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구간: 왕두골삼거리-감동마을-부남면사무소
*탐방일자: 2021. 10. 28일(목)
*탐방코스: 왕두골삼거리-진안밤바위-용담초교-감동마을-유평교
-부남면사무소-유동버스정류장
*탐방시간: 11시25분-15시58분(4시간33분)
*동행 : 나 홀로
제 딴에는 인터넷을 검색해 단단히 채비를 했다고 했는데, 다녀와서 보니 강가에 낸 제 길을 놔두고 엉뚱하게 강에서 멀리 떨어진 차도를 따라 빙 돌아가느라 금강 강변의 절경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주로 참고하는 지도는 카카오 맵으로, 이 맵에는 웬만한 지형도보다 도로들이 훨씬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이런 맵도 서비스하지 못하는 길이 있으니, 그 길은 강변에 면한 산에 낸 샛길입니다. 이 샛길은 현지 주민들이 냈거나 지자체에서 둘레길로 조성한 것으로 대부분이 포장이 되지 않은 좁은 길이어서 인터넷을 꼼꼼히 검색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입니다. 지지난번에 걸은 죽도교에서 용평대교까지 금강 동안(東岸) 길은 시멘트로 포장된 길인데도 카카오맵에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이는 아마도 산자락에 낸 임간도로이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이번에 빼먹은 강변길은 진안섬바위에서 감동마을에 이르는 금강 길로, 감동벼룻길로 명명된 길입니다. 섬바위에서 오른 쪽으로 굽이져 흐르는 금강이 곧추선 암벽 아래를 지나 감동마을에 이르게 됩니다. 진안군에서 이 강을 따라 감동벼룻길을 낸 것은 집에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다 알았습니다. 진안섬바위 안내문을 사진만 찍고 읽지를 않아 몰랐던‘감동벼룻길’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자, 이 길을 걸은 분들의 글 몇 편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강변을 따라 낸 ‘감동벼룻길’은 포장이 안 된 샛길이어서 이 길을 따라 걸었다면 감동이 몇 배 더했을 텐데, 덤벙대느라 벼룻길을 걷지 못하고, 진안섬바위-신용담교-용담초교-뒷뒤기재-감동교-감동마을 코스로 빙 돌아갔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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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터미널을 오전10시30분에 출발한 버스가 이번 걷기의 출발점인 왕두골삼거리에 이르는데 50분 가까이 걸린 것은 정천면의 조림삼거리에서 왼쪽으로 6.3Km를 들어가 벽지마을 가리점마을을 들렀다가 나오는데 20분 가까이 소요되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조림삼거리-정천면사무소-맞바위-가리점에 이르기까지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한갓진 산골마을과 가을단풍을 완상할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이런 풍경은 농촌버스를 타지 않고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것이어서, 저는 농촌버스를 탈적마다 은근히 벽지마을을 들러 가기를 바랐습니다. 조림삼거리에서 왕두골마을에 이르는 795번 도로는 용담댐의 서안(西岸) 길로 용담호의 빼어난 자태를 가까이서 감상하기에 딱 알맞은 맞춤 길입니다.
11시25분 왕두골삼거리를 출발했습니다. 자연생태공원을 왼쪽으로 돌아 얼마간 차도를 따라15분가량 걸어 내려가 자연생태공원 정문 앞에 이르자, 길이 이렇게 연결되는 것을 진작 알았다면 공원안의 숲길을 걸을 것을 괜히 포장도로를 걸었다 싶었습니다.
