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II.시인마뇽의 명소탐방/국내명소 탐방기

39.남도고찰(南道古刹) 탐방기2(통도사)

시인마뇽 2011. 9. 17. 22:52

                                                남도고찰(南道古刹) 탐방기2(통도사)


                                                    *탐방일자:2011. 8. 30일(화)

                                                    *탐방지   :경남양산소재 통도사

                                                    *동행      :나홀로

 

  용(龍)을 이르는 말들도 가지가지입니다. 청룡, 백룡, 흑룡, 황룡 등의 용이 있는가 하면 이들과 달리 독기를 품고 있다하여 이름 붙여진 독룡(毒龍)도 있습니다. “독룡(毒龍)이 지나간 자리는 가을 역시 궁핍한 봄이다(毒龍去處 秋亦窮春)”라는 속담이 전해질 만큼 다른 용들처럼 독룡도 우리의 옛 이야기에 자주 등장합니다. 많이 들어 귀에 익숙한 청룡이 상상의 동물이듯이 독기 품은 독룡도 실재하는 동물이 아닙니다. 때문에 어떤 이야기에 용이 나타나면 청룡이냐 독룡이냐 관계없이 그 용이 활약하는 주 무대는 역사 속의 실제공간이 아니고 설화속의 가상공간일 수밖에 없습니다. 설화 속의 용이 실제공간으로 편입된다면 그 공간은 얼마간 신비로워야 할 것입니다. 천년고찰의 창건 이야기에 독룡이 자주 거론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지난 4월 경남밀양의 만어사(萬魚寺)에서 만난 독룡의 이야기는 삼국유사에 잘 나와 있습니다. “당시 나라(가락국) 안에 옥지(玉池)가 있었는데, 연못에는 독룡이 살고 있었다. 만어산에는 나찰녀 다섯 명이 독룡과 오가면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이따금 번개가 치고 비가 와서 4년이 지나도록 오곡이 영글지 않았다. 왕(김수로왕)은 주술을 막고자 했으나 하지 못하고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에게 청하여 설법을 한 연후에야 나찰녀가 오계(五戒)를 받아 이후로는 폐해가 없게 되었다. 그러자 동해의 물고기와 용이 바위로 변하여 골짜기에 가득 찼는데 각기 쇠북과 경쇠소리가 났다.” 물고기와 용이 바위로 변한지 천년쯤 후인 서력1180년 고려스님 동량 보림은 이곳에 만어사(萬魚寺)를 지었습니다.

 

 

 

  넉 달이 지난 어제 경남양산의 통도사(通度寺)에서 다시 독룡을 만났습니다. 통도사에 등장하는 독룡도 만어사의 그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통도사 홈페이지에 실린 글에 따르면 문수보살께서 자장율사에 이르기를 “그대의 나라 남쪽 축서산(지금의 영축산) 기슭에 독룡(毒龍)이 거처하는 신지(神池)가 있는데 거기에 사는 용들이 독해를 품어서 비바람을 일으켜 곡식을 상하게 하고 백성들을 괴롭히고 있다”며 그 용이 사는 연못에 금강계단을 세우고 이 불사리와 가사를 봉안하면 천룡(天龍)이 그곳을 옹호하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합니다. 당나라에서 귀국한 자장율사는 선덕여왕께 함께 그 산의 그 못을 찾아 독룡들을 설법한 후 못을 메우고 그 자리에 계단을 세웠음은 물론입니다.

 

 

 

  낙남정맥 종주 길에 불보사찰(佛寶寺刹) 통도사(通度寺)를 들렀습니다. 신라 선덕여왕이 재위 중인 서력646년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된 천년고찰 통도사가 우리나라 불교의 으뜸인 불지종찰(佛之宗刹)이자 국지대찰(國之大刹)로 불리는 이유는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금란가사를 모시는 불보사찰이기 때문이라 합니다. 통도사는 이번에 처음 탐방하는 것이 아닙니다. 1983년 겨울 울산대 이규성 교수의 안내로 집사람과 함께 들른 일이 있지만 너무 오래되어 엄청 큰 절이라는 것을 빼놓고는 이렇다하게 기억에 남는 것이 없습니다. 그 당시는 불교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어 불보사찰인 이 절이 승보사찰 송광사 및 법보사찰 해인사와 더불어 삼보사찰의 하나인줄도 몰랐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면 그간 명산100산 탐방 길에 많은 절을 탐방했으니 그 때보다는 보다 많이 보고 많이 들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이 절을 찾았습니다.

 

 

 

  양산의 영산대학을 출발해 정족산을 올랐다가 지경고개로 하산하는 이번 낙동정맥 종주산행은 생각보다 빨리 끝나 오후 4시경에 마쳤습니다. 탐방시간을 늘릴 목적으로 통도사주차장까지 택시로 옮겼습니다. 주차장에서 다리를 건너 부도원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지금의 부도원이 꽤 넓은 지금의 자리에 들어선 것이 1993년이라 하니 28년 전 제가 처음 통도사를 방문할 때만 해도 이 절의 부도와 탑비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첫 번 째로 들른 곳은 성보박물관이었습니다. 때마침 보물1269호인 부안 개암사의 괘불탱이 전시된다해 들어가 관람했습니다. 박물관 중앙에 전시된 괘불탱은 이제껏 제가 보아온 탱화 중 가장 큰 것으로 그림에서 부처님의 자비로움이 뿜어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문닫을 시간이 다되어 서둘러 박물관을 나왔습니다.

