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독서산책(1141-1230 )
1230.우리말의 탄생
*최경봉 저/책과함께 간(2019)
*국어사전의 탄생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이 책을 읽고서 알게 됐음. ‘최초의 국어사전 만들기 50년의 역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의 제목을 “우리말의 탄생‘이라고 파격적으로 명명한 것은 ’규범화의 결정체인 사전의 탄생과 함께 근대적 우리말이 정립되었다”는 저자의 관점이 고려된 것임. 1446년 세종대왕이 반포한 훈민정음이 국어로 인정받은 것은 1894년 한글로 쓴 문서를 비로소 국가공문서의 기본으로 삼는 갑오개혁에 힘입어서임. 1947년10월9일 『조선말큰사전』의 제1권이 발간된 것은 한글이 국가공문서의 공문에 쓰이기 시작한 갑오개혁 이후 53년만의 쾌거임. ‘사전의 탄생’, ‘길을 닦는 사람들’, ‘사전의 모습’, ‘좌절과 전진의 세월’, ‘조선어학회 사람들’ 등 총5부로 구성된 이 책을 통해 한 발 앞서 사전의 필요성을 역설한 선각자를 만나게 된 것은 기쁨이 아닐 수 없음. 문법학의 이봉운, 1909년 『자전석요』와 『언문』을 지은 의사 지석영, 어문운동의 탁월한 전략가로 1908년 국어연구학회(1911년 조선언문회로 개명)를 설립해 국문철자법의 보급과 연구를 본격화한 주시경, 『말모이』편찬으로 우리말 사전의 초석을 놓은 광문회, 조선어학회로 가는 다리를 놓은 계명구락부, 조선어학회 멤버들 등 선각자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국어사전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하자, 새삼 내가 지니고 있는 국어사잔에서 민족혼이 느껴졌음.
*2019. 12. 31일
1229.지금 조선의 시를 쓰라
*박지원 저/김명호 편역/돌베개 간(2018)
*연암 박지원이 조선 최고의 소설가 중의 한 사람이라는 것은 방송대 다닐 때 익히 알았지만, 그의 작품 여러 편을 이번처럼 꼼꼼히 읽지 못해 박지원의 문학관 및 문장론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지나쳤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임. 이번에 우리나라 문단에 모더니즘을 들여온 김기림과 문장론과 박지원의 문장론을 비교 고찰하는 소논문을 이번 학기 박사과정 기말과제로 제출해야 해 『연암집』에 들어 있는 몇 편을 꼼꼼히 읽고 그 의미를 되새기고 나자 역시 연암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음. 연암집』에 실린 소설, 산문, 한시 100편을 선정해 편역한 이 책에서 주목할 것은 산문으로, 이에는 서문, 발문, 기, 서간문, 비문, 추도문, 논설이 실려 있어 고전산문의 전 장르를 망라하지 않았나 싶음. 연암 박지원의 문학관의 요체인 ‘법고창신(法古刱新)’이란 옛 것을 본받아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을 뜻함. 박지원은 법고창신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는 것은 『연암집』에 실린 「초형집서(楚亨集序)」에 실려 있음. 박지원이 법고창신의 문제점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한 것은 진실로 옛것을 본받으면서 변통할 줄 알고(法古而知變), 새롭게 지어내면서도 법도에 맞추는(刱新而能典), 이른바 “법고이지변 창신이능전(法古而知變 刱新而能典)”임. 박지원은 법고의 능전에 토대를 둔 지변과 창신한 문학을 옹호하는 관점에 조선의 개별성을 더하여 조선의 방언과 민요 역시 훌륭한 문학적 수단으로써 가치를 지닌다고 보았음.
*2019. 12.30일
1228.한국아리랑문학연구
*박민일 저/강원대학교출판부 간(1994)
*한국의 아리랑이 모두 약 186종, 2,277연dmfh 조사됐다고 이 책이 전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의 저자가 20여년 쏘다닌 덕분임. 민족, 조국, 고향의 노래라 일컫는 아리랑은 희노애락과 애오욕을 모두 애정으로 감싸서 부른 사랑의 노래이자 소망의 노래라고 저자가 말한 근저에는 휴머니티가 관류하고 있음. 흔히들 이야기되는 아리랑의 한(恨)과 원(怨)은 체념과 좌절의 함몰에서 오는 비탄의 소리가 아니라 이를 뛰어 넘어서고자 하는 극복적인 한풀이라는 것이 통론과 다른 저자의 독특한 소견임. 논문 형식을 취한 이 책은 서론, 아리랑의 역사, 아리랑의 주제와 사상성, 아리랑의 전파와 변이양상, 아리랑의 정신사와 그 역학, 아리랑의 특성, 그리고 결론으로 끝을 맺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음. 아리랑은 불특정다수의 ㅁㅁ민중들이 지고 부르고 전파한 민중문학이라고 정의한 저자는 총체론으로서 역사적 전개는 어떻게 이루어 졌는가, 아리랑의 주제와 사상은 무엇인가, 아리랑의 전파와 변이양상은 어떠했는가, 아리랑이 지닌 정신사와 그 역하적문제는 어떠한가, 아리랑이 지니고 있는 특성은 무엇인가 등의 문제에 대해 이 책을 통해 답을 주고 있어 주의 하여 읽었음.
*2019. 12. 28일
1227.몽유록
*김정녀 글/이수진 그림/현암사 간(2015)
*꿈에 기대어 품은 뜻을 이야기하는 형식의 서사인 몽유록은 조선 전기 사림파인와 훈구파의 정치적 격돌의 순간부터 조선 중기 임진왜란, 병자호란과 같은 국난의 시기를 거치는 동안 역사현실에 대한 작가의 치열한 고민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뚜렷한 자취를 남긴 소설의 유형이라고 이 책의 저자 김정녀는 적고 있음. 이 책에 실린 모두 4편의 작품 중 심의가 지은 『대관재기몽』은 최치원을 천황으로 모시는 문장왕국에서 최치원에서 조선초기의 문인 박은에 이르기까지 쟁쟁한 문신들을 평하는 이야기가 주로 몽유록의 효시작으로 평가받고 있음. 임제의 『원생몽유록』은 정유정난을 일으켜 집권한 세조에 저항하는 사육신들의 항거를 그렸으며, 윤계선의 『달천몽유록』은 임진왜란을 극복하는데 공헌한 뭇 장수들의 어벅을 그렸으나 신립에는 매우 비판적이었음. 작자미상의 『강도몽유록』은 고위관직인 남편들의 잘못으로 병자호란을 만나 수절을 지키고자 자결한 여인들이 남편들을 성토하는 내용으로 꾸며져 있음. 당대 작가의 시대정신을 읽을 수 있는 몽유록은 역사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음을 일러주고 있음.
*2019. 12. 27일
1226. 김기림의 시론과 수사학
*이미순저/푸른사상 간(2008)
*김기림은 단순히 시인으로 머문 사람이 아니고, 평론가로 활동했을 뿐만 아니라 『문장론신강』이라는 명저를 남기기도 했음. 함경도 성진에서 태어나 서울로 유학하여 공부를 마친 후 조선일보에 근무하다가 신문사의 도움으로 일본의 동북제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바탕 위에 새로운 문예사조인 모더니즘을 주창하기도 했음. 글은 뜻과 음과 형용을 갖고 있다면서 말보다는 글을 더욱 중시했던 김기림이 말이 글보다 더 주요하다고 생각을 바꾼 것은 해방 후 건설하고자 했던 민주문화 창달을 위해서였던 것 같음. 이 책은 서론과 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장의 제목은 “김기림의 은유론에 대한 일 고찰”, “김기림의 알레고리 시론”, “『태양의 풍속』과 알레고리”, “김기림의 시론과 풍자”, “「기상도」에 대한 수사학적 연구,”, “「기상도」와 알레고리”, “김기림 언어관의 변모양상”, “『문장론 신강』에 대한 수사학적 연구”, “수사학의 측면에서 본 김기림의 시론” 등으로 모두 저자의 논문임. 이중 “문장론 신강』에 대한 수사학적 연구”논문은 졸고인 소논문 “김기림 문장론의 문장사론적 의미”작성에 많이 참고했음. 방송대에서 배운 I. A. Richards의 상호작용이론을 다시 한 번 접하게 되었음.
*2020. 12. 25일
1225.고전문장론과 연암박지원
*정민 저/태학사 간(2013)
*고전의 문장론과 독서론을 묶은 고전문장론과 독서론, 그리고 이에 덧붙인 연암산문의 행간읽기로 구성된 이 책은 연암 박지원의 문장론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임. ‘문장론과 독서론’에서는 고전독서방법론의 양상과 층위, 고전문장이론에서의 법문제, 고문을 보는 세 관점과 활물적 문장인식, 편장자구법으로 본 「온달전」의 텍스트분석 등을 다루고, ‘연암 산문의 행간읽기’에서는 「황금대기」로 본 연암의 글쓰기 방식, 「홍덕보묘지명」의 명사에 대하여, 「주공탑명」의 행간과 주제 읽기, 연암척독 소품의 문예미, 새 발굴「연암선생 서간첩」탈초 원문 및 역주 등을 다루었음. 이에 더하여 연암을 존경하고 문학정신을 높이 평가한 홍길주의에 대한 연구논문을 덧붙였는데, 항해 홍길주의 독서론과 문장론, 수사여필을 통해본 홍길주(洪吉周, 1786-1841)의 사유방식, 한국고전문학의 고전주의 이상 등이 그것임. 이 책은 고전문장론과 문장분석에 천착하여온 저자의 학적 관심사가 연암을 거쳐 18세기 조선 지식인에 대한 탐색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빚어낸 성과물이라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한 역저라는 생각임,
*2019, 12, 19일
1224.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설흔, 박현찬 공저/예담 간(2007)
이 책이 갖는 특징은 연암 박지원의 글쓰기를 소설 형시으로 서술했다는 것임. 혹시라도 연구논문으로 다루어야 할 주제를 너무 가볍게 다룬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을 수 있으나 그런 우려를 이 책에서 풀려고 할 것이 아닌 것은 이미 그런 논문은 숱하게 많이 발표되어서임. 두 공저자가 밝혔듯이 이 책의 서사가 역사적 사실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고 김지문과 몇몇 인물과 같이 가공의 인물도 등장하나, 인용된 글이 근거를 갖고 있고 또 근거가 될 만한 정보의 리스트도 이 책 말미에 첨부되어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생각임. 저자들은 글쓰기의 법칙과 자세로 관찰하고 통찰하며, 원칙을 따르되 적절하게 변통하고 의중을 정확히 전달하며, 관점과 관점사이를 꿰뚫는 ‘사이’의 통합적 관점을 만들고, 실전에 적응할 수 있는 글쓰기 수칙 11가지(소단적치인에는 12가지)를 익히고, 마지막으로 사마천의 분발심을 잊지 말 것 등 6가지 수칙과 자세로 명쾌하게 정리했음. ‘제비기 날다’, ‘붉은 까마귀를 보다’, ‘문장가 한신을 되새기다’, ‘이는 어디에서 생기는가’, ‘사마천의 마음을 배우다’, ‘기이문을 보내다’ 등 총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저자들이 연암 박지원의 법고창신의 정신을 가장 잘 활용한 것이 아닌가 함.
*2019. 12. 5일
1223.김기림 전집4 : 문장론
*김기림 저/ 심설당 간(1988)
*1950년 『문장론신강』을 발간해 한국의 문장론사에 한 획을 그은 김기림의 문장론은 “머리말”
“이론편”, “실천편”, 그리고 4편의 논문이 실려 있는 “부록”의 순으로 구성되어 있음. 김기림 문장론의 주요한 특징은 첫째, 김기림의 문장론은 통일된 종합적인 언어이론의 기초 위에 세워진 최초의 문장론이고, 둘째는 김기림이 합리적인 의사소통을 지향하는 전달을 중시했으며, 셋째는 김기림이 수사학의 목표가 진리와 진실한 감정을 잘 교환하는 길에 있다고 했고, 넷째 김기림은 말과 글 중에서 말을 중시했으며, 다섯째는 김기림은 훈련의 중요성을 역설했으며, 여섯째는 김기림은 설득의 수사학을 중시했고, 그 일환으로 선전에 주목하였으며, 마지막으로 김기림은 민주문화 건설을 위해 한글의 철저한 보급과 사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음. 김기림의 문장론은 종합적인 언어이론 위에 세워진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문장론으로 평가받을 만하며, 그 내용은 연암박지원 등의 선현들이 다뤄온 문장론의 내용도 상당 부분 포함하고 있음.
*2019. 11. 30일
1222.연암문학의 심층탐구
*김명호 저/돌베개 간(2013)
*우리 한문학사에서 연암박지원의 작품만큼 이본이 많은 것은 드물다고 함. 한시들과 『열하일기』중 누락된 글들을 발굴하여 소개한 이 책자는 저자의 치밀한 텍스트 연구와 세심한 독해를 통해 연암이 서학을 적극 수용하여 사상적 혁신을 추구했던 면모를 보여주는데 성공했음. “연암의 일시에 대한 고찰”, “연암의 실학사상에 미친 서양의 영향”, “『열하일기』‘보유’의 탐색”과 “『연암집』텍스트의 재검토”등 총4부로 구성된 이 책은 각 부가 저자의 훌륭한 연구성과여서 다시 한 번 정독을 해보고자 함. “연암의 실학사상에 미친 서양의 영향”의 연구논문을 읽고서 연암이 주자학의 ‘인심도심설’을 ‘경계’의 철학으로 새롭게 재해석하고 이를 심성수양론에서 정치론의 영역으로까지 확대발전시켰음을 알았음.
*2019. 11. 15일
1221.모더니티의 다섯 얼굴
*M. 칼리니스쿠 저/이영우, 백한울, 오무석, 백지숙 역/시각과언어 간(1998)
*루마니아 태생의 미국인으로 비교문학을 전공하고 가르쳐온 저자는 지난 150여 년 동안 “모던”, “모더니티”, 그리고 보다 최근에는 “모더니즘”과 같은 용어들 및 이와 관련된 수많은 개념들이 예술과 문학의 맥락에서 점점 더 뚜렷해지는 역사적 상대주의의 감을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어 왔다고 했음. 또 모더니티의 관점에서 볼 때 예술가는 확고부동한 기준을 가진 규범적인 과거와 단절되어 있으며, 또 전통은 그에게 본받을 만한 선례를 따를 만한 지침을 제공해줄 아무런 합법적 권리를 갖지 않는다고 했음. 저자는 모더니즘의 의미가 모호하게 쓰여 분명치 못한 것을 극복하고자 모더니즘의 다섯 얼굴을 개념화하여 이 책을 통해 자세히 설명했음. 다섯 얼굴이란 다름 아닌 “모더니티”, “아방가르드”, “데카당스”, “키치”와 “포스트모더니즘”임. 모더니티는 반역적인 아방가르드로 향한 길을 여는 동시에 자기 자신을 거역하고 스스로를 데카당스로 간주해 자신의 위기감을 극화시키기도 했음. ,
*2019. 11. 5일
1220.모던 타임스 - 예술과 정치에서 시간성에 관한 시론
*자크 랑세에르 저/양창렬 역/현실문화연구 간(2018)
*이 책은 프랑스의 철학자인 쟈크 랑시에르(Jacques Rancier. 1940-)가 2014-2015년에 발표한 말과 글을 모아 2017년에 펴낸 최근 저작 가운데 하나임. 이 책 외에도 감각적인 것의 나눔』(2000) 도 펴낸 저자는 철학 정치 예술을 연결하는 능력, 평등주의라는 토픽, 특정 예술 실천을 자신의 개념도식에 끼워 맞추지 않고 동시대 예술을 꾸준히 추수하는 성실, ‘비판적 예술’에 대한 비판 등으로 예술계의 각광을 받고 있음. 이 책은 부제 ‘예술과 정치에서 시간성에 관한 시론’ 에서 알 수 있듯이 예술과 정치를 논하는 랑시에르의 일련의 저작의 연장선상에 있는 저술로,『감각적인 것의 나눔』(2000)이 이전의 정치연구와 이후의 미학/예술연구를 연결하는 마디에 해당된다면, 『모던타임스』는 지난 20년간 시행된 예술-정치연구의 축도라 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시간, 내래이션, 정치」, 「모더니티 재고」, 「무용의 순간」과 「영화의 시간들」 등 모두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을 통틀어 관통하는 키워드는 ‘시간성’임. 이 책에서 논의된 시간성에 관한 주제로 ‘시간의 나눔에서 공통의 시간으로’. ‘모더니티의 비동시대성’. ‘예술의 정치의 세 시간성, 영화적 시간성의 세 형식’ 등 3가지가 있음.
*2019. 10. 26일
1219.마음의 사회학
*김홍중 저/문학동네 간(2018)
*“결국 사회학이 탐구해야 하는 최종 영역은 그 사회의 마음이다”라는 저자의 글을 읽고 개인이 아닌 사회가 마음을 가질 수 있나 싶어 저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했음. ‘나’의 마음이 ‘당신’의 마음과 다르지 않고, ‘우리’의 마음이 ‘그들’의 마음과 구별되지 않는 어떤 공명의 체험 속에서 기획하고 계약하고 꿈꾸고 체험하는 것이 저자가 얘기하는 ‘사회의 마음’이라면 불안하기는 해도 인정될 만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모두가 같은 마음이 되는 덧 없는 순간의 불안정한 제도화가 사회라는 저자의 설명에 공감이 가기도 함. ‘마음의 레짐-진정성의 운명’, ‘마음의 풍경-문화적 모더니티’, ‘마음의 징후-사회학적 비평의 가능성’ 등 3부로 구성된 이 책이 다루는 주제는 ‘근대문학 종언론의 비판’등 모두 14개임. 주목할 만한 것은 가라타니 고진의 ‘근대문학의 종언’을 비판한 ‘근대문학 종언론의 비판’임. 소설의 소멸에 기초해 근대문학의 종언을 주장한 가라타니 고진이 간과한 것은 고진이 근대문학의 본질이 미적 가치에 있지 않고 사상적 또는 정치적 이념에 있다고 한 샤르트르에 경도되어서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인 듯함. 가라타니가 말하는 문학의 죽음은 문학이 더 이상 주체화의 장치로 기능하지 못하고 즉물적 욕구를 충족시켜서라면서, 근대문학의ㅐ 종언은 진정성이라는 ‘마음의 레짐’의 근본적 변화의 징후로 파악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반론을 폈음.
