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누리길 탐방기5
*탐방구간:동패지하차도-고려통일대전-성동4거리(평화누리길 6코스)
*탐방일자:2018. 12. 11일(화)
*탐방코스:동패지하차도-출판도시-송촌대교-고려통일대전- 성동사거리
*탐방시간:9시34분-17시9분(7시간35분)
*동행 :문산중학교 황규직동문

지독한 독감에 걸려 평화누리길 탐방을 한 동안 쉬다가 거의 두 달 만에 재개했습니다. 김포와 고양 땅의 한강변 따라 걷기는 앞서 네 번의 탐방으로 마쳤고, 이번부터 네 번은 제 고향 파주 땅의 한강과 임진강 강변을 따라 걷는 것이어서,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잔잔하게 이는 감흥이 산줄기를 종주할 때의 역동적인 그것과 같지 않았습니다. 그간 한북정맥과 한북오두지맥, 한북감악지맥을 종주하며 파주 땅의 주요 산줄기는 거의 다 걸었지만, 강줄기 따라 걷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더욱 그러했습니다.
이번 탐방 길에 걸은 파주 땅은 서쪽의 교하(交河) 와 탄현(灘縣) 두 곳으로 모두 한강과 면해 있습니다.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곳이라 하여 이름을 얻은 교하(交河) 땅은 파주의 곡창지대로 일찍이 최창조 교수가 통일한국의 수도로 점찍어 둔 곳이기도 합니다. 오두산에 통일전망대가 들어서면서 널리 알려진 탄현은 한강과 임진강 모두와 면해 있는 곳으로 강 건너로 북한 땅이 아주 가깝게 보이는 최전방지역이기도 합니다. 이번 탐방은 교하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몇 년을 더 고향을 지켜 이곳 지리를 빠삭하게 잘 알고 있는 황규직 중학교동문이 같이해 든든했습니다.
오전9시34분 동패지하차도를 출발했습니다. 일산의 대화역에서 동패지하차도까지는 택시로 이동했습니다. 동패지하차도에서 파주 땅에 발을 들인 탐방 길은 한북정맥의 고봉산에서 갈라져 나온 심학산으로 이어졌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인 1965년 여름 방학 때 이 친구와 함께 오른 바 있는 이 산은 해발 고도가 194m밖에 안 되는 낮은 산입니다. 조선의 영조 때에 궁중에서 기르던 학이 도망가 수소문 끝에 이 산에서 찾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심학산(尋鶴山)의 정상에 자리한 팔각정에 오르자, 사방이 탁 트여 지근거리의 한강은 물론이고 서울의 북한산과 개성의 송악산도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1시간 반가량의 심학산 산행을 마치고 출판도시로 내려선 시각은 11시25분이었습니다. 그림 같은 몇 곳의 카페를 지나 큰 거리로 나서자 출판단지답게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공익광고 문구가 보였습니다. 각종 규제에 묶여 개발이 불가능했던 최전방지역 파주 땅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은 신축된 고층아파트와 새로 들어선 LG필립스와 LCD단지 등 하드웨어의 놀랄만한 변화만은 아닙니다. 이에 더하여 출판단지, 영어마을, 그리고 헤이리마을이 들어서 소프트웨어의 발전을 같이 이끈 것도 한 몫 단단히 했다는 생각입니다.
