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V.시인마뇽의 독서산책/독서산책

2020년 독서산책

시인마뇽 2020. 1. 1. 08:31

 

                                                        2020년 독서산책(1231~1329)

 

 

 

1328-1329. 2차 세계대전(-)

*윈스턴 처칠 저/차병직 역/까치 간(2019)

*확실하지 않지만 대학 다닐 때 윈스톤 처칠의 회고록에 실린 연설문에서 처칠 스스로가 국민에게 드릴 수 있는 것은 피와 땀과 눈물밖에 없다면서 모두 힘을 합해 승리를 향해 나아가자고 호소한 내용을 읽고 크게 감동한 기억이 있음. 이번에 읽은 2차세계대전은 총6권으로 이루어진 원본의 발췌본이라는 하나 사료내지 참고자료 등만 생략했을 뿐 전문 형식의 서한은 주요내용을 발췌해 실어 저자가 의도한 사태의 전개과정을 이해하기에 모자람이 없었음. , 하권의 장장 1,469쪽에 이르는 이 책은 서문과 1부 미국을 향한 이정표(1919-1940510)’, ‘2부 홀로 싸우다(1940510-1941622)’, ‘3부 대연합 (1942127일 일요일 그리고 그 이후)’, ‘4부 승리와 비극 1943-1945)’, 그리고 에필로그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 이 책의 저자 처칠(Winston S. Churchill, 1874-1965)은 영국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의 장남으로 출생해 넉넉한 집안에서 성장했으나 학력은 자랑할 만한 것이 못되었던 것 같음. 어렵게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해 졸업한 처칠은 1940년 거국내각의 수상에 취임해 미국과 손을 잡고 제2차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으나 1945년 선거에 패배해 물러났다가 1951-1954년 다시 수상에 취임해 한국전쟁 휴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고 있음. 195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만큼 문학적 재질이 뛰어난 처칠이 스스로 집필한 이 책을 읽으면서 한 나라를 이끌어 간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과업이며, 지난 한 일인가, 그리고 외교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했음. 미국의 루스벨트대통령과의 친교유지와 갈등해소, 철의 장막을 언급하며 벌여온 스탈린과의 건곤일척의 대결 등 긴장의 연속 속에 국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처칠에게서 작금의 한국정치지도자에게 찾아볼 수 없는 진정한 국가지도자상을 읽었음. 처칠과 겨룰 만한 위리나라 지도자는 한 살 연하인 이승만 대통령과 그 뒤의 박정희 대통령뿐이라는 생각임. 이승만대통령이라는 걸출한 지도자가 아니었다면 과연 자유민주주의의 대한민국을 건국해 낼 수 있었겠는가,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의 근대화과업성취가 없었다면 오늘의 부와 자유시장 체제가 작동될 수 있었겠는가를 되돌아보게 해준 이 책은 사고의 확장이란 원하는 모두에게 균등하게 제공되는 기회발견의 계기를 확보하는 과정이다. 지혜와 인내가 있는한 모두를 위한 균등한 기회가 인류의 이성을 지배하고 감정을 억제하게 될 것이다라고 맺고 있는데서 지혜와 인내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음. “내가 드릴 수 있는 것은 피와 노고와 눈물과 땀 말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I have nothing to offer but blood, toil, tears, and sweat)"의 연설문은 지금 다시 읽어도 처칠에 대한 신뢰가 느껴질 만한 명문임.

*2020. 12. 18

 

 

1327. 현대유럽철학의 흐름

*리처드 커니 저/임헌규, 곽영아, 임찬순 공역/한울 간(2017)

*아일랜드 더블린대학의 철학교수인 리처드 커니가 이 책의 원본 Modern Movements in European Philosophy를 저술한 것이 한 세대 전인 1986년이고 보면 이 책도 현대유럽철학의 흐름을 오롯이 전부 다 보여준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임.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사서 읽은 것은 현상학이나 구조주의, 그리고 마르크스 이후의 새로운 사회주의에 대한 입문적인 지식을 얻고자 함이었음. 이 책은 현대유럽철학의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18명의 철학자와 그들의 철학을 간단히 소개하는 것으로써 구성되어 있음. 이 책에 수록된 현상학의 후설, 하이덱거, 샤르트르, 퐁티, 리쾨르, 데리다, 비판이론의 루카치, 벤야민, 그람시, 블로흐, 마르쿠제, 하버마스, 그리고 구조주의의 소쉬르, 레비 스트로스, 라캉, 푸코, 알튀세르, 롤랑바르트 등 18명의 철학자중 처음 접하는 인물은 포티, 리쾨르, 블로흐, 라캉, 알튀세르 정도임. 나머지 하이데거 등 13명의 철학자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들의 저서를 한 번 읽어보았기 때문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13명 조차도 제대로 몰랐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 수확이라면 작은 수확이라 하겠음. “필자는 현대의 유럽철학을 현상학, 비판이론, 그리고 구조주의라는 세 범주로 나누어 기술하면서 최근의 경향인 해석학과 해체주의, 그리고 포스트 구조주의를 포함하는 모든 현대유럽철학의 흐름을 이 한권의 책 안에 빠짐없이 제시하고 있다는 역자의 언급에 끌려 일독을 했으나 역량이 달려 재독, 삼독이 필요하겟다는 생각임.

*2020. 12. 13

 

 

1326. 한국실학사상연구

*이을호 저/다산학연구원 편/한국학술정보 간(2015)

*한국실학에 관한 도서 몇 권을 읽고 실학을 아는체 해온 것이 아닌가하고 부끄러워하는 것은 한국실학사상연구라는 도서를 통해 이을호(李乙浩, 1910-1998)라는 실학연구가를 처음 만나서였음. 전남영광에서 태어나 경성중앙고보와 경성약학전문에서 수학한 현암 이을호선생은 민족운동청년단체인 영광갑술구락부 및 체육단에 가입해 활동하다 1년반 동안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이기도 함. 선생의 학문여정을 살펴보면, 중앙고보시절 이제마(李濟馬, 1838-1900) 선생의 문인으로부터 동의수세보원을 익혀 주자의 성리설로부터 고경의 성명론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잡았고, 경성약전을 졸업해 동서양의학의 융합을 주장해 구세에 힘썼음. 현암선생의 학문적 첫 업적은 수은 강항의간양록을 국역해 수은 간양록을 출간한 것이라 하겠음. 현암선생이 실학에 발을 들인 것은 45세 때 전남대에서 동양철학과 다산학을 강의하면서로, 그 후 다산경학사상연구, 한국개신유학사시론등 다수의 실학연구서를 저술했음. 이 책 한국실학사상연구는 생전의 선생의 학문적 업적을 기리고자 후학들이 낸 총27책의 현암 이을호 전서의 제10책으로 출간된 것으로, 그 구성은 제1편 실학 개념의 정립과 그 개관, 2편 개신 유학으로서의 경학적 특징, 3편 실학사상의 발전과 그 과제, 그리고 성호와 다산의 사상과 유적의 조사보고로 되어 있음. 저자가 이 책에서 한국실학의 사상적본질은 개신유학에 있음을 역설한 것은 이우성 등이 한국실학의 개념요소로서 경세치용, 이용후세, 실사구시를 문제삼은 것과는 대비된다 하겠음. 사족이지만 다산 정약용이 성호 이익의 노예제도 폐지를 반대하고 존치를 주장했다는 것을 이 책에서 읽고 의외다 싶었음.

*2020. 12. 10

 

1325. 고체로 쓴 조국강산

*이은상 저/조현판 서/도서출판 다운샘 간(2015)

*산과 강, 그리고 바다는 우리 삶을 구성하는 공간적 원형이어서 따로 떼어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은 전 박양호 전 국토연구원장의 글 프롤로그: 강과 한국인의 삶을 읽고 나서였음. 1954년에 출간된 노산 이은상(李殷相, 1903-1982) 선생의 시조집 조국강산에 실린 시들이 산과 강, 그리고 바다를 읊은 것임을 보고 산, , 바다는 우리 국토이자 우리 삶을 구성하는 공간적 원형이라는 것을 재인식했음. 서예가 조현판 선생이 다시 써 2015년에 다시 출간된 이 책을 보고 서예 텍스트북으로도 활용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산 노래 40, 강 노래 21, 바다 노래 9수에 첫 노래 및 끝 노래를 더하면 이 책이 담고 있는 시조는 총72수임. 지난봄과 여름에 발원지에서 하구까지 강줄기를 따라 걸은 섬진강을 읊은 시조 섬진강황매천(黃梅泉) 뜻을 실은 잔수의 물이 / 조남명(曺南冥) 노래띄운 화개천만나 /정일두(鄭一蠹) 내려가던 섬진강되어/ 충무공(忠武公) 노량으로 울며 흐른다을 읽고 아쉬운 것은 선현들의 우국충정만 노래했지 굽이진 섬진강의 경관을 전혀 찬하지 않은 것이었음. 다시 생각해보니 노산 선생이 이 시조집을 출간할 때는 6.25전쟁 직후인 1954년으로 애국지사를 찬하는 시조가 더욱 필요했던 때여서 그리했겠다 싶었음. , , 바다 하나하나를 관련된 역사와 지리지식을 동원해 설명한 것도 매우 돋보였음.

*2020. 12. 7

 

1324. 헤겔 & 마르크스 - 역사를 움직이는 힘

*손칠성 저/김영사 간(2020)

*이 책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키 워드인 역사철학이란 과거에서 일어난 역사적사건을 단지 기록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의 근본원리나 이유에 대해 반성적으로 성찰해보는 역사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이르는 것임. ‘역사는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는가?’, ‘역사를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역사 속에서 개인이나 영웅의 역할은 무엇인가?’, ‘역사를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잇는가?’, ‘역사연구의 목적과 방법은 무엇인가/’ 등의 5가지 쟁점에 답을 구하고자 이 책을 통해 만난 철학자는 칸트, 그리고 헤겔 및 마르크스임. 칸트(1724-1804)는 계몽주의적 역사관을 기획했으며, 헤겔(1770-1831)은 변증법을 체계화해 헤겔주의를 탄생시켰고, 마르크스(1818-1883)는 헤겔의 변증법을 신봉한 철학자로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세상의 변혁을 꿈꾼 혁명적인 인물임.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마르크스에 주목한 것은 상기 3명의 철학자 중 후세 사회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인물이기 때문임. 마르크스는 칸트와 헤겔로부터 이어지는 독일의 계몽주의 사상을 비판적으로 계승하고 변증법적 유물론과 사회주의 사상을 결합하여 역사적 유물론이라는 독자적인 역사철학 이론을 전개, 급진적 민주주의자에서 혁명적 사회주의자로 바뀐 마르크스를 추종하는 일군의 세력들이 한국의 지배계층에 자리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어 더욱 마르크스에 주목한 것임. 이 책은 역사철학에 관한 다섯가지 질문을 다룬 초대’, 이 책의 본론 격인 만남’, 칸트, 헤겔, 마르크스를 불러내 프랑스혁명 220주년 기념콜로키움을 진행하는 형식의 대화’, 닫힌 미래 대 열린 미래, 실증주의 대 해석학, 객관주의 대 주관주의, 포더니즘 대 포스트모더니즘, 국가 대 문명의 5대 아젠다를 이슈로 내건 이슈4개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2020. 12. 5

 

1323. 장한철표해록

*장한철 저/김지홍 역/지식을만드는지식 간(2018)

*조선시대에 창작된 표해록(漂海錄)은 두 작품이 전해지고 있음. 바다를 표류한 기록인 표해록의 첫 작품은 조선 성종19(1488)년 최부(崔溥, 1454-1504)가 임금의 명을 받고 제주도에서 풍랑을 만나 중국에 표류해 반년 만에 귀국하기까지 과정을 기록한 기행문인 금남표해록(錦南漂海錄)이며, 그 다음 작품은 영조 45(1770)년 장한철(張漢喆, 1744-미상)이 일행 29명과 함께 제주를 떠나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는 길에 풍랑을 만나 류우큐 열도에 표류하여 돌아오기까지를 기록한 표해록(漂海錄)이 그것임. 금남표해록(錦南漂海錄)이 최부가 1487년 제주추쇄경차관으로 부임했다가 이듬해인 1488년 부친이 세상을 뜨셨다는 소식을 듣고 도해하다가 중국 태주부 임해현계의 우두외양에 표착해 그해 7월 환국하기까지의 전말을 기록한 것으로 당대의 중국명나라 실정을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면, 표해록(漂海錄)은 제주 유생 장한철이 1770년 가을 제주 향시에서 수석을 하고나서 서울 예조에서 치르는 회시에 응시하려고 그해 겨울 뱃길에 올랐다가 느닷없이 풍랑을 만나 남쪽 큰 바다로 표류하면서 유구지경까지 내려갔다가 안남(월남) 상선을 얻어 타고 일본으로 향하던 중 한라산이 보이는 곳에서 돛도 없는 배에 실려 바다 한 가운데에 버려져 다시 표류하다가 전라도 완도군 청산도에 닿아 생환되기까지 과정을 기록한 책으로. 유구나 안남국의 정보보다는 표류 중 어떻게 하든 살아 돌아가고자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실행하는 장한철과 삶을 포기당한 낙담한 일행들 간의 갈등을 생생하게 그린 작품임. 17701225일 출항해서 표류했다가 생환되어 제주로 돌아가는 일행들과 헤어지는 다음해 정월16일까지는 일자별 상황이 일기로 기록되어 있어 사건 전개를 보다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었으며, 삽화로 들어간 꿈속 여인과의 하룻밤 사랑이야기도 흥미롭게 읽었음. 저자 장한철은 1775년 문과 별시 병과27위로 급제해 1781년 강원도 상운역 찰방으로 발령을 받았고 1787년 대정현감이 되어 제주도로 귀향부임하기도 했음.

*2020. 12. 3

 

1322.단원 김홍도-대중적오해와 역사적 진실

*장진성 저/사회평론아카데미 간(2020)

*저자 장진성이 이 책을 통해 밝히고자 한 것은 김홍도는 18세기 후반 동아시아의 화단을 뒤흔든 천재 화가였다는 것임. 이 책이 단순히 조선시대의 화가뿐만 아니라 널리 중국이나 일본의 유명화가들의 작품과 화풍을 다루고 있는 것은 김홍도가 어째서 독보적인 존재였는 가를 설명하기 위해서로 판단됨. 이 책은 저자 장진성교수가 2013년 뉴욕의 한국문화원에서 영어로 재미교포와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김홍도에 대한 특강 내용을 기저로 한 것이어서 나처럼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짜여 있음. 저자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은 김홍도는 단원풍속화첩을 통해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풍속화가로 널리 알려졌지만 이갓은 김홍도의 실사이 아니며, 오히려 병풍화의 거장이었다는 것임. 이 책은 김홍도는 누구인가’, ‘젊은 도화서 화원’, ‘위대한 시작’, ‘병풍화의 대가’, ‘김홍도와 정조’, ‘정조의 화성건설과 김홍도’, ‘자아의 영역’, ‘김홍도와 18세기 후반의 동아시아 회화등 총8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김홍도는 이상좌나 김응환 등이 이룬 화원집안의 출신이 아니며, 룬 화가가 아니며, 윤두수나 강세황처럼 명문가문출신이 아닌 일개 중인이며, 산수화나 풍속화 등 특정분야의 그림난 그린 것이 아니고 어진을 그렸고 병풍화나 의궤도 그려 전분야에 뛰어난 천재화가였음. 정조의 치세 내내 궁중최고의 화원으로 활약한 김홍도는 정조의 후원에 힘입어 중인출신임에도 충북괴산의 연풍현감으로 임명되어 열심히 백성들을 위해 일했고 아들 김양기를 얻기도 했으나, 1800년 최대 후원자였던정조의 죽음으로 정국이 급변하면서 전성기를 마감하면서 인생의 가을을 맞게 되는데, 그의 그림 (추성부도>는 이런 정황에서 그려진 것이라 함.

*2020. 11. 25

 

 

1321.조선시대 산수화특강

*안휘준 저/사회평론아카데미 간(2019)

*내가 이 책에 주목한 것은 산수유기의 발달과 궤를 같이 한 것으로 보이는 조선의 산수화가 어떻게 발달했는가를 잘 담고 있으리라 기대해서였음. 저자 안휘준교수가 한국연구재단의 초청을 받아 <석학과 함께 하는 강좌>에서 조선왕조시대(1392-1910)의 산수화라는 제목으로 네 차례 강연한 것과 한 차례 종합토론 한 것을 엮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조선의 산수화 작가들이 어느 한 화풍에 얽매이지 않고 나름의 화풍을 창조해내어 꾸준히 발전을 지속했다는 생각임. 이는 산수화의 발달이 고려시대에 비로소 창작되기 시작하여 조선시대에 접어들어 본격적으로 지어지기 시작했으며 18세기에 절정을 이룬 산수유기의 변천과 그 궤를 같이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음. 이 책은 서론’, ‘조선왕조 초기(1392-1550)의 산수화’, ‘조선왕조 중기(1550-1700)의 산수화’, ‘조선왕조 후기(1700-1850)의 산수화’, ‘조선왕조 말기(1850-1910)의 산수화’, ‘종합토론등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조선왕조의 시대구분이 조동일교수가 저서 한국문학통사에서 구분한 것과 상당한 차이를 보여 차후 면밀히 검토해볼 생각임. 저자는 이 책에서 차별화를 시도한 몇 가지를 설명하고 있는바, 그 첫째로 시대마다 시대적 배경과 상황을 다각도로 설명한 점, 둘째는 화가들의 계파와 화풍의 계보를 밝힌 점, 셋째 조선말기의 산수화가 20세기 대표적인 산수화가들에 이어졌다는 점, 넷째 대중적성격의 책이면서 학술적측면을 중시한 점 등을 들었음. 조선 시대 산수유기도 안휘준 교수의 방법을 원용해 분석해볼 생각임.

*2020. 11. 20

 

 

1320.조선독립운동사

*최남선 저/이영화 역/경인문화사 간(2013)

*1945년 해방을 맞아 3개월이 지난 1128조선독립운동사를 탈고하면서, 최남선은 민족운동에 있어서 단합이 얼마나 복이고 분열이 얼마나 화인지는 족히 여기서 경험하며, 분열이 얼마나 화인지는 족히 여기서 경험하며, 한 민족의 운동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실상 전 세계의 시운에 달려 있다는 걸 족히 여겨서 증명할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조선의 독립운동이 얼마나 중요한 운동인가를 설명했음. 이 책은 병합과정’, ‘3. 1운동’, ‘임시정부3개장으로 엮어진조선독립운동소사3.1운동의 사적고찰3.1운동의 현대사적 고찰3개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음. 이 책에서 최남선이 나철이 일으킨 조선 고유의 신앙인 대종교에 대하여 설명하면서 교주 나철이 육신제의 뜻으로 구월산에 들어가 자살하자 후계자 김헌이 대종교의 본거지를 백두산 뒤쪽으로 옮겨서 국혼을 환기시켰고, 이에 지리멸렬했던 민족 전선이 비로소 통일된 정신적 지주이자 구심점을 가지게 됐다고 적어 넣은 것으로 보아, 최남선이 백두산의 민족성산론을 주창한 것은 대종교의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해 보임. 조선독립운동소사의 부록인 조선독립운동연표1910624일 한국의 경찰사무가 일본국으로 이양된 것으로 시작해 194598일 미군의 경성진주와 다음 날 아베노부유키 총독dl 항복문서dp 조인하는 것으로 끝을 맺은 매우 유용한 자료임.

*2020. 11. 15

 

1319. 송막연운록(松漠燕雲錄)

*최남선 저/윤영실 역/경인문화사 간(2013)

*이 책의 제목송막연운록은 만주(), 몽고(), 북경(), 산서() 등을 의미하며, 이 지명들은 최남선이 1938년 목적했던 여행의 행선지였음. 19371028일부터 193841일까지 총84회에 걸쳐 매일신보에 연재된 기행문에 따르면, 최남선은 1937925일 경성에서 출발해 용정, 연길, 훈춘, 동경성, 목단강, 하얼빈, 길림, 봉천을 경유해 다렌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중단되어 만주()만 여행하고 나머지 몽고(), 북경(), 산서()는 가보지 못하고 동년1015일 경성으로 돌아와 연재를 시작한 것으로 보임. 선만척식(鮮滿拓植)으로부터 만주에 있는 안전농촌의 구경을 권유받아 이루어진 최남선의 만주여행은 일제와 만주국의 선전정책에 따른 것이어서 친일행각의 시작일 수 있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고 나서 들었음. 역자 윤영실은 이 책의 해제에서 최남선의 송막연운록을 두고 단순히 친일/반민족 텍스트로 한정지을 수 없다면서, 최남선은 내선과 협화의 이데올로기의 자장 안에서도 우리 조선인이라는 정체성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고 적고 있지만, 최남선의 친일적 사고는 곳곳에서 감지되어 민족과 친일의 갈등이 노정되기도 했음. 최남선의 고심과는 별도로 1930년대 후반기 만주의 현실을 보여주고 만주가 우리 민족의 활동무대였음을 잘 보여주고 있어 읽어볼 만한 기행문임에 틀림없음. 이 책은 간도와 조선인’, ‘해동성국 발해를 찾아서’, ‘국제도사 하얼빈’, ‘청나라가 열린 땅 심양’, ‘요동 벌판’, ‘시와 역사를 품은 요동등 총 6부로 구성되어 있음.

*2020. 11. 8

 

1318. 생명설계도, 게놈

*매트 리들리 저/하영미 등 역/반니 간(2017)

*내가 저자를 주목한 것은 저서이타적 유전자, 모든 유전자는 개체를 희생시켜서라도 자신의 자손을 남기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 책의 제목이 극명하게 대비되어서였음. 아직 이타적 유전자를 읽지 못했음에도 이 책 생명설계도, 게놈을 먼저 읽은 것은 ‘23장에 담긴 인간의 자서전이라는 부제에 끌려 서였음. 우리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23쌍의 유전자가 무엇이고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가의 대강을 보여주는 이 책은 서문과 ‘1번 염색체-생명’, ‘2번 염색체-’, ‘2번 염색체-’, ‘3번 염색체-역사’, ‘4번 염색체-운명’, ‘5번 염색체-환경’, ‘6번 염색체-지능’, ‘7번 염색체-본능’, ‘XY 염색체-충돌’, ‘8번 염색체-이기주의’, ‘9번 염색체-질병’, ‘10번 염색체-스트레스’, ‘11번 염색체-개성’, ‘12번 염색체-자가조림’, ‘13번 염색체-유사이전’, ‘14번 염색체-영생불멸’, ‘15번 염색체-’, ‘16번 염색체-기억’, ‘17번 염색체-죽음’, ‘18번 염색체-치료’, ‘19번 염색체-예방’, ‘20번 염색체-정치학’, ‘21번 염색체-우생학’, 22‘번 염색체-자유의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책의 23개 소제목은 각각의 염색체가 인류에 주는 의미를 축약해 잘 보여주고 있음. 유전자가 A(adenine), C(cytosine), G(guanine), T(thymine)  4개의 문자 중 3개로 이루어진 단어를 사용해 만들어진다는 것, 이 단어들은 당과 인산으로 이루어진 긴 고리에 염기가 가로대처럼 놓여 있는 형태의 이른바 DNA분자 위에 쓰인다는 것, 그리고 우리의 염색체는 쌍으로 배열된 매우 긴 DNA분자라는 것을 알았음.

*2020. 11. 3

 

1317.문장강화

*이태준 저/임형택 해제/창비 간(2015)

*이 책의 저자인 이태준을 만난 것은 2010년 방송대국문과에 들어가서임. 1904년 강원대 철원에서 태어나 휘문고보를 졸업하고 일본의 상지대학에서 수학한 저자는 1933년 김기림, 이효석 등과 9인화를 결성해 활동하다 정지용과 함께 잡지 문장의 편집을 맡아 주관했음. 저자의 농군”, “해방전후 등의 소설을 읽으면서 역량 있는 작가로만 생각했는데 해방후 좌익의 문학가동맹을 주도적으로 끌고나가 의외다 싶었으며, 6.25전쟁 때 스스로 월북한 것을 알게 되자 순수문학을 추구한 한 문학인이 문학을 이념을 전파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공산주의자로 변하게 된 동인이 무엇일까 자못 궁금했음. 이 책 문장강화 1939 문장지 창간호부터 연재되다가 9회로 그치고 이듬해 문장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한 책으로, 글을 어떻게 써야하는 가를 곡진하고 진지하게 강론한 내용을 담고 있음. 이 책은 문장작법의 새 의의’, ‘문장과 언어의 제 문제’, ‘운문과 산문’, ‘각종 문장의 요령’, ‘퇴고의 이론과 실제’, ‘제재, 글머리, 끝맺음과 그 밖의 것들’, ‘대상과 표현’, ‘문체에 대하여’, ‘문장의 고전과 현대 등 총9강으로 구성되어 있음. 내가 뒤늦게나마 이 책을 사본 것은 국문학도에 필수적인 문체를 알고 싶어서였는데, 다 읽고 나서도 간결체와 강건체, 융체와 화려체를 분별하지 못하는 것은 내 독해능력의 문제일 것임. 글을 쓰는데 필요한 요령을 얻고자하는 하는 사람들에 유요한 책으로 일독을 권하고자 함.

*2020. 11. 2

 

 

1316.팬데믹과 문명

*김명자 저/까치 간(2020)

*팬데믹(pandemic)이란 감영병이 모든 사람들에게 널리 퍼진 공중보건 비상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pan은 모두를 뜻하고 demic(그리스어로 demos)은 사람을 뜻함. WHO는 감염단계를 감염범위에 따라 6단계로 나누는데, 6단계란 2개 이상의 대륙에서 대유행하는 단계를 이른다 함. 역사상의 대표적인 팬데믹은 14세기 이후 발생한 흑사병과 1918년에 퍼져나간 스페인독감으로, 2002년의 사스, 2014년의 에볼라 등 전염병의 피해가 특정지역에 한해 나타나는 에피데믹(epidemic)이나 특정지역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엔데믹(endemic)과 구별됨. 사스나 메르스 때와 마찬가지로 지구상 포유동물의 1/4을 차지하는 박쥐를 숙주로 하는 코비드-19로 일상의 생활이 파괴되고 있어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다 앞서 겪었던 사스나 메르스보다 치사율은 낮으나 감염범위가 훨씬 넓고 유행기간이 비할 수 없이 길어 언제 끝날지 몰라 공포 속에서 이 병을 맞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 하겠음.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미증유의 팬데믹 사태를 겪으면서 과학자로서 고도의 과학기술 문명의 한계를 실감한다고 저자가 말한 것은 인간사회의 끝없는 개발과 성장의 욕구가 지구 생태계의 온전성을 파괴함으로써 인류문명 자체의 존속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자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런 반성 위에서 인류의 현존적 삶을 재 설계하는데 지혜를 모을 필요가 높아졌다는 생각임. ‘코비드-19란 무엇인가?’, ‘문명사의 팬데믹’, ‘기후변화와 인류의 문명’, ‘21세기 코로나 이후의 세상등 시의적절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와 같은 화학을 전공했으면서도 현안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차분하게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노학자에 존경을 표하고 싶음. 코로나-19에 대한 우리나라 방역을 전세계적으로 성공한 k-방역이라면서 자랑하기에 급급하거나 때로는 코로나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정부의 업적자랑에 회의를 할 때도 있지만, 최일선에서 코로나-19와 싸우는 대한민국 의료진에 전적인 신뢰와 박수를 보내고자 함.

