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4. 금산사기·달천몽유록·화사
*정병호 역주/박이정 간(2019)
*대학원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했으면서도 한문소설을 가지고 원문강독을 하면서 읽은 적이 없었을 만큼 우리 선현들의 한문소설은 점점 잊혀져가는 것이 아닌가 싶음. 나 자신도 개인적으로 “명주초월빙” 등 조선시대 한글소설은 여러 편 읽었으면서도 그동안 읽은 한문소설을 원문으로 낑낑대며 읽은 것은 방송대국문과에서 읽은 김시습의 “금오신화”가 유일해 부끄럽기 짝이 없음. 이 책에 실린 <금산사기(金山寺記)>, <달천몽유록(㺚川夢遊錄)>, <화사(花史)> 3편은 모두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487종 가운데서 정선한 『김광순 소장 필사본100선』에 들어있는 한문소설을 번역하고 주를 단 것임. 17세기 중엽 이전에 창작된 것으로 보이는 <금산사기(金山寺記)>는 작자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작자 미상의 조선시대 한문소설임. 이 작품은 중국의 역대 제왕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잔치를 열고 국가의 치란과 흥망, 통치과정에서의 인재등용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피력하고 제갈량의 입을 통해 신하들의 행적을 평가한 것으로 어떤 역사적 인물이 어떤 이유로 어떻게 평가되는지를 당시의 눈으로 들여다볼 수 있어 흥미롭게 읽었음. 한강 정구(鄭逑, 1543-1620)의 제자인 황중윤(黃中允, 1577-1648)이 지은 <달천몽유록(㺚川夢遊錄)>은 패배의 원인을 병사들이 훈련받지 못한 오합지졸이라는 것과 병농일체에 있다고 분석한 작품으로, 천혜의 요진인 조령을 사수하지 않고 달천에 배수진을 친 것이 신립의 전술적 실책이라고 지적한 윤계선(윤계선, 1577-1604)의 <달천몽유록(㺚川夢遊錄)>과 내용이 크게 다르다 하겠음. <원생몽유록>을 지은 백호 임제(林悌, 1549-1587)의 작품으로 알려진 <화사(花史)>는 꽃나라의 역사로 꽃을 국가의 군신에 견주고 중국의 사실에 가탁하여 쓴 의인소설로 왕이 덕이 있으면 흥하지만, 덕이 없으면 망한다는 것을 강조해 덕치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라 하겠음. 한문원문이 길지 않아 원문으로 읽어볼 생각임.
*2021. 12. 30일
1423. 최척전/주생전
*조위한 · 권필 저/최성윤 역/서연비람 간(2018)
*임진왜란이 낳은 대표적인 소설을 들라면 조위한의 <<최척전>>과 권필의 <<주생전>을 들 수 있을 것임. 이 두 작품은 당대를 배경으로 하면서 어떤 사물을 빌려 감정이나 사상 따위를 표현하는 가탁(假託)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으로, 두 작품 모두 작가가 결말부분에 직접 등장하여 작품의 주인공을 만났다고 진술하는 점이 특이함. 방송대국문과에서 한 번 공부한 작품들이지만 그후 거의 10년이 지나 다시 읽어보아도 역시 당대의 어느 작품보다 현실감을 불러일으키는 흔치 않은 작품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음. 두 작품의 저자인 조위한(1567-1649)과 권필(1569-1712) 모두 임진왜란을 경험한 조선 중기의 문인으로 한문소설을 남긴 점에서 유사하나, 권필은 광해군의 비인 류씨의 동생 등 외척의 방종을 비난하는 <궁류시>를 지어 유배를 가다가 44세로 세상을 떠난 비운의 사나이라 하겠음. 조위한은 계축옥사(1613) 때 파직 당했다가 인조반정으로 다시 벼슬길에 올라 지중추부사를 지냈고, 83세에 작고해 권필과는 대조적임. 역자는 권필의 <<주생전>>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장편소설인 이광수의 <<무정>>을 잉태한 작품으로 평가했고, 조위한의 <<최척전>>을 윌나라 최초의 신소설인 이인직의 <<혈의 누>>에 비교한 것은 흥미로운 대목임.
*2021. 12. 24일
1422.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
*대니얼 카너먼 저/이창신 역(김영사 간(2021)
*이 책의 저자는 행동경제학 연구의 토대를 세운 공으로 심리학자 출신으로는 최초로 노벨경제상을 탄 이스라엘 국적의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1934~ )로, 저자는 주류경제학의 합리적 인간이라는 전제를 부정하고 실제적인 인간행동과 그 결과를 심리학, 사회학, 생리학적 배경에 따라 연구 , 규명하는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인물임. 나심 탈레브 교수가 “이 책은 애덤스미스의 <<국부론>>,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과 동급의 고전이다”라고 평한 것이 크게 지나치지 않다 싶은 것은 이 분야의 문외한인 내가 7백쪽이 넘는 이 책을 거의 단숨에 다 읽어서였음. 저자는 이 책에서 등장인물을 고삐 풀린 충동에 휘둘리는 시스템1과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시스템2로 상정하고 논리를 전개하는데, 놀란 것은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시스템2가 주인공이 아니라 충동적인 시스템2가 주인공이라는 것임. 이 책은 ‘두 시스템’, ‘어림짐작과 편향’, ‘과신’, ‘선택’, ‘두 자아’ 등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음. 내가 주목한 것은 사람들이 기억의 자아는 소중히 대하면서 정작 경험자아에는 무관심하다는 것임. 저자는 즐거운 경험을 위해 여행을 떠났는데 정작 사진만 잔뜩 찍고 돌아온 경험이 없는가라고 물으면서 인간은 기억자아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음. 저자는 효용(utility)을 고통과 쾌락의 경험효용(experienced utility)과 욕구충족력의 결정효용(decision utility)으로 나누고 기대효용이론은 결정효용을 지배해야하는 합리성 원칙에 관한 것이지 쾌락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했음. 실험결과 회고평가는 지속시간과 무관하고 다른 순간보다도 정점과 종점의 두 순간에 무게를 둔다는 것을 발견하고 “지금 아픈가?‘에 답하는 경험자아와 ”전체적으로 어떠했는가?“에 답하는 기억자아는 같지 않다고 말하면서 취향과 기억은 기억에서 나오고 기억은 엉터리일 수 있음을 지적했음. 경험하는 자아는 고통을 총량으로 느끼고 기억하는 자아는 고통을 정점과 종점의 두 순간의 크기로 느낀ㅁ다는 것이 서로 다른 점이라 하겠음.
*2021. 12. 22일
1421.도덕감정론
*애덤 스미스 저/박세일 · 민경국 공역/비봉출판사 간(2021)
*이 책의 저자 애덤 스미스를 경제학자라고 단정한 것은 오래 전에 읽은 <<국부론>> 때문이었다면,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를 철학자로 인식하게 만든 책은 <<도덕감정론>>임. <<도덕감정론>>이 발간된 것은 1759년이고, <<국부론>>이 선을 보인 것은 17년 후인 1776년인 것으로 보아 애덤 스미스는 정치경제학자이기 전에 철학자였음이 분명함. 이 책을 공역한 박세일교수는 <아담스미스와 도덕철학의 체계>에서 국부론의 사상적 특색이 <<도덕감정론>>에서 전개한 <동감의 원리>와 국부론에서 전개한 <교환의 원리>=<경쟁의 원리>=<시장의 원리>가 실은 동일한 논리 구조위에 서 있다는 사실과, 두 원리가 모두 중세의 속박에서 인간의 이성뿐만 아니라 본능까지 해방된 사회에서 이기심이 사회적 선(즉 공익)이 될 수 있게 하는 메카니즘 내지 조건임을 밝힌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음. 이 책은 ‘행위의 적정성’, ‘공로와 과실, 또는 보상과 차별의 대상’, ‘우리자신의 감정과 행위에 관한 우리의 판단의 기초 및 책임감’, ‘시인의 감정에 미치는 효용의 효과’, ‘관습과 유행이 도덕적 시인과 도덕적 부인의 감정에 및는 영향’, ‘미덕의 성품’, ‘도덕철학의 체계’ 등 7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이 책은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가 어떻게 발전해왔고, 오늘날 왜 흔들리고 있는지에 대한 인문학적 원인 성찰에 크게 도움이 명저라 하겠음.
2021. 12. 20일
1420. 그라마톨로지
*자크 데리다 저/김성도 역/민음사 간(1996)
*이 책의 저자 자크 데리다(Jagques Derrida, 1932-2004)는 알제리 태생으로, 기존의 고전적 사유와 양식의 범주를 벗어나서 생경하고 절묘한 책 읽기와 글쓰기로 수십 권의 굵직한 저서들을 발표한 프랑스의 철학자임. 데리다의 인식론적 방법론의 기본방향은 초기 저작 속에 이미 형성되어 있었으니, 이 책 “그라마톨로지‘가 그것임. 이 책이 중요한 것은 에크리튀르 개념 및 서구의 현전하는 형이상학 비판을 체계적으로 담고 있어서임. 데리다가 지향하는 것은 서구사상사를 현전의 형이상학으로 규정하고 가장 파격적이며 독창적으로 이 틀에서 벗어나려했던 인물들이 어떻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시 그 그물 속에 갇혀버렸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그 한계를 지적하고 새로운 사유세계의 끄트머리를 암시하는 데 있지 않나 싶음. 서구는 플라톤에서 헤겔에 이르기까지 인종중심주의, 로고스중심주의 , 소리중심주의로 철저히 무장한 채 로고스에 진리를 부여하는 진리의 역사, 즉 현전의 형이상학 속에 밀폐되어 있다고 선언한 데리다는 그라마톨로지 가 인문과학들 가운데 하나여서는 안되고 다른 과학들 틈바구니 속에 끼는 주변과학이어서도 안된다고 한 것은 그라마톨로지의 고유한 질문으로 인간이란 명칭에 대한 물음이 우선적으로 제기되어야 하기 때문이라 했음. 이 책에서 데리다는 직선적 문자의 종말이 바로 책의 종말이라고 말하면서, 만약 요즘 책읽기의 문제가 과학의 전면을 차지한다면 그것은 바로 문자의 두 시대 사이에 놓인 지연 때문이라 했음. 이 책은 2부로 되어 이으며, 1부 <문자이전의 에크리튀르>는 ‘책의 종언과 에크리튀르의 개시’, ‘언어학과 문자학’, ‘심증과학으로서의 문자학(그라마톨로지)에 대하여’와 2부 <자연, 문화, 에크리튀르>는 ‘문자의 폭력’, ‘이 위험천만한 대리보충’, ‘인간언어기원론의 발생과 구조’, ‘대리보충으로부터의 근원으로’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 책내용이 난해해 다시 읽는다 해도 이해를 높이기는 어려울 것 같음.
*2021. 12. 18일
1419. 종말론적 환경주의(Fake Invisible Catastrophes and Threat of Doom)
*패트릭 무어 저/박석순 역/ 어문학사 간(2021)
*언론의 끊임없는 보도로 마치 참인 양 여겨지는 대표적인 거짓 명제가 탈원전과 탄소중립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된 것만도 이 책을 읽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음. 1971년 환경운동단체인 그리피스를 공동설립해 범세계적으로 환경운동을 주도해온 저자가 그 15년 후 그리피스를 탈퇴한 것은 그리피스가 “환경을 개선하기보다 거짓 정보로 사람들을 겁주고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인 캠페인으로 기금을 모으는데 몰두했기 때문”이었음. 그리스피를 비롯한 대다수의 환경단체들이 탈원전과 탄소중립을 내세워 머지않아 지구가 망할 것이라고 외쳐대는 프로파간다가 먹히고 있는 것은 유수언론들의 무책임한 선동보도도 한 몫 하고 있다는 것이 내 판단임. 내가 처음 접한 지구종말론은 1971년(?) 로마클럽에서 발간한 “성장의 한계”였음. 로마크럽은 자원의 고갈화를 이유로 지구가 성장을 멈춘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 실증적으로 밝혀지자 환경론자들이 부각시킨 것이 눈에 보이지 않거나 아주 멀리 떨어져 확인이 어려운 것들을 예시하며 새롭게 종말론을 들고 일어났으니. 그것이 바로 이산화탄소, 방사선, 북극곰, 산호초의 문제임. 우리 정부가 저탄소녹색성장을 최우선정책으로 삼아 탈원전 정책을 끌고 나가는 데는은 일부 세력의 숨은 의도가 있지 않나 싶어 불안하기도 함. 환경운동단체의 잘못된 운동은 이 책의 장의 제목으로 제시되고 있는바, ‘아프리카 최고의 바오밥나무가 죽어간다’, ‘서태평양의 산호초군락이 사라질 것이다’, ‘모든 생명의 원천이 파멸의 악마로 변했다’, ‘지구의 기후역사가 교활하게 조작되었다’, ‘빙하가 녹아내려 북극곰이 멸종위기에 처했다’, ‘지구온난화로 100만종이 멸종위기에 처할 것이다’, ‘태평양 한 가운데 광활한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가 있다.’, ‘유전자식품 변형에 뭔가 모르는 유해물질이 있다’, ‘산불의 원인은 나무가 아니라 기후변화이다’, ‘이산화탄소는 바닷물을 산성화하여 생태계를 파괴한다’, ‘바다코끼리가 기후변화로 집단자살했다“ 등이 그것들임. 이 책을 읽고서 자원을 아끼고 환경을 보전하고자하는 노력은 계속 해야겠지만, 저들의 선동에 속아 국가의 환경정책과 산업정책이 잘못 세워져 집행된다면 이 또한 재앙이기에 항상 깨어있어야겠다는 생각을 더욱 굳히었음.
*2021. 12. 15일
1418. 메타버스의 시대
*이시한 저/다산북스 간(2021)
*이 책을 사서 읽게 된 것은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이해하고 메타버스가 안내하는 세상이 어떤 것일까 궁금해서였음.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metaverse)를 저자는 “사회적 · 문화적 ·경제적 활동이 일어나는 초월공간(현실이나 세계)”로 정의했음. 앞으로 20년은 메타버스가 시장을 주도한다는 저자의 장담이 마냥 헛소리가 아니다 싶은 것은 내가 화상학습을 통해 메타버스를 체험하리라고는 코로나 전에는 생각지 못해서임. 이 책은 모두 6강으로 구성되어 있음. ‘메타버스에 올라타는 골든타이미 왔다’, ‘메타버스를 결정짓는 7대 메가트렌드’, ‘메타비지니스I : 메타버스에서는 어떻게 돈을 벌까?’, ‘메타비즈니스II : 메타버스는 산업에 어떤 기회를 가져올까?’, ‘메타버스 리딩기업의 생존전략’, ‘대메타버스시대, 성공적인 항행의 조건’ 등 6개 강장으로 되어 있는 이 책에서 주의깊이 읽은 것은 제2강의 ‘ 메타버스를 결정짓는 7대 메가트렌드’였음. 2강에서 소개하고 있는 7대트렌드는 ‘멀티아바타, 확장경제, 쌍방향, 익명성, 플레이 미션, 유사현실, 동시성’ 등으로 미래의 부와 기회를 선점하는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이 책은 적고 있음. 아프로 전개될 미래를 조금 엿보았는 기쁨 만큼이나 두려움도 강하게 느끼는 것은 70을 훌쩍 넘긴 나이 때문일 것임.
*2021. 12. 12일
1417. How to Read 데리다
*페넬로페 도이처 저/변성찬 역/웅진 지식하우스 간(2014)
*이 책은 ‘How To Read' 시리즈의 한 권으로 위대한 사상가와 작가들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안내서임. 웅진출판사에서 번역한 이 시리즈가 비트겐스타인으로 시작하여, 세익스피어, 마르크스, 니체, 히틀러, 다윈, 프로이트, 라캉, 성경 과 데리다에 이르기까지 9명의 위대한 사상가나 작가, 그리고 성경을 독자들에 보다 쉽게 소개해주는 덕분에 감히 데리다를 한 번 만나볼 수 있었음. 이 시리즈를 기획하고 이 책을 저술한 페넬로페 도이처는 노스웨스턴대학교 철학과교수로20세기 프랑스 철학과 성철학에 대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함. 이 책이 안내하는 철학자 자크 데리다(Jagques Derrida, 1932-2004)는 라캉, 푸코, 들뢰즈 등과 함께 프랑스가 낳은 20세기 후반의 위대한 철학자 중의 한 명으로, 해체(解體), 그리고 차이와 연기를 아우르는 차연(差延) 등의 명제를 제시해 논쟁을 불러 일으킨 인물임. 서구의 형이상학을 지배해온 플라톤에서 소쉬르에 이르기까지의 로고스 중심주의를 해체하겠다고 나선 데리다는 궁극적으로 해체가 긍정적이며 변형의 잠재력을 가진 독해방식임을 강조했음. 데리다가 만든 신조어 ‘차연’은 어떤 기호도 로고스의 동일성을 갖지 못하게 하는 미분화를 가리키는 것으로, 누군가가 특정한 용어에 귀속시키고 싶어 할 수도 있는 동일성에 대한 해결되지 않는 지연을 뜻한다 하겠음. 이 책은 ‘해체주의적 독해’, ‘해체는 개입이다’, ‘자연동일성에 대한 해결되지 않는 지연’, ‘둘 다임과 동시에 아무 것도 아니다’, ‘몬화, 성, 그리고 정치’, ‘의사소토의 오해법칙’, ‘순수한 애도와 환대는 없다’, ‘순수한 선물과 용서도 없다’, ‘정의와 법의 결정불가능성’, ‘진보는 무한하다’ 등 총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해체와 차연의 이해 없이 데리다와 만난 대화를 한다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이 책의 도움을 받고자 했으나, 이 책 또한 쉽지 않아 소기의 뜻을 이루지 못한 것 같음.
*2021. 12. 7일
1416. 국역 남천선생문집
*권두문 저/이채문 · 남종진 역/동양대학교한국선비원 간(2016)
*이 책은 조선의 문신 권두문(權斗文, 1543-1617)이 남긴 문집으로 권1의 시(詩), 권2의 「호구일록」, 권3의 소(䟽) · 전(箋) · 서(書) · 제문(祭文), 권4의 부록 등 총 4권으로 구성되어있음. 4권 중 주목할 만한 것은 권2에 실려 있는「호구일록」임. 「호구일록」은 강원도 평창, 영월, 원주 등지에서 1592년8월7일부터 9월13일까지 36일간 겪은 임란 체험을 일기로 전쟁초기 현직군수가 일본이 아닌 내륙의 지방에서 포로가 되어 생활한 것을 생생하게 일기로 재현했다는데 그 의의가 크다고 하겠음. 「호구일록」에 기록된 권두문의 임란체험은 피란과 교전, 피포와 포로생활, 탈출과 귀향 등 세 부분으로 대분할 수 있음. 권두문이 임진왜란을 맞아 첫 번째로 행한 것은 8월7일 응암굴로 피난한 것임. 응암굴은 평창강에 면해 곧추선 천애절벽의 중간에 있는 두 개의 굴로 위쪽의 굴은 10여명이, 아래 굴아래 외대에는 10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요지였음. 결국은신처가 드러나 일본군과의 전투를 피해갈 수 없었음. 중과부적으로 끝내 전투에서 패해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권두문은 군민과 함께 붙잡혀 일본군 진영으로 끌려갔고, 부실 강소이(康召吏)는 그 아래 못(지금의 평창강)으로 투신해 정조를 지켰음. 권두문의 포로생활은 응암굴에서 붙잡혀 끌려가는 것으로 시작되었음. 8월11일 일본군의 진영으로 끌려간 권두문의은 9월2일 원주에서 일본군의 진영을 탈출하기까지 20일간 포로로 생활한 권두문은 일본군의 이진으로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몸이 묶인 채 여기저기 끌려 다니느라 육체적 고통이 가중되었고, 일본군이 위로부터 명령을 기다리느라 처형을 미루어 속히 죽고자 하는 뜻조차 이루지 못해 정신적 고통도 적지 않았음. 실제로 권두문은 “원주목사는 참수하여 위에다 받치고, 평창과 영춘군수는 생포하였으나 대장의 명령을 받아 참수하라는 분부”가 있다는 것을 들어 알았음. 특기할 만한 것은 포로생활 중에도 중요한 것을 기록했다는 것이임. 「호구일록」의 전부를 그때마다 기록했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만난 사람들의 이름이 자세히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중요한 것은 그때그때 기록한 것이 아닌가 함. 동생 경성과 아들 점에게 부친 8월20일자 서간문과 호소사 · 관찰사 · 조방장에게 올린 글의 구본은 8월29일에 기록한 것으로 이 책『남천문집』에 실려 있음. 권두문은 발에 상처가 나 걷기조차 힘들었으나, 9월2일 밤 갑자기 천둥이 치고 소낙비가 쏟아져 경비가 느슨해지자 아들 주와 일행 몇 명이 함께 탈출을 감행해 일본군의 진영을 벗어났으나, 일본군에 발각된 것으로 잘못 알고 죽기를 결심하고 바위에서 투신했으나, 아들 주가 구해줘 살아나는 등 갖은 고초를 겪었음. 구리파마을에 도착해 보병으로 제대한 노인 임원(林元)한테서 여러모로 도움을 받았음. 권두문은 평창으로 돌아가 강여(姜女)의 무덤에 가토를 시킨 후, 9월13일 귀향하여 선조 묘소에 재배하고 영주의 원당에 이르러 노친을 만나 뵙는 것으로 「호구일록」을 끝맺었음.
*2021. 12. 5일
1415. 호산만사록
*정경득 저/신해진 역/보고사 간(2015)
*정경득(鄭敬得, 1569-1630)은 부친의 뜻에 따라 향시에 응시해 세 번을 장원했으나 한번도 출사하지 않은 전라도 함평지방의 재지사족으로, 광해군 10년(1618) 무오정란이 일어나자 출사의 뜻을 접고 향리인 임천에서 책을 벗 삼아 살다 갔음. 정유재란을 당해 친인척과 함께 피난하던 중 1597년8월 영광의 묵방포 칠산바다에서 붙잡혀 일본의 아파주(阿波州)로 끌려간 그는 일본에서 포로생활을 하다가 2년 만에 송환되어 1599년7월에 귀향하기까지 겪었던 역경의 나날을 일기로 기록해 이 책『호산만사록(湖山萬事錄)』을 남겼음. 정경득의 『호산만사록』은 동생 정희득의 『월봉해상록』과 동일한 문장이 상당수 보이지만, 내용은 『월봉해상록』보다 자세함. 정경득이 『호산만사록』에서 충(忠)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거의 없음. 일본에 붙잡혀 있을 때, 일본인 동수좌(東首座)가 고시(古詩) 6수를 가지고 와서 “그대가 만일 이 시에 차운을 잘하면 살아서 돌아갈 수 있도록 도모해보겠다.”고 제의해왔으나, 정경득은 고향으로 돌아가 아버님을 뵙고자 하는 간절한 뜻을 누르고 굳게 거절했다고 적고 있음. “아버님께서 죽지 말고 돌아와 만나자는 명을 하셨기 때문에 꾹 참고 구차하게 살아야만” 했던 정경득이 동좌수의 요청대로 차운해 시를 지어주지 않은 것은 귀국 후에 일본인에 시를 지어준 것이 문제가 될 것을 염려해서였음. 정경득이 나날을 기록한 일기에서 과도하게 충(忠)을 내세우지 않은 대신『호산만사록』에 일본에 관한 여러 가지 내용을 상세히 기록한 「일본풍토기」를 첨부한 것은 권두문이 충(忠)을 드러내고자 「호구일록」과 별도로 일본군은 야간에 공격해야 승리할 수 있다며 관찰사에게 글을 올린 것과 궤를 같이한다 하겠음. 이 책은 권1의 「일록(日錄)」, 권2의 상소와 진하소, 그리고 ‘일본풍토기’, 권3과 권4의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음.
*2021. 11. 30일
1414. 검단임진일기
*조정 저/신해진 역/ 보고사 간(2021)
*이 책은 경상도 상주에서 의병 활동을 한 검간(黔澗) 조정(趙靖, 1555-1636)은 임란 체험을 기록해 남긴 종군실기(從軍實記)임. 조정의 「임진일기」는 임진왜란이 일어난 1592년의 4월14일부터 12월27일까지의 임란체험을 기록한 초서본을 이르는 것으로, 신해진은 번역본을 「검간임진일기」로 명명해 다른 「임진일기」와 구별했음. 창의군의 참모로 활동한 조정의 「임진일기」에 충(忠)을 직접 언급한 내용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은 권두문의 「남천문집」이나 정경득의 『호산만사록』과 구별됨. 조정이 언급한 충(忠)은 대다수가 관리들의 비행과 태만을 비판한 것으로, 자신의 임금에 대한 충성을 직접 말하지 않았음. “은밀한 곳에 몰래 숨기만 했었지 의를 부르짖어 임금을 위해서 요충지를 지킬 뜻이 전혀 없었다”고 상주목사를 비난한 것이나, 성군의 선정이 30년간 펼쳐졌는데도 안으로 조정이 안정하지 못하고 밖으로 추한 오랑캐가 날뛰는 것은 벼슬아치의 잘못 때문이라고 힐난한 것이 그 좋은 예임. 조정이 관리들의 태만에 대해 가차 없이 비판해 간접적으로 자신의 충을 표현한 것은 방백 김수에게 충성을 다하여 왕과 나라를 지키는 것이 직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몸을 숨겨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고 비난한 것에서도 찾아볼 수 있음. 조정이 직접적으로 충(忠)을 언급한 것은 왜적을 토벌하는 의병을 조직하고 맹세의 뜻을 담은 약조문을 담은 7월30일자 일기에 “근래 주상께서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며 모든 도움을 구하는 교칙을 내린 것으로 인하여” 오늘의 맹약을 이룰 수 있었다고 기록한 것이 그것임. 조정은 “군졸800여 명을 거느리고 승군과 함께 금산에 가서 경솔히 범하였다가 적군에 포위되어 전군이 거의 다 피살되었다“며 의병장 조헌을 비판했으나, 의병장 곽재우는 용병술이 뛰어나 적도들을 벌벌 떨게 했다며 상찬했으며, 초유사 김성일이 초치한 것이 체통을 얻어 많게는 수만의 의병이 모이고 관청에서 군량과 병장기를 관통해주어 적을 섬멸할 기약이 있었다고 김성일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음.
*2021. 11. 27일
1413. 문학적 기억의 탄생
*변핚수 저/열린책들 간(2008)
*저자는 기억이 왜 중요한가에 대한 답으로 ‘이데올로기’와 ‘기술 · 과학’의 문제를 들어 설명했음. 친일파 역사해석이나 좌파의 정치이념이든 시간이 변하면서 대두되는 기억의 문제는 간단없이 변화를 겪어 왔는데 이는 집단의 기억뿐만 아니라 개인의 기억 또한 그러하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으로, 다시 말해 즉자적 기억이란 존재할 수 없고, 설사 있다고 해도 공적기억을 위배해 쇠퇴하고 만다는 것임. 또 하나 새로운 기술과 과학이 주도하는 사회에서는 이미지가 쉽게 만들어지고 순식간에 사라지기도 해 얼마든지 해체되거나 조작될 수 있다는 것임. 인간 문화의 심층에 자리하고 있는 기억은 인간의 문화적 행위나 하비투스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어 인간의 행위를 유발하는 동기로 작용하고, 이에 문화적인 기억은 공식적인 기억으로 작용하면서 개인의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인 것 같음. 개인적이고 공인되지 않은 내면적인 기억이나 상상으로 만들어진 문학적 기억은 공적이고 정당화된 집단의 기억인 역사적 기억과 같을 수는 없을 것인데, 저자는 이 책에서 문학속의 기억을 그런 토대에서 다루고 있음. 문학적 기억이 왜곡의 늪에서 소실되어가는 기억을 어떻게 보존해나갈 것인가의 문제를 상론한 이 책은 ‘문학에서의 기억’, ‘기억과 망각’, ‘영화 속의 기억’, ‘성서, 신화, 그리고 동화’. ‘아동 문학과 기억’, ‘회상으로서의 유년’, ‘서사문학과 기억’, ‘서정문학과 기억’, ‘기억의 소멸 또는 치유’ 등 9개 장으로 이루어져 있음.
