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낙남정맥 종주기

낙남정맥 종주기4(돌고지재-천왕봉-배토재)

시인마뇽 2010. 8. 2. 13:17

                                                        낙남정맥 종주기4

 

                                   *지맥구간:돌고지재-천왕봉-배토재

                                   *산행일자:2010. 7. 30일(금)

                                   *소재지 :경남하동/사천

                                   *산높이 :천왕봉602m, 옥산614m

                                   *산행코스:돌고지재-547봉-천왕봉-옥산갈림길-옥산

                                                  -옥산갈림길-배토재

                                   *산행시간:12시25분-17시51분(5시간26분)

                                   *동행 :나홀로

 

 

 

  섬진강 산줄기환주 차 낙남금오지맥종주를 마치고 나서 방송대의 1학기말 시험을 준바하느라 중단한 낙남정맥 종주산행을 쓸데없이 이런 것 저런 것들을 재면서 시험이 끝난 지 한 달이 넘도록 재개하지 못했습니다. 마음 다져 먹고 집을 떠날려 하면 복숭아 뼈 바로 아래가 새큰대고, 만사 제쳐놓고 한 이틀간 걸어볼 뜻으로 배낭을 꾸리다가도 큰비가 내리겠다는 호우주의보에 놀라 주저앉는 바람에 좀처럼 집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불과 한 두해 사이에 몸과 마음이 약해져도 많이 약해졌습니다. 걸음이 느린 제게는 해가 긴 6-9월 넉 달이 산줄기를 오래 탈 수 있는 더 할 수 없는 호기여서 다른 산객들이 덥다고들 많이 쉬어도 악 쓰고 종주산행을 강행하곤 했는데, 재작년에 한 번 다치고 나서는 매사 무리하지 말자는 생각이 먼저 들어 요즈음에는 핑계거리를 자꾸 만들며 종주산행을 피해왔습니다. 이러다가는 방학이 다 가도록 낙남정맥을 타지 못할 것 같아, 하루에 10시간 넘게 걷는 종주코스를 반으로 줄여 짧게 잡고 이틀 밤을 자고 오는 것도 새벽 첫차로 이동해 하룻밤만 자는 것으로 저자신과 타협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12시25분 돌고지재를 출발했습니다. 훅훅 찌는 무더위에 겁먹어 이번에는 하루면 끝낼 코스를 이틀로 나누어 잡았기에 굳이 전날 밤 진주로 내려가지 않아도 됐습니다. 서울남부터미널에서 아침6시에 출발하는 진주행 첫 버스를 타고 내달려 9시40분경에 도착한 진주터미널에서 50분을 기다려 10시30분에 버스에 올랐는데 북천을 지나 벽촌인 상촌을 들르느라 12시가 조금 넘어 옥종에 이르렀습니다. 곧바로 택시를 타고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돌고지재로 올라가 산행을 채비했습니다. 아침7시경 고운동재를 출발해 배토재까지 간다는 저보다 한 해 연상인 한 분을 만나 돌고지재를 같이 출발했습니다. 시멘트 길을 따라 얼마간 올라가다가 이분은 오른 쪽 산길로 들어섰고, 지난 5월 낙남금오지맥 종주 시 이 산길을 한 번 밟은 저는 이번에는 시멘트 길로 계속 진행하다가 산행시작 24분이 지나 왼쪽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낮은 키의 철쭉과 가시나무에  더위보다 더한 괴롭힘을 당하면서 오른 쪽 아래로 낙남금오지맥이 갈리는 547봉에 올라선 시각이 13시46분이었습니다. 547봉에서 남쪽의 금오산을 사진 찍은 후 길 왼쪽에 더덕과 버섯을 재배하고 있으니 들어오지 말라며 쳐놓은 울타리 옆 길을 따라 동쪽으로 진행해 임도로 내려섰습니다. 임도를 따라 조금 걸어 올라가다가 다시 오른 쪽 산길로 들어선 후 조금씩 고도를 높여 천왕봉으로 다가갔습니다.

 

 

 

