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0. 나무열전
*강판권 저/글항아리 간(2023)
*미국의 조이스 킬머와 한국의 손택수는 내가 좋아하는 시인들로 모두 나무를 노래했다는 것이 공통점이라 하겠음. ‘나무처럼 아름다운 시는 정녕 볼 수 없으리’로 시작해 ‘시는 나처럼 어리석은 자가 짓지만 나무는 오직 하느님이 만드신다’로 끝나는 시 ⌜나무⌟를 읽고 이 시를 지은 미국의 조이스 킬머에 존경의 염을 갖게 되었음. ‘꽃이 피었다/도시가 나무에게/반어법을 가르친 것이다.’로 시작해 ‘도로변 시끄러운 가로등 곁에서 허구한 날/ 신경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며 피어나는 꽃/ 참을 수 없다 나무는, 알고보면/ 치욕으로 푸르다’라는 끝나는 손택수 시인의 ⌜나무의 수사학⌟을 읽고 도시의 가로수에 대한 시인의 연민을 읽었음. 시가 소설이 주지 못하는 감동은 촌철살인의 압축미에 있다면 그 압축미의 정상에 한자로 된 나무이름이 있다는 것은 이 책 『나무열전 』을 읽고 알았음.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한 나무는 소나무 송(松)을 비롯해 모두 40종임. 소나무의 한자 松은 나무를 뜻하는 木과 공작을 뜻하는 公이 결합된 것으로, 나무 중의 공작이라는 뜻이 함축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임. 이 책은 ‘숲을 바라보며’, ‘숲에서 줍는 한자’, ‘숲을 나오며’ 등 3부로 구성되어 있음. 이 책에 소개된 나무 중 눈길을 끈 것은 모감주였음. 작년 10월 낙동강을 따라 걷는 길에 달성습지공원을 들렀을 때 본 나무로 꽃이 비가 내린 듯하다 하여 Golden Rain Tree 라고 불리기도 하는 모감주나무는 열매로 염주를 만든다하여 염주나무라고 불린다고 함.
*2025. 1. 7일
1709. 권력과 진보
*대런 아세모 글루 ᐧ 사아먼 존슨 공저/김승진 역(2023)
*이 책은 기술의 발전이 모두에게 번영을 가져왔는가, 아니면 자본가에는 득이 되지만 노동자에게는 그렇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느냐에 관한 현실진단과 자본가와 노동자 모두에 득이 되기위해서는 기술이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 가의 문제에 천착해 저술한 연구서라 하겠음. 이 책의 저자 대런 아세모 글루는 제임스 A. 로빈슨과 함께 대작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저술한 공로로 202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로, 몇 년 전 위 책을 읽으면서 처음 접해 보았음. 이 책의 저자들은 전후 시기의 미국에서는 두 개의 기둥에 의해 자본가와 노동자들이 공유하는 번영이 지탱되었다면서 다음과 같이 두 기둥을 설명했는데, 그 첫 기둥은 자동화가 진행되었지만 그와 동시에 모든 계층의 노동자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겨낫다는 것이며, 둘째 기둥은 지대가 노동자들에게도 공윧되어서 노동자들의 임금이 높게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었음. 이 두 기둥이 1970년 이후로 무너져 노동운동이 쇠락하고 공유된 번영이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 저자들의 현실인식인 듯함. 저자들은 두 기둥의 붕괴원인으로 제도의 변화와 디지털 유토피아 비전의 출현을 들었음. 규제없는 시장이 국익과 공공선을 위해 작동한다는 믿음에 근거한 제도의 변화와 노동을 자원이 아니라 비용으로 보면서 디지털 테크노로지로 이를 해결하려는 시도로 결과한 디지털디스토피아의 출현으로 공유된 번영이 더 이상 지속되지 못하고 붕괴된 것이 아닌가 함. 이 책은 ‘테크놀로지에 대한 통제’, ‘운하의 비전’, ‘설득 권력’, ‘비참함의 육성’, ‘중간정도의 혁명’, ‘진보의 피해자’, ‘투쟁으로 점철된 경로’, ‘디지털 피해’, ‘인공투쟁’, ‘민주주의, 무너지다’, ‘테크놀로지의 경로를 다시 잡기“로 구성되었음. 저자들은 공유된 번영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방향 재설정을 위한 시장 인센티브, 거대 테크 기업의 분할, 조세 개혁,노동자에 대한 투자, 테크노로지 방향 재설정을 위한 정부의 리더십, 피라이버시 보호와 데이터 소유권, 통신품위법 230조 철폐, 디지털 광고세 부과 등을 추진하고, 부유세, 재분배와 사회안전망 강화, 법정 최저 임금제, 학제의 개혁을 검토해 아직 고정됮 않은 테크놀로지의 경로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결론지었음. 흥미롭게 읽은 하나는 공리주의자인 제레미 밴덤이 1791년 제시한 파놉티콘 감옥설계 아이디어에 관한 것임. 원형 건물 안에 중앙감시탑을 두고 적절한 조명을 갖추면 죄수들로 하여금 매우 효율적으로 좋은 행실을 유도할 수 있다는 파놉티콘이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에 의해 산업사회의 핵심적인 억압적 감시의 상징이 되었다는 것임.