*2021. 11. 25일
1412. 임진왜란과 한중관계
*한병기 저/역사비평서 간(2018)
*망할 뻔 했던 나라에 군을 파병해 나라를 구해준 고마움이 쉽게 망각되지 않고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견고해지는 것은 구해준 그 나라가 중국의 명이었기 때문이 아닌가함. 문화적으로나 문명적으로나 조선보다 월등히 우월했다고 믿어온 명 대신 야만인으로 멸시받아온 여진족의 청이 조선에 구원병을 보내왔다면 조선은 과연 청에 감사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생각임. 실제로 조선은 임란 초기 누루하치의 파병제의를 거절한 일도 있었음. 재조지은(再造之恩)이란 나라를 일으켜 다시 세워준 은혜를 일컫는 것임. 조선의 전반기가 명에 조공을 바친 조공의 시대였다면, 후반기는 망해 없어진 명에 감사하는 재조지은(再造之恩)의 시대로 불릴 만 한데, 이 재조지은은 임란 중 조선을 도와 싸워준 명 덕분에 조선이 일본에 망하지 않고 살아났다고 조선의 국왕과 사대부들이 항상 감사해 가능했던 것임. 명이 망하고 청에 항복한 조선의 국왕 숙종이 창덕궁 깊숙한 곳에 대보단을 세우고 명의 황제들에 제사를 올리는 등의 재조지은에 감사하는 것을 뛰어넘어 조선은 소중화를 표방하기에 이르렀는데 광해군이 명 및 청과 등거리 외교를 하면서 실리를 취하고자 한 것은 돋보이는 일이었음. 임진왜란과 한중관계를 다룬 이 책은 은 ‘선조대 후반 임진왜란과 대명관계’, ‘광해군과 대명관계’, ‘인조반정과 대명관계추이’ 등 3부작으로 되어 있으며, 각부는 다시 3개장으로 세분해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음. 저자의 다른 저서인 “역사평설 병자호란 1,2”를 읽었을 때처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저자 특유의 기술능력 때문이 아닌가 함.
*2021. 11. 20일
1411. 일본과 임진왜란
*최관 저/고려대학교출판부 간(2004)
*1983년(?) 회사 업무로 일본을 처음 방문했을 때, 동년배인 일본 회사 직원에 사적인 자리에서 임진왜란을 알고 있냐고 물었는데, 그의 대답은 “모른다”여서 의아해 한 일이 있었음. 이 책을 읽고 그 이유가 일본에서는 임진왜란을 주로 ‘분로쿠 · 게이초의 역(文祿 · 慶長 の 役)’으로 불렸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음. 임진왜란의 발발 원인으로 일본이 침공했기 때문이라며 일본을 비난하는데 주력했을 뿐, 일본에서는 임진왜란을 어떻게 기술하느냐에 관해서는 별반 관심을 두지 않았음. 저자는 임진왜란에 대해서 한일 양국 또는 동아시아 3국을 본격적으로 비교한 기존 연구가 거의 없다는데 착안해 이 책을 저술했다고 책머리에 밝히고 있음. 따라서 이 책은 역사로서의 임진왜란의 추적이 아니라 그러한 역사로부터 임진왜란이 윤색되어 일본사회 속에서 문학적, 문예화되어가는 경위와 특징을 연구한 결실이라 할 수 있는 것임. 1부의 ‘임진왜란을 보는 시각’, 2부의 ‘역사로서의 임진왜란’, 3부의 ‘임진왜란과 일본근세문학’, 4부의 ‘문학과 국가의식’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임진왜란을 보는 시각이 한일 양국이 그 명칭에서 보았듯이 시선의 차이가 상당함을 알 수 있었음.
*2021. 11. 15일
1410. 검은 피부 하얀 가면
*프란츠 파농 저/ 이석호 역/인간사랑 간(2016)
*고전문학을 전공하는 내가 로버트 J. C. 영의 저서 『아래로부터의 포스트식민주의』를 텍스트로 한 현대문학 강의를 따로 수강 신청해 듣지 않았다면, 이 책『검은 피부 하얀 가면』와 저자 프란츠 파농을 만나보기가 쉽지 않았을 것임. 1925년 서인도제도의 한 섬인 마르티니크에서 태어난 저자는 의학을 공부하는데 더하여 심리학, 정신분석학, 철학 등으로 지적 관심을 넓혔기에 1952년 27세의 젊은 나이에 처녀작으로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을 저술할 수 있었을 것임. 이 책이 후대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컸는가는 이 책 이후에 출간된 아프리카에 관한 저서들은 이 책의 주석에 지나지 않는다는 후평이 나왔을 정도임. 알제리의 독립운동이 무르익어갈 무렵 그곳에서 정신분석의로 시술을 한 경험을 갖고 있었기에 프란츠파농은 “식민주의; 심리학”이라고도 불리는 이 책『검은 피부 하얀 가면』을 지어낼 수 있었을 것임. ‘왜 가면일까?’, ‘무엇을 숨기고 있나?’, 그리고 ‘무엇을 두려워하나?’라는 명제에 초점을 맞추어 쓴 이 글을 읽고서 저자가 흑인이 아니었다면 써내기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었음. 이 책은 ‘흑인과 언어’, ‘유색인 여성과 백인남성’, ‘유색인 남성과 백인여성’, ‘식민지 민주의 의존 콤플렉스, ’흑인이라는 사실‘, ’흑인과 정신병리‘, ’흑인과 인정투재‘, ’결론을 대신해서‘ 등 총8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저자는 이 세계가 저자 자신과 더불어 활짝 열린 모든 종류의 의식의 문을 느끼기를 희망한다고 이 책을 끝맺었음.
*2021. 11. 5일
1409. 『조선왕조실록』속의 한국과 일본
*한일관계사학회 ᄋ한일문화교류기금 저/경인문화사 간(2004)
*2003년10월10일 <한일관계사학회>와 <한일문화교류기금>이 춘천 한림대학교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국제심포지엄「『조선왕조실록』속의 한국과 일본」의 결과물인 이 책을 통해 일본에서 어떤 관점으로 임진왜란을 바라보는가를 알 수 있었음. 이원순(李元淳)은『조선왕조실록』이라는 이름은 후대에 편의상 붙여진 이름이고, 실제로는 태조실록, 선조실록 등 하나 하나의 이름은 있었지 전체를 호칭하는 이름은 없었다고 밝혔음. 또 하나는『고종실록』 과 『순종실록』은 편찬주체가 일본제국이고, 편집실무기관이 실록청이 아니고 이왕직(李王職)의 부설 편수실이며, 간행이 순종 사후 20년이 지나 늦게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정통성 인정에 주저해지는 것이다 싶었음. 준비 중인 연구논문 작성에 도움이 될 만한 논문은 일본 공립여대교수인 북도 만차(北島 万次)가 발표한 「강원도에서의 임진왜란」임. 이 책에는 8명의 발표자가 발표한 논문이 실려 있는데, 손승철의 『「조선왕조실록」의 한일관계기사분석』, 일본인 교본 웅의 ‘「종주국의 박다출병과 위사문제」,「일본인 교본 웅의 ‘종주국의 박다출병과 위사문제」, 김문자의「임진왜란기의 정보전달과 통신에 대하여」, 북도 만차의 「강원도에서의 임진왜란」, 양수지의 「북경에서 만난 조선과 유구의 사신 」, 미곡 균위의 「『전절병제고』「근보위경」에서 본 일본정보」, 정성일의 「조선의 동전과 일본의 은화」, 수전목자의 「15세기 일본의 조선불구 수입과 그 의의」가 그것들임.
*2021. 11. 2일
1408.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서울편1)
*유홍준 저/창비 간(2017)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니느라 6년을 서울에 거주하며 살았고, 회사를 다니느라 20년 가까이 서울로 통근한 내가 서울의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것은 등잔 밑이 어두어서만은 아니라는 생각임. 서울을 담고 있는 인문서를 제대로 읽은 적이 없다는 것이 더 큰 이유였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새삼 확인했음.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우리 국토를 역사의 눈으로 다시 보게 만든 역저로 나도 국내편 여러 권을 사서 읽고 국내명소의 탐방기를 작성할 때 자주 인용하곤 했음. '남도답사 일번지‘를 시작으로 국내의 역사적 명소를 인문학적으로 풀어간 저자의 문화유산답사가 서울로 옮겨지는데 25년이 걸렸다 하니, 이 책을 펴내기 위해 준비한 저자의 노력에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일었음. 이 책은 제1부 종묘, 제2부 창덕궁, 제3부 창덕궁 후원, 제4부 창경궁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 다시 여러 소제목으로 세분해 관련된 여러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주는 이 책을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고궁으로 향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곤 했음. 창덕궁 내 낙선재는 내게는 ’낙선재 소설‘로 각인되어 있는 곳인데, 이곳의 주인공이 조선 후기 세도정치에 휘둘려 나라를 제대로 통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헌종 임금이라는 것은 이 책을 읽고 나서 알았음. 문인 학자들과 자주 만나면서 그들의 삶을 동경한 헌종은 1847년 창덕궁과 창경궁의 경계에 문인들의 사랑채를 본뜬 낙선재를 지어 문인들을 초청하여 함께 시서화를 즐겼다고 함. 헌종 사후 상궁의 처소로 사용되었기에 궁중여인들이 즐겨 읽은 한글소설을 낙선재 소설로 부르는 것이 아닌 가함.
*2021. 10. 31일
1407. 수길일대와 임진록
*현병주 저/바오 간(2016)
*일제시대 한학자인 저자 수봉(秀峯) 현병주(玄丙周, 1880-1938)는 이 책 외에도 『어사 박문수전』, 『단종혈사』등 설화를 기반으로 한 소설이나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쓴 일제시대 문인으로 소설「고향」의 작가 이기영과도 친분이 있었다고 함. 1928년 신구서림에 의해 출간된 역사서(?) 『수길일대와 임진록』은 일제 때 피지배자였던 조선의 지식인이 임진왜란을 어떤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는 가하는 점에 대해 답을 줄 수 있는 작품이어서 매우 흥미롭게 읽었음. 현병주는 역사학자 못지않게 풍부한 사료와 치밀한 고증으로 풍신수길의 일대기와 임진왜란사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서술한 것을 평가받는 작가여서 거의 한 세기가 지나 바오출판사에 의해 다시 출판된 것은 크게 다행이라 할 수 있을 것임. 이 책의 상편은 히데요시의 일생을 다룬 것으로 ‘히데요시 출생’, ‘오다 노부나가와 아시카가 쇼군’, ‘세신들의 권리다툼’ 등 25개 주제로 구성되어 있고, 임진왜란사를 다룬 하편에는 ‘조선의 통신사’, ‘진주성 싸움’, ‘이순신의 보직’, 난리가 끝나‘ 등 26개 주제로 이루어졌음. 일국주의를 극복하고 임진왜란을 통해 동아시아 삼국사를 하나의 문맥 속에서 녹여낸 경이로운 저작이라는 평가가 참인지는 한 번 더 읽어 확인해볼 뜻임.
*2021. 10. 29일
1406. 임진왜란의 문학적 형상화
*장경남 저/아세아문화사 간(2002)
*임진왜란의 체험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문학작품에서 오랫동안 사실을 기록한 실기(實記)가 제외된 것은 그동안 문학을 창조성과 허구성에 초점을 맞추어 범위를 한정시켰기 때문임. 저자가 개인이 직접 겪은 임진왜란 체험의 실상과 체험의 과정에서 느낀 정서와 사상을 기록한 임란실기를 체험의 방식에 따라 종군실기, 포로실기, 피난실기, 호종실기 등으로 분류하고, 그 특성을 자세히 설명한 것은 포로실기를 자료로 해 연구논문을 준비 중인 내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음. 임란실기는 임란의 경과나 그 후에 일어난 일에 관해 자세하게 기록하고 참상을 절실하게 묘사하면서 자가의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어 독자에 감명을 주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저자의 의견임. 2부로 구성된 이 책의 제1부는 ‘임진왜란과 실기문학’ 안에 ‘서론’, ‘임란 실기문학의 예비적 고찰’, ‘ 임란실기문학의 유형과 그특성’, ‘임란 실기문학의 서술특성’, ‘임란 실기문학의 현실대응 의식’, ‘결론’ 등 5개장으로 되어 있고, 제2부는 ‘임진왜란의 문학적 수용양상’이라는 제목 하에 ‘피란체험의 문학적형상화’, ‘임란실기문학의 전(傳)의 관련양상’, ‘임진록군의 결말 양상과 의미’, ‘임란영웅의 문학적 형상화’ 등 5개장으로 이루어져 있음. 한국전쟁을 치르고 나서 지어진 실기를 가지고 이 책과 같은 틀로 분석해 비교한다면 매우 흥미 있고 쓸모 있는 학문적 성과를 낼 수 있겠다는 생각임.
*2021. 10. 25일
1405. 멀리서 읽기
*프랑코 모레티 저/김용규 역/현암사 간(2021)
*가까이에서 책을 읽는 것을 정독으로, 멀리서 읽는 것은 통독으로 알아온 내가 얼마나 무식한가를 일깨워 준 이 책 『멀리서 읽기(Distant Reading)』는 은 이탈리아출신의 문학평론가 프랑코 모레티가 지은 비평서로 내용을 요약하면 부제의 ‘세계문학과 수량적 형식주의’가 적절할 것 같음. 꼼꼼한 책 읽기를 엄선된 극소수의 텍스트들에 대한 엄숙한 읽기이자 텍스트에대한 신학적 활동에 가까운 책읽기라면서, 이런 책읽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책읽기가 바로 멀리서 읽기임. 멀리서 읽기는 텍스트의 차원을 뛰어넘는 형식과 장르, 주제에 주목하면서 사회체제의 역사적 조건 속에서 텍스트의 의미를 독창적으로 밝혀내는 새로운 읽기로 정독이나 통독 차원에서 논의될 아젠다가 아님을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음. 이 책은 ‘근대유럽의 문학’, ‘세계문학에 대한 견해’, ‘문학의 도살장’, ‘할리우드라는 행성’, ‘추가 견해’, ‘진화론, 세계체재, 세계문학’, ‘시작의 끝’, ‘소설-역사와 이론’, ‘스타일 주식회사’, ‘네트워크 이론, 플롯분석’등 총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특히 마지막 장인 ‘네트워크 이론, 플롯분석’은 수학적 접근이 필요한 것이어서 내용이 상당히 난해했음. 모레티의 세계문학론은 카사노바와 다른 점은 세계문학의 중심을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과감하게 옮겨 세계문학의 보편적 위치가 서구가 아니라 주변부에 있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음.
*2021. 10. 18일
1404.번역이란 무엇인가
*하야카와 야스코 저/김성환 · 하시모토 지호 공역/현암사 간(2017)
*로버트 J. C. 영이 지은 『아래로부터의 포스트식민주의』의 마지막 장인「번역」을 읽으면서 “번역이라는 개념보다 포스트식민주의의 중심적 활동과 정치적 역동성에 더 가까운 것이 없다”는 글을 읽고, 번역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하게 되었음. 라틴어 어원에 따르면 ‘가지고 가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번역(translation)의 의미가 은유(metaphore)의 의미와 동일하다고 말하는 로버트 J. C. 영은 번역을 “텍스트가 하나의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은유적으로 치환되는 것”이라 풀이했음. 『아래로부터의 포스트식민주의』를 교재로 공부하다 마침 하야카와 야스코의 『번역이란 무엇인가』를 추천받아 읽게 되었는데, 읽기에 그리 만만한 책은 아니다 싶었음. “이 책은 현대영문학 및 영어번역문학에서의 탈식민주의 표현연구의 성과로 작성된 것”이라고 밝힌 후기를 읽고, 저자가 로버트 J. C. 영이 지은 『아래로부터의 포스트식민주의』에 얼마간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음. “결국 번역이란 자신의 과거를 갱신하고 새로운 주체를 이야기하는 방법론이다. 따라서 번역은 기술적인 언어활동이 아니라 삶에 관한 이야기, 즉 서사일 수밖에 없다.” 라는 저자의 지적에 공감하면서, 번역이 바로 인간과 인간의 상호관계 층위에 존재함에 동의하기에 번역을 매개로 한 타자성인식 또한 우리 시대의 중요한 과제라는 저자의 언급을 뙤씹어 보고자 함. 이 책은 서론과 맺음말, 그리고 본론 격의 5개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본론은 1장의 ‘문화비평으로서의 번역-탈식민주의 비평과 번역론’에서 시작하여, 2장은 ‘다시 읽기, 다시 쓰기로서의 번역-모더니즘 이후와 역사의 해체’, 3장은 ‘타자를 이야기 하는 담론-서사로의 전환’, 4장은 ‘망각에 대한 저항-홀로코스트를 증언하는 자서전’, 마지막 5장은 ‘세계문학이란 무엇인가-월경의 아포리아를 넘어’ 등으로 끝을 맺었음.
*2021. 10. 14일
1403. 호남의 포로실기문학
*김미선 저/경인문화사 간(2014)
*실기(實記)라는 문학장르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내게는 그 하위 갈래의 하나인 포로실기문학에 대한 개념이나 지식을 갖고 있지 못했기에 이 책의 제목 『호남의 포로실기문학』은 최근에 이채연의 『임진왜란 포로실기연구』를 읽지 않았다면 많이 생경했을 것임. 저자는 이 책에서 실기란 작자본인의 직접적인 체험을 기록한 것이기에 사실적이며 현장성을 가지고 있는 문학장르라고 설명하고 있음. 이 책의 제목으로 쓰인 ‘호남포로실기문학’은 시간적으로는 임진왜란 때로, 공간적으로는 조선에서 포로로 잡혀가 억류생활을 한 후 돌아오기까지 활동공간이었던 조선-일본-중국 등 경유국-조선 등으로, 작가는 그 시기 호남출신의 인물로 한정해 연구한 결실이라는 것이 특색이라 하겠음. 이 책은 서문과 5개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장은 ‘임진왜란에 대응한 호남문학’, 제2장은 ‘호남포로실기의 구성과 서술특성’, 제3장은 ‘호남포로실기의 작자의식’, 제4장은 ‘호남포로실기의 내용적 특징’, 제5장은 ‘호남포로실기의 의의’ 등을 상술하고 있음. 내가 이 책에 특별히 관심을 가고 있는 것은 임진왜란 포로실기의 한 작품인 권두문의 『호구록』을 기초자료로 하여 소논문을 작성할 계획을 갖고 있어서임. 이 글을 쓰면서 『호구록』에 관한 소논문의 구성을 이 책과 같이 해 작성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이 책에서 상론하고 있는 포로실기는 강항의 『간양록』, 노인의 『금계일기』, 정희득의 『월봉해상록』, 정경득의 『만사록』, 정호인의 『정유피란기』 등으로 한 번 구해서 탐독할 뜻임. 영산강 따라 걷기 중 무안 땅을 걸을 때 먼발치에서 사진을 찍은 묘지의 주인공이 포로실기는 아니지만 바다에서 표류했던 경험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해『표해록』을 남긴 최부 역시 호남분이었음을 덧붙이고자 함.
*2021. 10. 8일
1402. 오리엔탈리즘
*Edward W. Said 저 / 박홍규 역/ 교보문고 간(2008)
*수강 중인 현대문학이론의 교재로 쓰이고 있는 로버트 J. C. 영의 『아래로부터의 포스트식민주의』를 읽는 중 여러 번 접한 이 책은 책 제목에 끌려 벌써부터 읽고자 했던 것이어서 이번에 주저하지 않고 구매하여 일독을 마쳤음. 팔레스타인의 예루살렘에서 태어난 저자 사이드(Edward W. Said, 1935-2003)는 이집트로 이주해 카이로에서대학을 졸업한 후 1950년 미국으로 건너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비교문학을 가르친 문학평론가이자 문명비평가임. 이제껏 서구에서 말해졌던 동양의 이미지는 서구인의 편견과 왜곡에서 비롯된 허상임을 체계적으로 비판한 명저로 평가받는 이 책을 1978년 출간한 저자는 『문화제국주의』를 1993년에, 『지식인의 표상』 을 1994년에, 그리고 『아웃 오브 플레이스』를 연이어 1999년에 출간하였음. 서설과 본론, 그리고 후기로 구성되어 이 책의 본론은 「오리엔탈리즘의 범위」, 「오리엔탈리즘의 구성과 재구성」, 「오늘의 오리엔탈리즘」으로 대분됨. 제1부의 「오리엔탈리즘의 범위」는 ‘동양인에 대한 인식’, ‘상상의 지리와 그 표상: 동양을 동양화 하는 것’, ‘사업’, ‘위기’ 등으로, 제2부의 「오리엔탈리즘의 구성과 재구성」은 ‘재설정된 경계선, 재정의된 문제, 세속화된 종교’, ‘실베스트르 드 에르네스트 르낭: 합리주의 인류학과 문헌적실험실’, ‘동양 체류와 동양에 관한 학문:어휘 서술과 상상력이 필요로 하는 것’, ‘순례자의 순례, 영국인과 프랑스인’ 등으로, 제3장의 「오늘의 오리엔탈리즘」은 ‘잠재적인 오리엔탈리즘과 명백한 오리엔탈리즘’, ‘스타일, 전문지식, 비전: 오리엔탈리즘의 세속성’, ‘현대 영국 · 프랑스의 오리엔탈리즘, 그 극성기’, ‘최근의 전개’ 등으로 세분해 상술되어 있음. 저자는 이 책의 서설에서 “오리엔타리즘이란 서양이 동양에 관계하는 방식으로서 유럽 서양인의 경험 속에 동양이 차지하는 특별한 지위에 근거하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동양은 “유럽의 실질적인 문명과 문화의 필수적 구성 부분”이었다면서, “오리엔탈리즘은 그 필수적 구성부분을 문화적으로, 심지어 이데올로기적으로도 하나의 담론형태로 표현하고 대변하고 있음을 지적했음. 이 책을 읽은 덕분에, 중국, 한국, 일본, 베트남 등의 한문문명권 중심에서 중동아시아로 동양의 영역을 넓힐 수 있었음.
*2021. 10. 5일
1401.아래로부터의 포스트식민주의
*로버트 J. C. 영 저 / 김용규 역 / 현암사 간(2013)
*박사과정 교재로 공부하고 있는 이 책이 다루고 있는 포스트식민주의가 내게는 생소해서 읽어나가기가 쉽지 않았음. 이 시대의 대표적인 포스트식민주의 이론가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이 책의 저자 로버트 J. C. 영은 포스트식민주의를 서발턴의 하위 주체, 즉 수탈당하고 있는 자들로부터 생겨나서 우리 모두가 살고 있는 조건과 가치를 변혁하고자 하는 반항적 지식을 나타내는 일반적 이름으로 정의하고 있음. 또 포스트식민주의를 배우는데 필요한 조건으로 세계를 위로부터 보지 않고 아래로부터 보아야 함을 분명히 했음. 포스트식민주의가 서발턴(subaltern), 곧 종속적 계급과 민중들의 정치학을 정교하게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바로 이 아래가 포스트식민주의가 존재하고 있고 당연히 존재해야 할 지점이라고 한 저자는 특정한 이론을 고집하지 않고 몽타쥬 식으로 포스트 콜로니알리즘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는 점을 역설했음. 이 책은 서문과 본분에 해당하는 ‘서발턴 지식’, ‘역사와 권력, 아래로부터 위로부터’, ‘공간과 토지’, ‘혼종성’, ‘포스트식민페미니즘, 포스트식민적 시각으로본 지구화’, ‘번역’ 등 7개 장, 그리고 역자 등의 해제2편으로 구성되어 있음. 저자는 이 책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이 포스트식민적 시각으로 고려해볼 만한 가장 흥미로운 나라 중 하나라고 말했음. 저자가 흥미를 가진 것은 한국이 어느 나라 못지않게 고난에 찬 것이었고 지난한 것이었으며 동시에 분단문학이 그 자체로 독자적인 하위 분야가 되어 왔지만 비평가들이 인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아일랜드와 달리 한국을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으로 설명하고 있음. 내가 한국이 포스트식민적 시각으로 고려해볼 만한 가장 흥미로운 나라 중 하나라는 저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예거된 그 이유에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오늘날의 한국은 해방 전 식민주의를 탈피하는 데 크게 성공해 저자의 포스트식민주의 이론을 적용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임. 6.25전쟁이 휴전을 맞이한 1953년은 필자의 나이는 당시의 사건들을 기억할 수 있는 만5세였다. 1950년대 후기의 한국은 전쟁의 상흔을 씻지 못한 상태여서 주민들의 삶은 이 책에서 나오는 여러 예들에 비견될 만큼 힘들고 고된 것이었음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음. 휴전선에 인접한 경기도 파주에서 자라온 나도 겨울이면 동계훈련을 나온 미군들을 따라다니면서 빵과 껌을 구걸해야했고, 훈련이 끝나면 탄피를 주워 팔곤 했다. 제3세계 국가들보다 국민소득이 한참 못 미치는 한국은 서구와 대립하지 않고 협조하고 분업을 해와 경제수준을 괄목할 만하게 높이는데 성공했음. 이항대립을 전제로 한 포스트식민주의 이론으로 탈식민지에 성공한 한국의 오늘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내 생각임.
*2021. 10. 2일
1400. 문명이야기- 카이사르와 그리스도(3-2)
*윌 듀란트 저/임웅 역/ 민음사 간(2014)
*이 책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로마와 카톨릭교 각각을, 그리고 둘 간의 관계를 자세히 다루고 있어 카톨릭신자라면 누구나 일독할 만하다는 생각임. 저자는 애초에 예술적인 태생을 타고나지 않은 로마인들은 아우구스투스 이전에는 전사였고, 이후에는 통치자였음을 밝히는 것으로 카이사르와 그리스도간의 문명이야기를 펼쳐나갔음. “우리는 이미지를 숭배하지만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경멸한다.”라는 세네카의 말처럼 건축가를 제외하고는 로마의 예술가 대부분이 그리스인 노예이거나 해방노예로 고용된 사람이었다는 것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음. 기원전813년 카르타고의 건국에서 시작하여 카이사르 시대를 집중적으로 조명한 후 서기 193년 콤모두스가 살해되기 까지 로마의 역사를 상술한 『문명이야기- 카이사르와 그리스도(3-1)』에 이어지는 이 책 『문명이야기- 카이사르와 그리스도(3-2)』은 제16장의 ‘로마의 예술: 기원전 30-서기96)’에서 시작해 ‘쾌락의 로마’, ‘로마법’, ‘철학자왕들’, ‘2세기의 삶과 사상’, ‘이탈리아’, ‘서방의 문명화’, ‘로마시대의 그리스’, ‘헬레니즘의 부활’, ‘로마의 유대’, ‘예수’, ‘사도들’, ‘교회의 성장’, ‘제국의 붕괴’, 그리고 30장의 ‘그리스도교의 승리: 서기306-325)’로 끝을 맺고 있음. 로마가 지중해를 손에 넣어 그 문화를 채택했고, 그것에 200년 동안 질서와 번영과 평화를 부여했으며 2세기 동안 야만의 물결을 더 억제했고 멸망하기 전까지 서방에 고전 유산을 물려주는 등 괄목할 만한 성취를 이루었다는 것을 배운 것도 이 책을 읽은 성과라 하겠음. 이 책은 말미에 상술된 로마 쇠퇴의 주요원인으로 “로마의 민족, 도덕, 계층 간의 싸움, 쇠퇴해가는 교역, 관료적 전제정, 질식할 것 같은 세금, 그리고 기진맥진케 하는 전쟁” 등을 들고 있는데 공감가는 바가 매우 큼.
