스 대담/이윤기 역/이끌리오 간(2010)
*신화란 삶의 지혜를 전해주는 메타포라는 것을 안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을 느낌. 20세기를 대표하는 신학자로 1987년에 작고한 조셉 캠벨과 나눈 대담내용을 책으로 엮어내 신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한 미국의 저널리스트 빌 모이어스에게도 고마움을 표하고 싶음. 인디언들에는 들소는 물론 이 세상 만물을 다 ‘그대’였는데, 신대륙으로 이주해온 개척자들은 들소를 ‘그것’으로 비하해 부르며 무더기로 죽이는 등 대학살을 감행한 것은 신화의 참 의미를 저버리는 행위라는 것이 캠벨의 가르침인 듯함. 종교의 영웅들은 신의 신비를 가져오는 것이지 신의 청사진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면서, 신비와 외경, 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전하려는 종교의 시도로 신의 신비가 강령으로 축소되었다고 진단한 캠벨이 신화는 애당초 대단히 유동적인 언어의 시인데 종교가 시를 신문으로 바꾸었다고 말한 데서 신화의 메타포적 기능을 감지할 수 있다는 생각임.
*2011. 11. 6일
488.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3
*이윤기 저/(주)웅진씽크빅 간(2010)
*“올륌프스 신들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신들은 당대를 살던 사람들의 보편적인 꿈과 진실이었다”라고 저자가 이야기한대로 제우스라는 인격신은 실재하지 않지만 당대인 그리스 로마시대는 물론하고 오늘날에도 사람들에 삶의 애환과 보편적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믿기에 뻔한 내용의 책을 다시 읽어도 감흥을 느끼게 된다는 생각임. 트로이 전쟁의 배경이 되는 펠레우스에 대해 알게 되었고,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로부터 불을 훔쳐와 인간들에 전해주는 장면들이 자세히 묘사되어 프로메테우스의 운명을 알게 되었음. 판도라 상자관련 일화도 담고 있고 헤라클레스와 아킬레우스도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나 보아 반가웠음. “오만은 신화시대 영웅들이 잘 걸리는 난치병”이기에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오만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임.
*2011. 10. 28일
487.시학
*아리스토텔레스 저/천병희역/문예출판사 간(2011)
*문학이론서의 고전이라 할 만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외에 호라티우스의 “시학”, 플라톤의 “시론”과 롱기누스의 “숭고에 관하여”가 함께 실린 이 책은 현대의 문학에 상응되는 “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와 시에 대한 당대의 시각을 알려주고 있음. 인류최초의 과학자에 의하여 쓰인 문예비평에 관한 최초의 저술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첫째 모방의 주요형식으로서 비극과 서사시와 희극에 관한 예비적 고찰, 둘째 비극의 정의와 그 구성 법칙, 셋째 서사시의 구성 법칙 들로 구성되어 있고, 특히 “비극의 정의와 그 구성 법칙”에서 플롯에 관해 상세히 다루고 있음. 아리스토텔레스가 특별히 주목한 비극에서 그 목적은 특정한 쾌감을 산출하는데 있다고 보았고, 또 비극의 구성요소를 논하면서 비극의 생명과 영혼은 플롯이고, 성격은 제 2위라고 말해 플롯의 중요성을 강조했음. 아리스토텔레스는 시의 가치를 인정해 플라톤의 부정적 시각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
*2011. 10. 26일
486.소설의 이해
*E. M. 포스터 저/이성호 역/문예출판사 간(2000)
*제임스 조이스, 버지니아 울프, D. H. 로렌스 등 익히 이름을 알고 있는 영국의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작품 활동을 한 포스터는 “인도로 가는 길”, “전망 좋은 방” 등 명작을 남긴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는 데 아직 읽어보지 못했음. 그의 저서로는 처음 접하는 “소설의 이해”는 저자가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에서 행한 문학 강연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 이어서 다른 문학이론서보다 평이한 문체로 쓰여 읽기가 덜 부담스러웠음. “국왕이 죽고 왕비가 죽었다”하면 스토리이고 “국왕이 죽자 슬픔을 못 이겨 왕비가 따라 죽었다”고 하면 플롯이라고 예를 든 이 책을 통해 소설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으며, 인물, 플롯, 스토리 등의 소설의 형성요인을 고찰하면서 소설이 무엇인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음.
*2011. 10. 18일
485.임경업전
*이복규 엮음/시인사 간(1998)
*병자호란 때 실존인물인 임경업 장군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어 소설로나마 장군을 대하고자 이 책을 샀는데 기대에 많이 못 미쳐 적잖이 실망했음. 지금의 베스트셀러에 비견할 만큼 당시 가장 널리 읽힌 소설의 볼륨이 50페이지에 불과했고, 20여종의 이본 중 국립도서관 소장본인 경판27장본의 “님쟝군전”과 일본외무성장판인 “林慶業傳” 등 단 2종만 실려 있어 전체 페이지수가 230페이지에 지나지 않으며, 엮은이의 해설도 그리 흡족한 편이 아니어서 정가 2만원 책정이 너무 과하다는 생각도 들었음.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조선의 양대 전쟁이었는데도 그를 배경으로 한 대표적인 소설이 이 정도밖에 안되나 싶어 부끄러운 마음도 일었음. 조선왕조실록이 보여주듯이 왕조의 역사는 그리도 세세히 기록하면서 백성들의 애환을 담은 소설이 발전하지 못한 것은 양반사회의 경직성에서 찾아야 할 것 같아 한 번 연구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임. 소설의 줄거리도 개연성이 확보되지 못하는 등 여러 면에서 부족하다는 생각임.
*2011. 10. 11일
484.일리아스
*호메로스 저/천병희 역/도서출판 숲(2011)
*아킬레우스가 아가멤논과 다툰 후 트로이 전재에서 한발 빼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일리아스”는 친구 파트로클로스의 전사에 분노산 아킬레우스가 아가멤논과 화해하고 참전해 트로이의 명장 헥토르를 죽이고 마지막으로 관용을 배풀어 트로이 백성들이 헥토르이 장례를 치르는 장면으로 끝나는 그리스의 대 서사시임. 그리스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약속한 대로 아가멤논의 동생인 메넬리로스로부터 그의 아내인 헬레네를 뺏어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 넘겨줌으로써 시작된 트로이전쟁은 헤라와 아테네 여신의 동맹과 아프로디테간의 갈등이 빚어낸 신들의 전쟁에 선발된 그리스의 명장아킬레우스, 아가멤논과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 등이 펼치는 트로이 전쟁은 먼저 읽은 오딧세이아보다 등장인물이 많고 구조도 복잡한 듯해 두 번은 더 읽어야 호메로스의 문학적 상상력이 어떠했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겠다는 생각임. 신이 인간을 낳고 인간들의 전쟁에 알게 모르게 관여하는 등 인격신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점이 그리스 신화와 이 작품의 특징이라 하겠음.
*2011. 10. 6일
483.한국고전에의 초대
*독서신문사 편/독서출판사 간(1972)
*338page의 읽을 만한 양서의 정가가 700원이라면 그 출판년도가 대략 언제쯤 갈까 궁금할 것인데 1972년 출판 분임. 39년이 지난 오늘에 출판된다면 그 가격이 20배 정도는 될 것이고 보면 크게 오른 것이 아닌 것이 서울대 등록금은 그간 50배 이상 올랐기 때문임. 똑같이 지식산업을 대표하는 출판과 교육 분야에서 이처럼 차이를 보이는 것은 우리 국민이 사교육에는 엄청 돈을 쓰면서도 책읽기에 인색해서일 것임. 이 책을 출간한 독서신문사가 독서율제고를 위해 독서신문을 발행했으나 몇 년 못가 폐간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임. 세로쓰기의 이 책에 소개된 한국고전은 용비어천가를 비롯해 50권으로 이제의 사체편람, 정제두의 하곡집, 권문해의 대동운부군옥과 권병운의 육서심원은 그 이름을 이 책에서 처음 접해본 것들임. 방송대국문과에 입학해 한국고전이 낯설지 않음을 이 책을 통해서 확인했음. 다만 이중환의 택리지를 내용이 뛰어나다고 찬한 데는 한 번 읽어본 나로서는 쉽게 긍정되지 않음. 여기에 소개된 거의 모든 책들이 한문으로 쓰인 책들인바 국문학을 한글로 쓰인 것만으로 한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도 함께 확인했음.
*2011. 9. 21일
482.한국고지도의 역사
*개리 레드야드 저/장상훈 역/소나무 간(2011)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의 한국학교수인 개리 래드야드(Gari Keith Ledyard)가 지은 본서를 읽고 나서 남의 나라 역사를 이토록 바싹하게 알고 객관적인 시각을 견지해가면서 이처럼 훌륭한 책을 낼 수 있는 저자가 존경스러웠음. 중국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아왔으면서도 우리의 것으로 소화해 발전시킨 선조들의 노력을 평가절하하기를 서슴지 않은 내가 부끄러워 한 것은 수많은 한국서적을 읽고 연구한 결과를 우리 어투로 쉽게 써내려 간 점임. 얼마 전 우리 고지도에 관한 한국학자가 서낸 지도 관련 책을 읽은 바 있어 정척이나 정상기 등 지도제작자들이 낯설지 않아 이 책을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음. 우리나라 지도를 집대성한 최고의 지도제작가이자 유통가인 고산자 김정호의 업적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평가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임. 다만 여암 신경준에 관한 부분이 전혀 언급되지 않은 점은 그 이유가 무엇일가 궁금해 하면서 아쉬워하는 점이기도 함.
