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독서산책(No.587-662)
662.사기
*이성규 편저/서울대학교 출판부 간(1999)
*14년 전 한 번 읽은 이 책을 다시 꺼내 읽게 된 것은 군포의 중앙도서관에서 이번 주부터 매주 월요일 2시간 씩 10회에 걸쳐 실시되는 사마천의 ‘사기’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했기 때문임. 먼저 나온 공자의 춘추가 편년체의 역사서라면 기전체의 기원을 연 사마천의 ‘사기’는 전체 주제가 중국고대문명의 형성과 발전을 다룬 역사서로, 그 내용은 편저자가 기술한대로 황제 이후 하-은-주의 흥망, 전국시대 이후 진제국의 흥망, 한흥(漢興)이래 무제기(武帝期)까지로 크게 3기로 구분되는 정치적 추이와 그 사이에 형성 발전한 사회와 문화의 제상(諸相)이라 하겠음. ‘사기해설’, ‘사기-제1편 서, 제II편 진제국의 흥망, 제III편 고대의 사회와 문화’로 구성된 이 책에서 ‘사기해설’의 한 파트인 ‘저술의 동기와 목적’, ‘사료의 비판과 구성’, ‘구성의 서술과 특색’등에 기술된 내용이 신선해 좋았음. 궁형의 치욕을 이겨내고 ‘사기’를 지은 사마천의 학자적 삶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음.
*2013. 12. 29일
661.인간의 가치관
*정원식 저/교육과학사 간(2013)
*대학교수로 일하다 1988년 국무총리로 지명되어 ‘인간심리와 그것이 교육이론과 실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강의’를 중단하게 된 저자가 대학에 다시 가게 되면 중단된 강의를 이어가겠다는 약속을 이 책으로 가름하겠다는 머리말을 읽고 나름 감동을 받은 것은 학문적 깊이는 보잘 것 없으면서 매명에 몰두하는 요즈음의 폴리페서들과 확연히 구별되어서임. 교육학계의 손꼽히는 원로의 한분이신 저자는 내가 다닌 대학의 교수였던 분으로 이분의 다른 저서를 읽은 바 있어 이 책의 주요내용을 이해하는데 이렇다 할 어려움은 없었음. ‘가치관의 개념’, ‘한국청소년의 가치관’, ‘가치관의 발달’, ‘가치관의 결정요인’과 ‘가치관의 개인차’ 등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을 읽어나가는데 작년 2학기 방송대에서 ‘인간과 교육’과목을 이수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음.
*2013. 12. 27일
660.문학의 숲에서 동양을 만나다
*김선자 저/웅진지식하우스 간(2010)
*방송대국문과를 다니며 이번 학기 ‘한문고전강독’을 수강하며 한문의 ‘시와 문’을 본격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이 내게 큰 덕이다 싶은 것은 한문과 중국의 문인들이 그리 낯설지 않게 되었기 때문임. “시경에서 홍루몽까지, 공자에서 이탁오까지 우리를 만든 이야기들, 우리의 정신유전자 3천년을 이어온 동양의 교양을 읽는다”는 저자의 말처럼 동양을 새로 조명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을 읽는 기쁨임. 소인(騷人)이 시인(詩人)을 뜻한다는 것은 ‘한문고전강독’을 통해 이미 알았지만, 그 어원이 굴원의 이소곡(離騷曲)에 있음은 이 책을 읽고나서 알았음. 사마천과 반고가 ‘사기’와 ‘한서’의 저자이면서 역사에 대한 사관이 다르다 함이 흥미로웠고 이백과 두보도 짧은 만남을 아쉬워했을 것임. 문학의 숲에서 저자의 안내 없이 동양을 만나 깊숙한 대화를 이어가려면 한문해독과 다독이 필수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음.
*2013. 12. 26일
658-659.을병연행록
*홍대용 저/정훈식 역/도서출판 경진 간(2012)
*이 책은 서장관으로 청나라에 사신으로 가는 계부 홍억의 자제군관이 되어 북경을 다녀온
담헌 홍대용의 연행기로 국문으로 쓰인 것을 정훈식이 현대어로 번역해 출간한 것임. 담헌 홍대용은 1731년에 태어나 1783년에 유명을 달리하기까지 실학에 매진한 학자임.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도 언급될 만큼 천문학에도 박학했던 보기 드문 과학자이기도 한 18세기 조선 북학파의 선구자인 홍대용이 북경을 다녀와서 지어낸 이 책은 중국의 역사 경관과 풍속, 자연경관에 대한 묘사가 세밀하고 풍부하여 가장 빼어난 수준의 연행록으로 평가받고 있음. 을유년인 1765년 11월2일 서울을 출발해 압록강을 건너고 심양과 산해관을 북경에 다다라 황성을 두루 유람하고 서산도 유람했음. 항주 선비와 천애지기를 맺고 아쉬움 속에 북경을 출발해 병술년인 1766년 4월8일 서울에 돌아오는 것으로 끝을 맺은 홍대용의 연행기는 당대의 북경을 자세히 그렸을 뿐 아니라 북경의 선비와 필담을 나누어 우리 선비의 시와 문을 한껏 뽐낸 것도 상세히 묘사했음. 조선조의 기행문학에 관심이 큰 바, 다시 한 번 읽어보고자 함.
*2013. 12. 25일
657.미완성의 완성
*장태현 저/관훈미술기획 간(2012)
*저자는 해방과 한국전쟁, 그리고 한국의 현대사를 몸소 현장에서 겪고 작년에 타계한 정치인(?)으로 앞서 출간된 ‘세월따라 붓따라’와 ‘막고동 소리’를 읽은 바 있어 친근감이 가는 분임. 한국산서회의 고문이신 김영도선생께서 지기였던 저자의 유작을 회원들에 배포해 마지막 이 책까지 읽을 수 있게 됐음. 서울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저자는 공화당사무국에서 차장까지 역임한 정치인이었으나 전두환 전대통령의 집권으로 정치에서 발을 떼고 기업인으로 일하기도 했음. ‘대학로의 세노인들’ 과의 인연을 소개하고 있는바 저자 자신과 김영도 선배, 김철 친구가 주인공으로 한 ‘대학로의 세 노인들’의 글을 읽고 오래 우정을 지속해가는 세 분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음. 투병생활 중에 쓴 글이라서 힘차보이지는 않았으나 격랑의 시대를 살아온 분의 진솔한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았음.
2013. 11. 21일
656.수전노
*몰리에르 저/정병호 역/청목 간(1999)
*17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극작가 몰리에르의 이름은 익히 들어온 바이지만 그의 작품을 찾아 읽기는 이번이 처음임. ‘희곡론’ 시간에 프랑스의 고전극인 몰리에르가 지은 ‘수전노’를 희극의 대표적인 작품임을 설명 듣고 나서 사 둔 것을 두 달 만에 다 읽은 셈인데, 연암박지원의 ‘양반전’을 연상케 하는 작품들이 여럿 실려 있음. ‘돌팔이 의사’에서 ‘의사의 처방도 죽어버린다는, 그런 터무니없는 짓을 해서는 안 되죠’라는 대목이 이 책의 백미로 17세기 프랑스의 사회상을 비꼰 내용이 거의 다였음. 이 책에 실린 ‘수전노’, ‘서민귀족’, ‘위선자 따르뛰프’, ‘스카펭의 간계’, ‘상상병환자’, ‘억지장가’. ‘재치를 뽐내는 아가씨들’과 ‘돌팔이 의사’ 등 모든 작품은 당대의 사회상을 풍자화한 희극임. 이 책을 통해 희극의 진수를 맛볼 수 있어 기뻤음.
*2013. 11. 10일
655.북학의
*박제가 저/안대회 역/돌베개 간(2007)
*이익의 성호사설에 이어 박제가의 저서 “북학의”를 꺼내 들은 것은 이참에 실사구시와 경세제민을 중시한 영-정조의 실학에 보다 가까이 접근하기 위해서임. 정조 때의 문장가이자 시인이며 사상가, 화가 그리고 서예가로 명성을 떨친 박제가는 서얼출신이나 신분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중용한 정조를 만나 웅지를 펼 수 있었는데, 이에 더하여 스승 격인 연암 박지원과 홍대용, 같은 서얼출신의 이덕무, 유득공 등과 교유함으로써 역작 “북학의”를 저술할 수 잇었다는 생각임. 청나라의 실용적 학문과 제도를 북학으로 총칭하여 이를 배워 부국강병을 이루자는 “북학의”는 내편, 외편, 그리고 진소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방송대 교재에 실린 ‘북학변’은 외편에 실린 북학편 3문의 하나임. 청나라의 수레, 선뱍, 벽돌 등을 제조 하는 기술과 농사 짓는 방법의 혁신을 통해 농업생산물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문물교류를 넓히자는 요지의 “북학의”는 이미 멸망한 명을 존숭한 나머지 청을 비하하는데 열중이었던 당대의 사대부에는 혁명적인 것이자 위협적인 것이어서 박제가는 정조가 승하한 이후 유배를 가는 등 고초를 겪다가 1805년 56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함. 내편에서 청의 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해 중국어를 배워야 한다는 박제가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싶은 것은 훈민정음에 대한 비하 의식이 내재되어 있고 또 번역서를 널리 보급하는 방법도 있지 않나 해서임.
*2013. 11. 8일
654.궁극의 시학
*안대회 저/문학동네 간(2013)
*‘스물네 개의 시적풍경’이라는 부제를 달은 이 책은 중국의 시학 저서인 “詩品”에 바탕을 두어 24개의 주제를 갖고 그림과 비교해가며 한시를 감상하는 책임. 시학은 동아시아 미학의 마르지 않는 원천이라고 한 저자는 ‘시품’과 ‘문심조룡’, 그리고 ‘창랑시화’를 영향력 있는 저서로 뽑았음. ‘시품’은 추상적인 24가지의 품격을 묘사한 것으로 4글자 12구 48자로 짜인 운문으로 24개의 품격을 읊은 시를 모두 쳐도 전체 글자가 1,152자에 불과한 저서임. 품격을 설명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시품’에 제시된 품격은 웅혼, 충담, 섬농, 침착, 고고 등으로 각 품격에 대해 우리 선현들이 지은 한시와 겸제 정선의 그림, 그리고 중국화가 반시직 등의 그림이 같이 실어 이해를 돕고 있음. 차분한 마음으로 다시 한 번 읽어볼 만한 저서임.
*2013. 11. 5일
653.성호사설
*이익 저/최석기 역/한길사 간(2011)
*육십 넘어 정말 잘 결정했다 싶은 것은 방송대 국문과에 입학한 것으로, 그 덕분에 성호사설의 인사문편에 실린 ‘食肉’의 원문을 교수의 강의를 인터넷으로 들으며 해독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음. 이익(1681-1763)조선 영조 때의 실학자로 조정에 출사하지 않고 학문에 매진해 “성호사설”같은 역저를 냈음. 벼슬길에 나갔다가 돌아오기까지를 30년으로 잡은 이익은 그간 각종 과거시험에 합격하는 사람은 2,330명인데 관직은 500여 자리 밖에 안 되어
각종 부조리가 성행한다며 과거제도의 손질이 필요하다 했음. 이 책을 보고나서 꼭 기억하고 싶은 내용은 책을 덮으면 곧 잊어버릴 책을 읽는 것은 밥을 먹는다고 밥이 항상 위속에 있지 않지만 그 영양분이 몸을 윤택하게 하듯이 책 또한 저절로 길이 진보하는 효과가 있다고 현곡 조위한이 한 이야기를 옮겨놓은 부분임.
