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구간 : 장곡체육공원-봉일천교-금릉역
*탐방일자 : 2021. 1. 23일(토)
*탐방코스 : 장곡리체육공원-한미해병참전비-봉일천교-고산천합수점-금릉역
*탐방시간 : 13시58분-16시34분(2시간37분)
*동행 : 나 홀로
이번에 공릉천을 따라 걸은 파주 땅은 북한 땅과 접해 있는 경기도서부의 접경지역으로, 제가 태어나서 중학교까지 다녔던 고향 땅이기도 합니다. 1965년 서울의 고등학교로 진학하느라 떠난 후 50년 가까이 외지에서 살고 있습니다만, 파주는 형님이 살고 있고, 또 선산이 있어 한 해에 네 다섯 번은 찾아갑니다.
6 · 25전쟁을 통해 강원도는 38도선 이북지역을 수복했지만, 경기도는 오히려 서부지역에서 38도선 이남지역을 북한에 뺏겼습니다. 화천, 철원, 양구, 인제, 양양과 고성 등 38도선 이북의 강원도 땅은 한국전쟁 때 수복했는데, 경기도는 38도선 이남의 개성시와 장단군을 북한에 빼앗겼습니다. 개성시와 장단군을 잃는 바람에 수도 서울에서 멀지 않은 제 고향 파주가 최전방지역이 되었습니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6 · 25전쟁 때 유엔군과 우리 국군이 파주 땅을 지켜낸 것입니다. 그때 그리하지 못했다면 파주에서 태어난 저는 꼼짝없이 자유민주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살지 못하고 공산독재국가인 조선인민공화국에서 끼니걱정을 하며 살아왔을 테니 말입니다.
이번에 파주시의 조리읍에 자리한 ‘한미해병참전비(韓美海兵參戰碑)’를 들른 것은 한국전쟁 때 이 땅을 지켜주어 자유로운 대한민국 땅에서 살도록 해준 한미 해병들의 넋을 기리고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어서였습니다. 6.25전쟁에 참전한 한미 해병들의 넋을 위로하고 이들이 이룩한 공훈을 길이 빛내기 위해 1964년 해군본부에서 건립한 이 참전비는 비의 높이가 12m에 달해 스마트폰을 세로로 세워 사진을 찍었으나 경내 면적은 3백평에 불과해 초라하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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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시58분 장곡리체육공원을 출발했습니다. 공릉천 따라 걷기에 나서기 전에 먼저 파주삼릉과 공릉저수지를 둘러보느라 다른 때보다 출발이 늦어졌습니다. 장곡리체육공원에서 5-6분 거리인 한미해병참전비를 들러 참배한 후 그대로 직진하다가 파주삼릉입구 전방 200m지점에서 차도를 건너 송촌토파즈 아파트 아래 공릉천의 천변 길로 내려섰습니다. 날씨가 풀려 보(湺)를 덮었던 얼음이 거의 다 녹아 물 흐르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습니다. 청둥오리(?)들이 물가의 얼음장 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을 보자, 어렸을 때 저 오리들처럼 얼음장 위에에 올라가 놀다가 물에 빠져 허우적댔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깔끔한 천변길을 따라 서진하다가 오른 쪽 제방 위를 올려다보자 외벽이 새하얀 봉일천장로교회가 눈을 끌어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15시2분 363번 도로가 지나는 봉일천교에 이르렀습니다. 봉일천장로교회를 막 지나 봉일천교 다리아래 상판의 철구조물에 앉아 있는 비둘기들을 보았습니다. 다리 위를 지나는 차들이 내는 굉음에 엄청 시달릴 저 비둘기들은 물 위를 유유자적하며 노니는 청둥오리들을 엄청 부러워할 것 같았습니다. 지금 지나는 구간의 공릉천은 국가하천일 텐데 천변의 한 곳에서 기름(?)이 떠 있는 것이 보여 옥의 티가 이런 것이다 했습니다. 천변 길에서 봉일천2교로 올라가 다리 한 가운데로 다가간 것은 사진을 잘 찍고 싶어서였습니다. 다리 위에서 온 길을 뒤돌아보자 교회의 첨탑처럼 뾰족 솟은 북한산의 인수봉, 백운대, 만경봉 등 삼각봉이 뚜렷하게 눈에 잡혀 제 고향 파주도 북한산의 그늘 아래 있음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봉일천2교에서 십여 분을 걸어 작년 말에 개통된 서울-문산 고속도로 아래에 자리한 고산천을 건넜습니다. 고산천은 오전에 다녀온 공릉저수지에서 흘러내려와 이곳에서 공릉천에 합류되는 공릉천의 제1지류입니다. 합수점에서 고산천을 바라보자 멀리로는 제가 다닌 도마산초교의 뒷산인 금병산이, 그리고 가까이로는 1960년대 말레지아가 놓아준 다리인 말레지아교가 눈에 들어와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15시52분 여울징검다리를 건넜습니다. 고산천과의 합수점을 지나 천변길과 제방길을 번갈아 걸었습니다. 