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독서산책(No.943-1,062 )
1062.한국사에도 과학이 있는가
*박성래 저/교보문고 간(1999)
*17세기를 전후로 한 급격한 과학의 발달과 18세기의 기술발달이 서양을 급속히 선진세계로 이끌었다는 것이 저자의 기본적인 관점이고, 나또한 이 관점에 동의하는 바여서 과연 우리나라의 과학은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발전을 가져왔는가에 대해 궁금증을 풀어줄 이 책을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음. 저자가 밝혔듯이 이 책은 저자가 1983년에 써낸『한국과학사』의 후편이라 부를 만한 것으로 1998년에 초판이 발간된 오래 된 책이어서 그 후의 한국과학사에 관한 연구결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음. ‘한국사에도 과학이 있는가’, ‘첨성대는 제단이었나’, ‘쇠와 돌을 다루던 사람들, 그 과학의 깊이’, ‘고대 일본의 과학기술은 삼국에서 건너간 것인가’, ‘다라니경은 누구의 것인가’, ‘풍수지리도 과학인가’, ‘화약은 최무선의 발명품이었나’, ‘세종의 천문학은 어디쯤 서 있었나’, ‘세종의 신토불이 생명과학’, ‘실학자들은 서양과학의 옹호자였나’,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었는가’, ‘19세기, 우리는 일본에 얼마나 뒤졌던가’, ‘대원군은 쇄국만 했는가’, ‘100년전에는 과학을 무엇이라 불렀나’, ‘일제하의 과학의 대중화’, ‘식민지 종들에게 과학이라니’, ‘한국적 유학과 월남전 과학’, ‘과학 한국의 과학과 비과학’, ‘과학에는 진정 국경이 없는가’ 등 24개의 주제를 갖고 풀어간 이 책을 통해 한국과학사의 핫이슈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화학을 전공한 내게는 큰 수확이 아닐 수 없음. 세종대왕의 남다른 관심과 노력이 과학의 발전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나 이는 실제 백성들의 삶에 크게 이로움을 준 것은 아니고 오히려 왕정 실시에 도움을 주었다는 저자의 시각은 기존의 많은 설명과 결을 달리해 새로웠으나, 토픽위주로 이 책이 꾸며져 한국과학사로 명명하기에는 부족함이 보인다는 느낌도 들었음.
*2017. 12. 18일
1060-1061.사찰의 상징세계(상, 하)
*자현 스님 저/불광출판사 간(2012)
*저자가 말 한대로 한국불교가 핵무기보다 더 강력한 문화무기이고 쿠웨이트의 유전보다 더 가치 있는 문화유산이라면, 내가 믿는 종교가 무엇이냐에 관계없이 한국불교를 들여다보는 일은 필요하고도 바람직한 일이라 하겠음. 상, 하 두 권으로 출간된 이 책은 상권의 ‘사찰의 구조’, ‘사찰의 건물과 불화’과 ‘사찰의 상징’, 그리고 하권의 ‘상식과 착각’과 ‘불교의례’로 구성되어 있음. 6개의 분야에서 총 100개의 토픽을 뽑아 궁금증을 풀어주는 이 책을 읽고 한국의 사찰에서 만날 수 있는 하나하나가 그 나름 존재이유가 있었고 세상사와 이리저리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도 간직해왔음을 알게 되었음. 삼국유사의「지기삼사」를 통해 당태종이 선덕여왕을 희롱하여 향기 없는 모란꽃을 보냈다는 것은 진작 알았지만, 이에 격분한 선덕여왕이 芬皇寺를 지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음. 중국문화에서 연꽃보다 더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는 모란꽃은 사찰 장식에서도 연꽃 다음으로 많이 쓰여, 인천 강화의 정수사에 모란 문양이 창살에 그려져 있기도 함. 100가지 질문에 대한 여러 가지 일화를 흥미롭게 소개, 설명하고 있어 불교와 친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모든 것이 설명이 가능하다면 종교일 수 있겠느냐는 의아심도 들었음. 사족이지만, 저자는 중국에서 큰 물을 가리킬 때 한자로 강(江)과 하(河)가 두루 쓰이는데, 하(河)는 가장 큰 물 중 구불구불하고 때에 따라 수량에도 차이가 있는 물을 가리키며, 강(江)은 상대적으로 물줄기가 곧으며 일정한 수량을 유지하는 물을 의미한다고 썼는데, 연암 박지원의 남북을 기준한 분류와 달라 혼란스러웠음.
*2017. 12. 7일
1059.고지도와 사진으로 본 백두산
*이서행. 정치영 편/한국학 중앙연구원 출판부 간(2012)
*반만년 역사를 이어온 민족의 조종이요 성산으로 받들어지고 있는 백두산에 대한 논문과 저서는 상당량 있고 백두산을 유람한 산수유기도 여러 편이 전해져 백두산에 대한 궁금증을 어느 정도 풀 수 있어 매우 다행이라는 생각임. 이에 더하여 백두산에 관한 고지도를 같이 볼 수 있다면 참으로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 책을 접하게 되어 그 기쁨이 보다 컸음.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백두산은 북한의 양강도 삼지연군과 중국의 지린성에 걸쳐 있으며, 높이는 2,744m로 한반도와 만주를 통틀어 가장 높은 산으로, 산 정상에 둘레가 20.6Km에 달하는 칼델라호인 천지가 자리하고 있어 신비감을 더해주는 성산임. 이미지로 표현된 역사지리서라 할 수 있는 고지도가 소중한 것은 제작 당시의 지역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과거의 지역상황을 복원하고 이해하는데 가장 기초가 되는 자료가 되기 때문. 이런 소중한 백두산의 고지도 83편을 담은 이 책은 향후 백두산의 유산기를 연구하고자 하는 내게는 더할 수 없이 소중한 자료라 하겠음. ‘세계 및 동아시아에서 백두산’의 13편, ‘한반도에서 백두산’의 17편, ‘함경도에서 백두산’의 26편, ‘군현에서 백두산’의 15편, 그리고 ‘국경에서 백두산’의 12편 등 총 83편의 백두산 고지도를 살펴보면서 우리 선조들의 열정이 느껴졌음. 유산기와 그 당시의 고지도를 함께 보면서 백두산을 그려볼 뜻임.
*2017. 11. 26일
1058.망치잡이
*이규창 저/담장너머 간(2016)
*내가 시집을 구해 읽는 것은 위안을 받기 위해서와 새로운 단어를 배우기 위해서여서 표현기법이나 내용이 난해한 시들은 잘 읽지 않았음. 방송대를 같이 다닌 한 지인에게서 받은 이 시집은 부여의 촌부의 저서로 표현이 난해하지 않고 일상의 삶을 시인의 눈으로 잘 그려낸 시이다 싶어 편한 마음으로 잘 읽었음. 그의 길지 않은 시 “가리다”는 그 전문이 ‘가네 가네 어림길 헤쳐/두리 두둥실/눈 어린 동지 그늘 숲으로// 오늘은 반겨줄 이 누구일까?/어버이 잔주름 못다한 사랑 있어 / 딸그만이 붙들어도 손짓을 하네// 내 마음 늘 둥지 숲에 있는데/ 구수한 내음 간데 없어/아득히 먼 곳이라 긴 한숨인가?// 논틀밭틀 가지런히 /눈어린 둥지 그늘 숲으로 /가리다 가리다 나를 반기리다’인데 시골의 촌부로써 평생을 살다간 우리네 아버지들을 그려볼 수 있어 아스라함이 느껴졌음. 이 시에 쓰인 “딸그마니”는 사전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저자가 음운을 맞추어 지어낸 조어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각주로 그 뜻을 달아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임. 이 시집에 실린 시들 모두가 “가리다”처럼 서정시만은 아니고, 참여시로 보이는 시들도 꽤 여러 편이 보여 의외였음. “지리산”의 세 번째 단락인 ‘골짜기 마다 목숨을 바친 빨치산 동무들/녹슨 무공훈장이 빛 바래 펄럭이고/ 골짜기 마다 토벌군 잔악상으로 /처참히 흩어진 죽음들이 아우성이고/ 잦은 얼룩에서 영원히 달아나고픈/ 피아골 하소연을 가슴 뜨겁게 듣는다’를 읽고 내가 몇 년 전 피아골을 산행하며 느낀 것과 너무 달라 공감할 수 없었던 것은 ‘목숨을 바친 빨치산 동무’와 ‘토벌군 잔악상으로’로 대비되는 저자의 편향성에 동의 할 수 없어서일 것임.
*2017. 11. 24일
1057.호모 사케르-주줜 권력과 벌거벗은 생명
*조르조 아감벤 저/박진우 역/새물결 간(2008)
*2001년 9월 뉴욕에서 벌어진 무역센터 테러사건을 텔레비에서 보고 충격을 금치 못했었는데, 그 테러가 내 개인의 충격으로 끝난 것이 아니고 지난 20세기 말 지구상에 팽배해 있던 신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한 ‘낙관론’을 단숨에 뒤흔들어 놓는 것으로 이어졌는지는 생각지 못했음. 무역센터 테러사건이 신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한 ‘낙관론’을 단숨에 흔들어 놓았다는 역자의 진단이 쉽게 이해되지 않은 것은 이제껏 나는 1968년 파리혁명이 포스트모더니즘을 촉발시켰으며, 그 여파가 지금도 그대로 이어져 포스트모더니즘이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믿어왔기 때문임. 하이덱거를 사유하고 질 들뢰즈와 알랭바다우와 교유하고 있는 이태리의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1942 - )은 테러와 생명파괴로 점철되고 있는 이 시대의 폭력, 정치, 삶에 대한 가장 치열한 사유의 격전을 치르면서 이 책을 내 놓았음.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호모 사케르(Homo Sacer)’라는 개념은 9.11이후 제기되었던 인간의 존엄과 자유라는 현대적개념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다시 사고하라는 요청에 응하는 것으로,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벌거벗은 생명이다. 즉 살해는 가능하나 희생물로 바칠 수 없는 생명 즉 호모 사케르의 생명으로서, 우리는 그것이 현대 정치에서 어떻게 본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려고 한다.”라는 글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주권권력과 벌거벗은 생명’을 지칭하는 것으로 쓴 것 같음. 내용이 난해해 몇 번을 더 읽어야 저자의 저술의도를 확실히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음.
*2017. 11. 22일
1056.종이-하얀 마법 종이의 시대
*로타어 뮐러 저/박병화 역/알마 간(2017)
*내가 종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78년 산업용장지인 크라프트지를 생산하는 쌍용제지(주)에 입사하고 나서임. 종이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은 교과서일 것임. 그도 그럴 것이 학교를 다니며 늘 갖고 다닌 것이 교과서였고 모든 교과서는 종이로 되어 있었으므로 우리나라의 어느 누구도 종이와의 관계를 끊고 살아갈 수는 없을 것임. 독일의 역사학자 로타이 뮐러가 지은 이 책의 강점은 종이를 마법의 물질임을 증명하려는 듯 종이에 관한 수많은 역사적 에피소드를 두루 두루 엮어 펴냈다는 점임. 주지하다시피 종이는 근대서구문명의 형성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는바, “어음과 지폐는 경제에서 필수불가결한 수단이었고, 편지는 근대정신이 태동하는 무대였으며, 신문지는 정치를 위한 시끌벅적한 공간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관점임. 이와 같이 다양한 종이의 모습을 역사를 추적해 상세하게 그려내 종이의 역사적 의의를 잘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임. ‘유럽의 종이 보급’, ‘인쇄면의 배후’, ‘대대적인 확산’ 등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종이의 종류, 종이의 원료, 종이 만드는 기술, 인쇄 등 종이의 모든 것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음. 종이가 중국에서 유래된 것은 틀림없지만, 널리 알려진 것과는 달리 채륜이 발명한 것은 아니고, 채륜이 서기105년에 중국황제의 후원을 받아 값싸게 만들 수 있는 필기재료로서 종이를 대량으로 행정에 도입한 것으로 이 책은 적고 있음.
*2017. 11. 19일
1055.백두산 등정기-만주의 역사, 주민, 행정, 그리고 종교에 관한 이야기
*헨리 에번 머치슨 제임스 저/조준배 역/동북아역사재단 간(2011)
*다른 나라와 국경을 이루고 산으로 산 높이가 해발 2,774m에 달하는 한반도 최고의 산은 다름 아닌 백두산이라는 것을 새삼 인식케 한 등정기가 바로 이 책에 실린 백두산 등정기라는 생각임. 그리 생각하는 이유는 1886년 백두산을 등정한 이 책의 저자가 1865년부터 1900년까지 인도 행정부의 관리로 일한 영국인이었다는 것임. 백두산을 오른 외국인이 제임스가 유일한 인물이 아님에도 내가 주목하는 것은 이 책은 중국 땅 만주를 통해 백두산을 올랐고 또 만주 쪽으로 하산해서임. 1891년 영국군 장교 굿 애덤스가 백두산을 오른 것은 서울서 출발했고, 1898년 러시아인 N. G. 가린은 두만강-백두산-압록강의 긴 여정을 통해 백두산을 올랐다는 것이 제임스의 백두산등정과 다른 점이라 하겠음. 이 책의 부제가 말해주듯이 만주의 역사, 주민, 행정, 그리고 종교에 관한 이야기가 전체 분량의 1/3이 넘을 정도인데 비해 백두산 등정부분은 간략히 적혀 있어 ‘백두산등정기’를 주 타이틀로 다는 것이 좀 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백두산이 만주와 접해 있는 국경의 산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임. 이 책을 통해 얻은 소중한 정보는 강희제 황족의 친척인 오우모우네라는 중국인이 1677년 강희16년에 백두산을 등산한 기록이 부록으로 첨부되었다는 것임.
*2017. 11. 18일
1054.한국인의 탄생
*최정운 저/미지북스(2013)
*서울대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가르치는 한 교수가 시대와 대결한 근대한국인의 진화를 그린 『한국인의 탄생』을 저술했다는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을 것임. 그러나 그 한국인이 실재 인물이 아니고 근대문학에 대한 치밀한 분석을 통해 찾아낸 인물이라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 분야는 정치외교학의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에서임. 저자가 찾아낸 인물은 시대 순으로 세워보면, 홍길동과 춘향, 신소설 속의 주요등장인물, 초기 민족주의자인 신채호와 이광수, 3.1운동 만세후에 김동인에 의해 창조된 인물들, 박태원괴 이상이 그려낸 대도시의 지식인들, 이광수가『유정』에서 그린 최석 교장, 홍명희가 발굴한 민족영웅 임꺽정 들이 그들임. 의외인 것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에 반지성주의가 만연해 있으며, 그 병폐도 심각함을 지적했음. 저자는 “이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반지성주의(反知性主義)는 잘 보이지는 않지만 ...중략... 우리 몸과 의식을 썪게 만드는 독소이며, 이는 역사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어떤 특정한 세대의 특정한 사상의 문제를 넘어선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없다 ”면서, 그 병폐로 “반지성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역사적으로 형성된 또 하나의 저주인 ‘교육만능주의와 짝을 이루고 있으며, 이 짝은 우리나라를 ’교육 지옥‘, 수많은 청소년들을 학살하고 해외로 팔아넘기는 그런 무시무시한 지옥으로 만들어 왔다”고 서문에서 지적했음. 반지성주의와 교육만능주의는 우리가 스스로 만든 죽음의 덫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내게 되었다는 저자의 언급에 쉽게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한국의 문인들이 탄생시킨 근대한국인들이 이 책을 통해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되었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반지성주의의 병폐를 읽어내지 못했기 때문임. 더구나 교육 지옥이 수 많은 청소년들을 학살했다는 대목은 데마고그적인 글에서나 어울리는 표현이지 반지성을 논하는 자리에 쓰이기에는 격이 한참 떨어진다는 생각임. 비문학도가 새로운 각도로 쓴 또 하나의 책이다 싶음.
*2017. 11. 16일
1053.한국고지도 발달사
*이상태 저/혜안 간(1999)
*내가 지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등산을 하고나서임. 1970년 지도 한 장을 가지고 혼자서 지리산 종주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1대간9정맥종주를 모두 마친 지금까지 지도는 산행의 필수품이었음. 저자는 지도란 지구표면의 전체나 일부를 지면에 그린 것으로 지역공간의 투영일 뿐 아니라 땅위에서 이루어진 정치 / 사회 /문화적 모든 현상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도록 새긴 그림으로 정의하고 있음. 지구표면의 변화는 서서히 이루어지지만, 정치 / 사회 / 문화는 빠른 속도로 변하기에 지도는 계속해서 수정되고 보완되는 것이 마땅한 것이기에 지도의 발달사를 공부하는 것도 의의 있는 일이라 하겠음. 우리나라 지도가 어떻게 발달되어 왔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는 이 책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지도는 일찍이 삼국시대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하여 고려시대에 5도양계도가 여러 번 만들어졌으나 현존하는 것은 조선조 태종 때인 1402년에 이회가 제작한 세계지도인 「역대제왕혼일강리도」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음. 이를 이어 1463년 양성지가「동국지도」를 만들었고, 그 후 18세기 후반 정상기가 백리척을 도입해 「동국대지도」를 만든 것이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다는 평가임. 그 후 1세기가 고산자 김정호가 거리 및 경도/위도 등이 활용된「대동여지도」를 제작함으로써 우리나라 고지도는 최고의 완성도를 보여주었음. 고지도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김정호의 불멸의 업적과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게 해준 저자에 고마움을 표하고자 함.
*2017. 11. 6일
1051.백두산으로 가는 길
*알프레드 에드워드 존 캐번디시 저/조행복 저/(주)살림출판사 간(2009)
*이 책은 저자 알프레드 에드워드 존 캐번디시와 동료 굿 애덤스 등 영국군 장교 일행이 1891년 9월2일 서울을 출발해 백두산을 등정하고 10월15일 원산으로 돌아오기까지 여행기임. 이 책은 ‘홍콩에서 서울까지’, ‘서울’, ‘서울에서 원산까지’, ‘원산’, ‘원산에서 장진까지’, ‘장진에서 갑산까지’, ‘갑산에서 보천까지’, ‘백두산등정’, ‘보천에서 원산까지’와 ‘조선의 사냥감’ 등 총10장 중 ‘백두산 등정’만은 실제 백두산을 오른 굿 애덤스가 썼고 나머지 9장은 알프레드 에드워드 존 캐번디시가 지었다 함. 첨부된 ‘여정’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지명, 해발고도(피트), 여행 중 도달한 최고고도, 오전6시 기준 기온(화씨), 출발시간, 도착시간, 위도, 경도, 가옥수, 날씨 등 총12개 항목이 날짜별로 기록되어 있고, 여행 도중 저자가 겪은 일들과 느낌을 자세히 전하고 있어 자료로서 가치가 상당히 높은 백두산 등정기임. 거의 같은 연대에 백두산을 오른 러시아의 가린은 그의 백두산기행문에서 조선인에 대해 상당한 애정을 표했지만, 캐번디시는 조선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듯 조선인들을 여러 모로 비난한 것이 크게 달랐음. 백두산을 오른 굿 애덤스는 이 산 정상에서 짙푸른 색깔을 띤 천지연을 내려다보면서 그 화학적 원인이 무엇인지 호수 물을 떠가서 분석하고 싶다고 기록한 것은 조선사대부들의 백두산등정기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과학적 탐구열이 상당함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었음.
*2017. 11. 4일
1050.유득공-실학의 학풍을 꽃피운 전문적 저술가
*김윤조 저/실학박물관 간(2013)
*유ㄷ공은 “발해고”를 지어 발해를 우리 역사에 편입시킨 것만으로도 높이 기릴 만한 조선의 실학자임. 삼국을 통일한 신라를 이 땅의 적통으로 생각해 고구려의 후예인 대조영이 고구려유민과 말갈족을 이끌고 건국한 발해를 고려 및 조선시대에 우리의 역사에서 배제한 것은 큰 실책이 아닐 수 없음. 다행히 만주를 실효적으로 지배했던 발해를 조선조 정조 8년인 1784년에 이르러 우리 역사에 편입시킨 “발해고”가 없었다면 최근 중국의 동방공정에 대응할 만한 논리를 찾기 쉽지 않았을 것임. 영재 유득공은 서출임에도 이덕무, 박제가, 이서구 등과함께 검서관으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정조라는 현명한 군주를 만난 덕분일 것임. 저자 김윤조는 “예교에 얽메이지 않는 자유로움으로 풍속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유득공은 한 장의 생생한 사진처럼,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객관적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모순, 고착, 억압된 현실을 바라볼 수 있는 거리를 확보하고 있다. 사실 그 자체에 대한 치밀하고 냉정한 기술을 통해서 이념을 배제하고 현실의 이면을 파악하고자 한 것, 그것이 유득공의 저술태도였다.”고 밝힌바와 같이 유득공의 학문적 태도는 사실에 기초한 매우 엄격한 것이었음.
*2017. 11. 2일
1049.한국실학의 종합고찰
*실학박물관 저/실학박물관 간(2010)
*남양주 양수리에 소재한 실학박물관은 2009년 10월 실학박물관을 개관한 이래 학술조사연구 사업의 일환으로 그간 박물관 건립과 운영과정에 소요되었던 각종 원고들을 모두 모아 재정리와 새로운 집필 작업을 진행해왔는데, 이 박물관의 김시업관장이 간행사에서 밝힌 대로 이 책은 그간의 정리 작업을 반영한 성과물이라 할 수 있음. 지난 달 남양주의 실학박물관을 탐방하고 나서 사온 이 책은 개관 당시 상설전시 및 특별전시 체제에 부응코자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실학의 형성>, <실학의 전개>, <천문과 지리>, <실학의 선구, 김육과 대동법>, <한중일의 실학관련 연표>, <주요실학자연보> 등이 바로 그것임. 이 책을 먼저 읽고 전시실을 관람했으면 좋았겠다 싶은 것은 지금의 전시도 이 책의 구성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여서임. 이 책을 통해 실학의 학파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한 것이 큰 수확임. 경세치용파, 이용후생파, 실사구시파의 3학파를 대표하는 면면을 보면, 남인과 노론은 물론 소론도 있어 당파를 뛰어넘어 실학이 전파된 것이 아닌가 싶음.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만난 인물은 한백겸과 김석문임. 이 책에서 조선조 최초의 실학자로 소개되는 한백겸은 “지봉유설”의 이수광보다 몇 년 앞서 저서를 남겼으며, 김석문 또한 홍대용 보다 먼저 국내 최초로 지전설을 주창한 실학자였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음. 복잡다기한 실학의 개념과 발전 역사, 그리고 실학을 이끌어간 조선후기 지식인들과 그들의 작품 및 저서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을 느끼기에 족함.
*2017. 11. 1일
1048.북방영토론
*유정갑 저/법경출판사 간(2012)
*백두산 등정기 자료를 열심히 구하는 중 유정갑의 “북방영토론”을 접하게 된 것이 크게 다행이라 생각하는 것은 잃어버린 고토인 만주에 대한 정보를 추가할 수 있어서였음. 이 우리는 만주를 잊고 살아왔다”로 시작되는 이 책은 ‘서론’, ‘영토의 개념 및 범위에 대한 이론적 접근’, ‘우리 민족의 영토변천사’, ‘세계사에서의 흥망성쇠 사례분석’, ‘고토회복의 방법론’, ‘결론’ 등 총6장과 부록으로 구성되었음. 저자 유정갑 장군이 1990년에 쓴 책이어서 27년이 지난 지금의 정치상황과는 다소 다른 점이 있으나 대부분의 내용에 공감할 수 있음. 그 이유는 이 책이 단순히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고 그 나름 논거를 갖고 고토회복을 주장해서임. 특히 간도지방은 을사보호조약 체결로 조선의 외교권이 일본으로 넘어간 상태에서 일본이 청에 넘긴 것이어서 언제라도 그 부당성을 적시하고 재협상에 임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찬찬히 준비해나가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함. 국제법상 국토란 “국가가 그 고유한 임무를 수행하기위하여 배타적 권력을 타국의 간섭없이 유효하게 행사할 수 있는 공간”을 지칭하는 것으로, 국가와 국민을 연결하는 주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어서 어느 국가가 영토를 상실하게 되면 국제무대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이라고 이 책은 적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20세기에 일본에 합병된바 있어 경험적으로도 인지하고 있음. 이 책을 읽으면서 이스라엘의 건국과 국난극복의 역사를 알게 된 것만도 큰 수확이라는 생각임.
