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7-1698. 사라진 근대사 100장면 (1-2권)
*박종인 저/와이즈 맵 간(2024)
*역사적 사실인 사실(史實)에 근거해 저술한다고 말하는 저자가 이 책을 ‘불온한 역사서’라고 미리 밝힌 것은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이 학교에서 배워온 것과 너무 달라서임. 이는 오늘날 주류 역사학자들이 펴낸 역사교과서가 사실을 왜곡하고 지나치게 좌편향적이어서 저자의 이 책과 상치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 아닌가 함. 예를 들어 저자가 이 책에서 일관되게 역설하는 것은 역사의 동력은 지성과 교류에 있다면서 정조가 주도한 문체반정이야 말로 반지성적이며 지성의 교류를 막은 반근대적 조치라고 말한 것임. 이 책을 통해 조선이 얼마나 반근대적이었나를 알 수 있는 것은 우리 역사와 근대를 먼저 연 서구의 제국들 역사를 연대적으로 비교해 놓아서임. ⌜몰락의 시대⌟로 명명된 제1권은 1726년 ‘영조의 국정지표와 아이작 뉴턴의 사과’ 등 50개 장면을 담고 있으며, ⌜반동의 시대⌟로 명명된 제2권에는 ‘파리 에펠탑과 조병갑의 선정비’ 등 50개 장면이 실려 있음. 제1권에서 확인 한 것은 정조의 지식독점욕으로, 청에서 들여온 『고금도서집성』은 이덕무와 정약용 등 특정한 소수에만 열람을 허용해 이 책에 실린 지식의 유통을 원천봉쇄했다는 것임. 제2권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일본이 그물을 치기도 전에 조선이라는 물고기가 먼저 뛰어들었다는 것임. 1910년8월5일 이완용이 보낸 비서 이인직이 찾아와 “이천만 한인이 쓰러지거나 육천만 일본인과 함께전진하는 수밖에 없다” 고 말하는 것을 들은 통감부외사국장 고마쓰 미도리가 기록한 것이 “그물을 치기도 전에 물고기가 먼저 뛰어들었다”는 글임. 일본인의 이 글이 틀렸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은 일본이 총 한방 쏘지 않고 조선을 합방한 것이 역사적인 사실이기 때문이라 생각함.
*2024. 11. 4일
1696. 낙동델타, 지도와 돌 위에 새긴 마을의 기억
*김기혁 저/부산대학교출판문화원 간(2024)
*내가 강줄기를 따라 걷고 있는 낙동강은 강원도 태백산 산록의 너덜샘에서 발원하며 황지에서 용출되어 흐르기 시작해 남해로 흘러드는 남한 제1의 강임. 경상북도 봉화군과 안동시를 지나 상주시와 경상남도 창녕군을 거쳐 유역에 여러 고을을 이루며 굽이굽이 흐르다가 김해시를 거쳐 부산일대에서 남해로 유입되는 낙동강은 영남지방을 동일 문화권으로 아우르는 토대로, 본류 유로는 조선시대 경상좌도와 우도를 나누는 경계였음. 저자는 이 책에서 낙동강의 발원지 이름인 '황지(黃池)'에 대해 “황지에 담긴 황색(黄色)은 전통 색의 오방색 중 하나로 방위상 중앙을 의미한다. 물길이 시작되는 '태백산(太白山)'에서 흰색은 한민족에게 성스러운 의미를 주고 있다다. 이는 태백산이 강역의 종산인 백두산(白頭山)에 버금가는 상징성을 지녔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황지'와 '태백산' 이름은 고대 신라가 경상도 권역에 자리 잡은 이후 낙동강이 지리 인식의 중심에 있었음을 나타낸다.” 라고 설명하고 있음. 낙동강은 남해에 다다라 유속이 제로에 가까워지면서 운반력을 상실해 그동안 운반해왔던 토사를 내려놓아 퇴적지형을 형성했는데, 이렇게 낙동강 본류와 서낙동강 사이에 형성된 삼각형의 퇴적 지형인 하중도가 바로 낙동 델타임. 이 책의 제1부 ⌜마을의 무대: 낙동델타의 자연과 역사⌟는 ‘낙동델타와 강서지역’ 등 9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2부 ⌜마을과 마을비⌟ 에서는 ‘대저1동’ 등 7개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제1부에서 알게 된 것은 벼농사가 직파법에서 이앙법으로 바뀐 것은 조선시대이며, 이앙법의 확산으로 노동력이 절약되면서 잉여노동력 계층의 농민들이 유민이 되면서 경상도와 강원도 산간지역에서 화전을 일구게 되었다는 것이며, 제2부에서는 장항(獐項)의 한글 지명이 노루목이라는 것과 가덕도에 대해서 보다 자세히 알게 되었음.
*2024년11월3일
1695.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정약용 저/정해렴 역주/현대실학사 간(2001)
*이 책은 정해렴 역자의 수고로 찾아낸 정약용의 『비어고(備禦考)』와 『민보의(民堡議)』를 합쳐 한 권으로 묶어 번역 주해한 책임. 이 책『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고전소설 『임진록』이나 『사명대사실기』, 『박씨전』, 『임경업전』 및 임진왜란과 병바호란을 소재로 한 황당무계한 역사소설을 통해 잘못 알고 있는 임진왜란과 병바호란에 대한 허상을 고치고 역사적 실상을 바로 알도록 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는 것은 조선후기 실학의 대가인 정약용선생이 실증적 검토를 거쳐 이 책을 저술했으리라 믿어서임. 이 책은 제1부 비어고1임진왜란, 제2부 비어고 ᐧ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제3부 민보의로 구성되어 있음. ‘임진왜란’, ‘김성일의 일본사행’, ‘정발의 부산싸움’, ‘신립의 달천패배’, ‘선조의 의주피란’, ‘이순신의 한산도 승이’, ‘삼도군사의 용인패배’, ‘정ᅟᅮᆫ부의 함경도 수복’ 등 8개 장으로 세분된제1부 “임진왜란”에서 관찬기록의 정사가 아닌 야사 및 문집 중에서 진실성 있는 기록을 뽑아 실상을 그대로 전하고자 하는 다산의 노력을 읽을 수 있었음. ‘정묘호란’, ‘병자호란을 일으킬 트집’, ‘병자호란’, ‘유림의 탑골전투’, ‘강화도의 함락’, ‘3학사의 절개’, ‘청나라 군사의 가도 함락’, ‘강도가 무너진 사실’ 등 7개 장으로 세분된 제2부 “정묘호란 ᐧ 병자호란”에서도 제1부 “임진왜란” 에서와 같이 병자호란의 실상을 제대로 읽을 수 있었음. 임진왜란 중 13만명에 이르는 삼도의 근왕병이 용인에서 치른 왜군과의 전투에서 패배한 것과 병자호란의 시작을 의주 건너편의 용골산 봉수대에서 봉화를 올려 조정에 알렸으나 도원수 김자점이 제대로 읽지 못해 대비를 못한 것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음.
*2024년11월2일
1694. 여헌학보 제36
*김길환 외 /여헌학연구회 간(2020)
*낙동강을 따라 걷는 길에 조선 중기의 문신인 여헌 장현광을 배향하는 구미의 동락서원을 들렀다가 인근의 여헌기념관을 찾아가 받아온 책이 이 책 여헌학보 제36호임. 17세기 영남 유학을 대표하는 여현(旅軒) 장현광(張顯光, 1554-1637)은 인동과 선산을 포함 구미의 유학 전통을 계승하여 조선성리학의 내용을 한 단계 성숙시킨 대표적인 성리학자로 학문과 제자 양성에 주력하였으며, 42세에 보은현감된 장현광은 향약을 만들고 월회의 규약을 정하여 시행하였음. 1636년 병자호란 때는 의병을 일으키고 군량미를 모아 전장에 보냈으며, 삼전도(三田渡) 굴욕 소식을 듣고 분개하여 동해안 입암산(立碧山)으로 들어간 지 반년 만에 이 세상과 작별하였음. 이 책에는 김길환의 ⌜장현광의 태극사상⌟ 등 13편의 논문이 추모특집으로 실렸고, 김기탁의 ⌜여헌 장현광 선생의 삶과 성리학연구⌟ 등 4편의 논문이 논단의 이름으로 등재되었으며, 장달수의 ⌜해동속소학으로 보는 여헌 선생⌟ 등 5편의 잡문이 기고되는 등 총22편의 글이 실려 있음. 성리학을 공부한 바가 전혀 없어 논문의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했으나, 이 책을 통해 여헌 장현광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이 이 책을 읽은 성과라면 성과라 하겠음. 정경일의 논고⌜구미시 세계문화중심지론⌟를 통해 도학의 적통을 세운 학자는 송나라의 주돈이, 장재, 정호, 정이, 주희 등 5인이라 하는데 이중 장재(張載)는 생소한 인물임. 우리나라에 도학을 도입한 최초의 인물이 고려 중기 첨의평리벼슬을 한 이재 백이정(白頤正)으로 이제현과 박충좌에 가르쳐주었고 이제현은 정몽주를 가르쳤다고 함. 또 하나 퇴계 이황은 역동 우탁을 기리기 위해 예안에 역동서원을 세웠으며, 단양군수로 재직 중에 역동 우탁이 유람하던 사인암을 정비하고 단양 우씨의 족보까지 초록해주었다는 것을 위 논문을 읽고 처음 알았음. 인조반정 이후 김장생과 더불어 전국의 대표적인 산림으로 추앙받은 장현광은 정경세와 함께 영남 유학계를 이끌었으며, 『리기경위설』등 독창적인 성리설과 깊이 있는 역학 관련 저술을 남겼음.
*2024년11월1일
1693. 패관잡기(稗官雜記) 上
*어숙권 저/ 박은정 ᐧ 이홍식 공역/민속원 간(2024)
*이 책의 저자 어숙권(魚叔權, 1510-?) 은 조선 중기의 서얼출신의 문인으로 1525년에 이문학관(吏文學官) 이 되어 오랫동안 한중외교사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임. 어숙권은『훈몽자회』를 지은 역관 최세진(崔世珍, 1473-1542)으로부터 이문을 배워 『이문제서집람(吏文諸書輯覽)』의 편찬에 참여하였고 중국사행에 동행하거나 중국 사신을 접반하는 일을 맡아 하기도 했음. 이 책『패관잡기(稗官雜記)』는 조선의 중종과 명종 때 우리나라에 떠돌던 여러 패관문학작품들을 모아 수록한 수필집으로 총6권으로 구성되어 있음. 역자가 서문에서 “조신의 『소문쇄록』및 권응인의 『송계만록』과 더불어 조선 중기 서얼문사의 시각이 잘 반영된 필기로 평가되는 작품”으로 소개한 이 책『패관잡기(稗官雜記)』는 이수광, 장유, 송시열, 안정복 , 이덕무, 이경규, 박규수 등 조선후기의 쟁쟁한 사문인 지식인들에게 널리 읽힌 수필집임. 조선 야사의 기준이 되는 작품이라는 평가에 힘입어 후에 발간되는 이긍익의 『연려실기술』등 다른 야사집에 널리 인용되고 있다고 함. 총6권 중 앞의 2권을 번역한 이 책『패관잡기(稗官雜記)』상권에는 권1의 ⌜명나라 황제의 대통⌟ 등 80편에 권2의 ⌜열사 권달수⌟ 등 92편을 더한 총 172편의 잡기가 수록되어 있음. 조선 국왕의 세계가 고려의 배신인 이인임의 후손으로 잘못 기재된 『대명회전』을 바로 잡는 ⌜종계변무(宗系辨誣)의 과정⌟이 이 책의 두 번째 일화로 자세히 수록되어 있는 등 흥미로운 일화들이 많이 실려 있음.
*2024. 10. 26일
1692. 해방정국의 풍경
*신복룡 저/중앙일보에스 간(2024)
*내가 저자를 만난 것은 미국의 선교사 헐버트가 지은 『대한제국멸망사』를 읽고 나서임. 이 책을 번역한 저자 신복룡교수의 여러 저서 중 맥켄지의 『대한제국의 비극』과 『한국의 독립운동』, 새비지와 랜도어 공저인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 찰스의 『조선풍물사』, 그리피스가 지은 『은자의 나라 한국 』등을 번역한 역서는 여러 권 읽었으나, 저자가 직접 저술한 저서를 읽기는 이 책이 처음으로, 저자의 역서를 통해 구한말과 일제 시대의 조선인의 삶과 시대상을 안 것이 이 책을 보다 흥미롭게 읽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임. ⌜인물로 돌아보는 대한민국 현대사⌟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해방 전후에 대한민국에 영향을 크게 준 인물들을 알아보는 데 크게 도움이 되는 저서로 그동안 제대로 알지 못했거나 몰랐던 것들을 이 책을 통해 똑바로 알게 되었음. 이념으로 진영이 나뉘고 지역감정으로 대립하고, 문벌과 직업의 우월의식이 사라지지 않은 오늘날 엄청난 비판과 비난을 감수할 각오가 없이는 특정 인물을 소개하는 정도를 넘어 까발리는 수준으로 논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저자는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어가면서 사실을 사실대로 드러내고자 애썼음. “한국의 학자들과 정치인들을 지나친 엄숙주의(rigorism)의 틀안에서 ‘이데올로기’라는 용어를 가두어 설명했다. 밥을 해결해주지 않는 이데올로기는 의미가 없다. 그래서 세종은 ‘백성에게는 밥이 하늘이다(食爲民天)’ 라고 말했을 것이다.”라는 저자의 언급에서 이 책이 자서전이나 평전과 다른 점을 찾을 수 있었음. 한 예로 건국 대통령을 이승만이 1948년의 5. 10 총선거에서 라이벌 최능진의 동대문갑구 출마를 위한 등록을 술수로 저지해 결국 무투표로 당선되었다는 사실임. 최능진은 미국 스피링필드 대학을 졸업한 지식인으로 일제 치하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감옥생활을 햇으며, 해방 후 경무국 수사과장을 한 인물로 정수회장 최필립의 부친임. 이 책을 읽고 한국의 해방은 돕지만 독립은 용인하지 않는다는 처칠의 언급과 좌우의 진영대립보다 좌우 각 진영이 진영 안에서 대립하고 갈등하는 것이 훨씬 심각했다는 저자의 언급을 곱씹고자 하는 것은 해방 직후의 갈등과 대립이 오늘에 재현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임.
*2024. 10. 23일
1691. 교유와 논쟁으로 본 관계의 문화사
*김학수 외 저/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 간(2024)
*조선을 특징짓는 주자학의 차가운 속성은 정명사상(正明思想)으로 포장된 차별이었음. 주자학으로 무장된 조선의 양반들의 차별로 상극의 사회가 되어버린 조선 사회에서 상생과 화합을 이끄는 교유를 찾아보기가 힘들게 만들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념이었음. 이 책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차별이 심했던 조선 사회에서 상극의 무대를 상생의 무대로 바꿀만한 교유의 결실을 찾아 엮어냈다는데 출간의 의의가 있을 것임. 이 책은 김학수의 ⌜조극선의 일기를 통해본 17세기 유불의 길항적공생⌟, 조현범의 ⌜서양선교사의 조선인식과 타자성⌟, 정수환의 ⌜조선 후기 노비와 상전 관계의 호혜성⌟, 안대희의 ⌜신분을 초월한 양반과 노비의 시적 대화⌟, 신상후의 ⌜조선 후기 호론과 낙론의 논쟁과 교유⌟, 한형조의 ⌜서계 박세당의 ‘사변록’과 이단관 – 새로운 사고의 지평과 대화⌟, 김봉좌의 ⌜한글로 소통한 사대부의 가정생활 – 16~17세기 한글편지를 중심으로⌟, 한도현의 ⌜이일분수의 사회학, 불가능한 꿈의 오디세이⌟, 정치영의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산에 대한 색다른 시선 – 지리산과 청량산⌟, 신정수의 ⌜무장사비 서체에 대한 한중문인들의 견해 차이⌟, 이민주의 ⌜조선유학자의 심의에 대한 비판적 해석⌟, 이남옥의 ⌜해방 전후 정인보의 교유 관계⌟등 12개의 논문으로 구성되었음. 여러 논문 중에서 주목해서 읽은 수록 논문은 인물성동이론을 공부할 수 있는 신상후의 ⌜조선 후기 호론과 낙론의 논쟁과 교유⌟, 조선 중기의 대학자인 이황과 과 조식의 제자들이 누구인가를 알려주는 정치영의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산에 대한 색다른 시선 – 지리산과 청량산⌟, 마지막 소론의 학자로 분류될 수 있는 정인보의 교유관계를 읽을 수 있는 이남옥의 ⌜해방전후 정인보의 교유관계⌟ 등임경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음.