*2013. 11. 3일
652.조선전기 우언소설
*윤주필 옮김/문학동네 간(2013)
*방송대국문과를 다니면서 제목만 들어온 조선 전기의 우언소설을 직접 접해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인데도 공연히 문치적거리다가 몇 달 만에 다시 잡아 뒤이어 읽느라 감흥이 반감되었음. 이 책에 실린 작품은 신광한의 “안빙몽유록”과 “서재야회록”, 조식과 김우옹의 “신명사도명과 천군전”, 임제의 “원생몽유록”과 “수성지” 등으로 15세기의 “금오신화”와 17세기의 “홍길동전”을 가교 짓는 16세기의 작품이라는데 문학사적 의의가 있다 하겠음. 문학사적 의의는 전대의 김시습이 지은 본격적인 전기소설인 ‘금오신화“나 후대에 허균이 지은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에 비할 바 못되겠지만 몽유록이란 장르를 안착시킨 소설이라 평가할 만하다는 생각임.
*2013. 11. 1일
651.장화홍련전
*구인환 엮음/신원문화사 간(2003)
*조선조 소설 중 계모형 가정소설의 대표작으로 뽑히는 장화홍련전 외에 콩쥐팥쥐전과 옥낭자전이 같이 실려 있는 이 책은 고소설을 오늘날의 젊은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엮어 놓은 것이어서 편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음. 세 소설의 공통적인 주제는 권선징악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으로 이 중 옥낭자전은 사실적 표현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음. 장화홍련전과 콩쥐팥쥐전은 어렸을 때부터 들어온 터라 줄거리가 쉽게 잡혔음. 옥낭자전은 이 책이 처음으로, 옥낭자가 정혼한 남편을 구해내는 스토리를 중심으로 엮어간 애정소설임. 여성주의자들에는 몹쓸 책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 싶음.
*2013. 10. 22일
650.운영전
*구인환 엮음/신원문화사 간(2012)
*운영전 외에 이 책에 함께 실려 있는 영영전과 백학선전이 원저자와 저작시기가 분명하지 않은 조선조의 애정소설로 구인환 교수가 새로 엮어 읽기에 전혀 문제가 없는 고전임. 운영전은 김진사와 궁녀 운영간의 애절한 사랑을 선비 유영이 전하는 형식의 액자소설이어서 눈길을 끌 만함. 영영전 또한 선비와 궁녀간의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우연성과 신기성이 많이 사라지고 개연성이 높아져 구성이 탄탄하고 표현이 현실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잇음. 백학선전은 앞의 두 작품과 달리 중국을 무대로 한 작품으로 우연성과 전기성을 벗어나지 못해 애정소설의 주제가 충분히 살아나지 못했다고 구인환교수는 평하고 있음. 조선조를 살았던 조선여인들의 애정관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임.
*2013. 10. 20일
649.예술론
*지그문트 프로이트 저/이용호 역/백조출판사 간(1968)
*집사람에게서 물려받은 책을 뒤늦게 읽은 것은 내용이 그다지 눈에 익지 않은 예술론을 심리학적 접근해 쓴 책이어서 그랬음. 이 책에서 상술한 예술가는 레오나르드 다빈치, 고르기, 미켈란젤로, 도스프예스키 등으로 출생과 성장과정이 이들의 천재적 예술성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것이 주 내용 같은데 다 읽고도 핵심내용을 파악하지 못해 어쩡쩡한 상태에서 이 글을 쓰고 있음. 저자가 풍부한 인격을 가진 인물로 이해하고 있는 도스토에프스키를 시인으로서, 노이로제 환자로서, 윤리가로서 그리고 죄인으로서 분석한 저자는 도스토에프스키를 윤리가로 평가하는데 의문을 표하기도 했음. 이 책은 내가 소장한 1,800여권의 책 중 가장 오래된 책으로 45년에 출간되었으며 집사람이 관심 갖고 본 책이어서 다시 한 번 차분히 읽어보고자 함.
*2013. 9. 19일
648.대한민국 역사
*이영훈 저 / 기파랑 간(2013)
*“이 책의 키워드는 나라만들기”라고 언급한 저자는 독자들에 해방에서 1987년까지 대한민국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대한민국의 건국주체들이 추구한 가치가 무엇이었나를 힘주어 가르치고 있음. 일본제국이 남겨 놓은 생산시설이 몰려 있는 북한에 비해 열등한 위치에 놓인 남한이 북한을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삼고 이를 지키고자 애써온 덕분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인 듯함. 나 또한 이점 동의하는 바여서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실증적인 접근에 고개가 숙여졌고 이승만과 박정희 두 분의 지도력으로 오늘의 번영을 가져왔음에 두 분에 감사하고자 함.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의 친북정책으로 북한을 따르는 종북세력들이 어렵지않게 우리나라 문화권을 장악한 것은 상당히 우려되는 바로 이 세력들을 척결하지 않고는 이 땅에 진실과 정의가 뿌리내리기 힘들겠다는 생각임. 저자의 용기에도 박수를 칠 생각임.
*2013. 9. 17일
647.세일즈맨의 죽음
*아서 밀러 작/강유나 역/민음사 간(2013)
*방송대국문과에서 희곡과목을 학습 중인 이번 학기에 비극과 희극을 몇 편 찾아 읽어볼 뜻을 갖고 있는바, 그 첫 번째 읽은 작품이 ‘세일즈맨의 죽음’임. 본서는 미국의 아서밀러가 지은 희곡으로 현대비극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퓨리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함. 회사에서 3년 가까이 영업부장 직을 맡아 일했던 내게는 방문판매원인 윌리의 삶을 그린 이 작품이 리얼하게 느껴졌음. 잘나가던 미국의 중산층이 대공황을 맞아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고, 사회적으로 하층으로 분류되는 영업사원으로 일해 온 윌리의 생활고는 날이 갈수록 더해졌는데 그의 두 자식은 사고를 치는 등의 소행으로 윌리를 힘들게 했음. 궁극에 자살을 하고 마는 윌리의 죽음이 단순히 무능한 가장의 개인적인 죽음이 아니라는데 당대 미국사회의 고민이 있었다는 생각임. 194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지금도 세계 도처에서 공연되는 불후의 비극작품임.
*2013. 9. 12일
646.우리는 그곳에 있었다
*박준기 저/ 꿈결 간(2013)
*대학교 다닐 때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암벽등반에 홀딱 빠진 적이 있어 히말라야나 알프스의 고봉을 오르는 등반기가 낯설지는 않음. 그래도 록클라이밍에 발 끊은 지가 하도 오래되어 이런 종류의 책을 읽는 동안 크게 감흥이 일지 않아 요즘은 그런 류의 책을 잘 읽지 않는 내가 히밀라야의 7천m급 가셔브롬4봉의 등정기인 ‘우리는 그곳에 있었다’를 읽은 것은 한 달 전에 가입한 ‘산서회’에서 추천해서임. 영화감독이자 사진작가이며 산악인인 저자 박준기가 감칠맛나게 풀어간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경동고등학교 후배인 조성대와 유학재동문임을 접하고 놀랍고 반가웠음. 경동이 자랑하는 산악인 조성대 후배는 작년에 이 세상을 떴고, 유학재후배는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음. 등정주의를 뛰어넘은 등로주의를 표방하여 몸소 실천해 가셔브롬4봉에 코리언 루트를 남긴 것은 우리나라 산악사에 기록될 쾌거임에도 공인문제로 뒷이야기가 도는 것은 여성산악인 오은선의 히말라야의 8천m급14봉완등을 인정하지 않는 건과 유사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함. 작가가 두 산악인과 지우 관계에 있어서인지 전편에 애정 어린 작가의 시선이 느껴지는데 일반독자에게는 어찌 받아들일지 궁금하기도 함.
*2013. 9 7일
645.맛이란 무엇인가?
*최낙연 저/예문당 간(2013)
*맛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답은 향기라고 말하고 싶어 이 책을 쓴 것이 아니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자는 향기가 맛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음. “조물주는 우리로 하여금 살기 위해 먹도록 명령했으며, 식욕으로써 그것을 권고하고, 맛으로써 지원하며 쾌락으로 보상한다‘는 브리아 사바랭의 언급이 참으로 적절했음을 이 책을 읽고 나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음. 원래 맛에 단맛, 짠 맛, 신 맛, 쓴 맛이 있음은 익히 알아온 바지만 감칠 맛이 추가되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음. 이 책에 의하면 우리는 식품의 본질인 98%는 맛을 느끼지 못하고 고작 2%만 맛과 향, 그리고 색으로 느끼며, 세상의 모든 맛은 5가지 맛에 0.1%도 안 되는 향의 차이일 뿐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임. 언론의 식품안전성에 대한 보도의 허구성을 지적한 부분도 눈여겨 볼만 한 대목임.
*2013. 9. 4일
644.선운사
*고영섭, 강현, 유마리, 손재식 저/대원사 간(2007)
*선운사는 전북 고창에 위치한 천년 고찰로 동백꽃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곳임. ‘빛깔 있는 책들’이라는 소제목을 단 이 책은 총139페이지의 소책자로 글이 간결하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사진이 깔끔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잘 편집된 소책자임. 선운사 가람에 담김 역사와 선운사 사찰 배치 및 각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보여주고 사진을 적소에 배치해 이해를 도와주도록 했음. 지난 4월 안양문화원의 탐방프로그램에 참여해 이 절을 찾은 것이 세 번째로 뒤뜰의 동백꽃을 사진으로 담아오기도 한 바 있어 더욱 이 책에 실린 내용이 생생하게 느껴졌음.
*2013. 8. 28일
643.한국대표시인101인 선집-김춘수
*김춘수 저/문학사상사 간(2006)
*더할 수 없이 훌륭한 시인이라는 명성만 들어온 시인 김춘수의 시집을 사들고 얼마간 묵혀두었다가 꺼내 읽었음. 1922년 통영에서 태어나 반세기 넘게 시작활동을 해온 시인은 소설 및 수필집을 낼 만큼 한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 작품활동을 해온 것으로 적혀 있으나 주로 시를 창작한 분이어서 시인으로 명명하는 것이 옳을 것임. “인간들 속에서/인간들에게 밟히며/잠을 깬다./숲속에서 바다가 잠을 깨듯이/젊고 튼튼한 상수리나무가 서 있는 것을 본다./남의 속도 모르는 새들이 금빛 깃을 치고 있다.” 인용 시는 ‘처용’의 전문으로 신라의 처용을 “인간들 속에서/인간들에게 밟히며/잠을 깬다.”의 구절을 갖고 오늘의 인물로 형상화하는 시인의 고뇌가 엿보인다 하겠음. 무의미의 시에 들어가면 난해해 가까이하기가 부담스럽다는 생각임.
*2013. 8. 25일
642.한국지명 신연구
*도수희 저/제이엔씨 간(2011)
*地名이 함축하고 있는 것이 이리도 다양하고 소중한 것인가를 알게 한 이 책의 저자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함. 방송대 국문과의 한 과목인 ‘우리말의 역사’에서 고대국어를 접했고 경덕왕이 지명을 바꾼 것을 삼국사기에서 확인하면서 지명의 변천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국어학적인 접근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는데 이 책을 보고 저자가 강조한 점이 나와 같다는데서 후학의 기쁨이 느껴졌음.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던 소부리(所夫里)를 부여(扶餘)로 개명한 것이 경덕왕 때라는 것도 이 책에서 알았으며 소부리가 변해서 오늘의 서울이 되었으며 서벌, 서라벌 등의 신라어보다 선행한 원조임도 처음 알았음. 언어와 역사와의 관계를 손등과 손바닥의 관계로 비유한 저자는 어휘 중에서 활용도가 가장 높은 것이 지명이라 했으며 , 그 이유로 지명은 사람이 활약하는 땅의 이름이며, 고유명사 중에 그 수가 가장 많고, 어휘 가운데 보수성이 가장 강하며, 한 번 생성되면 본래의 지칭 지역 내 어딘가에 화석처럼 잔존하는 것을 들었음. 때문에 지명학은 역사학이 아니고 국어학의 하위분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주장으로 나 또한 같은 생각임.