*2017. 10. 26일
1047.근대로의 길
*박지향 저/세창출판사 간(2017)
*이 책의 저자는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로 영국사를 내게 알려준 분이며, 또 채임집필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을 읽어본 바 있어 낯선 분이 아님. 수많은 사학자들이 왜곡된 사관을 갖고 교과서를 집필하고 학생들을 가르쳐 자유민주주의를 국시로 삼은 대한민국을 위태롭게 하는 작금에 저자와 같은 올바른 사관을 갖고 쓴 저서를 읽는다는 것은 가슴 뿌듯한 기쁨이 아닐 수 없음. 저자가 머리말에서 언급했듯이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근대세계의 패권을 차지한 유럽, 그 중에서도 특히 최강국인 영국이 어떻게 하여 그와 같은 눈부신 성취를 이룰 수 있었는지를 역사적으로 살펴보고 교훈을 찾아보는 것이어서 오늘의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가 근대화에 성공한 요인들을 곱씹어 보는 것도 유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이 책은 “왜 유럽인가?”, “자유/소유/권력의 확산”, “자유주의에서 민주주의로”, “근대적 경제성장의 시작, 산업혁명”, “영국의 경제적 쇠퇴”, “식민주의/제국주의의 실천”, “시민주의 유산”과 “성공한 나라, 실패한 나라” 등 촐 8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저자는 성공을 유인하는 요인이 무엇인가를 설명하기 위하여 애쓰모글루와 로빈슨이 그들의 공저 “국가는 왜 실패 하는가”에서 제도를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간주하면서 정치와 경제의 밀접한 관계를 강조했음을 얘기했는데, “국가는 왜 실패 하는가”라는 명저를 읽은 바 있어 저자의 역설이 가슴에 와 닿았음.
*2017. 10. 23일
1046.윤리학
*김태길 저/박영사 간(1998)
*1963년에 초판이 발행된 것이 1998년 3차례 개정을 거쳐 증보판으로 재 발행된 것이 이 책임. 저자 김태길교수는 서울대에서 봉직하면서 국민교육헌장을 초한 박종홍교수를 스승으로 모셨다 함. 대학 다닐 때 박종홍교수가 지은 “일반논리학”을 겨울방학 내내 씨름했던 것이 생각나는 것은 그 덕분에 논리학을 얼마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임. 1968년 입학해 배운 서울대 철학과 교재를 박종홍교수가 쓴 것으로 기억하고 있고, 그 책에 철학이 형이상학, 윤리학, 미학, 논리학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았음. 저자가 제 1장 윤리학의 과제에서 밝혔듯이 “있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기를 목적으로 삼는 탐구, 즉 진리의 인식 그 자체를 목표로 삼는 학문과, 마땅히 있어야할 세계 또는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바를 밝히고자 하는 연구, 즉 올바른 실천을 궁극의 목적으로 삼는 학문과를 서로 영역이 다른 두 가지 분야의 소속으로 보는 것”은 오랜 전통으로 “전자를 ‘존재의 학’ 또는 사실의 학‘으로 부른다면, 후자는 ’당위의 학‘ 또는 ’가치의 학‘으로 부를 수 있는데”, 윤리학은 후자인 ‘당위의 학’ 또는 ‘가치의 학’으로 분류된다 하겠음. 3부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이 다루는 것은 ‘고전윤리학의 제 유형’, ‘현대윤리학의 제 유형’ 등 2부와 논문 3편의 부록으로 구성된 이 책의 주요 결론은 어떻게 살 것이냐에 대한 대답은 자기를 둘러싼 세계의 상황을 음미하고 이 상황에 대응할 스스로의 태도를 결단함으로써 구할 수 있다는 것으로 나는 이해했음.
*2017. 10. 21일
1045.백두산등척기
*안재홍 저/정민 풀어씀/해냄 간(2010년)
*이 책은 민세 안재홍(安在鴻, 1891-1965)이 1930년 1930년 7월23일 밤 11시에 경성역을 출발하여 8월7일 오후5시 기차로 북평역을 떠나기까지 16일간의 백두산 여행기임. 그 해에 34회에 걸쳐 조선일보에 연재된 것을 1931년 유성사에서 “백두산 등척기”라는 이름의 단행본으로 간행했고, 이 한문투성이의 이 단행본을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정민 교수가 풀어쓴 것이어서 요즘 독자들에도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음. 기차로 원산과 무산을 거쳐 농사동과 신무치, 무두봉을 지나 천지에 오르고, 허항령과 포태리를 경유해 헤산진으로 내려가 풍산과 북청을 경유한 여정 곳곳을 언론인답게 요체를 간결하게 묘사한 점이 1927년 백두산을 여행하고 쓴 최남선의 “백두산근참기”와 구별되는 점이라 하겠음. 약 3주간에 걸친 백두산 여행을 통해서 백두산이야말로 우리 민족이 나라를 세운 유서 깊은 성지이며, 우리 민족고유의 불함문명의 발상지임을 독자들에 각인시키려 앴는 초남선과 달리 백두산의 연원을 자세히 설명하면서도 성지라는 표현을 삼간 것은 객관성확보에 신경 쓴 것이 아닌 가 함. 안재홍의 백두산 등반은 일본 주둔군과 기행단을 합쳐 수백 명의 군민이 참가한 대규모 기획이었다는데, 이는 조선총독부의 주선 내지 협조가 전제되지 않고는 불가능했을 것임. 안재홍이 백두산 등정 순간을 “병사봉의 정상에 돌무더기를 쌓고 일장기가 곧추섰다. 아까는 대자연의 통철한 경상에 경건하고 엄숙한 침묵이 있었고, 이제는 다만 머쓱한 침묵이 있었다.”라고 묘사한 데서도 조선총독부의 관여를 알 수 있음. 사족이지만, 조선일보가 국내 최다부수를 발행하는 최고의 일간지로 자리 매김한 데는 일제 강점기 때 안재홍이 다섯 차례나 구속되면서도 일제에 항거하고 정론을 편 덕분도 컸을 터인데, 이를 잊고 최근 수년간 잦은 곡필로 우리나라가 난국에 빠지는데 일조한 것은 언제고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임.
*2017. 10. 19일
1043-1044.백두산 민담(I, II)
*가린 미하일롭스끼 저/김녹양 역/이인철 화/창비 간(2009)
*이 책은 19세기 러시아 작가인 가린 미하일롭스끼의 “조선, 만주, 요동반도 기행”(1899년 발간)가운데 제 6장에 수록된 ‘조선의 민담’을 옮긴 것으로 창비에서 아동용으로 발간했음. 이 책의 저자가 지은 “조선, 만주, 요동반도 기행”에서 조선 편인 “저것이 백두산이다:조선!1898”이라는 책은 지난여름 방학 때 구해서 이미 읽었음. 그 책에 가린이 백두산 여행 중 조선인 민가에 머물면서 각계각층의 조선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특히 설화를 들었다고 나오는데, “백두산 민담”은 바로 그 민담집이라 할 수 있음. 저자 가린(1852-1906)은 19세기 러시아의 유명한 작가로 “쬬마의 유전시대” 등 자전적 전기소설 4부작이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음. ‘조선의 민담’에 실린 52편의 민담을 모두 옮긴 이 책은 모두가 가린이 1898년7월9일 여행길에 올라, 9월13일 한국 땅에 첫발을 들인 이래, 경흥, 회령, 무산을 거쳐 두만강을 거슬러 올라 백두산의 정상에 도달한 후 압록강 변으로 하산하여 10월18일 의주에 도착할 때까지의 약 40여 일 간에 걸친 우리나라 북부지방답사과정에서 틈틈이 수집한 우리의 민담을 수록한 것이어서, 그 지역에 살던 우리 민족의 기질과 풍속, 당시의 세태 등을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음. 이 책의 소재가 형제간의 우애, 학문터득의 중시, 남녀 간의 애정 등 남한의 민담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은 제목과는 달리 백두산에 관한 민담집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생각임.
*2017. 10. 18일
1042. 2030 에너지전쟁(The Quest)
*다니엘 엘긴 저/이경남 역/올 간(2013)
*세계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발언권을 가진 에너지 전문가로 알려진 저자 다니엘 엘긴(Daniel Yergin)이 쓴 이 책이 표 1에 적힌 대로 “<제3의 물결>이후 미래변화를 가장 탁월하게 그린 책”인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거의 알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만큼 열정과 흥미를 갖고 읽었었음. 웬만한 소설보다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저자가 이 책으로 퓰리처상을 받았을 정도로 사실에 입각해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세계정치, 경제, 산업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주고 있기 때문임. 건축 중인 고리 원자력발전 5/6호기 건설을 중단시키고 시민평가단을 구성해 탈원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집권층에서 에너지문제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나 싶은 것은 여러 자료들이 안전성을 보장하고 기술력도 세계 1위로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원전의 존속 여부를 시민평가단에 맡긴 것은 분명 잘못된 것임. 대통령 직 수행에 필요한 비용을 국가예산에서 지원하는 이유가 그 비용이 다름 아닌 의사결정비용이기 때문인데, 대통령이 그 의사결정을 회피하고 시민평가단에 맡기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것이 내 생각임. 내가 대통령과 그 참모들에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은 이유는 이 책이 에너지문제의 본질과 역사적 흐름에 관해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판단해서임. 최종적으로는 대통령 이 가든 부든 결정을 하고 그 결정에 대해 역사적 평가를 받는 것이 책임정치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 할 것이라 생각해 강력히 요구하고 싶은 마음임. “석유의 신세계”, “공급물량 확보”, “전기시대”, “기후와 탄소”, “새로운 에너지”, “미래로 가는 길”의 총6부로 구성된 이 책은 1천페이지가 거의 다 되는 분량인데도 단 이틀 만에 다 읽은 것은 저자의 빼어난 글 솜씨와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오직 사실에 근거해 탐구한 노력 덕분임. 이 책을 통해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 화력발전 단가가 오르고 재생가능에너지 발전단가가 낮아져 둘이 같아지는 균형점) 산출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 석유가 고갈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 등 배운 것이 꽤 많으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자원은 인간의 창의력이라고 결론지은 저자의 혜안이 제 일 가슴에 와 닿았음.
*2017. 10. 13일
1041.조선평전
*신병주 저/글항아리 간(2011)
*조선이란 어떤 나라인가를 알려면 조선의 큰 틀부터 세세한 문화논리까지 일별해야 감이 잡힐 것이라면, 이 책은 어느 정도 답이 될 것이라는 생각임. 백년을 살기도 힘든 한 개인의 평전을 쓴다는 일도 난해한 일인데 5백년을 넘긴 한 나라를 대상으로 평전을 짓는다는 것은 조선왕조실록의 평서를 실록의 평서를 쓰는 일이어서 그 작업량이 상당하리라 생각했는데 책 분량의 550쪽에 불과함을 확인하고 그러면 그렇지 하는 생각이 든 것은 한 국가의 평전 작성은 개인이 도맡아 할 만한 일이 절대로 아니다 싶어서였음. “조선은 어떤 나라인가”, “조선을 조선답게 만든 위대한 풍경들”,“조선의 농촌과 도시, 그리고 밑바닥 삶”, “조선을 뒤 흔든 위기의 순간들”, “변화하려 했으나 좌절하다”, “조선의 은밀하고 신비로운 이야기들”, “조선을 뒤덮은 재난 들”, “조선 사회의 저력”, “변화의 시대를 담다”와 “역사의 의미” 등 총 10부로 구성된 이 책이 다루는 소주제는 ‘조선을 움직인 10대 뉴스’ 등 60건임. 부제 “60가지 진풍경으로 그리는 조선”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안내서 같은 것이어서 조선이라는 한 국가의 흥망성쇠를 이해하고 평가하려면 이 책에 만족치 말고, 60개의 토픽 별로 전문서를 다시 읽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안 것은 고려시대에도 실록이 있었으나 전해지지 않는 다는 것과 3년 간격으로 열리는 식년시를 통해 뽑는 최종급제자는 33인에 불과하며, 당시에 과거보러 가는 것을 ‘영광을 보러간다’하여 ‘관광(觀光)’이라 했다는 것임. 저자가 뽑은 조선을 움직인 10대 뉴스는 ‘훈민정음 창제’, ‘임진왜란 발발’, ‘삼전도 굴욕’, ‘막 내린 고려시대’, ‘영, 정조시대’, ‘4대사화 피바람’, ‘진경문화’, ‘인조반정’, ‘세도정치의 전개’, ‘조선왕조실록 등 세계적 기록물편찬’로 이 주제들의 전문도서를 차차 읽어볼 뜻임.
*2017. 10. 9일
1040.감시와 처벌
*미셀 푸코 저/오생근 역/나남 간(2011)
*아주 오래 전에 이광래가 지은 “미셀 푸코”라는 제목의 책을 읽어본 적이 있지만, 미셀 푸코가 지은 책은 이 책이 처음임. “광기의 역사”, “성의 역사”와 더불어 미셀푸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책 “감시와 처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셀푸코가 어떤 인물인가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할 듯함. “당신은 누구인가? 등으로 나에게 질문을 말아주십시오. 언제나 똑같은 채로 있으라는 식으로 질문을 말아주십시오.”라 하면서 언제나 어떤 계율로부터도 자유롭게 되고 했던 미셀 푸코는 한마디로 절대적 사유를 배제하는 자유인이라는 것이 가장 정확한 답이 될 것임. 역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흔히 감옥의 역사를 연상케 되기는 하나, 그런 류의 역사의 서술이 아니라 근대정신과 새로운 재판 권력과의 상관적인 역사를 서술하기 위한 목표로 쓴 것이어서 권력이 인간과 신체를 어떻게 처벌하고 감시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근대적 인간의 모습은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기술하고 있음. 이 책은 “신체형”, “처벌”, “규율”과 “감옥” 등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제3부 규율”의 ‘판옵티콘 감시체제’는 많이 인용되는 부분임. 이 책을 통해 ‘규율’이란 신체의 활동에 대한 면밀한 통제를 가능케 하고 체력의 지속적인 복종을 확보하며 체력에 순종-효율의 관계를 강제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배웠음.
*2017. 10. 8일
1039.제국을 설계한 사람들(Engineers of Vitory)
*폴 케네디 저/김규태, 박리라 공역/21세기북스 간(2015)
*“강대국의 흥망”이라는 저자의 역저를 1990년대 말에 감명 깊게 읽은 바 있어 기대를 갖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해 하루 만에 다 읽었음. 이 책의 요체는 2차 대전 중 대승을 이끈 주요 전쟁의 뒤에는 반드시 훌륭한 전략가가 있었다는 것임. 이 책을 읽노라면 위 주장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동원된 자료의 적절성과 방대함에 고개가 숙여 지는데, 중간 중간에 삽입된 전쟁지도 덕분에 당시의 전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음.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2차대전이 진행 중인 1943년초부터 1944년 중반까지의
전략적, 전술적, 작전상의 국면 변화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형세가 어떻게 일변했는지 더 큰 서사시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부분이 되는 개인 및 조직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기 때문임. “이리떼 U보트를 막아라”, “제공권 장악으로 판을 뒤집다”, “천년제국의 오만함을 무너뜨리다”, “양서류에게서 배운 노르망디 상륙작전”, “머나먼 땅을 향해 더 높이 날아오르다” 등 5대 작전의 실례와 맺는말 “참모를 존중한 지도자가 승리한다” 등 모두 6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일본이 미국에 패한 요인을 지적한 다음의 “그중 최악은 일본이었다. 중요한 전략결정권과 지휘권이 절대지도자가 아닌 육군과 해군에 위임되면서 두 군은 엄격하고 구 시대적인 결속을 고집한 나머지 태양에서 전개되던 미국의 창의적인 반격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라는 글이 가슴에 와 닿았음. 패전국 일본이 다시 살아나 욱일승천하기도 했지만 끝내 미국을 따라 잡지 못한 것은 미국의 창의성 주도 때문이 아닌가 싶음.
*2017. 10. 6일
1038.백두산-현재와 미래를 말한다
*김정배, 이서행 외 저/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간(2012)
*장백산은 두 번 다녀왔지만, 병사봉이 자리 잡은 우리 땅 백두산은 길이 막혀 한 번도 오르지 못한 내게 이 책은 더할 수 없이 고마운 책임. 책 제목에서 언급한 백두산의 현재와 미래는 물론 과거까지도 여러 분야에 걸쳐 상세히 알려주고 있기 때문임. 크게 ‘백두산의 역사’, ‘백두산의 자연환경’, ‘백두산의 생태’, ‘백두산의 인문학’ 등 4부로 나뉜 이 책에서 내가 주목하는 것은 1부의 ‘백두산 역사’와 4부의 ‘백두산의 인문학’으로 석사논문의 주제를 여기서 뽑아볼 계획임. 얼마 전 백두산유산기 25편을 골라 이들에 나타난 백두대간의 인식도에 관해 연습 삼아 30쪽 가까운 글을 쓴 바 있어 1, 4부의 글이 쏙쏙 머리에 들어왔음. 고조선에서 고구려에 이르기까지 백두산은 우리 영토였으나, 백두산을 영토로 해서 세워진 발해와 대척점에 선 통일신라 때부터 조선 세종 때까지 우리 국토가 아니어서 이렇다 할 역사기록이 없는 것이 뼈아픈 대목이라 생각됨. 조선조 세종의 4군6진 개척으로 백두산이 우리 영토에 편입되었으나 조선의 문인들이 백두산으로 오르고 유산기를 남긴 것은 1712년 청과의 국경설정을 위한 정계비가 세워진 후 임. 2부 ‘백두산의 자연환경’ 중 백두산의 화산활동과 자연지형에 관한 소고도 유익한 글임. 무엇보다 이 책에서 1894년 영국런던에서 발간된 “Korea and the Sacred Whitemountain"라는 여행기 존재를 알고 구입신청을 한 것이 수확으로, 이 책은 영국의 카벤디시와 굿애덤스가 1891년 백두산을 여행하고 쓴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는 생각임.
*2017. 10. 5일
1037.데카메론
*조반니 보카치오(Giovanni Boccaccio) 저/한형곤 역/동서문화사 간(2012)
*이 책의 저자 조반니 보카치오(1313-1375)는 14세기를 살았던 이탈리아 작가로 1313년 피렌체 부근의 체르탈도에서 태어났음. 1336년 『필로콜로』를 지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는 1353년 본 작품인 대작『데카메론』을 완성하고, 그 이듬해 그의 만년을 정리하는 걸작으로 평가되는 풍자시 『코르바치오』를 썼음. 1364년 『단테전』을 완성하고, 1370년 단테의 신곡을 강의한 보카치오는 1375년 고향 체르탈도에서 죽음을 맞이함. 역자의 다음 글 “사실 단테와 페트라르카가 이탈리아의 초창기 문학에 눈부신 업적을 이루어 놓았지만, 그 시대에 보카치오가 없었다면 어딘지 공허감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 전자들은 시에서, 후자는 산문에서 각각 두드러진 작품을 남겨 이탈리아 문학을 빛내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평처럼 보카치오는 단테와 페트라카에 견줄만한 작가로 이탈리아의 인문주의를 꽃피운 작가로 널리 알려졌음. 무서운 페스트를 피하기 위해 일곱 명의 숙녀와 세 명의 신사가 교외로 떠나 열흘 동안 하루에 한 가지씩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놓은 총 100가지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형식으로 엮은 이 책을 읽으면서 성(聖)과 성(性)을 공동소재로 해 사람들의 위선을 비웃고 비꼬는 해학을 느꼈음. 내용도 내용이려니와 8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거의 동시대를 살은 고려 말의 문신들, 예를 들면 조금 전 세대의 이규보나, 이제현, 그리고 거의 동시대인 이색 등에서 이런 대작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임. 100개의 이야기 중 몇 이야기들은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전형적인 것도 있는데 발치와 관련된 것이 그 한 예라 하겠음. 뒤에 영국에서 제프리 초서가 『캔터베리 이야기』가 짓는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함.
*2017. 10. 4일
1036.성학집요(聖學輯要)
*율곡 이이 저/김태완 역/청어람미디어 간(2011)
*임금에게 올리는 글이 부정적 의미가 다분한 소위 ‘용비어천가’류가 주가 아니었음을 율곡 선생의 이 책 “성학집요”를 읽고 다시 확인했음. 성학집요는 조선성리학의 원류로 불리는 율곡 선생이 임금의 학문을 위하여 대학의 본 뜻을 따라 사서와 육경에 수록된 성현의 말씀을 엮어 조선의 선조 임금에 바친 글임. 퇴계 이황선생이 선조 임금께 성리학의 핵심이념을 열 폭으로 그린 “성학십도”를 지어 올린 것은 1568년이며, 그 7년 후 율곡선생은 이 책을 지어 올렸으니 선조로서는 두 석학을 만나 나라를 다스리는데 필요한 도리와 지식은을 배우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크게 보아 수기(修己), 정가(正家)와 위정(爲政)의 세 주제를 갖고 엮은 이 책은 수신제가와 치국평천하의 근본을 담은 것으로 “제왕의 학을 추구하는데 그치지 않고 배움을 얻어 성인의 길에 다다가 가고자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삶의 지혜와 바른 길을 여는 정신의 양식을 얻었던 조선시대 선비들의 필독서”라고 역자는 강조했음. 율곡 선생은 성학집요 첫 장의 ‘성학집요를 올리는 글(進剳)’에서 “임금님의 문제점을 말씀드리면 영특한 기질을 너무 드러내려고 하여 선한 것을 받아들이는 도량이 넓지 못하고 쉽게 화를 내어 남을 이기기 좋아하는 사사로운 마음을 극복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런 단점을 제거하지 않으면 참으로 도에 들어가는데 방해가 될 것입니다”라고 지적했는데, 이는 민주주의가 확립된 지금에도 대통령에게 고하기 어려운 말로서 임금에 대한 강직한 충성이 있어야 가능했었을 것임. 더구나 선조임금이 그다지 도량이 넓지 못하고 심기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인물이 아니어서 어런 글을 올리는 것이 위험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도 들었음. 이 책에서 자주 인용되는 글은 주로 공자를 위시한 맹자, 주희, 정호와 정이 형제의 글로이며, 그 이유는 주자학 정통의 글이어서가 아닌가 싶음.
2017. 9. 28일
1035. 우리문화 길라잡이
*국립국어연구원 저/학고재 간(2004)
*‘한국인이 알아야 할 전통문화 233가지’라는 부제의 이 책은 아직도 주류문화로 존재하는 전통문화가 대부분이지만, 이제는 주류에서 밀려나 명맥만 잇고 있는 전통문화도 같이 소개하고 있음. 이 책에 나와 있는 전통문화들은 70세인 나로서는 거의 다를 경험한 바이지만, 한 세대가 차이 나는 내 아들 들이라면 상당수는 본 적조차 없는 것들도 꽤 있을 것으로, 서당이나 고누, 고싸움 같은 것이 그럴 것임. 경험을 해 익히 알고 있다 해도 외국인에게 설명하기 쉽지 않은 것은 정의와 핵심사례를 알지 못해서인데, 이런 어려움에 답을 주는 책이 이 책이라는 생각임. 한 가지 문화 소개에 2-3페이지 밖에 할애 안 되어
뭔가 부족하다싶다면, 이 책 말미에 목록화된 참고자료를 활용할 수 있을 것임. ‘한국의 음식’, ‘한국의 복식’, ‘한국의 주생활’, ‘한국인의 일생과 세시풍속’, ‘한국의 민속신앙’, ‘한국의 멋’, ‘한국의 상징과 특산물’ 등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 실린 전통문화 이외에 무엇이 있는지 찾아낼 수 없을 정도로 꽤 많은 전통문화가 실려 있어 필요한 때 참고하기에 부족함이 어ᇝ을 것 같음. 같이 실린 사진도 소중한 사료가 될 것임.