*2011. 9. 19일
481.교양으로 읽는 과학의 모든 것1
*한국과학문화재단 엮음/미래인 간(2010)
*과학도 고유의 언어로 표현되기에 과학을 모르면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서 틈틈이 과학서적을 읽고 있는데 거개가 입문서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 본서는 1-2권으로 구성되어 토픽 별로 자세히 이해하기 쉬운 과학의 언어를 골라 설명하고 있어 전혀 기본지식이 없는 분야도 조금만 인내하면 읽어나갈 수 있는 책임. 생물-생명기술과 물리-화학분야 및 수학-정보기술의 3대 분야에 걸쳐 31개 토픽을 선정해 설명하고 있는 이 책에서 우주에 관한 글들이 흥미로웠음. 또 이 책을 통해서 바이러스에 관한 이해를 높인 것도 큰 수확임. 바이러스는 먹지를 않아 소화를 시키는 대사 작용이 없으나 자신과 똑 같은 자손을 만들어내는 증식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음. 이밖에 정보기술의 3대혁명으로 인쇄술, 컴퓨터와 인터넷을 드는데 인터넷 베이스의 정보통신기술변화에 대한 글도 유익했음.
*2011. 9. 13일
480.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저/이창신 역/김영사 간(2011)
*정의(正義)를 정의(定義)하는 것이 얼마나 난해한가를 보여주는 것과 별개로 정의가 얼마나 다양하게 논의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 이 책이 명저라는 것은 과연 명불허전이었음. 밴덤과 공리론과 밀의 자유론을 다시 한 번 정리할 수 있었고 칸트의 도덕론의 대략을 이 책을 통해 감 잡을 수 있었음. 소수집단우대정책이 또 다른 차별을 불러오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논쟁도 귀 기울일 만 했고 국가혼의 폐기도 논의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음. 선생이 가르치는 것을 받아쓰기에 바빴던 내게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의 교수법도 매력 있는 것이었음. 다시 한 번 원서를 읽어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함.
*2011. 9. 11일
479.문학이란 무엇인가
*김욱동 저/문예출판사 간(2010년)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예술이란 무엇인가”만큼 도전적이고 한 마디로 답하기 어려운 질문임. 미술이 공간예술이고 음악이 소리예술이라 칭한다면 문학은 언어예술로 정의 될 수 있을 것이나 한 발자국만 더 나가도 난해하기 이를 데 없는 질문인 것임. “광장을 읽는 7가지 방법”이라는 문학비평서를 쓴 저자는 6가지 테마로 이 문제를 나누어 논했으니 첫째 문학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둘째 문학은 어떠한 구실을 하는가 셋째부터 여섯째까지는 장르별로 시 소설, 희곡과 문학비평이란 각각 무엇인가를 논하고 마지막으로 문학사조란 무엇인가에 대해 논하고 있음. 난해한 질문을 보다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쓴 작가의 역량이 “광장을 읽는 7가지 방법”에 이어 다시 발휘된 저서로 필요할 때마다 그 테마에 맞는 부분을 찾아 읽을 생각임. 글로 쓰인 모든 것을 문학이라 정의했던 그 옛날에는 아리스토텔레스나 소크라테스 등과 같은 철인들도 문학인이었으나 정의가 좁아지면서 소위 글쟁이들이 문학을 대표해 기교에 치중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개인적인 우려도 갖고 있음.
*2011. 9. 4일
478.“광장”을 읽는 일곱 가지 방법
*김욱동 저/문학과 지성사 간(2009)
*내가 젊어서부터 천착한 작가를 들라면 최인훈선생과 이청준선생이다. 최인훈 선생의 광장을 읽고 받은 충격은 선생의 여타작품에 나를 이끌었음. 1990년대 “화두”를 마지막으로 선생의 본격적인 작품을 읽지 못해 아쉬워하던 차 방송대국문과의 “문학의 이해”의 출석수업 중 이상진교수님으로부터 이 책을 추천받아 읽게 되었음. 문학평론가 김욱동교수가 지은 이 책은 최인훈 선생의 “광장”을 소재로 삼아 문학비평의 7가지 방법을 각각 적용해 비평한 실례를 모은 책임. 이 책을 통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비평이론에 한 걸음 다가서는데 크게 도움을 받았고 오늘의 광장이 있기까지 저자가 부분적으로 손을 대 다시 쓴 “광장”의 소사를 알 수 있어 기뻤음. 중간시험이 끝나면 다시 한 번 읽어볼 생각임.
*2011. 8. 28일
477.이상 전집1-시
*이상 저/권영민 역/뿔 간(2010)
*사후 70년이 지나도록 내내 문제 작가로 평가받아온 문학인 이상의 시가 실린 전집1권을 읽고 나서 세평이 그르지 않다는 생각을 굳혔음. 독자들의 항의로 15회에 연재를 중단한 시“오감도”가 가장 난해한 시로 알고 있던 내게는 “삼차각설계도”의 “선에 관한 각서”1, 2 두 편의 시는 이 시집에 실리지 않았다면 이것도 시인가 싶을 정도로 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을 던져준 골치 아픈 시였음. 역자 권영민이 이 작품들은 “수학적 또는 물리학적 개념이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우주공간, 태양과 광선, 과학과 시간 등에 관한 새로운 지식들을 동원하여 인간의 존재에 관한 다양한 상념을 해체시켜 기표화한 것이 특징”이라고 주를 달은 대로 과학적지식이 이 시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소용되는 시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음. 교과서에서 접한 “거울”이 가장 친근하게 느껴질 정도로 난해한 작품을 지은 이상의 천재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냐는 내게는 분명 숙제임. 기회 닿는 대로 수필과 소설도 마저 읽어 과연 이상은 천재작가인가를 확인해볼 생각임.
*2011. 8. 18일
476.원본 한용운 시집
*한용운 저/김용직 주해/깊은샘 간(2009)
*일제 대정15년인 1926년 회동서관에서 간행한 만해 한용운 선생의 시집 “님의 침묵”의 영인본과 김용직 서울대교수의 주해를 한 권으로 엮은 이 책 덕분에 만해선생의 작품을 원본 그대로 볼 수 있는 기쁨을 누렸음.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의 한 분이었던 선생은 거의 유일하게 친일로 돌아서지 않은 분으로 승려로서 불교계에 새바람을 불어넣고자 애쓴 분이기도 함.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님은 갔습니다.”로 펼쳐지는 “님의 침묵”에서 님은 조국, 부처님, 연인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되는 다의어인데 이제 다시 읽어보니 이제껏 조국으로만 알았던 님이 연인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겠다 싶었음. 내게 최고의 연인인 먼저 간 집사람으로 해석하자 우리가 나눴던 사랑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졌음. 더러 불교용어도 나오지만 대체로 이 책에 쓰인 시어가 난해하지 않아 선생의 언어조율능력도 대단함을 새삼 느꼈음.
*2011. 8. 17일
475.넥스트 디케이드
*조지 프리드먼 저/김홍래 역/쌤 앤 파커스 간(2011)
*향후 100년을 예측하는 것보다 다가올 10년을 내다보는 것이 더 어려운 것은 10년간의 변화는 저자가 예측한 것을 검증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임. 세계 최고의 씽크탱크의 하나인 스트랫포(STRATFOR)를 이끄는 저자가 10년 후 미국을 중심으로한 지역별 주도국들의 변화를 예측해 기술한 이 책에서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미국과 더욱 유대를 공고히 해 아세아지역의 미래권력의 일부를 점할 것으로 예측한 것이 새로웠음. 중국은 임금상승과 빈부격차로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았으나 대재앙을 겪고 있는 일본은 저력이 있어 아세아패권국가로 다시 부상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 흥미로웠음. 이 책에서 하나 안 것은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러시아는 강을 따라 하구 쪽으로 도시가 발달하지 모했다고 하는데 이는 러시아의 강이 남에서 추운 북으로 흐르기 때문이 아닐까 함. 오랜만에 문학에서 벗어나 시사문제로 세계를 돌아본 기쁨을 이 책을 통해 누렸음.
*2011. 8. 16일
474.민물고기
*최기철 저/대원사 간(1992)
*저자인 최기철 교수는 과는 틀리지만 생물학을 제게 가르친 은사로 담수어에 관한한 우리나라 최고의 권위자로 알려진 분임. 저자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이런 대중적인 책을 펴낸 데는 우리 담수어를 널리 알리고 보호하자는데 일차적인 뜻을 두었기 때문일 것임. 30년간 우리의 민물고기 752,606점을 조사해 출현빈도를 63종을 이 책에 실었으며 각 종에 대하여 실물사진과 함께 출현빈도, 크기. 모양, 색깔, 생활습성과 분포상황 등을 간략히 적어 넣었음. 이에 더하여 고서에 나오는 17종과 천연물로 지정된 4종과 멸종위기 4종 및 멸종2종을 같이 실어 우리나라 민물고기를 개관하는데 딱 좋도록 꾸몄음. 이 책을 통해 출현빈도 1위가 피라미, 2위가 붕어, 3위가 버들치, 4위가 갈겨니, 5위가 미꾸라지이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어종은 무태장어, 어름치, 열목어와 황쏘가리임을 알았음.
*2011. 8. 15일
473.박영준 전집(1) 단편-모범경작생
*박영준 저/도서출판 동연 간(2002)
*70년이 조금 못되는 오랜 세월을 이 땅에서 살면서 글쓰기와 가르치기에 평생을 바친 만우 박영준 선생을 40여 년 전인 고교(?) 시절 처음으로 선생의 모범적인 농촌소설“모범경작생”을 접한 이래 이제껏 선생의 작품을 단 한편도 안 읽어온 제가 이 책을 사서 읽게 된 동기는 방송대교재에 선생의 작품이 실려 있어서였음. 부친이 목사이시고 기독교계통의 연세대학교를 졸업해 그 학교에서 오래 봉직했으면서도 이 책에는 교회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거의 보이지 않았음. 농민들이 무엇이 옳은가를 판단하고 스스로의 길을 선택해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모범경작생”이 이광수의 “흙”이나 심훈의 “상록수”와 다른 점은 농민을 단순히 계몽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아니라 일제의 간특함을 알아채고 저항하는 주체라는 점임을 보여주고 있음. 모범경작생 외에 “어머니”등 총33편의 단편이 실렸는데 모범경작생 만한 수작은 보이지 않았음.