*2013. 8. 22일
641.문명이야기-동양문명(1-1)
*윌 듀런트 저/왕수인-한상석 역/민음사 간(2012)
*‘문명이야기’는 세계적인 문명사학자인 윌 듀런트가 1927년에서 1975년까지 50여년이 넘은 오랜 연구 끝에 인류문명 1만년의 역사를 모두 11권(한국어판 22권)으로 간추린 기념비적인 대작으로 이 책의 표4에 적혀있는데 수메르에서 일본까지의 동양문명을 담은 첫 권을 읽고 나서 과연 그러하다 하면서도 읽어나가기가 그리 만만치 않은 책이라 생각했음. 이 책에서 정의된 ‘문명’이란 문화창조를 촉진하는 사회적 질서를 말하며, 문명을 구성하는 네 가지 요소로 물자비축, 정치조직, 윤리적 전통, 지식 및 예술추구 등을 들었음. 문명에 대한 정의도 낯설었고 구성요소도 과연 그런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고 이 책을 읽느라 힘들었으며, 그리해서도 문명에 대한 이해가 명쾌하지가 못했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임. 수메르, 이집트, 바빌로니아, 아시리아, 여러민족들, 유대, 페르시아가 이 책에서 논의된 동양문명의 국가명으로 모두 근동의 나라들임. 22권 중의 첫 권이어서인지 이 책이 문명개설서의 역할을 도맡았다는 생각도 들었음.
*2013. 8. 18일
639-640.황금가지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J. G. Fraser) 저/박규태 역/을유문화사 간(2012)
*북이탈리아의 네미 호수 옆에 자리한 ‘디아나의 숲’이라 부르는 신성한 숲속에 황금색 가지를 지닌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함. 칼을 든 한 남자가 밤낮없이 그 나무를 지키고 있었으니 그는 사제이자 동시에 살인자였던 것이 그는 나무를 지키던 전임자를 살해하고 황금가지를 꺾은 후 비로소 사제가 되었기 때문이라는 설화에서 이 책의 제목을 따온 것임. 1854년에 태어나 1941년에 세상을 뜬 영국의 고전인문학자 J. G. 프레이저의 역저인 이 책은 12권짜리를 축약한 것으로 1-2권 모두 합할 시 장장 1,600페이지가 넘는 대작이어서 계속해 읽어나가기가 쉽지 않았음. 본서에서 인류의 종교와 성생활, 다양한 제식과 축제를 다룬 저자는 고대인의 삶이 단순하다는 일반론을 뿌리치고 원시 인류가 복잡한 미술과 금기, 미신과 얽혀 있음을 보여주었음. 과학은 주술과 상당부분 공통점을 갖고 있는 바, 주술이 의존하는 질서는 인간정신에 떠오르는 관념의 질서를 잘못된 유추에 의해 확대시킨 것임에 반해 과학이 규정하는 질서는 자연현상 자체에 대한 근면하고도 정확한 관찰에서 도출된 것으로 적고 있음. 주술과 종교와 과학은 사유의 이론일 뿐이어서 과학도 언젠가는 좀 더 완벽한 어떤 가설에 의해 대체될 수 있음을 일러준 저자의 혜안에 고개가 끄떡여졌음.
*2013. 8. 16일
638.용비어천가의 성립과 수용
*김승우 저/보고사 간(2012)
*존재하는 것은 모두 변화한다는 명제가 참임을 확인한 저서임. 조선건국의 칭송하기 위하여 세종대왕 때 지은 용비어천가가 어떻게 지어졌고 어떤 변천을 겪었으며 역사적 의미는 무엇인가 등 용비어천가의 거의 모든 것을 보여준 이 책의 저자가 나보다 한 세대 차가 나는 젊은이라는데 놀랐음. 용비어천가에 관한 논의가 크게 국어학, 국문학, 역사학, 서지학분야의 대별되고 각각의 논의를 개략한 이 책은 저자의 박사학위논문의 콘텐츠를 따온 것으로 그 목차는 서론, 용비어천가 제작의 주요 배경과 기반, 세종조의 용비어천가 활용과 논의, 용비어천가의 수용과 변전양상과 결론으로 구성되어 있음. 세종이 실록을 친람한 것은 용비어천가 창작의 밑 자료를 구하기 위해서인데 그 폐해를 체감해서인지 세종은 실록을 어느 누구도 보지 못하게 했다함.
*2013. 8. 14일
637.시경
*김학주 역저/명문당 간(2010)
*중국의 가장 오래된 시가집인 ‘시경’을 한 번 읽었다는 것만으로 충분치는 못하나 장장 1,020페이지에 실린 중국의 시들을 본격적으로 만나봤다는 데 그 의미를 두고자 함. 방송대국문학과 졸업논문을 쓰다가 한 번 읽어보자고 마음을 먹고 단 이틀에 읽어치웠지만, 그렇게 속독을 해서라도 한 번 다 읽고 다시 한 번 한시를 직접 써보며 읽어볼 생각임. 오래된 한시라서 엄청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번역본이어서인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는 생각임. 중국문학에 시경이 끼친 영양이 지대했다면 우리 국문학에 미친 영향 또한 컸으리라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임. ‘순자’를 읽으면서 ‘시경’의 시들이 많이 인용된 것을 보고 과연 고전이다 한 ‘시경’은 낮은 백성들로부터 사대부를 거쳐 제후나 천자들이 연주하던 노래의 가사도 포함해 그 내용이 상당히 다양한 편임. ‘시경’을 최고의 경전이라 칭할 만한 것은 중국의 문학뿐만 아니라 중국고대의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가장 중요한 역사기록이기 때문일 것임.
*2013. 8. 13일
636.순자
*순자 저/김학주 역/을유문화사(2011)
*방송대학교국문학과의 졸업논문을 쓰면서 만난 제자백가의 한사람이 순자임. 하늘에 대해 사천사상을 가진 맹자와는 달리 순천사상을 가진 순자의 자연관은 순응적자연관이라 하겠음. 하늘을 무조건 무섭다고 외경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하늘을 자연으로 보고 운동의 질서를 이해하고 변화를 파악해 그 질서에 부응하여 활용해 살아가는 것이 순리라는 생각을 가진 순자의 사상은 어느 제자백가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 하겠음. 제1편 ‘학문을 권함’의 1권에서 제32편‘요임금과 순임금의 대화’의 총20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는 성악설을 기초했으며, 사회조직과 예의를 강조하고 법, 제도, 형벌의 사용을 주장한 점이 성선설을 주창한 맹자의 왕도정치와 크게 다른 점이라 하겠음. ‘순자’의 문장은 논점이 명확하고 치밀한 논설체로 훗날 산문문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역자의 평가에 공감 가는 바 큼.
*2013. 8. 11일
635.이제 우리들의 잔을
*이청준 저/문학과 지성사 간(2011)
*2008년 여름 동시대를 살아온 작가 이청준선생의 부음 소식을 듣고 안타까워하다가 유작인 “신화의 시대”를 읽은 후 5년 만에 장편소설 “이제 우리들의 잔을”을 다시 읽고 나니 선생의 생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음. 1969-1970 년 중 총230회에 걸쳐 “원무”라는 제목으로 조선일보에 연재된 소설을 개명한 것으로 비슷한 시기에 한 여성지에 동명의 제목으로 연재된 “이제 우리들의 잔을”과는 다른 작품임. 이 작품을 읽으면서 초반부에는 선생의 작품답지 않게 통속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내 선생 특유의 서사가 전개되어 고향에 찾아 온 듯이 평안한 마음으로 읽어내려 갔음. 두 편의 “이제 우리들의 잔을”에서 상호텍스트성의 원리에 의해 서로 중첩되고 연결되면서 하나의 커다란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한 문학평론가 손정수는 여러 내러티브들이 병립하고 교차하며 순환하고 있음을 이야기했음. 선생의 소설 중 보기 드물게 편히 읽히는 이 작품을 읽고 나서 ‘우리들의 잔’이 있기는 있는 것인지 더 궁금해졌음.
*2013. 7. 18일
634.동서양 문학에 나타난 자연관
*김경수 외 9명 공저/보고사 간(2005)
*문학, 역사, 철학을 모두 어우르는 인문학은 인간학 또는 인간과학임에도 그 중요도에 대한 적극적인 평가가 점점 줄어드는 것은 잘 산다는 개념에 대한 정의가 바뀌어서일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경제적 부만이 아니고 사람답게 사는 삶이 중요한 평가요소라 생각한다면 사람답게 사는 삶을 성찰하게 하는 인문학이 이리 냉대 받을 수 없을 것 같아서임. 동서양에 나타난 문학에 나타난 자연관을 극명하게 대립시켜본다면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고 자연과 대립하여 자연을 극복하고 활용하는데 가치를 두어온 서양의 자연관이 세를 얻어가면서 인문학의 입지가 줄어든 것이 아닌가 싶음. 동서양의 자연관을 다른 3편의 논문과 동양문학에 나타난 자연관의 3편, 그리고 서양문학에 나타난 자연관의 3펴 등 총 10편의 논문이 수록된 본서는 중앙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에서 펴낸 역저임. ‘T. S. 엘리엇의 생태학적상상력’은 차분히 다시 읽어볼 생각임.
*2013. 7. 16일
633.동양의 자연관
*안종수 저/한국학술정보(주) 간(2006)
*동양의 자연관은 자연에 순응적이고 소극적일 것이라는 선입관을 갖고 이 책을 읽었는데 내 선입관이 반쯤만 맞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확인했음. 적어도 ‘서경’에 나타나는 자연관은 보다 적극적인 것이었고 그 실례로 우임금의 치수를 들었음. 시경의 자연관, 서경의 자연관, 주역의 자연관, 예기-월령의 자연관, 공자의 자연관, 맹자의 자연관, 순자의 자연관, 노자의 자연관, 장자의 자연관, 여씨춘추의 자연관과 회남자의 자연관 등 다양한 자연관을 소개한 이 책은 제목과는 달리 중국의 자연관을 조감한 책임. 자연과학을 전공한 내게는 자연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을 강조했을 뿐만 아니라 또한 자연을 보호해야한다는 순자의 자연관에 마음이 끌렸음. 노자의 자연관이 문제제기에 그친 감이 드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해서임.
*2013. 7. 15일
632.한국시가의 자연관
*조기영 저/(주)북스힐 간(2005)
*방송대국문과 졸업논문에 참고자료로 활용하고자 보게 된 이 책에서 한국시가의 자연관을 개관할 수 있었다는 것이 크게 다행임. 오래 전부터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온 우리 선조들의 시가 속에 녹아 든 자연관은 시대에 따라 어느 정도 변천은 있어왔으나 자연의 질서에 순응해온 것은 사실임. 이 책은 서론, 자연미의 수용과 화의론, 고전시가에 나타난 자연관, 귀거래의 수용과 시적 전개, 조선시대의 관물정신과 형상의식, 한국한시의 자연이해, 한국시가에 나타난 자연관의 유형 및 결론 등 총 8장으로 구성, 한국시가의 자연관을 상세히 다루고 있음. 자연과 인간의 조화는 인류의 항구적인 본질로 초시대적인 명제에 해당되는데 이 책에서 우리 시가문학에 나타난 한국인의 자연관을 탐색해 보았음.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지혜 또한 자연관의 결실이라 본다면 보다 디테일한 후속작업도 필요할 것으로 봄.