*2019. 10. 25일
1218.곡운과 다산, 곡운구곡을 걷다
*권혁진-허남욱 저/화천문화원 간(2013)
*곡운 김수증(金壽增, 1624~1701)과 다산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이 걸은 화천의 곡운구곡을 내가 걸은 것은 지난 8월임. 화천군사내면의 용담리와 삼일리 등에 걸쳐 있는 곡운구곡(谷雲九曲)은 김수증이 이름 붙인 계곡으로 방화계 등 9곳의 명소가 있는데, 각 명소에 시문이 새겨진 시비가 세워져 있음. 이 책은 강원도춘천의 향토 학자로 활약 중인 저자의 저서답게 곡운구곡을 꼼꼼히 살폈으며, 곡운과 다산 이외에도 곡운의 후학(?)인 오운, 김구, 이하곤 등의 시문도 같이 실어 곡운구곡의 품위를 더 높였음.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한문과 한시에 뛰어나며 춘천에서 살고 있는 분들이 쓴 글이 그렇지 못한 내가 쓴 글과 얼마나 다를까 궁금해서였음. 일독을 마치고 느낀 것은 과연 전문가급이다 싶었던 것은 듬성듬성 본 나와 꼼꼼히 살펴본 저자들의 열성에서도 차이가 보였지만, 무엇보다 이분들은 현장을 여러 번 답사하고, 또 관련 자료를 충분히 찾아 읽어보고 소화한 다음 글을 썼다는 것이 내 글과 다르다는 것이었음. 이 책에 나오는 곡운정사, 화음동정사, 곡구정사와 칠선동 계곡도 한 번 탐방할 뜻임.
*2019. 10. 24일
1217. 1970 박정희 모더니즘-유신에서 선데이서울까지
*권보드래 외 4인 저/천년의 상상 간(2015)
*독재와 민주라는 대립으로는 1970년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 현재적 맥락에서 그 시대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진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황병주가 쓴 2장의 “유신, 자본과의 공모 혹은 대결”을 갖고 대학원생들과 공부하고 나서임. 1970년대의 경제발전을 부정적 시각으로 그린 이 글을 읽고 나서 20대중후반과 30대 초반을 살면서 1970년대를 생생하게 목도한 - 그것도 대학생과 방위병, 교사와 그룹사회사원을 차례로 바꿔가면서 서울과 시골에서 열심히 살았던 - 나로서는 분노가 치밀었음. 그 이유는 때로는 끼니를 거를 정도로 지지리도 가난하게 살았던 경제적 궁핍은 새까맣게 잊고 현재적 맥락에서 읽어보면 그 시대의 삶과 정신을 과연 제대로 읽을 수 있겠는가에 대한 회의감이 커서임. 1970년대의 박정희 통치가 자유를 제한했다고 비판만 할 수 없는 것은 자유 중에서 생명의 자유가 가장 기본저기고 중요한 것인데, 이 자유는 굶어죽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추가 논의가 가능하다는 생각임. 이 책에 실린 27편이 모두가 박정희와 그의 통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쓰인 글만 실려 있어, 지식인들의 사시가 두렵다는 느낌도 들었음.
*2019.10. 19일
1214-1216.신편 고려사절요(상중하 3권)
*김종서 외 저/민족문화추진회 성락훈, 임창순역/신서원 간(2004)
*『고려사』와 더불어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역사서인 본서는 조선조 문종2년(14520에 김종서 등이 편찬했음. 이 책이 기전체의『고려사』와 크게 다른 점은 편년체로 쓰였다는 것외에도 분량에서 큰 차이가 있는 바, 『고려사』는 139권에 비해 『고려사절요』는 35권에 불과할 정도로 간략하다는 것임. 조선의 태조 이성계는 개국하던 해인 1392년에 『고려사』편찬을 명했고, 세종28년 권제 및 안지 등에 의해 『개수 고려사』를 출간했으나, 역사를 편수함에 공정치 못하다 하여 세종은 김종서와 정인지에 개찬을 명하였음. 1451년 문종 원년에 기전체 『고려사』가 완성되었고 이듬해 편년체의 『고려사절요』35권이 완성되기에 이른 것임. 이 책의 편수자는 김종서로 대표되고 있으나 정인지, 신석조, 신숙주, 박팽년, 양성지, 유성원, 김질 등도 수사관으로 이름을 올렸음. 조선시대 역사는 책으로든 대중매체로든 접할 기회가 있는 편이나 고려의 역사는 그렇지 못해 큰 마음 먹고 번역본 3권을 모두 사서 보게 되었음. 번역본 기준 총 2,500페이지 가량 되는 『신편 고려사절요』를 읽고 나니 고려 역사의 윤곽이 잡히는 듯 했으며, 편년체가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음. 고려의 역사를 내 나름대로 정리하고자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에서 고려 편만 다시 읽어볼 생각임.
*2019. 10, 2일
1213.아방가르드의 이론
*페터 뷔르거 저/최성만 역/지식을 만드는 지식(2013)
*이 책은 독일의 문예학 및 미학이론 전공 교수인 페터 뷔르거(1936- ) 교수가 지은 <<Theorie der Avantegarde>>(1976)를 우리말로 옮긴 이론서로 1차(1986) <<전위예술의 새로운 이해>로 번역출간된 것을 개제해 재번역 출간된 것임. 뷔르거가 이 책을 펴낸 것은 아방가르드의 이론을 통해 예술제도의 한계를 뚫고 나오려 했던 아방가르디스트의 시도를 개념적으로 파악할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였음. 아방가르드가 내세우는 이론이 아니고 아방가르들 대상으로 논한 이 책은 그 서론으로 ‘비판적 문예학을 위한 예비적 고찰들’을 실었음. 총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각장의 소테마는 ‘아방가르드의 이론과 비판적 문예학’, ‘시민사회에서 예술의 자율성 문제에 대하여’, ‘아방가르드 예술작품’과 아방가르드와 앙가주망‘임. 시민사회에서 형성되어온 자율적인 예술의 사회적 기능이 변천해온 역사를 비판적으로 논구한 이 책의 저자 페터 뷔르거는 예술의 사회적 기능의 역사에서 획을 긋는 사건은 그가 일회적이었다고 보는 ’역사적 아방가르드운동‘이었다고 밝혔음. 일상어에서 각 시대마다 전위적인 예술운동이나 작품을 지칭하는 일반적인 양식개념으로 써온 아방가르드가 이 책의 저자 뷔르거에게는 시민사회의 예술제도에 대한 전면적 거부로 특징지어지는 운동으로 이해됐다는 점에 주목하고자 함.
*2019. 9. 25일
1212.이미지의 정치학과 모더니즘
*김예리 저/ 소명출판 간(2013)
*이 책은 단 한 번 읽고서 독서후기를 쓰기가 겁이 날 정도로 내게는 난해한 내용을 담고 있어 내내 긴장하며 읽었음. 이번 학기 내내 씨름해야할 근대시인이 김기림이어서 이 작가에 대한 김학동의 저서와 김유중의 저서를 앞서 읽은 바 있으며, 차제에 한 번 이 책을 읽어보겠다고 도전했는데 내용을 완전히 소화하지 못해 다시 한 번 정독해 볼 뜻임. 이 과목의 담당교수분이 저자이어서 정독을 한 후에도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질문할 기회가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음. 이 책은 “30년대 한국모더니즘 문학 중에서도 특히 김기림 모더니즘의 특이성과 그 성격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구성”되었다고 밝힌 저자는 ”김기림은 일체의 형이상학적 관념을 예술의 영역에서 배제하면서, ‘동요하는 현실’과 ‘움직이는 주관’이라는 상대주의적인 세계관과 주체론을 바탕으로, 현실을 구성하는 사물 들 혹은 언어기호들의 변화와 배치를 주목하는 유물론적 자세를 유지한다.”고 덧붙였음. ‘이 책은 ’명랑성의 시학과 탈경계적 상상‘, ’이미지, 언어, 테크닉‘, ’근대의 멜랑콜리와 이미지의 정치학‘, ’모자이크의 시적기술과 김기림시학의 매체성‘, 그리고 ’김기림의 모더니즘과 이미지의 정치학‘ 등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2019. 9. 10일
1211.산해경과 한국문화
*정재서 저/민음사 간(2019)
*어떤 책을 살 것인가가 정말 고민스러운 것은 읽고 나면 괜히 읽었다 싶어 후회막심인 책이 적지 않아서인데, 특히 시사서나 역사서가 더 그러하다는 생각임. 내가 모교인 서울대동창회보에 소개되는 신간에 관심을 갖는 것은 필진이 모두 서울대 동창인데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 회보에 실리기 전에 걸러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서임. 이번에 동창회보에서 소개한 정재서교수의 “산해경과 한국문학”은 정치나 이념을 다룬 책이 아닌데다, 말로만 듣던 ‘산해경(山海經)’을 좀 자세히 알고 싶어서였음. 내가 중국의 가장 오래된 신화집이자 동아시아 상상력의 원천이라 할 고전인 "산해경”에 주목하는 것은 이 책에 고대한국과 관련된 내용이 많이 들어있다는 것은 많이 들어서인데, 저자 또한 이에 초점을 맞추어 저술한 것이어서 흥미롭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음. 이 책에서의 전면적인 논구를 통해 “산해경”의 적용 범주를 중국대륙 밖으로 확장함으로써 한국 문화의 해석 근거를 기존의 국학범주에서 벗어나 이른바 ‘기서(奇書)’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저술의도인 것 같음. 서론과 ‘『산해경』과 주변문화’, ‘ 『산해경』속의 한국문화’, ‘한국 신화와『산해경』’, ‘삼국시대에서 고려시대까지의 『산해경』수용’, ‘조선시대의 『산해경』수용’, ‘근대 이후의 『산해경』수용’ 및 결론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미수 허목이 조선 단학파의 태두인 정렴의 조카인 정지승과 절친한 사이인 외조부 백호 임제와 향허균, 허난설헌 등의 양천허씨 문중의 영향을 받아 그가 삼척에 세운「척주동해비」에서 『산해경』의 신화적이미지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음.
*2019. 9. 9일
1210.대한민국건국전후사 바로알기
*양동안 저/대추나무 간(2019)
*해방을 맞은 우리나라가 좌우의 대립은 남북으로 분단된 것은 소련의 북한 통치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제대로 알고 있는 국민이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라면, 더 큰 문제는 대한민국의 건국일을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이 고의적으로 잘못 가르친다는 것임. 1945년8월15일 연합군의 도움으로 일제로부터 해방되었고, 1948년8월15일 이승만 박사의 주도적인 노력으로 대한민국이 건국되었음은 불문가지의 역사적 사실인데도 좌파의 지식인들은 이를 부정하고 상해임시정부수립일인 1919년4월11일이라고 고집하는 것은 이승만/박정희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법통을 부정하고 싶어서일 것임. ‘1945년8월15일은 해방일인가 광복일인가?’, ‘한반도는 무엇 때문에 분단되었는가?’, ‘건준과 인공의 정체’, ‘모스크바협정과 미소공동위원회의 진실’, ‘좌우합작의 실상’, ‘9월 총파업과 10월폭동’, ‘유엔의 한국문제결의’, ‘제주4.3폭동’, ‘1948년 평양 남북협상의 진실’, ‘5.10선거는 엉터리 선거인가?’, ‘친일파가 대한민국을 건립했다고?’, '대한민국의 건국일은?‘, ’여수.순천 반란‘, ’국가보안법은 친일파의 작품인가?‘, ’국회프락치사건은 조작된 것인가?‘와 ’남북한의 친일파 숙청과 토지개혁의 비교‘ 등 16개 항목을 뽑아 역사적 진실을 깨우쳐준 저자인 양동안 교수에 심심한 감사를 표하고자 함.
*2019. 9. 8일
1209.한국현대시인연구 - 김기림
*김유중 편저/문학세계사(1996)
*이번 학기 현대문학의 시론 강의는 이 땅에 모더니즘 문학을 연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시인 김기림(金起林, 1908-미상)의 생애와 작품연구에 관한 것이어서 부지런히 김기림에 관한 도서를 찾아 읽는 중임. 이번에 읽은 김유중의 『한국현대시인연구 - 김기림』은 앞서 읽은 김학동의 『김기림평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복습하는 기분으로 열독했음. 김유중의 저서인 이 책에서 평전의 비중은 김학동이 지은『김기림평전』과 보다 훨씬 낮지만, 다루어져 있지만, 대신에 김기림의 작품은 보다 많이 실려 있으며,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김기림의 수많은 작품 중에서 선별된 것이어서 허투루 볼 만한 작품은 아닌 것이 분명함. ‘김기림시선’, ‘김기림산문선’, ‘김기림 비평’, ‘김기림평전’, ‘김기림연구논집’과 ‘김기림연구자료집’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에서 흥미롭게 읽은 것은 평론가 송욱의 연구논문 「김기림 즉 모더니즘의 구호」였음. 송욱은 김기림을 시인으로서 또 비평가로서 눈부시게 활약했다면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시의 과학」이라는 망상에 사로 잡혀 자기 작품 속에 구현할 만큼 시간의식, 전통의식과 역사의식을 갖고 있지 못했으며, 내면성이나 정신성에 무지하다고 혹평했음. 이 책을 통해 대학시절 일반생물 중에서 식물분야를 가르쳤던 고 김준민교수가 김기림의 동북제대 후배로 고향 근처 경성고교에서 같이 학생들을 가르쳤다는 것도 알게 되었음.
*2019. 9. 6일
1208.김기림평전
*김학동 저/새문사 간(2001)
*한국전쟁 때 납북된 정지용이나 김기림의 작품에 대해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았던 정부의 조치는 좀 심하지 않았나 싶음. 1988년 해금 조치 이후 월북이 아니라 납북된 것으로 밝혀진 후에야 비로소 후손들이 어깨를 펴고 이 땅에서 마음 놓고 숨 쉬고 말하고 글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은 분명 안타까운 일임. 후대의 문학인들이 그들에 관한 평전을 써서 생애와 작품을 재조명하고 올바르게 평가함으로써 저자의 김기림 평전은 읽어볼 만한 양서라고 생각함. 모더니즘과 ‘과학적 시학’의 핵심은 ‘시는 언어의 예술이라는 자각과 함께 문명에 대한 감수를 기초로 가치를 의식하고 써야 한다는 것“이라는 김기림의 주장은 1930년대 우리나라 모더니즘의 시운동으로 평가받아왔음. 김기림의 모더니즘 시운동 주도의 공과에 대한 찬반양론이 계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운동이 매우 진위적이고 1930년대 시사의 주류로 부상했던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것이기에 이 운동을 주도한 김기림에 관한 평전의 발간은 때늦었다는 생각임. 본문의 ’김기림의 생애와 문학‘, ’태양/태풍/바다의 심상과 공동체 의식‘, ’건강한 생활시와 과학적 시학‘, ’김기림의 시와 산문‘과 부록의 ’시작의 원전대조표‘, ’김기림의 인간과 문학(독자의 반응), ‘시/평론/수필’, ‘김기림의 전기자료’, ‘김기림의 생애와 작품연보’ 등으로 짜인 이 책은 여느 평전과는 달리 부록에 포함시킨 자료가 많다는 것이 특징이라 하겠음. 하나 아쉬운 것은 생애에 대한 보다 상세한 일화 등이 많지 않아 공식 자료에 감춰졌을지도 모를 김기림의 진면목을 만나보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임.
*2019. 9. 5일
1207.결국 이기는 사마의
*친타오 저/박소정 역/더봄 간(2018)
*이 책은 표4에 적힌 대로 “조조를 철저히 소ᅟᅭᆨ이고 제갈량을 죽음에 이르게 하여 결국 최후의 승자가 된 사마의의 인생과 처세술”을 담은 인기 있는 처세서이자 역사서임. 조조가 타계하기까지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의 요약본을 읽었다 싶었는데 그 뒷부분은 ‘결국 이기는 사마의’를 잘 그려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음. 서장과 ‘잠룡물용(潛龍勿用)’, ‘종일건건(終日乾乾)’, ‘혹약재연(或躍在淵)’, ‘신룡파미(神龍擺尾)’, ‘용전어야(龍戰於野)’, ‘비룡재천(飛龍在天)’과 ‘항룡유회(亢龍有悔) 등 7개장으로 구성된 이 책을 읽어나가는 중 내 눈을 끈 부분은 사마의가 상계연을 맡고나서 한 말로 “길은 사람이 걸어서 내는 것이다/
걷는 사람이 없으면 길은 사라진다“는 구절임. 길이야말로 그 길을 낸 사람들의 정신과 땀이 깃든 곳으로, 땀이 식고 정신이 사라지고 나면 사람이 낸 길도 사라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만으로도 이 책을 잘 읽었다는 생각임. 이 책은 길은 사람이 걸어서 낸 것이며, 걷는 사람이 없어지면 길도 사라진다는 것은 벼슬길에서도 변하지 않는 철칙이라고 했음. 다른 사람들과 함께 길을 내며, 그 길을 마지막까지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사마의의 용의주도함에 있었을 것임. 조조-조비-조예-조방의 순으로 조씨일문이 세운 위나라의 문신으로 일해 오면서 자신의 역량을 키워온 사마의가 다름 아닌 그 유명한 사마중달임. 사마의는 결코 신하로 만족할 사람이 아니라고 한 조조의 평가가 틀리지 않아 삼국시대가 막을 내린 서기 280년에 사마의는 서기기 265년에 세워진 서진의 진선제로 추존되고 진나라의 실질적 창시자로 평가받기에 이르렀음.
