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독서산책(No.663-744)
744.탈춤의 원리 신명풀이
*조동일 저/지식산업사 간(2006)
*저자는 탈춤은 굿에서 극으로 발전하면서 굿에서 물려받은 갈등구조에 극적의미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갔고, 또한 굿의 흔적을 청산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며 마을 굿에 주목했음.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뉘는데 그 첫 번째가 탈춤의 역사와 원리이고, 두 번 째는 카타르시스-라사-신명풀이이며, 마지막으로 양주산대연희본과 발탈조사보고서, 원귀마당쇠 등의 자료가 실려 있음. 이중 연극 및 영화의 세 가지 기본원리인 ‘카타르시스’, ‘라사’와 ‘신명풀이’를 비교 설명한 저자의 관점이 눈에 띄었음. ‘라사’는 인도연극의 정수로 미감(美感)으로 번역될 수 있는 것이라면 ‘카타르시스’는 그리스 비극의 요체로 정화(淨化)로 번역될 수 있으며 신명(神明)은 우리 고유의 연극세계로 이때 신(神)은 귀신이 아닌 정신세계의 신(神)으로 신명풀이로 이해하면 될 것임. 인도영화가 미국의 영화에 밀리지 않는 데는 ‘라사’의 힘덕분임을 알게 된 것만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이라 하겠음. 영화 서편제를 남의 장단(카타르시스)에 놀아난 것으로 혹평한 저자는 이 영화에서 비극의 카타르시스는 있어도 우리 고유의 신명이 느껴지지 않는다 한 것이 흥미로웠음.
*2014. 12. 31일
743.완장
*윤흥길 저/현대문학 간(2007)
*올 2월 방송대국문과를 졸업한 후 우리 현대소설과 멀리하다가 부담 없이 책을 읽어보고자 손에 잡은 것이 이 책임. 방송대를 다니면서 윤흥길은 그의 대표작 “장마”를 과제물로 받아 레포트를 제출한 바 있어 비교적 낯익은 작가임. 묘사가 사실적이고 전라도 방언을 감칠맛 나게 써 흥미가 있는데 그에 더하여 선정된 주제가 사회적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것들이어서 읽고 나면 반추해보고 싶은 절로 이는 작품들이 많은데 “완장” 또한 그러했음. 소작농을 괴롭히는 마름들이 완장을 차고 거덜목거리는 짓거리는 한국전쟁 때 북한군의 앞잡이가 되었던 완장꾼들에 이어졌는데 이 소설의 완장꾼은 1970-80년대에도 저수지를 관리감독을 맡는 것으로 등장함. 완장을 손수 만들고 완장에 의미를 부여해 행세를 하는 완장꾼 임종술의 몰락을 리얼하게 그려내 완장의 사회적의미가 점차 쇠락되어 감을 내보여준 작가는 한편 인간에 내재된 완장의 속물근성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는 생각임. 역시 윤흥길은 수준급의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임.
*2014. 12. 23일
742.종이의 역사
*니콜라스 A. 바스베인스 저/정지현 역/21세기북스 간(2014)
*내가 종이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55년 초등학교에 들어가 공부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으나
본격적인 인연은 쌍용제지에 입사해 근무한 1978년이 될 것임. 내가 마케팅한 지류상품은 비중이 상당히 낮은 위생용품인 티슈이지만, 이를 통해 제지의 기본이론과 기술을 알 수 있게 되어 종이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된 것만은 틀림없다 하겠음. 이번에 읽은 “종이의 역사(On Papers)”는 종이가 인류사에 미친 영향을 중심으로 고찰한 역사서여서 기술적인 지식함양에는 적합하지 못하지만, 종이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도 이 책이 주는 재미일 수 있음. 미국 정보기관에서 기밀문서의 유출을 막기 위해 펄프공장을 차리고 각종 문서를 고지로 사용해 펄프를 만들어 시중에 판매했다는 이야기와 유럽에서 넝마를 주원료로 종이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음. 18년간 쌍용제지에 근무하면서 이름을 들어온 IP, 킴벌리클라크 등 제지회사 이름이 반가웠으나
나와 인연을 맺은 미국의 스카트 사는 킴벌리킬라크에 흡수합병되어 별다른 이야기를 이 책에서 접하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음.
*2014. 12. 17일
741.한국역사지리
*이준선 외 10명 공저/한국문화역사지리학회 엮음/푸른 길 간(2011)
*호기심에 산 책을 바로 읽지 않으면 묻어두기가 십상이지만, 훗날 우연한 계기로 다시 꺼내 읽은 책이 꽤 여러 권인데 이 책도 그런 경우임. ‘국가환경교육센타’의 의뢰로 ‘우리 산 새로 알기’라는 제목의 강연 자료를 준비하다가 서재에 꽂혀 조용히 주인이 찾기만을 기다려온 이 책을 꺼내 읽어보았는데 여암 신경준의 업적에 대한 글이 제법 길게 쓰여 있어 반갑고 놀라웠음. 지리를 한 시간 대에 묶어두지 않고 통시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인 역사지리학은 “이곳은 몇 시인가?”라는 비문의 질문에 대한 설명이라 할 것임. 여암 신경준과 고산자 김정호의 생애와 업적을 알게 된 것은 덤이고 보다 기뻤던 것은 지리를 역사적으로 고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임. ‘역사지리학의 본질과 접근방법’, ‘한민족의 기원과 형성과정’. ‘영토와 행정구역’, ‘전통적 자연관’, ‘공간의 표상 고지도’, ‘지역정보의 보고 지리지’, ‘인구의 역사지리’, ‘농업과 농업공간의 변천과정’, ‘촌락의 형성과정과 발달’과 ‘도시의 입지와 구조의 변천’ 등 총11개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장별로 전공교수들이 맡아 쓴 것도 특징이라 하겠음. 과거의 우리 지리를 복원한다는 의미에서 역사지리학의 기여함도 클 젓이라는 생각임.
*2014. 12. 7일
740.사대부, 산수유람을 떠나다
*정치영 저/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간(2014)
*조선시대사대부들의 유산기를 분석해 그들이 떠난 산수유람의 형체를 복원한 이 책은 바로 이틀 전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주최한 저자의 강연을 들은 덕분에 쉬지 않고 읽어나가는데 어려움이 전혀 없었음. 북한산, 금강산, 속리산, 청량산, 가야산, 지리산, 백두산 등 7개산의 유산기에서 여행자들의 특성과 여행목적, 여행준비과정, 교통수단, 여정과 방문지, 숙박과 식사, 그리고 여행 중의 활동 등 6개 분야를 파헤친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하게 안 것은 대부분의 사대부들이 정상까지 올라가지 않았다는 것과 자칫 민폐로 이어질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많은 인원이 사대부의 산사유람에 동원되었다는 것임. 저자의 노고로 결실된 이 책을 읽으면서 크게 감동하지 못한 것은 우선 조선조 사대부들의 유산기가 총 600편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산행활동이 미약했다는 것과 그들의 여정에 동원된 노비와 승려의 수고가 과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임. 대학원에 들어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산과 문학의 접점인 유산기를 분석해 사대부들의 자연관을 규명해보고 싶은 것인데 이 책을 읽고 조금은 맥이 빠졌음.
*2014. 11. 30일
739.명화로 보는 32가지 물리이야기
*레오나르드 콜레티 저/윤병언 역/작은씨앗 간(2014)
*내가 물리를 과학의 과학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다른 과학이 관련된 현상을 설명하는데 물리의 여러 원리나 법칙이 원용되기 때문임.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할 때 인접학문인 지구과학이나 생물은 개론서를 한 두 학기 공부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물리는 일반물리학에 더하여 물리화학이 추가되었을 뿐만 아니라 원자나 분자를 공부할 때는 화학보다 물리에 더 가깝다 싶었음. 저자는 32폭의 명화를 등장시켜 그림 속에 숨은 과학을 물리라는 이름으로 끄집어내어 그림을 설명하는 새로운 시도를 이 책을 통해서 했음. 자칫 명화 관람을 더욱
짐스럽게 한다는 반롱도 가능하겠으나 물리와 관계없이 그림을 완상하고 더하여 물리의 힘을 빌려 다시 본다면 과학과 예술의 만남이 이토록 정겹고 아름다울 수 있는가하고 감탄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음. 차분히 이 책을 읽는다면 명화감상을 통해 뉴턴에서 아인슈타인에 이르는 쟁쟁한 물리학자들의 이론이 마냥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것 같음.
*2014. 12. 27일
738.논어(論語)
*박종연 역/을유문화사 간(2013)
*동양최고의 고전이라 할 만한 논어가 우리 말로 번역된 것은 16세기 “논어 언해”가 처음으로 알려져 있음. 시중에 출판된 “논어”의 번역본이 대략 160여종에 이른다니 어느 번역본을 선정해 읽을 것인가도 쉬운 일은 아닐 듯함. 내게는 이 책이 4번째 고른 책으로 직전에 읽은 이기동의 "논어강설"과는 편집에서 상당히 달라 다른 책을 읽는다는 느낌이 강함. 내가 이 책을 고른 가장 큰 이유는 을유문화사에서 출간해서임. 을유문화사는 해방되던 1945년 즉, 을유년 12월에 설립된 출판사로 1970년대만 해도 “정음사”와 더불어 양서를 많이 출간해 우리나라 출판업계를 선도해온 출판사로 내가 소장하고 있는 삼국유사와 고전 등 10여 권이 이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으로 이기동의 "논어강설"과 해석이 다른 부분도 더러 눈에 띄었음. 작은 글씨의 각주로 출전과 해설을 처리해 본문은 읽어나가는데 걸거적거리는 것이 없도록 한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라 하겠음.
*2014. 11. 20일
737.과학과 인간의 미래(A Sense of the future : Essay in natural philosophy)
*제이콥 브로노우스키 저/임경순 역/김영사 간(2011)
*번역서가 발간된 것은 2011년이지만 원저는 1977년에 발행된 오래된 저술임. 수학자, 희곡작가, 생물학자이자 과학사학자인 저자 제이콥 브로노우스키는 폴랜드태생으로 독일과 영국, 그리고 미국에서 활동하며 본서와 ‘인간등정의 발자취’, ‘서양의 지적전통’등의 명저를 남긴 인물임. 학제간의 벽을 허물고 학문의 융합이 강조되는 요즈음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모색한 20세기의 르네상스인’으로 ‘과학의 인간성회복을 위해 고군분투한 세계적 석학“이라고 한 이 책 표4의 기술이 이 책을 읽고 나서 결코 과장이 아님을 확인했음. 저자는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제목의 에세이에서 저자가 1964년 출간된 수많은 책 중에서 미드의 ’Continuities in culture evolution'과 샤르댕의 저서 ‘The future of the man'를 고른 것은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과학적인 개념이 바로 진화의 개념이기 때문이라 면서 문화가 갖는 유일한 의미는 사회적 단독자(social solitary)로서의 인간의 완성에 있다고 했음. “과학은 사실의 모음이 아니고 일반법칙 하에 사실들을 조직한 것이며 또한 그 법칙들은 중력과 같이 인간정신의 창조물들과 개념들로 집합된 것”이라는 저자의 정의가 새롭게 느껴졌음.
*2014. 11. 11일
736.이성적낙관주의자(The Rational Optimist)
*매트 리들리 저/조현욱 역/김영사 간(2010)
*미래를 회의적으로 보는 환경지상론자들의 허위에 찬 이야기가 횡행하는 이 세상에서 인류는 지금까지도 발전해왔고 앞으로도 발전할 것이라고 한 이 책을 읽고 나자 통쾌하다 못해 10년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간 것 같은 속 시원한 기분이 들었음. 사실이나 과학에 기초하지 않고 있지도 않은 사실을 있는 것처럼 조작해 시민들을 선동하기를 일삼는 우리나라 환경운동가들처럼 감성에 호소하지 않고 과학과 사실에 입각해 주장을 펼 수 있는 것은 이 책의 저자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을 추구해서도 그렇겠지만 또한 진화심리, 생명과학, 인류학, 사회학 등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전 분야를 두루 섭렵한 저자의 폭 넓은 지식에 힘입어서라는 생각임. 몇 년 전 ‘총, 균, 쇠’를 보고 책의 내용과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박함 함에 감탄했는데 이 책의 저자 매트 리들리도 그에 버금가는 지식을 갖추어 이런 양서를 저술하는 것이 가능했을 것임. 교환과 분업이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왔음은 이 책을 읽고서 비로소 깨달았음. 치밀하고 정교한 논리로 미래에 대한 회의론자들이 합당한 반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음.
*2014. 11. 7일
735.한국의 국보
*이광표 저/컬춰북스 간(2014)
*진작 읽었더라면 나의 명소탐방이 더욱 풍요로웠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들게 한
이 책의 저자 이광표 문화재 전문기자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음. 우선 다른 서적을 참고해 짜깁기 식으로 지은 책이 아니고 저자가 직접 가보고 확인한 것들이어서 현장감이 느껴지는 것이 좋았고 다소 중복되는 부분도 있으나 이 점 또한 나이든 내게는 기억을 돕는 보조 장치 같아 도움이 되었음. ‘20년이 걸린 외규장각 약탈 도서 반환 협상’을 읽고 3년 전 국립박물관에 가서 본 조선의궤가 프랑스국립도서관의 사서로 일했던 박병선님의 헌신과 대한민국의 강화된 국력 덕분임을 새삼 자각하게 되었음. 며칠 전 전등사를 탐방할 때 들었던 양헌수 장군이 정족산성에서 프랑스 군을 격퇴하지 못했다면 조선실록 또한 탈취 당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문화재를 지키는 것이 국민들의 의지만 갖고 되는 것이 아니고 나라를 지켜내는 국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음. 대한민국국보에 대해 보다 정확히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만하다는 것이 내 평가임.
*2014. 10. 30일
73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저/박석무 편역/창비 간(2013)
*다산 정약용은 1800년 정조가 승하한 후 정치적 반대파에 의해 천주교를 믿었다는 누명을 쓰고 전남강진으로 유배됨. 자기 일가를 폐족이라 칭하면서 면서 자식들에 사랑어린 편지를 보내는 다산 정약용의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이 책을 읽고서 나 스스로 많은 부끄러움을 느꼈음. 내 자식들에 건강하게 잘 살라면서도 잘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치지 못한 나와는 달리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하고 어떻게 처신해야하는 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점은 다산 정약용의 극진한 자식사랑에 기인한 것이겠지만, 공론이 아니고 실제를 중시하는 실학자라는데도 있으리라는 생각임. 아버지가 유배에서 풀려나도록 하기 위해 아버지를 모함한 무리들에 잘 보이려 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마음을 크게 먹고 걱정 말고 세월을 기다리라는 다산의 가르침을 받은 자제들이 학문에 매진했기에 훗날 추사 김정희와 교유할 수 있었을 것임. 내 두 아들에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임.