*2013. 7. 14일
631.한시미학산책
*정 민 저/휴머니스트 간(2010)
*한시의 깊은 맛과 멋에 빠질 수 있다면 국문학 공부가 더 즐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벌써 했으면서도 역부족을 실감한 것은 무엇보다 한자 및 한문 실력 부족임. 이에 하나 덧붙인다면 산행기나 에세이를 주로 써온 나로서는 함의가 깊은 시어들을 이해하기에 많이 부족해서인데 이 책이 시어의 이해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많이 거들어주었음. 우선 흥미를 느낀 것은 저자의 감칠맛 나게 풀어가는 이야기 솜씨 덕분이고 또 하나는 지난 학기 조동일교수의 ‘한국문학통사’에 나오는 시들을 모두 필사를 해봐서일 것임. 한시의 언어 미학, 사의전신론, 입상진의론, 당시와 송시, 한시의 정운미, 모호성에 대하여, 정경론, 시안론, 고음론, 시마론, 시궁이후공론, 기상론, 시참론, 잡체시의 세계1-2, 한시의 쌍관의, 파격시의 세계, 관물론, 선시, 산수시, 유선시, 시사와 사시, 정시, 상동구이론과 통변론 등 26개 테마를 선정해 한시론을 풀어간 저자가 뜻하고자 하는 것은 한시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전해 이해를 돕게 하는데 있으며, 이 책은 그 의도를 충분히 수행했다는 생각임.
*2013. 7. 13일
630.어제까지의 세계(The world until yesterday)
*재레드 다이아몬드 저/강주헌 역/김영사 간(2013)
*이 시대의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역저 ‘어제까지의 세계’를 읽고 나자 역시 석학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음. ‘총, 균, 쇠’, ‘침팬지’, ‘문명의 붕괴’를 읽은 바 있어 본서의 문체가 눈에 익었고 표현도 난해하지 않아 속도를 내서 읽었음. ‘친구와 적’, ‘평화와 전쟁’, ‘어린 아이와 노인’, ‘위험과 대처’, ‘종교와 언어, 그리고 건강’의 4부로 구성된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역설하고자 하는 것은 지금보다 더 잘 살기 위해서는 전통사회로부터 배울 것은 배워 살아가라는 것임. 저자가 권하는 배울 만한 전통은 전통사회의 양육법. 노인의 대우, 분쟁해결방법, 위험관리, 다중언어사용, 건강한 생활방식과 종교에 대한 인식 등으로 특히 다중 언어 사용이 포함된 것은 생각지 못했음. 인류가 다른 동물들보다 뛰어난 점이 바로 전통사회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함.
*2013. 7. 9일
629.소금/인간문제
*강경애 저/문학사상사 간(2006)
*일제 강점기에 작가로 활약한 강경애는 최서해에 버금갈 만한 사실주의 작가로 노동자와 농민 등의 고통스런 삶과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여류 소설가임. ‘소금’과 ‘인간문제’모두 한 번 읽은 작품인데도 아주 반가운 마음으로 두 작품을 다시 읽었음. 당대의 사회상과 사회의 저변을 이루고 있는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의 삶을 곡진하게 그려낸 작가의 문학적 역량에 찬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일었음. 불과 한 세기도 지나지 않은 최근세의 일이자만 가난을 몸소 겪은 나 자신도 오늘의 풍요로움에 눈이 가려 제대로 보고 있지 못하다는 자책감을 갖게 했음. 문학평론가가 권영민의 지적처럼 소설가 강경애의 소설문학은 한국소설사에서 하나의 도전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으로 기록될 만한 것으로, 특히 이 두 작품이 그러하다는 생각임.
2013. 6. 25일
628.한글 산경표
*현진상 저/풀빛 간(2000)
*저자가 관련학문에 능통하거나 전문적인 저술가가 아니어서 한 지인이 한 번 읽어보라며 건네준 이 책을 한 동안 처박아 두었다가 돌려줄 시점이 다 된 것 같아 꺼내 읽었는데 그러기를 참 잘 했다는 생각임. 많은 산악인들에 널리 읽히고 회자되는 ‘산경표’를 편찬하는데 여암 신경준의 ‘산수고’가 크게 참고 되었음은 분명하나 직접 저술한 것이 아님을 문헌 자료를 통해 밝히는 등 나름대로 실증에 애를 쓴 흔적이 묻어나는 책이라 하겠음. ‘산경표란’, ‘한글 산경표-우리나라 산의 족보’, ‘산경표연구-조선광문회본 산경표와 증보문헌비고, 여지고 산천의 분석’등으로 구성된 이 책을 읽고 나서 산경표에 관한 의문이 많이 풀렸음. 지방공무원인 저자의 백두대간를 비롯한 우리 산에 대한 직극한 사랑이 이 책을 낳았다는 생각임.
*2013. 6 15일
627.중국사를 움직인 100대사건
*홍문숙-홍정숙 엮음/청아출판사 간(2013)
*주나라부터 중화인민공화국에 이르기까지 중국역사에 기록될만한 역사적 100대사건을 선정하여 사건 경위와 그 영향을 등을 간략히 기술한 책으로 중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 생각됨. 1950년 북한의 침략으로 야기된 ‘한국전쟁’도 100대사건에 포함된 이 책에는 제1장 주나라부터 진나라까지 고대중국의 국가들, 제2장 한나라부터 수나라까지 천하의 분열과 재통일, 제3장 당나라부터 송나라까지 화려한 문화가 꽃피다, 제4장 원나라부터 청나라까지 역사의 무대가 확장되다, 제5장 개혁의 물결과 현대중국의 성립 등 모두 5장으로 나누어 실은 100대사건을 다 읽어보고 느낀 것은 역사는 반복된다는 명제가 참이라는 것이었음. 주나라부터 3천년이 지나는 동안 일어난 사건이 일정한 패턴을 갖는 것은 정치지도자나 민중들이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했기 때문일 것임. 또 하나 훌륭한 정치지도자를 만나는 것만큼 백성들에 기쁜 일이 따로 없을 것이라 생각하자 박정희라는 걸출한 인물을 정치지도자로 가졌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싶음.
*2013. 5. 31일
626.누구를 위한 미래인가
*앨빈 토플러 저/김원호 역/청림출판 간(2012)
*신간으로 알고 인터넷을 통해 구매했는데 막상 펴보니 옛날에 사 본 “예견과 전제”의 새로운 이름의 책이어서 조금 실망했으며, 신문광고에 영어로 원제를 실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음. 1971년 대학졸업반 때 정범모교수의 추천으로 사 본 ‘미래의 충격’이 내가 읽은 토플러 최초의 책으로 이만한 책이 다시없다 하면서 아껴 읽고 나서 뒤이어 나온 ‘제3의 물결’을 읽고 저자에 존경의 마음이 절로 일었던 일이 생생하게 기억남. ‘사우스 앤드 프레스’ 편집진과의 대담내용을 책으로 엮은 이 책의 주 내용은 미래의 전제인 오늘을 진단하고 미래를 제대로 예견해 나름대로의 미래에 대한 대비를 위한 지혜라 하겠음. 30년 전에 쓴 책이어서 ‘미래의 충격’이나 ‘제3의 물결’을 읽을 때처럼 흥분되지는 않았으나 저자의 통찰력과 예견력이 빼어남은 이 책을 통해서 다시 읽었음.
*2013. 5. 20일
625.산경표
*신경준 저/박용수 해설/푸른산 간(1990)
*일제강점기인 대정2년(1913년) 조선광문회가 간행한 산경표를 그대로 싣고 박용수님의 해제를 부기한 이 책의 원저자는 영조시대의 여암 신경준으로 알려져 있음. ‘훈민정음 운해’와 ‘동국문헌비고’의 ‘여지고’를 담당하고 ‘강계지’, ‘산수경’의 지리서와 ‘팔도지도’ 등 지도를 제작한 신경준이 이 책을 썼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여러 정황으로 보아 신경준의 작품으로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인 것 같음. 이 ‘산경표’는 ‘산경’을 바탕으로 옆에 이수(里數)를 부기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며 산경표의 정보를 취해 백두대간과 정맥을 종주하는 산꾼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도 사실임. 나 또한 1대간9정맥의 거의 다를 종주해 남은 구간이 약30Km 에 불과한 바 산경표는 내게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책임. 박용수님의 간단명료한 해설도 돋보이는 책으로 다시 한 번 정독하고자 함.
*2013. 5. 7일
624.인물전설의 의미와 기능
*조동일 저/영남대학교민족문화연구소 간(1994)
*설화문학의 현장조사서이자 본격적인 연구서여서 눈에 익지는 않으나 이런 종류의 책을 몇 권 더 읽으면 설화문학에 흥미를 가져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음. 경북 영덕군의 영해 일대에서 채록한 인물전설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저자 나름대로의 이론에 의거 인물전설의 의미와 기능에 대한 소과 실려 있음. 조사방법과 자료에 대한 개괄을 내용으로 하는 서론과 김부대왕, 박세통, 우탁, 나옹, 박경보, 남사고, 지체 높은 분들, 신유한, 방학중과 신돌석 등의 영해의 인물 또는 영해와 관련된 인물들에 관 한 전설을 채록한 각론, 그리고 구조적 이해, 사회적 이해,역사적 이해의 총론으로 삼분된 이 책이 읨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저자가 언급한 대로 구비문학의 경우 자료학이 바로 이론학이고, 이론학이 바로 자료학이어야 할 것이기 때문일 것임.
*2013. 5. 5일
623.이승만의 삶과 국가
*오인환 저/나남 간(2013)
*대한민국의 초대대통령 이승만의 공과 과를 이 책을 통해 보다 자세히 알 수 있었음. 누가 뭐라 해도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하는데 초석을 다진 것은 이승만 대통령으로 나라세우기(National Building) 하나 만으로도 국부로 추앙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임. 해방 후 혼란기에 이 나라의 정체성을 반공에 둔 것은 지극히 현명한 판단으로 그것은 중국의 자유 시장도입에 따른 경제성장과 공산주의를 고집해온 북한의 경제파탄이 말해주고 있음. 반공포로석방으로 결실된 한미상호방위조약체결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국부 달성이 절대 불가능했다는 것이 이승만 대통령을 재평가하는 많은 학자들의 공통된 판단인 것 같음. 이대통령이 세운 나라를 보다 나라답게 만든 것은 박대통령의 치적이었고 뒤이어 정치의 민주화가 확고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임. 사실에 근거해 차분하게 이승만대통령의 공과 과를 평가한 저자의 내공이 읽혀지는 책이었음.
*2013. 4. 29일
622.적도
*현진건 저/문학사상사 간(2005)
*20세기가 시작되는 1900년에 태어나 해방을 2년 앞둔 1943년에 타계하기까지 현진건은 장편6편과 단편20편을 남겼다 하는데 이 책에는 장편 ‘적도’와 단편 ‘운수좋은 날 ’등 6펀이 실려 있음. 단편 소설들은 이미 읽어본 터라 다시 읽어도 그 내용을 다 알고 있어 흥미가 반감되었으나 장편 ’적도’만은 크게 기대를 가지고 책을 펼친 것이 사실임. 작품이 발표된 1930년대에는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을지 모르지만, 빤한 스토리에 극적 긴장도도 높지 않아 순수소설이라 칭하기가 조금 뭣하다는 생각이 들었음. “열정에 지글지글 타는 인물, 한시라도 열정의 대상이 없고는 견디지 못하는 인물, 그런 종류의 사람은 태양에 비기면 , 인생의 적도선이 할까......”라는 몇 줄로 이 소설의 제목을 미화할 수는 없는 것이라면, 김동인이나 이광수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어쩔 수 없이 써댄 소설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음. 다시 읽은 단편소설들이 장편소설 ‘적도’보다 훨씬 세태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전망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내평가임.