*2019. 9, 1일
1206.민족주의란 무엇인가
*앤서니 D. 스미스 저/강철구 역/용의 숲 간(2012)
*민족을 관심의 중심에 놓고 그 복리를 진작시키려고 하는 이데올로기로 정의되는 ‘민족주의’가 등장한 것은 18세기였음. 독일의 철학자 헤르더와 프랑스 혁명에 반대한 아베 오퀴스탱드 바뤼엘이 사회/정치적 의미를 가지고 처음으로 민족주의(nationalism)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음. ‘민족주의’가 오늘날의 민족주의라는 용어와 연관시키는 의미의 범위를 갖게 된 것은 20세기에 이르러서임. 저자는 ‘민족주의’를 민족의 형성 또는 생장과정, 민족에 속한다는 감정이나 의식, 민족의 언어나 상징, 민족을 위한 사회적/정치적 운동과 일반적이거나 특수적이나 간에 민족의 원리나 이데올로기 등 5가지 용법에 초점을 모아 설명했음. 이 책은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된 바, ‘개념’, ‘이데올로기’, ‘패러다임’, ‘이론’, ‘역사’와 ‘전망’ 등이 그것들임, 이 책에서 흥미로운 내용은 종족적 민족주의에 대한 설명임. 저자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사회들이 대부분 유럽모델에 따라 새로운 국가로 개조된 다음 나타난 것이 소위 ‘종족적 재흥’이라고 했음. 저자는 종족적민족주의의 새로운 물결이 가져온 결과는 민족주의에 기저한 대중운동들이 집단적인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순수한 욕구라는 동기를 지닌 듯이 보이는 한 작은 종족집단들과 예속 민족들의 열망에 대해,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민족주의에 상당한 정도의 대중적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지적했음. 최근 역사적인 반일감정에 기초한 대일관계의 변화를 정부가 시도하는 것은 종족적 민족주의의 한 예로 생각되어 그 결과가 적지 아니 걱정되는 바임.
*2019. 8. 29일
1205.생명철학
*이인철 저/군자출판사 간(2019)*중/고등학교 다닐 때 가장 싫어했던 과목 중의 하나가 생물이었던 것은 복잡한 동식물위의 구조를 제대로 외우지 못해서가 아니었던가 싶음. 내가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것은 살아 있는 생명체를 다루는 생물보다는 물질의 변화를 다루는 화학이 내게는 더 매력적이었기 때문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울산의대 병리학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가 이 책을 출간한 것은 병리학자의 눈으로 본 생명과 삶을 구명하고 싶어서였을 것임. 저자는 서문에서 “생명과학은 과학의 힘을 빌려 생명을 이해하고자 한다”면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은 과학일까 철학일까 아니면 문화일까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여태까지 의학이 발전해온 역사를 돌이켜보며 현대의학의 철학적 기반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에 대해 함께 고심해보고자” 이 책을 펴냄을 밝혔음. ‘철학과 생명’, ‘관찰, 생명철학의 출발점’, ‘철학과 언어’, ‘의학과 이야기’, ‘유전체, 미생물, 그리고 나’, ‘혈류와 소통: 열린 세계와 닫힌 세계’, ‘암과ㅣ 세포 윤리’, ‘신경면역계와 민주주의’, ‘비만과 경제’와 ‘진화의학’ 등 서문과 총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이 갖는 독특한 것은 각장 맨 끝에 ‘산뜻 질문’ 코너를 두어 각장의 주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임, 저자는 ‘유전체, 미생물, 그리고 나’의 장에서 조선시대의 “인물성동이론(人物性同異論)”을 언급하면서 몇 해전 홍역을 치렀던 광우병 사태를 겪고 진실로 소의 입장을 생각해봤는지를 물어왔는데, 이는 의외의 질문이었지만 생명철학ᅇᅵ 무엇을 다루어야 하는가를 일러준 본질적인 질문이었다는 생각임.
*2019. 8. 25일
1204.이조한문단편집 1
*이우성-임형택 편역/창비 간(2018)
*이 책은 우리나라 한문학의 거두였던 이우성(李佑成, 1925-2017)교수가 임형택교수와 공역한 것으로, 2017년 유명을 달리해 끝내 출간을 보지 못한 유고작이라 할 수 있을 것임. 그동안 방송대와 강원대대학원을 다니면서 김시습, 혀균, 김만중과 박지원 등 조선시대 유명 문인들의 소설은 몇 편 읽은 적이 있으나, 비록 번역본이라 해도 별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한문소설을 접하기는 이 책이 처음이어서 흥미롭게 읽었음. 생동하는 삶이 깃든 조선의 스토리를 담은 이 책은 영조 및 정조 때에 신흥부자가 된 중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것도 새로웠고, 정치권에서 거의 배제된 함경도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와 종씨인 우하영과 우하형의 이야기를 접한 것은 이 책이 아니었으면 쉽지 않았을 것임. 이 책을 읽고나서, “자기 시대를 호흡하면서 생활했던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를 자못 풍부하게 그려냄으로써 한국문학사의 신천지가 펼쳐진바, 그러한 작품세계를 능히 담아냈다는 측면에서는 어떤 역사기술보다 오히려 생동감이 있다.”는 임형택의 개정판서문에 동감했음. 총4권으로 구성된 『이조한문단편집』중 첫 권인 이 책은 ‘부’, ‘성과 정’ 등 2부로 구성되었는데, 안동양반 권진사에 얽힌 지혜로운 이야기를 엮은「고담(高談)」을 읽고서 우리선조들의 해학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음.
*2019. 8. 8일
1203.산의 영혼(The sprits of the hills)
*프랭크 스마이드 저/안정효 역/수문출판사 간(2019)
*역자의 명성에 끌려 사 읽은 이 책의 저자 프랭크 스마이드(Frank S, Smythe, 1900-
-1949)는 내게는 생소하나 이 책은 영국의 저명한 등산가이자 저술가, 사진가, 식물학자로 소개되었음. 1930년 칸첸중가 국제원정대의 영국대표로 참가해 존 송 피크(7,420m)를 초등한 저자는 1930년대에 3번이나 에베레스트원정대에 참가한 산악인으로 이 책의 자매편이라 할『산과 인생』을 지어냈음. 이 책은 특정한 산의 등정기가 아니라는 것도 여느 산악서적과 다른 점인데, ‘어린 시절’에서 ‘인연’에 이르기까지 23개의 소주제를 산의 영혼이란 관점에서 풀어나가는 것이 참으로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았음. 저자는 소주제 ‘낮은 산’에서 “내가 납득시키고자 하는 점은 낮은 산에 간다 하더라도 나는 높은 산에 오를 때 못지않게 행복하다는 사실이다”라고 적고 있음을 보고, 해발2천미터 이상의 산을 오를 때에 한하여 알피즘을 논할 수 있다고 강변하는 상당수의 전문산악인들과 산행관이 달라도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음. 이 책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죽음’이라는 주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다룬 것임. “죽음은 종종 등산가 바로 옆에 있다”면서 “산은 바다와 마찬가지로 생명을 적으로 여긴다”고 생각하는 저자가 인간이 산을 오를 수 있는 것은 오직 그의 힘과 기술, 그리고 이끌어주는 이성의 힘 덕택이라고 했음. “산에서 추락하거나 폭풍 속에서 죽는다는 가능성을 내가 소름끼치지 않는다고 느끼지 않는 까닭은 그것이 나의 개인적인 관심과 책임을 수반하는 자연스러운 종말이기 때문이다.”라는 저자의 글에서 같이 저자는 산에서의 죽음을 자연스런 종말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이에 대한 내 생각은 숙고 후 정리해볼 생각임.
*2019. 8. 7일
1202.현오와 걷는 지리산
*권태화 저/리더북스 간(2019)
*이 책을 일독하고 산줄기를 즐겨 타는 전문산악인으로 지리산이라는 단 하나의 주제로 5백 쪽 넘는 산행서적을 지어낼 만한 필력을 갖고 있는 산꾼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음. 지나치다 할 만큼 둘레길을 걸으며 구간 구간마다 관련된 역사적 인물, 지명의 변화, 산줄기 흐름, 조선사대부들의 음영 시 등을 적절하게 배치해 이만하면 지리산 최고의 인문산행서로 자리매김하고도 남을 것임. 1부의 지리산개요, 2부의 지리산둘레길, 3부의 산경표로 본 지리산, 4부의 지리산의 주릉 및 동서남북 능선, 5부의 기타 종주코스로 구성된 이 책의 주된 부분은 20구간으로 나누어 돌아본 제2부의 지리산둘레길이라 하겠음. 이 책이 고마운 것은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산수유기를 집중적으로 공부해온 내게 그동안의 공부가 천학이었음을 일깨워주었다는 것임. 한국산서회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인문산행과는 결이 다르기는 하지만, 그 인문산행이 결과할 인문산행서가 이 책만 하다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겠다 싶기도 함. 다만 아쉬운 것은 참고문헌리스트가 없다는 것과 저자의 산행철학이 상세한 지리산 정보에 묻히지는 않을까 하는 점 등임.
*2019. 8. 6일
1201.강원의 해안
*김창환 외 2인 저/강원연구원 간(2018)
*강원학연구센터에서 펴낸 강원학지식총서의 하나 남은 이야기, 즉 강원의 해안에 관한 지식을 담은 이 책은 앞서 읽은 강원의 산, 강, 동물, 식물에 이은 것으로 마지막 권에 해당되는 것임. 내가 박사학위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강원대에서 연구와 수업을 맡고 있는 세 저자의 노력으로 어렴풋이 알아온 강원의 해안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어 좋았음. 저자 중의 한 분인 이학주님은 바다의 신비해 대해 “강과 바다는 생명도 주지만 신비로운 이상향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물이 주는 상징성 때문이다. 바다를 건넌다는 것은 우리가 사는 불합리와 비리를 말끔히 씻어 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상세계는 그 바다 건너를 상상하며 빚어낸 조상들의 생각이라 했음. 이런 상상력이 해안가 사람들의 힘든 삶을 견디게 했다는 믿음아래 저자들은 이 책을 ‘지리로 보는 강원의 해안’, ‘역사로 보는 강원의 해안’, ‘강원의 해안과 사람들’ 등 3부로 구성해 펴냈음. 모래가 풍부한 해안에서 볼 수 있는 선물로 이 책은 비치(beach), 해안사구, 사취와 육계사주 및 육게도, 그리고 사주와 석호를 들고 있는데 몇 번의 동해안 여행으로 대부분 본 것들이어서 반가웠고, 바닷가의 명승인 관동팔경을 소개한 내용은 내게는 새로운 것도 있어 유익했음.
*2019. 8. 6일
1200.한국창세서사시연구
*박종성 저/태학사 간(1999)
*서울대학교 박사논문총서로 기획, 9번째로 출간된 본서의 저자는 내가 졸업한 방송대 교수로 저자로부터 구비문학을 수강한 바 있음. 저자는 한국 창세서사시에 대한 기존 연구를 ‘창세서사시의 전승양상에 관해 세밀하게 검토하여 지역별특징과 신화소 상호간의 같고 다른 점을 확인하게 한 점’, ‘신화적 의미를 깊이 있게 해석하여 창세 서사시에 내재해 있는 의미를 구체화시켜 확인하게 한 점’과 ‘창세서사시의 성격과 문학사적 위치에 주목하여 창세서사시의 지속과 변천의 양상을 거시적인 틀에서 논의함으로써 창세서사시변천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한 점’ 등 3측면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보여주었다고 정리했음. 이러한 토대위에 수행된 본 연구는 ‘창세서사시의 전승양상’, ‘창세서사시 공통 전승의 신화적 의미’, ‘창세서사시 변이전승과 시대의 변천’등을 집중 연구한 저자는 결론을 다음과 같이 맺었음. 첫째로 한국창세서사시는 창세서사시가 구비서사시의 특징을 온전히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통의 신화소와 변이의 신화소들을 함께 지니면서 전승된다는 점, 둘째로 한국 창세서사시는 공통의 신화소들을 지속적으로 전승하면서 그 의미를 확보라고 있다는 점, 넷째로 전승권역을 넘어서서 창세서사시의 본래적인 성격을 지속시키게하는 신화소들은 거인신의 출현, 잠자면서 꽃피우기시합, 일월의 조정, 수화의 근본 탐색 등이라는 점, 다섯째로 창세의 거인신이 전적으로 담당하던 여러 기능들이 천부와 지모의 결연으로 인간형제가 태어나면서 기능의 분화가 일어나 창세서사시의 변천을 가속화시킨 양상을 확인했다는 점, 여섯째로 제주지역의 창세서사시는 제주 본래의 서사시가 아니고 본토에서 유입된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창세서사시의 변천양상이 「제석본풀이」와 같은 고대영웅서사시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확인한 점 등임.
*2019. 8. 5일
1199.대변동-위기, 선택, 변화
*재레드 다이아몬드 저/강주헌 역/김영사 간(2019)
*내가 존경하고 나름 사숙했던 피터 드러커와 알빈 토플러 같은 분들이 세상을 떠난 후 한동안 미래에 관한 도서를 읽지 못했음. 앞서 언급한 두 분의 석학보다는 늦게 책을 통해 조우한 존경해 마지않는 분은 지리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임. 큰아들의 권유로『총, 균, 쇠』를 사서 본 것이 계기가 되어 그 후 출간된 책들도 꾸준히 읽어왔음. 올해 출간된 『Upheaval』이 『대변동-위기, 선택, 변화』로 번역되어 시판되고 있는 것은 김영사의 과감한 출판마케팅 덕분이라는 생각임. 프롤로그와 ‘1부 개인’, ‘2부 국가:위기의 전개’, ‘3부국가와 세계:현재 진행형인 위기들’ 그리고 에필로그로 구성된 이 책은 2부와 3부에서 주요 각론을 다루고 있음. 2부에서는 ‘핀란드와 소련의 전쟁’, ‘현대 일본의 기원’, ‘모든 칠레인을 위한 칠레’, ‘인도네시아:신생국가의 탄생’, ‘독일의 재건’, ‘오스트레일리아: 우리는 누구인가?’ 등 6개국의 위기 전개를 상론했고, 3부에서는 ‘장래에 일본이 해결해야하는 과제는?’. ‘장래에 마국이 해결해야하는 과제는? 강점과 중대한 문제’, ‘장래에 미국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세 가지 다른 문제’, ‘장래 세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등을 다루고 있음. 위기를 인정하고 책임을 인정하라면서 ‘자신을 피해자로 여기는 자기 연민을 중단하고 남을 탓하지 말라는 저자의 위기극복을 위한 고언은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우리나라 현 정부가 귀담아 들어야할 대목으로 생각됨.
*2019. 8. 4일
1198.상상된 공동체
*베네딕트 앤더슨 저/서지원 역/길 간(2018)*중국에서 태어나 베트남 보모에 의해 키워졌으며, 영국과 미국의 대학에서 공부했고, 말년에 영국 국적을 포기하고 아일랜드 국적을 취득하는 등 다양하고 이채로운 경력을 갖고 있는 이 책의 저자 베네딕트 리처드 오거먼 앤더슨에 주목한 것은 그의 민족에 대한 정의 때문임. 인류학적인 정신에서 민족을 '상상된 공동체(Imagined Community)'로 정의내릴 것을 제안한 저자는 민족은 상상된 정치적 공동체로서 본성적으로 제한적이며 주권을 지닌 것으로 상상된다고 했음. 상상된 공동체에 대한 저자의 부연설명은 ‘민족은 상상되었다’, ‘민족은 제한적인 것으로 상상된다’, ‘민족은 주권을 가진 것으로 상상된다’, 와 ‘민족은 공동체로 상상된다’ 등 4가지인데, ‘민족은 상상되었다’는 논거로 가장 작은 민족의 일원들조차 같은 겨레를 이루는 절대 다수를 알거나 만나보지 못했고, 그들에 대한 얘기를 들어본 일조차도 거의 없는데도 각자의 가슴 속에는 그들의 교감(communion)에 대한 심상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이야기한 것을 보고 절로 고개가 끄떡여졌음.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의 다른 ‘주의(主義, ism)과 달리 민족주의는 결코 독자적으로 대 사상가를 배출한 적이 없는데도 어느 주의보다 그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것임.
*2019. 8. 3일
1197.용재총화
*성현 저/홍순석 역/지식을만드는지식 간(2014)
*조선초기의 문신인 용재(慵齋) 성현(成俔, 1439-1504)이 지은『용재총화(慵齋叢話)』는 고려 때부터 조선 성종 때까지 왕세가, 사대부, 문인, 서화가, 음악가 등의 인물 일화를 비롯해 풍속, 지리, 제도, 음악, 문화, 소화(笑話) 등 사회 문화 전반을 다루고 있는 잡기류의 문헌임. 내 고향 파주에 묻힌 저자 성현은 성종임금과 당대 관료층 문인들의 잡기류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성임(成任)과 성간(成侃) 등 두형과 『필원잡기를 저술한 서거정(徐居正), 『촌담해이를 지어낸 강희맹(姜希孟), 절친한 친구이자 사돈으로 『청파극담』을 저술한 이육(李陸) 등 동시대의 빼어난 문인들의 영향을 받아 이 책을 저술하였다함. 5권으로 나누어 이 책에 수록된 총336편의 이야기는 그 내용을 기준해 기실(記實), 골계(滑稽), 기이(紀異), 잡론(雜論)으로 나눌 수 있는데, 당대의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기실의 비중이 가장 크다 하겠음. 이 책 7권에 실린 한 이야기는 성현이 어렸을 때를 회상하는 것으로, “나는 신미년(1451)에 파주의 별장에 있었다”면서 진암에 올라가 임진강과 송도, 그리고 송악산, 관악산과 성거산을 본 것을 적고 있음. 10수년 전 태풍이 지나고 관악산에 올라 북쪽의 깔끔해 보이는 송악산을 바라본 적이 있어 성현의 회상이 실감됐음.
*2019. 8. 2일
1196.강원의 식물
*유기억 저/강원연구원 간(2018)
*이 좁은 땅에서 강원도에서만 자생하는 식물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의문을 갖고 있던 차에 흥미롭게 읽었음. 총 면적이 약2만Km²인 강원도에서 임야가 차지하는 면적비중은 82%로 매우 큼. 이 넓은 강원도의 산림에 분포되어 있는 식물은 약2천종에 이르며, 우리나라 자생식물의 절반 정도가 강원도에 살고 있고, 이중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 I, II급 24종과 산림청 지정 희귀 및 멸종위기종 67군이 포함되어 있음을 이 책을 읽고 알았음. 금강인가목속, 금강초롱꽃속, 모데미풀속, 개느삼속 등 4개의 특사녹과 병꽃나무, 노랑무늬붓꽃 등 51분류군의 특산식물이 자생하고 있는 강원도를 ‘자연의 보고’로 생각하는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소개하는 강원의 식물은 생강나무, 철쭉과 진달래, 신갈나무, 소나무와 잣나무, 개느삼, 함박꽃나무, 해당화, 두릅나무, 동강할미꽃, 모데미풀, 삼지구엽초, 대성쓴풀, 산마늘, 개병풍, 제비동자꽃, 곰취, 메밀, 고려엉겅퀴, 더덕, 금강초롱꽃과 수리취 등임. 정선군에서 매년 3월말에서 4월초까지 동강할미꽃 축제를 개최해왔다는 것도 이 책을 퉁해서 알았음.