 

 

 

  문 위 편액의 “영축산통도사(靈鷲山通度寺)”를 흥선대원군이 썼다는 일주문의 좌우 기둥에는 불지종찰(佛之宗刹)과 국지대찰(國之大刹)이 쓰여 있었습니다. 통도사에 절터를 내준 영축산은 본래 석가모니가 살아있을 때 법화경을 설법한 곳으로 중인도의 마가다국 왕사성 동쪽의 그라드라 산이 바로 그 산이라 합니다. “이 산의 모습이 인도의 영축산과 통한다(此山之形 通印度靈鷲山形)”하여 통도사라 불린다는 이 절은 단청이 전부 바래 천년고찰답다 했는데, 새빨갛게 꽃을 피운 목백일홍 배롱나무 몇 그루가 이 절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깨는 듯 했습니다. 동서로 길게 배치된 극락보전, 영산전, 약사전, 대광명전, 용화전, 관음전 등 여러 전각들은 하나같이 국지대찰답게 그 규모가 컸습니다. 여러 전각들을 어느 하나 꼼꼼히 관찰하지 못하고 대충 훑어본 후 불이문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불이문 안으로 들어서자 다보탑을 연상시키는 5층 석탑이 보였습니다. 사찰 안이 넓고 길어서인지 5층 석탑이 들어선 대웅전 앞마당을 지나는 스님들의 발걸음이 다른 절에서보다 조금 빨라 보였습니다. 대웅전 안 에 석존은 물론 양 옆의 보살님 모두 보이지 않은 것은 바로 뒤에 붙어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는 적멸보궁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웅전 뒤쪽으로 돌아가 적멸보궁을 둘러보았습니다. 우리나라 5대적멸보궁은 오대산의 상원사, 태백산의 정암사, 사자산의 법흥사, 설악산의 봉정암과 여기 통도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강원도 네 곳의 적멸보궁은 모두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데 여기 통도사의 적멸보궁은 평지에 그것도 대웅전과 붙어 있어 찾는 분들이 더 많을 것 같았습니다. 석존께서 미혹의 세계를 벗어나 항상 적멸의 낙을 누리는 곳이 적멸보궁으로, 이곳에 석존불의 진신사리를 모시므로 예불을 올릴 불상을 따로 봉안하지 않고 법당 바깥에 사리를 모신 탑이나 계단을 설치한다 합니다.

 

 

 

  통도사에서 진신사리를 모신 곳은 금강계단(金剛戒壇)입니다. 계단(戒壇)이란 계(戒)를 수여하는 의식이 행해지는 장소로 이 계단에서 계를 받는 것은 부처님으로부터 직접 계를 받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갖습니다. 자장율사께서 절터 큰 연못에 살고 있는 아홉 마리 독룡들을 교화해 여덟 마리를 하늘나라로 올려 보내고 그 못을 메워 금강계단을 쌓아 창건한 절이 통도사입니다. 사면에 각각 대웅전(大雄殿), 적멸보궁(寂滅寶宮), 금강계단(金剛戒壇)과 대방광전(大方廣殿)이라는 다른 이름의 편액이 걸려 있는 대웅전의 건물 양식도 특이해 보였습니다. 대웅전 뒤편인 삼성각 앞의 작은 연못이 문제의 독룡들이 살았다는 곳인데 지금은 동전이 못 바닥에 널려 있어 설사 독룡들이 남아 있다 하더라도 동전 줍기에 바빠 더 이상 독해를 부릴 시간이 없겠다 싶었습니다.

 

 

 

  동서로 배열된 전각들을 둘러본 후 전각을 빠져나와 계곡가로 다가갔습니다. 영축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  맑아 절가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몇 명 보였습니다. 고개를 들어보자 서쪽 먼발치로 영축산 산마루(?)가 보였습니다. 영축산은 다음 종주 길에 오를 예정으로 7년 전 한 번 오른 일이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아니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석가모니께서 법화경을 설법한 산이 영축산이라는데 다음 산행 때는 좀 더 서둘러 정상에 오를 뜻입니다. 혹시라도 부처님의 설법하시는 법화경이 오전에 일찍 끝나는 수업과목일지도 몰라서입니다.

 

 

 

  오늘의 세상에도 독룡들의 독해는 여전합니다. 오늘의 세상은 독룡에 설법을 해 물리칠 만한 스님이 계시지 않는 것이 문제일 것입니다. 자장율사 같은 분이 나타나기를 갈망하지만 이런 분들은 선거를 통해서 뽑는 것이 아니기에 투표로 모실 수가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10월의 서울시장 선거에 독룡들을 물리치겠다고 나서는 분들이 많은가 봅니다. 스스로 잘났다는 그 많은 후보 중에 설마하니 독룡을 잡을 분이 한 분도 없겠는 가 싶어 기대를 해봅니다.

 

 

 

 

 

 

                                                      <탐방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