*2013. 4. 21일
621.한국의 서원
*최완기 저/김종섭 사진/대원사 간(2006)
*조선조 최고의 사학기관으로 교육활동과 제사 업무를 관장한 서원은 지금의 사립대학에 해당할 만큼 중요한 사학기관이었음. 서원이 ‘법성현(法聖賢)’과 ‘양리(養吏)’를 교육목표로 삼은 것은 관학이 무너진 조선 조 중엽의 시대적 요청에 부응한 것으로 보임. 섭정의 자리에 오른 흥선대원군이 1871년 전국의 서원(378개소)을 47개소로 줄인 것은 서원이 교육적 역할수행을 저버리고 제사에만 힘썼으며 나아가 붕당정치의 장소로 사용되어 그 폐해가 막심했기 때문임. 그간 소수, 도산, 병산, 임고, 자운 등을 둘러본 바 있어 이 책에 실린 유명서원의 역사나 기본배치 등에 대한 설명은 전혀 낯설지 않았음. 이제 성리학이 많이 퇴조되어 서원이 문화유적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 못하나, 남아 있는 서원을 견학코스로 개발해 충과 효의 교육장소로 활용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임.
*2013. 4. 16일
620.을화(乙火)
*김동리 저/문학사상사 간(2009)
*소설가 김동리가 우리 문단에 미친 영향이 엄청 클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작가적 역량과 계급주의 문학론에서 우리 문학을 지켜낸 힘이라 하겠음. 이 책에 실린 ‘을화’는 그의 빼어난 작가적 역량을 확인시킨 작품으로 미신으로 잘 못 알고 타파의 대상으로 여겨온 샤마니즘에서 우리 민족의 원형을 찾아낸 수준 높은 작품임. 먼저 발표한 ‘무녀도’가 바탕에 깔린 장편 ‘을화’를 통해 작가의 우리 원형질 탐색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음. 1946년 한국청년문학가협회를 결성해 우리의 순수문학을 지켜낸 김동리선생의 또 다른 큰 업적은 ‘토지’의 박경리선생을 지도, 추천했다는 점임. 선생께서 시인으로 활동하고자 한 박경리선생에 작품에서 호흡이 길게 느껴진다며 소설을 쓸 것을 권하지 않았다면 우리 문학이 ‘토지’를 결실하지 못할 수도 있었을 것임.
*2013. 4. 8일
619.한국현대사
*차하순 외 15명/세종연구원(2013)
*사회적으로 많이 알려진 학자 및 언론인 16명이 16개의 테마를 하나씩 잡아 한국의 해방 이후 역사를 분야별로 조명한 역사서로 좌익사관에 입각한 역사서가 범람하는 이때에 시의 적절하게 나왔다는 생각임.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 반체제역사관을 견지한 전교조교사들에 의한 왜곡된 역사교육이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요즘 올바른 현대사를 널리 알리고자 이 책을 집필한 차하순, 이인호, 한영우, 강규형, 이주영, 유영익, 남시욱, 김영호, 김용호, 송 복, 김영봉, 전상인, 김세중, 박효종, 안병준, 주명건 등 16인의 필자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음. 이 책에 실린 글들이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 하에 역사를 균형 있게 그리고 상대적으로 보자는 차하순 교수의 제언에 기초한 것들이어서 비교적 차분하게 읽을 수 있었으며 좌편향적인 역사학자들의 편협과 왜곡을 제대로 진단한 것이어서 앞으로 우리 역사교육이 제 위치를 바로 잡아가는데 초석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음. 이 책에서 다룬 16개의 소제목을 보다 자세히 다룬 역사서가 계속 출간되어야 이 책의 소기 목적이 달성된다는 생각임.
*2013. 4. 5일
618.고향
*이기영 저/문학사상 간(2005)
*일제강점기 중 지어진 카프소설의 대표작은 단연 이기영의 ‘고향“을 들 수 있는바, 국문학도로 이 소설을 일지 못한 점이 내심 부끄러웠음. 과연 명불허전이다 싶은 것은 당시의 농촌실태를 참으로 리얼하게 그렸다는 것과 동경유학을 마친 주인공 희준의 농촌운동이 결실해 소작료투쟁에서 성공을 이끌어 전망을 보여주었다는 점임. 문학평론가 김윤식교수는 “고향”은 식민지현실의 상황을 포착함에 있어 또 인물을 형상함에 있어 이전의 프로설의 한계인 도식성과 관념성을 탈피하고 민중들의 삶과 행동을 바탕으로 그 전형적 성격을 훌륭하게 그린 작품으로 이 작품을 호평했고, 권영민교수는 이 작품을 쓴 이기영을 계급리얼리티의 선봉장이라 했음. 5백 페이지가 훨씬 넘는 이 소설은 조선일보에 연재되기도 해 연재소설의 흥미와 긴장이 자주 눈에 띄기도 했음. 작가 이기영은 월북작가 중 숙청되지 않은 몇 안되는 분임.
*2013. 3. 19일
617.서포김만중의 생애와 문학
*김병국 저/서울대학교출판부 간(2003)
*본서는 1637년에 태어나 1692년에 타계하기까지 파란만장을 삶을 살아온 서포 김만중의 일생과 작품세계, 그리고 인물됨을 두루 다룬 김만중 평전이라 할 만한 책임. “피란선에서 태어나다”, “왼손에 미음 그릇, 오른 손엔 회초리”, “절부 일선을 표창하라”, “금성의 배소에서”, “김만중과 여성화자의 시”, “선천 적소에서 구운몽을 짓다”, “남해의 최후” 등의 열 개 장과 연보 및 김만중의연구서지가 부록으로 첨가된 본서를 읽고 서포 김만중은 구운몽을 지은 문인이기 이전에 올곧은 사대부였음을 알게 되었음. 아버지 김익치가 병자호란 중 전사해 유복자로 태어난 김만중은 모친의 보살핌과 가르침을 받고 성장해 모친에 대한 효성이 유다르다 할 만했는데, 그렇다고 모친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전제하에 모성복합심리의 모티프로 그의 생애와 작품을 설명한 작가의 논리는 좀 지나치다는 생각임.
*2013. 3. 10일
616.구비문학개설
*장덕순-조동일-서대석-조희웅 공저/일조각 간(2012)
*문자 그대로 구비문학 개설서인 본서를 읽고 나서 구비문학의 개념이 어느 정도 머릿속에 잡힌 것 같음. ‘글로 된 문학’인 기록문학과 구별되는 구비문학(口碑文學, oral literature)의 특징은 말로 된 문학으로, 구연되는 문학이고, 공동창작의 문학이며, 단순하며 보편적인 문학이자 민중적-민족적 문학이라는 것임. 서론부분에서 개념을 총괄하고 각론은 설화/민요/무가/판소리/민속극/속담/수수께끼 등의 6분야로 나누어 상론한 후 구비문학에서 가록문학으로의 이행의 고찰 및 구비문학의 현지조사에 관해 약술한 이 책은 참고자료로 분야별 자료를 수록했음. 문자가 발명되어 구비문학이 상당 부분 문자로 기록되기는 했으나 그 후에도 구비문학은 만들어지고 계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음을 배웠음. 구전문학이 바른 표현이나 북한에서 먼저 써 구비문학으로 바꿔 쓴다는 현운재 강사분의 주장은 이 책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으며, 오히려 구전은 말로 전함을 뜻하나 구비는 대대로 전하여 내려오는 말이라 할 수 있어 더 적절한 용어라고 적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근거 없는 것으로 생각됨
*2013. 3. 5일
615.한라산
*현길언 저/고길홍 사진/대원사 간(1999)
*빛깔 있는 책들을 펴내는 대원사의 ‘한라산’은 며칠 전에 읽은 ‘한라산’보다 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사진이 많고 글도 작가가 쓴 것이어서 문학적 표현도 종종 보이는 보다 대중적인 책임. 4.3사건에 대해 우익을 일방적으로 폄훼하는 다른 책들보다 상당히 객관적으로 쓰고자 노력한 면이 보였음. 개관, 산세, 한라산의 아름다운 명소들, 한라산과 제주사람들, 한라산의 의미와 맺음말로 구성된 이 책은 한라산의 입문서중 입문서라 하겠음. 저자는 ‘한라산이 주는 의미’장에서 한라산은 사람과 가까이 잇는 산이고, 바다 한 가운데 솟아 있으며, 삼각산과 백두산과 더불어 조선의 3대 명산의 하나이며, 많은 이질적인 것을 다 포용하는 특별한 산이라 했음. 이런 명산을 지속적으로 오를 수 있으려면 보존책도 함께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임.
*2013. 3. 3일
614.만세전
*염상섭 저/문학사상 간(2004)
*한국근대문학사에서 최고의 리얼리즘 작가를 꼽으라 하면 염상섭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만세전’, ‘삼대’와 같은 주옥같은 작품들이 리얼리즘에 바탕을 둔 명작이기 때문임. 3.1운동 직전의 조선의 백성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살아가고 잇는가, 특히 지식인들이 살아간 삶이 어떠했고 생각한 바는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 ‘만세전’인데 이 작품을 완독한 것은 이번이 처음임. 당대의 내로라하는 지식인인 동경유학생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가를 이 작품을 통해 엿볼 수 있었음. 3.1 만세 전의 일제강압에 분노하면서도 선을 딱 그어놓고 더 이상 발을 담그려하지 않는 주인공으로부터 조선의 희망을 읽을 수 없었지만 그 또한 당대의 비극적인 현실로 받아들여야 이 작품을 제대로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조혼한 부인의 죽음을 지켜보고자 귀국했다가 상을 치른 후 서둘러 동경으로 돌아가는 주인공 이인화에게서 절망을 읽은 것은 나만이 아닐 것임. ‘표본실의 청개구리’, ‘두 파산’ 등은 이미 몇 번 읽은 소설이어서 그 스토리가 낯설지 않았음. 일제의 탄압으로 글쓰기가 힘들어지자 염상섭은 글쓰기를 중단한 것이 글로써 친일활동을 계속한 점이 이광수보다 돋보이는 것이라 하겠음.
*2013. 3. 1일
613.표준중세국어문법론
*고영근 저/집문당 간(2012)
*지난 학기 방송대국문과에서 ‘중세국어연습’을 이수한 바 있어 같은 종류의 이 책을 공부하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음. 문법적인 것은 방송대교재인 ‘중세국어연습’에서 많이 익힌 바 있어 이 책을 통해서는 예문해석에 치중해 직접 써보고 해석도 시도했음. 1936년생인 저자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일본어를 공부했을 것이고 문헌자료도 빈약했을 터인데 서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이 책은 물론 수십 권의 저서를 냈다는 것은 저자의 학문적 열의가 대단함을 보여준 것이라 하겠음. 총론, 형태론, 통사론으로 구성된 이 책을 공부하면서 ‘중세국어연습’에서 보지 못한 예문을 접한 것이 수확이라 하겠음. 이 책 또한 ‘중세국어연습’과 같이 교과서여서 지난 학기 공부한 내용을 복습했다는 생각이나, 그새 많이 잊어버려 새롭다는 느낌도 강했음.