*2019. 8. 1일
1195.강원의 동물
*권오길 저/강원연구원 간(2018)
*이 정도로 술술 읽히는 책이라면 ‘이야기가 있는’이라는 부제를 달만하다는 생각임. 대학교 다닐 때 최기철 교수의 ‘일반생물’과목을 수강한 바 있는데 강원대교수로 봉직중인 저자 역시 이분의 제자라는 것을 알고 나서 강장(强將) 밑에 약졸(弱卒) 없다는 옛 말씀이 허언이 아님을 확인했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강원의 동물은 재첩에서 수달까지 21개 동물로 민등뼈동물에서 등뼈동물에 이르기까지 진화한 차례대로여서 더욱 유익하고 흥미로웠음. 무척추동물(민등뼈동물)로는 재첩/문어/게/개불 등 4종을, 어류로는 칠성장어/열목어/가시고기/연어/산천어/빙어/버들가지/꾹지구/도루묵 등 9종을, 조류로는 두루미/어치산까치/ 파랑새/고니백조 등4종을, 그리고 포유류(짐승)로는 궁노루사향노루/반달가슴곰/산양/수달 등 4종을 이 책에서 다루고 있어 강원도에서 살고 있는 대표적인 동물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었음. 지난 주 토요일 양구의 두타연 공원에서 만나 본 산양은 소과의 우제류(偶蹄類)로 반추동물이며 동북아시아가 원산지이며, 전 세계적으로 천여마리가 살고 있는데, 그중 설악과 비무장지대에서 250마리가 채 못되는 산양이 살고 있는 희귀한 동물임을 이 책을 통해서 공부했음. 또 파랑새는 녹두밭이나 풀밭에 좀처럼 내려앉지 않고 늘 나무에 머문다는 것도 처음 알았음.
*2019. 7. 27일
1194.백두산
*박찬교 저/한겨레신문사 간(1993)
*최근에 알게 된 지인의 권유로 사서 보게 된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그 지인이 이 책을 강권한 이유를 알게 된 바, 그것은 이 책의 저자가 이렇다 할 학력을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이런 훌륭한 책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은 그가 책을 좋아하면서 또 글쓰기를 누구보다 잘하는 산꾼이라는 것을 지인이 잘 알고 있어서였음. ‘그 형성과 역사, 자연, 생태계’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개괄’, ‘형성’, ‘역사’, ‘천지’, ‘강의 폭포’, ‘봉우리’, ‘호수와 온천’, ‘동물’, ‘식물’, ‘날씨’, ‘지형’과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 책의 일독으로 백두산을 두루 여행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음. 이 책에 신뢰가 가는 것은 학술지처럼 권말에 참고문헌과 자료의 출전을 첨부해 밝힌 것인데, 등산이나 산에 관한 다른 책에서는 거의 예외적이다 싶어서임. 백두산의 흥미로운 백과사전이다 할 만한 이 책도 다루지 못한 것은 외국인들의 백두산 등반기로 이 분야를 학위논문의 주제로 삼아 연구하고자 하는 내개는 아쉬움으로 남아 있음. 또 하나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학문적 근거를 대는 것이 좀 지나치다 싶어 정작 저자의 목소리를 이 책에서 들을 수 없다는 것임. 1재간9정맥을 종주한 나 역시 책 읽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꾸준히 해왔지만, 나보다 훨씬 뛰어난 책을 쓰는 산꾼을 만나고 보니 기쁘고, 또 부끄럽기도 함.
*2019. 7. 26일
1191.반일종족주의
*이영훈 외 5인 공저/미래사 간(2019)
*민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이 새삼 요구되는 것은 현 정부의 위험한 친북정책에는 그 저변에 북한과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것이 전제되어서임. 영국의 베네딕트 앤더슨 교수는 그의 저서 <<상상된 공동체>>에서 민족이란 상상된 정치적공동체로서, 본성적으로 제한적이며 주권을 지닌 것으로 상상된다고 했음. <<반일 종족주의>>의 주 저자인 이영훈교수는 한국의 민족주의는 서양에서 발흥한 민족주의와 달라 자유롭고 독립적인 개인이란 범주가 없다고 했음. 한국의 민족은 그 자체로 하나의 집단이며 권위이며 신분이어서 종족이라 부르는 것이 옳다고 한 저자는 이웃 일본을 세세의 원수로 감각하는 적대감정이 양산하는 온갖 거짓말을 널리 전파시키는 근저에 반일 종족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면서 대한민국 위기의 근원인 반일종족주의의 극복 없이는 우리나라의 파멸을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강조하고 있음. ‘종족주의의 기억’, ‘종족주의의 상징과 환상’, ‘종족주의의 아성, 위안부’의 순으로 저술된 이 책을 통해 일제시대 위안부문제와 강제징용문제의 진상을 바르게 알게 된 것만도 내가 올바른 역사관을 갖는데 큰 도움이 되었음.
*2019. 7. 18일
1190.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
*재레드 다이아몬드 저/강주헌 역/김영사 간(2019)
*‘인류의 내일에 관한 중대한 질문’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역시 세계적인 석학이라는 것이었음. <<총, 균. 쇠>>외에도 <<문명의 붕괴>>와 <<어제까지의 세계>>를 읽은 바 있는 나로서는 이 책을 읽으면서 <<총, 균. 쇠>>를 읽을 때의 설렘과 희열이 느껴진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문제의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데 주저하지 않는 것을 보고 과연 대석학답다 했음. 국부의 차이를 지리적요인과 제도적요인으로 뷴류해 분석한 저자는 제도적요인에도 근원을 따져 들어가면 지리적 차이를 만나게 된다는 언급은 탁견이라는 생각임. 저자는 지리적요인이 동일해 보이는 남한과 북한을 예로 들며 남한이 북한보다 잘 사는 것은 제도적요인때문이라 했음. 남북한의 제도적 차이 또한 지리적차이의 영향을 조금이라도 받은 것 때문이라면 남한은 자유와 시장을 존중하는 해양국가들을 우방으로 삼았고, 북한은 보다 폐쇄적이고 전제적인 대륙국가들로부터 지원을 받아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음. 저자는 세계가 직면한 세 가지 중대한 문제로 기후변화, 불평등과 자연자원의 남용을 들었고 또 우리 인류가 문제의 원인이기 때문에 우리 힘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했음. 기후변화에 대비해 이산화탄소배출의 감축은 절대로 긴요한 일이고 그를 위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활용을 적극 주장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원자력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있어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보고 더욱 확신하게 되었음.
*2019. 7. 17일
1189.산을 바라보다
*김병준 저/도서출판 선 간(2019)
*산서회 회원이기도 한 저자는 나와 같이 1948년에 태어난 산악인으로 1977년 에베레스트를 원정한 이후 바룬체히말, K2, 낭가파르바트, 아마다블람, 얄룽캉, 루국라 원정에 참여하는 등 해외산행경력도 만만치 않음. 서울사대부고 1학년 때 암벽등반을 시작했고, 한국외국어대OB회원으로 활동중인 저자는 은벽산악회 창립멤버이기도 함. 단순히 산행만 한 것이 아니고 <<K2,하늘의 절대군주>>를 저술하고 <<대한산악연맹50년사>>의 편집위원장을 맡는 등 산서저술에도 힘썼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산악인이라는 생각임. ‘산, 내 사랑’, ‘내 생애의 산행’, ‘우리나라 등산의 어제와 오늘’ 등의 소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단순히 저자의 산행경험만을 다룬 것이 아님. '산, 내사랑‘에서는 김인섭 등 국내의 기억할 만한 산악인들과 일화를 중점적으로 다루었고, ’내 생에의 산행‘에서 비로소 자신의 산행경험을 서술하고 있으나 그 분량은 이 책 전체의 1/3을 조금 넘는 수준임. 저자의 통찰과 전망은 '우리나라 등산의 어제와 오늘'에서 읽을 수 있음.
이 책을 읽고 나서 아쉬움을 느낀 것은 등산의 발전사 등 이 책에서 다루는 등 주제가 너무 많아 산만한 느낌이 들었음. 이는 저자의 욕심이 지나쳤기 때문이 아닌 가 함.
*2019. 7. 16일
1187.강산 이서구의 삶과 문학
*남재철 저/소명출핀 간(2005)
*퇴직교수님이 서재정리 차 내게 준 이 책은 이서구가 속했던 구한시사가의 청대문학수용에 관한 논문을 읽어 본 터라 이렇다 할 어려움은\이 읽어나갈 수 있었음. 척재(惕齋) 이서구(李書九, 1754-1820)는 우국애민의 충정으로 일생을 보낸 경세가로, 그의 이와 같은 인물적 특성은 그의 시작에도 그대로 투영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했음, 이서구의 초기 시가 전대의 의고주의적 시작태도를 일소하고 ‘우리 시’를 추구한 점과 후기 시에 실학적 경륜을 바탕으로 하는 경세가로서의 사상을 잘 반영한 시를 지었다는 것만으로도 이서구가 빼어난 당대의 경세가였다는 저자의 주장이 무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음. 또 저자는 이서구가 춘추사관에 입각한 이조 후기의 대표적인 존주론자로 민족의 지리/역사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당대 조정의 내수외양(內修外攘)의 소홀함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보여주는 시들을 많이 지었다고 했음. 제1부 이서구의 설화/시화/시론 연구에서는 이서구 설화의 역사적 배경, 『강산필치』연구, 이서구의 시어론을 다루었고, 제2부 이서구의 삶과 시문학연구에서는 학문의 경향과 정치적 입장, 시화의 성격과 선인제가의 비평, 시작품의 양상과 대표적 두 경향, 그리고 이서구의 시문학의 본질을 다루었음. 저자가 이 책의 저술동기를 반민족/반민주의 극복을 위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았으며 견강부회라는 생각임.
*2019. 7, 15일
1186.지리의 복수
*로버트 D. 카플란 저/이순호 역/미지북스 간(2017)
*이 책의 저자 카플란은 10수년 전 읽은 『타타르로 가는 길』의 저자로, 중동에 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작가 겸 저널리스트임. ‘지리는 세계 각국에 어떤 운명을 부여하는 가?’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모든 역사는 지리 위에서 완성되었고 21세기 역사는 그 반복일 뿐임을 잘 설명해주고 있음. 20세기 초엽의 지리학자 핼퍼드 J. 매킨더가 남긴 “유라시아 심장을 차지한 자가 유라시아 전체를 지배하고 나아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시대적 명제가 참임을 이 책을 통해 증명한 카플란은 가까운 미래에 유라시아의 모든 곳은 하나로 연결되어 점점 좁아질 것이고 세력들은 공식처럼 유라시아 심장지대로 쇄도할 것이라 전망했음. ‘선각자들’, ‘21세기 초엽의 지도’, ‘미국의 운명’ 등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총15개의 주제로 쓰였음. 저자는 제2부 21세기 초엽의 지도의 제2장 지리의 복수에서 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그 위험성도 같이 지적하고 있음.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레몽 아롱의 확률론적 결정론도 하나의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면서 지리에 집중해도 부분적 결정론 혹은 불분명한 결정론을 고수하면 집단과 지형간의 차이만 인식하고 지나친 단순화는 피할 수 있다고 했음. “국가권력의 피라미드는 상대적으로 견실한 지도 위에서 생겨난다”는 한스 모겐소의 지적처럼 지리의 중요성을 이 책을 통해 새삼 확인한 것도 이번 독서의 수확임.
*2019. 7. 11일
1185.한시사가의 청대시 수용연구
*이경수 저/태학사 간(1995)
*한시사가(漢詩四家)란 이덕무(李德懋, 1741-1793), 유득공(柳得恭, 1750-1806), 박제가(朴齊家, 1750-1806), 이서구(李書九, 1754-1825) 등 조선후기 정조시대의 한시 시인을 일컫는 것임. 위 4인이 한시 사가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수학기의 젊은 시절부터 함께 교유했던 동인으로써 함께 지은『한객건연집(韓客巾衍集)』라는 시선집을 청나라에 보내 청대의 문인들로부터 서문과 평을 받아왔는데 이때 청조문인 이조원(李調元)이 사가로 칭예(稱譽)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 함. 정조의 총애를 받은 이들 4인중 이덕무, 유득공, 박제가 모두 서출인데 비해, 이서구만은 왕실의 후손으로 정조 서거 후에도 유배되지 않고 조정에 남아 영의정에 오른 것은 3인의 사가와는 조금 다른 인생을 살고 갔다는 생각임. 존명의 의리와 청문화의 수용이라는 갈등을 잘 극복했기에 이들 네 분이 한시사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는 생각임. ‘서론’, ‘청대문물의 시에대하ᅟᅣᆫ 인식’, ‘청대시의 수용과정’, ‘청대시의 수용양상’, ‘조선 후기시단에의 영향’, ‘결론’등의 목차로 구성된 이 책을 통해 한시사가들의 청대문화를 적극 수용하려는 노고를 감지할 수 있었음. 조선의 주류세력이 소중화주의에 빠져 있을 때 청의 발전상을 목도하고 청의 문화수용에 적극적이었다는 것은 특기할 만한 사항임.
*2019. 7. 10일
1184.고전시가의 지역성과 심상지리
*김창원 저/한국문화사 간(2018)
*전통문학의 거대담론을 극복한 저서로 지역문학에 대한 이해를 넓힌 점에서 평가를 받을 만하다는 것이 내 평가임. 저자는 지역문학의 중요성을 3가지로 요약한 바, 그 첫째는 지역문학연구가 서구의 내재적발전론을 근간으로 하는 근대성모델의 중앙중심의 획일주의 문학사를 극복하는데 매우 용하다는 것임. 둘째는 시대사 중심의 거대담론에 가려 왜곡되어온 주변부의 문학을 제대로 평가하는데 지역문학이 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고, 셋째는 지역성을 고려치 않는 문학연구는 자칫 관념적이고 이론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문학은 보다 생동적이고 실생활에 가까운 문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임. 저자가 지역문화연구가 나아갈 바로 지적한 것은 첫째로 지역성은 고정된 실형성되어 가는 것이며, 둘째 어떤 지역의 지역성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셋째 지역을 행정구역으로 이해해서는 안 되며, 마지막으로 동일성과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임. 이 책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바, ‘지역문학 연구의 의미와 방향’, ‘조선시대 서울 및 근기 지역문학연구를 위한 기초 작업’, ‘조선시대 서울 및 근기지역 고전시가의 지역성’, ‘고려시대로의 확장가능성’, ‘맺음말’이 그것들임. 이중 ‘조선시대 서울 및 근기지역 고전시가의 지역성’ 장에 실려 있는 소논문 성격의 「17-18세기 근기일대 전우너시조의 형성과 작품 세계」 등 몇 개는 발제해 수업시간에 발표한 것이임.
*2019. 7. 6일
1183.알기 쉬운 도시이야기
*경실련도시개혁센터 엮음/한울 간(2019)
*일제 때 화신백화점의 지점이 있었을 만큼 번창했었으나 지금은 도시의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연천 고랑포구를 다녀오고 탐방기를 쓰던 중 도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생겨 도서관에서 빌려본 책이 바로 이 “알기 쉬운 도시이야기”임. 18개의 주제를 선정해 주제별로 전문가들이 맡아 18명의 필진들이 쓴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알기 쉽게 도시가 무엇인지를 일러주는 “알기 쉬운 도시이야기”를 읽고 도시의 진화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는 것이 이 책을 읽은 보람이라 하겠음. ‘도시란’, ‘도시공간의 구조와 형태’, ‘도시의 공공 공간’, ‘도시의 외부공간’, ‘도시의 재개발과 재건축’, ‘도시의 공원과 녹지’, ‘도시의 그린벨트’, ‘도시의 경관’, ‘도시의 기후’, ‘도시와 물’, ‘도시의 안전’, ‘도시의 교통’, ‘도시의 정보화’, ‘지역개발과 국토종합계획’, ‘수도권집중과 균형개발’, ‘주민참여와 마을 만들기’, ‘생태도시 만들기’와 ‘도시의 탐방’ 등 18개의 주제로 나뉘어 쓰인 이 책의 첫 머리에 나오는 “신은 자연을 창조하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라는 언급이 마음에 와 닿은 것은 도시를 파괴하는 것도 인간들이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음. 지구상에 도시가 등장한 것은 신석기시대인 기원전 3500-3000년경이라는 것과 우리나라 최초의 도시는 고구려의 국내성이었다는 것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음.
*2019. 7. 5일
1182.한국시가의 정신세계
*조기영 저/북스힐 간(2004)
*6년 전 방송대국문과의 졸업논문 ‘영물시에 나타난 여암 신경준의 자연관’을 쓰느라 읽었던 참고문헌 “한국시가의 자연관”의 저자가 본서 “한국시가의 정신세계”와 동일 저자여서 반가웠음. 발행연도로 보아 “한국시가의 정신세계”를 먼저 출간하고 한 해 뒤 “한국시가의 자연관”을 내놓은 것으로 되어 있음. 우리나라 옛날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을까 라는 질문은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무엇으로 생활했을까 라는 질문처럼 마땅한 것인데도 이런 질문을 받았거나 자문한 적이 거의 없는 것은 물리적으로 편안한 삶을 영위하는 것을 정신적으로 성숙한 삶을 추구하는 것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해서가 아닌가 싶음. 이 책은 우리나라 고대시가에 나타난 한국인의 정신세계를 규명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상고대에서 근세에 이르기까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왔고, 어떻게 현실에 적응했으며, 어떤 방식으로 외물을 수용했는지를 살펴볼 목적으로 지어진 책임. 구체적으로는 1부는 ‘고대시가의 정신세계’라는 제목으로 「<공무도하가>의 주요쟁점」과 「향가문학의 정신세계」를, 2부에서는 ‘시인의 인생 역정과 각성’이라는 제목 하에 「임유정의 “임좨주 백가의 시집”, 「정도전의 시선/유선일치론」, 「<간거집구>에 나타난 김시습의 시세계」를, 3부에서는 ‘조선 도학의 시가와 정신’ 아래「이황의 <도덕가 이본 - 도학적 학문정신의 계승」, 「기대승의 누정시-도학적 자연인식과 형상성」을, 그리고 4부에서는 ‘조선후기의 문학사상과 지향성’이라는 제목 아래 「박지원의 시에 나타난 문학사상」, 「신위의 시학과 <<당시화의>>」, 「신재효 판소리사설 삽입시의 수용의미」를 다루었음. 이 책을 읽고 백거이의 시 <장한가>의 여러 구절이 판소리 <<춘향가>>에 삽입죈 것을 알았음.