*2024. 10. 9일
1690. 한반도와 일본의 미래
*강상중 저/노수경 역/ 사계절 간(2021)
*이 책의 저자 강상중은 재일한국인 2세로 태어나 정치사상학을 전공한 학자로 1972년 한국방문을 계기로 일본명을 버리고 한국명으로 활동하고 있을 만큼 정체성 문제에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함.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의도는 저자가 밝혔듯이 한일관계가 심각하게 악화되고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또한 난항에 빠져 있는 국제정치 환경이 가져다주는 위기속에서 기회를, 비관속에서 낙관을, 그리고 절망속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나는 이해하고 있음. 저자는 한일관계는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이후 1998년 김대중과 오부치게이조 한일 정상의 ⌜21세기 한일파트너쉽공동선언⌟ 발표로 돈독해졌다가 2018년 한국대법원의 강제집용피해자에 대한 배상명령 판결로 제기된 갈등으로 악화일로에 있음을 심히 염려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음. 일본이 남북 분단 체제의 항구적 존속에 사활을 거는 현상유지 전략을 바꾸어야 분단체제를 극복하려는 한국과의 갈등을 줄여나갈 수 있다고 제언하는 저자는 문재인 정부의 남북긴장완화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 같음. 전쟁은 최악이라면서 불길하고 치명적인 비전통적안전보장의 문제로 북한 또한 위기에 처한 지금 필요한 것은 북한에의 유연한 접근으로 상호간에 신뢰를 하나하나 쌓아가는 길이 미래의 길이라는 저자의 진단과 대책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햇볕정책이 북한의 김씨왕조의 수명만 연장시킨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임. 북한의 도발의지를 확실히 잠재울 수 있는 것은 힘의 우위를 확실히 확보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함.
*2024. 10. 5일
1689. 테러리스트 김구
*정안기 저/미래 간(2024)
*내가 화제의 신간을 거의 사보지 않는 것은 같은 진영의 언론이나 유튜브가 증폭한 허구의 내용들이 걸러지지 않은 채 유명세를 얻은 것이 아닌가 싶어서였음. 더구나 이 책 『테러리스트 김구 』가 상해 임시정부의 주석으로 독립운동을 이끌어온 민족의 지도자로 추앙받는 김구선생의 어두운 생애를 다룬 것이어서 더욱 그러했음. 저자의 글은 이승만학당에서 펴낸 『반일종족주의』에서 한 번 읽은 바 있어 나와 생각을 같이하는 바가 많다는 것은 확인한 바이지만, 민족지도자를 테러리스트로 재평가한 저자에 공감하기가 정서적으로 부담스러웠다는 것이 솔직한 내 생각이었음. 그럼에도 이 책을 사서 읽은 것은 4대 성인을 제외한 지식인들은 모두가 그들 나름대로 인간적 약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째서 유독 김구는 언제나 이 사회에서 찬양받고 존경받고 있는 것이 과연 마땅한 것인가 의문이 들었기 때문임. 더구나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자유대한민국을 건국한 이승만 건국대통령보다 건국에 참여 안 한 김구가 더 숭앙받고 있다는 것은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던 차 김구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게 한 이 책이 출간된 것을 알고 눈 딱감고 사서 읽게 된 것임. 이 책을 읽고 김구에 대한 허상이 깨진 것은 서운하기는 하나 다행이다 싶은 것은 김구도 이승만과 마찬가지로 다양하게 평가받아야 우리나라 근대사가 제대로 쓰여질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라 하겠음. 저자는 이 책에서 테러를 전쟁, 게릴라전, 폭력범죄와 구별하여 아래 요건을 갖추었을 때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임. 저자는 테러가 정당성을 가지려면, 첫째 테러의 목적은 테러의 목적은 정치성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원한·보복 등 형 사범죄와 구별되며, 둘째 피해 대상이 비무장 민간인이기 때문에 게릴라전 및 국지전 과 구별되고, 셋째 테러 공격은 치밀한 사전계획에 따라 실행되므로 우발적인 범죄 (이른바 묻지마 폭력)와 구별되며, 마지막으로 테러리스트는 비폭력을 추구하는 정치범 혹은 확신범과도 구별됨을 지적했음. 이 기준에 따르면 김구의 치하포의 약장수인 일본인 쓰치다 조스케에 대한 테러, 이봉창의 항일 테러,윤봉길의 항일테러, 김립에 대한 테러, 옥관빈에 대한 테러, 안중근의 동생 안공근에 대한 테러, 민주 건국의 원훈인 송진우에 대한 테러, 겉치레 공산주의자 여운형에 대한 테러, 얼굴 없는 국부로 평가받은 장덕수에 대한 테러 등 김구가 직접 행했거나 주도한 8개의 테러 중 상기 4개 여건에 들어맞는 정당한 테러는 윤봉창의 항일테러 뿐이라는 것이 저자의 평가임. 이 책을 통해 전7권으로 구성된 손세일의 대작인 『이승만과 김구』를 읽엇을 때도 알지 못했던 내용을 새삼 알게 된 것이 이 책을 읽은 보람이라 하겠음. 저자와 상반된 견해를 갖고 있는 좌파사학자들의 반격이 어떻게 전개되는 가를 지켜보고자 함.
*2024년10월3일
1688. 후쿠자와 유키치의 문명론
*후쿠자와 유키치 저/정명환 역/기파랑 간
*이 책의 저자 후쿠자와 유키치는 일본의 독립과 개화를 필생의 업으로 하여 메이지 유신 시대를 살았던 일본의 개혁가이자 대학자임. 탈아론을 주창한 저자는 김옥균 등 조선의 개혁파를 지원해 이들이 1984년 갑신정변을 일으키는데 도움을 주었음. 문명이란 인간관계가 점차로 달라져서 좋은 방향으로 나가는 양상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한 저자는 서구문명을 동양문명보다 발달한 문명으로 이해했기에 서구문명을 도입하는 것이매우 중요하다고 인식했고, 그 연장선에서 일본이 아시아에 머무르지 않고 서구세계로 들어가는 탈아입구(脫亞入歐)를 주창했다는 것이 내 생각임. 이 책을 읽고 내가 감탄한 것은 세계를 보는 저자의 높은 식견과 저자의 수준 높은 이 책이 널리 읽혔다는 것임. 대원군 집정 때인 1867년 메이지유신을 겪은 일본이 오늘까지 우리나라를 앞설 수 있었던 것은 뭐니 뭐니해도 서구문명을 재빨리 받아들이고 일본에 성공적으로 이식했기 때문일 것임. 서양인을 금수 보듯이 한 위정척사의 지식인들이 결정적으로 우리나라 무대에서 사라지게 된 것은 한때 대한민국을 주도적으로 이끈 역량 있는 군장교와 우리나라 경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이병철, 정주영, 김우중 같은 기업인의 출현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똑똑한 군장교와 개척가인 기업인들이 받아들인 문명이 아니고 조선이나 중국의 유교문명이 아니고 실질과 과학을 중히 여기는 서구문명 및 이 문명을 모범적으로 받아들인 일본문명이기 때문임. 문명론이란 결국 인간정신의 발달론이라고 갈파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19세게 후반 동양에서 문명의 본뜻을 논리적으로 밝히고 동양의 후진성의 연원을 정당하게 밝히고 고발했는데, 이것만으로도 저자의 고견에 놀라기에 충분했음.
*2024년10월2일
1687. 제자백가 인간을 말하다
*임건순 저/서해문집 간(2019)
*중국사를 읽으며 가장 부러운 것은 기원전인 춘추전국시대에 현인들이 인간의 본성에 대해 백가쟁명을 한 것임. 그 먼 옛날에 학문이 꽃피어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이론적으로 싸우고, 또 현실정치에 응용한 중국은 서양의 그리스에 비견될 만큼 융성하게 학문이 발전된 국가라고 상찬받을 만하다는 생각임. 이 책은 ‘인간 본성’ 이라는 창을 통해 제자백가를 읽도록 잘 설계된 저서로, 저자 임건순은 수많은 사상가 중에서 묵자, 상앙, 한비자, 노자, 장자, 순자, 맹자, 손자, 오기, 공자 등 10명을 선정해 그들의 사상을 이 책을 통해 풀어나갔음. 저자가 지적한대로 모든 사상은 인간의 이야기이기에 사상가가 누구냐에 따라서 인간관이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임. 각각의 사상가가 갖고있는 인간관이 다를진 데, 요약하면 묵자는 인간은 변할 수 있더고 했으며, 상아은 인간은 자원이라 했고, 한비자는 인간은 세에 굴복할 뿐이라 했음. 노자는 세상은 속이고 빼앗는 인간으로 가득찬 곳이라 했고 장자는 두 개의 본성과 지옥같은 마음들이라 했으며 순자는 춘추전국시대의 성공학 전도사로 성악설을 주장했음. 맹자는 지식인의 독재를 꿈꾸면서 성선설을 주장했고, 손자는 인간과 상황과 조거만 있을 뿐이라 했음. 오기는 동기부영의 화신으로 자리매김했고 공자는 인간을 새롭게 발견한 혁명가로 키워드로 인을 제시한 사상가이자 스승이라 하겠음. 인간의 본성이라는 관점에서 제자 백가의 인간관은 크게 성선설과 성악설로 양분되는데 성선설로 대표되는 맹자나 성악설로 대표되는 순자 모두 공자를 따르는 제자들임. 이 책을 통해 중국 사상의 뿌리라 할 만한 성선설과 성악설을 다시 알게 된 것이 이 책을 읽은 보라이라 하겠음.
*2024. 10. 1일
1686. 퇴계문하 6철의 삶과 사상
*경북대학교 퇴계연구소 저/예문원 간(1999)
*퇴계 이황(李滉, 1501-1570) 선생은 성리학 완결의 학문적 성취와 후학양성의 두 가지 과업을 성공리에 해낸 분임. 선생의 학문적 성취는 『주자대전』 등 주자학 관련서적을 주해·편찬하고, 『성학십도』를 써서 선조에게 바치는 것으로 구현되었으며, 후학양성은 일차적으로 ‘퇴계문하 6철’을 배출한 것이라 하겠음. 퇴계선생의 학통제자란 단지 퇴계라는 인물을 흠모하거나 사숙한 제자가 아닌 퇴계의 학문 정신과 퇴계학의 주요 이론을 학문적 바탕으로 계승한 제자를 의미하는데, 경북대학교 퇴계연구소에서 월천 조목, 학봉 김성일, 간재 이덕홍, 서애 유성룡, 한강 정구, 지산 조호익 등을 퇴계문하 6철로 선정한 것은 이 분들을 선생의 대표적인 학통 제자라 평가했기 때문일 것임. 월천 조목(趙穆, 1524-1606)은 수많은 제자들 가운데 홀로 도산서원에 종향될 만큼 당대 사림의 높은 평가를 받았던 인물로, 그의 성리학의 핵심은『심경』과 그 부주의 비판으로 이루어졌다고 함. 학봉 김성일(金誠一, 1538-1593)은 학문의 중점을 예학에 둔 유학자로, 그의 예학은 스승 퇴계와의 절차탁마를 통해서 형성되었다고 함. 학봉은 예교의 실천을 중시해 예서의 간행 및 반포에도 주력한 학봉은 극기복례를 실현하여 전범이 되었던 실천 예학자라 하겠음. 간재 이덕홍(李德弘, 1541-1596)은 퇴계의 문하에서 으뜸으로 친자(親炙)를 입고 심열 ⸱ 성복한 적전 제자로 철두철미하게 퇴계의 사상을 전승했음. 이런 중에도 간재는 스승 퇴계의 정치적 이상주의를 현실 정치에 적용시키는 예지를 보여주기도 했음. 서애 유성룡(柳成龍, 1542-1607)은 퇴계 문하 6철 중 현실정치에 뛰어들어 임진왜란 중 나라를 건진 정치가이자 경세가임. 서애는 영남학파를 대표하는 진보적인 경세학자로서 위로는 퇴계의 학통을 계승하고 아래로는 실학파를 연결하는 교량적인 위치에 있었음. 한강 정구(鄭逑, 1543-1620)는 조선시대의 전형적인 사림파 관인학자이자 철인 교육자로, 임진왜란을 몸소 겪은 격동기의 인물이기도 함. 덕계 오건, 퇴계 이황, 남명 조식 선생한테서 수학한 한강은 남인과 북인 모두 두루 교유했으나 정국이 남북 분당으로 나뉘자 남인계에 속하게 된 인물임. 한강의 현실지향적 입각점이 미수 허목을 거쳐 성호 이익에 이르고 이것이 근기학파의 실학적 성격형성에 작용한 실학연원의 단서가 된 것으로 보기도 함. 지산 조호익(曺好益, 1545-1611)은 뒤늦게 퇴계문하에 입문해 퇴계선생으로부터 학문적인 전수와 지도를 충분히 받지 못했으나, 퇴계의 학통을 충실히 계승한 것으로 평해지고 있음. 다만 지산이 퇴계와 회재의 주리 사상을 계승하는데 그치고 확대 발전시키지 못한 것은 지산의 한계라 하겠음. 이 책을 읽고서 실망한 점은 퇴계를 스승으로 모시는 6철끼리도 서로 비방하고 갈등을 노정한 것임.
*2024. 9. 12일
1685. 한국사회주의의 기원
*임경석 저/역사비평사 간(2014)
*칼 마르크스는 사회주의자인가, 공산주의자인가? 1848년 발표한 ⌜공산당 선언⌟에서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외친 마르크스가 공산주의자가 아니면 누가 공산주의자란 말인가? 그럼에도 마르크스 이념을 사회주의라고 생각하여 신봉하는 사람들이 사회주의자인지 공산주의자인지 구별이 안되는 것은 그들의 운동을 공산주의운동보다는 사회주의운동으로 널리 인식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음. 내가 생각하기로는 공산주의나 사회주의가 다른 점의 하나는 모두 분배를 중시하고 생산수단의 국유화에 주력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나 공산주의는 사회주의보다 과격해 프로레타리아 독재를 수용한다는 것이 다른 점이 아닌가 생각함. 이번에 읽은 이 책은 제목과는 달리 1917년에서 1922년까지 한국 공산주의자들의 활동사를 주제로 저술한 저서가 분명한데, 이 책의 제목을 『한국사회주의의 기원』이라고 한 것은 이들의 활동을 사회주의운동으로 표현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음. 이 책을 읽고 놀란 것은 1910년대 말에서 1920년대 초까지 한국인의 공산주의 운동이 이리도 치열했는 가였음. 6백페이지를 상화할 정도로 상세하게 기술되어있는 이른바 한국사회주의의 기원을 살펴보면서 한국의 독립운동이 생각보다 훨씬 밀접하게 소련의 공산주의와 연관되어 행해졌음을 확인했음. 해방 후 남한에서도 좌익이 준동할 수 있는 토양은 그 한 세대 이전부터 공산주의 운동이 우리 독립운동에 뿌리내리기 시작해서가 아닌가 함. 이 책은 ‘동트는 새벽’, ‘한인사회당’, ‘3.1운동 한국사회주의 어머니’, ‘분출하는 사회주의 단체들’, ‘상해 한국공산당’, ‘분열’, ‘대한 의용군과 고려혁명군’, ‘두 개의 창당대회’, ‘자유시의 비극’, ‘두 공산당의 혁명이론과 정책’, ‘모스크바 외교전’, ‘극동민족대회와 한국’, ‘사회주의 운동의 지각변동’ 등 총 14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공산주의에서는 민족주의가 부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자의 또 다른 저서인 『3.1운동 전후 한국민족주의의 변화』에서는 민족주의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구독해볼 생각임.