*2014. 10. 24일
733.한국고대사, 그 의문과 진실
*이도학 저/김영사 간(2001)
*역사에서 통설이 갖고 있는 신뢰의 근원은 이견 없이 널리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라는 생각임. 통설에 반기를 드는 것이 힘든 것은 웬만큼 그 이론이 탄탄하지 않으면 쉽게 외면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인데 이도학 저자가 우리나라 고대사를 다시 살펴본다는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용기 있는 일로 평가받을 만하다는 생각임. 저자의 다른 저서를 읽어보지 못해 주류학자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고조선에서 발해까지 53개 항목에 나름 이견을 내 보인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임. 아쉬운 것은 항목 수를 좀 줄여서 더 상세히 다루었으면 하는 생각임. 주몽왕릉에 주몽의 시신이 없다는 사실은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으며 일본에 드라마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끌은 선덕여왕이 그리 유능하지 않았다는 이 책의 내용은 새로웠음. 의외의 소득은 “신라는 바다의 강자였다”는 항목에 신경준의 ‘여암고(旅菴藁)’가 인용되었는 데 이 책은 내가 몰랐던 것으로 확인해보고자 함.
*2014. 10. 16일
732.한국고전의 발견
*이우성 저/한길사 간(2000)
*한국고전이 이렇게 다양하고 이런 고전을 남긴 분들 중 내가 모르는 분들이 이렇게 많은 가 부끄러워하며 이 책을 읽었음. 고려명현집인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과 이승휴의 “동안거사집”을 시작으로 구한말에 태어나 대한민국의 품에서 돌아가신 심산 김창집의 “심산유고에 이르기까지 고려와 조선의 명현집 40권을 요약설명한 이 책을 통해 명현집의 저자의 생애와 학문적 업적을 알 수 있어 많은 공부가 됐음. 1925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줄곧 성균관대학교에와 함께 살아온 저자 이우성님 덕분에 성호 이익 선생께서 빛을 보셨다는 이야기를 누군가에서 들은 적이 있는데, 이분의 저서를 읽는 기쁨도 컸음. 그 많은 분 중 이 책에 소개된 선조분의 저서는 ”홍범우익“으로 소천 우여부의 저술임. 우여부는 서애 유성룡이나 백사 이항복의 촉망을 받은 선비로 함양의 안의 출신임. 아쉬운 것은 이 책에 소개된 한국고전이 한문으로 쓰였다는 것으로 심산유고 만이 한글로 쓰였으나 이 또한 한문의 원본 심산유곡을 번역한 것임. 한글세대를 위해 번역작업도 꾸준히 진행되어야 하고 또 한글문헌 중에서 명현집을 선정하는 것도 시급히 서둘러야 할 것임.
*2014. 10. 5일
731.고전문학의 향기를 찾아서
*정병헌-이지영 공저/돌베개 간(2003)
*이 책이 갖고 있는 남다른 의미는 고전과 그 고전을 낳은 현장을 연결시켜서임. 고전의 현장을 찾아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고전이 어느 날 우리에게 별안간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고 역사를 끈으로 해서 우리에 전해진다는 것이어서 그 끈을 매개로 거슬러 올라가보고 싶은 욕망이 저절로 인다는 생각임. 이 책은 “한문학과 대가들의 유산”, “문학과 이념의 거리”, “자연과 인간, 우리의 노래” 등 3부로 구성되어 있음. 고려 및 조선의 문인 중 이규보. 김시습, 허균, 허난설헌, 정약용, 균여대사, 일연, 이황, 이이, 송순, 정철, 윤선도와 신재효 등 13인을 뽑아 그들의 삶의 궤적, 작품해설, 그리고 명작의 산실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엮은 이 책을 들고 우리 고전의 고향을 찾아 문학나들이를 나설 뜻임. 다만 이 책이 역사서가 아니어서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역사적인 조명은 부족하다 싶은 것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인물을 묘사해 허균 같은 인물도 존경할 만한 인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임.
*2014. 9. 27일
730.생태학적 상상력
*김욱동 저/나무심는사람 간(2003)
*방송대국문과에서 이미 생태문학을 배운바 있어 낯익은 주제의 책이지만, 막상 책을 들자 배운 것을 새까맣게 까먹어 마치 처음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음. “시적상상력과 생태학적 상상력”, “동양시가와 녹색사상”., “근대시의 생태주의”,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생태의식”, “성서와 생태주의”와 “언어생태학을 위하여”등 6개장으로 구성된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인간들이 더불어 존재하는 ant 생물과 무생물에 대해 겸손해야겠다는 자각이 일었음. 언어생태학을 다루는 장에서 개를 비유해 무심히 쓰고 비어들이 개에 모독이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이지만 정현종의 “개들은 말 한다”의 시에서처럼 나쁜 개들을 보면 자기들끼리 “저런 사람 같은 놈”이라 한다면 우리 인간들의 반응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함. 녹색근본주의자들처럼 세상만사를 녹색으로 해석하려 들어서도 안 되겠지만 생태를 염두에 두지 않는 우리의 삶의 방식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됨.
*2014. 9. 25일
729.한비자
*한비 저/김원중 역/글항아리 간(2010)
*한비자(韓非子)를 ‘제왕학의 영원한 성전’이라 일컫는 것은 제갈량이 죽으면서 후주 유선에게 이 책을 읽도록 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법치와 권세에 바탕한 술(術)이라는 방법론을 통해 실권을 가진 군주가 신하들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통치술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임. 전국시대인 기원전 280년 약소국인 한나라에서 태어난 한비는 우연히 그의 저서 한비자를 읽고 감동한 진시황제에 의해 발탁되어 활동했으나 순자에게서 동문수학한 이사의 모함으로 자살하는 것으로 생을 마감한 대표적인 법가임. 한비가 한비자를 쓸 수 있는 데는 한비의 진보적인 역사관과 시대적 요구가 있었기 때문으로 한비는 역사란 진화하므로 문제가 발견되면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순응하여 새로운 방법으로 보았음. 이 책은 난언, 애신 등 총32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편마다 저자의 주장과 이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역사적 사례를 들어 제왕의 이해를 도왔음. 시력을 지나치게 사용하면 눈은 분명하게 보지 못해 장님(盲)이 되고, 청력을 지나치게 사용하면 귀는 들을 수 없어 귀머거리(聾)가 되고, 사고를 지나치게 하면 지식이 혼란스러워 미치광이(狂)이가 된다는 해로(解老) 편을 보고 제왕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가 짐작되었음.
*2014. 9. 15일
728.세로 토레 - 매스너, 수수께끼를 풀다
*라인홀트 매스너 저/김영도 역/하루재클럽 간(2014)
*앞서 읽은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이 히말라야에 트레킹을 위한 꿈꾸는 이들이 일독할 만한 책이라면 이 책은 최고의 클라이머들이 펼치는 본격적인 등반서여서 독자들이 같지 않을 것임. 남미 파타고니아의 얼음 벌판 위에 치솟은 난공불락의 세레토레를 1958년 초등한 체사레 미에스트리가 진실게임에 빠져든 것은 같이 오른 에거가 실종된데다 어디에도 초등의 증거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임. 마에스트리를 존경해온 라인홀트 매스너의 집요한 추적에도 그 진위가 명쾌하게 밝혀진 것이 없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내 나름대로 느낀 것은 1958년의 초등은 세로 토레의 등정에 집착한 마에스트리가 착각한 데서 연유한 것이 아닐까 싶음. 마에스트리의 극한에의 도전과 라인홀트 매스너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은 그 나름 평가되어야 한다는 생각임. 오은선이 히말라야14좌를 세게 최초로 완등한 것을 두고 국내의 많은 알피니스트들이 거짓이라고 폄하하면서도 라인홀트 매스너처럼 그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를 이런 책으로 내었는지 나는 알고 있지 못함. 참고로 라인홀트 매스너는 한 인터뷰를 통해 오은선이 히말라야 14좌를 세계 여성 최초로 완등했음을 인정했음. 90세를 벌서 넘기신 역자 김영도 선생은 내가 나가는 산서회의 고문으로 선생의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머리가 숙여졌음. 또 다른 역서를 준비하시는 선생님께서 항상 건강하시기를 빌고자 함.
*2014. 9. 10일
727.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역/은행나무 간(2014)
*산서회에서 “8월의 책”으로 선정해 읽기를 권한 이 책을 제 때 읽지 못하고 뒤 늦게 읽어 독후감을 산서회에서 발표할 기회는 잃었지만 대신에 내 블로그에 이렇게 남길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임. 국문과를 다녔으면서도 신예 작가 정유정의 소설을 한 편도 읽지 않아 생소할 수밖에 없는 데, 안나푸르나를 라운딩하고 쓴 이 책을 읽고 나서도 그 생소함이 여전한 것은 산행기를 1인칭 소설처럼 썼기 때문임. 이 책의 얼마만큼은 작가의 체험을 회상하는 것으로 메웠고 또 동행한 동료와 셀퍼들과의 오고 간 이야기들을 직접화법을 써 묘사한 것이 마치 소설을 보는 것 같았음. 이 책이 소설과 크게 다른 점은 트레킹하는 작가가 적어간 갈등이 그다지 극적이지 않은데다 이야기를 극화시킬 수 있는 플롯이 애당초 존재할 수 업는 트레킹레포트라는 것임. 자연 진행이 빠르지 않고 군더더기가 보여 나를 제외한 산서회의 알피니스트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갑갑한 느낌을 가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음. 소설가 정유정이 미지의 안나푸르나를 성공적으로 라운딩한데 대해 우선 축하를 보내며 이 경험이 앞으로 그의 작품 여기저기에 용해되어 작품의 리얼리티를 높이고 완성도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 기대됨.
*2014. 9. 7일
726.케인즈(KEYNES) 하이에크(HAYEK)
*니컬러스 윕숏 저/김흥식 역/부 키 간(2014)
*조금은 주저하며 이 책을 산 것은 경제학이론서라서 너무 어렵지 않을까 싶어서였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상당부분 기우였음을 확인했음. 저자가 영국의 “타임스(Times)" 창간편집인이었던 언론인이어서 문체가 비교적 간결하고 쉽게 표현하려 애쓴 흔적이 엿보이는 이 책을 관통하는 것은 영국과 미국이 위기에 빠진 경제의 해법을 두고 케인스와 하이에크의 경제이론을 왔다 갔다 했다는 것임. 이는 경제학에서 경제위기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이론은 존재할 수 없음을 보여준 것으로 앞으로도 이 두 거장의 이론적 대립과 논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임. 케인즈는 그 이름을 익히 들어온 바지만, 하이에크는 그리 귀에 익은 이름이 아닌데 갈 브레이드가 케인즈 파이고 프리드먼이 하이에크파이라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음. 개인적으로는 케인즈의 정부개입 지지보다는 시장기능에 맡기는 쪽의 하이에크 이론에 후한 점수를 주는 편이지만 국가경제는 어느 한 개인의 호 불호 문제가 아닌 만큼 정책도입단계에서 치열한 논쟁은 불가피할 것임. 오랜 만에 지적논쟁의 기쁨을 맛 보게한 저자에 어려운 경제이론을 쉽게 풀어써 준 점에 대해 감사하고 싶은 마음임.
*2014. 9. 4일
725.강화양명학의 양명학
*강화양명학 연구팀 저/한국학술정보(주) 간(2008)
*내가 양명학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영조 때의 실학자 여암 신경준 때문임. 수학기에 강화로 들어가 공부를 했다는 기록을 비춰보아 여암 신경준도 깊숙이는 아니지만 양명학을 공부했다고 추정됨. 국립국어원의 정의에 따르면 양명학이란 중국 명나라 때 왕양명(王陽明)이 주창했던 새로운 유교학설로 마음 밖에 사리가 따로 없으며, 사람마다 양지(良知)를 타고 났으나 물욕이 있는 탓에 성인과 범인이 구별되는 것이므로 물욕의 장에를 물리칠 때 비로소 지행합일이 된다는 학문임. ‘강화양명학 연구총서’의 3권 중 한 권으로 간행된 이 책을 통해 양명학의 발전사를 조감하고 주자학과 어떤 논쟁을 벌여왔는가와 앞으로의 과제를 일별할 수 있었음. 포은 정몽주의 11대 손인 하곡(霞谷) 정제두(鄭齊斗, 1649-1736)가 강화도에 들어가 강화양명학을 열었고, 그 학맥이 이광신, 이영익/이충익, 이건창/이건방을 거쳐 정인보에 이른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음. 조선성리학자의 양명학 비판은 양명학의 중심의리인 치양지(致良知)보다는 심즉리(心卽理)와 양지(良知) 그리고 지행합일(知行合一)과 친민(親民)에 집중되었다는 것이 이 책의 필진이 주장하는 바임. 양명학에서는 치양지(致良知)를 내세워 “사람이 배우지 않고서도 할 수 있는 것은 양능(良能)이 있기 때문이고, 생각지 않고서도 알 수 있는 것은 양지(良知)가 있기 때문이다”라는 맹자의 양명지설을 근본적으로 확장했는데 이정직은 양명학에서 맹자의 사단을 무리하게 시비지심의 지(智)로 단순화시켰다고 비판한 것은 양명학의 양지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임. 내용이 쉽지 않아 다시 읽어볼 생각임.
*2014. 9. 1일
724.논어강설
*이기동 편저/성균관 대학교 출판부(2012)
*후한의 반고가 “한서” ‘예문지’에서 “논어란 공자가 제자들과 당시 사람들에게 응답한 것과, 제자들이 서로 말을 주고 받되 공자에게서 들은 것에 대한 말이다. 당시 제자들이 제각기 기록해 놓은 것 있었는데, 공자께서 돌아가신 뒤에 문인들이 서로 논찬(論纂)하였으므로 그것을 논어라 부른 것이다”라고 하였듯이 논어(論語)란 공자와 관계있는 말〔語〕을, 뒤에 그 문인들이 논찬하여 이룩한 책임. 이 책을 낳게 한 공자는 기원전 551년에 태어나 중국춘추시대에 활약하다 479년에 유명을 달리한 노나라 인물로 평생 제자들을 가르치고 또 관직에 나가 개혁사상을 실천하고자 애써 성인으로 칭송받는 인물로 평생 세상에 인(仁) 을 펴고자 힘썼음. 학이편에서 요왈편에 이르기까지 모두 20편으로 편찬된 논어를 이기동교수의 강설에 힘입어 직접 써보고 나 나름대로 해석해본 후 이 책의 해석과 비교해 잘못된 것을 고쳐 나름 정독을 했으나 이 책이 담고 있는 깊은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다는 것이 솔직한 자평임. 공자께서 인(仁)에 대해 제자들이 물을 때 그때마다 다른 대답을 내놓은 것은 인을 실천하는 방법이 하나가 아니라서 이기도 하지만 개별교육의 진수를 본다는 느낌도 들었음. 대사상가 공자의 휴머니즘을 이 책에서 읽고 나자 유학이 고리타분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공자의 가르침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어떻게 강설하느냐와 더 관계가 있지 않나 싶다는 생각임.