*2017. 9. 23일
1034.아름다운 바다
*앤드루 바이어트, 알래스 대어, 마서 홈스 공저/김웅서, 정인희 공역/사이언스북 간(2006)
*원제가 『The Blue Planet』가 원제인 이 책은 벌써부터 사보고 싶었으나 고가여서 미뤄뒀다가 마침 새 책과 진배없는 중고책을 반값 이하로 살 수 있어 주저 않고 사서 본 것임. 책값이 고가인 이유는 영국 BBC방송 자연사 다큐팀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기저로 만든 책이기에 귀한 화보가 많이 들어서인데, 만약 이 책에서 그런 화보를 실지 않았다면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상당히 손상되었을 것이 분명함. 백두대간과 9정맥을 종주하면서 우리 산하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바다는 대학 다닐 때 지구과학에서 배운 것이 전부일 정도로 아는 바가 별로 없었음. 이 책을 읽고 바다의 생태계와 그 속에서 살고 있는 동식물들의 삶이 처절하도록 아름다운가는 알지 못했음. ‘물의 행성’, ‘바닷가의 생물’, ‘열대바다’, ‘온대바다’, ‘얼어붙은 바다’, ‘난바다’와 ‘깊은 바다’ 등의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을 통해 바다가 뭍 생물들의 삶의 현장임을 새삼 알았음. 산 높이는 최고 9Km에 조금 못 미치고 바다의 깊이는 약11Km에 달해 물을 드러내면 지구의 가장 바닥에서 가장 높은 곳까지의 수직거리는 약20Km에 달함도 알았음. 또 물이 얼면 약 9% 정도 부피가 늘아 가벼워지기 때문에 물에 뜨고 그 밑으로 해류가 흐르고 있는데 만약 다른 물질처럼 고체로 변하면 부피가 줄어들고 무거워지면 물밑에 가라앉게 되고 기온이 떨어져 계속 얼게 되어 해수순환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 책에서 보고 자연의 질서ㅕ가 참으로 오묘함을 다시 한 번 느꼈음. 또 남극의 팽귄의 날개가 약화된 것은 북극에서의 북극곰과 같은 위협이 되는 동물이 살지 못해서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서 알았음. 우리나라 인쇄술도 뛰어나 이 책에 실린 화보들이 생동감을 잘 살렸다 싶음.
*2017. 9. 22일
1033. 제국 그 사이의 한국 (1895-1919)
*앙드레 슈미드 저/정여울 역/(주)휴머니스트출판그룹
*이 책은 백두산에 관련된 자료를 찾다가 알게 됐는데 흥미로운 것은 조선말기에서 일제강점기 초기의 25년간 우리 역사를 카나다교수가 썼다는 것이었음. 사실 요즘 나오는우리 역사서를 보기 겁나는 것은 민중사관에 입각한 역사서의 거의 다가 우리의 근대사를 왜곡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 이 책은 외국인이 지은 것이어서 그런 걱정 없이 읽을 수 있어 좋았음. 캐나다의 토론토 대학에서 동아시아연구 분과부교수로 일하는 저자는 20세기 초 한국의 민족주의 운동뿐만 아니라 한국전쟁이후 한국사회의 사회문화적 지형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연구해와, 박사논무ᇿ을 보강해 낸 이 책에 거는 기대가 컸음.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것은 저자가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우리 역사를 관조한 흔적이 보인다는 것이고, 당대에 지식인으로 산다는 것이 그에 지어진 무거운 역사적 책무 때문에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임. 표4에 언급된 대로 한국인의 민족의식의 발전 과정을 연대기적으로 서술한 이 책은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근대적지식의 개념과 상징이 창조되었는지, 나아가 어떻게 근대 초기의 지식이 민족의 정체성, 네이션-스테이트, 그리고 민족주의에 대한 한국인의 근원적 인식을 창조하는 정치적 기획으로 통합되었는지를 탐구한 저술로, 내가 모르는 바를 많이 일깨워주었음. 우리 산의 조종산으로 인식된 백두산의 상징적 지위가 추락한 것은 풍수지리설의 쇠퇴에 기인한 것이었으며, 간도지방의 긴장된 분위기가 지속적으로 고조되다가 1907년 이후 백두산이 민족의 성지라는 인식이 부상하기 시작했다는 것도 이 책에서 배웠음.
*2017. 9. 21일
1032.민중사를 다시 말한다
*역사문제연구소민주사반 저/역사비평사 간(2013)
*이런 유의 민중관련 서적은 내 취향이 아니어서 읽기를 피해왔는데 대학원과정의 텍스트북이어서 어쩔 수 없이 일독을 했음. 이 책에서 이신철집필자가 얘기했듯이 민중이란 ‘국가나 사회를 구성하는 다수의 일반국민’으로 사전은 정의하고 있지만, 그 보다는 ‘피지배계급으로서의 일반대중’이라는 뜻으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음. 내가 민중이라는 단어를 기피하는 것은 역사용어로 민중을 사용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실질적인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지배계급을 전제하고 피지배계급을 논하는 것이 사실과 맞지 않으며 국민갈등을 조정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임. 민중사관 학자들에 의해 배양된 이 단어가 광주혁명을 맞아 널리 쓰이다가 소련의 붕괴로 잊혔다 했는데 다시 부활한 것은 조파정권이 들어선 2000년대부터가 아닐까 싶음. 여러 논문집을 모아 내 놓은 이 책이 표방하는 것은 사회적약자에 대한 애정과 그들이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 시대정신이라는 것 같은데, 동의하기 어려움. 이 책 2부의 첫 장인 “근대이행기의 민중의식”에서 저자 배항섭은 1990년대 후반부터 민중운동사 연구가 급격히 퇴조한 것은 사회주의권의 붕괴, 민주화의 진전,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쇄도 등의 환경적요인과 민중사학의 요체가 되는 발전론적 인식을 토대로 한 민중운동사의 문제의식이 더 이상 관심을 끌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분석했음. 이 책을 읽으며 근대이행기의 민중운동이 근대를 지향했다는 인식의 허구를 지적한 대목은 공감이 갔음.
*2017. 9. 16일
1031.김창숙 문존
*심산사상연구회 엮음/성균관대학교출판부 간(2000)
*이승만(1875년생) 및 안창호(1878년생)와 거의 같은 연대인 1879년 청북 성주에서 태어난 심산 김창숙은 독립운동에 헌신했고, 해방을 맞아 성균관대학을 세워 교육에 힘쓰다 1962년에 이 세상을 뜬 민족의 선각자였음. 이 책은 김창숙의 생애를 크게 5단계로 나누었으니, 제1기(1905-1910)에는 망국을 앞두고 애국활동을 시작했고, 제2기(1910-1918)에는 모친의 간곡한 가르침을 받고 학문에 힘썼으며, 제3기(1919-1927)에는 항일독립운동가로 일정한 위치를 확보했고, 제4기(1927-1945)에는 독립운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14년형의 언도를 받고 옥살이를 했으며, 제5기(1945-1962)는 성균관대학교를 세우고 이승만의 독재에 항거하다 죽음을 맞았음. 상해임시정부에서 우남 이승문, 백범 김구, 도산 안창호 등과 함께 일한 바 있는 심산 김창숙은 해방 후 정치일선에서 한 발 물러나 성균관대학교를 세우는 등 유학의 중흥을 위하여 애썼음. 우남 이승만의 미군정 인정과 자문활동에 누구보다 극렬히 반대한 것은 지나치게 성리학적 명분에 함몰되어 대안 없이 반대한 것이 아닌가 싶지만, 일본의 간교한 꼬임에 넘어가지 않고 중간에 훼절되지 않은 보기 드문 독립운동가였다는 생각임.
*2017. 9. 14일
1030.도산 안창호
*이광수 저/범우사 간(2008)
*정파적 이익에 함몰된 정치인들이 이 나라를 이끌고 있어 국가안보가 위태로운 이 때에 세대와 지역을 모두 어우를 수 있는 국민적 지도자를 갈망하는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음. 나라를 잃었던 일제강점기에 진정한 독립을 위해 온 몸을 바친 지도자를 들라면 이회영, 이승만, 김구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나 도산 안창호를 그 첫 자리에 두지 못하는 것은 이분에 대해 알고 있는바가 거의 없어서임. 소설 “무정”으로 현대소설을 이 나라에 착근한 문학적 공로는 매우 크나 친일부역자로 역사의 심판을 받은 춘원 이광수가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목표로 국민운동을 이끌어간 도산 안창호선생의 자서전을 썼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다 읽고 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음.
도산 안창호의 인간됨과 지도자 상은 잘 그려졌으나 일본당국의 잔혹한 통치는 너무 가볍게 다루어졌다는 생각임. 1878년에 태어나 1938년에 간경화증으로 서거한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가르침은 철저한 준비에 있다는 생각임. 1920년 상해교포들의 신년축하 연설에서 도산선생은 ‘나라사랑의 6대사업’이라는 연설을 했는데 이 연설에서 도산선생은 우리 국민이 단연코 실행할 6대사업으로 군사, 외교, 교육, 사법, 재정과 통일을 들었으며 “대한 나라의 과거에는 황제가 하나 밖에 없었지만 금일에는 2천만 국민이 다 황제입니다”라면서 주권재민의 원칙을 강조했고, 이에 따라 각 인민들이 할 바를 역설했음. 독립운동에 저해되는 일을 자행하는 자들은 임시로 법을 정해서라도 죽일 자는 죽여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강력한 법집행을 요구한 선생의 말씀은 오늘에도 그대로 들어맞는 말씀이라 하겠음.
*2017. 9. 11일
1029.김수환추기경의 친전
*차동엽 저/위즈앤비즈 간(2012)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은 2009년1월 추기경께서 선종하셨을 때 국민들의 추도행렬이 끝이 보이지 않았을 정도로 종파나 정파를 가리지 않고 온 국민이 추기경의 선종을 애도했다는 것임. 나 역시 용화산추락사고로 큰 수술을 받고 집에서 몸을 추스르고 있을 때인데도 명동에 나가 1시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렸었음. 그 때 내 앞의 분은 스님이었고, 뒤의 분은 종교를 달리한 아주머니였는데 천주교신자도 아닌 이 두 분의 비탄해 하는 모습을 보고 추기경님은 과연 큰 그릇의 어른이시다 했었음. 차동엽신부님이 엮어낸 이 책을 읽으면서 마치 추기경님의 육성을 듣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 것은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하던 학생들에 명동성당을 피신처로 제공하고 이를 체포하려는 전두환정권에 강력 저항하시면서 하신 말씀이 지금도 귀에 쟁쟁하게 들리는 듯해서임. 1969년 한국천주교의 첫 추기경이 되신 후 30년간 진리, 정의, 사랑으로 한국천주교를 이끄신 덕분에 나도 그 영향을 받아 2000년 8월에 입교하였으며, 덕분에 먼저 이 세상을 떠난 부모님과 집사람을 거의 매주 성당에서 만나는 기쁨을 누리고 있음에 감사드림.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의 일탈된 행위에 그ᇊ히 실망해 천주교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여러 번 있었지만 추기경님의 가르침에 반하게 행동할 수 없어 묵묵히 주일미사에 나가고 있는 중임. 이 책을 읽으면서 생전의 사랑어린 추기경님을 뵌 듯해 숙연하면서도 기쁨을 느꼈음.
*2017. 8. 31일
1028.젊음의 탄생
*이어령저/마로니에북스 간(2013)
*가슴이 답답하고 눈이 흐릴 때는 학술서적이나 논문을 읽어나가기가 참으로 부담스러워, 이런 때면 책에서 잠시 멀리하고 아무런 생각 없이 멍하니 있어보지만, 그래도 그 답답함이 풀리지 않으면 역사서나 지혜가 번뜩이는 내용들을 담은 두껍지 않은 책을 찾아 읽곤 해왔음. 개학하면 제출해야할 소논문이 생각만큼 진척되지 못해 가슴 답답해 하다가 며칠 전에 사둔 저자의 이 책을 꺼내 읽고 나자 답답함이 어느 정도 사그라 든 것 같음. 저자의 책을 읽노라면 섬광 같은 저자의 지혜에 깜짝 놀라곤 했는데 이 책도 예_외가 아니었음. 올 들어 70줄에 접어든 내가 젊음을 주제로 한 책을 읽는 것이 분수를 모르기 때문이 라는 일반적 인식을 깨뜨린 것은 저자의 “젊음에는 나이가 없다. 끝없는 도전, 지치지 않는 탐색 열정 안에서 날마다 새로운 젊음이 탄생하다”는 코멘트였음. 저자가 젊은이들에 주는 지혜는 9개의 창조 아이콘으로 “뜨고 날고”, “묻고 느끼고”, “헤매고 찾고”, “나나에서 도도로”, “섞고 버무리고”, “꿀벌이 만든 연필”, “<따로 따로> <서로 서로>”, “앎에서 삶으로”과 “둥근 별 뿔난 별”등으로 이 시대의 지성인답게 매 아이콘의 콘텐츠를 감탄하며 읽어나갔음. 다만 “꿀벌이 만든 연필”의 ‘자연에서 배우는 바이오 농업’에서 저자는 농약을 뿌리지 않으면 농작물이 잡초사이에서 자연의 힘을 되찾고 그 맛도 한결 싱싱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 내용에 대해서 동의할 수 없는 것은 가축이나 곡물, 채소, 과수 등 모두가 야생인 것을 사람이 목적에 맞게 길들인 결과 식용으로 가능해진 것이며, 농작물을 다시 야생화 시키면 옛날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그 결과는 스스로 살아나가기 위해 독성을 키워 더 이상 식용화할 수 없다는 과학적 사실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 싶어서임. 저자에 제임스 콜만이 지은 “Naturally Dangerous"라는 책을 한번 읽어보기를 권하고자 함.
*2017. 8. 30일
1027.백두산 근참기
*최남선 저/임선빈 역/경인문화사 간(2013)
*조선 시대 백두산 산행을 기록한 유산기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임. 그 첫째는 청에서 국경의 경계를 짓고자 백두산에 세운 정계비와 관련된 산행기로 1712년 정계비를 세울 때 조선의 접반사를 수행한 통역관 김지남의 ‘북정록’, 김지남의 아들이자 통역관으로 청의 목극등과 함께 백두산을 올랐던 김경문의 전언을 바탕으로 작성한 홍세태의 ‘백두산기’, 접반사 ‘박권’의 ‘북청일기’와 1885년 토문감계사로 임명되어 청과 국경담판을 벌인 이중하의 ‘백두산일기’가 이에 속한다 하겠음. 둘째는 국경문제와 관계없이 유람 목정으로 백두산을 오른 사대부들의 유산기로 이의철의 ‘백두산기’, 박종의 ‘백두산유록’, 서명응의 ‘유백두산기’를 들 수 있음. 일제강점기인 1926년 7월24일 경성을 떠나 8월3일 백두산 정상을 오른 후 8월20일 전에 경성으로 돌아온 것으로 보이는 최남선의 백두산 여행이 조선사대부들의 그것들과 다른 점은 유산이 아니고 근참이라는 것임. 약 3주간에 걸친 백두산 여행을 통해서 백두산이야말로 우리 민족이 나라를 세운 유서 깊은 성지이며, 우리 민족고유의 불함문명의 발상지라고 인식을 확고히 했다는 것임. 당대 최고의 지식인답게 백두산의 역사/지리적 위상을 논한 이 책을 통해 민족의식이 강화된 것은 바람직하나 등정에 관한 기록보다 자신의 생각과 논리를 펴나가는데 집중해 여행기로서는 좀 지겹고 참고할 내용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는 생각임.
*2017. 8. 25일
1025-1026.저것이 백두산이다:조선!1898년
*N.G. 가린 저/김학수 역/민족사 간(1980)
*이 책이 관심을 끈 것은 조선시대에 생산된 어느 유산기보다 백두산 등정과정이 자세하고 생생하게 그려졌으며, 저자가 외국인인 러시아 인이라는 것이 독서욕을 자극했음. 본명이 N.G. 미하일로프스키이고 필명이 N.G. 가린인 저자는 1852년에 태어나 1906년에 유명을 달리한 러시아의 작가였음. 톨스토이의 “부활”과 같은 해에 출간된 이 책 “조선! 1898년”의 저자인 가린의 명성이 톨스토이에 비할 19세기 말의 비판적 저널리즘을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 확고부동한 위치를 차지했던 유능한 작가였다고 역자는 적고 있음. 1898년 7월9일 당시 러시아의 수도인 뻬쩨르부르그를 출발한 가린 일행은 9월13일 한국 땅에 첫발을 들인 이래, 경흥, 회령, 무산을 거쳐 두만강을 거슬러 올라가 9월30일에 백두산 정상을 오른 다음 10월18일 의주에 도착함으로써 근 40일에 걸친 한국답사를 마침. 가린은 여행 중 조선인 민가에 머물면서 각계각층의 조선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특히 설화를 들었는데, 이를 기초로 설화집을 내기도 했음.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느낀 것은 가린의 조선인 사랑이었으며, 가린이 만난 북쪽의 조선인들이 어느 외국보다 러시아에 호감을 갖고 있음도 같이 느꼈음. 백두산 정상에서 천지연으로 내려가 배를 띄워 수심을 측정하려한 가린 일행에서 여행의 열의가 감지됐으며, 조선인과 달리 자연을 태하는 태도가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라는데 놀랐음.
*2017. 8. 20일
1024.흰마루 뫼 백두산
*유영근 저/호영 간(2017)
*조선사대부들의 백두산 인식을 문헌자료를 통해 알아보고 있는 차에 백두산을 무대로 벌이는 가상전쟁을 소재로 한 소설이 나왔다는 것을 듣고 흥미가 동했음. 마침 이 소설의 작가가 고교동기여서 사서 읽어보려던 참에 책을 보내주어 고맙게 읽었음. 이 소설의 주 내용은 백두산 화산폭발현장에 괴수를 촬영하러 간 네 명이 겪는 이야기인데, 저자는 결코 남이 아닌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라고 강조했음. 화산폭발 후 용암과 화산재로 새로 생긴 얼룩무늬, 줄무늬, 점무늬, 회색, 흑색, 그리고 기존의 순백의 지역들이 인간들과 엮이면서 전설을 만들어가는 이 소설이 흥미로웠던 것은 플롯이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아서임. 저자는 전설이 흑백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서 순백이 흑백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듯이 흰 햇살이 아름다운 일곱 색의 무지개로 변하듯이 인간개성과 심성에 따라 만나면서 갖가지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간다고 표4를 통해 강조점을 나름대로 정리했음. 글쓰기가 본업이 아닌 저자가 순전히 상상으로 이 정도의 소설을 썼다는데 찬사를 보내고자 함. 다만 이 소설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잡히지 않아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음.
*2017. 8. 10일
1023.차상찬 평전
*박길수 저/도서출판모시는사람들 간(2012)
*청오 차상찬선생을 처음 접한 것은 작년 봄 김유정문학촌을 방문했을 때임. 선생은 바로 춘천의 실례마을에서 소설을 쓰고 있는 김유정을 문단에 등단시킨 분으로 1933년 개벽사에서 잡지 <제일선> 3월호에 ‘산골나그네’가 바로 김유정의 등단작품임. 그 후 새까맣게 잊고 지내다 소설가 전상국선생의 “전상국의 춘천산이야기”의 향로산 편에서 “차상찬은 춘천이 배출한 가장 걸출한 신문화인이며, 민족운동가였다. 일제시대 최고의 민족잡지 <<개벽>>의 창간동인, 편집인, 발행인으로서 또는 기자로 , 시인으로, 수필가로도 널리 알려진 사람이다.”라는 글을 읽고 관심을 갖게 되었음.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한학을 공부하다 보성중학교와 보성전문을 졸업한 차상찬은 1920년 천도교를 배경으로 창간된 계몽교양지 “개벽”창간에 동인으로 참여함. 1931년 방정환의 타계로 개벽사의 편집인 자리를 물려받은 차상찬은 17년간 개벽사를 거의 혼자서 끌어갔음. “개벽”을 위시하여 “혜성”, “무인”, “어린이”, “신여성”, “학생”, “제일선”, “별건곤” 등 개벽사 간행잡지 매호마다 선생의 투철한 계몽사상과 민족정신이 깃들이지 않는 곳이 없다고 이 책은 적고 있음. 해방 이듬해 눈을 감은 선생은 2010년 정부로부터 은관문화훈장을 추서 받았음. 이 책은 서문과 제1부 청오 차상찬의 생애와 사상, 제2부 청오 차상찬의 작품선집, 그리고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음. 제2부에 실린 ‘주국헌법(酒國憲法)’은 웃음을 자아내는데, 주국의 영토는 전세계로 하되 미국과 같은 금주국은 특별식민지로 한다는 2조를 보고 이 때가 영화대부의 시대적배경이구나 했음.
*2017. 7. 20일
1022.문화대혁명-중국인민의 역사(1962-1976)
*프랑크 드쾨터 저/고기탁 역 /열린책들 간(2017)
*모택동이 말한 것처럼 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누가 동지이고 누가 적인가에 있다면 그 혁명의 목적이 정적의 제거에 있는 것이기에 어떤 경우에도 혁명이 국민들을 위한 것일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임. 이런 내 생각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확신하게 한 것은 이 책에 실린 중국의 문화대혁명이었음. 중국의 문화대혁명은 모택동이 정적을 제거하고 권력을 유지할 목적에서 일으킨 것이지 중국인민의 삶의 질 향상에 있지 않았음은 이 책의 다음 구절에서도 분명하게 확인됨. “계급의 적을 잡아먹는 의식에도 위계질서가 존재했다. 지도자들은 돼지고긱와 그 지역 향신료들을 곁들여 심장과 간을 즐겨먹는 반면에 일반주민들에게는 희생자의 팔과 허벅지살이 조금씩 허락될 뿐이었다. 한 중학교에서 여러 교사의 몸이 해체되었을 때는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살을 덩어리째 가방에 넣어 가져갔는데 가방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런 중국이 아직도 우리나라가 옛날 조공을 바치던 변방국으로 착각해 우리나라 내부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가지고 우리나라 정치인이 겁을 먹어 허리를 굽힌다면, 이보다 더한 시대착오적 행위가 어디 있을까 싶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게 됨. 1945-1976년 동안 모택동이 이끌어간 중국은 최고의 암흑기여서 모택동에 의해 조종된 민중들이 수 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는데도 아직도 중국에서 진시황과 모택동이 인민들로부터 가장 널리 존경을 받는 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음. 작금의 국내상황을 보노라면 중우정치의 표본이라 할 중국의 문화대혁명이 이 땅에서 이미 진행되어온 것이 아닌가 싶다는 섬뜩한 생각을 지우지 못하고 있음. 어떤 이유로던 혁명의 결과가 인권과 생명이 짓밟히는 것이라면 그런 혁명은 일어나서도 안되고 그런 혁명을 기도하는 음흉한 세력이 발붙일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정치인들의 최고의 책무라는 생각임.
*2017. 7. 14일
1021.물의 세계사
*스티븐 솔로몬 저/주경철, 안민석 역/민음사 간(2015)
*‘부와 권력을 향한 인류문명의 투쟁’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의 원제는 “Water : The epic struggle for wealth, power and civilization" 임. 원제에서 알 수 있듯이 단순한 투쟁이 아니고 긴 기간에 걸친 장대한 투쟁이어서 역자는 물이 아닌 “물의 세계사”로 타이틀을 바꿔놓았다는 생각임. 이 책의 주 내용은 물이 어떻게 인류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는가 하는 것으로 ‘문명탄생의 필수자원’, ‘물과 유럽의 번영’, ‘물과 현대 산업사회의 형성’, ‘결핍의 시대’라는 소제목으로 상세하게 부와 권력을 향한 인류문명의 투쟁을 다루었음. 이 책의 저자 스티븐 솔로몬이 《뉴욕타임스》, 《이코노미스트》와 《포브스》등에 기고하는 저명한 저널리스트라는 알게 되자 삼류논객들이 판을 치는 우리나라 언론계의 생태환경에서 이런 양서를 지을 수 있는 저널리스트가 과연 있을지 회의가 들었음. 이 책의 표4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인류문명이 발전해온 궤적을 물의 관점에서 추적해온 책으로 저자는 고대문명의 발흥과 몰락에서부터 로마제국의 수도시스템, 중국의 대운하를 거쳐 근대의 대양항해와 증기기관 개발에 이르기까지 인류사의 모든 전환점에 물이 있었음을 증언하고 있음. 이 책의 서론에서 ‘물이 우리 문명을 결정짓는 중심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만 우리 모두를 집어삼킬 이 위기에서 더 잘 대응할 수 있다’고 한 저자는 ‘결국 세계 공동체의 각 구성원이 전 지구적 물 위기에 대응하여 궁극적으로 어떻게 행동하느냐는 단지 경제적, 정치적역사만의 문제만이 아니라 위리 자신의 인간성, 그리고 인류문명의 궁극적 운명에 대한 판단의 문제이기도 하다라고 결론지었음.