*2024. 9. 6일
1684. 이광수 문학의 심층적 독해-근대주의 오독을 넘어
*방민호 저/예옥 간(2023)
*우리나라 문학사에서 이광수처럼 심하게 평가절하를 받아온 작가도 흔치 않겠다는 생각을 가졌던 내게 이광수 문학의 심층적 독해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저자에 고마움을 표하고자 함. 386세대의 문학평론가들이 저술한 평론서를 읽기가 겁이 나는 것은 이 세대의 평론 글 상당수에서 그들이 독특하게 경험한 군부독재에 대한 증오와 그에 따른 민중민주주의에의 편향 때문임. 더구나 춘원 이광수는 친일문학인의 거두로 인식되어 그러한 편향이 더욱 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그러했음. 이광수 문학작품의 제대로 된 읽기가 필요하며, 나부터 오독을 극복해보려던 차에, 서점에서 『이광수 문학의 심층적 독해-근대주의 오독을 넘어』라는 제목의 이 책을 보고 주저하지 않고 사서 보게 된 것임. 저자가 밝혔듯이, “이 책은 『무정』의 탄생 이후 끊임없이 지속되어온 이광수에 대한 ‘근대주의적 독해’가 오독으로 점철되어 있으며 그럼으로써 이광수와 그 문학에 대한 오해를 반복해서 낳고 있음을 밝히고, 그러한 ‘근대주의적’ 해석전통과는 다른 독해의 가능성을 추구”한 문학평론서로, 이광수의 작품을 심층적으로 읽어나가는데 크게 도움을 주는 저서라 하겠음. 이 책을 읽으며 만난 인물 중 단재 신채호, 도산 안창호, 백범 김구는 의외다 싶었음. 단재 신채호의 『꿈나무』가 이광수의 소설『무정』이나 『유정』의 창작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으리라고는 생각했지만, 도산 안창호나 백범 김구의 사상이 이광수의 문학사상에 영향을 미쳤으리라고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음. 이 책에서 김구의 자서전 『백범일지』를 춘원 이광수가 윤문한 것에 대한 저자의 상론을 보고 춘원이 백범에게도 사상적으로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음. 이 책은 ‘『무정』을 둘러싼 새로운 모험’, ‘그리하여 ‘사랑’은 어디로 갔나’, ‘심연 속에 ’빛을 그리다’, ‘ ‘어둠’을 넘어 ‘공동체에 이르는 길’ 등 4부로 구성되어 있음. 이광수의 전향이 강제에 의한 것으로 자발적이지 않았는 저자의 글에 동의함.
*2024. 9. 5일
1683. 조선, 민국 600년
*남정욱 ⸱ 장원재 저/북앤피플 간(2024)
*저자들이 대한민국의 역사를 ‘The Greatest Story Ever Told’라고 한 것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야기’라고 확신해서였을 것임. 전 세계에 자랑할만한 ‘The Greatest Story Ever Told’를 만드는데 주역으로 참여한 세대에 속해 있다는 것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껴온 나는 이러한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를 의도적으로 폄훼하는 세력에 분노를 느끼고 있음. 이 책의 저자가 조선건국을 설계한 정도전이 “이제 조선이라는 칭호를 이어받았으니 기자의 선정 또한 마땅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한 것을 들어 조선건국은 단군조선이 아니라 기자조선을 승계했다고 주장한 것은 조선이 중국적 질서인 예를 기본으로 하여 내부적으로 사농공상을 국가시스템의 원칙으로 삼아 국가를 운영했다고 진단했기 때문일 것임. 흥미로운 것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의 군장성 출신들이 사농공상의 구체제를 깨고 대한민국을 경영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임, 1992년 김영삼의 집권으로 사농공상의 구질서가 화려하게 부활해 대한민국이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는 저자들의 진단에 완전히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이미 사농공상의 구질서는 붕괴되었고, 그 바탕 위에 K-Culture가 우리나라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임.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소득을 1961년의 82달라에서 1971년의 289달라를 거쳐 1977년에 1천달라를 넘어섰고, 2023년에 3만달라를 넘어선 것에는 박정희와 전두환 두 대통령의 성공적인 대한민국 운영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것에는 생각을 같이 하고 있음.
*2024. 9. 4일
1682. 난재 채수선생의 삶과 문학
*난재 채수선생 기념사업회 저/시와 반시 간(2019)
*상주가 쌀, 곶감과 누에고치의 삼백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익히 알고 있는 바이지만, 문향(文鄕)의 고장이라는 것은 이 책을 읽고서 비로소 알게 되었음. 옛날 상주에서는 낙동강이 시작되는 고을답게 강에 배를 띄우고 열은 낙강범주부시회(洛江泛舟詩會)가 많이 열렸다고 함. 상주의 범주시회가 1196년 백운 이규보의 백운낙강범부유에서 시작된 후, 1471년 뇌계 유호인이 뇌계낙강범주시회를 거쳐 1862년 계당 류주목의 범주시회까지 666년간 총51회나 지속되었다는 것은 우리 문학사에 길히 남을 만한 일이라 하겠음. 난재 채수 선생께서 조선 시대 소설가로 오늘까지 필명을 날린 것은 선생이 문향의 고장인 상주에 머물면서 패관소설 『설공찬전』창작해냈기 때문일 것임. 1449년 한양의 명례방에서 태어난 채수 선생은 21세에 증광광시에 장원한 수재로, 정4품인 응교로 있으면서 도승지 임사홍의 비행을 탄핵했다가 파직되기도 했는데, 말년에 상주로 내려가 정자 쾌재정을 짓고 지내면서 소설 『설공찬전』을 창작했음. 이 소설로 선생은 탄핵되고 소설은 수거되어 소각되어 사라졌는데, 1998년 서경대 이복규교수가 묵재 이문건의 『묵재일기』의 낱장 속면에 『설공찬이』라는 제목의 한글번역본이 필사되어 있는는 것을 발견하여, 선생의 역작인 『설공찬전』이 비로소 빛을 보게 되었다는 것도 이 책 『난재 채수선생의 삶과 문학』에 실려 있음. 이 책은 ‘난재 채수 선생의 생애’, ‘조선 전기 난재 채수의 현실인식과 삶의 모습’, ‘난재 채수의 사상과 설공찬전’, ‘난재 채수 선생과 쾌재정’, ‘난재 채수 선생의 위기일발’, ‘최초의 한글소설 설공찬전을 짓다’ 등 7편의 논문과 자료가 실린 부록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 이 책을 읽고 의문을 갖게 된 한 가지는 설공찬전이 과연 최초의 한글소설인 가임. 채수가 쓴 설공찬전은 한문으로 쓴 한문소설이지 한글소설이 아니었으며, 발견된 『설공찬이』는 한글번역본으로 채수의 작품이 아니기 때문임.
*2024. 9. 3일
1681. 천봉산 민속자료의 문화적 가치
*상주문화원 저/상주문화원 간(2017)
*낙동강을 따라 걷는 길에 공검지 등 상주의 명소 몇 곳을 들렀으나 민속문화유적지는 들를 생각조차 하지 못했음. 내 고향의 서낭당을 무속의 잔재로 보는 등 민속문화에 대한 몰이해로 고향 파주 땅에 어떤 민속문화유적들이 있는지에도 전혀 관심이 없었음. 얼마 전에 상주의 공검지역사관에 근무하는 한 분으로부터 증정받은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상주의 천봉산이 상주 민속문화의 보고임을 알게 되었음. 천봉산은 상주의 진산으로 일찍부터 민속문화가 발생한 곳으로 이 산의 동쪽 자락에 상주를 수호해준다는 영암각과 만민이 평안하고 우순풍조(雨順風調)하여 풍년이 들 것을 기원하던 성황사와 산신제단이 산재해 있어 상주의 민속문화유적지임. 해발435.8m의 천봉산은 남쪽의 연악산(갑장산)과 서쪽의 노악산(노음산)과 더불어 상주의 삼악을 이루는 산으로, 이 산 꼭대기에 성황사가 자리하고 있음. 이 성황사는 광해군9년(1617) 창석 이준선생에 의해 편찬된 ⌜상산지(商山誌)⌟에 처음 실린 것으로 보아 16세기 말이나 17세기 초에 지어진 것으로 보임. 이 책은 제11회 상주역사문화학술대회에 발표된 논문들을 모아 편찬한 것으로 김철수 상주문화원장의 ‘상주천봉산의 민속문화유적’, 황경순연구원의 ‘상주 천봉산 성황사 • 성황제의 문화유산적 가치와 보존’ 및 이기태교수의 ‘성황신앙의 역사와 상주 성황사’ 등 3편의 발표자료가 실려 있음. 이 책 덕분에 성황당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음.
*2024. 9. 2일
1680. 2016년 경북선비 아카데미(상주편)
*상주문화원 저/상주문화원 간(2016)
*석달 전 낙동강을 따라 걷는 길에 상주의 저수지 공검지를 들렀을 때 공검지역사관에 근무하는 한 분으로부터 받아온 도서로 상주명소탐방기 몇 편을 쓰는데 참고하고자 이 책을 꺼내 읽었음. 상주문화원은 2016년에 발간한 책자가 『상주문화 20호』, 『상주문화총서 제24호』, 『상주의 인물 5집』, 『금요사랑방 제7집』과 이 책 『경북선비아카데미』등 5권의 책자를 발간한 것으로 보아 매우 활동적인 문화원이 틀림없어 보임. 이 책에 곽희상의⌜영남을 대표하는 상주의 혼⌟, 윤재수의 ⌜유학의 개념⌟, 김호종의 ⌜낙동강과 상주문화⌟, 전옥연의 ⌜고고학으로 보는 상주⌟, 금중현의 ⌜대령지남의 수학궁 도남서원⌟, 권세환의 ⌜가정교육과 선비정신⌟, 조희열의 ⌜임진전쟁과 상주 사람의 동향⌟, 이상호의 ⌜민간소장 일기류 기록자료와 창작소재은행⌟, 장윤수의 ⌜정체성과 선비정신⌟, 정우락의 ⌜조선조 선비들의 여가와 풍류⌟, 김철수의 ⌜상주의 항일독립운동⌟과 이택용의 ⌜경북의 선비정신과 유학자들⌟ 등 12편의 발표자료가 실려 있어 상주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음. 특히 정우락의 ⌜조선조 선비들의 여가와 풍류⌟를 읽고 많이 배웠는바, 이황이 강조한 성리학적 미의식이 ‘온유돈후’라는 것과 풍류를 독락의 풍류와 여락의 풍류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었음. 이현보가 어부가를 통해 독락의 풍류 세계를 꿈꾸었고, 많은 문인들이 누정시회와 선유시회를 여락의 풍류 세계를 즐겼음을 위 글을 읽고 알게된 것이 이 책을 읽고 얻은 수확임.
*2024. 9. 1일
1679. 좌파정권은 왜 국정원을 무력화 시켰을까
*이병호 저/기파랑 간(2024)
*국가가 존속하고 번영하는 데는 좋은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필수적임. 대한민국이 건국된 지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았는데 세계 10위권의 국력을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시스템과 국가지도자의 빼어난 리더십 덕분임. 1948년 건국 당시 남한보다 훨씬 부유했던 북한이 이제는 국민들이 끼니를 이어가는 것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뒤쳐진 것은 잘못된 공산주의시스템과 무능한 김일성일가의 리더십 때문이라는 것이 내 생각임. 대한민국의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고 제대로 작동되는 데는 국정원의 역할이 컸으리라 생걱해 왔는데, 이번에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지어낸 『좌파정권은 왜 국정원을 무력화시켰을까』라는 제목의 책을 읽고 확인할 수 있었음. 내가 대학을 다니던 1960년대나 1970년대에는 반정부인사를 감시하고 탄압하는 것으로만 알았던 중앙정보부가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오늘의 국정원으로 성장한 데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해온 국정원 직원들의 각별한 노고가 크게 도움이 된 것으로 알고 있음. 간혹 국정원이 부정적으로 평가를 받은 것은 국정원 자체의 문제보다 집권세력이 도구로 사용하고자 하는 악의적 의도 때문이었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정권의 국정원의 무력화 시도가 아닌가 함. 국가안보의 최일선에서 국가안보를 지키는 국가의 제일 방어선의 소임을 감당하는 기관인 국정원을 적폐기관으로 몰아 국정원에 대해 국민들이 부정적인 인식을 갖도록 하고, 국정원에서 대북관련 첩보업무를 경찰로 이관시켜 대북첩보능력을 약화시킨 지난 정부의 국정원 무력화시도는 자유민주주의국가인 대한민국의 안보를 약화시키는 것이어서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국민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할 것임. 옥고를 치르고 한 시대를 증언할 만한 저서를 펴낸 저자에 박수를 보내고자 함.
*2024, 8. 20일
1669-1678. 바람과 구름과 비(碑) (1-10권)
*이병주 저/그림같은세상 간(2020)
*이병주 작가의 명성은 진작부터 들어 알았지만, 막상 그의 작품을 읽은 것은 이 소설 『바람과 구름과 비』가 처음임. 이 작품의 작가 이병주(李炳注, 1921-1992)는 일제시대 때 태어나 일본에서 와세다 대학을 다니던 중 학병으로 소집되기도 했음. 작가는 해방 다음 해인 1946년 귀국해 대학에서 강의하다 40세가 넘어 1965년 중편소설 『알렉산드리아』로 등단했음. 『지리산』,『산하』등과 더불어 작가가 남긴 또 하나의 대작이 바로 『바람과 구름과 비(碑)』로,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 나름 느낀 것은 대하소설을 젊어서 읽는 것보다 나이 들어 읽는 것이 차분하게 생각하며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이었음. TV드라마로도 방영된 이 작품은 한말 한양을 주 무대로 하며서 민중의 삶을 그린 대하소설임. 이 소설을 통해 우리나라 역사상 더 할 수 없이 중요하고 힘든 시대였던 한말에 관상사 최천중과 같은 혁명가를 등장시켜 새롭게 웅지를 펼쳐나가는 과정을 현실감 있게 보여준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은 모두가 시대정신에 부응하여 변화해야 역사에서 밀려나지 않는다는 것이었음. 주인공 최천중은 새로운 왕국을 건설하기 위해 각 분야에서 역량 있는 인재들을 모아 키웠고, 이에 필요한 자금은 관상과 필요할 때 사술을 써서라도 부족함 없이 확보했음. 작가가 험난한 시대에 격랑을 헤치고 나갈 주인공으로 관상사를 택한 것은 고소설에서 신령으로부터 신기를 배운 무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것과 같은 기법이 아닌가 싶어 조금은 식상하다는 느낌도 들었음. 주인공 최천중이 세우고자 한 왕국이 말미에 동학의 나라로 밝혀지는 것을 보고 나보다 한 세대 위 지식인인 작가의 동학혁명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읽을 수 있었음. 동학혁명에 대해 마냥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은 동학이 추구하는 가치가 오늘날의 자유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독재체제의 조선왕조를 폐하고 자유민주주의의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은 것이 동학혁명의 한계로 생각하는 나는 작가의 무조건 적인 동학 예찬에 생을 달리 하고 있음. 간간이 실록 등 1차 자료를 인용해 당대의 정세를 설명한 것이나 적절하게 한시를 등장시킨 것은 작가 나름의 시도로, 내가 모르는 것을 새삼 알게 된 부분도 많았음. 문학평론가 이어령은『바람과 구름과 비(碑)』에 대해 “민족의 앞날이 어두웠던 한말을 배경으로 난세를 사는 시민들의 ‘기막힌 공화국에의 꿈’과 희망을 탁월하게 형상화함으로써 회한의 민족사에 뜨거운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었다”고 평했는데, 대체적으로 나 역시 생각을 같이 하고 있음.
*2024. 8. 4일
1668. 서울의 자서전
*신병주 저/글항아리 간(2024)
*TV방송을 통해 이름이 널리 알려진 저자는 『왕으로 산다는 것』이나 『왕비로 산다는 것』등을 저술해 역사의 대중화에 기여한 바 큰 역사가임. 이 책은 1394년 10월 조선의 수도가 된 이래 근현대의 격동기 속에서 대한민국 위상을 잘 지켜온 서울이라는 도시에 자리한 51개소의 역사적 현장을 역사가의 눈으로 탐방힌 남긴 기록이라 하겠음. 조선의 역사를 장소라는 창을 통해 엮어본 서울의 삽화인 에피소드들이 모여 서울이 어떻게 변모했는가를 그린 일종의 서울의 자서전인 이 책을 통해 서울을 그려보는 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거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소득이라 할 수 있을 것임. 이 책을 읽고 확실히 안 것은 조선 후기 세도정치의 주인공인 장동김씨의 내력임. 안동김씨의 시조는 김선평(金宣平)으로 고려 태조 왕건에게서 성씨를 하사받은 것일 함. 이렇게 탄생한 안동김씨는 16세기 서울에 기반을 두게 되는데, 사헌부장령을 지낸 김영수의 둘째 아들 김번(1479-1544)의 후예들이 백악산 아래 현재의 청운동 일대인 장동(壯洞)에 자리 잡으면서 장동 김씨(또는 장김, 신안동 김씨)로 불리기 시작했음. 1513년에 문과에 급제해 평양서윤을 지낸 김번의 대표적인 후손이 병자호란 때 척화파를 이끈 선원 김상용(1561-1637)과 김상헌(1570-16520임. 김상헌의 손자 김수항은 영의정을, 김수항의 아들인 김창집은 영의정을, 그리고 김창집 등 육창(六昌)은 정치와 학문분양에서 두각을 나타내 장동 김씨를 조선후기 최고의 명문가로 자리 잡게 되었음. 김창집의 현손인 김조순의 딸이 순원왕후가 되면서 헌종과 철종에 이르기까지 왕후를 배출해 세도가문이 되었음. 장동김씨의 세거지는 김상용이 거처했던 청운동 일대의 골짜기인 청풍계(淸楓溪)로 겸재 정선이 그림을 그려 후세에 알려졌음.
