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0. 한국문단사 1908-1970
*김병익 저/문학과 지성사 간(2014)
*국문학을 공부하면서 그동안 국문학사에 관한 저서는 많이 통독했지만, 문학사가 아닌 문단사를 표방한 저서는 이 책이 처음임. 문단사는 문학사의 부분을 이루는 부분집합이지 결코 문학사를 가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문단사를 다룬 책을 따로 읽지는 않았음. 작가와 작품 및 독자를 모두 다루어야하는 문학사에서 작가의 선발과 유지를 본질로 하는 문단을 배제하고 문학사를 다룰 수는 없어 문학사를 공부하면서 문단에 관한 것도 소략하나마 같이 공부해와 한국문단에 관한 기초적인 것은 같이 배웠다는 생각임. 저자는 ‘문단사’를 ‘문학사’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면서 그 이유로 “문단사는 문학사가 존재하기 위한 공간적 · 시대적 무대이지 그 자체가 문학의 역사일 수 없다” 라는 점을 들었는 데 나도 생각을 같이 하고 있음. 이 책은 ‘싹트는 신문학 운동’, ‘열기로 다지는 저항문단’, ‘그늘 속에 난숙하는 현대문학’, ‘시련과 격동의 소용돌이’, ‘열린 시대의 문학을 향해’ 등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책 끝머리에 첨부된 「한국문단사 연표」는 앞으로도 많이 참고하게 될 것 같음. 이 책을 읽고 안타깝다 한 것은 해방 후 국토의 분단이 한국문단의 분단을 초래한 것인데, 해방된지 80년이 지난 지금도 문학의 분단은 남북한의 분단뿐만 아니라 남한 안에서도 좌파와 우파로 작가들이 갈라졌다 싶은 것임.
*2023. 12. 28일
1619. 현재를 보는 역사, 조선과 명청
*기시모토 미오 · 미야지마히로시 저/김한영 · 문순실 역/너머북스 간(2014)
*한국과 중국의 전통이 형성된 시기가 조선과 명 · 청 시대였음을 알게 해준 이 책의 강점은 일본의 기시미토 모오와 미야지마 히로시가 저술한 역사서로 일국사를 넘어선 동아시아의 역사를 읽을 수 있다는데 있다 하겠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시대는 14세기에서 19세기 초반까지로, 이 시대에 동아시아는 오늘날과 연결되는 ‘나라’의 통합이 형성되고 재편되는 시기로, ‘일국사를 넘어선’ 시점을 필요로 하는 중요한 시기였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음. 저자들이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을 저술했다는 것은 이 책의 목차를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음. 이 책은 ‘동아시아세계의 지각변동’, ‘명제국의 확대’, ‘양반의 세기-16세기 조선’, ‘후기 명제국의 빛과 그림자’, ‘화이변태’, ‘조선전통상회의 성립’, ‘청왕조의 변화’, ‘새로운 도전자들-왕조 말기의 조선’, ‘성세에서 위기로’, ‘사람과 사회-비교전통 사회론’ 등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제3장 ‘양반의 세기-16세기 조선’을 읽으면서 감탄한 것은 일본인 저자가 유희춘(柳希春, 1513-1577)의 『미암일기(眉巖日記)』를 꼼꼼히 분석해 조선의 양반사회를 잘 그려냈다는 것임. 『미암일기』는 현존하는 사료가 적은 16세기 조선의 사호상황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매우 중요한 사료로, 나 역시 조선 시대 사대부들의 유산(遊山) 활동을 알아보고자 『미암일기』를 구독했는데, 저자처럼 깊이 분석하지 못했음. 이 책을 읽고 새삼 알게된 하나는 18세기 구미-청 간의 교역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임. 즉 간선교역은 구미에서 은이 청으로 대량 유입될 정도로 청 상품의 수출이 수입을 초과했지만, 지방무역에서는 그 반대로 청의 수입이 수출을 초과했다고 함.
*2023. 12. 24일
1618. 북새기략(北塞記略) · 북관기사(北關記事) · 북여요선(北與要選)
*홍양호 저/손성필 역(북새기략), 홍의영 저/오세옥 역(북관기사), 이범윤·김노규 저/이정욱 역 /한국고전번역원 간(2018)
*조선 후기에 들어 북방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1712년 백두산의 분수령에 조 · 청 정계비를 세운 이후부터라 할 수 있음. 백두산 정계에 따라 조선은 백두산 일대와 폐사군 지역을 확고히 영유할 수 있었고, 청의 재침에 대한 우려도 불식됨에 따라 북방의 옛 영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당연하다 하겠음. 이러한 관심은 단순히 함경북도에 국한되지 않고 백두산일대와 만주지역을 포함한 옛 강토까지 확장되었고, 그런 관심과 노력의 결실이 바로 북관의 관리들이 저술한 『북새기략(北塞記略)』 , 『북관기사(北關記事)』 과 『북여요선(北與要選)』 이라 할 수 있음. 경흥부사를 역임한 홍양호가 저술하고 손자 홍경모가 편찬한 『북새기략(北塞記略)』 은 북방지역에 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공주풍토기’, ‘북관고적기’, ‘교시잡록’, ‘강외기문’, ‘백두산고’, ‘해로고’, ‘영로고’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백두산의 역사와 지리를 상술한 ‘백두산고’를 정독했음. 함경도북병영의 북평사로 부임한 홍의영이 찬술하여 순조임금께 진달한 『북관기사(北關記事)』 는 북관지역에 관한 여러 종류의 정보와 의견을 기록한 것으로, ‘왕업이 흥기한 사적’, ‘산천과 도리’, ‘풍토와 민속’, ‘관방사의’, ‘무산사의’, ‘개시사의’, ‘행영사의’, ‘북평사사의’, ‘전부사의’, ‘군정사의’, ‘조적사의’, ‘해호 및 진상에 대한 사의’ 등 12편으로 구성되어 있음. 북간도시찰사 이범윤이 펹비하고 현지 유생 김노규가 보완하여 1904년에 간행된 『북여요선(北與要選)』 은 북간도 지역이 조선의 영토임을 입증하고자 지은 것으로 상하권 2권으로 되어 있음. 상권에는 ‘백두산의 옛 사적에 관란 고찰’, ‘백두산 옛 강역에 대한 고찰’, ‘<백두산도>에 대한 고찰’, ‘백두산정계비 내용에 관한 고찰’ 등이 실려 있고, 하권에는 ‘강역의 경계를 탐사한 공문에 대한 고찰’, ‘강역의 경계를 감정한 공문에 대한 고찰’, ‘강역의 경계를 살핀 공문에 대한 고찰’, ‘강역의 경계를 조사한 공문에 대한 고찰’ 등이 실려 있음. 『북여요선(北與要選)』을 통해 김응룡이 백두산 권역탐사에서 조사내용을 알게된 것이 이 책을 읽은 가장 큰 기쁨이라 하겠음.
*12월15일
1613-1617. 물로 씌어진 이름
*복거일 저/조이스 진 그림/백년동안 간(2023)
*선생의 등단작품인 소설 『비명(碑銘)을 찾아서』은 이미 읽은 바 있어 이 소설 또한 작품의 내용이나 형식면에서 여타 소설과 상이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리도 철저히 다르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음. 내용면에서 허구의 있음직한 이야기가 아니고 이미 있었던 역사이야기로 구성되었다는 것과, 형식면에서 소설의 필수적 요소라 할 만한 플롯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라 하겠음. 이는 작가가 이 작품의 주인공인 이 나라 건국대통령인 이승만의 생애나 사상을 드러내는 것보다 그런 생애와 사상을 있게 한 시대적 배경을 중시한 결과가 아닌가 싶음. 총2,500쪽이 넘는 장편의 이 작품을 읽고 끝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은 이 작품에서 다룬 이승만의 생애는 1875년에 태어나서 1945년 해방을 맞기까지로, 그 이후 벌어진 대한민국의 건국과 6.25전쟁, 그리고 4.19혁명과 망명 등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기 때문임. 이 책은 제1권의 ‘워싱턴의 일요일’, ‘펄 하버’, ‘선전포고’, ‘『일본 내막기』’, ‘국무부의 복병’ 등 5장과, 제2권의 ‘재미한인의 국적’, ‘한인자유대회’, ‘둘리틀 습격’, ‘미드웨이’, ‘조국을 향한 단파방송’, ‘과덜커낼’, ‘워싱턴의 벚나무’, ‘비바람속의 중경임시정부’, ‘애실런드 한국승인대회’, ‘노르망디’ 등 10장, 제3권의 ‘사이판’, ‘국치일 행사’, ‘레이티’, ‘활기를 되찾은 중경임시정부’ 등 4장, 제4권의 ‘아우슈비츠’, ‘얄타(上)’ 등 2장, 그리고 제5권의 ‘얄타(下)’, ‘음모론’, ‘베를린’, ‘히로시마’, ‘도쿄’,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 등 6장 등 전5권26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작가는 작품명 『물로 씌어진 이름』을 “사람들의 나쁜 형태들은 청동에 새겨져 남는다. 그들의 덕행들을 우리는 물로 쓴다”라는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글에서 따왔다고 밝혔는데,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역설적으로 이승만의 덕행을 물이 아닌 청동에 새겨야 한다고 생각했음.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미국의 메카시 상원의원이 미국의 사회분위기를 친 러시아 또는 친공적에서 상당부분 반공으로 돌려놓아 6.25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의 트루만 대통령이 한국파병을 빨리 결정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대한민국의 공산주의국가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냈다는 것임. 이러한 숨은 이야기가 허구가 아니고 사실이라 믿는데 크게 기여한 것은 이 소설이 소설의 형식을 빌리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함. 암과 맞서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이런 대작을 완성한 작가의 투혼에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빨리 쾌차해 이 책의 남은 부분도 완성해줄 것을 독자로 간절히 바라는 바임.
*2023. 12. 7일
1612. 위험한 일본책
*박훈 저/어크로스 간(2023)
*서울대학교에서 동양사학을 전공하고 석사과정을 마친 후 도쿄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해 서울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의 경력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시류에 편승하여 반일몰이를 하는 많은 지식인들과는 다른 일본관을 갖고 있으리라는 것임. 나의 이런 기대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 책에서 “우리는 일본 비판을 통해 한 차원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야한다. 민족주의가 아니라 자유와 민주, 법치와 인권, 평화와 복지의 세상을 여는 담론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럴 때 일본도, 세계인들도 우리를 존중할 것이며, 한국인들도 그를 통해 한 차원 높은 단계로 고양될 것이다.”라는 내용의 포롤로그를 읽고서 확실히 알았음. 출판사에서 정했다고는 하나 『위험한 일본책』이라는 책 제목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마치 일본의 혐한세력들이 갖고 있는 대 한국인관을 소개하는 책이 아닌가 하고 오해했는데, 이런 오해는 프롤로그를 읽고 해소되었음. 이 책은 1부 「가까운 나라, 판이한 문화 - 한일역사의 갈림길」라는 제목 하에 ‘한국과 일본, 비슷한 듯 다른 듯’, ‘메이지 일본을 강하게 만든 힘’, ‘임기응변과 면종복배의 나라’ 등 3개의 장, 2부 「무시와 두려움 사이- 한국과 일본 상호인식의 덫」이라는 제목 아래 ‘조선이 망한 것은 반일감정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한국이 일본 밑에서 있어야 한다는 묘한 심리’ 등 2개의 장, 마지막 3부 「콤플렉스를 넘어서 미래로- 일본을 다루는 법」이라는 제목 하에 ‘천황의 국민, 공화국의 시민’, ‘민족주의 바깥을 상상하다’ 라는 2개의 장 등 3부7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내가 찬표를 던진 유일한 좌파(?) 대통령인 김대중대통령이1998년 일본 국회에서 행한 “이렇게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라는 연설문의 일부를 이 책에서 인용하는 것으로써 이글을 맺고자 함.
*2023. 11. 27일
1611. 근대 한 · 중 · 일 관계사
*김기혁 저/연세대학교출판부 간(2007)
*한 회사를 경영하는 것도 쉽지 않아 회사의 도산을 막지 못한 내가 구한말 고종과 집권세력들이 국정을 잘못 이끌어 조선이 패망했다고 비난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자성도 해보았음. 19세기 후반 들어 조선과 청과의 관계가 조공관계에서 조약관계로 바뀌었을 만큼 국제정세는 급격히 변화되었고, 특히 한 · 중 · 일 관계가 복잡해졌는데, 조선의 국왕과 집권세력이 과연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비했는가를 살펴보면 볼수록 가슴이 답답해졌음. 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조선이 조선의 운명을 결정한 것은 아니고, 중국과 일본, 러시아와 영국 등이 조선의 운명을 결정했다는 것임. 이는 조선의 국왕과 척족들이 무능하고 부패해 근대화 추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임. 이 책은 ‘19세기 중엽의 동아시아 국제정세’, ‘강화도조약의 역사적 배경과 국제적 환경’, ‘근대 초the 기에 있어서 한 · 중 · 일 관계의 전개’, ‘이홍장과 청일 전쟁’, ‘나의 책을 말한다’, 'Korean's Entry into the Modern International Community: The Establishment of New Foreign Relations ' 등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이 책의 마지막 장인 영문논문 「Korean's Entry into the Modern International Community: The Establishment of New Foreign Relations 」은 그 분량이 120쪽으로 적은 편이 이번에 일독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논문이 다루는 내용들을 상당부분 이미 일고 있어 가능했음.
*2023. 11. 24일
1610. 근대 한중관계사의 재조명
*권혁수 저/혜안 간(2007)
*이 책의 저자는 중국 길림성에서 태어나고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한중관계사 연구의 전문가임. 저자는 “역사연구는 결과적으로 事後 제갈량이 내놓은 死後 약방문에 불과하여 현실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확실한 예언을 제시할 수 없다”고 했음. 내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인류역사의 연속성 때문에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해석 작업이 소중함을 강조한 저자의 역사관에 동의하는 것은 한반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대중관계를 올바르게 설정하려면 조공국가로서의 한중관계사와 근대의 조약국가로서의 한중관계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음. 이 책에는 ‘1866년 병인양요에 대한 중국정부의 대응’, ‘1871년 신미양요와 중국 청 정부의 대응 연구’, ‘한중관계의 근대적 전환과정에서 나타난 비밀외교채널’, ‘김옥균 암살사건과 청정부의 관계에 대하여’, ‘김옥균과 중국-대중국인식을 중심으로’, ‘근대조선의 아시아 협력 구상에 관한 역사적 고찰’, ‘『오청경헌책론』을 통해본 19세기말 조선왕조의 대중국 청정부의 대조선 간섭정책’, ‘장서각 소장문서를 통해본 19세기 말 조선왕조의 대중국 외교’, ‘양절체제와 19세기말 조선왕조의 대중국외교’, ‘러일전쟁과 중한관계의 변천’, ‘한중상호 이해의 어제와 오늘’, ‘ 근대이래 중한 양국의 상호인식’, ‘중국학계의 근대 중한관계사 연구현황에 대하여’, ‘중국학자가 살펴본 조선왕조 대중국인식의 변화과정“ 등 14편의 논문이 실려 있는데, 내가 주목해서 읽은 것은 ‘김옥균 암살사건과 청정부의 관계에 대하여’와 ‘김옥균과 중국-대중국인식을 중심으로’이었음. 갑신정변에서 실패하고 일본으로 망명한 김옥균이 중국과 일본 등 이웃나라의 연대를 통해 구미열강의 침략을 막고 아시아의 부흥을 도모해야 한다며 삼화주의를 역설한 것은 이 책을 읽고 알았음.
*2023. 11. 23일
1609. 소쉬르와 언어과학
*프랑수아즈 가데 저/김용숙 · 임정혜 역/동문선(2001)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를 처음 알게 된 것은 10여 년 전 방송대 국어국문과에서 언어학을 공부하면서임. ‘랑그’와 ‘파롤’,그리고 ‘시니피앙’과 ‘시니피에’를 잘 구별하지 못해 애를 먹었는데, 시니피앙의 기표와 시니피에의 기의를 혼동하는 것은 지금도 다르지 않음. 소쉬르는 언어학과 구조주의의 기원에 관한 한 20세기 사상계에서 필수적인 인물임에 틀림없음. 요즘도 언어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빠지지 않고 읽은 『일반언어학 강의』는 소쉬르가 직접 저술한 것이 아니고 소쉬르로부터 강의를 들은 제자들이 강의내용을 기록한 노트를 중심으로 저술한 것으로 알고 있음. 따라서 『일반언어학 강의』의 토대가 되었던 자료들에 대한 작위성 짙은 선별적 연구들이 출간 이후, 오늘날 위 책을 읽는 것은 그 탄생과정에 대한 숙고 없이는 불가능해 보이므로, 원전들과 비교 검토하면서 읽어야 한다고 이 책의 저자는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임. ‘다양한 얼굴의 스승’, ‘『일반언어학 강의』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기호’, ‘체계’, ‘대상’, ‘구성원리’, ‘시니피앙의 작용’ 등 7개 장(章)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랑그, 파롤, 시니피앙, 시니피에 등의 개념을 파악하고자 힘썼으나, 상호간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읽어보아야 할 것 같음. 이 책에서 언어학자들이 소쉬르의 지지파와 반대파로 갈린다는 것을 처음 읽었으며, 미국의 언어학자 춈스키도 지지파라고 이 책은 적고 있음. 이 책의 저자는 소쉬르는 인간이 언어를 지배할 수 없으며, 랑가쥬에 대한 연구를 경험적인 사실들에서 이끌어내는데 기여했다고 말했음.
*2023. 11. 22일
1608. 러시아의 동북아진출과 한반도 정책(1860-1905)
*송금영 저/국학자료원 간(2018)
*러시아와 조선이 처음 교우한 사건은 1654년 1차 나선정벌이었으나 당시 러시아는 청의 요청으로 참전한 조선군의 존재를 몰랐었음. 러시아가 청과 베이징조약을 체결하고 우수리강에서 두만강 하구 20리에 이르는 연해주 땅을 병합함으로써. 세종 이래 조선의 고유 영토였던 녹둔도가 러시아에 귀속된 것은 1860년의 일임. 이 책은 러시아가 청과 베이징조약을 체결한 1860년부터 1860년부터 러일전쟁에서 일본에게 패한 1905년까지 러시아의 한반도정책을 다룬 연구서임. 러시아가 동북아 및 한반도 문제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연해주 확보로 조선과 국경을 맞대기 시작한 이후임. 19세기말 러시아의 동북아정책은 현상유지정책(1860-1894)과 개입정책(1895-1904)로 대별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임. 러시아가 동북아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한 것은 시베리아 횡단철도건설과 더불어 이어서임. 이후 조선에 대한 영향력을 꾸준히 증대해온 러시아가 그 영향력을 상실한 것은 러일전쟁에서 일본에 패했기 때문임. 이 책은 ‘러시아의 극동진출과 청, 일, 조선의 삼국접촉’, ‘조 · 러 외교관계 수립괴 조선 현상 유지문제’, ‘영국의 거문도 점령과 조선 현상 유지 문제’, ‘조 · 러 육로통상장정과 조 · 러 관계발전’, ‘러시아의 시베리아 철도건설과 동북아 개입’, ‘아관파천과 러시아의 조선개입’, ‘러시아의 만주진출과 러 · 일간의 조선독립보장’, ‘러시아의 만주점령과 조선 중립화 문제’, ‘러시아의 강경노선과 만주 및 북한 강화정책’, ‘러 · 일 전쟁과 한반도 전쟁’, ‘ 20세기 초 러시아의 동북아 팽창실패와 21세기 새로운 진출모색’ 등 총 11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이 책을 통해 러시아가 19세기 말 백두산을 등반하게 된 배경과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음.