하천에 바짝 붙여낸 천변길을 오래 걷노라면 시야가 둑에 가려 풍경이 단조로운 하천에 머무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때면 둑으로 올라가 제방 길을 걷는데 시야가 탁 트여 답답함은 면할 수 있지만, 하천의 물 흐름을 지켜보거나 징검다리를 건너보는 여유를 즐길 수는 없습니다.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파주스타디움이 잘 보이는 제방 길을 걷다가 다시 천변 길로 내려선 것은 징검다리를 건너보고 싶어서였습니다. 고산천합수점에서 서진한지 20분이 지나 건너본 다리는 여울 징검다리였습니다. 전통적인 징검다리의 특징이 다리 역할을 하는 돌을 띄엄띄엄 놓았다는 것과 놓인 돌이 잘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라면, 여기 징검다리는 반쪽 징검다리이다 싶었습니다. 띄엄띄엄 놓은 것은 맞지만, 다리 돌이 잘 다듬어져 다리를 건너면서 뒤뚱거리는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공릉천의 여러 징검다리 중 한 두 곳은 물을 건너다가 더러는 물에 빠질 수도 있는 울퉁불퉁한 돌로 다리를 놓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16시34분 금릉역에 도착해 공릉천 따라 걷기의 3구간 탐방을 마쳤습니다. 여울징검다리를 지나 이어지는 천변 길은 하천을 따라낸 곡선의 도보 길이어서 지금까지 걸어온 직선의 자전거길보다 훨씬 운치가 있어보였습니다. 도보 길과 자전거 길 사이의 넓은 공터는 잔디밭으로 조성되어 따뜻한 봄날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와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대부분 물이 녹고 더러 얼음장이 보이는데 제가 어렸을 때처럼 얼음장 위에 올라가 노는 애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파주시가 공릉천 천변에 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공릉천금릉수변공원’을 조성한 것을 두고 하천을 자연 상태로 놓아두지 않았다고 비난할 일은 아닙니다. 도시의 하천이나 강은 길들여야할 관리의 대상이지 자연 상태로 내버려둘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걷고 있는 공릉천도 자연 상태로 방치했다면 공장폐수와 생활하수로 오염되어 악취 때문에도 천변을 따라 걷는 일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수변공원으로 조성해 놓으면 이 공원을 이용하는 수많은 시민들이 공릉천의 환경을 감시하게 되어 시당국도 공릉천의 오염을 막고자 적극 관리에 나설 것입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아기자기한 놀이시설이 설치된 천변 위에 놓인 램프A교’는 이번 탐방의 끝점ㅇ으로 금릉역에서 백여 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램프A교 옆의 철교를 옛날에 ‘칠간다리’로 불렀던 것이 기억나자 외가집동네인 가마무골이 여기서 멀지 않구나 했습니다. 램프A교에서 ‘칠간다리’를 사진 찍은 후 금릉역으로 자리를 옮겨 서울행 전철에 몸을 싣는 것으로 하루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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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해병이 함께 싸워 세운 전투는 인천상륙작전만이 아닙니다. 1953년7월27일 휴전이 이루어질 때까지 1년4개월 간 장단지구전투에서 4차에 걸친 중공군의 대공세와 벙커 힐 전투 및 고량포지구 전투 등에서 치열한 격전을 성공리에 수행한 ㄷ덕분에 수도서울을 방어하고 공산주의 침략을 격퇴할 수 있었습니다. 휴전 후 미국 해병대 제1사단은 1955년3월14일 작전지역을 한국해병대 제1상륙사단에 인계하고 본국으로 철수하였다고 한미해병참전비의 비문에 적혀 있습니다.
제가 졸업한 문산중학교는 문산농고와 병설이었습니다. 이 두 학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해병대를 배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60년대 교장을 역임한 한 선생님이 해병대의 명예회원으로 모셔진 것은 문산중 · 농고출신의 해병대가 가장 많았기 때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 집안만도 형님과 조카 둘이 해병대 출신입니다. 1960대에는 매년 열리는 문산중 · 농고의 가을 운동회는 파주군민의 축제였습니다. 이 축제를 빛내고자 해병대의 군악대가 와서 하루 종일 연주를 했습니다. 이런 연유로 파주 땅에 한미해병참전비와 해병참전비가 모두 세워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탐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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