*2024. 8. 2일
1667. 한국근대문학교육사연구
*우한용 저/서울대학교출판부 간(2009)
*이제까지 문학에 관련된 수많은 저서들을 읽었으면서도 문학을 교육의 대상으로 삼아 저술한 논저는 내게는 이 책이 최초임. 그동안 학교에서 이루어진 문학교육의 과정을 기술하고 그 의의를 밝히며 한국문학교육의 전망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저술된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문학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음. 일반교육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성장문제를 핵심사항으로 다루는 문학교육이 파괴하면서 형성하는 지성과 창조의 통일장인 문학의 속성을 인간의 삶으로 전이하는 일이라면 학습자를 정당한 의미의 문학적 인간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의도적 마름질과 인격형성을 도모하는 일이 바로 문학교육이라고 저자는 갈파했음. 이 책을 읽고 중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린 문학작품은 정전으로서 가치를 지니는 훌륭한 작품으로만 인식했는데, 교과서의 기능이 단순히 정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고 문학을 통해 학생들을 성장토록 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잘 짜여진 프로그램에 실린 콘텐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음. 이 책은 ‘서론’, ‘경험주의/가치중심 문학교육 - 제1차 교육과정기’, ‘경험중심 진보주의 /원론적 문학교육 – 제2차 교육과정기’, ‘학문중심/형식주의 문학교육 – 제3차 교육과정기’, ‘기능중심/문학사 중심 문학교육 – 제4차 교육과정기’, ‘기능중심/활동중심 문학교육 – 제5 • 6차 교육과정기’, ‘문화에서 문학의 생산으로 – 제7차 교육과정기’, ‘한국 근대 교육사의 의미연관’, ‘결론 – 문학문화의 성취를 위하여’ 등 총9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인간 삶의 온전한 성취를 도모하는 기획 가운데 하나인 문학교육을 통해 어떻게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것인가 하는 안목을 갖고 그런 꿈을 꿀 수 있다면 문학교육은 의미 있는 변화의 프로그램이다 싶음.
82024. 8.1일
1666. 일본의 근대사 왜곡은 언제 시작되었는가
*박경민 저/ 밥북 간(2023)
*이 책의 저자는 『한일 근대인물 기행』에서 조우한 바 있어 낯설지 않은 작가로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기업인 출신임. 『한일 근대인물 기행』이 조선의 철종 등극과 일본의 페리제독 내항에서 시작해 을사조약 체결 시까지 55년(1850-1905) 간 한일 양국의 근대사를 이끌어간 역사의 주역들에 초점을 맞춘 저서라면, 이 책 『일본의 근대사 왜곡은 언제 시작되었는가』는 동시대의 역사적 사건이라 칭할 만한 강화도조약(1874)과 일본의 경복궁점령사건(1894)에 대해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해 밝힌 역사서라 하겠음. 중국과는 천자국으로 모시는 조공외교를, 일본과는 이웃처럼 사귀는 교린외교를 펼치는 사대교린을 펼치는 사대교린을 전통적인 외교정책으로 고수해온 조선이 개국 485년인 1876년 함선 운요호의 침공을 받고 일본과 체결한 조일수호조규가 이른바 강화도조약(병자수호조약)임. ‘조선은 자주국가로서 일본국과 평등한 권리를 보유한다’로 시작된 강화도조약은 조선이 최초로 체결한 국제조약으로, 관세에 대한 규정이 없어 6년간 일본상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못하기도 했음. 1894년 일본이 경복궁을 공격해 점령한 경북궁점령 사건은 청일전쟁의 출발점이었는데도 그 자세한 경위가 밝혀지지 않았는데, 저자가 이 책에서 『승정원일기』와 최근에 공개된『주한일본공사관기록』등을 인용해 이제껏 모르고 지나친 경북궁 침공사건의 진상과 역사적 의의를 알 수 있었음. 제1편「조선의 개항」과 제2편「경복궁은 알고 있다」등 2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제1편에서는 ‘일본과의 외교 및 교역’, ‘메이지 신정부의 새로운 외교관계’, ‘개항’ 등을 실었고, 제2편에서는 ‘연이은 역사적 사건들, 1894년’, ‘청군파병과 일본군 진주’, ‘협상’, ‘일본의 강경책’, ‘경북궁 점령’ 등을 담고 있음. 저자의 역사적 사건기술이 지나치게 많은 자료를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해 조금은 지루했으나 상세한 실상파악에 도움이 되었음.
*2024. 7. 15일
1665. 러일전쟁과 대한제국
*와다 하루키 저/이경희 역/제이앤씨 간(2011)
*이 책은 최근에 읽은『러일전쟁 –기원과 개전』을 저술한 와다 하루키가 내한해 「러일전쟁과 대한제국』의 제목으로 강연한 것을 문고판으로 출간한 강연집임. 와다 하루키는 저서 『러일전쟁 –기원과 개전』에서 러일전쟁을 “아시아에 밀어닥친 서구국가들의 압력에 저항해 메이지유신을 단행한 일본이 근대화와 부국강병의 길을 걸으면서 이웃 나라 조선에 대한 지배와 정복을 기도하게 되었고, 러시아와도 맞닥뜨려 결국은 전쟁으로 몰고가서 조선을 일본의 것으로 한다는 점을 러시아가 인정하게 한 전쟁” 으로 규정하고 “러일전쟁의 가장 큰 결과는 일본이 대한제국을 말살하고 조선 전역을 식민지 지배한 것”이라고 기술한 바 있음. 러일전쟁이 조선전쟁에서 시작되었다고 진단한 저자는 ‘조선을 노린 전쟁’ 또는 ‘조선에서의 전쟁’인 청일전쟁이 조선전쟁의 시작이라고 했음. 1894년 일본이 조선의 왕궁인 경북궁을 점령한 것으로써 시작된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러시아가 주도한 삼국간섭으로 요동을 청국에 되돌려주었는데, 그 후 일본은 10년간 와신상담하며 러시아와의 일전을 준비해왔음. 러일전쟁은 청일전쟁 때 이루지 못한 조선의 보호국화와 시장화를 위해 일본이 일으킨 전쟁으로 1904년2월6일 조선의 진해만을 점령하는 것으로써 시작되었으며, 압록강 건너 일으킨 만주전쟁으로 본격화되었음. 저자는 이 강연을 통해 러일전쟁은 조선전쟁에서 시작되었으며, 러일전쟁은 피할 수 없는 전쟁이 아니었음을 역설했음.
*2024. 7. 5일
1663-1664. 온국민을 위한 대한민국 역사교과서 1, 2
*대한민국역사교과서 편찬위원회 저/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간(2024)
*우리나라 역사교과서는 1967년 고등학교 3학년 때 배운 교과서를 끝으로 읽지를 않았는데, 그 까닭은 시중의 역사교과서가 거의 다 사회주의 사상에 편향된 교수와 교사들이 주죽이 되어 저술한 것이 거의 다이기 때문임. 내가 이 책을 사서 읽게 된 것은 이 책이 조선총독부의 황국사관을 넘어 항일선조들의 시각으로 우리 역사를 보고 저술했다는 글을 보았기 때문임. 이 책의 집필진은 이 교과서는 1차 사료를 기준으로 시대를 서술했으며, 대내적으로는 민족자주사관, 대외적으로는 평화공존사관의 관점에서 기술했고, 구석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민족사의 발전과정을 고르게 다루어 일관된 관점을 가지도록 서술했음을 강조했음. 선사시대에서 고려시대까지를 다룬 1권과 조선시대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를 다룬 2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총998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에 우리나라 역사를 통사적으로 다룬 역사서라 할 수 있음. 이 책의 1권은 ‘선사시대’, ‘역사시대의 전개와 고조선’, ‘여러나라 시대의 전개’, ‘다섯나라 시대의 통합과 발전’, ‘세 나라 시대와 동아시아 대전’, ‘두 나라 시대와 후기 세 나라 시기’, ‘고려시대’ 등 7부로, 2권은 ‘조선시대’, ‘국제질서의 변동과 근대국가 수립운동’, ‘일제의 한국점령과 대일승전’, ‘광복과 분단, 통일을 향하여’ 등 4부로 구성되었음. 이 책이 내가 읽은 역사교과서와 가장 차별화되는 것은 고려와 조선의 영토가 압록강과 두만강 건너 서간도와 북간도를 포함한 지역까지로 기술된 점인데, 이는 아직은 소수의견으로 추가로 검증받아야 할 사항이라 생각됨. 이 책이 조선총독부의 황국사관을 넘어 항일선조의 시각으로 쓰였는지는 몰라도, 이승만대통령의 대한민국 건국과 박정희대통령의 조국 근대화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음.
*2024. 7. 5일
1662. 박정희 일화에서 신화까지
*김인만 저/서림문화사 간(2020)
*젊어 한 때 박정희대통령 집권 기간 중 대학시절을 보내야 했던 것이 분하고 원통하다고 생각했을 만큼 나는 박대통령의 정치를 비판했었음. 나보다 31세 밖에 나이가 많지 않아 한 세대를 앞서 살아간 박정희(朴正熙, 1917~1979) 대통령은 조국근대화의 초석을 다져 대한민국 국민이 오늘날 이처럼 번영된 나라에서 살게 되었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음. 조국근대화를 이룩한 박정희대통령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이 책을 읽고 박정희대통령의 인간적인 참 모습이 어떠했나를 엿볼 수 있었음. ‘택시기사는 요금을 받지 않았다’, ‘공양미 3백석은 효도가 아니다’,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등 3부로 구성된 이 책에는 ‘시골뜨기 소년 박정희’ 를 비롯한 일화 74편이 실려 있는데, 얼마간 동시대를 살아서인지 생동감이 느껴졌음. 이중 ‘데모 학생들 앞으로 뚜벅뚜벅’ 일화는 나와 관련된 것이어서 더욱 그러했음. 1971년4월14일 홍릉의 서울연구개발단지 기공식에 참석하고 청와대로 돌아가느라 동대문구 용두동을 지나는 길에 교련반대 데모 중인 서울사대 학생들이 던지 돌이 1호차에 떨어진 사건이 발생했었음. 박대통령은 서울사대 구내 학생처사무실까지 걸어 들어가 학교 관계자를 질책하고 학생들을 체포토록 명해 70여명의 학생들이 경찰서에 끌려간 일화로, 경찰서로 붙잡혀간 학생들은 대통령의 지시로 그날 밤 전원 석방되었음. 당시 나는 서울사대 4학년 생으로 서울사대부고에서 교생실습 중이어서 데모에 참여하지 못했으나, 그날 밤 서울사대 교실을 점거해 밤새 농성을 한 것이 기억남. 조국근대화의 총지휘자였던 박정희대통령은 나무를 심고, 고속도로를 닦고, 새마을운동을 하고, 수출증대를 강조하면서 훈손을 위해 진력한 위대한 대통령으로 길이 기억되리라 믿고 있음.
*2024. 7. 4일
1661. 박정희와 고속도로
*금수재 저/기파랑 간(2021)
*낙동강을 따라 걷는 길에 들른 구미시 상모동의 박정희 대통령생가에서 구매한 이 책에는 이 땅에 경부고속도로가 놓인 역사가 상세히 소개되어 있음. ‘길에서 길을 찾다’ 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의 저자는 한국도로공사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한국도로공사의 역사를 공사 30년사 및 40년사를 편찬한 바 있어 박정희대통령과 고속도로에 관한 공적인 자료와 일화들을 많이 접했을 것임. ‘길’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중의가 잘 활용된 부제 ‘길에서 길을 찾다’는 고속도로라는 길에서 조국근대화의 길을 찾은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임. 조선후기 실학자 이중환이 저서 『택리지』에서 밝혔듯이 우리나라는 산이 많고 들이 적어 수레가 다니기에 불편하므로 말에다 화물을 실어 날라야 했어 육운이 발달하지 못했음. 조국근대화의 길로 매진하기 위해서는 고속도로 건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먼저 대통령이 인식해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수 있었음. ‘길을 묻다’, ‘길을 열다’, ‘번영의 길’ 등 3부로 구성되어 이 책을 읽고 확신을 갖게 된 것은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자유민주주의국가인 대한민국을 건국한 이승만대통령과 조국근대화를 이룩한 박정희대통령 덕분에 오늘날 사람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임. 박정희대통령은 고속도로를 만들고 고속도로는 우리나라 역사를 새롭게 만들어 왔다는 것이 제 생각임.
*2024. 7. 1일
1660. 지금 다시, 일본 정독
*이창민 저/더숲 간(2024)
*우리나라 뉴스의 대부분은 사실과 오해가 혼동되고 감정 섞인 바람이 한데 어우러져 휘발성이 강한 가짜 뉴스여서 뉴스만을 읽고서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가를 정확하게 알기는 쉽지 않음. 더구나 일본에 대한 뉴스의 상당수는 얼마간 민족감정으로 윤색되어 일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음. 저자가 이 책을 저술한 첫 번째 목적은 한국인들이 객관적 시선으로 과거의 일본을 바라보고 현재의 일본을 바라보며 미래의 일본을 전망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는 데 있으며, 두 번째 목적은 일본을 주제로 재미있게 교양을 쌓을 수 있는 읽을 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며, 세 번째 목적은 지역학으로서 일본학의 저변이 확대되는데 공헌을 하고 싶어서라고 저자는 ‘들어가기’ 글에서 밝혔음. 10년 가까이 일본에서 공부하고 생활한 저자가 객관적인 자료와 깊이 있는 분석, 그리고 통찰력이 뒷받침된 전망 등을 제공해준 덕분에 한국의 독자들은 국뽕, 반일, 혐오라는 기름기를 걷어내고 일본을 정확히 정독(精讀)하고 자세하게 정독(精讀)할 수 있다는 생각임. 총 3부2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제1부 “과거의 일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는 제목 하에 ‘일본의 상인혼’, ‘대를 잇는다는 것’, ‘코디네이션과 모티베이션’, ‘일본인들은 진짜 근면한가’, ‘빛났던 하이브리드 정신’, ‘영웅의 귀환’, ‘일본의 질주를 막은 게임의 룰’, ‘성공이 시패를 만든 아니러니’ 등 8개장이 들어있고, 제2부 “현대의 일본을 어떻게 이해할 거인가?” 에는 ‘왕년의 일본’, ‘답정너 정책이 위험한 이유’, ‘사내 실업자’, ‘백조의 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수출규제는 돈의 흐름을 막지 못한다’, ‘격차사회,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아베노믹시, 성공인가 실패인가?’ 등 8개 장이 포함되어 있으며, 제3부 “미래의 일본을 어떻게 전망할 것인가?” 에는 ‘상실의 시대’, ‘가난한 나라, 부자 국민?’, ‘투자대국 일본’, ‘추격당하는 국가’, ‘인구 오너스 시대’, ‘갈라파고 신드롬’, 프로크루스테스 침대‘ 등 7개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이 책을 읽고 앞으로 단순히 더 잘해 일본을 추월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과 다르게 해 앞지르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경쟁의 주역이 모방에 능했던 기성새대에서 창조에 능숙한 신세대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음.