*2011. 8. 14일
472.교양으로 읽는 과학의 모든 것 2
*한국과학문화재단 엮음/도서출판 미래M&B 간(2006)
*이공계의 대학을 나와 과학서적을 즐겨 읽는 내게도 과학은 상식 이상의 내용을 많이 담고 있어 따로 해설서를 읽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음. 한국과학문화재단에서 발간한 이책은 지구과학, 문화기술, 환경기술, 항공우주기술과 나노기술에 이르기까지 여러 항목을 보다 쉽고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어 내게는 참으로 유용한 책임. 산행기를 쓰면서 여러방면에 관한 과학지식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 데 이 책이 그때 그때 필요한 지식을 내게 제공해줄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음. 교사 부임 첫 해 시골 고등학교에서 내 전공인 화학 뿐만 아니라 지구과학과 물리를 입시반 학생들에 가르친 것이 지금도 도움이 되고 있으며 이 책의 내용이 그리 난해하지 않았던 것도 그 때 개념을 파악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임. 1권도 마저 읽을 생각임.
*2011. 7. 29일
471.무한으로 가는 안내서
*존 배로 저/전대호 역/해나무 간(2011)
*무한의 다양한 개념과 적용을 보여주는 이 책의 내용은 우선 신선함. “나는 무한을 그리는 중이다”라고 말한 이가 반 고호이니 무한은 과학자나 수학자의 고유영역은 아니었던 것 같음. 무한(infinity)과 무계(boundlessness)가 같지 않으니 무계란 당구공의 표면처럼 유한하면서 경계가 없는 것을 말함. 제논의 역설이 참은 아니나 무한의 개념을 다시 생각게 한 것은 틀림없고 그 후도 무한의 역설에 맞닥뜨린 철학자들이 많다 함. 1/2분동안 켜지고 1/4분 동안 꺼지고 1/8분 동안 켜지는 식으로 계속될 때 1분후 램프는 켜져 있을까 아니면 꺼져 있을까 하는 톰슨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 무한에 대한 이해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음.
*2011. 7. 22일
470.고백록
*A. 아우구스티누스 저/최민순 역/바오르딸 간(2011)
*저자 아우구스티누스는 345년 아프리카 타가스테에서 태어나 430년 히포에서 세상을 뜨기까지 고대 신플라톤주의 철학과 그리스도교를 결합하는데 힘쓴 초대교회가 낳은 위대한 철학자이자 사상가임. “이해를 추구하는 신앙”에 매진해 중세 스콜라학풍에 크나 큰 영향을 준 저자는 그리스도교 세례를 받기 전에 진리를 찾아 마니교를 비롯한 당대의 사상을 두루 섭렵했는데 그 때의 삶의 궤적을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었음. 카톨릭교에서 성인으로 추앙받는 아우구스티누스는 “인간이 주체로서 자유로운 결정을 그릇 내림으로써 자초한 비참한 처지를 자신의 체험을 들어 적나라하게 고백하면서도 애초에 인간을 당신의 반려자로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친히 그의 주체성 안으로 파고들어 구원하고 계심을 구구절절이 극적으로 기리고 있다”고 심상태 몬시뇰 한국그리스도연구소 소장은 말했음. 역자 또한 신부여서 이 책을 통해 저자의 본뜻을 잘 드러냈다는 생각임.
*2011. 7. 20일
469.사는 맛 사는 멋
*황창연 저/바오로딸 간(2011)
*평창에서 필립보 생태마을을 이끌어가는 황창연 신부가 지어 낸 이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인생지침서이지만 너무 오래 살아 주체하기 힘든 삶을 어떻게 행복하게 끌어갈 수 있을까에 대해 비교적 명쾌하게 답을 준 책이라는 생각임. 결혼생활을 하지 못한 신부가 이런 책을 제대로 내용이 충실하게 써 낼 수 있을까 했던 내 생각이 어리석었음을 느끼게 했음. 신부들의 왜곡된 사회참여를 마땅찮게 여겨온 내가 이 책을 읽고 감명을 받은 것은 정치적 현안에 목소리를 높이는 일부 신부들에 신부의 본래 자리가 어디임을 보여주었다는 생각임.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늘어난 수명이 짐이 되지 않게 하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음.
*2011. 7. 13일
468.원자력 딜레마
*김명자 저/사이언스 북스 간(2011)
*일본의 대지진으로 고장을 일으킨후 쿠시마원자력발전기가 방사능을 방출한 사고가 발생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요즈음 믿음 가는 화학자인 김명자 전 환경부장관이 이 책을 써낸 것은 참의로 시의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한 것임. 화석연료 자원의 고갈로 석유나 석탄을 대체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원이 원자력이 환경주의자들의 격심한 반대에 직면할 것은 뻔한 일이기에 원자력을 다루는 과학자들만으로는 여론 형성이 이제 힘들게 되었는바 찬성파와 반대파가 토론을 통해 해결점을 찾아가는 방법이 힘들고 느리지만 가장 현명한 방책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는 바이지만 상식적인 공론화와 토론이 억지를 부리면 통해온 우리나라에서 유효한 방법일지 속단하기 어려울 것임. 원자력에 관한 지식과 태도 등 전반적인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원자력 이해서라 할 만한 책으로 저자의 명성이 헛되지 않음을 보여준 책이라 할 만함.
*2011. 7. 11일
467.조선창극사
*정노식 저/동문선 간(1994)
*지난 5월 방송대국문과의 현운재 회원들과 함께 본 창극 “청”을 보고나서 그 소감을 글로 남기는데 참고하고자 이 책을 사서 읽어보았음. 1891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고 1948년 자진 월북하여 1965년 북한에서 사망한 저자는 일본 메이지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최고의 엘리트였음. 1940년 전공과 무관한 조선창극사를 책으로 지어 낸 저자는 이 책에서 권삼득에서 김여란에 이르기까지 89명의 소리광대를 소개하고 있음. 이 책만 보아서는 소개인물이 모두(?) 판소리꾼이어서 창극이 마치 판소리의 아류처럼 느껴졌음. 창극에 관한 이론적인 접근은 거의 하지 않고 창극을 이끌어온 소리광대를 소개한 것으로 그친 것이 이 책의 한계라는 생각임. 소개된 소리꾼의 대부분이 남자이고 그 중 90% 이상이 전라도출신인데 여자소리꾼은 거꾸로 경상도 분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음이 눈에 띄었음. 판소리와 연극이 어우러져 만들어 낸 창극이 여타 민속극과 다른 점은 탈을 쓰거나 인형을 사용하지 않고 맨 얼굴로 직접 출연한다는 것임.
*2011. 7. 8일
466.한국 민주주의의 기원과 미래
*안병직 편/시대정신 간(2011)
*우리나라를 이끌어온 두 세력을 들라면 오늘의 부를 만드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 등 두 세력인데 이들 세력이 공존을 추구하며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타도해야 할 적으로 몰아가는 데 우리 정치사회의 문제가 있다는 생각임. 1987년이룩한 민주화가 단순히 민주화세력들의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승망에 의한 자유민주주의체제의 확립과 박정희에 의한 경제발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했음. 우익보수임을 자처하는 내게는 좌익진보를 표방하는 이들과 논쟁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들이 필요한 데 이 책이 상당부분을 채워주었음. 대학 다닐 때 좌익진보세력이었던 안병직교수의 강연을 들은바 있는데 그 분이 우익보수로 전향하여 이 책을 편한데 대해 고마운 마음이 일었음. 특히 손수 체험한 것을 증언한 내용을 읽고 좌익진보의 북한연계가 일정부분 사실임을 알았음.
*2011. 7. 6일
465.조선의 지도 천재들
*이기봉 저/새문사 간(2011)
*조선 조 전에도 우리나라 지도가 있었음을 알리는 문헌은 있지만 실제 지도는 전해지지 않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지도는 오늘날의 지형도처럼 등고선이 그려져 있지는 못하지만 조선조 태종2년인 1402년에 제작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임. 세종 때의 정척과 세조 때의 양성지가 팔도도를 그리는 등 조선 전기 때에도 지도가 많이 제작되었다 하나 정확도에는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음. 조선의 지도가 정확하게 제작됐다고 평가받는 것은 영조 때의 천재적인 정상기의 “동국지도가 처음이며, 이 지도를 혁신적으로 수정한 분이 정철조임. 여암신경준은 영조의 명을 받고 정상기와 정철조의 작품들을 기초로 해 더 크고 더 자세한 고을지도를 제작했던 것임. 정상기, 정철조와 신경준의 노력에 힘입어 김정호는 불후의 명작 대동여지도를 제작했는바, 고산자 김정호가 전국을 수 회 돌고 백두산을 몇 회 오른 후 지도를 만들었다는 전언은 믿을 바가 못 되는 것임. 대간과 정맥을 종주하며 지형도를 잘 쓰고 있는 내게는 이분들의 노력과 업적이 고마울 뿐임.