*2020. 11. 1

 

1315.고적답사기

*최남선 저/ 이부오 역/고적답사기

*이 책의 저자 최남선이 고적답사는 조선학 연구의 연장선에서 이루어 진 것으로 전문적인 학술연구보다 역사와 문화유적에 대한 대중의 교양을 고양시키는데 치중되었음. 1925년 계명구락부에 출입하면서 역사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한 최남선은 1930년대까지 한국고대사연구에 매진했는데, 연구 성과의 확인을 위해서도 고적답사활동은 최남선에게는 필수적이었을 것임. 이 책은 고적보존의 요체’, ‘되무덤이에서’, ‘조선의 고적’, ‘고구려유적’, ‘신라 진흥왕의; 기존3비와 새롭게 출현한 마운령비5개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1920년대 고적답사기 중 으뜸인 것은 1926년에 발표된 고적보존의 요체, 조선역사의 출발점인 단군관련시설이 정책적으로 훼손되는 것을 강력하게 비판한 것이 눈에 띔. 1930년대 고적답사기는 해방 후인 1948조선의 고적이라는 이름의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음. 1920년대 북한산비, 황초령비. 창녕비가 진흥왕 3비로 알려진 상황에서 최남선은 1929년 함경남도로 문헌조사 여행을 떠났다가 속칭 남이장군비로 잘못 알려진 마운령비를 발견해 조사결과와 사진 자료를 조선사편수회에 제출해 마운령비의 실존을 세상에 널리 알렸음. 고적은 실물의 역사이며 국토의 노리개로 문화민족으로서의 지체가 높음을 증명하는 것이어서 고적답사의 의의가 크다 하겠는데, 이러한 고적답사가 최남선에 의해 일찍이 1920년대부터 행해진 것임.

*2020. 10. 20

 

1314.풍악기유

*최남선 저/문성환 역/경인문화사 간(2013)

*이 책 풍악기유(楓岳記遊)는 최남선(崔南善, 1890-1957)이 지은 금강산에 관한 기행문으로 1924년 시대일보에 연재된 것을 1970년대 초반 육당최남선전집에 싣고자 단행본으로 발간한 것임. 이 책의 해제에서 문성환은 최남선을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친 한국근대계몽기의 중요인물로 특별한 문재를 드러냈던 계몽지식인이라고 말하면서, 최남선의 글쓰기는 그 자체로 한국근대의 전개과정과 맞물려 있다고 했을 정도로 아직갖추어지지 않았던 시절에서 이미결정되어 버린 시절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풍미한 인물이었다는 생각임. 조선시대의 유기만도 100편이 넘을 정도로 기행문이 많이 전해지는 금강산을 다녀와서 이 한편을 추가한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기도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더욱 그런 생각을 한 것은 풍악기유(楓岳記遊)가 여타의 금강산 기행문과 확실한 차이를 보여서임. 그 차이란 다름 아닌 ᄇᆞᆰ사상을 피력한 것으로 총237쪽의 이 책에서 105쪽이 금강산과 ᄇᆞᆰ 사상에 할애되었기 때문임. “ᄇᆞᆰ사상의 학술보고서를 방불하는 듯한 이 책은 금강산 가는 길’, ‘금강산에 들어서다’, ‘금강산과 ᄇᆞᆰ사상’, ‘! 금강산등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음. ”조선의 ᄇᆞᆰ교가 종교로서 상당한 의례를 갖추게 된 것은 아마도 신라 중엽 이후의 일일 것이다라면서 화랑도가 풍월주를 모시고 성지순례를 나섰는데 그 정점이 금강산이었다는 것이라고 최남선은 이 책에 적고 있음. ’ᄇᆞᆰ교는 영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의 완전한 일치가 알파이자 오메가이며 개벽하는 단초이자 종착점이 되었다고 갈파한 최남선은 보통 종교라 하면 심령 또한 영혼 같은 한 가지로만 생각할 만큼 그것만을 전적으로 위주로 하고 중시하는 것이 통례이지만 그렇지 않은 교리를 밝히고 그렇지 않은 교법을 세워 전체적으로 하나의 진리를 성취하는 크고 바른 길을 제시하는 것이 ᄇᆞᆰ교다라고 천명했음.

*2020. 10. 18

 

 

1313.이양하 수필선집

*이 책의 저자 이양하(李敭河, 1904-1963)는 평양고보와 교토제3고교를 졸업하고 동경제대와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인재로, 연세대와 서울대 등에서 오랫동안 교수로 봉직했음. 일본 유학 중 I. A. 리처즈의 SCIENCE AND POETRY를 번역해 당시 일본의 문학이론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되었음. 내가 저자 이양하를 알게 된 것은 내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린 나무라는 수필을 읽고 나서이며, 이 글이 이 책에 실려 이번에 사서 다시 읽어보게 된 것임. “나무는 덕을 지녔다. 나무는 주어진 분수에 만족할 줄 안다. 나무는 태어난 것을 탓하지 아니하고 왜 여기에 놓이고 저기에 놓이지 않았는가를 말하지 아니한다.”로 시작되는 이 글나무는 나무에게서 무엇인가를 배우려는 저자가 의도가 잘 드러난 명수필로 민태원의 청춘예찬을 읽을 때처럼 가슴이 벅차오르지는 않았지만, 대신에 차분하게 자연의 섭리를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줘 청춘예찬과는 또 다른 감동을 느꼈음. 이 책은 1수필집 이양하수필집’, ‘2수필집 이양하수필집’, 그리고 해설 이양하의 수필세계로 구성되어 있음. ‘1수필집 이양하수필집서 낯익은 제목은 페이터의 산문으로 이 글을 읽어 로마의 철현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으로 기억하고 있음. 다시 읽어도 잔잔한 감흥이 이는 이양하의 수필을 정독해 나의 수필 짓기의 전범으로 삼고자 함.

*2020. 10. 15

 

1312.민태원 선집

*민태원 저/권문경 엮음/현대문학 간(2010)

*이 책의 저자인 우보 민태원(閔泰瑗, 1894-1934)은 경성고보를 졸업한 인재로 1914년 매일신보에 입사한 이래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외일보 등에서 편집국장을 맡는 등 언론기관에서 일하다가 1934년 궁정동 자택에서 폐결핵으로 사망한 언론인이자 문인임. 저자 민태원의 이름이 귀에 익은 것은 1960년대 후반 고등학교를 다닐 때 국어시간에 교과서에 실린 저자의 수필청춘예찬을 읽어서임.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로 시작되는 청춘예찬을 읽으면서 청운의 꿈에 부풀어 가슴 뛰었던 1960년대의 내 청춘을 2020년의 오늘에 이르러 뒤돌아보게 만든 것만으로도 이 책은 사서 읽을 만하다는 생각임.

1부 수필에는 화단에 서서, 추억과 희망, 청춘예찬, 이태왕(李太王) 국장당시4편의 수필이 실려 있으며, 이태왕(李太王) 국장당시를 읽고 고종이 한일합병 후 이태왕(李太王) 으로 불린 것을 처음 알았음. ‘2부 소설어느 소녀, 음악회, 천아성(天鵝聲)등을 담고 있으며, 이 중 소설 천아성(天鵝聲)은 이 책을 대표하는 장편소설로 사도세자 등이 살아간 영조 시대 궁중생활을 꼼꼼하게 묘사한 역사소설임. 다른 소설과 달리 문체도 간결하고 심리변화를 잘 담아낸 것 같지 않아 수필 청춘예찬을 읽은 것 만큼 감흥이 일지 않았음. ‘3부 전기에 실린 오호, 고균거사-김옥균실기는 조선말 젊은 개화파의 리더였던 김옥균의 삶이 압축적으로 잘 묘사된 글로 이 책의 백미라는 생각임.

*2020. 10. 10

 

1311.심춘순례

*최남선 저/임선빈 역/경인문화사(2013)

*이 책 심춘순례는 육당 최남선(崔南善, 1890-1957)1925년 봄에 석전 박한영스님과 함께 백제의 영토였던 호남지역의 역사유적을 돌아보면서 쓴 기행문임. 저자 최남선은 이 책의 책머리에서 조선의 국토는 산하 그대로 조선의 역사이자 철학이며, ()이고, 정신입니다. 단순한 문자가 아닌 가장 명료하고 정확하고 또 재미있는 기록입니다. 조선인 마음의 그림자와 생활의 자취는 고스란히 또렷하게 이 국토위에 박혀 있어 어떤 풍우라도 마멸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믿습니다.”라고 국토 사랑의 뜻을 강력히 내비췄음. 이런 국토 사랑은 이어지는 글 나는 조선역사의 작은 한 학도요, 조선 정신의 어설픈 한 탐구자로서, 진실로 남다른 애모, 탄미와 함께 무한한 궁금스러움을 이 산하대지에 가지고 있습니다.”에서 밝힌 바와 같이 자연스럽게 이 산하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했고, 그런 궁금증은 국토순례의 강력한 추동력으로 작용하여 호남지방을 순례하고 이 책을 저술한 것임. 최남선은 1925325일 전주를 시작으로 금산사, 백양사, 내장사, 내소사 등의 전북지역 사찰과 전남 담양의 개인정원인 소쇄원, 전남지역의 유명사찰인 송광사, 선암사, 화엄사 순으로 탐방해 봄을 찾아 나선 25일 간의 심춘순례(尋春巡禮)를 마무리했음. 매일 매일의 탐방기는 시대일보에 한도인(閒道人)이라는 필명으로 연재되었고, 이듬해 백운사에서 심춘순례라는 이름의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음. 이 책은 백제의 옛 영토로33개의 주제를 백제의 기상이 서린 모악산’, ‘호남의 금강산, 백양/내장’, ‘민족 설화의 무대 변산으로’, ‘시인/호걸을 부르는 무등산’, ‘조선불교의 완성지, 조계산’, ‘지리산 가는 길에6개장에 나누어 다루었음. 변영로는 심춘순례(尋春巡禮)에 대해 최남선이 우리 국토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부분적으로 학자의 냉정을 잃었다고 비판했으나, 최남선의 국토사랑이 도드라진 이 책을 통해 1920년대 우리 국토를 살펴볼 수 있도록 한 것만으로도 최남선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자 함.

*2020. 10. 7

 

1310. The New Koreans

*Michael Breen /Rider (2017)

*The New Koreans의 한국어판인한국, 한국인이 출간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욕심을 낸 것은 한국 사람으로서 한국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온 내가 번역서로 읽는다는 것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원서를 사서 본 것임. 그래도 끙끙대며 끝까지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은 저자가 책에 쓰고 있는 내용을 대부분 알고 있어서임. 중간에 모르는 단어들을 사전을 찾아 그 의미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그러다가는 만년하청이겠다 싶었고,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알고 있는 내용이어서 어느 정도 뜻이 통해서였는데, 다시 한 번 꼼꼼히 사전을 찾아가며 읽어볼 뜻임. ‘Portraits', ’Roots', 'Wealth', 'Power', 'Next' 5개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이 다루는 한국의 time line1945년 해방을 시작으로 박근혜 정권이 최순실 스캔들로 위기에 처했던 2016년 작가 한강이 소설 채식주의자로 영국의 맨부커 상을 받는 것으로 끝을 맺는 것으로 짜여 있음. 우리나라에서 수십년간 기자생활을 하면서 북한도 자주 취재한 저널리스트인 저자 마이클 브린은 경제성장과 민주화, 대북관계, 한류, 국제정세 등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의 문제를 폭 넓게 다룬 책으로 20여년 전에 출간된 한국인을 말하다의 맥을 잇는 신간서적임. 저자가 이 책에 더해Mr.김정일를 지어 낼 수 있었던 것은 1982년 한국에 처음 와서 서울에서 40년 가까이 살아온 데다 북한을 직접 방문해 취재한 덕분임. 월간조선 편집장 출신의 노기자 조갑제는 이 책에 대해 오래된 민주주의 국가인 영국 출신의 기자 눈에 비친 가장 어린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모습이 흥미롭다. 대중의 정서가 야수가 되어 법치를 위협한다는 경고, 한국의 국제적 명성이 발전의 곡선을 앞서기 시작했다는 분석, 통일보다 세계적 보편화에 더 신경 쓰라는 애정 어린 충고, 건강한 저항정신이 한국인의 위기극복 DNA로 기능하려면 공정한 경쟁체제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관찰에 깊이 통감한다.”고 호평했음.

 

*2020. 10. 3

 

1309.민족주의란?

*권순철 저/선인 간(2018)

*이 책의 저자가 북한과 좌파지식인들의 전가의 보도인 민족주의의 문제가 무엇인가를 정면으로 다루어 적확하게 지적할 수 있었던 데는 저자가 대한민국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지식인이어서 가능하지 않았겠냐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음. 같은 민족인 북한의 주민들을 아사시키고 정적을 총살하는 북한의 독재자인 제1인자에 계몽군주라고 치켜 올리는 것도 부족해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에 자신을 무지한 시민들에 고발당한 그리스의 철현 소크라테스에 비유하는 등 곡학아세를 일삼는 소위 진보적 지식인이 판치는 세상에 민족주의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다가 받을 떼거리 비난을 감수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 때문임. 이 책이 부제로 낭만적 민족주의 비판을 붙인데서 알 수 있듯이 오늘의 한국 민족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낭만적 민족주의에 고착되어 있다는 것임. 저자는 머리말에서 민족은 역사적이고 실천적인 개념이다.”라면서, 이어서 민족을 어떻게 규정하고 공유해야하는 하는 가의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위해 한국 민족주의의 형성, 전개 과정에서 남북한의 낭만적 민족주의에 대한 문제를 비판적으로 고찰해 보겠다.”는 뜻을 밝혔음. 저자는 민족주의를 시민적 민족주의와 낭만적 민족주의로 나누고, 왜 우리는 시민적 민족주의를 지향해야 하는 가를 적시했음. 시민적민족주의는 루소의 정치적 민족주의 범주에서 보았고, 낭만적 민족주의는 헤르더의 낭만 민족주의의 유기체적 집단 이데올로기 범주에서 보았다는 저자는 루소의 정치적 민주주의에는 자유스러운 개인들의 법적 결합을 그 주요 내용으로 법과 시민이 중요시되며, 특수주의와 폐쇄주의가 배격되고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주의가 포용되며 계약적인 정치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게젤샤프트적인 시민적 민족주의적 성격이 있다고 지적했음. 이에 비해 헤르더(Herder)의 낭만적 민족주의는 비정치적, 비합리적 사상을 기반으로 헤르더적 낭만 민족주의의 언어, 민족전통 등 언어적, 종족적 민족정신을 기준으로 삼아 개인은 법적 보장보다는 민족적 공동체에 통합되는 부분으로서만 의미를 가지며, 또 국제주의가 있을 수 없으며 특수성에 입각한 폐쇄주의가 강한 중심을 차지한다.”고 갈파했음. 민족주의란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증진시키는 이념인데, 한국의 낭만적 민족주의는 개인보다는 전체를 중시하고 민족이 전체가 됨을 강조하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음. 다시 말해 민족이 전체가 되어 개인의 자유와 행복보다 앞서 개체성, 자율성, 다양성과 보편성이라는 문화의 생명이 파괴되고 개체의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류보편적인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이념적 가치도 훼손될 수 밖에 없다.”고 한국의 민족주의의 문제를 적확하게 언급했음. 이 책은 서론’, ‘민족주의 이념과 낭만적 민족주의’, ‘한국의 낭만적 민족주의 부분에 대한 평가’, ‘북한 주체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적 분석’, ‘한국 민족주의 발전의 이념적 정향’. ‘결론: 시민적 민족주의의 내실화등으로 구성되어 있음.

*2020. 10. 2

 

1308. 현대수필 문학론

*장백일 저/집문당 간(1998)

*산행기를 선정해 두 권의 책으로 묶어 출간한 나를 작가라 칭하는 것을 듣고 내 스스로 부끄러웠던 것은 나는 소설이나 시를 쓰는 문인들처럼 창작의 산고를 겪지 않고 그저 조금 힘들여 경험한 것을 글로 써낸 것 밖에 없다는 자괴감 때문이었음. 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읽고 나서 작가는 이런 분이나 들을 수 있는 호칭이지 되는 대로 글을 써 책을 써내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턱도 없는 소리다 싶어 했는데 장백일의 현대수필 문학론을 읽고서 조금은 힘이 났음. 이는 붓 가는 대로 쓰는 수필도 엄연히 문학의 한 장르라는 것과 저자 장백일 언급한 것처럼 체험과 사색으로 용해되어 빚어진 진지한 생명에의 목소리를 담고자 내 나름 애쓴 수필로 평가받을 수 있다 싶어서임. 일찍이 칸트는 세계의 모든 철학은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인간은 무엇을 바라야 하는가등의 3가지 물음으로 집약된다고 말했는데, 이 책의 저자는 수필 또한 궁극적으로 인생의 제시라는 측면에서 이 세 수용해애야 한다.”라면서 그 이유로 인생의 시사가 바로 이로부터 열리기 때문이라 했음. 이 책은 수필문학의 본질론’, ‘수필문학의 기능론’, ‘수필문학의 비본질론’, ‘수필문학의 구성론’, ‘수필문학의 기교론’, ‘수필문학과 타문학6대 과제로 구성되어 있음. 저자는 수필을 수필이란 달관과 통찰과 깊은 사고가 인격화된 자유로운 마음의 산책이며, 한가로운 심경에의 시필 속에서 산문으로 엮어지는 적당한 길이의 작문이되 수의수상(隨意隨想)의 글이면서 동시에 인생을 관조하는 자조문학(自照文學)”으로 정의했음. 이 책에 나오는 유약은 삶의 소속이요 견강은 죽음의 소속이라는 노자의 글을 보고 과연 노자이다 했음.

*2020. 10. 1

 

1307.Japan Inside Out

*Syngman Rhee /Gwangchang Media (2017)

*이 책은 우리나라 초대대통령인 이승만 박사가 일제강점기 중 미국에 체류하면서 1941년 처음으로 발간된 영문의 저술임. 한국어로는 일본내막기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었는데 아직 읽어보지 못했음. 이 책은 남극성(Nam, Geuk-sung) chief editor2005년 뉴욕에 사는 한 친지의 서가에서 발견하고, 복간을 결심했다함. 초판의 오자 등을 고치고 복간을 준비 중 박사의 양자 이인수박사로부터 2판에 추가된 부분이 있음을 들었음. 이인수 박사의 복간 동의를 받아내 2017년에 복간된 이 책은 영문판으로 11컷의 흑백사진이 실려 있음.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와 단 둘이 찍은 사진, 1948815일 김포공항에서 맥더장군의 영접, 1954년 미국의 해리 트루먼 대통령 방문상봉, 1953년 미국의 닉슨부통령과 동행한 경국사 방문, 1954년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뉴욕 맨허탄 가에서 환호하는 미국시민에의 감사인사, 19538월 이승만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미 양국의 외상들에 의한 상호방위조약서명, 195312월 중국의 장개석 총통 방문, 이승만 박사를 존경한 미해군제독 핸리 어빈 야넬, 1919년 풀스캅을 쓰고 있는 모우리 목사의 사진, 1945년 이승만 박사의 귀국연설 장면을 찍은 미국의 사진기자 오 브리엔의 카메라를 들고 있는 모습 등 11컷의 사진은 비록 흑백사진이지만 역사적 장면을 담고 있어 당시의 감동이 느껴지는 듯함. 이승만은 이 책의 앞 부분에서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미국구민은 세계정세를 직시하고 민첩하게 행동하고, 자유를 유지하기 위하여 투쟁하거나 그들의 자유를 되찾고자 싸우는 세계의 사람들과 협력해야 한다.(In order to save democracy, the American people must face the world situation and act quickly , and co-operate with the peoples of the world struggling to retain their liberty or to regain their lost freedom.)"고 밝힌 이승만은 일제의 군사적 야망이 한국 등 인접국에 피해를 입히고 종국에는 미국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며 진주만 공습을 예고했는데, 1941년 이 책이 발간된 지 몇 달 후 진주만 공습이 일어나 미국의 조야를 놀라게 했음. 이 책의 성가가 턱없이 부풀려졌다는 대한민국 건국의 부정 세력의 혹평은 이 책을 꼼꼼히 읽어본 뒤라면 누구라도 수긍하지 못할 것임.

*2020. 10. 1

 

1306. 조선상식문답 속편

*최남선 저/이영화 역/경인문화사 간(2013)

*1946년 발간된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이 막대한 부수로 팔리자 속편에 대한 독자의 요구가 커졌음. 이에 부응코자 최남선은 1947년 새로운 내용으로 같은 류의 책을 써낸 것이 바로조선상식문답 속편. 최남선은 1948조선상식문답-풍속편, 조선상식문답-지리편, 조선상식문답-제도편3책을 추가로 출간해, 1937130일부터 922일까지 160회에 걸쳐 16456편 항목의 조선상식이 연재된 것이 책으로 선보이게 된 것임. 5권의 책책은 매일신문 연재분에 상당한 내용의 글이 새로 보강된 것이어서 가히 백과사전이라 부를 만하다는 것이 내 생각임. 8개장 110개항의 문답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 조선상식문답 속편조선상식문답보다 쩐문적인 주제를 보다 상세히 다루었다는 것이 특징으로 지적되지만, 다음 해에 출간된조선상식문답-풍속편3권의 문답서보다는 약하다는 것이 역자의 언급임. 이 책이 다룬 8개 장의 주제는 과학‘, ’문학‘, ’도서‘. ’금석‘, ’음악‘, ’연극‘, ’서학‘, ’미술등으로 상당히 자세한 정보와 지식을 꽤 깊고 넓게 다루어 제목 그대로 상식의 수준은 훨씬 넘어섰다 싶음. 이 책을 통해 금속이나 돌에 문자 또는 그림을 조각한 것을 금석문이라 하고, 이러한 금석문을 역사학, 고고학, 문자학의 보조학문으로 쌈는 거쇼을 금석학이라 한다는 것을 비로소 정확히 알았음. 신라의 서성 김생의 친필이 전해지는 경위가 극적인 것은 고려 광종 5(954)에 승려 단목이 최인연의 글에 김생의 글자를 집자하여 신라후기 승려 행적(832-916)의 탑비인 백월비를 세워 가능해서였음. 또 하나 기억할 만한 내용은 세조는 양성준, 임원준 등으로 하여금 여러 학문을 6개 문으로 분류하여 젊은 문관 6명을 예속시켜 각각 전문고사를 담당하게 하였다는 것으로, 6개 문()은 천문문, 풍수문, 율려문, 의학문, 음양문, 사학문과 시학문임.

*2020. 9. 30

 

 

1305. 산정무한

*정비석 저/범우사 간(2016)

*소설가 정비석(鄭飛石, 1911-1991)은 대중적인 작품을 많이 썼다는 것으로 시중에서 많이 회자된 작가이나 문단이나 학계에서는 너무 대중적이라는 이유로 이름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못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생각임. 고교 국어교과서에 금강산 여행기인산정무한이 실려 정비석의 작품을 처음 읽게 되었는데 수려한 문장에 매료되어 반복해 읽은 것이 기억남. 정비석이 명경대의 맑은 계곡물을 보고 맑은 거울과 고요한 물이라는 뜻으로 맑고 고요한 심경을 이르는 명경지수(明鏡止水)로 표현한 덕분에 이 단어를 알게 되어 오늘까지 명경지수라는 단어를 기억하고 있음. 정비석은 압록강 하구인 의주에서 태어나 니혼대학을 중퇴하고 1936성황당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에 들어갔는데, 확실하지는 않지만 한번 읽은 것 같음. 정비석의 수많은 작품들을 거의 외면하다시피 한 것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삼류작가라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소설손자병법을 읽은 것은 역사소설이어서 예외적으로 읽었음. 일제때 우리 문인들이 명산을 등산하고 남긴 기행문을 찾아 읽던 중 산정무한을 다시 찾아 읽은 것이 계기가 되어 같은 책에 수록된 자기 관조의 변,압록강등 수편의 수필도 같이 읽었음. 소설가로 살겠다는 큰 뜻을 근근히 이어간 것은 정비석을 만나 본 이광수가 장차 글을 써서 먹고 살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대로 문재가 빼어나서였지만, 그럼에도 세 번씩이나 절필을 시도한 것은 정비석의 인생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음. “고작 칠십평생에 희로애락을 싣고 각축하다가 한 움큼 부토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라 생각하니 의지없는 나그네의 마음은 암연히 수수롭다!”라고

산정무한의 끝을 맺은 정비석의 글을 읽으며 순수문학작가로서 평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노작가를 외면한 나의 협량이 부끄러웠음.

*2020. 9. 30

 

1304.조선상식문답

*최남선 저/이영화 역/경인문화사 간(2013)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1970년대에 삼성문고에서 출판한 것을 사서 읽은 적이 있으나 그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음. 이는 너무 오래 전에 읽어서이기도 하지만 조선시대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읽은 때문임. 이제 73세의 나이로 다시 읽고 나자 그렇구나 하면서 고개가 끄덕여진 것은 그동안 꾸준히 꽤 많은 역사서를 읽었기 때문임. 일제시대인 1937130일부터 922일까지 매일신보조선상식이라는 이름으로 강토편, 세시편, 풍속편 등 16456항목으로 구성된 최남선의 글이 연재되었는데, 최남선은 이 원고를 토대로 조선상식문답조선상식문답속편을 새로 집필해 1946년에 출간하였음. 민족대표 33인이 19193.1운동을 준비할 때 기미독립선언문을 작성한 최남선의 민족사랑은 백두산기행문인 백두산근참기로 결실되었는데 해방 후 반민특위에 체포된 적이 있을 만큼 일제말기의 친일활동으로 얼마간 가려졌다는 생각임. 해방 후 노년기에 접어든 최남선은 우리 민족이 자주 독립하여 임자 노릇을 할 수 있는 시대는 맞았지만 걸 맞는 책이 없어 답답해 하면서 조선지식의 지름길을 내줄만한 책을 펴내겠다고 하여 지어낸 책이 바로 조선상식문답. 여기서 조선은 조선왕조만을 의미하는 것을 뛰어넘어 한반도를 지칭하는 넓은 의미로 사용된 것이기에 한국상식문답으로 불려야 한다는 것이 역자 이영화의 해설임. 조선상식문답은 총10172항으로 구성되어 있음. ‘국호’, ‘지리’, ‘물산’, ‘풍속’, ‘명절’, ‘역사’, ‘신앙’, ‘유학’, ‘종교어문10장의 내용 중 눈길을 끈 것은 산의 수가 3천개 가량으로 높은 산이 워낙 많은 함경도와 평안도에서 높이 1천미터, 다른 도에서는 5백미터 이상의 산과 멧부리를 추린 것이라는 내용임.

*2020. 9. 29

 

1303.금강예찬

*최남선 저/황형주 역/동명사 간(2000)

*1930년대 후반에 들어 금강산이 관광명소로 부각된 것은 1920년대 문인들이 금강산을 오른 후 여행기가 일간신문에 연재된 것과 때 맞춰 관광을 위한 편의시설이 확충되거나 새로 생겼기 때문이라는 생각임. 육당 최남선의 금강산 연구는 학문적 연구, 유람 안내기, 금강산 문헌 및 자료 모음집 준비로 행해졌는데 이 책은 금강산 탐승객을 위한 유람 안내기에 해당된다 하겠음. 최남선의 금강산 유람에 관한 글은 이 책금강예찬풍악기유가 있는데, 금강예찬1924년에 기고하고 3년만인 1927년에 탈고하여 1928년에 출간한 책이며, 풍악기유1926년 시대일보에 연재된 것임. 최남선은 금강예찬은금강산 유람의 향도기이며, 풍악기유는 학문적 견해를 펼쳐 본 글이라 말했다고 하는데, 풍악기유는 아직 읽지를 못해 알 수 없으나 금강예찬을 읽고 느낀 소감은 과연 유람의 향도기로 손색이 없다는 것이었음. 이 책은 서사, 개설, 내금강, 외금강과 부록의 금강산지도로 짜여졌음. 서사는 히말라야 등 외국의 유명산과 비교해 금강산의 절대 우위를 자랑한 글이며, 개설은 금강산의 위상을 조선정신의 표치 등 5개 항목으로 드러낸 글임. ‘내금강은 장안사 등 40개 명소를 소개했으며, ‘외금강은 유점사 등31개 명소를 안내해주었음. 역주자 황형주는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으로 세계 제 일의 금강산을 순 우리 말과 구어체로 표현한 노력을 첫 손으로 꼽으면서, 또 금강산의 경치 묘사는 유려한 만연체의 문장에 질박한 토속어와 까장스럽다’, ‘다닥뜨리다’, ‘앙바틈하다’, ‘가스러지다’, ‘앙등그러지다등의 맛깔 나는 수식어를 활용한 것은 풍경묘사의 전범으로 삼을 만하다고 평했음. 이 책이 이광수의금강산유기와 다른 점은 금강산유기가 유산기라면 금강예찬은 산수기로 분류될 수 있다는 것임.