*2024. 6. 17일
1659. 죽은 자들을 위한 변호
*복거일 저/들린아침 간(2003)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변호에 나선 사람들은 민족을 배반한 친일파여서 이 책을 저술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나 또한 기본적으로 친일파를 부정적으로 보아왔으며, 친일파에 대한 심판이 국민들이 만족할 수준에서 이루어졌는가에 대해서는 다소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어서 더욱 그러했음. 과연 묘수다 싶은 것은 이 책의 저자가 작가여서 죽은자들을 변호할 수 있다는 의견으로, “세상이 버린 사람들을 작가가는 거둔다”는 저자의 변을 듣고 무릎을 쳤음. 저자는 친일파로 알려진 인물들의 행적을 밝혀 심판하기에 앞서 ‘식민지 조선에서 조선 사람들은 실제로 어떻게 살았나“를 먼저 물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일제 때 조선이들이 잘 먹고 잘살았다면 소위 친일파들이 일제의 방침에 따르고 순응한 것을 가지고크게 문제 삼을 일은 아니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인 듯함. 이런 입장에서 저자가 주목한 것은 한일합방(1910)에서 해방(1945)에 이르기까지 인구변화를 살펴보면, 식민지 시기인 1910-1945년까지 연평균증가율은 2.09%인데, 1678-1876년 조선후기의 인가증가율은 0.12%라는 것임. 다시 말해 일제 때가 식민지시기 때보다 더 먹고살 만해 인구가 더 많이 증가했다는 것임. 이 책은 ‘친일문제에 관련된 가정들’, ‘친일파의 정의’, ‘조선조 말기의 사회상황’, ‘조선조 말기의 국제정세’, ‘식민지 통치 아래서의 친일행위’, ‘친일파의 판별’, ‘친일파 처벌의 법적 도덕적 근거’, ‘친일파 청산의 효용’, ‘반민족행위처벌법과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프랑스의 경우’, ‘일본의 조선식민지 통치에 대한 평가’, ‘소급적 평가의 위험’, ‘친일문제에 대한 합리적 접근’, ‘과거는 운명 자체다’, ‘일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등 총 15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일본의 과거에 대한 반성이 독일의 그것보다 크게 뒤지는 요인으로 저자는 점령지역에서의 악행이 독일은 나치에 의해 이루어졌고, 일본은 일본군에 의해 저질러졌기 때문이라 진단했는데, 향후 충분히 따져볼 만한 일이다 싶음.
*2024. 6. 14일
1658. 러일전쟁
*니콜라이 레비츠키 저/민경현 역/2022)
*전쟁사학자들이 제국주의 전쟁인 러일전쟁을 0차 전쟁으로 부르는 것은 이 전쟁이 사후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세계적이기 때문일 것임. 러일전쟁은 19세기 내내 유라시아에서 대결한 영국과 러시아 등 두 제국이‘그레이트 게임(Great Game)’의 최종판이면서도 1914년에 일어난 첫 번째 세계대전의 서곡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 이 책은 제1기병사단의 참모장으로 사단장 1919년 러시아 내전에 참전한 러시아군의 장교 레비츠크(1887-1942)이 지었다는 것과 러일전쟁을 군사사의 시각으로 천착해 저술했다는 것임. 러일전쟁은 모든 면에서 차르 체제 러시아의 후진성은 물론, 일본 제국주의처럼 힘겨운 적을 상대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전쟁수행능력의 한계를 완벽히 드러낸 전쟁이라고 비판한 저자는 전쟁 초기 성숙기에 들어선 차르 전체정의 내적모순이 러일전쟁을 거치면서 러시아 혁명으로 들어가는 촉매제가 되었다고 했다. 이 책은 ‘전쟁이전의 극동 상황’, ‘러시아의 전쟁준비’, ‘전쟁 전의 일본’, ‘20세기 초 차르군대’, ‘일본의 군사력’, ‘전장 개관’, ‘양측의 계획 및 육군의 전개’, ‘압록강에서 랴오강까지’, ‘랴오양 작전’, ‘전진 진지에서’, ‘랴오양 작전의 결정적인 날들’, ‘사허작전’, ‘일본군의 반격’, ‘공세에서 수세로’, ‘묵덴 작전 이전의 만주전황’, ‘묵덴 작전의 대단원’, ‘묵덴에서 포츠머스까지’, ‘2선의 군사행동’, ‘전쟁의 결과’ 등 총 20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독일이 통일 전쟁을 수행할 당시 구사한 전략인 부대의 개별적 행동을 중시하고 전장에서 이 부대들을 연합하여 전술적 포위를 완수하는 데 초점을 맞춘데 반해, 패배한 러시아는 나폴레옹의 전술을 따라 한 방면의 군사행동을 위해 모든 전략을 집중했다고 저자는 양국 전략 · 전술의 차이를 언급했음. 이 책을 읽고 러시아가 패배한 원인은 러시아군이 기민하지 못했고 정부도 무능하기 때문임을 알았음.
*2024. 6. 12일
1657. 오렌지 전쟁계획
*에드워드 S. 밀러 저/김현승 역/연경문화사 간(2017)
*어떤 책을 골라 읽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내가 읽는 책이 대체로 쪽수가 많은 데다 책 값도 만만찮기 때문임. 대개는 앞서 읽은 논저의 참고문헌에서 고르나, 더러는 학식과 덕망이 있는 믿을 만한 분이 운영하는 유튜브를 통하거나 모교 대학신문의 신간소개 난을 보고 고르기도 함. 이번에 읽은『오렌지 전쟁계획』은 국제정치를 다루는 한 유튜브를 보고 구매해 읽은 것인데, 부피가 방대한 데다 내용이 군사전략에 관한 생경한 것이어서 일독을 했으면서도 내용의 대강도 파악하지 못해, 언제고 정독을 해야 할 것 같음. ‘태평양전쟁을 승리로 이끈 미국의 전략, 1897-1945)’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태평양 전쟁 이전부터 일본과 싸워 승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비밀리에 작성되었던 미국의 전략계획인 오렌지 전쟁계획에 대한 연구서이자 평가서라 하겠음.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약 40년 동안 육 · 해군의 뛰어난 전략기획자들이 한데 모여 작성하고 여러 차례 개정된 이 계획서가 오렌지 게획이라 불리는 것은 이 계획서에서 일본은 오렌지(orange)fh, 미국은 블루(blue)로 약칭해서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첫째로 미국의 공식적인 태평양전략이 최초로 탄생한 1906년부터 진주만기습 때까지 그 내용이 어떻게 변천되었으며, 둘째로 당시에 세부계획을 수립했던 사람들은 누구이며, 셋째로 1941년에서 1945년까지 진행된 태평양전쟁에서 오렌지전쟁계획이 얼마나 주효했는가 등임. 이 책은 ‘오렌지게획과 전세게전쟁’, ‘미국의 계획수립방식: 독립적인 참모활동’, 태평양전쟁의 지정학적 고려요소‘, ’대전략‘, ’동태평양-반격의 발판‘, ‘서태평양-전략적 후퇴’, ‘미국의 계획수립방식: 급진론자 대 점진론자’, ‘직행티켓구상’, ‘점진전략’, ‘급진론자의 부활’, ‘미국의 계획수립방식: 전문가집단’, ‘그나마 나은 방안’, ‘일본본토봉쇄’, ‘점진전략으로 가는 길’, ‘미국의 계획수립방식: 상호협력 및 작전계획’, ‘왕도계획: 해양중심작전’, ‘왕도계획: 진격로 분리’, ‘미국의 계획수립방식: 방어론자의 저항’, ‘방어주의 대 오렌지계회;r’, ‘북방으로 공세의 전환’, ‘서태평양 전략기지구상, 마침내 사라지다’, ‘ 미국의 계획수립방식: 전쟁전야’, ‘숨고르기’, ‘1941년 주우태평양함대작전계획’, ‘총력전이가, 제한전인가?’, ‘미국의 계획수립방식: 계획수립요원의 전시활약’, ‘전시오렌지 계획: 성공적인 해양전략구현의 도구’, ‘전시오렌지 계획: 군사기술혁신과 도발사건’, ‘전시오렌지 계획: 더 나은 전략을 위한 초석’ 등 총 30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오렌지계획에서 언급된 “미일전쟁의 양상을 고려했을 때, 일본에 우리 의지를 강요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완전한 초토화 및 단호한 징벌이 반드시 필요하다.” 라는 전략이 35년 후 원폭투하로 실천된 것을 보고 전략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했음.
*2024. 6. 10일
1655-1656. 러일전쟁- 기원과 개전 1, 2
*와다 하루키 저/이웅현 역/한길사 간(2021)
*0차대전으로도 불리는 러일전쟁에 대한 거의 모든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을 읽고 감탄한 것은 내용이 매우 상세하다는 것임. 전쟁의 당사국이 아니면서도 전장(戰場)을 내준 조선은 이 전쟁으로 외교권을 전승국인 일본에 넘겨주어야 했고 급기야는 일본에 병탄되기에 이르렀음. 러일전쟁을 “아시아에 밀어닥친 서구국가들의 압력에 저항해 메이지유신을 단행항 일본이 근대화와 부국강병의 길을 걸으면서 이웃나라 조선에 대한 지배와 정복을 기도하게 되었고, 러시아와도 맞닥뜨려 결국은 전쟁으로 몰고가서 조선을 일본의 것으로 한다는 점을 러시아가 인정하게 한 전쟁” 으로, “러일전쟁의 가장 큰 결과는 일본이 대한제국을 말살하고 조선 전역을 식민지 지배한 것”이라고 규정한 저자는 사실에 충실한 역사학자로 여겨졌음. 이 책은 ‘러일전쟁은 왜 일어났는가?’, ‘근대초기의 일본과 러시아’, ‘청일전쟁과 전후 일본 · 조선 · 러시아 관계’, ‘러시아의 뤼순 점령과 조차’, ‘의화단 사건과 러청전쟁’, ‘새로운 노선의 등장’, ‘러일교섭’, ‘전야’, ‘개전’, ‘러일전쟁은 이렇게 일어났다’ 등 총10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이 책을 읽고 알게된 한 가지는 1902년 영일동맹이 체결되자 주일러시아 공사인 이즈볼라스키가 한국중립화구상을 러시아외상에 보고한 것임. “조선문제는 극동의 정치정세의 가장 불안한 요소이며 그 기초 위에 우리나라(러시아)와 일본 사이에 위험한 분쟁이 생겨날 수도 있다.” 면서, 미국을 끌어들여 러·일·미 삼국이 협정을 맺어 조선을 중립화하자는 이즈볼라스키의 중립화구상은 그 2년 후 러일전쟁이 발발하자 고종황제가 중립을 선언으로 이어지었음. 고종의 중립화선언은 일본의 한양점령으로 무위화되었으며, 힘이 뒷받침되지 않은 중립화가 얼마나 무망한 일인가를 극명하게 가르쳐준 역사적 사건이라 하겠음. 장장 1,200쪽이 넘는 방대한 양의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 내용이 많아 지겹기도 했지만 러시아의 압록강 일대의 삼림채벌에 관한 상세한 내용 등 내가 그동안 모르던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많이 알게 되었음. 이 책을 다시 한번 정독한 후 러시안이 ㅈ비필한 러읿전쟁에 관한 책을 구해 읽어보고자 함. 이는 일본인 저자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러시아인 저자는 볼 수 있지 않겠나 싶어서임.
*2024. 6. 7일
1654. 이승만의 네이션빌딩
*김용삼 저/북앤피플 간(2015)
*1960년 초등학교(지금의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에서 일어난 4. 19혁명 소식이 고향인 파주의 벽지에 전해지면서 국부로 추앙해왔던 이승만대통령에 처음으로 독재자라고 비난했던 일이 생각났음. 이승만대통령이 독재가 아니고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반듯하게 건국한 훌륭한 대통령이라고 생각이 바뀐 것은 10여년 전 오인환의 『이승만의 삶과 국가』를 읽고 나서임. 그 후 이승만대통령이 지은 『독립정신』, 『Japan Inside Out』을 읽고서 이런 선각자를 모실 수 있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다 싶었음. 이 책은 ‘난세의 혁명가’, ‘분단의 주범은 스탈린’, ‘이승만을 남한 정치권에서 퇴출시켜라’, ‘공산주의는 호열자 같나서...’, ‘국군에게 무기를 달라’, ‘이 총으로 내 처를 쏘고...’, ‘대한민국 국군은 북진하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다’ 등 총8장의 각론과 서론 ‘우리가 이승만을 알아야 하는 이유’와 에필로그 ‘이승만의 국가건설’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 이 책을 읽고 내 나름 내린 결론은 미국 조야의 주요 인물들과 개인적인 친교를 맺고 있는 이승만대통령이 없었다면 6.25전쟁에서 나라를 구하지 못했겠다는 것임. 6,25전쟁에서 승전함으로써 한국사회의 게급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했으며, 이러한 계급구조의 근본적 변화로 한국의 정치 · 경제발전이 가능해졌으며, 농지개혁과 더불어 조선인이 아닌 한국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이 확립되었다는 것을 배웠음. 이승만 또한 권력을 지향하는 현실의 정치인이어서, 한국정치사에 몇 가지 오점을 남긴 것도 기억해야 할 것임.
*2024. 6. 2일
1653. 짐작
*박인기 저/소락원 간(2024)
*저자의 글이 깔끔하면서도 울림을 준다는 것은 저자의 다른 책 『언어적 인간 인간적 언어』를 읽고 알았지만, 이 책을 읽고 다시금 확인했음. 말을 주제로 이토록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의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학생들을 가르치며 말의 생태가 지니는 중요성과 의미를 체득해서가 아닌가 함. 저자가 “말의 생태를 보지 못한 채 말 자체만 알려 하면 그 삶은 잘 모르면서 말만 잘하는 사람으로 떨어진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교육현장에서의 체험 덕분일 것임. 이 책이 단순한 언어 이야기를 넘어 인간탐구 이야기도 같이 담고 있어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따뜻함이 느껴졌음. 이 책은 ‘자존의 두 표정, 너그러움과 우월감’, ‘보이지 않는 것을 위하여’, ‘침묵할 수 있는 용기’, ‘내 안의 유기적 유전자’, ‘아래에 서려는 사람을 어찌 이기랴’, ‘참는 마음은 어디거 오는가’, ‘끝없는 무량의 헤아림’, ‘먼저 마음이 소통의 길을 내고’, ‘저렴한 언어들’, ‘세상의 말, 악령의 서식지’, ‘단단하게 흔들리지 않게’, ‘언어적 실천과 그리고 사람의 향기’ 등 총 12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요약한다면 서문의 제목인 ‘언어의 유정함, 의미의 무량함’이 아닐까 싶음. 저자의 글에 온도가 있고 표정이 있는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내내 유정함이 느껴졌음. 다만 저자와 생각을 달리하는 것은 침묵에 대한 가치부여인데, 침묵에 대한 기존의 가치부여는 지나치다는 것이 내 생각임.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침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침묵에 지나치게 가치를 부여하다보면, 말할 수 있는 것에 대하여도 침묵해야 한다는 묵시적 강요가 수용되는 사회로 바뀔 수도 잇겠다는 생각이 들어 하는 말임.
*2024. 5. 28일
1652. 백년의 지혜
*김형석 저/21세기북스 간(2024)
* ‘105세 철학자가 전하는 세기의 인생론’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우리나라 최고령 철학자인 김형석 선생의 수필집임. 65세에 정년퇴직을 하고서도 반세기 동안 쉬지 않고 집필과 강연활동을 해온 선생의 지난 이야기를 듣노라면 이런 대단한 학자와 75년 동안 한반도라는 같은 공간에 살아온 것이 참으로 영광된 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곤 함. 선생께서는 이렇게 많은 일을 한 원동력이 ‘사랑에서 주어진 지혜’라고 말씀하셨음. 사상적 대립으로 작은 일로도 갈등하고 증오하며 살아가는 오늘의 소시민들에게 치유가 될 수 있는 ‘사랑에서 주어진 지혜’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나 또한 다른 사람을 사랑해야 하는데 그리하지 못하는 것은 사랑에 인색하기 때문일 것임. “무엇이 의미 있는 인생인가”, “사랑은 결국 세상을 바꾼다”, “선한 개인들이 자유롭고 행복해지기 위하여” 등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백세를 넘어도 묻는다 “나는 왜 태어났는가?” ’, ‘밝은 세상을 만드는 인문학적 사유와 휴머니즘’, ‘한미동맹은 자유롭고 평화를 위한 역사적 사명에서 태어났다’ 등 45개 주제에 관한 선생의 생각을 담고 있음. 이 책에서 유방이 곪아 젖을 먹일 수 없는 김일성의 모친을 대신해 선생의 외할머니께서 김일성에게 젖을 먹여주었다는데, 외할머니께서는 김일성 일당이 할머니의 자식 둘을 반공을 했다는 이유로 처형했다는 글을 읽고 공산당의 패륜적 행위에 분노가 치밀었음. 지금 우리는 지도자들이 진실을 포기하고 국민은 폭력을 일삼는 사회에 살고 있다면서 이제부터 대한민국은 도덕과 인간에의 질서가 열매를 맺는 국가로 새로 태어나야 한다는 선생의 말씀을 우리나라 국민들은 깊이 새겨야 할 것임.