*2011. 7. 5일
464.뜻으로 본 한국역사
*함석헌 저/한길사 간(1999)
*간난의 이 땅에서 1901년에 태어나 한일합병과 해방, 한국전쟁, 4.19혁명과 5.16혁명, 10월유신과 광주항쟁을 직 간접으로 겪으시고 1989년에 작고하신 함석헌 선생은 이나라 지식인의 등불이자 씨알의 지도자였음. 1970-80년대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를 이룩하고자 고난을 무릅쓴 선생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보기는 이 책이 처음임. 특정 교리에 매여 있지 않은 진정한 기독교 신자인 선생께서 역사는 “지나간 날의 천만가지 일을 뜻도 없이 차례도 없이 그저 머릿속에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값어치가 있는 일을 붙잡아서만 된다.”라고 말씀하셨음. 고난의 역사 하나하나가 하느님의 섭리이자 뜻이라는 관점을 가지시고 우리 역사를 풀어 쓴 것이 바로 이 책 “뜻으로 본 한국역사”로 역사를 보는 새로운 관점을 새롭게 얻어 선생께 고마워하고 있음. 세계무역의 9대강국으로 발전한 오늘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공을 과소평가한 점은 한계처럼 보이나 백성을 중시한 사상은 여전히 유효할 것임.
*2011. 7. 2일
463.북한산
*박인식-안승일 저/대원사 간(1999)
*수도 서울의 수호신 역할을 하는 최고의 명산을 들라면 단연 북한산과 도봉산을 들 뜻임. 이 두산을 묶어 북한산국립공원에서 관리하고 있는바 굳이 두 산으로 나눌 것은 아니나 이 책에서는 우이령을 경계로 한 북한산만을 다루고 있음. 동국여지승람에 삼각산이 명기되어 잇다는 것을 안 것은 고맙지만 삼국사기 권4 신라본기에 북한산이 거명됨을 실지 못한 것은 이책의 한계로도 보임. 색깔 있는 책으로 편집된 “북한산”은 110여쪽의 소책자이지만 북한산과 북한산성의 역사와 산세의 특징을 잘 보여준 책임. 전장8Km의 북한산성 탐방기를 작성중이라서 크게 도움이 되도 있음.
*2011. 7. 1일
462.인형의 집
*헨리크 입센 저/안미란 역/민음사 간(2011)
*여성해방을 선도해온 것으로 평가받아온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이 모파상의 “여인의 일생”처럼 상당한 분량의 작품일 것이라는 내 생각이 틀렸음을 안 것은 인터넷으로 구매한 이 책을 받아보고 나서였음. 이 작품이 소설이 아니고 희극임을 확인하고서 시험을 위해 문학작품론을 공부한 것이 얼마나 어리석었나를 새삼 인식했음. 전체 분량이 125페이지인데다 대화가 거의 다인 희곡이어서 마음잡고 읽으면 단숨에 읽어 내려 갈만 한 책이어서 당시 책 읽기가 쉽지 않았을 여성들에도 널리 읽힌 것이 아닐까 생각도 들었음. 남편의 치료를 위해 은행에서 필요자금을 대출받고자 아버지 사인을 위조한 것이 드러나자 변호사이자 은행장인 자기 체면에 먹칠을 했다며 자식양육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던 남편이 공갈범이 개과천선해 보내온 일체의 관련 서류를 보고 태도를 일변해 부인의 죄를 용서하겠다는데 부인 노라가 지금까지 남편의 인형으로 살아온 것을 되돌아보고 결혼관계를 청산하고 집을 나가겠다고 선언하는 장면이 이 작품의 백미일 것임. 이 책을 보고 앞으로 1세기 후 여권이 너무 신장되어 남편이 같은 이유로 가출하는 작품이 나올 수도 있다 싶은 데 최소한 그때까지는 이 책이 꾸준히 읽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2011. 6. 28일
461.에밀
*장 쟈크 루소 저/민희식 역/육문사 간
*루소의 삶이 과연 교육적이었나에 관계없이 한 사내가 태어나 결혼하기까지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온전하게 성장하는데 필요한 교육을 논한 그의 저서 “에밀”은 단순히 교육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에 대한 논의가 수록되어 교육이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고 삶 전반에 걸친 중차대한 문제임을 일깨워주었음. 20년 동안의 성찰과 3년동안의 각고로 탄생시킨 에밀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은 루소의 자연주의 교육사상과 더불어 그 표현이 지극히 문학적이어서 여타 이론서나 사상서처럼 고루하지 않아서일 것임. 좋은 교육이란 아이를 특별한 사회적 조건에 맞추어 교육하는 것이 아니고 자유로운 인간을 육성하는데 있다는 루소의 교육관이 사교육이 판치는 오늘날의 우리 사회에도 적용해볼 하다는 생각임. 하녀와 결혼해 낳은 자식들을 모두 고아원에 보낸 루소의 비 인륜적 처사는 이 책의 호평과 관계없이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임.
*2011. 6. 16일
460.살아있는 땅, 낙동강삼각주
*반용부 외 저/낙동강하구에코센터 간(20100
*낙동강의 생성과 변천을 파악할 수 있는 책으로 특히 낙동강하구의 삼각주에 관한 모든 것을 보여주어 앞으로 내게 긴요하게 쓰일 것임. 진작 이 책을 읽었더라면 낙남정맥과 낙동정맥 종주 길에 들른 낙동강에 대해 보다 많은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큼. 이제껏 지류만 있는 것으로 알았는데 낙동강이 하구에 이르러 동 서로 나누어지는 분류가 있음도 이 책에서 알았음. 낙동강 하구의 삼각주들이 섬으로 자라고 있으며 가덕도까지 육지로 이어질 날도 그리 멀지 않겠다는 것이 저자들의 생각임. 이번에 낙동정맥을 몰운대에서 시작했는데 이 책에 의하면 몰운대도 옛날에는 지금처럼 육지가 아니고 섬이었다고 함. 압록강 다음으로 긴 낙동강을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낙동정맥 종주를 이어가며 틈틈이 이 책을 읽어볼 뜻임.
*2011. 6. 10일
459.방법서설/성찰-데카르트연구
*르네 데카르트 저/최명관 역/창 간(2010)
*브루노, 갈릴레이, 라이프니츠와 스피노자 등이 살아온 17세기가 천재의 세기로 불리는 데 한 몫을 한 철학자는 르네 데카르트로 그의 유명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명언은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음. 모든 것을 부정하고 또 부정해도 남는 명징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나는 생각한다(Cogito), 고로 나는 있다(ergo sum)"라는 명제로 기하학의 공리처럼 더할 수 없이 명쾌한 진리임. 이 책은 역자가 엮은 “데카르트의 생애”와 르네 데카르트가 지은 방법서설과 성찰, 그리고 마지막으로 역자가 지은 “데카르트 연구”등 4파트로 구성되어 있음. 데카르트는 암흑을 헤치고 오로지 정신의 힘만으로 끈기 있게 사색하여 밝은 빛으로 나간 독창적사상가여서 후세의 철학자로부터 많은 칭찬을 받고 있음. 근세철학의 기초를 세운 사람으로 그의 책이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데는 그의 역저 방법서설과 성찰 등이 기여한바 크다는 생각임.
*2011. 6. 8일
458.수사학-말하기의 규칙과 체계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저/안재원 편역/도서출판길 간(2010)
*기원전 106년 로마에서 태어나 기원전 43년 안토니우스에 의해 암살당하기까지 한 때 집정관도 맡았고 민회와 원로원에서 그리고 법정에서 명연설을 남긴 키케로의 역저 “수사학”을 읽은 것은 방송대의 교양과목인 “동서양의 고전 이해”에서 키케로의 생애와 “수사학”을 다루고 있어서였음. 라틴어로 쓰인 원전을 대역하지 않고 원전 그대로 번역을 한 역자의 노고가 결실한 이 책은 키케로가 아들의 질문을 받고 답하는 형식으로 쓰였음. 당대의 다른 명저들과는 달리 라틴어로 쓰였다는 점도 색다른데 이 책이 더러 부정적 평가를 받는 것은 말 잘하기로 요약되는 수사학이 과연 학문일 수 있느냐와 책의 내용이 도덕적일 수 있느냐 인데 이는 말 잘하는 사람들이 말만 잘하고 처신이 뒤따르지 못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아서이지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해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수사학에 비난을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임. “대화의 시작”으로 시작하여 “연설가의 고유한 힘에 대하여”, “연설 부분에 대하여”, “문제제기에 대하여” 장에서 본론을 펴고 “대화의 마무리”로 마무리되는 이 책은 서양인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을 만하다는 것이 내 느낌임.
*2011. 6. 6일
457.천변풍경 외
*박태원 저/문학사상 간(2009)
*뒤늦게 국문학과에 입학해 생소한 작가 박태원의 작품을 읽게 된 것은 기말시험 준비를 위해서였는데 그저 덤덤할 뿐임. 대표적인 세태소설로 꼽히는 “천변풍경”은 청계천변에 살고 있는 군상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린 소설로 등장인물이 많고 스토리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흥미롭지는 않았지만 세태를 흥분하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낸 작가의 역량은 인정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임.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의 주인공은 소설가 구보 씨로 관심을 끄는 모델이 아니어서 읽기에 조금은 지루한 감이 느껴졌음. 카프에 대립해 순수문학을 추구한 구인회 멤버 중 작가나 “해방 전후”의 이태준 등이 해방 후 좌익에 가담해 끝내 월북한 것은 그들의 삶이 그리 치열하지 않았고 그들이 추구한 순수가 일제의 감시의 눈을 피하는데 가림 막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일 것으로 판단되나 향후 연구해볼 만한 과제임. 대표적인 모도니즘 작가로 일려진 박태원의 작품을 통해 모더니즘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기대에 그친 것 같음.