출판단지를 지나 다다른 곳은 물을 받아두는 유수지입니다. 이곳에 날아든 철새들의 탐조를 돕기 위해 설치한 탐조대에 망원경을 설치하지 않은 것이 육안으로도 충분히 관찰할 수 있겠다 싶어서라면, 굳이 네모 상자 모양의 탐조대를 따로 세울 이유도 없겠다 싶었습니다. 동쪽으로 롯데프리미엄 아울렛이 가깝게 보이는 유수지에서 북진해 \문발IC에 다다랐습니다. 바로 아래 노주교사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조금 올라가 한 음식점에서 부대고기를 시켜들었습니다. 맥주와 소주로 반주를 겸한 점심식사를 끝내고 다시 노주교사거리로 돌아가 13시15분에 평화누리길 탐방을 이어갔습니다. 자유로 동쪽 옆에 나란히 낸 좁은 차도를 따라 얼마간 북진하면서 자유로 서쪽 건너에 설치된 군부대철조망을 보았습니다. 휴전선 일대가 다 그렇듯이 여기 철조망 건너 한강도 역시 사람들이 드나들지 못해 자연그대로 보전되어 있기에, 남북통일 후에도 사람들의 접근을 막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차도에서 벗어나 오른 쪽으로 꺾어지는 누리길이 신촌리 논 뜰을 가로질러 소라지로로 이어진 덕분에 논에서 떼를 지어 쉬고 있는 재두루미들이 비상하는 순간을 사진 찍는 행운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재두루미를 사진 찍고 올라선 구릉 위 차도인 소라지로를 따라 북진하다 LP GALLERY 화랑을 들러 커피를 마셨습니다. 카페 옆 전시실이 전시회 준비로 부산한 것을 보자, 새삼 집사람에 개인전 한 번 열어주지 못하고 보낸 것이 회한이 되어 생각났습니다. 베란다로 나가 조망한 한강이 더욱 정겹게 느껴진 것은 두 달 전 강 건너 김포 쪽 뚝방 길을 걸으면서 한강을 지켜보아서인 것 같습니다. 이번처럼 탐방 중에 커피를 마시면서 쉬어갈 수 있는 것은 종주산행이라면 꿈도 꿀 수 없는 것으로, 이는 전적으로 평지 길을 걷는 데서 느끼는 마음의 여유 덕분입니다. 화랑에서 나와 20분 남짓 걸어 오후 3시경 교하와 탄현을 경계 짓는 곡릉천 위 송촌교를 건넜습니다. 다리 아래 곡릉천 가에 형성된 갯벌을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갯벌 표면의 굴곡진 형상이 하도 정교해 물결이 잔잔하게 이는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했습니다. 한강과 맞닿는 하구가 바로 옆이어서 정교한 갯벌과 잘 자란 갈대 숲을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송촌교에서 20분 가량 걸어 다다른 굴다리를 건너 얼마간 걷자 축구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가 보였습니다. 축구국가트레이닝센타 오른쪽으로 나있는 왕복 4차선 도로를 따라 북진하다 길을 건너 장준하공원을 둘러보았습니다. 1953년 종합월간지 “사상계”를 창간해 우리나라 지성계를 이끌어온 장준하선생은 이 나라의 독립과 민주화에 헌신한 분으로 등산 중에 실족사고로 유명을 달리해 많은 국민들이 선생의 죽음을 애도했었습니다. 차로 오가며 먼발치에서 올려다만 보아온 고려통일대전이 가깝게 보여 길을 따라 찾아갔는데 출입문이 막혀 들어가 보지 못했습니다. 매년 10월에 고려의 34대 왕위와 충공신 유현357위를 배향하는 대제(大祭)를 올릴 때 딱 한 번 공개된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올라갔지만, 출입문 바로 아래로 누리길이 이어져 헛걸음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출입문 전방 20M 전방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산중턱에 낸 살래길을 따라 진행하다 성동사거리를 1.5Km 남긴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내려갔습니다. 탄현유아숲체험원을 지나 계속 내려가자 필승로가 나타나 이 길을 따라 10분 가까이 걸어 성동사거리에 이르렀습니다.
17시9분 성동사거리에서 다섯 번째 평화누리길 탐방을 마쳤습니다. 성동사거리에서 다음 코스의 출발점을 확인한 후, 900번 버스를 타고 금촌역으로 나가는 것으로 6코스의 출판도시길 걷기를 모두 마쳤습니다.
파주가 고향이면서도 지리를 잘 알지 못하는 것은 주로 차를 타고 다녀서일 것입니다. 이번에 교하와 탄현 땅을 걸으면서 이런 곳이 있었나 싶었던 곳은 송촌교 아래 곡릉천 하구와 재두루미 도래지입니다. 곡릉천의 정교한 갯벌에서 겹겹이 포개진 세월을 보았고, 신촌리 논 뜰에 내려앉은 재두루미를 보고 멀고도 먼 여정을 비행하는 추동력이 생명을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력에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공자께서는 “세 사람이 가는데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그중 선한 사람을 택해 그 선을 따르고, 선하지 않은 사람을 택해 그 악을 고치면 된다. (三人行 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번에 친구와 단 둘이 걸었으면서도 가르침을 얻은 것은 시골길을 걸으며 접한 자연 덕분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 탐방으로 두 발로 하루 종일 걸을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축복이라는 것을 새삼 배웠습니다.
<탐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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