*2017. 7. 12일
1020.해방의 비극-중국혁명의 역사(1945-1957)
*프랑크 디쾨터 저/고기탁 역/열린책들 간(2016)
*이 책보다 더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공산주의를 비판한 책을 나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음. 이 책의 저자 프랑크 드퀴터는 비교적 최근에서야 일반에 공개된 중국공산당기록보관소의 자료들을 바탕으로 해 모택동의 공산주의가 중국인믄들의 삶에 끼친 영향을 현장감 있게 그려냈을 뿐 목소리 높여 성토하지 않았는데도 감동을 하는 것은 진실의 힘이라는 생각임. 1961년생으로 스위스 제네바대학에서 역사와 러시아를 복수전공했고, 중국에서 2년간 체류한 후 런던으로 이주해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2006년부터 홍콩대학교 인문학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 드퀴터는 이 책을 통해 혁명에 환상을 갖고 있는 독자들에 혁명이란 이런 것이니 잘 보아두라고 일러주고 있음. 해방의 비극은 중국인민이 자초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신이 아니고 인간이라면 어느 누구도 반대여론을 허용하지 않을 만큼 위대할 수 없는데도, 수많은 인민과 측근 추종자들이 그럴 수 있다고 과신한데다 불의가 분명한데도 항거하지 못했기 때문임. 중국인민들의 무지와 몽매가 전통문화파괴 및 민간인 5백만명을 죽음으로 내미는 모택동의 광기를 막아내지 못했다는 생각임.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고 있는 좌파의 섬뜩한 광기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중국의 비극이 이 땅에서 재연될 수 있겠다 싶어 그들과의 일전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깊이 깨달았음.
*2017. 7. 7일
1019.국역유산기-충청도, 전라도
*국립수목원 편저/한국기술정보 간(2016)
*국립수목원에서 산림역사자료연구총서의 일환으로 내놓은 이 책은 다섯 번째 작품으로 충청도와 전라도의 산에 대한 유산기 20편을 번역 해제한 번역서임. 그간 강원도, 경상남도, 경상북도, 서울과 경기도 산들의 유산기를 번역하고 유산기 목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온 국립수목원에서 충청/전라의 산들 유산기도 마저 번역해 고맙기 그지없음. 이현익의 ‘유속리산기’, 이동항의 ‘유속리산기’, 송병선의 ‘서석산기’는 다른 번역서를 통해 읽어본 적이 있지만, 그 밖의 대다수의 작품들은 접해보지 못한 것들이어서 더욱 소중한 것임. 이 책에서 주목할 만한 인물은 송병선(송병선, 1836-1905)으로, 조선시대 사대부중 유산기를 많이 지은 사대부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만큼 많은 유산기를 남겼는데, 이 책에 실린 것만도 ‘덕유산기’, ‘변산기’, ‘서석산기’, ‘유월출천관산기’ 등 4편으로 가장 많이 실렸음. 송시열의 9세손인 송병선은 경연관, 서연관, 동방일사 등으로 선임되었으나 모두 거절하고 무주 구천동에 서벽정을 짓고 도학을 강론하는 데 몰두했으며, 1905년 을사보호조약이 강제 체결되자 자결한 고매한 선비로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된 분이기도 함. 이희석의 ‘유관산기’에 천관산의 산 높이가 무등산의 1/3 정도라고 나오는데 이는 천관산의 높이를 너무 낮게 본 것으로 사실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함.
*2017. 7. 6일
1018.누비처네
*목성균 저/연암서가 간(2010)
*소위 명사들의 에세이집은 여러 권 읽었지만 스스로를 수필가로 자칭한 수필가가 쓴 수필집을 읽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싶을 정도로 새까맣게 수필집 사서 읽기를 오래 잊고 지낸 내가 목성균의 누비처네를 사서 읽은 것은 대학동창이 수필계의 기형도로 통칭되는 목성균이라는 분의 이 수필집을 한 번 읽어보라고 권유해서임. 젊어 요절한 천재시인 기형도와는 달리 1938년에 태어나 2004년에 세상을 뜨기까지 65년을 살았으니 요절작가라 부르기에는 좀 뭣하지만, 1995년「속리산기」로 『월간수필』을 통해 등단 후 작품활동을 한 것이 채 1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내게 잔잔한 감동을 선물하는 이런 훌륭한 수필들을 남겼다는 것만으로도 수필계의 기형도롤 불릴 만하다 싶음.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 덕분에 오래 잊고 지낸 언어들을 다시 만나는 기쁨을 누렸고 우리네 삶이 밉살스러운 것만은 아니고 얼마든지 껴안고 지낼 만함 것임을 깨달았다는 것이 수화임. 문체로서 독특한 것은 소설처럼 대화체로 끌어가는 것이 종종 눈에 띄었다는 것임.
*2017. 7. 5일
1017.수원사람들의 금강산유람기 금강록
*지상은 또는 지명귀 저/박종훈 역/수원박물관 간(2016)
*금강산의 유산기는 다른 어떤 산보다도 많아 유산기가 하나 새롭게 발굴되었다는 것만으로는 뉴스 배류(news value)가 크다 할 수 없으나, 『수원사람들의 금강산 유람기 금강록』은 그렇지 않음. 그 이유는 이 금강산유산기가 현존하는 어느 유산기보다도 여정을 자세히 묘사했다는 것임. 금강산을 신선세계로 인식한 것을 바탕으로 작성된 금강산유산기들은 조선초기에는 도학적 측면에서 선경을 추구하면서 도리를 체득하려는 의지가 선명하게 부각되었다면, 조선후기에는 진경과 진사문제를 거론하면서 금강산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흥취를 탐색해 문학적으로 형상화시켰다는 것이 전기의 유산기들과 다르다 하겠음. 본 금강록의 저자는 누구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경기도 화성에 살았던 호가 애거산인(愛居山人)인 지상은(池尙殷) 또는 지명귀(池明龜)이고, 저술시기는 1832년으로 보이며, 총139면의 약28,200자로 밝혀졌음. 본 금강록의 글자 수가 약28, 200자라는 것은 이서의 동유록이 약16, 400자이고 심육의 풍악록이 약17,900자라는 것을 감안 시 대단한 양으로, 어떤 금강상유산기보다 상세히 묘사할 수 있었다는 생각임. 또 경유지를 모두 적고 거리를 표시해 한 표로 만든 것도 다른 유산기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것이었음.
*2017. 7. 4일
1016.수학비타민플러스
*박경미 저/김영사 간(2012)
*수학이 이리도 상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 이 책의 저자에 감사함. 입체를 다루는 수학 쪽은 특히 취약해 전공인 화학을 깊이 공부하는데 애로를 많이 겪었던 바라수학 관련도서를 애써 외면했었음. 수년 전 교육과학기술부인증 우수도서라 해서 사놓고 몇 년을 썩혀두다 이번에 마음 다부지게 먹고 읽은 것이 참 잘했다 싶은 것은 수학도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임. 수의 단위로 큰 수로는 일(一)에서 무량대수(無量大數)가 있는데 헤아릴 수 없이 큰 수인 무량대수는 10의 68승이고, 작은 수로는 천재일우(千載一遇)가 있는데 이 수는 10의 -47승이고 허공은 10의 -20승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알았음. ‘생활속의 수’, ‘생활속의 대수’, ‘생활속의 기하학’, ‘생활속의 통계와 확률’, ‘예술 속의 수학’, ‘자연 속의 수학’, ‘동양역사속의 수학’, ‘서양역사속의 수학’과 ‘수학으로 세상보기’ 등 총9장으로 편성된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생활 속의 수학을 흥미롭게 펼쳐나갔기 때문으로 사료됨. 아킬레스는 앞서 출발한 느림보 거북을 영원히 추월할 수 없다는 제논의 패라독스를 깰 수 있는 방법이 '10+1+1/10 +1/100 +'의 무한급수를 구하면 100/9초 후에 추월할 수 있음도 배웠음. 과학의 토대인 수학의 중요성 인식에 흥미요소가 더해진다면 수하과의 거리는 보다 가까워질 수 있을 것임.
*2017. 7. 3일
1015.인생이란 무엇인가?
*레프 똘스또이 저/채수동, 고산 역/동서문화사 간((2004)
*헌책방에서 이 책을 산 것은 똘스또이와 이 책의 명성 때문이었지만 막상 읽으려고 책을 펴다보면 장장1,220쪽의 분량에 질려 책읽기를 미루어오다가, 방학을 맞아 시작했는데 단 이틀 만에 일독을 마쳤음. 러시아가 낳은 세계적인 대문호 레프 똘스토이(1828-1910)는 『안나 카레리나』, 『전쟁과 평화』,『부활』, 『인생이란 무엇인가?』 등을 지었는데, 앞의 세 책은 2008년 바위에서 떨어지는 낙상을 당해 입원했다 퇴원해 한 동안 누워있어야 했을 때 모두 한 번 읽어본 일이 있으나, 저자의 인생을 총 정리하는 『인생이란 무엇인가?』는 이번이 처음임. 반동적인 황제 니꼴라이 1세의 치하였던 1828년에 태어나 1905년에 시작되어 1917년 볼세피기의 집권으로 완성된 러시아혁명이한창 진행 중인 1910년에 폐렴이 심해져 유명을 달리한 레프 똘스또이는 또스또예프스키나 뛰르게네프보다 조금 늦게 태어나 활동한 것은 이 책에서 확인했음.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아는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하고자 이 책을 내놓았기에 이 책속의 내용들은 거의 모두가 새길 만한 것들로 읽고 또 읽어도 좋을 만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음. “인생은 운동이다. 따라서 인생의 행복에는 어떤 일정한 상태가 아니라 좋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그 방향은 자신에 대한 봉사가 아니라 신에 대한 봉사이다.”라는 문구는 인생을 동적개념으로 파악해 방향성을 중요시한 것 같아 마음에 끌렸음. “내세는 믿을 수는 없지만, 현재의 삶이 불멸이라는 것은 믿어도 좋을 뿐만 아니라, 똑똑히 확인할 수도 없다.”와 “미망은 일정기간 동안만 지속될 뿐이지만, 진리는 아무리 공격받고, 사람들로부터 은폐되고, 모략과 궤변과 회피와 그 밖의 모든 허위에 둘러싸여 있어도 영원히 진리이다.”, 그리고 “진정한 예지는 인생에 적용될 수 있는 영원한 진리를 아는 것이다.” 등의 명언은 계속 새겨나가고자 함.
^2017. 7. 2일
1013-1014.일제강잠기한국민족사(상, 중)
*신용하 저/서울대학교출판부 간(2001, 2003)
*일제강점기의 문학사는 대학원에 진학해 배운바 있지만, 정작 그 기간 중 한국민족사는 체계적으로 배운 바가 없어 아쉬움을 느끼다 이 두 권의 책을 읽어 일제강점기의 한국민족의 삶이 어떠했는가를 상세하게 알 수 있었음.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힌 바와 같이 오천년 유구한 역사과정에서 찬란한 독자적 문화를 창조하며 발전하는 동안에 한국민족도 허다한 영고성쇠를 겪었으며, 특히 일본제국주의 침략으로 1910년부터 35년간 식민통치를 받은 것은 한국민족에게 매우 큰 아픔과 고통이었으며, 그래서 큰 상처로 남아 아직도 완전히 치유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임. 한일합병부터 3. 1운동까지 다룬 상권에서는 일제의 식민지 무단정치, 1910년대 일제의 식민지 정책과 한국사회, 1910년대의 국내독립운동과 민족운동, 1910년대 국외독립운동과 민족운동, 3. 1독립운동의 봉기,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립과 초기 활동, 봉오동전투와 청산리독립전쟁과 국내독립운동과 민족운동의 비약적 발전 등이 실렸으며, 1920년대를 다룬 중권은 ‘일제의 1920년대 식민지정책과 한국사회’에서 시작해 ‘독립군의 통합운동과 항일무장투쟁의 발전’에 이르기까지 총22장으로 구성되었으며, ‘6. 10만세윤동과 민족협동전선운동’ 및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자세히 다루었음. 아직 (하)권은 구하지를 못해 1930년대와 1940년대의 일제강점기의 민족사를 읽어버지 못해 저자가 나름 준비한 역사의 교훈이 무엇인가가 가늠되지 못하는 상태임. 20년의 역사를 장장1,100페이지에 담아 우선 내용이 풍부하다는 것이 이 책의 강점일 수 있겠다 싶기도 함.
*2017. 7. 1일
1012.고지도의 우주관과 제도원리의 비교연구
*정기준 저/경인문호사 간(2013)
*작년 여름 양수리의 실학박물관에서 구입한 이 책을 이제껏 읽지 못 한 것은 삼각함수 등 고등수학이 들어가 이해가 쉽지 않아서였음. 큰 맘 먹고 천구를 그려보고 수학공식을 써보며 읽어갔지만 끝내 극복하지 못해 눈으로 건성 읽어나가는 것으로 간신히 일독을 마쳤음.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며 고등수학에 힘입어 물리화학문제를 거뜬히 풀었던 내가 삼각함수가 응용되었다 해서 이렇게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 내 한계인가 싶어 언제라도 차분히 다시 읽기에 도전해볼 생각임. 이 책의 저자는 지리학자나 과학자가 아닌 계량경제학을 전공한 분임에도 이런 책을 지을 수 있다는 데 대해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음. 표준모형을 먼저 제시한 제자는 이태리의 마테오릿지의 중국이름인 리마두의 지도 <곤여만국지도>/<양의현람도>를 비롯해 연대순으로 남회인 지도편 <곤여전도>, 장정부지도편 <만국경위지구도>/<지구전후도>, 강희/건릉지도편 <황여전람도>/건륭13배도>, 옹정지도편 <옹정10배도> 등의 중국지도와 우리나라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동여도> 등을 표준모형과 대비해 상세히 설명하였음. 이 책을 통해 김정호에 관해 새롭게 안 것은 첫째 김정호도 동아시아의 천원지방설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했고, 둘째 裵秀六體의 제도원칙인 기본 3원칙인 分率, 準望, 道里과 보조3원칙인 高下, 方邪, 迂直을 따랐으며, 셋째 리마두의 스승인 클라비우스의 해설본인 『幾何原本』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 등임. 1909년 정의된 1리(里)가 약3,927m라는 것은 일본식 정의였으며, 그에 앞서 1905년 을사보호조약 직전 제정된 1리는 420m였음. 지금 흔히 쓰고 있는 10리는 조선과 중국이 달랐으니 조선에서는 평식원의 4.2Km, 김정호의 4.0Km, <팔도여도>의 4.0Km 등 4.0Km가 주였으며, 중국에서는 리마두의 4.4Km, 강희의 5.5Km, 중국남방의 3.7Km, 중화민국의 5.0Km 등 다양한 것도 이 책을 통해서 확인했음.
*2017. 6. 27일
1011.마오의 대기근-중국참극의 역사(1958-1962)
*프랑크 디쾨터 저/최파일 역/열린책들 간(2017)
*1958-1962년 기간에 중국의 모택동이 농공병진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최소 2천여만명의 인민을 아사시켰다는 이야기는 책과 귀로 보고 들었지만 무려 4천5백만명이 강제노역, 기근, 폭력에 시달리다가 목숨을 잃었다는 것은 이 책을 읽고서 처음 알았음. 인육 먹기가 시체를 먹는 것과 산 사람을 죽여 먹는 두 가지로 분류되는 것이 널리 받아들일 만큼 일반화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모택동은 인류의 존엄성을 크게 해친 것이어서 부관참시되어도 마땅하다는 생각임. 공산주의가 허구라는 것이 이런 엄청난 희생을 겪고야 밝혀진 것인데 어찌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산주의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좌파 내지 종북주의자들이 늘어나 이 나라의 운동장을 왼쪽으로 기울게 만드는데 까지 이르렀는지 답답하고 두렵기도 함. 지지리도 가난했던 어린 시절이 그저 아름다운 추억으로 새겨질 수 있는 것은 이승만/박정희의 두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잘 이끌어온 덕분임이 자명함에도 그 후 성장의 동력을 고갈시킨 다른 대통령들보다 낮게 평가되는 것이 인육먹기라는 극한의 상황을 경험하지 않아서라면 이 나라 집단지성의 수준이 지극히 염려되는 바임. 공산주의와 공산주의지도자들의 반인간성을 잘 드러낸 책임.
*2017. 6. 26일
1010.등산, 도전의 역사
*이용대 저/해냄 간(2017)
*저자는 이론과 실전에 모두 능한 분으로 후학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보기 드문 산악인임. ‘자기만의 산을 가꾸라’는 철학으로 반평생동안 한국 등산계를 지켜온 저자는 여러 해 코롱등산학교 교장으로 일했었고 내가 몸담고 있는 한국산서회의 창립멤버이자 고문인 저자의 저서 중 “알피니즘, 도전의 역사”는 익히 읽어온 바임.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 책은 두 세기가 넘는 시간에 걸쳐 인류가 험난한 산에 도전해온 등산의 역사를 살펴보기 위해 쓴 것으로 수많은 산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해 난관을 극복하고 이기는 인간승리의 이야기들로 일관하고 있어 이 책을 읽는 동안 감탄과 다짐을 수 없이 하게 되었음. ‘알피니즘, 근대등반의 시작’, ‘등산무대의 광역화와 히말라야 도전’, ‘8,000미터 거봉 도전의 시대’, ‘새로운 한계에 도전하는 알피니즘’과 ‘알피니즘’을 빛낸 선구자들‘의 5부와 세계등산사연대표 및 8,000미터급 14좌 등정자 현황 등의 부록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쟁쟁한 알피니스트를 만나는 기쁨도 적지 않았으며, 고교동문인 조성대와 유학재의 활약을 접할 수 있었던 것도 기쁨이었음. 엘리트산악인의 도전의 역사를 다룬 책이어서 등산의 대중화에 따뜻한 시선을 준 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음.
*2017. 6. 21일
1009.대한13도의군 의암 유인석도총재를 기리고 배운다
*엄찬영.박민영 논저/의암류인석기념사업회.의암류인석순국100주년기념사업회 간(2015)
*의암 류인석의 순국100주년기념화보집으로 꾸며진 이 책은 유적지 현장을 일일이 탐방해가며 찍은 사진들로 편집된 것이어서 수준급임. 의암 류인석 대한13도의군도총재를 이해하기 쉽도록 연보와 총8부의 사진, 유묵, 논고, 연구논저목록과 도판목록으로 구성했음. ‘출생과 성장’, ‘화서학파입문과 척사운동’, ‘을미의병투쟁’, ‘중국에서의 항일투쟁기지구축’, ‘국내강학과 결속 활동’, ‘러시아 연해주로서의 항일투쟁, 중국으로의 망명과 순국’, 그리고 ‘류인석 선생을 기리고 배우다’ 등의 8부로 구성된 사진들이 이 책의 중요 컨텐츠로 매우 알차게 꾸며졌음. 엄찬호의 논고 「전기의병시기 류인석의 항일투쟁 」과 박민영의 논고「십삼도의군도총재류인석」은 화첩내용을 마무리하는 훌륭한 논고로 읽을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임. 엄찬호의 논고 「전기의병시기 류인석의 항일투쟁」에 실린 처변삼사(處變三事)는 류인석이 제시한 구체적인 대응론으로 첫째 의병을 일으켜 국내외의 적들을 없앤다는 擧義掃淸, 더럽혀진 땅을 떠나서 옛 법을 지킨다는 去之守舊, 죽음으로써 자기 뜻을 지킨다는 致命遂志이며, 류인석은 그중 擧義掃淸論을 따랐음. 류인석은 하얼빈의거를 실행한 안의사에 대해 만고의협의 우두머리라고 칭송하였다고 함.
*2017. 6. 19일
1008.의암유인석 백절불굴의 항일투쟁
*의암학회 저/의암학회 간(2009)
*毅菴 柳麟錫先生(1842-1915)은 강원도춘천시남면가정리의 우계 마을에서 태어나 중국만주의 방취구에서 74세의 일기로 서거하기까지 평생을 학문과 의병활동으로 보낸 유학자로 1962년 대한민국건국훈장을 추서 받은 애국자임. 화서 이항로에 이어 중암 김평묵과 성재 유중교로부터 사사받은 유인석은 존화양이와 위정척사사상을 공고히 하여 학자로서의 자질을 키워감. 1895년 민비가 시해되는 을미사변의 참화를 당하고 단발령이 공포되는 등 대변란이 일어나자 의암선생은 제자들을 불러 놓고 행동지침으로 “擧義掃淸, 去之守舊, 致命遂志”의 3가지를 제시하고 제자들의 간청으로 54세에 의병장이 됨. 국내에서 활동하다 중국으로 망명해 활동하다 귀국했다가 다시 망명했다가 또 다시 귀국해 후진을 양성한 유인석은 다시 러시아를 거쳐 중국으로 망명해 의병활동을 한 독보적인 인물임. 다만 이분의 위정척사사상은 오로지 나라를 지키겠다는 일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찬양할 수 있지만, 중국에 망명가서도 공자의 연고지를 찾아 의병활동을 벌이려 할 만큼 소중화사상이 강렬했던데 대해서는 쉽게 동의할 수 없음. 애국충절의 정신이 개화사상과 합일되었더라면 조선의 문명이 발전되고 국력이 강화되어 일본에 맥없이 무너지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도산 안창호를 뛰어넘는 분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음.
*2017. 6. 18일
1007.1920년대 전반 만주러시아 지역 항일무장투쟁
*반병률 저/한국독립운동사편찬위원회 편집/독립기념관한국독립운동사 연구소 간(2009)
*1945년에 맞이한 해방은 우리의 자력에 의한 것이 아니고 외세의 도움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대한민국의 건국이 늦었고 남북 분단을 받아들여야 했다는 것이 이제껏 내가 알아온 지식이었음. 내가 아는 것이 반쯤은 맞고 반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달은 것이 이 책을 읽은 보람이라 하겠음. 1910년 일본에 강점당한 한민족은 일제의 침략을 막아내기 위해, 그리고 식민지지배를 벗어나기 위해 각계각층에서 항일독립운동을 전개하였음. 대한민국임시정부를 비롯하여 무장투쟁, 의열투쟁, 외교활동등 선열들의 가열찬 독립운동이 있었기에 1945년 해방을 맞아 떳떳할 수 있다고 한 이 책의 발간취지에 상당 부분 동의하는 것은 이 책을 통해 1920년대 전반 만주 및 러시아 지역에서 벌인 항일무장투쟁을 알았기 때문임. 이 책의 세부 내역은 ‘3. 1운동과 항일무장투쟁 노선의 확립’, ‘러시아지역 항일빨치산부대의 형성과 발전’, ‘만주지역 항일독립군단체의 형성과 발전’, ‘일본군의 독립군 공격과 만주독립군의 대이동’과‘자유시참변이후 만주와 연해주에서 항일무장투쟁’ 등의 5장으로 편성되었음. 그동안 만주지역에서의 항일무장투쟁은 이책 저책에서 읽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러시아 령의 연해주에서의 무장투쟁은 거의 아는 바가 없었기에 한국독립운동사를 시리즈로 내놓은 ‘한국독립운동사편찬위원회’에 감사하고자 함.
*2017. 6. 5일
1006. 1910년대 국외항일운동 I-만주/러시아
*윤병석 저/한국독립운동사편찬위원회 편집/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연구소 간(2009)
*개화와 외압에서 시작된 한국근대사는 전통적 지배층이 보수 반동적 관념을 쉽게 버리지 못한데 비해, 피지배층은 새로운 진로를 찾으려 했으니 그 하나가 동학혁명이고 다른 또 하나가 서/북간도 및 연해주의 이주라는 것이 저자의 기본적 시각임. 우리 민족의 고토였던 간도로 이주한 영세농민들은 황무지를 개척하여 신천지로 만들고 조국독립운동의 토대를 만들었기에 간도와 연해주가 1910년대의 국외항일운동의 거점이ㅐ 될 수 있었다는 생각임. ‘만주지역의 민족운동’, ‘러시아지역 민족운동’, ‘만주/러시아 지역 의열투쟁’과 ‘만주/러시아지역 항일언론과 저술’ 등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을 보고 자부심이 느껴진 것은 한일합방 이후에도 우리 선조들은 끊이지 않고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하여 일본제국에 항거했다는 것임. 이는 저항다운 저항조차 제대로 한번 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으면서 재산보존에 급급했던 조선왕실의 무기력함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이어서 더욱 감명 깊었음. 또 하나 연해주가 우리 선조들의 독립운동 무대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된 것도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확실한 수확이라 하겠음.