*2011. 5. 25일
456.김동인 작품집
*김동인 저/김미현 선/지식을 만드는 지식(2008)
*춘원 이광수에 대적할 만한 당대의 대표적 문인을 들라하면 단연 금동 김동인일 것임. 이 책에 실린 “배따라기”. “감자”, “발가락이 닮았다”와 “광화사” 등의 단편은 한 번 읽은 작품이고, “약한 자의 슬픔”은 이번에 처음 읽은 중편소설임. 1919년 “약한 자의 슬픔”으로 등단한 김동인은 예술을 그 자체로 존중했기에 그의 어느 작품에서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 무엇을 해보겠다는 결기 찬 계몽주의적 주인공을 만나볼 수 없었음. 첫 작품 “약한 자의 슬픔”은 여주인공의 주체적인 면도 보이지만 소설의 전개가 뻔해 보이고 제목 선정이야기가 신파조처럼 들려 다소 귀에 거슬렸음. 고교시절 처음 읽을 때는 충격적이었던 “광화사”가 이번에 차분하게 읽혀진 것은 내용을 알아서일 것임. 1930년대의 통속적인 작품이 수록되지 않아 읽지는 못했지만 이광수를 비판한 김동인이 그와 마찬가지로 싸구려 소설을 쓰다 친일작품을 남긴 것은 가슴속이 아니고 손끝에서 글을 스는 작가의 한계를 보는 것 같았음. *2010. 5. 21일
454-455.삼국사기
*김부식 저/이병도 역/을유문화사 간(1999)
*현존하는 우리나라 역사서 중 가장 오래된 최고의 역사서인 삼국사기를 10년 만에 다시 읽은 것은 국문학을 공부하는데 삼국사기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였음. 사마천의 사기를 본떠서 삼국의 본기 28권, 연표 3권, 지(志)9권과 열전10권으로 구성된 삼국사기의 번역본이 무려 1,100페이지에 달해, 한글번역본을 읽고 또 함께 실려 있는 한문으로 된 원문을 눈으로만 훑어보는 데도 상당한 끈기가 필요했음. 열전과 본기 일부내용이 국문학에서 다뤄지는데, 삼국유사에 비할 바는 못 된다는 생각임. 본기에서는 신라와 당이, 열전에서는 김유신과 신라의 장수들이 주로 다뤄진 것은 이 책을 엮은 김부식이 경주의 귀족출신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생각임. 일연 스님이 1세기 후 삼국유사를 써내지 않았다면 균형 있게 우리 역사를 접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임.
*2011. 5. 20일
453.한국대표시인 101인 선집-윤동주
*윤동주 저/문학사상사 간(2006)
*1917년 중국북간도의 명동촌에서 태어나 1945년 해방을 반년 앞두고 일본의 감옥에서 옥사한 윤동주의 일생은 29세로써 막을 내렸지만 순수한 서정의 그의 시들은 오늘에도 많은 사람들에 암송되고 잇을 정도이니 그는 그의 생애를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생각임. 고교시절 국어시간에 배운 것과는 달리 고종사촌 송몽규의 독립운동에 연루되어 감옥에 간 것을 빼고는 이렇다 할 항일운동의 실증적 자료가 나와 있지 않아 그를 저항시인으로 칭하기가 이육사처럼 명쾌하지 못한 것이 사실임. 일본 유학을 위해 창씨개명을 해 더 그렇다는 생각임. 그렇다 해도 항일운동 죄목으로 옥사한 그와 쉽게 시가 쓰여 지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그의 순수한 민족사랑을 폄훼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고나서 굳혔음. 자기성찰과 부끄러움의 미학으로 대표되는 윤동주의 시정신이 읽혀지는 이 책이 윤동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단초를 내게 열어준 것은 틀림없음.
*2011. 5. 19일
452.이육사전집
*김학동 편저/서문사 간(1986)
*해방을 한해 앞둔 1944년 북경 감옥에서 41년의 생애를 마감한 육사 이원록이 다른 문인들과 크게 대비되는 것은 그는 문인이기 이전에 독립 운동가였으며, 선이 굵은 남성의 문학을 구현했다는 점일 것임.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라는 시 “광야”에서 초인을 기다리는 육사의 간절하고 의연한 모습이 내게는 바로 초인으로 느껴졌음. 문학 활동이 본업이 아니었기에 그가 창작한 작품이 많지 않아 시 36편과 소설, 평론, 수필 등 여타분야 작품이 40여 편이 전해지고 있음. 이중 영화산업에 관한 글도 있고 “아큐정전”의 작가인 노신의 죽음을 애도하는 조사, 그리고 중국문단에 관한 글 등은 육사가 썼으리라 전혀 생각지 못했음. 조국독립을 위해 몸 바친 육사는 어느 한 문학의 유파에 머무르지 않고 조국이 처한 현실에 대한 비분과 저항, 그리고 민족정신을 일깨우는데 주력했음. 선 굵은 육사의 작품들을 읽고 나자 육사의 의연한 기개와 고고한 절규가 얼마간 느껴졌음.
*2011. 5, 17일
451.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저/김은령 역/에코 리브르 간(2009)
*1962년에 출간된 환경 관련 책을 거의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읽어도 감동을 주는 것은 환경보전의 중요성이 점점 더해지기 때문일 것임. 이 책은 인류의 생활개선에 도움을 주어 온 것으로 알려진 DDT나 파라치온 등 화학물질이 얼마나 인류와 함께 공존해야 할 다른 생명체의 생존에 위협을 주는가를 , 그래서 종국에는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가를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 상당히 설득력 있는 환경서임.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내게는 더러 심기 불편한 내용도 있고 DDT의 사용금지로 저개발국의 아이들이 이가 옮기는 질병에 시달리다 사망한 건수가 많음을 들어 반론을 제기하는 측도 있어 전적으로 저자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지만 자연치유를 강화할 방법을 찾게 한 저자의 노력에는 경의를 표하는 바임.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을 갖게 한 이 책의 저자에 뒤늦게나마 감사를 표하고자 함.
*2011. 5. 16일
450.정지용 전집1-시
*정지용 저/민음사 간(2010)
*대상에 대한 명징한 감각적 포착 및 이미지화로 1930년대 시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되는 시인 정지용은 한국전쟁 때 납북되었음에도 자진 월북한 것으로 잘못 알려져오랫동안 외면당했던 작가였음. 1988년작가의 작품들이 완전 해금될 때까지 접근할 수 없었기에 인기가요의 가사로 쓰인 “향수”를 제외하고는 전혀 접하지 못하다가 작년 방송대국문과에 입학해서 백록담 등 몇 편의 시작품을 만나보았음. 김영랑의 음악성에 대비되는 정지용의 회화성은 모더니즘의 영향이라 하는데 이번에 여러 편의 시를 읽고 나서 시에 무지한 내게는 앞서 읽은 회화성 면에서도 백석의 작품만큼 마음이 끌리지 않았는데 백석 만큼 향토색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임. 이 책에 실린 일본어로 된 시들은 읽지 못했으나 윌리암 브레이크 및 월트 휘트먼의 작품들을 번역해 놓은 것은 잘 읽었음. 정지용에 대한 내 개인적인 평가는 그의 작품을 더 읽고 정리한 다음 해볼 생각임.
*2011. 5. 13일
449.한국대표시인선집-백 석
*백석 저/문학사상사 간(2008)
*방송대국문과에 입학을 잘 했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시인 백석을 만난 것임. 1학년 1학기 교과서에서 그의 시“여우난골족”, “여승”, “흰 바람벽이 있어”와“남신의주박씨봉방”을 처음 읽었을 때 무슨 시가 이런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소했는데 2학년 교과서에서 다시 백석을 만나게 되자 반갑고 이제 비로소 그이 작품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음. “투박한 북방의 토속어로 민족의 원향과 미래를 제시한 서정시인 ”으로 평가받는 백석의 시집을 사서 읽으며 느낀 것은 그의 시가 처절하도록 재미있다는 것과 다른 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토속적인 의성어와 의태어가 많이 사용되어 시골에서 대식구들과 함께 보대끼면서 살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했음. 평북정주가 고향이라서 해방 후 남하하지 않아 우리 문단으로는 별을 잃은 셈임. 6.25 이전에 북한에서 발표한 동화시를 이번에 처음 읽으면서 절로 웃음 지었는데 다른 시를 짓지 못해 동화영역으로 움츠려든 것이라 하니 안타까울 뿐임.
*2011. 5. 12일
448.한국현대시인연구(3)-김영랑
*김학동 편저/문학세계사 간(2000)
*이 책으로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운 현대시 “모란이 피기까지는”를 다시 읽는 기쁨에 더해 김영랑이라는 걸출한 시인의 다른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 기뻤음. 감성적이고 유약하리라 생각했던 김영랑이 “毒을 차고”나 “춘향”과 같은 민족과 죽음의 참 의미를 되새기게 한 시를 쓰리라 생각을 못했으며, 또 하나 놀란 것은 김영랑은 여타 문인들과는 달리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항일지사로 지조를 지켰다는 것임. 해방 후 4년간 나라가 돌아가는 것을 보고 해방의 감격이 퇴색 되가는 것 같아 안타까워하는 심정을 감격과 같이 담은 “感激 八. 一 五”를 1949년에 발표할 수 있었던 것도 친일이라는 주홍글씨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서라는 생각임. 동인지 “시문학”을 같이 펴낸 박용철과의 우정을 담은 글도 잘 읽었음.
*2011. 5. 11일
447.이상화 전집
*김학동 편저/새문사 간(1987)
*젊어 한 때 관능미에 탐닉했던 저항시인으로 “나의 침실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등의 시 몇 편을 겨우 읽은 내게 이 책은 이상화의 여러 면모를 제대로 만나보게 해주었음. 독립운동가인 친형 이상정의 영향을 받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와 같은 저항시를 발표하기까지 “말세의 희탄”, “나의 침실로”로 대표되는 관능미 넘치는 시를 써온 이상화는 일제의 탄압이 강화되자 “청량세계에서”, “나는 해를 먹는다” 등의 자연을 찬미하는 시를 쓰면서 일제에 굴하지 않았음. 1943년 43세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서평, 번역, 문예비평 등 여러 분야의 글을 썼고 파스큘라와 카프의 회원으로 노동자를 찬미하는 시를 남기기도 했음. 초기 시들은 맞춤법도 현재와 같지 않고 한자가 많이 들어가 눈에 익지 않았는데 후기 시들에 쓰인 국어가 오늘날과 벼란 다르지 않음을 보았음. 나라가 국어가 모두 위태로운 때 국어를 잘 지킨 시인에 감사를 표하고자 함.