*2014. 8. 28일
723.믿음의 배신
*마이클 맥과이어 저/정은아 역/페퍼민트 간(2014)
*이 책은 믿음이 우리를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가에 관한 심리서임. 몇 해 전에 읽은 “거짓말의 진화”와 이 책이 저자는 다르지만 맥을 어느 정도 같이 한다 싶은 것은 믿음의 위력을 공히 평가한 점임. 우리의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믿음이 어떻게 형성되는 가를 몸과 두뇌의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이해한 저자는 믿음과 간격에 대해 설명하고 일단 형성된 믿음이 얼마나 견고한가를 여러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음.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는 프랜시스베이컨의 말처럼 믿는 대로 세상을 본다며, 그 실례로 사람들이 과학자들이 하는 말을 믿게 되는 과정을 들면서 과학자들이 제시하는 증거나 해석을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믿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과학자가 자신들의 문화적 가치와 맞는가를 기준해 그의 말을 믿는다 했음. 요즘 세월호 사건에 따른 상당한 유언비어를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은 자기와 문화적 가치가 같거나 유사한 사람들이 고의로 퍼뜨리는 말들을 믿어서라는 생각임. 이런 지경에서 설득은 믿음을 바꿀 수 없음이 상당부분 참으로 굳어질까 두려운 마음이 생겨남도 어쩔 수 없다할 것임. 올바른 믿음을 갖을 수 있는 문화적 가치가 받아들이는 사회가 살 만한 사회가 아닐까 싶기도 함.
*2014. 8. 20일
722.손자병법
*손자 저/김원중 역/글항아리 간(2011)
*서양에서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최고로 친다면 그에 필적할 동양의 전쟁론은 단연 손자의 손자병법일 것임. 며칠 전 중국의 마이푸가 편저한 “그림으로 읽는 손자병법”을 읽고 나서 뭔가 모르게 아쉬웠는데 마침 군포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아 직접 써보고 해석을 해보았음. 전략서여서 모르는 한자가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직접 자전을 찾아 그 뜻을 헤아려야 하는 한자는 그리 많지 않았음. 역자 김원중은 그가 번역한 삼국유사와 삼국사기를 여러 번 읽은 바 있어 그의 문체에 상당히 익숙해진 편이어서 흥미롭게 읽기를 마쳤음. 이 책 또한 총13편의 적용사례들을 각 편 말미에 열거해 이해를 돕게 했는데 조조가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에 대패한 적벽대전의 사례가 자세히 실려 있어 주유의 승전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었음. “싸움에 신중하되 싸우면 무조건 이긴다”는 손자의 신념을 구체화시킨 것이 이 책이기에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이 세상을 사는 사람들에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임.
*2014. 8. 18일
721.사람의 산 우리 산의 인문학
*최원식 저/한길사 간(2014)
*2000년대 들어 1대간9정맥을 종주하느라 몸만 바빴지 우리 산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 몇 권 안 되어 부끄러웠음. 올 들어 심경호교수의 ‘산문기행-조선의 선비, 산길을 가다’를 읽은 데 이어 이 책을 읽은 것이 우리 선조들이 우리 산을 어떻게 대하고 인연을 맺었으며 올랐는가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를 하는 계기가 되었음. 백두대간종주를 마칠 정도로 산을 사랑하는 저자에 ‘우리 산의 인문학’에 대한 학문적 업적을 기대하는 것은 지리학교수로는 드물게 수많은 우리 산을 직접 오르고 조사했다는 것과 나보다 15세 연하여서 앞으로도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현장조사를 해낼 수 있다 싶어서임. "한국의 산, “한국인의 산”, “산의 인간화, 천산 용산 조산”, “사람과 산이 어우려져 살아가다”, “산의 인문학”, “명산문화와 산속의 이상향”와 “동남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산으로” 등 총6장으로 구성된 이 책 전편에서 저자의 우리 산에 대한 애정과 산의 인문학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음. 특히 지리산를 세계 유산으로 만들기 위한 저자의 노력이 결실 있기를 희망 함.
*2014. 8. 15일
720.그림으로 읽는 손자병법
*손무 저/마이푸 편저/김영경 역/봄풀 간(2010)
*손자병법의 저자인 손무(孫武)(B.C 544-B.C 496)는 춘추시대의 전략가로 손자로 더 알려진 인물임. 始計, 作戰篇, 謀攻篇, 軍衡篇, 兵勢篇, 虛實篇, 軍爭篇, 九變篇, 行軍篇, 地形篇, 九地篇, 火攻篇과 用間篇 등 총13편으로 구성된 이 책의 원문은 그리 긴 편이 아니어서 한번 직접 써보고 해석해볼 뜻임. 관련 삽화가 많이 담겨 있고 각 편마다 적절한 사례가 제시 되어 이해를 쉽게 한 점이 이 책의 강점이라 하겠음. 손무의 전략사상은 전쟁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신중히 결정하고(전쟁신중론), 한 번 결정했으면 속전속결로 끝내야 하고(속전속결론), 꼭 이겨야 한다(전승론)는 것으로 오늘 날에도 변치 않는 병법이라 하겠음. 독일의 빌헬름2세가 진작 이 책을 읽었다면 1차 대전에서 결코 패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못내 아쉬워했을 만큼 서양에도 많이 알려진 책으로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 견줄만한 병서라 하겠음.
*2014. 8. 14일
719.아웃라이어
*말콤 글래드웰 저/노정태 역/김영사 간(2010)
*2005년 내 사업을 접고 나서 이런 사람이 성공한다는 소위 처세서를 외면해왔는데 이 책의 저자가 사놓고 읽지 못한 원서 “Tipping Point"의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이어서 과연 “Tipping Point"가 힘들여 읽을만한 것인지 가름하고자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음. 서양의 많은 책들이 그러하듯이 저자의 주장이 많은 사례들에 의해 뒷받침되어 공허하지 않았으며 설득력이 있게 들려왔음. 특히 대한항공의 괌사고의 결정적원인이 윗사람에 짧게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문화 때문에 PDI(Power Distance Index)가 브라질 다음으로 높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위기상황을 대형 인명사고로 이끌었다는 분석을 보고 저자의 탁견에 감탄했음. 아무리 머리가 뛰어난 천재라도 10년간 10, 000시간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노력하지 않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결론으로 이끌어낸 이 책의 주 내용을 두 아들과 손자에 일러주고 싶은 마음임.
*2010. 8. 10일
718.한국한문소설사
*차용주 저/아세아문화사(2003)
*한국한시에 관해서는 시집과 이론서를 한번 훑어보았지만, 한국한문소설은 작품은 여러 편 읽었어도 이론서는 한 권도 읽지 않아 대학에서 국문학과를 전공했다고 밝히기가 얼마간은 부끄러워 했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음으로써 소설사의 대강을 정리한 것 같아 흐뭇했음. 조동일박사의 국문학사 시대구분과 같지 않아 조금은 혼란스러웠지만 유명작품은 여러 권 읽어 소설의 배경과 의도를 이해하는 데 크게 문제되지는 않았음. “한국한문소설사의 의의와 시대구분”, “고대의 설화”, “중세의 패관문학과 각종 전 문학”, “근세초기의 소설”, “근세중기의 소설”과 “근세후기의 소설” 등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주요작품의 내용을 요약 제시하고 시대배경과 작품의 가치를 논하는 익숙한 패턴을 유지해 읽기에 편했음. 김시습, 허균, 김만중과 박지원 외에도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 요약 제시되어 나중에 시간되는 대로 그 책들을 구해서 읽어볼 생각임.
*2014. 8. 8일
717.한국사회는 에너지문제를 넘을 수 있나?
*전창훈 저/부키(주) 간(2014)
*부제로 단 “에너지에 강한 사회를 위한 일곱 가지 질문”에 대한 상론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어서 일곱 가지 질문을 알아보는 것이 순서일 것임. “한국의 에너지 역사는 어떠했을까?”, “에너지란 무엇인가?”, “에너지,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미래에너지로 가고 있을까?”, “에너지는 어떻게 정치, 경제, 국제관계를 바꿀까?”, “에너지는 환경의 적인가?”와 “우리는 에너지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등의 일곱 가지 질문에 대한 총체적인 답은 에너지문제에 대한 지적인 토론을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이라 하겠음. 우선 에너지를 적게 쓰는 것이 첫 번 째 할 일이고 현존하는 에너지 중 가장 저렴한 원자력발전을 계속 강화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생각임. 환경단체들의 지나친 우려와 정부의 적극적 지지 중 어느 것이 더 사실에 바탕한 것인지도 따져볼 일임. 내 개인적으로 불안해하는 것은 우리 국민이 쉽게 흥분하고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토론을 통해 참을 끌어내는 것이 지난하다는 것임. 보기 드물게 쉽게 쓴 책이어서 무거운 아젠다를 어렵지 않게 독파할 수 있었음.
*2014. 8. 6일
716.옛 詩情을 더듬어
*손종섭 편저/정신세계사 간(2007)
*‘한국역대명한시평설’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나보다 30년 먼저 태어나 오랫동안 교직에 있으면서 한학에 매진한 손종섭님이 편저한 것으로 방대한 우리의 옛 한시 중에서 300여수를 엄선해 번역하고 자세한 평설을 더 해 한문에 익숙지 못한 내가 읽어도 큰 어려움 없었음. 신라 최치원의 ‘秋夜雨中’에서 시작해 조선말기 황현의 ‘村居慕春’에 이르기까지 시대순으로 정리한데다 신라 설요의 ‘返俗謠’ 등 12명의 여류시인 작품을 추가해 이 책을 통독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선조들의 정취를 감지해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시 감상과 더불어 한문을 익히겠다는 욕심에서 300여수 전부의 원문을 한자로 직접 써가면서 이 책을 보아 한시에 보다 익숙해졌다는 것이 나의 자평임. 더러 의역이 많아 원문을 보고 직역을 시도한 내게 어려움을 주었으나 자구이 해석보다 시 전체가 담고 있는 정취를 드러내 보이는 것이 이 책이 목표한 것으로 보여 이해되었음. 시간이 되면 다시 한 번 보아 자구 해석에 치중한 이번 독해에서 벗어나 시정을 감상하는데 주력해보았으면 하는 생각임.
*2014. 8. 4일
715.산문기행-조선의 선비, 산길을 가다
*심경호 저/이가서 간(2007)
*“서포만필”과 “참요” 등의 역서를 통해 이미 저자의 문체에 익숙해져 이번에 “산문기행-조선의 선비, 산길을 가다”를 읽는데 어려움은 없었음. 난생 처음 읽는 유산기라서 기대가 컸는데 조금은 실망스럽다는 생각이 든 것은 산행에 대한 사실적 기록보다는 산하를 보는 느낌 부분이 강조된 것 같아서임. 산은 다름 아닌 벗이요, 어머니요, 스승이자 아버지라 생각했기에 저자는 우리 선조들이 다녀와 남긴 유산기를 뽑아 번역할 수 있었을 것임. 고려의 이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조선조의 인물들로 대다수가 사대부여서 조선백성들이 우리의 산을 어떻게 오르내렸는지를 이 책이 알려주지는 못했음. 백두산, 지리산, 금강산, 한라산 등 유수 산들이 거의 다루어졌고 이황, 조식 선생 등 유명 사대부들도 많이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었는데 ‘산수고’를 편찬한 여암 신경준의 유산기가 보이지 않아 의아했음. 아예 유산기를 쓰지 않았는지, 아니면 저자가 선정을 안 한 것인지 부터 확인해 여암선생의 유산기가 있다면 나라도 번역을 시도할 생각임. 등산이 아닌 입산이 조선선비들의 주된 산행이라는 내 생각이 이 책에서 정상까지 오른 기록들을 보고 일부 생각이 바뀌었으나 더 많은 유산기를 읽어보고 결정할 생각임.
*2014. 8. 2일
714.陶淵明
*장기근 편저/대종출판사(1975)
*진(晋) 애제 흥녕3년인 서력365년에 태어나 62세에 영면한 도연명(陶淵明)은 이름이 잠(潛)으로 왕희지와 같은 시대에 살았던 중국의 명 시인임. 그의 대표작인 명시 “귀거래사(歸去來辭)”의 전문을 보고자 이 책을 산 것이 수 십 년이 지나 이 책을 다시 꺼내 읽은 것은 원문을 한 번 써보아 묘미를 맛보고 싶어서였는데 나의 이런 뜻은 어느 정도 이루었다는 생각임. 앞서 읽은 두보나 이백보다 3세기 정도 앞서 활약한 도연명 역시 빈한하게 살았지만 그 두 분들보다 귀향에 더 적극적이었다는 생각임. 편저자 장기근은 도연명의 일생을 태어나서 29세까지의 제1기, 41세까지의 제2기와 63세에 영면하기까지 제3기로 나누어 고찰했음. 그는 도연명의 제 1기를 나름 큰 포부를 이루고자 열심히 공부한 기간으로, 제2기를 출사와 은퇴를 다섯 번이나 되풀이한 모순과 악순환의 기간으로, 그리고 마지막 3기를 은인의 철인이자 시인으로서 유유자적했던 시기라고 설명. 내 개인적으로 도연명의 시작품이 두보나 이백보다 더 친근감이 느껴진 것은 그의 성실한 삶 때문이라는 생각임.