*2013. 2. 26일
612.염료식물
*임영탁, 박수영 공저/대원사 간(1996)
*우리 인류 생활의 기본을 이루고 있는 의식주에서 의(衣)가 맨 앞에 놓인 것은 의가 갖고 있는 고유하고도 중요한 기능 때문일 것임. 그 기능은 다름 아닌 피부보호와 미의 추구로, 옷이 인간의 미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염료덕분임. 생활을 풍요롭게 하고 감정을 부드럽게 하는 색은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 또는 반사작용에 의해 인지됨. 이 색을 내는 물질을 색소라 하며, 실이나 옷감을 염색하는 용도로 쓰이는 색소를 특별히 염료라 칭하는데 이 책은 천연염료 중 식물로부터 얻어지는 식물염료에 대해 다루고 있음. 우리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66종의 염료식물의 분포와 특징, 용도에 관한 설명과 꽃모습 그리고 잎과 열매로부터 얻어지는 염료 그 자체와 매염제를 썼을 때의 염료 색상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음. 66종에서 추출된 염료의 색깔이 거의 다가 갈색인 이유를 알지 못해 답답했으나 식물의 특징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 이 책이 식물도감의 역할도 일부하고 있다는 생각임. 먼저 간 집사람이 남겨 놓은 책임.
*2013. 2. 26일
611.한라산
*강정효 저/돌베개 간(2003)
*고교동창들과 함께 제주도에 가서 사라오름을 다녀온 후 곧바로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책이 ‘한라산’임. 오름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 이 책을 샀는데 ‘오름의 왕국-생태계의 보고’라는 부제를 달기에는 조금 못 미친다는 생각임. 제주출신으로 제주에 사는 기자이자 산악인인 저자는 260여 페이지에 너무 많은 토픽을 다뤄 오름에 관한 책은 다시 사봐야 할 것 같음. ‘한라산의 자연과 생태’, ‘설화와 역사가 만나는 한라산’, ‘한라산 가는 길’등 3부와 부록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오름을 다룬 분량은 제 1부 ‘한라산의 자연과 생태’ 중 ‘오름의 왕국’이라는 소제목의 46쪽에 불과했음. 오름은 일종의 기생화산으로 한라산은 크고 작은 오름의 집합임. 한라산 정상이 가장 크고 높은 곳에 자리한 오름이며 이를 포함해 360여개의 오름이 한라산 전역에 분포되어 있어 오름을 테마로 탐방하는 것도 올레길 탐방 못지않게 설렐 것 같음. 이 책은 한라산 입문으로 어떤 특정한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얻고자한다면 이 책에 실린 참고문헌을 찾아보는 것이 좋은 방편일 것임.
*2013. 2. 25일
610.김시습 평전
*심경호 저/돌베개 간(2012)
*저자인 고려대 심경호교수는 동아일보에 연재된 한문코너를 통해 알게 된 분으로 한시해석이 가슴에 와 닿았음. 금년부터 코너 자체가 없어져 많이 아쉬워하던 참에 저자의 역저인 본서를 읽게 되어 다시 한 번 저자의 박학다식함을 감탄하면서, 매월당 김시습의 일생을 작품과 사상의 편력을 통해 일별할 수 있어 가슴 뿌듯함. 당대의 신동 김시습이 조선의 전기소설을 우리 문학사에 올린 최초의 인물을 뛰어 넘어 단종의 비극적 삶을 지켜본 유림 중 충절을 지킨 몇 안 되는 지식인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서 확인했음. 김시습을 스승처럼 따른 또 다른 생육신 남효온의 삶의 편린을 이 책에서 읽었고, 관각문인 서거정 및 노사신과의 관계도 같이 엿볼 수 있었음. 이제껏 알아온 바와는 다르게 김시습도 세조 생전에 그의 치적을 인정했고 성종 때에 이르러서는 관직에 진출할 뜻을 알리는 시를 써 서거정에 보내기도 했으나, 전체적으로 보아 자유인으로 살아갔고 고민하면서 충절을 지킨 최고의 지식인으로 정리해도 무방할 것 같음. 매월당 김시습의 세계관은 일기탁약론(一氣橐籥論), 정기이산설과 원이무물론으로 요약되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는 것이 아쉬웠음.
*2013. 2. 22일
609.허균문학의 실상과 전망
*이문규 저/새문사 간(2005)
*방송대국문과에서 공부하면서 계속 만나는 조선의 문인은 김시습, 허균, 김만중과 박지원으로, 이들이 조선의 소설을 발전시킨 주역이라 할 것임. 대학원에 들어가 고전소설을 연구할 뜻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위 네 분의 작품이나 전기를 읽는 것이 필수적이어서 박지원의 열하일기와 소설, 김만중의 소설과 서포만필을 작년에 읽었고 금년 들어 허균을 보다 자세히 알아보고자 홍길동전을 사 읽었고 이 책을 추가한 것임. 연암보다 머리가 뛰어났다고 평을 받는 교산 허균의 사상과 생애를 보다 자세히 알 수 있었으며 허균에 대한 혹평을 비평하는 글도 이 책에서 읽었음. 허균의 소행에 대한 비판이 상당히 근거 있다고 생각하는 내게는 저자가 허균을 너무 감싸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음. 어찌했든 허균의 유재론이나 호민론은 오늘날의 정치인들도 새겨들어야 대목으로 허균의 문학사적 위치는 확고하다는 생각임.
*2013. 2. 16일
608.조선기행록
*고토 분지로 저/손일 역/푸른길 간(2010)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저자가 조선이 일본제국에 합병되기 얼마 전 조선의 지질을 현장을 찾아가 조사한 결과를 가지고 한반도 산맥을 처음으로 체계화해 제시 했다는 것임. 이 책에 실린 ‘조선기행록’이나 ‘조선산맥론’ 모두 지질학에 관한 내용을 다룬 것이어서 100% 이해했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개요는 파악할 수 있어 우리의 산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음. 저자는 일본 메이지 시대의 대표적인 지질학자로 동경대 교수로 재직히면서 방학을 이용해 조선의 지질을 조사한 것으로 더러 일본인 입장에서 우리 지리 문화를 기술한 것이 보이나 전반적으로 과학탐구서여서, 우리 조상들의 산경 개념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 책을 배척할 것은 아님. 오히려 100년 전의 우리 국토 상황이 어떠했는가를 엿볼 수 있어 유용한 도서라는 생각임. 100년이 지났어도 조선산맥론을 확실하게 뛰어넘는wjtjrk 보이지 않는 점을 부끄러워해야 할 것임.
*2013. 2. 14일
607.한 눈으로 보는 세계사
*알렉스 울프 저/김민수 역/빅북 간(2012)
*세계사를 안다는 것은 오늘날의 세계가 보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세계사의 지식체계를 머릿속에 넣어 자리 잡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겠음. 저자 알렉스울프는 역사를 전공했지만 편집장으로 일을 오래 했고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해 교수들의 책에서 볼 수 없는 간결함과 주요 포인트의 부각이 돋보였음. 이 책 저책에서 다 몇 번 씩 읽어 본 내용이어서 색다를 바가 없지만 독자들이 한 눈에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을 평가하고 싶음. 다만 한국에 대한 할애가 북한보다 조금 적고 경제면에서 세계8위에 진입한 한국의 현대사에 대한 배려가 전혀 보이지 않아 서구인의 시각을 벗어나지 못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음. 저자의 사관을 공평하지만 사회주의적 성향이 엿보인다는 것이 내 판단임. 이 책으로 기대한 만큼 통합적 지식을 얻지는 못했지만 세계사의 얼개를 머릿속에 다시 짯다는 것이 큰 수확임.
*2013. 2. 11일
606.대지
*펄 S. 벅 저/안정효 역/문예출판사 간(2010)
*고등학교 다닐 때한 번 읽은 소설 ‘대지’를 다시 읽게 된 것은 작년 겨울에 다녀온 박경리선생 유적지를 탐방하고 나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펄 S. 벅의 ‘대지’와 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견주어보고 싶어서였음. 결론은 박경리선생의 ‘토지’에 훨씬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는 것인데 그것은 ‘토지’가 그 내용이 리얼하고 등장인물도 다양하며 시공간적으로도 너 길고 넓으며 당대의 삶과 사상이 몽땅 녹아 있는데 비해 ‘대지’는 농부 왕릉을 중심으로 해 당대 농민의 현실을 서양인의 눈으로 열심히 묘사했지만 시공간적으로도 짧고 협소하며 부를 얻고 잃는 과정이 긴박하고 절실해 보이지 않아서였음. 언뜻 기억나는 메뚜기 떼의 출현은 딱 한번 나오는 아주 사소한 것이었으며, 정말 중요한 내용은 왕릉이 어떻게 부를 획득하고 그 부를 어떻게 사용하는 가와 당대의 여인상이 어떠했는가를 리얼하게 그려 감동을 주엇다는 것임. 시간 나면 ‘토지’와 ‘대지’를 본격적으로 비교 연구해보고 싶음.
*2013. 2. 7일
605.박태보전
*작자미상/서신혜 옮김/문학동네 간(2012)
*조선 후기대표적인 충신이자 의인으로 평가받는 박태보는 박세당의 자제임. 숙종께 인현왕후의 폐위가 부당하다고 상소를 올려 친국을 받은 박태보는 압슬형에 굴하지 않고 임금의 인현왕후 폐위가 잘 못 됐음을 목숨 걸고 간함. 유배형에 처해 한강을 건넌 후 노량진에서 끝내 목숨을 잃은 박태보의 충절은 훗날 스스로의 잘못을 크게 깨달아 다시 인현왕후를 복위시킨 숙종으로부터 관작을 복위 받고 문렬공으로 불리게 됨. 끝내 살아날 수 없음을 직감한 아버지 박세당은 아들 박태보에 조용히 가라는 것을 보고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음. 숙종임금은 세 번의 환국을 주도해 왕권을 강화한 면도 있지만 왕비문제를 빌미삼아 환국을 꾀한 것은 대왕답지 못하다는 생각임. 인현왕후의 폐위의 실상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은 점도 이 책을 읽어 얻은 점임. 아버지 박세당과 아들 박태보 모두 장원급제를 한 수제이나 그릇됨에 굴하지 않고 살아간 점은 후대 선비들에 귀감이 되기에 충분했다는 생각임.
*2013. 2. 4일
604.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저/이경식 역/문예출판사 간(2012)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이번에 처음 읽은 것이 아니지만, 읽고 난 후의 감동은 수십 년 전 처음 읽을 때보다 결코 적지 않았던 것은 내가 벌써 주인공 노인과 교감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일 것임. 노인과 소년, 고래, 상어가 등장하는 단조로운 스토리는 노인이 힘들게 잡은 고래를 상어에 뜯긴 채 회항하는 것인데, 나로 등장하는 노인의 독백 가운데 가슴이 뭉클한 구절들이 자주 나와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딴 데 정신을 팔 수가 없었음. ‘인간은 죽을지는 몰라도 패배하는 것은 아니니까’, ‘조류가 시끄럽지 않고 거울처럼 조용한 날이면 대양도 잠을 잔다’, ‘행운을 파는 곳이 있다면 조금 사왔으면 좋겠는데’ 등의 평범한 구절들이 가슴에 와 닿았음. 아주 짧은 단편인 ‘킬리만자로의 눈’에서 주인공이 하이에나에 죽음을 당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 내용은 작가의 드라이한 문체를 뒷받침해주는 것 같았음. 1899년에 태어나 1961년에 죽음을 맞는 작가의 열정적인 삶과는 달리 ‘노인과 바다’는 내가 살아온 인생을 차분하게 관조할 수 있게 했음.