*2011. 5. 10일
446.김소월 시집
*김소월 저/나은진 해설/하서 간(2009)
*소월 김정식을 국민시인으로 칭하는 것은 그의 시 한 편쯤은 암송하고 있지 않은 우리나라 국민이 거의 없을 정도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애송되기 때문으로 나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어린 시절 김소월 시집을 몇 권 읽어 보았음. 나이 들면서 춘원 이광수의 계몽주의 소설에 신물이 나듯이 소월 시도 너무 감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외면해왔음. 이번 방송대 시험 준비 차 소월 시집을 사 읽고 나자 그의 시는 결코 감상적이 아니며 한의 극복에 초점이 맞춰진 것을 알 수 있었음. “먼 훗날”, “초혼”, “진달래 꽃” 등의 서정성이 농후한 잘 알려진 시들만 읽어온 내게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다면”같은 저항시는 새로운 감흥을 주었음. 나이가 들면 어린애로 돌아간다는 옛 말씀이 그르지 않아서인지 소월의 시가 어렸을 때보다 더 친근하게 느껴져 국민시인이라는 평가가 명불허전임을 확인했음.
*2011. 5. 8일
445.무정
*이광수 저/문학과지성사 간(2010)
*거의 한 세기 전에 구어체의 이런 소설이 선보인 것은 춘원 이광수의 뛰어난 문학적 재능에 힘입어서라는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기는 힘들 것임.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소설로 국내 최초의 신소설인 이인직의 “혈의 누”보다 갈등구조가 훨씬 탄탄하고 쓰인 문체가 일상 언어를 그대로 담은 구어체에 훨씬 더 가까워 현대적 감각이 빼어난 소설임을 쉽게 알 수 있었음. 학교선생 형식과 형식에게서 영어를 사숙하다 약혼에 이른 선형, 형식이 어려서 도움을 받은 박진사의 딸로 기생이 된 영채가 주인공이 되어 갈등구조를 엮어나가는 이 작품은 1917년 매일신보에 연재될 때 장안의 화제를 모은 소설답게 요즘도 흥미롭게 읽혀지기는 하나 수해현장을 보면서 갈등의 문제가 해소되는 끝맺음은 너무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음. 간간히 드러나는 작가의 윤리관과 일본 경찰을 긍정적으로 그리는 등 친일적인 묘사 등 눈에 거슬리는 부분도 꽤 있음.
*2011. 5. 5일
444.조선의 영토
*노계현 저/한국방송통신대학교 간(2001)
*나름대로 역사서를 많이 보았다고 자부해온 내가 우리 국경에 관한 책을 읽어보기는 이 책이 처음임. 조선의 영토를 실증적으로 고찰해 간도와 독도가 우리영토임을 명료하게 주장한 저자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일었음. 현안문제인 독도에 관해서는 언론기관에서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지만 그 보다 훨씬 넓은 간도에 관해서 일반시민들의 관심 부족은 물론 정부에서조차 간도가 우리 땅이라는 선언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임을 이 책을 읽고나서 달았음. 조선과 유구와의 선린관계 및 시달거리에 대한 공식을 알게 된 것도 이 책을 읽은 보람임. 북한의 붕괴가 언제고 있을 것이기에 그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간도에 관한 더 많은 관심과 정부의 영토선언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임.
*2011. 5. 1일
443.우리 역사의 수수께끼(2)
*이덕일-이희근 공저/김영사 간(2010)
*역사적 사건을 주류적 시각에서만 보아서는 제대로 사실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점임. 주류적 시각의 상당부분이 특정한 의도를 내포하기 때문에 다소 과장되고 허황되기도 한데 이에 더하여 현 시대의 흐름에 아부하는 것들도 적지 않아 역사적 사실을 해석하기가 참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임. 일본의 방해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참석 못한 이준이 분을 참지 못해 할복자살했다는 것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인데 기실은 분함이 부른 화병으로 며칠 후 병사했다는 것이 이 책이 전하는 진실임. 화병으로 죽었다하여 이준의 애국심이 평가절하 되는 것이 아닌데도 할복자살을 들먹인 것은 시대에 편승하려는 다른 세력들의 조작 때문이었음. 우리나라의 해방이후 현대사를 좌파적 시각에서 기술해 대한민국 건국을 부끄럽도록 만든 소위 진보적 사학자들의 역사기술을 대상으로 이런 노력이 기울여져 진실이 제대로 드러났으면 하는 바람이 큼.
*2011. 4. 28일
442.논쟁과 논술
*강준만 외 저/인물과 사상사 간(2006)
*방송대 국문학과 2학년 과정인 “세상읽기와 논술”을 공부하면서 논리적 사고를 제대로 한 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음을 실감하게 된 것이 두 해 전에 사서 둔 강준만 교수의 “논쟁과 논술”을 꺼내 읽게 된 동기임. 매일 신문 사설을 읽으면서 사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된 적이 한 번 도 없는데도 막상 논술 문제를 접하고 막막하게 느끼는 것은 체계적으로 논술을 공부안해서일 것임. 우리나라의 대표 논객이라 부를 만한 저자의 “논쟁과 논술”은 논제를 부여받은 전북대학생들이 작성 제출한 글과 이에 대한 저자의 평가를 함께 실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몇 몇 학생들은 논술 작성 실력이 참으로 뛰어남에 놀랐음. 그동안 그리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못한 저자의 논술평가를 보고 나름대로 진보 편향적이지 않고 공정한 평가를 하려고 노력했음을 칭찬하고 싶은 마음이 일었음. 정치인들이 내뱉는 저급의 언어를 흉내 낸 일부 논술에 대한 가차 없는 비평도 돋보였음. 풍부한 글쓰기 사례가 나의 논술 글쓰기 훈련에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음.
*2011. 4. 16일
441.오뒷세이아
*호메로스 저/천병희 역/도서출판 숲 간(2011)
*대학졸업 후 일리아드와 함께 읽어본 책이어서 내용이해가 쉬울 것이라 생각했으나 막상 책을 펴고 보니 이름도 생소한 신들과 인물들이 뒤범벅이 되어 등장하는 바람에 줄거리를 파악하기에 애를 많이 먹었음. 3독을 마친 후에야 줄거리 차악이 다 되고 호메로스의 문체와 묘사가 뛰어남을 느낄 수 있었음. ‘오뒷세이아’가 후세 사람들에 널리 읽히는 것은 스토리 자체가 장대하고 재미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다른 작품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그리스 신들의 인간적 면모를 만나볼 수 있어서라는 생각임. 제우스 신의 딸은 오뒷세우스의 작전 코치이자 감독으로 출애굽기에서 모세를 안내하는 하느님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느낌이 들었음. 신과 인간이 어우러져 스토리를 끌어가면서도 신과 인간의 위계질서가 잘 지켜지는 것은 올림프스의 질서가 단순한 상하관계에 기반 한 정적평형이 아니고 상하관계 속에서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동적평형을 이루고 있어서임. 제우스신이 구원의 신들과 달리 인간 오뒷세우스가 원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처절하게 복수하는 것을 눈감아 주었다는 것은 제우스 신이 인격신이기 때문일 것임.
*2011. 4. 14일
440.흙
*이광수 저/하서출판사 간(2005)
*1930년대 신문에 연재된 춘원 이광수의 소설 “흙”을 읽고 나서 그 후 우리나라 소설이 엄청 발전을 가져왔음을 실감할 수 있는 것이 이 소설과 박경리의 토지와의 소설적 수준의 차이가 극명해서임. 춘원 이광수와 같은 이름난 작가가 이런 글 밖에 쓸 수 없었나 싶을 정도로 절실함이 엿보이지 않아 많이 실망했음. 주인공 허 숭을 통해 독자들을 가르치려는 기색이 역력했고 일제강점기를 살아온 등장인물들에서 하나 같이 나라의 독립에 관해 고민하는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은 춘원 이광수의 사고가 치열하지 못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그 후 친일주의자로 변신하는 전조를 보였다는 생각임. 당시의 시대상을 읽을 수 있었고 유치하기는 하지만 대중적인 흥밋거리들이 자주 보여 읽기에 지루하지 않았음은 작가의 역량으로 생각됨. 1930년대 브나로드 운동이 한창일 때 시대적 요구에 의해 창작된 소설이기는 하나 민족주의와 인도주의에 바탕 한 계몽정신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설두득력이 떨어졌다는 생각임.
*2011. 4. 10일
439.격몽요결
*이이 저/이민수 역/을유문화사 간(2007)
*이 책이 처음으로 재작년 율곡 이이선생을 배향하는 자운서원을 탐방할 때 사온 이 책을 이제야 읽었는데 율곡 이이선생의 저서를 읽기는 이 책이 처음임. 이 책은 이이선생이 후학교육을 위해 마련한 정신 수양서로 입지장, 혁구습장, 지신장, 독서장, 사친장, 상제장, 제례장, 거가장, 접인장과 처세장 등 세상을 살아가는 데 올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 배우고 깨우쳐야할 10가지 덕목을 제시하고 상론한 점이 특징이라 하겠음. 입지전 첫 글로 “처음 학문하는 사람은 반드시 맨 먼저 뜻부터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 선생의 가르침은 대부분이 오늘 날에도 적용하기에 무리가 없으나 제례 등은 시대에 맞게 변화되어야 하고 청부조차 중히 여기지 않은 점은 자본주의사회에서 그대로 따르기는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였음.
