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구간: 안천버스정류소-용담댐-왕두골삼거리
*탐방일자: 2021. 10. 14일(목)
*탐방코스: 안천버스정류소-장등-용담댐-왕두골삼거리-용담대교-용정망향탑
*탐방시간: 11시44분-17시58분(6시간12분)
*동행 : 나 홀로
현행법상 제언(堤堰)의 높이가 15m이상 되어야 댐(dam)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합니다. 2000년대 들어 4대강에 설치된 여러 제언들을 댐이라 부르지 않고 보(洑)라고 지칭하는 것은 그 높이가 15m에 못 미치어서입니다. 우리나라 댐의 대다수는 저수(貯水)를 목적으로 한 저수댐입니다. 저수용량이 댐을 설명하는데 주요한 지표로 활용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다목적댐의 순위가 소양감댐, 충주댐, 안동댐, 대청댐, 용담댐 순으로 이어지는 것은 다름 아닌 저수용량을 기준한 때문입니다.
이번에 탐방한 용담댐은 금강의 상류인 전북진안군용담면의 월계리(月溪里)에 축조한 다목적 댐입니다. 댐 높이가 70m, 길이가 498m나 되는 이 댐은 총저수량이 815백만톤에 이르는, 국내에서 5번째로 규모가 큰 대형 댐입니다. 꼭 20년 전인 2001년에 완공된 이 댐은 부설한 너비 3.2m, 길이 21.9Km의 도수(導水) 터널을 통해 전주, 익산, 군산, 김제와 군산-장항 산업기지 등 서해안 지역 300만여 명의 주민과 공장 및 농지에 연간 492백만톤의 생활용수, 농업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137백만톤의 홍수조절 능력을 갖춘 여수로(餘水路) 5개가 댐 왼쪽에 설치되어 있어 상습 침수지역인 금강 중류와 하류 지역의 홍수를 대비할 수 있게 되었고, 수력발전소에서는 연간 198백만㎾의 전력을 생산한다고 두산디피아 사전은 적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용담댐 건설로 향유하는 이익이 저토록 클 진데, 그 큰 이익이 공짜로 얻어졌을 리가 만무합니다. 이 댐의 건설로 총 1개읍, 5개면, 68개 마을이 수몰된 것만 보아도 점심 값이 만만치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근래 댐의 수가 늘어나고 규모가 커져 호수면적이 확대됨에 따라 제반 환경에 미치는 댐의 부정적인 영향이 점차 부각되어 댐 건설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엄청 높아졌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환경에 미치는 댐의 부정적 요인을 줄이기 위해 대처해야 할 당면과제로 저수지 수면적 증가에 따른 기상 변화에 대한 대응책, 댐 공사에 의한 지형파괴·산림훼손지역의 조림·사방사업 등 자연환경의 복원책, 저수지 내의 정체수역 발생에 의한 탁수의 장기화와 플랑크톤(plankton)의 이상 발생에 따른 부영양화 등 호수의 수질오염 방지를 위한 댐 상류지역의 오염물질 배출 억제책, 수몰민의 생활기반 상실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이주정착사업의 제도화 등을 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지지 못한다면 점심 값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져 꼭 필요한 댐이나 보조차도 건설을 포기해야할 상황에 직면할 것 같아 걱정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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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다섯 번 째 ‘금강 따라 걷기’의 출발점인 안천버스터미널에는 오전11시10분에 진안터미널을 출발하는 무주행 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운산삼거리를 지나 용평대교를 건너기까지 오른 쪽 아래로 펼쳐지는 용담호의 수려한 강 풍경을 바라보면서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전 11시44분 안천버스정류장을 출발했습니다. 무주로 향하는 30번 도로를 따라 북진하다가 안천교차로에 이르기 직전의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갈리는 길로 들어섰습니다. 하리입구 버스정류장을 지나 금산으로 이어지는 13번 도로를 따라 북서진해 다시 용담호를 만난 것은 걷기를 시작한지 반시간이 조금 지나서였습니다. 안천삼락정수장과 장등마을을 차례로 지나 5분가량 더 걸어가자 왼쪽 아래로 용담호로 내려가는 소로가 보였습니다. 그 길로 내려가 호반 길을 걷고 싶었지만, 어디서 길이 끊기는지 알 수 없어 그냥 큰 도로를 따라 걸었습니다. 이 도로는 앞서 걸은 30번도로보다 오가는 차량이 많지 않은데다,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가을날씨에 한 낮의 기온이 섭씨20도에 머물러 걷기에 딱 좋았습니다. 전날 내린 비로 지저분한 것들이 싹 씻겨 내려가서인지 도로는 마치 청소를 막 마친 것처럼 깔끔했습니다.
