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강줄기 따라걷기/공릉천 따라 걷기

공릉천 따라 걷기4(금릉역-공릉교-송촌리한강하구)

시인마뇽 2021. 4. 21. 19:38

*탐방구간:금릉역-곡능천교-송촌리한강하구

*탐방일자:2021. 3. 29()

*탐방코스:금릉역-교하신교-곡능천교-오도교-영천배수갑문-송촌리한강하구

*탐방시간:1011-146(3시간55)

*동행 :문산중15회 박찬, 황규직, 황홍기 동문

 

 

  이번에 걸은 공릉천의 마지막 구간은 파주시의 금릉역에서 교하면 송촌리의 한강하구까지 입니다. 한북정맥의 챌봉 아래 상부곡2교 다리를 출발해 파주시의 금릉역에 이르기까지 세 구간을 혼자서 걸어온 제가 마지막 구간을 1965년에 문산중학교를 같이 졸업한 15회동창들과 함께 걸은 것은 이 학교에서 멀지 않은 교하 벌을 굽이져 흐르는 공릉천을 함께 걸으며 1960년대 초반의 학창시절을 되돌아보고 싶어서였습니다.

 

 

  문산중학교는 문산농고와 병설로 설립된 경기도 파주시의 대표적인 공립중학교입니다. “임진강 내리막에 넓은 벌이 생겼거니 봉서산 높은 곳에 봉황 어이없었으랴라는 교가에서 알 수 있듯이 문산중학교가 설립된 곳은 임진강과 봉서산이 가까운 파주시 북단의 문산이었습니다. 이 학교는 전쟁 중인 19519월 문산에서 금촌으로 이전했습니다. 중학교를 다닐 때 금촌 시내에서 북쪽으로 2Km 가량 떨어진 학교까지 가는 길이 참으로 멀다고 느꼈던 것은 공릉천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이 매서워서 그랬습니다.

 

 

  저는 집안형편이 넉넉지 못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그 해에 중학교를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같은 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형한테 우선순위에서 밀려 한 해를 쉬었다가 다음 해인 1962년에 문산중학교를 입학했습니다. 빈한한 집안에서 대학교를 다닐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뛰어나게 공부를 잘해 학비가 아주 저렴한 국립대학교에 합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중학교 3년 동안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1965년 서울의 명문고로 진학하고 1968년 마을전체가 열일곱 집밖에 안 되는 작은 고향마을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그것도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굴지의 국립대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이는 전적으로 자식에게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으려면 공부를 시키는 것 밖에 없다면서 아버지의 반대를 이겨내고 저를 상급학교에 보내주신 어머니와 서울의 고등학교로 유학을 보내라고 어머니를 설득하시고 격려해주신 중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제가 졸업한 문산중학교는 대학을 졸업하고 잡은 첫 직장이기도 합니다. 1972년 이 학교의 과학교사로 발령받고 디스크 수술을 위해 휴직을 할 때까지 1년 남짓 근무했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고3 입시반의 화학, 물리, 지구과학과 중학교 2학년의 과학, 국어 등 여러 과목들을 맡아 가르치느라 많이 힘들었습니다. 학생들 상당수가 동창들의 동생이거나 조카들이이어서 어느 한 과목이라도 잘못 가르쳤다가는 동창들로부터 실력이 없다는 소리를 듣기가 십상이어서 꼼꼼하게 수업지도안을 작성해 열심히 가르쳤습니다.

 

 

  이번에 같이 걸은 말벗들은 모두 3명으로, 평화누리길을 같이 걷고 있는 황규직/황홍기 두 동문과 이번에 처음으로 합류한 박찬 동문이 그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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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1분 파주시의 금릉역을 출발해 지근거리의 금릉대교 아래로 이동했습니다. 바로 옆 철교는 옛날에 칠간다리로 불렸던 기차다리로 근처 가나무골의 외갓집에 놀러갔을 때 그 동네 또래들과 함께 철로 위를 걸었던 적도 있습니다. 이 다리에서 한강하구에 이르는 구간의 공릉천은 특별히 교하강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다리 아래 강변에 낸 자전거길을 따라 걷다가 이내 전날 내린 비로 물이 불은 강가로 다가갔습니다. 강가에 넓게 터 잡은 금촌자연학습장을 걸으면서 파릇파릇 돋아난 풀들과 황갈색의 갈대가 빚어낸 극명한 색상의 대비를 보고서 봄으로의 진입이 아직도 진행 중임을 알았습니다. 사업시작 5년 만에 힘들게 세운 중소기업을 접어야 했던 저와는 달리, 도산위기에 처한 한 중견회사의 경영을 맡아 보기 좋게 살려낸 자랑스러운 친구는 이번에 새로 합류한 동문으로, 이 친구와 함께 걸으며 나눈 이야기는 중학교를 졸업해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간략한 인생역정이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 멀리서 바라보았던 교하다리는 철거되고 그 자리에 교하신교가 새로 놓여 있었습니다.