*2024. 5. 25일
1651. 나의 장소 이야기1
*주경식 저/교학사 간(2017)
* ‘사람, 삶, 꿈, 그리고 땅과 하늘과 시간과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은 이 책은 저자가 말했듯이 “우리가 살고 있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고자 노력한 소박한 작품”임. 내가 그동안 산과 강을 찾아 수많은 장소를 탐방했으면서도 단 한 번도 장소가 무엇인가를 자문하지 않은 것은 이 장소와 저 장소가 어떻게 다른 가에만 관심을 가졌기 때문인데, 이 책을 읽고서 일부나마 그 참뜻을 이해할 수 있었음. 장소란 “우리의 존재를 가능하게하는 기반이 되는 터전으로 사람들의 생각이나 느낌, 활동이 누적된 독특한 성질을 가진 지표의 한 부분”으로 정의한 이 책은 ‘장소의 탄생’, ‘금산군 진산면 막현리 장소와 나’, ‘나의 땅꿈 장소들’, ‘장소에 관한 논리와 해석의 구체화’, ‘장소배열의 공간구조와 질서’, ‘세계화와 변화의 산실이 된 장소들’ 등 총 6장으로 구성되었음. 나와는 같은 해 같은 대학교에 입학한 동시대의 지리학자인 저자가 천착한 장소는 충남 금산군진산면 막현리의 고향 땅임.
소년 시절 삶이 녹아있는 고향 땅 막현리는 누구보다도 저자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땅이기에 이 땅의 요모조모를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며 살펴볼 수 있었을 것임. 경기도 파주의 내 고향 또한 대학 3학년 때인 1970년(?)에야 처음으로 전기가 들어왔을 만큼 벽지여서 저자의 고향 땅 분석이 어렵지 않게 이해되었음. 나도 내고향 경기도파주시의 창만리의 역사성과 공동체로서의 창만리, 내 고향 사람들의 창만리의 환경과의 상호작용 등을 탐구해보고 싶지만 이 책을 다 읽고서 지리학에 무지한 나로서는 능력 밖의 일이다 싶어 바로 욕심을 접었음. 장소란 자신의 경험을 기억할 때 기준이 되고 우리의 삶과 함께 하며 생활의 바탕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은 것이 이 책을 읽은 소득임.
*2024. 5. 15일
1650. 고종과 이토 히로부미
*한상일 저/ 기파랑 간(2024)
*조선 말기 한반도라는 역사적 공간에서 활동한 조선의 고종과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가 어떻게 싸우고 협력했는가를 자세히 알 수 있는 이 책을 읽고 비애를 느낀 것은 조선 국왕이 국가보다 왕실의 보전을 더 중시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임. 정명가도(征明假道)를 명분으로 조선을 침공했던 일본은 조선은 일본의 이익선이라면서 한반도를 장악하기 위해 무력과 외교력을 총동원했음. 이 과정에서 이미 국력이 쇠잔해 이렇다 하게 외교전을 전개할 만한 능력이 없는 조선의 국왕 고종은 이토 히로부미의 외교술에 계속 밀려 급기야는 조선의 안위는 포기하고 왕실의 보전에 급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조차 들었음. 이 책은 ‘고종의 조선’, ‘이토 히로부미의 일본’, ‘망국의 서막’, ‘병탄의 전주곡’, ‘고종과 통감지배’, ‘고종 폐위’ 등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이 책의 프로로그에 실려 있는 아래 시는 1909년7월9일 고종이 3년 동안 초대 통감으로 일한 이토 히로부미의 송별연에 참석한 인물들에게 말해 각자 한 구절씩 지은 시임.
드디어 단비가 내려 만인을 적시니((甘雨初來霱萬人, 이토 히로부미)
함녕전 위 이슬빛이 새로워라(咸寧殿上露華新, 모리 다이라이)
일본과 조선이 어찌 다르다 말하리오(扶桑槿域何論態, 소네 아라스케)
두 땅이 한 집안을 이루니 천하가 봄이로다(兩地一家天下春, 이완용)
고종이 이 시에 분노하지 않은 것은 고종 또한 일본의 조선병탄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임. 정치리더쉽이 없는 시대정신은 공허하고, 시대정신이 없는 리더쉽은 무모할 뿐이라고 저자는 말했는데, 고종은 시대정신도 깨닫지 못하고 정치리더쉽도 갖지 못한 인물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음.
*2024. 5. 10일
1650. 상주의 인물-상주를 빛낸 사람들 V
*상주문화원 저/상주문화원 간(2016)
*이 책은 낙동강을 따라 걷는 길에 상주시의 저수지 공갈못을 찾아 둘러본 후 바로 옆의 공검지역사관관도 들렀는데, 이 역사관에서 근무하는 채순철 선생으로부터 받은 것임. 이 책에는 역사적으로 상주를 높이 빛낸 김사우 등 34분의 생애와 업적이 실려 있음. 1집에서 5집까지 『상주의 인물』을 펴낸 상주문화원에 따르면 1집에 30명, 2집에 23명, 3집에 38명, 4집에 30명, 그리고 5집인 이 책에 34명 등 145명이 소개되었다고 함. 상주문화원장은 『상주의 인물』 제 5집의 발간사에서 “상주는 워낙 출중한 인물들이 많기때문에 지금까지의 실적은 1/10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라고 언급했음. 이 언급이 설사 상주를 사랑하는 충정에서 얼마간 과장된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상주에서 훌륭한 인물이 많이 배출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임. 이 책에 조선중기의 문신으로 소설 『설공찬전』의 저자인 채수가 실려 있지 않은 것은 1-4권 중에 이미 소개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함. 대신에 임진왜란 중 의병을 일으킨 채유희와 채종희형제의 생애와 살아생전의 활동이 소개되어 있는데, 이 들은 채수의 증손임.
*2024. 5. 5일
1649. 한국군의 뿌리
*김세진 저/호밀밭 간(2023)
*국군의 뿌리에 관한 논쟁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국군의 뿌리는 김원봉이 창설한 조선의용대라고 언명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알고 있음. 1948년 월북해 북한의 초대 국가검열상으로 일한 김원봉의 조선의용대가 우리 국군의 뿌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많은 국민들의 생각이어서 문대통령의 조선의용대 발언이 국군의 뿌리 논쟁에 불을 지폈다는 생각임. 이 책의 저자는 육사를 67기로 졸업한 군 장교 출신으로 우리 국군의 뿌리를 찾고자 조선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자세히 살펴보았음. 이 책은 ‘저물다-조선군’, ‘싹트다-남조선경비대의 한국군’ 등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인적 차원, 제도적 차원과 문화적 차원에서 한국군의 뿌리를 살펴본 저자는 인적차원 측면에서 살펴본 한국군의 뿌리는 일본육사출신, 만주군출신, 중국국출신, 광복군출신, 일본군학도병출신, 일본군 지원병 출신, 일본육군항공학교출신 등으로 대부분이 일본군과 연관되어 있음. 이중 가장 실력있는 엘리트집단은 이형근, 정래혁, 이종찬, 채병덕, 김정열 장군 등으로 대표되는일본육사출신으로 34명이 국군 창군에 기여하고 26명이 장군에 진급하기도 했는데, 실전경험이 풍부해 한국전쟁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음. 박정희 전대통령과 백선엽장군을 배출한 만주사관학교 출신으로, 한국전쟁 때 빨치산 소탕과 반란군 진압에 공을 많이 세웠음. 중국에서 활동한 광복군과 중국군출신이 국군의 주류에서 밀려난 것은 나이가 많고 전투기술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해서라고 했음. 우리 국군은 초기에는 일본군과 만주군 출신이 주도한 일본식 군대였으나 한국전을 치르면서 미국화 되었다고 이 책은 적고 있음.
*2024. 5. 3일
1648.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의 진실
*와타나베 노부유키 저/이규수 역/삼인 간(2023)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은 조선을 둘러싸고 벌어진 제국의 패권경쟁이었기에 20세기 국제질서의 이해 없이는 두 전쟁의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을 것임. 특히 일부 역사학자들이 러일전쟁을 양차 대전의 시작인 ‘0차대전’으로 비유할 만큼 러일전쟁이 20세기 국제정치에 미친 영향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전쟁터를 내준 조선은 이를 비켜서고자 중립을 선언하는 등 국제정세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함. 일본의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인 저자 와타나베 노부유키는 이 책을 통해 일본이 근대국가로 탈바꿈하는데 신화역할을 한 역사에 대해 그 진상과 의미를 되묻고 있음. 저자는『일청전사결정초안』을 근거로 청일전쟁의 진상에 접근하고자 노력했고, 그 노력의 산물로 결실된 이 책은 ‘일청전사 결정초안’, ‘추가 부대 파견’, ‘평양을 향하여’, ‘평양의 공방’, ‘백기의 수수께끼’, ‘『일러전사』의 편찬’, ‘육군전쟁사’ 등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일본 정부와 군대가 국민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 그래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전쟁사를 바로잡고자 자료를 발굴하고, 그렇게 발굴한 자료에 근거해 진상을 밝혀나가는 노력은 우리나라에서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함.
*2024. 5.1일
1647. 백두산정계비와 간도영유권
*육낙현 편/백산자료원 간(2000)
*만주 대륙과 백두산은 우리 한민족(韓民族)과는 불가분의 고토였다는 것은 재론할 필요가 없이 분명하나, 너무 오래 중국의 한족(漢族)이나 북방의 이민족이 지배해서 우리 민족의 머리에서 점점 잊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안타깝기 그지없음. 이 책에 실린 논문은 모두 4편으로, 그 첫 번째가 유영봉의「백두산 정계비와 간도문제」임. 유영봉은 “단군 개군이래 3천년간 우리 민족이 만주를 주된 무대로 삼고 있을 때에는 백두산은 국내 중앙부에 위치한 성산이었고 압록 · 두만강은 국내 중심부를 관류하는 내하(內河)로서 황해와 동해 연안을 연결하는 교통로적 역할을 해온 것”이라고 밝히면서, 고구려가 멸망함으로써 우리 민족은 부득이 반도 안으로 퇴축하게 되었다고 적고 있음. 이홍렬은 그의 논고 「삼도구 사건과 그 선후책-시책면에서 본 사건의 시대성-」 에서 조선초기 압록강변에 사군을 설치하고 두만강변에 육진을 개척한 후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야 겨우 백두산을 분수령으로 하는 압록강 –두만강까지 북상해 한반도만을 겨우 확보한 것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 영토의 상한선으로 굳어진 것이라고 적기했음. 고승제는 그의 논고 「간도이민의 사회경제적 분석」을 통해 고려 예종3년인 1108년에 윤관 장군이 여진족을 토벌하고 두만강 이북 7백여리 지점인 선춘령에 공험진을 축조하고 그 영토 위에 비를 세워 고려의 정계로 정한 것이 백두산과 간도지방에 관한 최초의 사록(史錄)이라고 밝혔음. 이한기는 그의 논고 「영토취득에 관한 국제법연구」를 통해 영토문제에 관한 일반적 고찰을결과를 상술했음. 이 책이 출간된 2000년 즈음까지는 학계에서 활동을 한 네 분의 노학자들께 고마움을 표하는 것은 이분들의 옥고가 지식인들에게 백두산 및 간도가 우리 땅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게기가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임.
*2024. 4. 29일
1646.붉은 항일
*황대일 저/기파랑 간(2023)
*연합뉴스에서 기자로 일하면서 인권보도상을 수상한 바 있는 저자를 우파지식인으로 생각하는 것은 <<중국갑질 2천년>>과 이 책 <<붉은 항일>>을 다 읽고 내린 것임.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혔듯이 “일제 하의 공산주의자들이 민족주의 진영을 배척하면서 독립운동을 망친 행적과 정권수립 후 친일파 중용, 일본의 한국전쟁 특수 등을 읽어나가다 보면 오늘날 정치권 등에서 맹위를 떨치는 친일몰이가 얼마나 날조된 허구에 기반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이 책을 읽었고, 그런 기대가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음. 저자는 과장 날조된 대표적인 사례로 김일성의 항일행적을 들었음. 북한의 역사책에 청산리 전투나 봉오동전투가 언급되지 않은 것과는 달리 보천보 전투의 승리를 과대선전하는 것은 소련을 등에 업고 항일영웅으로 둔갑시키기 위해서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고, 나는 이 의견과 생각을 같이하고있음. 이 책은 서론 ‘독립운동의 대안이념, 공산주의’, 본론 ‘조선공산당 내분에 항일은 뒷전’, ‘붉은 암초에 연쇄좌초한 독립선들’, ‘공산주의자들의 토강여유’, ‘과장 날조된 김일성의 항일행적’, ‘북한에 내린 일제 잔재’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 항일전력을 궤멸시킨 주범은 바로 공산주의자임을 이 책을 읽고서 확실히 알게 되었음.
*2024. 4. 28일
1645. 살롱 드 경성
*김인혜 저/해냄 간(2023)
*깔끔한 맛을 내는 풍성한 메뉴의 음식이 잘 차려진 잔칫상 같은 이 책을 읽고서 느낀 것은 미술사를 전공한 큐레이터 들의 글솜씨가 대단하다는 것이었음. 학창시절 때는 가세가 빈곤해 능동적으로 미술 수업에 임하지 못했는데, 집사람이 서양회화를 전공해 미술에 최소한이나마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음. 저자는 이 책에서 “예술가들의 대단한 점은 자신의 내면세계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들여다보기 때문에 인간 본연의 모습을 가장 순수하게 간직한 채 이를 표현해낼 수 있다.”는 지적했는데 동의할 수 있다는 생각임. 이 책은 ‘화가와 시인의 우정’, ‘화가와 그의 아내’, ‘화가와 그의 시대’, ‘예술가로 살아갈 운명’, 등 4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이 책 내용의 상당부분이 화가의 살아 생전 에피소드이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음. 화풍이나 장르만큼 다양한 화가들의 삶도 보통사람처럼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못했음에도 창작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은 에술가로서의 열정 때문이 아닌가 함. 또 하나 이 책을 읽고 알게 된 것은 화가들이 장수했다는 것임.
*2024. 4. 23일
1644. 노산 산행기
*이은상 저/한국산악회 간(1975)
*이 책의 저자 노산(鷺山) 이은상(李殷相, 1903~1982) 선생은 가람 이병기 선생과 더불어 한국의 시조 중흥에 앞장 섰던 문학인이자 사학자로 많이 알려진 분임. 중학생 때 선생께서 작사한 ‘가고파’의 노래를 감명 깊게 들었고 즐겨 따라 불렀던 내가 선생을 산악인으로 알게 된 것은 1970년 한국산악회의 회원인 고교선배로부터 선생께서 한국산악회장을 역임한 분이라는 것을 듣고 나서였음. 선생의 여행기로는 <<피어린 6백리>>, <<설악행각>>, <<한라산 등척기>> 등이 있음. 선생의 여행기를 읽고 나서 나도 이런 여행기를 쓰겠다고 마음먹고 노력은 하고 있으나, 역부족을 느낀 것은 여행지의 역사, 지리, 문화 등을 선생만큼 알고 글을 쓰기가 참으로 어려우리라는 것이었음. ‘설악행각’, ‘한라산 등척기’. ‘해외 산악계 순방기’ 등이 실려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선생 같은 지식인이 해방 후 한국등산계를 끌어와 다행이다 싶은 것임. 설악산의 연봉을 설악산 1만 봉우리로 표현한 것은 ‘금강산 1만2천봉’을 차용한 것이 아닌가 함.
*2024. 4. 20일
1643. 한국의 지도
*방동인 저/세종대왕 기념사업회 간(1976)
*내가 지도를 가지고 산행을 한 것은 1970년 봄 백부동-지리산천황봉-세석-노고단-화엄사 코스를 종주한 지리산 등반이 처음이었으니 이 책이 출간되기 6년 전의 일임. 그 후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9개 정맥을 혼자 종주할 때도 지도를 항상 휴대해 길잡이로 삼았었음. 지금도 먼 길을 떠날 때는 항상 지도를 갖고 다녀 지도와의 인연은 누구보다 깊다 하겠음. “생활권에서 필요한 지리지식을 사실적인 그림이나 기호로 표시해놓은 것”을 지도의 기원으로 보고 있는 저자는 “지도의 존재는 그 시대와 그 시대를 살아간 인간들의 지적유산이며 이를 통하여 문화의 교류를 파악할 수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음. 이 책은 ‘지도란 무엇인가’, ‘삼국 및 고려시대의 지도’, ‘조선시대 지도제작의 시기구분’, ‘조선초기의 지도’, ‘<<동국여지승람과 지도제작의 침체’, ‘세계지리지식의 확대외 지도’, ‘근대식 축척지도’, ‘특수지도’, ‘세계지도에 나타난 조선지도’ 등 총9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흥미로운 것은 <<동국여지승람>>의 출간 후 여지승람식 지도가 유행했는데, 이로 인해 조선시대 인문지리학 뿐만 아니라 자연지리학의 발전을 저해한 바 되었고 지도의 제작에 있어서도 침체의 시기를 맞게 되었다는 것임. 저자는 여지승람식 지도가 유행한 이유로 지도의 금제(禁制)와 독사지리서(독사지리서) 성격을 갖고 있어 여지승람식 지도로도 그 이용에 충분했으리라는 것임.