*2023. 11. 4일
1607. 1880년대 조선-청 국경회담 관련 자료 선역
*김형종 편역/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이 책은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서 발간한 17번 째 한국학자료총서임. 이 책이 소개하는 자료는 1880년대 조선과 청 사이에서 두만강 및 그 북쪽 건너편의 이른바 북간도라고 불리는 지역을 둘러싸고 벌어진 국경 · 영토분쟁에 관한 사료임. 다시 말해 이 책은 1885년(고종22년, 광서11년, 을유)년의 제1차 공동감계와 1887년(고종24년, 광서13, 정해)의 제2차 공동감계, 그리고 이를 전후하여 국경회담이 이루어지는 배경이 되거나 실제적인 감계회담의 진행과정과 관련된 중요한 기록들을 한데 모아 소개하고 있음. 이 책이 빛나는 것은 연도순으로 정리하고 배열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나처럼 한문에 능하지 않는 연구자들도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우리말로 번역되었다는 것임. 이 책은 원문과 번역문을 함께 싣고 있어 그 분량이 무려 1,165쪽에 달함. 이 책은 1887년 청나라로부터 공동감계 재실행을 요청받은 조선이 토문강과 두만강은 다르며, 토문강(송화강 또는 분계강)이 경계가 된다는 기존 입장을 포기하면서 도문(토문)과 두만을 같은 강의 다른 이름으로 인정했다고 적고 있음. 도문강(두만강)의 발원지를 조사하기 위하여 2차 공동감계를 실시했음. 조선의 이중하는 토문강이 아닌 두만강을 두 나라의 경계로 인정하되 두만강의 상류가운데 가장 북쪽에 있는 홍토산수를 국경의 경계로 삼아야한다고 주장했고, 중국측은 홍단수보다 북쪽에 있는 석을수를 경계로 삼아야한다고 주장해, 끝내 회담이 결렬되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알았음. 논문작성에 참고하고자 한글로 번역된 이 책을 구해 일독했는데, 몇 번을 더 읽어야 감계회담의 주요 흐름과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음.
*2023. 11. 2일
1605-1606. 국역 한국지-본문 및 부록 · 색인
*제정 러시아 경제성사무국 저/정신문화연구원 역/정신문화연구원 간(1984)
*제정 러시아가 구한말 한반도에 대한 세력확장의 정책 자료로 연구하여 1900년에 발행한 『KOPEИ』를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번역해 내놓은 이 책 『국역 한국지』를 읽고 극동아시아에 자리한 약소국 조선에 대해 이 정도로 상세한 연구서를 출간한 제정 러시아의 근대국가로서의 국력을 가늠할 수 있었음. 1884년 한러통상조약이 체결되어 양국간에 공식적인 외교관계가 수립됨에 따라 러시아가 힘을 기울인 한국의 정치, 경제, 역사 연구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전후해 더욱 고조되었음. 1960년 소련과학아카데미에서 재판을 낼 정도로 가치 높은 『KOPEИ』의 번역 원본은 산끄뜨 뻬떼르브르그(S-Peterberg)의 1900년판으로 총1,256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저서로 알려졌음. 총3부로 구성된 이책은 1부와 2부에서 구한말 정치, 경제, 문화, 군사, 지리와 산업 등 각 분야에 관한 연구결과를 다루었고, 3부는 별책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번역서 『國譯 韓國誌』는 718쪽의 본문 1권과 256쪽의 부록 및 46쪽의 색인 1권 등 총 1,020쪽의 2권으로 되어 있음. 유승국 원장이 간행사에서 언급했듯이 이 책이 충격을 주는 것은 러시아 내의 모든 한국학 관계 학자들에게 한국에 관한 자료조사와 탐사연구가 너무나 광범위하고 철저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임. 이 책 『國譯 韓國誌』의 본문은 ‘한국사’, ‘한국의 지리’, ‘한국의 지질’, ‘한국의 기후, 식물, 동물’, ‘한국의 도와 도시’, ‘한국의 도로와 교통도시’, ‘한국의 주민’, ‘한국의 종교’, ‘한국의 언어, 문학 및 교육’, ‘한국의 산업’, ‘한국의 상업’, ‘국가제도, 행정 및 사법’, ‘한국의 군대’, ‘한국의 재정’ 등 총 14장의 연구결과를 담고 있으며, 부록과 색인의 별책은 ‘1897년 인구조사결과’와 ‘한국의 산’ 등 12개의 자료가 표로 작성되어 있음.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895년 백두산을 등반한 러시아의 장교 스트렐비츠키에 관한 자료를 구하는 것이었는데 산행기 자체는 아니지만 여러 관련 글들이 있어 학위논문 작성에 많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됨.
*2023. 10. 18일
1604. 좌파문화권력 3인방
*조우석 저/백년동안 간(2019)
*좌파 정당이 집권한 시기에 좌파의 문화권력을 비판하는 이런 책을 저술한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자 함.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여기저기서 반공포스터와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을 정도로 우파 예술가들이 우리 문화계를 주도했는데, 1980년대에 들어서 민중예술이 자리 잡기 시작하고 1990년대 들어 주사파들이 문화계를 평정해가면서 이 나라에는 좌파색이 짙은 소설이나 영화가 우리 문화계를 잠식해갔다는 것이 내 판단임. 저자가 선정한 좌파문화권력 3인방은 백낙청, 리영희와 조정래인데 나 또한 같은 생각임. 내가 기억하기로는 백낙청은 1960년대에 소설 『시장과 전장』을 놓고 이 소설의 저자 박경리 선생과 일전을 벌였는데, 그 때의 논쟁은 좌우시비가 아닌 비평의 태도, 즉 무성의한 비평에 대한 작가의 반론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음. 계간지 『창작과 비평』으로 참여문학을 꽃피운 백낙청은 2000년대에 접어들어 좌파의 정신적 지주로 문화계를 지배해왔다면, 리영희는 동시대의 정치사상에 영향을 크게 준 인물이라 하겠음. 펜으로 좌파문단의 진지를 확고히 구축한 인물을 들라면 『태백산맥』을 지은 조정래가 아닌 가 함. 한 때 빼어난 묘사와 필치에 빠져들어 조정래의 대하소설을 빼놓지 않고 다 사서 읽었는데 어느 한 방송의 심야토론에서 일제 때 친일한 조선인들을 그 숫자가 당시 인구의 10%가 되더라도 다 처단해야 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 역사적 과오라는 그의 말을 듣고 그는 결코 휴머니스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더 이상 그의 작품을 읽지 않았음. 위 3인의 가장 큰 과오는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인 대한민국을 증오하게 만들고 공산주의국가인 북한을 받아들이게 만든 것이 아닌 가 함. ‘새로운 우상의 시대’의 머리말로 시작되는 이 책은 ‘백낙청, 좌ㅣ파의 숨은 신’, ‘리영희, 종북지식인 제1호’, ‘조정래, 남로당에 사로잡힌 영혼’, ‘문화전쟁’ 그리고 ‘대한민국 몰락과 그 부활 사이’의 맺음말로 구성된 이 책은 학술서나 논문같이 논리의 치밀성을 충분히 확보했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왕년의 기자 시각으로 차분하게 사실에 입각해 저술한 저술로 평가받을 만함.
*2023. 10. 16일
1603. 한국을 둘러 싼 제국주의 열강의 각축
*최문형 저/지식산업사 간(2001)
*유럽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의 이스라엘 전쟁을 보고 위기감이 엄습하는 것은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긴장도 이에 못지않아서임. 지난 5년 좌파정권은 친중/종북 정책을 구사하느라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가 소원했는데, 작년 우파 정권이 들어섬으로써 우리나라가 좌경화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두려움을 덜 수 있어 크게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음. 우리나라가 공산화되지 않고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살아남은 것은 이승만 대통령의 대한민국 건국과 대한민국 수호에 앞장 선 국민들, 그리고 한미동맹덕분이라는 것이 내 생각임. 우리나라의 안보가 외교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100년 전 조선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일본에 병합되었는가를 살펴보면 바로 알 수 있는 것임. 당대의 제국주의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국제정황에 어두워 조선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끝내 패망했음을 바로 알고 있다면 세계사적 관점에서 100년 전 우리 역사를 성찰하는 것은 필요하고도 바람직한 일이라 하겠음. 이런 관점에서 구한말 조선을 둘러 싼 열강들의 각축을 상세히 다른 이 책은 독자들에 많은 점을 가르쳐 주고 있음. 서론 ‘영 · 러 대결과 한반도’의 서론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동아시아를 둘러싼 영 · 러의 대립과 그 여파’, ‘구미열강과의 수교와 한국’, ‘한반도에서 영 · 러의 대립과 그 여파’, ‘청 · 일개전과 구미열강’, ‘청 · 일 강화와 구미 열강’, ‘3국 간섭과 구미열강’, ‘ 민비 시혜와 구미열강’, ‘아관파천과 러 · 일의 상호관계’, ‘러시아의 여순 · 대련 점령과 열강의 대응’, ‘미 · 영의 대응지원과 한국’, 그리고 맺음말 ‘세계사적 관점에서의 문제 제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첫째로 우리의 개국은 일본의 포함외교에 굴복한 결과이며, 둘째 미국의 위시한 구미 열강과의 수호조약의 규범은 영국과의 한영신조약이라는 것, 셋째 한러수호조약은 러시아를 동아시아의 수렁에 빠트리려한 독일 비스마르크의 대아시아 정책이 주효한 결과이며, 넷째 갑신정변을 주도한 개화파의 사상과 의지는 높이 평가할 만 하지만, 그 후 청이 한국을 병합하려고 시도할 정도로 결과가 비참했으며, 다섯째 청과 일본의 조선 파병의 근거가 되는 천진조약은 일본 외교의 승리가 아니고 대한종주권을 강화하게 된 청의 승리였고, 여섯째 거문도 사건은 천진조약과 함께 청의 대한종주권을 강화시켜주었으며, 일곱 째 조선왕조 붕괴의 결정적 계기는 러 · 일 전쟁이 아니고 청 · 일 전쟁이라는 것, 여덟째, 민비의 인아정책 도입은 평가할 만하나 일본의 실력을 얕잡아보고 거일정책을 병행한 것은 전략적 실수였다는 것, 아홉째 러시아가 재정고문을 소환하고 한러은행을 폐쇄한 것은 독립협회 등의 조선인의 거센 저항 때문이 아니고 대일정책을 고려한 러시아의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며, 열째 한국은 독립굮이라는 말은 열강에 따라, 또 시기에 따라 그 뜻이 완연히 다르다는 것을 상론해 기존의 국사교과서와 궤를 달리 하고 있음.
*2023. 10. 15일
1602. 변안열(邊安烈) 평전
*이성무 저/글항아리 간
*고려 말 이방원의 ‘하여가(何如歌)’에 답해 노래한 시가로 ‘단심가(丹心歌)’는 널리 알려졌지만 ‘불굴가(不屈歌)’ 는 존재 자체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음. 이는 ‘단심가(丹心歌)’는 고려말의 충신인 포은 정몽주의 작품이지만, ‘불굴가(不屈歌)’는 이름이 거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대은 변안열이 지은 시가라서 그런 것이 아닌 가 함. 대은(大隱)과 불굴당(不屈堂)을 호로 갖고 있는 변안열(邊安烈, 1334-1390)은 본관이 원주로 원나라 심양의 사제에서 태어나 고려의 한양에서 향년57세에 생을 마친 고려의 무신임. 심양에서 공민왕을 수행해 귀국한 변안열은 원나라에 있을 때는 공민왕과 같이 친원정책을 폈으나, 고려로 돌아와서는 공민왕을 따라 친명정책을 펴 기황후의 일가 등의 친원파 제거에 앞장섰음. 최영, 이성계 등과 같이 홍건적 및 왜구와의 전투에서 큰 공을 세운 변안열은 사전개혁에 반대하면서 이성계와 대립하기 시작했음. 위화동에서 회군해 실권을 잡게 된 이성계 일파는 사전개혁을 단행하고 우왕과 창왕을 귀양 보내 죽인 후 반대파를 숙청했는데, 변안열은 이때 이색, 우현보와 함께 숙청되었다가 한양에서 죽임을 당했음. 정몽주와 함께 이성계의 조선건국에 반대해 고려를 끝까지 지키려다 죽임을 당한 변안열은 고려의 무신을 대표하는 충신으로, 문신을 대표하는 충신 정몽주와 비견할 만한 인물이라고 저자는 찬하고 있음. 변안열이 『고려사』 의 「간신열전」에 실린 것은 이성계의 조선건국에 반대해서인데, 그렇다면 「반역열전」에 실려야 마땅했다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지론으로, 나 역시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같은 생각을 갖게 되었음. 조선조 태종 때 신원된 정몽주와 달리 간신으로 기록되어 조선조 내내 신원을 받지 못한 변안열을 제대로 평가해 명예를 회복해줄 뜻으로 지어진 이 책은 ‘시대배경’, ‘선계’, ‘변안열의 생애’, ‘변안열의 후예들’, ‘대은 변안열에 대한 평가’ 등 5개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1231년 시작된 몽골의 침입은 1257년 고려가 항복하기까지 총6차례 있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음.
*2023. 10. 7일
1601. 청과 조선- 근세 동아시아의 상호인식
*최소자 저/혜안 간(2005)
*여진족이 건국한 청과 조선의 실질적인 관계는 그전 명과 조선의 관계와 같지 않았음을 인정하는 것이 이 책을 제대로 읽는 전제가 아닐까 함. 이는 청조의 중국지배를 설명하는데 만한통치(滿漢統治)의 구조나 한족의 도움 없이는 중국을 통치할 수 없다는 논리를 고집한다면, 여진족(만주)에 의한 중국지배를 전제로 하는 청조를 인정할 수 없어, 현재 중국의 거대한 판도나 범위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임. 여진족이 직접통치한 본토 및 만주 등지와 간접통치하는 번부의 몽고, 신강, 티베트 등지 등과 그 밖의 외국과의 관계가 다르게 형성되었음. 외번의 한 나라인 조선은 때에 따라 청의 번속, 속국의 범위에 속했지만 중요한 의미를 지닌 예속적 위치는 아니었으나 청으로서는 선조의 땅인 만주와 접해 있는 조선과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하는 했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임. 이 책은 「18세기 전후 조선과 청」, 「문화 속의 상호인식」 등 2부로 구성되었으며, 저자는 제1부 「18세기 전후 조선과 청」 에서 ‘강희 시기(1662-1722): 청조관계의 확립’, ‘옹정 시기(1723-1735): 청조 관계의 안정’, ‘건륭 시기(1736-1795: 청조관계의 완성’, ‘조선의 대청관계’ 등을 다루었고, 제2부 「문화 속의 상호인식」 에서는 ‘근세 중국문헌의 조선인식’, ‘조선후기 진보적 지식인들의 중국방문과 교유’, ‘건륭 말 동서양 지식인의 중국인식 비교’ 등을 다루었음. 청과의 교류는 주로 연행과 국경지대 몇 곳의 개장으로 이루어졌으며,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주목해야하는 것은 이 작품이 수많은 연행록을 대표할 수 있어서라는 생각임. 청의 대 조선관계는 강희제에 이르러 앞서 확립된 대조선관계를 이행해가면서 나선정벌에 조선을 활용하고 백두산 정계비를 건립해 영국의 국경을 정했으며, 옹정제 때는 강희제의 대조선정책을 게승하여 안정화시켰고, 건륭제 때는 표민문제와 범월문제로 조선과 작은 갈등을 겪었으나 선례에 따라 처리할 만한 정도여서 크게 문제될 만한 현안은 없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임.
*2023. 10. 5일
600.백두산 변경사의 삶과 인식
*윤휘탁 외 6인 공저/역사로 간(2022)
*<국립한경대 백두산연구센터>에서 발간한 본서는 역사학, 지리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각에서 백두산 및 그 수계 변경사회의 삶과 인식을 다룬 연구서임. 본서에는 박정민의 「고려말-조선 초 압록강 중 · 상류 영토의 재검토」, 김준영의 「청대 만주 사회의 형성과 정체성」, 문상명의 「조선의 고지도에 나타난 백두산 인식」, 오병한의 「러일전쟁 이후 일본의 압록강변경도시의 조성과 통치」, 배성준의 「1910-20년대 조선총독부의 압록강-두만강 지역조사와 경계인식」, 최현식의 「일제가 노래한 압록강과 백두산의 여러 모습」, 윤휘탁의 「조선과 만주국 변경사회의 교류와 통제」, 「중국의 동해진출 노력과 두만강」, 「북한과 중국의 북경관리 실태」 등 총 9편의 연구논문이 실려 있음. 박정민은 「고려말-조선 초 압록강 중 · 상류 영토의 재검토」 에서 조선왕조가 압록강 유역에 왜 4군을 설치했고 두만강의 6진과 달리 왜 폐지했는지를 살펴보았으며, 김준영은 「청대 만주 사회의 형성과 정체성」에서 만주사회의 다종적구성과 다원적 정체성 문제를 다루었음. 문상명의 「조선의 고지도에 나타난 백두산 인식」을 읽고서 백두산이 그려진 <천하도.에 주목하여 <천하도>에 담긴 백두산을 통해 <천하도의 제작 목적과 의미를 다시 새길 수 있었음. 오병한은 「러일전쟁 이후 일본의 압록강변경도시의 조성과 통치」에서 러일전쟁 이후부터 1910년대까지 일본이 조성한 안동의 신시가지 조성과 통치실태를 다루었으며, 배성준의 「1910-20년대 조선총독부의 압록강-두만강 지역조사와 경계인식」을 읽고 1910-20년대 조선총독부의 압록강-두만강 지역조사와 경계인식을 알 수 있었고, 최현식의 「일제가 노래한 압록강과 백두산의 여러 모습」는 일본정신의 심화 및 영토확장에 관련된 제국의 심상 지리를 내면화하기 위한 파시즘의 예술화가 깊이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주었음. 윤휘탁은 「조선과 만주국 변경사회의 교류와 통제」에서 조선과 만주국의 경게를 이룬 압록강-백두산-두만강 변경사회의 교류와 삶, 그리고 변경사회에 대한식민당국의 통제와 단속 등을 다루었으며, 「중국의 동해진출과 두만강」에서는 길림성 동부 변강의 역사적 변천과 췽, 중국의 두만강 출해권 상실 및 회복에 관한 중국의 입장 및 인식을 고찰했고, 「북한과 중국의 북경관리 실태」 에서는 중국건국초기인 1950-60년대를 중심으로 북 · 중 간 국경의 확정관리 이용 및 통제에 따른 협조실태를 다루었음. 본서를 읽고서 1712년 백두산정계비 건립으로 시작된 한중국경문제의 공론화와 실태연구는 앞으로도 게속되어야 할 과제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음.