*2017. 6. 4일
1005.지리산권 유학의 학맥과 사상
*지리산권문화연구단 편/도서출판 선인 간(2015)
*1970년 5월 처음 오른 후 그간 20회를 다녀온 지리산은 남한에서 한라산 다음으로 높은 산답게 산세가 웅장하고 수려해 조선의 사대부들이 금강산과 버금가게 유산기를 많이 남긴 산임. 지리산이 낳은 조선의 인물로 남명 조식 선생을 으뜸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선생께서 지리산을 자주 올라서만은 아니고, 그 보다는 지리산 인근에서 오로지 유학에 정진하고 제자들을 양성해 퇴계 이황선생과 영남유학의 쌍벽을 이루었기 때문임. 이 책은 지리산을 공유하고 있는 경상도의 경상도와 전라도의 순천대가 손잡고 설립한 지리산권문화연구단에서 엮어낸 것임. 전병철, 김봉곤, 김기주 등 3명의 교수들이 저자인 이 책은 지리산권 유학의 학파와 활동야상에 관한 논문 6편과 지리산권 유학자의 성리학과 수양론 5편 등 총11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음.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은 16세기에 남명 조식 선생이 주도한 남명학이 인조반정과 무신사태를 겪으면서 18세기에 이르러서는 겨우 명맥을 유지하다가 19세기 들어 제자리를 찾았다는 것과 지리산을 중심으로 전라도의 유림과 경상도의 유학자들이 학문적 교류를 이어왔다는 것이며, 이는 이들 모두 남명학의 가치를 공유해 가능했다는 생각임.
*2017. 6. 3일
1004.월명과 충담의 향가
*신영명 저/넷북스 간(2012)
*신라의 향가 14수가 고려의 국사 일연스님이 지은 삼국유사에 실려 전해진다는 것은 향가가 기본적으로 불교의 영향 하에 태어난 시가임을 말해준다 하겠음. 저자가 의도했든 안했든 간에 이 책에 제망매가와 도솔가, 그리고 찬기파랑가와 안민가를 골라 실은 것도 기실 이 향가들이 월명사와 충담사라는 고승의 작품임을 밝혀 향가와 불교의 친연성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라는 생가임. 저자가 이 책에서 색다르게 접근한 것은 향가의 특정어구에 대한 새로운 해석 시도와 해당향가와 관련된 설화에 등장하는 월명사와 충담사가 등장한 시대적 배경을 밝혀 경덕왕과의 관계를 정치적 관점에서 고찰한 것이라 하겠음. 저자는 두 스님의 조력을 받아 전제왕권 강화에 힘쓴 경덕왕을 신라중대의 일몰을 장식한 왕으로 보았음. 이 책에 따르면 신라 중대는 태종무열왕이 등극한 654년부터 혜공왕이 피살되어 무너진 780년까지의 126년간을 이르는 것이며, 경덕왕은 혜공왕 전대의 왕으로 일통삼한의 완성과 그 유지를 위해 전제왕권강화가 바로 통치이념이 되었던 시기였음. 신라 향가를 정치적 관점에서 해독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으나 서정성의 훼손이라는 비평을 받을 소지도 다분하다는 생각임.
*2017. 6. 2일
1003.사화로 보는 조선역사
*이덕일 저/석필 간(2001)
*저자가 언급한 대로 사화와 당쟁은 조선 역사를 파악하는 중요한 두 축으로, 그 차이는 사화가 훈구파의 사림파 제거시도의 결과였다면 당쟁은 사림 파 안에서 정견을 달리하는 정파들의 정쟁을 이른다는 것이라 하겠음. 이 책은 연산군에서 명종 대에 이르기까지 일어난 4대사화를 설명하기 위해 여말로 돌아가 이성계의 역성혁명과 그 후 수차례에 걸친 정난을 성공으로 이끈데 공을 세운 소위 훈구파들의 내력을 설명하는데 상당한 페이지를 할애했음. 농업이 국가산업의 거의 다였던 조선사회에서 개혁 논란의 정점은 공신들이 차지한 토지를 농민에 어찌 돌려줄 것인 가였는데 이에 성공한 개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임을 이 책을 읽고서 다시 한 번 확인했음. 해방후 남북 모두 토지개혁에 성공했지만 북한은 무상으로 분배했으나 경작권만 인정한 부분적 개혁임에 비해 대한민국은 유상으로 분배했지만 소유권도 넘긴 보다 완전한 토지개혁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되었음. 훈구파의 집요한 자리지킴을 보는 것도 역겨웠지만 사림파의 개혁시도가 진시로 백성들에 있었다면 사림파가 집권한 후 왜 백성들의 살림이 나아지지 못하고 전란과 기아에 시달려야 했는지 알 수 없어 사림파에 박수만 칠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임.
*2017. 5. 26일
1002.지천선생집(遲川先生集) III -증보역주
*최명길 역/최병직, 정양완, 심경호 역주/도서출판 선비(2008)
*이 책은 증보역주 지천선생집(遲川先生集)의 마지막 책으로 속집(續集) 권5에 실린 시와 유집(遺集) 권1의 주문과 자문, 권2의 차자, 소, 계사, 서와 서기, 권3의 시, 외집(外集) 유사(遺事)에 실린 유사, 지천공에 대한 제가의 제문과 제가평론, 발문, 그리고 부록을 차례대로 번역해 엮은 것임. 척화파의 거두로 대척점에 섰던 청나라에 붙잡혀가 감옥살이를 하는 석실 김상헌께 올리는 시 ‘北扉奉呈石室’과 자신이 심양의 남관에서 감옥살이 할 때의 감회를 그린 ‘瀋陽獄中書懷’를 읽으며 충절의 참 의미를 곱씹었음. 부록에 실린 선생의 연대기는 어떤 자료보다 상세해 병자호란에 대한 공부를 할 때 많이 참고 될 것임. 지천선생의 양명학 탐구에 대한 정인보 선생의 소략한 글도 특별했으며 이 책에 나오는 관련인물 약전도 참고가 될 것임. 오리 이원익, 백사 이항복, 상촌 신흠, 계곡 장유, 택당 이식, 월사 이정귀 등과의 교류도 읽을 수 있었고, 인조와의 군신관계가 어떠했는가도 이해할 수 있었음. 지천 최명길(1586-1647) 선생의 충성스럽고 올곧음이 후세 사대부들의 귀감이 제대로 되었다면 구한말 일본에 그리 패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음.
*2017. 5. 21일
1001.조선선비의 산수기행
*유몽인 외 19명 저/전송열, 허경진 역/돌베개 간(2016)
*이 책은 16세기에서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조선 선비들이 산수를 유람한 것을 기록한 산수유기를 번역한 로 우리나라 명산들을 비교적 고르게 다루었다는 생각임. 김효원의 두타산, 조호익의 묘향산, 심광세의 변산, 임훈의 덕유산, 김창흡의 오대산, 이인상의 태백산 산행기는 금강산, 지리산, 븍한산이나 가야산처럼 잘 번역되지 않은 것이어서 내게는 크게 쓸모가 있을 것임. 유몽인의 ‘유두류산록’은 저자가 53세 때인 광해3년(1611년)에 3월27일부터 4월8일까지 11일간의 유람을 날짜별로 적은 일기로 꾸며졌는데 주목할 만한 내용은 지 이 산 정상에 자리한 성모사(聖母祀)에 관한 이야기임. “사방의 무당들은 이 성모에 의지하여 먹고 산다.” 와 “봉우리허리 둘레에는 판잣집들이 마치 벌집처럼 줄지어 있는데, 이는 기도하러 오는 자들을 맞이하여 묵게- 하려는 것이다”라는 기록으로 미루어보아 지리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꽤 많았음을 알 수 있는데 사대부들이 지은 현전하는 유산기만 가지고 조선의 지리산 등산을 논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영조 때 갑수로 유배간 서명응이 백두산을 올랐을 때 재목과 목수를 구하여 상한(象限儀)를 만들고 별을 관측해 위도를 구하는 기록은 놀랄 만한 것임.
*2017. 5. 20일
1000.국역 무등산유산기
*김대현 외 3인 역/광주시립민속박물관 간(2010)
*고경명의 <유서석록> 포함 20편의 유산기가 실린 이 책은 한문으로 된 유산기 18편과 국한문혼용 또는 한글로 된 2편의 등산기로 구성되었음. 한문으로된 18편의 유산기는 15세기말-16세기초에 작성된 정지유의 <유서석산기>를 비롯해 1957년 쓰여진 김호영의 <서석산기>에 이르기까지 5세기 동안 작성된 것임. 이 책을 읽고 내가 크게 실수 한 것을 발견했는데 <서석록>의 저자 홍삼우당(1848-?)을 여류문인으로 잘 못 알았다는 것임. 구례/곡성의 문인인 홍삼우당은 38년 글공부를 해오다 무등산에 오른 향반으로 무론 여성이 아니고 남성인물임. 신사임당이나 허난설헌처럼 집을 이름으로 지어 여성이라 한 내 짧은 식견이 부끄러웠음. 주목할 만한 고경명의 (1533-1592) 유산기 <유서석록>인데 5일간의 산행기록을 일기형식으로 남긴 이 유산기는 제목의 <錄>에서 알 있듯이 장문의 기록이고, 문체도 수려해 나도규의 유산기에도 인용되고 있음을 보았음. 나도규<1826-1885)는 <서설록>과 서석속록> 등 유일하게 2편의 무등산 유산기를 남겼음. 이 책은 지방국립대학의 향토연구가 결실한 것이라서 더욱 가치있다는 생각임.
*2017. 5. 19일
999.지천선생집(遲川先生集) II -증보역주
*최명길 역/최병직, 정양완, 심경호 역주/도서출판 선비(2008)
*이 책의 저자 지천 최명길(1586-1647)은 1623년 인조반정에 가담, 그 공으로 완성부원군에 봉해짐. 1627년 정묘호란 때 강화를 주장하다 많은 지탄을 받았으나 1636년 병자호란 때도 김상헌을 위시한 척화파들 일색인 조정에서 청과 그들과 대립하며 강화를 주장해 관철시킴.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를 추스르고 백성들을 보살펴 영의정에 오르기도 했던 지천 최명길이 임금께 올린 상소문, 스승과 친구들에 보낸 서간문등을 엮어 펴낸 이 책은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잘 알려주어 역사서로 간주되기 쉬운데 엄연한 문학도서인 것은 중국 진나라의 육기는 시, 부, 명, 잠. 송, 주 , 설 등 10가지를 문장의 종류로 분류한데서도 알 수 있음. 지천선생집 원집 권7-권18과 속집1-4권을 번역한 이 책에는 상소문인 소차(疏箚), 계사(啓辭), 서찰, 서독, 서신 등이 실려 있어 당시의 정치상황을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음. 또 이 책에 등장하는 김상헌, 이식, 장유, 이항복, 이귀 등을 만나본 것도 이 책을 읽은 수확이었음.
*2017. 5. 12일
998.금강산유람록 3
*경상대학교 경남문화연구원에서 총170여편의 금강산 유람록 중 90편을 골라 번역하는 <금강산유람록 번역 및 주해> 작업의 1차 결실로 내놓은 <금강산 유람록>은 모두 3권이며, 이 책은 그 중 세 번째 번역서임. 이 책에 실린 금강산 유람록은 모두 10편이나 그 중 홍여하의 4편 중 ‘유풍악기’를 제외한 ‘풍악만록’, ‘유삼일포기’, ‘총석정기’는 아주 소략해 읽을 거리가 별로 없음. 나머지는 이경석의 ‘풍악록’, 안응창의 ‘유금강기’, 유창의 ‘관동추순록’, 이하진의 ‘금강도로기’, 김득신의 ‘금강산록’과 윤휴의 ‘풍악록’ 등이 실려 있음. 이 책에 실린 유람록은 모두 1651-1672년 중인 17세기 후반에 쓰여진 작품으로 기행시가 많이 수록되었다는 것이 그 전의 유람록과 확실히 다른 점이라 하겠음. 특히 이경석의 ‘풍악록’ 말미에 덧붙인 275구의 오언시는 시로 쓴 기행록으로 사실묘사와 감흥을 적절히 안배해 색다른 맛을 느끼게 했음. 번역본이 106쪽이나 되는 장문의 ‘풍악록’을 남긴 윤휴는 “내금강과 외금강도 개간이 되어 아무리 높아도 올라가고 아무리 깊어도 다 들어가니 초목이 자랄 곳이 없고 새와 짐승들이 의탁할 곳이 없다”고 했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미 17세기에도 우리의 산들이 황폐화되었음을 말하는 것이어서 주목하게 됐음. 여러 책을 만 번 이상 읽고 <사기>, <백이전>은 십수만번을 읽어 재호를 ‘억만재’라 한 김득신은 다른 여행자들과 달리 만폭동의 풍광을 그리 높이 평가하지 않은 것도 색달랐음.
*2017. 5. 9일
997.최남선과 근대지식의 기획
*김용직 외 17명 공저/육당연구학회 편/현실문화 간(2015)
*육당연구총서 제2권으로 간행된 이 책은 연례학술회의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묶어 낸 연구 총서임. 5부로 구성된 이 책의 부별 주제는 ‘육당의 한국시가 담론과 전통’, ‘육당의 고전정리사업과 한국고전의 근대’, ‘비교사상사 텍스트로서의 육당’, ‘육당, 민족문화와 세계문화의 경계’ 그리고 부록으로 첨부된 ‘출판인과 손녀가 본 육당’ 등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육당이 설립한 조선광문회에서 ‘신자전’을 발간하였다는 것임. 최고의 자전으로 알려진 ‘강희자전’은 청나라 강희제의 칙명을 받아 1716년에 편찬된 것으로 수록된 글자가 고문 포함 47,035자에 달하며, 우리나라에서 편찬된 것으로는 정조 때 편찬된 ‘전운옥편’이 가장 권위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한문만으로 된 것이 한계였음. 주시경, 김두봉 등이 나서서 편찬한 ‘신자전’이 평가받는 것은 최초의 본격적인 한글주해옥편이기 때문임. 최남선이 고려의 장군 최영의 후손으로 중인인 아버지 최헌규가 농사책력출판과 한약재판매로 벌어놓은 엄청난 돈을 둘째아들 최남선에 주어 조선의 정신을 지켜나가는데 쓰도록 했다는 것과 우당 이회영이 만주로 망명가기 전 우마차 다섯 바리에 가득 실은 서책을 최남선에 남겨주고 갔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임. 최남선의 독립선언문과 이광수의 독립선언문을 비교한 논문 내용도 새로웠음.
*2017. 5. 8일
996.금강산유람록2
*경상대학교경남문화연구원 엮음/민속원 간(2016)
*경상대학교 경남문화연구원에서 총170여편의 금강산 유람록 중 90편을 골라 번역하는 <금강산유람록 번역 및 주해> 작업의 1차 결실로 내놓은 <금강산 유람록>은 모두 3권이며, 이 책은 그 중 두 번째 번역서임. 이 책에 실린 금강산 유람록은 민백의 ‘유상’, 정엽의 ‘금강록’, 최유해의 ‘영동산수기’, 신즙의 ‘유금강록’, 이명준의 ‘유산록’, 이현영의 ‘풍악록’, 신익성의 ‘금강내외산제기’와 ‘유금강소기’와 이명한의 ‘유풍악기’ 등 총 9편임. 9편 모두 17세기인 1604년-1640년 사이에 이루어진 금강산 산행을 바탕으로 쓰인 것으로, 15세기 말 남효온이 고려의 유학자 민지가 지은 <유점기> 내용이 허위날조라고 비판한 것이 17세기의 유람록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음을 읽었음. 17세기 들어 대체로 전 세기보다 유람기간이 길고 유산기의 내용도 비교적 자세한 편임. 최유해와 이명준의 금강산의 정상인 비로봉 등정기록도 실려 있음. 금강산 정상인 비로봉 등정은 최유해와 이명준 등 두 사람뿐인 것은 이명준이 <유산록>에서 “원적암에서 서쪽으로 고개 하나를 넘고, 남쪽으로 돌아 시내를 따라 5리쯤 가니, 돌길이 매우 험준하였다. 비로봉에 이르니 산이 무너져 도무더기가 쌓여 있다”고 적어 놓은 바와 같이 길이 험준해 대부분 포기했기 때문임. 신익성의 ‘유금강소기’에 나오는 천후산(天吼山)은 설악산이 틀림없어 보이는데 확인해볼 사항임.
*2017. 5. 7일
995.금강산 유람록1
*경상대학교경남문화연구원 엮음/민속원 간(2016)
*2014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벌이는 한국학토대연구지원사업의 하나로 선정된 경상대학교 경남문화연구원의 <금강산유람록 번역 및 주해>가 일부 결실되어 출간을 보게 된 것이 작년인 2016년임. 경남문화연구원에서 총170여편의 금강산 유람록 중 90편을 골라 3년간 32편을 번역해 <금강산유람록> 3권을 출간했으며, 그 첫 권이 <금강산유람록1>임. 윤호진, 이상필, 강정화, 이영숙, 강동욱과 문정우 등 6명의 필진이 번역해 내놓은 이 책에는 최초의 금강산 유산기인 이곡의 <동유기>를 비롯해 남효온의 <유금강산기>, 이원의 <유금강록>, 성재원의 <유금강산기>, 홍인우의 <관동록>, 유운룡의 <유금강산록>, 양대박의 <금강산기해록>, 최운우의 <금강산록>, 노경임의 <유금강산기>, 이정구의 <유금강산기> 등 10편의 금강산 유람록과 <유람록으로 보는 금강산 유람록-17세기까지를 중심으로>라는 해설의 글이 실려 있음. 이 책에 실린 유람록의 주인공 10명이 유람한 시이곡의 14세기에서 이정구의 17세기 초까지인데 14세기 1명, 15세기 2명, 16세기 6명, 17세기초인 1603년이 1명임. 특기할 만한 것은 남효온의 <유금강산기>로, 남효온은 고려시대 유학자 민지가 지은 <유점기>에 월지국에 이른 53구의 불상이 신라국 고성의 강에 이르러 금강산으로 들어갔는데 고선태수노춘도 따라갔다고 적힌 내용이 허위날조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그 후 유람객도 남효온의 글을 빌려 같은 논조를 취한 것임.
*2017. 5. 6일
994.지천선생집(遲川先生集)I -증보역주
*최명길 역/최병직, 정양완, 심경호 역주/도서출판 선비(2008)
*증보역주 지천선생집은 번역본 3권과 한문원본1권 등 총 4권으로 편찬되었음. 이 책의 편찬에 주도적 역할을 한 최병직 옹은 지천 최명길선생의 11대손으로 고교동창으로 한국산서회회장으로 일하고 있는 최중기 교수의 자당분으로 정양완, 심경호 선생과 함께 증보판을 내놓았음. 증보역주본인 이 책은 목판본 <<지천집>>19권 외에 문중에서 소장한 <<속집>>, <<유집>>, <<별본유집>>의 자료를 망라하고 묘도문자와 행장, 후인의 비평을 수습하여 <<외집>>으로 구성하는 한편, 연보와 관련인물 약전을 새로 작성하였으며 서발문을 추가해 새롭게 구성한 것임. 증보역주 4권 중 첫 권인 <<증보역주 지천선생집(遲川先生集) I>>은 원집(原集) 권1-권6에 이르는 시(詩)를 원문과 함께 번역문을 실은 것으로 선생과 격렬한 논쟁을 벌리고 정치적으로 입장을 달리했던 석옹 김상헌(石翁 金尙憲)선생의 차운시 <石翁見市龍灣別子詩 不覺感涕 追步其韻(석옹께서 용만에서의 <별자시>를 보여주셨는데 나도 모르게 감동하여 눈물을 흘렸다. 뒤미쳐 그 운을 따라 읊는다.)>가 보이는 것이 의외였음. 병자호란 때 인조를 설득해 청에게 항복하고 후일을 도모하고자 한 주화파의 대표자 최명길(崔鳴吉,1586-1647)은 조선을 보존하는 존국(存國)이 먼저이고 명나라와의 의리는 그 다음이라는 ‘存國後爲明’을 충실히 지킨 충신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생각임.
*2017. 5. 5일
993.조선연극사
*김재철 역/동문선 간(2003)
*<<조선연극사>> 저자 김재철이 경성제대 조선문학과 졸업논문으로 작성한 것을 1931년 동아일보에 투고해 연재된 것으로, 저자가 타계한 후 1933년 청진서적에서 조선어문학회 총서의 하나로 출간했고 1939년 학예사에서 ‘조선문고’로 펴내기도 한 우리나라 최초의 연극사 저술로 1974년 도서출판 민학사에서 복간한 있음. 이 책은 기존의 <<조선연극사>>에 <<노정기념첩>>등을 첨부하여 증보 복간한 책으로 조선의 연극사는 물론 저자 김재철이 어떤 인물인가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책임. ‘가면극’, ‘인형극’, ‘구극과
신극‘으로 편성된 이 책의 상당한 내용은 방송대국문과를 다닐 때 배운 내용이어서 생경하지는 않았음. 6년 전 읽은 정노식의 <<조선창극사>>는 이 책보다 7년 늦은 1940년에 출간된 것으로 이 책과 대비되는 점은 권삼득에서 김여란에 이르기까지 89명의 소리광대를 소개하고 있다는 것임. 이 책의 부록이 눈길을 끈 것은 1907년 충북괴산에서 태어나 경성제대를 졸업하고 1933년 병사한 이 책의 저자 김재철의 교우관계이었음. 1928년에 입학한 경성제대 법문학부 문학과의 교우들은 2년선배로 조윤제, 1년 선배로 이희승, 이효석, 동기생으로 김태준, 최재서, 이혜구 등이 있고 1년 후배로 조용만, 2년 후배로 이숭녕 등이 있음. 향가를 최초로 번역한 소창진평은 경성제대 은사였고, 경성제대 법문학부를 졸업한 유진오가 문상 온 것으로 보아 비슷한 시기에 학교를 다닌 것으로 추정됨. 이 책은 정노식의 조선창극사보다 자료적 측면에서 내용이 소략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는 저자가 요절하는 바람에 졸업논문으로 쓴 이 책의 내용을 초판 출간 후 보강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사료됨.
*2017. 5. 4일
992.조선후기 산수기행예술연구
*고연희 저/일지사 간(2007)
*정선과 농연그룹을 중심으로 조선후기의 산수기행예술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물인 이 책의 내용이 신선한 것은 산수유람을 그린 유기(遊記)와 기유도(記遊圖)와의 관계를 밝히려는 새로운 시도 때문임. 이는 저자 고연희가 석/박사학위를 국문학으로 취득했고, 다시 미술사학으로 석사과정을 마친 특이한 학문경력 덕분에 가능했을 것임. 농연그룹이란 곡운 김수증(金壽增 )의 조카인 농암 김창협(1651-1708)과 삼연 김창흡(1653-1722)을 지칭하는 농연과 이 둘의 문인들이나 자손들을 중심으로 친밀하게 교류한 문인들의 총칭임. 연구결과에 따르면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전반에 걸쳐 가장 열성적으로 산수기행문학을 창작하고 기유도 제작을 이끌었던 농연그룹의 사유세계와 작품세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음. 농연그룹의 산수기행예술은 그들 앞에 펼쳐진 국내외산수기행예술의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으로 문학은 박언/노수신 등의 해동강서시파의 산수기행시문과 정찰의 관동별곡을 수용해 새로운 표현법을 추구했음. 이들은 중국 명대말기 공안파의 원굉도(袁宏道)의 산수유기와 청대초기 전겸익(錢謙益)의 유시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임. 동시에 17세기 중후반 이래 유입된 명말청초의 산수판화집을 받아들여 기유도를 발전시킨 정선은 농연그룹의 지원을 받아 자신의 진경산수의 자신만의 새로운 화풍을 창조했음. 농연그룹의 멤버로 활약한 문인으로 유명악, 김시보, 이해조, 김창집, 이하조, 이하곤, 홍성중, 이의현, 어유봉, 홍태유, 조경명, 이병연, 이병성, 이 위, 어유룡, 어유붕, 박필주, 조문명, 김시민, 신청하, 정래교, 조하망, 신방, 조현명, 유척기, 조구명 등이 있고, 이들과 교유하며 기유도를 그린 대표적인 화가는 정선( )이며, 그 밖에 신형, 창주노화사, 박용태, 오씨 또는 박씨 등이 있음.