12시56분 구곡새마을회관을 지났습니다. 장등마을을 지난 후 고개를 넘어 구곡새마을회관 앞에 이르기까지 15분이 걸렸습니다. 새마을회관은 현관의 유리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길 건너 송금가든의 마당에는 저 아래 용담호에 있어야 할 작은 배가 놓여 있어 뭔가 모르게 어색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13번 도로를 따라 10분을 더 걸어가자 금강 물을 저수하는 용담댐이 꽤 크게 보였습니다. 용담호와 나란한 방향으로 이어지는 차도를 따라 걷다가 도리깨질을 하며 참깨를 터는 노부부가 눈에 띄어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용담댐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보다 넓게 펼쳐진 용담호가 한층 뚜렷하게 보여 용담호의 참 모습이 이런 것이구나 하며 감탄했습니다. 커브 길을 직선화하는 공사장을 지나 삼락교를 건넜습니다.
13시53분 용담댐 환경조각공원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삼락교를 건넌 후 7-8분을 더 걸어 다다른 용담댐환경조각공원은 제법 넓어 조각물 외에도 용담댐 준공기념탑과 용담호 표지석, 용담댐휴게소, 물문화관, 댐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용담댐지사 등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용담댐에 관한 자료를 구하고자 물문화관을 찾았으나 코로나로 문이 닫혀 들어가 보지 못했습니다. 공원에 전시된 환경조각물은 철제작품 158점, 음료수 캔작품 20점, 생수통작품26점 등 도합 204점이라고 합니다. 전시된 작품들은 오십이 넘어 이곳 용담면으로 귀촌해 여러 해 동안 땀과 열정을 쏟아 부은 조각가 이웅휘선생님께서 일상생활의 폐품들을 활용하여 예술작품으로 재창조한 환경작품이라고 공원안내문은 적고 있습니다.
전장 498m의 용담댐을 건너면서 몇 번이고 멈춰 서서 용담호를 조망했습니다. 물 색깔이 상천면의 죽도교 아래 금강보다 훨씬 파란 것으로 보아, 요 며칠 사이 내린 비로 녹조가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작년에 섬진강을 따라 걸으면서 보았던 감동이 되살아 난 것은 금강의 용담댐 저수량이 섬진강의 운암댐보다 더 많은데다, 더 많은 골짜기들을 구석구석 물로 채워 호안(湖岸)의 굴곡미가 잘 드러나서입니다. 여기 용담댐 위에서 오래 기다리다보면 저 멀리 안천이나 정천 쪽에서 돛단배가 나타나 제게 다가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들은 것은 후원(後園) 같은 작은 섬이 몇 개 들어선 꽤 넓은 용담호가 하도 조용해 깊은 잠에 빠져든 것을 누군가가 깨우러 올 것 같아서였습니다. 그 어떤 배라도 이 호수에 띄울 수 있다면 그 배를 타고 공간적으로는 금강 상류 죽도 쪽으로, 시간적으로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항해해 우리 역사 최초로(?) 공화국을 꿈꾸었다는 정여립에게 조선의 선조시대와 대한민국의 오늘 중 어느 때가 더 난세인지 물어보아야겠다는 엉뚱한 생각도 했습니다.
14시55분 왕두골버스정류장에서 4구간 따라 걷기를 마쳤습니다. 환경공원에서 용담댐을 건너 맞은편의 2층 정자에 오르자, 물샐 틈 하나 없이 튼실한 흰색의 용담댐과 이 댐이 담고 있는 용담호의 파란 물이 골짜기 구석구석을 채워 이룬 곡선이 또렷하게 보였습니다. 용담댐 주차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왕두골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해, 일단 4구간 탐방을 매듭지었습니다. 여기서 강줄기를 따라 2-3시간 더 걸으면 무주 땅에 발을 들일 수 있지만, 이번이 아니면 용담호의 서안 길을 걷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795번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용담본댐휴게소를 지나 나지막한 고개를 넘어가자 호반에서 가까운 길가에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설치한 것으로 생각되는 공기변실 환기구가 눈에 띄었는데, 이번에 처음 본 이것은 용담호의 수질보존을 위해 설치한 정화장치가 아닌가 합니다.
