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독서산책 (No.745-821)
821.사기세가
*사마천 저/김원중 역/민음사 간(2010)
*<사기>는 본기12편, 표10편, 서8편, 열전70편과 세가30편으로 구성된 최초의 기전체 역사서임. 사기세가는 제후들의 역사서로 패권을 장악한 1인자의 이야기인 본기와 구별되는 것은 2인자의 이야기라는 것임. 사기세가에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이 비극적인 것은 바로 2인자이기 때문으로, 저자인 사마천은 사기세가를 통해 역설한 인생관과 세계관은 천도가 과연 옳으냐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 것으로 이 판단은 독자의 몫이라는 생각임. 흥미로운 것은 ‘공자세가’와 ‘진승상 세가’로 이 두 편을 통해 사마천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판단임. ‘공자세가’의 상당부분이 논어에 나오는 내용들로, 분서갱유 때 불태워졌을 논어가 얼마 뒤인 한무제 때 다시 읽혔다는 것을 증거 하는 것이어서 흥미롭고 또 사마천의 공자에 대한 존경심을 확인할 수 있었음. 진승의 반란이 비록 실패했어도 의미를 갖는 것은 진에서 한으로 넘어가는 전 과정의 첫 걸음이기 때문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확인한 것은 백성들이 깨어 있지 않는 한 비극의 역사는 반복된다는 것임.
*2015. 12. 30일
820.사기열전I
*사마천 저/김원중 역/민음사 간(2009)
*사마천의 사기가 기전체로 쓴 역사서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것은 삼황에서 한무제에 이르기까지 황제의 역사를 적은 본기와 동시대를 살아온 제 인물 등의 이야기를 적은 열전을 같이 실었기 때문임. 사기의 총 편수 130편중에서 사기열전이 그 과반수를 넘는 70편에 이르는 것을 보아도 사기가 단순히 왕조사가 아님을 알 수 있음. 사마천은 열전에서 나열식으로 인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것이 아니고 인물의 특징을 보여준 것과 도덕적 기여도가 높은 인물을 먼저 골랐다는 점이 색다른 점이라 하겠음. 사기열전의 이러한 특징은 역사는 결코 지배자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마천 고유의 시각 때문인 것으로 생각됨. 사기열전I에 실린 열전은 백이열전, 관·안열전, 손자·오기열전, 중니·제자열전, 소진열전, 악의열전 등 총35편으로 상당부분은 <동주열국지> 소설에서 읽은 적이 있는 것들임. 사기열전을 통해 다양한 삶을 살아온 이들을 만날 수 있어 이들이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했는가를 읽는 것만으로도 삶의 지혜가 샘솟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음.
*2015. 12. 28일
819.사기본기
*사마천 저/박일봉 역저/육문사 간(2012)
*사마천의 <사기>에 관한 강의는 2014년 한 번 들은바 있으나 책을 접하기는 이 책이 처음임. 원문이 실리지 않은 역저이기는 하나 본기부터 읽기로 마음먹은 것은 열전에 대한 강의는 많지만 본기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임. 박일봉님이 번역한 <사기본기>는 本紀(12권), 表(序, 10권)와 書(8권) 등을 포함하고 있으나 世家(30권)와 列傳(70권)이 제외되어 총 130권중 30권만 읽은 셈임. 한나라의 경제 5년인 BC145년 태사령 사마담의 아들로 태어나 60세 전후하여 사망한 사마천은 삼황5제에서 한나라 효무제에 이르기까지의 중국역사를 다룬 역사서 <사기>를 지어내 그 명성이 오늘까지 전해질 정도로
유명한 분이나 흉노족에 항복한 이릉 장군을 변호하다가 궁형을 당하는 등 파란만장을 살아온 인물임. 사마천의 <사기>가 긍정적 평가를 받아온 것은 이 책이 단순히 역사적 사실만을 다룬 것이 아니고 역사의 주인공인 인간 그 자체를 맹렬히 추적해온 책이기 때문인데 이런 부분은 세가나 열전뿐만 아니라 본기에서도 확인되는 바임. 삼황본기와 오제본기-효무본기 등 12개 본기, 삼대세표 등 10개 표, 예서 등 8개 書로 이루어진 사기본기는 중국의 역사서여서 중국의 고대사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음. 아쉬운 것은 표 부분에 정작 표가 실리지 않은 것과 한문 원본이 실리지 않은 점임.
*2015. 12. 25일
818.한시기행
*심경호 저/이가서 간(2011)
*우리나라의 역사기행이자 우리국토의 지리기행이 한시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한시기행>은 고려대 심경호 교수가 지어낸 기행문학 저서로 한시를 직접 써가며 읽어내려 갔음. <한국한시의 이해> 등 저자의 다른 책들을 몇 권 읽은 바 있어 친근감이 느껴지는 저자의 이 책이 단순히 국문학의 범주를 벗어나 우리 역사와 지리를 부분적으로나마 같이 접할 수 있어 좋았음. “조선팔도와 한시”, “옛 도읍의 역사미”, “역동의 자연과 생활”과 “고대로의 여행” 등 4부로 되어있는 이 책은 ‘성난 바다와 험준한 마춘령, 함경도’ 등 22개의 장으로 나누어졌음. 국문학을 뛰어넘어 ᅇᅮ리 역사와 지리에 관한 저자의 지식과 통찰력이 이 책을 알차게 만들었다는 생각임. 얼마 전에 읽은 “다산의 국토사랑과 경영론”을 읽을 때만 해도 아마도 지리학을 전공한 제자 등과의 공저일 수 있겠다 싶었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런 의구심이 사라졌음. 이 책에 실린 고지도는 한번 다시 자세히 보아 오늘과 얼마나 다른가를 확인해볼 생각임.
*2015. 12. 21일
817.혁명의 시대
*에릭 홉스봄 저/정도영ㆍ차명수 역/한길사 간(2013)
*검인정국사교과서를 국정화 한다는 정부 고시에 맞서 검인정 사수를 부르짖는 대다수의 사학자와 고교국사교과서 집필진에 묻고 싶은 것이 다름 아닌 “역사란 무엇인가?”임. 대학 다닐 때 심취했던 “역사란 과거와의 대화”라고 한 EㆍH 카아에 요즘 들어 회의를 느끼는 것은 우리나라 좌파학자들이 역사를 하고 싶은 것만 골라서 과거와 대화를 하려고 하기 때문임. 카아가 철저한 공산주의자였다는 것은 최근에 안 일로 이 책의 저자 또한 공산주의자였다고 이 책은 밝히고 있음. 책 내용이 쉽지 않아 정확히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저자 에릭 홉스봄은 1789년-1848년의 시대를 혁명의 시대라고 진단하고 프랑스 대혁명과 산업혁명이 혁명의 시대를 떠받쳐온 두 기둥이라고 적고 있음. 역자는 영국의 역사학자인 저자를 이중혁명의 전개과정을 프랑스 대혁명, 산업혁명, 전쟁, 민족주의, 노동 빈민, 종교, 예술, 과학의 변화, 1848년의 혁명 등을 분석해서 체계화한 공이 큰 것으로 기술했음.
*2015. 12. 15일
816.도로고(道路考)
*신경준 저/류명환 역/도서출판 역사문화 간((2014)
*조선 영조 때의 실학자인 여암 신경준의 저서를 번역본으로나마 읽어본 것은 이번에 구독한 <도로고>가 처음임. 방송대 졸업논문 준비 차 여암 신경준의 한시를 번역한 것을 구해 읽어보고 관련 논문을 여러 편 구해 읽은 내가 <도로고>에 관심을 가진 것은 “길은 걷는 사람이 임자이다”라는 신경준의 언급이 <도로고>에 실렸다고 알고 있기 때문임. 이번에 확인해본 즉 정확한 말씀은 “길은 주인이 없지만, 오직 그 위를 다니는 사람이 주인이다(路者無主 而惟在上之人主之)”임. 우리나라 도로를 어로, 6대도로, 사연로, 역로, 봉로와 해로로 나눠 자세하게 소개한 이 책을 통해 1700년대 조선의 도로정책과 도로현황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이 나름 소득이라 하겠음. 우리나라 도로에 번호를 매긴 것이 <도로고>에서 처음이라 함. 또 6대로의 구간과 거리를 나타낸 표도 유용한 자료라 하겠음.
*2015. 12. 12일
815.조선중기의 유산기 문학
*이혜순ㆍ정하영ㆍ호승희ㆍ김경미 공저/집문당 간(1997)
*이 책은 조선의 사대부들이 남긴 유산기를 문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비평한 산서로 오늘날 산행기와 많이 다름. 내가 작성한 산행기의 주 내용이 산행정보이고 사상과 감흥을 풀어가는 것은 산행기를 감칠맛 나게 만드는 정도인데 조선의 유산기 상당수는 그 주 내용이 산행정보보다는 산을 오른 사대부들의 사상과 감흥 및 산에 얽힌 유래 등을 담고 있어 차이를 보고 있음. 이 책이 결론으로 삼은 바와 같이 조선전기에 등장하여 조선중기에 이르러 개화한 유산기는 새로운 서술체제와 산수유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산문양식임. 만권의 책을 읽고 만리를 여행하는 것을 생활모토로 삼은 옛 선비들이 산을 오르고 산행기인 유산기를 제법 많이 남겼을 법 한데 오늘까지 알려진 것이 약600여 편이라 하니 매우 적다는 생각임. 대학원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연구해보고 싶은 마음이 일고 있음.
*2015. 12. 8일
814.국민상 정립
*혜암 저/좋은땅 간(2015)
*매주 한 권은 거르지 않고 읽는 내가 이 책을 고른 것은 고교선배의 성의 때문이었음. 저자의 고교동기인 산악회선배가 내게 이 책을 보내주면서 이 책이 우리 교육의 혁신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라 했는데 , 이 책이 꼭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교육의 대 혁신이 필요하다는 진단에는 생각을 같이 하고 있음. 다만 이 책이 갖고 있는 맹점은 교육현실을 무 자르듯 혁신할 수 있다는 믿음과 그 처방의 단순성에 공감하는 바는 아님. 그 이유는 이제까지의 학교교육이 취할만한 것이 전혀 없을 정도로 위해를 끼치기만 했다면 1960년대 이래 산업발전과 민주주의 발전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임. 전제국가가 아닌데 통일된 국민상이 없다는 것이 꼭 비난받아야 하는 일인지도 잘 모르겠고 헌법정신을 살리는 길이 올바른 국민상을 기르는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내게는 이 책의 통일된 국민상 정립을 위한 여러 제언은 진심어린 제안이기는 하나 조금은 거칠다는 생각을 저버릴 수가 없음.
*2015. 12. 3일
813.한국시조감상
*김진영 외 5인 공저/보고사 간(2012)
*시조는 그 기원이 고려 말 신흥사대부들이 부른 가곡으로 알려진바, 우리 문학사에서 가장 유구한 생명력을 지닌 문학장르라 하겠음. 시조는 시절가조(時節歌調)의 준말로 이 말이 처음으로 쓰인 것은 18세기 조선조 영조 때 신광수가 지은 관서악부(關西樂府)에서임. 시조는 공식적인 기능이 아예 없는 개인적인 차원의 노래라는 점이 공식적 기능이 강조된 악장과 다른 점으로 사적인 감흥을 풀어내는데 적합한 시가문학임. 이 책이 담아낸 시조는 고려조 우탁의“춘산에 눈 녹인 바람”에서 조선 후기 작자미상의 “한숨아 가는 한숨아”에 이르기까지 336수로 각 수마다 원문과 그 출전, 번역문 그리고 저자소개 및 감상 의 글을 실었음. 이 책을 한 번 읽으면 설사 문외한이라도 어느 정도 시조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는 생각임. 토계 이황 선생의 지적처럼 한시가 가영적(可詠的) 특질을 지녔다면 시조는 가가적(可歌的) 특질을 지녀 우리 말 절주(節奏)로 노래 부를 수 있는 것이 특장점인데 책으로 읽는 시조는 시조창이 아닌 시조시에 불과해 가가적 특질을 살리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움.
