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종주기20
*정맥구간:피나무재-별바위-주산재
*산행일자:2012. 5. 9일(수)
*소재지 :경북청송/영덕
*산높이 :별바위 745m
*산행코스:피나무재-702m봉-통천문-별바위-주산재-양설령-내룡3교
*산행시간:13시21분-17시36분(4시간15분)
*동행 :나홀로
발걸음이 느려 낙동정맥 종주가 본격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이제부터입니다. 부산을 출발해 청송의 피나무재에 이르기까지는 낙동정맥을 동서로 넘는 찻길이 꽤 여러 곳에 나있어 제게 맞도록 짧게 구간을 끊을 수 있었습니다. 피나무재에서 낙동정맥이 끝나는 매봉산까지는 정맥을 넘나드는 차도가 아주 드물게 나있어 구간 끊기가 난망합니다. 피나무재에서 황장재에 이르는 전장29Km의 주왕산 우회구간도 중간에 횡단도로가 나 있지 않아 하루에 종주할 수 없는 저로서는 어디서 구간을 끊어야 할지 엄청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궁리 끝에 피나무재에서 약5km 를 진행해 주산재에서 한 구간을 마치기로 했는데, 이는 주산재에서 동쪽으로 반시간 남짓 걸어 내려가면 아스팔트차도가 지나는 양설령에 이를 수 있어서였습니다. 그리해도 남은 거리가 24Km나 되어 새벽에 출발해야 해떨어지기 전에 황장재에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남은 구간의 종주를 마치기까지는 노선버스가 다니지 않는 데로 내려가는 일이 잦아 택시를 이용하는 빈도가 늘어날 것입니다. 또 정맥에서 가까운 곳에다 숙소를 정해야 해 몇 번의 민박이 불가피할 것이고 보면 시간과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이 모두 주력이 떨어지는 저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어서 괜히 속 끓이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감수할 생각입니다. 2004년 정맥종주를 시작할 때만해도 제 나이가 50대 중반이어서 피나무재-황장재 정도의 거리정도는 하루에 충분히 뛸 수 있었습니다. 그때 한북정맥 대신 낙동정맥을 종주했더라면 이런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될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저는 이런 일로 끌탕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무한한 행복감을 느낍니다.
13시21분 피나무재를 출발했습니다. 이번 종주산행은 주산재에서 끝나 그 거리가 5Km 정도 밖에 안 됩니다. 이 정도 거리이면 아침에 일찍 내려가 산행을 해도 충분하겠다 싶어오전6시10분에 강남의 센트럴터미널을 출발하는 안동 행 첫 고속버스에 올랐습니다. 안동터미널에서 버스를 갈아타 진보를 거쳐 청송터미널에 도착한 시각이 11시반경으로 시간이 남아 청송시내를 돌아보았습니다. 12시40분에 출발하는 내룡행 버스를 타고가다 피나무재에서 하차하자마자 곧바로 입산금지 플래카드 뒤쪽으로 들어가 종주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정북쪽으로 이어지는 정맥 길을 따라 60m가량 고도를 높여 다다른 무명봉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내려가다 산행시작 40분이 지나 능선에 박아놓은 국립공원 표지석을 만났습니다. 피나무재에서 올라온 것보다 더 깊숙이 고도를 낮추어 안부로 내려섰습니다. 초록색 나뭇잎이 풋풋해 보이는 능선 길에서 이미 지기 시작한 철쭉꽃을 사진 찍으면서 너무 빠른 봄의 실종을 아쉬워했습니다.
14시51분 702m봉을 올랐습니다. 안부에서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가 130m 가량 고도를 높였습니다. 가까이 다가선 무명봉을 왼쪽으로 에돌아 정북 쪽으로 진행하면서 이름 모르는 봄꽃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수 년 동안 차곡차곡 낙엽이 쌓인 오름길이 너무 푹신해 발걸음을 떼어 놓기가 오히려 힘이 들었습니다. 낙엽 길을 걸어 오르며 동해 쪽에서 제법 세게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았습니다. 암릉 길을 왼쪽 밑으로 에돌아 걸어 올라선 702m봉에서 북동쪽으로 내려갔습니다. 큰 바위들이 여기 저기 서있는 능선 길을 걸어 커다란 암봉을 왼쪽 아래로 우회해 너덜지대에 발을 들였습니다. “사람과 산”에서 별책 부록으로 발간한 종주지도집에는 헬기장을 두 번 지나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어디인지 확인하지 못한 채 너덜지대에 이르렀습니다.