*2020. 9. 15

 

1302.잃어버린 풍경2

*민태원 외 저/이지누 역/호미 간(2006)

*일제 시대의 한국문인으로 처음 백두산을 오르고 쓴 기행문 백두산행을 구하고자 교보문고, 알라딘 등 인터넷 대형서점을 뒤졌으나 그런 책 이름으로는 뜨지가 않아 낙담해 있다가 우연하게 이 책에 백두산행이 실려 있는 것을 발견해 주저하지 않고 구매해 읽었음. 이 책은 1920년대-1940년대에 국내에서 발표된 백두산 관련 글을 역자 이지누가 오늘의 독자에 맞게 오늘의 한글로 새로 써 엮은 것임. 이 책에는 민태원의 <백두산행>, 대은의 <동방의 히말라야 백두산종보기>, 러시아인 가린 미하일로브스키의 <외인에 비친 조선>, 박금의 <펑펑물을 찾아서>, 김창집의 <관북여행기>, 허수만의 <두만강을 거슬러>, 김우철의 <유초도 가는 길>, 이은상의 <백두산근참기를 읽고> 9편의 글과 백두산 주변해동지도가 실려 있어 향후 백두산 등산을 연구할 뜻을 갖고 있는 내게는 매우 유용한 도서임. 역자 이지누는 머리말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기억해야 하는 것은 내가 도달해야할 곳만이 아니라 과거라는 것을 나는 믿는다. 과거와 현재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미래는 우리를 유혹하는 허방다리가 되고 말 것이다.”라면서,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백두산을 기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희망을 피력했는데, 백두산 여행을 주제로 논문을 써보겠다는 내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싶어 감사하고자 함. 민태원의 백두산 등산은 최;남선보다 5년이 앞서서인지 백두산 정상을 오르고도 민족의 성산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과 이은상이 <백두산근참기를 읽고>에서 최남선의 글이 지나치게 전설에 치우친 신화적 신앙에 동의할 수 없다고 평한 것은 기억할 만함.

*2020. 9. 10

 

1301.한국 자유민주주의와 그 적들

*노재봉 외 저/북앤피플 간(2018)

*아리스토텔레스가 그의 명저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지적한 것처럼 정치가 최고의 덕이라는 것은 실제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그래야한다는 당위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것은 작금의 우리나라 정치현실에서 윤리가 자리 잡을 여지가 전혀 없어 보이기 때문임. 정치가 윤리와 무관히 작동되면 강자만 살아남고 약자는 추종해야하는 약육강식의 질서를 강요받게 되는데 요즘 우리나라 정권담당자의 정치행위에서 그런 느낌이 자주 들곤 함. 노재봉과 그의 제자들이 모여 정기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그 지적인 결과물을 저서로 내놓는 것이 고마운 것은 학계조차도 특정세력에 빌붙어 참에 눈을 가리고 곡학아세를 주저하지 않는 오늘날 그들의 학문적 용기가 돋보여서임. 이 책의 특징은 원론적인 교과서류이거나 그들만의 고담준론을 담은 것이 아니어서 일상의 정치에 평균적인 관심을 갖고 사는 나 같은 부류의 보통 국민이 읽어도 흥미를 느낄 만큼 정치적 현안문제를 피해가지 않았다는 것임. 1부 촛불집회, 탄핵, 문재인 정부 해부, 2부 한국 자유민주주의와 그 적들 등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총 6장으로 나뉘었음. 1부는 한국자유화의 선언문과 그 해제’, ‘촛불집회와 탄핵의 정치학적 평가,’ 등 현안문제를 다루었고,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의 정치학적 비판등을 다루었고, 2부는 자유민주주의의 이해’, ‘한국 자유민주주의 적들’, ‘한국정치에 대한 성찰를 다루었음. 고개를 끄덕이며 읽은 것은 제2부의 5장 한국자유민주주의의 적들, 서명구, 유광호, 김영호 교수 등의 필진이 종족적 민주주의, 정치적 낭만주의, 신채호의 국수적 역사관, 한국 좌파의 사상, 직접주의로 포장된 전체주의, 헌법에서 자유를 지우려는 의도, 반미친중 노선, 북한전체주의 등을 민주주의 적으로 에시한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이에 특정 정치인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소위 누구누구 빠들의 폭력적 언사도 추가되어야 한다는 생각임.

*2020. 9. 3

 

 

1300.건국과 부국

*김일영 저/기파랑 간(2011)

*이 책의 저자인 고 김일영교수의 논문 중  박지향, 김철, 이영훈교수 등과 공저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에 실린 전시 정치사의 재조명-부산정치 파동의 다차원성에 대한 복합적 이해농지개혁을 둘러싼 신화의 해체2편은 전에 읽은 바 있음. 1979년 여러 교수들과 함께 손잡고 최장집과 강만길 두 교수가 진보 좌파적 인식 위에서 주도적으로 엮어낸 해방전후사의 인식이 이전의 냉전 반공이데올로기에 기초한 역사관을 뒤흔들어 놓았다면, 2006년 김일영교수등이 내놓은 해방전후사의 재인식해방전후사의 인식의 좌파민족주의 비판과, 20세기 문명사관 제시를 담고 있다는 데서 발간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임. 가슴 벅차하며 읽어 내려간 해방전후사의 인식의 주요 필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친화감이 느껴진 김일영교수가 안타깝게도 2009년 만49세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했다는 것은 이 책건국과 부국김일영유고간행위원회의 첫 작품이라는 간행사를 읽고 처음 알았음. ‘이승만/박정희 시대의 재조명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이 주로 살펴본 시기는 1945년 해방부터 1972년 유신체제가 성립할 때까지의 30년간임. 수정주의자들이나 ‘386세대의 좌파민족주의적 역사해석을 비판하고 좀더 거시적이고 비교사적 시각에서 우리 현대사를 조명한 이 책을 읽고 이승만과 박정희의 정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는 것이 독서의 수확이라 하겠음. 이 책은 프로로그와 대한민국의 탄생’, ‘분단엣 전쟁으로’, ‘한국전쟁과 그 영향’, ‘이승만 정권의 안정과 동요, 그리고 붕괴’, ‘1950년대: 맹아의 시기’, ‘4.19 혁명, 장면 정권, 그리고 민주주의 유산’, ‘부국, 박정희 정권과 발전국가의 등장’, ‘유신체제와 그 후등의 본문, 그리고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음. 우리나라 정치 및 경제발전에 미국의 영향력이 상당히 컸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승만 정권 때 합리적이고 친미적인 조병옥과 이기붕을 선호했다는 것과 박정희 정권 때 민족주의를 표방한 김종필을 경계했다는 것은 이 책을 읽고서 비로소 알았음. 저자가 맑스와 베버에게 산업화과정이 긍정과 부정, 그리고 희망과 절망의 이중적 과정으로 보였듯이 우리에게 박정희시대는 발전과 퇴행이 교차된 시기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발전이 퇴행을 낳았으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다시 발전으로 역전시킬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해 주었다는 점이다.”라고 박정희 시대를 정리한 것은 조금은 인색하게 들릴 수 있지만 좌파적 민중사관이 득세한 이 땅에서 이 정도로 평가하기도 쉽지 않았겠다 싶기도 함.

*2020. 8. 13

 

 

1299.자치통감 2(7-12)

*사마광 저/권중달 역/삼화 간(2018)

*이 책은 사마광이 지은자치통감의 고힐강(顧頡剛) 외의 표점본을 저본으로 하여 전국시대부터 오대후주시대까지의 294권 전권을 완역한 것 중 권7-126권을 묶어 낸 권중달 번역의자치통감2, 진시황제 20년인 기원전 227년에서 한나라의 혜제7년인 기원전188년에 이르는 40년간의 중국역사서임. 자치통감의 특징이랄 수 있는 것은 저자 사마광이 필요시 중요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 신 사마광이 말씀드립니다라는 제()하에 사마광 본인의 의견을 피력해 놓은 것임. 사마광은 위(), (), (), (), ()와 조() 6개국이 진()에 차례로 멸망하는 것을 보고 망한 6국의 어리석음을 지적하였음. 사마광이 무릇 국가를 만드는 사람은 재주를 보아서 관직에 임명하고, 예를 가지고 정책을 세우며, 인을 가지고 백성들을 품으며, 믿음을 가지고 이웃과 사귀는 것인데, 이리하여서 관직에는 그에 맞는 사람을 얻게 되고, 정책에서도 그 절도를 얻게 되며, 백성들은 그의 덕을 품고, 사방의 이웃은 그 의를 가까이 합니다. 무릇 이와 같이 하면 국가가 편안한 것이 반석에 있는 것 같고, 치열하기는 불꽃과 같아서 이에 저촉되는 자는 부서지고, 이를 범하는 자는 타버리니, 비록 강포함을 가진 나라라도 오히려 어찌 두려울 만 하겠습니까?” 라고 진언한 것은 모셔온 북송의 황제 신종뿐만 아니라 그 뒤의 황제들에 교훈적 메시지를 남기고 싶어서였을 것임. 진의 멸망과 뒤 이은 초와 한의 전쟁, 전쟁이 끝난 후 명장들의 토사구팽 등을 이 책은 담고 있음.

*2020. 8. 9

 

1298.자치통감1(1-6)

*사마광 저/ 권중달 역/삼화 간(2018)

*사마천의 사기는 중국의 역사서를 대표할 만한 역저임은 분명하나, 저자인 사마천(司馬遷, 기원전145-85년 경)이 전한시대의 인물이어서 황제(皇帝) 때부터 전한의 무제 천한연간에 이르기까지 약 3천년의 중국초기의 역사만을 다루었다는 한계가 있어 아쉬웠음. 사마광의 자치통감(資治通鑑)사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사마광(司馬光, 1019-1086)이 중국 북송시대의 인물이어서임. 북송시대의 정치가이자 역사가인 사마광은 왕안석의 신법에 반대해 중앙정계에서 물러나기도 했음. 신종의 지원 하에 편년체 역사서인 총294권의 편년체인 자치통감(資治通鑑)의 편찬 작업에 들어간 사마광은 1084년 완성하고, 철종 때 중앙에 복귀해 신법폐지에 나서기도 했음. 자치통감(資治通鑑)이 호평을 받는 것은 저자 사마광이 역사사실을 객관적으로 정리해 자치통감(資治通鑑)을 집필했기 때문임. 황제나 집정자를 교육시키려 자치통감(資治通鑑)을 집필한 사마광은 편견 없는 역사사실만이 진정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고 생각해 있는 사실 그대로를 전하려 힘썼음. 한족 출신의 사마광이 한족의 단점과 실패사례를 집어내고 이민족의 장점도 은연중에 드러낸 것은 역사적 진실을 기록하기 위해서로, 이 덕분에 자치통감(자치통감(資治通鑑)이 중국사에 머무르지 않고 1,362년간의 아시아사로 자리 매김 할 수 있었다는 생각임. 이 책 자치통감(資治通鑑)1은 전국시대가 시작되는 기원전 443년에서 진시황제20년인 기원전 227년에 이르는 217년간의 중국역사서로  1-6권이 ㅇ해당됨.

*2020. 8. 6

 

 

1297.한국문학 주제론

*이재선 저/서강대학교출판부 간(1998)

*대학원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하는 내게 교수분들이 현대문학 몇 과목을 수강하라고 강력히 권하는 이유가 우리 문학을 이해하는데 시대의 단절 극복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해서일 것임. 국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에 전공하지 않는 현대문학 또는 고전문학을 석사과정에서 6학점, 박사과정에서 9학점을 이수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던 것이 몇 해 전부터 권장사항으로 바뀌었지만, 건너뛰지 않고 그 이상의 학점을 취득한 것은 우리 문학을 통시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긴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음. 이재선 교수가 저술한 이 책을 읽고서 현대문학 과목 이수를 참 잘했다 싶은 것은 우리 문학의 원류와 현상의 연계를 주제로 한 한국문학 주제론에 보다 쉽게 다가설 수 있어서임.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첫째로 우리 한국문학의 어제와 오늘의 맥락 속에 연결해 봄으로써 단절을 넘어 연속체의 체계속에서 우리문학의 위상과 의미를 파악하고 이해해 보려는 것이고, 둘째로 이같은 한국문학의 어제와 오늘을 통해서 한국인의 문화적 자아내지는 자화상을 그려보려고 하는 것임. 이 책은 문학적 원천과 지속의 탐색시론으로서의 서장, ‘기형의 탄생-그로테스크의 계보’, ‘금기와 장벽의 시간대-지킴과 깨트림의 항등양식’, ‘변신의 논리’, ‘한국문학의 악의 사상’, ‘거울의 상상력 - 문학에 있어서의 거울의 역사의 의미’, ‘, 그 삶의 대수학-문학에 있어서의 꿈’, ‘;표현의 장으로서의 신체-문학과 신체의 원근법’, ‘한국문학의 색채론’, ‘길의 문학적 상징체계’, ‘춘향전과 권력의 의미가치-문학에 나타난 권력상’, ‘술의 문학적 위상’, ‘한국문학의 사생관-죽음의 문학사’, ‘한국문학의 시간관’, ‘한국문학의 산악관’, ‘풀이의 양면성’, ‘한국문학의 금전관’, ‘집의 공간시학’, ‘바보 문학론’, ‘문학속의 아이들, 유혹녀, 은자상-한국문학의 인간단면도’, ‘동물의 문학적발상과 상징-문학적동물관의 점묘’, ‘한국문학의 사계표상등의 본론과 한국문학연구의 과제라는 제목의 부록 등이 실려 있음.

*2020. 8. 5

 

 

1296.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

*찰스 다윈 저/장대익 역/사이언스북스 간(2020)

*“다윈 사상의 출발점이라 할 종의 기원초판을 진화학자가 번역한 최초의 우리말 정본이라는 표4의 찬사가 부끄럽지 않게 혼신을 다해 번역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이 책을 읽었음. 다른 역자가 번역한 종의 기원을 이미 읽은 바 있지만 오래되어 기억되는 바가 거의 없는 상태임. 언제고 다시 한 번 읽으려던 참에 몇 권의 저서를 읽은 바 있는 최재천교수가 감수한 새로운 번역본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 책을 사 읽었는데,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번역이 튼실해 읽어나가기에 큰 어려움이 없었음. 전문가패널이 골라낸 인간이 고안해낸 아이디어 50선 중 다윈의 진화론이 7등을 점한 것은 서양의 조사여서 가능했겠지만, 2009년 다윈탄생20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에서도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관심도 새삼 높아진 것 같음. 종이 변한다는 생각은 다윈이 자연선택 이론을 제시했을 당시만 해도 그렇게 새로운 것이 아니어서, 다읜의 조부 다윈이나 프랑스의 생물학자 라마르크도 종이 변한다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고 함. 그동안 신의 섭리나 신비로만 얼버무렸던 자연세게의 정교한 기능들이 지적으로 이해되기 시작한 것은 다윈의 자연선택이론 덕택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 못하는 사실임. 종의 기원의 논증을 정리해보면 다윈의 자연선택이론의 적용조건은 다음 4가지로 정리될 수 있는바, 그 첫째는 모든 생명체는 실제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수의 자손을 낳으며, 둘째는 같은 종에 속하는 개체들이라도 저마다 다른 형질을 가지며, 셋째로 특정형질을 가진 개체가 다른 개체들에 비해 환경에 더 적합하며, 마지막으로 그 형질중 적어도 일부는 자손에게 전달된다는 것임. 이 조건들이 만족되면 어떤 개체군내의 형질들의 빈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게 될 것이고 상당한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종도 생겨나게 된다는 것임. 이것이 바로 다윈이 제시했던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의 핵심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배우게 되었음.

 

 

1295.슬픈 중국: 인민민주독재 1948-1964

*송재윤 저/까치 간(2020)

*현존하는 중국을 G2라 칭하며 떠받드는 친중파 인사들에 일독을 권하고 싶은 이 책은 재미학자 송재윤 교수의 저술로 중국을 바로 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안내서로서 손색이 없다는 생각임. 중국을 일당독재의 비대한 대륙국가로 명쾌하게 정의한 이 책은 1948년부터 1964년까지 중국의 인민이 겪어야했던 슬픈 역사를 파헤친 역저로 무엇보다 내게 중국이 일당독재의 비대한 대륙귝가임을 일깨워준 것만으로도 긍저억 평가를 받기에 충분한 저서임. 중국의 헌법전문과 총강 제 1조에 명시된 인민민주주의독재는 일당독재의 기본원리이며, 이에 기초해 전개된 중국의 현대사는 인민의 민주주의를 내걸고 인간을 억압하는 인민독재의 과정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주장임. 건국에서 대기근의 참사로 이어지는 인민민주독재 1948-1964은 중국의 인민이 세계인권선언에 천명된 인간의 기본권조차 상실한 국가의 농노로 전락한 15년이었음을 명징하게 드러낸 이 책의 많은 내용들이 생소하지 않았던 것은 프랑크디퀴터가 지은 해방의 비극-중국의 역사를 일독해서였음. 이 책을 읽고 확인한 것은 덩샤오핑이 마오쩌둥의 공과를 논하면서 공이 칠이고 과가 삼이라고 말한 사실이 없다는 것임. 이것은 1977년 덩샤오핑이 마오쩌둥의 후계자 화궈펑의 맹목적인 마오 노선을 비판하면서 마오쩌둥 동지가 스스로 그 누구든 공칠과삼의 평가를 받는다면 큰 성취라고 말했음을 일깨운 것이 잘못 전해진 것으로, 일당독재로 인민을 파탄으로 이끈 마오쩌둥의 업적을 덩샤오핑이 공칠기삼으로 평가했다면, 중국경제를 오늘의 위치로 격상시키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임. 미국과 중국의 문명사적 대충돌이 현안의 문제로 부각된 현실세계에서 중국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임.

*2020. 8. 2

 

1294.벽광나치오(癖狂懶痴傲)

*안대회 저/휴머니스트 간(2011)

*우리 역사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시기로 분류되는 18세기의 문화인물을 발굴해 재조명한 이 책에 실린 인물은 벽(, 고질병자), (, 미치광이), (, 게으름뱅이), (, 바보)와 오(, 오만한 자) 등 기인이라 불릴만한 과학자 정철조, 화가 최북, 무용가 운심, 책장수 조신선, 음악가 김성기, 기술자 최천약, 바둑기사 정운창, 여행가 정란, 원예가 유박, 시인 이단전, 탈춤꾼 탁문한 등 11명임. 이중 명성을 들어 익히 알아온 인물은 정철조와 최북 두 명 뿐이며, 나머지 9명의 기인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난 기인들임. 백 가지 기술을 한 몸에 지닌 만능 지식인 과학자 정철조는 지도제작자로 익히 그 명성을 익히 알았던 인물이고, 세상의 모든 것이 자기 붓 끝에서 태어난다고 큰 소리쳐온 화가 최북의 기행은 방송대국문학과 교재에 실려 배운바 있는 있어 구면인 인물임. 무용가 운심은 검무로 18세기를 빛낸 최고의 춤꾼이고, 세상의 책은 모두 내 것이라고 여긴 조신선은 이름난 서쾌, 즉 책장수였으며, 세속의 소란을 잠재운 소리의 신 김성기는 빼어난 음악가였고, 자명종 제작에 삻을 던진 최천약은 천재기술자였음. 승부의 외나무다리를 건너 반상의 제위에 오른 정운창은 국수급의 바둑기사였고, 천하의 모든 땅을 내발로 밟으리라고 했던 정란은 이름난 여행가였으며, 번잡한 세상을 등진채 꽃나라를 세운 은자 유박은 최고의 원예가였음. “그래, 나는 종놈이다라고 외친 이단전은 천재시인이었으며, 신분의 경계를 뛰어 넘은 희대의 공연예술가 탁문한은 탈춤꾼으로 이 책에 소개되어 있음. 11명의 기인 중 내 눈을 끈 인물 정란은 유람으로 한평생을 소진한 선비로 조선 최초의 산악인으로 소개되어 있어서임. 불행히도 정란이 직접 쓴 유산기가 전해지지 않아 수많은 작품이 전해지는 또 다른 여행가 권섭에 비해 연구가 덜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싶음. 기회가 닿는 대로 정란의 산행실적을 정리해 소논문을 작성할 뜻임.

*2020. 8. 1

 

 

1293.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

*이영훈 외 7인 공저/미래사 간(2020)

*작년에 간행된 반일 종족주의의 후편 격인 이 책이 발간된 것은 아직도 이 나라의 학계가 반일종족주의을 벗어나지 못하고 반일 종족주의를 공격해온데 대한 반격으로 보임. 반대진영에 친일파라는 프레임을 씌워 여론전을 유리하게 이끌어온 이 나라의 주류세력은 반일종족주의 세력임이 틀림없음. 반일종족주의가 문제되는 것은 대부분이 고등교육을 받아 합리적으로 판단하고자 노력하는 수준 높은 국민들을 반일감정을 불러일으켜 선동하는 대상으로 삼은 것임. 이 책의 저자들에 고마움을 표하고자 하는 것은 사실이 승리한다(Veritas vincit)"는 확고한 신념하에 이 나라를 위태롭게 만드는 반일종족주의를 극복하고자 애써서임. 감히 독도를 환상의 섬으로 규정해 좌우 양쪽에서 공격을 받고 있는 이영훈 교수의 학자다운 면모와 그것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진지함에 특별히 감사하고자 함. 반일 종족주의를 비판한 논고에 대한 반박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일본군 위안부’, ‘전시동원’, ‘독도’, ‘토지/임야 조사’, ‘식민지근대화와 박상후의 조작된 중국의 반일감정등의 논제를 새롭게 알게 된 것은 1943년 카이로 회담에서 한국의 독립을 적극적으로 거론한 인물은 중국의 장개석이 아니고 미국의 루스벨트대통령이었다는 것이며, 이는 이승만대통령의 대미외교가 결실한 것이라는 것임. 또 하나는 배운 것은 러시아의 황제 니콜라이2세가 주창해 열린 헤이그만국평화회의에 러시아 속아 밀사를 보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고종은 니콜라이2세에 러시아망명을 타진했으나 거절 받았다는 것으로 고종의 무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 하겠음.

*2020. 7. 21

 

1292. 피어린 六百里

*이은상 저/삼중당문고 간(1975)

*노산 이은상 선생이 작사한 가곡 가고파는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즐겨 부르던 애창곡이었음. 선생의 문학작품을 읽어보기는 이 책이 처음일 정도로, 나는 시조작가이자 한국산악회장을 역임한 산악인인 선생에 대해 제대로 아는 바가 없었음. 이 책에는 피어린 六百里’, ‘산 찾아 물 따라설악행각3편의 기행문이 실려 있음. ‘피어린 六百里는 강화도 교동의 끝섬을 출발해 강원도 고성의 명호리 폐허에 이르기까지 한국전쟁 중 수많은 젊은이들이 피 흘려 지켜낸 대한민국의 북쪽 경계선인 6백리(155마일) 거리의 휴전선을 열흘간 답사한 여행기임. 선생께서 군부대의 도움으로 열흘 만에 답사를 마친 이 길과 최대한 가까운 길을 따라걸어 화천군의 평화의 댐에 다다른 내가 이 글을 읽으며 부러워한 것은 군부대의 협조와 선생의 빼어난 문학적 형상화임. 피어린 육백리 곳곳에서 선생께서 지으신 시가(詩歌)도 절창이고, 인용하신 선조들의 한시도 빼어나다는 생각임. 아쉬운 것은 양구-인제-고성지방은 주마간산으로 지나친 것 같다는 것임. ‘산 찾아 물 따라설악행각은 설악산여행기로 대청봉을 오른 기록이어서 유산기와 비교해보고자 함.

*2020. 7. 20

 

1290-1291. 미국의 민주주의 I, II

*A 토크빌 저/임효선, 박지동 역/한길사 간(2017)

*이번에 읽은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는 이 책의 내용이 수많은 논저에 자주 인용될 정도로 이름난 정치사상서임. 이 책을 읽지 않고 미국을 논하거나 민주주의에 대해 말한다는 것이 괜히 죄를 짓는 것 같았는데도 이제야 겨우 한 번 읽기를 마친 것은 분량이 9백쪽이 넘을 정도로 방대하고 저자가 미국인이 아닌 프랑스인어서 쉽게 손이 가지 않아서였음.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정세를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리라 기대하고 마침 여름 방학을 맞아 일독을 마쳐 밀린 숙제를 해낸 뿌듯함이 느껴졌음. 이 책의 저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 1805-1859)은 이 책 미국의 민주주의(1835)구체제와 혁명(1856)등 명저를 통해 민주적인 사회변동을 옹호한 대표적인 프랑스의 자유주의 사상가임. 1831년 미국방문에서 얻은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저술한 이 책은 미국과 영국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음. 하원의원으로 프랑스아카데미회원이기도 했던 토크빌이 남긴 미국의 민주주의는 사실상 자신의 조국인 프랑스를 미국의 거울에 비추어본 결과의 소산물로 이야기되고 있음. 새로운 경험에 조응하는 새로운 정치학의 수립을 위해 씌어진 이 책 미국의 민주주의는 가치중립적인 초연한 과학자의 저술이 아니라는데 유의해야 할 것임. 토크빌은 과학적 지위를 주장한 모든 사회이론들에 대해 회의적이었으며, 온갖 종류의 역사적 결정론을 거부하고, 자신의 운명을 수정하는 능력을 갖춘 시민의 능동성을 높이 평가한 인물임. 토크빌이 이야기하는 미국의 민주주의는 전제군주 앞의 평등이 미국의 상황이 아니었던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으며 이 같은 행운이 지속될 수 있는가에 대한 탐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음. 저자는 이 책 1부에서 민주주의가 그 성향과 경향대로 거의 무절제하게 고삐가 풀려서 정부의 방향을 정함으로써 법률에 부여한 특징, 그리고 전반적으로 민주주의 국정 전반에 걸친 통제력을 고찰해 민주주의가 가져오는 이점과 해악점을 파악하는데 주력했고, 2부에서는 미국에서의 평등한 생활상태와 민주정부가 민간사회, 관습, 사상 및 습관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기술하려했음. 인간은 조건의 평등과 불평등을 결정할 수 없지만 평등의 상황에서 파국을 초래할지, 위대함을 발현할지, 노예의 상태로 나아갈지 자유의 상태를 실현할지를 좌우할 수 있다고 본 토크빌은 인간의 실천적 능력에 대한 긍정적 신념의 기초 위에 미국의 민주주의를 저술한 것임.