795번도로를 걸으며 월계교에 이르기까지 지나온 강변 정경은 참으로 고혹적이었습니다. 이제껏 걸은 호반 길 중 아름다운 몇 곳을 손꼽아보라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이번에 걸은 금강의 용담호 서안길을 첫 번째로 꼽고자 합니다. 앞으로 한강이나 낙동강을 마저 걸은 후 그 때 가서 생각이 바뀔지 모르겠지만, 이미 걸은 바 있는 섬진강의 옥정호나 영산강의 담양호보다 용담호를 먼저 손꼽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로 호수가 훨씬 더 넓어 시원해 보인다는 것, 둘째 골짜기 구석구석을 물로 채워 호반 길의 곡선미가 빼어나다는 것, 셋째 정원 같은 작은 섬들이 여러 개 있어 호반의 운치를 더해준다는 것, 마지막으로 해발고도가 천m가 더 되는 운장산과 구봉산 등의 고산들이 이 호수를 둘러싸고 있어 더 푸근해 보이는 것 등을 그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눈앞에 전개된 용담호의 수려한 아름다움을 글로 다 옮기기에는 제 필력이 턱 없이 달린다는 것을 실감하고 나자, 새삼 카메라를 발명하고 사진술을 발전시킨 분들이 고마웠습니다.
16시11분 용담대교를 건넜습니다. 월계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운일암과 반일암으로 가는 주천 길을 버리고 직진해 정천 쪽으로 향했습니다. 수천정류장을 지나 펼쳐진 용담호는 여전히 풍광이 빼어나 여러 번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2004년8월8일 세워진 길가의 원장마을 망향비의 비문을 읽고 수몰마을 주민들이 고향을 잃어 얼마나 가슴 아파 했을까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용담대교에 이르자 저녁햇살이 감지되기 시작해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강을 가로지르는 시멘트다리도 이 호수의 자연 풍광에 녹아들어 전혀 눈에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오른 쪽으로 호계마을 길이 갈리는 삼거리에서 호암교를 건너 범바우마을의 길가 정자에서 쉬어 갔습니다. 다시 고개를 넘어 16시57에 다다른 사근교를 건넌 후, 7-8분을 더 걸어 도착한 용담호사진문화관은 시간이 없어 그냥 지나쳤습니다.
17시58분 용정마을의 망향탑에 올라 하루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왕두골버스정류장을 출발할 때만 해도 용담호의 풍광을 완상하며 걷는데 까지 걸어가다 저녁 5시를 조금 넘겨 진안 택시를 부를 생각이었습니다. 그리해서 저녁7시57분에 전주역을 출발하는 수원행 열차를 탈 계획이었는데, 막상 호반 길을 걷다보니 저녁 풍경이 하도 고혹적이어서 해지기 전에 걷기를 마친다면 오랫동안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기왕에 나선 길이니 해떨어져 땅거미가 내려앉을 때까지 한 번 걸어보자고 마음을 고쳐먹고 두곡교와 모정교 두 다리를 차례로 지나 다다른 지점이 용정정류장이었습니다. 버스가 이 정류장을 지나는 18시20분까지는 시간 여유가 있어 바로 뒤 동산의 망향탑을 들렀습니다. 마지막 저녁 햇살의 도움을 받아 서둘러 사진 몇 장을 찍은 후 정류장으로 돌아와 10분 남짓 기다렸다가 진안행 버스에 올랐습니다.
저를 태운 버스는 정천면소재지를 들러 진안터미널을 향해 쏜살같이 내달렸습니다. 밤이라 손님이 없어 거의 쉬지 않고 내달려서인지, 생각보다 빨리 진안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4-5분을 기다려 18시50분발 전주행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안골의 간이정류장에서 하차해 택시를 타고 이동한 덕분에 전주역에서 19시57분발 수원행 열차에 탑승할 수 있었습니다. 제 좌석을 찾아 자리에 앉고 나자 우리나라 교통시스템이 세계에서 최고일 것 같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이토록 훌륭한 교통시스템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작동하고 있기에 벽지의 강을 20Km 넘게 따라 걷는 일을 하루에 마치고 그날로 천리 가깝게 떨어진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새삼 우리나라가 자랑스럽고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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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댐환경조각공원에 전시된 조각 작품들은 대체로 작품 자체의 예술적인 아름다움 보다는 환경보호라는 이슈를 부각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대문명을 고발(?)하는 이런 유(類)의 작품들이라면 수려한 풍광의 호반공원보다는 차라리 도심공원에 전시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기는 용담댐과 같은 다목적 댐 그 자체가 현대문명의 산물이기에 여기 호반공원에 전시했다고 해서 잘못된 일은 아닐 것입니다.
현대문명이 고도화되면서 1인당 물소비량이 급증해, 많은 국가들이 댐을 건설해 필요한 물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댐 건설로 야기되는 문제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적지 아니 심각합니다. 이런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야 우리는 현대문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또 향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요체는 환경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과학기술의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문명에 대한 단순한 거부가 아닌 건실한 비판이 요구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전시작품들을 보고나서 불필요하게 현대문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화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탐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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