*2021. 9 25일
1399. 임진왜란포로실기 연구
*이채연 저/박이정 간(1995)
*1592-1598 년 중에 치른 임진왜란은 침공을 당한 조선이나 침략국인 일본은 물론, 조선에 파병해 참전한 명나라에도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입힌 소모전이어서, 전후 삼국이 거대한 변화를 피해갈 수 없었음. 일본은 전범 풍신수길이 사망한 후 덕천막부가 집권해 통치했고, 명나라는 임란 중 발흥한 청에 멸망하기에 이르렀으며. 국토가 전쟁터여서 어느 나라보다 인적, 물적 피해가 막심했던 조선에서는 집권세력의 교체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제반 사회체제의 동요로 중세질서의 변혁이 불가피하게 되었음. 이 책은 저자가 임진왜란 중 왜군에 붙잡혀 포로가 된 조선 사람들이 겪은 체험담을 글로 남긴 포로실기를 한 편의 텍스트로 인정하고, 이들 작품이 갖는 문학적 특징을 포로체험의 문학적 형상화란 관점에서 연구해 얻은 성과물이라 하겠음. 이 책은 머리말과 4개장으로 짜여진 본론, 그리고 맺음말로 구성되어 있음. 이 책 대부분의 콘텐츠를 이루고 있는 본론은 ‘임란의 역사적 배경과 성격’, ‘임란 체험의 문학적 형상화’, ‘포로실기의 서술구조’, ‘포로실기의 작품세계와 작가의 세계관’ 등의 4개장 중 내가 ‘임란 체험의 문학적 형상화’를 주목한 것은 이 장을 통해 임란포로실기의 주요한 몇 작품을 개요로나마 읽을 수 있어서였음. 강항의 『간양록』은 일독한 바 있으나, 노인의 『금계일록』, 정경득의『만사록』, 정희득의 『월봉해상록』, 정호인의 『정유피란기』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한 것으로 책을 구해 꼼꼼히 읽어볼 뜻임. 이번 학기 또 하나의 포로실기인 권두문의 『호구록』을 학술지투고논문의 자료로 삼아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어서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자 함.
*2021. 9. 20일
1398. 유럽의 발흥
*양동휴 저/서울대학교출판원 간(2014)
*『한국경제사』를 저술한 이영훈교수가 유튜브 강의 중 양동휴 교수의 저서 『유럽의 발흥』이 읽어볼 만한 양서라며 언급해 이 책을 사보게 되었음. 이 책의 표지에「비교경제사」라는 부제를 보고 내가 읽을 만한 책이 아니다 싶어 읽기를 주저하다가, 머리말에서 쌩택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의 그림을 보고 독자들이 보다 쉽게 읽어낼 수 있도록 저자가 나름 노력했다는 생각이 들어 낑낑대며 끝까지 읽었음. 다행히도 비교경제 설명에 필요한 방정식이나 수식이 책의 말미에 부록으로 첨부되었고, 본문에는 난해한 수식이 나오지 않아 그런대로 읽어나갈 수 있었음. 저자는 경제사에서 일반적으로 지난 천 년을 전근대와 근대로 구분했는데, 근대적 경제성장을 뜻하는 MEG(Modern Economic Growth)로의 이행은 영국에서 서유럽으로, 또 북미로 순차적으로 확산을 겪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음. 일찍 잡아도 16세기 초 아시아를 초월한 유럽은 일단 앞선 후 부터는 아시아와의 격차가 크게 벌려 대분기Great Divergnce)가 발생하기도 했음. 이 책은 머리말과 맺음말, 그리고 12장의 본론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본론은 다시 ‘불평등한 세계’, ‘유라시아 세계체계’, ‘환경, 국가시스템, 국가 간 경쟁’, ‘제도, 재산권과 시장’, ‘과학혁명과 세계주의, 비교과학사’, ‘폭력, 군사력, 해상평창, 재정국가’, ‘약탈성, 유럽중심주의, 오리엔탈리즘’, ‘문화와 종교’, ‘신다위니즘?’, ‘중국경제사의 새로운 모색’, ‘화폐와 금융’, ‘성장이론분석’ 등 12장으로 짜여 있음. 여러 각도에서 조명해 유럽의 발흥 원인과 실제를 상술한 이 책을 읽으면서 한계를 느꼈던 것은 경제학관련 설명이었음.
*2021. 9. 15일
1397. 러시아의 만주 · 한반도 정책사, 17-19세기
*김용구 저/푸른 역사 간(2018)
*「19세기 한반도의 파행적 세계화 과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저자의 외교사 관련저서인『거문도와 블라디보스토크 』를 주의 깊게 일독한 바 있어 또 다른 외교서인 이 책『러시아의 만주 · 한반도 정책사, 17-19세기』를 읽어 내려가는 데 별 다른 어려움은
없었음. 내가 조선과 러시아의 외교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세기 말 문학가 가린 · 미하일롭스키가 백두산을 탐방하고 남긴 저서 『러시아인이 바라본 1898년의 한국, 만주, 랴오둥 반도』를 읽고 나서임. 가린의 백두산탐방이 단순한 등산이 아니고 백두산과 만주를 탐정하는데 더 큰 뜻을 두었다 싶어 당시의 국제정세를 살펴본 즉, 가린의 백두산탐방이 19세기에 들어 영국과 러시아가 각축을 벌였던 그레이트 게임의 일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구해 읽은 책이 『거문도와 블라디보스토크 』이고, 이어서 이 책을 읽게 된 것임. 한반도의 국제정치적 위치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길은 ‘모피의 길’로, 이 길은 16세기 말 러시아는 족제비과의 담비를 사냥하고자 우랄산맥을 넘어 시베리아를 정복을 단행한 길이었음. 조선군이 전장(戰場)에서 러시아 군을 만나 교전을 한 것은 1654년과 1658년의 2차에 걸친 나선정벌이 처음이었다고 함. 이 책은 ‘러시아의 시베리아 정복 ; 모피를 찾아서’, ‘조선의 나선정벌’, ‘러시아와 청의 국경선합의’, ‘러시아의 연해주 강탈’, ‘러시아, 만주에서 한반도로’, ‘청일전쟁과 러시아의 한반도 인식’, ‘러일전쟁 이전 러시아의 한반도 인식’ 등 총7개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우랄산맥 중부지역의 마을 니즈니 타갈의 교외에 세워진 기념비의 동쪽에 '아시아‘, 서쪽에 ’유럽‘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표토르대제는 우랄산맥을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라면서 동방에 대해 깊이 생각하라고 말했으나 대부분의 러시아인은 스스로를 유럽인으로 자처하고 아시아인을 경멸했으나, 톨스토이는 러시아의 미래가 아시아에 있다며 아시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고 이 책은 적고 있음.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이 책 말미에 1896년 러시아의 브리네르가 외무대신 이완용과 농상공부 대신 조병직과 <압록강 삼림 체벌 특허 협정문>이 부록으로 첨부되었는데, 브리네르는 미국의 유명배우 율브린너의 조부였다는 것임.
*2021. 9. 13일
1396. 대영제국의 동아시아 외교주역 해리 S. 파크스
*김현수 저/단국대학교출판부(2011)
*19세기 영국과 러시아의 각축에서 맹활약한 영국의 외교주역 해리 S. 파크스가 동아시아를 무대로 펼친 외교활동을 그린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외교 분야야말로 최고의 전문가가 자리를 맡아 업무를 수행해야 국가의 안위와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다는 것이었음. 유엔의 유수기관에서 일했다거나 외국어가 빼어나다는 것만으로 한나라의 외교수장 일을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은 이런 인물이 외무부장관이 되어 중국에 3불 정책을 약속하면서 자유우방국가와의 유대가 약화된 것을 지켜보았기 때문임. 40여년을 동아시아 주재 대영제국 외교관으로 근무한 해리 S. 파크스(1828-1885)의 주요 경력은 청국에서의 통역관 대행(1845-1848), 정식통역관(1848-1851), 아모이 영사(1854), 광조우 대리영사(1858), 광조우 대리영사(1858), 광조우 전시지방행정관(1856-1858), 주청특별대사관 서기관(1858-61), 주일공사 겸 총영사(1865-83), 주청공사 및 주조선공사(1883-1885) 등으로 요약할 수 있음. 이 책은 프롤로그와 3불로 구성된 본론, 그리고 에필로그로 구성되었는데 1부에서는 ‘중국영사와 일본공사 시절의 파크스’, 2부에서는 ‘청국공사와 조선특명공사 시절의 파크스’, 3부에서는 ‘파크스 사후의 대영제국 외교’를 다루었음. 한 해 전 수교한 조선 정부와 사전 조율 없이 조선의 영토인 거문도를 1885년에 강점했다가 2년 후 돌려준 거문도사건은 파크스의 외교원칙이 완전히 무시된 최악의 사례라고 이 책은 적고 있음.
*2021. 9. 10일
1395. 거문고와 블라디보스토크
*김용구 저/서강대학교출판부(2009)
*영국을 거문도로, 러시아를 블라디보스톡으로 비유한 이 책의 제목이 시사하는 것은 19세기에 영국과 러시아 제국 간에 펼쳐진 그레이트 게임의 종착지가 한반도가 아니었나 하는 것임.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온 지표(地表)의 분할에 앞장 선 영국과 러시아의 진출에 한반도문제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분석한 저자는 러시아의 영토 확장은 속도나 범위에 있어서 영국에 비교가 되지 못할 정도였다고 일러주고 있음. 19세기에 한반도 문제가 영국과 러시아의 세계적인 충돌의 현안으로 등장하자 조선의 세계화는 파행적인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같은 파행은 영국의 조선경시정책, 러시아의 현상유지태도, 중국의 속국화추진, 일본의 조선후퇴방침, 미국의 영토추종정책 등 국제정치적 여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임. 이 책의 제1부 ‘서론’은 ‘영국과 러시아, 그리고 한반도’, ‘거문도와 세계외교사’, ‘거문도 연구와 열강의 외교문서’ 등 세 장으로, 제2부 ‘영국의 거문도 점령과 열강’은 ‘아프카스탄 사태와 거문도’, ‘중국의 종주권 강화외교’, ‘러시아와 협박외교’, ‘일본과 이중외교’ 등 네 장으로, 제3부 ‘조선의 항의와 영국의 거문도 철수’는 ‘거문도 점령과 조선’, ‘조선의 항의 (1)과 (2)’, ‘거문도 철수’ 등 세 개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저자가 결론대로 영국의 거문도점령으로 러시아의 한반도 진출이 10년간이나 늦어졌다면, 영국과 러시아의 마지막 그레이트 게임인 러일전쟁에서 러시아의 패배는 예정된 것이 아니었나 싶음.
*2021. 9. 5일
1394. 조선양반의 일생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엮음/글항아리 간(2014)
*조선이 양반의 나라였음은 불문가지의 일이고 보면, 양반에 대한 이해나 지식이 어느 정도 있어야 조선의 역사는 물론 오늘의 한국사회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엘리트주의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임. 한 편으로는 국왕을 떠받들면서 또 한 편으로는 국왕을 견제하는 세력으로 자리해온 양반은 원래 관인으로 문반과 무반을 함께 이르는 말로 유교적 소양을 바탕으로 관료가 되기 위해 학문을 연마하는 독서인이자 예비관료였다는 것이 이 책이 내리는 양반의 정의임. 조선의 양반은 정치적 주도세려일 뿐 아니라 문화를 창조하고 누리는 핵심집단이었음. ‘조선의 바탕이며 현재를 만든 양반문화’라는 내용으로 한 머리말에 이어 ‘동아사이아적 관점에서 본 양반문화’, ‘양반집 아이들은 어떻게 자랐을까’, ‘고시공부는 비교도 안 될 처절한 과거공부’, ‘조선양반들은 어떻게 관직에 진출했는가’, ‘극과 극, 조선시대 유배의 재발견’, ‘은밀한 거래는 어떻게 양반사회를 지탱했나’, ‘국가가 견제한 양반들의 화려한 주거 문화’, ‘알고 보면 권력자, 조선의 양반 여서을’, ‘양반들의 성인식, 결혼식의 모든 것’, ‘양반들은 어떻게 부모재산을 물려받았을까’, ‘벌과 상으로 지방사회를 통치한 향약’, ‘양반들의 죽음과 조상숭배의 실상’ 등으로 구성된 이 책을 통해 양반의 일생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답답한 느낌을 저버릴 수 없는 것은 이런 양반들이 백성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려과 희생을 감수했는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임. 묵재 이문건의 『묵재일기』와 『양아록』이 전해져 손자사랑이 얼마나 지극했는가를 알 수 있었으며, 양반들의 유배생활을 읽고서 위리안치를 빼놓고는 대부분의 유배생활은 다소는 낭만적인 처벌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음.
*2021. 9. 2일
1390-1393. 세계사와 포개 읽는 한국100년 동안의 역사(1-4권)
*김용삼 저/백년동안 간(1-2권 2020, 3-4권 2021)
*『세계사와 포개 읽는 한국100년 동안의 역사』시리즈는 작년에 제1권『한반도의 깊은 잠』과 제2권인 『개항전야』와 금년에 제3권인 『강화도조약 · 임오군란의 뒤안길』과 제4권인 『영국 · 러시아 그레이트게임의 파장』등 총4권이 출간되었고, 이에 6권을 더해 모두 10권으로 구성되는 김용삼 대기자의 역작이 아닌가 함. 제1권의『한반도의 깊은 잠』은 아편전쟁에서 일본의 개국까지를, 제2권인 『개항전야』는 세도정치에서 강화도조약 전까지를, 제3권인 『강화도조약 · 임오군란의 뒤안길』은 강화도 조약과 임오군란을, 마지막 제4권의 『영국 · 러시아 그레이트게임의 파장』은 갑신정변과 그 직후를 다루고 있어 4권 모두 읽으면서 참으로 흥미진진하면서도 시대를 읽지 못해 백성들을 도탄에 빠트린 고종의 무능에 화가 치밀기도 했음. 이 책이 갖고 있는 강점은 우리 역사를 세계사와 어떤 연관을 맺고 진행되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잇다는 것임.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어 근시안적인 역사관을 갖고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접하면 조선 패망의 실상과 교훈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일본을 성토하는데 그치기가 일쑤인데 이 책을 통해 세계사와 관련지어 읽고 나자 조선의 패망사는 물론 오늘의 정치외교 작동원리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음. 강화도조약을 비롯해 여러 역사적 사건들이 러시아의 남하를 막고자 러시아와 그레이트 게임을 벌여온 영국의 막후외교의 산물이라는 것은 것을 알고 나서 외교의 중요성도 새삼 인식하게 되었음. 조미 수교 후 보빙사로 미국을 다녀온 민영익이 개화파에서 수구파로 돌아서지 않았다하더라도 개화세력이 뿌리내릴 수 있었을까는 의문이지만, 구한말 민비의 척족 세력인 민씨 일가의 전횡은 얼마간 막아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음.
*2021. 8. 30일
1389.대구10월 폭동, 제주4·3사건, 여·순 반란사건
*김용삼 저/백년동안 간(2019)
*좌익진영에 의해 우리나라 근대사 및 현대사의 왜곡이 너무 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내가 언제가는 내 손주들에 들려주어야 할 이야기는 제대로 된 대한민국건국사임. 1945년 미국의 도움으로 해방된 1945년 당시의 정치인들에게 가장 큰 과제는 일본이 제2차세계대전에서 패해 이 땅에서 물러나고 더불어 500년을 훨씬 넘는 동안 한반도를 지배해온 조선왕조도 같이 사라져 하루 빨리 새 나라를 건국하는 일이었음. 38도선 이북은 소련의 개입원으로 공산주의국가가 건국일로에 있었고, 이남에는 공산주의추종세력의 극렬한 방해공작을 이겨내고 이승만 박사가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 세력이 김구선생을 비롯한 민족지상주의 세력과 소련의 지원을 받고 활동하는 공산주의 세력의 방해 및 반대를 극복하고 1948년8월15일 이 땅에 ‘대한민국’이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국하기에 이르렀음. 건국을 전후한 시기에 공산당이 중심이 된 대한민국의 방해공작이 치열하게 진행되었던 바, 이 책의 제목으로 올려진 3대사건이 바로 그것들임. 위 사건들은 누가 뭐라 해도 대한민국에 반역일 수밖에 없는 좌익들의 폭동반란일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요즘에는 국민들의 정당한 저항으로 재평가되는 작금의 잘못된 역사인식을 바로잡고자 이 책을 저술한 저자는 기존 강단의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세계사와 포개 읽는 한국백년동안의 역사 』등 다수의 저서를 출간한 막강한 언론인임. 3대 사건을 진압하고 대한민국을 성공리에 건국한 이승만대통령과 한때 좌익에 몸담았다가 백선엽 장군등의 도움으로 국군에 스며든 공산당을 색출해 숙군하는데 크게 도움을 준 박정희 대통령의 이야기도 실려 있어 흥미롭게 읽었음. 머리말과 ‘한국, 공산주의의 세례를 받다’, ‘1946년10월1일, 대구의 비극’, ‘피로 물든 제주’, ‘국군 제14연대, 대한민국에 반역하다’, ‘축복으로 끝난 비극’으로 구성된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지금 풍요롭게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건국이 공산당의 극렬한 방해공작으로 얼마나 지난한 일이었는가를 확실히 알게 되었음.
*2021. 8. 20일
1388.지구를 위한다는 착각(Apocalypse Never)
*마이클 셀렌버거 저/노정태 역/부키 간(2021)
*환경지상론에 대해 기본적으로 회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내가 요즘 담론을 주도하고 있는 종말론적 환경주의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어 답답해하던 중 크게 도움 될 만한 이 책을 알게 되어 구매해 읽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바임. 1970년대 화제작인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래 가장 탁월한 환경론서로도 평가받고 있다는 이 책의 저자 마이클 셀렌버그는 환경연구와 정책단체인 「환경진보」의 설립자이자 대표7로, 2008년 『타임』이 선정한 환경영웅들 중 한 명으로 세계적인 환경, 에너지, 안전전문가로 알려진 환경운동가임. 이 책의 원저인 『Apocalypse Never』가 발간된 것이 2020년으로, 수많은 환경론서 중에서 가장 최근의 저술로 보이는 이 책의 강점은 최근의 자료를 많이 제시하고 있다는 것임.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기후 변화의 진실을 찾아서’의 프롤로그, ‘세계는 멸망하지 않는다’, ‘지구의 허파는 불타고 있지 않다’, ‘플라스틱 탓은 이제 그만 하자’, ‘여섯번 째 멸종은 취소되었다’, ‘저임금 노동이 자연을 구한다’, ‘석유가 고래를 춤추게 한다’, ‘고기를 먹으면서 환경을 지키는 법’, ‘왜 우리는 가짜 환경 신을 숭배하게 되었나’ 등 12장의 각론, 그리고 ‘기후 소식은 생각보다 훨씬 좋다’ 의 에필로그를 담고 있음. 환경종말론을 넘어 환경휴머니즘을 나아가야 현안의 환경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마이클 셀렌버그의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고 주요 내용을 내것6으로 육화한 후 환경종말론자들과 토론을 벌이고 싶다는 생각이 동할 정도로 이 책에 매료되어 꼼꼼하게 읽었음.
*2021. 8. 18일
1387. 그레이트 게임
*피터 홉커크 저/정영복 역/사계절 간(2008)
*‘중앙아시아를 둘러싼 숨겨진 전쟁’ 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의 저자 피터 홉커크(Peter Hopkirk)는 영국령 아프리카 지역에서 하급 장교로 복무했고, 그 후 수년간 중앙아시아를 여행하고 『그레이트 게임』을 저술했으며, 또 20년간 『더 타임스』의 중동 · 극동 아시아 전문기자로도 일했던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영국의 전업 작가임. 캅카스에서 티베트에 이르기까지 사막과 산맥을 가로 지른 영국과 러시아의 쟁탈전을 일컬어 「그레이트 게임」이라 명명했는데 이 게임은 1813년의 러시아-페르시아 조약부터 시작하여 1907년의 영러 협상으로 끝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음. 19세기 후반에 절정에 이른 그레이트 게임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서문과 ‘게임의 시작’, ‘불붙는 그레이트 게임’, ‘클라이 맥스’ 등 3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부동항을 확보하고자 지속적으로 남하정책을 펴온 러시아는 이를 봉쇄해 식민지 인도를 보호하려는 영국과 중앙아시아에서 간단없이 충돌하고 대립하다가 1904년 러일 전쟁에서 패하면서 1907년 영러협상을 체결해 끝이 났다는 해석과 달리 중앙아시아에서의 그레이트 게임은 나라를 바꿔가며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최근의 아프카니스탄 사태를 통해 확인되고 있음. 내가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은 것은 영국의 산악인으로 1886년 백두산을 등정한 영 허즈밴드가 그레이트 게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상세한 서술이었음. 애국심과 개인적 야망, 서로에 대한 근거 없는 공포로 야기된 이 게임에 뛰어든 젊은 장교와 주재관, 탐험가, 측량사들이 순례자나 현지 상인으로 변장해 치러내는 그레이트 게임의 진행 자체는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들 모두가 제국의 야망에 희생되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것도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라 하겠음.
*2021. 8. 15일
1386. 화학연대기
*장홍제 저/한국교육방송(EBS) 간(2021)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고도 화학과 떨어져 사느라 화학을 제대로 모르는 내게는 재미있게 풀어쓴 화학의 역사서인 이 책『화학연대기』처럼 도움을 줄만한 책도 흔치 않을 것임. 광운대화학과교수인 저자 장홍제는 스스로를 낮에는 논문을 쓰고 밤에는 책을 쓰는 학자로 소개했는데, 내가 정말 고마워하는 것은 논문만 쓰지 않고 밤 시간을 활용해 책을 쓰는 덕분에 이런 훌륭한 대중교양화학서를 사서 읽을 수 있어서임. 과학, 특히 화학의 발전 덕분에 보다 높은 문명과 문화를 향유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때때로 화학물질이 마치 공해나 오염의 원흉처럼 생각하는 것은 화학에 대한 몰이해와 화학자들이 이룩해 놓은 인류사적 공적을 모르기 때문이라면, 이 책이 제대로 된 답을 줄 것이라 믿는 것은 이 책을 꼼꼼하게 읽고 확실히 그러하리라고 느꼈기 때문임. ‘화학이란 무엇일까’라는 머리말로 시작해 ‘세상 모든 것의 시작 : 기원’, ‘바야흐로 잉태하는 문명 : 물질의 시대’, ‘철학적 사유의 탄생 : 원소설과 원자설’, ‘근대화학으로 가는 교두보 : 연금술’, ‘역사의 파고에 올라탄 화학 : 격동기’, ‘권위에 대한 항변 : 과학 혁명’, ‘폭발하는 뇌관 : 화학 혁명’, ‘원소 대발견의 시대 : 분석화학’, ‘주기율표 발명을 둘러싼 분투 : 무기화학’, ‘열과 에너지의 비밀을 찾아서 : 물리화학’, ‘결합과 구조에 대한 열정적 탐구 : 유기화학’, ‘새로운 시대를 여는 문 : 공업화학과 의약화학’, ‘특이점의 탄생 : 양자화학’, ‘단분자에서 고분자로 : 섬유화학과 생화학’, ‘화학성장의 새로운 원동력 : 나노화학’ 등 총 15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물질의 변화를 다루는 화학을 대학에서 공부했고 시장의 변화를 다루는 마케팅을 회사에서 공부하고 실천함으로써 인생의 1/3이상을 변화와 싸워온 덕분에 74세의 나이에 국문학을 공부할 수 있다 싶기도 함.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류사를 움직여온 화학자들과 화학의 놀라운 세계를 재미있게 아려준 저자에 화학을 공부한 나로서는 고마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임.
*2021. 8. 10일
1385.대중문화의 겉과 속
*강준만 저/인물과 사상사 간(2013)
*“왜 한국은 대중문화공화국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써 이 책을 풀어나가기 시작한 저자 강준만교수가 이 같은 대중문화 비평서를 내놓은 것이 의외다 싶었던 것은 그동안 저자를 대학에 몸담고 있으면서 약간은 좌익에 기울은 강단좌파로 알고 있어서였음. 강단좌파들이 문화를 대하는 시각은 문화를 즐기는데 있지 않고 어떻게 하면 주장하는 바를 민중들에 심을 것인가에만 열중해온 강단좌파의 일원이다 싶어 백안시해온 강준만에 대한 기존의 내 평가가 잘못된 것이다 싶은 것은 저자의 대중문화 이해가 단순히 표피적인 것이이 아니고 애정을 갖고 있음이 틀림없다 싶어서였음. 그러지 않고서는 케이팝에서 웹툰까지 대중문화에 관한 모든 것을 날카로운 안목으로 그 현상과 작동방식을 분석해 이런 책을 선보이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임. 이 책은 ‘대중문화이론과 논쟁’, ‘스타시스템의 승자독식주의’, ‘텔레비전의 문법’, ‘텔레비전 드라마와 예능’, ‘디지털 시대의 고독과 생존’, ‘영화와 동영상문화’, ‘대중문화의 세계화’, ‘대중가요의 문법’, ‘엔터테인먼트의 힘’, ‘미디어테크놀로지의 문법’, ‘대중문화로서의 광고’, ‘소비문화와 대중문화의 결합’, ‘대중문화로서의 저널리즘과 여론’ 등 총13개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이 책을 다 읽고 나자 나는 “대중문화는 그 생산자의 건전한 양식과 수ㅡ용자의 올바른 자세가 갖추어질 때 비로소 우리사회에 매우 유익한 것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저자의 자문에 나는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게 되었음.