*2020. 7. 17

 

1289. 서유견문 한국보수주의의 기원에 관한 성찰

*유길준 원저/장인성 저/아카넷 간(2017)

*이 책은 조선말기 개화사상가인 유길준(兪吉濬, 1856-1914)의 저서 서유견문을 바탕으로, 서울대정치외교학부의 장인성교수가 한국보수주의의 기원에 관한 성찰의 입장에서 새롭게해석한 책으로 유길준의 사상을 잘 담아냈다는 생각임. 최초의 일본, 미국 유학생이자 갑오개혁을 주도한 계몽지식인으로 문명사회론에 관한 명저 서유견문을 저술한 유길준은 인민의 편리가 증대하고 사람의 도리가 통하는 상업사회를 지향하는 한편, 군주제하에서 법과 교육이 인민의 권리와 자주적 삶을 보장하고 유교윤리가 사회질서를 규율하는, 정부가 공공정책을 통해 민본주의 공공정치를 실현하는 문명사회를 구상했다고 이 책의 저자는 표4에서 말하고 있음. 유길준의 문명사회구상은 이용후생과 정덕의 실학정신에 스코틀랜드 계몽사상이 접목된 근대기획으로 평가받고 있음. 이 책은 세계와 지리적 상상력’, ‘세계의 물, 인종, 물산’, ‘방국의 권리, 인민의 교육’, ‘인민의 권리, 인세의 경려’, ‘정부의 시초, 종류, 치제’, ‘정부의 직분’, ‘세금 거두는 법규, 인민의 납세하는 분의’, ‘정부의 면세비용과 국채발행’, ‘교육제도, 양병제도’, ‘화폐, 법률, 순찰’, ‘편당, 생계, 양생’, ‘애국심과 아동교육’, ‘서양의 학술, 군제, 종교’, ‘상인의 대도와 개화의 등급등 총14편으로 구성되어 있음. 유길준의 개화추진은 점진적인 중용에 바탕한 것으로 군주에의 충심과 유교 윤리가 통하는 군주정체를 보수하기 위한 변통인 것으로 알려졌음. 유길준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학자는 일본의 후쿠자와 유키치의 서양사정등임. 유길준의 실학정신과 보수주의는 진보와 보수 간에 불관용과 투쟁이 일상화된 한국사회에 반성적 성찰을 제공하는, 한국보수주의의 원점으로 재평가될 수 있다고 이 책의 저자는 밝히고 있음. 하나 아쉬운 것은 해외여행의 기행문이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임.

*2020. 7. 15

 

 

1288.실록 지리산

*백선엽 저/고려원 간(1992)

*한국전쟁에서 대한민국을 구해낸 구국의 용장 백선엽장군의 육필증언록인 이 책은 2006년에 한번 읽었는데도 이번에 다시 꺼내 읽은 것은 710일 영면한 장군의 빈소에 조문가지 못한 죄송함을 덜기 위해서였음. 말도 안 되는 친일 누명을 씌워 장군이 원하셨던 동작동국립현충원에 모시지 않고 대전현충원에 안장한 문재인정부의 처사에 분노를 속으로 삭이는 국민들이 나 말고도 엄청 많을 것이라는 생각임. 성추행혐의를 받고 79일에 목숨을 스스로 끊은 것으로 보이는 박원순 전시장은 5일장의 서울특별시장으로 지내는데, 다부동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대한민국을 구한 백장군의 장례를 한낱 육군장으로 치른다는 것은 국민적 예의가 아닐 것임.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소의 냉전 체제하에서 분단된 남과 북 사이에 벌어진 동족상잔의 가장 중요한 단면을 수록한 진솔하면서도 고뇌에 찬 저자 백장군의 체험적 역사기록임. 이 책은 () 야전전투사령부’, ‘제주 4.3폭동운동’, ‘여순반란사건’, ‘대구반란사건’, ‘대숙군’, ‘김지회부대토벌’, ‘북한인민유격대침투’, ‘전전의 인민유격대’, ‘소멸기의 인민유격대등 총10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남로당은 북한과 손잡고 1946년부터 대한민국건국을 무산시키고자 무장유격투쟁과 정치투쟁을 전개했고, 대한민국정부는 군과 경찰을 동원해 대한민국 안의 인민공화국을 분쇄하는 대응작전을 전개했음. 이러한 대응작전을 주도적으로 끌고 가 승리한 결과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번영된 삶을 구가할 수 있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다시 한 번 고인의 구국에 감사드리고자 함.

*2020. 7. 12

 

1285-1287.세계사편력(1-3)

*J.네루 저/곽복희-남궁원 공역/일빛 간(2004)

*대학을 졸업하고 문고판으로 나온 네루의 세계사편력을 읽은 사실은 기억났으나, 그 내용은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내게 큰 아들이 J.네루가 지은 세계사편력의 완역본 모두를 빌려볼 수 있는 것은 절호의 완독 기회여서 3권 모두를 다 읽었음. 중국 다음으로 많은 인구와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오랜 기간 영국의 지배를 받아온 인도에 간디에 이어 네루 같은 국민적 지도자가 있어 영국에서 독립하여 나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는 생각임. J.네루가 수감 중에 참고자료를 충분히 활용할 수 없었다는 제약 속에 쓴 역사서이지만, 그 내용이 실하고 탄탄해 어느 세계사 저서보다 애독되고 있지 않나 싶음. 네루가 딸에게 전해주고 싶은 세계사는 아마도 자국의 역사인 인도사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는 것은 이 채에서 인도의 역사가 비중 있게 다루어져서임. 모국인 인도가 영국의 통치를 받아서인지 영국이 주도한 산업혁명의 평가에 좀 인색한 것 같았고, 맑스주의와 레닌의 혁명에 얼마간 긍정적 시선을 보여줬다는 내 생각이 지나칠 수도 있을 것임. 외관만 보아서는 동양인인 일본인들보다는 서구인인 러시아인에 가깝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내게는 네루가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러시아를 격파한 것을 알고 동양인이 서양인을 이겼다며 엄청 기뻐하는 것을 보고 아시아 국가인 인도는 동양의 국가가 틀림없다 했음. 독자들에 유익한 지식과 세계를 읽은 혜안을 줄 뿐만 아니라 잔잔한 감동까지주는 자와할랄 네루의세계사편력(Glimpses of World History에 견줄만한 세계적 문제작을 우리 정치인의 저술 중에서 꼽는다면 이승만 건국대통령의 Japan Inside Out이 유일할 것임.

*2020. 7. 11

 

 

1284. 안토니오 그람시- 옥중수고와 혁명의 순교자

*김현우 저/살림 간(2017)

*안토니오 그람시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진지전이라는 단어임. 2017년 좌익 세력의 집권으로 자유민주주주의 가치를 신봉하는 보수주의가 그 세를 잃게 된 것은 좌파들이 우리 사회에 좌익의 진지를 구축하고 세를 넓히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생각임. 1891년 이탈리아의 알레스에서 태어난 안토니오 그람시는 10대 중반이후 사회주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함. 1915-1916년 중 혁명가로 다시 태어난 그람시는 러시아 혁명을 지켜보고 고도로 조직되고 규울 잡힌 혁명정당의 필요성을 깨닫게 됨. 한때 무소리니에 경도된 적이 있는 그람시는 결국에는 파시즘이 자본주의가 낳은 위기상황일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와 노동계급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반동의 시기를 불러올 수 있음을 인지하고 경계했음. 그람시는 헤게모니 개념을 확장하는 것은 그의 저서 옥중수고에서 정교화 했는데, 기동전(war of maneuver)와 진지전(war of position). 기동전은 모든 것이 하나의 투쟁과 전선으로 집중되어 짓쳐 들어가서 결정적인 승리를 얻을수 있게 하는 전술로, ‘적의 방에 단 하나의 전략적인 틈새가 있는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투쟁유형임. 진지전은 상이하고 다양한 투쟁전선을 가로질러 지속적으로 수행되어야 하며 여기에는 전광석화처럼승리할 수 있는 돌파구가 거의 없으며, 적의 전진참호들이 아니라 전장의 군대 후방에 위치한 조직 및 산업체계‘, 즉 시민사회의 구조와 제도들을 포함하는 사회전체 구조임. 한국우파들이 진지전을 벌일 때가 바로 지금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은 우파가 처한 상황이 그 만큼 긴박하다는 것을 일러주는 것이라 하겠음.

*2020. 6. 28

 

1283. 사회개혁이냐 혁명이냐

*로자 룩셈부르크 저/김경미-송병헌 해제/책세상 간(2003)

*서구의 현대문학을 공부하면서 극복해야할 사회주의 이론가들이 세 명 있으니, 게오르크 루카치 및 안토니오 그람시와 로자 룩셈부르크를 들 수 있겠음. 이들 중 로자 룩셈부르크(1871-1919)에 주목하는 것은 과연 사회주의 꿈을 여전히 간직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그녀가 도와주기 때문임. 폴란드에서 태어나 성장한 로자 룩셈부르크는 당시 폴란드를 지배한 제정 러시아정부를 상대로 반정부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사회주의 운동에 뛰어들었음. 러시아 혁명을 열렬히 지지한 그녀는 1차 세계대전 당시 반전투쟁에 나서 반전시위를 주도하다가 1916년 체포되었다가 풀려났으나 재수감되어 이송 중 반혁명군에 살해되는 것으로 삶을 마감했음. 이 책은 1890년대 말에서 1900년대 당시 독일사회민주주의의 저명한 이론가였던 베른스타인의 수정주의를 반박하기 위하여 저술한 것으로, . 마르크스주의자임을 계속 주장한 베른슈타인은 마르크스 학설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수정하고자 한데 반해, 로자 룩셈부르크는 베른슈타인의 수정주의를 통렬히 비판하고 나섰음. 로자는 베른슈타인의 자본주의가 붕괴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본주의의 발전전망을 과 의회주의적 민주주의를 통하여 사회주의로 이행할 것이라는 배른슈타인의 핵심주장을 비판한 로자는 사회주의 운동의 운명이 부르주아 민주주의에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민주주의 발전의 운명이 사회주의 운동에 연결되어 있다고 보고 정치권력을 장악함으로써 사회주의 사회를 여는 것만이 인류의 유일한 희망을 이루는 길이라고 보았음. 이런 그녀의 사회주의에로의 열정이 담긴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고, 해제인 로자 룩셈부르크, 영원한 혁명가가 첨부되어 있음.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내게는 로자 룩셈부르크의 사회주의 혁명 주장은 수용의 대상이 아니고 극복의 대상임.

*2020. 6. 20

 

 

1282. 코로나 이후의 세계

*제이슨 생커 저/박성현 저/미디어 숲(2020)

*중국발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밝혀지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 없었음. 종전에 사스를 두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폐렴보다 그 폐해가 적은 것으로 판명된 일도 있어 코로나19도 그런 전철을 밟으리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전파속도가 매우 빨라 2월 발발 한 달도 못되어 마스크를 쓰고 친구를 만나는 것도 자제하는 등 비대면생활로 으로 생활패턴을 바꾸어야 했음. 저자 제이슨 생커는 미국의 이름 난 금융예측가이자 미래학자로 비즈니스와 경제, 그리고 사회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례없는 충격을 받았다고 적고 있음. 저자는 코로나 이후의 미래는 원격근무가 본격화되고, 온라인교육이 성행하며, 재택근무로 에너지의 미래가 바뀌고, 상당한 리스크가 주택시장 및 고용시장에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았음. 또 양적완화는 계속될 것이고, 국가부채는 증가할 것이며, 기업사무실 수요 및 자영업 가게의 수요감소로 부동산의 미래도 밝지 않으며, 안정적 공급망 확보가 관건이 되며, 미중관계의 긴장은 증폭되고, 팬데믹이 국가안보위협요인으로 부상할 수 있으며, 고용을 비롯한 경제가 거를 좌우하고, 미래의 변화를 꿰뚫고 대응하는 리더십이 절대필요하며, 여행과 레저에 대한 부정적 인식확산이 우려되고, 금융분야에서 활동가투자자들의 요구가 증가하며 스타트 업이 자금조달 위기에 처할 수 있으며, 불황의 미래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전망했음. 이러한 미래전망에 기초한 단기처방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팬데믹에서 벗어난 다음 팬데믹이 진행되는 동안 시행되었던 조직의 변화를 받아들여 금융시장에 미칠 악재에 대비하는 것임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권하고 있음.

*2020. 6. 15

 

 

1281.내가 본 대백제

*소진철 저/주류성출판사 간(2019)

*서울대의 동창회보 신문에 소개되어 접하게 된 이 책은 서울법대를 졸업한 후 외교관으로 오래 봉직한 경력을 갖고 있는 분이 저술한 역사서여서 흥미를 끌었음. 요즘 역사서를 사보기가 주저되는 것은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한 대한민국의 건국사를 왜곡하는 사서들이 서점을 덮고 있어서임. 역사 왜곡은 역사학을 전공한 이른바 586세대의 교수들이 저술한 근현대사 역사서에서 심하다는 생각이며, 이런 왜곡은 고대나 중세사로 확산되고 있지 않나 염려하고 있음. 이 책은 이런 염려에서 벗어나 읽을 수 있다 싶은 것은 백제가 참으로 위대한 왕국이었음을 논증하는 내용이 주였기 때문임. 이 책은 모두 8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하나하나는 광시 남녕시 백제군의 백제의 고토’, ‘수서의 담모라국은 백제 부용국’, ‘칠지도는 백자왕이 왜왕에게 준 증표’, ‘백제 무령왕의 탄생지는 북구주의 가카라시마’, ‘긴키 백제군백제향의 소재지는 오늘의 대판시 생야구’, ‘남규슈 남향촌 출토 대왕명 말방울’, ‘일본서기의 천왕 붕, 백제왕 훙은 날조’, ‘일본의 고대국가 대왜의 기원은 한국등임. 백제의 위대함을 강조하는 것이 사료에 의하지 않는다면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을 터인데, 저자는 꼼꼼하게 자료를 제시해 상대국 학자들로부터 일방적 비난을 받을 것 같지 않을 같음. 정사에서 천자의 죽음을 붕(), 제후나 왕의 죽음을 훙()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무령왕의 죽음을 훙()으로 표기한 자료가 발굴되어

일본서기의 죽음을 천왕 붕, 백제왕의 죽음을 훙이라고 기록한 일본의 역사서는 날조라고 자신 있게 반박할 수 있었을 것임. 한문 실력이 어느 선에 올라서지 않고는 우리 역사에 관련된

역사서를 읽기 어려워 이 책에 제시된 사료를 정족하지 못했음.

*2020. 6. 5

 

 

1280.오대산의 인문학

*권혁진 허남욱 공저/퇴우정념 감수/산책 간(2019)

*내게는 오대산이 설악산과 대별되는 점은 평안한 산세에서 느껴지는 평화로움임. 정상에 올라 눈 부비고 어디를 둘러보아도 설악산의 성깔 사나운 칼바위를 찾아볼 수 없는 온후한 고산 오대산은. 멀리로는 문수보살을 친견하고자 이 산을 찾은 신라의 자장법사에서 가까이는 6.25 전쟁이 발발할 것을 미리알고 도반(桃盤)들을 피신시킨 탄허스님에 이르기까지 이 땅의 고승대덕들이 이 산에 머무르셨던 것도 문수, 지장, 관음, 대세지보살과 석가여래의 오류성중(五類聖衆)들께서 이 산에 자리하실 만큼 산세가 각박하지 않고 평안해서라는 생각임. 특히 최고의 부처 비로자나불이 거하시는 이 산 최고봉인 비로봉에서 석가여래와 오백나한을 모시는 북대미륵암의 주산인 상왕봉까지의 능선 길은 북쪽의 설악산과 방태산이, 남쪽으로 발왕산과 가리왕산이, 동으로 동해바다가 한눈에 보일 뿐만 아니라 높낮이도 그리 심하지 않은 편안한 흙길이어서 이 길을 지날 때마다 마음의 평화가 절로 느껴지곤 했음. 누가 뭐라 해도 오대산 최고의 명당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으로 비로봉을 중심으로 동대산-두로봉-상왕봉 및 호령봉 등 5대 고봉들이 연꽃처럼 피어오르고, 삼라만상이 다 함께 평화를 누린다는 극락정토에 들고자 수많은 중생들이 찾아와 기도를 올렸을 적멸보궁은 이 연꽃의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고 하는 것이 내가 오대산에 대해 품어 온 생각임. 오대산에 대한 경험적인 것은 여러 차례 오대산으로 오르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으나, 인문학적 접근은 조선 사대부들이 남긴 글을 읽어봄으로써만이 가능할 것임. 이 점에서 철저한 문헌 조사를 바탕으로 오대산에 관련된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한 이 책이 내게는 상당히 기대되고 또 유용한 책임. 내가 밗과정 이수중인 강원대출신의 저자 권혁진은 오대산 외에도 설악산 유산기를 공역해 조선의 선비, 설악에 들다를 저술한 춘천의 저명한 인문학자임. 무엇보다 오대산과 관련된 조선시대 유산기가 모두 이 책에 포함되어 있어 내게는 자료적인 가치도 매우 크다고 하겠음. 이 책은 크게 오대산 인문기행오대산의 문화경관으로 나뉘는데 유산기는 오대산의 문화경관에 포함되어 있음.

*2020. 6. 4

 

 

1279.금강산유기

*이광수 저/문형렬 해제/기파랑 간(2011)

*춘원 이광수가 금강산을 두 번이나 다녀온 것을 알게 된 것은 이 책을 읽고 나서임. 첫 번 째는 192183일 부인과 함께 여행하는데, 11일 비로봉을 올랐다가 온정리에 머무른 후 귀경했고, 두 번째는 1923년 영호스님의 길 안내로 박현환, 이병기 등과 함께 유점사와 비로봉을 보고 백탑동을 거쳐 장안사로 돌아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음. 금강산유기19223월부터 8월까지 잡지 신생활에 연재된 1차 여행기록과 2차 여행기록을 합해서 1924년 시문사에서 출간된 금강산 유기임. 1939년 영창서관에서 발행한반도강산기행문집에 실린 춘원의 금강산 유기는 문장이 유려하면서도 섬세하고 사실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음. 소설 무정으로 근대소설을 이 땅에 선보인 문인답게 춘원 이광수는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그린 춘원의 글을 따라 읽노라면 함께 금강산 구경을 다니는 느낌이 들 만큼 절승을 묘사한 솜씨가 뛰어나면서도 구체적이라 가슴을 울렁울렁하게까지 한다고 문형렬은 해제 글에 적고 있음. 목차를 따라 금강산의 여정을 정리해보면 1차 여정에는 고산역-철령관-장안사-영원동-망군대-만폭동-백운대-선암-수미암-선암-수미암-비로봉-온정령 코스를 밟았고, 2차 여정은 만불초-구룡연-보광암- 동석동-유점사-은선대-미륵봉-중내원-만무재-백탑동 코스로 여행한 것으로 나와 있음. 여행기를 즐겨 쓰는 나로서는 몇 번이고 반복해 읽어 내가 부족한 분을 배워 채워나갈 생각임.

*2020. 6. 2

 

 

1278.순이삼촌

*현기영 저/창비 간(2009)

*현기영의 소설집순이삼촌에 실린 소설은 모두 10편인데, 대표작은 순이삼촌. 1948년 제주에서 일어난 4 . 3사건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같은 해 경남 진영에서 일어난 좌익폭동을 소재로 창작된 김원일의 장편소설 노을과 비견할 만한 작품임. 두 작품의 공통점은 다음 몇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1948년 건국 직전에 좌익이 주도한 폭동으로 시작된 사건이라는 점임.순이삼촌은 제주에서 일어난 4 3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이고, 노을은 경남 진영에서 일어난 좌익폭동 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품임. 둘째, 작품의 배경이 되는 두 사건 모두 작가들의 고향에서 일어난 일로 어렸을 때 작가들이 직접 현장을 목격했다는 것임. 순이삼촌은 제주 출신의 현기영이 지은 소설이고, 노을은 경남의 진영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원일의 작품임. 셋째, 두 작품 모두 사건발생 한 세기가 지난 후인 1978년에 발표되었음. 1972년 남북회담으로 조성된 남북의 화해 분위기가 그리 오래가지 못한데다, 유신말기인 1978년 즈음에는 언론의 자유가 심히 통제된 때여서, 좌우이념의 갈등을 주제로 소설을 쓰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임. 넷째, 작품 속의 화자가 훗날 어른이 되어 고향을 방문하면서 회상하는 형식의 1인칭 소설이라는 것임. 두 작품 모두 화자가 서울에서 중산층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어, 이들의 증언을 통한 회상에 신뢰가 가는 점도 공통점으로 추가할 만 함. 두 작품에 나타난 좌우의 이념갈등이 촉발한 사태에 대한 기억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 첫째, 소설속의 화자가 기억하는 인물의 유형이 같지 않다. 현기영의 순이삼촌에서는 기억의 주 대상 인물이 한 마을에 같이 살았던 아는 사이인 순박한 여인네 순이삼촌이나, 노을에서는 어머니에 폭력을 가하는 등 패악질을 일삼은 가족인 아버지임. 둘째, 순이삼촌에서는 순박한 순이삼촌이 아무런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우익진영의 폭력적 진압으로 총격을 당하는 중에서 운 좋게 살아났으나, 그 후유증으로 고생하다 비참하게 죽어가는 것으로 순이삼촌을 비운의 인물로 그린데 비해, 노을에서는 패악질을 일삼는 아버지가 빨치산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진영폭동을 일으키지만 실패하고 죽은 떳떳치 못한 인물로 묘사되었음. 셋째, 순이삼촌에서는 설사 좌익이 폭동을 일으키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경찰과 서북청년단 등 우익이 폭동에 가담하지 않은 주민들까지 무참하게 학살했다며 우익의 진압을 폭력적인 것으로 기억하고 있으나, 노을에서는 일부 우익진영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지만 아버지가 가담한 좌익의 폭동이 무자비하고 문제가 많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음. 두 작품에 나타난 좌우의 이념갈등에 대한 기억이 다른 만큼 화해의 전망도 같지 않음. 순이삼촌에서는 서북청년단의 일원이었던 고모부가 제주도에 눌러 앉아 살면서 우익의 진압이 과했음을 인정하는 것으로써 제주 주민들과 화해의 전망을 높인데 비해, 노을에서는 좌익의 이론가이자 리더였던 배도수가 일본으로 망명가 조총련에 가입해 활동하다가 탈퇴하고 대한민국 품으로 돌아오는 것으로써 좌우이념의 갈등을 해소하고 화해를 기대하게 만들었음. 좌우의 이념갈등은 두 세대가 훨씬 지난 오늘에도 계속 되고 있음. 이는 이념갈등이 야기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억이 같지 않고, 그 의의의 평가도 같지 않기에 화해를 위한 해결방안 모색이 쉽지 않아 그러할 것임. 세월이 흐를수록 사건의 기억이 왜곡될 수 있기에 보다 빠른 화해가 요망된다 하겠음.

*2020. 5. 30

 

 

1277. 물방울

*메도루마 슌 저/유운경 역/문학동네(2018)

*베네딕트 앤더슨이 민족은 상상된 정치적 공동체로서, 본성적으로 제한적이며 주권을 지닌 것으로 상상된다고 말한 바와 같이 민족은 상상된 공동체임. 상상된 공동체로서 오키나와 민족을 상정할 수 있는 것은 오키나와 주민들이 일본남쪽의 규슈에서 타이완까지 이어지는 류큐제도(160여개 섬)의 오키나와에 세워진 류큐국이 일본, 중국, 조선 등과 꾸준히 교류해온 어엿한 독립국이었던 역사를 가지고 있어서임.

오키나와 민족의 간난의 역사는 1609년의 도쿠가와 막부의 사츠마주가 오키나와를 침공한 것으로 시작되었음. 1879년 일본은 오키나와를 병합해 지배해오다가 1945년 일본이 2차대전에서 패망하면서 오키나와 통치는 미국으로 넘어갔음. 오키나와는 1972년 일본에 반환됨으로써 바로 일본에 귀속되어 오늘에 이르렀음. 오키나와 민족이 통분해 하는 것은 일본의 전역에서 유일하게 오키나와만이 전장(戰場)으로 쓰여 희생된 오끼나와 주민들이 매우 많다는 것임.

어느 민족이든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게 되면 민족의식은 강화됨. 이는 민족은 주권을 지닌 것으로 상상되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일본과 미국의 지배를 번갈아 받게 되면서 오키나와 주민들의 민족의식이 더욱 강화됐으리라는 것은 불문가지의 일임. 그렇다면 오키나와 주민들의 민족의식은 반본토의식과 반일의식이 주일 것임. 우리국민의 민족의식 중 두드러진 것이 반일감정인 것도 35년간 일본의 지배를 받으면서 키워진 것임.

소설집 물방울의 작가 메듀루마 슌은 오키나와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임. 전쟁체험을 다룬 그의 소설에 오키나와 민족의 민족의식이 용해되어 있으며, 그 민족의식은 반본토의식과 반미의식이 주를 이루고 있을 것으로 추정됨.

소설 물방울에서 오키나와 민족의 민족의식을 읽어내기는 쉽지 않음. 이 소설의 주제가 민족의식의 고취에 있지 않고 고통스런 전쟁이 남긴 후유증 묘사에 있기 때문임. 굳이 찾는다면 같은 군부대에 배속된 도쿠쇼와 이시미네에 큰 고통을 안겨준 미군의 폭격을 언급한 정도이다. 그것도 단순히 사실만 묘사한 것으로, 반미의식을 일깨우기 위한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음.

 

오키나와 전투가 시작되었을 때 철혈근왕대원으로 같은 부대에 배속된 도쿠쇼와 이시미네는 전령병과 탄약운반책으로 나뉘었다. 오키나와 주부해안에 상륙한 미군이 남하할 때 최전선에서 맞서 싸운 도쿠쇼의 부대는 두 번째 전투에서 괴멸사태에 빠져 섬의 남부로 이동할 수 밖에 없었다.

 

소설 바람소리에서 물방울보다 오끼나와 민족의 반미의식이 강화된 것으로 그려진 것은 미군이 상륙한지 한달이 지나자 식량은 거의 바닥이 났다.. 마을사람들은 낮의 함포사격이 그치면 동굴에서 나와 얼마 안되는 고구마나 사탕수수를 날라다 허기를 달랬다.” 는 글에서 확인됨. 이에 더하여 반본토 감정이 읽히는 내용도 실려 있는바, 주인공 시케시키가 본토 텔레비방송국의 취재협조요청을 거부하는 것과 본토사람들의 관광유치에 돈만 안다면서 화를 내는 것이 그것임.

서평형식을 빌려 쓴 단편소설 오끼나와 북리뷰에서 읽어낼 수 있는 오끼나와 민족의 민족의식은 앞의 두 소설과는 상이하다. 앞의 두 소설에서 읽어낸 민족의식이 매우 약한 반미의식 또는 반본토의식이라면, 소설 오끼나와 북리뷰가 담고 있는 민족의식은 반미의식이나 반본토의식과 관계가 없음. 황태자 전하, 오끼나와의 사위가 되면 안되나이 일이 실현된다면 오키나와주민의 열등감은 뿌리째 제거되어 야마토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대동아신질서의 재흥을 위해 목숨을 다해 분골쇄신 노력할 것입니다.”라는 글을 읽으면 알 수 있듯이 오키나와의 민족의식은 아예 찾아볼 수 없고 일본 본토의 야마토민족에 동화되고 싶은 간절한 염원만 보임.

이상에서 살펴본바와 같이 메듀루마 슌의 소설에서 오키나와민족의 민족의식은 찾아볼 수 없음. 슌의 소설에서 전쟁의 기억이 집단의 역사로 이어지지 않고 개인의 기억에 머무는 것으로 묘사된 것은 작가 슌의 민족의식이 희박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아서일 것임. 이점은 35년간의 일본지배가 반일의식을 극대화한 우리민족과 다른 점이라 하겠음.