*2024. 4. 15일
1642. 한국의 산천
*손경석 저/교양국사 총서 간(1976)
*우산 손경석 선생이 머리말에서 “요즘 우리는 내 나라 내 땅, 내 강산의 아름다움을 가슴 깊이 느끼지 못하면서 다른 나라 다른 땅의 풍물을 덮어 놓고 칭찬하고 따르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고 지적한 것은 이 책의 발간사로 가름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나 역시 생각을 같이 해 국내의 산과 강을 여행하고 있음. 백두대간과 9개 정맥을 거의 혼자서 종주를 마친 후 금강, 섬진강, 영산강과 남한 쪽 임진강을 따라 걸었고 요즘은 낙동강과 한강의 물줄기를 따라 걷고 있는데, 곳곳에서 우리 산하가 빚어낸 승경에 감탄하고 있음. 저자는 이 책을 ‘우리나라 국토의 지리적 개관’, ‘우리나라 산천의 여러 뜻’, ‘중부지방의 산천’, ‘호남의 산천’, ‘영남의 산천’, ‘관서지방의 산천’, ‘관동과 관북지방의 산천’, ‘산천경승의 개발과 국립공원’ 등 총8장으로 구성해 발간했는데, 내가 직접 여행할 수 없는 북한의 산천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함. 1941년1월에 촬영한 백두산 사진이 흑백이 아니고 칼라였다면 더욱 좋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음. 이 책의 맺는 말에 수록된 백경(百景)은 한국산악회가 1970년에 선정한 것으로 통일에의 염원이 이렇게 나타났다 싶기도 함.
*2024. 4. 10일
1641. 등산50년
*김정태 저/한국산악회 간(1976)
*이 책의 저자인 김정태(金鼎泰, 1916-1988) 선생은 대구 출신으로 우리나라에서 근대적 등산이 시작된 1930년대부터 백두산을 비롯해 전국의 명산을 두루 섭렵했으며 특히 암벽둥반을 개척한 엘리트 산악인이자 산악계의 원로이셨음. 일쩨 때에는 조선산악회의 간사를 역임했고 해방 후에는 한국산악회를 창립을 주도한 분으로 부회장을 맡기도 했음. 1927년 해발 830m의 백운대를 오른 저자는 백운대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은 인수봉의 등정에 도전해 2030년9월 인수봉 정상에 올라섰으며, 이어서 북한산의 노적봉, 도봉산의 선인봉과 만장봉 등을 암벽등반으로 오르기도 했음. 금강산을 적설기에 오른 저자는 1937년 한국인들만으로 평소에는 산을 도장으로 삼아 수련하고 유사시에는 앞장서 일본에 대항해 싸우기로 맹세하고 비밀리에 백령회를 조직하기도 했음. 저자는 청의 목극등이 백두산에 세운 정계비를 소개하는 글에서 ”백두산의 정계비가 장군봉으로부터 한반도쪽으로 치우치기를 2Km 정도에 그친 것이 어쩌면 불행 중 다행인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백두산의 상징이라할 만한 천지가 중국령으로 들어간 것에 대한 회한의 글은 보이지 않았음. 1942년 1월 한 겨울에 백두산을 등정한 저자는 해방 후 한국산악회를 발족하여 등산활동을 끊임없이 이어갔음. 1960년 대만의 옥산 등반으로 시작된 해외진출 산행은 1970년 김정섭형제의 추렌히말 산행으로 본격화되었는데, 이를 지켜본 산악 원로 김정태의 소호가 남달랐다는 것은 이 책에서 충분히 읽을 수 있었음.
*2024. 4. 5일
1640. 간도는 조선 땅이다 – 백두산 정계비와 국경
*시노다 지사쿠 저/신영길 역/지선당 간(2005)
*일제 때 경성대총장을 역임했던 시노다 지사쿠가『간도는 조선 땅이다 – 백두산 정계비외 국경』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30년간 조선의 감계사한 이중하의 국경담판록을 연구해 가능했을 것임. 이 책이 백두산의 정계비로 시작되는 것은 정계비와 간도문제가 상당히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음. 청조 간의 국경석으로 간도문제의 원인이 된 중요한 사적이며, 1909년 청일 간의 “간도에 관한 협약에 바탕을 둔 만일(滿日) 양국의 국경석인 백두산정계비가 1931년 7월28일부터 다음 날 29일 아침 사이에 감쪽같이 자취를 감춘 사건이 일어나자, 저자는 조선총독부에 조사를 요청하였으나 조선총독부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함. 저자가 이 책을 저술하게 된 동기가 잃어버린 백두산 정계비를 다소나마 돌이켜보고 비문해석에서 생기는 국제분규를 연구하기 위함이었다고 적고 있음. 간도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이 책은 ‘총론’, ‘조선조 초기의 두만강 방면의 경략’, ‘백두산과 청조발상의 전설’, ‘무인지대의 성립’, ‘만주의 발흥과 조선정복’, ‘월경문제’, ‘강희제의 백두산조사’, ‘청로 국경확정’, ‘강희제의 치세’, ‘이만지사건’, ‘백두산 정계비 건립’, ‘백두산 정계비 건립 후 간광지대 존중’, ‘백두산 정계비와 간도문제’, ‘을유감계담판’, ‘정해 감계담판’, ‘간도에서 한청 양국의 자유행동’, ‘청일간의 간도흥정’, ‘일본이 청국에 넘겨준 간도’ 등 총18개 장과 ‘간도문제 회고’라는 제목의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음. 간도문제의 시말을 상세히 다룬 이 책에서 저자가 이중하와 청측대표 간의 회담을 대화체로 복원하고 간도가 조선 땅임을 입증하고자 애쓴 점을 충분히 읽을 수 있음.
*2024. 3. 20일
1639. 역주 『감계사등록』
*이왕무 외3인 역/동북아역사재단 간(2008)
*두 차례의 토문강 감계회담에 조선측 감계사로 활동한 이중하(李重夏, 1846-1917)가 회담의 시말을 기록한『감계사등록(勘界使謄錄)』은 1885년 을유감계회담 관련기록인 『勘界使謄錄 上』과 1887년 정해감계회담에 관한 『勘界使謄錄 下』등 두 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데, 이 책『역주 「감계사등록」』은 『勘界使謄錄 上』을 번역한 역주서임. 1712년 청의 강희제가 파견한 목극등은 백두산 분수령에 정계비를 세우고 “오라총관 목극등이 천자의 명을 받들어 변경의 경계를 조사하고자 이곳에 이르렀다. 살펴보니 서쪽은 압록이고 동쪽은 토문이다. 그러므로 분수령 위에 돌을 새겨 기록한다”는 비문을 새겨 넣었음. 1869년과1870년에 걸친 기경대재해의 발생으로 조선인들은 두만강을 건너 땅을 개간하고 정착하는 조선인의 인구가 늘어나자 청은 조선정부의 공문을 받아서 세금을 수납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고, 이에 조선은 동쪽의 토문강이 송화강으로 흘러들어가므로 두만강 대안지역은 조선 땅이라는 주장을 펴며서 감계회담을 요청하기에 이르렀음. 이 책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백두산 일기」로, 조청 양국의 감계사들이 무산을 출발해 겨울을 맞은 백두산을 눈을 맞으며 올라가 정계비 비문을 탁본해 무산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을 상세하게 기술한 등산기 또는 답사기임. 두 차례의 감계회담은 끝내 실패해 토문강 감계를 가져온 간도문제는 조선의 외교권을 박탈한 일본과 청의 문제로 이관되었음. 을유감계회담의 시말을 담고 있는 이중하의『감계사등록(勘界使謄錄)』은 남북이 통일된 후 중국과 간도문제를 협상할 때 참고가 되리라 생각함.
*2024. 3. 15일
1638. 바로 본 대한민국 정사
*박석홍 저/글방과 책방 간(2023)
*과거의 전쟁이 식민사관의 싸움이었고, 지금의 전쟁은 체제 전복에 맞선 싸움이라고 갈파한 저자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역사학자가 아님에도 기존의 역사학계에 맞서 역사전쟁을 벌여올 수 있었던 것은 유수 언론사에서 반세기를 학술기자로 일하면서 3.1운동 후 100년간의 우리 역사에 천착해 공부하고 연구해왔기 때문임. 3년 전 발간된 저자의 역서 『역사전쟁』을 읽은바 있는 내가 저자의 신간 『바로 본 대한민국 정사』를 기다렸다는 듯이 재빨리 사서 읽은 것은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진실이 은폐되고 역사가 왜곡되는 것이 멈추지 않았다고 판단해서임. 역사가 과거와의 대화이어서 대화를 위해 자기 나름의 사관이 필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잘못된 사관을 고수해나간다는 것은 극히 위험스러운 일이라 하겠음. 양승함 교수가 추천사에서 밝혔듯이 네 가지 조건을 다시 갖춰 3.1운동 이후 100년사를 다시 써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바, 그 네 가지는 역사기술은 사실을 담아야 하고, 진실을 밝혀야 하며, 논리를 담아야 하고, 공감을 주어야 한다는 것임. 상기 4가지 조건을 숙고하면서 쓴 역사서라는 믿음이 있어 읽기를 시작한 이 책 『바로 본 대한민국 정사』는 역사전쟁으로 잃어버린 진실을 비판적으로 복권한 역사서라는 것을 읽어 가면서 확인했음. 건국에서 2023년까지를 다룬 이 책은 ‘건국, 6.25, 4.19의 역사적 진실’, ‘5.16 군사쿠테타와 패러다임 시프트’, ‘제6공화국’, ‘국사교과서 파동과 사관 논쟁’ 등 4부로 구성되어 있음. 우리나라 역사의 왜곡이 심화된 시대는 1988년 노태우 정부에서 불붙은 체제전복전쟁이 시작된 제6공화국 시대부터이며, 김영삼 정부의 역사 바로 세우기에서 역사 왜곡이 더욱 심화되엇고, 문재인 정부에 이르러 절정에 이르지 않았나 싶음.
*2024. 3. 10일
1637. 아틀라스 일본사
*일본사학회 저/사계절 간(2023)
*흔히들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하는데, 이는 한일 두 나라가 지리적으로는 가까운데 역사적으로는 멀기 때문이 아닌가 함.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회사 일로 일본을 여러 번 출장을 다녀온 나도 아직까지 일본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함. 임진왜란 때 평창군수로 재직 중 왜군에 붙잡혔다가 탈출한 권두문의 일기 『호구일록』으로 소논문을 쓰면서 일본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음. 이번에『아틀라스 일본사』를 읽게 된 것도 조선후기 일본인의 백두산 등반에 관한 소논문 작성에 일본사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임. 이 책은 고대, 중세, 근세와 근현대 4시대로 나누어 202개 주제를 지도와 함께 설명하고 있음. 이 책의 강점은 시간 편향의 역사서술을 탈피하고 시간과 공간을 대등하게 아울러 역사의 현장을 좀 더 생생하게 재구성하려는 노력한 것, 텍스트와 지도가 함께 어우러져 역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 음영기복도를 사용해 입체적으로 지형을 그렸고, 풍부한 도판자료와 통계자료를 수록했다는 것 등이라고 설명하고 있음. 이 책을 읽고서 대체로 3가지 강점을 수긍하는 바이나 지도가 너무 많이 수록되어 텍스트를 읽어내려가는 데 장애가 되는 면도 있는 것 같음.
*2024. 3. 5일
1636. 대해전, 최강국의 탄생
*폴 케네디 저/이언 마셀 그림/강주헌 역/한국경제신문 간(2023)
*70 평생을 살아오면서 내 나름 존경해온 석학들이 몇 분 있다면, 이 책의 저자 폴 케네디도 그런 분 중의 한 분임. 1990년대 초에 저자의 저서 『강대국의 흥망』을 읽고 감동한 바 커, 그 후 『제국을 설계한 사람들』등을 읽었으며, 이 책을 접하기에 이르렀음. 내 나름 사숙해온 경영학의 거두 드러커나 미래학자 알빈 토플러는 수년 전에 세상을 떠 가슴 한 구석이 허한 느낌이 들었는데, 폴 케네디 같은 석학들 몇 분은 아직도 생존해 『대해전, 최강국의 탄생(Victory At Sea)』같은 역작을 저술해 내가 이렇게 읽고 독후감을 남길 수 있는 것임. 이 책은 대해전이 제2차 세계대전의 승패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그로 인해 세계주도권의 판도가 어떻게 바뀌었는가에 대한 연구서로,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세계의 바다 질서를 개편하면서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진 최강국의 부상한 이유를 답해주고 있음. “바다에서의 승리가 곧 모든 것의 승리였다”는 폴 케네디의 분석이 틀리지 않는다면 박정희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대륙국가에서 해양국가로 포지셔닝을 바꾼 것은 아주 현명한 조처라는 생각임. ‘점점 짙어가는 전운’, ‘대해전 1939-194’, ‘승패가 결정된 해, 1943년’, ‘대해전 1944-1945년’, ‘후유증과 반성’ 등 총 5부로 구성된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궁금해진 것은 한국전쟁에서의 해전의 성격과 비중이었음. 이언 마셜의 그림이 이 책을 읽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음을 기록하고자 함.
*2024. 3. 2일
1635. 눈물 한 방울
*이어령 저/김영사 간(2022)
*언어의 조율사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는 이어령 선생의 저서를 숙독한 것은 글 마다 감히 따를 수 없는 파토스가 느껴지어서였음. 기성 문단을 비판하는 <우상의 파괴>를 저술해 등단한 선생과 책을 통해 인연을 맺은 것은 1972년 선생이 창간한 월간 문학지 <문학과 사상>을 창간호부터 10년 넘게 사보면서부터임. 이 잡지에서 맨 먼저 읽은 것은 권두언으로, 선생께서 직접 쓴 권두언이 이 잡지의 지가를 올리지 않았나 싶음. 선생의 세상을 보는 시각은 범인들이 감히 생각지 못한 독특한 것으로 세상만사가 저리도 해석될 수 있다 싶어 감탄하곤 했음. 선생의 글을 읽으면서 한편으로 느끼는 것은 마음 편히 읽을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 이는 선생의 글이 도전적이고 혁신을 추구해서가 아닌가 함. 선생의 마지막 유작인 <눈물 한 방울>은 이제껏 선생께서 창작한 저서와 많이 달랐으니, 그것은 특유의 날카로움이 줄어들고 인간에 대한 따듯함이 대신하고 있다는 것임. 그간 물음표와 느낌표를 쉴 새 없이 오가며 인생 88년을 살아온 선생께서 마지막 남은 것이 ’눈물 한 방울‘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은 눈물만이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을 잘 증명해준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임. 2019, 2020, 2021, 2022년의 매 한 해를 의미 있게 하는 시 또는 산문으로 채운 이 책을 읽으며 재기발랄함 보다 중요한 것이 눈물 한 방울이라는 것을 깨달았음. 죽음이 슬픈 이유가 책들과 헤어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 것은 죽음을 바로 앞에 두고 쓴 글 중에서 “책들과도 이별해야 할 시간이 되어서/최고사령관이 부대의 사열을 하듯/서가의 구석을 돌았다.”는 선생의 시를 보고 나서임.