*2021. 8. 7일
1384. 러시아인이 바라본 1898년의 한국, 만주, 랴오둥 반도
*N. 가린 마하일롭스키 저/ 이학수 역/ 동북아역사재단 간(2018)
*필명이 N.G. 가린인 저자의 이 책은 『저것이 백두산이다:조선!1898년』라는 제목으로 김학수교수가 번역해 내놓은바 있어 생소한 책은 아님. 4년 전 『저것이 백두산이다:조선!1898년』라는 역서를 읽고 흥미를 가졌던 것은 100여년전에 외국인인 러시아사람 두만강-백두산-압록강의 긴 여정을 힘들게 완주했고, 그 여정의 백미가 백두산등정이었다는 것과 저자 N.G. 가린이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와 거의 동시대 작가라는 것이었음. 김학수교수의 『저것이 백두산이다:조선!1898년』를 몇 번 읽으면서 아쉬웠던 것은 완역이 아니고 마지막 부분인 만주 여행기가 빠진 부분역이라는 것이었는데 이번에 구해 읽은 『러시아인이 바라본 1898년의 한국, 만주, 랴오둥 반도』는 완역본이어서 감동이 더 했음. 톨스토이의 “부활”과 같은 해에 출간된 이 책이 역사적 의미를 갖는 것은 N. 가린 가린 마하일롭스키의 백두산등정이 19세기에 펼쳐진 영국과 러시아의 그레이트 게임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가해서임. 가린이 참여한 1898년 즈베긴초프 탐사단의 구성인원과 분야에서 러시아지리협회 사상 가장 대규모로 진행되었다는 것과 가린이 시베리아철도부설에 참여한 철도기술자였다는 것이 이런 생각을 깊게 하는데, 이보다 몇 년 전인 1886년 영국도 중국을 거쳐 백두산을 오르는데 중앙아시아의 그레이트 게임에 참전했던 영 허즈밴드가 합류해 백두산 정상에 오른 기록의 글을 읽은 바 있어 이런 생각이 더 들었음. 1898년7월9일 모스크바를 출발해 9월14일 두만강을 건너 9월30일 백두산을 등정한 후 10월17일 의주에 도착하기까지의 기록은 『저것이 백두산이다:조선!1898년』에 번역되었지만, 10월18일 의주를 떠나 만주를 여행한 후 상해를 거쳐 11월14일 요꼬하마에 도착해 18일 출발하기까지ㅇ 완역된 것은 이 책이 유일해 앞으로 논문작성에 크게 도움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음.
*2021. 8. 5일
1383.순교자
*김은국 저/도정일 역/문학동네 간(2021)*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이름을 들어온 소설『순교자』를 이제야 정독한 것은 나의 게으름 때문이었음. 이에 한 가지 이유를 더 한다면 소설의 제목 『순교자』에 2020년 이전까지 무신론자였던 내가 가졌던 감정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아서였음. 어언 세례를 받은 지 20년이 더 지나 신앙에 대한 성찰이 한 번쯤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오다가, 작년부터 코로나 바이러스로 주일미사를 거의 나가지 않아 신앙심이 약화 되가는 중에 이 소설을 읽게 된 것은 신앙의 참뜻을 되새겨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생각임. 작가 김은국(Richard E. Kim, 1932-2009)은 함흥에서 태어나 고보를 다니다 1947년 남하해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했으나, 6.25전쟁이 터지자 참전함. 제대 후 도미해 하바드대학교에서 문학석사하위를 받은 저자는 1964년 이 소설 『순교자』를 발표해 한국계 최초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명성이 높아졌음. 김은국의 영문소설『The Martyred』를 도정일 문학평론가가 번역한 소설『순교자』를 읽으면서 새삼 느낀 것은 참 신앙의 극치인 기독교인의 순교는 얼마 동안 한 낱 거짓된 명성이나 헛소문에 의해 가려질 수 있겠지만 종국에는 어떤 형태로든 진정한 순교가 무엇이고 진실한 순교자가 누구인가는 밝혀진다는 것이었음. 6.25라는 전쟁의 시련이 빚어낸 신앙과 양심의 갈등 속에 터져 나온 영혼의 절규인 “신은 과연 우리의 고난을 알고 있는가?”라는 작가의 질문은 진부할 수 있지만, 작가는 스스로 신은 이미 알고 있다라고 대답했다는 생각임. 작가의 자문과 자답 사이의 긴 시간 동안 전개되는 순교자 찾기가 독자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던 것은 사람들은 얼마간은 참됨에 목말라 하고 있어서가 아닌가 함.
*2021. 8. 2일
1382.세계문학속의 한국전쟁
*최종고 저/와이겔리 간(2021)
*1950년 북한의 침략으로 시작되어 1953년7월27일 휴전으로 끝이 난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우리 소설은 여러 편 읽었으면서도 세계의 문학 속에 어떻게 수용되었는가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었다는 것이 나의 솔직한 고백임.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통해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략전쟁을 상세히 알았으면서도 한국전쟁을 다룬 다른 나라의 작가들이 있으리라고 예상하지 못한 것은 1950년대 한국의 세계적 위상이 너무나 낮아 한국전쟁을 지구 한 구석에서 일어난 분쟁 정도로 인식한 자가들조차 그리 많지 않았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임. 이런 내 생각이 단견이라는 것은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33년간 법학교수로 일한 후 문학계에 뛰어든 최종고교수의 이 책을 읽고 확실히 알게 되었음. 이 책은 한국전쟁을 소재로 하여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전 세계 36인의 작가의 생애와 작품, 한국전쟁 관련 일화 등을 실고 있는데, 펄 사이덴스트리커 벅, 더글러스 맥아더, 브루스 커밍스 등 익히 이름을 알아온 세계적인 인물도 있지만, 누구보다 반가운 인물은 『순교자』를 지은 리차드 김, 즉 김은국 작가였음. 6.25 전쟁 중 서울에서 남침한 북한군의 내무서원에 붙잡혀 수용소에 갇혔다가 그적으로 탈출해 인천에 숨어 있다가 인천에 상륙한 유엔군에 합세한 경험을 갖고 있는 김은국 재미작가의 『순교자』를 이 참에 사서 읽고자 교보문고에 신청했음. 김은국의 순교자 외에도 타이 박(Ty Pak)의 『죄의 대가』, (Chang-Rae Lee)의 『생존자』, 수잔 최(Susan Choi)의 『외국인 학생』등의 작품이 있다는 것도 이 책을 읽고 비로소 알았음.
*2021. 8. 1일
1381.강원의 산하, 선비와 걷다
*권혁진 저/산책 간(2016)
*강원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강원의 산하를 두루 승람하며 선현들의 유산기를 오늘에 불러내어 새롭게 감상하고 해석해온 저자의 강원도 산하사랑은 칭찬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임. 강원대의 허남욱 교수와 공저한『조선 선비, 설악에 들다』와 『오대산의 인문학』을 이미 읽어본 바 있어 이 책이 첫 번째 책은 아니지만, 공저가 아니고 저자 혼자서 지은 책이어서 더욱 관심이 간 저서임. 산은 신이 살고 있는 신비의 장소이자 인간이 살고 있는 곳으로 아름다운 경관이 시흥(詩興)을 불러일으키기는 곳으로 인식해온 저자가 특별히 탐승한 강원의 산하는 금강이나 설악만큼 알려지지는 않은 비교적 오지라 하겠음. 이 책이 단순하게 유산기를 번역한 다른 책과 다른 점은 저자가 몸소 덜 알려진 강원의 오지를 찾아 탐승하며 유산기의 저자와 심적으로 나눈 대화를 담고 있다는 것임. ‘서종화와청평산을 오르다’, ‘송광연과 삼한동을 거닐다’, ‘김수증과 웅장하고 광활한 화악산을 오르다’, ‘김창흡과 철원의 태화오곡을 걷다’, ‘김창흡과 석천계곡을 걷다’, ‘안석경과 군자의 덕을 지닌 태기산을 오르다’, ‘안석경과 치악산 대승암에 올라 책을 읽다’ 등 7개장으로 구성된 이 책이 색다른 것은 독자가 유산기의 저자와 대화하기 위해서는 이 책의 저자가 안내하는 대로 따르도록 짜여 있다는 것임. 이 책의 저자는 관련 유산기의 단순한 역자가 아니고 손수 답사해 유산기의 저자와의 대화를 들려준다는 것임. 이는 나처럼 한문으로된 유산기원문해독이 힘든 독자들에는 친절한 서비스일 수 있으나 원문해독이 자유로운 독자들에게는 번거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음.
*2021. 7. 30일
1380.유종원전집 2
*유종원 저/오수형 외 2인 역/소명출판(2009)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인 유종원(柳宗元, 773-819)은 한유(韓愈), 구양수(歐陽脩), 소식(蘇軾)과 더불어 ‘한유구소(韓柳歐蘇)’로 불릴 만큼 당송 시기에 문단을 선도하며 뛰어난 문장을 창작해 중국산문사에 빛을 발한 당나라의 최고 문인임. 이러한 유종원에 내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가 중국 역사상 대단히 걸출한 문장가이며, 사상가이자, 정치가여서이기 보다는 내가 천착해 연구하는 조선시대 유산기(遊山記) 작가들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기 때문임. 유종원 전집 중 중국 최초의 유산기인 「영주팔기(永州八記)」가 실려 있는 이 책『유종원전집 2』는 ‘대(對)’, ‘문답(問答)’, ‘설(說)’, ‘전(傳)’, ‘소(騷)’, ‘조찬잠계(弔贊箴戒)’, ‘명잡제(銘雜題)’, ‘제서(題序)’, ‘서(序)’, ‘기(記)’ 로 구성되어 있고, 중국최초의 유산기인 「영주팔기(永州八記)」는 ‘기(記)’에 들어 있음. 유배되어 영주에 거주할 때 승경을 두루 다니며 남긴 「영주팔기(永州八記)」에 대한 조선 문인의 평가는 한유의 유산시 「알형악묘수숙악사제문루(謁衡嶽廟遂宿嶽寺題門樓)」보다 훨씬 인색했음. 조선의 문인 조호익이 그의 글 「유향풍산록」에서 유종원은 영주로 폄적당한 것을 원망하여 산을 보는 데도 있는 그대로의 산을 보지 못하고 오히려 그 승경을 싫어한다면서 이는 진정한 유자의 산수유관이 아니라고 비판한데서도 알 수 있음. 『유종원전집 2』에 실린 여러 기 중의 하나인 「영주팔기(永州八記)」는 “죄인이 되어 이곳에 거주한 이래로 나는 늘 두렵고 불안하였다”로 시작된 데서도 유종원의 산수유관을 엿볼 수 있었음.
*2021. 7. 27일
1379. 근대전환기 동아시아속의 한국
*전재교 외 저/성균관대학교출판부(2004)
*강화도 조약(1876) 이후부터 한일 병합 조약(1910)에 이르는 시기인 ‘개화기’를 칭하는 ‘근대전환기’에 동아시아 각 나라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어떠했는가는 자세히 들여다볼 만한 관심사임.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전재교교수는 서구 문명의 도래에 직면하여 각 나라가 택한 대응양상이 달랐음을 지적했는데, 그 주요한 내용인즉 일본은 자립적 근대화의 길로나아가는데 성공해 동아시아 이웃에 대해 식민주의적 관심을 가졌으며, 중국은 침략전쟁과 내전을 거치면서 사회주의 국가로 나아갔고, 우리나라는 자립적 근대코스로 진입하지 못하고 식민지로 전락해 오늘의 분단체제를 결과했고, 러시아는 동아시아 지역내 새 영토를 영유함으로써 제국주의 열강의 일원임과 동시에 동아시아 영역국가가 하나가 되었다는 것임. 이 책은 크게 1장의 「근대전환기 한국인의 자의식과 대외인식」라는 주제로 ‘18세기 조선조와 청조한인의 학술교류’, ‘애국계몽기 한문소설에 나타난 대외인식의 단상’, ‘조선공산주의자들의 일본제국주의에 대한 인식’이 다루어졌으며, 2장의 「중국인의 한국인식」라는 논제를 갖고 ‘19세기말 중국인들의 조선기행저술연구’, ‘1920년대 전반 「동방잡지」에 나타난 공리적 세계인식, ’중일무역 마찰의 전개와 조중관계의 변화‘, ’만보산사건과 중국공산당‘ 등이 논의 되었으며, 3장의 「일본인의 한국인식」에서는 후세 다츠지의 한국인식’, ‘문명론을 거쳐 탈아론에 이르는 길’, ‘만주국의 치외법권철폐와 대 재만 조선인 인식’이 상론되었고, 마지막 장인 「러시아인의 한국인식」에서는 ‘곤차로프 여행기 『전함 팔라다』에 비친 한국’, ‘소련 고려인 사회의 문화생활과 민족의식’, ‘해방전후 러시아 극동정책을 통해 본 러시아의 한국인식과 대한정책’을 다루어 근대전환기의 조선에 대한 주변국의 인식이 어떠했는가를 자세히 알려주고 있음. 흥미롭게 읽은 것은 배은경 교수의 ‘소련 고려인 사회의 문화생활과 민족의식(1920-1930년대’인데, 이 논고를 통해 러시아의 극동지방에 살면서 민족적 정체성을 유지해온 고려인들이 1937년 카자흐스탄과 중앙아시아로의 강제 이주 이후 스탈린 정부의 민족문화말살정책의 결과로 고려문학의 민족정신과 민족성이 그 정체성을 상실하기 시작했음을 확실히 알았음.
*2021. 7. 24일
1378.제국의 기억 제국의 유산
*이영석 저/아카넷 간(2019)
*19세기 말 영제국이 세계 육지면적의 1/5, 세계 인구의 1/4을 지배한데는 지배영역을 해양네트워크를 구축해 연결해 놓아서라는 것은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음. 이영석 교수가 저술한 이 책『제국의 기억 제국의 유산』과 앞서 읽은 박지향교수의 『제국의 품격』등 두 책 모두 영제국의 구축과 경영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내용에서 크게 다른 점은 『제국의 품격』에서는 영제국이 19세기 팍스 브리타니카를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자유와 부를 중시해 경영한 덕분이라고 진단한데 비해. 이영석 교수의 본서 『제국의 기억 제국의 유산』에서는 해양네트워크의 구축에 힘입어서라고 진단한 점이라 하겠음. 뒤늦게 참전한 미국의 주도로 연합군이 2차대전에서 승리하면서 영제국의 국가들이 독립해 나가면서 영제국을 끌어간 해양네트워크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제국을 경영하면서 남긴 영국적 가치와 제도, 그리고 문명은 오늘날 현대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일독할 만하다 하겠음. 이 책은 서장과 종장, 그리고 3부9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서장에서는 ‘영제국을 보는 시각과 방법’을 다루었으며, 종장에서는 ‘거대한 경험과 유산’이라는 소제목으로 이 책을 맺고 있음. 본격적인 연구내용은 제1부의 「19세기 유산」에서 ‘재정-군사국가와 신사 자본주의’, ‘네트워크로서의 제국’, ‘제국과 대영국에 관한 담론’ 등을 다루었고, 제2부의「전쟁과 불황」에서는 ‘전쟁과 동원’, ‘경제불황과 제국’, ‘제국경여의 한계’ 등을 다루었으며, 제3부의 「이행, 제국에서 국가연합으로」에서는 ‘제국의 해체, 2차세계대전에서 수에즈위기까지’, ‘탈식민화의 정치와 영연방’, ‘유럽으로의 복귀’ 등을 다루었음. 저자는 이 책의 종장에서 영제국의 거대한 경험과 유산을 언급한 바, 영국이 제국 네트워크를 성공적으로 형성하고 운영한 것은 선점효과 덕분으로 진단했음. 수에즈운하 위기를 겪은 후 더 이상 제국네트워크 환상에서 깨어난 영국은 질서 있는 퇴각을 시도해 나른대로 성공했다는 것이 내 생각임. 영제국의 세계지배에 관한 숱하게 많은 부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영제국의 경영은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거대한 경험이자 실험이었다는 것이 이 책의 맺음 글임.
*2021. 7. 21일
1377. 한유평전
*노장시 저/연암서가 간(2013)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한유(韓愈, 768-824)는 당나라의 문인이자 사상가로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인물임. 57세로 생을 마치기 전에 예부상서를 역임했던 한유는 사상적으로는 도가와 불교를 배척하고 유가의 정통성을 적극 옹호했으며, 유종원과 함께 변려문을 반대하고 고문운동을 주도한 인물임. 내가 한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의 유산시「謁衡嶽廟遂宿嶽寺題門樓(알형옥묘수숙악사제문루)」를 원문으로 읽고 감상하고 싶어서인데 이 책에는 수록되지 않아 방송대 손종흠교수님의 카페에서 찾아 읽었음. 이 책에는 ‘서문’과 본문의 9개 장, 그리고 한유연보가 실려 있는바, 본문의 9개장은 ‘한유가문의 내력과 집안사람들’, ‘장안에서의 수험생활’, ‘절도사의 막료생활’, ‘관리 임용과 첫 유배’, ‘장안과 낙양을 왕래하며’, ‘화서의 난과 성공’, ‘시련의 조주 팔천리’, ‘화려한 부활과 만년’, ‘한유의 문학적 성취’ 등의 내용을 담고 있음. 각장의 소제목에서 읽을 수 있듯이 한유의 평생은 결코 순탄치 않았는데, 이는 지기인 유종원도 다르지 않았음. 시성 두보나 시선 이백도 간난의 평생을 살아온 것으로 보아 중국의 역대 문재들이 중앙권력과 결별하지 않고서는 시련을 피할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음. 한유의 유산시는 이 책에서 다루지 않았지만, 대표적인 유산시「謁衡嶽廟遂宿嶽寺題門樓(알형옥묘수숙악사제문루)」는 조선의 사대부들이 즐겨 인용할 정도로 영향을 많이 준 작품으로, 유종원의 유산기 「永州八記(영주팔기)」와 더불어 내게는 숙독이 요망되는 작품임.
*2021. 7. 20일
1376.제국의 품격
*박지향 저/21세기북스 간(2018)
*작은 섬나라 영국이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라는 질문은 국제정치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번은 답을 듣고 싶은 것이라는 생각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담고 있는 책이 박지향 교수가 쓴 이 책 『제국의 품격』이 아닐까 함. 이 책의 저자는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을 발간하는데 이영훈 교수와 함께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한평생을 영국사 연구에 몰두해온 석학임. 저자의 다른 저서 『영국사』를 읽은 바 있어 큰 기대를 갖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음.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에서 해협을 건너가야 닿을 수 있는 작은 섬나라 영국이 세계사적으로 칭송받을 만한 것은 세계 최초로 의회민주주의 제도를 정립하고 세계 최초로 산업혁명을 수행한 것에 더해 세계 최대의 제국을 건설해 경영하면서 다른 제국들과 달리 힘에 의한 통합과 권력을 지향하는 대신 상업활동을 보장해줄 자유와 권력보다는 부를 추구했다는 것임. 영국은 19세기 영제국의 목표를 이 세상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해주어 모든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팍스 브리타니카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두었다는 것은 자유와 부의 중시 사상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임. 이 책은 ‘해적에서 해군으로’, ‘자유가 태어난 나라’, ‘자유무역을 선돟 ks 세계의 공장’, ‘팍스 브리타니카를 지키는 세계 경찰’, ‘기술로 무장한 제국’, ‘왕관의 보석, 인도’, ‘제국의 유산, 민주주의와 경제성장’, ‘제국이 만든 다문화 · 다인종 사회’ 등 8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인류역사상 최강의 제국인 영제국의 빛과 그림자를 다룬 것은 균형된 시각을 갖고자 한 노력으로 읽히는 대목임.
*2017. 7. 19일
1375. 대한민국의 첫 번째 봄 1919
*박찬승 저/다산초당 간(2019)
*1919년에 일어난 기미독립 3.1운동의 백서라 할 만한 이 책의 저자는 이미 한번 읽은바 있는 『민족, 민족주의』를 저술한 박찬승 교수임. 저자는 내가 「20세기 초 문인들의 등산이 근대등산에 미친 영향」라는 제목으로 주제논문을 발표한 국립산악박물관의『산악연구 02(2020. 11)』에 기조논문 「한국 근대등산문화의 형성과 그 배경」을 발표한 바 있음. “우리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시절”로 1919년의 3.1운동을 들고 있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1919년 진짜 주인공은 1월1일 오전9시 신년하례식에 참석한 조선의 귀족들이 아니고 3.1운동을 준비하고 펼쳐나간 선구자들과 이에 참여해 독립운동을 펼쳐나간 민중들임을 일깨워 주었음. 이 책은 ‘희망의 씨앗을 마련하다’, ‘상하이와 도쿄에서 만세운동을 준비하다’, ‘서울의 움직임, 민족대표와 학생단’, ‘독립선언서, 독립과 자주를 세계에 선포하다’, ‘마침내 울려퍼진 3월의 만세소리’, ‘전국으로 확산된 만세의 함성’, ‘대한민국의 탄생’ 등 총7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저자는 한국사회는 3.1운동을 계기로 크게 변화했다면서 이전까지의 신분, 성별에 의한 차별은 서서히 해체되었고 내부적인 평등을 전제로 한 근대민족으로 서서히 거듭나게 되었다는 것을 강조하며 이 책을 맺었음. 각종 자료를 예시하며 3.1운동의 구체적 전개와 역사적 의의를 밝혀준 이 책의 저자에 감사하며, 또 하나 생각하는 것은 3. 1운동의 정신이 한국전쟁의 승리를 가져와 신분, 성별에 의한 차별이 종언을 가져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음.
*2021. 7. 14일
1374. 불편한 사실
*그레고리 라이트스톤 저/어문학사 간(2021)
*이 책을 읽고 나자 내가 지금껏 들어왔던 이산화탄소(CO2)에 관한 지식이 얼마나 잘못되었는가를 비로소 깨달았음.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 사용이급증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급증했고, 온실효과로 지구가 더워져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녹아 바닷물의 늘어나고 해수면이 높아져 해안의 대도시들이 물에 잠기며, 사막화가 이루어져 농지가 줄어들고 곡식수확량이 급감해 굶어 죽게 되는 등 대재앙이 닥쳐올 것인바, 모든 나라들은 지구를 구하기 위해 저탄소정책을 펴 나가야한다는 것이 환경론자들과 각종 환경단체, UN을 위시한 각종 국제기구가 이제껏 펴온 주장의 논지였음. 이산화탄소연맹 회장이자 콘월얼라이언스 선임연국원이기도 한 저자 그레고리 라이트스톤은 기존의 논지가 얼마나 허위인가를 각종 통계를 들어 반박하면서 『불편한 진실』의 저자인 “엘고어가 당신들이 알기를 원하지 않는 과학”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을 통해 ‘불편한 사실 60가지’를 낱낱이 밝혔음. ‘지구의 온난화 기초지식’, ‘지구역사와 기후변화’, ‘가공의 기후 대재앙’ 등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이산화탄소는 주된 온실가스가 아니며, 이산화탄소 증가는 식물이 더 잘 성장하고 전 세계_ 더 많은 사람에게 식량을 제공하며, 제2차 세계대전 후 이산화탄소는 증가했으나 기온은 떨어졌으며,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가뭄의 빈도는 감소하고 지구는 더욱 푸러지고, 토네-이도와 허리케인의 발생건수는 감소했고, 북극곰은 개체수가 늘어났고,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15배로 높아졌으나 바닷물은 산성화되지 않았으며, 현재 일어나고 있는 해수면 상승은 이산화탄소가 증가하기전인 150년 전에 시작되었고, 남극대륙 대부분은 냉각화되고 있으며 얼음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음. 저자는 거짓 정보에 놀라 호들갑릏 떨 것이 아니고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라고 이 책의 결론짓는 저자의 용기에 감탄하는 것은 환경위기론이 PC(Political Correctness)로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어 이론을 봉쇄해왔기 때문임.
*2021. 7. 13일
1373. 리홍장 평전
*량치차오(梁啓超) 저/박희성 · 문세나 공역/프리스마 간(2013)
*리홍장(李鴻章, 1823-1901)은 구한말 조선의 정치에 영향을 크게 미친 인물이나, 아는 바가 없어 답답해하던 차에 반세기를 차이 두고 동시대를 살은 중국의 량치차오(梁啓超, 1873-1929)가 지은 이 책을 만난 곳은 군포시의 중앙도서관에서임. 이 책의 저자 량치차오는 시 「광야」를 지어 사후에도 구민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독립운동가 이육사와도 친교를 맺은 분이어서 결코 낯선 인물이 아님. 우리나라 평전의 상당수는 한 인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칭송일변도의 내용으로 채워졌는데, 이 책은 객관적 평가를 최우선으로 했다는 점에서 다른 평전보다 뛰어나다 하겠으며, 그러면서도 이홍장의 입장에 서서 내재적 접근을 했다는 것도 특기할 만하다는 생각임. 이 책은 ‘서론’, ‘리홍장의 위치’, ‘리홍장등장 이전의 중국의 상황’, ‘군사가 리홍장’ (상, 하), 양무운동시기의 리홍장‘, ’청일전쟁 시기의 리홍장‘, ’외교가 리홍장‘ (상, 하)’, ‘한직에 있을 때의 리홍장’, ‘리홍장의 말년’, ‘결론’ 등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리홍장이 중국의 수 천년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이고 19세기 세계사에서도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은 중국 또는 중국밖의 다른 인물과 비교로 명확해질 것이라 생각한 저자는 이 책의 결론에서 중국의 곽광, 제갈량, 곽자의, 왕안석, 진회, 쩡궈판, 쭤쭝탕, 리슈청, 장즈통, 위안스카이와 비교했고, 국외로는 오스트리아의 메테르니히, 독일의 비스마르크, 영국의 글래드스턴, 프랑스의 티에르, 일본의 이이 나오스케, 이토 히로부미와 비교했음. 량치차오는 “리홍장은 재능은 있었으나 학식이 부족했고, 혈기가 부족했다. 그는 나라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칠 생각이 전혀 업쇼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매일 적당하게 보내면서 눈앞의 안일만을 꾀하며 죽기를 기다렸다.”며 그다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기에, 리홍장을 중국의 비스마르크로 불릴 만한 인물로 평가하지 않았음.
*2021. 7. 11일
1372. 근대전환기 동아시아 삼국과 한국
*전재교 외 /성균관대학교출판부 간(2006)
*근대전환기 동아시아의 형성과 한국문제를 다룬 이 책은 성균관대학교출판부가 『근대전환기 동아시아속의 한국』에 이어 발간한 두 번째 학술저술임. 이 책에 실린 이희수의 논문 「가린-미하일로프스키의 여행기에 비친 1898년의 한국」은 1898년 두만강-백두산-압록강 코스로 백두산을 등정한 러시아 문학인 가린의 여행기 『조선, 만주, 요동반도 기행』와 여행 중 채록한 『조선의 민담』에 근거해 1898년의 한국이 어떠했나를 연구한 결과물로 두 책의 일부 또는 전부를 번역판으로 읽은바 있는 나로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소중한 논문이어서 읽어보게 된 것임 . ‘동아시아 근대의 형성과 한국인식’, ‘동아시아의 근대적 재편과 한국정책’, ‘한국의 근대와 근대인식’ 등 3부로 짜인 이 책은 「신채호의 반자본주의 사회혁명론」 등 총 16편의 논문이 실려 있어 근대전환기의 동아시아 삼국과 한국과의 관계이해에 많은 도움을 받았음. 이 책을 통해 근대전환기의 동아시아는 근대와 근대화의중요한 척도라는 것과 한국은 동아시아 삼국(중국, 러시아, 일본)의 충돌과 습합의 공간이라는 것, 그래서 동아시아삼국은 한국의 근대전환기 과정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음을 배웠음. 역사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단재 신채호선생의 역사관은 오늘 시점에서 살펴보는 것도 의의 있겠다는 생각도 이 책을 읽고 갖게 되었음.