*2023. 10. 3일
1599. 세계사와 포개 읽는 한국 100년 동안의 역사 7-조선왕비 시해되다
*김용삼 저/백년동안 간(2023)
*우리나라는 대륙세력인 중국과 해양세력인 일본 사이에 끼어있어 지정학적으로 많이 불리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제껏 지정학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어 그런 이야기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왔음. 저자가 루돌프 셀런(Rudolf Kjellen)이 창시한 “지리적 조직 또는 공간적 현상으로 간주되는 국가를 연구하는 닥트린”라는 지정학의 정의를 이 책의 맨 앞에 놓은 것은 한반도에서 명멸했던 나라들마다 겪었던 불행이 강력한 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지정학적 위치가 주 요인이었음을 일깨워주기 위해서가 아닌가함. 『은자의 나라』 의 저자인 그리피스(Griffis)가 조선을 “중국과 일본이라는 맷돌 사이에 갈린 곡식가루”라고 표현한 것도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운명적인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임. ‘세계사와 포개 읽는 한국 100년 동안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간행된 7번 째 역사서인 이 책은 1894년의 갑오개혁으로 시작해 1896년 고종임금의 아관파천까지 다루고 있음. 1894년의 갑오개혁, 1895년의 조선왕비 시해사건인 을미사변, 1896년의 아관파천에 이르기까지 조선의 국왕과 집권세력은 과연 무엇을 하고 어떻게 대처했는가를 이 책을 읽고 자세히 알게 되었음. 이 책을 읽고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청일전쟁은 영-러의 그레이트게임이라는 대전략 하에서 치러진 전쟁이라는 것임. 영국은 청나라가 한반도에 부동항을 마련하려는 러시아의 남진을 막아낼 능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하고 그 임무를 일본에 맡기기로 결정했으며, 그 결과 청일전쟁을 통해 조선을 청나라에서 분리한 다음 일본 관리하에 두어 러시아가 한반도를 차지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임. 조선은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의 간섭을 약화시킬 뜻에서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했고, 일본은 이를 저지하고자 친러정책을 주도하는 조선의 왕비를 시해했으며, 이에 신변의 위협을 느낀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으로 파천하기에 이르렀던 것임.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는 130여 년 전과 다르지 않은데 지금 우리나라 국력이 세계 10위안에 들게 된 것은 지정학적 위치가 국가의 쇠망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인 것은 틀림없지만 결정적 요인은 아님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임.
*2023. 10월1일
1598. 백두산답사와 한중국경사
*이화자 저/혜안 간(2019)
*조선후기 백두산등반에 관한 연구 차 저자의 저술 『한중국경사 연구』를 한 번 읽은 바 있는데, 저자는 이 책을 통해 19세기 조선에서 만연했던 두만강과 토문강이 다른 강이라는 학설을 전면으로 부정하고 두 강은 같은 강임을 명쾌하게 논증한 바 있음. 『한중국경사 연구』에 이은 연구서인 『백두산답사와 한중국경사』는 한중일 삼국의 1차자료에 근거하여 한국·중국간의 국경선형성과 변화고정을 체계적으로 서술함과 동시에 한중 국경사 연구의 의문점과 난점에 대해 깊이 탐구한 결과를 실고 있음. 저자는 단순히 문헌연구에 그치지 않고 실지답사를 병행했음. 저자는 천지 동남쪽 4Km에 있는 정계비 터와 흑석구를 답사하여 동남안에 있는 토퇴 및 석퇴 유적을 확인하고 도화선 도로 양쪽에 있는 토퇴군을 새로 발견하기도 했음.나도 1998년과 2003년에 백두산을 다녀온 바 있는데, 학술답사가 아니고 관광과 등산에 목적을 둔 것이어서 저자의 학술답사에는 많이 못 미친다는 생각임. 1998년 첫 번 째 백두산탐방은 중국령의 천문봉을 올라 천지를 조망한 것이 전부였고, 두 번째 백두산탐방에는 중국령의 서파능선을 종주한 후 천지에 내려가 직접 손을 담근 일도 있었지만, 학술탐방은 아니었음. 이 책을 읽고서 나도 기회가 닿는다면 제대로 된 학술답사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일었음.
*2023. 9. 25일
1591-1597. 국역 연행록선집 V-XI
*國譯燕行錄V : 庚子燕行雜識(이의현 저, 이민수 역), 燕行紀(서호수 저, 남만성 역)
*國譯燕行錄VI: 燕行記事(이압 저, 이식 역), 燕行錄(김정중 저, 정연탁 역)
*國譯燕行錄VII: 戊午燕行錄(서유문 저, 김동욱 교주), 燕臺再遊錄( 유득공 저, 신호열 역)
*國譯燕行錄VIII: 薊山紀程( 저자 미상, 차주환, 김동주, 장순범, 김주희, 이정섭 공역)
*國譯燕行錄IX: 心田稿(박사호 저, 김종오 역), 赴燕日記(저자 미상, 김성환 역)
*國譯燕行錄X: 燕轅直旨1-4권( 김경선 저, 김주희, 김도련, 이이화, 이정섭 역)
*國譯燕行錄XI: 燕轅直旨5-6권(김경선 저, 김동주, 장순범, 정광호 역),
夢經堂日史(서경순 저, 권태익 역)
*(주)민문고 간(1989)
*『국역연행록 선집V-XI』은 조선후기 조선의 사절단이 청을 예방하고 남긴 연행록을 번역한 것으로, 이들 연행록선집에는 1720년(숙종46)의 연행록인 이의현의 「庚子燕行雜識」를 비롯해 1832년-1833년의 연행록인 김경선의 「燕轅直旨」 등 총11권의 연행록을 번역한 것이 수록되어 있음. V권의 「庚子燕行雜識」는 1720년 동지사 겸 정조성절진하로 연경에 다녀온 후 남긴 연행록이고, 「燕行紀」 는 1790년(정조14) 건륭황제의 만수절에 사은부사로 청에 다녀온 서호수의 사행기록임. VI권의 「燕行記事」 는 1777년(정조1) 정조가 홍인한과 정후겸을 사사한 사유를 청에 보고해 인증을 얻고자 연행사로 다녀온 부사 이압의 연행록이며, 「燕行錄」 은 1791년(정조15) 정사 김이소 등이 연공과 진하의 목적으로 연경으로 사행했을 때 수행한 벼슬 없는 선비인 김정중이 남긴 연행록임. VII권의 「戊午燕行錄」 은 1798년(정조22) 삼절연공겸사은사에 서장관으로 동행한 서유문의 연행록으로 국문으로 씌어진 연행록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며, 「燕臺再遊錄」 는 1801년(순조1) 정조의 승하에 조의를 표하고자 서울에 사절단을 파견한 청에 감사하고자 조선 조정이 파견한 사은사의 정사인 조상진, 부사 신헌, 서장관 신현 등과 함께 연경을 다녀온 실학자 유득공의 연행록으로 연경에 간 목적은 주자서의 좋은 판본을 얻기 위해서였다고 함. VIII권의 「薊山紀程」은 1803년(순조3) 정사 민태혁, 부사 권선, 서장관 서장보 등을 수행해 연경을 다녀온 이름 없는 선비의 연행기로 견문과 감회를 적은 한시를 일기체로 편차한 것이 특징임. IX권의 「心田稿」 는 1828년(순조28) 사은 겸 동지정사 홍기섭의 막비로 연경에 다녀온 박시호의 연행록이며, 「赴燕日記」는 1828년(순조28) 진하 겸 사은사행의 비장으로 수행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유림의 연행록임. X권의 「燕轅直旨」는 1832년-1834년 사이에 동지사 겸 사은사인 서경보의 서장관으로 청에 다녀온 김경선의 사행기록임. XI권의 「夢經堂日史」는 1855년(철종6) 연행사신의 종사관으로 수행했던 서경순의 사적인 연행록임.
*2023. 9. 20일
1590. 소금
*박범신 저/한겨레출판 간(2013)
*소설 『은교』의 작가인 박범신선생의 작품 중에 소설 『소금』 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지난 1월31일 금강을 따라 걷는 길에 ‘강경산소금문학관’을 먼발치에서 사진을 찍고 나서였음. 시간이 없어 들르지 못한 ‘강경산소금문학관’의 강경산은 충남논산군강경읍에 자리한 옥녀봉의 다른 이름이고, 소금은 박범신선생의 소설이름이라는 것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알았음. 얼마 전 한 대학동문이 박범신 선생의 소설 『소금』이 읽을 만하다며 일독을 권해,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읽기를 참 잘 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음. 이 소설에서 구사된 어휘가 구수하고 감칠맛이 나는 것은 작가가 나보다 두 살 위인 1946년 생으로 한 시대를 같이 살아왔기 때문이 아닌가함. 구도가 탄탄하고 어휘가 풍부한 것은 이 작품이 문단 데뷔 40년 되는 해(2013년)에 펴낸 40번째 소설일 만큼 작가의 삶과 글쓰기 모두 농숙할 대로 농숙해서가 아닌가함. 내 나이에 인생 맛이 달고 시고 쓰고 짜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는 데도 “짠 맛-가출, 신맛-첫 사랑, 단맛-신세계, 쓴 맛- 인생‘ 이라는 소제목을 달고 열심히 일깨우는 작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자 하는 것은 이렇게 해서라도 내 인생을 반추해보고 싶어서임. 이 소설 덕분에 모처럼 아날로그 작가의 아날로그 소설을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끼며 열독하는 기쁨을 맛보았음.
*2023. 8. 23일
1589. 산문기행
*심경호 저/민음사 간(2022)
*이 책은 내가 이미 읽은 바 있는 『산문기행 : 조선의 선비, 산길을 가다』 의 증보판임. 2007년에 출간된 『산문기행 : 조선의 선비, 산길을 가다』 에 실린 글에 이이의 「유청학산기」 , 김창흡의 「평강산수기」, 허목의 「소요산기」, 「천관산기」, 심광세의 「유변산록」, 김하천의 「유금오산록」, 성대중의 「유내연산기」, 신광하의 「유백두학산기」, 이형상의 「남환박물」 , 허균의 「동정부」, 이시선의 「유산걸언」 등 11편이 추가된 이 책은 1부 중부의 산, 2부 남부의 산, 3부 남부의 산, 4부 민족의 성산, 5부 유산의 방식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근세이전의 독서층은 등산을 군자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과정으로 여겼다는 것으로 공자가 논어에서 ‘智者樂水, 仁者樂山’을 피력한 것이 그 예라 하겠음. 선인들은 산놀이에서 일어나는 감흥과 생각을 시와 산문으로 적었고, 그 시문들을 유산록 또는 산수유기로 엮었는데, 저자가 대표적인 65편을 선정해 중요한 부분을 번역해 선보이고 저자 나름의 특유한 필치로 해설과 해석을 덧붙여 출간한 것이 이 책임. 허균의 「유원주법천사기」을 읽고 새롭게 만난 인물은 법천사 아래 거처한 태재 유방선 선생으로, 권남, 한명회, 서거정, 이승소, 성간 등이 선생에게서 학업을 익히고 문장을 배웠다고 함. 백두산을 오르고 시문만 남긴 것으로만 알았던 신광하가 「유백두산기」라는 유산기를 접한 것은 이 책에서 처음임. 경성판관으로 부임한 장조카 신우상의 도움을 받아 1783년에 백두산을 오른 신광하의 시문을 두고 정약용은 백두산을 닮았다고 평했음.
*2023. 8. 6일
1588. 생각, 붙들다
*이항래 저/좋은 땅 간(2023)
*저자와는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고교 3년을 서울의 경동고교에서 같이 보낸 고교동창임. 이미 『은유로 말하다』, 『의미를 담다』, 『길가에서 생각을 얻다』 등 3편의 에세이집을 저술한 바 있어서인지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관조와 성찰 노력을 느낄 수 있었음. ‘물길’이라는 소제목의 글에서 “과학에선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은 중력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물이 흘러가는 것을 보고 중력을 떠올리는 사람은 없다. 낮출 줄 알기 때문에 흘러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과학의 이치보다 삶의 이치가 먼저이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의 글에 강줄기를 따라 걷고 있는 나로서는 공감하는 바가 컸음.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물 흐름과 같은 자연스러움이 아닌 가 함. “시간은 진행이면서 순환인 것이다. 그때 순환은 자연현상인 것이고 진행은 역사인 것이다. 시간을 순환이라고 할 때에는 시간이 지나는 것을 세월이라 부르고 진행이라 할 때는 시간이 지나는 것을 역사라고 부른다.” 라는 저자의 글을 읽고 물 또한 진행하면서 순환해 물 흐름과 시간의 흐름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음. 좋은 책을 지은 저자와 이 책을 사서 보내준 다른 동창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함.
*2023. 8. 5일
1587. 자본주의와 자유(Capitalism and Freedom)
*밀턴 프리드먼 저/심준보· 변동열 역/처어람 미디어 간(2022)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원전 『Capitalism and Freedom』이 1962년에 출간된 책이라는 것을 몰랐으며, 또 원전이 저자의 기념비적인 저작이라는 것도 몰랐음. 경제적 자유가 넓은 의미로 이해되는 자유의 한 구성요소로서 그 자체가 하나의 목적이 된다는 점, 경제적 자유가 정치적 · 시민적 자유의 필요적 조건이라는 점을 논증하고, 자유주의 관점에서 자유사회에서 정부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할지 살핀 후, 이를 토대로 통화정책, 국제무역, 재정정책, 교육, 차별, 독점, 면허제도, 소득분배, 사회복지, 빈곤퇴치 등에 관해 현실을 검증하여 대안을 제시한 시대가 1960년대라는 데 내가 놀란 것은 2020년대 한국의 좌파 정부가 주도한 소득주도성장정책이 저자가 60년 전에 진단한대로 실패로 귀결된 것을 확인했기 때문임. 역자들이 ‘옮긴이의 글’에서 “지금 와서보면 주류의 집산주의적 경향에 저항하여 경제적 자유를 옹호하고 정부기능 축소를 주장한 것이 그리 대단한 일처럼 보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이 책이 출간될 당시에는 통념을 거부하고 자유시장경제의 가치를 높이 든 것은 어지간한 용기가 없었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극찬한 것이 지나치지 않다는 것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992년 소련이 붕괴한 것으로 알 수 있었음. 이 책은 ‘경제적 자유와 정치적 자유의 관계’, ‘자유사회에서 정부의 역할’, ‘화폐의 통제’, ‘국제금융 및 무역제도’, ‘재정정책’, ‘교육에서의 정부역할’, ‘자본주의와 차별’, ‘독점 및 기업과 노동자의 사회적 책임’, ‘면허제도’, ‘소득분배’, ‘사회복지정책’, ‘빈곤의 완화’, ‘결론’ 등 총13개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이 책을 읽고 자유인에 대한 개념이 명료해졌는데, “자유인은 국가가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것이고, 자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묻지 않을 것이다. 그 보다는 각자가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저마다 목표와 목적을 이루며 무엇보다도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나와 이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임.
*2023. 8. 4일
1586. 사회헌정론(The Constitution of Liberty)
* 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 저/최지희 역(2023)
*이 책의 저자인 하이에크는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정치학자로 사회주의와 정부의 개입주의를 비판하는 오스트리아학파의 대표적인 학자로 널리 알려진 인물임. 사회주의는 종국에 노예로 가는 길임을 설파한 저자의 명저 『노예의 길』을 한 번 읽은 바 있어 이 책도 크게 힘들이지 않고 흥미롭게 읽었음. 문명의 성장과 발달과정에서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자유가 무엇이며 왜 소중한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는 이 책의 저자 하이에크는 “한 사람이 분석을 한 발짝 진전시키면 그의 성과물 덕분에 이후의 수고들이 절약될 것이다. 이것이 내가 바라는 것이다. 아마 더 적임자가 나타난 나의 기여가 들어간 건물의 다음 벽돌을 쌓을 것이다.”라고 적었는데, 요즘 내가 논문을 작성하면서 느끼는 것 또한 언제고 내 논문이 벽돌 1개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임. 저자가 과거의 진리가 계속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다음 세대의 언어와 개념으로 다시 이야기되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자유를 키워드로 이런 방대한 저서를 저술할 수 있었을 것임. 이 책은 ‘자유의 가치’, ‘자유와 법’, ‘복지국가에서의 자유’ 등 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작 주의 깊게 읽은 것은 본론의 3부가 아니고 후기의 ‘나는 왜 보수주의자가 아닌가’ 하는 것임. 저자는 “보수주의는 엄밀하게 말해서 급격한 변화에 반대하는 타당하고, 아마도 필연적이며, 확실히 광범위하게 퍼진 태도를 말한다.”면서 “보수주의와 진보주의간의 줄다리기는 전개의 방향이 아니라 속도에만 영향을 줄 뿐”이라고 했음. 또 “무엇보다 자유주의자들이 물어야 할 것은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멀리 움직여야 하는 지가 아니라 어디로 가야하는 가?”라고 저자의 지적에 보수주의자와 자유주의자의 근본적인 차이를 알 수 있을 것 같았음.