*2019. 6. 29일
1181.한국현대시인연구
*오세영 저/월인 간(2003)
*이번 학기 현대시과목을 수강한 것을 두고 참으로 잘했다 싶은 것은 시인이 너무 많고, 시인들이 어줍지 않게 난해하게 시를 쓴다며 현대시와 그 시인들에 냉소적이었던 내가 이번 수강으로 진정한 시인들도 여러분 만났고 시인의 영혼이 응축된 빼어난 시들을 여러 편 읽고 감상할 수 있었기 때문임. 또 하나 현대 시의 작가론과 작품론을 내용으로 하는 참고문헌을 여러 권 읽은 것도 현대시 수강의 적지 않은 수확이며, 이 책 또한 그러했음. "한 시인이 시를 이야기함에 있어서는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을 기술하거나 눈에 보이는 제 특징들을 사실적으로 열거하는 수준에서 끝나서는 안될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된 내적 필요성과 그것을 구조적으로 통합하는 유기적 질서가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일이다. 여기서 물론 통시적 관점과 공시적 관점을 적절하게 상호융합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의견은 탁견이다. 이 책에서 통시적이고 공시적으로 들여다보고자 한 현대시인은 김소월, 한용운, 김석송, 김기림, 정지용, 유치환, 서정주, 윤동주, 오장환, 백석, 설정식, 조지훈과 박목월 선생 등임. 이 분들 중 김석송과 설정식 선생은 이 책에서 처음 만나본 옛 시인들로 저자 오세영의 ”민중시와 파토스의 논리“의 김석송론과 ”신이 숨어버린 시대의 시대의 시“라는 제목의 설정식론을 이 책에서 읽는 기쁨도 있었음.
*2019. 6. 26일
1180.한국현대시인연구 -정지용
*이숭원 편저/문학세계사 간(1996)
*1988년 재북작가들의 작품이 정부당국에 의해 해금된 후 우리 문단의 주목을 받은 대표적인 작가는 정지용일 것임. 해금 직전 김학동교수의 노력으로 정지용시집 등이 발간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시인 정지용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뒤따라 상당한 학문적 결실이 있었다는 생각임, ‘정지용 작품집’, ‘정지용 평전’, ‘정지용논집’, ‘정지용연구자료집’ 순서로 엮은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편자인 이숭원교수의 ‘정지용 평전’이 아닐까 싶음.이 책을 보고 놀란 것은 정지용이 태어난 해는 1902년이고, 이 해에 소월 김정식도 같이 태어났다는 것임. 충북 옥천에서 서울로 올라온 만학도 정지용이 작품활동을 늦게 해 마치 소월이 정지용의 대선배로 오인해온 것을 확인한 셈임. 김재홍이 그의 논문 「정지용, 또는 역사의식의 결여」에서 정지용의 시가 이 땅 현대시사에 있어서 시적 감수성을 개신하고 방법론적인 토대를 마련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라 해도, 그가 지향하는 어떤 세계도 완성된 세계를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역사의식의 결여를 지적한 것은 정지용의 위치가 근대와 현대를 모두 어우르려 해서가 아닌가 싶기도 함.
*2019. 6. 16일
1179.정지용과 그의 세계
*송기한 저/박문사 간(2014)
*정지용 연구서로는 가장 최근의 것이 아닐까 싶은 이 책의 저자는 정지용을 우리 시사에서 매우 특이한 이력을 가진 시인으로 평했음. 그런 특이성이 정지용의 시사적 위치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한 저자는 근대시의 한 영역인 모더니즘에서 남다른 발자취를 보인 정지용이 응시한 근대 풍경이 지극히 토속적인 데서 출발 했다면서 이런 것은 과거지향성이 정지용 시의 뿌리이자 방향이었기 때문이라 했음, 총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소주제는 ‘민요시와 새로운 시정신의 모색’, ‘경도 체험과 민족사상의 형성’, ‘「향수」와 영원한 그리움의 세계’, ‘근대에 대한 탐색과 바다에의 여정’, ‘가톨릭시즘에의 경도와 임화, 그리고 김기림’, ‘산행체험과 「백록담」의 세계’, ‘「문장」과 정지용’과 ‘해방공간의 이념선택과 민족문화에의 길’ 등임. 저자는 정지용이 한라산을 등정하고 쓴 시「백록담」을 자연시로 규정한 점이 최동호가 산수시로 분류한 것과 차별화 되는 점이라 하겠음. 내가 이 시에 주목한 것은 이 시가 첫 연에서 ‘함경도 끝’을 거론한 것은 백록담에 오른 것이 단순히 한라산을 등정하는 것이 아니라 제주에서 함경도 끝까지 종단하겠다는 시적화자의 염원이 담겨 있다는 생각에서임.
*2019. 6. 10일
1178.한국고고학 강의
*이선복 외16인/(주)사회평론(2007)
*고고학이란 인류가 생활의 증거로 남긴 일체의 유적 및 유물의 발굴, 수집과 분석을 통해서 인류의 역사, 문화, 생활방법 등을 연구, 복원하고 해석하는 학문을 이르는 것임.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 청동기시대와 철기시대 등 시대의 구분은 역사 공부를 통해 배웠지만, 이들을 학문의 대상으로 삼는 고고학은 입문서조차 읽은 바가 없었음. 다른 책을 읽어 이름을 알고 있는 이선복교수가 책임 집필했다하여 주저하지 않고 사 읽게 되었음. 시대마다 각기 다른 전문가들이 맡아 공동 저술한 이 책은 이선복 교수의 총설로 시작해, 성춘택 등 16명의 저자가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초기철기시대, 원삼국시대, 삼국시대, 통일신라와 발해 등 7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발굴된 유물과 유적의 사진이 많이 실린 이 책의 특징은 오늘날에 가까울수록 점점 상세해지는 역사서와 달리 고려시대 이후는 아예 언급을 안했다는 것임. 1961년에 대학에 고고학과가 처음 개설된 한국의 고고학은 1970년대초 편년체계가 제시되었음. 궁금했던 원삼국시대가 거칠게 말해 삼한시대임을 알게 된 것도 독서의 작은 수확임.
*2019. 6. 5일
1177.백석을 만나다
*이숭원 저/태학사 간(2008)
*1988년 재북작가 작품의 해금으로 다시 빛을 보게 된 여러 문학작품 중에서 정지용의 시작품과 더불어 백석의 시들을 으뜸으로 꼽는 독자들이 나만은 아닐 것임. 1935년 8월30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시「정주성」부터 해방공간의 마지막 작품인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까지 백석이 발표한 시작품을 전부 수록하고 해설을 붙인 이 책은 「백석시의 심층적 탐구」와 「원본 백석시집」등과 저자를 같이 하고 있음. 원본과 해설, 그리고 현대어 정본으로 구성된 이 책에 실린 시 작품 전부를 대상으로 시어 ‘산’이 쓰인 용례를 내 나름대로 분석한 것은 이 책을 저술한 저자와 출판사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였음. 현대어 정본을 보지 않고는 원본의 어휘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채기 어려운 것은 백석이 고향인 평북의 방언을 끌어다 그대로 시어로 써서인데, 두서너 번 읽고 나면 사투리의 말맛이 어는 정도 느껴져 백석의 방언사용시도는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싶음. “머리 빗기가 싫다면 / 니가 들구 나서/ 머리채를 끄을구 오른다는 / 산이 있었다”로 시작되는 백석의 시「산」을 읽고 산을 등산의 대상이 아니고 이야기 거리의 대상으로 삼아도 시가 될 수
있겠다 싶었음.
*2019. 6. 4일
1176.한국한시사
*민병수 저/태학사 간(2014)
*통사를 쓰는 일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라는 저자의 실토가 참이라는 것을 느끼기에 충분한 내용을 통시적으로 고찰하고 또 당대 대표적 시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저자에 감사하고 또 고마워해야할 일이라 생각함. 1996년에 처음 발간된 이 책이 오늘에도 읽힐 수 있는 것은 1961년에 이가원 선생께서 지으신 “한국한문학사”와 달리 오늘의 어투로 쓰였고 한글위주의 국한문혼용 덕분이 아닌가 싶음. 한국한문학사의 하위장르로 대표적인 것은 한국한문소설사와 한국한시사일텐데 오래도록 전해진 것은 단연 한시이고 보면 한국한시사의 고찰과 이해는 나 같은 고전문학도에는 반드시 이수하고 넘어가야할 것임. “서설”, “한시의 초기 모습”, “나말여초시의 성격과 만당의 영향”, “송시학의 수용과 한국시의 발견”, “성리학의 수입과 한국시의 정착”, “조선 전기의 다양한 전개”, “목릉성세의 풍요와 화미”, “조선후기의 황량과 조선시의 자각”, “한시 문학의 종장”등 총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을 일독해 한시사의 체계를 이해하게 된 것만도 내게는 큰 수확임. 이 책에 한시들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라도 방학 때 한시 작품을 필사하고자 함.
*2019. 6. 3일
1175.이야기가 있는 강원의 강
*김창환-홍성익-이학주 공저/강원연구원 간(2018)
*작고한 소설가 유주현은 그의 소설 <임진강>에서 천년을 두고 세월을 셈하는 것은 강뿐이라고 갈파한바 있음. 강이 산과 다른 점은 강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을 가까운 거리에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일 것임. 남한의 백두대간과 9개정맥을 종주하면서 확인한 것은 산에서 문화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은 고개 마루뿐이라는 것이었는데 반해 최근 한강과 임진강을 따라 걷는 평화누리길을 탐방하고 느낀 것은 유주현의 세월 셈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음. 이 책의 저자 김창환은 서문에서 “강원도에는 산이 높고 계곡이 깊고 물골이 세차다”라고 했음, 또 그는 “샘물과 봄물이 모여 물골이 되어 흐른다. 물골은 강이 되어 흐르고 또 흐른다.”라고 하면서 “강원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끼는 강의 이미지다”라고 했음. “지리로 보는 강원의 강”과 “역사로 보는 강원의 강”, 그리고 “강원의 강과 사람들”을 테마로 한 이 책에서 소개한 강원의 강은 한강, 소양강, 홍천강, 평창강, 동강, 내린천과 오십천인데 오십천을 제외한 가른 강들은 한강과 그 지류여서 이 책을 한강의 소개서로 보아도 무방할 것임.
*2019. 6. 2일
1174.금강산기행가사집
*이경수-강혜선-김남기 주해/강원대학교출판부(2000)
*금강산 기행을 노래한 한글가사들을 이 책에서 읽고 나서 느낀 것은 가사라는 장르가 여행후기로서 적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따라야 할 외재율이 있어 산수유기만큼 핍진하게 그려내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 산수유기들이 한문으로 쓰여 사대부들의 문학이었지 양인들이 향유하기가 힘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사가 기행을 한글로 담아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문학 장르가 아니었겠나 싶음. 정철의 <관동별곡>, 조우인의 ,관동속별곡>, 박순우릐 <금강별곡>, 구강의 <총석가>, 박희현의 <금강산유산록>, 조윤희의 <관동신곡> 등 실명의 문인들이 쓴 가사가 주이지만, 작가가 알려지지 않은 한미한 유생의 <금강산가>, 권문세가 자제의 <봉래청기>, 서울 한량의 <금강별곡>, 육순 노옹의 <관동장유가>, 선비시인의 <금강산 유록>, 안동사찰 승려의 <금강산가>, 불국토 순레자의 <금강산유산록>과 불교구도자의 <금강산 완경록>등도 이 책에 실려 있음. 이 책의 서문에 금강산은 자연으로서 뿐만 아니라 문화유산으로서도 소중한 가치를 지닌 존재이기에 이런 금강산을 기행하고 남긴 문학작품 역시 금강산이 남긴 거대한 정신적 유산이라고 적었는데, 정철의 <관동별곡>을 읽고 나서 같은 느낌이 들었음.
*2019. 6. 1일
1173.등반중입니다.
*유학재 저/알파인 웍스 간(2019)
*1961년 우이동에서 태어나 산꾼으로 자라고 살아온 저자를 우리나라에서 등로주의의 등반을 본격적으로 연 선구자적 산악인으로 알고 있는 내가 그의 명성을 뒷받침할 만한 저서가 없어 아쉬워했던 것은 무엇보다도 고 유재원 선배를 이어 한국등산사에 큰 획을 그을 만한 빼어난 산악인인 그가 자랑스러운 경동고동문이어서임. 내가 몸담고 있는 한국산서회의 이용대고문께서 알피니스트 유학재의상징적 이미지로 장비제작의 귀재이고, 1997년 가샤브룸4봉 서벽에 ‘코리안 다이렉트루트’라는 새로운 길을 뚫어 세계 산악계에 비상한 관심을 던져주었고,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재주를 지녔다 등의 세 가지를 들었는데, 이 책에서도 그의 남을 즐겁게 해주는 배려를 읽을 수 있었음.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산행에세이랄 수 있는 이 책에 이어 본격적인 등산서가 저술되었으면 하는 것은 알피니스트 유학재가 한국등산사에 점하고 있는 바가 적지 않아 보여서임.
*2019. 5. 29일
1172.이야기가 있는 강원의 산
*김창환-홍성익-이학주 공저/강원연구원 간(2018)
*강원도의 산, 강, 바다, 그리고 강원도의 동물과 식물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로 한 강원학 연구센터에서 내놓은 강원학 지식총서1이 이 책 “이야기가 있는 강원의 산임. 미래가 궁금하면 산으로 가면 알 수 있다는 저자들의 논리는 산은 무엇이든 인간에게 주어왔다고 믿어온 때문으로, 이 논리의 자연적 귀결은 ‘산은 어머니이리라’일 것임. 나도 졸저 ‘섬진강 둘레산줄기’에서 산은 강의 어머니라고 말한바 있는데 저자들은 강을 뛰어넘어 모두의 어머니로 승격시킨 것은 특별히 강원도 산이 고맙기 이를 데 없어서일 것임. ”강원도 산은 정말 어머니이다. 지친 아들 땅이 찾아오면 당신 고생은 뒤로 미루고 포근하게 안아주시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가 강원도 사람에게는 산이다“라고 머리말에 적은 이 책이 소책자여서 선언을 뒷받침할 만한 각론이 충분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어, 아쉬웠음. ‘지리로 보는 강원의 산’, ‘역사로 보는 강원의 산’, ‘강원의 산과 사람들’ 등 3부로 구성된 이 책에 이름을 올린 강원의 산을 거의 다 올랐기에 부끄럽지 않은 마음으로 독후감을 쓰는 바임.
*2019. 5. 25일
1171.죽림칠현 빼어난 속물들
*짜오 지엔민 저/곽복선 역/푸른 역사 간(2007)
*중국의 竹林七賢이 낯설지 않은 것은 고려 중기의 대표적 문인 李仁老를 비롯해 吳世才, 林椿, 趙通, 皇甫沆, 咸淳, 李湛之 등 7명이 晋代 죽림칠현의 풍류운사를 사모하여 詩酒를 즐기는 죽림고회를 결성했고 이회의 구성원 七人을 중국의 竹林七賢(江左七賢)과 구별하기 위하여 竹高七賢 또는 海左七賢이라 했다는 글을 민병수의 “한국한시사”에서 읽은 바 있기 때문임. 이 책의 저자 짜오 지엔민은 고려의 죽고칠현이 그토록 사모했던 죽림칠현이 과연 일반 독자들 알고 있는 대로 속세를 초탈한 사람들인가를 묻고 답했다. 저자는 격변의 역사를 살면서 피가 끓고 욕망이 소용돌이치며 피와 살을 가진 일반인들과 다를 바 없는 세속적 인간들이 바로 죽림칠현이었음을 속속들이 밝혀 독자들에 적지 아니 충격을 주었음. 한을 붕괴시킨 위, 촉, 오의 삼국전쟁이 사마염에 의해 겨우 통일하는가 싶었는데, 왕들 간의 치열한 권력쟁탈전이 벌어지면서 다시 혼란으로 빠져든 격랑의 한 시대를 살다간 죽림칠현의 민낯을 내보인 은자들로부터 인생이 그렇게 녹녹한 것이 아님을 배운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있었다는 생각임. 죽림칠현의 면면은 山濤(205-283), 阮籍(209-263), 嵆康(223-262), 向秀(227-272), 王戎(234-305)과 생몰연대를 알 수없는 劉伶과 阮咸 등임을 기록으로 남겨두고자 함.
*2019. 5. 20일
1170. 원본 윤동주 시집
*최동호 주해/깊은샘 간(2011)
*영화를 곁들여 한 시인의 작품과 생애를 주제로 진행된 대학원 수업이 윤동주와 더욱 가깝게 만들었고 가볍게 읽힐 법한 그의 시 속에 시인의 고되고도 위대한 삶이 용융되어 있음을 깨닫게 했음. 영화를 보면서 윤동주의 짧은 인생이 문학으로 충만해 있음을 깨닫게 해 준 것은 사전에 이 책 “원본 윤동주 시집”을 읽어서 가능했음. 정지용은 윤동주의 유고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의 서문에 “뼈가 강한 죄로 죽은 윤동주의 백골은 이제 고토 간도에 누워 있다”고 적었음. 수백 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는 ‘서시’의 첫 구절은 우리 문학에서 시의 장르를 제외하지 않는 한 후대로 이어져 애송될 것이 확실하고 보면, 윤동주가 진정 강했던 것은 죽음을 부른 뼈가 아니고 한 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치열한 시인의 삶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싶음. 짧은 인생을 정말 진지하게 살았다는 것은 시가 쉽게 쓰이는 것을 즐거워 하지 않고 괴로워한 데서도 읽을 수 있음.