*2021. 7. 10일
1371. 역사전쟁
*박석흥 저/기파랑 간(2021)
*역사적 사실에 관한 역사서는 200권 넘게 읽었지만, 한반도에서 전개된 역사관의 변화를 놓고 투쟁해온 역사를 담은 책을 읽기는 이 책이 처음이 아닌 가 함. 박지향, 김일영, 이영훈 교수등이 주도해 출간한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은 특정 역사관에 기초해 생각을 같이하는 일군의 학자들이 발표한 대표적 논문을 모아 내놓은 것이어서, 한 역사학자가 1919년3.1운동 이후 약 100년간 한반도에서 전개된 역사관이 어떻게 변천했나를 다룬 이 책과 동류의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이다 싶음. “과거의 전쟁은 식민사관의 싸움이었고, 지금의 전쟁은 체제 전복에 맞선 싸움이다.”라고 진단한 저자는 한국의 역사학과 역사의식을 50여 년간 다루어온 대표적인 학술기자 출신의 언론인임. 이 책은 제1부의 ‘해방전후 한국역사학’에서 일제 식민주의 사관의 멍에, 식민사관에 맞선 민족주의 · 사회주의 사관, 해방 후의 역사연구를 다루었고, 제2부의 ‘역사 · 사관 논쟁’에서는 단군과 고조선, 단재 민족주의 사관과 그 비판, 분단사관 · 민중사관 · 식민지 근대화론, 건국 · 6.25, 4.19를 보는 눈, 건국시점과 국사교과서전쟁, 그리고 패러다임시프트 등을 상론했음. 한국역사학의 걸림돌로 식민사관, 민중사관과 분단사관을 지적한 저자는 해방 후 국사학의 3대산맥인 민족주의 사학, 사회주의 경제사학, 실증주의 사학 모두 식민사관 극복에 몰두했으나 식민사관의 잔영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가운데 식민사관을 계승한 일본의 식민지근대화론과 유물사관의 변종인 북한의 주체사관의 도전을 받게 되었다고 진단했음. 다시 한 번 꼼꼼히 읽어 좀 더 내용을 숙지하고자 함.
*2021. 7. 7일
1370. 제정 러시아
*M. 카르포비치 저/이인호 역/탐구당 간(1992)
*‘구한말 영국과 러시아의 백두산 등반경쟁’이라는 가제로 소논문을 준비하는 중 찾아 읽은 이 책은 1801년에서 19017년까지의 러시아제국의 변천을 다루고 있음. 1721년 스웨덴과의 전쟁에서 결정적으로 승리함에 따라 니슈타트 평화조약이 체결됨으로써 피터대제는 러시아제국을 반석 위에 올려놓으나 흑해 연안과 폴랜드를 확고하게 휘잡은 것이 아니어서 본격적인 제정 러시아의 출발은 19세기로 넘겨야 했음. 1801년 알렉산더 I세의 등극으로 시작된 제국 러시아는 알렉산더 II세의 개혁이 발동되나 반동정치도 같이 행해졌음. 산업혁명으로 농촌의 위기가 심화되고 1905년 혁명으로 입헌체제가 시도되나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3년 후인 1917년 러시아혁명을 맞아 러시아제국은 몰락하기에 이른다는 것이 이 책이 들려주는 역사의 흐름임. ‘19세기 전반기의 러시아’, ‘개혁과 반동(1855-1905)’, ‘입헌체제 시도’ 등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부록으로 죠지 F. 케난의 ‘러시아 제정의 붕괴’, 휴 씨튼 왓츤의 ‘러시아 전제정의 부ᅟᅳᆼ괴에 대한 평’, 그리고 ‘러시아 전제정의 붕괴에 대한 토론’을 포함하고 있음. 이 책의 저자 M. 카르포비치는 러시아 태생학자로 혁명 이후 서방으로 망명하여 하아바드대학에서 강으ㅏ다 1960년에 작고한 분이며, 역자 이인호교수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하아바드대에서 러시아사를 전공한 석학임.
*2021. 7. 5일
1369.완월회맹연 연구
*정병설 저/태학사 간(1998)
*박사논문을 출간한 이 책은 조선시대 최장의 한글소설『완월회맹연(玩月會盟宴)』에 관한 연구서임. 연초에 중국 송나라를 무대로 하여 윤씨, 하씨, 정씨 등 3대 명문가에 읽힌 일들을 소재로 하고, 권선징악을 주제로 해 이야기를 풀어나간 조선시대 대표적인 가문소설 『명주보월빙(明珠寶月聘)』(100권)을 읽으면서 느꼈던 어려움은 등장인물이 많고 스케일이 웅장한데다 스토리가 너무 복잡해 제대로 이해를 못했다는 것임. 『완월회맹연(玩月會盟宴)』은 총100권으로 된 『명주보월빙(明珠寶月聘)』보다 80권이 더 많은 180권으로, 서울대의 김진세교수가 읽기 쉽도록 손을 보아 총12권으로 출판되어 있음. 12권중 내가 확보한 것은 현재 1,2,3,8권과12권등 모두5권이며, 나머지7권도 중고서점을 통해 계속 사들일 계획임. 김진세교수가 편한 완월회맹연』은 현대어로 번역한 것이 아니고 고어를 그대로 두고 띄어쓰기와 일부 단어의 한자병서만 추가된 정도여서 이 책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읽었다가는 『명주보월빙(明珠寶月聘)』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읽어나가기가 십상이어서 아직 읽기를 시작도 못하고 있음. 내가 이 책을 굳이 읽고자 하는 것은 대학원에서 고전문학을 공부하고 있으면서 조선 최고의 한글가문소설을 읽지 못한 채 박사과정을 마친다는 것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음. 때마침 정별설 교수의 박사논문이 완월회맹연에 관한 연구여서 먼저 사전에 관련지식을 득한 다음 소설을 읽어나갈 생각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음. 문학연구에서 작품은 스승이고 연구는 반성문이라는 저자 정별설 교수가 지적이 아니더라도 작품을 일지 않고 반성문만 쓸 뜻이 아니어서 연구논문을 먼저 읽고 작품은 틈나는 대로 읽어나가면서 곱씹어보고자 함. 이 책은 서론, 문체의 특징과 의미, 장면전개의 특징과 의미, 서사구종의 특징과 의미, 작가문제 재론, 작품의 여성적 면모와 현실반영, 결론 등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부록으로 덧붙인 주요가문가계도, 등장인명록, 압축줄거리, 권별줄거리 등은 작품을 읽어나갈 때 크게 도움되리라 생각됨. 趙再三의 『松男雜識』을 토대로 『완월회맹연(玩月會盟宴)』의 작가가 安兼濟의 모친 全州李氏일 가능성을 꼼곰이 점검하는 과정 등을 읽어 내려가면서 이 책에서 내가 박사논문을 어떻게 써내려갈 것인 가에 대한 지침을 얻을 수 있겠다 싶었음. 저자는 면밀한 주석 작업, 작가문제에 대한 정밀하고도 광범위한 검토, 작품의 기법과 의미의 다층적이고 심도 높은 논의, 작품의 소설사적, 사상사적 위상 검토와 작품의 현대적 의미탐색 등을 향후 과제로 넘기는 것으로 이 책을 맺었음. 이 책은 200자 원고지 기준 3만매에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는 엄청난 장편으로, 박경리의 『토지』다음으로 긴 장편소설이 아니가 함. 김진세교수가 편한 『완월회맹연』은 180권93책의 규장각본을 저본으로 하고 180권180책의 낙선재본을 참고했음도 부기함.
*2021. 7. 4일
1367.우리 강 따라 걷기 금강401Km
*신정일 저/가람기획 간(2001)
*저자 신정일님은 다른 저서 『낙동강 역사문화탐사』와『한강역사문화탐사』를 이미 읽은 바 있어 내게는 낯 선 분이 아님. 백두대간과 9정맥을 종주하면서 내낸 산은 강에 물을 대는 어머니라고 생각해 산과 강에 대해 종합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을 견지하고자 노력했음.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낙동강 역사문화탐사』와『한강역사문화탐사』를 사서 읽었고, 이번에 금강 따라 걷기에 나선 것을 계기로『우리 강 따라 걷기 금강401Km』도 탐독하게 되었음. 서해안 장항의 왕대산에서 시작해 충남보령의 백월산에 이르는 금북기맥(약70Km), 백월산에서 경기도 안성의 칠장산에 이르는 금북정맥(약154Km), 칠장산에서 충북보은의 속리산까지의 한남금북정맥(약150Km), 속리산에서 전북장수의 영취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약169Km), 영취산에서 전북전주시의 조약봉에 이르는 금남호남정맥(약65Km), 조약봉에서 전북완주의 왕사봉에 이르는 금남정맥(약24Km), 왕사봉에서 군산시의 장계산에 이르는 금남기맥(약97Km) 등 장장 729Km에 이르는 7개 산줄기가 물을 대는 금강은 전북 장수군의 신무산 동쪽 자락의 수분리 뜬봉샘에서 발원해 장수군-진안군-무주군, 충북의 영동군-금산군-보은군-청주시, 충남의 대전시-공주시-청양군-부여군을 거쳐 전북의 군산시와 충남의 서산시 사이를 헤집고 흘러 서해로 유입(流入)되는 전장(全長) 401Km의 긴 강임. 아름답고
속 쓰린 열나흘 간의 금강 따라 걷기가 발로 쓰는 역사문화탐사작가 신정일님에 의해 이루어졌기에 그 기록인 이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생각임. 이 책은 ‘강은 작은 샘에서 시작되고-뜬봉샘에서 용담댐까지’,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용담댐 아래에서 초강까지’, ‘무슨 바람이 불어 예까지 흘러 왔나-고당리에서 갑천까지’, ‘돌아가는 것,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부강포구에서 부여까지’, ‘강물은 흘러흘러 바다로 들어가고-부여에서 군산 하구둑까지’ 등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 또한 역사문화탐사서여서 길안내나 자연지리소개보다는 역사문화소개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편임. 인문학 관점에서 써내려간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분명하나 나처럼 홀로 강줄기를 따라 걷는 사람들에 제공되는 정보량이 많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의 한계로 지적하고자 함.
*2021. 7. 2일
1366.철학으로서의 철학사
*홀리안 마리아스 저/강유원, 박수원 공역/유유 간(2016)
*학문을 해나감에 있어 철학에 관한 지식이 부족하고, 한문과 영어의 원문해석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못 되어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자평임. 특히 논문을 쓰면서 느끼는 것은 알고 있는 것과 생각하는 바를 글로 쓰면서 겪는 어려움인데, 이는 철학적인 지식의 빈곤으로 논리를 전개하고 독자를 설득하는데 자주 한계에 부딪친다는 것임. 30여 년 전 버트란드 러셀의 『서양철학사』를 읽었고, 20년 전쯤 한국사상연구소의 『자료와 해설 한국의 철학사상』도 읽은 바 있지만, 이번에 읽은 홀리안 마리야스의『철학으로서의 철학사』는 장장 800쪽이 다 될 만큼 수록 내용이 풍부하고, 서양철학만이 아니고 세계 전역의 철학을 통시적으로 다루고 있어 앞서 읽은 두 권의 책에서 접하지 못한 새로운 내용을 만날 수 있었음. 저자 홀리안 마리아스(1914-2005)는 마드리드 학파의 창시자인 오르데가 이 가세트의 가장 유명한 제자로, 1940년대 후반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 대와 예일 대에서 철학을 가르친 유명한 철학사가이자 철학교육자임. 존재에 관한 인간 사유의 역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1부의 희랍철학, 2부의 기독교, 3부의 중세철학, 4부의 근대철학, 5부의 현대철학 등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음. 1부의 희랍철학에서는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 소피스트들과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지혜로운 인간의 이상, 신플라톤주의 등 6개의 주제를 , 2부의 기독교에서는 교부학과 성 아우구스티누스 등 2개의 주제를, 3부의 중세철학에서는 스콜라주의, 중세의 중심주제들, 중세철학자들 등 3개의 주제를, 4부의 근대철학에서는 르네상스, 17세기 관념론, 경험주의, 독일관념론, 19세기 철학 등 5개의 대주제를, 5부의 현대철학에서는 브렌타노, 생의 이념, 영미철학, 후설의 현상학, 가치론, 하이덱거의 실존철학, 오르테가와 생적이상의 철학 등 7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음. 정통철학의 문제의식과 개념들에 따라 철학자들의 이론 체계를 서술한 표준철학사라 할 만한 이 책이 내게는 생소한 오르테가를 자세히 다룬 것은 저자가 수제자이기 때문은 아닌지 궁금하기도 함. 이 책의 핵심부는 근대철학을 다룬 제4부로, 데카르트,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칸트, 피히테, 셀링, 헤겔, 콩트, 키에르케고르, 니체 등을 만나볼 수 있음.
*2021. 7. 1일
1365.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라인홀드 니이버 저/이병섭 역/ 현대세상사 간(1979)
*30대 초반인 1980년(?)에 사서 읽은 바 있는 이 책을 다시 꺼내 읽은 것은 이 책이 이춘근교수가 지은 『전쟁과 국제정치』에 소개되어 있어서였음. 이춘근교수는 전쟁과 평화에 접근하는 두 관점인 이상주의적 관점과 현실주의적 관점을 설명하면서 라인홀드 니이버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가 E. H. 카아의 『20년간의 위기』와 더불어 현실주의적 관점의 이론적토대가 되었음을 언급했음. 이 책의 제목처럼 도덕적 인간이 되려고 개인적으로 노력해온 내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위해 일을 할 때 과연 도덕적으로 일하였는가를 자문해보면 비도덕적인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임. 니이버는 1920년대 미국사회의 천박한 낙관주의적 전망에 대해서 반항의 불길을 내뿜으면서 인간은 개인적으로는 도덕적인 존재가 될 수 있으나 일단 집단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경우에 그 집단은 비도덕적인 경향으로 쏠리게 된다고 진단했음. 이러한 진단에 근거해 니이버는 집단과 집단의 관계는 개인의 윤리적 기준에 의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집단들이 가지는 힘의 균형에 의해서 유지된다고 역설했음. ‘인간과 사회: 어울려 사는 법’, ‘사회생활을 위한 개인의 합리적 자원’, ‘사회생활을 위한 개인의 종교적 자원’, ‘국제도의’, ‘특권계급의 윤리적 태도’, ‘프롤레타리아계급의 윤리적 태도’, ‘혁명을 통한 정의’, ‘정치세력을 통한 정의’, ‘정치에 있어서의 도덕적 가치의 보존’, ‘개인도덕과 사회도덕 사이의 모순’ 등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저자 니이버는 사회의 관점에서 볼 때 최고의 도덕적 이상은 정의이고, 개인의 견지에서 볼 때 최고의 이상은 무사성(無私性, unselfishnes)이라면서 도덕적 문제가 개인들의 관계에로 옮아갈수록 사회적 충동에 대해서 이기적충동이 우세해진다고 진단했음.
*2021. 6. 16일
1364. 20년의 위기
*E. H. 카아 저/김태현 편역/녹문당 간(2017)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이춘근교수의 저서 『전쟁과 국제정치』를 읽으면서였음. 『전쟁과 국제정치』에 따르면 전쟁과 평화에 접근하는 두 관점이 있는데, 하나는 이상주의적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현실주의적 관점임. 이춘근교수는 국가들은 저마다 최고의 국가이익인 국가생존을 지속시키기 위해 전쟁도 불사한다고 믿는 현실주의적 관점에 충실한 저서로 영국의 역사학자 E. H. 카아가 지은 『20년간의 위기』와 미국의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의 저서인 『도덕적인간과 비도덕적사회』를 뽑았음. 이 책 『20년간의 위기』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불과20년 만에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게 된 1919-1939년간의 위기를 분석한 국제정치 전문서적으로, 19세기와 20세기의 국제정치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명저임. ‘과학으로서의 국제정치학’, ‘위기의 세계’, ‘정치, 권력, 그리고 도덕’, ‘법과 변경’ 등의 4부와 결론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을 읽고 나서 건전한 정치사상은 이상과 현실 모두를 딛고 서야 한다는 것을 알았음. 저자는 이 책에서 “이상주의가 기득권을 대변하는 공허한 허울이 되면 현실주의는 그 가면을 벗긴다. 그러나 현실주의는 적나라한 권력투쟁 외에 다른 모습을 제공하지 못한다. 현실주의로 유토피아를 부수고 나면 우리는 유토피아를 건설해야 한다. 이 또한 언젠가는 현실주의적 표적이 되겠지만 인간의 의지는 끊임없이 현실주의적 논리적 결론에서 탈출하여 새로운 유토피아를 추구한다.”고 언급했는데, 공감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음. 이 책에서 읽은 흥미로운 내용은 좌파와 우파의 분류였음. 혁신파는 불가피하게 이상주의자들이고 보수파는 현실주의자들이며, 또 이론의 인물인 지식인들은 자연히 좌파의 기질이 있고, 실천의 인물인 관료들은 우파의 기질이 있다는 카아의 언급은 탁견으로 대부분의 교수들이 좌파지향적인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되었음.
*2021. 6. 12일
1363. 산해경
*정재서 역주/민음사 간(2019)
*중국 최고(最古)의 신화집으로 알려진 『산해경(山海經)』을 한 번 통독할 수 있었던 것은 정재서교수가 원문을 번역하고 주를 단 역서『산해경』을 내놓은 덕분임. 표4에 실린 바와 같이, 고대 중국의 사회, 역사, 지리, 민속, 종교 등 여러 분야에 관한 생생한 증언을 담고 있는 이 책은 불로불사의 신선, 영생의 유토피아, 이백 시의 자유와 환상 등 유학과 함께 중국 문화의 한 축을 이루는 낭만적이고 신비적인 것들의 문학, 예술적 실체를 가능케 했던 정신적 원천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고대인의 꿈과 무의식에 뿌리를 둔 원형적 이미지들을 집대성한 상상력과 환상의 결정체로 평가받고 있음. 크게 보아 「산경(山經)」과 「해경(海經)」으로 나뉜 이 책은 「산경」을 다시 ‘남산경’, ‘서산경’. ‘북산경’, ‘동산경’, ‘중산경’ 등 5개의 장으로 나누었고, 「해경」은 ‘해외남경’, ‘해내경’ 등 13개 항으로 세분해 상술하고 있음. “다시 동쪽으로 500리를 가면 양협산이란 곳인데 초목은 자라지 않으나 물이 많다(又東五百里 曰陽夾之山 無草木 多水)”처럼 지명과 지세를 약술한 것이 지명을 달리해 거의 동일한 형식으로 반복되는 「산경(山經)」을 읽어 내려가면서 사람이나 동물의 형상을 상상에 의해 그린 삽화가 없었다면 상당히 지루함을 느꼈을 것임. 비익조에 관한 이야기, 우임금의 치수이야기와 조선의 이야기는 모두 「해경(海經)」에 나와 있어 신화시대에서 역사시대로의 교량역을 이 책이 맡고 있지 않는 가하는 생각도 들었음.
*2021. 6. 10일
1382. 국역 간양록
*이을호 저/다산학연구원 편/한국학술정보 간(2015)
*이 책의 저본 『간양록(看羊錄)』은 이 땅을 강점한 일본제국의 경찰이 모조리 불태워버린 이른바 분서(焚書)의 화(禍)에서 딱 한 권 건진 유일한 원본이라고 함. 『간양록(看羊錄)』의 저자 강항(姜沆, 1567-1618)은 1583년 향시에 합격한 후 1593년 문과에 급제함.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의곡, 군기 등을 모아 고경명 의병소에 보낸 강항은 1597년 분호조청으로 양향을 독운하다가 왜군에 붙잡혀 일본으로 끌려감. 적중에서 왜국풍토, 관직, 적정의 강약 등을 상록해 김석복 편과 왕건공편에 두 번이나 비밀리에 본조에 상달함. 1600년34세의 나이로 귀국한 강항은 이덕형 막하에서 일하는 등 여러 모로 활동하다가 1618년 52세의 나이로 영면한 것으로 이 책은 적고 있음. ‘적국에서 임금께 올리는 글(賊中封疏)’, ‘적국의 이모저모(賊中聞見錄)’, ‘포로들에게 알리는 격문(告俘人檄)’, ‘숭정원에 나아가 여쭌 글(詣承政院啓辭)’, ‘환란생활의 기록(涉亂事迹)’ 등으로 구성된 이 책을 통해 종전 전후의 일본의 실상과 일본에 잡혀간 조선백성들이 겪은 고된 나날을 자세히 기록해 상주한 수은(睡隱) 강항(姜沆) 같은 분이 있어 우리 역사가 면면히 이어져 왔다는 생각이 들었음. 일본에 붙잡혀 있던 1599년 강항이 남몰래 선조께 올린 “왜놈들의 정상록과 적괴가 죽은 후의 놈들의 흉계를 기록하여 아울러 보내오니 전하께서는 소신이 못났다고 해서 이 글까지 버리지 마소서” 라는 소를 읽고 이런 것이 충절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음.
*2021. 6. 7일
1381. 세상 사람의 조선여행
*김수진 외 저/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엮음/글항아리 간(2012)
*세상 사람의 조선여행이 어떠했나를 알아보려면 그 전에 여행에 대한 정확한 뜻을 정의ㅏ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임. “여행은 정주지를 떠나 낯선 곳으로 이동하여 새로운 것을 보고 체험하는 경험”이라는 이 책의 정의에 따르면 세상 사람의 조선 여행은 조선이 아닌 나라에서 정주한 외국인들이 자기 나라를 떠나 낯선 조선으로 이동하여 새로운 사람들과 자연, 그리고 문명과 만나서 보고 듣고 체험하면서 배우고 가르치고 즐기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임. ‘권력과 자존심과 탐학의 여행길’, ‘정묘호란이 끝나자마자 조선에 와서 상경한 일본인들’, ‘군인, 신부, 포로, 조선 땅에 발을 내딛다’, ‘36명 네델란드인의 조선생존기’, ‘줄기에 매달린 오이형상에서 근대의 정교한 지도까지’, ‘프랑스이방인의 조선관찰기’, ‘나는 한국에서 살인충종을 느꼈다’, ‘유럽몰락 귀족이 조선의 관료가 된 까닭’, ‘이탈리아인의 독특한 오리에날리즘’, ‘나라를 잃어버린 조선인에 대한 인상비평’, ‘일본 문화재학 대부의 ’시선‘ 정치학’, ‘스웨덴 동물학자의 조선생물탐사기’, ‘사각형 종이 속에 담긴 욕밍의 이미지’ 등 총 1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장별로 전문가가 집필을 맡아 글 내용이 매우 튼실함. 이 책이 갖고 있는 특장점은 관련 화보를 같이 실어 당대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임. 1651년 표류한 하멜일행을 정성들여 보살핀 이원진이 유형원의 외삼촌이자 이익의 5촌 당숙으로 학문과 인품이 뛰어난 분이라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음. 1848년 북부독일에서 귀족의 후예로 태어난 독일인 묄렌도프가 조선에 들어와 통리아문내외문무협판으로 일하면서 받은 연봉은 3,600원에 불과해 미국인 데니의 연봉 12,000원에 한참 못미쳤다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임. 청의 이홍장이 추천해 조선의 관리가 된 묄렌도프가 러시아를 끌어들여 조선을 친러국가로 바꾸려고 노력한 이면에는 러시아가 극동에 묶여 있도록 해 독일이 유럽에서 마음 놓고 확장전략을 펴는데 조력하기 위해서라는 설이 유력함.
*2021. 6. 5일
1380. 조선선비들의 답사일번지
*최석기 저/지앤유 간(2015)
*이 책은 경남거창의 원학동을 조선의 내로라하는 명사들이 즐겨 찾은 남한 제1의 명소로 소개하고 있음. ‘잊어버린 명승, 안의삼동’, ‘안의삼동의 으뜸, 원학동’, ‘원학동의 꽃, 수승대(搜勝臺)’, ‘원학동의 명승과 그 속에 깃든 이야기’, ‘원학동, 무엇을 볼 것인가?’ 등으로 구성된 이 책이 읽을 만한 것은 원학동에서 가장 빼어난 수승대를 둘러싼 조선시대 최고의 성리학자 이황과 강호의 고수 임훈이 바위의 이름을 두고 주고받은 시들을 싣고 있어서임. 이황은 1543년 원학동에 사는 임훈과 신권을 만나러 수승대로 향할 예정이었는데 급한 일이 있어 이들을 만나지 못하고 원학동의 바위「수송대(愁送臺)」를 이름이 전아하지 못하다며 「수승대((搜勝臺)」로 고쳐 시를 지어 남긴 후 한양으로 떠났고, 이 시를 접한 임훈은 이황의 개명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담아 시를 지어 응수한 일이 자세히 적고 있음. 이 책에 실린 한시 70여수를 한 번 필사한 것은 이황, 조식, 임훈, 정온, 송준길, 김창흡, 조영석, 최익현, 김택영, 황현, 곽종석, 송병선 등 쟁쟁한 문인들이 읊은 시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어서였음. 이 책의 저자 최석기교수는 지리산유산기를 번역한 분으로 우리나라 산수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분이어서 내용이 더 알찼다는 생각임.
*2021. 6. 4일
1379. 문명이야기 3-1(카이사르와 그리스도)
*윌 듀런트 저/임뭉 역/민음사 간(2013)
*이 책 『카이사르와 그리스도』는 기원전813년 카르타고의 건국에서 시작하여 카이사르 시대를 집중적으로 조명한 후 서기 193년 콤모두스가 살해되기 까지 상술한 로마의 역사서임. ‘기원(기원전800-508)’, ‘공화정(기원전508-30)’, ‘혁명(기원전145-30)’, ‘원수정(기원전30-서기192)’로 대분된 이 책은 교차로 도시에서 시작해 세계의 지배권을 장악할 때까지의 로마의 성장에 관한 구경거리를 이야기하고 있음. 표4에 요약된 바와 같이 이 책은 크림반도에서 지브롤터 해협까지, 유프라테스강에서 하드리아누스 성벽까지 로마가 이룩한 성취와 로마에 의해 지중해와 서유럽세계를 넘어 확산된 고전문명에 대한 이야기를 유장하게 풀어나가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음. 로마에서는 출생자체가 모험이었으니, 아이가 불구이거나 여자라면 아버지가 관습적으로 아이를 버려서 죽게 했기 때문인데, 이러한 악습은 20세기로 들어와 유태인 학살이라는 제노사이드로 되살아난 것일 수도 있음을 이 책을 읽고서 알았음. 시저가 바람둥이로 성에 대해 관대했다는 것과 로마시대에 매춘이 매우 성행ㅇ했다는 것은 전쟁이 낳은 문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음. 네로가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한 사건은 새롭게 도시를 재구축하고자 방화를 한 사건이 결정적이었다고 함. 기원전 30-서기18년까지의 황금시대에 시는 계속 번창했지만 베르길리우스나 호라티우스 같은 최고의 예술가들만이 통치상의 필요에 어울리는 시를 쓸 수 있었다고 함. 이 책은 시의 중요한 세 가지 중요한 출처인 종교, 자연, 사랑 중에서 황제의 지배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는 사랑에 관한 시로, 호라티우스의 『송시』가 그런 시였다고 적고 있음.