*2014. 8. 1일
713.문명권의 동질성과 이질성
*조동일 저/지식산업사 간(1999)
*저자를 처음 만나게 한 책이 “동아시아 문명론”이고 보면 “문명권의 동질성과 이질성”이라는 제목의 이 책을 오늘에야 읽은 것은 늦어도 한참 늦은 것임. 본서는 “하나이면서 여럿인 동아사이 문학” 및 “공동문어문학과 민족어 문학”과 더불어 저자가 중세문학의 재인식을 위해 내놓은 3부작 가운데 마지막 책으로 여러 중세문명의 동질성과 이질성을 고찰 비교분석했다는 데 발간의의가 있다 하겠음. 책봉체제, 금석문, 역사서, 성자전과 교술서 등 5개 항목을 중심으로 동서양은 물론 공동문명권 내 국가들 간의 동질성과 이질성을 고찰한 것은 저자가 아니라면 쉽지 않았을 과제라는 생각임. 문학장르의 문제인 교술시를 두고도 시비가 많은 데 이 책만으로 그 시비를 잠재울 수 있겠다 싶음. 방송대의 손종흠 교수를 비롯한 교술시부정론자들의 논리 또한 나름 단단한 것이어서 그 시비가 이 책이 발간되고 15년이 지난 오늘까지 이어지는 것이라는 생각도 드나 이 책에서 제시하는 자료들이 믿을 만한 것이어서 나는 교술시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있음. 중국과 그 주변국의 문제로만 알아온 책봉문제를 로마교황청과 신성로마제국과의 관계와 비교한 이 책은 과연 석학 조동일 교수의 저서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음.
*2014. 7. 27일
712.한문독해법
*최완식, 김영구, 이영주 공저/명문당 간(2012)
*한문을 홀로 공부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학교에서 영어과목에 많은 시수를 할당한 것만도 알 수 있음. 천자문과 한문입문서 몇 권을 혼자 독파한 후 이 책을 갖고 공부를 했는데 이 책에 나오는 한문을 모두 한 번 써보았어도 여전히 한문독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몇 번이고 다시 공부해야할 것 같음. II장의 기초한문독해 연습에 나오는 명저의 문구와 IV장의 장르별 원문독해의 실제에 나오는 명문들은 이 책이 아니면 내가 손수 골라 보기는 쉽지 않는 것들로, 이 책을 공부하는 보람이기도 하다는 생각임. 이 책을 먼저 공부하고 작년 방송대 국문과의 고전독해에 임했다면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함. 혼자 하는 한문교과서로는 수준급이라는 생각임.
*2014. 7. 23일
711.문학이란 무엇인가?
*김대행 저/문학사상사 간(2004)
*어려운 주제를 쉽게 풀어가는 재주꾼들을 보면 그 또한 조상의 빛난 얼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냥 부러워하는데 이 책을 보고 김대행 교수가 그런 분이다 싶었음. 식인종 시리즈, 참새시리즈, 욕쟁이 할머니들이 어떻게 문학과 연관되는 가를 밝힌 이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은 전통적인 문학이론과 접목시키는 기법이 특이해 저자의 부정 속에서 요약정보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임. 예를 들면 “프라이 같은 학자는 문학사를 그것으로 구획지을 수 있다고 하면서 신화, 로망스, 아이러니 등의 명칭을 붙이기도 하지만 그런 것은 문학연구를 직업으로하는 사람이나 알면 되고 ...”하는 식으로 프라이의 분류를 요약해주는 식임. 다른 문학이론서와 확실히 구별되는 것이 일상의 재미있는 이야기에서 뽑아와 흥미롭고 이해가 쏙쏙 되었으나 산만해 이 책을 통해 얻은 지식과 정보를 나름대로 정리해들 필요가 잇다는 생각임.
*2014. 7. 22일
710.철학사와 문학사, 둘인가 하나인가
*조동일 저/지식산업사 간(2000)
*방송대국문과에 입학해 공부한 것이 내게 중요한 것은 조동일 박사를 알게 된 것임. 튜터선생의 소개로 전6권의 “한국문학통사”를 시작으로 이 책이 5번째이고 앞으로도 계속 읽어갈 생각임. 문학자가 철학을 다루는 것은 전공이 아니어서 공격받기 딱 좋을 법한데 철학사와 문학사를 함께 다루어 통섭을 시도한 것은 학문적 바탕이 탄탄하고 창의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저자 특유의 노력과 용기가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임. 이제껏 알아온 플라톤을 위시한 유럽의 철학자들과 함께 제 삼국의 보에티우스, 나가르주나, 산카라, 주희, 의상들을 비중 있게 다룬 것은 이성을 중시한 나머지 통찰을 외면한 칸트 류의 서구철학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일 것임. 문학을 구비문학과 기록문학으로 나누듯이 철학 또한 플라톤 이전에 구비철학이 있었다는 언급이 새로웠고, 이성과 감성을 x축으로, 통찰과 우둔을 y축으로 삼아 성(性)과 정(情)을 고찰한 것도 흥미로웠음. 성과 정은 y축으로 구분되고 이성과 감성은 x축으로 구분되며, 성이 각성되어 정으로 발현되는 것을 통찰이라 하고 성이 각성되지 못하고 정이 발현되는 것이 우둔이라 했음. 형상화된 체험의 문학과 개념화된 논리의 철학은 상반되므로 화합하고 화합하므로 상반되는 관계에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논지인 듯 싶음.
*2014. 7. 18일
709.두보 평전
*한성무 저/김의정 역/호미 간(2007)
*시선 이백과 더불어 성당시대를 이끈 시성 두보는 고등학교 다닐 때 두시언해의 작가로 벌써부터 그 이름을 들어본 바지만, 실제 그이 시를 한문 원본과 함께 읽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임. 이백보다 11살이 어린 두보는 1712년에 태어나 59세의 나이로 영면하기까지 백성들의 핍진한 삶을 사실대로 그렸고, 황제 현종의 부도덕 및 사치, 그리고 영토확장을 비판하는 애국의 시를 많이 남겼음. 이백 못지않게 어렵게 생활한 두보가 후세에 평가를 받는 것은 낭만파시인으로 자리매김한 이백과는 달리 백성들이 과다한 병역과 세금으로 핍박받는 현장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이를 사실적으로 시화(詩化)하였다는 것임. 이 평전을 관통하는 것은 두보의 우국우민 정신으로, 거짓 없는 언어와 유려한 문필, 그리고 예리하고 독특한 견해를 담은 시들이 이를 잘 드러내고 있음.
*2014. 7. 15일
**당나라의 걸출한 시인 두보(杜甫)가 낯설지 않은 것은 고교시절 국어시간에 ‘두시언해’를 배운 기억이 나서임. 2014년 봄 중국의 시안을 다녀오고 나서 여행기를 쓰는데 참고하고자 “영원한 대자연인 이백”을 읽으면서 이백과 두보가 동시대인으로 서로 만나서 교유했다는 것을 알았음. 시성(詩聖) 두보와 시선(詩仙) 이백의 만남이 그리 여유롭지 못한 것은 당시 당나라가 안록산의 난으로 고통을 당할 때인데다 두 시인의 처지가 모두 넉넉지 못할 때여서 그러했다는 생각임. 시선에 어깨를 겨루는 시성의 일생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때부터이고, 그래서 ‘악양루에 올라’, ‘춘망’ 등 두보의 한시를 몇 편 찾아 읽었고, 바로 이 책 “두보평전”을 빌려 읽었으며 이번에 드디어 사서 다시 읽기에 이른 것임. 이 책의 강점은 두보의 시 작품을 엮어 생애를 상세히 복원했다는 것임. 김사인 문학평론가 표4를 통해 지적한 대로 두보는 “난세를 당한 선비의 마음가짐의 모범으로서, 유가적 가치의 탁월한 문예적 구현자로서 한자문화권의 전통 속에서는 늘 첫 자리에 거명되어온 사람, 그리하여 마침내 ‘詩聖’으로 숭앙되기에 이른 사람”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서 확실히 알 수 있었음. 내 나이 70을 넘고 보니 그의 시 ‘등악양루(登岳陽樓)’의 한 구절 ‘친구는 이제 소식 한 장 없는데/늙고 병든 이몸은 외로운 배 한 척/전쟁이 관산 북쪽에서 그치지 않으니/난간에 기대어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이 가슴에 와 닿았음. 다만 두보의 시가 그의 생애에 엮여 해석되어 보다 자유롭게 감상하는데 한계를 지운 점도 없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의 한계라는 생각도 들었음.
**2018. 1. 11일
708.한국한시의 분석과 시각
*안대희 저/연세대학교 출판부 간(2000)
*방송대국문과의 고전강독 스터디로 한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고, 그 덕분에 한시에 관한 학문적 성과물인 이 책을 읽어볼 수 있었다는 생각임. 이 책의 저자인 연세대 안대희 교수의 곤충화훼의 영물시에 관한 논문은 여암 신경준선생의 자연관을 그의 영물시를 통해 알아보고자 쓴 졸업논문 작성에 도움을 받아 익히 알고 있는 바이나 본격적인 이론서로 만나보기는 처음임. 저자가 말하듯이 삼국시대와 고려, 조선시대를 거치는 장구한 역사 속에서 우리 문학의 주류를 차지해왔으며, 우리문학의 아름다운 정채요 만감한 감성의 산물임. 고려 정지상 시의 감상과 평가가 새로운 느낌을 자아냈고 조선 중기 윤춘년의 성율론은 새로움을 뛰어넘어 놀라웠음. 절구나 율시 등의 외재율에 바탕한 정형시가 주를 이룰 때 내재율을 도입해 우리 한시를 분석하고자 한 것은 윤춘년의 학문적 업적이 아닐 수 없음. 이 책의 전 주인이 서울대국사학과 학생이라는데서 신선한 충격을 느낀 것은 국문학을 전공한 내가 이제 읽는데 국사학과 학생이 사서 보았다는 사실 때문임. 역시 서울대생이다 싶음.
*2014. 7. 12일
707.영원한 대자연인 이 백
*안치 저/신하윤-이창숙 역/이끌리오(2004)
*달과 술의 시인 이 백(李 白)은 701년에 태어나 63세에 세상을 뜨기까지 성당시대에 활동한 중국최대의 시선(詩仙)으로 시성(詩聖)두보(杜甫)와 함께 이두(李杜)로 불리고 있음. 1,100여편의 작품이 현존할 정도로 다작을 남긴 이 백은 낭만시인으로 알려진 것과는 조금 다르게 성당(盛唐)의 기상을 대표하며, 만고의 우수를 품에 안은 대자연인으로 자유를 꿈꾸며 비상하려한 대붕으로 묘사됐음. 한 때 장안에서 제일 잘나간 이백은 당현종의 총애를 받아 양귀비를 찬하는 청평조사 삼수(淸平調詞 三首)를 지어 바치기도 했으나 입바른 소리로 내침을 받게 되고, 이후 죽기까지 간난의 세월을 살았음. 연하의 두보와 우국충정을 토로하기도 한 이 백이 죽고 나서 당 현종 때 관찰사 범천정이 현령 제갈종의 협조를 받아 손녀를 찾아내고 이 손녀들의 확인 하에 당도현의 청산기슭으로 이백의 묘를 이장해 관리한 것으로 나옴. 하나 특기할 것은 이 백이 공무도하가를 즐기고 용사로 쓴 시도 눈에 띈다는 것임.
*2014. 7. 10일
706.다산정약용 평전
*박석무 저/민음사 간(2014)
*조선후기 민족 최고의 실천적 학자로 칭송받는 다산의 평전을 쓴 다는 것이 지난하리라 생각되는 것은 우선 그의 저술이 500권을 넘을 정도로 방대해 이 책들을 다 읽고 쓴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임. 저자 박석무님은 대학원졸업논문을 계기로 다산 정약용에 심취해 한 평생을 건 분이기에 평전을 쓰는 것이 가능했을 것임. 과연 평전답게 다산의 업적과 삶을 잘 드러낸데 더해 다산의 한계도 지적해 이 책의 가치를 높였다는 생각임. 다산정약용이 남인출신이면서도 동인인 이황의 주리론을 따르지 않고 서인인 이이선생의 주기론을 따른 것은 실천적 의지가 강해서라는 판단임. 감히 저자의 한계를 들라면 지리부분에 대한 고찰이 없었다는 것임. 그 예로 압록강에서 임진강까지 유역에 대한 지리학적 고찰을 담은 ‘대동수경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인데 다산박물관에 가면 대동수경표에 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고, 번역본을 구해 읽어보아서 하는 말임.
*2014. 7. 6일
705.실학시대의 사상과 문학
*이동환 저/지식산업사 간(2006)
*특정되어 있지 않은 실학을 사상적으로 고찰하는 것은 능력 밖의 일이지만 그래도 시도해볼 하다 한 것은 실학사상을 갈고 닦은 분들의 저서를 한두 권은 읽어보았기 때문임. 담헌 홍대용, 연암 박지원, 다산 정약용 등의 사상을 대상으로 연구한 논문들을 엮어 만든 책이어서 내가 감당해내기 어려웠음. 담헌 홍대용이 도학을 거쳐서 실학사상으로 넘어 간 것이 아니라 도학의 바탕위에 실학사상을 열어갔다는 것은 주자학이 풍미하던 조선에서 실로 힘든 일인데 그나마 가능했던 것은 영조 및 정조가 조선의 르네상스를 구현했기 때문이 아닐까 함. 연암 박지원의 문학사상은 그 기저에 중세적 권위에 대한 도전이 깔려 있음은 허생전이나 양반전을 읽어보면 능히 알 수 있는 것을 이 책에서 다시 확인했음. 다산 사상의 상제(上帝) 도입에 관한 고찰도 흥미로웠음.
*2014. 7. 2일
704.문학이란 무엇인가
*유종호 저/민음사 간(2005)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진부하기 짝이 없지만, 진지하게 답할 만한 명제임. 이 책을 쓰면서 저자가 염두에 두었다고 ‘책머리에’에 적은 첫 번째는 “문학은 삶에서 구할 수 있는 ‘낙’의 하나이고 따라서 문학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종하였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사례를 친근한 우리 문학 속에서 구하여 문학경험이 아주 비근하고 예사로우면서도 동시에 신묘한 것임을 상기시키려고 하였다”인데, 이 책을 바로 전에 읽은 콜린 윌슨의 저서 “문학과 상상력”보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에 나오는 사례들이 친근한 우리 문학 속에서 인용되었다는 점과 평론서도 시와 마찬 가지로 번역이 원서의 진의를 제대로 드러내기 쉽지 않아서일 것임.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들이 목차나 인용사례는 다를지 모르지만 용어들은 방송대국문과를 다니면서 익히 들어온 바라서 별반 어려움 없이 읽어나갈 수 있었음. “훌륭한 문학이 반드시 훌륭한 사람의 손으로 이룩되지 않는다는 것은 예술이 본래 기술이요 솜씨라는 사실을 염두에 둘 때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는 저자의 진단이 그르지 않다면 작품이 호평을 받았다는 이유로 이 세상을 이끌어가겠다고 나서기를 즐기는 문학인들에 현혹되어서는 안 될 것임.