16시22분 주산재에 도착했습니다. 너덜지대길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이어지는 된비알 오르막길은 통천문까지 이어졌습니다. 곧추서있는 암벽은 엄청 컸지만 그 사이에 난 통천문은 좁았습니다. 이 문을 넘었다가는 그 아래가 낭떠러지여서 황천길로 직행하는 것인데도 이 문이 통천문으로 불리는 것은 왜일까 궁금했습니다. 통천문을 넘지 않고 그 앞에서 왼쪽으로 진행해 암릉지대를 그 밑의 길로 안전하게 통과하자 별바위가 나타났습니다. 15시56분에 올라선 별바위 서쪽 아래에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는 저수지가 그 유명한 주산지임을 안 것은 하산을 하고 나서였습니다. 다음 날 날씨를 예보라도 하듯 피나무재를 출발할 때만해도 쾌청했던 하늘이 먹구름에 가리우고 지나온 통천문 위 암봉이 안개에 가려 장마철의 여름 산을 미리 보는 듯했습니다. 하늘의 별은 물론 산줄기가 확연하게 전망되는 별바위에서 사방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은 후 주산재로 향했습니다. 오른 쪽으로 급하게 내려갔다가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어 주산재에 도착하자 쓰러진 나무가 바로 위 658봉으로 가는 길을 막았습니다. 정맥 길이 왼쪽 아래로 갈리는 주산재에서 20구간 종주산행을 마치고 양설령으로 내려가는 오른 쪽 길로 들어섰습니다.
17시36분 내룡3교 앞 삼거리에 도착해 하루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주산재를 출발해 바로 위 658m봉을 오른 쪽으로 에돌아 동쪽으로 진행해 봉우리 하나를 넘고도 한참을 더 걸어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하산했습니다. 한동안 표지물이 보이지 않아 불안해 하다가 “대구북극성 한국의 산하”의 표지기가 눈에 띄어 비로소 안심했습니다. 주산재 출발 40분만에 내려선 양설령은 청송과 영덕을 가름하는 군경계 고갯마루로 이곳에서 아스팔트 길을 따라 오른 쪽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을 따라 내려가다 왼쪽으로 올려다 본 별바위 봉우리가 깔끔해 보였습니다. 양설교에서 반시간 남짓 걸어 내려가 주왕산/부동/영덕으로 길이 갈리는 내룡3교 앞 삼거리에 도착해 내룡에서 나오는 버스를 타고 피나무재를 넘었습니다.
이전삼거리에서 하차해 오른 쪽 주산지 쪽으로 십 수분을 걸었습니다. 차도 좌우의 과수원에서 사과나무 꽃이 활짝 피어 머지않아 당도 높은 청송사과가 탐스럽게 맺힐 것입니다. 주산지에 한참 못 미쳐 있는 민박촌에 이르러 미리 예약한 “주산지1호민박집”을 찾아가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초롱초롱한 별들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싶어 집밖으로 나왔는데 시꺼먼 구름이 하늘을 가려 아무 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아직은 풀벌레소리가 들릴 때가 아니어서인지 별이 보이지 않는 시골 밤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했습니다.
남은 구간의 낙동정맥을 종주하며 한 두 번은 산 속에서 야영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때는 별들과 제대로 만날 수 있기를 빌어볼 뜻입니다. 산신령께서 별들과의 만남을 주선해주신다면, 어린왕자의 소식을 물어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만날 수 있다면 순진무구한 어린왕자와 긴 시간 대화를 나눠 세속의 풍진을 씻어내고 싶습니다. 모처럼 움켜쥔 권력을 내놓을까 두려워 소위 진보를 표방하는 일부 세력들이 벌이는 추악한 이전투구를 어린왕자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몰라 걱정도 됩니다. 이들을 모두 굴비 엮듯 한 줄로 묶어 낙동정맥 몇 구간을 종주토록 한 후 내려 보내도 되는지도 어린왕자에 물어보고자 합니다. 산신령과 어린왕자가 힘을 합친다면 한줌도 안되는 몹쓸 사람들을 교화시키지 못할 리가 없으리라는 믿음이 있어서입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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