*2019. 5. 17일
1169.교주본 태원지(太原誌)
*임치균 교주/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간(2010)
*이번 학기 강독자료로 이 책이 선전된 것은 같이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동료학생의 학술지등재논문작성을 위해서였음. 내가 이 책의 강독에 열심이었던 것은 그를 바탕으로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논문이 완성되는가를 배우고 싶어서였음. 동료학생이 이 교재에 천착한 부분은 이 책의 저자가 이제껏 알려진 바와는 달리 조선인이 아닌 중국인이 아니겠는 가였는데 수회를 걸친 강독결과 논증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음. 논문을 쓴다는 것이 이리도 어렵다는 것을 배운 것만으로 충분히 보람을 느낄 수 있지만, 외국인으로 우리 고전작품을 소화해 논문을 쓰겠다는 시도가 좌절되어 실망이 크겠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바로 표기하고, 지도교수님과 함께 새 과제를 찾아나서는 것을 보고 적이 안심되었음. 무협지라 할 수 있는 이 소설이 낙선재에서 즐겨 읽힌 것이 낙선재소설사에서 일정부분 역사적의의를 갖는 것은 아닌가 하는 관점에서 이 소설을 다시 한 번 읽어볼 생각임.
*2019. 5. 14일
1168. 그들의 문학과 생애, 백석
*오양호 저/한길사 간(2008)
*내가 백석 백기행(白夔行, 1912-1963)을 처음 만난 것은 8-9년 전 방송대 국문과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했을 때로 기억하고 있음. 일반 독자들이 백석의 시에 생소해 하는 것은 평북 정주가 고향인 백석은 해방 후 분단될 때 북한에 머무른 것이 이유가 되어 1990년대에 해금되기까지 햇빛을 보지 못한 것이 주 원인이겠으나, 백석의 시에 북한의 사투리가 그대로 쓰인 것도 한 몫 했다는 생각임. 백석은 산자수명한 정주에서 태어나고 오산학교를 다녀 10년 먼저 태어난 소월과의 공통점과 상이점이 평론가의 일차 관심이 되기도 한 것으로 보임. 이 책의 저자는 백석의 시중에 ‘가즈랑집’, ‘여우난곬족’, ‘넘언집 범 같은 노큰마미’ 등을 서정적 자아가 유년의 눈을 취하고 있는 작품으로 분류했음. 행복고착지의 자유인으로 살았던 백석의 유년기가 정주방언에 의해 생생하게 드러나고 있음. 저자는 시어로 쓰인 정주방언에서 조선조 풍의 행복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이유로 민속적 체취의 발견, 파롤 차원의 방언을 시어로 끌어들여 랑그의 유한성 극복, 그리고 방언을 통한 토속적 세계의 재현으로 민족단위 보다 큰 단위에서의 균질성 확보의 가능 등을 들었음.
*2019. 5. 10일
1167.그들의 문학과 생애, 정지용
*최동호 저/한길사 간(2008)
*저자 촤동호는 ‘생애와 작품을 교직하는 서술방법’ 란을 통해 이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이야기를 풀어놓았음. 저자는 이 책의 서술이 다음의 3가지 관점에서 전개된다고 했는바, 그 첫째는 작품해석에 주력하기보다는 작품에 드러나는 인간적인 사실을 추적, 탐색하는데 주력했으며, 둘째로 정지용(鄭芝溶, 1902-1950)과 같이 문학 활동을 했던 박용철과 김영랑 등과의 비교, 검토를 통 정지용의 문학과 인간적 삶을 부각시켰으며, 마지막으로 사회적 변동과 세계사적 변동 속에서 정지용의 문학적 추이를 파악해보고자 했다는 것임, 저자의 위 3가지 관점은 비단 정지용뿐만 아니라 일제 강점기에 문학 활동을 한 다른 작가에게도 같은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 같다는 생각임. 정지용의 시 ‘백록담’도 같은 관점에서 분석해본다면 첫째, 백록담 정상을 오르는 과정을 상세히 묘사해 마치 국토를 잃은 한 시인이 최남단의 제주도에서 최북단의 함경도 끝점까지 밟아가는 듯한 비장함을 느끼게 했으며, 금강산을 함께 올랐던 지우 박용철의 죽음을 김영랑과 함께 이 산을 올라 극복하려 했으며, 빼앗긴 조국을 찾는 일은 정상을 오르듯 차분하게 하나하나 해내면서 성취될 수 있다는 것으로 이런 해석이 크게 무리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임. 한국전쟁 때 납북된 정지용을 지진 월북한 것으로 오해하여 당국에서 오랜 동안 접근을 금했으나 이제는 모두 풀려 위 3가지 관점에서 정지용의 문학 인생을 관조하는 것이 가능해졌음.
*2019. 5. 4일
1166.1780년 이후의 민족과 민족주의
*E. J. 홉스봄 저/강명세 역/창비 간(2016)
*이 책의 저자 에릭 홉스봄은 끝내 전향하지 않은 공산주의자이지만,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수많은 학자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은 역사를 보는 눈의 엄격성 때문이 아닐까 싶음. 소설 “1984년”의 저자 조지 오웰도 젊어서는 철저한 공산주의의 신봉자였지만, 훗날 공산주의의 전제성을 비판한데 반해, 홉스봄은 스탈린체제를 비판하지 않는 대신 그 체제를 찬양하는 것도 거부해 학자적 양심을 지켰다는 이인호교수님의 설명을 듣고 언제고 그의 저서를 찾아 읽어보겠다고 마음먹었음. 마침 김소월의 작품을 분석하면서 민족주의에 관한 책을 찾다가 이 책이 눈에 띄어 읽게 된 것임. 이 책은 서론과 5개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5개의 장은 ‘새로운 것으로서의 민족:혁명에서 자유주의까지’, ‘대중적 원형 민족주의’, ‘정부의 시각’, ‘민족주의의 변화, 1870-1918’, ‘민족주의의 극성기, 1918-1950’, ‘20세기 후반의 민족주의’ 등이 그것임. 저자는 한국어판 저자 서문에서 민족주의는 현재 세계사에서 주요한 문제로 등장했다면서 소련 및 동구 사회주의의 몰락이 다민족국가의 단일민족국가로의 분화와 분단국가의 재통일이라는 민족주의문제를 부각시켰다고 지적했음.
*2019. 4. 24일
1165.백석평전
*김영진 저/미다스북스 간(2011)
*시인 백석이 이 책을 읽었다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정말 궁금함. 문학인이 아니고 화가이면서 부친에게서 대중가요계의 유명한 작사/작곡자와 대중가요에 관한 일화를 많이 들어 대중가요의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저자가 이 책의 제목을 “백석평전”이라 명명하지 않고 차라리 “백석과 대중가요”이라고 짓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것은 수많은 대중가요가 백석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졌다는 저자의 주장이 이 책의 주종을 이루고 있기 때문임. 내가 이 책을 읽고자 한 것은 일제강점기에 빼어난 시 작품을 창작했고 해방 후는 자신이 태어난 북한에 남아 시작 활동을 한 시인 백석이 갈등과 고뇌를 어떻게 극복하고 그 고뇌가 실제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가를 알고 싶어서였음. 그런데 그런 것은 별반 찾아볼 수 없고 백석의 시가 어떻게 대중가요의 가사로 쓰이게 됐는가를 중점적으로 다뤄 국문학을 전공으로 하는 내게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았음. 2005년 백석의 시를 만나면서 자신의 예술세계가 변혁이 일어났다고 고백하는 저자는 백석을 존경한 나머지 백석을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었으리라 생각되는데, 이는 평전을 쓰기에 적합지 않다는 생각임. 저자가 언급하는 상당한 사례들이 구전에 근거한 것이 많아 과연 진실인가는 보다 철저하게 검증되어야 할 것임.
*2019. 4. 20일
1164.문학과 언어의 꿈
*박이문 저/민음사 간(2003)
*분명 대충 읽고 후기를 써서는 안 될 만큼 내용이 난해한 책인데도 단 한 번 읽고 이 글을 쓰기가 영 꺼려졌음. 저자 박이문 선생은 1970년대에 월간 문학지『문학사상』을 통해 뵌 분이어서 『문학과 언어의 꿈』라는 이 책을 서점에서 보고 주저하지 않고 사들고 와 읽기를 시작했음. 문학과 철학 양쪽에서 박사학위를 딴 저자니 만치 문학과 언어를 주제로 글을 쓴다는 것이 하들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을지도 모르나, 철학을 공부하지 못한 내게는 쉬운 아니어서 정독을 요하는 책이었으나 으레 그러했듯이 이번에도 통독을 해 저자의 저술의도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채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임. 서문에서 밝힌 바대로 저자 천착한 것은 문학은 어떤 종류의 존재이며 마력의 본질은 무엇인가인데, 이에 대한 답은 자연 철학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고백임. ‘문학양상론’, ‘철학과 시’, ‘문학과 비문학적 영역’, ‘문학비평’ 등 4부로 구성된 이 책이 맨 처음 던지는 질문은 문학은 철학적이어야 하는가의 문제인데, 이에 대한 답으로 문학의 철학적 3가지 가능성을 들었음. 그 첫째는 문학 속의 철학의 경우이고, 둘째는 철학의 문학적 표현이며, 셋째는 문학작품 자체가 철학적인 경우를 들었음.
*2019. 4. 15일.
1163.세일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The Absent Superpower)
*피터 자이한 저/홍지수 역/김앤김북스 간(2019)
*‘세계질서의 붕괴와 다가올 3개의 전쟁’을 부제로 단 이 책의 저자 피터 자이한은 내가 읽은 바 있는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The Accidental Superpower)』의 저자로 그리 낯설지 않은 지정학 전략가임. 저자는 한국어판 저자 서문에서 60년이라는 짧은 기간 만에 세계에서 50번째로 가난한 독재국가에서 11번째로 부유한 자유민주국가로 탈바꿈한 업적을 칭찬하면서, 그런 나라로 만든 미국이 더 이상 한국 편이 아님을 인식하고 대비하라고 충언했음. 저자는 몇 차례의 세일혁명(Shale Revolution)으로 미국이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고 남아 더 이상 경찰국가로 남아 있을 이유가 없어졌으므로 각 나라는 미국의 보호 없이 살 수 잇는 대책을 세우라는 것이 이 책의 요지임. 이 책은 미국이 더 이상 지역분쟁에 관여하지 않음으로서 3개의 전쟁이 다가온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고 벨로루시와 발트삼국을 되찾으려 할 것이고,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간의 패권전쟁이 일어날 것이며, 중국과 일본은 해상 전에 돌입하게 되리라 전망하는 주 이유로 에너지 확보 경쟁을 들었음. 에너지 확보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우리나라에 불리하게 돌아갈 것이 자명한데 탈원전을 밀고나가는 현 정권이 미덥지 않아 걱정되는 바가 적지 않음. 차분히 다시 읽어야 이 책이 제기하는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할 것 같음.
*2019. 4. 10일
1162.설공찬전-주석과 관련자료
*이복규 편저/시인사 간(1997)
*방송대 국문과를 다닐 때 처음 접한 이 소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 소설이 우리나라 최초의 국문소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최초의 국문소설이라고 배운 「홍길동전」은 현전하는 최고본(最古本)인 경판본에 홍**이 나와 허균이 지은 것이 아니고 19세기 후반에 나왔으리라는 것이 지배적인 학설이고 보면, 설사 「설공찬전」이 한문본의 번역본이라 해도 최초의 국문소설이라는 사실이 바뀌는 것이 아니기에 그 나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왔음. 이복규교수가 1996년 이문건의 「묵재일기」(1535-1567)를 탈초 작업 하다가 발견한 이 책이 유명해진 것은 조선조 최대의 필화사건을 일으킨 작품이었기 때문임. 불교의 윤회화복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하여 왕명으로 모두 수거되어 불태워지고 저자인 채수는 파직되었을 정도로 당대 최대의 화제작이었으나 모두 불태워져 찾지를 못했었음. 김시습의 한문소설 「금오신화」(1465-1470)와 신광한의「기재기이」(1553)를 이어주는 「설공찬전」의 발견경위, 소설사적 위치와 가치, 작가 채수에 관한 자세한 자료를 상세하게 소개한 이 책을 학자의 희열이 이런 데 있다 싶어 흥미롭게 읽었음.
*2019. 4. 5일
1161. 고주몽성제에서 광개토대제까지
*고준환 저/양현문고 간(2018)
*‘대제국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왜 5국 역사기행’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언론사기자였다가 해직된 후 대학으로 옮긴 다채로운 경력을 가진 작가에 의해 쓰여진 것임. 정통ᄉᆞᆨ자가 쓴 책이 아니어서 신뢰가 덜 갔으나 근/현대사가 아니고 고대사인데다 서울대동창회보에 소개된 것이어서 크게 주저하지 않고 사보았음. 우리나라는 상고시대에 세계 첫 문명인 발해연안문명을 중심으로 환단조선시대를 열었고, 2천년 제국 단군조선 천년제국 고구려와 신라이래 유구한 역사를 면면히 이어왔다고 쓰인 이 책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몽골리안의 맏형이며 오사구 단군이 그 동생 오사달을 약수에 몽고리한으로 임명하니 이 것이 몽고국의 시작이라고 했는데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음. 이는 우리의 역사를 지나치게 올려 잡아서로 그로인해 영토도 엉청 넓게 그려져 더욱 신뢰가 가지 않았음. 다만 이 책을 통해서 광개토대왕 비문 전문과 번역문을 본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라 하겠음.
*2019. 4. 3일
1160.만해한용운 평전
*김삼웅 저/시대의 창 간(2006)
*시인이자 투사였던 천석(千石)들이 종(鍾)인 만해 한용운(1879-1944) 선생의 일생을 조감할 수 있는 좋은 책인 <<만해한용운 평전>>은 김삼웅이 지은 것으로, ‘만해의 그릇과 불교의 인연’, ‘불교혁신운동의 횃불을 높이 들고’, ‘불후의 명논설 『조선불교유신론』’, ‘경전간행과 오도, 불교대중화 운동’, ‘불교계민족대표로 3.1운동 주도’, ‘서대문감옥의 태산같은 지도자’, ‘「조선의 독립유서」, 무엇을 담았나’, ‘한국시문학의 금자탑,『님의 침묵』’, ‘신간회 참여와 여성/노동문제 관심’,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와 소설집필’, ‘『불교』잡지내며 언론활동에 나서다’, ‘재혼, 성북동에 심우장 짓고 거하다’, ‘심우장에 촛불은 꺼지고’와 부록/연보로 구성되었음. 만해의 시「님의 침묵」은 고등학교 때 배운 시로 이 시에 나오는 ‘님“을 연인인가, 아니면 조국인가, 그도 아니면 둘 다인가로 해석이 분분하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으나, 이 시인이 『흑풍』이라는 소설을 써 조선일보에 연재까지 했었다는 것은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음. 3.1운동을 주도한 민족대표 33인에 천도교와 기독교도가 거의 반반씩이고 한용운과 백용성의 불교지도자 2명이 추가된 것이 전부라는 것, 박영효, 한규설, 윤용구와 최남선 모두 민족대표로 서명을 거부했다는 것, 기독교의 월남 이상재 선생은 독립선언 대신 독립청원이 희생을 줄일 수 있다면서 서명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 유학자로 3.1운동 취지에 동감해 서명할 뜻을 분명히 밝힌 곽종석은 생각지 못한 급환으로 아들에 인감을 맡겨 찍으라고 했으나 기일을 대지 못해 33인 명단에서 빠진 일등도 비로소 알게 되었음. 불교의 혁신을 주창한 만해 선생이 스님들의 결혼을 주장했다는 것도 흥미로웠음. 초지를 지키지 못하고 변심한 최린과 최남선등을 멸시한 만해 선생의 애국정신은 유달라 후손들로부터 존경을 받는다는 생각임.
*2019. 3. 31일
1159.정지된 시간
*계승범 저/서강대학교출판부 간(2011)
*이 책은 조선의 숙종 임금이 세운 대보단(大報壇)의 설리배경 및 설립, 그리고 그 존속에 관한 연구를 담은 학술서임. 대보단이란 1704년 조선왕조에서 임진왜란 때 원군을 보내 조선을 구한 명나라 만력제의 은덕을 기리고자 세운 제단으로 1894년 일본군에 의해 서울이 무단 점령될 때까지 190년간 존속되었음. 조선왕조가 대보단을 설치한 것은 조선과 명의 관계가 상황에 구애받지 않는 천륜에 기초한 절대관계로 설정되었음을 뜻하는 것임. 대보단의 설치 및 확대는 비록 청태종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항복했지만, 조선의 존명의리(尊明義理)가 여전함을 대내적으로 가시화하고 스스로를 의식화하기 조치로 저자는 해석하고 있음. 대보단에서 제사를 올리는 대상은 만력제뿐만 아니고 명을 건국한 홍무제도 포함시키는데, 이는 조선의 국왕 숙종이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보단 제례에 참여하는 것을 이용하고자 함이었음. 이미 망한 나라의 황제를 모시는 이 사대의 절정기를 일러 저자는 ‘정지된 시간’으로 명명한 것은 참으로 적절하다는 생각임. 이 정지된 시간에 조선 중흥의 임금이랄 수 있는 영조와 정조가 대보단 제례에 열심히 참여한 것은 바로 왕권강화에 그 뜻이 있었던 것임. 명이 조선을 구했듯이 우리나라를 한국전쟁에서 구한 미국의 고마움에 답하고자 현대판 대보단을 설치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마음속으로각 개인이 대보단을 세워 미국과 참전국의 고마움을 기리는 것은 자연스럽고 마땅히 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임.
*2019. 3. 27일
1158.백두산에 묻힌 발해를 찾아서
*진재운 저/산지니 간(2008)
*초등학교에서 백두산과 한라산이 모두 휴화산이라고 배운 것은 수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백두산은 휴화산이 아니고 활화산이기 때문임. 1998년 집사람과 백두산의 천문봉을 오르고 내려오면서 계곡에서 자연 적인 온천수로 달걀을 삶아먹었는데 이는 백두산의 마그마가 땅 속에서 운동하고 있기 때문임. 방송국의 환경담당기자로 일하면서 탐사보도에 집중해온 저자는 백두산의 화산분출이 발해의 멸망과 어떤 관계가 있느냐를 각고의 노력으로 파헤친 결과를 담은 이 책은 발해사 연구 및 향후 백두산 화산에 대비해야한다는 각성을 촉구한 점에서 그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는 생각임. 이 책을 읽고서 우리나라가 백두산 화산의 안전지역이 아니어서 천 년 전에 일어난 백두산 화산의 평가와 대비책 수립이 꼭 필요할 것임. 저자는 천년전의 백두산 화산폭발이 발해멸망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으나 발해부흥운동이 화산폭발로 실패한데는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나도 같은 생각임. 이 책이 인용한 서울대 송기호교수에 따르면, 223년간 이어온 발해의 영토는 고구려의 영토보다 약1.5배, 통일신라보다 3-4배 컸다고 함. 이 책은 ‘단군이 본 것은 천지였는가?’, ‘북반구를 뒤흔든 백두산 대분화’, ‘문명위에선 백두산’, ‘다시 화산이 된 백두산’과 ‘장백산에 가린 백두산’등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음.