*2023. 8. 3일
1585. 백두산문명과 한민족의 형성
*정경희 저/만권당 간(2020)
*제목만 보고 이 책이 계연수의 저서 『환단고기』와 비슷한 역사서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과연 읽어야 하나 주저했었음. 이 책의 저자가 정통과정을 거쳐 역사를 연구해왔고, 이 책이 롯데학술총서의 첫 권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안심하고 읽어 내려갔음. 이 책을 읽고서 백두산 서편 옛 제단에서 시작하는 맥족사 연구를 통해, 동북아상고문화의 기원과 계승, 한민족의 태동을 확인할 수 있어 가슴이 뛰었음. 허성관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우리 고유의 사유체계인 선도(仙道) 사상의 내용과 연원을 밝히고 이 사상이 어떻게 건국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 재세이화(在世理化)로 귀결되는지 풀어냈으며”, 또 이 책이 “우리 역사의 지평을 단군조선 이전으로까지 확장했다”고 평한 것은 참으로 적절하다는 생각임. 이제껏 나는 우리나라 상고문화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어 단군조선 이전에 배달국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으며, 상고문화 연구의 3계통론이 존재한다는 것은 더더구나 몰랐음. 기자조선을 중시해온 중원문화계통론은 사대주의 사관이며, 일제 때 일본인 학자들이 주장해온 한국청동문화의 시베리아 기원설에 근거한 시베리아문화계통론은 식민사관에 가까운데 반해, 1990년대 이후의 고유문화계통론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할 학문의 방향이라는 것도 이 책을 읽고 비로소 알았음. 이 책은 ‘중국요하문명론이 장백산문화론으로 확대되다’, ‘통화 만발발자제천유적에서 맥족의 선도제천문화를 보다 1’, ‘통화 만발발자제천유적에서 맥족의 선도제천문화를 보다 2’, ‘백두산 서편제천 유적이 요서·한반도에 나타나다 - 환호를 두른 구릉성 제천유적’, ‘요동 백두산 서편 선도제천문화가 요서로 전파되다: 홍산문화 ‘3층-원·방-환호’ 형 적석단총제의 등장배경’, ‘요동~요서 제천 유적에서 맥족(예맥족)의 이동 흐름을 읽다’, ‘동아시아 제천유적에 삼원오행적 세계관과 선도수행적의미가 깃들다’, ‘배달국 초 백두산 천평문화가 시작되고 한민족(‘예맥족, 새밝족, 맥족)이 형성되다’ 등 총8부로 구성되어 있음. 부기하고자 하는 것은 배달국에 관한 것으로, 이 책은 “곧 배달국 개창 초인 서기전 4000년~서기전3500년 무렵 배달국 최고의 소도제천지인 백두산 신시, 또 도읍 비서갑 신주가 자리한 백두산서평일대 천평지역에서 기존에 없던 적석단총제인 원/방결합형 단총, 곧 3층원단(총), 빵대, 전방후원형 적석단초이 등장했다”고 적고 있음.
*2023. 8. 2일
1584.그리스와 제주, 비극의 역사와 그 후
*허호준 저/선인 간(2023)
*‘그리스 내전과 제주 4·3 그리고 미국’이라는 부제를 달은 이 책은 제주 4·3의 전말을 밝히기 위해 저술된 역저임. 이제껏 제주 4·3 사태를 풍문으로만 들어온 내게는 제주 4·3의 전모를 파악하는데 매우 유용한 도서이다 싶어 고가의 이 책을 주저하지 않고 사서 보았음. 저자가 좌편향적인 신문의 기자라서 얼마간 읽기를 주저하다가 선입견 때문에 필요한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이 올바른 독서가 아니다 싶어 600쪽이 넘는 이 책을 한 번 통독했음. 이 책을 통해 제주 4.3의 배경과 전개 및 영향 등을 살펴볼 수 있었으며, 내가 몰랐던 사실들도 많이 알게 되어, 저자에 감사하고자 함. 이 책을 읽고서 저자에 묻고 싶었던 것은 그리스의 내전을 제주 4·3을 바로 비교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임. 저자는 미국의 무리한 반공정책이 그리스의 내전과 제주의 4.3을 야기한 것으로 판단한 것 같은데, 내가 이런 접근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양 진영의 대결이 그리스는 전국적인 것이었으나, 제주도는 미군정이 통치하는 남한의 5% 내외에 지나지 않는 지역적인 문제였다는 것임. 그리스는 좌우 어느 한 쪽의 지배가 실현되지 않은 상태에서 좌우대결이 죽기 살기로 진행된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남한 땅 전부가 미군정이 통치하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임. 다시 말해 좌우의 싸움이 그리스는 전국적인 내전에 해당되었지만, 제주 4.3은 지역적인 소요였다는 것임. 그리스의 경우 내전의 진행경과에 따라 좌우 어는 한 쪽이 집권할 것인가가 결정되지만, 제주도의 경우 이미 친공세력인 소련이 북한을 실효적으로 점령했고, 반공세력인 미군정이 남한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중 제주도에서 소요가 일어난 것이어서 이의 진압은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선택이 아니고 어떻게 후유증을 최소화하면서 진압할 것인가의 문제여서 서로 성격이 다르다는 것임. 따라서 제주 4.3의 진압은 미국의 반공정책과 무관하게 행해져야 했으며 행해진 것임. 다만 그 방법이 잔혹해 무고한 양민의 희생이 컸다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임. 이 책은 ‘그리스와 제주도는 왜 비극의 근현대사를 품었나’, ‘그리스 내전’, ‘제주 4.3’, ‘그리스 내전과 제주 4.3의 비교’, ‘그리스 내전에서 제주 4.3을 보다’ 등 총5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2023. 8. 1일
1583. 삼봉집
*화악 지탁 저/김재희 역/동국대학교출판부 간(2012)
*이 책 『三峯集』의 저자 화악 지탁(華嶽 知濯, 1750-1839) 은 일찍이 금강산과 보개산에 머물렀고 『수엄능경』을 만번 읽어 근진(根塵)에서 벗어난 승려임. 동어 이상황 및 풍고 김조순 등과 방외의 벗이기도 했던 지탁 스님은 1839년 금강산 장안사 지장암에서 입적했음. 『三峯集』은 지탁이 찬술한 문(一) 3편, 시58편, 문(이) 35편에 타인이 쓴 서문, 영찬, 법상찬, 행장, 발문, 그리고 부록 5편으로 구성되었음. 내가 이 책을 구해 읽게 된 것은 「백두산기」를 읽고자 함이었는데 내용이 너무 소략해 실망감이 들기도 했음. 백두산에 대한 기(記)는 두 곳에 산재해 있어 한 곳에 기(記)를 모아놓은 사대부들의 문집과 대비되었음. 백두산에 대한 기(記)는
동국대학교출판부의 삼봉집에 따르면, “후치령을 넘었다.”로 시작되었음. 걸어서 응덕령에 이른 다음 종포에 도착했음. 백두산에 대한 기(記)는 「백두산기」라는 제목으로 이어졌음. 갑산을 출발하여 백두산으로 향하다 운총봉에 이르러 금지구역이라며 장교가 출입을 막아 백두산을 오르지 못했음. 눈앞에 우뚝 서있는 백두산을 보고 놀라며 기뻐한 지탁은 허항령을 넘어 혜산보에서 멈추었음. 4월9일 갑산천봉사에서 돌아와 후치령을 넘어 25일에 함흥에 이르러 벽허장로를 만나는 것으로 백두산 여정이 끝났음. 이도현이 지은 행장에 따르면 지탁은 강화학파 이충익의 문하에서 유학한 인물임. 이충익은 유학 이외에도 노장과 불교에도 해박했다고 함. 이 책을 읽으면서 사대부의 문집에 실린 작품을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지탁의 스승이 유학자여서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음.
*2023. 7. 28일
1582. 100년 후
*조지 프리드먼 저/손민중 역/김영사 간(2022)
*이 책의 저자 조지 프리드먼은 21세기의 노스트라다무스라고 불릴 만큼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노련한 국제정세분석가이자 미래예측가로 『미국비밀전쟁』 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지은 저술가이기도 함. 지정학적 상황을 바탕으로 21세기를 감지하고자 한 저자는 두 기지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았는데, 하나는 저항의 주체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의 반응이라 했음. 저자는 21세기를 저항이 밀물처럼 달려와 20세기처럼 단기적으로 판도가 뒤바뀌는 시대로 보고, 저항의 주체는 이슬람, 러시아, 터키나 일본 같은 새로운 강대국의 연합, 그리고 멕시코 등이 될 것으로 전망했음. 또 국제체제에서 미국의 위치가 21세기 핵심적 사안이 되고 다른 나라는 미국의 부상으로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고 미국은 몰락의 길을 걷기는커녕 이제 막 비상을 했다는 가ᅟᅥᆺ이 저자의 소견임. 저자는 지구온난화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것을 잊지 않았으니, 인구폭발의 종말이 수요확대를 축소시킨다는 것과 탄화수소의 발견과 사용에 드는 비용이 증가하면서 그 대안에 대한 갈증이 심화된다는 것임. 저자는 태양에너지를 명백한 대안이라 확언했는데, 나는 대안은 태양에너지가 아니고 원자력발전이라고 확신하고 있음. 이 책은 ‘미국시대의 여명기’, ‘대 지진, 지하드 전쟁’, ‘인구, 컴퓨터, 문화전쟁’, ‘새로운 단층선’, ‘2020년 종이호랑이 중국’, ‘2020년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러시아’, ‘황금시대 이후 절정의 위기’, ‘신세계의 등장’, ‘2040년대 전쟁의 서곡’, ‘전쟁준비’, ‘세계전쟁 시나리오’, ‘2060년대 10년의 황금기’, ‘2080년 주사위는 던져졌다’ 등 총 13개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저자는 한국은 2030년이 되기 훨씬 전에 통일이 될 것이며, 미국은 한국을 일본울 견제하기위한 평행추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했음.
*2023. 7. 27일
1581. 카탈로니아 찬가
*조지 오웰 저/정영목 역/민음사 간(20222)
*카탈로니아(Catalonia)는 스페인 북동부에 있는 지방으로 피레네 산맥과 지중해에 면하여 있는 과수농업지대임. 카탈루나(Cataluna)의 영어 이름으로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의 소설 이름이기도 함. ‘동물농장’과 ‘1984년’ 등 저자의 명작을 이미 읽은 바 있어 이 소설을 편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음. 소설 『카탈로니아 찬가』는 “피카소의 『게르니카』에 영감을 주었던 스페인 내전과 아나키즘 역사상 유일한 실험무대였던 1936년의 카탈로니아에 대한 생생한 기록으로, 또한 정의와 평등을 위해 투쟁하는 양심의 기록이며 혁명의 약속과 권력의 배반, 그로부터 비롯된 좌절과 환멸을 그린 작품”이기도 함. 유럽의 지식인들이 자원해 참전한 스페인 내전을 그린 소설은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 다수 작품이 있고 회화에서도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있음. 1936년 프랑코가 이끄는 스페인의 군부가 쿠테타를 일으켜 시작된 스패인 내전은 같은 파시즘 정권인 독일과 이태리가 군부를 지원하고 소련은 공화파를 지원했으나 영국과 불란서는 중립을 지켜 파시즘과 공산주의의 대결로 진행되다가 1939년 3월28일 프랑코 군이 수도 마드리드에 입성함으로써 파시스트의 승리로 끝난 전쟁임. 소설 『카탈로니아』를 읽으면서 옳다고 믿어온 이념을 지키기 위해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전쟁에 자원참여를 한다는 것이 쉽게 상상되지 않는데 스페인 내전은 숱한 지식인 자원병을 전장으로 이끌어 냈다는 데 스페인 내전의 독특함이 있다는 생각임. 혁명의 약속과 권력의 배반으로 회의에 빠진 작가는 공화파의 분열로 통일노동자가 목숨 걸고 탈출한 소설 속의 주인공 ‘나’는 인간을 압제하는 모든 형태를 타파하고 정의롭지 못한 사회의 희생양을 구하고자하는 실천적 저항을 몸소 실천해온 조지 오웰이 아닌가 싶어 이 작품은 조지오웰의 자전적 소설이라 칭하고자 함.
*2023. 7. 26일
1580. 백두산 두만강 압록강 -지형, 지층, 토양에 관한 연구
*유충걸 저/백산출판사 간(2016)
*중국인인 저자는 연변대 교수로 중국장백산연구회이사이자 길림성인민대표를 역임해 백두산에 대해서는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됨. 중국에서 불함산, 도태산, 태백산이라 불린 백두산이 장백산이라 불리기 시작한 것은 970여 년 전부터라고 함. 한민족의 발상지로 성산으로 숭앙되어 온 백두산은 1950년대 이전까지는 일반인들이 전혀 갈 수 없었다고 이 책은 적고 있는데, 확인이 필요한 사항임. 백두산의 모든 것을 거의 다 다루고 있는 이 책은 ‘백두산지역 신생대화산활동과 지질층서’, ‘홀라서 백두산화산활동 시기에 관한 연구’, ‘백두산 화산구에서 분출한 부석의 분포특징과 형성시기’, ‘백두산 자연경관대’, ‘백두산 제4기 빙하에 관한 연구’, ‘백두산 화산주체의 형서원인 및 형태학적 지형분류와 지형발육사’, ‘백두산 화산추체 내의 수문’, ‘백두산북쪽 비탈의 지형과 지형발육사’, ‘백두산의 기후’, ‘백두산의 식물’, ‘백두산 북사면의 토양유형’, ‘백두산북쪽비탈 소택의 발생학적 분류와 분포’, ‘백두산 화산활동이 자연경관애 준 영향’, ‘백두산 화산활동이 양강도 자연지리요소에 준 영향’, ‘백두산지구 자연보호구의 현황 및 문제점’, ‘백두산지구의 국경선’, ‘백두산지구의 지명유래’, ‘두만강 유역의 자연요소,’ ‘두만강 하도 및 수문특징’, ‘두만강 물자원’, ‘두만강 중하류지역 토양생태계통의 악성순환 및 이를 다스리는 도경’, ‘압록강 유역의 자연요소와 수계수문의 특징’, ‘백두산 야외실습기’, ‘백두산관광지에 이정비와 설명판을 세울 데 관한 건의’ 등 총25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조선의 성지인 백두산은 청나라 만족의 발상지로, 강희제는 백두산을 민족의 발상지로 삼고 봉금을 실행했으며 몽골인과 한졲은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청나라 관리만 들어가서 진주를 채집하고 인삼을 캐며 사냥을 하게 했음.
*2023. 7. 25일
1579. 보이스
*콜라핀토 저/고현석 역/매일경제신문사 간(2022)
*내 목소리를 미성이라고 생각해온 내가 요즈음 노래 부를 때 애를 먹는 것은 역류성식도염으로 성대가 제 구실을 다 못해 고음을 낼 수 없어서임. 최근 내가 소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성대의 노화로 좋아했던 요델 송을 전혀 부를 수 없게 되고나서 부터임. 큰 공연 후 후두염으로 고생한 세계적인 롤링 스톤(Rolling Stone)의 리드 보컬이었던 저자가 회복이 되고 나서도 바짝 마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찢어지는 듯한 거친 목소리로 바뀌어 종국에는 롤링스톤을 그만두게 된 사연을 읽고 나자 나이가 더 들기 전에 현재의 목소리나마 유지하려면 관리를 해나겠다고 마음을 먹었음. 나처럼 나이 들어 원래의 미성을 잃어버린 사람이 나만이 아니기에 저자의 이런 저서가 독자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음. 이 책은 들어가는 말과 결론에 더하여 8개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베이비 토크’, ‘기원’, ‘감정’, ‘언어’, ‘섹스와 젠더’, ‘사회에서의 목소리’, ‘리더십과 설득의 목소리’, ‘백조의 노래’ 등이 바로 그것임. 사람의 목소에도 생명주기가 있는 바, 태어나서 목소리가 첫 변화를 겪는 것은 사춘기 때로 이는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해서임. 그 후 40-50년 안정적으로 유지된 목소리가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어 목소리가 노화되어 남녀 간의 격차가 많이 줄어듦. 음주, 역류성 식도염, 코가 내려앉는 등 다양한 이유로 목소리가 노화되는 것이기에 유산소운동과 근력강화운동을 하고,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음. 내 목소리는 내가 지킨다는 각오로 잘 관리해나간다면 내가 좋아하는 ‘로미오와 쥬리엣’ 영화 테마송을 죽는 날까지 계속 불렀으면 함.
*2023. 7. 23일
1578. 숙종과 그의 시대
*한국학중앙연구원장서각 편/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 간(2022)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장서각에서 마련한 「2022년 장서각특별전」의 주제가 “숙종과 그의 시대”임. 이 전시는 숙종 탄신6주갑을 기념하여 장서각에서 해온 연구사업의 결실을 소개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라 함. 조선의 19대 국왕인 숙종은 장희빈을 소재로한 방송국의 드라마로 이미지가 많이 훼손된 대표적인 임금이라 하겠음. 숙종은 46년간 재위하면서 3차례의 환국을 단행해 왕권강화에 힘썼을 뿐 아니라, 구ᅟᅳᆨ방력 강화에도 혼신의 힘을 다한 것으로 나는 알고 있음. 강화도의 돈대를 비롯하여북한산성과 남한산성을 축조하였으며, 청주의 상당산산성과 부산의 금정산성도 숙종이 축조한 것임. 대외적으로 1678년 왜관의 이전과 울릉도해역의 귀속을 둘러싼 협상을 통해 대일외교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갔으며 1712년 청과의 경계를 정계함으로써 북방변경문제를 일단락 지었음. 숙종이 임진, 병자 양란 이후 국가체제 전반을 정비할 수 있었던 것은 왕권강화에 힘입어서였음. 1704년 창덕궁후원에 대보단을 설치해 명의 황제에 제사를 올린 것은 소중화를 중시하는 사대부들이 찬양했을지 모르나 구한말까지 위정척사파들이 개화를 거부할 수 잇는 명분이 되었다 싶어 긍정적으로 평가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임. 이 책을 통해 숙종을 다양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책을 읽은 수확이라 하겠음.
*2023. 7. 20일
1577. 북막일기
*박래겸 저/조남권·박동욱 역/글항아리 간(2016)
*백두산 등반을 주제로 3편의 소논문을 작성했는데, 그 중 한편이 ‘조선후기 유산기에 나타난 백두산등반양상’임. 이 논문을 작성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이 1827년 북평사 박래겸의 백두산등반임. 이 등반은 서기수보다 22년 늦게 백두산을 올라간 것으로 사적유람으로는 조선의 마지막 등반임. 유산기를 기준으로 할 때 조선인의 백두산 등반은 1712년 역관 김경문의 조 · 청 정계를 위한 공적답사로 시작되어, 1885년 감계사 이중하의 토문강 감계를 위한 공적답사로 끝나기까지 총14회 등반을 했음. 그중 백두산의 승경을 유람하기 위한 백두산등반의 사적유람은 1740년 홍중일에 의해 시작되어 1827년 박래겸에 의해 종료되기까지 총 9건 이루어졌음. 1809년 문과에 급제한 박래겸은 사간원 정언과 홍문관 교리로 일했으며 평안남도 암행어사에 임명되기도 했음. 1827년 함경도 북평사로 임명되어 임지인 경성에 부임해 공무수행 차 관북일대를 순행한 박래겸은 무산에 도착해 초시(初試)를 끝내고, 부령(富寧)의 초시까지 남은 6-7일의 여가를 이용해 백두산을 등정하고 정계비를 둘러본 후 무산의 관아로 돌아왔음. 박래겸은 “목호[목극등}가 드디어 빗돌을 세워 국경을 정리하고 갔으니 이후로는 분수령 이북과 백두산의 큰 못물이 북호의 땅으로 들어가게 되었다”면서, 분수령 이북의 백두산 정상과 천지가 청의 영토로 들어간 것을 정확히 지적하였음. 박래겸이 정6품의 무관 벼슬인 북평사로 제수된 1827년7월14일부터 1828년 4월2일 도성의 자택에 도착하기까지 기록을 담은 이 책에 따르면 박래겸이 이동에 소요된 일수는 총254일이고 거리는 6070리라고 함. 박래겸은 5가지 이유를 들어 위험하다며 만류를 듣지 않고 강행해 백두산 등정에 성공했음.