*2015. 11. 30일
812.맹자
*우재호 역/을유문화사 간(2010)
*맹자(孟子)로 널리 알려진 맹가(孟軻)는 주나라 안왕 17년인 BC385년에 태어나 난왕11년인 BC304년에 세상을 뜨기까지 지금의 산동성 추현(鄒縣) 동남쪽 근처에서 80여년을 살다간 추(鄒)나라 사람임. 맹자의 언행 및 맹자와 그 당시 사람들 또는 제자들과의 문답을 기술한 <맹자>는 번역본이 많이 나와 있는데 해석이 조금씩 달라 어느 책을 번역본의 정전으로 삼아야하는 가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답답함. <맹자>의 저자가 누구냐는 논의는 맹자, 맹자 사후 제자들, 제자의 도움을 받은 맹자 등의 세 갈래로 나뉜다는데 이 책에서는 맹자의 제자인 만장과 공손추가 직접 쓰고 맹자가 윤색했을 것으로 보고 있음. 스스로 공자의 학통을 이어받은 계승자라고 생각한 맹자의 중민사상, 민본주의 사상과 혁명사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책을 읽고서 느낀 것은 맹자가 공자보다 훨씬 혁명적이고 실천적 인물이라는 것임. 성서를 읽고서 이 세상에서 비유를 가장 잘하는 분이 예수이다 했는데 동양에서는 단연 맹자를 들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은 것도 이 책을 읽고 나서임. 암담한 정치현실을 타파해 우리나라를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끌어올리는 데는 맹자의 왕도정치가 아직도 유효할 수 있겠다 싶어 많은 정치인들에 정독을 권하고 싶음. *2015. 11. 15일
811.가곡원류
*박효관ㆍ안민영 저/신경숙 옮김/지식을만드는지식 간(2010)
*이 책을 통해 가곡(歌曲)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게 된 것이 이 책을 읽은 수확의 하나임. 가곡은 시조의 전 형태로 관현악이 동원되는 노래로 시조와 구병되는 점은 시조는 악기 없이 창으로 부를 수 있다는 것임. 가곡은 남창(우조-계면조)-여창(우조-계면조)-가필주대로 불려지는데 가곡원류의 편집순서가 바로 이 순서와 같아는 것도 이 책을 읽고 알았음. 대원군의 후원과 제자 안민영의 조력으로 출간이 가능했던 박효관의 기곡원류는 악보가 실려 있는 악곡집이지만, 이 책은 악보가 실려 있지 않고 전체 악곡을 다 실은 것이 아닌 초록본임. 달랑 가사만 실려 있어 옛날 가곡 특유의 감흥은 전혀 느낄 수 없어 아쉽다는 생각임. 이 책은 “태산이 높다하되”로 시작되는 시조의 작가가 양사언으로 적고 있어 작가를 밝히지 않은 청구영언과 차이를 보이고 있음.
*2015. 11. 13일
810.한국한시감상
*김진영 외 6인 공저/보고사 간(2012)
*“시문학은 바로 울 만한 것을 진실되게 제대로 울었을 때 태어나게 되는 언어예술의 정화”라고 한 이 책의 저자 김진영의 지적이 가슴에 와 닿은 것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임. 세종대왕께서 백성들이 겪는 언어생활의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한글을 창제하신데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감흥과 생각을 한문으로 담아내기가 정말 어렵고 설사 잘 담아낸다 해도 나 같은 한문 문맹자가 수두룩했을 당대의 독자들이 과연 감명을 받았을 가에 대해 그동안 강한 회의를 갖고 있었음. 이번에 이 책에 수록된 한시를 직접 써보고 번역문과 일일이 대조를 해가면서 일독을 마치고나자 한시도 역시 우리 선조들이 즐겨 써온 훌륭한 문학의 그릇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음. 공자께서 그의 아들 백어에 “너는 시를 배웠느냐?”며 시(詩)와 예(禮) 두 가지를 배울 것을 강조한 것은 시가 진실된 우리 삶과 떨어질 수 없어서라면 한문을 공부해 우리 선조들이 남긴 명시들을 찾아 읽는 내 노력이 나름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임. 가혹한 군정에 못 이겨 자신의 양물을 자른 사건을 그린 정약용의 “哀切陽”을 읽고 시대를 뛰어넘어 분노했던 것은 이 시가 내 속에 내재된 진실된 삶에 대한 염원이 움직였기 때문일 것임.
*2015. 11. 11일
809.봉래시집
*양사언 저/홍순석 옮김/지식을만드는지식 간(2008)
*시조 작가로 널리 알려진 양사언을 처음 만난 것은 1960년대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린 일명 “태산가”로 불리는 시조를 읽고서임. 2015년간 산지에 투고할 뜻으로 “시조 태산가에 숨겨진 양사언의 숨은 생각 읽기”를 작성하기 위해 고른 책이 “봉래시집”으로, 이 책 덕분에 양사언의 일생과 작품들을 일별할 수 있었음. 양사언(楊士諺, 1517-1584)은 서얼출신으로 해서와 초서에 능해 안평대군, 김구, 한호와 더불어 조선전기 4대명필로 알려졌지만, 그보다 명승지를 주유하며 주옥같은 한시를 남겼다는 것이 더욱 기릴만하다는 생각임. 금강산을 사랑해 금강산의 여름 별칭인 봉래를 호로 정한 양사언이 금강산을 읊은 한시 몇 수가 이 책에 실려 있는데 정상을 오른 것 같지는 않음.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만은’라고 태산가에서 읊었으면서 정작 당신은 산 밑에서 정경과 감흥을 노래한 것이 조금은 유감스럽다는 생각임. 16세기 방외인으로 평가되기도 하지만 자연을 사랑하기는 이 작가만큼 올곧게 아낀 사람을 찾기 쉽지 않을 것임을 이 책을 읽고서 느꼈음.
*2015. 11. 9일
808.보한집
*최자 저/이화형 옮김/지식을만드는지식 간(2010)
*방송대에서 국문학사를 배울 때 접했던 고려시대 문인들의 여러 작품들을 최자(崔滋, 1188-1260)가 지은 이 책 “보한집(補閑集)”을 통해 만나볼 수 있어 매우 기뻤음. 이인로의 파한집을 보충하면서 이 규보의 문학관을 수용한 이 책은 당대 실권자인 최이의 명을 받은 최자가 파한집에 없는 자료를 적지 않게 수록하고 이인로 이후 최자시대에 이르기까지 새로 나온 시를 다수 실어 시대적 확장을 꾀한 시화집(詩話集)임. 시화집을 읽은 것은 이 책이 처음으로 경기체가를 지은 고려시대 한림학사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어 반가웠음. 진작 이 책을 구해 한림학사들의 곤충시를 읽었더라면 방송대 졸업논문 “곤충시를 통해본 여암 신경준의 자연관 고찰”을 쓰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큼. 정작 최자의 작품을 보지 못해 아쉬움이 있으나 고려시대 문인들의 한시작품에 해설과 비평을 덧붙인 이런 책이 한문학을 공부하는 내게는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이어서 저자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음.
*2015. 11. 7일
807.다산의 국토사랑과 경영론
*심경호 저/국토연구원 간(2011)
*다산이 거인으로 평가받는 데는 다산의 국토사랑이 한 몫 단단히 했으리라는 생각임. 그의 제자 이청과 같이 지은 “대동수경”을 읽고서 느낀 것도 국토사랑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을 더욱 굳혔음. 국토연구원이 다산의 500여권의 저서 중에서 국토사랑과 국토 경영에 관한 것을 골라 오늘 날 한국형 국토발전의 실천전략에 ‘온고지신’, ‘법고창신’을 할 수 있도록 기획한 이 책을 쓰기 위해 활용된 다산의 저서는 <아방강역고>, <대동수경>, <산수심원기>, <목민심서>, <제황상유인첩>, <미원은사가>, <경세유표>라고 밝혀 우선 경세유표부터 구해서 읽어볼 생각임. 표4의 글이 다산의 국토경영을 이해하는 키워드가 될 것 같아 요약하면, 다산은 국토전체를 한민족의 역사공동체의 구역으로 설정하였고, 국토를 생활공간으로 파악하였으며, 자연을 관념적으로 파악하지 않았음. 또 국토의 총체적인 이용이나 도시와 농촌 차이, 지역문화와 자연자원의 차이에 대해 망라하듯이 논의 하지 않았지만 시와 산문, 대책문, 정법서 등에서 국토자연에 대한 사랑과 국토경영의 관점을 드러냈다고 요약했음. 하나 궁금한 것은 문학을 전공한 저자가 국토연구원의 지원 없이 혼자서 전공외의 지식을 요하는 이런 책을 내놓는 것이 가능할 까임. 여암 신경준의 평전 저술을 꿈꾸는 내게는 이런 능력이 없어 걱정되는 바가 커서 더욱 궁금해 하는 것임.
*2015. 11. 1일
806.소유냐 존재냐
*에리히 프롬 저/차경아 역/까치 간(2015)
*대학 졸업 직후 저자의 “자유에서의 도피(Escape from Freedom)”를 읽고 자유와 더불어 새디즘과 매조키즘의 의미를 알게 된 후 저자의 다른 저서 “건강한 사회"와 “사랑의 기술” 등을 더 읽는 등 한 때 저자에 빠지기도 했었음. 30여년 만에 “소유냐 존재냐”로 다시 만나는 저자는 여전히 휴머니스트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음. 1900년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나 사회학, 심리학과 철학을 전공한 저자는 1934년 미국으로 이주해 저술활동과 대학 강의를 계속했으며 1930년 스위스에서 타계했음. 이 책의 중심주제인 인간의 두 가지 실존 양식 즉, 소유양식과 존재양식의 차이를 분석한 것 중 “존재양식의 지고의 목표는 보다 깊이 아는 것인 반면, 소유양식의 지고의 목표는 보다 많이 아는 것”이라는 것을 읽고 나의 독서습관이 소유양식에 가까움을 알게 되어 충격적이었음. 쉽게 말해 정독이 존재양식의 발로라면 속도내지 다독은 소유양식을 드러내는 것으로 내 독서습관이 전형적인 소유양식이어서임. 저자는 경제와 정치를 인간의 발전에 종속시키려면 새로운 사회의 모델을 소외되지 않은, 존재지향적인 개인의 요구에 부응하여 설계되어야 한다며 건전하고 이성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생산의 수행을 실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면서 다른 실천적인 대안을 여럿 제시하는 것으로 이 책을 맺었음.
*2015. 10. 26일
805.내 앞의 길
*박수진 저/담장너머 간(2012)
*내 책 “섬진강둘레산줄기에서 길을 찾다”를 출간한 담장너머에서 보내준 이 책은 나와 같은 아마튜어가 쓴 것이 아니고 한국문협과 한국시협에 이름을 올린 문인이 쓴 책이어서 그 나름 읽을 만한 에세이집임. 작가의 삶과 연결된 내용의 산문집으로 마침 작가가 저와 나이가 비슷한 것 같아 동시대를 같이 살았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어 책 읽기에 어려움이 없었음. “스승이 없는 세상은 희망이 없다. 그러나 스승이 없다고 한탄만 하는 사람에게도 내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 저자는 그의 스승 구상 선생님을 만난 것이 가장 큰 기쁨이고 그분을 따라가지 못함을 최대의 잘못이라 고백한 것을 보고 이분 또한 일선학교에서 학생들을 직접 가르쳤기에 이런 깨달음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음. 저자는 이 책에서 타지마할을 사랑의 기념탑이라며 “역사가 언어의 기록물이라면 타지마할은 영원한 사랑의 기록물이다”라고 극찬했음. 죽은 아내를 위해 유일무이한 궁전을 지어 바친 무굴제국의 5대왕 샤자한이 22년 동안의 대공사가 끝난 뒤 동원된 장인의 오른 쪽 손목을 모두 자르는 광기의 지배자임을 저자가 알고서도 타지마할을 사랑의 기념탑이라 말하는 것은 자기 사랑을 위해 다른 사람을 박해해도 좋다는 것으로 들려 이 부분은 저자와 완전히 생각을 달리하는 바임.
*2015. 10. 22일
804.무의식의 분석
*칼 구스타프 융, 죠제프 L 핸더슨 공저/권오석 역/홍신문화사 간(1995)
*‘무의식’을 개인주의적, 생물학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집합적, 역사적인 것으로 해석한 저자는 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정신의학자로 알려진 인물임. 1970년대 대학에서 교육심리학을 배울 때 심리학자 융을 처음 접했지만 그의 저서를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임. 저자는 프로이트의 기본이념인 ‘억압’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보상’이라는 심리적 기능을 설정하여 의식과 무의식의 상호 보상관계를 밝힌 것이 저자의 학문적 업적이라 하겠음. 심리학의 중요개념인 “무의식”을 부정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재해석해 그 활용을 적극 주장했다는 것이 그의 이론의 요체라 하겠음. 저자가 신의 역할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보이는 것은 그가 이 책의 158쪽에서 “우리들이 도움을 청하여 기도할 수 있는 신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고 천명한 것으로도 알 수 있음. 이 책의 전부부인 “무의식의 접근”은 융이 지었고 후반부의 “고대신화와 현대인”은 죠제프 L 핸더슨이 지어 공저로 되어 있으나 융의 전반부가 주라는 생각임.