*2017. 4. 30일
991.향가의 깊이와 아름다움
*최철 외 14명 저/고가연구회 편/보고사간(2009)
*연세대 최 철교수의 연구업적을 기리기 위해 출간된 이 책의 저술에 참여한 최철사단(?)은 방송대 손종흠교수 등 14인임. ‘‘신라인의 삶과 향기’’, ‘‘향가애독의 길찾기’’, ‘‘노래와 이야기의 만남’’와 ‘‘향가의 전승과 교육의 실제’’라는 대 제목아래 최철 교수의 ‘향가란 무엇인가?’ 를 비롯해 고려대 서철원교수의 ‘향가와 신라문화사’등 향가에 관한 논문이 총15편 실려 있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 고유의 시가인 향가를 깊이 이해하고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키울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큼. 대학원수업에서 과제로 받은 발제 대상 논문이 최정선교수의 ‘고대 동아시아 가론과 향가’여서 정독을 하게 됐음. 이 논문을 발제하면서 배운 것은 “능감동천지귀신(能感動天地鬼神)”이 한, 중, 일 삼국의 시가문학 정신을 대표한다는 사실과 시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시가 사회를 반영하다는 반영론과 시를 통해 사회를 계도할 수 있다는 효용론이 있다는 것이었음. 중국의 『시경』에 실린 고시(古詩), 신라의 향가(鄕歌), 일본의 와카(和歌)를 비교한 논문 ‘고대 동아시아 가론과 향가’를 통해 중국의 “동천지감귀신(動天地感鬼神)”은 지배층의 실용주의적 가론이었고, 신라향가의 “감동천지귀신(感動天地鬼神)”은 불교라는 주술적 힘에 대한 믿음의 가론이었고, 일본 와카의 “감동천지귀신(感動天地鬼神)”은 세계의 단절을 조화롭게 만드는 힘에 대한 지향이라는 것도 배워 알게 되었음.
*2017. 4. 29일
988-990.춘추좌씨전(상, 중, 하)
*문선규 역저/명문당 간((2014)
*노나라 역사서인 <춘추>는 공자가 지었고 좌구명이 해설서인 <춘추좌씨전>을 지었다는 것이 정설인 듯한데 좌구명이 공자보다 연배여서 그렇지 않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의 앞 부분에 나오는 해설 내용임. 그런데 이 책의 표4에는 책은 중국최초의 편년체 역사서인 <춘추>를 공자가 수정 편찬한 것이 <춘추좌씨전>이라고 소개되어 헛갈림. 우리의 고전문학을 공부하는데 꼭 필요한 한문습득을 위해 5-6년 동안 꾸준히 중국의 사서오경을 혼자서 공부해왔음.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시경과 역경은 원문필사를 마쳤고 서경과 예기는 오직 읽기만을 끝냈음. 학기 중에는 전공공부로 필사할 시간 확보가 어려워 읽기만을 진행해왔음. 사서오경 중에 아직 <춘추> 만은 아직 읽지 못해 이 책을 읽게 된 것임. 이 책은 춘추시대 전 시기에 일어난 주요한 정치적, 사회적, 군사적 사건들을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중국에서 담화체 서술방식의 최초의 저술이어서 중국문학사에 미친 영향이 매우 크다 함. 춘추란 <육경오론>에 따르면 춘하에 상을 주고 추동에 벌을 주어 춘추는 칭찬과 나무람을 뜻한다 했으며, <춘추공양진정의>에는 봄에 사냥하여 기린을 잡았고 가을에 책의 편찬이 완성되었기에 춘추라 했다함. <춘추>는 노나라 은공 원년인 기원전 722년에서 애공 14년인 기원전481년까지의 12공 242년의 역사를 다루고 있으며, 분량도 대단해 상, 중, 하권을 합하면 2,400페이지가 됨. 사마천의 <사기>가 기전체인데 비해 그보다 앞서 저술된 이 책은 편년체로 편찬된 것이 다르다 하겠음. 방학을 이용해 한번 필사해볼 생각임.
*2017. 4. 21일
987.삼천에 구백리 머나먼 여행길
*권섭 저/문경새재박물관 역/민속원 간(2008)
*옥소 권섭(權燮, 1671-1759)은 작년 1학기 대학원에서 “시조와 가사”과목을 수강 중 에 담당교수께서 이 분의 시조작품을 선정해주어 처음 알게 되었음. 권섭은 19세 때 기사환국으로 여러 친척들이 참극을 당하자 현실 정치에 환멸을 느껴 여행과 문필 활동으로 평생을 보낸 독특한 이력의 사대부임. 2,000여 수의 한시와 2편의 한글가사, 75수의 시조와 그림 등 수많은 작품을 남긴 권섭이 유행록을 남겼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데도 그리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 학기 “개화기문학” 강좌를 맡으신 강사분의 소개로 이 책을 검색해 읽게 되었음. 문경새재박물관에서 발간한 이 번역본은 『옥소고』 「유행록」2 3(문경본), 「유행록」4(제천본)을 저본으로 했으며 1권은 유실되어 실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음. 1709년 4월-6월 중에 52일간 청풍-울진-설악산-금강산-춘천-청풍의 코스로 관동지방을 유람한 기록만 보아도 권섭의 비범함이 느껴지는데, 1757년 87세의 노구를 이끌고 못 가본 함경도로 원거리 여행을 다녀온 것을 보고 이분이야 말로 70세의 내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는 가를 확실하게 가르쳐준 스승으로 모셔야겠다는 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음. 1732년 망양정에서 수백마리의 고래를 본 것과 1703년 서하동 뒷산에서 부싯돌을 쳐 불씨를 내고 다복싸리와 솜대를 베어 불을 피워 놓고 황소만한 호랑이와 대치한 것은 기이한 경험이라 하겠음. 평생 술과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는 절제력에 메모광이라 불릴 만큼 치열한 기록정신이 평생을 유람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한 것이 이 책을 읽은 소득이라 하겠음.
*2017. 4. 15일
986. 한국백명산기(韓國百名山記)
*김장호 저/평화출판사 간(2000)
*이 책은 진작 읽었더라면 나의 명산100산 산행기가 보다 명문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진하게 느끼게 하는 산서임. 저자는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이 산에도 산격이 있다면서 백명산을 선정한 기준으로 산의 놓임새, 앉음새, 품새 등 3가지를 들었음. 저자는 놓임새란 “지형지세가 들어 거기 합당하게 솟구치는 그 자리 위치이니 사람으로 치면 혈통”이요, 앉음새는 “지표위로 너울거리며 치솟는 모양새라, 이를테면 출중한 용모”이며, 품새는 “그 산의 크기에 비례하는 넉넉한 생성력, 그 대인다운 도량”이라 할 것이라 했음. 저자와 똑같이 동국대학교 교수인 윤재웅님의 평대로 이 책을 한번 읽고 버려둘 책이 아니라 서가에 꽂아두고 오랜 벗처럼 함께 사귀어야 할 도반(道伴)으로 삼고자 하는 것은 문사철을 아우르는 고고한 교양의 기품, 풍부하고 정밀한 자료탐구, 스스로 헤쳐 올라 발로 쓴 경험등이 생생하게 살아 있기 때문임. 우리 산과 관련하여 최고의 한국인문학의 보물창고라고 평을 받는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라도 백명산을 꼭 한 번 오르겠다는 강한 충동을 느낄 것이나, 길 안내가 자세하지 못해 따로 산행코스 정보를 구해야 할 것임. 안성의 서운산이 들어가고 사량도의 지리망산, 홍도의 깃대봉 등이 100산에서 빠진 것이 산림청 선정 명산 100산과 다르다 하겠음. 1999년에 작고한 저자가 이런 명저를 남긴데 대해 무한한 감사의 뜻을 표하고자 함.
*2017. 4. 2일
985.강원도 도세요람/춘천풍토기
*강원도, 가와노반세이저/(사)춘천역사문화연구회(2016)
*작년 봄 강원대 대학원에 입학하고도 전철로 통학을 하느라 강원도와 춘천시에 이렇다하게 관심을 내보이지 못했음. 대학원과정을 같이 밟고 있는 춘천 분이 회원으로 활동하는 춘천역사문화연구회에서 출간한 이 책을 선물로 주어, 이때다 생각하고 서둘러 읽었음. 이 책은 일제강점기인 1926년 강원도에서 펴낸 강원도 행정과 교육, 산업과 교통 등 전분야에 걸친 지방행정 총서인 <강원도 도세요람>과 1935년 춘천의 공무원이었던 가와노반세이저가 지은 춘천의 역사와 문화 행정과 산업에 대한 종합풍속서 <춘천풍토기>를 번역해 한 권으로 합본 발간한 지방행정서이자 지리지라 할 수 있음. 이 책에 따르면 강원도는 태고에 예와 맥의 땅이었으며, 북으로는 철령을 함경남도와 접해 있고 여기에서 금강산맥(아마도 태백산맥을 이르는 듯함)이 동해안과 나란히 남하하며 천연으로 지세를 영동과 영서로 나뉘었음을 알 수 있음. 춘천풍토기에서 볼만한 것은 명승지 소개로, 그중 저자가 천착한 곳은 우두산이었음. <일본기>에 따르면 소잔오존이 일본에서 건너와 나무를 심는 등 강원도를 경영한 곳이 우두산이라는 것으로, 이곳에다 신사건설을 추진했다는 내용도 나옴. 흥미로운 것은 춘천이 양봉의 적지였고 1934년 당시“최근 자동차 교통의 발달로 내선자동차운수주식회사의 사업이 일익 전진하여 영업소가 협소하게 되었다는 것임.
*2017. 4. 1일
984.영광의 북벽
*정광식 저/이 마운틴 간(2017)
*저자와의 인연은 2010년에 저자가 번역한 마운틴니어링-산의 자유를 찾아서“를 읽고 나서이니 만 7년 가까이 된 셈이나 직접 만나 인사를 트고 지낸 것은 2013년 한국산서회에 가입하고 나서임. 이 책은 산지 <사람과 산>1999년12월호가 ‘세기말 대특집’으로 마련한 베스트 산악도서에서 최고로 뽑혔을 뿐만 아니라 올 초 한국산서회 선정 30산서 중에 가장 호평을 받은 책이기도 함. 그 덕분에 1989년 초판이 나온 이 책이 지난 달 4판이 인쇄된 것으로 보아 산악도서로는 보기 드문 스테디셀러로 평가받고 있음. 1982년 김정원, 남선우 두명의 산우와 함께 한 해 전 두 명의 다른 산우의 생명을 앗아간 중부 알프스의 아이거북벽을 오르내리는 등정기인 이 책이 감동을 주는 이유를 산악저서 작가로 명성을 떨친 심 산 님은 다음 몇 가지를 들었음. 우선 이 책이 아이거북벽에 관한 모든 등반적 사실과 세계적 클라이머들의 일화가 실려 있고, 두 번째로 등반과정은 물론이고 준비과정도 핍진하게 그렸으며, 클라이머의 정서에 대한 풍성한 묘사가 관련 정보를 압도했다는 것임. 참고로 아이거북벽은 라인홀드 매스너에 의해 해발고도는 3,970m로 낮으나 히말라야의 낭가파르밧(8,125m) 루팔벽과 남미의 이콩가구아(6,959m) 남벽과 더불어 가장 험난한 등반대상지로 선정된 곳이기도 함.
*2017. 3. 29일
983.원소-Big Questions
*잭 챌리너 저/곽영직 역/지브레인 간(2016)
*화학을 전공했으면서 주기율표 하나 없다는 것이 부끄러워 이 책을 샀는데 잘한 일이다 싶은 것은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밝혀진 원소가 103개 아닌 118개임을 알았기 때문임. 졸업 후 화학을 써 먹은 것은 중고등학교 교사로 봉직했던 5년간임. 그 후는 전공과 관계없는 마케팅으로 회사 일을 해냈고 그 후는 국문학을 공부하고 있어 화학은 거의 까맣게 잊고 살아온 편임. 대형서점에 들렀다가 화학 관련서적 몇 종이 눈에 띄어 우선 이 책부터 사서보았고, 일반화학 텍스트북도 사 볼 계획임. 전자의 에너지 준위를 알려주는 s, p, d, f orbital에 관한 글이 어렵지 않게 이해되어 아직은 내 머리가 완전히 녹슨 것은 아니다 싶어 안도했음. 옛날에는 스크린에 은을 피복해 은막이라는 영화용어가 생겼다는 것은 이 책을 읽고서 처음 알았음. 주기율표를 최초로 작성한 러시아의 멘델레예프 덕분에 화학공부가 조금 더 쉬워졌으리라 믿는 것은 “현대물리학과 화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복잡한 세상을 놀랍도록 단순한 것으로 바꾸어놓았다”는 칼 세이건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깨문임.
*2017. 3. 28일
982.근사록
*주희, 여조겸 공저/정영호 역/자유문고 간(2005)
*‘송나라의 논어’로 근사록(近思錄)은 송대의 유학자인 주희와 여조겸이 함께 엮은 저서임. 논어의 자장 편에 ‘널리 배우고 뜻을 두텁게 하며 간절히 질문하고 가깝게 생각하면 인(인)이 그 가운데 있다.’ 라고 하는 곳에서 근사록의 이름을 취한 이 책이 내게 의미를 갖는 것은 조선의 사대부들이 산수유람을 떠날 때 휴대한 대표적인 수양서이기 때문임. 이 책에 실린 주요 내용들은 대개가 논어/맹자/대학/중용 등 사서에 실린 내용들로, 저자가 주돈이, 정호, 정이, 장재 등 송대의 명유들의 입을 빌려 금과옥조의 내용들을 독자에 들려주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라 하겠음. ‘하늘은 고 도’라며 하늘을 형체로는 천(天), 주재(主宰) 면에서는 제(帝), 공용(功用) 면에서는 귀(鬼), 묘용(妙用) 면에서는 신(神), 성정(性情)면으로 보면 건(乾)으로 분류한 것은 내게는 퍽 새로웠음. 이천 정이 선생께서 ‘시경의 주남편과 소남편을 읽지 않으면 그 것은 바로 벽을 대면하고 서 있는 것과 같다“라고 말씀했는데이 내용이 횡거 장재 선생 말씀에도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지난 겨울 방학 때 시경을 필사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음. 이천 정이 선생께서 ‘구제도에서는 공시와 사시로 인해서 시험이 없는 달이 없다’면서 학교는 예의를 먼저 존중하여 서로 앞 다투어 그 점을 노력해야 하는 곳인데 다달이 시험을 행하여 경쟁하게 하는 것은 결코 교양을 가르치는 도가 아니다’라고 하신 말씀은 천년이 지난 오늘 날에도 새겨들어야 할 명언이라는 생각임.
*2017. 3. 27일
981.예기
*이민수 역해/혜원출판사 간(?)
*시경, 서경, 주역, 춘추와 더불어 5경의 하나인 <예기>는 고대 중국의 예에 관한 이론 및 실제를 기록한 책으로 유가들의 존숭을 받아온 책임. 사람들이 지켜야 할 마땅한 바를 형식으로 나타낸 행동규범으로 유가사상의 시원을 이뤄온 예(禮)를 담고 있는 이 책에서 따로 떼 내어 편찬한 4서가 바로 대학과 중용임. <예기>는 고례경(古禮經)과 그에 대한 기(記) 등을 후세의 학자들이 편찬 서술한 것이며, 여기서 고례란 오제삼왕시대의 예를 말하는 것임. 예기에 따르면 아비는 자식을 제사 지내지 않고 남편은 아내를 제사 지내지 않는다 하나 내가 먼저 간 집사람의 제사를 빼놓지 않고 지내온 것은 두 아들을 잘 키워 준 집사람에 대한 초소한의 예의라는 생각 때문임. 공자가 태산 곁을 지나면서 무덤 앞에서 슬피 우는 한 부인에 사연을 물은 즉 가족들이 범에 물려 죽어서라며, 그럼에도 이사를 못 가는 곳은 가혹한 정치가 없어서라는 대답을 듣고서 가혹한 정치가 범보다 사나운 것이라고 말씀한 일화의 원전이 예기임을 이 책을 읽고 나서 알았음. 또 악(樂)이라는 것은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고 예(禮)는 밖에서 움직이는 것이며, 악은 화(和)를 극진히 하고 예는 순을 극진히 한다는 것도 배웠음.
*2017. 3. 25일
980.필립 코틀러의 마켓4.0
*필립 코틀러, 허마원 카타자야, 이완 세타이완 공저/이진원 역/도서출판 길벗(2017)
*4차산업혁명을 조금 더 이해하고자 사 본 이 책은 필립 코틀러가 다른 두 저자와 같이 지은 마케팅 관련 저서임. 이 책에 따르면 산업혁명이 증기관발명에 따른 기계화혁명(Industry 1.0)-전기에너지기반한 대량생산혁명(Industry2.0)- 컴퓨터와 인터넷기반한 지식정보혁명(Industry 3.0)-ICT발달로 인한 자동화/지능화 혁명(Industry4.0)으로 변화함에 따라 마케팅 전략도 제품중심마케팅(Marketing1.0)-소비자중심마케팅(경쟁불가피/포지션닝도입,Marketing2.0)--인간중심 마케팅(Marketing3.0)-하이테크 + 하이터치의 융복합전략(Marketing4.0)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임. 이 책의 주요한 내용은 첨단기술과 초연결성으로 대표되는 마켓4.0시대에서는 시장의 권력이 완전히 소비자로 이동하므로 각 기업은 소비자와 대화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친구 같은 정밀함/진정성과 정직성, 온 오프 통합마케팅 전략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임. 내가 회사에서 마케팅을 책임졌던 1980-90년대는 Industry2.0시대로 마케팅 전략 또한 AIDA(Attention, Interest, Desire, Action)이론에 기초한 소비자 중심의 포지셔닝전략이 가장 중요했으나, 머지않아 맞을 Industry4.0 시대에서는 5A(Aware, Appeal, Ask, Act, Advocate)에 근거한 구매행동율(Purchase Action Ratio)와 브랜드옹호율(Brand Advocacy Ratio)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 매트릭스 전략이 중요하게 부각되어 다시 일 할 기회가 있어도 나이 든 내가 적응하기는 쉽지 않겠다 싶음. 이 책을 읽고나서 필립 코틀러는 역시 마케팅 구루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음.
*2013. 3. 23일
979.누워서 노니는 산수
*이종묵 편역/태학사 간(2002)
*내게 산을 왜 가는가의 질문은 왜 사느냐의 질문으로 이해되는 것은 산행은 나의 실존을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것이 산행이어서임. 왜 산에 가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멀로리는 산이 거기 있어 산에 간다고 대답한 것이 그 후 거의 모든 산악인에 회자된 것은 가장 멍청하게 들릴 수 있는 이 대답이 가장 진솔된 것이기 때문일 것임. 우리 선조들은 명시적인 명분이 필요했을 것이다 싶은 것은 조식이 지리산에서 내려가면서 “산을 보고 물을 보고 사람을 보고 세상을 본다” 대답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생각임. 편자가 생각한 조식의 대답의 요지인 즉 바위에 앉아 스스로를 생각하고 세상사를 생각하는 것이 옛 사람들이 산과 물을 찾는 뜻이라는 것인데 산이 거기 있어 간다는 것보다 훨씬 목적 지향적이고 명분지향적이라는 생각임. 이 책은 조선의 선비들이 산을 오르내린 기록들 중 와유할 만한 걸작선을 골라 편찬한 것으로 이 책을 보면서 누워서 선답자들의 산행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소위 인도아 클라이밍(indoor climbing)의 기쁨을 누렸겠다 싶음. 각반을 차고, 눈길을 어린 손자와 함께 오르고, 술통을 지고 오르고, 북한산의 노적봉을 오르는 모습을 리얼하게 그린 것 등 지금도 산행기를 쓰고 데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 있어 흥미롭게 읽었음.
*2017. 3. 20일
978.제왕운기
*이승휴 저/김경수 역/도서출판 역락(1999)
*<제왕운기>는 고려후기의 문신인 이승휴(李承休)가 지은 역사서로 전설상의 인물인 반고에서 원에 이르기까지의 중국역사와 단군에서 고려조 충렬왕에 걸친 우리나라 역사를 칠언고시와 오언고시로 지었다는 점에서 국문학사에서도 길이 기억될 작품임. 저자 이승휴(李承休)는 고려조의 고종11년인 1224년에 태어나 충렬왕26년인 1300년에 타계한 문신으로 자호(自號)는 동안거사(動安居士)이며, 가리(加利) 이씨(李氏)의 시조임. 이승휴의 <제왕운기(帝王韻記)>가 역사적으로 평가를 받는 것은 일연의 <삼국유사>와 함께 가장 오래된 단군기사가 실려 있기 때문임. 또 하나는 운문으로 저술되었다는 것인데, 상/하권로 나누어 중국과 우리 역사를 같이 다룬 것도 특이한 것으로, 조선 초기 저술된 <용비어천가> 창작에 이규보의 <동명왕편>과 더불어 이 책이 영향을 많이 주었으리라는 것이 역자의 주장임. 이 책을 읽고 나서 비로소 <제왕운기>가 우리 역사만 다룬 것이 아니고 중국역사를 먼저 다루었다는 것과 조선에 앞서 고려 때에 이미 문신들에는 소중화인식이 일반화되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음. 중국의 원에 항복한 고려 왕이 원 황제의 부마가 된 것을 찬양하는 것은 정치적인 수사로 보여 좀 거슬렸음.
*2017. 3. 19일
977.파한집/역옹패설
*이인로(파한집), 이제현(역옹패설) 저/전영운 역/홍신문화사 간(1995)
*파한집의 저자 이인로(1152-1220)는 고려전기 3대 가문의 하나인 경원이씨 후손으로 선조 이자연은 딸 셋을 모두 문종의 비로 출가시킬 만큼 이름난 권문세도가였음. 젊어서 정중부가 일으킨 무신의 난을 맞은 이인로는 승려가 되기도 했으나, 29세인 1180년 진사과에 장원급제해 관직생활을 시작함. 한림원에서 14년 간 임춘, 오세재 등과 어울리며 죽림고회를 만들어 활동한 이인로는 <<파한집>>을 남겼는데, 이 책은 이인로가 생전에 지은 여러 편의 수필 문담 시화 등을 그의 세황이 수집해 발간한 문학서임. 저자 이인로의 일상이 담긴 파한집은 우리나라 시화집의 효시로 문학사적으로 귀중한 자료임.
역옹패설의 저자 이제현(1287-1367)은 건국공신인 경주 이씨의 후손으로 부친 대에 이르러 신흥관료로 출세하면서 가문의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함. 충렬왕 27년인 1301년 15세의 나이로 성균시에 장원급제한 이제현은 상왕인 충선왕의 부름을 받아 원의 수도인 연경의 만권당에서 머물면서 많은 중국의 명유들과 교유하고 문물을 접하면서 많이 배우게 되었음. 공민왕 때 네 차례나 정승에 임명되어 개혁정치에 앞장 선 이제현은 성리학을 처음 들여온 백이정의 제자로 이곡과 이색을 제자로 두었던 대유학자로 성리학은 물론 문장이나 시문에서도 높은 경지를 이루어 이인로 최자의 비평문학을 계승, 이 책과 <<익재난고>>를 남겼음. <<역옹패설>>은 이제현이 관직을 은퇴하고 나서 지은 책으로 고려의 건국이념이나 왕통에 대해 기존의 서적들이 지니고 있는 오류를 지적하였고, 원에 치욕을 당한 것을 반성하고 사대주의를 경계하는 내용을 담았으며, 무신정권의 전횡을 폭로하고 그 폐단을 고발하고, 용사론과 신의론의 현황을 알려주는 좋은 자료들을 많이 담고 있음. 스스로는 이 책을 늙고 구부러진 나무와 열매 없는 피 같은 잡문이라 하여 여옹패설이라 했으나 후대 사람들에 문학뿐만 아니라 사서로서도 요긴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음.