*2021. 6. 2일
1378. 자조론
*새뮤얼 스마일스 저/장만기 역/동서문화사 간(2017)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이 책이 단순히 당연하고도 상식적인 내용의 어록들을 모아놓은 그저 그런 책이 아님을 깨달았음. 저자는 찾아온 학생들이 실천해온 자조정신에 감동받아 다른 사람들이라면 내키지 않아 거절했을 그들의 강연요청을 수락함. 저자가 학생들에 강조한 “미래의 성공을 바란다면 오직 자신만을 의지해야 한다. 자신의 근면한 수양능력이나 스스로 정한 법규를 지키고, 각자 직분을 다하며, 정직하고 성실해야 한다. 이것이 결실을 맺을 때 인격자로서의 영광을 얻을 것이다.” 라는 메시지를 읽고서 느낀 것은 저자가 세속적인 영광을 말하지 않고 인격자로서의 영광을 말한 것은 이 책을 쓴 1859년 영국사회는 인격자로서의 영광을 보다 중시했음이 틀림없다는 것이었음. 이 책을 읽어가며 놀란 것은 저자가 수미일관 자조의 성공사례를 설명하며 그 중요성을 역설했다는 것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는 자조의 정신은 내게도 많은 가르침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1970-80년대 전개된 새마을운동이 추구하는 정신이었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Heaven helps those who help rhemselves)”라는 격언이 이솝의 우화 「헤라클레스와 마부」에 실린 “신은 스스로 돕느 자를 돕는다”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이 책을 읽고 알았음. 이 책은 ‘자기 스스로 돕는 것만이 성공으로 가는 길’, ‘역경은 부와 행복을 위한 첩경’, ‘실패는 절반의 성공이다’, ‘시간과 인내는 뽕이플 비단으로 만들어준다’, ‘작은 일이 큰 일의 씨앗이 된다’, ‘열성이 재능을 이긴다’, ‘영원한 부자가 없듯 영원한 빈자도 없다’, ‘결연한 의지가 있으면 두려울게 없다’, ‘살아가는 모든 것이 비즈니스이다’, ‘돈을 하나의 인격체로 다루어라’, ‘먼저 나를 이겨야 세상을 이긴다’, ‘용기와 명예는 감염되어 닮아간다’, ‘인격이야말로 사람이 추구해야할 최고의 가치’ 등 총1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강점은 자조론을 뒤받침할 만한 수많은 성공사례를 담고 있다는 것임.
*2021. 5. 24일
1377. 도시의 승리
*에드워드 글레이저 저/이진원 역/해냄 간(2021)
*내가 평소 주식회사와 도시가 현대를 지탱하는 자유민주국가를 지탱해주는 가장 중요한 시스템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집약적이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임. 주식회사는 흩어진 자본을 모아 자본의 효율을 높이고, 도시는 흩어진 사람들을 모아 인적자본의 효율성을 높인다고 생각해왔으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지식이 부족해 겉으로 드러내놓고 강조한 적은 거의 없었음. 하버드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이 책을 읽고 나서
도시가 어떻게 인간을 더 풍요롭게 더 행복하게 만들었나에 대한 궁금함이 상당 부분 풀렸음. 저자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아테네 시장에서 논쟁을 벌일 때부터 도시는 혁신의 엔진역할을 해왔음을 지적하면서, 도시가 가르쳐주는 교훈들을 우리가 얼마나 잘 배워 행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미래가 결정됨을 강조했음. 이 책은 ‘그들은 방갈로에서 무엇을 만드는가?’, ‘도시는 왜 쇠퇴하는가?’, ‘가난한 도시에도 희망은 있다’, ‘아프고 혼잡한 도시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즐거운 도시가 성공한다’, ‘도시개발의 아이콘, 마천루가 위대한 이유’, ‘도시확산, 스프롤 현상은 왜 심화되는가’, ‘아스팔트보다 더 친환경적인 것이 있을까?’, ‘도시의 성공방식’, ‘평평한 세계, 점점 높아지는 도시’ 등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이 책에서 내가 주목해 읽은 것은 똑똑한 환경보호주를 추구하자는 것으로, 저자는 흩어져 교외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고밀도 도시에서 모여 사는 것이 훨씬 친환경적임을 강조하고 있음. 이는 도시는 환경을 파괴한다는 고정관념에 반하는 것이지만, 따져보면 충분히 일리 있다는 생각임.
*2021. 5. 20일
1376. 위대한 유산
*찰스 디킨스 저/한명남 역/동서문화사 간(2016)
*원제가 『Great Expectations』인 『위대한 유산』의 작가 찰스 디킨스는 단편소설『크리스마스 캐롤』를 통해 만나본 영국의 소설가임. 주인공 스쿠리지를 구두쇠의 대명사로 만든 『크리스마스 캐롤』을 감동적으로 읽었던 것은 수전노 스크루지가 크리스마스 전야에 동업자 말리의 유령을 만나 자신의 지나온, 현재의, 그리고 앞으로의 모습을 보고서 참회하는
스토리가 어떤 크리스마스 캐롤보다 가슴을 훈훈하게 해주어서였음. 1812년 영국 남부 해안도시 포츠머스에서 태어난 찰스 디킨스는 어린 시절부터 익숙한 땅인 로체스터 일원을 무대로 택해 장편소설『위대한 유산』을 창작했음. 빚을 져
아버지가 투옥되는 등 힘들게 어린 시절을 보낸 디킨스의 첫 작품은 1837년 한 잡지에 연재된 「올리버 트위스트」가 아닌가 함. 1812년에 태어나 1870년 뇌졸중으로 사망한 디킨스가 남긴 여러 작품 중 1861년에 간행된『위대한 유산』을 대표적으로 뽑는 것은 강약 있는 줄거리와 다양한 등장인물, 박진감에 유머까지 이처럼 재미있는 소설을 찾기 힘들겠다 싶어서임. 주인공 핍이 어떻게 타락해가는 가를 기대되는 유산에 연관시켜 풀어가는 이 소설은 인간의 가장 추악한 잘못은 가장 저지르기 쉬운 잘못이라는 도덕상의 역설이 엿보이는 이 소설에서 ‘위대한 기대(Great Expectations)’로 표현되는 긍디킨스의 긍정적 정신을 읽을 수 있는데, 같은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소설에서는 오히려 기대가 실현되지 않아 냉소적인 디킨스의 태도가 엿보이기도 함. 주인공 핍이 기대했던 유산을 제대로 물려받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지고 나서야
삶의 가치를 긍정하고 사람됨을 되찾아가는 주인공 핍의 보기 싫은 자화상은 우리 모두의 것일 수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음.
*2021. 5. 13일
1375. 화륜선 타고 온 포크, 대동여지도를 들고 조선을 기록하다
*샤무엘 홀리 편집/조법종, 조현미 공역
*1892년 조선과 미국이 체결한 조미통상수호조약은 주일청국대사 황준헌이 저술한『조선책략』을 따른 산물이라는 생각임. 러시아의 위협적인 남하를 저지하려면 청과 친하고(親中國), 일본과 맺으며(結日本), 미국과 연합(聯米國)해 조선이 자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조선책략』을 황준헌이 조선의 김홍집에 제공한 것은 청의 조선 지배를 지속시키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통설임. 1882년 미국과 수교한 조선은 1883년 민영익을 보빙사로 삼아 미국에 파견했는데, 이때 통역을 맡았던 포크는 보빙사 민영익의 요청으로 함께 조선에 들어와 미국공사관해군무관으로 임명되었음. 주한미국 초대공사 푸트를 따라 부임한 조지 클레이튼 포크 해군장교가 1884년9월과 11-12월 사이에 조선의 중부 및 남부 지역에 대한 조사여행을 진행하다가 2차 여행 중 갑신정변 발발로 급거 귀경했는데, 이 책은 1884년11월1일에서 12월14일에 이르는 44일간 경기 남부, 충청, 전라, 경상지역을 돌아본 2차 여행의 기록으로 미국외교관의 최초조선보고서임. 이 보고서를 샤무엘 홀리 교수가 정리해 보기 쉽게 편저했고, 이를 조법종과 조현미 양인이 번역한 것임. 이 책의 역사적 의미는 이 책을 통해 서양인의 눈에 비춰진 19세기 말의 조선의 실상에 보다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는 것임. 일자별로 기록한 것에 더해 주요한 사건이나 행위는 시간과 분까지 기록했고 포크가 목도한 것 중 중요한 것은 직접 삽화로 그렸고, 대동여지도를 보면서 일정을 잡은 것임. 묘사가 간결하면서도 구체적인 것은 삽화와 수치가 뒷받침되어서임. 가는 곳마다 유명한 정나 누각을 들러 한시의 누정시를 남기거나 승경묘사에 치중한 대다수의 유기와 차별되는 것은 여행기의 구체성에 있다 하겠음.
*2021. 5. 10일
1374. 어둠과 위선의 기록 -박근혜 탄핵백서
*우종창 저/거짓과진실출판사 간(2021년)
*2016년10월 종편방송 jtbc의 태블릿PC 관련 뉴스를 방송해 촉발된 촛불시위로 여론이 악화되어 국회에서 탄핵 소추되고, 2017년 3월 헌법재판소에 의해 탄핵이 인용되어 박근혜대통령이 임기를 1년 여 남기고 대통령 직에서 물러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역사적 사실이 무엇인가를 기록하는 일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임. 촛불시위를 주도해온 좌파그룹은 박대통령 탄핵에 이어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해 정권을 잡는데 성공한 한 후 여세를 몰아 전직 두 대통령과 대법원장, 여러 명의 국정원장과 장관, 그리고 장군들을 감옥에 가두는 등 이른바 적폐청산에 몰두해왔다는 것이 내 평가임. 조선일보에 입사해 주로 월간조선과 주간조선 등에서 23년간 기자생활을 해온 저자가 박근혜대통령 탄핵에 관련된 기존의 기록들을 ‘어둠과 위선의 기록’으로 명명하고 이를 바로 잡고자 이제껏 법정에서 참으로 받아들인 자료를 근거로 이 책을 펴낸 것은 일반 국민들이 탄핵의 진실에 보다 가까이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자 함. 이 책은 ‘박근혜정부와 국민행복시대’, ‘거대한 음모-태블릿PC 날조’, ‘검찰수사와 안종범 업무수첩’, ‘특검발족과 배신의 정치인’, ‘대한민국탄핵, 거리로 나선 태극기’ 등의 내용으로 구성된 이 책의 저술은 좌편으로 기울어진 오늘날의 언론시장에서 참으로 용기 있는 행위로 저자의 노력을 치하하고자 함.
*2021. 5. 4일
1373.호수는 어디에-환상의 나라2
*이영훈 저/백년동안 간(2021년)
*내가『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을 펴내어 자유민주주주의를 지키고자 분투해온 이영훈교수의 저서 『한국경제사 I, II』를 비롯해 여러 권을 찾아 읽은 것은 전통적인 우방국인 미국과 일본보다는 같은 민족의 북한이나 북한을 도와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을 보다 중시하는 좌편향적 역사관이 보편화되었다는 것이 문제라고 벌써부터 인식해왔기 때문임. 나는 이번에 읽은 『호수는 어디에-환상의 나라2』를 이미 읽은 바 있는『세종은 과연 성군인가? -환상의 나라1』와 더불어 우리 역사학계에 논쟁거리를 던져준 문제의 역사서로 평가하고 싶음. 이제껏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김제의 벽골제를 중심으로 호남과 호서 명칭이 지어졌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졌는데, 과연 벽골제가 그런 역할을 할 만큼 큰 호수였는가는 제대로 검증된바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벽골제는 저수지가 아니고 방조제였다는 것과 규모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것을 하나하나 짚어 이 땅에는 애당초 호남과 호서가 없었음을 실증적으로 고찰했음. 방조제인 벽골제를 중심으로 호남과 호서를 나눈 것은 조선의 지식인들이 중국의 동정호를 조선의 이상향으로 여겼다는 반증이 아닌가함. ‘벽골제의 정체’, ‘벽골제의 역사’, ‘소중화의 국제질서’, ‘벽골제의 정체’, ‘소상팔경-조선의 이상향’, ‘20세기에 드리운 중화사관’ 등을 다룬 이 책을 읽고 저자에 감사하는 것은 내 정신을 지배해온 기존의 잘못된 통설을 깰 수 있어서였음. 하나 덧붙이고자 하는 것은 조선8도의 별칭으로, 충남과 충북의 별칭은 호서이고, 전남과 전북은 호남, 경남과 경북은 영남, 강원도는 태백산맥을 경계로 영동과 영서로, 경기, 충북과 충남을 기호로 불렸음.
*2021. 5. 2일
1372. 현대인문지리-세계를 펼쳐 놓다
*제임스 루벤스타인 저/정희선 외 4인 역/시그마프레스 간(2010년)
*미국의 지리학자 제임스 루벤스타인(James M. Rubenstein)의 이 책은 내가 읽은 첫 번째 인문지리서로, 이 책을 통해 인문지리가 다루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만도 수확이라는 생각임. ‘지리적으로 생각하기’, ‘인구’, ‘이주’, ‘민속 문화와 대중 문화’, ‘언어’, ‘종교’, ‘민족’, ‘정치지리학’, ‘개발’, ‘농업’, ‘산업’, ‘거주공간과 서비스활동’, ‘도시패턴’, ‘자원문제’ 등 총14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이 책의 각장은 「각장의 개요 면」, 「본문의 주제 내용과 다양한 그ㅐ픽 자료」, 「각장의 결론과 관련 자료」, 「각장의 개요 면」, 「변화의 지리적 중요성」, 「의견 공유하기-학생 에세이」와 교육용 온라인 자료센터, TESTGEN, 협력웹사이트 등의 「부록」순으로 편집되어 있음. 이 책의 중심 주제는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세계화와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두 축을 팽팽하게 연결하는 것임. 두 개의 중심주제는 14개의 장에서 각각 9개 핵심주제로 나누어 각 핵심주제별로 2쪽 분량의 상세 내용이 다루어졌음. 이 책의 특장점은 그래픽과 도표 등이 적절히 활용되어 현대인문지리에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는 것임. 이 책을 읽으며 아쉬웠던 것은 거개의 자료가 미국 내지 서구 유럽에 치우쳐 있어 세계 11-12위의 경제대국인 한국에 대한 언급이나 자료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임.
*2021. 4. 21일
1371. 열정적 고전읽기-사회2
*조중걸 저/프로네시스 간(2009)
*영문독해력 제고의 일환으로 읽기 시작한 조중걸교수의 『열정적 고전읽기』를 「철학/과학」, 「예술」, 「역사2에 이어 「사회2」를 읽음으로써 끝맺고자 하는 것은 남은「역사1」과 「사회1」은 품절되어 중고도서로도 구할 수 없어서임. 번역문을 읽어도 잘 이해되지 않는 난해한 고전을 사전을 찾아가며 영문으로 읽는 것이 고된 일이지만, 4권의 일독을 마친 것은 의의 있다는 생각임. 이 책의 주제는 여성문제, 문화인류학, 초자유주의 경제이론과 사회학적 연구 등을 주제로 다룬 이 책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 콜레트 다울링의 『신데렐라 콤플렉스』, 마빈해리스의 『문화의 수수께끼』, 레스터 서로우의 『제로섬 사회』와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등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이들 중 레스터 서로우의 『제로섬 사회』와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번역서로 책 전체를 읽은 바 있어 내용이 생소한 것은 아니었으나, 여성문제를 다룬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과 콜레트 다울링의 『신데렐라 콤플렉스』는 내용도 생소하고 내용에도 동의할 수 부분이 많이 있었음. 철두철미하게 주지주의적 입장에서 모든 인류학적 행위를 그 이면에 해명 가능한 합리적 동기를 지니고 있다고 보는 마빈 해리스의 주장에 동의하면 문화의 수수께끼에 대한 합리적 설명이 보다 용이할 거쇼 같다는 생각임. 노동자들이 성과급으로 생산성을 제고하지 못하는 것은 열심히 일해 부를 보다 빨리 축적하려 하지 않고 관습적으로 벌어온 그 만큼으로 이제껏 살아온 삶을 이어가는 것에 보다 익숙하고 또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베버의 진단은 노동시장이 개방된 오늘에도 유효한 가에 대해서는 조금 더 따져보아야 알 수 있을 것 같음.
*2021. 4. 18일
1370. 금강길, 이야기 길
*최수경 저/이담 간(2019)
*작년에 섬진강 따라 걷기를 마쳤고, 지난4월5일 영산강 따라 걷기를 마무리해 전라도의 큰 강은 따라 걷기를 마친 셈임. 다음 따라 걷기의 대상지로 정한 강은 전북장수군장수읍의 신무산(神舞山, 897m)에서 발원하여 군산에서 황해로 흘러들어가는 전장401Km의 금강(錦江)임. 아직은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금강과의 친숙도를 높이기 위해 인터넷에서 관련도서를 찾던 중 대전의 환경운동가 최수경의 『금강길, 이야기 길』이 눈에 띄어 목차를 훑어 본 후 좋은 책이다 싶어 구매해서 읽게 되었음. 금강의 발원지인 장수를 출발해 이 강의 하구군산에 이르러 서해바다에 흘러들어가기까지 금강이 만나는 전북의 장수, 진안, 무주와 충북의 금산, 영동, 옥천, 보은, 청원과 대전시, 충남의 연기, 공주, 청양, 부여, 강경, 그리고 전북의 익산, 충남의 서천, 전북의 군산 등 17개 시군으로 나누어 물줄기를 그린 지도와 몇 개의 토픽을 선정해 작성한 답사기로 구성된 이 책을 읽고서 느낀 것은 금강을 따라 걷는 일이 만만치 않겠다는 것과 저자 최수경의 글 솜씨와 답사기의 콘텐츠가 참으로 견실하다는 것임. 충북 부강의 부강나루가 조선시대 대표적인 포구 가운데 하나로 명태로 부지깽이를 하고 미역으로 행주를 할 만큼 부자가 많았다는 것은 이 책을 읽고서 비로소 알았음. 작년 봄에 걸은 섬진강이 널리 알려진 것은 섬진강의 아름다운 경관 외에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찬미가 한 몫했다면, 금강은 저자 최수경의 훌륭한 답사기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강을 찾게 만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금강을 자연강으로만 인식해 문명강으로서의 기능을 외면하지 않았나 하는 점임.
*2021. 4. 17일
1369. McKnight의 자연지리학-경관에 대한 이해
*Darrrel Hess 저/윤순옥 외 역/시그미프레스 간(2013)
*아무리 난해한 책도 일단 사 둔 책은 언제고 반드시 읽는다는 것이 이제껏 지켜온 신념이어서 책을 사면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음. 3년 전 이 책을 사서 앞부분을 읽다가 내용이 어려워 중단했는데, 이번에 다시 도전해 끝까지 완독할 수 있었던 것은 최근 두 달 동안 권혁재 교수의『지형학』과『한국지리』를 미리 읽어서였음. 작년부터 국내의 강줄기를 따라 걸으면서 만나는 여러 유형의 지형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자『지형학』과『한국지리』를 읽고 나자 지리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갖춰진 것 같아, Darrrel Hess의 『McKnight의 자연지리학-경관에 대한 이해』에 재도전해 일독을 마치게 된 것임. UCLA에서 지리학을 가르친 McKnight 는 2004년에 사망하기 전 대표작인 『McKnight의 자연지리학-경관에 대한 이해』를 저술했으며, McKnight의 저자인 Darrrel Hess는 1999년 이 책의 공동저자로 제의받아 저술했음. 이 책은 ‘지구의 자연환경소개’, ‘지도를 통한 지구 표현’, ‘대기의 기초’, ‘일사와 기온’, ‘기압과 바람’, ‘대기의 수ㅡ분’, ‘대기 요란’, ‘기후와 기후변화’, ‘수권’, ‘생물권의 순환과 패턴’, ‘육상 동식물상’, ‘토양’, ‘지형 연구의 입문’, ‘내적 작용’, ‘침식, 풍화, 매스웨이팅에 대한 기초’, ‘하성과정’, ‘카스트르와 열수작용’, ‘건조지역 지형’, ‘빙하에 의한 지형변화’, ‘해안형성작용과 지형’ 등 총20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이 책의 장점으로는 용어의 간결하고 정확한 정의, 적절한 설명이 곁들인 사진과 도해, 각종 관련 수치 등을 뽑을 수 있을 것임. 근래 보기 드문 양서를 읽었다 싶어 기쁨에 가슴이 뛰었음.
*2021. 4. 15일
1368.땅의 역사2-치욕의 역사, 명예의 역사
*박종진 저/상상출판 간(2020)
*저자의 『땅의 역사1-소인배와 대인들』을 읽고 느낀 바는 이 땅의 역사는 소인배와 대인들이 함께 써 온 것이라는 것이었음. 1권을 읽으면서 땅에 얽힌 역사를 중심으로 써 내려간 탐방기가 명승지의 경관을 중심으로 한 여행기보다 읽을거리가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제2권인『땅의 역사2-치욕의 역사, 명예의 역사』를 사서 읽게 되었음. 역사는 입체적이어서 찬란하지만도 않고, 추잡하지만도 않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 저자가 빛과 어둠이 합쳐서 만든 역사위에 살고 있고, 또 그런 역사를 만들며 살아가리라는 것을 독자들에 일깨워 주고자 노력한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음. 이 책은 ‘나쁜 놈들’, ‘여자, 그녀들’, ‘남자, 그들’, ‘왕조 스캔들’, ‘식민시대’, ‘민초, 우리들’ 등 총6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이 책에 실린 정순왕후의 모진 삶에 관한 글은 역사가 반드시 승자만의 것은 아님을 일깨워 준 교훈적인 것이었음. 단종의 비인 정순왕후는 단종과는 단 2년 밖에 살지 못했고 단종 사후 모진 삶을 살아야 했던 비운의 왕비였음. 왕후에서 노비로 전락한 정순왕후 송씨여인은 세조의 배려로 노역을 면했으나, 정업원에 얹혀살면서 왕실의 도움을 끝내 거부하고 동냥과 염색 일을 하면서 끼니를 이어갔다고 함. 원수라 할 수 있는 세조와 시사촌인 예종, 시조카 성종, 시손 연산군의 죽음 까지 지켜보고, 모사꾼 한명희의 부관참시도 지켜본 정순왕후가 마침내 중종11년인 1516년 남편인 단종의 영월 묘에 봉분이 세워지고 제사가 치러지는 것을 본 다음 그 5년 뒤 여든 한 살로 세상을 뜬 후 사릉에 묻혔다는 글을 읽고 역사는 비운의 정순왕후를 외면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음.
*2021. 4. 14일
1367.한국지리
*권혁재 저/법문사 간(2015)
*두발로 걸어 국내의 산줄기와 강줄기를 종주해왔으면서도 한국지리나 지형에 관한 지식이 별반 없어 여행후기를 쓰면서도 인문학적 접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음. 이를 극복하고자 방송대를 알아보았으나 지리학과가 없어 별 수 없이 국문학과를 졸업해야했음. 대학원에 진학해 국문학을 전공하면서 학부에 개설된 지리학을 청강하고자 했으나 시간이 맞지 않아 포기하고 권혁재교수가 지은 교과서『지형학』의 일독을 마친 것이 지난달이었음. 내친 김에 저자의 『한국지리』를 사 읽으면서 얻게 된 것은 한국지리의 특징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이해의 단초를 열게 되었다는 것임. 이를 기초로 한국의 자연지리와 역사지리도 읽어나갈 생각을 갖게 된 것이 큰 수확이라 하겠음. 총 3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제1편 「자연환경」에서 ‘위치, 영역, 민족’, ‘지질’, ‘지형과 해양’, ‘기후’ 등을 다루고, 제2편의 「산업」에서는 ‘농업’, ‘임업’, ‘수산업과 천일제염’, ‘광업과 에너지자원’, ‘공업’, ‘유통과 관관사업’ 등 산업현황을 살펴보았으며, 제3편 「인구, 취락, 국토개발」에서는 ‘인구’, ‘가옥과 촌락’, ‘도시’, ‘국토개발과 환경’ 등을 다루었음. 작년에 시작한 5대강 따라 걷기는 섬진강과 영산강의 종주를 마친 상태이며, 나머지 한강, 낙동강과 금강도 수년 안에 종주할 뜻을 갖고 있어 이 책에서 각 강의 유역면적과 유로연장 길이를 찾아보았음. 유로면적은 한강이 26천㎢로 가장 넓고, 유로연장은 낙동강이 24㎢로 가장 길다는 것을 확인했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 책에 실린 통계가 2000년 이전의 것이어서 시의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임.
*2021. 4. 8일
1366.과학 산책, 자연과 과학의 변주곡
*교양과학연구회 저/청아출판사 간(2021)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일반물리, 일반지학, 일반생물을 이수해 인접 과학과목을 공부해 약5년 간 시골의 중고등학교에서 생물을 제외한 화학, 물리, 지구과학을 가르친바 있는 나는 교양으로서 과학은 그래도 웬만큼 이해할 수 있다고 자부해왔음.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등 17명의 과학자들을 필진으로 갖춘 교양과학연구회에서 펴낸 이 책을 읽고서, 이 책의 표4를 통해 필진들이 “인류의 삶이 풍요와 평화의 길로 갈지, 파국의 파멸의 길로 갈지는 과학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진단하고, 그 처방으로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과학적 소양을 갖추어”, 모두가“ 일상생활을 슬기롭게 영위하고 국가적 이슈를 제대로 파악하고 전 지구적 위협에 옳은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처방한데 대해 전적으로 생각을 같이하게 되었음. 우리나라 국민들이 원자력에 대해 올바로 알고 있었다면 원자력발전을 태양광이나 풍력 등으로 전환하는 정부의 무리한 에너지전환정책을 저지할 수 있었다는 생각임. 이 책은 ‘과학의 본성’, ‘과학에서의 법칙의 의미’, ‘우리가 보는 세상에 대한 설명’, ‘우리가 보지 못하는 작은 세계에 대한 설명’,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지구에 대한 설명’, ‘우리와 닮은 생명에 대한 설명’, ‘미래 문명을 여는 과학과 기술’ 등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의 끝에 문제가 실려 있음. 오래 잊고 지냈던 과학에 대한 관심을 다시 일깨워 준 이 책의 필진들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함.
*2021. 4. 4일
1365.조선의 최후
*김윤희, 이욱, 홍준화 공저/다른세상 간(2004)
*고려대한국사학과에서 경제사와 대외관계사를 연구한 세 저자의 공동작품인 이 저서를 흥미롭게 읽은 것은 조선의 멸망이 일본제국의 침략성 때문으로 분석하는 대부분의 역사학자들과는 궤를 달리하고 있어서였음. 고종은 조선의 안위가 위태할 때도 국방강화나 민생안정을 도모하지 않고 오로지 권력 강화와 왕실의 보전에 급급하다 개혁의 호기를 놓쳐 패망에 이르렀다는 것이 조선이 최후를 맞기까지의 큰 흐름이 아니었겠나 싶은 생각을 이 책을 읽고 갖게 되었음. 이 책은 ‘왕권만 부여잡고 있는 국왕’, ‘개혁을 향한 외로운 움직임’, ‘변화를 향한 민중의 외침’, ‘세상을 바라보는 닫힌 눈’, ‘제국주의와의 전쟁은 경제에서부터’, ‘절대우방은 없다’ 등의 6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논조가 조선일보 박종인 기자의 『고종은 매국노』와 동일하다고는 판단되지 않으나 소위 민중사관의 역사학자들의 역사관과는 상당한 차이를 느낀 것도 사실임. 저자들이 오늘 왜 조선의 최후를 다시보아야 하는 가에 대답을 주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것은 조선이 최후를 맞이하는 그 당시의 죄악이 부분적으로 오늘에서도 재현되는 사례를 간단히 언급해 역사의 교훈을 일깨워주었다는 점임. 책임지지 않는 지배층과 침묵하는 민중이 한 세기 전의 조선의 참모습일진데, 오늘의 우리는 과연 그때와 무엇이 다르고 같은가를 통찰해야 같은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리라 생각함.