*2024. 2. 25일
1629-1634. 하바드 중국사
1)진 · 한 최초의 중화제국 /마크 에드위드 루이스 저/이성원 역/너머북스 간(2014)
2)남 · 북조 분열기의 중국/마크 에드위드 루이스 저/조성우 역/너머북스 간(2014)
3)당 열린 세계제국/마크 에드위드 루이스 저/김한신 역/너머북스 간(2014)
4)송 유교 원칙의 시대/디터 쿤 저/육정임 역/너머북스 간(2014)
5)원 · 명 곤경에 빠진 제국/티모시브룩 저/조영헌 역/너머북스 간(2014)
6)청 중국 최후의 제국/윌리엄 T 로 저/기세찬 역/너머북스 간(2014)
*21세기의 화두인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답을 논하고자 하버드대에서 특별 기획한 하버드 중국사 시리즈는 진 · 한, 남 · 북조, 당, 송, 원 · 명, 청 등 6개 왕조로 구분하여 집필되었음. 그 첫 권인 ‘진 · 한 최초의 중화제국’은 중국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였는데, 그것은 이 책이 기원전 221년에 진의 시황제가 영토를 통일한 후 2천년 동안 이어질 고대제국의 질서가 창조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 주어서임. 두 번째 권인 ‘남 · 북조 분열기의 중국’에서 저자가 남 · 북조 시대를 중국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내려진 시대로 정의한 것은 남 · 북조 시대의 분열이 중국문화권의 확장과 다양화를 의미하는 시대였기 때문임. 세 번째 권인 ‘당 열린 세계제국’에서 저자가 이 시대를 중국 역사상 가장 중대한 전환기이자 동아시아 문화권의 형성기라 한 것은 당 왕조의 개방성은 그 지배층이 위진남북조 시기의 한족과 북방 이민족간의 융합(호환체제)을 겪으며 형성된 혈연적, 문화적 혼혈집단이었기 때문임. 네 번째 권인 ‘송 유교 원칙의 시대“에서 저자가 유교가 중국의 발전을 방해한 족쇄였다는 20세기의 견해를 반박한 것은 ’유교‘와 ’혁신‘이 겉보기와 달리 상충되지 않으며 이 시대 유례없는 변혁을 이끈 것이 바로 유교라 했음. 다섯째 권인 ’원 · 명 곤경에 빠진 제국‘에서 저자가 ”13세기 몽골족과 4백 년 후 만주족의 침략이 모두 기후변화에서 촉발되었다고 진단한 것은 다른 역사서에서 접할 수 없는 것이다 싶음. 마지막 권인 ’청 중국 최후의 제국‘에서 저자는 21세기 중국과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하는 필독서라고 한 것은 이 책이 20세기의 시각인 서구중심주의와 한족중심주의에 반기를 든 저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임. 조선 후기 청나라의 백두산 등반에 관한 소논문을 준비하면서 오늘의 중국을 만들어 중국인들에 넘겨준 것은 당도아니고 송도 아닌 청이라는데 적지않이 놀랐음.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생각한 것은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서를 쓸 수 있는 것은 역사란 과거와의 대화여서 가능하다는 것임.
*2024. 2. 20일
1628. 러시아 외교관이 바라본 근대한국
*미하일 알렉산드로비치 포지오 저/이재훈 역/동북아역사재단 간(2010)
*원제가 『한국개관』인 이 책『러시아외교관이 바라본 근대한국』은 19세기 러시아인의 백두산 등반에 관한 논문을 쓰느라 일독한 『한국지』보다 먼저 출간된 러시아 최초의 한국소개서임. 제정 러시아가 1900년 구한말 한반도에 대한 세력확장의 정책 자료로 『한국지』를 발행할 때 참고한 저서가 바로 미하일 알렉산드로비치 포지오가 지은 『러시아외교관이 바라본 근대한국』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고서 비로소 알았음. 이 책은 ‘한반도 지도에 대하여 · 한국의 지리적 개요’, ‘국가제도’, ‘재판제도’, ‘사회계층’, ‘교육’, ‘가족생활’, ‘사회생활’, ‘한국의 건축, 의상, 머리모양, 음식물 등’, ‘종교’, ‘한국에서 그리스도교 전파의 역사’, ‘산업과 교역’ 등 총12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이 책의 저자 미하일 알렉산드로비치 포지오(1851-1889)는 1873년 러시아 외무부에서 근무를 시작하여 1881-1882년 레솝스키 중장이 지휘하는 파견대에서 중국과 일본 관련 특수임무를 수행했는데, 레솝스키 중장은 러시아와 한국이 수교를 맺을 가능성에 관한 모든 문제를 포지오에 위임하였다고 함. 1882년에 러시아로 돌아간 미하일 알렉산드로비치 포지오는 자신이 수집한 극동관련 문헌을 정리하기 시작했지만, 1889년에 사망해 1892년에 출간된 이 책은 보지 못했음. 1860년 체결한 북경조약에 의거해 청국이 연해주를 러시아로 이양함에 따라 녹둔도가 자리한 두만강 하구지역에서 러시아와 조선은 국경을 맞대하게 되었고, 1884년 조러수호조약이 체결되면서 조선이 러시아 제품의 판매시장이 되어 조선에 대한 소개서가 꼭 필요한 때에 이 책이 출간된 것은 1880년대에 5년 이상 극동지방에서 외교관으로 일한 포지오의 노력덕분이라 하겠음. 이 책을 읽으며 아쉬웠던 것은 조선의 역사가 소략하게 이루어진 점임. 저자는 이 책에서 울릉도와 독도를 혼동하지 않고 정확하게 이해했으며, 임진왜란 때 그리스도교가 조선에 전파되었다는 설이 그르다면서 임진왜란 2세기 후에 조선에 전파되었다고 논지를 폈음.
*2024. 1. 29일
1627. 중국갑질 2천년
*황대일 저/기파랑 간(2021)
*연합뉴스의 기자로 활동해온 저자는 이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을 보는 관점이 매우 그리 우호적이지 않는 것 같음. 표1의 머리에 쓰인 “그들이 지리멸렬할 때 아시아는 평화로웠고 그들이 강성할 때 우리는 피눈물을 흘렸다”는 이 한 구절을 보고 이 책을 완독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중국의 인접국가네 대한 갑질을 이 구절처럼 압축해 설명한 글이 없다 싶기 때문임. 이 책은 ‘주먹질과 악수, 고조선-고려’, ‘갑질의 노골화, 조선전기’, ‘재조지은이라는 유령, 인진왜란-정묘호란’, ‘조선쇄망의 도화선, 병자호란-국권상실’, ‘야욕의 대물림, 일제강점기-6.25’, ‘갑질 부추긴 사대주의’ 등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기원전 109년 한무제의 고조선 침공으로 시작된 중국의 침략은 수 · 당의 고구려침략, 당의 한반도 야욕, 조선보다 자국의 이익을 앞세운 임진왜란 원병, 삼전도 굴욕, 간도 강탈,원세개 국정농단, 일제 하의 한인 사냥과 6.25침략등을 중국 갑질의 사례로 든 저자는 이 책에 중국의 굴기는 한반도의 굴욕이었고 중국몽은 우리의 악몽이었다고 적었음. 사대주의가 약소국이 살아 남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외교정책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해도 굴욕적인 자세를 보인 전번 정권의 대중국정책은 자유민주주의국가인 대한민국이 견지해갈 외교정책은 아니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고 더욱 굳혔음.
*2024. 1. 27일
1626. 광야에서 부르리라
*손병희 엮음/이육사문학관 간(2023)
*방송대를 다닐 때 읽었던 『이육사전집』은 김학동교수가 편저한 것으로, 이 책을 읽고서 비로소 이육사 선생이 단순히 시만 창작한 것이 아니고 소설, 문학평론, 서평, 수필, 일반 평문, 방문기와 서간 등 다양한 장르의 문학작품을 창작한 뭄학인이었음을 알았음. 1960년대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린 선생의 시 「광야」를 암송할 수 있으리만큼 여러 번 읽어 “까마득한 날에/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우는 소리 들렷스랴”라는 구절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음. 손병희 시인이 엮은 이 책은 10년 전인 2004년 이육사 시인 100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시집으로 시 36수, 시조 1수, 한시 3수가 실려 있으며, 신석초 선생의 ‘이육사의 인물’, 김종길 선생의 ‘육사의 시’와 손병희 교수의 ‘칼날 위의 서정시’ 등이 게재되어 있음. 권말에 첨부된 가계도와 생애, 그리고 작품연보는 선생의 모든 것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으로 앞으로 글을 쓸 때 많이 참고할 뜻임. 선생의 한시 ‘주난흥여’가 선생의 생각을 극명
하게 드러내보이는 것 같아 여기에 옮겨 놓고자 함.
酒暖興餘
酒氣詩情兩樣闌 술기운 시정이 다 한창인데
斗牛初轉月盈欄 북두성 지긋하고 달도 난간에 가득하다
天涯萬里知音在 하늘 끝 만리 친구는 멀고
老石晴霞使我寒 이끼 낀 돌 맑은 이내 마음이 시려 온다
*2024. 1. 25일
1625. 이육사문학과 저항정신
*권서각 외 저/이육사문학관 간(2014)
*이 책은 이육사문학관에서 이육사(李陸史, 1904-1944)선생의 탄신 110주년 기념하기 위해 출간된 문집의 하나로, 11편의 논문과 5인의 문학강연이 실렸음. 호적 명이 원록(源祿)인 이육사는 원삼 또는 활이란 이름을 스스로 지어 쓰기도 했다고 함. 얼마 전 낙동강 탐방길에 저항의 시인 이육사가 태어난 경북 안동시 도산면의 원촌리의 이육사문학관을 들러 손병희 교수가 엮은 시집 『광야에서부르리라』와 같이 사서 가지고 왔는데, 이 책에 실린 여러 편의 논문을 읽고 작가, 작품 및 독자 등 다방면으로 이육사문학을 이해할 수 있었음. 흥미로운 논문은 권서각 시인의 ‘육사 시와 저항의 논리’로, 권서각이 이 논문에서 기존의 생각의 틀인 역설, 변증법, 중용의 논리에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한 것은 신선하게 느껴졌음.
A | B | C | |
역설 | 원관념 | 보조관념 | 논리를 초월하는 진리 |
변증법 | 정(thesis) | 반(antithesis) | 합(syntheis) |
중용 | 지나침(過) | 부족함(不及) | 중화(中和) |
권서각은 ‘육사 시의 현실 대응’이라는 주제로 육사 시의 비문단성, 육사 시의 유교 의식, 남성 편향성 등을 다루었는데 흥미롭게 읽었음. 또 천양희 시인이 강연 ‘시인으로 산다는 것’에서 미국 시인 새무얼 울먼(1840-1924)의 시 ‘청춘’의 시 구절 ‘나이를 먹어서 늙는 것이 아니라 이성을 잃어서 늙어간다’와 ‘세월의 흐름은 피부의 주름살을 늘리나 정열의 상실은 영혼의 주름살을 늘린다’를 인용했는데, 이육사의 시에서도 이성과 정열의 중요성이 느껴졌음.
*2024. 1. 23일
1624. 한강, 1300리 길을 길을 걷다
*한봉암 저/생각나눔 간(2018)
*저자는 이 책을 쓴 목적이 한강길을 걸으면서 지도로 보는 것과는 달리 길을 찾기가 어려운 때도 있었고 되돌아가서 다시 걸은 길도 있어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면서, “다음에 이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저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길을 제대로 알려 주기 위해”서라고 밝혔음. 저자가 이 책에 담은 것은 단순한 길 안내를 넘어 한강길에 담겨 있는 역사적 사실, 문화적 특징, 전설 등을 포함하고 있음. 태백시의 검룡소를 출발해 인천의 서해갑문에 이르기까지 24일간 걸은 저자는 병인박해 100주년을 기념하는 성당이 출발점에서 멀지 않은 태백시의 황지성당과 종점에서 가까운 서울시 절두산 성지 기념성당임을 알고 나서, “전혀 관련성이 없는 두 곳이 한강이라는 끈으로 연결되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정말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해, 한강 길을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에 비견한 것은 조금은 억지인 듯싶지만, 위대한 발견일 수도 있다 싶기도 함. 아쉬운 점은 코스정보가 상대적으로 빈약하지 않나 하는 점임.
*2024. 1. 21일
1623.낙동강 1300리 길을 걸으며
*한봉암 저/생각나눔 간(2020)
*태백황지 연못을 출발해 낙동강하굿둑에 이르기까지 총 23일간 낙동강을 따라 걸은 답사기 ‘낙동강 1300리 길을 걸으며’를 구독하게 된 것은 나 또한 2022년10월에 너덜샘을 출발해 14구간을 낙동강을 따라 걷고 있어서임. 9일차에 안동하회장터에 도착한 것으로보아 저자의 진행속도는 나보다 훨씬 빠른 것이 분명함. 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저자와 내가 걸으며 보고 느낀 것이 같지 않다는 것으로, 이는 여행의 주체가 다른 데 따른 당연지사라고 생각함. 이 책은 일화와 역사문화를 중심으로 잡고 서술된데 비해, 내 답사기는 행로를 중심으로 써나가고, 보고 느낀 여러 것들 중에 하나를 끄집어내어 논하거나 상술하는 형식으로 써나가고 있음. “깨끗하고 아주 맑고 투명한 수정이 녹아 야들야들하고 비단결 같은 액체가 흐르는 듯한 강물을 보고 있노라면 반사된 햇빛의 어른거림에 눈이 부셔 잠깐이나마 발걸음이 멈추어진다.”라고 강물의 흐름을 묘사한 것으로 보아 저자의 풍부한 서정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나로서는 이런 묘사가 부담스러워 엄두도 내지 못하는 바임. 앞으로 걸어갈 남은 길의 답사에 이 책을 참고할 뜻임.
*2024. 1. 12일
1622. 만주 – 그 땅, 사람, 그리고 역사
*고구려연구재단 편/고구려연구재단 간(2005)
*만주라는 명칭은 청태조 누르하치가 1616년 후금 정권을 건립하면서 자신을 ‘만주 칸’이라 하고 1635년 청 태종이 여진인을 만주인(滿洲人)으로 개칭한 후 점차 부족 명칭에서 지명으로 바뀌어 전해 내려온 것으로, 청나라 초기에 여진족 자신의 부족 명칭이었다가 그들의 거주지 명칭으로 쓰이기 시작했던 것이라고 이 책은 적고 있음. 오늘날의 요령성 · 길림성 · 흑룡강성 등 3성을 지칭하는 ‘만주’는 오늘의 중국이 기피하는 용어로 ‘동북지구’로 고쳐 부르고 있음. 계속해서 북방민족의 활동무대다가 근현대에 이르러 러시아와 일본을 필두로 한 제국주의 세력의 각축장이 만주는 동아시아 각국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한반도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데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어, 만주에 대한 전국민적인 관심과 이해(理解)가 절실히 필요하다 하겠음. 이러한 시대적 요망에 부응해 고구려연구재단에서 만주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 책을 발간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라 하겠음. 이 책은 ‘’만주와 우리 역사‘, ’만주와 정복왕조‘, ’만주와 제국주의‘, ’만주와 조선인‘ 등 총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권말에 ’동북공정은 중국의 동북아 전략인가‘라는 제목의 글이 실려 있음. 내가 만주에 관심을 갖는 특별한 이유는 조선 후기 청국인들이 조선과 청의 만주에 걸쳐 잇는 백두산을 여러 차례 등반한 것을 알고 있어서임. 청국인들이 백두산을 오른 주 이유는 백두산이 청국의 발상지이고 이 산을 수원으로 하는 두만강의 발원지를 자국에 유리하도록 국경을 정하기 위해서였음. 머릿속에 복잡하게 기억되고 저장된 만주에 대한 지식이 이 책을 읽고 보다 명료해진 것이 이 책을 읽은 수확이라 하겠음.
*2024. 1. 10일
1621. 기억의 양식들
*김병익 저/문학과지성사 간(2023)
*나보다 10년 먼저 태어난 저자는 동아일보에서 문화부기자로 일하고, 계간 문학지인『문학과 지성』의 동인으로 참여했으며, 1975년 문학과 지성사를 창사해 한국의 순수문학을 지키고 육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음. 대학 시절 신문지면을 통해 이름을 알게 된 저자가 어떤 한국문학의 편린들을 기억하고 있을까 궁금해 이 책을 사서 읽게 되었음. 미수에 다가가는 나이에 이르기까지의 안쓰러운 내면 진행도 함께 겪어야했던 경험들을 기억이라고 한 저자는 그 기억을 양식(良識)화 하고 또 양식(樣式)화 함으로써 사상으로 얽고 언어로 공유하는 과정의 산물을 기억의 양식이라고 한 것임. 이 책은 ‘기억의 자리들’, ‘기억의 형상들’, ‘기억 일구기’ 등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눈에 띄는 소제목은 「책, 그 질긴 인연」인데, 저자는 이 글에서 책과의 끈질긴 인연을 하는 일의 변화에 맞추어 차분히 기술하고 있음. 출판기자에서 문학평론가로, 편집자에서 발행자로, 발행자겸 저자로 역할이 변화하는 속에도 글쓰기라는 일관된 과업을 수행해야 해 책 읽기는 저자에 생활의 일부가 아니었나 싶음. 그럼에도 비로소 일로부터 해방되면서 “이제 책이나 보면서 자유롭게 지내자”라는 각오를 다진 것은 직업상의 독서를 벗어나 자유인으로서 독서를 해보고 싶다는 염원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되는 것은 나 역시 직장을 그만두고 더 열심히 책을 읽어왓기 때문임.
*2024. 1.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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