*2019. 3. 24일
1157.태원지의 종합적 연구
*임치균 외 저/역락 간(2018)
*18세기 전반에 창작된 고전소설 <태원지>는 조선시대의 유일한 해양소설로 흥미진진한 해양탐험담을 담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주목받을 만한 작품임. 18세기 지식인들의 변화된 대중국인식이 잘 반영된 이 소설은 한문본과 한글본이 같이 전해지고 있음. 이 책은 소설 <태원지>와 관련하여 문제되는 몇 가지를 논하는 논문집으로 소설 <태원지>를 요약, 개괄해 소개하는 임치균의 < <태원지>에 대한 개괄적 이해>와 본격적인 논문 8편이 실려 있음. 임치균의 < <태원지>의 국적비정과 작품의 특징 >, < <태원지> 연구사 >, 강문종의 < 한문본 <태원지(태원지)> 연구 >, 오화의 < <태원지>의 지리공간과 어휘 >, < <태원지>와 <경화연>의 해양 탐험담 비교 >, 이래호의 < <태원지>의 국어학적 특징 >, 홍현성의 < <태원지>의 시공간구성의 의미 > 와 김인회의 < <태원지>의 MMORPG 콘텐츠화 가능성 탐구> 등 8편의 논문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에서 이슈가 된 것은 이 소설이 어느 나라사람이 쓴 것이고, 또 언제 지은 것이냐임. 이를 규명하기 위해 전공이 서로 다른 학자들이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 거의 동일한 결론을 산출한 논문들을 보고 느낀 것은 이래서 학문의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하는구나 하는 것이었음. 오화의 논문 < <태원지>의 지리공간과 어휘 >를 통해 이 소설이 조선의 소설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이래호의 < <태원지>의 국어학적 특징 >을 읽고나서 18세기 전반의 작품이라는데 이의를 달 수 없음을 알았음.
*2019. 3. 9일
1156.태원지(太原志)-현대어본
*작자미상/임치균, 배영환역/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 간(2010)
*18세기전반에 창작된 우리나라 고전소설로 조선시대 전무후무한 해양탐험담을 다루고 있어 흥미를 더하고 있음. 소설의 주인공 임성은 부모가 치성하여 어렵게 낳은 아들로 사촌동생 임응과 대사를 도모할 것을 기다리다 종횡, 조정, 하승 세 사람을 만나 의기투합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됨. 소설의 배경은 중국 원나라 때로 다섯 사람의 중국인은 원을 중국에서 몰아내고자 하나 때가 아니라며 하늘이 내릴 재앙을 피해 조선으로 가기 위해 항행에 나서나 갖은 시련을 겪음, 종횡의 무궁무진한 병법과 계책으로 시련을 극복하고 착륙한 곳은 동방의 조선이 아니고 서역의 태원 땅이었음. 태원에 터 잡아 대흥국을 세운 임성 일당이 천자의 나라를 세우기까지 여러 나라와 다양한 전투를 치루고 그때마다 종횡의 술책으로 무찔러 마침내 임성은 천자의 자리에 오르고, 부모를 모셔와 잘 사는 것으로 이 소설은 끝을 맺었음. 소설이 황당하고 무협소설의 전개를 따르기는 하나 우선 흥미로운데, 앞서 언급한 대로 해양탐험담이 자세히 실려 있어 낙선재소설로는 특이하다는 생각도 들었음. 임성을 주인공으로 삼은 것은 덕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이고 실제로 이 소설의 주인공은 제갈량을 방불하는 종횡이라는 생각임. 중세국어로 표기된 교주본을 다시 읽고자 함. 한문본도 전해지고 있다는데 아직 읽어보지 못했음.
*2019. 3. 7일
1155.한국산문선9(홍길주의 신선들의 도서관)
*홍길주 외 저/안대희, 이현일 편역/민음사(2017)
*한국산문선의 마지막 9권인 이 책은 순조 때부터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문장가들의 산문을 실고 있음. 홍석주, 김정희, 김택영, 정인보 등 32명의 문장가가 쓴 66편은 19세기전반부터 20세기초반까지의 산문작품들로 조선의 멸망 등 정치사회적 격동기였던 100년 동안의 산문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음. 1894년 갑오경장 후 한문이 한글로 점차 대체됨에 따라 한문 작가의 절대적 숫자는 줄어들지 않았음에도 현대인이 읽어볼만한 한문산문이 줄어든 것은 개성적 작가의 퇴조 및 문장의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세련미에 치중하면서 산문에서 역동성이나 참신성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으로 사료됨. 그나마 고전적인 한문산문이 새롭게 활기를 띤 것은 조선말기인 고종임금의 중반 대 이후 김윤식, 김택영, 이건창의 등장에 힘입은 것으로 노론중심 전통적 작가 층이 해체되고 작가의 지역, 신분, 지위 등이 넓어졌다는데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임. 가장 먼저 내 눈을 끈 작품은 조선후기의 대표적인 여성시인인 서영수합(徐令壽閤, 1753-1823)의 묘표인 홍석주의 <어머니 서영수합 묘표(先妣貞敬夫人大邱徐氏墓表)>로, 부덕을 갖춘 여성의 전범이라 할 만한 어머니의 생애를 인간미 있게 지은 것임. 이 글을 읽고 글 자체도 빼어나려니와 또 나도 돌아가신 어머니의 생애를 그리는 글을 써야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이 수확임. 이만용의 <잠자는 인생의 즐거움(寐辨)>에서 ‘죽음은 천년동안의 잠이고 잠은 하루 동안의 죽음이다’라는 문구가 가슴에 와 닿았는데, 이는 매일 잠을 잠으로써 매일 죽음을 연습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임. 유신환의 <충무공의 쌍검명>에서 충무공 이순신이 스스로 홀연히 세상을 버린 것으로 작가가 믿고 있다는 것이 의외였음. 근세의 문장가인 변영만이 문장은 연암에게서 망하였고, 시는 자하에게서 망하였으며, 글씨는 추사에게서 망하였다는 이야기할 정도로 조선조 최고의 시인의 한분으로 평가받는 신위선생 시집에 붙은 김택영의 <신자하시집서문(申紫霞詩集序)>도 유의하여 읽었음.
*2019. 3. 6일
1154.한국산문선8(서유구의 책과 자연)
*서유규 외 저/안대회, 이현일 편역/민음사 간(2017)
*이 책은 정조 말엽부터 순조 연간에 활약한 문장가 중 권상신, 서영보, 이옥, 정약용, 서유구, 유본학, 이학규, 서기수 외에 장흔, 심내영, 남공철, 성해응, 신작, 윤행임, 심노승, 조수삼, 김조순, 김노경, 이면백, 박윤묵, 서경보, 유희 등 무려 23명의 다양한 산문 70편을 실고 있음. 주목할 만한 작가로는 정조의 문체반정에 반하는 글을 써 표적이 된 이옥, 조선조 최고의 실학자라 할 만한 정약용, 방대한 생활백과전서인 <<임원경제지>>를 저술한 서유구. 정조와 순조 시대의 여항문학을 대표할만한 중인의 영항시인 조수삼, 산수유기 <백두산등반기>를 지은 서기수, 성대중의 자로 사실의 고증에 주력한 문집<<연경재전집>>을 남긴 성해응 등을 들 수 있음. 눈에 띄는 작품으로는 우선 심노승의 <내 인생 내가 정리한다(自著紀年書)>을 들 수 있는 바, 심노승이란 독특한 지식인이 스스로 살아간 과정을 자신이 직접 생생하게 기록했다는데 이 글의 참뜻이 있고, 나 또한 이런 글을 남겼으면 함. 한 번 일은 바 있지만 서기수의 <백두산등반기>는 어느 누구의 백두산 산수유기보다 질과 양 모두에서 뛰어나다는 것이 내 평가임. 서유구의 <나무를 심는 사람의 묘지명(柳君墓銘)>은 평민의 무덤에 넣는 실용문이어서인지 글이 매우 짧은데, 이덕무는 이 글을 보고서 천고의 절창으로 칭찬했다고 함. 이옥의 산수유기 <북한산유기(중흥유기)>를 흥미롭게 읽은 것은 이 글이 여타 산수유기와 달리 유람 전반을 상세히 묘사해서임.
*2019. 3. 4일
1153.한국산문선6(이천보의 말없음에 대하여)
*이천보 외 저/정민, 이홍식 편역/민음사 간(2017)
*조선 후기 숙종조에서 영조조에 이르는 시기에 활동한 작가들이 지은 뛰어난 산문을 한데 묶은 이 책의 저자들은 신정하, 이익, 정내교, 오광운, 남극관, 조구명, 남유용, 이천보, 오원, 황경원, 신경준, 신광수, 안정복과 안석경 등 모두 14명임. 이중 가장 눈에 띄는 작가는 조선후기의 역사지리학에 능통했던 여암 신경준(申景濬, 1712-1781)임. 이 책은 신경준을 신숙주의 동생 신말주의 11대손으로 학문이 뛰어나고 지식이 해박하여 성률, 의복, 법률, 기서에 이르기까지 두루 통달하였고, 실학을 바탕으로 한 고증학적 방법으로 한국의 지리학을 개척했다고 적고 있음. 당대의 여러 문신들과는 달리 문자학, 성운학 등의 언어학에 능통해 <<훈민정음 운해>>를 지었고, 역사, 지리, 과학 등에도 일가견을 갖고 있어 <강계고>, <도로고>, <산수고>와 <수차 도설> 등을 저술한 빼어난 실학자가 신경준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할 것이나, 이 책의 작가 소개 글에서 신경준의 저서 목록에 <산경표>가 들어있는 것은 시비의 여지가 있음. 그렇다 해도 한반도의 주요산줄기를 족보식으로 표기한 <산경표>가 신경준이 주도해 저술한 <<동국문헌비고>>의 <여지고>를 참고해 작성한 것은 분명해 산경표 작성에 신경준이 기여한 바는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임. 이 책에 실린 <강계지 서문(疆界誌序 本誌逸)>은 고대에서 조선중기까지 시대별로 국토의 강계와 위치, 산천과 성첩, 그리고 교린과 외침으로 인한 영토의 변화에 관련된 내용을 정리한 <강계지(疆界誌)>의 서문으로 사료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음. 이 밖에 문장에는 문장의 길이 있고, 도학에는 도학의 길이 따로 있다는 조구명의 <도와 문은 일치하지 않는다(復答趙盛叔書)>, 죽은 아내를 애도하여 쓴 황경원의 <여보, 미안하오(又祭亡失貞敬夫人沈氏文)>, 우리나라의 국경과 영토에 관해 논한 <우리나라 국경에 대하여(東國之界說 戊寅)> 등은 정독을 한 글들임.
*2019. 2. 24일
1152.한국산문선5(김창협의 보지 못한 폭포)
*김창협 외/정민, 이홍식 역/민음사 간(2017)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선조-광해군-인조 대의 문신들이 쓴 산문을 엮은 4권에 실린 글들에서 긴박성을 느낄 수 있었다면 전후 복구에 얼마간 성공해 안정기에 접어든 효종-숙종 대의 문신들이 쓴 이 책의 글들은 사뭇 여유가 느껴졌으나 정쟁의 심화로 다소 정치적이고 경직된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 나 나름의 요약임. 허목, 김득신, 남용익, 남구만, 박세당, 김석주, 김창협, 김창흡, 홍세태, 이의현, 최창대, 이덕수, 이하곤, 신유한 등 14인의 산문 61편이 실렸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그 이름을 처음 들어본 바, 최창대, 이덕수, 신유한, 이하곤, 이의현들이 그들임. 유일한 중인의 홍세태(홍세태, 1653-1725)는 그의 문집 <<유하집(柳下集)>>에 실린 산수유기인 <백두산기(白頭山記)>을 읽은 바 있어 낯설지 않았음. 역자는 양대 전란 후 효종조에서 숙종제에 이르는 이 시기를 산문이론의 체계적 정리가 이루어졌고 비평 활동도 전에 없이 활발해져 산문의 이론적 모색이 풍성해지고 스펙트럼도 넓어졌다며 의미를 두고 있음. 이 책에 실린 여러 편의 묘지명 중 눈에 띄는 것은 미수 허목의 “나의 묘지명(許眉瘦自銘)”과 이덕수의 “나를 이끌어준 아내(望妻海州崔氏墓誌銘)”로, 이 두 글을 읽고 내 묘지명과 먼저 간 집사람의 묘지명 또는 이에 상당하는 글을 반드시 내가 짓겠다는 것임. 이 밖에 반역자 국경인을 응징하고 가등청정에 패배를 안긴 북관대첩의 주인공인 북평사 정문부, 종성부사 정현룡, 경원부사 오용태 등을 기리기 위해 1700년에 세운 북관대첩비에 실린 최창대의 “북관대첩비(北關大捷碑)”도 잘 읽었음.
*2019. 2. 19일
1151.한국산문선4(유몽인의 맺은 자가 풀어라)
*유몽인 외/정민, 이홍식 편역/민음사 간(2017)
*조선의 성종조에서 중종조 에 걸쳐 관각문학을 주도한 사장파와 유학경전의 탐구를 중시한 사림파들 간의 문(文)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전개되었음. 이 논쟁이 선조조에 이르러 내용과 형식의 통합을 지향하는 문도합일(文道合一)의 문장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되면서 우리 문학사는 목릉성세를 맞았음. 목릉성세에 활약한 문신들로는 <한국산문선3>에서 만나본 퇴계 이황, 남명 조식, 율곡 이이와 송강 정철 등만 아니고 이 책 <한국산문선4>에 실린 유몽인, 이수광, 이정귀, 신흠, 권필, 허균, 김상헌, 조찬한, 이식, 최명길과 장유 등이 있음. 임진왜란을 치른 선조와 광해군, 그리고 병자호란을 맞아 청에 치욕적 패배를 당한 인조 임금 등을 모셨던 문신들의 작품 중에서 내 눈을 끈 것은 반골분자 허균의 “백성두려운 줄 알아라(豪民論)”, 권필의 “창고 옆 백성이야기(蒼氓설)”, 병자호란의 종전을 이끌어낸 주화파 최명길의 “조선을 살리는 길, 외교와 내치(丙子封事 第一)” 등이었음. 허균은 그의 글 “백성두려운 줄 알아라(豪民論)”에서 백성을 항민(恒民), 원민(怨民)과 호민(豪民)으로 나누면서 그중 호민은 푸줏간과 개백정들 사이에 자신의 존재를 숨긴 채 묵묵히 살아가다가 변고의 순간을 포착하면 항민과 원민을 선동하여 온 나라를 순식간에 통제불능의 나라로 만든다며, 이 글을 통해 아무런 죄의식을 못 느끼고 수탈을 일삼는 목민관의 대오각성을 촉구했음. 이 밖에 유몽인의 “담배귀신 이야기(膽破鬼說)”, 조찬한의 “죽은 매를 조문함(哀鷹文)”과 장유의 “침묵의 힘을 믿는다(默所銘)”을 재미있게 읽었음.
*2019. 2. 13일
1150.한국산문선3(조식의 위험한 백성)
*조식 외 저/이종묵, 장유승 편역/민음사 간(2017)
*이 책의 역자가 그 첫 머리를 “16세기가 시작되는 1501년, 우리 지성사를 대표하는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이 같이 나란히 태어났다. 그리고 35년 뒤 율곡 이이가 태어났다. 세 사람이 활동한 16세기 중반부터 주자학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태어났다. 이들은 주자학을 깊이 연구하여 조선을 군자의 나라로 만들고자 했다”로 시작한 것은 이 책에 실린 상당수의 산문이 도를 담은 문장, 즉 재도지문(載道之文)임을 시사하는 것임. 이황은 <성학십도(聖學十圖)>를 올려 주자학에 바탕한 제왕학을 제창하였고 이이는 주자학의 핵심을 정리한 제왕의 교과서 <성학집요(聖學輯要)>를 편찬했으며, 조식은 그가 지은 <민암부(民巖賦)>에서 백성이 물과 같아 때로는 임금이라는 배를 뒤집을 수 있다는 과격한 주장을 펼쳤음. 이 모든 것은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이 주로 문장으로써 성현의 도를 밝히겠다는 문이재도(文以載道)의 정신에 근거해 글을 썼음을 일러주는 것들로, 역자들이 이이와 같은 해에 태어나 조선조 최고의 문인으로 평가받는 정철을 이이와 같은 반열에 놓지 않은 것은 그의 글이 상대적으로 앞서 예시한 세분들의 글들보다 덜 재도지문에 가까워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음. 이 책을 통해 즉석에서 수천수의 기를 지어 일본인들을 놀라게 한 차천로(차천로, 1556-1615)의 글 <시는 사람을 곤궁하게 만드는가(詩能窮人辯)>를 , 차천로, 한호와 함께 송도삼절로 일컬어지는 최립(최립, 1539-1612)의 <그림으로 노니는 산수(山水屛序)>를, 그리고 퇴계 이황과 수 차례의 서신교환을 통해 사단칠정을 토론했던 기대승의 <퇴계의 생애(退溪先生墓碑銘)>을 읽은 것이 행운임.