*2015. 10. 18일
803.역사에서 희망일기
*정옥자 저/문이당 간(1998)
*국사교과서의 국정화로 역사학계가 시끌벅적한 요즈음 저자처럼 반듯한 국사학자의 읽는 다는 것만으로도 그 글이 학술논문이냐 잡문이냐에 관계없이 의미 있다 하겠음. 저자는 흔히 역사는 우직스러워야하는 학문이라며 역사에서 이 시대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해법 찾기를 하는 작업으로 전문적인 논저와 잡문쓰기로 요약된다 했음. 잡문에 속하는 이 책이 주변잡기의 그 흔한 에세이집이 아니어서 다 읽고 나자 오늘의 난제를 풀어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만났다는 느낌이 언뜻 들었음. “역사의 창으로 세상 읽기”, “생각하며 살아가기”, “역사에서 해법 찾기”, “선비들의 행진”과 “역사 들여다보기” 등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퇴계, 율곡, 우암, 미수, 면암 등의 조선의 선비를 만났고 일제강점기를 맞아 조선의 지식인이 어떻게 대응했나를 백은 박은식 선생을 통해서 알 수 있었음. 지난 봄 강화도 마니산 밑에서 홍익한의 비를 본 것은 그의 아들이 그곳에서 전사했기 때문임도 이 책을 읽고 안 것임. 위항인들이 일제강점기를 맞아 일제에 부응하는 사상적 변화를 겪었다는 저자의 지적을 보고 이광수, 최남선 등의 변절이 떠올랐음.
*2015. 10. 13일
802.손에 잡히는 생태계
*이상훈 저/정민북스 간(2015)
*환경이나 생태계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어도 이 책만큼 그 내용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책을 읽지 못했음. 저자의 청탁으로 추천사를 쓰느라 원고상태에서 3번을 읽은 터라 싫증날 만도 하건만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은 내용이 탄탄하고 문체가 간결하며 무엇보다 사례들이 적절하고도 풍부하게 인용되었다는 것임. “하나 뿐인 지구”를 시작으로 “우리 함께 살자”라는 소제목으로 매듭짓는 이 책을 읽고 나면 지구와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얻었다는 만족감에 저절로 다른 사람들에 일독을 권하고 싶은 마음이 생김. 대학동창인 저자의 교수생활을 마무리하는 정년퇴직을 기념해 내놓은 이 책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 읽혀져 하나 뿐인 지구에서 영원히 함께 살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임. “지구는 생명의 터전”, “생태계의 식구들”, “생태계의 환경”, “생태계의 원리”와 “생태계와 인간 ” 등 총5부로 구성된 이 책이 다루는 소제목은 “나무”, “햇빛”, “상부상조”등 모두 30개 항목으로 일상생활과 밀접한 주제가 많아 누구라도 한 번은 읽어볼만한 교양도서임.
*2015. 10. 11일
801.우산(又山) 손경석 평전
*손경석평전 편찬위원회 간/도서출판 산악문화 간(2015)
*1928년 봉화에서 출생해 2013년 타계하기까지 우리 산악계의 발전에 미친 영향이 누구보다 컸던 거인 손경석 선생의 면면을 제대로 알게 해 준 것이 바로 이 책임. 우리 산악계 전반에 걸쳐 발자취를 남긴 선생의 활동 및 업적에 내가 특별히 관심을 갖는 부분은 산서(山書)임. 선생께서 1986년 제가 몸담고 있는 한국산서회를 발족해 4대까지 회장을 역임하시는 등 한국산서회 창립 및 발전에 공헌하신 분임. 이 책을 발간한 손경석평전편찬위원회의 주요 멤버들이 현재 한국산서회회원인 것은 당연하다 하겠음. 생전에 선생을 직접 뵙지는 못했어도 “등산반세기” 등 선생의 저서 및 역서를 몇 권 읽은 바 있어 존경해온 나이기에 선생의 일생과 업적을 조감할 수 있는 이 책을 고마운 마음으로 읽었음. 하나 아쉬운 것은 같은 내용이 여기저기에서 반복되고 선생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점 등은 정식 평전으로서 격이 떨어진다 싶어 선생께 죄송스럽다는 마음임.
*2015. 10. 5일
800.사도바울
*장종현, 최갑종 공저/기독교연합신문사 간(2001)
*기독교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베드로에 버금가는 바울을 제대로 알고자 하는 노력을 조금이나마 기울이는 것이 카톨릭신자의 도리라 생각해왔기에 총689 쪽의 이 책에 흥미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음. 최근5년 간 존경의 마음이 전혀 일지 않은 신부님이 내가 다니는 교회의 주임목사로 있어 마음이 얼마간 멀어진 것은 사실이나 그럴수록 신부의 통역이 아닌 도서를 통해 성인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더욱 요긴한 때여서 읽기 시작했으나 학술적인 관점에 치우쳐 마치 관련 논문을 읽는 듯했음. 앞부분 상당부분은 그래도 집중해 읽을 수 있었으나 중간부분부터 병원에 입원해 읽은 것이어서 머리에 기억될만한 내용을 건지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음. “우리는 21세기 한국교회의 신학도, 목회자, 그리고 교회지도자들이 이 책을 통해서 바울을 재발견하고 미래의 한국교회를 사도 바울의 복음 위에 든든히 세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저자의 염원대로 지나치게 세속화되고 정치화된 신부님과 목사님들의 참회가 따르지 않는 한 사도바울의 복음이 이 땅에 제대로 전해질지 자신하지 못함. 이 책을 통해 로마서 중심주제인 “이신칭의(以信稱義)”의 본 뜻이 율법이나 인간의 행위가 아닌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하느님의 은혜를 의롭게 구원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함을 처음 알았음.
*2015. 9. 30일
799.전쟁의 물리학
*배리 파커 저/김은영 역/북로드 간(2015)
*화살에서 핵폭탄까지 무기의 역사를 과학발전의 관점에서 기술한 이 책의 저자는 미국의 아이다호 주립대학에서 물리학과 천문학을 가르친 과학자로, 어려운 과학이론을 알기 쉽게 풀어쓰는 재주가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분임. 물리학의 발전이 특정국의 승전에 기여하고 또 수많은 사람들을 살상하는데 쓰였다 해서 물리학을 비난할 수 없는 것은 물리학을 우리의 일상생활에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는 물리학의 문제가 아니고 전적으로 인간의 문제이기 때문임. 물리학의 발전이 공격용무기의 개발에 널리 쓰인 것은 사실이지만 레이더나 X선처럼 방어에 도움을 주어 수 천 명의 목숨을 구하기도 했다함. 이 책을 통해 그동안 궁금했던 로켓발사의 원리나 수소폭탄이 원자폭탄과 다른 점을 자세히 알게 된 점이 작은 수확이라면 전쟁사와 물리학발전사를 같이 조감할 수 있었던 것도 중요한 수확이라 하겠음.
*2015. 9. 24일
798.두 개의 한국(The Two Koreas)
*돈 오버도퍼-로버트 칼린 저/이종길-양은미 역/길산 간(2015)
*2002년 초판을 한 번 읽은 바 있고 우리 남북한을 다룬 책이어서 내용이 낯설지 않았음. 내가 이제껏 읽어온 남북한관련 책들 중 어느 책보다 내용이 방대했고 심도 깊게 다루어 오늘의 남북한 현안문제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임. 김일성 사망 직전의 김영삼 정부 때 한반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이 책을 읽고 알았음. 내 경험으로는 박정희 유신정부 때 판문점의 도끼 만행사건이 빚어온 일련의 남북대치가 가장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 사건이 크게 긴장을 초래하지 않은 것은 당시 북한이 핵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일 것임. 이 책을 읽고 내 나름 결론 내린 대북정책은 이 책이 시사하는 것과 무관할지 모르나 힘의 우위를 확보한 상태에서 대화를 해야 하고 어떤 경우에도 북한의 공갈에 굴하지 않는 강건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임.
*2015. 9. 18일
797.북창(北窗)
*한상철 저/수서원 간(2015)
*내가 몸담고 있는 한국산서회 회원인 저자는 산악인으로는 보기 드물게 한시를 쓰는 분임. 이 책에 실린 오언절구63수, 칠언절구5수와 칠언율시13수 등 총81수를 전부 한 번 써보고 번역한 부분을 대조해가며 나름 꼼꼼히 읽은 셈임. 평측과 압운을 맞춰가며 한시를 쓰기가 쉽지 않을 터인데 이를 잘 소화해 낸 것은 강원대교수인 역농 남윤수박사로부터 한시를 제대로 사사한 덕분일 것으로 부럽기 한이 없음. “道峰黑雲染/碧流打石亂/櫻雨淨洗身/淸味又心閑”이라는 “櫻雨”(벚꽃비)은 산정(山情)을 느낄 수 있어 눈길이 갔음. 자연을 소재로 한 한시가 주이나 “추모남파장학선생탄신4백주년”등 기념할 만한 것을 기리는 시들도 여러 편 보여 한시 소재의 다양성을 느낄 수 있었음.
*2015. 9. 16일
796.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
*필립 코틀러 저/박준형 역/더난출판사 간(2015)
*미국의 노스 웨스턴대학의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석좌교수인 필립 코틀러를 내가 알게 된 것은 “마케팅 관리론”을 써 낸 마케팅의 대가이기 때문임. 1980년부터 본격적으로 쌍용제지(주)의 마케팅 분야에서 일해 그 명성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는 필립 코틀러가 마케팅 관련 도서가 아닌 자본주의의 병폐를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을 경제서(?)를 냈다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음. ‘우리 삶이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는 14가지 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마케팅 분야를 직접 다른 책은 아니나 자본주의가 극복해야 할 과제를 상당부분 고객만족 측면에서 접근해 풀어보고자 해 관심이 갔음. 빈곤, 실업, 소득불평등, 가계부채 등 14가지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최저임금 인상, 부자 증세 등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론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저자의 해법이 어느 정도 주효할 지는 앞으로 지켜보고자 함.
*2015. 9. 8일
795.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임마누엘페스트라이쉬(이만열) 저/21세기북스 간(2015)
*한국을 잘 아는 외국인이 우리와 다른 관점에서 한국을 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이 책이 읽을 만한 것은 우선 저자가 세계 최고의 하바드대 박사라는 점일 것임. 이에 더하여 한국을 보통의 한국인보다 더 많이 사랑한다는 것이 또 하나의 이유임. 저자가 우리에 충고하는 것은 우리들안의 보물을 놔두고 왜 다른 곳으로 찾아나서냐는 것임. 한국은 역사의 흐름에 따라 국제사회의 주요사안에 대해 중심적 역할을 담당할 기회를 넘겨받았다며 가족애, 다른 사람에 대한 이타적 관심, 인간적이고 사려 깊은 기술, 인본주의 전통, 세계로 열린 관점 등을 적극 살려야 코리안 드림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 했음. 우리 역사와 전통에서 코리아드림을 실현할 키워드를 찾아낸 저자의 탁월함에 일면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은 내가 언제 저자만큼 치열하게 우리 것을 찾아보고자 했나에 대한 반성 때문임. 더러는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저자의 충언을 받아들일 패러다임 쉬프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임.
2015. 8. 30일
794.우리나라의 옛 그림
*이동주 저/학고재 간(1997)
*저자 이동주는 서울대의 정치학 교수이자 학술원회원이었던 고 이용희 석학의 필명으로 예술분야 저술에만 쓴다하니 매우 흥미로웠음. 어느 분야건 한 나라의 석학의 반열에 오르기도 엄청 힘들 텐데 전공과 관련 없는(?) 우리나라 옛 그림에 대해 이 정도로 수준 높은 저술을 남긴다는 것이 범인으로는 꿈도 꾸지 못할 것이기에 이동주라는 또 다른 필명을 가질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음. “현재 동양화에 진정한 의미의 위기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그림의 전통은 남아 있는데 뒤에서 밑받침할 수 있던 철학이 붕괴되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진단한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동양화가 제 몫을 하려면 자기 철학을 인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했음. 일찍이 우리 옛 그림에 눈을 떠 진품을 직접 찾아보는데 노력한 덕분에 단원을 다시 볼 수 있었고 겸재 일파의 진경산수도 범상치 않게 볼 수 있었을 것임. 저자의 학문적 재능과 열의에 찬사를 보내고 싶음.