*2014. 6. 20일
703.문학과 상상력
*콜린 윌슨 저/이경식 역 /범우사 간(1999)
*저자 콜린 윌슨은 방송대 국문과 교재에서 그 이름을 익히 들어본 바 있지만 저서를 직접 읽기는 이 책이 처음임. 공업학교를 다닌 것 외에 별다른 정규교육을 받지 않고서도 본 저 및 “시간의 발견”, 어둠속의 제식“등을 저술한 콜린 윌슨은 영국태생의 평론가이자 소설가임. “문학과 상상력 -속 아웃사이더- ”의 부제에서 보아 알 수 있듯이 작가의 최초 저서로 1956년에 발간된 “아웃사이더”를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책 내용이 마냥 쉽기만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임. ‘합리성에 대한 도전’, ‘리얼리즘에 대하여’, ‘완전한 비관주의에 대하여’, ‘과학의 비전’, ‘암흑의 힘’, ‘상상력’과 ‘양극성의 필요“라는 소제목 하에 오스카 와일드 등 꽤 많은 작가들을 그들 작품과 함께 분석해 비평한 것이 이 책의 주 내용이라 하겠음. 저자 콜린 윌슨은 이 책에서 현대인들의 자기 폐쇄적이고 병적인 인생 그 자체를 직접문제로 삼았으나 이 책은 수많은 작가들이 제시한 문학론과 본격적으로 대결한 문학론이라 볼 수 있다는 역자의 언급이 아주 적절하다는 생각임.
*2014. 6. 16일
702.이중섭 평전
*고은 저/향연 간(2011)
*인근 헌책방에서 이 책을 보았을 때 같은 필자, 같은 제목의 글이 1970년대 초반 월간지 “신동아”에 연재된 적이 있어 반가웠음. 척추디스크로 서울대 병원에 입원해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자 읽기를 시작한 연재물 “이중섭 평전”은 퇴원하고서도 계속 사서 끝까지 다 읽었지만 지금 기억에 남는 내용은 거의 없으나 이 책에 흠뻑 빠져 주인공 이중섭화가를 엄청 멋 있게 보았다는 기억은 지금도 남아 있음. 이 책을 읽고서 사십여 년 전 젊어서 읽었을 때의 감흥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 것은 평전이 대상인물을 긍정 일변도로 그리고 칭송하는 것이 아니고 비판적 관점에서도 글을 써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기 때문인데, 작가 고은은 이중섭의 지나치게 무절제한 생활마저 예술적 행위의 일부로서 이해한 것이 아닌 가 싶을 정도로 비판적인 내용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임. 또 하나 당시로는 작가 고은을 작가로만 알았지만 이제는 좌파문단을 이끄는 대표적 시인으로 생각하고 있어 나의 사상적 경직성에도 그 원인이 있다는 생각임. 화가 이중섭이 시인 구상 등 많은 문인들과 교류해 시를 써도 될 만큼 문학적 자질을 갖고 있음을 안 것이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수확이라 하겠음.
*2014. 6. 10일
701.우리문화의 수수께끼2
*주강현 저/한겨레 출판(2008)
*방송대 국문과에서 고전문학과 구비문학을 공부한 것이 이 책을 보다 깊게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음. 꽤 오래 전 1권을 읽고 나서 2권도 마자 읽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중 마침 알라딘에서 헌 책이 눈에 띄어 싼 값에 사서 읽게 되었음. “된장, 간장, 고추장의 삼각관계”를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인 것은 ‘된장의 6덕’이라는 수필 한 편을 쓴 바 있어서임. 우리문화의 수수께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도깨비로 어려서 어른들 많이 들어와 귀에 익숙할 뿐만 아니라 친근감까지 느껴지는데 저자는 이 책에 “도깨비, 벽사상징의 원형질”라는 소제목으로 자세히 다루어 도깨비가 정말 우리 문화의 원형질일 수 있겠다 싶었음. 어릴 때 그 흔하던 도깨비들을 우리현장에서 내쫓은 것은 전깃불이 주범일 것임.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무당과 신내림”에서 저자의 제자가 신내림을 받아 무당이 되는 것은 증언하고 있으며 날선 작두 위를 맨발로 걷든 것도 신내림 덕분임을 이 책은 말해주고 있음. 학교에서 미신으로 배워온 우리 고유의 문화풍속에 대한 재평가가 이 책을 통해서 이뤄진 면도 있어 저자에 고마운 생가이 절로 들었음.
*2014. 6. 1일
700.한국문학의 이해와 길잡이
*조동일 저/집문당 간(1997)
*방송대에서 국문학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최고의 지성인은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조동일 교수라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것은 북한에서는 김정일이 주도하여 국가에서 편찬한 국문학 통사를 남한에서는 조동일 교수가 혼자서 펴냈기 때문임. 전 6권의 “한국문학통사”를 그간 다섯 번은 읽었기에 본서 “한국문학의 길잡이”도 읽어 내려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음. 총괄이해, 작품세계 이해, 미의식의 이해, 문학사 이해, 문화변동 이해와 연구방법이해 등 총 6부로 구성된 이 책은 다루는 주제가 광범위하지만 전체 300페이지를 넘지 않아 각 주제가 충분히 상론된 것 같지는 않음. ‘미의식의 이해’에서 문학작품의 기본 범주를 ‘있어야 할 것’과 ‘있는 것’으로 상하 축을, ‘융합’과 ‘상반’으로 좌우 축을 나누어 각 분면에 비장, 골계, 우아, 숭고를 배치한 99쪽의 그림을 보고 저자의 탁견에 감탄했음. 또 문화변동의 이해에서 문학은 밑변이 넓고 철학은 꼭지점을 높이 올릴 수 있다는 지적은 문학과 철학을 같이 꿰뚫지 않고는 이를 수 없는 명언이라는 생각임.
*2014. 5. 28일
699.김인수가 만난 군포사람들
*김인수 저/토담미디어 간(2009)
*사업실패로 과천에서 산본으로 이사 온 지 벌써 10년째인데도 군포를 이끌고 가는 사람들에 대해 들은 바가 전혀 없었는데 이번에 저자로부터 이 책을 받고 읽어내려 가면서 군포시에대한 이해를 많이 넓혔다는 생각임. 저자와는 군포국제교육센터에서 영어회화를 같이 듣고 있어 이 책에 친근감이 더 갔는데 저자의 부친이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사 읽고 싶었던 당대 최고의 학생잡지 “학원”의 발행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더욱 읽고 싶어졌음. 김연아 선수를 비롯해 총55명의 군포인들을 인터뷰해 그 내용을 실은 이 책을 통해 만나본 사람들은 나와는 대척점에서 우리 역사를 좌파적으로 해석한 리영희 교수를 비롯해 소설가 성석제 등의 전국적 유명인사 몇 분과 맡은 바 분야에서 자기 몫을 성실하게 해나가 군포 지역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해 온 여러 분들이었음. 방송대 국문과를 입학해 알게 된 조동일 교수님이 빠져 아쉬운 마음이 없지 않으며 300쪽의 두껍지 않은 책에 많은 분들의 인생이 실려 심층까지는 다루지 못했다는 생각도 듦. 언론인 출신의 저자가 엮어내는 깔끔한 문체는 내가 배워야 할 부문임.
*2014. 5. 24일
698.백두산을 오르며 만나는 우리의 역사
*이이화 대표집필/리북 간(2010)
*총22권의 “한국사 이야기”는 재야사학자 이이화님이 지어낸 평생의 역작으로 내가 역사의 심연에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을 먹게 한 책임. “백두산을 오르며 만나는 우리의 역사”를 사서 읽게 된 것은 백두산이 갖는 민족적 성지라는 것 외에도 이 책의 대표집필가인 이이화님에 대한 존경심도 한 몫 했음. 재야사학자이면서도 좌파적 사관을 내세우지 않고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고자 하는 필자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온 나로서는 이번 책에서는 어떠할 까 궁금했는데 “한국사 이야기”와는 달리 단독집필이 아닌 대표집필이어서 더러는 그런 색채가 느껴지기도 했음. 백두산 개발을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파악해 우리의 대비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시각이 보다 많은 우리 국민들에 알려지기를 원하는 것은 역사상 일본보다 더 많이 우리를 침략한 중국에 대해 우리 국민이 너무 너그럽다는 내 생각 때문임. 백두산 천지연의 중국령 분화구 능선을 종주한 바 있어 이 책을 읽으면서 백두산의 산세가 머리에 그려지는 것 같았음. 이제껏 가보지 못한 백두산을 제외한 훈춘 등의 우리 역사 현장에 대한 사전적 이해를 이 책을 통해 했기에 가까운 시일 안에 답사하고 싶은 마음이 이 책을 읽고서 더욱 강렬히 일었음.
*2014. 5. 23일
697.신역 굴원
*굴원 저/장기근-하정옥 역/명문당 간(2003)
*단편적으로 이백이나 두보 등의 한시를 접해 읽어보았으나 책으로 읽기는 굴원의 이 시집이 처음임. 방송대 국문과에서 방송강의를 통해 만난 "울분의 시인" 굴원의 작품을 차분히 감상해보고자 장기근교수의 “신역 굴원”을 보았으나 역시 어려운 한시인데다 작가 굴원이 살았던 춘추전국시대와는 시대적 환경이 너무 달라 번역시를 읽어도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아 답답했음. 원전은 전부 한 번씩 써 본 것으로 자위하며 다른 시들을 보다 많이 읽고 해석해본 후 다시 읽어볼 생각임. 기원전 343년 초나라 선왕27년에 태어나 기원전 285년인 59세의 일기로 5월5일 멱라수에 몸을 던져 자살한 굴원은 자신을 내친 임금에 대한 충절을 지켜 후세의 문인들에 모범을 보여 우리나라 문인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 문인임. 서포 김만중이 정송가의 사미인곡을 “조선의 한글 離騷”라 평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굴원의 대표작은 근심을 만난 다는 뜻의 “離騷”라 할 만하며, 이 책에서 187연으로 된 전문을 접할 수 있었음. 누님을 등장시켜 “너는 어이 충간하고 착함 좋아하며 듬뿍 이 고운 절개 지녔나”라고 읊은 67련에서 굴원의 올곧은 심정을 잘 읽을 수 있었음. 이 책에는 “이소”, “구가”, “구장”과 증보편으로 새로 삽입된 “어부”. “복거”. “원유”, “천문” 등의 한시 원문과 해석본이 실려 있음.
*2014. 5. 21일
696.동주 열국지10-진시황, 천하를 하나로
*김구용역/민음사 간(1990)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열국의 제가들이 펼치는 무궁무진한 술책은 진왕 정이 시황제로 등극하는 것으로 마무리됨. 거상 여불위가 나라를 거래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혜안이 있었지만 그 또한 권력과 색을 극복하지 못해 실제로 친자식인 진왕 정에게 축출되는 모욕을 당하고, 끝내는 가족을 데리고 촉군으로 떠나라는 명을 받고 자결하는 것으로 일생을 끝맺음. 그 힘들게 중원을 통일한 진나라도 진시황의 손자 대에 이르러 패망해 역사를 한나라로 넘겨야 했던 것은 대부분의 열국들이 그랬던 것처럼 무력으로 권력을 쟁취해 권력의 정당성이 취약했고 그렇게 얻은 권력을 유지 계승하고자 부정부패와 온갖 술수를 다 동원해 백성들이 외면을 했기 때문일 것임. 이 책을 읽고 결론짓고자 하는 것은 열국의 제자백가들에 훨씬 못 미쳐 보이는 백성, 즉 오늘날의 국민들이 스스로 선출해 권력을 일정기간 위임하고 감시하는 민주주의가 최상의 정치제도라는 생각을 굳게 했다는 것임.
*2014. 5. 16일
695.동주 열국지9-합종연횡
*김구용역/민음사 간(1990)
*합종연횡의 두 주인공은 소진과 장의로 모두 귀곡선생의 두 제자임. 기원전 4세기경 중국에서 진(秦)을 중심에 놓고 펼쳐진 외교전략으로 먼저 소진이 조, 한, 제 등의 6개국을 묶어 동맹을 체결토록 해 진(秦)에 공동 대응하는 합종책을 폈고, 뒤이어 장의가 그 동맹을 하나하나 깨고 진과 각자 동맹을 맺게 하는 연횡책을 구사해 진(秦)이 중국을 통일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이 책에 상세히 실려 있음. 진왕의 초청을 받아 진을 방문한 제나라의 맹상군이 개소리를 내고 닭소리를 잘 내는 식객의 도움을 받아 진나라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는 일화와 조나라의 맹장 염파와 재상 인상여가 갈등을 극복하고 물경지교의 우정을 쌓기까지의 이야기도 매우 교훈적으로 재미있게 읽었음. 공을 세우고도 죽음에 몰렸다가 간신히 살아나 제나라에서 진으로 도망가 뜻을 편 범저가 제나라의 수가와 위염에 복수를 하고자 전쟁을 일으킨 것은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복수에 관용적이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임.
*2014. 5. 10일
694.동주 열국지8-전국시대, 스스로 왕이 되니
*김구용역/민음사 간(1990)
*전권에 이어지는 오자서의 이야기는 오왕 부차와 오자서가 오왕에 추천해 중용된 태재 백비의 잘못된 판단이 월왕구천에 권토중래할 기회를 주고, 오자서는 이에 반대해 끝까지 충간하다가 태자백비의 간계에 넘어간 오왕 부차로부터 자결을 명받고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종결됨. 오자서가 과연 충신이다 싶은 것은 열국지에 나오는 숱한 인물 중 모시고 있는 왕이나 제후에게 이토록 끈질기게 충간하는 인물이 보이지 않아서임. 오자서의 충간을 외면하고 간신배 태자백비의 간언만을 믿고 여색에 빠진 채 정사를 돌보지 않은 오왕 부차가 월왕구천에 망해가는 모습은 국가의 최고지도자들이 곱씹을 만한 교훈적인 내용이다 싶음. 맹자가 등장하고 손무와 그 손자 손빈의 활약상이 자세히 그려졌으며 법가의 시조라 할 만한 상앙의 부침도 흥미롭게 그려졌음.