*2017. 3. 12일
975.산중일기
*정시한 저/김성찬 역/국학자료원 간(1999)
*조선시대에 지어진 대부분의 산수유기는 어느 한 산을 유람하고 지은 것인데, 이 책은 저자 정시한이 여러 산을 유람한 것을 일기로 기록한 것임. 저자 정시한(1625-1707)은 서울에서 태어나 25세 이후 유명을 달리하기까지 줄곧 원주에서 살면서 관직생활을 하지 않은 명망 높은 산림파 선비임. 다산 정약용이 “한강 정구, 여헌 장현광 이후 진정한 학자와 순수한 학문은 오직 선생 한 분 뿐이다”라고 한 정시한은 모친의 복상을 마치고 62세 되던 1686년부터 1688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전국의 산천을 유람하여 보고 느낀 대로 일기를 기록한 바, 그 결실이 바로 속리산, 지리산, 덕유산, 치악산, 금강산, 병산, 도산, 옥산, 삼계서원 등과 팔공산 등을 유람한 등산기록인 “산수일기”임. 사찰, 서원, 사우, 명승 등을 사실적으로 적확하게 묘사하고 있어 사료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이 책은 성해응의 “동국산수기”와 유사한 점은 여러 산들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며, 상이한 것은 동국산수기가 산을 소개하는 안내서라면 이 책은 산행기록이라는 것임. 다만 일기체로 되어 있어 그 기록이 간략하고 일반 산수유기에서 볼 수 있는 등산정보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 불만이라면 불만임.
*2017. 3. 11일
974.곡운공 기행록
*권복 저/우웅순 역/국립중앙도서관 간(2007)
*이 책의 저자인 권복은 1769년에 태어나 1833세 이후까지 생존했던 조선의 문신으로 <<곡운공기행록>>이라는 문집을 남겼음. 총88장 분량의 이 책은 <남유록>, <교남일록>, <수의기행>, <서정일록>과 <금릉별곡> 등 5개 부분으로 되어 있음. <남유록>과 <교남일록>은 전라좌도와 경상좌도의 경시관으로서의 공무를 기록한 것이고, <수의기행>은 경기암행어사 때 일을, <서정일록>은 평안도 순안으로 유배가는 과정을 기록한 것임. 200여구의 가사로 된 <금릉별곡>은 김해의 문도갑이 권복의 업적을 칭송하기 위해 지은 것으로 국한문을 혼용한 것이 돋보임. 모두 9일의 유배기간 중 쓴 비용이 59냥4전5푼이라며 그 내역이 자세히 기록된 <서정록>을 보고, 유배 가는 죄인이 지인들로부터 전별금과 물품을 받는 것도 그렇고, 이동에 소요되는 경비를 죄인이 물었다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았음. 이 책의 특징이 18-19세기의 조선의 실상을 상세히 담았다는 것인데, 기대했던 산수유기가 실려 있지 않아 원하느바는 얻지 못했음.
*2017. 3. 8일
973.지리산에 가련다
*김양식 저/한울 간(1998)
*오늘 개강한 이번 학기에는 지도교수님의 배려로 조선사대부들의 유산기를 공부할 수 있게 되었음. 지난 겨울방학 동안은 이미 번역된 유산기들을 모아 일독을 하고 일람표를 작성하느라 정신없이 보냈는데, 그래도 보람을 느끼는 것은 지리산을 여러 각도로 공부할 수 있었다는 것임. “선인들의 지리산 유람록” 6권을 읽으면서 우리 선조들이 지리산을 얼마나 숭상하고 가까이하고 싶었는가를 알았는데, 김양식 님이 지은 “지리산에 가련다”을 통해 조선시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불변의 지리산과 가변의 산수유람객을 만나볼 수 있었음. 3억 년 전에 오스트레일리아 가까이에 있다가 오늘의 위치로 북상한 한반도가지금과 같은 완연한 자태를 보인 것은 불과 1만-1만5천년전으로 지리산도 같았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서 처음 알았음. 몇 년 전 다녀온 지리산의 피아골에서 공비와 혈투가 있었고 알았으나 그 기록을 찾지 못해 그 때 산행기에서 피아골의 역사를 언급하지 않고 그냥 넘어 갔는데 이 책에서 피어린 골짜기였음을 적고 잇으나 너무 소략해 추가로 자료조사가 필요할 것 같음. ‘옛 지리산으로의 여행’란에 15세기에서 18세기에 이르기까지 세기를 대표하는 유산기를 실어 그 변천을 살펴본 것은 앞으로 내가 다른 산을 갖고 같은 작업을 할 때 참고하고자 함. 이 책을 읽고서 주제가 너무 다양해 깊이와 통일감이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음.
*2017. 3. 7일
972.동국산수기
*성행응 저/박동욱 역/한양대학교출판부 간(2012)
*“동국명산기”로도 불리는 이 책은 조선시대 학자인 성해응이 편찬한 명승지 안내서로 실제 산수를 유람하고 그 후기로 적은 산수유기와는 그 궤를 달리한다 하겠음. 성해응(成海應, 1760-1839)은 조선후기의 학자이자 문신으로 부친이 유명한 문학가 성대중임. “연경재전집”을 저술한 저자는 지리, 풍속, 서적, 그리고 금수 및 곤충에 이르기까지 그가 연구한 범위는 넓으며, 훈고 고증을 바탕으로 연구하면서도 번쇄하고 지리한 고증은 멀리했다 함. 이 책의 산수기 상에는 서문과 충청도 산수, 상류의 강길, 동음의 산수를 기록했으며, 산수기 하에는 산수기 서문과 한양, 경기, 해서, 관서, 충청, 호남, 영남, 관동과 관북의 산수를 기록했고, 부록에 “동국산수기”에는 보이지 않고 “동국명산기”에만 나오는 백두산, 계룡산과 임진강 적벽 등을 실었음. “기관동산수”에 실린 ‘금강산’의 한 부분분은 남효온의 ‘유금강산기’에서 따왔듯이 앞서 다녀온 선현들의 유산기를 많이 참고했다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라 하겠음. 북한의 칠보산과 묘향산에 대한 기록은 향후 남북통일이 된 후 이산들을 찾을 때 참고가 될 것임.
*2017. 3. 5일
971.노래하는 역사
*이영희 저/조선일보사 간(1995)
*먼 옛날 선조들이 부른 노래를 엮은 책으로 우리나라에 향가집 “삼대목(三大目)”이 있다면 일본에는 “만엽집(萬葉集)”이 있음. 신라시대 향찰로 쓰여진 향가가 전해진 것은 26수에 불과하고 책 이름만 전해질 뿐 실물이 확인 안 된 “삼대목”에는 향가가 몇 수 실렸는지 알 수 가 없음. 8세기 초 지어진 이두체의 노래집인 일본 “만엽집”에는 4,516수가 전해져 부러울 뿐임. 일본의 “만엽집”에 실린 노래의 작자 중 태반이 7-8세기의 왜왕이요 왕복이요 고위관리들이기 때문에 이 노래들을 고대 한국어로 읽으면 당시의 정치사가 환히 드러난다고 하는 것은 당시 일본의 상층부는 대부분이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도래인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임. 따라서 “만엽집”을 잘 분석하면 사라진 우리의 숱한 고대어를 재구할 수 있기에 이 책은 일본의 보물창고이자 우리나라에도 엄청 소중한 우리 고어의 박물관이라 할 수 있을 것임. 저자의 일본 노래집 “만엽집”의 해석이 더러 작위적으로 보이나 향가 또한 그리 해석되었던 것이기에 허구라고 비난할 것은 아님. 이 책이 한일간의 불화를 누그러트리기를 기대하며, 아주 흥미롭게 읽었음.
*2017. 3. 4일
970.선인들과 함께 하는 금강산 기행
*이곡 외 저/정우역 편/인화 간(1998)
*내가 금강산을 다녀온 것은 13년 전인 2004년 늦가을이었는데 계류와 어우러진 붉은 단풍을 보고 과연 금강산은 풍악이라는 별칭을 얻을만 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음. 그때 온정각-옥류동-구룡대-관폭정, 온정각-귀면암-망양대-천선대, 그리고 삼일포만 둘러보았을 뿐, 정상인 비로봉을 올라가보지 못하고 내금강에는 한 발자국도 들여놓지 못했던 것은 북한당국이 개방하지 않았기 때문임. 선인들의 금강산 산수유기를 보노라면 마음 놓고 보고 싶은 데를 다 둘러볼 수 있었다는 것인데, 당시에도 등산로가 잘 나있지 않아 정상인 비로봉을 오른 선인들은 유람객의 30% 수준에 머물렀다 함. 17세기의 유학자 이형윤은 비로봉을 오르고자 하였으나 같이 간 사람들이 모두 가기를 꺼려해 포기한 것으로 보아도 비로봉 등정이 얼마나 지난한 가가 짐작됨. 우리의 선인들이 금강산을 다녀온 후 남긴 유산기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1349년 이 산을 유람하고 남긴 이곡의 “동유기(東遊記)”로 이 책에 그 전문이 번역되어 실려 있어 재미있게 읽었음. 산문의 긴 유산기에 가름할 만한 것으로는 이 이의 장시 “풍악행”과 정 철의 가사 “관동별곡”이 있고, 이외에도 박순의 “금강산을 찾아서” 등 단시도 여러 편 실려 있음.
*2017. 3. 3일
969.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
*정창권 해제/사계절 간(2003)
*16세기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는 임진왜란과 이 황, 이 이 , 조 식 등의 대유(大儒) 들이 성리학을 집대성했다는 것일 뿐, 당시의 사회풍속사에 대해서는 연상되는 바가 거의 없었음. 이는 학교에서 정치 중심으로 국사를 배운 때문으로 이로 야기된 좋지 못한 결과가 바로 우리 국민들의 정치의식 과잉이라고 생각해왔음. 이 번에 읽은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는 16세기에 미암 유희춘(1513-1577)의 삶을 그의 일기인 “미암일기”에 기초해 써내려간 것이어서 당시 고위직에 올랐던 사대부들이 어떻게 살았는가를 이해하는데 도움 되는 바가 적지 않았음. “미암일기”가 중요한 사료가 될 수 있는 것은 이 일기에 쌀값이 기록되어 조선경제사 연구에 크게 활용되고 있음. 이 책을 읽고 내가 고개를 끄떡인 것은 이 책에서 부인 송덕봉에 관한 기록을 통해 당대의 여성의 활동상과 위상에 관한 부분이었음. 약 11년(1567-1577년) 간 거의 매일 같이 한문으로 일상을 기록한 “미암일기”에 따르면, 16세기까지는 한국가정은 열린 공간으로 여성의 힘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함. 16세기에는 아들과 딸을 굳이 따지지 않았고, 본손과 외손도 구별하지 않았으며, 남자가 여자 집으로 가서 혼례를 올리고 많은 남자들이 처가살이를 했다함. 재산을 아들과 딸에 균등하게 나누어주었으며 제사도 자녀들이 돌아가며 모시는 윤회봉사를 하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함. 뿐만 아니라 사회분위기 역시 여성들도 자유롭게 외출하고 공부도 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여서 이이의 자당이신 신사임당, 미암의 처인 송덕봉, 황진이와 이매창 같은 명기들이 출현했다함. 이러한 남녀평등이 깨진 것은 17세기부터로 16세기에 완성된 성리학이 조선을 거의 완벽하게 지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임.
*2017. 3. 1일
968.고조선은 대륙의 지배자였다
*이덕일 김병기 공저/역사의아침 간(2011)
*단군에 의해 건국된 고조선은 그 역사기록이 별로 없고 검증이 되지 않아 나의 고조선에 관한 지식은 건국신화의 수준을 뛰어넘지 못했음. 이덕일 김병기 두 분이 공저하고 신정일님이 참여한 답사기가 첨부된 이 책을 읽고 나서 답답한 속이 확 뚫린 것 같은 시원함이 느껴진 것은 고조선의 실체에 여러 걸음 다가갔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임. 고조선을 단군조선, 기자조선, 위만조선으로 나뉜다는 것과 우리 국사교과서에 단군조선이 없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알았으며, 단군조선이 우리 역사에서 배제되 ᄓᅥᆺ은 중국의 동북공정과 맥을 같이 할 수 있다는 지적에 전율이 느껴졌음. 고조선이 세워진 영토가 만주가 아니고 한반도에 국한되었다면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에 나오는 낙랑국이 고구려에 패했는데도 그 한참 후인 미천왕이 한사군의 마지막 한 군인 낙랑군을 왜 또 무찔러야 하는 가를 설명할 수 없으며, 따라서 한사군은 대륙에 설치되었다는 지적도 경청할만하다는 생각임. 다만 “환단고기”등을 위서로 보는 역사학계의 시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주장에 선뜻 동의되지 않는 것은 이 책에 그 책이 진서임을 주장하는 부분이 너무 약해서임. 이 책의 내용이 참이라면 대륙에 세운 고조선이 고구려와 발해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이어오다가 발해의 멸망으로 대륙의 정신마저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깝기 이를 데 없음.
*2017. 3. 1일
964-967.선인들의 지리산 유람록 3-6
*최석기 외 역/돌베개 간(2009-2013)
*“선인들의 지리산유람록”의 3-6권에 실린 산수유기는 모두 67편으로 그중 한 편인 김택술의 “두류산유록”을 읽노라면 왜 조선의 사대부들이 지리산을 자주 찾았나를 알 수 있음. 1934년 봄에 지리산을 유람한 김택술은 그의 산수유기 “두류산유록”에서 “내가 일찍 보았던 금강산을 이 산과 비교해보면 금강산은 맑고 가파르고 우뚝하니 솟아 있다. 지리산은 웅대하게 높고 그윽하니 깊으며 금강산보다 넓고 크다. 금강산이 청명한 군자가 세속의 티끌을 벗어버린 것처럼 사람으로 하여금 속세에서의 생각을 저절로 사라지게 한다면 지리산은 장중한 군자의 덕이 후덕하고 지식이 박학한 것처럼 사람으로 하여금 그 속에 은축하고 있는 것을 헤아리기 어렵게 한다. 배우는 사람은 두 가지 모두를 취하여 스승으로 삼을 만하다.”고 말했음. 금강산은 딱 한 번 갔다 왔지만 두 산을 모두 다녀온 나로서도 수긍 가는 바가 큰 이야기로 무엇보다 지리산은 장중하고 포용력이 커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산임. 참고로 15세기에 시작된 지리산의 산수유기는 18세기 들어 급박하게 수적인 증대를 보이고 있고, 설악산이나 금강산에 비해 정상을 등정한 사대부들이 많은데 앞으로 그 이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규명해보고자 함.
*2017. 2. 24일
963.선인들의 지리산 유람록
*최석기 외 역/돌베개 간(2001)
*“선인들의 지리산유람록”은 총 6권으로 이 6권에 실린 지리산유람록의 번역편수는 총99편임. 1463년에 유람하고 지은 이륙의 “유지리산록”을 시작으로 해 1941년 양희갑의 “두류산기”에 이르기까지 약 5백년에 걸쳐 있는 지리산 유람록을 읽노라면 지리산의 자연경관의 빼어남은 물론하고 역사 지리적으로도 유람할 가치가 충분함을 느낄 수 있었음. 6권 중 그 첫 권에 해당하는 이 책에 실린 김종직의 “유두류록”은 후학들의 전범이 되는 유람기로 평가받고 있음. 이 책의 강점으로 칭찬받을 만한 것은 행로를 개념도로 표시하고 일정에 담아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는 것임. 그동안 지리산을 20회 산행했으면서도 단 1편의 산수유기도 읽어보지 못한 채 해서 새삼 아쉽다는 생각이 진하게 들었음. 진작 읽었더라면 지리산을 오르내리면서 자아에 대한 심성 수양적 성찰은 물론 역사적 삶을 통해 당대 사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산행으로 조선의 사대부들과 이런 저런 대화를 할 수 있었겠다 싶어 하는 말임.
*2017. 2. 20일
962.한국기행문학작품연구
*최강현 엮음/국학자료원 간(1996)
*이 책은 갈밭 최강현 선생의 화갑을 축하하기 위해 선생과 전공이 같은 동학의 선후배들이 뜻을 모아 엮은 선생의 화갑기념논총으로 출간된 기행문학서임. 선생의 “지리산기행 방장유록을 살핌”이라는 논문을 비롯해 이지영의 “조선전기의 지리산기행문연구” 등 25편의 논문이 게재된 이 책을 읽은 것이 기행문학의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었음. 기행문학 중에서 산수유람기를 집중적으로 연구 고찰하고자 내게는 이런 유의 연구논문집을 앞으로 계속 읽고 참고해야 할 것임. 금강산을 다녀와서 산문 형식의 유산기를 남긴 사대부들은 많으나 유람기를 한시로 남긴 것은 흔치 않은데 율곡 이이 선생의 “풍악기”가 5언고시 600구로 되어 있어 흥미롭게 읽었고, 임치균의 “백두산 유록연구”도 읽어볼 만했음.
*2017. 2. 14일
961.금강산 유람기
*김도학 저/고경식 해독/경희대학교출판국 간(1999)
*이 책은 대구에서 신문기자로 일하는 저자 김도식이 일제강점기 때인 1931년 7월10일 경성관찰단의 일원으로 대구에서 상경하여 서울을 시찰한 후 7월15일 열차로 서울을 출발해 금강산을 유람한 후 7월23일 서울을 거쳐 7월25일 대구로 돌아가기까지를 기록한 국한문혼용체의 금강산유람기를 고경식님이 읽기 쉽게 한글로 해독한 책임. 금강산은 해발 1,638m,의 비로봉을 중심으로 일만이천봉우리가 남북으로 약60Km, 동서로 약40km 뻗어있고, 그 면적이 약5백여평방km가량 되는 우리나라 최고의 명산으로 선조들의 유산기가 가장 많이 전해지고 있음. 조선조의 금강산 유산기가 거의 다 한문으로 쓰였는데 이 유산기는 국한문혼용체라는데 그 의의가 크다 하겠음. 이 유람기의 특징으로 들 수 있는 것은 거의 금강산 전역을 두루 유람한 것을 기록한 것이고 가는 곳 마다 그곳에 얽힌 전설을 끌어내어 독서의 흥미를 더해주었다는 것임. 이에 더하여 금강산 일대 주민의 생활상을 잘 전해주고 있으며 저자 지은 창작시도 곁들여 보여주었음. IOC 위원이었던 김운룡 고교선배의 부친이 이 책의 저자임.
*2017. 2. 13일
960.17세기의 금강산 기행문
*이경수 외 편역/강원대학교 출판부(2000)
*금강산의 명성만큼이나 이 산 유산기의 역저도 여러 권으로 내가 갖고 있는 것만도 김용곤 외 몇 분이 공역한 “조선선비들의 금강산 답사기”, 김동주가 편역한 “금강산 유람기”, 김도학이 짓고 고경식이 해독한 “금강산 유람기” 등 금강산 유산기만 번역한 역서와 다른 산과 같이 번역한 것을 실어 놓은 국립수목원의 “국역 유산기”, 김풍기 등이 편역한 “지역원형과 명승-강원명승유산기선집”, 심경호의 “산문기행-조선의 선비 산길을 가다”와 이헤순 등이 편역한 “조선 중기의 유산기 문학” 등 여러 권이 있음. 이번에 읽은 이 책의 특징은 17세기의 유산기만 실렸다는 것임. 본격적인 금강산의 유산기는 고려의 이곡이 14세기에 지은 “동유기”가 처음으로, 15세기와 16세기를 걸쳐 금강산의 한문 유산기가 본격적으로 창작되었으며, 17세기에 이르러 양반사대부들에 금강산 여행이 널리 유행하면서 유산기 또한 양적으로 크게 늘어나 풍성해졌음. 조선의 17세기는 인조반정과 병자호란 등의 내우외환으로 온 나라가 어려움을 겪던 때여서 사대부들의 금강산 유람이 마음 편할 수만은 없었음을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음. 역자가 언급한 대로 “고통스런 현실의 갈등으로부터 금강산을 찾아갔던 당대 최고의 지성인이었던 필자들은 아름다운 금강산의 자연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다시 성찰하면서 인생의 의미를 재음미하는 진지한 모습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동안 얻어지는 작은 수확이라 하겠음.
*2012. 2. 12일
959.지리산 유람록-용이 머리를 숙인 듯 꼬리를 치켜 든 듯
*최석기 외 역/보고사 간(2008)
*지리산은 정민 교수가 엮은 577편의 유산기 원문을 모아 엮어낸 ‘한국역대산수유기취편’에서 금강산 다음으로 많은 25편의 유산기를 실을 정도로 우리 나라 최고의 명산 중의 한 산임. 내가 수집한 총 841편의 유산기 중 지리산 편수는 총103편으로 그 중 92편이 번역되어 우리 선조들의 지리산 유산에 대한 열정을 읽을 수 있었음. 최석기 교수를 위시한 경상대학교 경남문화연구원 멤버들이 주축이 되어 번역한 이 책에 실린 산수유기는 모두 23편으로 이 산에 오른 뒤에야 성인의 말씀이 거짓이 아님을 알았다는 15세기의 이륙을 비롯해 어찌 차마 빈 산의 고목이 되랴는 18세기의 김도수에 이르기까지 18명의 조선 사대부를 만난 볼 수 있었던 것도 작은 기쁨이었음. 조위한의 ‘유두류산록’에 남녀를 타고 불일암에 오르는 모습이 잘 그려졌으며, 특히 조위한이 남녀를 타고 있는 괴로움도 남여를 맨 고통 못지않았다고 기술한 부분을 읽으면서 그렇다면 모두에 고통스럽기만 한 남여를 왜 타고 산에 올랐을 까 하는 의문이 일었음. 다른 분의 금강산 유산기에서 양사언이 처음으로 남녀를 탔다는 기록을 보았는데 아주 나쁜 관행이라는 생각임.
*2017. 2. 11일
958.조선선비들의 금강산답사기
*남효온 외 저/김용곤 외 역/혜안 간(1998)
*금강산이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명산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우리나라 산 중에서 유산기가 가장 많이 전해진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음. 정민 교수는 전체 577편의 유산기 원문을 모아 엮어낸 ‘한국역대산수유기취편’에서 금강산의 산수유기를 어느 산보다 많은 51편을 실어 이 산에 대한 사대부들의 관심이 얼마나 높았나를 잘 보여주었음. 아쉬운 것은 한문으로 된 원문을 번역한 유산기편수가 내가 파악한 것으로는 23편 밖에 안 된다는 것인데, 이 ‘조선선비들의 금강산답사기’에 실린 번역된 유산기가 8편이나 되어 가뭄에 소나기만난 듯 엄청 반갑고 고마웠음. 고려시대인 14세기의 작품인 이곡의 ‘동유기’를 비롯해 18세기의 조선사대부인 박성원의 ‘금강록’ 등 금강산 유산기를 대표할 만한 작품들을 선정해 번역한 이 책을 읽고 안 것은 대개 단발령을 넘어 내금강- 외금강-해금강 순으로
유람을 했다는 것인데 이는 조선전기 외금강에서 내금강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외금강으로 돌아온 이원의 유람코스와 달랐음. 이 책에 실린 8편의 산수유기 저자는 모두 금강산의 경관을 찬양했으나 이 산에서 멀지 않으며 경개가 가장 유사하다할 수 있는 설악산과 대비한 언급이 보이지 않았음. 이는 금강산 보다 더 높고 산세의 수려함이 충분히 겨룰 만한 설악산에 대한 사대부들의 무지 때문으로 사료됨. 髮斷嶺으로도 불리는 斷髮嶺이 오르내리는 길이 30리이고 절벽이 깎아지른 듯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과 철령은 우리나라 동쪽의 요해처로 소위 한 사람이 관을 막으면 만 명의 사람으로도 열 수 없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그런 까닭에 철령 동쪽의 강릉 등 여러 주를 관동이라고 부른다는 것도 처음 알았음. 원문이 실려 있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생각임.