*2013. 1. 31일
603.흥보전/흥보가/옹고집전
*작자 미상/정충권 옮김/문학동네 간(2010)
*우리의 영원한 고전인 흥보전은 판소리 형태의 흥보가와 함께 실렸음. 이 책은 여러 이본 중의 하나여서 이제껏 알아온 것과 조금 다른 내용도 실렸음. 흥보전/흥보가 모두 흥보가 매품 파는데 실패하는 것으로 나왔으며, 또 흥보전은 놀부가 망하는 것으로 끝 맺는데 흥보가는 동생이 구제해 화목하게 사는 것으로 되어있음. 옹고집전은 역자의 지적대로 ‘흥보’없는 놀보전으로 19세기 중엽까지 판소리로 불렸으나 오늘날은 필사본만 전해지고 있다함. 옹고집 개인의 성격적 결함에 집착하는 구성방식을 지니고 있는 옹고집전은 도사에 의해 만들어진 분신과의 송사에서 패한 옹고집이 반성하고 성격을 고친다는 것으로 끝을 맺음. 흥보가나 흥보전을 통해 조선 후기 화폐경제의 단면을 엿볼 수 있어 당시의 시대상이 반영되어 있으나 옹고집전은 개인인 성격문제에 치우쳐 사회성을 찾아보기 힘든 소설이라 하겠음.
*2013. 1. 28일
602.농담
*밀란 쿤데라 저/방미경 역/민음사 간(2012)
*체코 작가의 소설을 읽어보기는 밀란 쿤데라의 ‘농담’이 처음인 내게는 ‘농담’을 읽어나가는 것이 농담이 아니었음. 한 번 읽고 이 글을 쓰려다가 잡히는 내용이 없어 포기하고 두 번을 읽고 나서 다시 손을 대는 것임. 우선 형식에서 독특한 것은 이 소설은 1인칭 소설이면서도 1인칭인 ‘나’는 소설 전편의 ‘나’가 아니고 각 장마다 ‘나’가 달랐음. 2독 째 그것을 발견하고 나자 내용이 손 안에 잡힌 이 책은 주인공인 대학생 루드빅이 여자 친구에 마르케타에 보낸 ‘낙관주의는 인류의 아편이다’라는 농담 같은 내용의 엽서가 문제되어 트로츠키파로 몰리면서 학교에서 쫓겨나는 것으로 시작됨. 곧바로 징집되어 탄광에서 일하는 등 참혹한 인생유전을 겪는 동안 고향친구와 또 자신을 추방하는데 앞장 선 친구들과의 재회를 그리는 등 두 번째 읽을 때는 흥미도 같이 느꼈음. 루비딕이 그의 고향친구와 ‘하지만 모든 일들이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끝나잖아’하고 나누는 대화내용처럼 농담 한마디로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게 끝난 루비딕의 인생에서 이 세상 초기고의 전체주의인 공산주의가 체코의 젊은이들을 어떻게 황페화시켰는가를 알수 있었음.
*2013. 1. 27일
601.발달심리학
*송명자 저/학지사 간(2012)
*지난 학기 방송대 전용오 교수의 ‘인간과 교육’과목을 수강할 때 참고도서로 사둔 책으로 방학을 이용해 자세히 읽어보니 참으로 유용한 교재임을 알았음. 며칠 후면 손자를 볼 예정인데 산모인 작은며느리에게 정독을 권하고 싶을 만큼 아이들 양육에도 크게 도움이 될 만한 책임. 영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를 거쳐 인간이 어떻게 발달하는가를 다룬 책으로 발달단계마다 나타나는 현상적 특징, 바람직한 대처방법 등이 실린 이 책을 읽고 나서 올해로 만65세가 되어 법적인 노인으로 접어든 내게도 유용한 정보가 있어 흥미를 가지고 보았음. 이 교재의 상당부분이 지난 학기 수업한 내용이어서 이해하기 쉬웠고 심화학습이 가능했음.
*2013. 1. 24일
600.구비문학, 분석과 해석의 실제
*박종성 저/월인 간(2002)
*방송대 국문과의 박종성교수가 지은 ‘구비문학, 분석과 해석의 실제’는 구비문학에 관한 학저자의 학문적 업적을 모아 옮겨 놓은 것으로 개설서로 보기에는 조금 수준 높은 책이라 생각됨. ‘설화의 세계’, ‘무가의 세계’, ‘탈춤의 세계’, ‘비교연구의 세계’, ‘구비문학과 인접분야’ 등 5부로 구성된 이 책에 ‘사신설화(蛇神說話)의 형성과 변이’ 등 총 14편의 논문이 실려 있어 나중에 많은 참고가 될 것임. 오는 학기 구비문학에 대한 강의를 저자에게 수강할 예정인바 수강이 끝나면 다시 한 번 읽어볼 계획임. 이 책을 읽고서 구비문학을 이루고 있는 설화의 내용을 먼저 많이 읽어두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만도 수확일 것임. 4부의 ‘비교연구의 세계’에 실린 내용들이 가장 어려운 것은 비교대상 국인 몽고나 만주의 설화에 나오는 인물의 이름들이 우리 설화보다 외우기 어려워서인 것도 한 몫 했음. 문학을 크게 구비문학과 기록문학으로 나눈다면 구비문학이 갖고 있는 콘텐츠를 활용해 기록문화를 풍성하게 하는 것도 해볼 만한 일일 것임.
*2013. 1. 23일
599.비잔티움, 빛의 모자이크
*이덕형 저/성균관대학교 출판부 간(2010)
*옛 ‘비잔틴’을 ‘비잔티움’으로 고쳐 불러 낯설어 보이는 비잔티움제국은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325년에 로마의 수도를 그리스시대의 식민도시였던 비잔티온(Byzantion)으로 옮겨1453년 오스만투르크에게 정복당한 동로마제국을 이르는 것임을 확실히 알면 이 책을 꿰뚫는 비잔티움 문화의 이해가 보다 용이할 것임. 이 책은 “그리스적 사유의 이상화와 지중해연안의 헬레니즘 문화, 그리고 로마시대의 정치적 이념과 제도를 계승함과 동시에 그리스도교라는 새로운 종교를 국교로 정초하는 비잔티움 제국의 문화예술의 정수는 다름 아닌 빛의 모자이크임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예술서, 더 좁혀서 미술서임. ‘초기 그리스도교의 문화적 원리’에서 ‘비잔틴 이콘의 미학’에 이르는 총 9장의 이 책을 보고 느낀 것은 이 책이야말로 빛으로 본 그리스도교의 변천사라는 것이었음. 비잔티움 문화예술자체가 은둔적이고 관조적인 성격을 갖고 있고 비가시적 초월의 세계에 대한 편향된 가치부여로 그리스-로마 문화의 저급한 서자로 취급되었음을 바로 잡고자 내놓은 책이 이 책으로 비잔티움 미술의 화려함과 역사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임.
*2013. 1. 21일
598.정치질서의 기원(The Origins of Political Order)
*프랜시스 후쿠야마 저/함규진 역/웅진지식하우스 간(2012)
*‘역사의 종말’의 저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최근작인 '정치질서의 기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해 12월19일 실시된 대통령선거를 치르고 나서였음. 매 5년마다 치르는 대통령선거에 드는 경제적 비용은 충분히 부담할 수 있을 정도이지만 좌/우로 나뉘어 벌이는 이념전쟁에 따르는 상흔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기 때문임. 잊을만하면 대선이나 총선으로 재발되는 이념전쟁은 남북이 통일되지 않는 한 사라질 수 없게 되어 버린 오늘날의 정치 질서는 그 기원이 무엇일까에 대한 답을 석학 후쿠야마 프랜시스에게서 들을 수 있을까 해서였음. ‘정치발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집필된 ‘정치질서의 기원’은 2권으로 기획되었다는데 이 책은 그 첫 번째인 1권으로 인간이 출현한 시점부터 프랑스대혁명에 이르기까지의 정치발전을 다루었음. ‘국가이전’, ‘국가 만들기’, ‘법치주의’, ‘책임정부’와 ‘정치발전이론의 발전을 위하여’ 등 모두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중국의 정치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 역사적으로 자세히 고찰한 점이 특징으로 보였음. 우리 정치인들은 “어떤 민주주의체제라도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계속해서 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며, 그에 따라 언제까지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는 저자의 지적에 유념해 정치제도의 진화에 발맞춰나가야 할 것임.
*2013. 1. 18일
597.오이디푸스 왕
*소포클레스 저/강대진 역/민음사 간(2012)
*아이스퀼로스, 에우리피데스와 더불어 그리스의 3대비극작가로 알려진 이 책의 저자 소포클레스는 기원전 496년에 콜로노스에서 태어나 기원전 406년에 90세로 일생을 마감하기까지 후세에 남을 만한 명작을 지어냈으니, 이 책에 실린 ‘오이디푸스 왕’, ‘안티고네’, ‘아이아스’와 ‘트라키스 여인들’이 그것들임. ‘꿈의 해석’의 저자 프로이트가 이 책에 나오는 ‘오이디푸스 왕’을 읽고 어머니를 뺏길까 아버지를 미워하고 극복하려는 어린 아이들의 원초적 본능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일컬을 정도로 유명한 그리스의 희곡을 때늦게 읽었지만, 지난 학기 방송대에서 ‘신화의 세계’를 강대진 역자에 배운 바 있어 생동감을 느끼며 읽을 수 있었음. 이 책에 실린 4작품의 주인공들이 운명에 휩쓸린 나약한 인간의 한 면도 보여주었지만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스스로 위험한 길을 선택해 굴욕적인 삶보다믐 파멸적인 결과를 받아들이는 고감함도 같이 보여주었다는 서평에 공감가는 바가 큼.
*2013. 1. 15일
596.원본 한중록
*혜경궁 홍씨 저/정병설 주석/문학동네 간(2010)
*혜경궁 홍씨는 사도세자와 결혼해 조선조의 현군인 정조를 낳아 기른 분으로 한글로 한중록을 남겨 문학사적으로도 중요한 분이라 할 수 있음. 부군인 사도세자가 영조에 의해 뒤지 죽음을 당하지 않고 왕위를 계승했더라면 조선조 유일의 작가 중전이 됐을 텐데 그리하지 못해 혜경궁으로 불리는 것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한중록’이 사도세자의 죽음을 애절하게 그린 책으로 알았으나 한번 읽고 보니 그런 앎이 참으로 그릇됐다 했음. 이 책은 사도세자의 죽음보다는 친정의 홍씨일가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고 친정아버지를 비롯해 그 붙이들 옹호에 상당부분이 할애되었음. 사대부의 저서에서 볼 수 없는 것은 우선 한글로 쓰였고 또 작가의 감정이 생생하게 그려져 정적인 김귀주 일당에 대한 증오의 언사가 정제되지 않고 그대로 실린 것이라 하겠음. 남편인 사도세자는 물론하고 자식인 정조의 죽음도 지켜봐야했을 만큼 한 많은 삶을 살아온 대찬 조선조의 여인이 자신의 삶을 증언한 이 책의 문학사적 가치는 분명 높을 것이나 이 책에 쏟아낸 혜경궁의 울분을 모두 받아들여야하는 가는 또 다른 문제라는 생각임.