*2023. 7. 5일
1576. 개발과 환경의 이해
*김학훈 저/동화기술 간(2022)
*내가 이 책을 사 보게 된 것은 오래 전부터 개발과 환경보전 문제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임. 1972년 대학을 졸업하고 첫 번째로 접한 환경관련 서적은 로마클럽의 보고서인 『성장의 한계』였음.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 보고서의 주 내용은 이대로 자원을 소진하다가는 대부분의 지하자원이 2030년대에 고갈될 것이니 이에 대배해야한다는 충격적인 것이었음. 지금 되돌아보면 이 책의 내용이 얼마나 엉터리였나를 알 수 있지만, 당시로는 세계적인 지식인들이 모여 작성한 보고서내용을 믿지 않을 수 없었음. 나는 그때의 경험이 있어,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각종 환경관련 도서들을 비판적으로 읽고 있음.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환경단체가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해 과학과 합리에 눈을 감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믿고 있어 더욱 그리했음. 이 책은 균형 잡힌 시각으로 기술해야하는 일종의 텍스트 북이어서 별 저항감 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었음. dl 책은 ‘환경론의 이해’, ‘자연환경’ , ‘생태계’, ‘인구의 성장과 분포’, ‘자원과 에너지’, ‘산업화와 경제발전’, ‘도시화와 도시문제’, ‘지역개발과 지여정책’, ‘환경문제의 전개’, ‘지구의 환경문제’, ‘환경오염’, ‘폐기물문제’,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개발과 환경의 갈등’, ‘환경정책과 지속가능한 개발’ 등 총15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이 책을 통해 기본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는데, 예를 들면 환경(environment)이란 “특정한 주체를 둘러싸고 그 주체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유형, 무형의 객체 또는 여건을 뜻한다.”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음을 배웠음.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환물권 등 4개 권역으로 분류된다 함. 또 하나 배운 것은 보존(preservation), 보전(conservation)과 보호(protection)의 차이인데, 보존은 원상태 유지이고 보전은 자연환경의 훼손을 막고 개선하기 위해 관리하는 것이며, 보호는 복구, 이용제한 등 강도 높은 관리를 의미한다 하겠음.
*2023. 7. 1일
1575. 백두산, 자연과 역사가 살아 숨 쉬다
*강석화 저/동북아역사재단 간(2019)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한 저자는 그의 저서 『조선후기 함경도와 북방영토의식』는 “조선후기 유산기에 나타난 조선인의 백두산 등반양상”이라는 소논문 작성시 많이 참고한 바 있어 낯익다 하겠음. 저자의 이 책 『백두산, 자연과 역사가 살아 숨 쉬다』은 『조선후기 함경도와 북방영토의식』에 비해 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핸드북임. 이 책은 크게 보아 “우리자연유산 백두산”과 “우리 역사 속의 백두산” 등 두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1장 우리자연유산 백두산“은 과학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다루기 힘든 내용인데 역사학자가 썼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음. 제1장에서는 ‘백두산의 위치와 영역’, ‘백두산의 형성’, ‘백두산의 암석과토양’, ‘백두산의 기후’, ‘백두산의 수자원’, ‘백두산의 생태’, ‘백두산의 사계’ 등 7개 주제를 다루었으며, 제2장에서는 ‘백두산주변의 민족과 국가’, ‘기록이 전승에 나타난 백두산’, ‘역사 속의 백두산 등 3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음. 이 책에서는 백두산의 고도를 2,750m로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이 표방한 고도로 우리나라에서는 2,744m로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음. 이는 어느 해면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대한 차이로 중구에서는 2,508m라 한 것으로 알고 있음. 백두산은 화산의 최종분출이 1905년5월로 기록된 활화산인 백두산은 그 영역이 지질학적 개념으로는 3만K㎡에 이르며, 지리적 개념으로는 백두산 천지를 기점으로 약65Km이내 약8천K㎡라고 함. 흥미로운 것은 백두산주변의 민족과 국가를 소개한 내용dla. 가장 먼저 문헌에 나오는 민족은 숙신이며, 이어 등장하는 읍루는 옛 숙신이라고 함. 말갈족이 그 뒤를 이어 6세기 중엽 말갈족이 백두산인근에 살았으며 12세기 초에 이르러 백두산에 살고 있는 이 금을 건국했음. 이들 민족들은 만주족의 전신 혹은 같은 계통의 민족으로 줄곧 백두산 북쪽에 거주하였음. 백두산부근의 만주지역은 우리 민족의 오랜 터전으로, 고구려 · 발해 때는 많은 인구가 거주했었으나 고려시대 이후에는 거의 활용되지 못했다고 함. 조선 전기에는 4군6진이 개척되었으나 우리 민족의 거주지는 백두산 남쪽으로 국한되었으며, 1712년 백두산정계비가 건립되어 국경이 확정되면서 백두산주변과 압록강, 두만강 주변 지역에 정착이 이루어졌다고 함. 19세기 후반 자연재해로 백두산북쪽까지 농민들이 월강해 거주했고, 일제강점기에도 이주는 계속되어 조선족이라 불리고 있으며, 그 백두산지구의 인구는 2000년 기준으로 97만 명임.
*2023. 6. 30일
1574. 김형석의 인생문답
*김형석 저/교학사 간(2022)
*나이 지긋한 한국인으로 김형석교수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선생께서는 강단에서 후학듥만 가르친 것이 아니고 철학의 대중화를 위해 강연도 많이 하고 수필도 많이 발표해서가 아닌 가 함. 내가 선생을 직접 뵌 것은 선생께서 내가 다녔던 쌍용제지 회사에 초빙 받아 강연을 오셨을 때로 참으로 인자하고 부드러운 분이라고 느꼈음. 1920년 평북운산에서 태어난 선생은 숭실중학교를 거쳐 제3공립중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조치대학교로 들어가 철학과를 졸업한 후 고향에서 해방을 맞았음. 1947년 북한을 탈출해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오래 봉직하면서 한국철학계의 기초를 다진 것만 해도 충분히 평가받을 만한 대한민국의 인물이라 할 수 있을 것임. 이 책은 인생 전반에 걸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선생께서 33개항을 선정하고 스스로 답하신 것으로 선생께서는 이 책을 통해 만102세를 산 석학답게 참다운 삶이 이런 것이다 라고 길을 제시하셨다는 것이 제 생각임. 인생을 후회 없이 살려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겠다는 선생의 말씀이 가슴에 닿은 것은 선생께서 몸소 실천하시고 확인한 것이기 때문임. 또 “인격의 크기가 결국 자기 그릇의 크기예요. 그 그릇에 행복을 담는 거예요. 이기주의자는 그릇이 작기에 담을 수 있는 행복도 작을 수밖에 없습니다. "라는 선생의 말씀의 참뜻을 진작 깨달았다면 하는 아쉬움도 이 책을 읽고 느꼈음.
*2023. 6. 25일
1573. 한반도 형성사
*최덕근 저/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간(2020)
*내가 우리나라 지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금강을 따라 걸으며 만난 충북옥천의 돌팡깨 공원에 세워진 안내판의 소개글 “충북 옥천군 군북면 항곡마을은 마을 입구 돌팡깨를 중심으로 널리 퍼져 있는 옥천대 변성퇴적암인 흑색금강석회암지대임. 대전의 동북쪽에 위치한 항곡마을은 꾀꼬리봉과 백골산이 품어주어 아늑하고 평화스러우며 들어내지 않는 여유로움이 있는 곳으로 마을 전체가 흑색바위(옥천변성대 흑색 금강석회암)의 거대한 힘에 의해 편안하게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를 읽고 나서임. 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돌팡깨 공원의 흑색의 금강석회암은 옥천변성대의 암석으로 선캄브리아대에 쌓인 퇴적암인 석회암이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를 거치면서 광역변성작용에 의해 흑색금강석회암이라는 변성암으로 변화된 것이 아닌가 싶음. 돌팡깨 공원에 모여 있는 흑색금강석회암의 기반암이 퇴적암이라는 것은 검은 바위에 그리 크지 않은 자갈들이 꽤 많이 박혀 있었고, 빠져나간 타포니도 많이 보였음. 그렇다면 내가 서 있는 여기 옥천변성대도 바다였다가 지각의 융기로 육지로 바뀐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으나 우리나라의 지형이 언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풀지 못했음. 이번에 읽은 『한반도 형성사』는 이런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은 내가 이런 책을 읽을 만큼 지형이나 지질에 관한 기초지식이 없어서였음. 이 책은 “한반도 지질과 지체구조”, “한반도 지각변화” 등 2부로 구성되어 있음. 제1부 “한반도의 지질과 지체 구조” 는 ‘한반도 개관’, ‘한반도 지체구조’, ‘옥천대의 지질과 층서’ 등 3개장으로, 제2부 “한반도 지각진화”는 ‘신원생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한반도 지각진화 요약‘ 등 5개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제1부 “한반도의 지질과 지체 구조” 에서는 한반도를 이루고 있는 땅덩어리를 암석의 생성과정에 따라 몇 개로 나누어 설명했고, 특히 옥천대의 지질과 층서에 관한 자세한 소개가 눈에 띄었음. 또 제2부 “한반도 지각변화”에서는 한반도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시대별로 정리하였으며, 한반도 형성의 역사를 신원생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순으로 기술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음.
*2023. 6. 20일
1572. 조선후기 함경도와 북방영토의식
*강석화 저/경세원 간(2002)
*이제껏 백두산을 주로 등반의 대상으로만 생각해 백두산을 중국 땅으로 두 번을 올랐고 우리 선조들의 백두산 유산기를 찾아 읽어온 내가 백두산을 조 · 청간의 국경선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조선 후기 여러 나라들의 백두산등반에 관심을 갖고 논문 작업을 시작하면서 부터임. 김득황의 『백두산과 북방한계』(1987), 노계현의 『조선의 영토』(1997) 등을 읽고 최근에 출간된 도서를 찾다가 만난 관련도서가 이화자의 『한중 국경사 연구』(2011)와 강석화의 『조선 후기 함경도와 북방 영토의식』(2002)임. 조선시대에 한(漢) 고조 유방의 고향에 비유하여 ‘풍패지향(豊沛之鄕)’으로 불리었던 함경도는 조선왕조를 창건한 태조 이성계와 그 선조들의 활동무대였지만, 실제로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가장 소외받은 지역이어서 함경도를 비중 있게 다룬 이 책을 읽고서야 조선시대 함경도의 위상을 알 수 있었음. 이 책의 요지는 조청간의 정계비 건립으로 비로소 압록강-백두산-두만강 이남의 땅이 조선의 영토로 되었다는 것과 정계비에 새겨진 “東爲土門西爲鴨綠”에서 토문이 조선에서 정계 당시에는 두만강으로 받아들여졌으나 그 후 두만강 대안지역인 간도에 조선인이 진출하여 거주하면서 토문을 송화강의 지류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임. 이 책의 저자는 토문강과 두만강은 별개의 강으로 조선초기에는 별개로 인식했다가 점차 같은 강으로 인식이 변했다고 주장한데 반해, 이화자는 두 강은 같은 강이었음을 일관되게 주장한다는 것이 크게 다른 점이라 하겠음. 이 책은 ‘1712년의 조청백두산 정계’, ‘중앙정부의 함경도 개발정책’, ‘함경도 지역의 성장’, ‘조선후기의 북방영토의식’ 등 4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함경도지역의 성장을 상세히 다룬 점은 이 책의 특징이라 하겠음.
*2023. 6. 4일
1562-1571. 금병매(金甁梅)
*소소생(笑笑生) 저/강태권 역/솔 간(2002)
*중국의 4대 기서(奇書) 중 『삼국지(三國志)』, 『수호전(水滸傳)』, 『서유기(西遊記)』는 진작 읽었는데 나머지 한 권인 『금병매(金甁梅)』를 이제야 읽은 것은 이 책은 중국의 대표적인 음서(淫書)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임. 이 소설의 제목인 『금병매(金甁梅)』가 이 소설의 주인공인 중국 송나라의 팔난봉인 서문경이 들여놓은 대표적인 첩들인 반금련의 금(金, 돈), 이병아의 병(甁, 술), 춘매의 매(梅, 여자)에서 따왔다는 것은 이번에 비로소 알았음. 역자 강태권은 30여 년 전 『금병매연구』라는 논문으로 한국인 최초로 이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아서인지, 자칫 음탕하게 흐를 수 있는 이 소설을 맛깔나게 번역했다고 칭찬하고 싶음. 성행위의 묘사가 조금은 질펀하고 디테일하나 상투적이고 정형화된 묘사가 많은 것은 이 책에서 차지하는 이 부분의 분량이 워낙 많아 매번 색다르게 묘사하기에는 원작자 소소생도 한께를 느낀 것이 아닌가 싶음.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은 서문경의 문란한 성생활 묘사에 있지만, 내가 읽기로는 이 작품 또한 중국 전통사회의 가치였던 권선징악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임. 부정과 부패로 점철된 난잡한 서문경의 지저분한 삶을 그려내는데 이 책의 80%를 할애한 저자는 총 10권 중 9-10권에서는 서문경과 부화뇌동한 일당들의 몰락을 빠른 속도로 풀어나가 결국에는 방탕하게 살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악행을 저지른 악한들 모두 비참하게 종말을 맞는 것으로 소설의 대단원을 맺었음. 중국의 대표적인 색정소설 『금병매』를 10권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고 느낀 것은 이러한 소설이 창작된 명나라 사회는 소설 무용론이 담론의 주를 이룬 조선사회보다 훨씬 개방적이었다는 것임. 이 소설의 또 하나의 특징은 한시가 많이 나온다는 것인데, 이번에는 주마간산으로 읽어나간 것이 못내 아쉬웠음.
*2023. 6. 4일
1561. 한강
*이형석 · 김주환 저/대원사 간(2001)
*한민족의 젖줄로 일컬어지는 한강은 대한민국에 경제적 기적을 안겨준 고마운 강이라는 생각임. 한강유역을 차지하는 나라가 그 시대의 주인이 되었을 만큼 지정학적으로도 중심적인 위치에 있어 벌써부터 한강을 탐방하겠다는 꿈을 키워왔음. 작년 봄 태백산의 검룡소에서 한강 따라 걷기를 시작해 나전의 오대천과 골지천의 합수점에 이르렀는데, 논문준비로 일시 중단한 상태임. 이 책은 ‘한강의 역사’, 한강의 이름‘, ’한강의 지질과 지형, 한강의 규모, 한강 유역의 문화유적과 설화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핸드북으로 한강을 개관하기에 딱 알맞은 소개서라 할 수 있음. 한반도의 중심부를 동쪽에서 서쪽으로 흘러 황해로 들어가는 한강이 사람들의 생활무대가 된 것은 약 7천년전 신석기시대로 보이는데, 이는 강 유역에서 빗살무늬토기가 발견된 데서도 알 수 있음. 한강의 본류에 흘러드는 주요지류를 발원지를 중심으로 고찰해보면, 정선의 송천, 오대산의 오대천, 정선의 동대천, 평창의 평창강, 영월의 주천강, 영월의 오공천, 원주의 제천천, 속리산의 달천, 원주의 섬강, 용인의 청미천, 양평의 흑천, 금강산의 북한강, 용인의 경안천, 용인의 탄천 등이 있는데 가능하면 한 번 다 걸어볼 생각임. 한강은 태백산의 검룡소에서 발원해 강화도 앞 황해로 흘러들어가는 긴 강으로 그 길이는 514.4Km로 이 책에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한강하구를 강화도 양사면과 개성궁광덕면을 이은 선에 기준한 것이라 하는데, 저자 이형석님은 유도를 남북으로 긋는 선을 기준으로 하구를 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음.
*2023. 5. 23일
1560. 한일근대인물기행
*박경민 저/밥북 간(2022)
*‘한일 근대사 속살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의 저자는 서울법대를 졸업한 기업인임. 건강 문제로 수년간 쉬는 동안 역사공부를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이 책을 저술했다는 소개 글을 읽고 이 책을 구매했음. 근대 역사를 다룬 역사서를 사보기가 정말 두려운 것은 오늘날 역사학계를 끌어가는 주류학자들이 대부분 사회주의를 지향한다 싶어서인데, 저자가 그런 역사학자는 아니다 싶어 이 책을 부담 없이 사서 읽었음. 35년간 한반도를 강점한 일본에 대한 시선이 고울 수는 없지만, 그런 일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극일이 필요하고, 극일을 위해서는 한일 양국의 근대사를 편견 없이 공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었음. 이 책은 조선의 철종 등극과 일본의 페리제독 내항에서 시작해 을사조약 체결 시까지, 즉 1850년부터 55년간 한일 양국에 관한 근대사를 다룬 역사서로, 당대를 이끌어간 역사의 주역들에 초점을 맞추어 풀어나간 점이 기존의 역사서와 다른 점이라 하겠음. 이 책은 ‘암흑에서 개명으로-1850년~1863년’, ‘유신과 개혁-1864년~1873년’, ‘다양성과 분열-1874년~1884년’, ‘근대국과 속방국-1885년1893년’, ‘전승과 쇠망-1894년-1905년’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 조선의 박규수와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는 좀 더 탐구해볼 뜻임.