*2017. 2. 11일
957.한국지리여행
*박종관 저/한국방송대학교출판부 간(2014)
*진작 읽었더라면 그동안의 여행기록이 훨씬 알차고 격이 높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을 진하게 느끼게 한 이 책을 다 읽고 나자 지리학도 한 번 공부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음. 저자의 다른 저서를 이미 읽은 바 있어 친근해서인지 아주 흥미롭게 이 책을 독파했음. 제 1부의 ‘지리여행바로알기’는 지리학과 사진찍기를 개괄한 것으로 특히 지리학에 관심이 많은 내게는 안내서 역할을 이 책이 해주어 고마웠음. 제 2부의 ‘한국지리여행 1’은 남한강, 북한강, 한강/임진강, 낙동강, 금강, 섬진강, 영산강, 안성천, 삽교천, 만경강, 형산강, 동진강 등 10대 하천을 12개 파트로, ‘한국지리여행 2’는 동해안, 서해안, 남해안, 제주도와 울릉도 등 5개 파트로 나누어 다루었음. 제대로 지리여행을 즐기기 위해서는 미리 자연지리와 역사지리, 사진과 문학을 어느 정도 섭렵하고 떠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고 절로 들었음. 이 책을 읽고 아쉬운 것은 우리 국토의 70%를 차지하는 산에 대한 여행안내가 없다는 것인데 산과 하천은 불가분의 관계인데도 10대하천에 대한 소개는 매우 상세한데 이 하천에 물을 대는 산줄기에 대한 개략적 설명도 없다는 것은 이 책의 미비점으로 지적될 만하다는 생각임.
*2017, 2, 10일
956.주역
*김경탁 역저/명문당 간(2014)
*이 책의 저자인 고 김경탁교수는 베이징중국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고려대에서 후학을 가르친 철학자로 1980년대에 이 분의 역서인 <노자>를 열독한 바 있음. 이 책의 출판사인 명문당에서 이 책과 더불어 차상원 박사의 <서경>과 김학주 교수의 <시경>을 한 데 묶은 삼경의 역주를 내는 기획의 일환으로 발간된 책으로 큰 맘 먹고 필사에 도전해 채 한 달이 안 되어 목표한 바를 이루었음. 주역이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단순한 점서가 아니고 자연의 섭리와 인간관계라고 하는 심오한 진리를 그런 형식으로 표현한 것임을 터득하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 본서 독서의 귀착점이라는 생각임. 한 번의 필사로 쉽게 귀착점에 이르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주역이 바로 철학서이기 때문으로 한 번의 필사를 완료했으니 다시 한 번 차분하게 이 책을 정독해 볼 뜻임. 건, 곤, 간, 태, 이, 감, 진, 손의 8괘의 모양을 머릿속에 넣는데도 수 십 번을 그려야 했으나 이로써 주역에의 입문과정은 성공리에 마쳤다는 생각임. 이 책 앞에 붙인 ‘해설’, 그 뒤를 이은 ‘경문과 해석’, 그 다음의 ‘십익’을 구성하는 단사, 상사, 계사전 상하, 설괘전, 문언전, 서괘전, 잡괘전 순으로 엮여진 이 책에서 앞부분의 해설을 꼼꼼하게 읽어 어느 정도 개괄한 후 그 다음을 정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음.
*2017. 2. 9일
955.옛 선비들의 속리산 기행
*김용남 저/국학자료원 간(2013)
*우리나라 역대산수유기들을 표로 정리하면서 느낀 것은 충청도와 전라도의 산들의 산수유기가 제대로 번역되지 않아 아쉬워하던 차에 이 책을 발견하고 매우 기뻤음. 충북대에 출강중인 김용남 님이 번역한 속리산유산기 9편과 유산기 관련 논문 2편을 함께 실은 이 책 덕분에 우리 사대부들의 속리산에 대한 생각들을 읽을 수 있었음. 이 책에서 흥미롭게 읽은 것은 삼파수에 관한 기록으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문장대에서 흐르는 세 갈래 물을 삼파수로 일컬은 후 이동항의 ‘유속리산기’, 정경세의 ‘속리산’에서도 문장대에 있는 큰 웅덩이에서 물이 솟아나와 세 갈래로 나뉘어 흐른다고 기록해오다가 박호문에 이르러 비로소 그의 ‘유속리산기’에 문장대가 아니고 천왕봉의 물이 세 갈래로 갈라져 한강, 낙동강, 금강이 된다고 적어 넣은 부분임. 지리적 사실이야 이렇게 잘못된 것이 수정될 수 있었지만, 옳고 그름을 따지는 데는 사실에 근거하기보다 당파의 주장에 따라 과오를 시정할 수 없었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대목으로 이런 적폐들이 쌓여 조선의 멸망을 가져왔다는 생각임.
*2017. 2. 7일
954.수량경제사로 다시 본 조선후기
*이영훈 편/서울대학교출판부 간(2014)
*이번 방학에 조선경제사에 관한 도서를 집중적으로 읽고자 하는 것은 그동안의 조선에 관한 내 독서섭렵이 대부분 정치 사회사에 치중해왔다는 반성에서 비롯된 것임. 서울대 이영훈 교수의 ‘한국경제사 I, II권’과 ‘조선후기 경제사’에 이어 이 책을 읽음으로써 조선의 경제를 파악하는 일은 일단은 마무리 할 뜻임. 저자가 밝힌 대로 이 책은 17세기 이래 인구, 임금, 아지율, 토지가격, 재화가격, 시장의 장기동향을 수량경제사의 방법으로 추적한 결과에 바탕 해 쓴 저서임. 이 책의 저자들은 17-19세기에 걸쳐 견제가 줄곧 발전해왔을 것이라는 기존의 통념을 부정하고 18세기의 경제번영이 19세기에 들어와 침체되고 끝내 심각한 위기에 빠졌음을 각종 자료를 들어 논박하고 있음. 그 침체의 원인 중 하나가 18세기 이후의 산림황폐도 한 몫 했음을 알고 나서 19세기 이후 이어진 이 땅의 산림황폐가 20세기 들어 박정희 대통령의 사방공사로 성공리에 극복된 것만 보아도 박정희대통령의 경제사적 공헌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확인할 수 있었음. 디테일한 자료는 상당부분 듬성듬성 읽고 넘어갔으며 수학II에 나올만한 제반 수식도 이해하기 쉽지 않아 결론부분만 읽으면서 내 독서능력의 한계를 느끼기도 했음.
*2017. 2. 6일
953.옛 선비들의 청량산 유람록III
*청량산박물관 역/민속원 간(2012)
*산이든 사람이든 사람을 잘 만나야 이름을 날릴 수 있음을 이 책을 읽고 새삼 느꼈음. 조선조 500여 년 동안 쓰인 설악산의 유산기는 31편인데 비해 청량산의 유산기가 무려 81편인 것은 청량산이 성리학의 종정인 퇴계 이황선생을 만난 덕분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임. 자연지리적 위상은 해발1,708m의 설악산이 해발870m의 청량산에 비할 수 없이 높은데도 인문지리적 위상은 청량산이 훨씬 더 높은 것은 퇴계선생께서 청량산을 오가산(吾家山)이라며 자주 찾았고 이 산에 청량정사를 지어 머물면서 성리학을 공부한 인연으로 그의 후학들이 이 산을 자주 찾았기 때문임. 3권의 유산기를 일독하고 나서 느낀 것은 이 산을 유람한 거의 모두가 이황선생과 처음으로 유산기를 남기고 12봉우리에 이름을 짓고 유산기를 남긴 주세붕 선생을 숭모하는 염(念)이 대단했다는 것과 이 산의 정상인 장인봉을 오른 사람은 몇 명 안 된다는 것임. 1544년에서 1939년에 이르는 400년에 가까운 오랜 기간 동안 74명의 조선 사대부들이 남긴 81편의 한문 유산기를 연구해 가칭 ‘청량산 유산기를 통해본 조선 사대부들의 등산형태’를 소논문으로 써볼 생각임.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조선의 사대부들이 우리 산을 기가 흐르는 맥의 개념으로 이해했다는 것을 산경표로 증명됨에도 그들이 남긴 유산기에는 특정 산을 정해 오르내리는 점 산행만 보이고 여러 산들을 이어서 산행하는 선 산행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왜일 까임. 송병선의 ‘自太白至淸凉山記’도 제목과는 달리 이 3권에는 청량산 유산기만 실려 있어 원전 문집을 확인해볼 뜻임. 오랜 기간 번역에 힘썼을 역자들에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함.
*2017. 1. 25일
952.옛 선비들의 청량산 유람록II
*청량산박물관 역/민속원 간(2009)
*I권 발간 2년 만에 선보인 II권에 수록된 청량산 유산기는 허목의 ‘淸凉山記’ 등 모두 26편으로 17-18세기에 활동했던 사대부들의 작품임. 경기도 연천에서 태어난 미수 허목은 한강 정구의 문인으로 퇴계 이황을 사숙한 사대부였기에 멀고 먼 청량산을 오를 수 있었을 것임. 청량산의 위치를 태백산을 중심으로 놓고 설명하는 바, 태백산의 동남쪽은 백석산이고 남쪽은 두타산이며 서남쪽이 청량산이라 했음. 길지 않은 허목의 유산기는 산세와 승지를 설명하는 데 주력해 모두 산문으로 쓰인 데 반해, 권성구의 ‘청량산유람록’은 유람 중 지은 한시가 너무 많이 실려 지루한 느낌이 들었음. 정조 때 유학자인 박종(朴琮, 1735-1793)은 장장 23일간의 680리 여행길을 ‘淸凉山遊覽錄’에 담았는데 청량산 뿐만 아니라 태백산 사고가 있는 각화산을 오른 기록도 같이 실려 있음. 전국의 명산대첩을 유람한 것으로 알려진 박종의 명산 평이 주목할 만한데, 백두산의 웅장함, 금강산의 맑고 빼어남, 설악산의 높고 우뚝함, 삼각산의 기이하고 가파름, 묘향산의 서리서리 뻗어 있음, 칠보산의 기이함에 견줄만한 것은 청량산의 덕 갖춤이라 한 박종의 감식안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음. 박종과 더불어 순조 때의 성해응도 주목할 만한 인물로 그의 문집 “연경재전집”에 누구보다 많은(?) 유산기가 실려 있어서임.
*2017. 1. 24일
951.옛 선비들의 청량산 유람록I
*청량산박물관 역/민속원 간(2007)
*경북 봉화에 자리한 청량산은 퇴계 이황선생이 오가산(吾家山)이라며 자주 찾은 산임. 스스로를 청량산인(淸凉山人)이라 칭할 정도로 청량산에 매료된 이황선생의 발자취를 더듬고자 이 산을 찾은 후학들이 많았고 그 분들 중 상당수가 유산기를 남겨 산 높이는 천 미터가 채 못 되는 870m에 불과하지만 여느 산보다 유산기가 많이 전해지는 산으로 유명한 명산임. 이 산이 전국적 명성을 얻게 된 것은 1544년 중종39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이 산을 오른 후 산행기 ‘遊淸凉山錄’을 남기고 나서임. 경북봉화군의 청량산박물관에서 번역한 “옛 선비들의 청량산 유람록”은 모두 3권으로 되어 있으며, 그 첫 권이 이 책에 실린 유산기로 손꼽을 만한 것은 주세붕의 ‘遊淸凉山錄’과 이황의 “周景 遊淸凉山錄 跋‘, 그리고 권호문의 ‘遊淸凉山錄’을 들 수 있음. 원문과 함께 18편의 유산기와 연구논문이 두 편이 게재되어 청량산과 그 유산기의 개요와 조선인의 산행형태를 엿보기에 충분했다는 생각임. 주세붕은 청량산의 제 봉에 이름을 지어주어 그 이름이 이제껏 쓰여 왔으며 권호문의 유산기를 통해 퇴계 이황선생과의 사제 간 인연과 스승의 죽음을 애도하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음.
*2017. 1. 23일
950.조선후기사회경제사
*이영훈 저/한길사 간(1988)
*조선의 경제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우연한 기회에 저자의 강연을 유튜브를 통해 보고 나서임. 지난 학기 대학원에서 “영웅소설론”을 공부하면서 조선후기 한글소설이 성행하게 된 원인을 찾다가 18세기 중 약 60년간 조선이 청과 일본을 상대로 중국의 비단과 일본의 은을 중계무역해 엄청 많은 양의 은을 벌여 들여 조선경제가 급속하게 성장했다는 내용의 강연을 저자로부터 듣고 나서 궁금증이 많이 풀린 일도 있어 저자의 책을 사서 읽어왔는데 이 책도 그 일환으로 읽게 된 것임. 앞서 저자의 “한국경제사”를 읽어 독서준비가 되었다는 내 판단이 틀렸던 것은 이 책이 내 전공과 전혀 다른 경제사인데다 그 내용이 방대한데다 실증적 자료들이 많이 실려 있어서임. 1차로 빨리 읽고 난 다음 짬을 내 정독하리라 마음을 고쳐먹고 일단 끝까지 읽어내는데 주력해 듬성듬성 읽어 독후감을 쓸 만큼 알아낸 것이 별로 없지만, 저자가 결론에서 밝혔듯이 어느 사회의 구조적 특징이나 역사적 발전단계를 연구함에 있어 그 사회의 기본적 생산양식을 확정함이 무엇보다 긴요한 일임을 안 것만도 의미 있다는 생각임.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기존의 사적지주제론을 비판하고 이전의 토지국유론 또는 국가적 봉건제론을 발전적으로 계승하여 조선사회에서의 국가가 지닌 경제적 규정성을 정당하게 복권시켜 기존의 자본주의 맹아론의 한계와 그 단절적 역사인식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경제사적 의의가 크다 하겠음.
*2017. 1. 22일
949.지역원형과 명승-강원명산유기선집
*김풍기, 안세현, 김근태, 이 훈, 김정은 편역/청운 간(2015)
*이 책은 지난 봄 입학한 강원대의 강원문화연구소에서 설악산, 오대산과 청평산과 관련된 고려 조선시대의 유기와 기문을 뽑아 번역한 편역서로 원문이 뒤에 첨부되어 있어 강원도 명산의 유산형태를 연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음. 지도교수로부터 증정받은 책으로 한문으로 된 유산기를 우리말로 옮겨 놓은 역서를 찾아 모으고 있는 중인데 오대산과 청평산의 유산기 역문은 이 책에서 처음 접했음. 각산 앞머리에 성해응(成海應)의 유산기가 빠지지 않고 실려 있는데 이 유산기들의 출전은 <<연경재전집>> 권50-51로, 이 <<연경재전집>>에 우리나라의 빼어난 산수가 망라되어 있다함. 병자호란 때 척화파를 대표해 주화파의 최명길과 논쟁을 벌였던 김상헌은 <청평록>을, 손자 김수증은 <곡연기>, <한계산기>, <유곡연기>, 증손 김창흡은 <유봉정기>, <오대산기> 등 6편이 실려 있어 전체24편의 1/4을 점할 정도여서 조선의 산악명문가라 불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중들이 메고 가는 간이가마 남녀를 타고 산에 오르는 기록이 자주 보여 눈살이 찌푸려졌던 것은 아무리 조선의 정책이 숭유억불이라지만 고려의 호국종교였던 불교와 승려들을 그리 천대하는 것이 조선의 지식인 사대부들이 취할 바가 아니다 싶어서임. 여러 유산기가 날짜별로 잘 정리되어 조선 시대의 시대별 유산의 형태를 엿볼 수 있어 좋았음.
*2017. 1. 20일
948.한국경제사 II
*이영훈 저/일조각 간(2016)
*저자는 그의 역저 “한국경제사”를 통해 한반도에서 문명이 성립한 이래 지금까지의 전시기를 대상으로 인간의 경제생활이 전개되어온 역사를 인간의 가족적, 사회적, 국가적 존재형태에 기초해 4시대로 나누어 기술하고 있고 있음. 앞서 읽은 “한국경제사 I” 제1시대(기원전3세기-기원후 7세기), 제2시대(8-14세기), 제3시대(15-19세기)의 경제사를, 이번에 읽은 이 책 “한국경제사 II”에서 제4시대(20-21세기)의 경제사를 다루었음. 저자의 일본의 조선지배에 대한 역사기술이 특이한 것은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1905년부터 40년간 이어진 일본의 지배는 그에 대한 한국인의 모멸감이나 분노와는 별개로 서유럽에서 발원한 근대문명이 착실하게 이식되는 과정으로 인류가 맬서스의 덫에서 해방되는 대분기의 역사가 한반도에서 펼쳐졌다고 보는 것으로 친일논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수긍이 간 것은 그의 실증주의적 연구결과로 얻어진 각종 조사 자료를 보았기 때문임. 일제강점기의 해외독립운동이 이념적 대립으로 크게 분열되어 중국의 화중지역과 미국에서는 자유민주주의이념을, 중국의 화북지역과 만주에서는 공산주의 혁명을 추구했다는 역사적 사실도 이 책을 통해서 알았음. 대한민국의 경제가 미증유의 발전을 가져온 역사적 배경과 동인을 이 책을 통해 비교적 개관적으로 고찰할 수 있었으며, 사실에 입각한 역사기술이 얼마나 중요한가도 함께 깨달아 저자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자 함.
*2017. 1. 17일
947.한국경제사 I
*이영훈 저/일조각 간(2016)
*내가 저자를 처음 접한 것은 2006년 박지향, 김철, 김일영 등과 같이 펴낸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에서 저자의 글 ‘왜 다시 해방전후사인가 ’을 읽은 것임. 1776년 이조판서와 대제학을 지낸 서명응이 백두산에 올라 자연경관의 빼어남에 감탄하면서도 성리학적 자연관이나 소중화문명사관에 입각해 해석했지 민족의 거룩한 발상지라고는 입 밖에도 내지 않았음을 지적한 저자의 글을 읽은 것이 계기가 되어 그 후에 출간된 저자의 저서를 몇 권 사 읽었음. 내가 저자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그가 보수적 우익인사이기 때문만은 아니고, 그의 학문적 태도가 철저하게 실증적이라는 데 있음. 이 번에 출간된 한국경제사는 1-2권 합하여 1,200페이지가 넘는 대작으로 기원전 10세기 전후에서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의 우리나라 경제사로 무려 3,000년을 카버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경제사 서적일 것임. 기원 전 10세기전후의 추락에서 1910년 한일합병까지의 경제의 흐름을 다룬 이 책 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학문하는 사람의 올곧은 자세와 엄격함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이었음. 제 멋대로의 추정이나 자료선택으로 혹세무민하지 않고 하나하나 관련문헌을 찾아 논증해나가는 저자의 실증적 노력에 찬사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일었음. 이 책에 이어서 조선의 경제를 조감할 수 있는 경제서를 몇 권 더 읽어볼 생각임.
*2017. 1. 16일
946.한학입문
*심경호 저/황소자리 간(2013)
*한학이 한문학을 이르는 것이라면 한학이란 한문으로 된 문학이나 한문을 연구하는 학문을 칭하는 것이 되겠는데 어느 경우든 한문을 공부하지 않고 한학을 연마하기는 불가능할 것임. 이 책이 갖고 있는 강점은 한문에 관한 대강을 소개하고 있어 한문이 어떻게 형성되고 쓰였으며 발전되어 왔는가를 조감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임. ‘한자와 한자어’, ‘한자어의 짜임과 한문의 품사’, ‘한문문장의 기본문형과 확장형식’, ‘한문의 구두와 번역’, ‘문헌학의 상식’, ‘사전과 공구서’, ‘유가경전 해석학의 기초’, ‘사서와 사서회’, ‘삼경과 경학’, ‘예학과 춘추학’, ‘제자백가’, ‘역사 고전’, ‘불교한문’, ‘한시감상법과 작법’, ‘한문산문과 소설’과 ‘한국한문학과 한자문화권’ 등의 16개의 목차에서 알 수 있듯이 한문의 모든 분야를 맛보기로 축약해 보여주고 있어 한학입문에 도움을 주겠다는 저자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음. 한문에 대한 이해를 바로하고 넓히자는 취지로 이 책을 읽었기에 좀 지루하지만 끝까지 읽었다는 생각임. 이 책에 소개된 각종 문헌과 관련사이트는 앞으로 한문을 공부해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임. 다만 한문 그 자체를 배우고 익히는 목적이라면 이 책은 그다지 도움이 클 것 같지 않다는 생각임.
*2017. 1. 15일
945.가치관의 탄생(Foragers, farmers, and fossil fuels)
*이언 모리스 저/이재경 역/반니 간(2016)
*농경사회를 거쳐 화석연료시대로 바뀌면서 물질은 어떻게 인류의 가치를 결정지었나를 설명해주고 있는 이 책의 원제의 “Foragers, farmers, and fossil fuels"을 “가치관의 탄생”으로 번역한 것은 적절하다는 생각임. 저자 Ian Morris는 고고학을 전공한 스탠퍼드 대학의 역사학 교수로 이 책 외에도 “전쟁의 역설 : 폭력으로 평화를 일군 1만년의 역사”와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 지난 200년 동안 인류가 풀지 못한 전쟁”등의 역저가 있음. 이 책을 통해 인간 가치관의 거시적 역사를 제시한 저자는 인간발전과정을 연속적 3단계로 나누고 그 단계들을 관통하는 유사성을 광범위하게 통찰하여 각 단계의 인간문화유형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에너지획득방식을 들었음. 이언 모리스의 이론이 독특한 것은 에너지 획득방식이 해당시대에 유효한 사회체제와 득세할 사회적 가치들을 결정하거나 한정한다는 것임. 가치관을 다룬다 해서 철학의 한 분과인 윤리학과 관련된 서적일 것이라는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과 에너지 획득방식이 가치관 결정에 주요요인이 된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깨달았음. 이 책을 읽으면서 인류의 에너지 획득방식이 수렵채집- 농경민 - 화석연료이용 등 3단계를 거치면서 각 단계에 대응해 가치관이 변화했다는 저자의 이론에 나도 모르게 동의하게 되었음.
*2017. 1. 11일
944.에세이로 읽는 한국100대명산
*한상갑 저/깊은솔 간(2012)
*산림청에서 선정한 100대명산과 일부 다른 산도 있어 미쳐 못 오른 산도 있지만 95%이상 오른 산들이어서 저자의 산행기가 전혀 낯설지 않았음. 관련 역사를 곁들인 산행기가 에세이에 가깝다 싶은 것은 시간기록이 빠진데다 문체가 스무드해서인데 저자의 필력도 내공이 느껴질 만한 것이어서 450쪽이 거의 다되는 이 책을 구입 당일에 다 읽었음. 국사를 전공하고 매일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오래해 글을 풀어가는 솜씨가 다른 산악인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났으나 지면의 한계로 수박겉핥기를 면치 못한 것이 아쉽게 느껴졌음. 글에 곁들인 사진도 저자가 찍은 것이 거의 다로 수준급이어서 책의 가치를 높이는데 일조를 했다는 생각임. 낙남정맥 종주 중에 염두에 두었으나 실천에 옮기지 못한 경남사천의 와룡산 산행을 올 봄에 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인 것은 이 책을 읽고 나서임. 이 책에 실린 역사적 사실이 너무 간략히 언급되어 더러는 무슨 내용인가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 옥의 티이나 대체적으로 흥미롭고 유익했다는 것이 내 서평임. 이 책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의 수는 4,040개, 해발 천m 급의 고산은 176개, 500m이상의 산은 모두 679개산에 이른다함.
*2017. 1. 8일
943.삼국사기의 산을 가다
*박기성 저/책만드는집 간(2012)
*1대간9정맥을 종주하면서 삼국유사에 나오는 유적지를 몇 곳 탐방했지만, 삼국사기에 나오는 산들은 의식 없이 지나친 것이 이 책을 읽고 나니 새삼 후회스러웠음. 이 책의 첫 장에 나오는 태백산은 몇 번 오른 산이어서 산행기도 남겼는데, 그 산행기에 삼국사기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은 내 생각이 삼국사기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었음. 이 산에 수록된 여러 산 중 직접 찾아 오른 산은 태백산, 아차산, 화왕산에 불과해 사정이 여의할 때 아직 가보지 않은 몇 곳을 찾아 내 나름의 탐방기를 써볼 계획임. 이 책의 저자는 역사학을 전공한 전문산악인이어서 삼국사기에 나오는 역사적 사실과 그의 탐방기를 결부시키는 것이 다른 사람들보다 손쉬웠겠지만, 그래도 천년도 넘는 아주 오래 전의 사적지를 찾아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인데 비교적 열심히 잘 해냈다는 생각임. 다만 저자가 지나치게 많이 자신의 상상에 근거했고 그때마다 “...하였으리라”고 상투적으로 글을 맺은 것이 귀에 많이 거슬렸는데, 이는 역사를 과학이 아닌 문학으로 떨어트리는 일로 여겨졌기 때문임. 탐방지를 줄이고 보다 객관적이고 심층적으로 다루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게 일은 책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할 생각이 나지 않은 책이기도 함.
*2017. 1.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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