&2021. 4. 3일
1364. 열정적 고전읽기: 역사2
*조중걸 저/프로네시스 간(2007)
*저자의 『열정적 고전읽기』 시리즈는 이미 읽은 ‘철학/과학’ 편이나 ‘예술’편으로 끝나지 않아 정말 다행임. 고전을 안내받는 기쁨도 적지 않지만, 그에 더해 고전에 바탕을 둔 영어문장을 읽을 수 있어 더욱 다행이다 싶었음. 인생에서 나침반과 같은 소중한 존재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뭇 인생들에 길을 비춰주는 빛이 바로 고전일진데, 이런 고전들을 읽으면서 일부라도 원문으로 읽어보고자 하는 것은 누구나 한 두 번은 갖게되는 욕심일 것임. 이 책 『열정적 고전읽기: 역사』는 ‘그리스 정신과 폴리스의 관계에 대하여’, ‘초기 기독교의 양상은 어떠했는가’, ‘르네상스시대 이탈리아 도시에 대하여’, ‘근대 정치체제는 어떻게 정립되었는가’, ‘이중 혁명의 의미는 무엇인가’ 등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이 중에서 ‘초기 기독교의 양상은 어떠했는가’는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에서 뽑은 것이고, ‘이중 혁명의 의미는 무엇인가’는 에릭 홉스봄의 『혁명의 시대』의 일부 문장이어서 역서를 한번 씩은 읽은 책인데도 여전히 글 내용이 쉽게 이해되지는 않았음. ‘이중 혁명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글에서 프랑스혁명의 특징을 첫째 프랑스 혁명은 동시대의 다른 혁명보다 가장 근본적인 것이었으며, 둘째 유일하게 대중이 일으킨 사회적 혁명이었으며, 셋째 유일하게 보편성을 지녔다는 것으로 정리한 에릭 홉스봄의 탁견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음.
*2021. 4.2일
1363.지형학
*권혁재 저/법문사 간(2017)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면서 자연지리를 청강할 뜻에서 4년 전에 사두었던 지형학 교과서를 늦게나마 일독을 마치고나자 숙제를 한 것처럼 마음이 개운했음. 시간이 맞지 않아 청강은 못했지만 그것이 계기가 되어 지형학을 공부해 산과 강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게 된 것은 그동안 천착해온 산줄기와 강줄기 걷기를 한 단계 끌어 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싶어 가슴 뿌듯했음. 지구과학의 한 분야인 지형학이 지표상에 전개되는 온갖 지리적인 인문현상을 공부하는 지리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 거의 필수과목이 되어 있다는 것은 이 책을 공부하면서 알았음. 이 책은 ‘지형학이란 무엇인가’, ‘풍화작용과 토양’, ‘매스 무브먼트와 사면의 발달’, ‘유수에 의한 지형’, ‘침식윤회’, ‘건조지형’, ‘카르스트 지형’, ‘빙하지형’, ‘주빙하지형’, ‘해안지형’, ‘퇴적암층의 지형’, ‘단층지형’, ‘화산지형’, ‘세계의 대지형’ 등 총 14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이 책에 따르면 지형학(地形學, geomorphology)은 땅의 모양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지표의 기복(起伏, relief)을 기술하고 해석하는 과학이며, 지형(地形, landform)의 특성은 기복에 의해 결정됨. 암석과 기복과의 관계, 기복의 진화, 지형의 변화를 이끌어 가는 각종 기구의 작용, 지형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의 영향 등을 주로 기술한 이 책을 읽고 흥미를 느낀 것은 강줄기를 따라 걸으며 보고 관찰하는 강변 지형을 조금이라도 설명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되어서임.
*2021. 4. 1일
1362.영산강의 뱃길과 포구연구
*변남주 저/민속원 간(2012)
*작년에 시작한 우리 강 탐방은 섬진강을 마치고 영산강을 걷고 있는 중임. 강줄기를 따라 걷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탐방 중인 강의 역사와 지리, 지형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음. 이름난 다른 강들에 비해 강 길이가 짧아서인지 본격적인 답사서를 구하지 못해 답답해 하다가 교보문고에서 팔리고 있는 책들을 검색해 구한 것이 바로 변남주의 『영산강의 뱃길과 포구연구』임. 이 책은 단순히 여행후기를 담은 책이 아니고 박사논문을 다듬어 펴놓은 논문집이어서 구매가 망설여졌으나 , 이참에 독서의 스펙트럼을 넓혀 강에 관한 역사지리분야의 연구서도 읽어보겠다는 욕심이 생겨 사서 읽게 되었음.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우리나라는 고래로부터 산곡이 복잡하여 수레이용이 용이하지 못해 육로보다는 해로가 발달했다는 것과 영산강은 섬진강과 달리 강상포구인 영산포와 해안포구인 목포 외에도 나주에 강상포구 나주목포가 있었을 정도로 수운이 발달했다는 것임. 이 책은 서론과 결론, 그리고 본론 격인 ‘영산강의 물길과 뱃길’, ‘영산강 하류의 해상포구’, ‘영산강 중류의 강상포구’, ‘영산강 상류의 나루’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 전근대시기에는 동력선이 아닌 돛단배로 물 따라 바람 따라 자연력에 의존해 항해하는 것이어서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했으므로 곳곳에 포구가 발달했는데, 이런 흔적이 두드러진 강이 영산강이 아니었나 싶음. 역사적 현장을 직접 탐사를 하며 연구한 결실인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지리에 한 걸음 다가가게 된 것이 큰 수확이라 하겠음.
*2021. 3. 28일
1361.열정적 고전읽기(예술)
*조중걸 저/프로네시스 간(2009)
*조중걸의 『열정적 고전읽기』를 읽어보자고 결심하기까지 몇 년을 허비한 것은 영어로 된 원문(?)을 꼭 읽어야 하는 가와 글자가 너무 작아 눈이 나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 때문이었음. 고전으로 불릴만한 작품을 선정해 그중 중요하다 싶은 부분을 20페이지 분량으로 하여 독자에게 내보여주는 것은 저자 조중걸의 몫이고 이렇게 엮여진 이 책을 읽어내는 것은 독자인 나의 몫일 진데, 7년이 지나도록 그 몫을 다하지 못해 찜찜했던 것이 사실임. 생각을 바꾸어 이 참에 영어공부를 겸하자고 결심하고 지난달에 『열정적 고전읽기』를 다시 손에 들었는데, 그 결심이 작심3일이 아니어서 한 달도 채 안 걸려 『열정적 고전읽기』의 1권이라 할 만한 ‘철학/과학’을 이달 초에 한 번 읽었고 이번에 2권에 해당하는 ‘예술’편의 일독을 마치기에 이르러 뿌듯했음. 이 책에는 아널드 베넷의 『문학적 취향』, 하인리히 뵐플린의 『미술사의 기초개념』, 에른스트 곰브리치의『서양미술사』, 버나드 마이어스의 『예술의 이해』, 윌리스 퍼거슨의 『르네상스』, 로버트 페인의『예술의 세계』, 윌리엄 플레밍의 『예술과 사상』,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창조적 작가와 백일몽』, 에른스트 카시러의 『인간론』, 피터 셀즈의 『칸딘스키의 미학이론』,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그리고 노버트 린튼의 『21세기의 미술』 등 총 12편의 예술에 관한 명저가 소개되어 있음. 이중 한 번이라도 읽은 책은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에 불과할 만큼 예술, 특히 미술 분야에 무지한 내게는 이 책이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겠다 싶음. 이 책의 저자가 “미술이 단지 시각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미술 역시도 우리 세계관, 인생관과 맺어졌습니다.” 라고 언급한 바와 같이 예술 또한 우리의 인생관과 맺어진 것이라면 애써 피할 것이 아니라 열심히 작품들을 보고 이런 종류의 책도 열심히 읽어볼 생각임. 이 책을 통해 접하게 된 칸딘스키는 미술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집사람이 일러준 분이어서 반가웠음.
*2017. 3. 20일
1360.살살 가
*유상민 저/한국수필가 간(2018)
*국문학자 조동일교수는 저서 『한국문학통사』를 통해 시(詩)로 대표되는 서정(抒情)은 작품 외적세계의 개입이 없이 이루어지는 세계의 자아화이며, 수필(隨筆)로 대표되는 교술(敎述)은 작품외적 세계의 개입으로 이루어지는 자아의 세계화라고 시와 수필의 차이점을 설명했음. 세계의 자아화가 자아의 세계화보다 훨씬 어렵고 고된 일이다 싶어 시를 짓는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수필만 써왔는데, 저자의 수필집 『살살 가』를 읽고 나서 수필을 지어 책으로 내 놓는다는 일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음. 글 솜씨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것이 수필이라 생각해온 내가 생각을 바꾼 것은 글 솜씨가 뛰어난 작가가 창작한 수필이라 해도 좋은 수필이 되려면 수필 속에 작가의 인생이 거짓 없이 진솔 되게 그려져야 하고, 그렇게 그려진 인생이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큼 감동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서였음. 저자는 강원도 평창출신으로 정년퇴임 후 틈틈이 글을 써 2016년에 등단한 수필가로 평창강을 같이 걷고 있는 대학동창 이상훈교수의 소개로 알게 된 분임. 저자로부터 친필사인의 수필집 『살살 가』를 선물로 받아 첫 작품「어느 선승의 가르침 -나는 누구인가」편을 읽으면서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은 저자가 내게는 생경한 경찰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한 분이라는 것이었음. ‘신비스런 인연’, ‘불혹의 영광’, ‘세상살이 풍류’, ‘흰 구름의 나라’, ‘긴 겨울 쉼터’ 등 5개의 장에 나뉘어 실려 있는 대표작「살살 가」를 비롯해 총52편의 수필작품을 단숨에 독파할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성실성과 솔직함에 매료되어서였음. 「대통령의 탄핵 하루 전」등 일부 내용은 의견을 같이 하지 않으나, 대체로 삶의 희로애락을 진솔하게 그려 수필의 참 모습을 보여주었다 싶어 공감하는 바가 컸음.
*2021. 3. 13일
1359. 한국과 주변4강과의 관계
*윤병석 저/선인 간(2015)
*조선 말기 대원군이 집권하고 나서 조선을 끌고 간 세력은 누구이고, 이들은 주변의 어떤 강대국과 손을 잡고 어떻게 경영했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자 함재봉 교수의 저서 『한국사람 만들기』3권을 읽었는데, 윤병석교수가 지은 이 책『한국과 주변4강과의 관계』는 함재봉교수와 관점이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음. 이 책은 ‘만국평화회의와 한국특사의 역사적 의미’, ‘간도 협약 100주년을 돌아본다’, ‘을사조약의 신고찰’, ‘경술국치를 성찰한다’, ‘3.1운동과 대한민국의 광복선언 및 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일제의 한국침략과 전후 일본의 역사왜곡 및 독도침탈 기도’, ‘소비에트 건설기의 고려인 수난과 강제이주’, ‘미주 한인사회의 성립과 민족운동’ 등 8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음. 저자 윤병석은 이 책을 통해 조선의 망국은 조선을 합병하고자 하는 일본 제국의 탐욕 때문이라는 논조를 펴고 있는 것 같다면, 함재봉교수는 저서 『한국사람 만들기』를 조선망국의 원인은 바로 조선정부의 무능과 부패 때문으로 진단하고 있다는 것 같다는 것이 내 생각임. 개인적으로는 함재봉 교수의 관점에 동의하는 편이어서 윤영석 교수의 논지에 흔쾌히 동의하는 편은 아니나, ‘만국평화회의와 한국특사의 역사적 의미’ 장에서 이위종의 역할을 제대로 알게 된 것 등 내가 모르고 있는 역사적 사실 등을 바로 알게 된 것은 수확이라 하겠음. 국가에 의한 역사의 독점적 해석이 전체주의를 낳을 수 있기에 역사해석의 다양성 확보는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어서 비록 조선망국의 해석이 나와 같지 않았지만, 신경 써서 차분하게 읽었음.
*2021. 3. 10일
1358.열정적 고전읽기(철학 · 과학)
*조중걸 저/프로네시스 간(2011)
*“하인배는 사람에 대해 말하고 신사는 사건에 대해 말한다”는 영국속담이 시사하는 것은 역사의 중요성을 역설한 점입니다. 다른 시대, 다른 세계관, 다른 노력, 다른 분투, 다른 정열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우리 시대와 우리 세계에 대한 이해가 불가능하게 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고전읽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임. 보다 많은 독자들이 보다 많은 고전을 두려움 없이 읽어나갈 수 있도록 이 책의 저자가 고전을 선정하고, 저자 소개, 해당고전을 읽기 위한 기초지식, 원문 일부, 원문의 직역, 중요한 부분의 조명과 해석 등으로 구성했다는 것이 강점이라 하겠음. 앙리 베르그송의 『창조적진화』, 카를 마르크스의 『독일이데올로기』, 에피쿠로스의 『훌륭한 삶』, 아르트르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프리드리히 니체의 『선악의 피안』, 버트란드 러셀의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윌 듀란트의 『철학이야기』, 블레즈 파스칼의 『명상록』, 플라톤의 『국가』, 장 폴 샤르트르의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알베르트 슈바이처의 『문화철학』 등의 철학서 11편과, 볼튼 다빗하이저의 『진화론의 여행』,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환각의 미래』, 키스 데블린의 『수학, 패턴의 과학』, 허버트 버터필드의 『뉴턴과 그의 우주』,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등 6편의 과학서적 등 총 17권의 고전에서 일부를 뽑아 재구성한 이 책이 내게 유용한 것은 영문해독을 공부할 수 있어서였음. 10년 만에 간신히 일독을 마쳤지만, 다시 한 번 읽어볼 생각임.
*2021. 3. 9일
1357.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김서형 저/살림 간(2020)
*2019년12월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비드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2020년 내내 큰 시련을 겪었음에도 정부의 백신 도입지연으로 연말이 되어서야 집단 항체가 생성될 것 같다는 것이 중론임. 이리되면 2021년 한 해도 코비드19로 힘든 한해가 될 것이 분명한 바, 이러다가 한국사회가 무너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하는 두렵기도 함. 국내 최고 질병사 전문가인 김서형교수의 저서『전염병이 휩쓴 세계사』의 출간은 시의적절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는 생각임. 세계사가 코비드19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으로 전망되는 바, 향후 인류의 미래는 전염병의 도전에 전 세계가 어떻게 응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임. ‘아프로-유라시아 교환 네트워크 전염병’, ‘아메리카 네트워크의 결합과 전염병’, ‘산업네트워크의 확대와 전염병’, ‘전쟁과 전염병’, ‘현대사회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전염병의 진화’ 등 5개의 장으로 짜인 이 책의 저자는 맺음말을 통해 전염병의 역사를 돌아보고 오늘날의 위기를 극복할 것을 역설했음. 천연두, 매독, 황열병, 콜레라, 장티푸스, 세균성이질 등이 미국의 독립전쟁 이전까지 인간을 괴롭힌 질병이라면, 1918년의 스페인독감으로 대표되는 바이러스 질병과 에이즈 등은 20세기에 창궐한 질병이라 하겠음. 21세기의 질병은 세계화로 급속히 확산되고 진화되어 개별국가만의 대처에는 한계가 있는바, 현대사회의 글로벌네트워크를 통한 공동대처가 필요할 것임.
*2021. 3. 6일
1356. 땅의 역사1-소인배와 대인들
*박종인 저/상상출판 간(2020)
*초중고를 다니는 조카들이 하나같이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인 이승만 대통령을 나쁜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을 알고 나자, 일선 학교에서의 국사교육이 심히 왜곡된 것이 아닌가 싶음. 수년 전 방송대에서 국사를 공부할 때 참고한 이 대학의 국사교재 또한 상당 부분 진보좌파적 입장에 편향된 내용들로 짜여 있어 놀랐는데 초중고교과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음. 박종인기자의 『땅의 역사1-소인배와 대인들』을 읽고서 이 땅의 역사는 소인배와 대인들이 함께 써 온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음. 위대한 배달민족이 남긴 찬란한 역사만을 알고서야 어찌 국사를 안다고 말할 수 있으랴 싶은 것은 소인배들이 써온 역사도 적지 않기 때문임. 27년차 여행전문가인 조선일보의 박종인기자가 쓴 여행서에서 이 땅의 참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것은 우리 역사를 미화하거나 폄훼하지 않고 소인배가 쓴 역사도 대인들이 쓴 역사와 함께 다뤘다는 것임. ‘소인배-비겁 혹은 무능’, ‘대인들-고집 혹은 지조’, ‘막힌 놈들’, ‘신화의 시대’와 ‘답사안내’로 구성된 이 책을 읽노라면 이렇게 과거의 역사를 불러내어 오늘의 땅을 동행할 수 있다 싶어, 오늘에 치중한 내 여행기와 차분하게 비교해보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이 책을 읽으면서 여행지를 얼마간 줄여 각 여행지마다 보다 심도 깊게 다루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느꼈음.
*2021. 3. 3일
1355.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고미숙 저/북드라망 간(2020)
*이 책의 저자가 “친숙함과 낯섦의 끝없는 변주, 여행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보여주었다고 극찬한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두 번을 읽었는데도 여행이 도달할 수 없는 최고의 경지라는 찬사에 쉽게 동의하기 힘들었다는 것이 나의 솔직한 고백임. 『열하일기』에 대한 내 평가가 인색한 것은 우선 내가 18세기로 돌아간 후 내재적 입장에서 읽어야 하는데 그리하지 못했고, 『열하일기』에 담겨진 특유의 문체를 즐길 수 있어야하는데 한문 실력부족으로 번역본을 읽다보니 정조임금이 문체반정을 들고 나올 만큼 『열하일기』의 문체가 문제될 만한 것인지 헤아리기 어렵다는 것 등 때문에 다른 여행기보다 월등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 같음. 저자 고미숙에 감탄한 것은 박사논문에서 다룬 바 전혀 없는『열하일기』에 흠뻑 빠져 최고의『열하일기』전도사가 되었다는 것임. 저자 고미숙이 『열하일기』를 두고 “여행의 기록이지만, 거기에 담긴 것은 이질적인 대상들과의 ‘찐한’ 접속이고, 침묵하고 있던 사람들이 살아 움직이는 발견의 현장이며 새로운 담론이 펼쳐지는 경이의 장”으로 가슴속 깊이 받아들인 것은 수십 번 원문을 탐독한 결과일 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겨우 두 번 번역본을 읽고서 왈가불가한다는 것이 부끄럽기 짝이 없는 짓이다 싶었음. 이 책은 ‘나는 너고, 너는 나다’, ‘1792년 대체 무슨 일이?’, ‘ 천의 고원을 가로지르는 유쾌한 노마드’, ‘범람하는 유머, 열정의 패러독스’, ‘내부에서 외부로, 외부에서 내부로’ 등의 5부의 본론과 ‘연암과 다산’의 보론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 언제고 원문으로 『熱河日記』를 다시 읽고 독후감을 다시 써볼 뜻임.
*2021. 3. 1일
1354.전쟁과 국제정치
*이춘근 저/북앤피플 간(2020)
*내가 가장 즐겨보는 유튜브 중의 하나인 '이춘근TV'를 통해 공부하는 교재는 이춘근교수가 지은 『전쟁과 국제정치』임. 전쟁론에 관한 책으로는 손자의 『손자병법』,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온정일의 『한국전쟁사』등을 읽은 바 있지만 국제정치에 관해서는 어떤 책도 읽은 바 없음. 마침 이춘근 교수가 작년에 이 책 『전쟁과 국제정치』를 출간하고, 이 책을 교재로 해서 저자가 유튜브를 통해 매주 1회씩 직강을 하고 있어 열심히 수강하다가 이 책을 사서 읽게 되었음. 저자가 즐겨 인용하는 헤롯도투스의 『역사』와 투키디테스의『펠로폰네소스 전쟁』이나 칸트의 『영구평화론』을 읽은 적이 있는데다 저자가 비교적 쉽게 쓴 편이어서 교재독해에 이렇다 할 어려움은 없었음. 이미 12강이 진행된 유튜브강의를 다시 들으며 교재내용을 확인해나가 새삼 대학생이 된 기분도 들었음. ‘전쟁을 공부하는 이유’, ‘상식과 이유’, ‘국가는 전쟁을 잘하기 위한 조직’, ‘전쟁과 국제정치를 연구하기 위한 방법’, ‘전쟁연구의 현황’, ‘세계의 여사를 바꿔놓은 대전쟁들’, ‘전쟁의 모곡’, ‘전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 인간적 차원’, ‘국가 및 사회적 차원의 전쟁원인’, ‘국제체제와 전쟁’, ‘전쟁과 전략’, ‘무기와 전쟁’, ‘전쟁연구의 신경향’ 등 총13개장으로 구성된 이 책을 통해 전쟁과 국제정치의 관계를 얼마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저자에 감사할 일임. 전쟁은 사전에 막아야하지만 일단 전쟁이 발발하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명제로, 이를 위해서는 국가의 지도자와 국민이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나가야 함에도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은 결코 녹록치 않다는 생각임. 국군의 주적설정도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동맹국과의 신뢰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고, 아무리 나쁜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며 국민들을 오도하는 정치인들의 잘못된 신념이 우리나라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내 나름 진단하고 있음. 이 책을 통해 전쟁은 평화를 이룩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쟁과 평화가 상치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과 전쟁론은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명제서 볼 수 있듯이 역설의 학문이라는 것을 알았고 국제정치의 원리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도 배워 즐거운 마음으로 독후감을 쓰고 있음.
*2021. 2. 20일
1353. 역사철학 강의
*G. W. F. 헤겔 저/군기철 역/동서문화사 간(2020)
*코로나로 만남이 자유롭지 못한 이 때가 고전을 읽을 수 있는 호기이다 싶어 난해한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일단은 쉼 없이 꾸준히 읽어왔고, 또 그리할 생각임. 이번에 독일의 철학자 헤겔의『역사철학강의』를 읽은 것도 같은 뜻에서였음. 작년 말 손칠성이 지은『헤겔 & 마르크스 - 역사를 움직이는 힘』을 읽고 헤겔은 변증법을 체계화해 헤겔주의를 탄생시켰고, 헤겔의 변증법을 신봉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세상의 변혁을 꿈꾼 학자였다는 것을 공부했다면, 이번에 헤겔의『역사철학강의』를 읽고서는 이성의 역사적인 발전을 살펴볼 수 있었음. 『미학』과 더불어 헤겔철학의 입문서로 알려진 『역사철학강의』가 헤겔 철학의 완성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원리적 체계의 구체적 적응에 속하며 이성의 역사적 발전을 잘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ㅛ 함. 다른 철학서보다 그래도 흥미를 느끼면서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에서 언급된 내용이 구체적이고 이념 또한 생생한 모습으로 발전해서임. ‘머리글’, ‘동양세계’, ‘그리스 세계’, ‘로마세계’, ‘게르만세계’와 ‘헤겔의 생애와 사상’으로 구성된 이 책을 맨 뒤의 ‘헤겔의 생애와 사상’을 맨 먼저 읽어 준비한 것이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나가는데 도움을 주었음. 헤겔은 머리글에서 역사고찰의 방식에는 ‘사실 그대로의 역사’, ‘반성적 역사’, ‘철학적 역사’ 등 3가지가 있다면서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철학적 역사임을 분명히 했음. 일반적으로 말해 역사철학이란 역사의 사유적 고찰 이외에 다른 어떤 것도 의미하지 않으나, 철학이 역사를 향할 때, 관여하는 유일한 사상은 단순한 이성의 사상, 즉 이성이 세계를 지배하고 따라서 세계 역사도 이성적으로 진행하다고 헤겔은 지적했음. “역사를 지배하는 것은 이성이며 역사의 흐름은 자유의 발전과정이다”라고 갈파한 헤겔은 역시 대학자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음. 헤겔이 중국의 『역경』을 언급한 것으로 보아 읽은 것이 아닌가 싶음.
*2021. 2. 15일
1352. 한국사람 만들기III - 친미기독교파1
*함재봉 저/프레스 간(2021)
*이이화선생의 『한국사 이야기』를 사보면서 중간에 저자가 몸이 안 좋아 집필을 중단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혹시라도 저자가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해 『한국사이야기』를 완결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하나 하고 걱정을 한 적이 있었음. 선생께서 건강을 회복해 22권의 『한국사 이야기』를 완결했기에 맞 사 읽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우리나라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정말로 다행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이 책 『한국사람 만들기III』도 『한국사 이야기』못지 않게 출간을 기다려왔기 때문임. 저자 함재봉 교수는 함병춘 전 주미대사의 자제분으로 『한국사람 만들기I』을 읽음으로써 알게 된 분임. 민중사관을 갖고 있는 역사학자들의 편향된 역사서가 서가를 덮고 있어 좋은 역사서를 만나는 것 자체가 힘든 요즈음 조선 말기의 올바른 역사를 담고 있는 이 책의 출간을 고대한 것은 내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 하겠음. 앞서 출간된 『한국사람 만들기I』에서 조선사람만들기와 친중위정척사파에 대해서 공부했고 『한국사람 만들기II』에서 친일개화파에 대해 공부해 한국사람 만들기의 단계적 진전을 알았기에 다음 단계인 친미기독교파를 중심 내용으로 한 『한국사람 만들기III - 친미기독교파1』의 출간을 기다렸던 것임. 이 책 『한국사람 만들기III - 친미기독교파1』는 갑신정변이 발발한 1884년에서 청일전쟁이 발발하기 직전까지만 다루었는데도 그 분량이 장장 1,005쪽에 달할 만큼 그간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소상하게 다루어 이 책을 읽노라면 마치 내가 그 시대로 돌아가 살고 있다는 착각이 들곤 했음. ‘서론’, ‘신의 한수’, ‘아비;규환’, ‘헬조선과 개신교’, ‘종교개혁과 칼뱅’, ‘미국의 청교도 혁명’, ‘청의 자강운동’, ‘일본의 부국강병’, ‘조선의 잃어버린 10년’ 등 서론과 총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을 읽고서 미국의 선교사들이 이 땅에 건너와서 조선을 개화시키고자 기울인 노력을 재평가하게 되었으며, 고종과 민비일가가 다스린 조선이 백성들에게는 바로 지옥이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음. “세종과 같은 조선의 군주들이 주자성리학적 질서를 확립하기 위하여 종법 제도를 도입하고 『주자가례』에 의거한 제사를 밀어 부쳤다면 조선말의 개신교선교사들은 주자성리학적 질서의 주축이었던 제사를 우상숭배라고 금지”한 것을 두고 저자는「문명충돌」로 진단하였음. 오늘 날의 문명충돌은 이제껏 잘 지켜온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북한이나 중국과 같은 사회민주주의체제로 바꾸고자 하는 사회민주주의 추종자들의 도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 문명충돌을 극복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짙게 들었음.