 

 

  1111분 먼발치서 문산중학교의 변화된 모습을 커메라에 담았습니다. 교하다리를 지난 지 얼마 안 되어 삽교천이 흘러들어오는 합수점 위 제방 길로 올라갔습니다. 공릉천을 가로질러 설치한 대전차장애물을 보자 여기가 중학교 다닐 때 밤이면 북한의 대남방송으로 꽤나 시끄러웠던 바로 그 최전방지역이다 싶은 생각이 났습니다. 북쪽 가까이에 보이는 문산중학교 건물이 다소 생경하게 느껴진 것은 당시로는 파주에서 유일했던(?) 석조건물이 소규모의 아파트를 옮겨 놓은 듯한 현대식 건물로 바뀌어서였습니다. 비포장 제방 길은 왼쪽으로 휘어 서쪽으로 이어졌습니다. 저 아래 남도지방보다 기온이 낮아서인지 제방 아래 넓은 논 뜰에 영산강을 따라 걸으며 보았던 파릇파릇한 보리들이 자라지 않아 썰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시 강변으로 내려가 자전거 길을 따라 얼마간 걷자 꽤 넓은 갈대밭이 펼쳐져 강으로서의 면모가 감지됐 습니다. 오도교를 지나자 강 건너로 2005년과 2009년 한북정맥 종주 길에 올랐던 이 정맥의 끝점인 장명산이 아주 가깝게 보여 반가웠습니다.

 

 

  1227분 영천배수갑문 위 다리를 건넜습니다. 오도교를 지나 강 건너로 보이는 마을이 막내 이모님이 살고 계셨던 오도리로, 한 번 놀러갔던 일이 기억났습니다. 이제는 부모님은 물론 형제나 자매되시는 분들이 모두 돌아가셔서 더 이상 오가지 않습니다만, 그 옛날에는 부모님을 따라 가까운 친척집을 찾아가는 일은 가슴 설레는 큰 일이었습니다. 오도교를 지난지 얼마 안 되어 탄현과 교하를 이어주는 더 큰 다리를 지났습니다. 강 건너 교하리-하지석리-오도리 순으로 서쪽으로 이어지는 100m 내외의 낮은 산봉우리들은 강과 인접해 뻗어나가다 영천배수갑문에 이르러 강과 멀어져 남쪽 문발리 쪽으로 물러나고 넓은 벌이 펼쳐졌습니다.  전날 비가 많이 내려 갑문 위 다리 위에 고인 흙탕물이 옷에 튀지 않을까 걱정되어 조심해서 건넜습니다. 한강 하구가 멀지 않은 이 위치에 배수 갑문을 설치한 것은 사리 때 만조에 이른 바닷물이 한강을 통해 여기까지 밀려들어와 농작물이 염해 피해를 입는 것을 막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리 건너 북쪽으로 꺾이는 교하 쪽 제방 길을 따라 걷다가 이내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길 아래 시멘트 계단에 앉아 점심을 함께 들었습니다.

 

 

  146분 송촌리 한강하구에 도착해 공릉천 탐방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양천배수갑문이 강물을 가둬 그 아래 공릉천은 물 흐름이 미미했습니다. 한강과 가까워져 강폭은 넓어졌지만 개벌에 나 있는 하도는 가운데가 움푹 파여 깊고 좁았습니다. 공릉천으로 흘러들어오는 청룡두천은 문발리 쪽으로 한참 걸은 후에야 다리를 만나 건널 수 있었습니다. 다리 건너 합수점으로 돌아가 엄청 넓게 자리한 공릉천 늪지대의 갈대밭을 보고 놀랐습니다. 제가 아는 한 파주에서 가장 넓은 갈대습지가 아닌가 싶은데 홍수 때 저류지 역할을 단단히 해낼 것 같습니다. 다시 서쪽으로 이어지는 제방 길을 따라 걸어 3년 전에 평화누리길 종주 차 건넜던 송촌교에 이르렀습니다. 이 다리에서 한강하구까지는 200-300m 밖에 떨어지지 않아 이내 송촌대교 아래 한강하구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북한군의 침투를 막고자 초병들이 지키고 있는데다 사진촬영이 불허되어 바로 위 자유로로 올라가 사진을 찍은 후 송촌교로 돌아갔습니다. 송촌교를 건너 파주프리미엄 아울렛까지 걸어 가 버스를 기다렸으나 여의치 못해 택시를 불러 금촌 시내로 이동했습니다.

 

 

  뒤풀이는 고맙게도 이번에 처음 같이 걸은 박찬 동문이 해주었습니다. 시장 안의 순대 집에서 저녁을 맛있게 들었고 모처럼 거나하게 술도 마셨습니다. 단연코 최고의 안주는 1960년대 초반에 함께 보낸 중학생 시절의 회고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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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탐방으로 파주시를 지나는 대표적인 두 하천인 문산천과 공릉천 따라 걷기를 모두 마쳤습니다. 임진강으로 흘러들어가는 문산천과 한강으로 합류되는 공릉천을 가르는 분수계는 한북정맥의 한강봉에서 파주시의 오두산으로 이어지는 한북오두지맥입니다. 제가 파주시를 동에서 서로 관통하는 한북오두지맥을 종주한 것은 2005년의 일입니다. 그 당시는 강줄기에 대한 지식이 없어 한북오두지맥이 공릉천과 문산천을 가르는 분수계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두 하천의 탐방을 마치고 나자 이제야 비로소 제 고향 파주의 산줄기와 물줄기가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북동쪽으로 한북감악지맥이, 그리고 남서쪽으로 한북정맥이 울타리가 되어주고, 서쪽으로 한강이 파주시를 감싸고 있습니다. 이런 파주시를 동서로 관통하는 한북오두지맥이 임진강으로 흐르는 북쪽의 문산천과 한강에 합류되는 남쪽의 공릉천의 분수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이번 공릉천의 탐방은 보람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탐방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