  14시28분 해발602m의 천왕봉에 올랐습니다. 하늘의 먹구름만큼이나 줄기가 시꺼먼 소나무 숲을 지나 활공장으로 쓰이는 천왕봉에 올라서자 동쪽으로 옥산이 아주 가깝게 보였습니다. 북쪽 아래로 청룡제 저수지가 내려다보이고 남쪽 먼발치로 금오산이 보이며 서쪽으로 지리산 주능선이 한 눈에 잡히는 천왕봉 정상에 바람의 빠르기가 시속25Km를 넘으면 활공하지 말라는 경고판이 세워진 것으로 보아 이곳이 이 지방의 행글라이더와 패러글라이더들이 즐겨 찾는 활공장인가 봅니다. 복더위를 감안해 종주구간을 짧게 잡은 덕에 시간 여유가 생겨 지맥에서 벗어나 북동쪽에 자리한 옥산을 다녀올 생각으로 갈림길을 찾아보았으나 끝내 찾지를 못해 그대로 지맥종주를 이어갔습니다. 경사가 완만한 능선을 따라 걸어 “옥산1.0Km/백토재3.6Km/돌고지재3.5Km"의 이정표가 세워진 삼거리에 이르러 잠시 숨을 고른 후 옥산 가는 길로 발을 들였습니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2-3백m를 내려가다 오른쪽으로 꺾어 임도를 따라 걸어 만난 헬기장에서 조금 더 가 왼쪽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16시15분 “옥산1.0Km/백토재3.6Km/돌고지재3.5Km"의 정맥 삼거리로 되돌아왔습니다. 헬기장에서 0.4 Km 남짓 떨어진 정상에 이르기 위해 해발고도를 140m가량 높여야 했는데 길이 매우 가팔라 길섶의 비비추가 파란 미소로 저를 반기지 않았다면 단숨에 치고 오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커다란 표지석이 세워진 옥산에 오르자 시야가 탁 트여 천왕봉보다 전망이 빼어났습니다. 지리산의 천왕봉은 먹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서부경남의 중심도시 진주 시내는 꽤 가깝게 보였습니다. 산불감시초소가 세워진 옥산 정상에 해를 가릴 만한 곳이 전혀 없어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이내 하산했습니다. “옥산1.0Km/백토재3.5Km/돌고지재3.6Km"의 삼거리에서 옥산을 다녀오는 데 1시간8분이 걸렸습니다만, 해떨어지기 전에 목적한 배토재까지는 무난히 진출할 것 같아 잠시 짐을 내려놓고 과일을 까먹으며 10분 남짓 쉬었습니다. 

 

 

 

  17시51분 배토재에 다다라 종주산행을 마쳤습니다. 되돌아온 정맥 삼거리에서 배토재로 이어지는 낙남정맥 길이 활엽수들 대신 들어선 칙칙한 소나무밭 사이로 나있어 우중충한 기분이 들었지만 대체로 완만한 내림 길이어서 걸을 만 했습니다. 한 낮에 숨죽였던 매미들이 다시 목청을 높였고 더러 더러 새소리가 들리는 정맥 길을 걸으며 고도가 낮아 뚫고 나아가기 힘든 풀 숲길을 여러 번 만날 것이라는 집 떠날 때의 우려가 기우임을 확인했습니다. 정맥 길이 소나무 밭 사이로 나있어 잡풀과 잡목들이 잘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걱정했던 덤불 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해발510가량 되는 봉우리를 넘어 내려가는  길의 경사가 급해지는 가 했는데, 그리 오래 걷지 않아 “옥산3.0Km/청수2.0Km/백토재1.5Km"의 이정표가 세워진 능선삼거리에 다다랐습니다. 해발340m 높이의 삼거리에 세워진 것은 이정표만이 아니었습니다. 표지목보다 더 먼저 이정표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이는 작은 돌탑이 같이 세워진 능선삼거리에 도착한 시각이 17시9분이었고, 어느새  한 낮의 더위가 한 풀 꺾인 듯했습니다. 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내려가 임도삼거리를 만났고 이내 다다른 임도사거리에서 왼 쪽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차 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보아 배토재가 가깝다 했는데 길이 미끄럽고 경사가 급한 길을 내려가자 배토재 바로 아래 “박요양병원” 윗길이 나타났습니다. “故鄕 玉宗”의 커다란 비석이 세워진 배토재 고개 마루에서 1시간 넘게 기다려 진주 행 버스에 오르고 나자 거의 두 달 가까이 쉬었던 정맥종주를 재개한 이번 산행이 코스는 짧았지만 참 잘했다 싶어 가슴 뿌듯했습니다.

 

 

 

  여느 종주산행에 비하면 반쪽짜리에 지나지 않지만, 이번에 종주산행에 나서기를 정말 잘 했다 싶었습니다.  6시간 가까이 걸어 한 구간을 끝내고 나자,  자신감을 되살아나 10시간 넘는 종주산행도 얼마든 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비가 오면 맞고 날이 더우면 더운 대로 참고 해내는 제 특유의 은근과 끈기도 되살아난 것 같았습니다. 이제 몸도 옛날의 장시간 종주를 위한 리듬을 되찾은 것 같았습니다. 산행을 끝내고 한 시간이 넘도록 버스를 기다리는 것이 지겹지 않은 것도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생긴 덕분입니다.  이 모두가 낙남정맥이 오랜만에 찾은 저를 내치지 않아 가능한 것입니다. 그동안 꾀부려온 제가 밉살스럽다고 내친다면 무슨 수로 다시 낙남정맥 종주를 이어갈 수 있겠습니까? 어찌 보면 온갖 위험이 여기 저기 도사리고 있는 곳이 산인데 이런 산이 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달리 해볼 도리가 없을 것입니다. 산이 저를 내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그동안의 산 사랑을 가상히 여겨 저를 산식구로 받아들이기 때문일 것이기에 앞으로도 끊임없이 수많은 산식구들과 대화를 나누고자 진정 노력할 뜻입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