*2020. 5, 20

 

 

1276.한국고소설의 현장과 문화지형

*유춘동 저/소명출판 간(2017)

*몇 년 전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여린 한국 고소설의 유통에 관한 교양강좌를 저자로부터 직접 들은 바 있어 이 책의 내용이 생소하지 않았음. 이 책은 한국고설의 현장인 소장처를 직접 찾아가 확인하고 작품의 올바른 해석이 가능하도록 현장과 연구를 연계시키는 문회지형을 담고 있음. 이제껏 내가 한국고소설을 편히 읽고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저자와 같은 문헌연구가들의 노고가 뒷받침되어 가능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새삼 문헌학자들의 수고에 감사하고자 하는 마음이 절로 일었음. 이 책은 고소설의 목록과 책판’, ‘고설의 이본과 판본’, ‘고소설의 연구자와 수집가’, ‘고소설의 상업출판물, 세책과 고소설’, ‘국내외 기관과 대학에 흩어진 고소설의 발굴등 총5부로 구성되어 있음. 저자의 수고 덕분에 2차 자료로서 자료적가치가 충분해진 이 책은 향후 이쪽 방면 학습 및 연구에 많이 참고할 생각임. 구슬이 세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하는데 산재하는 구슬의 소재를 찾기도 엄청 힘들 것이고, 발견한 구슬의 진가를 헤아리기는 더욱 전문적 지식이 필요할 것이며, 진가의 산정에 이어서 어떤 원칙을 갖고 꿸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다름 아닌 학문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음.

*2020. 5, 13일  

 

1275.밀크맨(Milkman)

*애나 번스 저/홍한별 역/창비 간(2019)

* 멀고 먼 땅 북아일랜드가 아일랜드의 섬 동북부에 위치한 영국령임을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은 에나 번스(Anna Burns)의 장편소설 밀크맨을 읽고 나서임.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북아일랜드에 주목하게 된 것은 이 땅이 영국잔류를 원하는 연합주의자와 아일랜드에 통합되기를 바라는 민족주의자들이 몇 십년간 벌여온 분쟁이 한국과 유사해서만은 아니다. 분쟁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폭력이 인간을 얼마나 황폐화시켰는가에 대한 분노와 성찰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도 한국의 독자들이 이 소설에 빠져들게 했을 것임이 소설의 배경이 된 북아일랜드가 분쟁에 말려든 것은 19215백 년 동안 영국의 지배를 받아온 아일랜드가 독립하면서부터이다. 영국 땅으로 남게 된 북아일랜드가 영국정부의 차별 정책으로 아일랜드에 합병되기를 원하는 독립파와 영국에 남아 있기를 희망하는 잔류파로 나뉘면서 갈등이 심화되었다. 북아일랜드의 독립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인 시민들과 이를 저지하는 영국군이 충돌한 1972130일이 피의 일요일이라 불리는 것은 민간인 14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당하는 등 유혈충돌의 역사가 시작된 하루였기 때문임. IRA(Irish Republican Army, 아일랜드공화국군)의 폭탄테러로 영국의 왕족과 정치인들, 그리고 숱한 민간이 희생된 끝에 1998년 아일랜드와 영국간의 종전협정이 체결되고, 북아일랜드는 자치권을 확보함으로써 30년에 걸친 북아일랜드 전쟁은 막을 내렸음. 1962년 북아일랜드의 수도인 벨파스트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에나 반스가 자신이 체험한 북아일랜드 분쟁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장편소설이 바로 밀크맨. 소설 밀크맨으로 2018년 맨부커상을 수상해 작가로서의 명성을 구축하는데 성공한 에나 번스가 이 소설을 통해서 강조한 것은 전쟁 중에 자행되는 일상화된 폭력의 문제점이다. 전쟁 중에 난무하는 폭력 중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성폭력임. 평상시라면 얼마든지 사회적 이슈가 될 성폭력이 전쟁 중에는 전쟁 속보 등의 더 큰 뉴스들로 인해 매체들로부터 주목받기 어려워 묻혀버리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성폭력은 다른 사건들과 달리 대중매체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다 해서 그냥 삭으러들지 않음. 숱한 입들이 매체를 대신해 소문을 퍼뜨려 다른 큰 뉴스로 수명을 다하는 매체의 뉴스보다 그 수명이 훨씬 오래 지속될 수도 있음. 필자가 밀크맨을 읽으면서 주목한 부분은 화자인 와 밀크맨, 그리고 셋째 형부의 이동수단이 다르다는 것이다. 성폭력의 피해자인 의 주요 이동수단은 걷기로, 그것도 책을 읽으며 천천히 걷는 것임. 성폭력의 가해자인 밀크맨은 차를 타고 이 소설에 등장한다. 성폭력의 소문을 퍼뜨려 처제를 괴롭히는 첫째 형부의 이동수단은 달리기임. 폭력에 수반되는 힘의 일차적인 것은 물리적인 힘이다. 영국이 낳은 위대한 과학자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1642-1727))이 정리한 역학의 제2법칙에 따르면 힘(f)의 크기는 질량(m)과 가속도(a)의 곱으로 정의됨(f = ma). 가속도(a)는 단위시간당 속도가 변화한 크기인 것이기에 힘은 속도의 함수로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단위시간당 이동한 거리로 측정되는 속도는 걷기, 달리기, 자동차 순으로 커지므로, 충돌 시 물리력이 큰 순서는 자동차, 달리기, 걷기 순이 됨. 에반스의 밀크맨에서 묘사되는 폭력의 순위도 위 물리력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가장 폭력적인 사람은 차를 타고 다니는 40대의 밀크맨임. 그는 여러 차례 주인공 에 접근하는 스토킹으로 성폭력을 가한다. 다음으로 폭력적인 첫째 형부는 처제인 와 달리기를 같이 하며 밀크맨을 조심하라며 괴롭히나, 그 정도는 밀크맨에 훨씬 못 미침. 주인공인 는 책을 보며 걸어 누구에게 위협을 가할 만큼 이동속도가 빠르지 않음. 그녀의 이동속도는 밀크맨에 스토킹당할 만큼 느리고 첫째 형부에 충고를 받고 조롱당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빠르지 않음. 여기서 필자는 폭력은 속도의 함수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폭력이 속도의 함수라는 것은 전쟁무기의 발전사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좀 더 빨리, 그리고 좀 더 멀리 날아가 좀 더 강력하게 충격을 가하는 것이 무기의 본질적 기능이기에 인류는 이런 방향으로 전쟁무기를 개발하고 발전시켜 왔음. 걷기는 대화로, 평화를 상징한다고 말 할 수 있다. 조지프 A. 아마토가 그의 저서 걷기, 인간과 세상의 대화(On Foot)에서 걷기는 곧 말하기라는 사실을 보여줌. 걷기가 자기 나름의 방언과 관용구를 지닌 언어로 생각해도 될 것이다.”라고 말한 것은 걷기가 곧 말하기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음. 걷기의 대화성은 평화상징의 단초를 열어준 바, 휴전선 가까이에 도보전용의 평화누리길을 개설한 것이나 반핵을 주장하는 평화주의자들이 순례 길에 나서는 것이 그 좋은 사례라 하겠음. 책을 보면서 걷는 행위는 그냥 걷는 것보다 평화를 상징하는 정도가 더할 것이라 가정하는 것은 책을 읽는 자체가 작가, 그리고 등장인물들과 대화와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의 화자인 내가 폭력의 가해자가 아니고 피해자인 것은 이 소설이 화자가 책을 보며 걷는 것으로 시작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음.

달리기는 달리는 사람의 신체만 빨리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다. 달리기로 이동속도가 빨라지는 것에는 소식이 있고, 소문도 있다. 마라톤이 달리기의 대표 종목으로 자리 잡은 것은 BC 490년 마라톤 전투에서 페르시아 군을 격퇴한 그리스 군의 한 용사가 약 40Km를 달려 아테네 시민들에 승전한 소식을 전한 승전의 역사 덕분임. 소문의 폭력성은 신체적 물리력보다는 정신적 가해 정도에 비례하겠지만, 소문의 전파는 달리기처럼 빠른 것이어서 이 소설에서 소문의 폭력성을 실어 나르는 매체로 달리기를 택한 것 같음. 첫째 형부의 주요 이동수단이 달리기인한 그의 폭력성은 소문을 빨리 퍼뜨려 괴롭히는 정도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임. 자동차는 가장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고속의 이동수단임. 더 빠른 것으로 비행기가 있지만, 이는 자동차처럼 일상적인 이동수단은 아님. 차가 매우 편한 이동수단임에 틀림없지만 폭력의 한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은 빠른 속도와 밀실화된 내부 공간 때문임. 폭력영화에 자동차가 자주 동원되는 것은 빠른 속도로 상해를 입히는 것과 밀실화된 내부공간을 이용해 자행되는 유괴와 성폭력 등을 묘사하기 위해서임. 또 하나 사람과 자동차의 밀접성은 자동차가 소유자의 품위를 상징하는 수단으로 쓰인다는 것임. 고급차를 이용한 유인과 스토킹이 가능한 것은 고급차가 소유자의 허위조작을 덮어줄 수 있기 때문임. 책을 읽으며 걷고 있는 젊은 여자에 접근하는 밀크맨이 곱게 보이지 않는 것은 40대로 보이는 남성이어서 그렇지만, 그 보다는 차를 타고 접근해 더욱 그러함. 작은 총알이 사람을 죽이는 힘은 그 무게에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빠른 속도에서 나옴. 폭력의 정도 또한 속도에 비례하는 것이 참일 진데, 이 소설에서 책을 읽고 걷는 처녀에 차를 타고 접근하는 밀크맨의 스토킹을 하는 것으로 설정한 것은 매우 적절하고 흥미롭다 하겠음.

 

1274.타인의 해석

*말콤 글래드웰 저/유강은 역/김영사 간(2020)

*수년 전아웃라이어를 읽은 것이 계기가 되어 알게 된 말콤 글래드웰은 티핑 포인트, 블링크등의 명저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카나다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임. 내 앞의 사람이 적인가 친구인가를 분별하는 것은 중요하나 매우 힘든 일인 바, 그것은 지금까지 타인을 파악하기 위해 선택했던 전략들이 모두 수정되어야 하기 때문임. 경찰은 무고한 사람을 체포하고 판사는 죄 지은 사람을 석방하며 믿었던 외교관은 타국에 기밀을 팔고 촉망받던 펀드매니저는 투자자에게 사기를 치는 것들이 너무 흔해진 오늘날 낯선 이에게 말 걸기가 두려운 것은 타인의 해석이 생각만큼 쉽지 않아서일 것임. 역사상 타인에 대한 오해가 빚은 인류적 재앙으로 대표적인 사례는 16세기 에스파냐의 코르테스와 아스테카의 통치자 몬테수마의 대화가 잘 못된 통역에 기초한 것이어서 2천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학살되는 전쟁이 시작된 것을 들 수 있을 것임. 상대방의 말과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우리가 잘못된 전략에, 그것도 매우 고집스럽고 장기적으로 의존했다는 것을 밝혀낸 저자는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음. 그 첫째는 우리가 낯선 이에게 말을 거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그의 대답을 해석하는 것에 지독하게 서툴다는 것을 인정하고, 둘째로 낯선 사람을 보고 곧바로 결론을 내리지 말아야 하며, 셋째 낯선 이와의 대화에서는 대화 내용보다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임. 이 책은 거짓말의 정체’, ‘진실기본값 이론의 승리’, ‘투명성 가정의 실패’, ‘진실의 정체’, ‘결합의 파괴5부로 구성되어 있음.

*2020. 5. 8

 

1273.대한제국멸망사(The passlng of Korea, 1906)

*H. B. 헐버트 저/신복룡 역/집문당 간(2019)

*이 책의 저자 헐버트 목사(1863-1949)1886년 조선정부에서 영어와 신문화를 가르치기 위해 벙커, 길모어 부부와 함께 내한해 육영공원을 개원하고 일하다 1888년 결혼을 위해 일시 귀국했다가 부인과 함께 다시 돌아옴. 1891년 지리서 사민필지(士民必知)를 발간하고 1891년 고용계약 만료로 다시 귀국함. 1893년 다시 내한해 배재학당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복간한 최초의 영문월간잡지 The Korean Repository한국의 왕비시해를 실어 을마사변을 상세하게 보도함. 1901한국평론(Korean Review)을 창간해 이ᅟᅢᆯ본인들의 만행을 폭로함. 1906년 이 책을 출간하기 까지 한국국민을 위해 많이 애쓴 분임. 서문(序文)에서 우연한 기회에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들의 피상적인 견해와는 달리 독자적인 견지에서 주제를 다루어 보려고 시도했다,“고 밝힌 저자는 이 책은 한국이 심한 역경에 빠져 있을 때 흔히 악의 찬 외세에 의해 시달림만 받을 뿐 옳은 평가를 받은 적이 없는 한 국가와 그 민족의 독자들에게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자 쓰인 사랑의 열매라고 했음. 이 책은 서설‘, ’역사‘, ’산업‘, ’문화와 예술‘, ’사회제도‘, ’결론등 총6편으로 구성되어 있음.

*2020. 9. 6

    

1271-1272.한반도의 격동 1세기 반(, )

*양호민 저/한림대학교출판부 간(2010)

*70년 넘게 살아오면서 특정 저자들에 감사하는 것은 그 분들이 저술한 저서나 추천해준 책들이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는데 매우 힘이 되고 긍정적 변화을 추동해왔기 때문임. 1970년대 초반 대학을 졸업할 즈음 개인적으로 농촌운동에 관심이 있어 사범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내가 문리대의 사회학과에 편입할 뜻을 가졌는데,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해 포기하고 바로 경기도의 한 고교에서 중등교사로 근무한 일이 있었음. 농촌운동에 대한 관심이 사회주의는 물론 공산주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는데, 그 관심을 계속 이어가지 않은 것은 학교 도서실에서 양호민 교수의 공산주의에 대한 저서를 읽은 덕분임. 기억이 정확하다면 공산주의의 이론과 역사일 텐데, 몇 번의 숙독 끝에 맑스의 잉여가치설로 대표되는 공산주의의 허구를 이론적으로도 고찰해 극복했다고 자부해서였음. 이런 분의 저서를 한 권도 갖고 있지 않은 것은 심히 부끄러운 일이다 싶어 구매한 책이 10년 전에 간행된 한반도의 격동 1세기 반. , 하 양 권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은 한반도에서 일어난 권력, 이데올로기, 민족, 국제관계의 교착 등을 다루고 있어 2010년에 이르기까지 한 세기 반 동안 전개된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대립과 갈등을 상세히 그리고 있어 오늘의 북한을 바로 아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임. ‘시베리아에서 부는 볼세비즘의 열풍(, )’, ‘만주: 혁명운동의 책원지(, )’, ‘해방된 북한 소비에트로 폭주’, ‘민주주의냐 독재냐의 노선투쟁’, ‘대남 인민주의의 혁명투쟁’, ‘반제 반봉건적 민주개혁’, ‘국제공산주의에서의 인민민주주의’, ‘-소의 대립과 북한의 곡에’, ‘북한에서의 개인숭배’, ‘자주적 대외정책의 노선(, )’, ‘핵무기의 어두운 그림자’, ‘/북한의 만성적 대결상태는 언제까지’, ‘자유와 평화에 대한 근본적 장애:북의 미 제국주의론등 총16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1,377쪽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한반도 최근세사임. 저자의 역저를 한 번 읽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방학중 다시 읽어볼 생각임.

*2020. 5. 2

 

  

1270.너 어디서 왔니-한국인 이야기(탄생)

*이어령 저/파람북 간(2020)

*이 책의 작가 이어령교수의 저서를 멀리할 수 없는 것은 세상을 보는 혜안과 본 것을 풀어내는 언어의 감칠맛에 대한 기대일 것임. 이 책 또한 나의 이런 기대를 헛된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해주어 힘들이지 않고 읽어나갈 수 있었음. 아리비아에는 아라비아 밤이 있고 아라비아 이야기가 있듯이 우리나라에도 우리나라의 밤이 있고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꼬부랑할머니가 들려주는 꼬부랑고개를 넘는 이야기라고 작가는 이 책의 콘텐츠를 풀어가고 있음. 꼬부랑할먼니가 전해주는 꼬부랑이야기를 듣노라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모두 다가 꼬부라진 것들로 묘사되는데, 이는 한국인이 사유 속에는 직선의 강함보다 곡선의 부드러움에 더 익숙해져서가 아닐까 싶음. 이 책의 내용 중 꼭 기록해두고 싶은 것은 나들이라는 단어가 함유하고 있는 본 뜻임. 저자는 나들이일어나다드러눕다를 전부 함축하고 있다는 것임. 저자의 풀이인 즉, ‘일어나다일어나 밖으로 나가다를 의미하는 것이고, 드러눕다안으로 들어와 눕다를 뜻하는 것으로 이 드나듦을 바로 나들이라는 것임. 그러고 보니 1970년대 초반 허리를 다쳐 등을 방바닥에 눕히고 반년 가까이 견뎌낼 때 일어나 두 발로 걷는 직립보행을 간구했었는데, 그 직립보행에 대한 이 염원이 바로 오늘의 나들이로 섬진강 따라 걷기와 평화누리길 종주에 정진할 수 있지 않나 싶음. 요즘 내가 걷는 길은 직선의 고속도로가 아니고 천변이나 산허리에 낸 꼬부랑길이 많은 편이나, 직선 길보다 걷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투정을 부릴 뜻이 전혀 없음.

*2020. 5. 1

 

 

1268-1269.오래된 정원(, )

*황석영 저/창작과비평사(2000)

* 황석영의 소설 오래된 정원1980년대를 전후해 민주화운동에 나섰던 이 땅의 젊은이들이 겪었던 삶의 애환과 갈등을 그린 장편소설임. 주인공 오현우보다 조금 앞선 시대를 살면서 이들에 소극적 동의를 표하는 것으로 미안함을 덜고자 했던 필자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역사의 짐을 그들에게만 지운 것 같아 부끄럽기도 했음. 이 소설을 읽고서 느낀 점은 다음과 같음. 첫째, 이 소설의 작가가 광주 통이라 할 수 있는 황석영이라는 점임. 황석영은 광주와의 인연이 꽤 깊은 인물로 알려져 있음. 1962년 잡지 사상계에 발표된 등단작인 단편소설 입석부근의 배경이 된 곳이 광주 무등산에 있는 암벽 입석대임. 황석영은 같은 해 고교를 중퇴한 후 10년 가까이 지속된 방황기의 대부분을 광주에서 보내기도 했다. 황석영이 지은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1985년 발간된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인 기록물로 당시 항쟁에 참여했던 광주시민의 증언을 온전히 담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음. 여러 모로 보아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서사를 전개해 나가는데 황석영만한 인물이 따로 있을 것 같지 않음. 둘째, 광주민주화운동 후 20년이 지나 출간된 소설이라는 것임. 1980518일부터 27일까지 광주시와 전남 지역의 시민들이 벌인 광주민주화운동은 전두환정권에 의해 폭동으로 폄하되어 한동안 광주사태로 불렸음. 19791212일과 1980518일 전후에 발생했던 헌정질서 파괴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에 대해 공소시효 정지 등의 사항을 규정해 민주화 정착과 민족정기 함양을 목적으로 제정한 특별법 5 18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시행된 것은 1990년임. 소설 오래된 정원이 발표된 것은 특별법에 의해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불리기 시작한 지 10년 후인 2000년의 일임. 도합 20년이란 세월은 광주민주화운동의 현장을 분노의 현장을 뛰어넘어 역사의 현장으로 인식하기에 충분한 시간임. 작가의 현장 묘사는 상세하지만, 그때의 일들을 차분하게 회상할 수 있는 것은 시간적 거리가 충분해서일 것임. 셋째, 광주민주화운동을 베를린장벽 붕괴와 연결시켜 그 의미를 확장했다는 것임.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 한윤희가 베를린으로 유학 가서 베를린 장벽의 붕괴현장을 생생하게 전함으로써 독자들은 두 운동이 모두 자유를 추구하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됨. 자유민주주의의 성취가 얼마나 지난한가는 광주민주화운동이 말해주고 있고, 얼마나 감격스러운 가는 베를린장벽 붕괴가 잘 보여주었음. 이러한 의미 확장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황석영 특유의 체험과 20년이 지난 한국사회의 변화된 넉넉한 분위기 덕분이 아닌가 함. 넷째, 작가의 북한에 대한 조금은 지나친듯한 따뜻한 시선이 이 소설의 리얼리티를 떨어뜨린 것으로 보인다는 것임. 베를린장벽 붕괴의 현장을 지켜보고 모처럼 자유를 만끽한 북한 유학생이 망명을 시도하자 한윤희 등이 가족이 살고 있는 북한으로 돌아가라고 권함. 북한유학생은 이들의 권고를 듣고 망명을 포기하고 동베를린으로 돌아가는 장면의 설정은 북한도 살 만한 나라로 인정해 가능했을 것임. 오현우의 뒤를 잇는 운동권의 지략가로, 아버지가 집권당 국회의원인 송영태가 북한을 다녀오고 또 북한으로 귀의할 뜻을 비친 것도 그러함. 전국적으로 고난의 행군을 힘들게 치렀던 1990년대의 북한에서 어떤 희망의 메시지도 읽을 수 없었을 텐데 북한으로 갈 뜻을 비친 것으로 그린 것은 아무래도 현실감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것 같음. 다섯째, 작가가 이 소설을 맺으면서 이렇다 할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 것임. 여공으로 위장 취업한 최미경의 분신자살은 1980년대 자살이 성행한 사회상을 반영한 것이어서 그럴 수 있겠지만, 오현우 만큼이나 비중 있게 다뤄진 한윤희가 오현우를 다시 만나지 못하고 자궁경부암에 걸려 죽는 것으로 끝을 맺어 어떠한 전망도 보여주지 못했음. 또 송영태의 북한으로 가겠다는 의시표현은 1980년대의 암흑기라면 모를까 김대중정권이 들어서고 나서인 여명기에 어울리지 않는 결말임. 1년 후에 발표된 작품 손님이 남북화해의 메시지를 던져주며 끝을 맺는 것과 대조적임. 다만 은결이가 오현우를 만나고 헤어질 때 아버지라고 부른 것은 오현우에 살아가야 할 중요한 이유를 제공하는 것으로 그나마 밝은 전망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싶어 마음이 놓였음.

*2020. 4. 28

 

 

 

1267.지금, 천천히 고종을 읽는 이유 - 국가는 어떻게 패망하는가?

*김용삼 저/백년동안 간(2020)

*김용삼의 역사서지금, 천천히 고종을 읽는 이유를 읽고나서 나라는 이완용이 아니라 임금 고종이 팔아먹었다.” 라고 단정적으로 글을 남길 수 있는 저자의 용기에 탄복하는 것은 오늘의 주류사학자들은 이완용을 조선을 일본에 팔아먹은 대표적인 매국노로 규탄하고 있기 때문임. 저자는 대한제국의 멸망은 고종과 왕비 민씨의 외교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영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등으로 대표되는 해양세력이 그토록 우려하는 러시아를 지속적으로 한반도에 끌어들여 왕꿘을 유지하려 한 결과 해양세력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자해외교를 반복한 것을 그 실례로 들었음. 저자의 대한제국 멸망 원인에 대한 진단에 동의하면서 꼭 하나 추가해야 할 것은 고종 정권의 무능과 부정부패라는 생각임. 프롤로그와 본론, 그리고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본론은 ‘300년 정지된 조선의 역사시계’, ‘고종시대의 개막’, ‘혼란의 시대’, ‘러시아라는 곰을 경계하라’, ‘쿠테타 반란의 시대’, ‘조선-러시아 밀약의 후폭풍’, ‘고종과 민왕후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 ‘청일전쟁과 동아시아 대변혁’, ‘일본은 무엇 때문에 청일 전쟁을 했나?’, ‘대한제국의 운명을 바꾼 러일전쟁’, ‘을사오적이 나라 팔아 대한제국이 망했나?’ 10부로 되어 있음.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소위 동학혁명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1894년의 민중봉기의 주체가 동학도가 아니라는 것임. 그 증거로 전봉준이 동학도라는 자료가 존재하지 않으며 최시형은 동학란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는 것임. 고부의 동학란 발발 한해 전에 일어난 무장읍성의 반란은 농민이 아니라 몰락한 양반세력이 주도했다는 것도 이 책을 읽고나서 알았음.

*2020. 4.23

 

1266.노을

*김원일 저/문학과지성사 간(2018) 

*김원일의노을은 건국을 전후해 벌어진 좌우의 극한적 이념적 대립의 실상과 의의를 다룬 소설이라 하겠음. 건국동이인 필자는 건국전후는 고사하고 한국전쟁 때 벌어진 일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휴전하고 나서 초등학교에 들어가기까지 한 3년 간 전쟁에 관한 악몽에 시달린 것이 기억나는 정도여서, 이런 소설이 아니라면 그 당시의 일을 생생하게 재구할 수는 없을 것임.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불편한 진실이지만 교훈을 얻어낼 수 있는 역사적 사건들을 그냥 묻어두지 않고 소설화한 김원일 작가에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일었음. 이 소설의 주인공 김갑수는 서울에서 자기 집을 갖고 있고 중견출판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어 중산층으로 불리기에 충분한 인물임. 1977년 여름 김갑수는 삼촌의 부음을 통보받고 고향땅 진영에 내려가 장례를 치름. 29년 전 고향에서 백정인 아버지 김삼조는 좌익이 일으킨 폭동에 적극 가담함. 어린 나이에 나흘 간 벌어진 폭동을 지켜본 김갑수가 나름 담담하게 돌이켜 볼 수 있는 것은 한 세대가 지난 후여서 가능했을 것임. 이 소설에서 짚어보고 싶은 것은 다음 두 가지임. 첫째, 좌익 활동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그다지 곱지 않다는 것임. 주도적으로 폭동을 일으켜 양민을 학살한 측이 좌익으로 묘사된 것이 그렇고, 평소 가족들에 폭력을 행사하고 타인에도 무례해 비난을 받아온 백정인 김삼조를 좌익의 행동대장으로 등장시킨 것이 또한 그러함. 이점에서 김원일의 노을은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대비됨. 작가 조정래가 태백산맥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좌익에 대한 시선은 매우 포용적이라 할 수 있음. 엄연한 반란군의 진압을 폭력적으로 묘사한 것도 그렇고,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 할 만한 좌익의 리더 격인 염상진을 사려 깊고 인간적이며, 의지가 굳건한 인물로 묘사한 것이 그렇다는 것임.. 또 조정래의 태백산맥에는 김원일의 노을에 등장하는 무뢰한인 김삼조에 비견할 만한 인물로 염상진의 동생인 염상태가 있음. 염상태는 우익단체인 청년단을 이끌어가면서 폭력을 일삼아 양민을 괴롭히는 것은 김갑수의 아버지보다 더 심하다고 하겠음. 둘째, 한국사회에 대한 작가의 평가가 매우 긍정적이라는 것임. 이는 가장 천민계층이었던 백정의 아들이자 반역자의 아들인 김갑수가 폭동사건 한 세기 만에 대한민국 사회에서 어엿한 중산층의 일원이 살고 있는 것으로 서사를 전개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음. 백정이라는 신분은 공식적으로는 1894년 갑오개혁 때 폐지되었으나, 사회적 천시는 그대로여서 이 소설에서 짧게 언급된 형평사운동이 전개됨. 형평사운동은 1923년 진주에서 일어난 백정들의 신분해방운동으로, 전국적인 규모로 확대되지만, 일제의 압력과 내부분열로 10여년 만에 끝남. 형평사운동이 벌어진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음. 해방 후의 일이기는 하지만 한 세대 만에 백정의 아들이 어엿한 출판사의 부장으로 사회이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교육의 힘이 긍정적으로 기능해서임. 교육의 힘을 신뢰한 사람은 비교육적인 행동을 일삼았던 백정 김삼조로, 그는 자식들에 학교만은 절대로 빠져서는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함. 이는 사상을 달리해도 대한민국의 사회제도에 관한 믿음이 있어 그리했을 것임. 또 좌익의 리더이자 이론가였던 배도수가 일본으로 건너가 조총련에 가입해 활동하다가, 탈퇴하고 대한민국의 품으로 돌아온 것도 그러함. 이 소설은 홍정선이 논고 기억의 굴레를 벗는 통고 제의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반공소설로 치부될 수 있는 것이 아님.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친공소설이라고 비난할 수 없듯이 말임. 그리 생각하는 것은 두 소설 모두 이데올로기 그 자체를 다루었다기보다는 이데올로기의 극한 대립이 가져오는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극복하는 지혜를 생각해보자는데 작품의도가 있지 않나 싶어서임.