*2019. 2. 10일
1149.기호학이란 무엇인가
*김경용 저/민음사 간(2007)
*언어를 학으로 공부한 것은 방송대국문과에서였는데 결코 쉬운 과목이 아니다 싶었던 것은 소쉬르의 <일반언어학강의>를 읽고 별반 잡히는 것이 없어서였음. 기표와 기의, 랑드와 파롤 등의 용어가 생소해 더욱 그러했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고 나서 언어학에 관한 논문도 읽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은 것이 무엇보다 큰 수확임. 미국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교수로 일한 경력이 말해주듯 일반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성공했다 싶은 것은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밑줄을 쳐가며 정독을 했다는 것임. 저자는 인간자체가 기호이고 인간의 생각이 미치는 모든 곳에 기호의 망이 펼쳐 있다며 기호학을 철학 및 심리학과 더불어 3대 기본학문이라 했음. 저자는 그 이유로 .철학이 인간의 사상을 탐구하고 심리학이 인간의 정신구조를 탐구한다면, 기호학은 인간이 다루는 모든 상징체의 구조와 그것이 체현하는 사상성을 탐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라 했음. 기호학의 정의, 기호의 구조와 의미, 현실의 축조, 코드와 코드화, 기호작용, 기호의 공간, 텍스트기호학, 신화론, 이데올로기, 대중문화와 기호학과 신화의 창조 등을 다룬 이 책을 다시 읽어 그동안 내용이 너무 난해해 접근하지 못했던 포스트모더니즘의 여러 책들을 읽어볼 생각임. 제8장 텍스트의 기호학에서 “기억을 펄프에 쏟아 넣고 있던 인간은 그것을 지금은 모래에 쏟아 넣고 있다”라고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의 전이를 비유한 것은 과연 커뮤니케이션 전공자의 표현이다 싶었음. 이 책을 읽고 내 앎의 지평을 넓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기호는 우리를 가두면서 또 우리 속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수단을 주기도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음.
*2019. 2. 9일
1148.법, 입법 그리고 자유
*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 저/민경국, 서병훈, 박종운 역/자유기업원 역(2018)
*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Friedrich A. Hayek)라는 대가를 만난 것이 참으로 다행이다 싶은 것은 현 정부가 추구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회주의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과 대한민국은 헌법적 가치인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영구히 존재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기 때문임. 이 책은 시간을 달리하며 쓴 세 권의 책을 합본한 것으로 분량이 방대하고 이 책에 실린 여러 경제철학의 내용들이 난해해 단 한 번의 통독으로 이 책이 담고 또 추구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솔직한 고백임. 시간 나는 대로 몇 번을 더 읽어볼 뜻이지만, 이 책의 부록에 실린 민경국 교수의 해설이 내게 많이 도움 되어 이 글을 써나가는 것임. 하이에크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사회는 국가계획과 규제 없이도 ‘스스로 창출되는 복잡한 질서’ 또는 ‘자생적질서’에 의해 빈곤, 소용, 성장, 양극화 등과 같은 경제문제를 스스로 해결한다는 것이다. 또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비롯하여 다양한 간섭주의는 정부가 이상적인 사회를 디자인하여 구성(설계)할 수 있는 지적능력을 가지고 전제하에서 출발한 것인데 이 전제는 구성주의적 합리주의의 미신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이 하이에크의 일관된 주장임. 이는 정부가 계획과 규제를 작성하는 데 필요로 하는 사실에 관한 지식은 구체적 시간, 장소, 또는 상황과 독립적이고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과학적지식이 아니고 통합된 전체로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아 어느 누구도 그런 분산된 사실에 관한 지식을 수집하고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충분히 수긍되는 주장이라고 생각함. 자유주의의 정의원칙과 정치경제학의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있는 이 책은 모두 ‘규칙과 질서’, ‘사회적 정의 환상’과 ‘자유사회의 정치질서’ 등 3부로 되어 있음.
*2019. 2. 2일
1147.한국산문선2(권근의 오래된 개울)
*권근 외 저/이종묵, 장유승 편역/민음사 간(2017)
*신라와 고려시대의 주옥같은 산문들을 실은 1권에 이어 2권의 이 책은 조선개국에서 중종연간까지 조정에 나아가 세상을 경륜해온 개국공신 및 문신들의 문장, 그리고 재야로 물러나 내면의 수양에 힘쓴 유학자들의 문장을 두루 실고 있음. 정도전, 권근, 변계량, 김돈, 유방선, 정인지, 김수온, 양성지, 신숙주, 강희안, 서거정, 이승소, 강희맹, 김종직, 김시습, 성현, 유호인, 홍유손, 남효온, 조위, 최충성, 김일손, 신용개, 이주, 남곤, 김세필, 이행, 김안국, 박은, 이자, 신광한, 서경덕, 기준, 주세붕과 성운 등 35명의 산문 작품의 원문과 번역글, 그리고 해설을 담고 있는 이 책의 저자들 중에서 특별히 주목할 만한 분으로 태조 이성계를 모시고 조선의 개국을 주도한 정도전과 ‘훈민정음 서문’을 쓴 정인지, 한글창제에 깊이 참여한 신숙주, 김일손 등의 신진사류들이 스승으로 모시는 김종직, 관각문학의 최고대가라 할 수 있는 서거정 등을 들 수 있지만, 이들보다 내가 더 주목하는 인물은 한문소설 작가들로, 수양대군의 왕위찬탈에 반대해 방랑생활을 한 전기소설 <금오신화>의 작가 김시습, 신숙주의 손자로 <기재기이>를 써서 한문소설의 맥을 이어간 신광한, 빙의소설이랄 수 있는 <설공찬전>을 지은 채수 등임. 글로 표현된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아 글의 진의가 심히 의심되는 글은 남곤(1471-1527년)의 ‘백사정에서 노닐다(遊白沙汀記)’인데. 남곤은 이 글에서 “이름이라는 것은 실상의 손님이니 실상이 없으면 이름이 성립하지 않는다”면서 “실상이란 무엇인가?”를 자문하고 아래와 같이 자답했음. “천지 사이에 서서 위로는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아래로는 땅에 부끄럽지 않으며 사람들이 들어주기를 바라지 않더라도 천하 후세가 저절로 알아주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실상이다. 그렇다면 우리 선비들 또한 실상에 힘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자답한 남곤은 조선의 개혁을 이끈 조광조일파를 무고해 죽음으로 내몬 룬구파의 대표적인 인물이어서 더 할 수 없이 지당하고 수려한 이 글을 읽고 나서도 아무런 감흥이 일지 않았음. 이 책을 다 읽었는데도 조광조의 글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음.
*2019. 2. 1일
1146.국가란 무엇인가
*민경국 저/북앤피플 간(2018)
*‘자유주의 국가철학’이라는 부제를 달은 이 책의 저자는 강원대의 민경국명예교수임. 칸트 등 위대한 자유주의 사상가 12인의 국가철학을 담고 있는 이 책이 작년 연말에 출간된 것은 현 정권의 국가권력사용이 과연 정당한가를 살펴보는데도 크게 도움이 되어 참으로 시의적절하다는 생각임. 국가란 무엇인가를 한 번도 깊이 성찰한 적이 없는 내게 책 내용이 너무 무겁고 사변적이 아닐까하는 걱정을 깔끔히 지운 것은 이 책에 등장하는 12인의 철학자들이 대게는 그 이름과 업적을 들어온 바이고 더러는 이들의 저서를 읽은 바 있고, 또 저자가 간결하게 각 철학자의 이론을 잘 설명해주어서임.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데 목차만큼 유용한 것이 없는 것 같아 간단히 설명코자 함. 이 책은 크게 “권리론적 자유주의와 국가”, “합리론적 자유주의와 국가”, “진화론적 자유주의와 국가”와 “헌정론적 자유주의와 국가” 등 4부로 나누어졌고, 가부마다 해당 국가철학을 세분하여 설명하고 있음, “권리론적 자유주의와 국가”에는 존로크의 ‘국가권력의 도덕성’, 프레드릭 바스티아의 ‘간섭주의 비판’, 로버트 노직의 ‘자유주의의 유토피아’ 가, “합리론적 자유주의와 국가” 에는 ‘이마뉴엘 칸트의 자유의 철학’, ‘빌헬름 흄볼트의 자유의 문화’, ‘루트비히 폰 미제스의 행동의 자율성’ 이, “진화론적 자유주의와 국가”에는 ‘데이비드 흄의 묵계’,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자생적 질서’가, 그리고 “헌정론적 자유주의와 국가”에는 ‘샤를르 몽테스키외의 권력분립’, ‘알렉시스 토크빌의 위험한 민주주의’, ‘제임스 부캐넌의 계약론과 헌법’과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진화론과 헌법’ 이 실려 있음. 저자가 맺는 말에서 현재명의 “희망의 나라로” 노래를 실은 것은 과연 우리나라가 이 노래의 가사처럼 “자유 평등 평화 행복/ 가득 찬 곳/희망의 나라”인가를 성찰하자는 뜻에서로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나라로 커나가기를 염원하는 제 뜻도 이 노래에 실어보고자 함. 나라다운 나라는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나라로 자유만이 자유, 평등, 정의의 3가지를 조화롭게 통합할 수 있다고 저자의 맺는 말을 오래 기억하고자 함.
*2019. 1, 25일
1145.한국산문선7(박지원의 콖리보고서)
*박지원 외/안대희, 이원일편역/민음사 간(2017)
*이 책은 ‘삼국시대 원효에서 20세기 정인보까지 1,300년간 각 시대 문장가들이 펼쳐낸 찬란한 우리 옛글 600편’을 9권에 나누어 펴낸 “한국산문선”의 제7권으로 영조후반에서 정조치세 중반까지 약40여 년간의 작품이 실려 있음. 사회의 문화전반에서 자유롭고 활기찬 분위기가 넓게 퍼져 산문의 역사상 큰 전환이 일어난 이 시기에 활약한 대표적인 실학자 박지원을 비롯해 이광려에서 정약전에 이르기까지 35명의 문장가가 쓴 76편의 작품을 다 읽고 나서 박지원의 ‘코끼리보고서(象記)’, 정약전의 ‘소나무육성책(松政私議)’, 정조의 ‘문체는 시대에 따라 바뀌는가?’ 등 색깔 다른 산문들이 이 책을 읽는 재미와 보람을 더해주는 것을 알게 되었음. 유득공의 ‘발해사저술의 의의(渤海考序)’를 보고 통일신라시대를 남의 신라와 북의 발해를 일컫는 남북국시대로 고쳐 부른 것이 이 글에서 연유된 것임을 확인했고 이희경의 ‘중국어공용론(漢語)’을 읽고서는 조선의 사대부들이 한문전용을 고집한 그 뿌리가 얼마나 깊숙했나를 가늠할 수 있었음.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성대중의 ‘창해일사의 화첩(書滄海逸士畵帖後)’에서 ‘명산유람을 좋아하여 북으로 백두산에 오르고 남으로 한마라산에 올랐으며 두류산과 풍악산 쯤은 그저 자기집 앞 마당정도로 여겼다’는 창해옹 정유관(滄海翁 鄭幼觀)을 만난 것으로 앞으로 유산기가 있나 없나를 확인하고 있으면 번역해보고자 함.
*2019. 1. 22일
1144.신화는 두껍다
*김진섭 저/지성사 간(2018)
*신화란 “고대인의 사유나 표상이 반영된 신성한 이야기”로 정의되는 신화는 그 주된 내용은 “우주의 기원, 신이나 영웅의 사적(사적), 민족의 태고 때의 역사나 설화” 등으로 되어 있다고 표준대사전에 실려 있음. 신화가 내용에 따라 자연신화와 인문신화로 나누어 진다면, 이 책에서 다루는 역사 속의 신화는 인문신화로 분류되지 않을 까 싶음. 사학과 문화콘텐츠를 두루 전공한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역사 속의 신화, 그리고 신화속의 역사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면서 우리 신화의 참 의미를 탐색해보자는 것으로 생각됨. 우리나라의 창세신화와 건국신화들을 다룬 이 책은 ‘천지창조의 세상이 열리다’, ‘고조선 건국, 역사가 시작되다’, ‘부여 건국, 잃어버린 역사의 뿌리를 찾아서’, ‘고구려 건국, 역사와 문명을 뒤바꾸다’, ‘백제 건국, 기억에서 사라진 신화’, ‘신라 건국, 축제로 이어지다’와 ‘가야 건국, 찬란한 문화를 꽃 피우다’ 등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신화와 역사가 결코 별개가 아니라는 관점을 확고히 갖고 있는 저자의 이 책이 갖고 있는 강점은 역사를 외면한 다른 신화서들보다 그 내용의 두께가 더함이 절로 느껴진다는 것임. 그 두께는 인용된 여러 사례와 저자 특유의 스토리텔링에 비례해 더해져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두께가 느껴졌음. 책 중간에 신화가 실린 한/증/일의 신화서를 소개한 것은 물론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닌 스토리텔링도 신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음. 까맣게 잊고 외면해온 부여가 삼국과 마찬가지로 우리선조들이 세운 나라라는 것으로 관련 건국신화가 참으로 생생하다는 것을 이 책에서 알게 된 것도 이 책을 읽은 작은 보람이라 할 것임.
*2019. 1. 19일
1143.화랑세기
*김대문 저/이종욱 역주해/소나무 간(1999)
*『삼국사기』나 『삼국유사』가 고려인의 신라이야기라면 이 책은 신라인의 신라이야기라는 면에서 사료적가치가 크고 또 흥미로움. 이 책 『화랑세기』는 서력 540년에서 681년까지 있었던 신라 화랑 중의 화랑인 32명의 풍월주의 생애를 간략히 적은 책임. 이 책은 현재 두 종류가 알려져 있는데 하나는 4세풍월주의 이화랑조의 뒷부분부터 발문까지 남아 있는 162쪽의 필사본이고, 다른 하나는 필사본을 발췌한 32쪽의 발췌본임. 서강대의 이종욱교수가 번역한 이 책은 필사본과 발췌본을 모두 아우른 것으로, 1300여년 만에 발표된 필사본 이나 발췌본이 김대문의 『화랑세기』의 위작이야 여부로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역자는 여러 증거를 제시하며 위작이 아님을 역설하고 있음. 흥미로운 것은 이 책에 나오는 ‘풍랑가’ 인데 정연찬이 이 노래를 향가라면서 해독한 것을 이 책에 실고 있음. 교과서에서 배워온 신라 향가 14수에는 풍월가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 이 책이 위작이 아니라면 이 노래는 향가에 포함할 것인가로 논쟁의 여지는 충분하다고 봄. 신라인의 성풍속이나 화랑의 사회적 위상을 읽어낼 수 있다는 데서 사료적 가치는 충분하나 족보를 심하게 따져 읽어 내려가기에 조금은 지루했음.
*2019. 1. 14일
1142.러시아 시선에 비친 근대한국 -을미사변에서 광복까지
*와닌 유리 바실리예비치 외엮음/이영준 역/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간
*1860년에 우리나라가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이후 170년 동안 수많은 러시아인이 우리나라를 방문했고, 그에 따른 기록이 서적이나 공문으로 전해지는 것이 적지 않을 것임. 이 책은 을미사변에서 광복까지의 조선에 관한 자료들을 모아놓은 당대 러시아의 기록물로 조선을 바라보는 러시아의 입장과 시각을 잘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당대 조선인의 삶의 편린을 엿볼 수 있어 사료적가치도 적지 않음. 이 책 91쪽에서 132쪽에 걸쳐 실려 있는 “기린의 책 『세계여행기 중에서』”는 『저것이 백두산이다』라는 번역본으로 이미 읽은 바 있어 더욱 흥미로웠음. 『저것이 백두산이다』라는 책을 통해 조선인들이 러시아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은 알았는데, 이 책을 통해 그 호감이 일반 백성에만 국한되지 않고 고종임금 또한 다르지 않아 아관파천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을 확인했음. 이는 러시아의 남하정책에 긴장한 미국, 영국, 일본이 조선을 등진 한 가지 이유가 된 것이 틀림없고 결국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가 일본에 패하자 다음 해 외교권을 일본에 넘겨야 했던 것임. 흥미로운 부분은 해방 후 미군정을, 그리고 이승만지도자를 평가절하 하는 글이 자주 보여 구한말 및 일제강점기의 러시아에 대한 국민적호감이 그대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임.
*2019. 1. 10일
1141.조선, 철학의 왕국
*이경구 저/푸른역사 간(2018)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슴 뿌듯했던 것은 이제야 비로소 조선의 역사가 손에 잡히는 것 같아서임. 조선의 역사를 논하면서 유학의 흐름을 놓쳐서는 안되는 것이 유학은 조선의 건국이념으로 불교를 대체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임. 16세기 중후반에 이황과 이이 등이 주도했던 사단칠정(四端七情)논쟁, 17세기 후반 왕실의 복제를 둘러싼 예송(禮訟)논쟁과 18세기 초반에 시작해서 19세기 초반까지 이어진 호락(湖洛)논쟁 등을 일컫는 조선의 3대 논쟁은 유학의 발전에 상당부분 기여했으나 조선의 발전을 저해한 면도 무시하지 못할 것임. 이이-김장생-송시열로 이어지는 굳건한 서인학맥은 송시열의 제자 대에 이르러 충청의 권상하와 한양의 김창협으로 양분되었음. 이 두 거유의 제자들은 미발 때의 마음의 본질(未發心體), 인성과 물성의 같음과 다름(人物性同異), 성인과 범인 마음의 같음과 다름(聖凡心同異)을 주제로 해 격렬히 논쟁을 했는데 장장 20일간을 같이 먹고 자면서 논쟁했다는 기록도 엿보임. 위 세 가지 중 대표적인 논쟁은 인성과 물성의 같으나 다르냐는 人物性同異論으로, 호론의 권상하는 인물성동론을 편 이간 대신 인물성이론을 주창한 한원진의 손을 들어주어 호론의 주류이론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했으며, 낙론의 김창협은 인물성이론을 편 이현익 대신 인물성동론을 강조한 박필주와 어유붕을 지지해 인물성동른을 낙론의 주류이론으로 삼게 만들었음. 인물성동이론이 중요한 것은 소중화를 중요한 가치로 삼았던 조선의 사대부들에 명을 멸망시킨 청을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여서 쉽게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되었기 때문임. 지루하리만치 100년 이상 지속된 호락논쟁의 틈바구니에서 실학이 싹 튼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싶었는데 정조의 죽음으로 실학도 설 자리가 좁아져 조선의 멸망을 재촉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음. 상당히 난해한 주제를 쉽게 풀어쓴 저자에 감사하고자 함.
*2019. 1. 4일
'XIV.시인마뇽의 독서산책 > 독서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년독서산책(1330-1424) (0) | 2021.01.04 |
---|---|
2020년 독서산책 (0) | 2020.01.01 |
2018년 독서산책 (0) | 2018.01.01 |
2017년 독서산책 (0) | 2017.01.02 |
2016년 독서산책 (0) | 2015.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