*2014. 5. 5일
693.난중일기
*이순신 저/고정일 역해/한길사 간(2013)
*한 번 읽은바 있는 문고판 ‘난중일기’는 발췌된 것이고, 이번에 읽은 이 책은 완역본이어서 이순신 장군의 면면을 읽어낼 수 있었음. 매번 날씨를 기록한 것도 특이하고 나라 제삿날이어서 근무를 쉰다는 기록도 새로웠음. 약주를 좋아한 기록과 원균과의 갈등에 관한 기록에서 이순신장군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꼈음. 전쟁기록이 생각만큼 자세하지 않은 것은 이 책이 이순신장군의 개인 일기였기 때문일 것임. 이런 점에서 역자가 왜군과의 전투를 나름 정리해서 권미에 실은 것은 7년 전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임. 이순신 사후 200년이 지나 정조임금께서 영의정으로 추증하고 ‘이충무공전서’를 발간했으며, 이 전서의 한 부분을 이루는 ‘난중일기’는 1,604일 동안의 전쟁터의 기록이라는데 의미가 크다 하겠음.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임란을 대비한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오늘에 되살려야 하는 것은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더욱 절실하게 느껴졌음.
*2014. 5. 3일
692. 동주 열국지7-섶에 누워 쓸개를 핥다
*김구용 역/민음사 간(1996)
*능력 있는 사람이 원한을 품고 복수를 하겠다고 덤비면 한낱 필부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싶은 것은 오자서의 복수전에 상당페이지를 할애했기 때문임. 초평왕에게 죽음을 당한 아버지와 형의 원수를 갚고자 오자서는 간난신고 끝에 오나라로 도망가 오합려의 신하가 되어 왕위에 오르는데 결정적 도움을 준 공로로 병법의 대가 손무와 함께 오의 군사를 끌고 초를 침공해 초평왕을 뒤 이은 초소왕을 잡아 죽이지는 못했으나 크게 이겨 오자서는 초에 복수하는데 성공함. 손무는 초에 승전한 오합려가 교만에 빠질 것을 두려워하여 자리에서 물러나나, 오자서는 계속 남아 오합려를 이어 즉위한 부차를 모셨으나 월의왕 구천을 죽여야한다고 주장하다가 미움을 사 우영으로 돌아가고 월나라로 돌아간 구천은 섶에 누워 오에 대한 복수의지를 다지는 것으로 이 책은 끝을 맺고 있음.
*2014. 4. 30일
691.동주 열국지6-패왕의 길
*김구용 역/민음사 간(1996)
*군포중앙도서관의 역사탐방 겨울방학강의로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듣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옛날에 한 번 읽은 ‘동주 열국지’를 다시 꺼내 읽어가면서 계속 읽어야하나 하는 회의감이 깊어가고 있음.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살육 및 형벌 묘사가 비인간적이라는 면도 그렇거니와 온갖 권모술수에 지나치게 비중을 두었다는 생각 때문임. 삼국지를 열 번 읽어야 남자라는 속설에 이 또한 권모술수만 배우는 것 같아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내가 같은 이유로 이 책에 대해서도 점점 부정적인 생각이 듦. 임금이 허리 가느다란 미인을 원하자 시녀들이 허리를 가느다랗게 하고자 했다가 결국 굶어죽었다는 고사의 주인공이 초나라 영왕이라는 것과 강남의 귤이 강북에서는 탱자가 열리듯이 제나라 사람이 초나라에 오면 도둑질을 하는 것은 초나라 기후와 토질이 그렇기 때문이라는 고사도 제나라 재상 안영이 초영왕에게 말한 것임을 이 책을 읽으면서 확인했음. 아무리 정치가 파워게임이라 해도 아리스토텔레스가 그의 저서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정치는 최고의 덕이라고 지적했듯이 정의와 덕이 갖춰져야 하는데 죽이고 죽이는 살육만 그려진 이 책이 춘추전국시대의 실상을 과장되게 묘사한 것이 아닌 가 함.
*2014. 4. 29일
690.역사평설 병자호란2
*현명기 저/푸른역사 간(2014)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전율을 느끼게 된 것은 병자호란은 과거가 아니고 현재라는 저자의 판단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때문임. 광해군의 시정을 모두 패륜으로 몰아 청/명과의 균형외교조차 임란 때 우리를 구해준 상국을 배반하는 것이라는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어 재단한 인조와 반정공신들의 무지도 문제이지만, 이들의 기득권유지에 급급해 백성들을 위한 어느 것도 제대로 혁신하지 못한 것이 더 큰 문제라 하겠음. 그 많은 반정공신 중에 최명길과 이귀 정도만 시대적 소명을 다하려 노력했을 뿐 김류와 그 아들 김경징, 그리고 김자점 등 대다수가 소인배들과 다름없는 봉사공멸(奉私公滅)적 만행을 저지르는데도 정권보위를 위해 이를 묵인 방조한 인조 임금 등 위 아래 어디도 멀쩡하지 못했으니, 조선이 병자호란을 자초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변명하기 쉽지 않을 것임. 유학에 밝은 조선의 국왕 인조보다 만주족의 청 태조가 오히려 세상을 제대로 보고 아랫사람을 아끼는 군주일지도 모르겠다 싶은 것은 청태종 홍타이지가 임경업장군을 핍박하지 않고 어느 정도 후대한 것으로 그린 당시 소설 ‘임경업전’을 읽었기 때문임. 저자가 강조한 결론은 국가는 명분보다 전략을 중시하고 자강능력을 꾸준히 키워야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것이나 매우 교훈적인 것임.
*2014. 4. 26일
689.역사평설 병자호란 1
*한명기 저/푸른역사 간(2013)
*약관으로 불릴 만한 50대 초반의 역사학 교수가 쓴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내가 마치 조선조의 당대에 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 것은 디테일이 엄청 풍부하고 강해서만이 아니고 역사적 사실에 치중한 간결한 문체가 주는 속도감과 생동감 덕분이기도 함. 광해군에 반기를 들고 반정에 나선 명분의 큰 줄기 하나가 숭명에 있다는 것이 원천적인 족쇄가 되어 반정으로 등극한 인조가 취할 수 있는 유효한 외교정책이 거의 없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음. 명의 국제적 사기꾼 모문룡이 조선에 가한 횡포가 이루 말할 수 없었음에도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도 아버지의 나라 명과 형의 나라 후금의 틈바구니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었기 때문임. 인조 임금의 무능과 애민정신 결여를 보노라면 비용이 많이 들고 시끄럽기는 해도 선거에 의한 국가지도자 선출이 가장 나은 방법이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음. 정묘호란을 당하고도 명분에 사로 잡혀 국제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이 눈치 저 눈치를 살피느라 백성들을 도탄에 빠트린 인조와 반정공신들을 보노라면 두 눈 크게 뜨고 오늘의 우리 현실을 똑 바로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음.
*2014. 4. 24일
688.톡톡 튀는 고사성어
*이상기 편저/전원문화사 간(2005)
*꽤 오래전에 산 이 책을 일지 않고 놔두었다가 이번에 꺼내 보게 된 것은 “동주 열국지”를 읽으면서 사자성어를 종종 만나기 때문임. 사자성어를 ‘유래가 있는 고사성어’, ‘시험에 잘 나오는 고사성어’와 ‘일상생활에 많이 쓰이는 고사성어’로 나누어 6백 여개의 고사성어를 다룬 이 책을 읽은 것을 계기로 제대로 된 고사성어 책을 사서 다시 읽어보고자 하는 것은 이 책에서 다룬 고사성어의 유래가 너무 빈약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임. 또 한낱 조어로 보이는 사자성어를 고사성어로 실은 것들도 많이 보여 이 책만으로는 앞으로 고전문학을 더 공부하는데 부족함이 많은 것 같았음. 부록으로 실린 이름으로 알아보는 운명은 이름 석자의 총획수를 근간으로 점쳐본 것 같은데 그냥 재미로 읽어보라는 의미로 덧붙였을 것임. 이 책에 나오는 고사성어를 직접 써본 것이 장기기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임.
*2014. 4. 23일
687.동주 열국지5-열국의 군웅
*김구용 역/민음사 간(1995)
*춘추전국시대는 周황실의 약화로 齊, 魯, 曺, 晋, 衛, 秦, 宋, 鄭, 陣, 蔡, 楚, 吳와 越 등의 여러 제후 들이 먹고 먹히는 크고 작은 전쟁을 일으켜 혼란이 극심했던 한 시대였으나, 국력이 강한 몇 개 제후국들이 다른 제후국들과 결탁해 주도권을 확보해 국제질서를 이끌어가기도 했던 시기이기도 했음. 이 책에서 눈에 띄는 제후국은 陳과 楚로 이 두 나라가 벌이는 각축전의 희생 제후국은 틈바구니에 낀 鄭나라임. 이 나라가 살아남는 이야기가 처절하기도 하고 비굴하기도 해서 병자호란이 일어나기 얼마 전 명과 청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고자 줄타기전략을 편 조선과 크게 다르지 않아 되새겨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음. 진영공과 그의 총신 공영과 의행부가 모두 정목공의 딸 여희에 빠져 국정을 팽개치고 색욕에 탐닉하다 망하는 내용은 열국지의 다른 권에서도 흔히 보는 것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고 각별히 노력하지 않는 한 역사는 반복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음. 사자성어인 結草報恩의 유래도 이 책에서 확인했음.
*2014. 4. 22일
686.산성으로 보는 5000년 한국사
*이덕일/김병기 저, 예스위캔 간(2012)
*산성을 통해 본 우리 역사는 한 마디로 국난극복사라고 용약하고자 하는 것은 산성은 장인들이 만들어낸 예술품이 아니고 외침으로부터 나라를 방어하고 백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세운 것이기 때문임. 규모로 볼 때 세계 최장의 성인 만리장성이 있는 중국이 세계 제일이겠지만 그 수로 보면 남한에만 1,200여개의 산성이 남아 있다 하니 이 나라가 얼마나 많은 외침을 받았는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임. 동아시아에서 산성을 가장 많이 쌓고 제일 잘 이용한 나라가 고구려라는 것은 만주 요녕성과 길림성 일대에 204개, 북한지역에 109개, 남한 지역에 10여개의 산성이 조사된 것으로도 능히 알 수 있는 것임. 우리나라의 산성들이 갖는 역사적 의의는 일본과 중국의 성들이 주로 지배층이 이용한 것과는 달리 보민과 공생공사의 항전공간이라는데 있다 하겠음. 이 책에 소개된 산성의 상당수는 한두 번 다녀온 곳이나 산성탐방을 주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고 주로 종주산행 길에 들렀거나 지나간 것이어서 여건이 허락한다면 이 책을 들고 다시 한 번 탐방해보고 싶은 생각임. 이 책을 통해 반청친명의 명분으로 광해군을 내쫓고 집권한 인조반정의 주역들이 남한산성에서 청에 항전할 것을 부르짖으면서도 제대로 한 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청에 굴복한 병자호란의 교훈을 되새겼고 백성들을 내버려 둔 채 강화도로 옮겨 몽고에 항전한 고려의 무신정권 때문에 혹독한 시련을 겪은 것은 백성들이었음도 확인했음.
*2014. 4. 19일
685.허준 동의보감
*홍문화 저 /(주)아침나라 간(2004)
*“허준의 동의보감”은 우리나라에서 저술된 동양의학 최고의 고전일 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활용도가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문자 그대로 동의학의 보감이다.“라고 평한 홍문화는 서울대 약학대학장을 역임한 약학자임. 이 분이 허준의 동의보감을 현대적 관점에서 풀이해 책으로 내놓은 것은 오늘의 약학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으며, 이런 작업을 통해 허준의 동의보감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의서가 아니고 오늘에도 여전히 소중한 저서라는 점이 강조될 수 있다 싶어 저자 홍문화교수의 노고가 뜻있다 하겠음. 이 책의 탕액편에 640여종의 약 이름이 한글로 표시된 것은 고려 때 간행된 향약구급방에 약 이름이 우리말 이두식으로 표기한 것에 비견될만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임. 잡병편에 실린 “병이 생겼을 때는 먼저 음식으로 치료해서 낫지 않으면 비로소 약을 쓰는 것이다”라는 내용은 오늘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하겠음.
*2014. 4. 16일
684.목민심서
*정약용 저/조수익 역해/일신서적출판사 간(1994)
*십 수 년 전에 한 번 읽은 것을 한문공부를 목적으로 다시 읽은 것이어서 이번에는 이 책에 실린 한문을 모두 직접 써보고 해석을 해 본 후 확인하는 순서로 꼼꼼하게 정독했음. 다산 정약용은 목민관이 갖추고 익혀야할 내용들을 부임, 율기, 봉공, 애민, 이전, 호전, 예전, 병전, 형전, 공전, 진황, 해관의 12편으로 나누고, 각 편마다 6개의 조로, 각조마다 수개의 항목으로 분류하여 이 책에 실었음. 오늘날의 기초자치단체장에 비견되는 목민관이 어떻게 정치를 펴 나가야하는 가를 상술한 이 책은 다산 정약용의 대표적인 저서로 저자의 애민사상이 녹아 있는 책으로 오늘 날에도 기초단체장들이 교훈으로 삼을 만한 교범이라 생각됨. 이 책을 읽으며 내내 궁금했던 것은 요즘의 지방행정공무원에 해당되는 아전들을 어떻게 선발하고 교육시키는 가였음. 이 책은 여기저기에서 아전이란 믿지 못할 관속으로 적고 있는바, 그 정도로 아전의 횡포가 자심해 백성들이 견디기 힘들었다면 당연히 선발과 교육의 개선이 있어야 할 것인데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더 궁금했음.
*2014. 4. 15일
683.근대를 들어올린 거인 김정호
*이기봉 저/새문사 간(2011)
*고산자 김정호는 초등학교 때부터 훌륭한 위인으로 배워왔으나 막상 그에 대한 전기나 평전이 없어 과연 그의 업적이 무엇이고 그는 어떤 사람인가를 알 수 없어 많이 아쉬웠음. 규장각한국학연구원으로 오래 봉직한 저자의 본서는 몇 년 전 산본도서관에서 빌려본 김정호를 주인공으로 한 동화 급의 소설에 비해 지도에 관한 기본지식이 받쳐주어야 읽어나갈 수 있을 정도로 수준 높은(?) 책이어서 김정호에 대한 지적갈증을 어느 정도 풀 수 있었음. 저자는 김정호가 언제 어디서 태어나고 죽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음을 밝혀 전기적 연구에서 벗어나고자 했으며 오로지 가시적 업적인 지도의 발전 모습을 상술하는 것으로 김정호의 업적과 사람됨을 설명하고자 했음. 초등학교 때 배운 것처럼 대동여지도를 만들고자 전국을 몇 번 돌고 백두산을 몇 번 올라갔다는 이야기의 허구를 분명히 지적하고 김정호를 최선을 다해 지도를 제작 출판한 전문가로 자리매김한 것이 이 책의 특징이라 하겠음. 청구도와 필사본 대동여지도 및 목판본 대동여지도가 결실되기까지 과정을 자세히 다룬 이 책에서 여암 신경준의 지도 제작에 관한 정보를 얻은 것도 생각지 못한 수확이라 하겠음.