*2015. 8. 25일
793.조선선비, 설악에 들다
*권혁진, 홍하일, 최병현, 허남욱 편역/문자향 간(2015)
*한국산서회의 홍하일 이사가 편역에 참여한 “조선선비, 설악에 들다”는 조선선비의 유산록을 모아 번역한 도서임. 선조들의 유산록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자료발굴에 애써온 홍하일 팀의 노고가 엿보이는 이 책을 읽고 “구슬이 세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 말씀이 참으로 지당함을 느꼈음. 설악산은 금강산보다 더 높으면서 유산기가 적은 것은 선비들이 자주 찾지를 않아서인데 그나마 있는 것도 상당수가 금강산을 갔다가 들르는 정도여서 설악산 유산기가 제 틀을 다 갖춘 것을 찾아 읽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임. 이 책에 실린 20편의 유산기중 설악산의 정상인 대청을 오른 것이 기록된 것은 1760년 안석경이 남긴 ‘후설악기(後雪岳記)’ 한 편이며, 봉정암까지 오른 것은 8편임을 감안해 책 제목을 ‘ 조선선비, 설악에 오르다’로 정하지 않고 ‘조선선비, 설악에 들다’로 제목을 붙인 것이 아닌가 싶음. 자료로서 가치가 높은 책이나 이 책에 실린 내용이 별로 감동적이지 않아 아쉽다는 느낌임.
*2015. 8. 20일
792.조선의 못난 개항
*문소영 저/역사의 아침 간(2013)
*조선이 망한 직접적인 원인은 일본의 침략에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 조선은 패망에 책임질 일이 과연 없는가는 오랜 개인적관심사였음. 친일을 우파격퇴의 무기로 사용하고 있는 좌파들의 끈질긴 친일시비에 겁먹어 조선 패망의 역사적 교훈에 대한 성찰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내게 이 책은 조선패망의 큰 원인 중 중요한 하나가 개항실패임을 일러주었음. 일본은 어떻게 개항에 성공했고 조선은 왜 실패했나에 초점을 맞춰 조선패망을 분석한 이 책의 저자가 정통사학자가 아니고 기자출신의 언론인이라는 데서도 우리나라 역사학의 풍향을 가늠할 수 있겠다는 생각임. 조일전쟁 후 중상주의로 나라를 튼튼히 한 일본이 미국에 의해 강제로 개항됐지만 하급무사와 지식인이 결합해 무혈혁명인 메이지유신에 성공하고 개항에 성공해 국력을 차곡차곡 쌓아갔지만, 조선은 국왕과 재상들은 물론 지식인에 해당하는 유림들도 국제정세를 재대로 보지 못하고 개항에 저항하다 아무런 프로그램 없이 개항이 진행되어 종국에는 외세에 거의 다 내어주고 멸망에 이르렀다는 것이 이 책을 읽고 안 것임. 일본의 침략은 백번 규탄되어야하지만, 그렇다고 조선을 지켜내지 못한 당시의 사회주도세력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병행되어야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임.
*2015. 8. 14일
791.오희준 산사나이 하늘 오르다
*(사)산악인오희준 기념사업회 저/열린출판기념사업회 간(2015)
*1970년에 서귀포에서 태어나 2007년 에베레스트에서 죽기까지 불꽃같이 격렬한 인생을 살다간 제주의 산악인 오희준을 추모하고자 설립된 (사)산악인오희준 기념사업회에서 추모집을 내놓은 것은 잘은 몰라도 우리 산악계에서 그리 흔한 일이 아닌 것으로 의미 있다 하겠음. 히밀라야 8천m급 10개 봉을 무사고로 오르고 남극과 북극점을 원정해 3극점탐험까지 성공리에 마친 오희준의 생명을 앗아간 것은 에베레스트 남서벽의 새로운 루트임. 불의의 사고로 오희준이 사망함에 따라 이 루트개척은 그 2년 후인 2009년에 오희준을 잃고 통한의 눈물을 삼켜야 했던 당시 산행대장 박영석 대장에 의해 이루어졌음. 이 책을 읽고 오희준의 생전의 빼어난 산악활동을 되돌아볼 수 있고 또 감동을 느꼈음. 다만 편집이 짜임새가 떨어지고 올린 글들이 다듬어지지 않아 비매품으로 발간하기를 그나마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엉성하다는 것이 내 평가임. 또 하나 한 젊은이의 죽음을 두고 냉정하게 코리안 루트 개척등정의 과와 실에 대한 조명 없이 그저 애도하고 찬양하는 글뿐이어서 앞으로 이런 유의 사고방지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임.
*2015. 8. 8일
790.17세기 조선지식인 지도
*이경구 저/푸른역사 간(2009)
*지식인이란 일정한 수준의 지식과 교양을 갖춘 사람을 일컫는 것으로 국립국어원은 정의하고 있음. 이 책을 읽고 ‘일정한 수준’의 의미에 대해 당대 사회의 묵시적인 합의가 없다면 참으로 엉뚱하게 해석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고 자연스럽게 들었음. 오늘날의 지식인으로 테크노크래트를 빼놓을 수 없지만, 17세기에는 농업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산업이 거의 자리 잡지 못하던 때여서인지 뷰래크래트와 그들을 배출하는 사림들에 한하여 지식인으로 불렀던 것 같음. 산림의 시대를 연 김장생과 그의 아들 김 집, 대동법의 김육, 당대의 문장가 장유, 유학계의 거두 송시열, 송시열과 학파를 달리한 동시대의 윤휴, 실학의 나라를 꿈꾼 유형원, 지방사림을 긍지로 살아온 이현일, 공존의 묘리를 추구했다는 남구만, 철학과 시문을 넘나들며 이념의 지표를 세운 김창협, 김창흡 형제 등이 이 책에 실린 지식인으로 그 스펙트럼이 유학자 또는 관료에 한정되어 있음을 금세 알 수 있음. 임진/병자 양란 후 급격히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잘 대처하고 도탄에 빠진 국가경제를 되살리는데 이들 지식인이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이 책을 통해서 속 시원하게 알아내지 못한 것은 17세기 지식인들의 스펙트럼이 너무 좁아 적재적소에 인재를 쓸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임. 그나마 김육이나 유형원 등의 실제를 중시한 지식인이 있어 18세기 조선의 르네쌍스(?) 재현이 가능하지 않았겠나 싶기도 함.
*2015. 8. 1일
789.아무도 밟지 않은 땅 5극지
*홍성택 저/ 드림 앤 간(2013)
*극지탐험을 주제로 한 대부분의 책들이 처절한 고난 끝에 뜻을 이루는 것으로 엮어지는 것이라면 이 책도 기존의 탐험서와 별반 다를 바가 없을 것임.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가슴 저리는 감동을 느낀 것은 생명을 걸고 탐험해야하는 극지를 1곳이 아니고 무려 5곳이나 밟았다는 것과 그 주인공이 바로 우리나라의 산악인이기 때문임. 학교 다닐 때 아문젠과 스코트의 명성을 들어봤고, 졸업 후 우리나라 최초로 세계의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오른 고상돈, 그 뒤 히말라야의 8천m급 14봉을 모두 오른 박영석, 엄흥길, 한왕용, 김재수 등과 남극과 북극을 다녀온 박영석, 허영호 등이 남긴 위대한 족적에 감탄했지만, 이들 누구도 해보지 못한 5극지 탐험을 완수한 홍성택은 이번에 처음 알았음. 홍성택은 세계 최초로 베링해협, 그린란드의 2극지와 북극점, 에베레스트, 남극점 등 3극점을 모두 탐험한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극한의 상황에서도 일기를 쓰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런 책을 내었다는 것은 참으로 존경할 만하다 하겠음. 전문 작가가 아니어서 문체 등이 그리 매끄러운 편이 아니고 더러는 비슷한 어투의 묘사가 눈에 띄지만 고스트라이터를 동원하지 않고 직접 글을 써 책을 펴냈다는 것은 후배산악인들에 귀감이 되고도 남을만하다는 생각임.
*2015. 7. 26일
788.미학의 중심
*김문환 저/서울대학교출판부 간(2006)
*국립국어원에서 정의하는 미학이란 “자연이나 인생 및 예술 따위에 담긴 미의 본질과 구조를 해명하는 학문”을 이르는 것임. 이 책을 읽고 나자 오히려 개념이 정리되지 않아 20세기 들어 도전을 받고 있는 전통적인 미학의 기본원리를 익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임. 저자가 정리한 미학의 기본원리는 첫째 세계의 고정된 질서를 반영하는 가치의 뚜렷한 위계질서가 존재하고, 둘째 모든 진정한 예술은 궁극적으로 볼 때 모방에 의하는 것이며, 셋째 예술가는 여러 해 동안 기술이나 기교를 발전시키고 연마함으로써 얻게 되는 특별한 재능을 필요로 하며, 넷째 예술은 뛰어난 개성을 나타내며, 다섯째 예술의 영역은 예술가-예술작품-예술감상자라는 상호의존적이지만 각기 구별되는 요소들로 구성된다는 것임. 저자는 이 원리들이 현대미학에서 부분적으로 부정되고 있음을 이 책에서 상론하고 있음. 서장 “미학의 어제와 오늘”, 제1부 미학의 기초, 제2부 미학의 쟁점과 결장 “미학발전을 위한 과제”에 덧붙여 부록으로 “예술분류의 역사”가 실려 있는데 부록 “예술분류의 역사”는 개념정립에 크게 유용하다는 생각임.
*2015. 7. 17일
783-787.레미제라블
*빅토르 위고 저/정기수 역/민음사 간(2013)
*2008-2009년 겨울에서 봄에 이르는 동안 등을 눕혀 요양 중일 때 또스또예프스키와 톨스토이 등 러시아 작가들의 대작을 읽은 후 실로 오랜만에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읽고 나자 역시 대작을 읽는 감동이 다름을 느꼈음. 중학교 다닐 때 ‘장발장’이라는 제목의 초역을 읽은 적이 있어 대강의 스토리는 알고 있었기에 장장 5권(약2,500페이지)에 이르는 대작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음. ‘자기희생과 속죄를 통해 성인으로 거듭나는 한 인간의 거룩한 이야기’를 역어낸 빅토르 위고(1802-1885)는 프랑스의 대작가로 1862년에 간행 된 이 작품 외에도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 기행문 ‘라인강’, 시집 ‘가을의 나뭇잎’, 희곡집 ‘루이블라스’ 등 다양한 문학작품을 내놓았음. 왕조파에서 공화파로 생각을 바꾸고 한 때 정치에 몸담기도 한 빅토르 위고를 해럴드 블룸이 “20세기에 위고와 견줄만한 작가는 없으며 21세기에 그런 작가가 나올지 의심스럽다”라고 평한 것이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임.
782.마운틴 오디세이-심산의 알피스트 열전
*심산 저/바다출판사 간(2014)
*저자의 알피니스트 열전에 이름을 올린 산악인들의 공통점은 새롭게 길을 냈다는 점임. 이 책에 나오는 알피니스트 들이 모두 외국인이어서 여암 신경준을 들먹거리기가 좀 뭣하지만 조선 영조 때의 문신 신경준은 그의 저서 ‘도로고’에서 길은 걷는 사람이 임자라 했음. 저자는 과학적 근대등반의 아버지라 칭해지는 18세기의 오라스 베네딕트 소쉬르에서 여자가 아니라 인간일 뿐이라며 오늘을 살고 있는 린 힐에 이르기까지 37명의 알피니스트들이 어떻게 산을 올랐고 어떤 삶을 살았는가를 간략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음. 이들 중 내가 이름을 기억하는 인물은 에드워드 윔퍼, 조지 리 맬로리, 에드문드 힐러리, 헤르만 불, 이본 취나드와 라인홀트 매스너 등 6명이나 산서회 덕분에 발터 보나티 같은 이름도 아주 생소하지는 않았음.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저자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를 알피니스트로 등재한 이유가 그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기간이 알프스 자락의 엥가딘에 머물렀던 8년뿐이어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 산악인들로 대체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참고문헌 리스트가 없다는 것과 작가 개인의 평가가 얼마나 객관성을 갖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대단한 산악인들을 이렇게 쉽게 만난 수 있도록 해준 저자에 감사함.