*2021. 2. 10일
1351. 인간이란 무엇인가
*데이비드 흄 저/김성숙 역/동서문화사 간(2019)
*쉽게 읽혀지리라 기대하지 않은 철학서인데다 총800쪽의 두꺼운 책이어서 쉽게 손이 가지 않아 책을 사놓고 쳐 박아 둔 것이 달 반은 족히 지난 것 같음.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흄을 알게 된 것은 대학원 수업시간에 경험주의를 신봉하는 대표적인 철학자로 배우고 나서임. Daum백과를 찾아 데이비드 흄이 “철학을 인간 본성에 대한 귀납적 실험과학으로 보고 뉴턴의 과학방법과 존 로크의 인식론을 기초로 해서 인식이 생겨날 때 정신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설명하려 했다”는 예비지식을 갖고 이 책을 읽어나갔지만, 난해하기는 매한가지였음. 이 책은 제1편 오성, 제2편 정념, 제3편 도덕, 그리고 부록 격으로 흄의 생애와 사상 순으로 편집되어, 나는 130쪽의 흄의 생애와 사상 편을 먼저 읽은 후 총3편의 본문을 읽어나갔음. 머리글에서 “인간학이 다른 모든 학문을 위한 유일하고 굳건한 바탕인 것처럼 이 인간학 자체에 제공될 수 있는 유일하고 굳건한 바탕은 경험과 관찰이 있어아 한다”고 말하는 것으로 경험과 관찰의 중요성을 강조한 데이비드 흄은 인간본성을 밝혀내어 진정한 인간학이 무엇인가를 구축하려고 애쓴 철학자라 하겠음. 데이비드 흄은 인간의 본성을 오성(지성)의 본성, 정념(감성)의 본성고 도덕의 본성으로 나눈 후 다시 오성의 본성을 지각의 본성, 상상의 본성, 인과관계의 본성, 회의의 본성으로 나누어 설명했음. 지각의 본성은 인상과 관념으로, 상상의 본성은 기억과 상상으로 나누어 상술했음. 흄은 또 정념의 본성은 일상의 감정과 경험으로 충분히 깨달을 수 있다고 보았고 도덕의 본성은 공감되는 것이라고 했음. 저자 데이비드 흄이 국부론의 저자 아담 스미스와 동시대의 친구였다는 것은 이 책을 읽고 알았음.
*2021. 2. 4일
1350.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정호승 저/김영사 간(2020)
*시인 정호승을 알게 된 것은 2020년 집사람을 먼저 보내고 외로워 할 때 우연히 접한 그의 시 ‘길’을 읽고서임. 전문이 “님 그리며 길을 걷는다/길을 걸으며 님 그린다/꽃은 잎을 보지 못하고/잎은 꽃을 보지 못한다/님 그리며 길을 걷는다/길을 걸으며 님 그린다”로 짧은 시가 내게 감동을 준 시구는 ‘님 그리며 길을 걷는다/길을 걸으며 님 그린다’로, 나는 이 시구대로 걸으며 그리고 그리며 걷는 삶을 충실히 이어갔고, 그러면서 외로움도 이겨내 정호승 시인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음. 시가 있는 산문집인 이 책에 위 시 ‘길’이 나와 있지 않아 아쉬웠지만,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로 시작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 ‘술 한잔’의 시와 이 시와 관련된 일화가 실려 있어 참으로 기뻤음. 내가 2006년 겨울 대관령-선자령-진고개 구간의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남긴 산행에세이 ‘술타령’에서 이 시를 언급한 것은 술 타령이 마냥 못난이 짓만은 아님을 말하고 싶어서였는데 이 시를 자기 인생에 대한 원망과 분노에 의해 쓰게 되었다는 정호승 시인의 실토를 듣고 조금은 놀라웠음. “울지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로 시작되는 시인의 작품 ‘수선화’를 읽는 것만으로도 정호승의 시화집(詩話集)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를 사 읽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임.
*2021. 2. 3일
1348-1349.문명이야기- 그리스 문명(1-2)
*윌 듀런트 저/김운환 · 권영교 역/민음사 간(2018)
*“대서양과 지브롤터 해협을 뒤로 하고 모든 바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에 발을 딛는 순간, 고대 그리스인의 역사무대가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로 시작되는 이 책『문명 이야기-그리스문명』이 “자유와 이성, 아름다움을 흠모하는 이들이라면, 그들은 그리스를 동일한 약점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 시대의 자양분이기도 한 이 서구 문명의 찬란한 아침으로 기억할 것이다.”라고 끝을 맺는 데서 나는 해양문명의 그리스가 오늘의 서구 문명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나 짐작할 수 있었음. 이 두 권의 책 『문명 이야기-그리스문명』에서는 기원전 3500년 크레타의 광대한 에게 제국에서부터 기원전 146년 무자비하게 진군하는 로마군에 짓밟히는 그리스의 마지막 남은 한 조각 자유가 사멸할 때까지를 다루었음. 이 책은 기원전 3500-1000년까지를 에게 해의 서곡으로 크레타 시대, 아가멤논 이전시대와 영웅시대로 나누어 다루었고 그리스의 부상은 기원전1000-480년으로 잡고 있음. 기원전1000-480년대를 그리스의 부상시기로 잡았고, 기원전 480-399년을 황금시대로 명명하고 페리클레스 시대를 상술했음. 기원전 399-322년 시대를 그리스 자유의 쇠퇴와 몰락 시대로 보고 이 시대에 철학이 전성기를 맞았음을 강조했으며, 기원전322-146년의 기간을 헬레니즘의 확산시기로 보아 그리스가 사멸한 후에도 그리스 문명은 지속되었음을 일러주고 있음. 헤롯도테스의 『역사』와 투퀴디데스의 『펠로폰네서스 전쟁사』를 최근에 읽은 것이 이 책을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음.
*2021. 2. 1일
1347.두 개의 별 두 개의 지도
*고미숙 저/북드라망 간(2020)
*저자가 부제를 ‘다산과 연암 라이벌 평전 1탄’으로 명명한 이 책은 거의 동시대에 활동한 연암 박지원(朴趾源, 1737-1805)과 다산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이 서로 어떻게 다른가를 설명하는 책이어서 명리학적 비교처럼 더러 무리한 부분도 보이나 대체로 주제에 천착해 깔끔하게 서술해 쉽게 이해됐음. 이 둘은 왜 만나지 않았을까 하는 질문이 유의미한 것은 ‘치열한 앙가주망의 다산’과 ‘유쾌한 노마드의 연암’이 서로 만나 교류를 했다면 실학이 더 발전했을까 하는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임. 다산의 경세치용과 연암의 이용후생 이 화학적으로 통합되어 실학이 했다면, 그래서 국가가 제대로 통치되고 산업이 발전했다면 조선이 멸망의 길로 들어서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갖고 읽었으나 이 책에서는 그런 답을 구하지는 못했음. ‘물과 불-파동의 입자’, ‘기묘한 트리아드-연암과 다산, 그리고 정조’, ‘문체반정-18세기 지성사의압축파일’, ‘열하일기 vs 목민심서-유쾌한 노마드와 치열한 앙가쥬망’, ‘진검승부-패러독스 vs 파토스’, ‘두 개의 별 두 개9의 지도’ 등 총6장으로 구성되어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두 인물에 대한 애정이 이 책을 결실했다는 생각이 들었음. 저자의 깔끔한 글 솜씨에 감탄하면서 흥미진진하게 읽어 내려갔음.
*2021. 1. 25일
1346.펠로폰네소스전쟁사
*투퀴디데스 저/천병희 역/도서출판 숲(2019)
*이 책의 저자 투퀴디데스(Thoukidides, 기원전460년경-기원전400년경)는 기원전484년에 태어나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와 몇 가지 다른 점을 보여 흥미로움. 그 차이점으로 첫째는 현존하는 산문 작품 중 가장 오래된 그리스의 역사서 『역사』를 통해 그리스와 페르시아 간에 벌어진 두 차례의 걸친 페르시아 전쟁을 상술했는데, 헤로도토스보다 20년가량 늦게 태어난 투퀴디데스는 그리스의 전쟁사 『펠로폰네소스전쟁사』를 저술해 그리스의 도시국가 아테나이와 스파르테가 주축이 되어 교전한 페레폰네소스전쟁을 상술했으며, 둘째는 헤로도토스는 페르시아 전쟁에 초점을 맞추어 방대한 역사서를 저술하면서 지리학과 민속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초기 역사와 다양한 부족과 국가들에 관한 폭 넓은 정보를 제공한데 비해, 투퀴디데스는 펠레폰네소스 전쟁에 초점을 맞추어 깊이 있게 써나갔으며, 셋째는 헤로도토스는 신의 섭리를 믿는 편이며, 일화를 소개할 때 이설도 함께 소개하지만, 투퀴디데스는 거의 언제나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는 것만 선택하여 소개했다는 것 등을 들 수 있음. 이 책의 특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전편을 통해 그리스 정치가들의 명연설을 들을 수 있다는 것으로 민주주의정치에 관한 아테나이 정치인인 페리클레스의 명연설문도 같이 실려 있임. 출판사에서 이 책 부록으로 연설자와 연설주제를 등재쪽수와 함께 목록화한 것은 이 책에서 연설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해 제공하는 부가적 서비스로 매우 유용하게 쓰일 것 같음. 그리스의 수많은 도시국가 중 중심국은 해군이 강한 아테나이와 육군이 강한 스파르테였음. 두 나라는 그리스 전체의 패권국이 되고자 전쟁을 해오다가 BC 445년 30년 평화조약을 맺어 휴전에 들어갔으나, BC 433년 아테나이가 코르키라와 동맹을 맺으면서 휴전협정을 위반했음. 펠레폰네소스 전쟁이란 BC 431년 봄 스파르테의 동맹국인 테베가 아테나이의 동맹국인 플라타이아를 공격함으로써 시작되었고, BC405년 아테나이 해군이 아이고스포타미 해전에서페르시아의 도움을 받은 스파르타 해군에 참패를 당한 후 그 이듬해인 BC404년 아테나이 군이 스파르테 군의 봉쇄를 뚫지 못하고 항복함으로써 종전된 전쟁을 이르는 것임. 투퀴디데스는 30년 평화조약과 펠레폰네소스전쟁 사이에 벌어진 사건 중 기원전440년-439년에 있었던 아테나이와 사모스 전쟁만 언급했다는 것은 이 책을 읽고나서 알았음. 투퀴디데스가 “여기 제시된 증거에 따라 내가 기술한 대로 과거사를 판단하는 사람은 실수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은 저자가 얼마나 사료에 충실해 이 책을 썼는 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음.
*2021. 1. 22일
1336-1345. 현대어본 명주보월빙(1-10권)
*작자 미상/최길용 역주/학고방 간(2014)
*작자가 알려지지 않은 이 소설 「명주보월빙(明珠寶月聘)」(100권)은 중국 송나라를 무대로 하여 윤씨, 하씨, 정씨 등 3대 명문가에 읽힌 일들을 소재로 하고, 권선징악을 주제로 해 이야기를 풀어나간 조선시대 대표적인 가문소설로 총 100권으로 구성된 장편소설임. 이 소설은 「윤하정삼문취록(尹河鄭三門聚錄)」(105권)·「엄씨효문청행록(嚴氏孝門淸行錄)」(35권) 등과 3부 연작을 이루고 있어, 다 합하면 총235권에 달하는 가문소설임. 조선시대의 한글소설 중 단일본으로는 「완월회맹연(玩月會盟宴)」(180권)이 가장 긴 장편소설이나 연작소설을 다 합하면 총235권의 윤하정 가문소설이 최대의 장편소설이 아닐까 함. 우리 고전소설에서 중요한 장르로 분류되는 가문소설은 가문간의 갈등과 가문 내 구성원간의 애정 문제 등을 주제로 한 고전소설을 칭하는 것으로 조선 후기 정조 때를 전후하여 발전한 소설임. 일부 근대적 성격도 보이나, 가문 창달을 목적으로 한 가문소설을 읽다 보면 스토리전개가 작위적이고 정형화되어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지만, 당대 조선의 여인들의 애환과 권문세가들의 암투를 잘 그려냈다는 생각도 들곤 했음. 이 책 『현대어본 명주보월빙』은 100권10책의 필사본인 ‘낙선재본’과 36권36책의 필사본인 ‘박순호본’을 교감하여 내놓은 『교감본 명주보월빙』(전5권, 학고방, 2014)의 ‘낙선재본교감본’을 대본으로 하여 현대어로 옮긴 것으로 하고 『교감본 명주보월빙』보다 훨씬 읽기에 용이하나, 한자로 된 숙어들이 많이 나오고 우리 고유의 고어도 쓰여 정신 차리고 읽어야 뜻풀이가 제대로 될 수 있다는 생각임. 이 책을 읽으면서 애를 먹은 것은 등장인물이 무려 275명이나 되어 이름만으로 역할을 기억해내기가 정말 난해했다는 것임, 친절하게도 역자가 책머리에 주동인물, 반동인물, 배후인물로 삼분하여 자세히 인물됨과 역할을 요약해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면 중도에 읽기를 포기했을 것임. 주목해야 할 것은 1권으로 서문과 일러두기, 주요등장인물소개 등으로 전체의 윤곽을 간략히 소개한 후 본격적인 스토리가 전개됨. 충무공 윤헌이 친구 하진과 정연, 그리고 동생 윤수와 함께 남강에서 뱃놀이를 하던 중 적룡으로부터 명주 4개를 받게 되는데, 이때 하진과 정연도 보월패 한 줄씩을 받아 각각 자녀들의 혼인빙물을 삼아 간직하는 것으로 이 소설의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됨. 이 소설은 위태부인, 유부인, 문양공주, 유교아, 성난화, 목태부인 등의 반동인물들이 요승 신묘랑, 요승 묘화 등의 모사꾼을 동원해 충무공 윤현, 호람후 윤수, 금평후 정연, 정국공 하진, 평진왕 윤광천, 승상 윤희천, 평제왕 정천흥, 진국공 정세홍, 초국공 하원광, 중서사인 하원창, 의열비 윤명아, 숙렬비 정혜주, 숙성비 정아주, 하영주, 윤현아, 임몽옥, 양소저 등의 주동인물들을 함정에 빠뜨리고 박해하나, 주동인물들은 화천대사, 혜원 니고 등의 도움을 받고 충효와 인내로 온갖 역경을 이겨내어 마침내 반동인물들이 회개하고 개과천선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음. 이 소설도록 만들어 사필귀정으로 끝을 맺어 고전소설의 전형적인 패턴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피해가기 어렵다 하겠으나 이 정도의 장편소설을 써낸 작가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 많이 아쉬웠음. 이 소설의 배경이 중국 송나라이면서 등장인물이 모두 조선인의 이름을 갖고 등장하는 것은 조선시대 고전소설의 일반적인 형태로 필화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중국을 소설의 배경으로 삼아서라는 생각임. 소설 『명주보월빙』을 통해 조선사회의 다양한 인물군상을 만나볼 수 있고, 충과 효를 중심으로 한 고전적 가치가 당대 사회에 어떻게 작동되었나를 엿볼 수 있었다는 것도 기록할 만한 것임. 이 책을 보다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현대어본을 역주한 최길용 역자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자 함.
*2021. 1. 18일
1335. 역사
*헤로도토스 저/천병희 역/도서출판숲 간(2017)
*이 책의 저자 해로도토스는 기원전 485년 소아시아의 할리카르낫소스 시에서 태어나 기원전424년에 발간된 것으로 추정되는 명저 『역사』를 저술한 후 얼마 뒤 세상을 떠난 것으로 보이는 서양 최초의 역사가로 이름을 떨친 인물임. 정치가 페리클레스와 비극시인 소포클레스와 친교를 맺은 헤로도토스는 53세에 펠레폰네소스 전쟁이 발발한 것을 보게 됨. 뛰어난 관찰력을 가진 여행가이자 지리학자인 헤로도토스 덕분에 페르시아 전쟁에 보다 가까이 실증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는 생각임. 동양문명과 서양문명의 첫 충돌로 기록된 페르시아 전쟁은 페르시아 제국을 통합한 다리우스왕이 군사력을 강화하여 BC 514년 유럽 침략을 준비해오다가 BC 490년 약 25천명의 페르시아군을 마라톤 평원에 상륙시켜 발발된 전쟁임. 그리스의 아테나이인들은 밀티아데스 등의 활약으로 마라톤 전투에서 페르시아군을 물리쳤으며 480년 다시 한 번 무찔러 페르시아군을 아시아로 철수시키는데 성공했음. 그후 30년간 지속된 페르시아전쟁은 BC 448년경 아테나이와 페르시아 왕 사이에 협정을 맺는 것으로 끝났음. 그리스가 페르시아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그리스의 문화와 정치 체제가 오래 살아 남을 수 있었으며, 페르시아 주변에 있는 그리스 도시국가들을 해방시키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었음.
이 책의 역자 천병희님이 낯설지 않은 것은 그가 번역한 호메로스의 명저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를 재미있게 읽은 바 있어서임. 저자는 이 책의 첫 머리에서 “이 글은 할리카르낫소스 출신 헤로도토스가 제출하는 탐사보고서다. 그 목적은 인간들의 행적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망각되고, 헬라스인들과 비(非) 헬라스인들의 위대하고도 놀라운 업적들이 사라지는 것을 막고, 무엇보다도 헬라스인들과 비 헬라스인들이 서로 전쟁을 하게된 원인을 밝히는데 있다.”라고 밝혔음. 역자는 헤로도토스의 학문적 업적으로 이렇다 할 문헌이 없던 상황에서 여러 도시,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끌어 모은 다양하고 때로는 상반된 구전의 잡동사니들 속에서 페르시아 전쟁사를 지금과 같은 하나의 통일체로 빚어냈다는데 있다“라고 밝힌 것에 대해 장장 1,000쪽에 달하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자 절로 동감하게 되었음. 등장인물이 많고 지명도 대부분 생소해 긴장해서 읽지 않아 읽어나가는데 애를 좀 먹었지만, 필체가 수려해 끝까지 읽을 수 있었음. 시간을 두고 다시 한 번 정독을 해볼 뜻임.
*2021. 1. 15일
1334. 문명이야기-동양문명(1-2)
*윌 듀런트 저/왕수인-한상석 역/민음사 간(2017)
* 대작『문명이야기』는 8년 전 그 첫 권인「동양문명(1-1)」을 읽은 바 있음. 「동양문명(1-1)」은 세계적인 문명사학자인 미국의 윌 듀런트(Will Durant, 1885-1981)가 1927년에서 1975년까지 50여년이 넘은 오랜 연구 끝에 인류문명 1만년의 역사를 모두 11권(한국어판 22권)으로 간추린 기념비적인 대작인『문명이야기』의 첫 권으로 수메르, 이집트, 바빌로니아, 아시리아, 유대, 페르시아 등 근동국가들의 문명이야기가 실려 있었음. 동양문명(1-1)」을 뒤 이은 이 책 「동양문명(1-2)」는 동양문명을 대표하는 인도, 중국, 일본 등 3개국의 문명사를 다루고 있는데 특이한 점은 인도의 문명사를 동양문화의 종주국이라 부를 만한 중국의 문명사보다 훨씬 상세하게 다루었다는 것임. 저자가 한국의 문명사를 일본의 문명사와 관련된 극히 일부의 내용만 소개한 것은 집필 중인 1927-1975년의 기간 중에는 한국의 위상이 형편없이 낮아서가 아닌 가 함. 이 책은 베다시대에서 간디에 이르기까지 인도와 주변국의 역사를 다루었고, 공자부터 장개석에 이르는 중국문명을 약술했으며, 태고부터 오늘까지 일본이 어떻게 문명을 이어왔는가를 밝히고 있어 동양의 문명이 세계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발전해왔는가를 대략적이나마 조감하고 이해하는데 이 책이 크게 도움이 되었음. 저자가 인도의 문명사는 기원전 4천년의 마이소르 신석기문화를 출발점으로 잡았고, 중국의 문명사는 기원전 2852-2205년의 전설적인 통치자들의 군림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았으며, 일본의 문명사는 기원전 660년 경 몽골인의 도래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았기에 인도-중국-일본 순으로 문명사를 기술한 것으로 추정됨.
*2021. 1. 12일
1333. 모비딕
*H. 멜빌 저/이가형 역/동서문화사 간(2019)
*본격적인 장편의 해양소설을 읽어보기는 이 작품이 처음임. 이 작품을 읽어가면서 내가 놀란 것은 현장을 같이 하지 않고는 도저히 그려낼 수 없는 사건의 구체적 묘사와 고래 모비딕과 맞서 싸운 고래잡이꾼들의 빼어난 심리 묘사였음. 장장 700쪽을 넘는 장편소설인데다 내게는 생소한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해양소설(?)이어서 쉽게 접하지 못했는데, 조선시대 표류기인 최부의 『금남표해록』과 장한철의『표해록』을 읽고서 큰 맘 먹고 이번에 사서 읽게 된 것임. 하도 오래 전에 읽어 구체적인 내용이나 서술이 거의 기억나지 않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와 동류의 소설이 아니겠나 하고 읽기 시작한 이 소설이 『노인과 바다』와 다른 점은 이 소설은 고래 모비딕과의 사투를 그린 것이라면 『노인과 바다』는 상어 떼와의 전투였고, 이 소설이 고래잡이 집단을 대상으로 스토리를 풀어간데 반해 『노인과 바다』는 노인의 고독한 사투를 리얼하게 그려낸 것이라 하겠음. 이 작품의 저자 멜빌(Herman Melville, 1819-1891)은 사후에 제대로 작품성을 평가받은 19세기 미국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상징주의문학에 큰 업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음. 이 소설은 악명 높은 고래 모비딕을 잡기 위해 온갖 모험과 위험을 무릅쓰고 사투를 벌이는 피쿼드 호 선장 에이허브와 항해사, 작살잡이 등의 활동을 이스마엘을 등장시켜 이야기해나가는 형식으로 쓰였음. 이 소설은 이 책의 표4에나와 있듯이 “몇 번이나 사투를 벌이며 기회를 잡지만 마치 바당듸 신 같은 모비딕은 그때마다 파쿼드 호에 무시무시한 공격을 가해 피해를 입히며 유유히 빠져나간다. 결국 마지막 싸움에서 피쿼드호는 침몰, 에이허브선장과 선원들이 모두 죽게 된다.”로 마무리되는 데, 이 점 또한 살아 돌아오는 동류의 해양소설과 다른 점이라 하겠음.
*2021. 1. 9일
1332. 리스타트 한국사도감
*유성운 저/이다미디어 간(2020)
*오늘의 역사학계는 1948년의 대한민국 건국을 부정하고 1919년에 세워진 상해임시정부수립을 대한민국의 건국이라고 주장했다가 북한이 동조하지 않자 슬그머니 그 주장을 접은 좌파사학자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내 생각임. 시중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 대부분의 역사서가 사회주의이념에 뿌리를 두고 역사를 왜곡해 집필한 것들이 대부분이어어서 마땅한 역사서를 고르기가 만만찮았는데, 펜앤드마이크에서 이 책의 저자와 좌담하는 방송을 듣고서 주저하지 않고 이 책을 산 것은 저자가 좌파적 역사인식에서 벗어나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이 책을 저술했고, 도표와 그림을 많이 활용한 도감에 가까운 책이어서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겠다 싶어서였음. 2017년부터 중앙일보 지면과 온라인에 연재된 「유성운의 역사정치」를 대폭 보강하고 95점의 그래픽 지도와 도표로 한국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저술된 이 책은 ‘삼국시대의 역사정치’, ‘고려시대의 역사정치’, ‘조선국왕의 역사정치’, ‘조선사람의 역사정치’, ‘임진왜란의 역사정치’, ‘조선사회의 역사정치’ 등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저자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임진왜란을 겪고도 조선이 망하지 않은 것은 ‘재지사족(在地士族)’ 이라 불리는 지역의 유력한 양반들이 의병을 조직해 일본군에 맞서 싸워 전후에 지역에서 누려온 특수한 기득권을 지켜내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는데, 이것은 내가 이제껏 생각지 못한 것으로 추가적인 독서와 자료조사가 필요하겠다 싶음. 흥미로운 것은 조선노비 김감불과 김검동이 은의 야금법인 연은법( 은광석에서 납을 산화시켜 산화납으로 만들어 분리하고 은만 남겨 채취하는 야금법)을 개발한 것과 관련된 일화임. 사치를 즐긴 연산군은 연은분리법을 장려해 은 생산이 순조로웠는데 반정으로 뒤를 이은 중종이 비루한 행위라면서 은광채굴에 철퇴를 가헀고. 일본은 획기적 신기술인 연은분리법을 도입해 일본을 세계 제2의 은 생산국으로 끌어올렸다는 일화를 통해 실질을 숭상하지 않은 조선이 기술을 중시한 일본에 패망한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싶었음.
*2021. 1. 6일
1331.매국노 고종
*박종인 저/와이즈맵 간(2020)
*역사를 바로 알아야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것인데, 요즘은 역사를 왜곡하는 학자들이 너무 많아 역사서를 사서 읽기가 겁이 날 정도임. 특히 민중사관에 입각해 우리나라 근대사를 조명하고 해석하는 일군의 역사학자들은 대한민국을 건국한 자유민주주의세력을 친일파로 몰아가 더욱 그러함. 조선일보의 박종인기자가 저술한 이 책을 읽으면서 매국노는 바로 고종이라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저자의 용기에 놀랐음. 저자가 고종이 매국노라고 단정한 근거로 첫째 외국군대를 끌어들여 백성을 학살했고, 둘째 온갖 세금으로 백성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으며, 셋째 국가 자원을 팔아 자기 금고를 채웠고, 넷째 혁신을 거부하고 개혁세력을 몰살시켰으며, 다섯째 전투 한 번 치르지 않고 나라를 일본에 넘긴 점을 들었는데 나는 전적으로 동의함. 조선의 근대사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비운의 개혁 군주라는 허상에 감춰진 역사의 진실을 찾아내 조선이 일본에 패망한 원인을 바로 진단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라면 불편하더라도 고종이 저지른 잘못된 정치를 직시하고 고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임. 1부 장성, 2부 출항하는 유령선, 3부 조선을 고물로 만들다, 4부 잃어버린 태평성대, 5부 고물을 팔아치우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을 읽다보니 무능하고 부도덕한 인물이 국가를 끌어가도록 방치하는 것도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음.
*2021. 1. 2일
1330. 조선설화
*N. G. 가린-미하일로프시키 저/안상훈 역/한국학술정보 간(2006)
*이 책은 저자 N. G. 가린-미하일로프시키(N. G. Garin - Mixailovskii, 1852-1906)는 러시아지리학회의 재정지원을 받은 탐사단의 일원으로 1898년9월13일부터 10월18일까지 만주, 요동반도, 조선의 북부지방을 탐사했음. 저자는 이 기간 중에 다양한 계층의 조선인들을 만나 조선의 풍속과 설화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며, 경흥지방 통역관 P. N. 김의 도움으로 여러 이야기꾼들로부터 들은 생생한 조선설화를 직접 수집해 1904년 이렇게 책으로 엮어 세상에 선보인 것임. 저자의 여행기 『조선, 만주, 요동반도기행』도 상당부분이 『저것이 백두산이다』라는 이름으로 이미 번역된바 있어 사서 읽은 바 있으며, 설화집도 『백두산민담』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것을 구해 읽은 적이 있음. 이 책이 문학사적으로 의미를 갖는 것은 외국인이 우리 설화를 수집해 내놓았다는 것에 더하여 한국인에 의해 출판된 최초의 설화집인 심의린의 『조선동화대집』(1926년)보다 몇 십 년 먼저 출간되었다는 것임. 미국인 알렌의 『조선민담』(1889), 그리피스의 『오래된 조선동화』(1911)와 더불어 외국인이 저술한 대표적인 설화집인 이 책에 실린 설화는 「토끼」등 64편임. 이 책에 실린 설화의 상당수가 어디서 읽어본 듯하다 싶은 것은 백두산 지역도 조선 땅이어서 남쪽의 설화가 변용된 것이 상당수 있어 그런 것이 아닌 가 함. 수면 아래 잠겨 있는 돌과 수면 위에 솟아 있는 돌이 서로 상대편을 부러워하다가 입지가 바뀌어 한참을 지내다보니 이게 아니다 싶어 옛날로 돌아갔다는 ‘두개의 돌’ 이야기는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인간의 심리를 잘 표현한 설화라 하겠음.
*2021. 1.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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