*2024. 1. 6일
1708. 대한제국과 한일관계
*한일문회교류기금 ᐧ 동북아역사재단 엮음/경인문화사 간(2014)
*대한제국은 1897년(광무 원년) 10월 12일 조선이 제국을 선포하여 세워진 전제군주제 국가로, 미국을 비롯한 수교국들의 공식 승인을 받았으며 국제적으로 Empire of Korea로 불렸던 대한제국은 1904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에게 1904년 치안권(治安權)과 재정권을, 1905년 외교권을 강탈당한 후 1910년 강제 합병되된 우리나라 최후의 전제국가임.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의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개항 이후 대한제국의 모습과 흡사하다며 걱정하고 있기에, 과연 대한제국은 무엇을 추구했고 한일관계가는 어떠했느냐에 대해 답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하겠음. 이런 의도에서 기획된 한일문회교류기금 ᐧ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엮은 심포지움에서 대한제국 시기 한일관계의역사적 실체와 대한제국의 다양한 근대적 성격을 재조명하는 것은 대한제국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됨. 이 책은 이태진의 ‘대한제국을 어떻게 볼 것ㅇ니가?’, 김도형의 ‘대한제국의 체제개혁’, 김명수의 ‘대한제국과 국제환경’, 한철호의 ‘대한제국의 일본인식과 정체’, 오가와라 히로유키의 ‘일본의 대한제국 인식과 그 정체’, 목수현의 ‘제국이 되기 위하여’, ‘김연수의 ’제국의 시간, 양력이 시작되다‘, 이경민의 ’제국의 기록, 사진이 말하다‘ 등 8편의 발표논문과 토론문을 함께 싣고 있어 대한제국과 한일관계를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었음. 기조발표자로 볼 수 있는 이태진의 고종황제에 대한 평가가 눈길을 끌었는데, 이태진은 고종황제의 개혁 의지와 근대화세력에 관한 이해가 높았다면서 1883년 고종은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보빙사들에게 60가지에 달하는 다양한 질문을 던진 것을 그 예로 들었음. 흥미로운 것은 종두법을 들여온 지석영이 양력의 사용이 나라의 체모를 손상시키고 민심을 현혹시키는 일이라면서 반대상소를 올린 것이었음.
*2025. 1. 3일
1707. 한국전쟁
*박태균 저/책과 함께 간(2010)
*한국전쟁을 끝나지 않은 전쟁이며, 또 끝나야 할 전쟁으로 명명한 저자 박태균 교수가 저술한 책으로 내가 읽은 책은 이 책이 처음임. 객관적인 시각으로 의문과 쟁점을 파헤친 한국전쟁의 역사를 담고 있다는 이 책을 읽고 조금 혼란스러웠던 것은 한국전쟁이 남침인가 북침인가에 대한 저자의 분명한 입장을 읽기가 어려웠기 때문임. 저자는 한국전쟁의 원인으로 좌우익의 대립이 전쟁을 초래했다는 내적기원론과 한반도의 분단이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로 이루어졌다며 미국의 책임론을 부각시키는 외적기원론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비판이론도 함께 소개해 균형을 취하고자 노력한 것으로 보임. 내가 저자의 한국전쟁 원인 분석에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한국전쟁은 북한이 소련과 중공을 등에 업고 적화통일을 이루고자 남침한 침략전쟁이라는 것이 명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임. 저자가 이 책을 ‘역사에서 전쟁은?’, ‘한국전쟁은 왜 일어낫을까?’, ‘분단되지 않을 수는 없었을까?’, ‘전쟁은 왜 1950년6월에 시작되엇을까?’, ‘전쟁은 실패의 연속과정이엇다’, ‘전쟁은 왜 2년이나 계속되었는가?’, ‘전쟁은 후방에서도 진행되었다’, ‘전쟁은 왜 끝나지 않앗고, 끝나야만 하는가’ 등 총7장으로 구성하여 한국전쟁을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해 고찰한 덕분에 한국전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는 것이 이 책을 읽은 보람이라 하겠음.
*2025. 1. 2일
1706. 청동에 새길 이름 이승만
*복거일 저/백년동안 저(2024)
*내가 존경하는 건국대통령인 이승만의 이름은 청동에 새겨질 만하다는 생각임. 저자는 “사람들의 과오들은 청동에 새겨져 남는다. 그들의 덕성들은 우리는 물로 쓴다.”는 셰익스피어의 탄식을 반영해 책 제목을 정했다고 서언에서 밝혔는데, 정말 그리했으리라고 내가 생각하는 것은 저자는 이미 2년 전에 『물로 쓰어진 이름』이라는 타이틀로 전5권의 역작을 발표해 이승만의 삶의 발자취를 훌륭하게 그려 넀기 때문임. 이 책에서 다룬 내용들은 거의 다가 감명 깊게 읽은 『물로 쓰어진 이름』에서 접해본 것이어서 복습하는 기분으로 부담없이 읽었음.dl 책을 읽고 내가 무릎을 친 것은 이승만의 얄타비밀협약 폭로임. 1945년 2월 러시아 크리미아의 얄타에서 열린 미국, 영국, 러시아의 정상들이 만나 가진 얄타회담에서 3대 강국들이 “조선은 일본과의 전쟁이 끝난 뒤까지 소비에트 러시아의 영향 궤도(orbit of influence) 안에 남도록 한다”고 비밀협약을 맺었다고 이승만이 폭로한 것은 폭로의 진실 여부를 밝히는 데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한반도의 운명이 강대국들의 비밀 거래로 결정되는 상황에서 발언권 없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이들 강대국들로부터 언질이라도 얻어기 위해서였음. 이승만의 폭로로 미국 국무부는 어쩔 수 없이 ‘이승만의 폭로는 거짓 소문에 바탕을 두었으며 카이로 선언에서 천명된 연합국의 조선정책은 충실히 이행될 것’이라고 선언했는데, 이 선언은 바로 이승만대통령이 목표한 바였음. 얄타회담의 비밀협약이 과연 존재했느냐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폭로로 남한에 해방 후 대한민국이 건국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 것임을 생각하면 다시 한번 이승만 대통령의 혜안과 결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음.
*2025.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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