*2015. 7. 2일
781.쇼펜하워 인생론
*쇼펜하워 저/사순옥 역/홍신문화사 간(1996)
*이 책은 쇼펜하워의 철학논문 “Parge und Paralipomena"을 번역한 것으로 <삶을 예지를 위한 잠언>과 <철학적 소고>로 구성되어 있음. 2권으로 된 “Parge und Paralipomena"는 저자의 논문 중 가장 진수로 평가받고 있는데 <삶을 예지를 위한 잠언>은 제 1권의 첫 부분을 번역한 것이고, <철학적 소고>는 제2권의 철학적 소논문 중에서 발췌 번역했다고 역자는 밝혔음. 쇼펜하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염세주의자라는 것인데 이 책의 첫 부분인 <삶을 예지를 위한 잠언>은 인생을 담담하게 그린 에세이 같았고 뒷부분의 <철학적 소고>도 어렵기는 했으나 꾹 참고 읽어나갈 만 했음. 삶의 예지란 인생을 유쾌하고 행복하게 영위해 나가도록 만드는 기술로 행복한 삶을 인도하는 길잡이로 정의한 저자는 인간이 행복한 삶에 집착하는 것은 삶 그 자체이지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했음. <철학적 소고>를 읽으면서 간간히 느낀 것은 저자 의 여성관으로 여성을 남성에 종속된 것으로 보아 현대의 페미니즘에 상치된다는 것임. 흥미로운 것은 소설의 폄하인데 소설이란 사물의 경위나 인간상호관계의 경과를 현실세계에서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묘사해 실사회의 지식의 어려움을 배가시킨다 했음.
*2015. 7. 1일
780.맹자강설
*이기동 주해/성균관대학교출판부 간(2013)
*‘孟子’란 유교의 기본 경전인 사서 중의 하나로 전국시대 사상가 孟軻의 언행을 기록한 책임. 이 책을 한 번 원문을 직접 써보고 읽음으로서 맹자의 가르침을 보다 가까이서 들을 수 있었다는 생각임. 성경을 읽으면서 예수야 말로 비유의 달인이다 했는데 맹가도 이에 못지않음을 새삼 느꼈음. 포악무도한 하의 걸과 은의 주 임금을 죽이고 새 나라를 세운 것을 반역으로 평가하지 않고 군자의 소임을 다 한 것으로 평가한 맹자는 공자의 仁의 정신을 계승하여 인간의 생득지심에 대해 절대적인 신뢰를 두는 성선설을 주장하였고 그에 기초해 王道主義를 제창하였는데 이 왕도주의를 이루는 기본이 민본주의와 혁명론임. 많은 위정자들이 ‘孟子’를 금기시한 것도 기실은 이 책에 담긴 민본주의와 혁명론이 패도정치를 해나가는데 걸림돌이 되었기 때문일 것임. 원문해석이 결코 쉽지 않아 저자의 해석에 많이 의지했음.
*2015. 6. 19일
779.무하유지향에서 들려오는 메아리 장자
*김시천 저/미래엔(2015)
*군포시산본도서관의 인문학프로그램인 김시천강사의 ‘논어읽기’를 개근해 상으로 받은 이 책은 김시천 저자가 들려주는 장자를 어떻게 읽을까를 안내서임. 중국 전국시대 제자백중의 한 사상가인 壯子(B.C370-B.C280년)는 노자를 이어받아 도가를 발전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음. ‘壯子’를 무겁고 딱딱한 책으로 읽기보다 삶의 이야기로 읽기를 권하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장자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장자에 보다 쉽게 가까이 하는데 도움을 주었음. 장자를 읽노라면 장자가 꿈꾸는 이상향이 ‘지극한 덕의 세상’과 ‘태평’의 세상임을 알 수 있는데 그런 이상향이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無何有之鄕”이 아닐까 싶음. 장자를 읽음으로써 유가와 다른 세상도 있음을 알아낸다면 장자를 제대로 읽었다 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 같음.
*2015. 6. 17일
778.사가명저선(四佳明著選)-동인시화, 필원잡기, 골계전
*서거정 저/성백효 역/이회문화사 간(2000)
*이 책의 저자 四佳亭 徐居正은 세종2년(1420년)에 태어나 성종19년(1488년)에 별세한 조선 초기의 문신으로 여섯 임금을 섬기며 45년간 요직을 맡았고 25년간 문형(文衡)을 담당했었음. 조선 초기 대학자 권근의 외손인 저자는 ‘경국대전’과 ‘동국여지승람“등의 관찬사업에 참여한 관각파 문인의 거두로 동인시화, 필원잡기, 골계전을 지어 후세에 남겼음. 이 책에 실린 동인시화(東人詩話)는 상/하 2권에 148편의 우리나라 시화를 모은 것으로 시에 대한 논평과 고사 등의 이야기가 실려 있고, 필원잡기(筆苑雜記)는 문단의 잡기로 일종의 수필집이며, 태평한화 또는 태평한화골계전으로도 불리는 골계전(滑稽傳)은 당시 유행하던 우스운 이야기들을 모은 것으로 총267화 중 110화만 번역해 실었음. 특별히 관심이 간 것은 ‘동인시화’로 우리 선조들의 명시를 이 한권으로 상당부분 감상할 수 있었고 서거정의 시평까지 읽을 수 있어 좋았음.
*2015. 6. 14일
777.히말라야는 나이를 묻지 않는다
*이상배 저/산지니 간(2015)
*40대 초반에 암벽등반을 시작한 저자가 에베레스트는 물론 세계 5대륙의 최고봉을 모두 올랐으니 히말라야는 나이를 묻지 않는다고 할 만 하다는 생각임. “에베레스트 삼수생 늦깎이 산악인”, “내 인생의 히말라야”, “내 마음의 산들”, 그리고 “참다운 성장” 등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책이어서 현실감이 살아 있는 것이 강점이라 하겠음. 그의 5대륙 최고봉 등정이 한쪽 다리에 인공철심을 하고 이룩한 것들이어서 더욱 보람차다 하겠음. 이 책을 통해 처음 안 것이 알피니즘(Alpinism)인데 이 책은 알피니즘을 “3천m이상의 눈과 얼음이 덮힌 고산에서 행하는 스포츠등산”으로 적고 있음. 그렇다면 3천m급 산이 하나도 없는 우리나라의 스포츠등산은 뭐라 부르는지 궁금함. 또 건강을 위한 등산은 “산행”이라고 하지 “등반(alpine)"은 아니라는 저자의 글이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것인지도 검증해보고 싶음.
*2015. 6. 8일
776.서유견문
*유길준 저/허경진 역/서해문집 간(2010)
*부제인 “조선지식인 유길준, 서양을 번역하다”가 잘 말해주듯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고 당대 서양의 정치, 경제, 지리, 사회, 문화 등을 모두 망라해 서양의 번역서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임. 조선의 지식인 유길준(1856-1914)은 1881년 어윤중의 수행원으로 신사유람단에 참가해 일본을 방문, 유학생신분으로 머물었고, 또 1883년 전권대신 민영익을 보빙사로 수행하여 미국에 건너가 공부한 후 유럽각지를 유람한 후 1885년 귀국해 1889년 “서유견문”원고를 완성했으며, 1894년 갑오개혁 덕분에 출판하게 됨. “지구세계의 개론” 등 총20편으로 구성된 이 책을 읽고서 느낀 것은 당대의 서양을 조목별로 잘 요약했다는 것과 서양으로부터 무엇을 배워야하는 가를 잘 일깨워줬다는 것임. 특히 근대국가에 대한 설명은 구한말 당시로는 상당히 진보적인 내용으로, 역시 유길준은 당대를 대표하는 지식인이다 싶었음.
*2015. 6. 6일
775.반계 유형원 연구
*문석윤·김태영·김무진·최윤오·김선경 저/재단법인 실시학사 편/사람의 무늬 간(2013)
*磻溪 柳馨遠(1622-1673)은 이 책의 서문에서 밝혔듯이 조선 후기 새로이 태동하는 실학의 학풍을 개척적으로 확립함에 따라 후세에 와서 ‘실학의 제 1조(祖)’라는 칭호를 얻은 대유학자로 조종의 법제라는 통치규범과 주자학이라는 현실적 지배이념을 지양하고 구체적으로 새로운 국가체제 개혁론을 제기한 점이 특징이라 하겠음. 이 책은 실학형성의 철학적 배경을 분석한 문석윤의 “반계실리론”, 만민의 생활현실을 기본으로 삼는 以下爲本의; 새로운 통치를 읽어낸 김태영의 “반계의 변법적통치론”, 반계의 왕정적통치론이 지방행정을 통해 어떻게 구현되는 가를 논한 김무진의 “반계의 지방통치개혁론”, 반계의 개혁론이 강력한 공전제국가의 건설에 목표를 두었다는 관점에서 논한 “반계의 공전제국가론”, 그리고 국가재정에 관한 반계의 해결전망을 논한 “김선경의 ”반계의 조세수취제도 개혁론“등 모두 5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음. 위 논문 중에서 각별히 주목해야 할 것은 반계의 공전제로 이는 “반계수록”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 바로 공전제이기 때문임. 이 제도의 핵심은 분전권을 통해 국가의 관리권을 강화함으로써 농민의 경작권을 보호하는데 있으며, 또 대토지의 경영이 고용노동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고용노동개혁론을 함께 주창한 점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임.
*2015. 6. 1일
774.한국화의 세계
*박용숙 저/일지사 간(1978)
*너무 오래된 책이어서 주저하다가 읽기를 시작한 것은 얼마 전 조영남의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을 통해서 서양화의 변천사를 일별해서임. 정확히는 한국화가 서양화의 대척점에 서 있지 못하지만 우리 것을 소재로 해 우리 식으로 표현한 우리 고유의 그림이 어떻게 변천해왔고 현재의 포지션닝이 어떤지 알고 싶어 이 책을 읽기 시작했으나 문고판이 갖고 있는 한계 때문에 상세히 다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음. 기 발표된 글 중에서 골라 만든 책이어서 각장이 적절히 연결되어 전체적으로 통일감을 주지는 못한 것 같으나 한국화에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이 책이 어느 정도 했다는 생각임. ‘한국화에 대한 물음’, ‘한국화에 대한 미학적인 여러 정경’, ‘이른바 민화에 대한 초보적 탐구’, ‘동양화에서 한국화까지’, ‘한국화와 민족적 리얼리즘’, 그리고 ‘한국화의 좌절-이중섭’ 등 6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을 읽고 확인한 것은 은박지에 그림을 그린 이중섭의 그림이 한국화라는 것이었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중섭이 비로소 예술이 다만 자기를 이중화하는 일에서 끝나지 않고 세계와 자기의 이중화를 실현하는 일임을 깨달았음을 지적하고 있음.
*2015. 5. 27일
773.실학사상
*기세춘 저/바이북스 간(2012)
*저자가 이 책에서 정의한 실학이란 유가들이 금기시했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경제학과 과학기술 등의 세속의 학문을 의미하는 것임. 실학자들은 첫째 실사구시 학문을 제창했고, 둘째 관념론적인 주리론보다는 유물론적인 주기론적 경향이 강하며, 셋째 법고창신을 주창했으며 넷째 전제개혁을 주장했고, 다섯째 대동법을 지지하고 상품의 시장경제를 주장했으며, 반청정책을 반대하고 민족주의적이었으며, 미신타파와 외국문물개방을 주장했으며, 마지막으로 이상화된 고대봉건국가인 대동사회를 유토피아로 생각하여 지향한 점이 공통점이라 하겠음. 임진-병자 양란이 끝난 후 17세기 초부터 19세기까지의 조선실학자의 사상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조감한 이 책을 통해 만나본 실학자들은 한백겸, 이수광, GJURBS, RLADBR, 김만중 등의 실학의 선구자, 탁고개제의 경세치용파인 실학의 창시자 유형원과 성호사설을 지은 성호 이익선생이 있음. 또 변법창신의 이용후생파인 조선의 과학자 홍대용, 문체창신의 박지원, 북학을 제창한 박제가가 있으며, 종합과 철학적 정초를 세운 다산 정약용, 유물론적 신학을 주창한 혜강 최한기를 만나보았음. 10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이 책을 대출기간 내에 읽고자 속독을 해 각각의 실학자들의 학문적, 사상적업적과 그 한계를 충분히 파악한 것은 아니지만, 조선의 실학을 이끌어온 분들이 누구이고 이분들 사상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데 이 책이 매우 유용했음.