*2023. 5. 20일
1559. 죽음의 역사(The Mortal Coil)
*앤드루 도이그 저/석혜미 역/로크 미디어 간(2023)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한 과학자인 앤드루 도이그(Andrew Doig)는 “전염병에서 유전병, 사고, 폭력, 식단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인간의 주요 사망원인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놀라운 혁신을 일으킨 인류의 역사를 두루 살펴”, 그의 첫 저서인 『죽음의 역사』를 저술해 내놓았음. 저자는 기도하는 자(성직자), 싸우는 자(기사), 일하는 자(농민)의 세 신분으로 나뉘어 순탄하게 계속된 중세사회가 한계점을 맞게 된 것은 1340년대 유럽을 뒤흔들었던 흑사병이라면서, 이는 기근, 전쟁, 그리고 죽음 등 중세 아포칼립스(Apocalypse, 종말)의 4대 재앙의 하나라고 말했음.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오늘날 인간이 살아가고 죽는 방식을 살펴 본 후 미래로 눈을 돌려 차세대 건강혁명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를 들려주고 있는데, 예시한 사례가 풍부해 자연 저자의 논지에 공감하게 되었음. 과거에는 죽음의 정의가 호흡과 심장박동의 정지로 정의되어 사람들이 산 채로 매장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했다는데, 이러한 걱정은 뇌사개념도입으로 불식되었다지만 환자가 깨어나지 않는 코마, 깨어 있되 인지를 못하는 식물인간상태, 의식은 있으나 눈말고는 아무 것도 움직일 수 없는 잠금증후군(locked-in syndrome) 상태인 사람들에 논의는 아직도 진행 중이어서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도 쉽지 않다 싶음. ‘죽음의 원인’, ‘전염병’, ‘내가 먹는 것이 곧 내가 된다’, ‘치명적인 유산’, ‘나쁜 행동’ 등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이 책을 읽고 나서 내 나름대로 느낀 것은 죽음의 원인이 무엇이든 관계없이 어떻게 죽음을 고통이 적게 맞는 가와 죽음을 긍정적으로 맞는 가가 내게 주어진 숙제라는 것이었음.
*2023. 5. 10일
1558. 걷기의 세계
*셰인 오마리 저/구희성 역/미래의 창 간(2022)
*참으로 오랜만에 반가운 책을 읽어 가슴이 뿌듯해 이런 것이 독서의 기쁨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음. ‘뇌과학자가 전하는 가장 단순한 운동의 경이로움’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의 저자는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셰인 오마라 뇌연구교수임.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두뇌와 행동의 상호작용을 연구한 저자는 인간의 진화에 주목하여 인간의 특성 중 가장 독보적인 것으로 ‘직립보행’을 들었음. 많은 학자들은 인간이 다른 생물과 차별화되는 특징으로 언어와 도구 사용을 꼽는데, 저자는 직립보행을 추가했음. 신경학자 어윈 스트라우스가 언급했듯이 “직립자세는 인간의 자기 보호에 필수적인 조건”으로, 인간은 직립인 상태로 세상과 관계를 맺고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임. 이 책은 ‘걷기, 왜 좋은가’, ‘걷기의 기원’,‘ 걷기의 메카니즘’, ‘뇌안의 GPS', ‘도시를 걷다’, ‘몸과 뇌를 위한 치유’, ‘창의적 걷기’, ‘사회적 걷기’ 등 총8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젊어 한 때 허리를 다쳐 병상에 누워있으면서 앞으로 직립보행이 가능할까를 심각하게 염려했던 적이 있었음. 그 후 완치되어 1대간9정맥을 종주하고 요즘도 하루에 2만보를 걸으면서 두발로 걸을 수 있음을 감사하며 살고 내게는 저자가 “걷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이며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위”라면서 “규칙적인 움직임과 운동은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의 사고, 감정 그리고 창의성을 개선시키고 동시에 건강을 증진시켜 줄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 복음처럼 들렸음.
*2023. 5. 5일
1557. 꿰어보는 러시아와 중국
*오강돈 저/산지니 간(2023)
*내가 구매할 책의 정보를 소스(source)의 하나는 서울대동창회 월보인데, 이 책도 그 월보를 통해서 정보를 얻어 구매한 것 중의 하나임. 동창회보에 소개되는 책들의 저자가 전부 서울대출신이어서 주저하지 않고 믿고 사서 읽었음. 내가 러시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조선 후기 러시인의 백두산등반에 관한 소논문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고, 중국에 대한 관심도 마찬가지로 조선후기 청국인의 백두산등반에 관한 논문을 계획하고 있어서임. 때 마침 러시아와 중국의 오늘과 오늘을 있게 한 근대사를 일별할 수 있는 이 책이 출간되어 사 읽게 되었음. 이 책은 ‘러시아와 중국, 제이 세계의 갈등과 협력’, ‘「먹고 자고 즐기기」다른 두 비슷한 나라’, ‘러시아인과 중국인의 일상 속으로’, ‘체제를 위하여 「항상 준비」’ 등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저자가 ‘여는 글’에서 언급했듯이 이 책은 “러시아, 중국(그리고 북한 등)을 관통하는 코드적 형태에 대한 비교문화적, 지정학적 해석을 시도”한 책으로 러시아, 중국, 북한 등의 돌출행동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면서 끝까지 다 읽었음. 미중 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신냉전 속의 중러의 밀월 등 대한민국의 적대국이라 할 만한 북한, 중국과 러시아가 오늘날 펼치고 있는 그들의 정치외교 형태를 이 책을 통해 바로 보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임. 주목할 만한 것은 중국은 청나라는 물론 그 이전 어느 시기도 만주지역이 중국 땅이 아닌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주장해왔다는 것임. 이는 우리의 선조들이 세운 고조선과 부여, 고구려와 발해가 만주를 지배해온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는 것임. 만주족의 땅은 백산흑토(白山黑土)라 불렀다는데, 이는 만주가 백두산이 흘러내려 만들어진 흑토라는 의미라 함.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러시아정교회는 현존 기독교의 정통이 동로마제국이후 러시아의 정교회(Orthodox)라고 주장한다는 것임.
*2023. 5. 2일
1556. 1554. 한국유산기 흘러온 산 · 숨쉬는 산
*김재준 저/Human & Books 간(2018)
*저자가 이 책을 『한국유산기』라 명명한 것은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명산을 오르고 남긴 유산기를 재현하고 싶어서가 아닌 가 함. 한국문협 시인이자 경북산림연구원장이기도 한 저자의 이력은 산행후기를 맛깔스럽게, 그리고 정제된 언어로 써내려가는 데 크게 ehydna이 됐을 것 같음. “질풍노도의 시절부터 홀린 듯 산에 다니며 꿈을 키우던 세월이 어느덧 30여년이 되었”기에 이런 책을 쓴데 어려움은 별반 없었을 것 같음. 이 책에 소개된 18개소 산은 가리왕산과 두위봉, 감악산, 관악산, 깃대봉, 경주 남산, 마니산, 법화산, 선운산, 설악산, 광덕산, 성주산, 운문산, 울진 십이령 금강소나무숲길, 월악산, 유달산, 가덕도 연대봉과 일월산인데, 이중 내가 안 가본 곳은 울진 십이령 금강소나무숲길과 가덕도 연대봉 뿐이어서 산행코스를 머릿속에 그려보면서 이 책을 읽었음. 정선 두위봉의 1,400살 주목을 대하는 저자의 태도가 나와 완연히 달랐으니, 나는 1,400년이나 살아온 이 나무에 영양액을 투입하는 주사기를 꽂아놓은 것을 보고 자연사하도록 내버려두는 편이 더 좋겠다는 뜻을 내 블로그에 피력했는데, 저자는 1,400년을 살아온 이 나무에 네 번이나 절을 했다고 적은 것임.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은 저자의 산행이 나보다 훨씬 여유로워 그의 유산기에 문학이 똬리를 틀 수 있었다는 생각임.
*2023. 5. 1일
1555. 한국의 새
*윤무부·윤종인 공저/교학사 간(2007)
*우리나라 새들을 사진 찍어 담은 원색도감의 이 책에는 295종의 한국의 새들의 원색사진 720여장이 수록되어 있음. 두 달 전 금강의 마지막 구간을 따라 걸으면서 군산하구 가까이에서 수 만 마리는 족히 넘을 가창오리들이 떼 지어 이 강 우안에 모여 있는 것을 건너편 좌안에서 사진 찍으면서 생각했던 것은 우리나라 새들을 공부하겠다는 것이었음. 이 책이 조류에 관해 문외한인 내게 좋은 점은 원색도감이어서 아름다운 새들을 사진으로나마 볼 수 있어서였음. 이 책에 실린 우리나라 새들은 첫새, 여름철새, 겨울철새, 봄가을에 잠시 머무는 나그네새, 길을 잃어 머무는 미조 등으로, 이 새들의 학명과 영어이름이 실려 있음. 우리나라 새들의 형태, 습성, 식성, 분포지 및 번식지역을 간략히 설명해 이 책을 갖고 다니면 야외에서 만나는 새들이 어떤 새인가를 아는데 도움이 될 것 같음. 이 책에 실린 새들은 아비목의 아비과, 논병아리목의 논병아리과, 슴새목의 슴새과와 바다제비과, 사다새목의 가마우지과, 백로과, 황새과와 저어새과, 기러기목의 오리과, 매목의 수리과와 매과, 닭목의 들꿩과와 꿩과, 두루미목의 두루미과와 뜸부기과, 도요목의 검은무리물떼새과, 물떼새과, 도요새과, 장다리물떼새과, 지느러미발도요과, 제비물떼새과, 갈매기과와 바다오리과, 비둘기목의 비둘기과, 두견이목의 두견이과, 올빼미목의 올빼미과, 칼새목의 칼새과, 파랑새목의 물총새과와 파랑새과, 딱따구리목의 딱따구리과, 참새목의 팔색조과, 종다리과, 제비과, 할미새과, 직박구리과, 때까치과, 여새과, 굴뚝새과, 딱새과, 붉은머리오목눈이아과, 휘파람새어과, 딱새어과, 오목눈이과, 박새과, 동고비과, 멧새과, 되새과, 참새과, 찌르레기과, 꾀꼬리과와 까마귀과의 새들로 부록에 396종이 실려 있음. 내가 알고 있는 꾀꾀리가 참새목꾀꼬리과에 속한 다는 것은 이 책을 보고 비로소 알았고 소리만 들어온 검은등뻐꾸기의 사진도 처음 보았음.
*2023. 4. 14일
1554. 한국유산기 그리운 산 · 나그네 길
*김재준 저/Human & Books 간(2018)
*이 책과 함께 구매한 두 권 등 총 3권의 한국유산기가 조선의 유산기가 아니고 한국의 유산기임을 알고 앞으로는 단순히 책의 제목에 끌려 살 것이 아니라 사전에 대강의 내용이나 목차를 확인하고 책을 사서 보아야겠다고 생각했음. 이 책의 저자 못지않게 한국의 산들을 등산하고 그 후기를 남긴 내가 8-9년 전부터 천착해온 것은 한국의 유산기가 아니고 조선의 유산기여서 더욱 그러했음. 경북산림연구원장이기도 한 이 책의 저자는 시인이기도 해 문장이 매끄러우면서도 비문이 없어 쉽게 읽어나갈 수 있었음. 다만 이 책에 실린 산들이 거의 다가 내가 올랐고 산행후기를 남긴 산들이어서 신선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없어 아쉬웠음. 이 책에는 ‘내포의 정기 가야산’, ‘극락정토로 가는 배 관룡산 · 화왕산’, ‘못다 이룬 도읍지 계룡산’, ‘두타산에서 느끼는 고진감래’, ‘산고수장 덕유산’, ‘울음소리 들리는 명성산’, ‘자유와 풍류의 상징 무등산’, ‘서산낙조의 명승지 변산’, ‘날아가지 않은 봉황 비봉산’, ‘정승이 나오는 삼정산’, ‘성스런 나무들의 터 성인봉’, ‘원효와 요석공주 소요산’, ‘봄내 고을의 봉우리 오봉산, 삼악산’, ‘구름 머문 월출산’, ‘비밀의 경치 응봉산’, ‘어머니의 치맛자락 지리산’, ‘문경새재, 둘러 앉는 주흘산’, ‘임을 그리는 치술령’, ‘강물에 흐르는 태화산’ 등 19개의 명산들이 산행기가 수록되어 있음. 매 산마다 사진이 여러 장 수록되어 있고 문미에 등산코스와 산행시간이 적힌 탐방길 코너가 있어 후에 이 산들을 오르고자 하는 분들이 참고할 만함.
*2023. 4. 7일
1553. 조선해어화사
*이능화 저/박재곤 역/동문선 간(1992)
*해어화(解語花)란 ‘말을 아는 꽃’이란 뜻으로 미녀나 기생을 일컫는데, 이 책에서는 기생으로 쓰였음. 이능화의『朝鮮解語花史』는 일제 식민통치중엽인 소위 문화정치시대에 출간된 것으로 여러 종류의 전적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발췌하여 고대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서술한 우리나라 최초의 기생사임. 저자 이능화(李能和, 1869-1943)는 영어, 불어, 중국어와 일본어에 능통한 학자로 한일병합후 오로지 학문연구에만 몰두했으며, 1922년부터 16년간 조선사편찬위원회 편수위원을 지내면서 『朝鮮佛敎通史』, 『朝鮮巫俗考』등 방대한 저술을 남긴 학자임. 박재곤 역자가 말했듯이 이 책의 특징은 기생에 관한 방대한 자료임. 이 책에 실린 기생들의 문학작품, 즉 절구와 율시의 한시, 시조 들은 거의다가 나로서는 처음 접하는 작품들이었으며. 기생들과 주고받은 사대부들의 한시나 시조 또한 대부분이 처음 읽게 된 작품들이었음. 신라 때 이미 창녀가 있었다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뒤이어 고려의 기생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이 책의 거의 다는 조선의 해어화와 그녀들의 작품 소개에 할애되었음. 기생들의 해학이 대단했다는 것은 조선 초기 기생 설매가 배극렴을 풍자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음. 배극렴이 설매에게 “들으니 너는 동쪽 집에서 먹고 서ㅏ쪽 집에서 잔다더구나. 오늘은 노부를 위해 천침하는 것이 어떨ᄁᆞ?”하고 농하자, 설매가 “동쪽 집에서 먹고 서쪽 집에서 자는 천한 기생의 몸을 가지고 왕씨를 섬겼다가 이씨를 섬기는 정승을 모시는 것이 사리에 꼭 맞습니다.”라고 응답했다고 함. 고려 인종 때 문인 정지상의 7언 절구 「송별」이 이 책에서 고려 사람의 향염시의 하나로 소개된 것은 의외였음.
*2023. 4. 5일
1552. 에릭 홉스봄 평전
*리처드 J 에번스 저/ 박원용 · 이재만 역/책과함께 간(2022)
*이 책은 20세기의 대표적 역사학자이자 진보적 지식인인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의 일생과 저술활동을 그려낸 최초의 전기임. 내가 에릭 홉스봄을 만난 것은 저서『혁명의 시대』를 읽으면서임. 뒤 이어 『자본의 시대』와 『제국의 시대』를 마저 읽고 나서 에릭 홉스봄이 대단한 역사학자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음. 에릭 홉스봄은 자타가 공인하는 공산주의자라는 것은 위 3권을 다 읽고 나서임. 공산주의자가 지은 역사서를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가로 고심하는 내가 에릭 홉스봄의 『극단의 시대』등 다른 저서들을 계속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존경하는 사학자인 이인호 교수께서 에릭홉스봄은 비록 공산주의자이지만 학술활동은 공산주의를 떠나서 해왔으며, 그래서 서울로 초청해 강연회도 가진 적이 있다고 말씀하신 것을 들어서였음. 에릭 홉스봄의 저서를 몇 권 읽었지만, 저서에 실린 내용들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다가 에릭 홉스봄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평전이 나온 것을 알고 사서 반갑게 읽었음. “에릭의 이야기를 가능한 한 에릭 자신의 말로 전하려고 노력했다”는 이 책의 저자 리처드 J 에번스는 홉스봄의 성장, 내면의 변화, 인간적인 면모, 역사가이자 역사의 목격자로서의 홈스봄 이야기를 들려주느라 번역서 기준으로 천 쪽에 가까운 방대한 양을 이 책에 담고 있어 끝까지 다 읽기가 부담스러웠는데, 다 읽고 나자 다시 한번 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흥미롭고 유익했음.
*2023. 4. 4일
1551.광주, 그날의 진실
*김형석 저/나남 간(2018)
*‘다시 쓰는 5 · 18’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을 사서 읽은 것은 내가 모르는 광주의 진상이 과연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서였음. 5 · 18의 현장에 있지는 않았지만 1980년의 광주민주화운동이 내 나이 33살 때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이어서 웬만한 것은 거의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해왔음. 내가 정말 알고 싶은 것은 왜곡된 역사가 있었느냐와 그 진실은 무엇인가였음. 다행히 저자가 광주와는 아무런 인연도 없는 경상도 태생의 지식인이어서 좌우 진영에 치우치지 않고 진실을 밝히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음. 나 또한 스스로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보수주의자이자 이 사회의 지식인이라고 자처하고 있기에 광주민주화운동에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고자 나름 노력해왔으며, 혹여나 저자의 내 생각과 다른 논지를 펴더라도 흥분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다진 후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음. 나의 마음 다짐이 주효해 이 책을 완독하는데 성공했지만, 그렇다고 이 책에 찜찜한 부분이 전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님. 첫째, 이 책에 실린 그림이 민중화가 홍성담씨의 작품으로 차라리 현장사진을 수록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임. 둘째, 5 · 18을 둘러싼 북한군 개입설의 전면부정인데, 내 생각으로는 북한군의 개입은 없었지만 어떤 식으로든 북한의 개입은 있었을 것이라는 것임. 이미 남파된 고정간첩을 통해 광주의 혼란 상태를 더욱 조장했으리라 보는 것은 남한 정부를 뒤흔들 수 있는 북한이 더없이 좋은 호기를 그냥 방치하지 않았으리라는 것이 내 생각인데 저자는 이에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음. 셋째, 1980년 5 · 18을 주도하고 참여한 광주의 시민의 용기와 희생은 길이 기리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것을 이유로 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명단공개를 거부하거나 이 운동에 대해 비판하는 것에 재갈을 물리려는 좌파들의 시도에 대해 자자는 아무런 의견도 개진하지 않았음.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온건파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저자의 지적에 동감하면서도 저자가 과연 중립적 입장에서 5 · 18을 기록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고 있음.
*2023. 4. 2일
1550.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가정의학과 의사이자 호스피스 의사인 저자는 병원에서 숱한 죽음을 지켜보면서 나름 내린 경험적인 고언이 바로 “모든 환자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는 것임. 수년 전 연명치료거부확인서를 작성해 두 아들에 통고한 바 있는 내가 이 책의 저자가 우리나라 의료당국과 의료기관에 고하는 “모든 환자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는 이 말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 할 수 있겠음. 죽음을 앞두고 통증조절과 같은 의학적 도움이 필요하게 되면 환자가 친ㅂ절한 죽음을 원한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배려해주는 병원과 주치의를 찾아 입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는데, 그때 가서 그런 병원과 의사를 만나는 것이 단순히 희망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랄 뿐임. 이 책은 ‘당신의 죽음은 실패한다’, ‘우리의 죽음이 실패로 끝나는 이유’, ‘우리가 은폐해왔던 이야기’, ‘죽음의 문화를 위한 발걸음’, ‘자연스런 죽음에 대하여’, ‘후회없는 삶에 도전하다’, ‘나는 친절한 죽음이 좋다’ 등 총7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저자가 “오늘도 평소처럼 내 자존감의 나무에 물을 주며 공포와 호들갑 대신 담담히 운명을 마주할 심산이다” 라며 이 책을 맺었는데, 나 역시 그리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져가고자 함. 저자가 이 책에서 언급한 “삶이란 시간이 만드는 가능성”라는 명제를 곱씹으며 죽음의 의미를 이해하고자 함.