*2020. 4.23

 

 

1265.손님

*황석영 저/창작과비평사 간(2001)

*황석영의 장편소설 손님처럼 건국 전후나 한국 전쟁 중에 일어난 양민학살을 소재로 해 작품화한 소설은 여러 편이 있음. 이런 소설들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양민학살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역사의 심판대에 올렸다는 것임. 이병주의 지리산이나 조정래의 태백산맥, 그리고 김원일의 노을등이 세대를 달리하며 꾸준히 읽히는 것은 독자들에게 소설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재미가 있어서만은 아니고,그 보다는 좌우의 극한적 이념대립이 가져온 양민학살이 얼마나 반인류적이고 반민족적인 만행이었나를 눈과 가슴으로 확인함으로써 남북의 이념대립을 극복하고 공존을 추구해야 한다는데 독자들이 공감해서일 것임. 황석영의 소설 손님이 동류의 다른 소설들과 차별화 되는 점은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음. 첫째, 2천 년대에 들어 창작되었다는 것임. 반공이 사회의 주된 가치였던 시대에 지어진 소설들과 달리 반세기가 지나 비교적 최근에 창작된 것이어서 작가의 균형 잡힌 시각과 익숙한 문체가 돋보여 젊은 세대의 독자들이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음. 둘째, 양민학살의 현장이 북한 땅이라는 것임. 이런 소설이 독자들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려면 사건 현장을 리얼하게 그려야하는데, 그러기에는 북한 땅은 접근이 불가능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 황석영의 북한체류는 한국작가들에게는 쉽지 않은 체험이어서 이 소설의 리얼리티를 높이는데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임. 셋째, 양민학살의 주동자가 평화를 부르짖는 기독교인들이라는 점임. 이런 소설들에 동원되는 대립적인 세력들은 지주층과 소작농, 공산당원과 경찰가족 등인데 작가는 가장 평화지향적인 부류로 알려진 기독교인들이 저지른 학살을 소설화하여 역사의 심판대에 올려놓았으니. 이는 작가가 양민학살을 가져온 이념은 바로 공산주의와 기독교로, 이 모두 서양에서 들어온 것이지 우리의 것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임. 달리 말하면 우리는 서양의 이념 경쟁에 현장만을 제공했다는 것임. 넷째, 서사 전개에 꿈을 끌어들인 장면이 매우 많다는 것임. 이는 보다 수월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하늘에서 떠도는 혼령들을 끌어내려 해원을 해주고 화해하도록 만든 장치라 하겠음. 이 소설을 황해도 진지노귀굿의 열 두 마당을 기본 얼개로 하여 풀어나간 것도 같은 뜻에서일 것임. 황석영의 소설 손님은 묻혔던 불편한 진실을 발굴해 공론의 장으로 올려놓았다는 점만으로도 긍정적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나. 그럼에도 필자는 개인적으로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몇 가지를 지적하고자 함. 첫째, 종교를 세속의 이념에 비교한 것임. 기독교정신을 맑스주의와 같은 차원에서 비교한 것은 신앙활동을 경제활동의 차원으로 끌어내린 것이어서 기독교인들의 반발을 살 수도 잇을 것 같음. 둘째, 언뜻 보면 좌우 어느 편에도 기울지 않고 균형 있게 다루 것으로 보이지만, 친공적인 색채가 조금 더 진하게 느껴지는 것은 건국동이인 발제자의 유별난 반공의식 때문일 수도 있음. 이 소설이 물리적인 균형을 갖추려면 중공군의 참전으로 신천을 회복한 후 현지의 공산당원들이 남아 있는 기독교인들을 어떻게 대했는가를 다루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도 해보지만 역사가가 아닌 소설가에 이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것임. 셋째, 서사전개의 복잡함임. 한 번 보면 일인칭 소설 같은데, 거의 단락마다 가 바뀌어 스토리 연결이 쉽지 않다. 잦은 꿈의 장면과 혼령의 등장, ‘의 빈번한 교체가 독자들을 낯설게 해 관심을 끄는 데는 유용했을지 몰라도 독자들을 산만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꼭 긍정적이었나는 내용요약을 마친 발제자로서 확신할 수 없는 대목임. 작가 황석영은 1970년대 뜨내기들의 삶을 핍진하게 그려낸 리얼리즘 작가로 널리 알려진 소설가임. 뜨내기는 1970년대 소설의 주인공들만이 아니다. 작가 황석영도 남북을 넘나든 뜨내기이고, 이 소설의 주인공 요섭 또한 북한에서 태어나 가족과 함께 월남한 후 미국에서 목사생활을 하고 있는 뜨내기임. 요섭이 북한의 고향 땅을 찾은 것은 귀소본능일 수도 있으나 그 또한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뜨내기이기 때문이 아닌가 함. 70년대 소설의 주인공이 국내를 떠도는 뜨내기라면 요섭은 나라를 떠도는 뜨내기여서 디아스포라로 불릴 만 하겠지만, 본질적으로는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뜨내기임에 틀림없다. 사후에 요섭이 기독교정신과 맑스주의를 뛰어넘어 이 땅에 머물러 디아스포라 신세를 면하게 해주려면 요섭에게도 요한 형과 순남이 아저씨에 올린 해원 굿이 필요할 것 같음

*2020. 4. 20

  

1264.영구평화론

*임마누엘 칸트 저/이한구 역/서광사 간(2017)

*수잔 손탁이 저서타인의 고통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 중의 하나가 전쟁의 본질에 대한 성찰일진데, 그 책을 읽고 뒤이어 임마누엘 칸트의 이 책 영구평화론을 읽는 것은 적절한 독서라는 생각임. 3대 비판서인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의 저자인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는 독일이 낳은 세계적 철학자임. 칸트가 저술한 이 책 영구평화론서언’, ‘국가간의 영구평화를 위한 예비조항’, ‘국가간의 영구평화를 확정조항’, ‘영구평화의 보증에 대하여’, ‘영구평화를 위한 비밀조항과 부록 영구평화에 관한 도덕과 정치간의 대립에 관하여공법의 선험적 개념에 따른 정치와 도덕 간의 조화에 대하여등으로 구성되어 있음. 칸트는 영구평화를 보증하는 것은 참으로 위대한 예술가인 자연이다.”라고 갈파했음. 칸트가 구상한 자연의 영원한 평화를 위한 예비적 설계는 1)자연은 세계의 모든 지역에서 인간이 살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 2)전쟁을 통해 모든 지역에, 극히 불모의 지역에까지 인간을 쫓아 보내 그곳에 살도록 한 것, 3)전쟁에 의해 인류가 다소간이나마 상호 간 법적인 관계에 들어가게 했음을 뜻하는 것이라 했음. 또 국가 간의 영구평화를 위한 예비조항은 모두 6개로 1)장차 전쟁의 화근이 될 수 있는 내용을 암암리에 유포한 채로 맺은 어떤 평화조약도 결코 평화로운 조약으로 간주되어서는 안됨, 2)어떠한 독립국가도 크고 작고에 관계없이 산ᅅᅩᆨ, 76, 매매, 혹은 증여에 의해 다른 국가의 소유로 전락될 수 없음, 3)상비군은 조만간 완전히 폐지되어야 함, 4)국가 간의 대외적 분쟁과 관렴하여 어떠한 국채도 발행해서는 안됨, 5)어떠한 국가도 다른 국가의 체제와 통치에 폭력으로 간섭해서는 안됨, 6)어떤 국가도 다른 나라와의 전쟁동안에 장래의 평화 시기에 상호 신뢰를 불가능하게 할 것이 틀림없는 다음과 같은 적대행위, 예건대 암살자나 독살자의 고용, 항복 조항의 파기, 적국에서의 반역선동 등을 해서는 안된다고 했음.

*2020. 4. 10일    

 

 

1263.타인의 고통

*수잔 손택 저/이재원 역/이후 간(2011)

*미국의 작가 수전 손택이 지은 타인의 고통(2003)은 전쟁을 다룬 저서임. 수전 손택(Susan Sontag, 1933-2004)은 미국의 에세이작가이자 소설가이며 예술평론가로, 타인의 고통(2003) 등 여러 책을 저술했음. ‘예술에 온 정신이 팔린 심미가이자 열렬한 실천가로 불리기를 원했던 손택이 세인들의 주목받게 된 것은 1980년대 말 서울을 방문해 구속문인의 석방을 촉구하고, 1990년대에 들어 사라예보에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공연해 사라예보 내전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을 촉구했고 9.1세계무역폭파사건에 대한 미국정부의 태도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등 행동하는 지식인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해서임. 수잔 손택의 작품으로는 해석에 반대한다(1966), 사진에 관하여(1977), 은유로서의 질병, 강조해야 할 것등의 에세이와 , 그리고 그 밖의 것들, 앨리스, 깨어나지 않은 영혼, 미국에서(1999) 등의 소설이 있음. 2003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거짓 이미지와 뒤틀린 진실로 둘러싸인 세계에서 사상의 자유를 굳건히 수호해 왔다는 찬사를 받으며 독일출판협회 평화상을 수상했고, 이 책 말미에 부록으로 첨부된 문학은 자유이다라는 제목의 연설로 관중들에 감동을 주었음.

타인의 고통(Regading the pain of others)은 수잔 손택이 2003년에 출간한 에세이집으로 사진에 관하여(On phothography)(1977)의 후속작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전쟁사진이 많이 언급되고 있음. 그러나 이 책은 저자가 서문 한국의 독자들에게에서 밝힌 바와 같이 사진 이미지를 다룬 책이라기보다는 전쟁을 다룬 책임. 원서에 해당사진이 한 커트도 실리지 않은 것도 같은 뜻에서가 아닌가 함. 스펙타클이 아닌 실제의 세계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논증으로 이 책을 출간한 저자가 독자들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이미지의 용도와 의미뿐만 아니라 전쟁의 본성, 연민의 한계, 양심의 명령등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라는 것임. 이런 의미에서 타인의 고통은 이라크 전쟁 전후 전후의 현실정세에 대한 지적개입이라는 역자의 언급은 적절하다 하겠음. 온갖 잔혹한 폭력의 이미지들로 뒤덮인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을 스펙타클로 소비해 버린다는 것이 손택의 진단임. 이에 손택은 연민은 쉽사리 우리의 무능력뿐만 아니라 무고함까지 증명해주는 알리바이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타인의 고통에 연민을 보내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잔혹한 이미지로부터 느끼는 두려움을 극복해 우리의 무감각을 떨쳐낼 것을 주문하고 있음. 이 책이 특권을 누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똑같은 지도상에 있으며 우리의 특권이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하고, 전쟁의 악랄한 정치에 둘러싸인 채 타인에게 연민만을 베푹기를 그만두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라고 끝을 맺는 데서도 손택의 절규가 확인됨.

*2020. 4. 3

 

 

1262.격동기에 겪은 사상들

*정범모 저/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간(2015)

*저자인 정범모교수에게는 대학4학년 때인 1971교육사상사를 수강한 바 있어 교육학자로서의 역량과 명성을 잘 알고 있는 편임. 1970년대 중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을 때 선생께서 역점을 두고 전파에 주력했던 이른바 완전학습을 학교교육에 적용하려 노력한 기억도 새로움. 내가 선생께 특히 감사하는 것은 교육사상사과목의 기말 과제로 알빈 토플러의 미래의 충격을 요약해 제출한 것임. 미국의 미래학자 토플러의 첫 저서로 알고 있는 이 책을 읽고 충격을 받은 것은 미래에는 사회가 부유해져 선택의 다양성이 확보되고, 그 결과로 선택의 고민이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이었음. 직장인들의 근무지 이동도 잦아져 그 때마다 가족이 함께 이사 갈 수 없어 현지의 처를 얻어 살림하는 모듈러가족이 대두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후진국 한국의 청년인 내게는 충격이었음. 전대미문의 부가 초래할 문화의 급변이 미래의 충격의 본질이 될 것이라는 토플러의 혜안을 알아채고 거의 무명시절에 쓴 저서미래의 충격을 선정해 레포트로 쓰도록 지도한 선생께 감사하는 것은 덕분에 알빈 토플러를 만났고 미래에 대한 긍적적 생각을 가지고 대비하게 지도해주었다는 것임. 1925년에 태어난 선생의 이 책은 우리 나이로 90세를 맞은 2014년에 격동의 세월을 몸소 체험한 사상의 편력을 정리하고 선생 나름대로 옳다고

생각한 바를 적시했다는 점이 이 책이 평가받아야 할 요소라는 생각임. 나름 많은 책을 읽어왔다고 자부해온 나로서는 선생의 넓고도 깊은 독서에 놀랐고, 그동안 겪고 획득한 것들을 체화해 간단명료하게 정리한 선생의 노고에 감탄하고 고마워할 뿐임. 일제 때 징병으로 끌려갔다가 살아남았고, 4.19 때 교수로 대통령하야촉구데모에 참여한 선생의 말씀과 글은 앞으로 다시 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 싶어지자 노교수의 학문적 삶이 존경스러울 뿐임. 이 글을 빌려 다시 한 번 미래를 생각하고 긍정적 에너지를 갖게 한 선생께 감사드리는 바임.

*2020. 3. 26

    

 

1261.제국의 시대

*에릭 홉스봄 저/김동택 역/한길사 간(2018)

*1990년대에 읽은 것으로 기억되는 일지사 간, 황의방 역의 의적의 사회사는 내게

에릭 홉스봄을 만나도록 한 첫 번째 책이었음. 그 후 십수년이 지나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를 읽었으며, 이번에 제국의 시대를 일독함으로써 그의 역자 3부작을 모두 통독한 셈임. 프랑스대혁명과 산업혁명으로 인류 사회가 어떻게 변화 발전해왔는가, 그리고 근대세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방대한 자료를 통해 완전히 새롭게 해석해 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3부작을 단순히 일독한 것만으로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이렇게라도 한 번 읽었다는 자체만으로도 가슴 뿌듯한 성취감이 느껴졌음. ‘자본의 시대에 나타난 부르주아의 자신감이 곧이어 도래할 제국의 시대’(1875-1914)에 와서 갑작스런 파국에 처했다고 지적한 홉스봄은 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필연적으로 배태시킬 수밖에 없었던 모순이 지배한 시대가 바로 제국의 시대라고 규정하고 그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써내려갔음. 이 책은 머리말과 본문 13, 그리고 글을 마치며로 구성되어 있으며, 13장의 본문은 혁명100주년’, ‘경제가 속도를 바꾸다’, ‘제국의 시대’, ‘민주주의의 정치’, ‘세계의 노동자들’, ‘휘날리는 깃발 : 민족들과 민족주의’, ‘누가 누구인가? 부르주아의 불확실성’, ‘신여성’, ‘변화된 예술’, ‘손상된 확실성’, ‘이성과 사회’, ‘혁명을 향하여’, ‘평화에서 전쟁등으로 꾸며졌음. 저자는 글을 마치며의 붙이는 글에서, “역사가 우리에게 반드시 올바른 결과를 보장해준다고 믿지 않을 수 있다면, 마찬가지로 역사가 우리에게 반드시 나쁜 결과를 보장해 주지 않으리란 점도 믿을 수 있을 것이다라면서 미래에 대해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미래는 그것에 대해 가장 멀리 예측한 사람들조차도 놀라게 할 것이란 점이다라고 이 책을 맺고 있음.

*2020. 3. 17

 

 

1260.일동장유가(日東壯遊歌)

*김인겸 저/최강현 역주/보고사 간(2007)

*이 책의 원전인일동장유가(日東壯遊歌)는 퇴석(退石) 김인겸(金仁謙, 1707-1772)이영조39-40(1763-1764)에 일본행 계미통신사행(癸未通信使行)의 정사인 예조참의 조엄(趙曮, 1719-1777)의 종사관으로 동행한 김상익(金相翊, 1721- ?)의 서기(書記)로 일본을 다녀와서 지은 통신사행의 장편 기행가사 국문 필사본임. 일동장유가(日東壯遊歌)의 저자 김인겸은 병자호란 때 척화파의 거두였던 김상헌(金尙憲, 1570-1652)의 현손(玄孫)이며, 숙종 때 영의정을 지낸 김수흥(金壽興, 1620-1690)의 종손(從孫)이자, 숙종때 영일군수였던 김수능(金壽能)의 친손인 조선조 영/정조 때의 문신임. 응제시를 써서 영조임금께 바치고 176383일 사행 길에 오른 김인겸은 양재역-용인-충주-문경-안동-경주를 경유해 부산에 도착, 여러 날 대기 끝에 925일 일본행 배에 올라 대마도와 대판성을 거쳐 동경에 도착한 것이 다음 해 216일임. 대마도를 거쳐 부산에 귀하한 것이 623일이고 78일 입경하여 입궐한 후 716일 향리인 공주에 돌아오기까지 11개월 동안 보고 들은 것을 가사로 기록한 것이어서 기행문으로서 문학적 가치가 높다 하겠음. 동행한 제술관 남옥(南玉)은 박사과정을 같이 밟고 있는 동학 한 분이 연구논문을 쓴 바 있어 낯설지 않았음. 역자 최강현 교수는 일동장유가(日東壯遊歌)를 일러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는 훌륭한 문화유산인 동시에 귀중한 문화유산이라고 했고, 저자 김인겸에 대해서는 가문의 자존심이 강하고, 애향심이 강하고, 애국심이 강하고, 선비 정신이 강하고, 인정이 많으며, 의협심이 강하고, 배일 의사였다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음. 역자의 극찬에 상당부분 의견을 같이 하면서도 아쉬운 것은 김인겸은 학자나 외교관에 요구되는 자질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임. 비록 종사관의 서기로 동행한 것이지만, 처음 떠난 일본 여행이기에 일본의 정세와 경제, 풍물을 보다 유심히 관찰해 배울 것이 있으면 배웠어야 했는데 그리하지 않은 것은 김인겸 또한 성리학에 감금된 유학자이기 때문이 아닌 가 함.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더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김인겸의 일동장유가에서 실학의 정신을 읽을 수 없어서임.

*2020. 3. 16

 

 

259.매천야록

*황현 저/김준 역/교문사 간(1994)

*황현 선생의 매천야록은 임형택역주의 역서로 한 번 읽은 바 있어 내용파악이 손쉬운 편이었음. 이 책은 1899년에서 1910년 한일합방시까지 숨 가쁘게 진행된 구한말의 정세와 고종의 무능과 조정의 부패, 세계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고 제대로 대응을 못해 조선의 멸망과정을 잘 그려낸 역작이라는 생각임. 한일합방소식을 듣고 절명시를 남기고 아편을 과다복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애국지사 황현선생의 객관적 기록물인 이 책매천야록이 남아 있어 조선말기의 최근세사를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게 된데 대해 선생께 무한한 존경심을 표하고 싶음. 조선말기 한양에 거주한 최;고의 문인인 김택영 및 이건창과 교우관계가 깊어 조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상세히 기록할 수 있었다는 생각임.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느낀 것은 정치지도자의 역량이 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일 수 있다는 것임. 개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내용은 별반 보이지 않는데 비해, 위정척사를 지향하는 유학자 최익현에 대해서는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것으로 보아 매천 또한 향토의 이름난 유학자로서 세계를 읽는 시각에 한계가 있었다는 생각임. 독립협회에서 활동하고 합방직전 수감 중 왕명을 받고 미국으로 건너가 외교활동을 편 전임 이승만대통령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 또한 같은 이유에서일 것으로 판단됨. 안중근 의사의 재판에 관여한 안병찬독립유공자에 대한 언급은 6년 전 처음 읽었을 때는 그냥 지나친 대목임.

*2020. 3. 14

 

 

1258.소현성록

*작자미상/지연숙 역주/문학동네 간(2015)

*조선시대의 한글소설인 가문소설은 2013년 방송대국문과에서 그 대강을 학습한 적은 있으나, 해당 작품을 읽어보지 못해 늘 찜찜하다는 생각을 해왔음. 마침 박사과정에서 가문소설이 개설되어 주저하지 않고 수강신청을 했고 이어서 소현성록을 구해 읽기에 이르렀음. 석사과정에서 한번 읽었던 소대성전을 다시 찾아 읽고서, 소대성이 소현성의 손자로 등장하는 인물이라는 것도 다시 한 번 확인했음. 가문간의 갈등과 가문 내 구성원간의 애정 문제 등을 주제로 한 고전소설로 정의되는 가문소설은 조선후기 정조 때를 전후로 발전해 근대적 성격도 나타나있으나 그 중심내용은 가문창달을 목적으로 한 것임. 가문소설은 거의다가 사대부 가문의 복고를 통하여 실학자 및 평민에 맞서는 인자(因子)로써 정조 이후 붕괴되어가는 중앙집권화에의 재건과 퇴폐해가는 강상의 회복을 위한 목적이 뚜렷한 소설이라고 민족문화백과대사전은 적고 있음. 이 책 소현성록은 북송시대를 배경으로 호가 현성인 소경이라는 인물의 일생과 그 자손들의 이야기를 다룬 국문장편소설로 17세기 후반에 창작된 것으로 추정되나 작자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음. 소현성록의 본편은 처사의 유복자로 태어난 소현성이 입신양명하고 수신제가하는 이야기로 처첩간의 갈등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많이 들어 있어 주 독자층이 한글을 깨우친 여성이라는 것은 능히 짐작되는 바임. 가부장적 질서가 전편을 지배하는 봉건적 가치에 더할 수 없이 충실한 이 소설을 읽고 감동되는 바는 별로 없으나, 당대로는 최고의 인기작품이어서 그 영향력이 설씨이대록, 손천사영이록, 옥선현봉소설록, 화씨팔대충의록등의 파생작을 낳았다고 보는 것이 국문학계의 평가인 것 같음. 이 책 소현성록의 연작으로 볼 수 있는 소씨삼대록도 구해서 읽어보고자 함.

*2020. 3. 11

 

 

1257.금강산 유람록10

*윤호진 외 7명 공역/민속원 간(2019)

*이 책은 경상대학교 경남문화원연구원이 2014년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학토대연구지원사업으로 수행한 <금강산유람록 번역 및 주해> 사업의 성과물로, 조선시대 문인들이 금강산을 유람한 기록 90편을 번역하여 내놓은 총10권 중 마지막에 해당되는 번역서임. 이 책은 1778년부터 186년에 이르는 금강산산수유기 9편을 번역한 것으로, 신광하의 동유기행, 송환기의동유일기, 이진택의금강산유록, 강세황의 유금강산기, 유정문의유금강록, 이병운의동유일기, 박영석의동유록일기, 임정주의동유기, 서영보의 풍악기등을 담고 있음. 이 책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박영석이동유록일기에 기근이 든 제주 백성을 위하여 자신의 재산을 나누어 구휼한 제주도의 여인 만덕(萬德, 1739-1812)을 금강산의 산영루에서 만났다며, “上山映樓見耽羅妓萬德라고 적어놓은 것임. 정조임금이 만덕의 선행을 치하코자 한양으로 불러 만덕의 소원대로 금강산유람을 주선해준 것인데도 박영석은 만덕을 기녀라 밝혔을 뿐 만덕의 덕행에 대한 언급이 단 한 마디도 없다는 것은 조선사대부들의 선민의식의 발로가 아닌가 싶음. 금강산유람록10권을 다 읽고 나서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19-20세기에 쓰인 금강산의 산수유기 상당수가 번역작업에서 제외되었다는 것임. 내가 석사논문에서 조선의 사대부들이 남긴 금강산의 산수유람 전편(?)을 목록화하여 다룬 바에 따르면, 이병렬의 금강일기, 금금원의호동서락기, 지상인의 금강록, 김인섭의범주유총석기, 유금란굴기관음사전추기, 성해응의 기관동산수, 이상수의 동행산수기, 오준선의 유금강산기, 손봉상의 금란굴기총석기11편의 번역을 다시 기다려야 하는 형편임.

*2020. 3. 11

    

1256.금강산 유람록9

*윤호진 외 7명공역/민속원 간(2019)

*이 책은 경상대학교 경남문화원연구원이 2014년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학토대연구지원사업으로 수행한 <금강산유람록 번역 및 주해> 사업의 성과물로, 조선시대 문인들이 금강산을 유람한 기록 90편을 번역하여 내놓은 총10권 중 여덟 번째에 해당되는 번역서임. 1750년부터 1775년까지 25년간의 산수유기를 담고 있는 이 책에는 조위경의 금강유산기, 유정원의 유금강산록, 황경원의 영원석기, 구룡연기, 김종정의 동정일록, 안석경의 동행기, 이도현의유금강산기, 남한조의 금강산소기, 팔경소기, 안경점의 유금강록과 이종욱의 동유기11편의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금강산 산수유기가 실려 있음. 유정원은 그의 산수유기에서유금강산록에서 유산하는 방법을 물어온 예조참판에 유산은 별다른 교묘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서 세상 사람들이 모두 행하는 것이고 함께 보는 곳이면 스스로 초연하여 홀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있을 것입니다. 반드시 지극히 궁벽하고 괴이한 곳을 다 보고 난 후에 뛰어나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산을 유람하는 것은 그런 것은 아닙니다라고 적고 있음. 이 글로 보아 금강산의 정상인 비로봉도 오르기가 힘들어 궁벽하고 괴이한 곳으로 인식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은 금강산 유람자 중 비로봉을 오른 사람은 30%에 못 미치기 때문임. 이종욱의동유기에 금강산에 대해 우리나라 백두대간이 뻗어 내린 곳이다.” 라고 번역되어 있는 것을 보고 조선시대 산수유기에서 백두대간이라는 명칭이 유일하게 쓰인 산수유기가 싶어 확인한 결과 吾邦之大幹龍也大幹백두대간으로 의역한 것이지, 이종욱이 백두대간이라고 쓴 것은 아니었음. 내가 이 문제를 짚어보는 것은 내 석사학위논문에서 백두대간이라는 이름을 쓴 산수유기는 없다고 밝힌바 있어서임.

*2020. 3. 9

    

 

1255.금강산 유람록8

*윤호진 외 7명공역/민속원 간(2019)

*이 책은 경상대학교 경남문화원연구원이 2014년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학토대연구지원사업으로 수행한 <금강산유람록 번역 및 주해> 사업의 성과물임. 조선시대 문인들이 금강산을 유람한 기록 90편을 번역하여 내놓은 총10권 중 여덟 번째로 출간된 이 책은 18세기 초반 및 중반에 걸친 금강산산수유기 7편의 번역서로, 어유봉의 재유금강내외산기, 채지홍의 동정기, 이철보의 동유록, 정기안의 유풍악록, 안석경의 동유기, 오재순의 해산일기, 김귀주의 동유기등을 실고 있음. 조선사대부들의 이런 유람록이 가치를 갖는 또 하나의 이유는 성리학에 매몰된 사대부들의 고담준론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여행 중 보고 들은 바에 대한 솔직한 느낌을 전해들을 수 있다는 것임. 채지홍은동정기에서 낙산의 낙산사를 찾아가 의상대사가 손수 심었다고 전해진 배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적고 있는데, 새겨들을 만하다는 생각임. 세조가 순행할 때 이 절의 승려가 동궁에게 배를 따서 바쳤는데 이것이 관례가 되어 산불로 소실된 후 다시 심은 배나무가 신통치 않아 가지가 겨우 한 움큼 밖에 안 되는 데도 계속 공납을 해야 해 앞으로 그 나무를 보호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전하면서 채지홍은 한때의 헌폭(獻曝)이 백년이 지나 폐단이 되었다며 명분 없이 바치는 것은 옛 사람들이 의당 경했던 바라고 적고 있는 것이 그 좋은 예라 하겠음.