*2015. 5. 23일
772.삼도부와 한양가, 그리고 한양오백년가
*김지룡 번역 주석/명문당 간(2011)
*이 책은 고려 고종 때의 한림학사 최자가 지은 부시(賦詩)인 삼도부, 조선조 말기인 1844년에 한산거사가 지었다는 1,524구의 장편가사 한양가, 그리고 사공수(1846-1925) 또는 김호직(1874-1953) 또는 무명작가가 지은 것으로 알려진 총5,688귀의 장편가사 한양오백년가 등 총 3작품을 번역 주석해 한 권으로 묶은 것임. 강화를 고려의 도읍지라며 강도로 부르고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노래한 삼도부를 통해 강화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안 것이 작은 수확임. 백성들이 읽을 수 있도록 보다 쉽게 쓰인 한양오백년가는 조선의 왕조사를 조감한 것은 좋았으나, 사실과 다른 점이 많이 기술되어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하다는 생각임. 한양가가 수도서울의 복된 지세와 깊고 높던 궁궐과 관아의 모습 등을 묘사해 양반의 입장에서 편히 읽을 수 있는 것이라면, 한양오백년가에는 이씨 왕가의 27임금이 백성을 다스린 선과 불선을 소상하게 그려 조선백성들의 애환을 노래한 것으로 한양가와 한양오백년가는 별개의 작품임을 이 책을 읽고 확실히 알았음.
*2015. 5. 18일
771.미친 포로원정대
*펠리체 베누치 저/윤석영 역/박하 간(2015)
*주봉을 못 오르고도 칭찬을 받은 저자의 케냐 산 등정이 제게 전해주는 감동은 절망적 상황에서도 희망의 작은 조짐을 놓치지 않고 키워나갔다는 것임. 저자는 이탈리아 공무원으로 파견되어 근무하던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가 1941년 연합국에 점령되는 바람에 포로가 되어 케냐의 포로수용소로 이감됨. 포로수용소 생활 중 우연하게 해발5,200m의 케냐 산을 보고 이 산에 매료된 저자는 동료 2명과 함께 수용소를 탈출해 이 산의 정상인 바티안봉을 공략했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이 봉우리보다 조금 낮은 레나나봉을 등정한 후 수용소로 복귀해 벌을 달게 받음. 수용소에서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등정을 준비하고 수용소를 탈출해 모든 것이 열악한 조건에서 결코 굴하지 않고 케냐 산을 오르내린 저자와 동료들의 초인적 등정이 인간이 얼마나 위대할 수 있는 가를 보여주는 것 같아 가슴이 찡했음.
*2015. 5. 16일
770.인류의 위대한 여행
*앨리스 로버츠 저/진주현 역/책과함께 간(2013)
*이 책의 저자는 영국 브리스톨 의대의 앨리스 로버츠 교수로, 영국 BBC 다큐멘터리를 바탕해 인류의 발자취를 따라 직접 답사했다함. 40대 초반의 저자는 여성으로 영국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에서 해부학을 가르치고 있음. 고고학이나 인류학을 전공하지 않은 저자가 이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주요 연구 분야가 고대인간의 질병, 해부학, 진화론, 발생학 등이어서 가능했을 것임. 다이아몬드 교수의 “총, 균, 쇠”를 읽고서 느낀 것은 위대한 저술은 몸을 아끼지 않고 탐사한 결과가 뒷받침된다는 것인데 이 책을 읽고 같은 느낌을 가졌음. “아프리카에서 생겨나다”, “조상들이 남긴 발자국을 찾아서”, “순록에서 쌀까지”, “서쪽으로 나아가라!”, “신대륙” 등 총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인류가 살아온 발자취를 훌륭하게 복원했다는 생각임. 아메리카 원주민의 기원을 알아내는데 언어학과 더불어 미토콘드리라 DNA연구도 동원된다는 글을 읽고 학문의 통섭이 여기서도 필요함을 알았음.
*2015. 5. 13일
769.독서와 지식의 풍경
*배우성 저/돌베개 간(2015)
*“조선후기 지식인들의 읽기와 쓰기”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첫째 조선후기의 지식인이 누구인가와, 그들은 어떻게 책을 읽었고 또 썼느냐 임. 박지원, 정약용 등 수많은 실학자들이 등장하는 이 책에서 산수고(山水考)를 지어 산경표의 밑 자료(?)를 제공한 여암 신경준도 만나볼 수 있어 반가웠음. 조선후기 지식인들을 대표(?)하는 정조임금께서 문체반정을 통해 당대 지식인들에 특정문체를 강요한 것은 통치 상 필요했다 해도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음. 어떤 책이 어느 범위까지 읽혀지고 또 어느 범위까지 읽혀지기를 바라거나 전제하고 책을 쓴 사례들을 보면서 조선후기 지식사회가 오늘과 많이 다름을 알았음. 이 시기 지식인과 지식을 둘러싸고 있는 맥락의 실체를 드러내보겠다는 저자 덕분에 조선 후기 지식사회의 심층부를 들여다본 것 같아 흐믓했음.
*2015. 5. 7일
768.한국근대문학의 이해
*김윤식 저/일지사 간(2002)
*1973년에 발간해 2002년에 19쇄를 인쇄할 정도면 이 책은 이 분야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임에 틀림없음. 방송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내가 저자의 책을 읽은 것은 몇 권 안 되는 것은 근대문학보다는 고전문학에 더 관심을 가져서임. 제1부의 문학이란 무엇인가와 제2부의 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가 총론에 해당된다면 제3부의 한국현대문학 작품론은 각론에 해당될 것임. 제4부의 한국현대문학사 개관을 끝으로 한 이 책에서 문학사를 배우겠다면 곧 실망할 것임. 춘원의 미발표 처녀작 “사랑인가”를 이 책에서 읽은 것도 나름 수확이라 하겠음. 문학은 언어예술이기에 우리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어의 특질을 고찰하는 것이 필요할 것임. 이점에서 우리 언어의 특징으로 주어의 생략, 관념어의 빈약과 감각어의 과다, 관계대명사의 부재, 일상용어와 학문적, 전문적 용어의 커다란 단절을 든 것은 공감 가는 부분임.
*2015. 4. 22일
767.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
*조영남 저/한길사 간((2007)
*꽤 오래전 한 친구가 일독을 권한 이 책을 그동안 읽지 않은 것은 저자의 미술실력을 믿지 못해서였는데 이번에 읽고 나서 저자인 조영남님에 송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음. 저자는 더할 수 없이 난해할 수 있는 내용을 갖고 보다 알기 쉽게, 그리고 지루하지 않게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의 세계로 안내해 주었음. 4년 연배인
저자는 팝송을 부른 대중가요 가수로 많이 알려졌지만 서울미대를 졸업한 후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해온 화가였기에 이런 책을 지어낼 수 있다는 생각임. 저자는 현대미술의 출발점으로 1832년에 태어나 51세로 사망한 에두아르 마네가 31세에 출품한 “풀밭 위의 점심식사”로 꼽았음. 그 후 인상파, 입체파, 야수파, 표현파, 미래파 등을 거쳐 모든 파를 섭렵한 피카소에 이르러 전환점을 맞으며, 그 후에도 다다와 초현실주의, 추상표현주의, 팝아트, 개념미술과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등 현대미술의 변화를 알기 쉽게 풀어준 저자에 감사함.
*2015. 4. 17일
766.대학/중용
*이세동 역/을유문화사 간(2007)
*유학의 경전인 사서오경(四書五經) 중 사서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일독을 마쳤고, 맹자를 제외하고 한 번은 직접 써보고 해독한 셈임. 대학(大學)은 고대의 최고교육기관인 태학(大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내용을 서술한 책으로, 이상적인 지도자가 되기 위한 세 가지 목표 즉 삼강령과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여덟 단계의 과정 즉 팔조목에 관한 내용들이 실려 있음. 명명덕, 신민, 지어지선의 삼강령과 격물, 치지, 성의, 정심,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의 팔조목을 상술한 이 책의 유력한 저자는 증자로 알려졌음.
평범하기 때문에 바뀌지 않는 최선의 가치를 담은 중용(中庸)은 공자의 손자인 자사가 유력한 저자로 보임. 중용의 중(中)은 극(極)으로 적당한 중간이 아니라 지나침도 없고 모자람도 없는 최선을 뜻하고 용(庸)은 상(常)을 뜻하는 것으로 평범하다는 말이며 바뀌지 않는 가치를 뜻한다고 역자는 정리했음. 이 책을 읽으면서 신독(愼獨)의 중요함을 새삼 인식했음.
*2015. 4. 16일
765.손 안의 박물관
*이광표 저/효형출판 간(2008)
*작년에 읽은 저자의 “한국의 국보”보다 8년 앞서 출간된 이 책의 제목 “손 안의 박물관”이라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선조들의 체취를 읽어낼 수 있는 문화재를 다룬 책임. 문화재를 “옛 사람들이 남겨 놓은 물질적, 정신적 유산 가운데 역사적, 예술적 가치가 높아서 잘 보존해 후대에 물려줄 만한 것”으로 정의한 저자는 문화재의 에술적 가치를 조형미와 예술성에 국한하지 않고 그 문화재기 탄생한 시대의 보편적인 미감(美感)까지 포함해 선인들의 미의식을 함께 파악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 책은 그런 관점에서 쓰였다는 느낌도 들었음. 조선 후기 명화가로 이름난 윤두서의 자화상이 오늘날 보는 바와 같이 귀와 몸통 없이 얼굴만 그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중앙박물관의 천주연 등 4명의 연구원이 현미경검사, X선 투과촬영, 적외선촬영, X선 형광분석법 등 다양하게 분석해 밝혀냈는데 분석 결과 도포의 옷깃과 주름선이 있었고 붉은 선으로 귀가 그려졌음을 확인했다하니, 문화재를 바로 안다는 것이 참으로 쉽지 않다 싶었음. 문화재를 단순히 오래된 것만을 선정의 기준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40-50년 된 최근의 것도 후손에 넘겨줄 가치가 있다면 예비문화재로 먼저 선정해 놓아 우선 보존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저자의 주장은 경청할 만한 것으로 여겨짐.
*2015. 4. 13일
764.유혹자의 일기/불안의 개념/죽음에 이르는 병
*키에르케고르 저/강성위 역/동서문화사 간(1975)
*40년 전에 사놓고도 읽지를 못한 것은 이 책이 철학서라서 쉽게 손이 안 가서였음. 이번에 이 책을 찾아 읽은 것은 이제 나도 60대 후반에 접어들어 이 정도의 책은 능히 소화할 수 있겠다 싶어서였는데, 아직 내 경험과 지식이 철학서를 소화할 만큼 원숙하지 못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음. 이 책의 저자는 1813년에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태어나 1854년 41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뜬 철학자로 이 책 외에도 “풍부한 상상력의 정열”, “날카로운 성찰과 명석한 사유”등 철학서를 남겼음. 위 3편중 가장 많이 회자된 “죽음에 이르는 병”은 종교적인 이유로 고심하다 출판한 저술로, “키에르케고르가 그리는 그리스도교의 이상성에서 그 자신까지 포함시켜 현실의 그리스도계를 비판하고, 절망이라는 병의 증상에 대한 모든 현상을 분석하여 그 진단을 내리고 치료의 길을 가르친 것이다.”라고 역자는 부연해 설명했음. 훗날 실존주의에 영향을 많이 미친 것으로 평가되는 “죽음에 이르는 병”을 다시 한 번 읽고자 하는 것은 이 책이 글자가 너무 작고 상하양단의 세로쓰기로 되어 있어 책읽기가 많이 불편해서임.
*2015. 4. 6일
763.고종시대의 재조명
*이태진 저/태학사 간(2004)
*지난 달 저자의 “동경대생들에게 들려준 한국사”에서 고종임금이 조선의 근대화를 통해 부국강병을 기한 현군이었음을 읽고 나서 인지부조화를 느낀 것은 이제껏 내가 알아온 고종은 민비와 그 일족에 상당부분 휘둘린 유약한 군주와 너무 달랐기 때문임. 마침 산본도서관에 이 문제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저자의 이 책이 있어 주저하지 않고 빌려 읽게 되었음.
이 책은 서장과 제1부의 편견과 오류 비판, 그리고 제2부의 근대화의 현장 등 데 제목하에 고종황제에 덧 씌워진 편견과 오류를 벗겨내고 고종이 선도적으로 이뤄냈거나 내고자 한 근대화사업이 무엇들이었는가를 다루고 있음.
갑신정병 때 ‘日使來衛 御書 위조’의 경위를 밝히고 1894년 청군출병이 조선조정이 요청에 의한 것이 아니고 청나라 위안스카이의 농간과 강요 때문임을 규명한 것은 고종에 대한 오해를 일정부분 불식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임.
고종이 개국한 대한제국이 착착 근대화를 이루며 강해지자 이를 두려워한 일본이 러시아의 영향력강화를 견제하려는 미국과 영국의 묵인 하에 러일전쟁을 일으켜 러시아를 제압한 후 조선합병을 서둘러 강제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된 논거로 상당부분 수긍되기도 하나 조선의 패망을 외재적 이유로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는 의문임.
