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구간: 난실교-천궁교-진위역
탐방일자: 2025년2월16일(일)
탐방코스: 난실교-장서교차로-중복교-전궁교-남사고개-남사진위IC-진위향교-진위역
탐방시간: 9시36분-16시32분(6시간56분)
동행 : 나 홀로
경기도 땅은 꽤 많은 지역이 한강 유역에 속해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는 한남정맥 이남의 땅을 빼면 경기도 땅은 한강 유역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수 이북은 한북정맥이, 한수 이남은 한남정맥이 한강의 울타리가 되어 한강 유역을 이루고 있습니다. 한북정맥 이북의 임진강도 한강의 제1지류여서 이 강의 유역 또한 한강의 유역에 포함되기에 파주와 연천 및 포천의 일부 지역도 한강 유역에 속하게 되어 한수 이북의 경기도 전역이 한강 유역에 속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경기도에서 한강의 유역에 속하지 않는 지역은 한남정맥 이남의 지역이 아닌가 합니다. 이 지역을 흐르는 하천들은 한강에 합류되지 않고 바로 서해로 흘러들어갑니다. 이번에 따라 걸은 진위천도 한남정맥 이남의 경기도 땅을 흘러 한강이 아닌 서해로 흘러듭니다. 한남정맥 이남의 지역을 흐르는 하천 중에서 가장 긴 하천은 안성천으로 안성에서 발원해 아산만으로 흘러들어갑니다. 진위천은 오산천과 황구지천의 물을 받아들여 안성천으로 흐르고, 안성천은 진위천의 물을 받아들여 아산만으로 흘러가 서해로 들어갑니다.
저는 두 해전인 2023년 10월 안성시의 미산저수지에서 시작해 양성면의 난실교까지 걸어 진위천 첫 구간을 깔끔하게 끝낸 바 있습니다. 그 후 낙동강의 전 구간을 따라 걸었고, 오대천 전 구간과 한강의 정선 구간을 탐방하느라 한동안 진위천 탐방을 이어가지 못했다가 작년 12월 낙동강 따라 걷기를 전부 끝마친 후 이번에 진위천을 다시 찾아 두 번째 구간을 이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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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본 집에서 출발해 용인의 김량장역에 다다르기까지 전철만 4번을 탔습니다. 산본역에서 금정역까지는 4호선을, 금정역에서 수원역까지는 1호선을, 수원역에서 기흥역까지는 분당선을, 그리고 기흥역에서 김량장역까지는 용인시의 경전철을 이용했습니다. 김량장역에서 하차해 이번 탐방의 출발점인 안성시 양성면의 난실교까지는 택시로 이동했습니다.
오전 9시 30분 난실교를 출발했습니다. 진위천 좌안을 따라 걷다가 이내 남북대로를 그 아래로 통과해 양성로로 들어섰습니다. 장서교회를 지나 다다른 장서교차로에서 직진해 안성 쪽으로 향하다 곧바로 길을 잘못 들은 것을 알고 장서교차로로 복귀해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어진로로 들어섰습니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며 자주 발걸음을 멈춘 것은 오른쪽 아래로 드넓은 송전저수지가 눈 앞에 펼쳐졌기 때문입니다.
이동저수지로도 불리는 여기 송전저수지는 1964년에 착공하여 1972년에 준공된 저수지로, 경기도에서는 가장 크고 남한에서 5번째로 큰 저수지라고 합니다. 유역면적이 9,300ha에 달하고 제방의 길이가 660m, 높이가 17.5m인 송전저수지의 저수용량은 20,906천m3으로, 저수용량이 1,170천m3에 불과한 제 집 근처 반월저수지보다 스무 배 가까이 더 큽니다. 진위천이 합류되는 지점의 북동쪽 부분은 재작년에 1차 탐방 때 호반길을 따라 걸었고, 이번에는 남서 쪽을 따라 걸어 이 저수지의 좌안 길은 다 따라 걷는 셈입니다. 어진로를 따라 걸으며 조망한 이 저수지는 북쪽 끝으로 아스라이 보이는 이동읍의 하얀 아파트와 그 남쪽의 나지막한 산들로 에워싸인 호반이 어울려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용인의 명소인 어비낙조 전망처와 송담고택을 차례로 지나 용인수상스키장에 이르자 한국농어촌개발공사에서 괸리하는 송전저수지의 제방과 수문이 뚜렷하게 보였습니다.