*2022. 4. 1일
1549. 물 수 없다면 짖지도 마라
*윤치호 저/김상태 편역/산처럼 간(2022)
*좌옹(佐翁) 윤치호(尹致昊, 1865-1945)는 명성에 비해 내가 아는 바가 별로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의 인생편력과 사상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음. 중학생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 일기를 써온 나로서는 갑신정변이 발발하기 직전인 1883년부터 해방되기 직전인 1943년까지 장장 60년동안 매일 같이 일기를 써 남긴 윤치호의 성실함을 인정할 수 없는데, 그것도 대부분을 우리글이 아닌 영어로 썼다 하니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음. 조선 최대의 근대적 지식인, 개화 · 자강운동의 ‘대명사’, 일제 강점기 조선기독교의 원로, 일제강점기 말 친일파의 대부라는 등 여러 평가가 가능한 인물인 윤치호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도 이 책을 읽은 덕분임. 당대 최고의 지식인인 윤치호는 조선인들의 기대가 커 수시로 독립운동을 주도하고 지원할 것을 요청받았지만, 독립운동의 무용론과 내선일체론을 주장하며 조선인의 기대를 외면했기에 친일파로 비난받고 있지만, 적어도 고뇌하는 지식인이었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음. 그러나 번뇌하는 지식인이었지만 독립이라는 시대정신을 외면하고 일본에 대한 투쟁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 행동하는 지식인은 아니었다는 생각임. 내가 이제껏 알고 있는 것이 반드시 참임은 아니라는 것인데, 예를 들면 무실역행을 기치로 자강운동을 벌여온 안창호 선생의 기호파 인물기피 내지 혐오가 너무 심해 문제라는 지적이나 독립운동을 핑계로 양인을 괴롭힌 자들도 적지 않았으리라는 것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음. 해방 후에도 본인의 친일행위를 반성하지 않고 친일파를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논지;를 편 윤치호를 역사는 심판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나, 재산과 명성을 함께 지닌 당대 최고의 지식인의 처신이 어떠해야 했는가를 일깨워 주었다는 점에서 윤치호의 일기는 평가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임.
*2022. 3. 25일
1548. 끝나야할 역사전쟁
*김형석 저/동문선 간(2022)
*요즘 우리나라 역사를 다룬 역사서들을 읽기가 겁나는 것은 건국과 친일에 관해 사실을 왜곡한 좌경적인 책들이 너무 많아서임. 이런 책들은 공히 대한민국을 건국한 이승만대통령을 친일파로, 또 독재자로 매도하고 대신에 상해임시정부와 김구를 선양하는데 주력하고 있어 마치 이승만 대통령이 세운 대한민국을 잘못 태어난 나라로 그리고 있는 등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음. 국민통합을 시대적 과제로 설정하고 화두로 삼은 저자는 국민통합은 정치적 묘수풀이나 강한 리더십의 등장이나 법과 제도의 개선에 있지 않고 국민의 마음을 여는데 있다면서 역사와 지도자의 리더십에서 국민통합에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했음. 지도자의 리더십이 국민통합에 매우 중요하다고 나도 생각하는 바, 좌파진영이 집권했던 지난 5년 간 전 정부에서 국민들을 좌우 양 진영으로 갈라놓아 국민통합이 더욱 요원해졌다고 보고 있음.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논제는 ‘대통령의 역사인식과 국민통합’, ‘대한민국의 건국논쟁’, ‘친일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 ‘대한민국 건국의 시기를 살다간 선각자들의 일화’ 등임. 제4부 ‘대한민국 건국의 시기를 살다간 선각자들의 일화’에서 새롭게 만난 선걱자는 자필여권으로 대한민국의 오림픽 문을 연 이원순, 건국대 설립자 유석창, 산업보국의 꿈을 이룬 유일한, 숭의여학교의 박현숙 등임. 요즘 부쩍 35년간의 일제강점기가 끝난 지 70년이 훨씬 지났는데 아직도 반대파를 토착왜구로 모는 좌파들의 선동을 보노라면, 그들은 국가건립의 기초가 오로지 친일파 청산에만 있다고 잘못 판단한 것이 아닌 가 함. 이 책을 읽고서 할 만큼 해 이제는 지겹기조차 한 친일파 논쟁은 역사가의 평가에 맡기고 미래를 위해 두 나라가 손잡고 나가야한다는 생각을 굳혔음.
*2023. 3. 20일
1547.국역 연행록선집IV(연행일기)
*김창업 저/권영대 · 이장우 · 송항룡 공역/(주)민문고(1989)
*이 책의 저자 노가재(老稼齋) 김창업(金昌業, 1658-1721)은 숙종38년(1712) 임진년 동지사 겸 사은사로 북경을 연행한 정사 김창집(金昌集)을 자제군관으로 수행했던 인물임. 정사 김창집의 친제인 김창업이 북겨을 다녀오고 저술한 『노가재 연행일기』는 홍대용의 『담헌일기』,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버금가는 연행록으로 평가받고 있음. 노가재 김창업은 병자호란 때 청에 대항하여 결사항전을 주장했던 척화파의 거두인 청음 김상헌의 손자이자, 숙종 때 영의정을 지냈던 김수항의 아들임. 김창업은 조선 후기 최고의 명문가의 하나인 안동김씨 가문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김창집, 창협, 창흡 등 형들과는 달리 평생 관직을 맡지 않고 살았던 재야의 유림임. 이 책은 박지원의『열하일기』보다 68년 전에 쓰인 것이어서 두 책을 함께 읽으면 그 사이 청조의 변화와 청조를 바라보는 조선사대부들의 시선의 변화가 어떠했나를 비교하여 알 수 있음. 김창업이 북경을 다녀오기 몇 달 전 청의 목극등이 백두산을 올라가 분수령에 정계비를 세우고 백두산을 중심으로 서로는 압록강, 동으로는 토문강을 강 하구까지 이어 조청 간의 국경선으로 삼고, 조선의 접반사 박권에 동쪽 토문강의 복류부분에 목책을 설치하고 돌을 쌓으라 하고 그 결과를 연행 길에 알려달라고 요청한 일이 있었음. 다른 기록에 따르면 이번 연행 때 조선의 동지사가 목극등에 알려주었다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기록을 찾지 못했음. 이 책은 임진 11월초 3일 서울을 떠나서 26일 압록강을 건너 동년 12월27일 북경에 도착해 46일간 머무르다가 다음해 2월15일 회정하여 3월13일 압록강을 건너 3월30일 서울로 되돌아오기까지 146일간의 기행 견문을 일기로 적은 것인데, 이 책에 따르면 김창업의 여행거리는 3천리가 넘는다고 함. 청의 황제가 열하에 이궁을 짓고 피서를 한다는 내용이 이 책에 간략하게 나오는데, 그 68년 후 열하를 다녀오고남긴 여행기가 바로 박지원의『열하일기』임.
*2023. 3. 15일
1546. 건국사 재인식
*이영일 저/동문선 간(2022)
*정치인의 저서는 극력 피해온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좌파사학자들에 의해 왜곡된 건국사를 제대로 접할 수 있다 싶어서였음. 제헌국회의 속기록에 근거해 새롭게 조명한 이 책을 통해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38도선 이남의 지역만이라도 유엔의 감시 하에 자유총선거로 자유민주주의의 공화국을 건국하지 않았다면 세계 10권에 진입한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참으로 다행이다 싶어 가슴을 쓸어 내었음. 남한의 대한민국이 북한의 조선인민민주공화국을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신념화한 이승만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자유민주공화국을 세워서라는 것이 자명할진데, 소련이 주도한 위성국공작에는 눈을 감으면서 아직도 식민사관, 분단사관, 민족주의사관등의 사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승만대통령의 대한민국 건국을 비하하는 것을 보노라면 좌우 이념의 장벽이 얼마나 높은 가를 실감하게 됨.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부의 「건국전사에서 대한민국 수립까지」에는 ‘건국전사’,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수립’, ‘대한민국의 탄생’, ‘제헌국회의 헌법논의’ 등 4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제2부 「반민특위와 농지개혁」에는 ‘제헌국회와 친일· 반민족 행위자의 문제’, ‘제헌국회와 농지개혁’ 등 2장으로 되어 있음. 이 책을 읽고 확실히 알게 된 것은 이승만대통령이 농지개혁을 서둘러 한국전쟁 발발 전에 해냈기에 북한의 남침을 분쇄할 수 있었다는 것임.
*2023. 3. 8일
1545.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이 책은 시를 정확히 읽어내는 분으로 잘 알려진 신경림선생의 시화집임으로 신경림이 만난 시인들의 대표적인 시 몇 수와 시 작품이나 시인에 얽힌 일화를 같이 실어 시와 시인에 보다 가까이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의미에서 읽어볼 만한 시화집이라는 생각임. 1956년 시「갈대」로 등단해 시집『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을 지어낸 저자 신경림(申庚林, 1935- )의 작품 중에서 내가 읽은 것은 「농무」가 아닌 가 함. 신경림이 이 책에 올린 시인은 정지용 등 총 마흔 다섯 분으로 이중 정희성, 이상국, 양채영, 민영, 황영걸, 이선관, 김명수, 조오현, 조향미, 서정춘 등 열분의 시인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뵙게 된 분들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취향이 달라 저서인지 한 때 우러러보았던 김수영 시인의 작품들이 점점 생경하게 느껴졌음. 시인의 작품과 삶이 하나가 되리라는 생각은 그저 환상이라는 것을 일깨워준 세 시인을 들라면 내게는 권력의 자장이 미치는 곳에서 머물기를 추구한(?) 고은, 도종환, 안도현 등을 들고자 함. 애상적인 박인환의 작품은 아직도 뇌까릴 수 있는 것은 습관화된 기억 덕분이 아닌 가함.「깃발」의 유치환이나 「광야」의 이육사를 이 책에서 만나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음. 신경림이 만난 시인 중 여성시인은 강은교, 이해인 등 몇 명되지 않은 것은 신경림의 한계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음. 점차 잊혀져가는 동시대의 시인들을 다시 만나게 해준 신경림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자 함.
*2023. 3. 5일
1544. 일본여성 등산사
*사카쿠라 도키코 · 우메노 도시코 공저/최원봉 역/하루재클럽 간(2018)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전문적으로 등산관련서적을 출간하는 하루재클럽의 출간리스트를 보다가 눈길이 멈춘 곳은 『일본여성 등산사』였음. 조선후기 백두산등반에 관련하여 학위논문을 준비 중인 내게 필요한 것은 동 기간 중 일본인의 백두산등반기록이어서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다 싶으면 구해서 읽던 중 이 책을 알게 되어 구독하게 되었음. 내가 원했던 구한말 일본인의 백두산등반에 관한 글은 보이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보다 앞선 일본여성들의 산악운도에 대한 역사를 알 수 있었으며, 말미의 참고문헌 목록을 기초로 자료조사를 넓혀갈 수 있어 나름 유익했다고 생각함. 이 책의 저자는 일본여성이 산에 오르는데 수반되는 네가지 어려움을 들었음. 네 가지 어려움이란 첫째가 여인이 입산하면 산신이 노여워하므로 오를 수 없다는 여인금제(女人禁制)이고, 둘째가 등산이 우아하고 얌전해야 유지할 수 있는 여성다움을 손상한다는 발상이며, 세 번째는 여성은 사회·경제적으로 보호를 받아야할 약자라는 것이고, 네 번째는 남성에 비해 체력적으로 열세라는 인식이 전사회에 퍼져 있다는 것임. 여성금제가 깨진 것은 메이지 유신 이후인 1872년으로, 1832년 일본여성이 후지산을 처음 오른 지 40년이 지나서였음. 이 책에는 ‘여인금제와 여성의 등산’, ‘근대 등산의 여명’, ‘근대등산 여명기의 여성등산가들’, ‘사회인 등산’, ‘학교등산’, 등산객을 위해 애쓴 산의 여성들‘, ’해외등산‘ 등이 실려 있음.
*2023. 3. 2일
1543.한국 명승고적 기문사전
*김건곤 외 3인 저/이회 간(2005)
*한국학중앙연구원은 2002-2003년에 「한국 명승지의 답사자료 연구」(I), (II)를 추진하였고, 김건곤 · 이종묵 · 정민 · 안대희 교수 등은 이 연구에 참여하여『한국문집총간』1책-50책에 실린 기문(記文)과 『동문선』, 『신증동국여지승람』, 『황화집』, 『와유록』등의 기문과 비명, 부, 지 등을 해제해 임진왜란 이전까지의 빼어난 기문을 해제하였는데, 그런 해제 노력이 결실된 작품이 바로 『한국 명승고적 기문사전』임. 이 책의 대부분은 지은이의 생몰연대 및 작품 제작 연대, 출처의 정보, 건립경위 및 특징, 유람 및 답사와 기문 제작경위, 편액의 시문 소개 등이 차례로 실려 있음. 이 책은 전국을 서울, 인천/경기, 강원, 충북, 대전/충남,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전북, 광주/전남, 제주,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와 미상 등 총14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역대 명승 및 유적지 답사 자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찰, 누정, 전장, 향교, 객관, 궁실 등에 관한 기문이어서인지, 함경도 지역의 명소에 관한 기문은 「유칠보산기」등 총9편밖에 소개되지 않았음. 이는 제주도를 소개한 기문이 「제주풍토록」등 11편보다 적게 수록된 것으로 함경도가 얼마나 도외시되었는지를 가름하는 지표일 수도 잇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내가 태어난 경기도 파주시의 광탄면에 관한 기문으로 개국 공신인 권근의 「광탄원기」가 있다는 것은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음. 「광탄원기」는 파주 과ᅟᅵᆼ탄 언덕에 있는 광탄원(廣灘院)에 부친 기문으로 하넙 찾아서 읽어볼 생각임.
*2023. 2. 21일
1542. 국역 연행록 선집III(연도기행/연행록)
*인평대군 요 저, 이민수 역(연도기행)/ 최덕중 저, 이익성역(연행록)/(주)민문고 간(1989)
*이 책에 실린 두 편의 사행록은 모두 북경을 다녀온 연행록이라는데 그 특징이 있다 하겠음. 「연도기행」은 인평대군이 사신의 명을 받고 서울을 떠나서 청나라 연경을 왕반한 기행문으로 상, 중, 하 3권으로 구성되어 있음. 서울에서 의주까지 여행은 상권에, 의주에서 연경까지는 중권에, 연경에서 돌아오는 길은 하권에 실려 있음. 명승고적이나 이름난 산천을 와유할 수 있는 일기체의 이 글을 쓴 인평대군(1622-1658)은 효종의 동생으로 병자호란 후 1640년 인질로 심양에 갔다가 이듬해 돌아왔으며, 1650년 이후 네 차례나 사은사로 청나라를 다녀왔는데, 이 글은 효종7년(1656) 사은사로 연경을 다녀온 연행록임. 내용이 구체적이어서 당대의 청나라 풍경을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글이라 하겠음. 「연행록」은 숙종38년(1712) 청국에 파견된 사은부사 윤지인을 수행한 군관 최덕중이 5개월간 보고 겪은 사실을 기록한 일기체의 저술임. 이 사행의 정사는 김창집으로, 타각으로 수행한 동생 김창업이 남긴 「노가재 연행일기」는 최고의 연행록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음. 이 사행의 부사 윤지인을 군관으로 수행한 저자 최덕중은 가는 곳 마다 그 곳의 성곽제도를 세밀하게 살펴 조선의 제도와 비교하는 등 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임. 저자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것을 충실하게 기록하여 강희제의 청국에서 어떤 풍속이 성행했는가를 잘 전해주고 있음.
*2023. 2. 20일
1541.국역 연행록 선집II(동환봉사/연행록/도천항해록/조경일록/표해록)
*조헌 저, 박성봉 역(동환봉사)/ 권협 저, 박천규 역(연행록) /홍익한 저, 정지상 역(조천항해록)/김육 저, 이종술 역(조경일록)/(주)민문고(1989)
*4편의 사행록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조헌의 「동환봉사」라 하겠음.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난 중봉 조헌(1544-1592)은파주목의 교수가 된 것이 인연이 되어 우계 성혼의 문하생이 되었으며 율곡 이이에 사사하게 되었음. 재조 중 3사(三司)등의 청요직을 거치면서 잘못을 바로 잡으려 수차례 상소를 올린 바 있는 조헌은 선조7년(1574) 질정관으로 북경에 갔다 와서, 중국의 문물제도 중 조선에 도입해 시행했으면 하는 것을 상소로 올렸는데, 이 책은 그때 올린 상소의 모음집이라 하겠음. 두 번째로 실린「연행록」은 선조30년(1597) 명의 수도인 북경에 고급사로 다녀온 권협(1553-1618)이 전후 1백일 간의 사행을 기록한 일기체기행문임. 통상 명 나라 시절의 사행록은 조천록이라 부르는데 이 기행문은 명의 수도 북경을 다녀왔는데도 연행록이라 명명했다는 것이 눈에 띔. 권협의 연행록에서 한가로운 운필의 여유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정유재란이 일어났던 때라서 순수한 서사체로서 사실기록에만 충실해서가 아닌가함. 세 번째 사행록은 화포 홍익한(1586-1637)이 인조 2년(1624) 뱃길로 명나라를 다녀온 기록인 「조천항해록」임. 중간에 주청사 서장관으로 이임된 홍익한은 청군의 점령지인 요동의 육로를 피해 수로로 다녀왔는데, 정주의 삼사포를 출발, 가도를 들러 모문룡을 만나 회담도 했으며, 북경에 들어가 인조 즉위에 관한 고명과 면복을 주청하는 등 임무를 마치고 이듬해 4월에 귀국하였음. 저자 홍익한은 병자호란 때 척화를 주장하다가 청나라로 잡혀가 살해된 삼학사 중 한 분임. 마지막으로 수록된 작품은 김육(1580-1658)의 「조경일록」으로 인조14년(1636)에 출발해 1년 후인 1637년 6월에 돌아오기까지 견문한 바를 일기체로 쓴 기문(記文)으로 부패한 명과 무방비상태의 조선의 실상이 잘 나타나 있음. 성리학 뿐만 아니라 경세에도 밝아 민생을 위해 여러 치적을 남긴 김육의 「조경일록」이 의미를 갖는 것은 명의 은의를 저버릴 수 없는데다 신흥세력 청에 적응해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명나라로 사행하는 최후의 사신으로 최후의 예물을 가지고 간 공사(貢使)의 일기이기 때문이라 하겠음.