이 책을 통해 고종황제가 오늘날의 국가정보원에 상당하는 항일정보기관인 ‘익문사’를 창설하고 경영했다는 것은 처음 아는 일로 놀랐음.
*2015. 4. 1일
762.한국한시의 이해
*심경호 저/태학사 간(2000)
*영어로 한문을 뭐라 할 까 고심하다가 얼마 전부터 "Chinese Literature"로 하자고 마음먹고 나자 한문을 공부하는 목표가 보다 분명해진 느낌임. 한문은 한자로 쓴 글이기에 한문공부에 한자를 익히는 것이 필수적이어서 자칫 한문공부가 한자 학습으로 치부되기 십상인데 작년부터 혼자서 한문공부를 하면서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통감했음. 지난겨울 한국학중앙연구원의 대학원입학을 위해 치른 한문시험에 낭패를 본 것은 한자를 몰라서가 아니고 한자로 쓰인 한문이 해석되지 않아서였음. 한시는 한문의 정수라는 생각으로 얼마간 난해한 이 책을 읽어나갔음.
고려대 심경호교수가 쓴 이 책은 중국의 한시가 아닌 우리 시여서 보다 쉽게 읽을 수 있다 했는데 이 책이 에세이가 아니고 논문의 모음집이어서 한 번 읽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역시 부족하다는 자평임. 서설과 한시의 형식과 양식, 한시의 작가, 한시의 주제 등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한시의 형식과 양식’ 부문은 내가 한시를 전공을 할 뜻이 아니어서 그냥 읽어나가는 것으로 끝냈으나 ‘한시의 작가’는 흥미롭게 읽었음. 그간 많이 알려진 조선의 관각파문인을 배제하고 고려의 민사평이나 조선의 김시습, 유방선, 유한득 등 비주류의 시객들 여러분이 상세히 소개되어 귀한 자료다 싶었음.
특별히 관심을 갖고 읽은 것은 ‘한시의 주제’ 부문의 소제목인 ‘조선후기 문인의 東遊체험과 한시’는 금강산 유람을 중심으로 다룬 논문으로 앞으로 내가 해나갈 유산기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잇겠다는 생각임.
*2015. 3. 25일
761.한문대강(漢文大綱)
*권중구 역/보고사 간(2011)
*한학자 권중구님이 지은 이 책은 한문의 구조를 문법적으로 설명한 한문교육서로 이제껏 내가 공부해온 몇 권의 한문교육용도서보다 난해하게 느껴진 것은 예문의 출처가 다양하고 해석하기가 쉽지 않은 고급문장이기 때문임. 1971년에 발간된 것을 30년 만에 다시 복권한 이 책을 사서 본 것은 한글학자 이숭녕 박사의 서문을 읽고 나서인데 다보기를 잘했다고 생각한 것은 고급한자와 고급의 단문을 공부할 기회를 갖게 되어서임.
내게는 한시를 짓거나 운율을 파악해 진미를 맛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읽고 해석하는 것이 급선무여서 제13장 “한시와 영시와의 비교” 및 부록의 “문체론”은 이론적 접근보다 예문해석에 힘써 저자의 저술동기와는 동떨어진 독서라 하겠음.
그간의 문법론 학습을 기초해 맹자나 대학, 중용을 읽어볼 생각임.
*2015. 3. 24일
760.성호와 성호학파
*금장태 저/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2014)
*성호 이익선생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13년 가을 방송대국문과의 “한국한문고전강독”과목을 4학년학우들과 함께 공부하는 중 선생의 “성호사설”에 실린 “식육(食肉)을 읽고 나서임. 금장태 교수가 지은 ”성호와 성호학파“를 읽고 이 나라에서 실학이 어떻게 발전해왔고 그 주역들은 누구인가를 개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음.
이우성 선생은 조선후기의 실학의 학풍을 성호이익을 대종으로 하는 경세치용학파, 연암 박지원을 중심으로 하는 이용후생학파, 그리고 완당 김정희에 이르러 일가를 이루는 실사구시학파로 대분했는데 이 책이 주로 다룬 것은 경세치용학파라 하겠음.
성호선생이 도학에서 주목을 받는 것은 성호선생이 퇴계학의 확고한 계승자이면서 실학적 관심과 사유의 방향을 열어준 인물로 평가받기 때문일 것임. 성호선생은 도학과 실학의 두 날개로 18세기 전반기에 실학사상을 주도하였던 인물로 많은 제자를 두었는데 이들 제자들은 서학인 천주교를 받아들이는 신서파(信西派)와 천주교를 비판한 공서파(攻西派)로 갈라졌으며 다산 정약용에 이르러 성호선생의 실학이 집대성되었다는 생각임.
성호선생의 학문과 그 업적을 알게 해준 저자에 감사하며, 성호사설을 다시 읽어보고자 함.
*2015. 3. 22일
759.동경대생들에게 들려준 한국사
*이태진 저/태학사 간(2006)
*이 책은 2004년 여름 동경대학 철학센타의 초빙을 받은 서울대의 이태진 교수가 동경대학생들에 특별강연 포함 총7회에 걸쳐 강연한 내용으로 일본이 어떻게 조선을 합병했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음. 저자가 애써 강조한 것은 조선의 고종임금은 이제껏 배워온 것처럼 무능하지 않았으며 근대화를 지향한 현명한 군주라는 것과 조선과 일본 간의 외교문서에 서명된 순종의 친필서명이 일제에 의해 날조되는 등 국제법상 효력을 잃을 만한 조약 등이 여럿 있다는 것임. 역시 한국최고의 서울대 교수이다 싶은 것은 그저 목소리만 높이는 것이 아니고 철저한 문헌조사에 입각해 일본 측도 부정하기 어렵다는 것임. 천재지변에 관한 서양학계의 새로운 동향과 조선실록의 천재지변 기록에 관한 분석을 통해 1490년-1760년경 간에 대량의 운석(유성)이 지구 대기권에 돌입해 전지구적인 대자연해가 계속되었음을 확인한 저자는 당대의 기근이 조선뿐만 아니라 범세계적이었음을 밝힌 것은 저자만의 쾌거라는 생각임. 일본 최고의 동경대생들에 역사의 진실을 알려주는 강연을 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임. 고종의 통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인가는 좀 더 관련된 서적들을 본 후 평가할 생각임. 아직은 이 책의 내용과는 달리 고종은 민비일가의 부패를 막지 못하고 백성들을 기아에서 구하지 못한 군주라는 내 평가를 견지하고자 함.
*2015. 3. 18일
758.북한의 역사-제2권(1946년1월-1948년9월)
*김학준 저/서울대학교출판부 간(2008)
*이 책을 읽고 나서 북한의 역사를 이만큼 상세하고 공평하게 다룬 책이 따로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음. 진영논리에져 빠져 보여주고 싶은 것만을 보여주는 역사학자들을 만이 보아온 나로서는 북한의 건국사를 제대로 보여준 저자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음. 저자의 또 다른 명저 “러시아혁명사”를 읽을 때도 보여주고 싶은 것만을 보여주려는 역사학자들이 득시글한데 국역사를 제대로 알 수 있게저자의 학문적 노력에 감탄했는데 이번에도 같은 감동을 느꼈음. 김일성과 소련 그리고 박헌영과 김구 및 이승만과 미국 등 대한민국과 북한의 건국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주역 또는 그에 버금갈만한 역할을 담당해왔는데, 오늘 이 시점에서 이승만을 대한민국의 고마워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가 아니었다면 누가 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 국가건국주역으로 로 세웠겠는가 싶어서임. 이 책 말미에 논쟁이 될 만한 부분들을 다시 정리하고 저자의 생각이 어느 쪽인가를 밝힌 것은 다른 책에서 보지 못한 신선한 것이었음.
*2015년3월2일
757.지리교사들, 미국 서부를 가다
*전국지리교사모임 지리누리 저/푸른길 간(2012)
*지난 달 미국서부의 관광명소 몇 곳을 둘러보고 감탄한 것은 그 비경만은 아니었고
한 눈에 지질의 누적된 변화를 볼 수 있는 선명한 지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였음.
“이야기 미국사”를 통해 미국의 역사를 일별한 후 미국서부의 지리 및 지질에 관한 탐구욕이 발동해 관련서적을 찾아보던 중 현직 지리교사들이 쓴 이 책이 보다 대중적일 듯 싶어 사서 읽게 된 것임. 다른 책들과는 달리 비교적 미국서부의 지리적 특징을 알려주는 내용을 담고 있어 탐방기 작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음. 다만 지질변화에 대한 언급은 매우 적어 아쉬웠음. 그랜드캐넌의 지질에 관한 소책자를 사온 것이 있어 이 책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보고자 함. 내가 가보지 못한 엘로우 스톤과 솔트레이크에 관한 글은 다음 내가 찾아갈 때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음.
*2015. 3. 1일
756.대통령의 시간
*이명박 저/RHK 간(2015)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은 책으로 그의 집권 기간인 2008년-2013년 동안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어떤 통치이념으로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가를 상세히 기록한 자서전임. “나는 대통령을 꿈꾸지 않았다”, “극복하지 못할 위기는 없다”, “외교의 지랫대, 한미관계의 복원”, “진화하는 한중관계”, “원칙 있는 대북정책”, “그래도 일본은 우방이다”, “외교의 새 지평을 열다”, “더 큰 대한민국을 위하여”, “5년 대통령이 100년을 보다”,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 “문화 과학강국이 살 길이다”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등 총 12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그 쪽수가 장장 798쪽에 달함. 광우병 파동, 세계금융위기, 세종시 개발, 원자력발전소 수출, 4대강 개발 등과 관련된 정책수립 및 집행의 세부 내용을 알 수 있어 좋았음. 정치적 사례들이 별로 보이지 않고 주로 경제/외교/국방에 관계된 내용이 많이 기록되어 다른 대통령들의 자서전과 달랐으며, 나름 오늘의 역사를 증언한 책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임.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쉬운 자리가 아님을 알 수 있었으며, 대통령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가도 새삼 깨달았음. 너무 빨리 자서전이 개발되지 않았느냐는 세간의 비판을 나름 충실한 내용으로 극복할 수 있으나 자화자찬의 부분이 적지 않은 것은 옥의 티라는 생각임.
*2015. 2. 23일
755.미술의 역사(History of Art)
*H. W. Janson 저/김윤수 외 9명 공역/삼성출판사 간(1980)
*선사시대로부터 2000년에 이르기까지 회화, 조각 및 건축 등 미술의 전분야가 어떻게 변화, 발전해왔는가를 일목요연하고 상세하며 흥미롭게 설명해준 이 책의 초판이 발간된 것은 1961년임. 1969년의 수정증보판을 번역한 이 책은 단순한 미술사를 뛰어넘어 교과서로 삼아도 좋은 것은 개별 작품의 수준 높은 감상이 같이 있어서임. 중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친 집사람이 사둔 책으로 깨알 같은 글씨로 돋보기를 끼고 읽어나가면서 또 다른 기쁨을 누린 것은 15년 전 먼저 세상을 뜬 집사람과 모처럼 미술사를 갖고 교감을 할 수 있기 때문임. 워낙 미술에 문외한이라서 많은 부분을 제대로 이해 못하면서 건너뛰기는 했지만, 집사람이 남겨둔 다른 미술서를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임.
*2015. 2. 22일
754.고려거란 전쟁
*안주섭 저/경인문화사 간(2003)
*993년 거란이 고려를 공격해 시작된 고려거란 전쟁은 1019년 6차전에서 거란이 패배하면서 끝남. 거란에 의해 발해가 멸망하고 그 뒤를 이어 후발해 정안국이 세워져 거란에 항쟁한 것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음. 귀주대첩은 고려의 강감찬장군이 거란(요)와 싸워 크게 이긴 전투로 고구려의 을지문덕 장군이 수를 물리친 살수대첩, 조선의 이순신 장군이 왜를 물리친 한산대첩과 더불어 우리 역사의 3대 대첩의 하나임. 거란과의 전쟁에서 강감찬과 서희에 가려 알려지지 않은 양규는 2차전에서 맹활약한 장군으로 저자는 1차전의 서희에 비견되는 인물이라 했음. 고려거란전쟁은 기본적으로 양국의 영토 확장 전쟁으로 수와 당에 맞서 싸워온 고구려의 기백이 면면히 이어온 것을 볼 수 있어 민족적 긍지를 느꼈음. 덕분에 통일신라 때까지 대동강 이남에 머물렀던 우리의 영토를 압록강까지 넓힌 것이어서 이 전쟁의 의의를 재평가하게 되었음. 거란의 침입을 잘 막아낸 우리 민족이 그 6백 여 년 후 청의 침입에 이렇다 할 항쟁을 제대로 못한 것은 조선왕조의 무능과 부패 때문이라는 것이 내 판단임.