*2014. 4. 14일
682.조선사람의 세계여행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엮음/글항아리 간(2012)
*조선사람의 세계여행에 대해 대략적인 것을 파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이 책을 읽었으나 총 편수가 12편에 지나지 않고 그 중에서도 6편이 구한말이나 일제 강점기의 글이어서 앞서 읽은 “조선사람의 조선여행”에 비해 내용이 빈약하다는 느낌임. 얼마 전 최부의 ‘표해록’ 언해본인 '주해표해록'을 읽었기에 이 책의 ‘바람따라 물결따라 표류한 조선선비’는 최부의 여정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주었고 그림이 곁들여져 언해본을 읽을 때 분명하게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을 보다 선명하게 알 수 있게 해주었음. ‘북경여행, 조선실학의 숨은 추동력’ 또한 홍대용의 ‘을병연행록’과 박지원의 ‘열하일기’ 및 박제가의 ‘북학의’를 이미 읽은 바 있어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이 낯설지 않았음.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화가 나혜석이나 연희전문의 이순탁교수의 여행기 대신 조선인의 다른 세계여행기를 발굴해서 실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마음이 앞섰음.
*2014. 4. 7일
681.동주 열국지4-이기지 못하면 물러서지 않으리
*김구용 역/민음사 간(1996)
*공자와 맹자를 배출한 중국의 권력쟁탈사는 아무리 눈 부비고 보아도 도덕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왜일까? 우리 선조들이 중국을 사대로 대한 것은 단순히 중국이 강대국이서만은 아닐 것이기에 갖게 된 의문점인데 이 책을 읽고 내 나름 결론을 내린 것은 주자의 성리학에 지나치다 할 만큼 집착한 것은 중국이 아니고 우리 조선으로 중국의 사상과 제도의 맹목적적으로 추종했다는 것임. 읽을 때는 흥미롭지만 도덕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보기 힘든 춘추시대 제후들의 자리다툼과 침략에 얽힌 비화들은 오로지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괜찮다는 승리지상주의로 가득 차 역사의 교훈을 논하기 부끄러울 정도임. 오늘날 중국이 세계적 지도국가를 꿈꾼다면 인류에 비전을 심어주어야 하는데 패도만을 추구해온 중국에 그런 것을 기대하기는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임. 진문공, 진목공, 제효공, 노장공, 초장왕 등의 활약상과 이들을 돕는 극진, 조돈 등의 명신들의 활약상이 잘 묘사되었음.
*2014. 4. 3일
680.동주 열국지3-영웅이 때를 만나니
*김구용 역/민음사 간(1996)
*춘주오패의 한 사람인 제환공은 관중과 포숙아의 죽음으로 총기를 잃고 간신배들에 휘둘리다 죽음을 맞고, 그 자리를 이어받고자 벌이는 쟁투로 제는 급격히 그 세력을 잃어감. 노래를 듣고 출세를 위해 헤어져 지낸 부인을 맞는 진목공(秦穆公)의 재상 백리해의 지혜와 제환공에 이어 주황실을 받들어나가는 새로운 춘추5패 진문공(晉文公)의 간난과 극복과정이 그려져 흥미진진했음. 진헌공(晉獻公)의 애첩 여시의 모함으로 세자 생이 죽고 동생 중이가 진(秦)나라의 도움으로 진문공으로 등극해 제후들을 규합해가는 과정이 상세히 기록된 이 책에서 수많은 영웅들이 명멸해가는 과정을 읽고 권력의 무상함이 절로 느껴졌음. 제환공의 죽음이 불러온 제의 붕괴는 양위의 중요성을 일깨우기에 충분했고 진문공의 고굉지신 개자추가 말년에 면산으로 들어가 불에 타죽어 한식의 유래를 만든 개자추의 삶에서 권력의 무상함을 다시 느꼈음. 인(仁)을 내세워 패전을 자초한 송양공의 송양지인(宋襄之仁)의 교훈도 되삭일 만함.
*2014. 3. 29일
679.동주 열국지2-관중과 포숙아
*김구용 역/민음사 간
*이 책의 주인공은 관중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상당 분량을 관중의 사람됨과 활동상을 그렸음. 세간에 널리 알려진 관포지교라는 고사성어가 관중과 포숙아의 우정 어린 친교를 말하는데 이 책에서 그린 것은 관중에 초점이 모아져 포숙아의 관용과 양보 정신은 상대적으로 적게 그려진 것 같음. 제환공이 주 왕실을 지켜가며 뜻을 펴나갈 수 있었던 데는 관중의 공이 결정적이라면, 즉위 전에 화살을 쏘아 제환공을 죽이려했던 관중을 제환공에 천거한 포숙아는 사람 보는 눈이 남달랐고 자신을 돌보지 않고 친구를 더 높은 자리로 오르도록 한 자기희생적인 우정을 보여주었음. 백성을 먼저 위하고 정도로 갈 수 있도록 나름 올바른 길로 제환공을 보필했기에 제환공이 춘추오패로 자리할 수 있었겠지만 인을 중시한 공자와 그들 제자에게는 긍정적 평가를 못 받았다는 것이 후문임. 이 책을 읽고 관중에 가린 포숙아에 대해 적극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음.
*2014. 3. 21일
678.기초한문독해법
*최완식 외3명/명문당(2010)
*순서는 뒤바뀌었지만 그동안 혼자서 공부해온 한문을 문법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인데 소기의 성과를 충분하리만치 얻은 것은 아니지만 나름 도움이 된 것은 틀림없음. 이 책을 읽고 익힌 덕분에 비교적 쉬운 문장은 혼자서 독해가 가능해 진 것이 가장 큰 성과임.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것은 우리 고문, 특히 여암유고의 독해에 있는데 아직은 요원하지만 지식도 건축물과 같아 기초부터 착실하게 다져간다면 훌륭한 지적 건축물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임. 본문을 혼자 먼저 해석해보고 우리말 풀이, 한자활용, 자구풀이 등으로 확인하고 다진 후 한시를 감상하고 재미있는 우언과 고사성어를 익히는 순으로 공부하는 동안 좋은 문장과 시문을 접하 수 있어 더욱 좋았음. 346페이지의 얇지 않은 이 책을 보름 만에 독파한 것은 앞전에 소학과 동몽선습 등을 미리 공부한 때문임.
*2014. 3. 20일
677.역주 매천야록 하(譯註 梅泉野錄 下)
*황현 저/임형택 외 역/문학과 지성사 간(2005)
*1899년에서 1910년 한일합방 시까지 숨 가쁘게 진행되는 구한말의 정세와 이완용 등의 모리배들이 대한제국을 어떻게 멸망시켰는가를 간략하지만 생생하게 그린 이 책을 보고 조선조의 멸망이 외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외환을 불러온 내우에 있음을 확실하게 알았음. 비교적 객관적으로 그리고자 한 역사서 매천야록에서 단정적으로 말하지 못한 조선 멸망의 원인을 조선 중기에서 시작된 당파싸움을 원인으로 지적한 ‘오하기문(梧下紀聞)’은 이 책의 부록으로 실린 문(文)으로, 저자 황현이 이 글에서 “임금의 병폐는 스스로 성인이라 여기는 것보다 더 참람한 것이 없고, 신하의 병폐는 임금의 총명을 가리는 것 보다 더 중대한 것이 없다”고 했듯이 고종임금과 을사오적으로 대표되는 대신들 모두 자리 값을 못한 것이 조선 멸망의 근인이라 생각됨. 이 책을 통해 의병들의 저항이 면면히 이어진 것은 우리 조상들의 빛나는 얼로 마땅히 전승되어야 할 것임. 이완용, 송병준은 물론 민비와 그 일족들, 여기에 고종임금까지 모두가 구한말처럼 소용돌이치는 역사의 전환기에 이 나라를 지배했다는 것이 역사적인 비극으로, 앞으로도 부정부패와 온갖 감안이설로 국민을 현혹하고 자신들의 뱃속을 채우려는 정상배들과 북한을 맹목적적으로 추종하는 얼빠진 정치인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 나라의 안위가 위태로울 수 있음을 명심해야겠다는 자각이 들었음. 황현의 애국심과 학자적 자세에 깊은 존경을 표하고자 함.
*2014. 3. 14일
676.동주 열국지 1 - 주는 기울고 제후들은 일어서고
*김구용 역/민음사 간(1996)
*삼황오제의 전설의 시대에 이어 하나라가 들어섬으로써 중국에 역사시대가 막을 올리게 되는 데 이 하나라는 걸왕을 끝으로 은에 넘어가고 은은 주왕을 마지막으로 해 주나라로 바뀐다는 것이 이 책을 읽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일 것임. 동주 열국지는 총10권으로 번역되어 출간된 책으로 주나라 주선왕(기원전8세기)에서 시작하여 진시황이 통일하기까지(기원전3세기)의 약550년에 이르는 긴 이야기를 담고 있음. 열국지를 읽으며 유념해야 할 것은 이 책은 권선징악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교과서가 아니라는 것으로 약육강식의 논리가 이 책 전편을 꿰뚫고 있음. 제1권은 “주(周)는 기울고 제후들은 일어서고”라는 부제에서 읽을 수 있듯이 주선왕에서 수도를 호경에서 낙읍으로 천도한 주평왕을 거쳐 주장왕에 이르기까지 제후들의 각축전을 잘 보여주고 있음. 중국의 역사에 나오는 미인이 부정적으로 그려진 것은 1권에서도 확인되는데 포사가 바로 그런 미인이라 하겠음. 아직은 주의 권위가 땅바닥에 팽개쳐진 것이 아니지만 주 왕실을 중심으로 한 질서는 이미 깨지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음.
*2014. 3. 10일
675.역주 매천야록 상(譯註 梅泉野錄 上)
*황현 저/임형택 외 역/문학과 지성사 간(2005)
역자 임형택은 매천야록을 필기(筆記)라는 한자문화권의 독특한 글쓰기 방식이 만들어낸 성과물로 야승(野乘)에 속한다고 했음. 이어서 필기란 산문의 일종으로 비교적 자유롭게 쓰는 특징이 있어 잡기, 만록, 수필 등으로 일컬어지는 것으로 기록의 주체인 문인 학자들의 사고나 관심, 행동, 경험에 따라 다루어진 범위가 정치, 사회, 학술, 문화 등 무한한 영역에 포괄하게 된다는 역자의 추가적인 설명이 이 책의 성격을 극명하게 드러내 보인 것으로 생각되는 것은 기전체의 삼국사기를 읽을 때와는 전혀 느낌이 달랐으며 삼국유사의 황당함과도 대비되었음. 한 번 읽고 나자 글에 생동감이 있고 딱딱하지 않아 지루함이 없으며 거침이 없으며 상당히 세밀한 부분까지 기록된 보기 드믄 역사서로 평가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일었음. 저자 황현은 1855년에 태어나 1910년 일제의 조선강점 소식을 듣고 자결하는 것으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조선 왕조와 운명을 같이한 문인이자 학자이라 하겠음. 이 책은 대원군이 권력을 잡는 1864년을 기점으로 해서 대한제국이 멸하는 1910년까지의 역동기를 다룬 역사서로 이 기간의 역사적 사실, 사건, 공적인 문건, 단편적인 일화, 해외소식까지 광범위하게 다룬 만큼 체계적이지 못하며, 매천 황현의 주관이 개재됐다는 평을 어느 정도 받는 것은 불가피하겠으나, 그럼에도 이 책이 내게 던져준 큰 가르침은 조선이 망한 것은 부정부패에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주었다는 것임. 상하권으로 번역된 이 책의 상권은 1864년에서 1898년까지의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것으로 명성황후인 민비가 등장하고 살해되기까지 조선에 미친 영향을 두루 살필 수 있었으니, “왕후는 기민하고 권모술수가 많았는데 정치에 간여한 20년 동안 점차 망국에 이르게 하더니 마침내는 천고에 없던 변을 당하게 된 것”이라는 저자의 한마디가 명성황후에 대한 적확한 평이라는 생각임. 임금인 고종의 지도력 결여, 민비 일가와 사대부들의 극에 달하는 부정부패, 소위 개혁파로 불리는 김옥균, 박영효 등의 천박한 행동거지에 관한 기록들을 읽노라면 저러고도 조선이 망하지 않았다면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음. 하권을 마저 읽고 야사를 담은 이 책에 대해 평가를 해보고자 함.
*2014. 3. 6일
674.신역 한문입문
*한용득 저/홍신문화사 간(2006)
*소학을 본 후 이 책을 마쳐 순서가 뒤죽박죽인 것 같지만 혼자서 한문 입문서를 제대로 공부해 마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가슴이 뿌듯함. 기초이해, 한문의 구성, 독해 감상의 3장과 부록의 고사성어를 담은 이 책에 손을 댄 것은 6-7년 전인데 이제야 일독을 마친 것은 작년 방송대에서 한문독해 강좌를 들은 것이 계기가 되어서였음. 제3장의 독해/감상은 시와 문을 두루 실었으며, 특히 문부분에서 공자, 맹자, 순자, 묵자, 노자, 장자, 한비자 등 제자백가의 글들을 접할 수 있어 좋았음. 입문서라지만 혼자서 공부하기에 결코 쉽지 않은 이 책을 통해 시와 문을 해독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문법을 조금이나마 익힌 것이 남름 보람이라 하겠음.
*2014. 3. 5일
673.역주 대동수경
*정약용 저/강서영 외공역/과학원고전연구소 고전연구실편찬(북한, 1962),
여강출판사 간(2001)
*남한 땅의 백두대간과 9정맥을 종주하며 저자에 대한 진위에 대한 시비는 여전하지만
여암 신경준의 저작으로 알려진 산경표에 흠뻑 빠져 신경준선생을 사숙해온 내가 이에 필적할 수경표를 찾아 읽지 못해 안타까워하다가 이번에 군포의 중앙도서관에서 다산 정약용의 대동수경의 번역본을 만나게 되어 뛸 듯이 기뻤음. 산은 물을 건널 수 없고 물은 산을 넘을 수 없다는 산자분수의 개념에 입각한 산줄기의 개념은 물줄기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다산이 1814년에 지어낸 대동수경은 산경표와 더불어 우리의 산하를 설명하는데 더 할 수 없이 소중한 자료임. 아쉽게도 북한 땅의 압록강, 두만강, 청천강, 대동강, 예성강과 임진강의 유역과 발원지, 지류 등을 고찰하는 것으로 끝나고 남한 땅의 한강 등이 모두 빠진 점이라 하겠으며, 이런 이유로 북한에서 이 책을 먼저 번역한 것으로 생각됨. 지명이 생소해 한반 훑어 읽는 것으로 이 책에 실린 강에 관한 다산의 해박한 지식을 모두 소화한 것은 아니지만, 지명이 귀에 익은 임진강에 관한 기술을 미루어 보아 과연 역작이라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전혀 없다 하겠음. 이 책에 ‘청’이라는 인물이 등장해 고증하는 부분이 많이 나오는데 이 인물이 다산의 제자로 중인출신이라는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음. 역사지리 책을 사서 옆에 갖다놓고 다시 한 번 읽을 뜻임.