1540. 국역 연행록 선집I(표해록/조천록)
*최부 저, 이재호 역(표해록)/허봉 저, 윤남한 역(조천기) /(주)민문고(1989)
또 전해종 교수는 한·중관계사의 시기구분을 다섯 시기로 구분되는 바, 조공관게 성립의 전 단계인 삼국시대전반기의 관계, 초기 조공 관계의 성립기인 삼국시대 후반기의 관계, 조공 관계의 발전기인 통일신라 및 고려와 당·송과의 관계, 조공관계의 변질기인 고려와 요·금·원과의 관계, 전형적 조공관계의 성립기인 고려·조선과 명·청과의 관계가 그것임. 한국에서는 전형적인 조공관계이던 명·청 시기에 중국에 사신을 보내 조공관계를 유지했는데, 그때 사신들이 남긴 사행록(使行錄)을 쪼천록(朝天錄) 또는 연행록(燕行錄)이라 치했음. 명나라를 다녀온 사행록을 천조(天朝)인 명나라에 조근(朝覲)햇다 하여 조천록, 청나라의 연경에 다녀온 사행록을 연행록으로 따로 부른 것에서 정통왕조 명(明)과 정복왕조 청(淸)에 대한 조선의 인식이 같지 않았음을 알 수 있음. 11권으로 구성된 『국역연행록 선집』은 총 12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조천록은 허봉의 조천록이 대표작이라 하겠음. I권에 실린 최부의 『표해록 』은 사행록이 아닌 표류기여서 조천록으로 볼 수 없으며, 허봉의『조천기』는 본격적인 조천록이라 할 수 있음. 최부의 『표해록』은 조선 성종 18년(1487) 문신 최부가 제주 추쇄경차관으로 부임했다가 다음 해 부친상을 당해 돌아오던 중 풍랑을 만나 중국 절강성 영파부에 표착, 온갖 고난을 겪고 반년 만에 귀국하여 왕명을 받고 지어 올린 표류기로 3권으로 구성되었으며, 허봉의 『조천기』는 허엽의 아들 허봉이 선조7년(1574) 성절사 박희립의 서장관으로 명나라에 사행한 기행일기로 총3권으로 구성되어 있음. 최부의 『표해록』은 다른 번역서로 몇 번 읽은 바 있으며, 허봉의 조천록은 처음 접하는 조천록임.
*2023. 2. 17일
1539. 회복력 시대(The Age of Resilence)
*제러미 리프킨 저/안진환 역/ 민음사 간(2022)
* 이 책의 저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엔트로피』, 『노동의 종말』등을 읽어 내게는 퍽이나 친근한 작가임. 저자가 이 책에서 일관되게 펼치는 논지는 진보의 시대에서 회복력의 시대로 역사의 중심축이 이동한다는 것임. 저자는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가 지구상의 여섯 번째 대멸종으로 이끌고 있다는 경고가 주변부에서 주류 쪽으로 이동했다.” 면서 일반 대중들도 “그동안 삶의 기준으로 삼으며 존재의 의미를 해석하고 생존과 안전의 단순한 실상으로 이해하는 지침으로 생각해온 기존의 날조된 원칙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했음. 나는 기후변화론자들이 작금의 기상이변을 기후변화로 잘못 인식하고 마치 지구가 엄청 위기를 맞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어서 이 책을 사서 보는 것을 꺼리기도 했음. 이 책은 ‘효율성 대 엔트로피: 현대성의 변증법’, ‘지구의 자산화와 노동력의 빈곤화’, ‘ 우리가 어떻게 여기에: wl굿6ᅟᅡᆼ의 진화에 대한 재고’, ‘ 회복력의 시대: 산업시대의 종말’ 등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저자와 기후변화와 대한 생각이 달라 내내 비판적 입장에서 이 책을 읽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예시한 회복력의 여러 예시들은 나의 식견을 넓히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 저자에 감사하고자 함.
*2023. 2. 10일
1538. 동국여지승람제영사전 -산천편
*김건곤·김태환·어강석 편/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간(2016)
*이 책의 저본(底本)이 되는 『동국여지승람』은 조선 성종의 명에 의하여 노사신 등이 우리나라의 지리와 풍속등을 정리한 지리지임. 내가 갖고 있는 영인본은 중종이 이행(李荇)등에게 명하여 새롭게 증보한 『신증 동국여지승람』임. 이 책 『동국여지승람제영사전 산천편』은 『신증 동국여지승람』의 형승, 산천, 고적과 불우의 4가지 조목에 실려 있는 한시작품 전체를 대상으로 해당 저자의 문집을 찾아 한시 원문전문과 제목을 밝히고 이를 번역하고 해설한 책임. 이 책에 실린 시 중에는 제목을 붙여 읊은 시라는 뜻의 제영(題詠)이 대부분이지만 제목이 없는 시도 여러 수가 포함되어 있음. 1대간 9정맥을 종주하고 5대강을 탐방 중인 내가 생각하기는 명승지가 승지와 구별되는 가장 큰 요인은 문학과의 조우가 있었느냐는 것임. 이 책에 명승지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그곳의 경관이 멋있어서가 아니라 바로 그곳에 당대의 주요한 인물들이 머물렀고 글을 남겼기 때문이라고 설명된 것으로 보아 이 책의 편자들과 내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음. 이 책은 경기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황해도, 강원도, 함경도, 평안도 순으로 소개되어 있음.
*2023. 2. 5일
1537. 18세기 연행록 기사 집성-서적 · 서화편
*신익철 외 4인 편/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간(2014)
*5백년에 달하는 연행의 역사에서 18세기에 주목해야하는 것은 조선은 영 · 정조의 문화적전성기이며, 청나라는 강희제 · 옹정제 · 건륭제 세 황제가 정치적 안정을 이루고 문화적 전성기였다는 것임. 4백여 종으로 추산되는 조선의 연행록 중 112종이 18세기에 지어졌고, 연행록의 전범이랄 수 있는 김창업의 『노가재연행일기』, 홍대용의 『담현일기』, 박지원의 『열하일기』등 3대 연행록과 이기지의 『일암연기』모두가 18세기의 연행체험을 기록한 것을 보아도 18세기가 연행의 역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가를 알 수 있을 것임. 이 책은 18세기 전반의 연행록 54종과 후반의 연행록 58종을 분석하고 그중 53편에서 서적과 서화에 관한 기록을 뽑아내 번역하고 해제했으며, 말미에 연행록에 언급된 서적과 서화를 가나다순으로 배열하고 설명한 약식사전이 부록으로 덧붙여져 구성되어 있음. 이 책에서 얻은 중요한 정보는 청나라 오추사(吳秋士)가 편찬한 유산기 총서인 『천하명산기』임. 16권의 총서와 도(圖) 1권으로 구성된 『天下名山記』는 12개 성으로 나누어 유취한 것으로 현재는 『사고전서』에 초록본인 『天下名山記鈔』가 전해지는데, 이는 何鏜의 『遊名山記』와 王世貞의 『廣編』에 있는 내용을 산삭하여 실었다고 함. 또 하나 기억할 만한 서적은 조선시대 사역원의 내력과 고대로부터 외국과의 통교에 관한 사적및 의절을 기록한 『통문관지(通文館志)』로 김지남이 아들 경문과 함께 편찬한 것이라 함.
*2023. 2. 1일
1536.조선선비의 일본견문록
*신유한 저/강혜선 역/ 이마고 간(2008)
*신유한의 『해유록』이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비견할 만한 조선의 기행문학 작품인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역자 강혜선 교수는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평가하는 것 같음. 두 작품의 공통점은 조선의 기행문학 작품이라는 것이지만, 한 작품은 『열하일기』는 청나라를 육로로 다녀온 기록인데 비해 『해유록』은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일본에 다녀온 기록이라는 것과, 박지원은 정사 박명원의 자제군관으로 수행한 것이지만, 신유한은 제술관으로 활동했다는 것이 차이라 할 수 있을 것임. 이 책은 1719년 정사 홍치중, 부사 황선, 종사관 이명언 등을 수행해 전년에 새로 일본관백으로 즉위한 원길종(德川吉宗)을 축하하기 위해 제술관으로 일본을 여행하고 돌아온 신유한(申維翰, 1681-1752)이 지은 해사록으로 문학성이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음. 총인원 475명, 소요일수 261일, 수로 5,210리, 육로1,350리의 길고도 험한 여정을 직접 같이 하고 생생하게 기록한 이 작품은 일본의 정치경제, 역사, 제도에 대한 꼼꼼한 관찰과 풍부한 일본의 생활상과 성풍속도의 묘사, 유려하고 서정 넘치는 필치 등으로 오늘에도 읽히고 있다는 생각임. 서얼출신의 작가가 제술관이 되어 일본 문인들에 조선의 시문의 우수성을 알렸다는 점과 일본의 생활상을 잘 묘사했다는 점에서 작가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임.
*2023. 1. 27일
1535. 조선기근사
*오호성 저/경인문화사 간(2022)
*조선이 망한 것은 전정, 군정, 환곡 등 삼정의 문란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는데, 이번에 오호성 교수의 저서 『조선의 기근』을 읽고서 비로소 환곡 제도가 제 기능을 못하고 붕괴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음. 이 책에 실린 “18세기 후반에 1천만 석에 달하였던 환곡의 총량이 19세기 들어와 4백만 석으로 급감하였다. 급기야 환곡은 19세기 중반에 고갈되어 환곡운영이 정지상태로 들어갔다. 지방수령들은 허류화된 환곡의 보충을 위해 환곡을 빌려주지도 않고 세금처럼 돈을 거두었다. 백징이 만연되자 민란이 일어났다. 환곡이 담당하던 진휼기능과 물가안정 기능이 사라지자 미가가 치솟기 시작하였다. 일선 수령들은 관내의 백성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관내의 미곡을 다른 지방의 상인들에게 팔지 못하도록 하는 방곡령을 상습적으로 내렸다.” 라는 글을 읽고 느낀 것은 조선 말기 대기근은 단순히 기상이변 때문만이 아니고 조정의 무능과 부정부패로 심화되었다는 것임. 저자는 조선의 기근이 거의 매년 발생했다면서 해마다 기근이 될 수 있는 확률은 70%에 달했다고 적시했는데, 이는 매년 기상이변이 일어났을 리는 만무하고 보면 치산치수를 잘하고 환곡등의 진휼제도가 제대로 작동ㄹ되지 않아 백성들은 매년 기근을 면하지 못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음. 이 책은 ‘조선시대 흉황년의 특징’, ‘조선의 대기근’, ‘조선과 중국의 구휼철학과 구황제도의 개관’, ‘구황정책의 종류와 진휼자원의 조달’, ‘화폐의 통용과 기민구제’, ‘미곡시장과 진휼정책’, ‘진휼곡의 이전과 수송’, ‘식량의 수출입과 황정대책’, ‘조선후기 재정위기와 전정, 군정의문란’, ‘환곡제도의 확대와 진휼기능의 종언’, ‘요약과 결론’ 등 총 11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조선의 4대 대기기근은 선조대기근, 인조대기근, 현종대기근과 숙종대기근 등 임 · 양란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때에 집중되어 있지만, 19세기에도 민란으로 발전할 정도로 기근이 심각했음은 물론임. 이런 기근이 멈추지 않은 곳은 북한으로 이는 북한이 조선왕조를 빼어 닮았기 때문이 아닌 가 함.
*2023. 1. 25일
1534. 한중국경사 연구
*이화자 저/혜안 간(2011)
*“한중양국은 명대초기부터 청대에 이르기까지 압록강과 두만강이라는 천연하천을 경계로 삼고 있었으며, 변화가 있다면 1712년 백두산 정계를 통하여 압록강과 두만강 사이 경계를 정한 것이다.”라고 지적한 저자는 “그 이전에는 이 일대 강역이 명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 강역관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라고 부연해 설명했음. 저자는 이 책에서 목극등이 두만강 수원을 잘못 정하고 조선이 퇴책을 이설한 경위를 약술한 바, “1712년9강희31, 숙종38) 오라총관 목극등이 황지를 받들고 사계를 진행하여백두산 천지에 올랐다. 그는 천지에서 내려와 압록강 · 두만강 수원을 찾기 시작하였으며 천지 동남쪽 10여리의 분수령에 비를 세웠다. 비문에는 ‘ 서쪽으로 흘러 압록이고(西爲鴨綠), 동쪽으로 흘러 토문이며(東爲土門)이며, 분수령 상에 돌을 새겨 이를 기재한다.’라는 내용을 적어 넣었다. 목극등이 귀국한 후 조선에서는 두만강 단류처(斷流處, 물이 끊긴 곳)를 따라 푯말을 세울 때, 수원이 잘못 정해진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청에 통고하지 않고 사사로이 수원을 변경하여 두만강 제2파 수원에 퇴책을 연결시켜 놓았다. 이에 따른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목극등이 잘못 정한 두만강 수원이 어느 것이며, 조선에서 퇴책을 이설한 두만강 수원은 어떤 것인가?”라는 글이 그것임. 저자의 논지는 이 점에 근거를 두고 전개하는 것이어서 조선의 퇴책 이설이 참인가가 매우 중요한데 한국학자들의 저서에서 조선의 퇴책 이설에 대한 언급은 찾지 못했음. 이 책은 ‘백두산 정계와 설책의 내막’, ‘조선의 토문강 · 분계강 인식과 영토 득실론’, ‘광서 연간 양국의 공동 감계 및 대한제국간의 간도정책’, ‘청대 백두산 답사활동 및 양국지리지에 기술된 백두산과 수계’.'한중 관계사론‘ 등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국내의 연구서와 논지를 달리하는 저서여서 숙독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함.
*2023. 1. 22일
1533. 제왕과 책사
*렁청진 저/박광희 역/다산호당 간(2014)
*정치를 최고의 덕으로 이해한 아리스트텔레스(기원전384-기원전322)는 중국의 책사가 아니기에 그에게서 이사나 상앙처럼 책략가다운 면모를 찾아보기는 힘들 것 같음. 중국에 전통적으로 책략가가 많은 것은 중국의 정치운용방식이 모두 ‘사람이 다스린다’는 인치(人治) 위주였고, 그 전통문화의 정수는 ‘사람을 다스린다는 치인(治人)’이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진단했음. 중국 사람들은 자신의 일생을 다른 사람들을 다스리거나 속이기 위한 모략을 꾸미는데 허비했으며, 이런 처세는 단순한 술(術)이 아니고 생존의 도(도)처럼 변하여 마침내 중국인의 처세철학이 되어버렸다고 진단한 저자는 안으로는 성스럽고 밖으로는 지혜로운 책략을 세우는 경지에 다다라야 진정한 책략가나 지혜가로 거듭 태어날 수 있다고 했음. 이 책에 실린 책략가는 저자의 기준에 적합한 책략가들이어서 이 책에 그 이름을 실렸을 텐데, 내 느낌으로는 여전히 모사꾼이다 싶은 인물도 더러 있다 싶음. 이 책은 ‘관계의 용인과 인간학’, ‘어잚과 의리의 인간학’, ‘전술과 투쟁의 인간학’, ‘술수와 지략의 인간학’, ‘인내와 부드러움의 인간학’ 등 총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52케이스의 책략이 소개되어 있음. 개혁은 권력부터 장악한 다음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책을 읽고 나자 노동, 연금, 교육을 개혁하겠다고 발 벗고 나선 현 집권세력이 개혁 추동에 필수적인 의회권력을 장악하지 못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음.
*2020. 1. 20일
1532. 은월이
*한박준혜 저/모시는사람들 간(2015)
*여성동학다큐소설의 하나인 이 소설은 공주에 거주하는 한박준혜님이 지어낸 다큐소설임. 여성동학다큐소설이란 여성작가로 구성된 <동학언니>들이 각 지역의 동학농민혁명을 배경으로 13편의 다큐소설을 출간하는 프로젝트의 결과물임. 그중 한 권인 이 작품은 연산과 대둔산을 중심으로 동학의 활동을 그린 다큐소설로 남성이 아닌 여성의 동학활동이 그려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겠음. 작가는 이 소설의 주인공으로 동학접주가 된 은월이 “강물은 언제나 바다로 흐릅니다. 의를 세우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를 세우고자 하는 사람은 언제나 어디에도 있기 때문입니다. 개벽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그날은 반드시 올 것입니다.”라고 말하면서 금 객주, 도상하, 석현 등의 동지들과 하나가 되어 금강을 바라보면서 환하게 웃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이 소설을 맺었음. 이 소설이 통상의 소설과 다른 점은 허구가 아닌 역사적 사실을 기초해 지어낸 다큐소설이라는 것임. 따라서 다큐소설을 표방 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 역사적 사실과 부합되느냐는 따져볼 일이라고 생각함. 왜냐하면 1894년의 농민봉기를 동학혁명 대신 갑오농민혁명으로 부르자는 학자도 있으며, 나 또한 같이 생각하고 있기 때문임. 이 문제는 관련서적을 읽어 내 확고한 생각을 정립한 후 재론해볼 생각임.
*2023. 1. 10일
1531. 대한민국을 만들고 지켜온 분들
*이상우 저/기파랑 간(2022)
*“역사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이 역사를 만든다”는 명제가 참이라면 대한민국의 건국은 역사가 만든 최고의 걸작이라는 생각이 듦. 낡은 절대군주제의 착취대상으로 지배받던 조선왕조의 백성들을 나라의 주인인 국민으로 만든 선현들이 있어 자유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이 건국되었고, 거의 기적적으로 건국된 대한민국을 지키고 혁명적으로 발전시킨 주역들이 있어 내가 선진화된 나라에서 살 수 있음을 이 책을 읽고 다시 한 번 느꼈음. 자유보다 먹고 사는 것이 더 급한 대한민국국민이 공산전체주의 선전에 넘어가지 않고 6. 25 전쟁에서 나라를 지키고 나아가 경제발전을 이룩하는데 기여한 인물들을 만난 것만으로도 이 책의 저자에 고마워할 뜻임. 이 책은 제1부 대한민국을 만든 분들과 제2부 자유민주공화국을 지키고 키운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음. 제1부는 다시 ‘민주공화국의 꿈을 실은 사람들’, ‘식민시대 건국의 기초를 닦은 사람들’, ‘대한민국 건국의 기적을 만든 사람들’로 나뉘며, 제2부는 ‘신생대한민국이 맞이한 도전과 과제들’, ‘6.25전쟁에서 대한민국을 지켜낸 분들’, ‘전후복구와 부국의 기초를 다진 분들’, ‘한국군을 키운 사람들’, ‘진취적 민족정신을 다져온 지식인들’, ‘교육입국의 뜻을 세워 헌싢산 분들’로 세분되었음. 이 책에는 내가 주로 다니는 안양의 한림대병원 등 한림대를 세운 윤덕선박사도 교육임국의 선구자로 소개되어 있음.
*2023. 1.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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