*2020. 3. 8

 

 

1254.하이에크, 자유의 길

*민경국 저/한울아카데미 간(2007)

*“국가가 지상지옥이 된 것은 항상 국가를 지상천국으로 만들려하기 때문이다라는 휠덜린의 한 마디가 국가주도의 사회주의의 위험성을 명징하게 그려내고 있듯이, 하이에크는 그의 저서 노예의 길을 통해 사회주의는 노예가 되는 첩경임을 일깨워주어 고마워하고 있음. “자유주의는 경쟁이 대개의 경우 알려진 방법 중에 가장 효율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더 크게는 권력의 강제적이고도 자의적인 간섭 없이도 우리의 행위들이 서로 조정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경쟁을 우월한 방법으로 간주한다고 갈파한 하이에크의 일생과 학문적 업적을 조명한 민경국의 하이에크, 자유의 길을 읽고 나자 하이에크야말로 우리나라 현 집권층이 소홀히 다루는 자유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음. 저자는 하이에크가 자유사회를 위해 남긴 유산을 다음 네가지로 분류해 상론했는데, 그 첫째가 자생적 질서이론이고, 다음이 지식의 한계에 관한 이론이며, 그 다음이 법치주의 이론이고, 그 마지막이 문화적 진화론임. 하이에크는 자생적 질서를 발견한 공을 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흄, 애덤 퍼거슨 등이 확립한 스크틀랜드 계몽주의자들에 돌린데 반해, 데카르트, 홉스, 루소, 밴담, 케인즈, 롤즈로 이어지는 프랑스계몽주의자들을 파시즘과 니치즘, 그리고 사회주의를 출산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비판했음. 이 책은 자유사회를 위한 하이;에크의 유산’, ‘하이에크의 자유주의 사상과 진화적 인식론의 기반’, ‘하이에크의 자유주의 사상과 자생적 질서이론’, ‘하이에크의 자유주의 사상과 법과 제도의 진화’, ‘하이에크의 자유주의 사상과 자유론’, ‘하이에크의 자유주의 사상과 법의 지배이론’, ‘하이에크의 자유를 위한 헌법주의’, ‘하이에크의 자유주의 사상이 주는 교훈등 총8장으로 그 내용이 구성되어 있음.

*2020. 3. 5

 

 

1253.최부 표해록 역주

*최부 저/박원효 역/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 간(2016)

*6년 전 박이정에서 출간한 윤치부 주해의 주해 표해록을 읽은 바 있고, 얼마 전 이 책의 역자인 박원효교수의 최부 표해록 연구도 일독해, 이 책의 내용이 새롭지는 않았음. 이 책을 굳이 사서 읽게 된 것은 윤치부 주해의 주해 표해록이 최부의 한문본錦南漂海錄을 완역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임. 최근 박원효교수의 최부 표해록 연구를 읽고 나자 완역본을 읽고자 하는 마음이 더욱 동해 박원효교수가 번역하고 주해한 이 책을 사서 읽게 되었음. 성종18년인 1487년 제주추쇄경차관으로 부임한 원저자 최부는 제주에서 이듬해 정월 부친상을 듣고 도해하다가 중국 태주부 임해현계의 우두외양에 표착해 그해 7월 환국하기까지의 전말을 성종의 명을 받고 표해록을 저술했는데, 이 책 또한 다른 고문본과 같이 여러 개의 판본이 전해지고 있음. 이 책은 조선시대에 간행된 최부의 표해록판본 6종 중에서 동양문고본을 저본으로 했다고 역자는 밝혔음. 군주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한 것이 조금 지나치다 싶은 부분은 이 책이 성종의 명을 받아 저술된 책이어서가 아니가 싶기도 함. 흥미로운 부분은 최부가 소흥부에 도착해 만난 명의 파총관에게 조선의 산천을 설명하면서 백두산에 대해 장백산은 동북방에 있는데 백두산이라고도 합니. 가로는 천여리로 뻗쳐 있고, 높이는 200여리 되는데 그 산꼭대기에 못이 있어 둘레가 80여리 됩니다. 동쪽으로 흘러서 두만강(豆滿江)이 되고, 남쪽으로 흘러서 압록강(鴨綠江)이 되고 동북으로 흘러서 속평강( 速平江)이 되고, 서북으로 흘러서 송화강(松花江)이 되는데 송화강 하류가 곧 혼돈강(混同江)입니다.” 라고 상세하게 언급한 것임. 백두산이 조선의 영토가 된 것은 세종 때인 15세기 전반기인데 추쇄경차관인 최부가 이토록 자세히 안다는 것은 당대의 조선의 사대부들에 백두산이 널리 알려져서가 아닌가 함.

*2020. 3. 3

 

    

1252.미학이론

*T. W. 아드르노 저/홍승용 역/문학과지성사 간(2017)

*진작 읽었어야 할 책을 뒤늦게 읽었는데도 70세를 넘긴 나의 지식과 경험이 무색하다 할 만큼 이 책의 내용이 잘 이해가지 않아 무력감이 느껴졌음. 이 책의 저자 T. W. 아드르노는 방송대 국문과 수업시간에 한 번 접했던 비평가로 새로운 얼굴이 아닌데도 낯설게만 느껴지는 것은 그의 이론이 난해하기 때문일 것임. 저자 아드르노(1903-1969)는 독일 출신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이면서 예술이론가로 프랑크푸루트학파의 중심인물로 알려졌음. 현상학, 실존철학, 신실증주의 및 경직화된 마르크스주의와 날카롭게 맞서면서 관리되는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들을 규명하고 극복하고자 하였으며, 휴머니즘과 이성적 사회 건설을 부르짖은 1960년대 독일학생운동에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음. “예술에 관한 한 이제는 아무것도 자명한 것이 없다는 사실이 자명해졌다.” 면서 예술의 자명성 상실을 첫 화두로 뽑은 이 책은 예술, 사회, 미학’, ‘상황’, ‘, , 기술의 카테고리’, ‘자연미’, ‘예술미 ; <현상>, 정신화, 직관’, ‘가상과 표현’, ‘수수께끼적 성격, 진리 내용, 형이상학’, ‘일관성과 의미’, ‘주체와 객체’, ‘에술 작품의 이론’, ‘보편과 특수’, ‘사회12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음. 저자는 이 책에서 예술작품은 개념적이지도 않고 판단을 하지도 않지만 논리적이다. 예술작품은 언제나 논증적 사유의 기준에는 어긋나고 말지만, 만일 예술작품의 내재적 논리성이 논증적 사유에 전혀 따르지 않는다면 작품에서 수수께끼 같은 용인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라면서 일관성과 의미라는 차원에서 에술작품의 논리성을 강조한 것이 이채롭다 싶었음.

*2020. 2, 25일 

   

 

 

1251.금강산유람록

*윤호진 외 7명공역/민속원 간(2019)

*이 책은 경상대학교 경남문화원연구원이 2014년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학토대연구지원사업으로 수행한 <금강산유람록 번역 및 주해> 사업의 성과물임. 조선시대 문인들이 금강산을 유람한 기록 90편을 번역하여 내놓은 총10권 중 일곱 번째로 출간된 이 책은 1715년 이후로 추정되는 식산 이만부의금강산기부터 1733년에 오른 어유봉의 유금강산기에 이르기까지 총9편의 금강산산수유기의 번역문과 원문을 실고 있는바, 이만부의 금강산기,금강산총기,우서금강산기후, 송상윤의 유금강산일기, 오원의유풍악일기, 정식의 관동록, 유경시의 유금강산록, 김도수의 풍악일기와 어유봉의 유금강산기등이 그것들임. 이 책을 읽고 감탄한 것은 식산 이만부(李萬敷, 1664-1732)의 상세한 금강산의 승경 묘사임. 이 책37-38페이지에 실린 것과 같이, 식산 이만부를 금강산의 여러 봉우리를 보고, “총괄하여 보면 봉우리는 앞에 있는 것, 뒤에 있는 것, 나아가는 것, 물러서는 것, 바르고 곧은 것, 옆으로 기울어진 것, 교묘한 것, 중후한 것, 웅크려 앉은 것, 빼어나게 솟은 것, 높고 험한 것, 깨끗하고 아름다워 은혜로운 것, 유순하면서도 아름다운 것, 부드럽고 얌전하면서 우아한 것, 기이하며 스스로 기뻐하는 것, 우뚝 솟아 거만하게 보이는 것, 솟구쳐 떠나려는 듯한 것, 정신없이 돌아보며 놀라는 듯한 것, 휘어 퍼지지 않아 근심하는 듯한 것, 개탄하며 탄식하는 것 등이 있다.”라고 자세하게 묘사했음. 한문으로도 이토록 상세하게 비유함으로써 분류가 자세할 수 있음을 이 글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어 놀랐음.

*2020. 2. 22

 

 

 

1249.기억의 공간

*알라이다 아스만 저/변학수, 채연숙 공역/그린비 간(2018)

*‘문화적 기억의 형식과 변천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의 저자 알라이다 아스만은 독일에서 영문학과 이집트학을 전공한 교수로 독일의 콘스탄츠대학 영어영문학부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함. 1990년대부터 문화인류학과 문화적 기억, 기억과 망각에 대해 주로 연구하고 있으며, 이 책 외에도 과거의 긴 그림자, 문화학입문, 기억 속의 역사등이 있음. “기억과 망각을 통해 얽힌 문화적 정체성의 근간을 해부한 현대 문화연구 기억이론의 이론적 결정판으로 표4에 소개된 이 책은 총3부로 구성되어 있음. 1기능기술과 활력으로서의 기억’, ‘추모의 세속화’, ‘세익스피어 사극에 나타난 기억투쟁’, ‘워즈워스와 시대의 상혼’, ‘기억의 상자’, ‘기능기억과 저장기억6장으로 되어 있고, 2매체기억의 메타포’, ‘문자’, ‘그림’, ‘’, ‘장소5장으로 되어 있으며, 3저장소기록물 보관소’, ‘보존, 몰락, 잔재’, ‘망각의 휴한지에서의 기억’, ‘고통의 유물로서의 기억’, ‘기록물보관소로서의 저편5장으로 되어 있음. 저자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자기해체가 아니라 첨예한 기억의 문제라면서 그 예로 홀로코스트 사건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퇴색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더 가까워지고 생생해지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음. 이 책에서 흥미를 가지고 읽은 것은 기억을 기능기억과 정장기억으로 이분하여 설명한 것임. 저자는 기억과 역사를 양극으로 보느냐 동일시하느냐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은 활성적 기억과 비활성적 기억의 관계를 회상기억의 두 가지 형태로 파악했음. 활성적 기억을 기능기억으로 명명하면서 기능기억의 주요한 특징으로 집단 관련성, 선택, 관련가치, 목적의식 등을 들었음. 역사와 학문들은 활성적 기억에 비하면 이차적 질서의 기억, 즉 현재와의; 활성적 관계를 상실한 비활성적 기억을 기록한 기억들의 기억을 저장기억이라 명명했음.

*2020. 2. 18

 

1248. 20세기의 사상지도

*임상훈 외 12인 저 /부키 간(2017)

*막연하고 난해한 현대철학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내게도 절실한 문제여서 현대문학 강의 시간에 교수님께 여쭤봤던 주제였음. 이 시간에 소개받은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것은 어느 사상가의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에서 해당 사상가에 관한 글을 먼저 읽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는 것이었음. 현대 철학의 거장들이 천착한 언어, 도구, 정치, 윤리의 4가지 키워드에 따라 20세기 사상가들을 재배열해 만난다면 보다 체계적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보임. 인식과 관념을 다루는 호모 로궨스영역에서는 분석철학의 비트겐슈타인을, 생의 철학자 베르그송을, 노동과 여가를 이야기하는 호모 파베르영역에서는 현대 컴퓨터의 선구자 튜링과 아우라의 붕괴를 외친 벤야민을 만날 수 있을 것이고, 주제와 사회를 조명하는 호모 폴리티쿠스영역에서는 실존주의 철학자 샤르트르와 광기의 철학자 푸코가 기다리고 욕망의 꽃, 윤리를 말하는 호모 에티쿠스영역에서는 차이와 생성의 철학자 들뢰즈와 해체론의 데리다가 말을 건넨다고 이 책은 표4에 적고 있음. 19세기에 활동해 20세기 철학자나 사상가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니체,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페르디낭 드 소쉬르를 먼저 일별하고 후썰을 비롯한 23명의 20세기 사상가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세상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길이라고 믿고 있는 나로서는 대안연구공동체에서 기획한 이 책은 매우 유용한 저술이었음. 다만 너무 많은 사상가들을 다루는 바람에 지면이 부족해 소개글이 너무 간략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임.

*2020. 2. 14

 

 

1247.금강산유람록6

*윤호진 외7명 공역/민속원 간(2019)

*경상대학교 경남문화원의 <금강산유람록 번역 및 주해> 사업의 일환으로 출간된 이 책은 1709년부터 1714년 기간 중에 금강산을 유람하고 남긴 산수유기의 모음집으로, 김유의 유풍악기, 이의현의 유금강산기, 법종의 유금강록, 김창집의 동유기, 심육의 풍악록, 이덕수의 풍악유기, 이하곤의 동유록7편이 실려 있음. 김유(金楺, 1653-1719)170940여일간 금강산과 설악산, 동해안을 유람하고 유풍악기를 남겼는데, 흥미로운 것은 아들을 데리고 갔다는 것임. 그의 산수유기에는 조선사대부들의 산수유람관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 있는 바, “주자 또한 축융봉에서 바람을 쐬고서 편지에 그 심정을 드러내면서 또한 산수의 흥을 잊어서는 안 되지만, 이것이 어찌 경물에 부림을 당한 것이랴?”는 주자의 말씀을 전하면서 균형 잡힌 산수유람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임. 이의현(李宜顯, 1669-1745)유금강산기에서 금강산의 비경을 지리산이나 한라산과 비교하여 평가한 것이 특이한데, “넓고 크며 광대하고 고원한 형체는 비록 지리산, 한라산 등의 산에 미치지 못하나 천지의 깨끗하고 맑은 기운을 홀로 받아 순수하게 한 점의 띠끌도 없는 점에서는 마땅히 이 산과 겨를 것이 없을 것이다라면서 금강산을 평가했음. 법종(법종, 1670-1733)유금강록에 고려 태조가 금강산에 들어갈 때 마도피에서 칼을 갈고 단발령에서 머리를 깎았다고 기록한 덕분에 단발령의 유래를 알게 되었음.

*2020. 2. 13

 

 

1246.금강산유람록5

*윤호진 외7명 공역/민속원 간

*여정이 길고 유람록의 분량도 적지 않은 4명의 조선중기 사대부들의 금강산 산수유기를 모아 역주한 이 책 또한 경상대학교 경남문화연구원의 역작임. 이 책에 실린 산수유기는 이세구의 동유록, 이서의 동유록, 김창석의 금강일기와 이시선의 관동록 등 모두 4편임. 내가 이세구의 동유록에 주목하는 것은 이세구(李世龜, 1640-1700)가 동행 없이 혼자서 여행했다는 것임. 백사 이항복의 증손으로 박세채, 윤증, 남구만, 최석정 등 소론의 학자들과 교류를 가졌던 이세구가 경학, 에설, 역사에 조예가 깊어 대학물격설에 있어 이이와 이황의 해석이 모두 정주의 설과 다르다고 반박도 하는 등 학문에서 독자적 행보를 보이는 등 학문에서 홀로 서기에 노력했기에 169192-108일 동안 금강산 등 관동지방 4군을 동행 없이 유람할 수 있었다는 생각임. 통천의 중요한 나루인 고미탄에서 경상도와 함경도의 상선이 모두 이 나루에 와서 정박하고 생선과 재화를 거래했다는 글을 보고 전라도 사람들이 평안도사람들과의 교류도 바닷길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음. 김창석(金昌錫, 1652-1720)은 그의 산수유기 금강일기에서 비로봉보다 조금 낮은 망고대에 오르는 중 한숨 쉬며 옛날 한창려가 화산(華山)의 정상에서 통곡하며 손가락을 깨물고 맹세했는데 이것은 후인들을 경계하는 법도가 될 만하다. 내가 하필 위험한 곳에 올라 한창려가 손가락을 깨물었던 후회를 남기랴?”는 말을 남기고 마침내 다시 내려가 골짜기를 나갔다고 적고 있는데, 이 글에서 조선 문인들의 도전정신이 결여된 등산관을 읽을 수 있었음. 성호 이익의 이복형인 이서(李漵, 1662-1723)동유록은 거의 다가 한시로 채워져 정보를 취할 만한 것이 적은 편이며, 이시선(이시선, 1625-1715)관동록은 비교적 짧은 글로 아들 및 종손과 동행했다는 것이 특이함.

*2020. 2. 11일     

 

 

1245.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사진의 작은 역사 외

*발터 벤야민 저/최성만 역/도서출판 길 간(2018)

*2007년에 발간된 이 책이 2018년에 14쇄의 출판성과를 낸 것은 벤야민의 명성과 콘텐츠의 내실함에 있다고 하겠음. 저자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은 독일출신의 유대계 언어철학자로 좌파지식인으로서 한때 20세기 독일어권 최고의 비평가로 자처하기도 했다고 함. 파시즘의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한 유럽에서 스스로 좌파아웃사이더로 이해한 벤야민이 택한 길은 교조적마르크스주의에 거리를 두고 유대신학적 사유와 유물론적 사유, 신비주의와 계몽적 사유사이의 미묘한 긴장을 유지하면서 아방가르드적 실험정신에 바탕을 둔 글쓰기를 통해 현대의 변화된 조건 속에서 지식인 역할에 대해 성찰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었다고 역자는 저자소개의 글을 덧붙였음. 이 책은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2, 3)’, ‘사진의 작은 역사’,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관련노트’, ‘러시아영화예술의 상황에 대하여’, ‘오스카 슈버츠에 대한 반박’, ‘채플린’, ‘채플린을 회고하며’, ‘미키마우스에 대하여’, ‘연극과 방송’, ‘서평 지젤포인트의 19세기 프랑스에서의 사진-사회학적 미학적 에세이파리편지II’ 등의 소제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2, 3)’이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 하겠음. 이 책의 해제로 쓰인 역자 최성만의 현대매체미학의 선구자, 발터 벤야민의 소고도 읽어볼만하다는 생각임. 예술작품의 가치를 제의가치와 전시가치로 분류한 저자는 기술복제시대에 돌입하여 중요해진 것은 전시가치이나 사진에서 얼굴사진이나 회화에서 초상화처럼 제의 가치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분석은 매우 흥미로웠음. 이 책에 자주 나오는 아우라(aura)는 독특한 분위기라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음.

*2020. 2. 9

 

 

1244.산업혁명으로 세계사를 읽다

*김명자 저/까치 간(2019)

*화학자이자 행정가였던 저자를 책으로 만난 것은 2009년 로버트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를 번역한 역서가 처음임. 뒤이어 현 정권이 탈원전이라는 무지한 정책을 밀고나가기 훨씬 전인 2011년에 저자의 역저인원자력 딜레마를 통해 원자력에 대한 저자의 균형 잡힌 글을 읽고 나서 과연 환경부장관을 역임한 분답다 했었음.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산업혁명에서의 기술혁신을 개관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다음 5가지가 메시지를 독자들에 분명하게 전해주고자 했음. 첫째, 근대사에서 산업혁명에 앞장선 나라가 세계사의 주역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의 개방과 혁신은 불가결의 요소였다는 것, 둘째로 혁신이 최고의 가치가 되는 분야가 바로 과학기술이고 과학기술의 혁신이 국가 경제와 사회발전의 동력이 되었다는 것, 셋째 산업혁명기에는 지 차수가 높아질수록 국가간이나 개인 간의 빈부격차가 벌어져서 이를 적절히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 국제적 사회적 갈등과 분열이 심화된다는 것, 넷째 날이 갈수록 융합에 의한 혁신이 대세를 이루며 상식적인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 다섯째 핵심기술간의 융합으로 새로운 기술이 창출되는 것에서 나아가 과학기술과 다른 분야 사이의 융합이 중요해진다는 것 등 이 이 책의 중요한 메시지임. 또 하나 특기할 것은 2016년 세계경제포럼은 교육의 새로운 비전을 발표하면서, 21세기의 교육혁신에서는 맥락적 지능, 정서적 지능, 영감적 지능과 신체적 지능 등 인간의 4가지 지능이 조화를 이루는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한 것임.

*2020. 2. 8일   

 

 

1243.율곡이이 평전

*한영우 간/민음사 간(2013)

*조선중기 최고의 경세가이자 위대한 스승인 율곡(栗谷) 이이(李珥, 1536-1584))선생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분의 생애나 학문적 업적 및 경세에 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어 부끄러워하던 차에 한영우교수의 이 책을 접하게 되어 매우 기뻤음. 내 고향 파주의 자운산에 묻힌 선생은 나중에 파주의 5인방으로 불리기도 한 정철, 심의겸, 성혼, 송익필과 더불어 서인의 핵심세력이 되었음. 이 책의 저자는 율곡 이이선생의 학문이 조선 후기 3백년간 지도적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좋은 천품을 타고난 것보다 선생이 자라면서 체험한 가정환경과 당대인 16세기 중엽의 사회환경에서 받은 영향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보았음. 율곡이 선택한 개혁은 미눙의 물리적 힘으로 해결하려는 혁명의 길이 아니고 위로부터의 점진적이고 온건한 개혁이었는데, 이러한 개혁에 심정적으로는 동조하면서도 과단성 부족으로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선조임금과의 갈등으로 자주 조정에서 물러나 은거생활을 하였음. 율곡선생이 주창한 이기이원적일원론(理氣二元的一元論)은 결과적으로 선악이분론의 극복을 의미하며 성선설을 더욱 강조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보편적 사랑과 신뢰를 높여 놓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음. ‘치열한 정열을 지닌 개혁가’, ‘용이 나타난 아이, 일곱 번 장원 급제하다’, ‘왕도정치를 꿈꾸며 경장을 주도하다’, ‘동서분단의 소용돌이 가운데 서다’, ‘중쇠기의 위험을 경고하며 점진적 개혁을 제시하다’, ‘선비 사회의 추앙을 바다’, ‘토붕와해의 위기를 벗어날 길은 경장뿐이다’, ‘민생을 살피는 현실적 향약을 시행하다’, ‘사랑과 포용의 철학’, ‘참교육을 실천한 스승다시 보는 율곡등 총11개장으로 구성된 이 책을 통해 율곡 이이선생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음을 저자에 감사함.

*2020. 2. 6

 

1242.국역 운곡시사

*원천석 저/운곡학회 교열/운곡학회 간(2008)

*개성에서 태어나 춘천향교에서 공부한 운곡(耘谷) 원천석(元天錫, 1330-미상)선생은 국자진사에 합격하였으나, 고려 말의 부패하고 혼란한 사회를 규탄하여 부귀영화를 버리고 초야에서 농사를 지어 부모를 봉양하고 청고한 생활을 한 선비임. 우주의 삼라만상을 주제로 하는 수많은 시와 글은 물론 불의를 자행하고 역사를 날조하는 권력자들을 사정없이 질타하는 시와 글을 남겼다고 이 책을 교열한 강원대의 원영환교수는 전하고 있음. 내가 선생을 기억하는 것은 고등학교에서 당시 교과서에 실린 선생의 시조 흥망이 유수하니 만월대도 추초로다/오백년 왕업이 목적에 부쳐시니/석양에 지나는 객이 눈물겨워 하노라를 배운 덕분임. 1392년 조선이 세워진 직후에 고려 왕조를 회고하며 지은 것으로 고려왕조에 대한 충의와 절개가 읽혀지는 이 시조 외에 다른 작품을 읽지 못했기에, 이번에 이 책을 읽고 나서 선생의 문인으로서의 자질에 새삼 몰랐음. 이 책을 읽고 나서 조선왕조에서 기휘(忌諱)되어 숨겨진 선생의 작품들이 1603년 강원도관찰사 박동량이운곡시사(耘谷詩史)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음. 최영장군이 사형당했다는 말을 듣고 탄식한 선생의 한시 문도통사최공피형우탄(聞都統使崔公被刑寓歎)가 당대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증언이 될 수 있다면, 비 내리는 밤을 읊은 야우(夜雨)는 오롯한 서정시로 사람 그림자는 등불그림자에 기대고/ 벌레소리는 비 소리와 함께 들리네라고 을노래한 선생의 마음이 내게도 전해지는 듯했음.

*2020. 2. 3

 

 

1246. 한국사람 만들기II

*함재봉 저/아산서원 간(2018)

*한국사람 만들기I이 구한말의 쇄국정책고수파인 친중위정척사파를 소개한 책이라면, 한국사람 만들기II 는 친일개화파를 주제로 풀어나간 책이라 하겠음. 주지하다시피 조선은 근대문명을 일본으로부터 배워왔고, 그 주체는 친일개화파였음. 친중위정척사파와 흥선대원군, 그리고 조선의 왕실 모두 근대문명을 금수와 같은 서양오랑캐의 것으로 치부했기에 서양의 근대문명에 대해 그 내용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으나, 조선의 친일개화파가 일본으로부터 근대산업, 군사, 교육과 법을 배웠으며, 이에 더하여 독립이라는 개념을 배운 것은 특기할 만한 일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연 에토 막부가 종언을 고하게 된 것은 불과 한 세대 만에 봉건국가에서 근대국가로 변화시킨 메이지유신의 성공덕분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임. 일본이나 조선 모두 개화 초기에 외국의 힘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었으며, 수구파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는데, 그 주동세력은 조선에서는 친청위정척사파였고, 일본에서는 존왕양이파였음. 조선의 친청위정척사파가 일본의 존왕양이파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친청위정척사파는 끝끝내 쇄국을 고집했으나, 존왕양이파는 이내 개국주의자로 변신했다는 것임.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었는데 그 하나는 일본의 메이지유신과 메이지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이고 또 하나는 조선의 개국 및 친일개화파의 활동임. 쇄국정책에도 불구하고 당시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던 변화를 감지하고 일본어를 배우고 개화정책을 추구한 친일개화파가 다름아닌 북학파의 후예들이었다는 것은 흥미로웠음. 이 책에서 언급된 것은 아니나 안동김씨는 천주교에 호의적이었으나 풍양조씨는 부정적이어서 천주교탄압에 나섰다는 것도 기억할 만한 일이라 하겠음. 글자가 너무 작아 읽어나가기에 많이 힘들었다는 것이 불만이라면 불만임. 일본의 근대사가 상세히 소개되어 조선의 근대사와 비교해 이해할 수 있어 좋았음.