10시52분 아모르파티호수재활요양원을 지나 어진로를 따라 서쪽으로 진행했습니다. HD뱅크오일주유소를 지나 다다른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중복교에 이르러 진위천 좌안의 천변 길로 내려섰습니다. 수역교에서 천궁교까지 이어지는 진위천물가산책길을 따라 진행하다가 벤치가 보여 샌드위치를 꺼내 들었습니다. 이제 겨울이 끝났다 싶은 것은 기온이 영상 10도 가까이 올라가 점심 식사를 하는 동안 내내 장갑을 벗었는데도 손이 전혀 시리지 않아서였습니다. 오리들이 유영하는 진위천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 진위천 우안의 천변길로 들어서 야외무대를 지났습니다. 진위천으로 흘러드는 완장천을 징검다리로 건너 진행하다가 너구리가 살고 있다는 안내판을 보자 반가운 마음이 일었습니다.
“너구리가 살고 있습니다. 반려동물과 산책 시 하천 변 우거진 풀숲을 피해주시고 목줄을 반드시 채워 너구리와 접촉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너구리 발견 시 만지거나 먹이를 주는 등 접근하지 마세요.”
너구리는 어렸을 때 파주 고향에서 어른들이 잡아 온 것을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너구리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린 제게도 징그럽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천변 길에서 올라선 오른쪽 제방 길을 따라 걸어 전궁교에 이르렀습니다.
12시33분 전궁교를 출발했습니다. 전궁교를 건너지 않고 그 반대 쪽으로 30-40m 가량 걸어 왼쪽 아래 봉무천으로 내려가 이 하천이 진위천으로 흘러드는 바로 앞 합류점을 사진 찍었습니다. 징검다리를 건너 진위천 우안의 천변길을 조금 따라 걷자 이내 길이 끊겨 오른쪽으로 올라가 제방 길을 따라갔는데, 이 제방 길 또한 동호모터스 건물 앞에서 막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되돌아가야 했습니다. 봉무교에서 왼쪽으로 꺾어 남사파출소와 동호모터스를 차례로 지나 남사초등학교에 다다랐습니다. 이 학교를 보자 64년 전에 졸업한 파주의 도마산초교가 생각나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알록달록하고 앙증맞아 보이는 이 학교를 카메라에 담아 왔습니다.
나지막한 남사고개를 넘어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완만했습니다. 편도 1차선의 이 도로는 따로 인도가 나 있지 않아 대형 화물차를 만나면 잠시 비켜서서 지나기를 기다리곤 했습니다. 오산기아교육센터를 지나 왼쪽으로 진목교 길이 갈리는 수세교차로에 이르자 천덕산로를 오가는 차량들이 많아져 꽤나 시끄러웠습니다.
13시45분 유평교를 출발했습니다. 수세교차로에서 천덕산로를 따라 서진하다가 통삼천의 유평교를 건넜습니다. 다시 건널목을 건너 진위향교로 이어지는 통삼로로 들어서자 중앙분리선이 따로 없을 정도로 길이 좁아 차도를 따라 걷는 일이 엄청 조심스러웠습니다. 차가 다니지 않는 진제방길을 따라 걸을 생각으로 통삼로에서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 제방 길을 찾았으나 길이 나 있지 않아 두 번 모두 허탕치고 통삼로로 돌아가 좁은 길을 계속 걸어야 했습니다.
경부고속도로를 밑으로 지나 만난 사후천을 따라 걸어 진위천 우안의 제방 길로 들어섰는데,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아서인지 제방에 잡목들이 많이 자라 이 길을 따라 걷는 일이 많이 불편했습니다. 이런 길을 십분 남짓 걸어 시멘트로 포장된 제방길을 만나자 문명의 고마움이 절로 느껴졌습니다. 다시 10여 분을 걸어 만난 통삼로를 따라 걸어 진위향교 앞에 다다르자 진위천 위에 놓인 세월교가 눈을 끌었습니다. 세월교(洗越橋)란 흄관(Hume pipe)과 시멘트를 이용하여 만든 소규모 교량으로 평상시에는 사람과 차들이 통행할 수 있으나 큰비가 와서 물이 넘치면 건널 수 없는 다리를 칭하는 보통명사로 알고 있는데, 간혹 저 다리처럼 고유명사로도 쓰이기도 하나 봅니다.