*2011. 4. 2일
438.지리산의 봄
*고정희 저/문학과지성사 간(2010)
*재작년 지리산의 뱀사골로 하산하면서 처음 알게 된 동년배의 시인 고정희님은 안타깝게도 한창 창작활동에 몰두할 44세의 나이에 이 계곡에서 실족사 했음. 1948년 전남해남에서 출생한 시인에게는 광주민주화운동이 참기 힘든 고통이었기에 “땅의 사람들12-그대 봉분 위에 민주깃발 꽂으니”라는 시를 통해 “이 땅의 어머니가 그대 영정 앞에/비비추꽃 두 송이 올려놓고/한 발씩 밟으며 가거라 이른다”라고 절규했었을 것임. 시인은 죽음을 맞은 뱀사골에 관해서도 시를 남겼는바 “지리산의 봄1-뱀사골에서 쓴 편지”가 그것임. “온 몸을 싸고 도는 이 서늘한 향기,/뱀사골 산정에 푸르게 걸린 뒤/오월의 찬란한 햇빛이/슬픈 깃털을 일으켜 세우며/신록 사이로 길게 내려와/그대에게 가는 길을 열어줍니다”. 5월의 찬란한 햇빛이 열어준 길을 따라 뱀사골을 찾아와서 이 편지를 띄운 후 그 길을 따라 멀리 떠난 시인을 기리며 시집 “지리산의 봄”을 차분히 읽었음.
*2011. 4. 1일
437.역사를 뒤흔든 대이동 7가지
*베이징대륙교문화미디어 엮음/양성희 역/현암사 간(2010)
*지구상에 문명이 출현한 후 6천년 동안 이루어진 인류의 대이동 7가지의 실상과 그 영향을 다룬 책으로 3백만 년 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오모강에서 역사의 시대를 맞은 인류가 곳곳에서 다른 언어를 쓰게 된 원인이 인류의 대이동 때문이라 이야기하고 있음. 고대-인도 유럽인의 이동을 필두로 월지족의 대이동, 훈족의 대이동, 게르만족의 대이동, 슬라브족의 대이동, 바이킹 족의 대이동 및 유대인의 대이동 등의 시련을 겪은 민족이 이 과정을 통해 강해져 세력을 확장했음을 알았음. 고구려의 확장정책이 훈족의 대이동을 결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은 차후 규명해 보고자 함. 이 책에서 종교개혁을 주도한 마르틴 루터가 유대인을 전염병에 비유하며 유대인의 성전을 모두 불태우고 유대인의 집도 모두 부숴버려야 한다며 기독교의 유대인 박해를 주도한 것을 읽고 그 역시 자신의 도그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은 그가 비난한 가톨릭과 별반 다르지 않아 힐난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음.
*2011. 3. 29일
436.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 2
*이윤기 저/웅진닷컴 간(2004)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리스 신이 인격신이라는 지금까지의 믿음이 잘못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신들의 이야기가 상세히 묘사되었음. 대학 다닐 때 플라톤의 “향연”을 읽었는데 그 책에 나오는 아리스토파네스의 “잃어버린 반쪽 찾기” 이야기를 이 책에서 다시 읽었음. 신화가 인간들과 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인 것이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에도 동성애를 표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임. “오디푸스 콤플렉스”에 관한 신탁과 사랑이야기, 소설 “로미오와 줄리엣”을 낳은 신들의 사랑이야기, 나르키소스의 사랑 이야기 등 언제 보아도 친근감이 느껴지는 신들의 사랑야기가 없었다면 삶이 무척 건조하고 무미했을 것 같다는 생각임. 신화가 교훈적인가 그래서 오늘날에도 되씹을 만한 것인가에 대한 답이 실려 있는 신들의 사랑이야기는 앞으로도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라는 생각임.
*2011. 3. 24일
435.한국고전시가선
*임형택-고미숙 엮음/창작과비평사 간(1997)
*“공무도하가”, “황조가”와 “구지가” 등 고대작품들이 제외되기는 했으나 이 책을 통해 통일신라의 향가 등 우리 문학작품들을 두루 섭렵할 수 있었음. 특히 가사 “덴동어미전”의 전문을 읽고 나서 이제껏 알아온 송강정철의 가사와 너무 다르다는 것과 조선 후기 하층 여인네들의 삶이 어때했는가를 알 수 있었음. 그동안 쉽게 접해보지 못한 고려속요의 전문과 사설시조를 읽어본 것도 좋은 기회였음. 경기체가 몇 수를 읽으면서 작가의 현학적 태도가 눈에 거슬렸는데 그 수명이 짧았던 것이 아마도 대중성의 결여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음. 수년 전 한 번 읽은 책으로 국문학사를 배우면서 읽어서인지 그대보다 더 깊은 감동을 느꼈음.
*2011. 3. 19일
434.황혼의 미학
*안셀름 그륀 저/윤선아 역/분도출판사 간(2010년)
*아직은 이런 종류의 책을 읽어야 할 만큼 나이 든 것은 아니어서 “멋지게 나이 드는 법52”과 이 책 “황혼의 미학‘ 모두 친지로부터 선물로 받은 책을 읽은 것임. 두 책 모두 늙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살까에 대해 저자 나름대로 답을 제시한 점이 돋보이는 책임. 저자는 가톨릭 신부답게 종교의 힘을 빌리는 몇 가지 지혜도 같이 제시했다는 것이 같은 가톨릭신자로서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임. 심리학자 융에 따르면 노인의 의미는 육체와 정신의 힘이 약해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어 소중한 기억과 내적 보화를 발견해 나가는 것이라 한다는데 상당히 공감 가는 내용임. 과거는 되돌릴 수 없지만 과거를 대하는 자세는 바꿀 수 있기에 노인들은 지난 삶과 화해할 수 있으며 그래야만 행복할 수 있음을 일깨워준 이 책의 저자가 나와 비슷한 연령이어서 생각을 같이하는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임. 노년의 삶을 자신을 학대하며 살아가는 노인들에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임.
*2011. 3. 7일
433.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 1
*이윤기 저/(주)웅진씽크빅 간(2005)
*신화라는 미궁 속에서 신화의 상징적 의미를 알아내는 방법은 상상력에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1권을 다 읽고 나자 이해될 것 같았음. 이제껏 몇 종류의 그리스 로마신화를 읽었지만 이 책만큼 미궁에 빠진 내게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되어준 것은 없었음. “잃어버린 신발을 찾아서”에서 시작해 “기억과 망각”으로 끝이 나는 1권의 대 주제는 모두 12개로 되어 있는데 이 12장 모두 신화를 구성하는 이야기들이 오늘 날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가도 같이 들려주고 있어 흥미에 교훈도 같이 주고 잇다는 생각임. 그리스 신들은 인간과 함께할 정도로 인격적인 면을 지니고 있어 때로는 사람보다 더 인간적이라는데 그리스신화의 매력이 있다 하겠음. 이 책에 실린 삽화가 그리스 신의 인격화에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2권에서도 제우스신의 활약이 기대되는 바임.
*2011. 3. 4일
432.멋지게 나이 드는 법 52
*이대희 저/작은씨앗 간(2011)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지금이다”라고 지적했듯이 인생의 행복은 멀지 않음을 역설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멋지게 나이 드는 법을 독자들에 알려주고 있음. 우선 나이 드는 것은 멋진 일로 받아들이는 것이 첫째고 나머지 51가지는 그리스도님의 도움을 받아 배우고 실천할 것을 강조하고 있음. “인생에서 나이가 드는 것은 나무에 나이테가 생기는 것과 같다”는 저자는 곱게 나이 드는 방법을 터득하라고 권하고 있음. 매주 한 주제씩 읽고 실천하라는 뜻에서 52가지를 소개한 이 책은 신학을 공부한 개신교 목사분이 이해하기 쉽도록 쓴 책이어서 종교와 관계없이 읽을 만한 책으로 사료됨. 나이가 든다는 것은 무엇이든지 앞장서서 하는 것을 말한다는 저자가 일관되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주님의 말씀을 듣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멋지게 나이 드는 법이라는 것임.
*2011. 2. 28일
431.징비록
*유성룡 저/이재호 역/역사의 아침 간(2010)
*7년간의 긴 전쟁인 임진왜란을 치르고 기록으로 남긴 두 분이 있으니 서애 유성룡 선생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바로 그 분들임. 무신의 입장에서 기록한 것이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라면 문신의 입장에서 쓴 책이 바로 서애 유성룡선생의 징비록이라 할 수 있을 것임. 임란 이 발생한 후의 일을 중심으로 하고 전란의 발단을 구명하기 위해 전란 전의 일도 기록해 놓은 징비록은 이 책 자서에서 밝혔듯이 지난 잘못을 징계하고 뒤에 환난이 없도록 조심하기위해 저술한 것임. 선생이 계시지 않았다면 임란 한해 전에 정읍현감 이순신이 전라좌수사로 승진발령이 날 리 없었고 그랬다면 조선이 해전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을 것임. 전란 중 도제찰사겸 영의정을 역임했기에 선조임금과 조정신하들이 어떻게 임란에 대처했는가가 자세히 실려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은 책임에 틀림없음. 선생의 충정과 문제해결의 지혜가 엿보이는 이 책을 읽고 이 책은 징비록의 역할을 충분히 다 했는데 소 잃고도 외양간조차 못 고쳐 조선이 또 다시 병자호란의 참화를 겪었다는 생각임.