용담가족테마공원에서 숨을 돌린 후 신용담교를 건너 진안섬바위를 들렀습니다. 연인들로 보이는 두 젊은이가 텐트를 치고 있는 강변으로 다가가 강 건너 섬바위를 느긋이 감상하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섬바위는 “용담호와 금강이 마주하는 강가 어귀 한 가운데 섬처럼 솟아 있는 높이 14m의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다”라는 안내판의 글처럼 섬처럼(?) 솟아 있지만 강물이 이 바위를 에워싼 것이 아니어서 섬바위로 부르기에는 좀 뭣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섬의 아름다움은 “섬바위 내에는 천년송이 자생하여 절경을 이루고 주변으로 어둔이라는 모래톱이 2Km에 걸쳐 생성되어 있다.”라는 안내판의 소개 글에 잘 나와 있습니다. 제가 간과한 것은 “또한 금강변 물길을 따라 감동마을까지 이어주는 감동벼룻길과 함께 지질적, 생태적, 역사 · 문화적 가치가 높은 것이다”라는 안내문의 길 정보로, 이 정보를 바로 알지 못해 빙 돌아 감동마을 갔습니다.
진안섬바위를 출발해 다시 신용담교를 건넜습니다. 오른 쪽 용담체련공원으로 들어가 햄버그를 꺼내들면서 십수분 쉬었는데 땀이 식어서인지 한기가 느껴졌습니다. 체련공원을 지나 금산쪽으로 13번도로를 따라 걸었습니다. 용담초교를 지나 사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뒷뒤기재고개를 넘느라 꼬부랑길을 걸었습니다.
13시55분 감동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뒷뒤기재를 넘어 감동대교에 이르러서야 금강을 다시 만났습니다. 이 다리를 건너 제방에 낸 포장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8백m(?) 가량 떨어져 있는 감동마을로 향했습니다. 제가 찾아간 감동마을은 집들이 몇 채밖에 들어서지 않았으나, 모두가 어엿한 양옥들이었습니다. 한 세기 전에 김소월 선생께서 “엄마야 누나냐 강변 살자”던 그런 강변 마을은 아니었지만, 금강이 바로 앞에 흐르고 있어 풍광은 여전히 빼어났습니다. 강변으로 내려가 자갈길을 걸으며 감동대교로 돌아가는 길에 눈길을 끈 것은 ‘돌상어복원지’ 안내판입니다. 잉어과 모래무지아과에 속하는 우리나라의 고유어종으로 임진강, 한강과 금강의 중 상류에만 서식하는 멸종위기의 이 물고기는 몸길이가 8-12cm에 불과하고 머리는 위아래로 납작하다고 합니다. 이 물고기가 상어로 불리는 것은 주둥이가 뾰족해서가 아닌가 싶은데, 제대로 복원되려면 여기 금강에 방류한 치어가 살아남도록 금강의 생태계가 잘 보전되어야 할 것입니다. 감동대교에서 3-4분가량 17번 도로를 따라 걸어 무주 땅인 부남면에 발을 들인 것은 14시13분이었습니다. 계속 동진해 나지막한 고개를 넘어 내려가자 왼쪽 아래로 금강의 물줄기와 큰 비가 오면 강물에 잠길 것 같은 작은 시멘트다리인 세월교(洗越橋)가 놓인 풍경이 한 폭의 그림 같아 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른 쪽으로 도솔리 길이 갈리는 삼거리에 이른 시각은 14시36분으로 여기서부터 안장천과 합류되는 남쪽의 유평교까지는 금강과 나란한 방향으로 차도가 이어졌습니다.
15시22분 부남면사무소 앞에 도착해 7구간 걷기를 마쳤습니다. 도소리 갈림길에서 전주/금산으로 이어지는 635번 도로를 따라가다 틈틈이 왼쪽 아래 금강에 눈길을 주었습니다. 강폭은 좁아졌지만, 용담호보다 수질이 좋아져서인지 녹조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제 철을 만난 강변의 갈대들이 떼 지어 너풀너풀 춤을 추고 있는 정경을 보노라면, 저런 춤은 갈대가 가냘프기 때문에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참을 걸어 ‘금강 하구 둑으로부터 327Km' 남았다는 안내 폴(pole)을 보고 반가웠던 것은 이런 폴을 섬진강과 영산강에서 숱하게 보아서였습니다. 남쪽으로 흘러내려간 금강은 유평교에 조금 못 미치어 안창천의 물을 받아들인 후 확 꺾여 북쪽으로 흘러내려갔습니다. 유평교를 건너 금강을 따라 낸 635번 도로를 따라 북진하다가 부남터널을 막 지나 대문바위 앞에 이르자 비석이 보여, 발걸음을 멈추고 아래 비문을 읽었습니다.