15시8분 세월교 앞 사거리에 위치한 진위향교를 출발했습니다. 향교란 고려와 조선시대에 지방의 유교 교육과 선현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지방의 공교육기관을 이릅니다. 서원이 오늘날의 지방사립대학에 비할 수 있다면, 향교는 공립고등학교에 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향교 초입의 선정비각에는 진위현령선정비 15기 등 20기의 선정비가 모셔진 선정비각을 돌아본 후 그 뒤 산 쪽으로 다가가 진위향교를 살펴보았습니다. 교육장소인 명륜당과 제사를 지내는 사당은 모두 울타리가 쳐진 경내에 있는데 문이 잠겨 있어 들어가 보지 못하고 먼발치서 사진만 찍어 왔습니다.
명당 중의 명당으로 전해지고 있는 진위향교(振威鄕校)는 조선 건국 6년 후인 1398년에 창건된 향교입니다. 진위향교(振威鄕校)가 명당에 터 잡은 일은 향교 앞 안내판에 자세히 소개되어 여기에 옮겨 놓습니다.
“진위향교는 병자호란의 불길로 모든 건물이 소실되었지만, 1644년 현령 남두극이 대성전을 증수함으로서 다시 그 위용을 되찾았습니다. 진위향교는 전학후묘(前學後廟)의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대성전에는 27명의 성현의 위패를 모셨습니다. 매년 봄과 가을에는 유림에서 석전제를 지내며, 공자를 비롯한 위패를 기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위향교의 가치는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 향교는 풍수지리적으로도 탁월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진위천과 퇴봉산, 그리고 장안평을 비롯한 주변 지형을 고려하여 지어졌으며, 이것이 풍수의 기본 원리를 충실히 따르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진위향교는 전국의 향교 중에서도 풍수지리가 가장 뛰어나다는 평판을 가지고 있으며, 그 위치 자체가 자연의 아름다움과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처럼 진위향교는 역사와 풍수의 조화로운 보고로, 그 가치를 영원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진위향교를 돌아본 후 길 건너 진위천 우안의 제방길로 들어섰습니다. 상류 쪽의 중곡교에서 내려다본 진위천은 수량도 적고 강폭도 좁았는데 진위향교 건너편의 뚝방에서 바라본 진위천은 완장천, 봉무천, 성온천과 통삼천 등 여러 지천들의 물을 받아 세를 불려서인지 강폭도 넓어지고 수량도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였습니다. 조금 더 걸어 다다른 진위유원지를 둘러본 후 진위역으로 향했습니다.
16시32분 진위역에 도착해 하루 여정을 끝마쳤습니다. 진위유원지를 둘러본 후 314번 도로인 진위서로를 따라 걸었습니다. 진위중 · 고등학교 입구를 지나 도로변에 일렬로 도열한 일군의 훤칠한 메타세콰이어를 보았는데, 이 메타세콰이어는 도로변이 아닌 홍원제지 경내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얼마간 더 걸어 다다른 진위삼거리에서 육교를 건너 진위역에 도착해 하루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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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진위천 탐방은 거의 두 달 만의 나들이여서 가슴이 뛰었습니다. 용인에서 13년을 살았으면서도 중심지인 김량장리를 크게 벗어나 걸은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번에 걸은 남사면도 차로는 몇 번 지난 적은 있지만 두 발로 직접 걸어보기는 처음입니다. 남사면을 지나 들어선 진위는 제가 십 수년간 근무했던 회사의 공장이 소재한 지역이어서 갈곶리는 여러 번 다녀왔지만 진위향교 쪽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경기도에서 태어나 80년 가까이 살았어도 아직도 가보지 못한 지역이 적지 않습니다. 제 딴에는 한북정맥과 한남정맥 및 그 정맥들에서 분기한 여러 지맥을 종주하느라 웬만한 경기도 땅은 거의 다 다녀왔다 싶었는데, 이는 한남정맥 이북의 지역에 국한된 것이었고, 한남정맥 이남의 경기도 지역은 아직도 가보지 못한 곳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제가 한남정맥 이남의 지역을 흐르는 하천을 따라 걷는 것은 아직도 가보지 못한 경기도 땅을 걸어보기 위해서입니다. 이 일은 2022년 12월 황구지천을 따라 걷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황구지천 따라 걷기를 마치고 2023년 10월 진위천으로 옮겨 미산저수지에서 첫 구간을 걸었고 이번에 두 번째 구간을 걸었습니다. 진위천 따라 걷기를 마치고 안성천과 안성천의 지류인 오산천을 마저 걸으면 경기도 땅은 웬만큼 걸었다고 자랑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탐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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