*2020. 1. 21

    

 

1245. 세종평전

*한영우 저/경세원 간(2019)

*요즘 국내의 역사서를 읽기가 겁나는 것은 젊은 역사학자들이 저술한 대부분의 역사서가 민중사관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임. 내가 세종평전을 주저하지않고 사 본 것은 이 책의 저자가 민중사관에 빠지지 않고 바로 글을 써왔다고 믿어온 역사학자이어서임. 조선의 4대임금 세종(李祹, 1398-1450)은 누가 뭐라 해도 우리 역사 최고의 성군이라 칭해도 마땅한 것은 무지몽매한 백성들을 일깨워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고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훈민정음을 창제한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임. 세종대왕은 비굴한 사대주의자도 아니고 배타적 민족주의자도 아니며, 국제주의와 민족주의를 배합시킨 그 중간에 그의 정체성이 있다고 본 저자 한영우교수는 세종을 단순히 성군으로 추앙하지 않고 그의 이상주의적인 면과 현실주의적인 면을 모두 밝혀내 세종의 위대함을 제대로 평가했다는 생각임. 양녕세자가 폐위되고 1418년 즉위된 후 세종32년인 1450년에 54세로 붕어하기까지 편년체로 쓴 이 책을 통해 세종의 애민정신을 읽으면서 오늘의 대통령들과 너무 대비되어 씁쓸함이 느껴졌음. 이 책을 읽고 새삼 알게 된 것은 세종이 명나라와 우호관계를 맺지 않았다면 4군과 6진의 개척이 불가능 했을 것이라는 사실임. 세종은 고려 때 윤관이 개척했던 9성 가운데 공험진의 선춘령에 세운 비석이 두만강 이북 700리에 있었다고 확신하고 명나라에 이 사실을 집요하게 설득하면서 두만강 연안의 여진족을 압박하여 6진을 개척했는데, 이는 명이 여진편을 들지 않고 조선편을 들어 가능했다는 것임. 이 책에서는 세종의 노비에 대한 휴머니즘과 그에 따른 정책과 법규가 자세히 실려 있는데, 이영훈 교수의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와 다른 내용이 많아 다시 한 번 자세히 읽어볼 뜻임.

*2020. 1. 18

 

 

1244. 금강산유람록4

*김창협 외 7명 저/윤호진 외 7명 공역/민속원 간(2019)

*이 책은 역자들이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학토대연구지원사업으로 수행한 <금강산유람록 번역과 주해 사업>의 성과물임. 8명의 번역자가 모두 국립경상대학교의 교수들이어서 더욱 신뢰가 가는데, 이는 지리산의 산수유기를 거의 다 번역해낸 바 있어서임. 10권의 <금강산유람록> 1-3권은 2016년에 발간되어 이미 사서 읽었고, 나머지 4-10권이 작년에 모두 발간되어 이 책 4권부터 읽어내려 갈 뜻임. 이 책<금강산유람록4>16718월 금강산을 유람한 농암 김창협의동유기부터 17514월 금강산을 찾은 치재 김상직의 동유기까지 모두 9편에 80년간의 금강산 변천을 담았음. 이천상의 관동록, 혼대귀의 유풍악기, 풍악기보유, 김수증의 풍악일기, 임홍량의 관동기행, 이동표의 유금강산록과 조정만의 유금강산소기7편이 함께 실려 있는데, 화천에 곡운구곡을 경영한 김수증의 유람록을 읽을 수 있어 기뻤음. 특기할 만한 것은 회양부사 석문(石門) 임규(任奎, 1620-1687)가 금강산을 유람하는 김창협에 정상인 비로봉을 올라가지 말라며 말리는 말로, 김창협의동유기에 실린 그 전문은 아래와 같음. “망고대와 비로봉은 모두 너무 위험하고 부모님의 경계도 있으니 가서는 안 되네. 또 사람의 시력에는 한계가 있어 비로봉에 오른다 해도 멀리 볼 수 없고, 아무 곳, 아무 산이라는 명칭은 다만 승려의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에 의지할 뿐이네. 그러니 비로봉에 오를 필요가 없고, 승려의 손가락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네. 나는 이런 이유로 일찍부터 당귀채(當歸菜)를 즐기고 비로봉에 오르는 사람은 모두 세상에서 이름 얻기를 좋아하는 선비라고 생각한다네.” 조선사대부들의 등산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 생각되어 여기에 옮긴 것임.

*2020. 1. 17

    

  

1243. 아리랑 자료집II

*박민일 편저/강원대출판부 간(1993)

*이 책의 편저자는 내가 박사과장을 밝고 있는 강원대의 국어교육과 교수였던 분이어서 친근감을 갖고 이 책을 읽어 내려갔음. 아리랑 자료집이 I권과 II권으로 출간되었으나 내가 확보한 것은 II권뿐임. 아리랑자료집 I정선아리랑’, ‘북한 속의 아리랑’, ‘일본속의 아리랑’, ‘중국속의 아리랑’, ‘소련속의 아리랑’[, ‘문학아리랑’, ‘음악 아리;’, ‘영화아리랑등 총8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II권인 이 책은 연극아리랑’, ‘무용아리랑’, ‘미술아리랑’, ‘스포츠 속의 아리랑’, ‘책속의 아리랑’, ‘신문, 잡지 속의 아리랑’, ‘TV, Radio 속의 아리랑’, ‘생활 속의 아리랑’, ‘아리랑 대본등 총 9장으로 엮여졌음. 신문 및 잡지의 기사와 광고, 영화의 포스터 광고물 등 상당한 양의 신문 및 잡지 게재물이 이 책에 실려 있어 편저자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음. 아리랑의 버전이 이렇게 다양한가를 미처 알지 못한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우리 민족은 여기저기서 아리랑을 만날 수밖에 없었을 만큼 한스러운 삶을 살아왔다는 것과 이를 극복치 않고는 우리 민족의 웅비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임. 이 책의 말미에 실린 유현종 작/ 김지일 각색/ 손진책 연출동아일보 70주년기념 창극 아리랑”(1990) 의 연극대본을 읽고 나서도 같이 느낀 것은 아리랑에 빠져들 것이 아니라 아리랑을 목이 메여 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더 이상 만들지 말고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었음.

*2020. 1. 12

 

 

1242. 동아시아 구비서사시의 양상과 변천

*조동일 저/문학과지성사 간(1997)

*저자의 저서는 한국문학통사 전6권외에도 여러 권을 읽어온 터라 이 책이 낯설지 않았음. 방송대에서 구비문학을 수강했고 나름 관련 저서 몇 권을 찾아 읽어봤지만, 이 책처럼 전세계의 구비서사시를 대상으로 연구한 사례를 보지 못했기에, 저자의 이 책을 읽고 놀랐음. 4에서 언급된 대로 이 책은 제주도에서 시작해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동아시아로, 동아시아에서 주변의 아시아로, 아시아에서 세계전체로 나아가면서, 서사시가 형성되고 변천된 과정을 밝힌 긴 여정으로 이루어졌음. 덕분에 유럽문명권의 기록서사시를 전범으로 삼아 다른 모든 곳의 서사시를 함부로 재단해온 기존 학계의 관행을 깨고, 서사시의 본질과 역사를 새롭게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실제로 작업을 해와, 그 결과를 이 책으로 제시할 수 있게 된 것은 저자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대학원생들이 이루어 낸 쾌거라 아니할 수 없음. 이 책의 시작하는 말에서 구비문학의 위계를 분명히 했는데, 서사문학-서사시-구비서사시-영웅서사시 등 개념적 위계를 분명히 하고 있음. 또 서사는 자아와 세계의 대결이란 점에서 교술과 다르고 작품외적 자아가 개입하는 점에서 희곡과 다르므로, 서사란 작품 외적 자아의 개입에 의해 전개되는 자아와 세계의 대결이라는 장르적 정의를 명시하였음. 이 책은 동아시아 구비서사시의 연구와 의의의 서장과 총8장으로 구성되어있으며, 각장에서 제주도’, ‘한국’, ‘아이누, 유구, 만주족, 운남민족군’, ‘중국, 일본, 월남’, ‘몽골, 티베트, 키르기스’, ‘필리핀, 타이, 타밀, 라자스탄’, ‘니양가, 하와이, 끼체, 바빌로니아’, ‘세계전체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음. 우리나라 제주도의 구비서사시가 전 세계 구비서사시의 전범이라 할 만큼 다양하다는 것도 이 책을 읽고 깨달았음.

*2020. 1. 10

 

    

1241.한국고전산문연구

*장덕순선생화갑기념 논문집간행위원회 편저/동화문화사 간(1981)

*요즘은 거의 사라진 은사의 화갑기념논문간행이지만,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그 명성을 들어와 익히 알고 있는 서울대국문과의 장덕순교수의 제자들이 선생의 화갑을 기념하고자 논문을 모아 간행한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아름다운 관행이라 아니할 수 없음. 올해 정년퇴직 하는 강원대교수분으로부터 받은 이 책은 한국고전산문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를 엮은 논문집으로 발간된 지 40년이 거의 다 지났어도 그 가치가 그대로 남아 있는 옥고들로 구성되어 있어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임. 축하의 서문은 현대소설꺼삐탄 리로 이름을 날린 전광용교수가 썼는데, 불의에 굴하지 않고 직설적이나 외유내강하며 일제말 학병을 기피하여 만주로 전전하다가 영어의 몸이 되었고 5.16당시에는 억울한 옥고를 치른 장덕순 교수가 착실한 기독교신자이며 국문학에 매진한 학자임을 찬한다는 것이 글의 요지임. 이 책은 설화론’, ‘고전소설론’[, ‘고전수필, 고전비평, 한문학산문론’, ‘고전산문과 현대산문의 관계론4장으로 되어 있으며, 이문규 교수의 심청전의 문학적 특질검토30개의 논문이 실려 있음. 이 책을 읽으며 새삼 알게 된 것은 심청전의 스토리가 경판본과 완판본이 같지 않은데, 완판본의 심봉사의 몰락을 자세히 묘사한데 반해, 경판본에서는 심청의 효가 강조됐다는 것임. 이는 한양의 독자는 성리학을 중시해 효를, 지방의 독자는 양반에 저항적이어서 몰락 양반 심봉사의 몰락을 즐겨서라는 것임.

*2020. 1. 9

 

 

1240. 최부표해록연구

*박원효 저/고려대학교출판부 간(2006)

*고려대 사학과교수인 사학자인 저자의 표해록연구는 기행문을 주제로 학위논문을 구상하고 내게 가르치는 바가 매우 큼. 조선 성종조의 문신인 최부가 부친상을 당하여 노비를 찾아내 원주인 또는 본고장으로 돌려보내는 임무를 띤 추쇄경차관(推刷敬差官)으로제주에 근무하다, 성종19(1488) 부친상을 당하여 분상(奔喪)을 하고자 서둘러 제주를 출발하였으나 불의의 풍랑을 만나 13일간의 표류 끝에 중국의 절강성해안에 표착한 후 온갖 고초를 겪은 뒤 항주로 이송되고 대운하를 거쳐 북경에 이르렀다가 요동을 경유하여 한양으로 돌아오기까지 120일이 소요됐음. 최부 일행 43명이 겪은 고초와 당대 명나라의 실정을 기록한 기행문표해록을 학문적으로 처음 연구해 논문을 쓴 학자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고 미국의 게일이라는데 놀라움과 부끄러움이 교차했음.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 중국을 이동하는 중에 수차제작법을 배워와 조선에 활용하려한 최부의 이용후생 정신도 기록할 만한 것임에도, 성종의 명을 받아 분상을 하지 못하고 표해록을 작성한 것이 불효라며 최부의 승진을 극구 반대한 조선의 중앙관료들이 참으로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음. 연산군 집정으로 김종직의 제자라는 이유로 두 번의 사화를 피해가지 못하고 끝내 처형되었다가 중종반정 후 복권되는 이야기는 저자가 사학자여서 들려줄 수 있는 후일담이지만, 저런 나라가 5백년 넘게 존속되었다는 것이 기적이다 싶기도 했음. 이 책은 최부 표해록의 연구와 번역의 회고’, ‘최부 표해록의 서지학적 연구’, ‘최부 표해록의 역사학적 연구’, ‘최부 표해록의 연구기행등 총4부와 표해록 중국지명과 중국문헌자료표해록 연구문헌 목록이 첨부된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음.

*2020. 1. 8

 

1238-1239. 중국신화전설 I, II

*위앤커 저/전인초, 김선자 공역/민음사 간(2009)

*1916년 중국사천성에서 출생한 저자 위앤커는 199820여년의 세월을 투자하여 수집한 자료를 <고적기재><민족전문>으로 분류하여 백만여자에 달하는중국신화대사전을 펴낸 최고의 중국신화연구가임. 세상의 시작인 개벽에서 시작하여 진시황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신화와 전설을 다룬 이 책은 I권의 1-5부와 II권의 6부 등 총6부로 구성되어 있음. 1부 개벽편, 2부 황염편, 3부 요순편, 4부 예우편, 5부 하은편으로 구성된 I권의 주 내용이 신화라면, 6부 주진편을 실고 있는 II권은 전설이 주를 이루고 있음. 동양적 상상력의 원천인 중국의 신화전설을 이 책을 통해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저자와 역자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음. 그리스-로마 신화에 익숙한 내게 중국의 신화와 전설은 서양 중심의 사유가 빚은 세계와 따른 또다른 세계가 우리 곁에 있음을 새삼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적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음. 이 책의 표4에서 언급됐듯이 인류는 아득한 역사의 저편, 하늘과 땅과 바다가 세계의 전부였던 시절 그 세계에 대한 강렬한 두려움과 호기심에서 수많은 신을 만들어 냈고,

신들과 인간이 어울려 이루어 내는 이야기들이 구전되면서 만들어진 것이 민족의 신화인 것임. 그리스 신화가 서양의 역사와 철학 속에 녹아 있다면 중국의 신화는 동양의 역사와 철학 속에 녹아 있는 것이기에 반드시 읽어보아야 한다는 생각임. ‘황제와 치우의 전쟁하백과 서문표는 그 내용을 알고 있어 반가웠으며, 진시황의 폭정을 질책한 만리장성과 맹녀를 읽을 때는 통쾌함도 느껴졌음. 다시 한 번 읽어볼 뜻임.

*2020. 1. 7

 

 

1238. 김기림전집5 : 소설, 희곡, 수필

*김기림 저/심설당 간(1988)

*김기림은 시인이지 소설가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에 실린 소설을 읽어보고 확인했음. 어떤 인생4편의 소설 중 어느 하나도 독자를 만족시키기에 부족하겠다 싶은 것은 스토리가 엉성해 재미가 없고 작가의 진지함이 보이지 않아서임. 이 점은 떠나가는 풍선5편의 희곡도 다를 바가 없다 하겠음. 김기림의 습작일 수 도 있는 소설과 희곡을 굳이 실은 것은 그것들이 문학성이 높아서라기보다는 전집이어서 가능한 모든 작품을 실으려 애쓴 결과일 것임. ‘생활과 파랑새37편의 시를 담고 있는 바다와 육체1948년 평범사에서 간행한 김기림의 유일한 수필집이며, 이 수필집에 실린 수필 외에 51편의 수필이 추가되어 전집5는 수필집이라 불러도 괜찮을 것 같음. 수필 생활의 바다 - 제주도해녀탐방기는 제주도의 해녀실태와 상상속의 섬이었다는 이어도(이 책에서는 이여도)가 나와 흥미로웠음. “이어도 하라 흥/이여도 하라 흥/양식싸라 섬에 가게/총각차라 물에 들게/ 이여도 하라 흥/이여도 하라 흥의 노래가 이청준에 소설 이어도를 쓸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제공했을 수 도 있었다 싶은 생각도 들었음.

*2020. 1. 6

 

    

1236. 김기림전집 3 : 문학편

*김기림 저/심설당 간(1988)

*김기림전집 3권으로 발간된 이 책은 강의서로 1946년 신문화연구소에서 발간한 문학개론19304~19505월 중 신문과 잡지에 발표된 크고 작은 논문 등을 실은 문학평론으로 구성되어 있음. 저자는 문학개론의 서문에서 문학에 대한 지식을 가진다는 것과 문학작품을 이해한다는 힘을 가진다는 것이 서로 매우 다르다면서, 그 이유로 지식과 이해가 같지 않음을 들었음. 지식이란 인식으로 어떤 객관적인 사상에 대한 구체적인 귀납과 아울러 사실을 기초한 개념적, 법칙적인 파악을 말하는 것이고, 이해란 현상이 아닌 표현을 상대하는 것으로 문학이나 예술작품이 한 표현으로서 지니고 있는 의미를 있는 그대로 충실하게 파악하는 일이라고 저자는 둘 간의 차이를 설명했음. 김기림은 저서 문학개론에서 문학의 능률적인 감상을 위해 문학사상에 대한 과학적 인식, 문학의 과학을 주장하면서, 문학의 과학이 학문적 흥미에만 머물러선 안 되고 실질적인 기능면에서 문학이 이채를 위한 보강책이 되어야 함을 말했음. 문학평론은 그 당시 신문이나 잡지에 발표된 논문과 서평 및 문학에 관련된 단평류를 실고 있음. 김학동교수는 이 책에 실린 문학평론을 유형별로 문학일반론, 작가론과 작품에 대한 단평류, 수상자 프로필과 일기첩 및 기타 등으로 분류하였음.

*2020. 1. 4

 

 

1235. 김기림전집 2 : 시론

*김기림 저/심설당 간(1988)

*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작품들이 발표된 1930년대는 날로 심해가는 일제의 정치적 공세 아래서 조선의 지식인들이 그들의 최후의 것을 잃지 않기 위하여 비통한 수세로 들어간 것을 특징으로 한 시기였다고 저자가 말하는 것은 당대의 문학이 현실의 심각한 영상이 유미적으로 항상 변신을 하고 나타난 메타포어의 문학이며, 일종의 의장된 예술주의였음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임. 1988년에 발간된 이 책은 크게 나누어 시론’, ‘시의 이해’, ‘시사론’, ‘시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부록으로 시론의 제목 대조표김기림의 시론 연보가 첨부되어 있는데, 이중 시론시의 이해는 저자가 손수 엮은 책을 그대로 옮겨 실은 것이고, ‘시사론시평은 당시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글들을 모아 새로 편성한 것이라고 전집발간을 주도한 서강대의 김학동 교수가 밝혔음. 시론(詩論)1947년 백양당에서 간행한 책으로 김기림의 대표적인 시론서이며, 오전의 시론이 실려 있으며, 시의 이해(理解)1950년 을유문화사에서 시의 이해와 감상을 위해 발간한 시론서로 과학적 시학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음. ‘시사론시평은 저자의 시론에 관한 논문으로 시학원론, 월평과 연평류드이 실려 있음. 김학동교수는 이 책 말미에 김기림의 문학활동을 통시적으로 세 단계로 나누어 기술했음. 첫째, 김기림은 초기 시론에서 낡은 인습과 전통을 부정하는 모더니스트적 태도를 보였으며, 둘째 김기림은 오전의 시론을 정립하고 나서 과학적 시학이라는 새로운 비평론을 모색했으며, 마지막으로 8.15광복 후 비평활동은 공동체의식이 후기 시론의 핵심이 되었다는 것임.

*2020. 1. 4일  

 

 

1234. 김기림전집 1:

*김기림 저/심설당 간(1988)

*한국문예사조에서 모더니즘이란 최잿, 김기림 등에 의해 소개된 영미눈학의 흄이나 리차즈 등을 중심으로 하는 주지주의 이미니즘론 등이 그 이론적 기반을 이룬다고 함. 김기림의 모더니즘론은 한국현대시에 대한 실천적인 관점에서 제기된 것으로, 그의 모더니즘 운동은 문학사적으로 두 가지의 문학적 조류에 대한 부정과 반발임이 강조되고 있음. 하나는 낭만주의 감상성에 대한 것이며, 다른 하나는 게급문학운동의 정치적 이념의 지향에 대한 것이라고 권영민은 그의 저서 한국현대문학사1에서 지적하고 있음. 이 책은 전에 발간된 시집 태양의 풍속’1939. 6), ‘기상도’(1936. 7), ‘바다와나비’(1946. 4)‘새 노래(1948. 4)’새로 찾은 시 57’(1930-1950) 으로 구성되어 있음. 이 책의 서시에 해당될 어떤 친한시의 벗에게에서 김기림이 너는 저 운문이라고하는 예복을 너무나 낡었다고 생각해본 일은 없느냐? 아모래도 그것은 벌서 우리들의 의상이 아닌 것 같다.”라고 한 것은 낭만주의나 카프문학을 모더니즘으로 극복하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판단됨. 오랜 세월 천착해온 모더니즘과 결별한 김기림의 변신은 백범 김구선생의 타계를 슬퍼하는 곡 백범선생등으로 결실된 것 같음. 해방 후의 참여시는 문학성의 저하를 불러왔다는 평도 받고 있음.

*2020. 1. 3

 

 

1233. 역주 백운소설

*이규보 저/박성규 역/보고사 간(2012)

*백운소설(白雲小說)은 이규보(李奎報, 1168~1241) 가 편찬한 시화집이라는 것이 공론이나 후대의 문인이 이규보의 문집에서 시화와 관련된 이규보의 이름으로 소개한 것이라는 반론이 있어 진위를 가리는 문제가 남아 있다고 역자 박성규는 평했음. 이어서 박성규는 백운소설(白雲小說)이 이규보의 창작경향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고, 당대에 이규보와 같은 신진문사들에 의해 새롭게 제기된 문기론(문기론)과 신의론(신의론)을 의도적으로 부각시켜 고려 중기문학의 정체성을 강조한 것을 보면 이규보의 이름으로 간행될만한 책이라고 했음. 무신의 난 발발 2년 전에 태어나 문하시랑평장사라는 자리에 올라 은퇴하기까지 무신정권 하에서 40년 가까이 공직생활을 한 이규보가 무인정치체제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비판받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나, 이규보는 기실 은밀하면서도 우회적인 방법으로 현실을 비판, 풍자하였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기에 이규보를 문순공으로 존칭해왔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인 것 같음. 31개 항목으로 구성된 이 책은 26개항목이 이규보의 문집에 실려 있는 것의 전재, 또는 그의 문학관련 내용들로 채워져 있음. 이 책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이규보의 시론에 해당되는 시구불의체(詩句不宜體)와 신의론(新意論). 시창작방법론에 해당되는 시구불의체란 시창작의 독창성을 강조한 재귀영거체(載貴盈車體), 온당한 환골탈태를 강조한 졸도이금체(拙盜易擒體), 시인의 능력이나 시 내용에 알맞은 압운자를 두는 방법을 말하고 있는 만노불승체(挽弩不勝體)와 음주과량체(飮酒過量體), 평이하면서도 적절한 시어를 구성할 것을 이야기하는 설갱도맹체(設坑導盲體), 적의한 용사법 구사의 강인종기체(强人從己體), 참신한 시어사용의 촌부회담체(村夫會談體), 소박하면서도 분수에 맞는 내용의 능범존귀체(凌犯尊貴體), 시의 간결성과 세련미를 강조한 낭유만전체(莨莠滿全體) 등을 말하는 것이고, 신의론이란 지금까지 많은 작가들이 널리 사용한 시어들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진부한 생각을 떨쳐버리고 의()를 결정짓는 기()를 바탕으로 하여 시속에 꿋꿋한 기상이 드러나게 해야 한다는 것임. 이규보가 시 내용에 대한 설의(設意)를 앞세우고, 그 내용을 말로 엮어서 하나의 완전한 시를 만들어 내는 철사(綴辭)를 강조한 것은 신의론을 중시한 때문으로 보임.

*2020. 1. 3

 

 

1232.역주 보한집

*최자 저/박성규 역/보고사 간(2012)

*보한집(補閑集)은 미수 이인로의 파한집(破閑集)을 보완하기 위하여 최자가 저술한 시화집임, 한국문학사에서 문학론을 다룬 최초의 저서인 파한집(破閑集)에서 다루지 않은 시들 중 작품성이 있다고 평가한 시를 뽑아 실었고, 파한집(破閑集)이후의 시들도 같이 다루었음. 시를 등재하고 이 시에 대한 역사와 평가를 곁들인 고려의 시화집으로는 이인로의 파한집(破閑集), 이규보의 백운소설(白雲小說)과 최자의 보한집(補閑集)을 들 수 있는데 보한집(補閑集)이 가장 늦게 저술된 것으로, 이 책에는 미수 이인로와 문순공 이규보의 작품이 같이 실려 있음. 우리나라 최초로 사학을 일으킨 문헌공 최충의 6대손인 최자(崔滋, 1188-1260)가 당대 최고권력자인 최이의 명을 받아 소략하게 이루어진 이인로의 파한집(破閑集)의 내용을 보완하기 편찬한 이 책은 상, , 하권 등 31권으로 되어 있으며, 146장 중 시평류가 107, 수필류가 39장임. 이규보의 후계자인 최자는 이인로와 거리를 두고 이규보의 지론을 계승 발전시켰다. 자기가 뜻하는 바를 은근히 나타내고자 한 이인로와 달리 최자는 주장하는 바를 당당하게 내세웠음. 이규보의 주기론을 이은 최자는 시문은 기를 으뜸으로 삼고, 기는 성에서 발하며, 뜻은 기에 의지하고, 말은 정에서 나오며, 정이 바로 그 뜻이라고 말하고, 성정론에 의한 설명을 보탰다. 그럼에도 최자는 이규보의 사회비판적 경향의 농민시를 조화를 지나치게 깨트리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보한집에 실지 않았다고 함. 글을 지을 때 남의 것을 몰래 훔쳐오고 고치고 꾸미는 것에 치우치며, 과장되고 요란스러워 절제되지 않는 것은 선비들이 범하지 않는 것들이다라고 말한 최자는 탁구(琢句)와 연의(鍊意)의 중요성을 강조했음.

*2020. 1. 3

 

 

1231.이승만의 생애와 건국비전

*유영익 저/청미디어 간(2019)

*50리만 더 북쪽 땅에서 태어났다면 김일성 일가의 공산주의 독재치하에서 평생을 보낼 뻔 했는데, 천만다행으로 38선 바로 남쪽의 파주에서 태어난 덕분에 자유와 여유를 만끽하며 살 수 있게 된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건국이념으로 하여 대한민국을 세운 이승만 대통령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내게는 작금의 이승만대통령 폄하는 역사의 왜곡임에 틀림없음. 양아들 이인수의 요청으로 이승만대통령과 관련된 자료를 정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이승만 연구에 매진해온 저자가 이 책을 쓴 것은 이승만대통령의 생애와 사상을 실증주의적 방법에 입각하여 가치중립적으로 다룸으로써 그의 공과를 객관적으로 평가받기 위해서가 아닌 가 함. 어느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어 일방적으로 찬양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에도 날조 조작하여 허위 사실을 담고 있는 관련자료를 유포하는 행위를 단죄할 수 없다는 대법원장이 건재 하는 한 이승만대통령의 공과 과가 제대로 평가받기는 어려울 것임. 1부 이승만의 생애에서는 민주 투사의 탄생’, ‘최초의 대미외교와 미국유학’, ‘열정적으로 일했던 서울YMCA1년 반’, ‘하와이에서의 굑육 선교사업’, ‘상하이 임정의 임시 대통령’, ‘동지식산회사의 파산, 제네바 모스크바의 외교행각’, ‘충칭임정 승인획득을 위한 외교 선전 활동’, ‘대한 민국 건국대통령이 되다’, 그리고 제2부에서는 이승만의 건국과 비전을 담은 이 책이야말로 오늘의 난세에 빛을 밝혀줄 수 있는 양서라는 것이 내 평가임. 저자는 이승만의 집권비결로 개인적 카리스마, 탁월한 학문적 실력, 비상한 정치자금 모금능력, 언론 및 저술활동을 통한 세계적 명성확보, 흥업구락부를 통한 국내 지지세력 확보, 1932년 이후 상하이 충칭 임시정부와의 협력관계유지, 미국인 지지세력 확보 등을 들고 있는데 이 책을 읽은 나도 같은 생.

*2020.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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