*2014. 3. 1일
672.주해 표해록
*최 부 저/윤치부 주해/박이정 간(1998)
*이 책은 최부(崔溥)가 지은 한문본 ‘錦南漂海錄’을 언해한 국역본으로 1513년에서 1873년 사이에 필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함. 성종18년인 1487년 제주추쇄경차관으로 부임한 원저자 최부는 제주에서 이듬해 정월 부친상을 듣고 도해하다가 중국 태주부 임해현계의 우두외양에 표착해 그해 7월 환국하기까지의 전말을 성종의 명을 받고 ‘금남표해록’을 저술했음.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한글필사본 ‘표해록’은 3권으로 되어 있으며 박부인이라는 여성이 필사한 것으로 알려졌음. 한문본 ‘錦南漂海錄’을 전부 번역한 것이 아니어서 최부의 표해를 전부 담고 있지는 못하나 제주를 떠나 태주부에 표착했다가 요동땅에 발을 들이기까지가 자세히 기록되어 있고 특히 표류생활을 생생하게 그려 사료적가치도 적지 않다 하겠음. 중국에 표착해 그곳 관리의 심문에 당당한 모습으로 임하고 진솔함과 박학함을 내보인 것은 조선양반의 참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기뻤음. 표해록의 전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한문본의 번역본을 사보아야 할 것임.
*2014. 2. 27일
671.지전(智典)
*렁청진 편저/장연 역/김영사 간(2003)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활동한 난세영웅들의 지혜와 지모를 담은 이 책은 사기, 춘추, 한비자, 손자병법, 논어, 회남자, 주서 등 중국의 고전에서 추린 것으로 제후, 재상, 책략가와 종횡가의 무궁무진한 책략과 경세철학을 읽을 수 있었음. 지난달부터 군포중앙도서관에서 강의하고 있는 ‘사기열전’을 수강하고 있는 중이어서 이 책의 내용이 낯설지 않아 7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량의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지루함을 느끼지 않았음. ‘인덕과 정치’, ‘종횡가는 이익을 앞세운다’. ‘성격과 운명’, ‘선비 하나를 얻어서 나라를 부흥시키다’의 4부로 편제된 이 책의 주 내용은 주로 사마천의 사기에서 따 왔다 싶은 것은 사기열전강의 내용을 이 책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어서임. 춘추전국시대가 제자백가들에는 최고의 전성기였겠지만, 제자백가들의 출현이 필요 없던 요순시대가 백성들이 살아나가기에 훨씬 좋지 않았겠나 생각이 들었음. 이 책에 실린 역사속 에피소드를 통해 진정 배워야 할 것은 때 지난 책략가들의 책략이 아니고 드문드문 눈에 띄는 애민정신일 것임.
*2014. 2. 23일
670.누가 버지니아울프를 두려워하랴?
*에드워드 올비 저/강유나 역/민음사 간(2010)
*유진 오닐, 테네시 윌리엄스, 아서 밀러를 있는 극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미국의 극작가 에드워드 올비는 이 작품을 읽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작가였기에, 작가를 보고 이 책을 산 것이 아니고 영화로 익히 들어온 책 제목이 눈을 끌어 사서 읽게 되었음. 미국 연극계의 최고권위 상으로 알려진 토니상을 수상한 이 작품을 읽고 아무리 미국의 세태를 잘 표현했다 해도 정신병자에 가까운 지극히 세속저인 대학교수들을 등장시켜 비비꼬고 질펀한(?) 육담으로 고전의 그윽함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이 작품을 민음사에서 세계문학전집에 포함시킨 것은 역자 강유나는‘사실주의적인 무대 위에서 삶의 부조리를 여과 없이 보여주며
그 원인과 해결책을 찾으려하는 이 작품이 미국적 허상에 대한 지독한 비판인 동시에 미국적 낙관주의의 토대에서 소통의 가능성을 희구하는 역설적인 드라마‘이기 때문이라 지적했음. 이 책을 다 읽고 내가 잘못 알아온 것을 수정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미국의 여성들이 영국의 지성 버지니아울프에 대한 열등감이 “누가 버지니아울프를 두려워하랴?”는 영화를 낳았다고 알았던 것을 그것이 아니고 ‘누가 커다란 나쁜 늑대를 두려워하랴?’라는 동요의 질문 중에서 wolf를 woolf로 바꾼 것이라는 것임. 검증과 확인을 거치지 않은 앎이나 기억이 얼마나 위험한 가를 깨닫게 되었음.
*2014. 2. 15일
669.동몽선습(童蒙先習)
*이기석 역해/홍신문화사 간(2011)
*양반자제들이 태어나서 양반 자제들이 맨 먼저 배워야 하는 것이 천자문이고 그 다음으로 ‘계몽편(啓蒙遍)’, ‘동몽선습(童蒙先習)’, 그리고 ‘동몽수지(童蒙須知)’를 배웠는데 이 책은 ‘계몽편’, ‘동몽수지’와 ‘동몽선습’을 한데 묶어 ‘동몽선습’이라는 이름으로 발간된 것임. 소학과 마찬가지로 어린아이들이 책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배웠다 싶지 않은 것이 나름 한문을 열심히 해온 나도 해독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생각 때문임. ‘내가 필요한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은 성인이 되어서도 꼭 지켜야할 금과옥조 같은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 인생의 지침서라해도 지나치지 않겠다는 생각임. 동몽선습에서는 오륜의 도리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계몽편에서는 우주자연의 현상과 사람의 도리를, 동몽수지에서는 아이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실고 있음. 이 책의 내용이 오늘날 다 지키기에는 무리가 많겠지만 그 기본 정신은 기릴만해 어린아이를 두고 있는 젊은 부모들에 일독을 권하고 싶은 마음이 일었음.
*2014. 2. 12일
668.육도삼략(六韜三略)
*이상옥 편역/명문당 간(2000)
*원래 활, 검 따위의 무기를 싸는 주머니를 칭하는 도(韜)가 이 책에서 비결의 의미로 쓰였기에 육도란 문도, 무도, 용도, 호도, 표도, 견도의 6가지 비결을 뜻한다 하겠음. 중국의 병법서 육도는 전설 상 주나라의 태공망이 지은 것으로 전해지는데 단순한 병법서를 넘어 경국치세에 관한 책이라 할 만큼 백성의 마음을 읽고 얻는데도 상당부분을 할애한 것이 눈에 띄었음. 상략, 중략, 하략으로 구성된 삼략은 진(秦)의 은군자 황석공이 태공망의 저서라며 장량에 전해 준 것으로 알려졌음. 상략에서는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하는 지극한 법을,중략에서는 덕행의 차등을 논하고 권변을 자세히 밝혔으며 하략에서는 도덕을 진술하고 국가안위와 현인에 대해 자세히 논하였음. 육도삼략 모두 주의 태공망이 지은 것으로 전해지는 것이 어느 정도 신뢰할 만 한 것이라면 이 책을 통해 낚시로 세월을 낚은 거만을 알고 있는 강태공의 진면목을 본 것 같아 놀라웠음. 최근 한문공부에 열중한 덕에 원문도 함께 대조해 읽은 것도 나름 수확이라 하겠음.
*2014. 2. 5일
667.소학(小學)
*이기석 역/홍신문화사 간(2002)
*조선조 때 태어나서 6, 7세가 되면 배우는 것이 천자문이고 이어서 동몽선습과 소학, 그리고 통감을 차례대로 배웠다 함. 이런 연후에 논어, 맹자 등의 경전을 배운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소학은 사서삼경에 비해 배우기 쉬울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자습하기 시작했는데 논어의 내용이 인용되는 등 생각보다 훨씬 어려워 쓰고 읽기를 다 마치고도 온전하게 다 이해했다고 자신할 수 없음. 대학 서문에 8살이 되면 소학에 들어가 쇄소, 응대, 진퇴의 절도와 예, 악, 사, 서, 수의 글을 배웠다고 적혀 있듯이 내편과 외편으로 된 이 책은 내편에 입교, 명륜, 경선, 계고의 4편을 싣고, 외편에 가언, 선행의 2편을 실었음. 원저자가 송의 주희인 이 책이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은 고려말기로 추정되는데 우리나라의 선비치고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없다 할 정도로 선비들의 필독서였다 함. 부모가 아니라하면 부인을 내보내야한다는 등 시대에 뒤떨어진 내용이 많이 들어있지만, 시대를 뛰어넘는 가르침이 많이 들어있어 일독을 권할만한 책이라는 생각임.
*2014, 1, 29일
666.근대기행가사 연구
*유정선 저/보고사 간((2013)
*근대로 통칭되는 1900년대 이후에 기행가사가 어떤 내용을 담아왔고 어떤 변화를 겪었는가를 일깨워주는 이 책을 통해 기행가사의 편린들을 접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장차 대학원에 들어가 기행문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내게는 수확이 아닐 수 없음. 제 1부 “근대기행가사의 통시적 전개와 향유양상”의 제목 하에 ‘작품세계와 통시적 전개’, ‘향유양상 및 형식’, ‘장르적 성격’을 다루었고, 제2부 “근대기행가사, 전통의 지속과 변모”에서는 ‘산수유람문화의 지속과 변모’라는 ‘사행가사 전통의 지속과 변모’, ‘규방가사의 전통과 여성의 기행체험’, ‘작자 층의 성격’ 등의 내용을 담고 있음. 저자는 근대기행가사의 특징으로 첫째 가사는 근대문학의 지표로 통용되었던 ‘미적규준’의 관점과 가장배치되는 장르이며, 둘째 형식면에서 볼 때 전통적으로 기행가사는 무한히 길어질 수 있는 개방성을 특장으로 갖고 있으며, 셋째 향유양상 면에서 대중매체에 실린 인쇄본과 함께 재래적 방식인 필사본 기핸가사가 동시에 출현한다는 점을 들고 있음.
*2014. 1. 24일
665.동국이상국집
*진단학회 편/일조각 간(2000)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은 고려 고종 때의 문신인 이규보의 시문집으로 가전체의 ‘국선생전’등 뛰어난 문학작품이 수록된 귀중한 문헌으로 평가받고 있음. 진단학회가 ‘동국이상국집’과 저자 이규보에 관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논문 4편과 ‘동국이상국집’에 실린 ‘동명왕편 병서’와 ‘백운소설’을 부록으로 실은 이 책을 통해 이규보의 철학과 삶의 행적을 엿볼 수 있었음. ‘한림별곡’의 주역들과 교유하며 중앙정계를 등지고 자연과 더불어 살았을 것이라는 지금까지의 내 생각과는 달리 무신정권에 깊숙이 발을 담가 무신정권의 강화천도를 적극 지지했을 만큼 정치적 신조나 주장이 분명한 문신이자 작가였음을 이번에야 제대로 알게 됐음. 고려시대의 문학을 꽃피운 이규보의 작품 ‘동명왕편 병서’와 ‘백운소설’을 직접 접할 수 있었음도 큰 수확이라 하겠음.
*2014. 1. 17일
664.소포클레스 비극전집
*소포클레스 저/천병희 역/도서출판 숲(2012)
*아리스토텔레스가 서사시보다 시적 효과면에서 더 우수한 예술형식이라고 한 그리스 비극은 프로로고스, 등장가, 삽화, 정립가, 엑소도스로 구성되어 있음. 그리스신화를 배우고 나서 작년에 사서 읽은 소포클레스의 비극작품은 강대진님이 번역한 민음사 간 “오이디푸스 왕”으로 ‘오이디푸스왕’, ‘안티고네’, ‘아이아스’, ‘트라키스여인들’의 4편이었으며, 이번에 읽은 이 책에는 앞의 4편 외에도 ‘엘렉트라’. ‘필록테테스’,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등 3편의 비극작품이 더 실려 있음. 이 책을 번역한 천병희님의 번역본은 방송대 수업이 계기가 되어 접한 것들로 ‘일리아스’와 ‘오딧세이아’ 등이 있는데 이중 ‘오딧세이아’는 레포트제출과목이어서 5번을 일고 정독을 해 그리스본을 직접 번역한 천병희님의 문체에 많이 익숙해져 있는 편임. 아가멤논가의 아버지가 딸을, 아내가 아버지 아가멤논을, 아들이 정부와 놀아나는 어머니를 죽이는 비극을 다룬 ‘엘렉트라’의 주인공은 아가멤논의 또 다른 딸로 오빠를 도우는 역으로 나오는 엘렉트라로 오빠 오레스투스와 함께 정부와 놀아나는 어머니를 제거하는까지 주인공의 성격을 잘 묘사한 작품임.
*2014. 1. 11일
663.아리스토파네스 희극
*아리스토파네스 저/천병희 역/단국대학교출판부(2008)
*고희극과 신희극으로 나뉘는 고대 그리스희극 중 신희극이 메난드로스에 의해 대표된다면 그보다 앞선 고희극은 아리스토파네스에 의해 주도되었음. 기원전445년경에 태어나 386년경에 세상을 뜬 것으로 전해지는 아리스토파네스는 그의 대표적 희극인 ‘구름’, ‘새’, ‘뤼시스트라테’, ‘개구리’ 등을 통해 정치, 시, 음악, 철학 같은 진지한 주제들을 거리낌 없이 풍자했음. 서양의 성인으로 일컬어지는 소크라테스를 냉소적이고 심술궂은 보수주의자로 풍자한 ‘구름’이나 호전적인 남성들에 의한 전쟁을 끝내고자 성파업을 벌여 끝내 뜻을 이루는 ‘뤼시스트라테’를 읽고서 절로 웃음이 났음. 지나친 왜곡과 거친 풍자와 인신공격으로 인기가 떨어진 상황에서 아테네가 펠레폰네소스 전쟁에서 스파르타에 패함으로서 설자리를 잃은 고희극이 사라져 아리스토파네스의 4작품이 아니었다면 고대 그리스 고희극의 진수를 맛볼수 없었을 것임.
*2014. 1.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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