"그 옛날 대문을 달아 통제했다는 이 바위는 오가는 길손의 발걸음을 멈춰 서게 할 만큼 명물로 각광을 받는다. 머리에 이고 선 노송들을 천년송이라 부르며 이무기와 얽힌 전설이 살아 전해오는 곳이기도 하다”
거암이 강변에 면해 있고, 바위 위에 소나무가 자리하고 있는 모습은 진안섬바위와 짝을 지워도 잘 어우릴 것 같았습니다. 덤덜교를 지나 부남면사무소에 이르자 무주시내로 나가는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무료하게 반시간 넘게 기다렸다가 타는 것보다 좀 더 걸어가다 버스를 타는 것이 낫겠다 싶어 정자에 앉아 4-5분을 쉰 후 부남면사무소를 출발했습니다.
15시48분 유동버스정류장에서 하루 걷기를 모두 마치고 무주로 나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부남면사무소를 출발해 대소교를 건너면서 그늘이 진 금강을 내려다보자 이 강에 살며시 내려앉기 시작한 저녁기운이 감지되었습니다. 이 다리를 건너 무주로 이어지는 차도는 강변의 공원(?) 조성 공사로 어수선했습니다. 공사장을 지나 몇 분후 도착한 유동버스정류장에서 발걸음을 멈춘 것은 다음 정류장에 다다르기 전에 버스를 만나면 손을 흔들어도 정류장이 아니라서 버스가 서지 않고 그냥 내달릴지 않을까 걱정되어서였습니다. 집에 돌아와 무주관광안내전단을 보고 부남면사무소에서 무주읍의 소이나루까지 나 있는 예향천리금강변마실길을 걸어야 금강 따라걷기를 온전하게 하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리하려면 다음번에 부남면사무소에서 출발해야 하므로 , 이번에 걸은 부남면사무소-유동버스정류장 구간은 덤으로 걸은 셈이 되었습니다.
유동버스정류장에서 16시3-4분경에 오른 버스가 16시25분이 다되어 무주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1시간가량 기다렸다가 17시25분에 터미널을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50분가량 달려 영동역에 도착해, 18시29분에 출발하는 수원행 열차에 넉넉하게 승차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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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처럼 컴퓨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 일을 그르친 적은 여러 번 있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하다가 키를 잘못 눌러 몇 시간 동안 작성한 것을 여러 번 날려버렸습니다. 엑셀을 배운 적이 없어 그래프를 작성하거나 데이터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답답해한 일도 자주 있습니다. 어쩌다 강연할 기회가 오면, 친구한테 PPT자료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해야했습니다. 컴퓨터를 모른다는 것은 문맹이 틀림없을 진데, 이 문맹에서 벗어나려고 어떤 시도도 하지 못하는 것은 컴퓨터 앞에 앉으면 뭘 잘못 건드려 낭패를 보지 않을 까 겁부터 나서입니다.
멀리 떨어진 깊숙한 오지를 찾아가 자연(自然)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완상하는데도 문명(文明)의 총아인 인터넷을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아이러니로 인식하는 자세로는 컴퓨터와는 결코 가까워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그래도 다행이다 싶어 하는 것은 뒤늦게 학위논문을 준비하느라 컴퓨터와 더불어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컴퓨터와 보다 가까워질 것이고, 서투르나마 엑셀이나 ppt같은 더 없이 어려워 보이는 프로그램들도 다룰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해봅니다. 며칠 전 서점을 들러 엑셀교본을 산 것도 그런 기대가 있어 그리 했습니다.
<탐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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