*2015. 2. 21일
753.이야기 미국사
*이구한 엮음/청아출판사 간(1998)
*한 번 읽은 이 책을 다시 꺼내 본 것은 며칠 전 17일간의 미국서부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미국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탐방기를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음. 광활한 땅과 그랜드 캐넌과 같은 자연이 빚어낸 절경을 보노라면 미국은 참 복 받은 나라다 싶었는데 이 책을 다시 보니 오늘날 미국의 번영이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느꼈음. 종교 및 경제적 이유로 유럽, 특히 영국에서 이주해와 오늘의 부를 이루기까지 독립전쟁, 남북전쟁, 및 양차 세계대전의 참전 등 나름 비용을 치를 만큼 다 치렀고 그러는 과정에서 큰 틀에서 보면 합리적으로 지혜를 모아 발전을 계속해왔다는 생각임. 야당지도자가 건국대통령인 이승만대통령 묘지를 참배한 것을 갖고 당내 논쟁이 야기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건국대통령인 워싱턴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은 부럽기도 했음.
*2015. 1. 18일
752. China Hands
*James Lilley/Jeffery Lilley 공저/Public Affairs 간(2004)
*몇 년 만에 영어원서를 독파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을 여행하고 LA에서 돌아올 때 기내에서 이 책 외에 달리 읽을 만한 것이 없어서였음. 장장 12시간이 넘는 긴 시간을 상공에서 보내면서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였는데 덕분에 이 책의 거의 반을 읽어낼 수 있었음. 주 저자인 James Lilley의 가족사로 시작되는 이 책에 따르면 미국 Standard Oil에 근무하는 저자의 아버지가 산동 반도의 청도에 근무하면서 3형제를 키운 것으로 되어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청도에 기독교고등학교가 없어 평양의 고등학교에 다녔다는 것임. 3형제의 막내인 저자가 중국통이 된 것은 한국전쟁 발발 후 예일대학에서 러시아대신 중국을 공부하게 되고나서부터인데 그 후 주로 중국과 관련해 CIA와 외교부서에서 활동해왔음. 전두환 정권 때 한국대사로 근무하면서 민정이양을 순조롭게 하는 데 일조했으며 천안문 사건 때 중국대사로 일하면서 민주화운동을 이끈 부부를 도우면서도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유지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한 저자의 외교활동은 성공적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음. 음성적으로 공작을 벌여 성공한 일은 하나도 없고 두 나라 관계를 정상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경제와 외교관계를 증진시키는 길밖에 없음을 천명한 저자의 경험적 지혜가 돋보이는 책이었음. 9년 전 파주 헤이리마을의 북 카페에서 산 중고책인 이 책에 저자의 친필사인이 들어있어 더욱 귀한 책으로 꼭 9년 걸려 다 읽은 것이 부끄러우면서도 뿌듯함.
*2015. 2. 14일
751.동양철학의 자연과 인간
*상허안병주교수정년기념논문집간행위원회 엮음/아세아문화사 간(1998)
*성균관 대학교의 안병주 교수의 정년을 기념해 출간된 이 책은 "상허안병주교수정년기념논문집II"로 안병주 교수의 “유교의 자연관과 인간” 논문과 그의 제자들이 헌정한 논문 34편이 수록되어 동양철학을 조감하는데 이만한 책이 따로 있겠나 싶을 정도로 내게는 참으로 볼만한 책이었음. 작년 방송대 졸업논문으로 여암 신경준의 곤충시를 갖고 여암의 자연관을 주제로 쓴 일이 있어 이 책 전반을 꿰뚫는 동양의 자연관이 낯설지 않았음. 유학뿐만 아니라 노자, 장자의 노장사상은 물론 중국의 양명학도 소개되었고 조선의 유학자들의 자연관도 함께 실려 동양의 자연관을 폭넓게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임. 시간나는대로 다시 한 번 읽어볼 생각인 것은 궁극적으로 내가 하고 공부하고 싶은 것이 우리 선조들의 유산기를 통해 그들의 자연관을 규명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임.
*2015. 2. 10일
750.동아시아 속의 한일2천년사
*요시노 마코토 저/한정호 역/책과함께 간(2005)
*고대부터 해방 시까지 약 2천년동안의 한일관계사를 쟁점중심으로 엮은 이 책을 읽고 나서 일본이 우리나라를 얼마고 업신여긴다고 생각했던 것이 나만의 편견이 아님을 알았음. 일본의 상대적 우월감이 일본인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역사적으로 축적된 잘못된 이식에서 비롯되었음을 이 책을 읽고 확실히 알게 되었으며 그 대표적인 것이 광개토대왕 비문을 증거로 제시한 임나일본부의 경상도 일대 지배론일 것임. 저자는 상당히 객관 적 입장에서 대립되는 양설을 소개한 후 허구 쪽에 무게를 두어 저자 의견을 개진하는 등 중립적 입장에서 한일관계사를 바로 보고자 애쓴 점이 역력히 보여, 이 책의 진가가 높아졌다는 생각임. 우리나라 사학자의 공정한 한일관계사 저서를 기대하는 것은 우리도 역시 일본을 이유 없이 비하하는 면이 농후하다는 생각에서임.
*2015. 2. 9일
749.와룡의 눈으로 세상을 읽다
*제갈량 저/강주 엮음/조희천 역/신원 간((2007)
*유비의 삼고초려로 정계에 등장한 제갈량은 한나라 때 사례교위를 지냈으며 강직하기로 이름난 제갈풍의 후손으로 181년에 태어나 234년에 전장에서 병사했음. 27세에 유비를 만난 제갈량은 221년에 촉을 세운 유비에 의해 승상으로 임명되나 두 해 후 유비의 죽음으로 뒤이어 즉위한 유선을 모시게 됨. 남정에 성공하고 북벌채비를 마친 제갈량은 유선에 출사표를 올리는데 “공명의 출사표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는 충신이 아니다”라고 얘기될 정도로 제갈량의 충성심이 잘 드러난 명문장임. 제갈량의 만고의 충신으로 떠받들어지는 것은 역량이 뛰어난데다 출사표에서도 오롯이 읽히는 충성심이 더해져서일 것임. 편안할 때 위험을 생각하는 제갈량의 유비무환 정신은 군주나 장수에 모두 긴요한 것임을 이 책을 읽고서 다시 한 번 확인했음. 명문장 출사표의 원문을 읽어본 것도 이 책 덕분임.
*2015. 1. 24일
748.맹자
*이기석-한용우 역해/이가원 감수?홍신문화사 간(2008)
*전국시대 중기인 기원전 372년에 추나라에서 태어나 기원전 289년 세상을 뜨기까지 유교의 체계를 확립해 공자의 도를 선양한 유학자임. 맹자의 어머니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의 주인공으로 공부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에 집에 돌아온 맹자를 보고 짜던 배를 끊어 경계를 했다는 단기지훈(斷機之訓)의 고사를 남긴 분이기도 함. 어머님의 보살핌 덕분에 유학자로 성장한 맹자는 요순에서 우, 탕, 문무, 주공, 공자를 거쳐 자신에 이르기까지 도(道)의 정통을 세워 유교의 체계를 확립했음. 사람의 본성이란 타고난 것으로 측은지심의 인(仁), 수오지심의 의(義), 사양지심의 예(禮), 시비지심의 지(智) 등 사단(四端)이 존재하다고 본 맹자는 성선설을 주창하고 왕도정치를 실현하고자 애쓴 분임. 공자가 주로 인을 내세웠다면 맹자는 인과 의를 함께 내세웠으며 의롭지 못한 은의 주왕을 주의 무왕이 시해한 것을 정당한 것으로 평가해 저서‘맹자’는 한 때 금서였다가 송나라 때부터 제대로 평가를 받았다고 함. ‘맹자’는 맹자가 은퇴한 후 제자 만장 등과 함께 ‘맹자’7편을 지었다고 ‘사기’에 전해지며 훗날 사서의 한권으로 인정받기에 이름. 논어와 달리 스토리가 있어 읽기에도 재미를 느꼈음. 원문을 읽지를 못하고 번역본만 읽은 것이 못내 아쉬우나 원문은 ‘맹자강설’등을 읽을 때 제대로 읽어볼 생각임.
*2015. 1. 21일
747.한국근대문예비평사 연구
*김윤식 저/일지사 간(1999)
*이 책이 간행된 것이 1973년이고 수정판을 낸 것이 1976년이니 문예비평사를 다룬 책으로는 고전에 속할 만한 것임. 저자 김윤식교수는 머리말에서 ‘한국근대비평사연구’라는 표제의 3부작의 하나로 이 책을 출감했다고 밝혔는데, 1부는 금세기 초에서 1920년대까지를 다룬 책으로 ‘한국근대문학연구’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고, 1920년대에서 해방 전까지를 다룬 이 책은 2부에 해당된다고 함. 을유해방 이후 현재까지가 3부로 아직 쓰지 못했다고 밝힌 것이 1976년이니까 그 후 39년이 지난 2015년인 지금은 이미 발간되었으리라 생각되어 ‘한국근대비평사연구’와 함께 찾아 읽어볼 생각임.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었으며 제1부는 프로문학운동을 중심으로 한 문예비평, 제2부는 전형기(轉形期)의 비평이며 제3부가 비평의 내용론과 형태론으로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혔듯이 사실의 기술에 충실해 저자의 비판은 유보되었으나 부록으로 실린 임화(林和)연구는 그의 일생 및 비평가로서의 활동상을 소개하고 비평까지 덧붙인 것이 눈에 띔. 삼일독립운동 후 일제강점기의 우리나라문학은 프로문학과 떼어내고 싶어도 뗄 수가 없을 만큼 프로문학의 그늘에서 커 왔음을 이 책을 읽고 다시 한 번 확인했음.
*2015. 1. 13일
746.한자견문록
*임형석 저/글항아리 간(2012)
*부제 “세시에 담긴 한자의 문화인류학”에 잘 말해주듯이 365개의 소제목으로 구성된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은 세시기(歲時記)임. 서론 격의 ‘절기가’와 ‘서민유성’을 뺀 363개 주제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세시를 고루 다루었으며, 주제 당 2-3페이지 분량으로 관련 세시를 소개하고 있음. 이 책에 나오는 한자와 한문을 직접 쓰면서 읽어나갈 생각이었으나 887쪽에 달하는 이 책의 분량을 감당할 수 없어 우선 눈으로 완독하는데 뜻을 두고 읽어 내려갔는데 다시 한 번 써가면서 읽어볼 생각임. 서문에서 세시기를 ‘자연의 변모에 따른 시간의 율동을 인간에게 주는 이야기’로 정의한 저자는 중국의 시경은 물론 그리스 신화에서도 관련 내용들을 따와 이 책을 엮어 주제마다 간결하지만 이 책 전체는 마냥 그 내용이 풍성해 재미있게 읽어나갔음. 자두의 옛말이 오얏이고 한자로 李로 쓰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음. 정맥을 종주할 때 가시로 나를 찔러 그렇게 미워했던 청미래가 그 열매의 색깔 때문에 홍등과(紅燈果)로도 불리며 그 뿌리를 먹어 구황식물이었다 함도 이 책을 통해서 알았음. 그냥 지나칠 세시 풍속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음도 이 책이 주는 큰 기쁨임.
*2015. 1. 9일
745.한국전통의 전통과 설화문학
*최운식 저/민속원 간(2006)
*설화는 민족적집단의 공동생활 속에서 공동의 의식에 의하여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문자기술 이전의 구전문학으로, 일정한 구조를 가진 꾸며낸 이야기라 정의한 저자는 이 책에서 설화문학의 풍성함을 보여주고 있음. 몸소 현장 여러 곳을 답사해 채집한 설화를 바탕으로 ‘심청전설’, ‘금송아지 설화’와 ‘토정설화’ 등과 소설‘심청전’ 등의 기록문학과의 관계를 고찰한 부분도 읽을 만 했고 온달설화나 도미설화가 어떻게 전승되었는가를 규명하는 글도 흥미로웠음. 특히 부록으로 그동안 학계의 연구논문과 문헌을 망라해 첨부한 것은 후학들이 보다 수월하게 접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어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음. 방송대국문과에서 설화문학을 한 학기 수강한 바 있어 생소하지 않았으며 설화의 이론적 접근보다 설화를 현지에서 직접 채취한 실례가 많이 실려 있어 과연 설화는 우리 민족의 사고의 원형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싶었음. 저자의 노고에 감사함.
*2015. 1.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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