*2011. 2. 27일
430.탐라기행
*시바 료타로 저/박이엽 역/학고재 간(1998)
*일본의 “국민적 작가”로 불리는 유명 문인이 우리의 보배로운 땅인 제주도를 여행하고 나서 쓴 책이 “탐라”여서 이 작가는 과연 제주도를 어떻게 묘사했을까 궁금증이 더했음. 여행지의 볼거리와 여행 중 일어난 일화를 담고 있는 여느 여행기와 크게 다른 것은 제주의 옛 이름인 “탐라”를 책 제목으로 정한데서 알 수 있듯이 오늘의 제주를 있게 한 역사와 문화이야기가 많이 실었다는 점임. 제주 출신의 재일동포 학자들과 동행한 것이 이 책의 내용을 신뢰하도록 했음. 주자학이 조선에 끼친 위해를 언급하며 조선조정과 사대부들의 주자학고수를 비판한 내용은 상당히 일리 있는 지적이기는 하나 일본작가로부터 지적받는 것에 왠지 모르게 저항감이 느껴졌음. 일본의 “국민적 작가”라는 명성답게 차분하게 제주의 역사를 조감한 점이나 일본의 35년 조선강점을 잘못된 일이라며 죄송해하는 점도 이 책을 정독하게 만든 점들임.
*2011. 2. 14일
429.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김장호 저/일진사 간(2007)
*대학교수로 1977년 에베레스트원정대 대장 직을 맡은 바 있는 저자의 산 사랑과 지식이 남다름을 이 책을 통해 알았으며, 이에 더하여 그의 전공(?)인 문학이 더해져 다른 산행에세이를 훨씬 뛰어넘는 것을 느꼈음. 진정한 산악인이 어떠해야하는 가를 일깨워주는 이 책은 부상으로 고상돈에 에베레스트 초등의 기회를 넘겨줘야 했던 박상열산악인을 간단하게나마 언급했고 고상돈의 열성과 봉사정신도 같이 이야기해 후배 산악인의 됨됨이가 제대로 갖추어졌음을 자랑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음. 한자단어가 난해해 이해가 안 되는 문구도 더러 있으나 산에 대한 용어정립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임. 몇 가지 아쉬운 것은 록 클라이머만이 진정한 산악인처럼 묘사된 것과 우리 선조들이 정립한 대간과 정맥을 아예 돌아보지 않는 점등임.
*2011. 2. 8일
428.한자로 풀어보는 한국고대신화
*김용길 저/정신세계사 간(2004)
*20년간 무술관을 운영한 저자의 약력만 보고서 뭐 대단하랴 생각했는데 한 우물을 깊이 판 노력이 제대로 결실을 본 저서임. 무술수련과 주역을 공부한 후 고대금석문과 갑골문을 연구해 얻은 지식과 혜안으로 우리 고대신화를 파헤친 점은 독특하다는 점만으로도 평가받을만함. 한자의 상당수가 우리말의 동음을 가차해 만들었다는 다양한 예를 제시하고 신화로만 전해지는 4, 5천 년 전의 중국 땅 삼황오제의 시기와 우리의 건국이야기를 한자를 풀어 자세히 설명하고 있음. 기존의 역사해석이 잘못됐다며 새롭게 해석한 부분이 많고 다소 황당한 부분도 있는 것 같아 관련 학계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생각임. 신화는 과학과 같지 않아 얼마든지 다른 접근과 해석이 가능하기에 진(秦)나라 유민들이 한반도로 도망 와 신라를 세웠다는 설을 실은 이런 책도 나름대로 가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임.
*2011. 2. 2일
427.막스 플랑크 평전
*에른스트 페터 피셔 저/이미선 역/김영사 간(2010)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현대물리학의 효시인 양자역학을 열었고 불확정성 원리를 발견한 물리학자가 바로 막스플랑크라는 정도만을 알고 있는 내가 1960년대 말 대학에서 일반물리학 을 통해 만난 독일의 이론물리학자 막스 플랑크를 40여년 만에 다시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독일의 유명한 과학저술가이자 시사평론가인 에른스트 페터 피셔가 이 위대한 과학자의 평전을 이 세상에 내 놓은 덕분임. 양자역학과 이론물리학의 창시자로 뉴턴의 역학을 고전물리학으로 밀어낸 막스 프랑크는 새롭게 역사를 연 여느 위대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불행과 좌절을 딛고 일어났음. 특히 히틀러가 집권한 광란의 시대에 독일에 남아 나름대로 과학자들을 지켜내고자 노력한 그의 노력은 평가받아야 할 것임됨. 엔트로피, 불확정성 원리, 시간역행, 평행우주를 이해하려면 막스플랑크를 알아야 한다고들 말하는 것은 아내와 4명의 자식을 전쟁과 병으로 모두 잃고도 개인보다 과학의 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했고 20세기의 세기적 요청에 부응해 자신의 소명에 충실하게 살았기 때문일 것임. 평전과 해설을 읽어도 막스 프랑크의 이론은 여전히 이해하기 힘이 들었으나 그의 진솔한 생각과 삶을 들여다 본 것만으로도 수확이라는 생각임.
*2011. 1. 29일
426.마지막 강의
*폴 A. 새뮤얼슨 저/YBM sisa 간(2010)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새뮤얼슨 교수의 "Economics" 라는 경제학 원서를 사놓은 지가 몇 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일독을 마치지 못한 내게는 YBM sisa 사에서 지난 20년간 우리 경제를 지켜보며 시사영어연구에 투고한 유고들을 모아 출간한 “마지막 강의”가 저자의 학문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사서 읽게 되었음. “I am eclectic because experience has shown that Mother Nature is eclectic. (내가 절충적인 유일한 이유는 경험을 통해 절충적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듯이 원칙을 배격하고 자유재량과 절충주의를 선호하는 저자는 IMF 환란 때 우리나라에 사회안전망의 확충, 노동의 유연성 확보, 경기부양을 위한 감세 정책과 더불어 민간부문을 중시하고 거시경제정책을 실행해 경기부양에 나서야한다고 권고했으며 실제 이라한 권고는 상당부분 정책화되어
효과를 본 것으로 알고 있음. 피터 드러커 등 경영학의 Guru는 저서를 통해 많이 만나보았지만 경제학의 석학을 이 책에서 만나 뵌 것이 기쁨이었음.
*2011.1. 22일
425.유럽의 걷고 싶은 길
*김남희 저/미래인 간(2010년)
*원숙한 전통과 문화가 자랑인 유럽의 국가들은 언제고 다녀오고 싶은 나라이기에 관심 갖고 읽었음.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스코틀랜드, 아일랜드와 잉글랜드의 명소 9곳을 둘러본 여행기를 수록한 이 책이 출간2년 만에 13쇄를 찍을 만큼 널리 읽혀지는 것은 유럽의 높은 상품성에 작가의 깔끔하고도 유려한 글 솜씨가 한 몫 했을 것이라는 생각임. 영국에서 유학을 한 경험 덕분에 다양한 문화의 유럽 제국들의 명소들을 특징 있게 그려낼 수 있고 이탈리아의 돌로미테나 프랑스의 샤모니를 산악인의 눈으로 옮겨놓을 수 있었을 것임. “무엇보다 여행이 가진 긍정의 힘을 전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염원이 이 책을 통해 충분히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생각임. 전체적인 디자인과 사진 등이 졸저“섬진강 둘레산줄기에서 길을 찾다”보다 빼어나 앞으로 졸고 출간 시 참고할 만함.
*2011. 1. 21일
424.고도를 기다리며
*사뮈엘 베케트 저/오증자 역/민음사 간(2010)
*벌써부터 읽고 싶어 했던 작품이라서 단숨에 읽어버리고 나자 고도는 과연 누구일까 하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음. 2막으로 나뉜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의 구성은 생각보다 심플해 이해하기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음. 등장인물도 에스타라공과 블라디미르 의 두 주인공 외에 3명이 더 나오는 정도이고 배경도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시골 길이어서 대사가 자칫 지루할 수 있다 싶은 데 중간 중간에 고도를 기다리는 대사가 끼어들어 화제를 모아주어 지루한 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음. 소년이 전해주는 고도의 안부 말을 보면 그리 대단할 것도 없고 신비로울 것도 없어 보이는 데 1952년 이 작품이 초연될 때 관객들이 모여든 것은 나타나지 않은 고도가 아주 가깝게 있다고 느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음. 우중충하고 깔끔하지 배경과 스토리 속에서 고도를 기다리는 자세만은 진지하면서도 명쾌해 나 역시 나만의 고도를 만들어 기다리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음.
*2011. 1. 14일
423.공감의 시대
*제러미 리프킨 저/이경남 역/민음사 간(2010)
*지구에서 영원히 발붙이고 살기 위해서는 20세기를 지배해온 경쟁의 문명에서 공감의 문명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는 저자는 여러 가지 사례들을 들어 독자들을 설득시키고 있는데 저자의 논지에 공감하는 바가 매우 큼.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및 수소혁명 등 저자의 저서 몇 권을 읽으면서 저자의 지식이 깊고 넓음에 이미 감탄했는데 이 책 또한 매우 감성적인 아젠다인 공감이라는 터미노로지의 영역을 확대해 열역학 제2법칙의 엔트로피 개념까지 동원하는 등 폭넓게 공감의 문명을 설명하고 있어 또 한 번 놀랐음. “20세기가 석유라는 엘리트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소수에게 부가 집중된 경제 체제였다”고 진단하는 저자는 “피크 오일이 지나고 세계화가 정점에 이르러 기존 경제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할 수 없게”된 또 한 편으로 “에너지-커뮤니케이션 혁명이 초래한 새로운 경제체제의 탄생”하고 있음을 목격했다 하는데 새로운 경제 체제야 말로 공감의 문명에 기반을 두고 발전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음. 무조건 반대만 일삼는 우리나라 환경운동가들의 식상한 주장만 듣다가 저자의 해박하고 정곡을 찌르는 신저 “공감의 시대”를 읽고 나자 나 나름대로 공감의 시대에 관한 개념이 잡힌 것 같음.
*2011. 1.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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