*2013. 1. 14일
594-595.북간도
*안수길 저/미래의 창 간 (2004)
*일본 제국이 조선을 강제 합병한 다음 해인 1911년 함경도 함흥에서 태어나 간도에서 간도중앙학교를 졸업하신 작가 안수길은 누구보다도 간도 땅과 그 땅에 뿌리를 박았던 동시대의 민초들이 어떤 삶을 살았고 그들이 겪은 역경과 고난, 그리고 강점기가 길어지면서 이들의 어쩔 수 없는 적응이 어떠했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준 작품이 바로 ‘북간도’라 하겠음. 구한말부터 해방에 이르기까지 간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 이 소설은 주인공 이창윤의 조부부터 아들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친 간도의 절박한 삶이 생생하게 그려져 훗날 박경리 선생이 ‘토지’를 집필할 때 많이 참고했다고 함. 동해바다 한 가운데 외로운 섬인 독도가 우리 땅이 듯이 간도는 우리의 고구려 백성들이 뿌리내려 살았던 엄연한 우리 땅인데도 우리 기억 속에서 멀어진 것은 구한말 일본제국이 만주의 철도권 등 이권을 확보하고자 청나라에 넘겨주었기 때문임.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마무리될 고구려사의 중국편입을 막아내지 못하는 한 중국은 만주는 물론 한수이북의 고구려 땅도 자기네 땅이었다며 북한이 붕괴시 진주할 명분을 만들 것이기에 품절된 이런 소설들이 재출간되어 오늘날의 젊은이들에 읽혀지기를 바랄 뿐임. 이 소설을 전범삼아 ‘토지’의 간도생활을 그린 박경리 선생이 ‘북간도’를 극복하고 뛰어넘은 것은 청출어람을 보는 것 같아 매우 기쁨.
*2013. 1. 13일
593.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사라지는 언어에 대한 가슴 아픈 탐사보고서
*니컬러스 에번스 저/김기혁-호정은 공역/글항아리 간(2012)
*지구상에 현존하는 언어의 종류를 약 6,000개인 것으로 추정한다면 1개 언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대략 1백만명에 조금 못 미친다 하겠음. 사용인구가 억 만 명대의 언어도 몇 개 있고 보니 천명도 안되는 인구가 사용하는 언어들이 기지부수이고, 이 언어들은 대개가 호주, 아프리카, 브라질의 아마존 간 유역, 중남미 등 현대문명이 아직 파고들지 못했거나 그 영향력이 미미한 곳에 모여 있음은 쉽게 짐작되는 일임. 호주의 언어학자이자 인류학자인 니컬러스 에반스는 “두 주마다 세계 어딘가에서 쇠미해가는 언어의 마지막 화자가 죽음을 맞는다.”며, “역사상 언어와 언어가 담고 있는 지식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사라져간 적은 없었다.”고 말하고 있음. “언어를 공부하는 것은 인간사고의 유산을 공부하는 것이다.”라고 갈파한 프라 프렝 파타사로 부주교의 지적이 틀리지 않다면 인간이 이루어놓은 최고의 문화적 유산은 언어일 것임. 독일의 철학자 하이덱거가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 말한 것도 같은 뜻이라면 언어의 소멸은 여러 양식의 존재의 집 중 한 양식의 집이 무너져 없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임. 멸종위기의 동물보호에 열을 내는 사람들이 소멸위기의 언어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야말로 무식한 위선이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고서 갖게 됐음.
*2003. 1. 12일
592.조선사람의 조선여행
*이종묵 외12명 저/규장각한국연구원 엮음/글항아리 긴(2012)
*대간과 정맥을 종주하느라 외지 나들이가 꽤 잦은 편인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조선조의 여행풍속도가 어떠했는지 궁금해서였음. ‘왕세자의 온천여행’을 비롯해 일제강점기의 수학여행에 이르기까지 여러 유형의 여행이 소개되어 있는데 특이한 것은 실제 여행을 떠나지 않고 집에서 글이나 그림을 보면서 여행기분을 느끼는 사례를 여행의 한 유형으로 이 책 첫 장에 소개한 것임. 이름 하여 와유(臥遊)라 하는데 바빠서 또는 건강상의 이유로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사대부들이 즐겼던 것 같음. 태(笞), 장(杖), 도(徒), 유(流), 사(死) 등 조선의 5형 중 사(死) 다음으로 무거운 형벌인 유형은 유배지로 압송되어 유배생활을 하는 것인데 이제껏 알아왔던 것과는 달리 노역의 의무가 지워진 도(徒)보다 경한 것이 아니었던가 싶은 것은 명종 때 을사사화에 연루되어 성주로 유배된 묵재 이문건은 1567년 사망하여 22년간의 유배생활을 마칠 때까지 8차에 걸쳐 해인사 유람을 다녀온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임. 암행어사 여행길도 쉽지 않았고 암행어사에 창고를 봉하는 봉고(封庫)조치는 내릴 수 있어도 파직(罷職)은 권한 밖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 아는 등 조선의 풍속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계기가 되었음.
*2013. 1. 11일
591.감각의 역사(Sensory History)
*마크 스미스 저/김상훈 역/성균관대학교출판부 간(2011)
*감각을 연구하는 사학자로 대학교수이기도 한 저자는 인간의 오감을 이루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역사를 연구한 결과 역사적으로 볼 때 각각의 감각에 인류가 평가한 중요도의 순위가 있음을 각종 실증적 자료를 통해 역설한 책이 바로 이 책 “감각의 역사(Sensory History)임. 세상 사람들이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는 이 한마디를 금언으로 새기고 있듯이 역사적으로 시각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고 이 책은 적고 있음. 초기 중세에는 대부분의 계약이 구매자와 판매자가 손바닥을 치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사례가 많았듯이, 글이 실질적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소리와 청각의 문화가 지배력을 가졌다 함. 그러나 그 후 문자가 널리 보급되면서 중요한 계약은 문서를 작성해 교환하는 것으로 바뀌었듯이 청각의 문화지배가 시각의 문화지배로 전환된 것임. 청각이 시각보다 천대받는 것보다 더 심하게 비하된 것은 후각으로 땀에 지든 냄새를 풍기는 사람들을 가까이하지 않으려하고 하는 것도 그들을 계급적 관점에서 낮게 보려는 경향의 일환으로 그 역사는 상당히 오래된 것임. 흥미 있는 주제를 조리 있게 풀어간 역작임.
*2012. 1. 10일
590.춘향전의 비밀
*설설경 저/서울대학교출판부 간(2001)
*지금으로부터 360여 년 전 누군가가 춘향전을 창작한 이래 여러 갈래의 문학형식으로 숱하게 많이 개작을 거듭한 우리나라 최고의 고전이어서 원작자를 밝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는데 이제껏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알아온 내게 설설경교수의 이 책은 자그마한 충격을 주었음. 설화-판소리-소설화 형태로 변천해온 것으로 배워온 나는 춘향전의 원작자가 1570년에 태어나 1641년에 타계한 남원출신의 유학자 조경남을 지목한 저자의 논리가 무엇일까 무척 궁금해 하다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음. 그의 저서 ‘산서잡록’과 ‘속잡록’은 현존하는 저서이고 ‘소견록’과 ‘병옹자전’은 제목만 전해지는데 그의 이런 저서는 물론, 다른 이들의 여러 문헌을 찾아 조경남선생이 원작자임을 고증하는 저자의 학문적 노력이 이 책으로 결실한 것임. 저자와 같은 이러한 실증적 노력이 계속된다면 ‘심청전’이나 ‘흥부전’도 원작자를 충분히 밝힐 수 있다는 생각임. ‘완판84장본’, ‘남원고사’와 ‘신재효 남창 춘향가’등 대표적 이본들을 함께 실어 작가의 비밀에 대하여 춘향전의 양식구조와 완판84장본의 비밀을 밝히는데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는 생각임.
*2013. 1. 9일
589.하버드 교양강의
*스티븐 핑커 외 9명/이창신 역/김영사 간(2012)
*내가 다니고 있는 방송대와 하버드대가 같은 점이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마치고 입학해 국민적 지도자로서 자질을 함양하기 위해 다닌다는 것이라면, 가장 크게 다른 점은 학생들의 지적인 수준일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 점을 확인시켜준 것이 바로 이 책임. 하버드생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학문의 기초가 될 만한 10개의 토픽을 정해 각 분야의 석학들이 마련한 커리큘럼으로 그동안 2천권 가까이 책을 읽은 내게도 쉽지 않은 내용이었음. 콘텐츠 그 자체가 어렵다기 보다 어떤 관점으로 보아야하느냐의 문제가 더욱 어렵다는 생각임. 인지심리학, 도덕철학, 철학, 에너지환경학 외에도 생태비평문학, 세계사, 사이버윤리학, 진화생물학, 비교종교학 등 10개분야에서 테마를 선정해 각 분야 최고 전문가인 하바드대 교수들이 맡아 진행한 강의로 저런 환경에서 공부하는 하버드대생들이 부럽고 또 부러웠음. 내게는 특별히 ‘진화의 증거’, ‘에너지자원의 환경’, ‘문학과 생태비평’과 ‘종교문맹극복하기’ 등이 읽을 만했음.
*2013. 1. 7일
588.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7-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유홍준 저/창비 간(2012)
*제주도를 이 책만큼 다양한 관점에서 다룬 책이 따로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내용이 실려 있는 저서임. 그도 그럴 것이 작가가 이 책을 ‘제주 허씨’를 위한 ‘제주학’ 안내서라 명명했으니 하는 말임. 여기서 ‘제주 허씨’란 제주시의 렌트카를 이름하는 것으로 차를 렌트해 다닐만한 명소이니 한라산 정상을 빼고 웬만한 곳은 이 책을 통해 거의 다 안내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임. 다만 명소라는 개념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것이 그리해서는 ‘제주학’이란 명칭을 붙이기 낯간지러울 것이기 때문일 것임. ‘순이삼촌’의 참뜻도, 4.3사건의 상세내용도 이 책을 통해서 알았음. 석주명, 이중섭은 물론 일본이 제주학자 이즈미세이하찌에 이르기까지 제주학의 선구자들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만날 수 있었음. 추사 김정희, 하멜, 임제, 만덕할머니 등의 제주와 관련된 역사적인물들도 반갑게 조우했음. 4.3사건에 대한 관점은 어느 것이 과연 옳은지 다른 문헌들을 찾아 읽어볼 생각임. 4.4사건으로 엄청 많은 양민들이 살해된 것은 철저히 규명해 재평가해야 하나 그렇다고 공산주의자들의 준동을 막아내지 못해 제주도가 북한으로 넘어갔다면 우리의 안보는 결정적으로 위협받게 됨도 고려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음.
*2012. 1. 6일
587.어유야담
*유몽인 저/신익철, 이형대, 조융희, 노영미 공역/돌베개 간(20110
*패주 광해군이 살아 있을 때는 인목대비 폐비의 부당함을 지적하다 배척되었고 인조 반정 후에는 폐주 광해군을 다시 모시려 한다는 죄명으로 사형을 당한 유몽인은 1559년에 태어나 1623년에 졸한 사대부이자 자유분방한 조선조의 문인임. 성균관대 임형택 교수는 유몽인의 어유야담을 “17세기 전후 사대부 문화가 정점에 이른 한편 대전란의 여파로 정치사회가 전변하는 시대상을 관찰, 비판, 증언한 기록”이라 했음. 인륜편, 종교편, 학예편, 사회편, 만물편과 보유편 등 총 6편에 “홍도가족의 인생유전” 등 527일화가 실려 있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이제껏 야담을 골계나 전설, 성적농담 등으로 알아온 내가 얼마나 무식한가를 절감했음. ‘만종재본’외 30종에 가까운 이본의 대조작업으로 원본을 확정한 후 완역한 역자들의 수고도 만만치 않앗을 것으로 사료됨. 방송대 국문과 교재인 ‘고전소설강독’에 실린 조위한의 최척전과 유사한 내용의 “홍도가족의 인생유전”을 반갑게 읽었음.
*2013. 1. 2일
'XIV.시인마뇽의 독서산책 > 독서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년 독서산책 (0) | 2015.01.02 |
---|---|
2014년 독서산책 (0) | 2014.01.11 |
2012년 독서산책 (0) | 2012.01.02 |
2011년 독서산책 (0) | 2011.01.08 |
2010년 독서산책 (0) | 2010.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