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구간: 서리상덕저수지-원천교차로5거리-송전2교
탐방일자: 2023. 10. 2일(월)
탐방코스: 서리상덕저수지-용인서리고려백자요지-원천교차로-샘골교-샘골2교
-천리1교-천리국민주택정류장-덕성2교-덕성교-동인교-송전2교
탐방시간: 13시24분-17시30분(4시간11분)
동행 : 나 홀로
가을을 맞아 더위를 피해 다섯 달 동안 쉬었던 강줄기 따라 걷기를 재개했습니다. 이번에 따라 걸은 송전천은 용인시 부아산 남쪽계곡에서 발원해 송전1교 인근의 송전레스피아 앞에서 이동저수지로 흘러들어가는 진위천의 제1지류입니다. 카카오 맵에 진위천의 발원지는 코리아CC 골프장 안에 있는 것으로 나와 있어, 그 아래 서리상덕저수지에서 송전천 따라 걷기를 시작했습니다.
산본 집을 출발해 용인 시내에 다다르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은 여러 번 전철을 갈아타서였습니다. 산본역에서 금정역까지는 4호선을, 금정역에서 수원역까지는 1호선을, 수원역에서 기흥역까지는 분당선을, 그리고 기흥역에서 용인시청역까지는 경전철을 타고 이동했습니다. 집에서 버스를 타고 강남터미널로 가서 용인가는 버스를 탔다면 환승은 단 한번으로 충분했을 텐데, 굳이 전철을 탄 이유는 전철은 무료인데다 중간에 길이 막혀 늦어지는 일이 거의 없어서였습니다. 그리고 도하 언론에서 실패작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용인경전철을 한 번 타보고 과연 그러한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도 한 이유였습니다.
용인경전철은 2005년에 착공해 2013년에 개통된 뒤에도 운영사가 두 번이나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타보니 승객도 많은 편이며, 3-10분 간격으로 자주 운행되고 승차감도 괜찮아 이만하면 자리를 잡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번에 타고 간 용인에버라인(Yongin Everline)은 용인시의 기흥역에서 전대 · 에버랜드역까지 운행하는 경전철노선으로 개통된 것은 금년 4월26일이라 합니다. 앞으로 예정대로 기흥에서 광교중앙까지 연장 개통된다면 수도권교통난을 해소하는데도 얼마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전철의 특징은 일반 전철과 달리 경전철이라는 것입니다. 경전철이란 용인경량전철주식회사의 홈페이지에 소개된 바와 같이 “중(重)전철과 비교하여 적은 수송용량을 처리할 수 있는 도시교통 수단으로, 고가 구조물 또는 지하에 독립된 전용 주행로를 설치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도로위에 전용 주행로를 설치하여 완전 자동 무인방식, 1량 또는 다량 편성이 가능한 특징을 갖춘 전기 철도 시스템”을 이릅니다. 이런 경전철은 1980년대 중반 일본의 동경 시내에서 운행되는 모노레일을 타본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번에 다시 타본 즉. 승차감도 나쁘지 않고 이용승객도 많은 것 같아 앞으로 안정적으로 운행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는 바입니다.
이번에 경전철을 타고 용인시내를 지나면서 느낀 것은 격세지감이었습니다. 30여 년 전 용인에 살았을 때는 용인을 지나는 수여선의 철로를 철거해 터만 남아 있었는데, 지금 용인은 고가의 경전철이 운행되고 인구도 백만 명이 넘는 대도시로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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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시24분 서리상덕저수지를 출발했습니다. 용인시청역에서 하차해 택시를 타고 서리상덕저수지로 이동했습니다. 낚시전용 저수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낚시꾼들이 많이 모여든 상덕저수지는 1980년대 전후한 시대에 용인에 13년간 살았던 저도 그 이름을 몰랐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규모도 크지 않고 주변 풍광이 빼어나지도 않은데다 외진 곳에 자리해 대중교통으로 오가기가 엄청 불편했을 이 저수지로 가족들을 데리고 놀러온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이 저수지의 둑 위로 올라가 사진을 찍은 후 자리를 떴습니다. 주택가를 지나는 좁은 차도를 따라가 JS Package 물류창고에 이르자 송전천 냇물이 비로소 보였습니다. 상덕2교를 건너 송전천 좌안길로 들어서 상덕경로당을 지났습니다. 이동읍다목적체육관 앞의 다리를 건너 이동묵밥 앞에 다다르자 왕복2차선의 백자로가 남북으로 시원스레 뻗어나갔습니다.
14시5분 용인서리고려백자요지를 둘러보았습니다. 이동묵밥집 앞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백자로를 따라 걸었습니다. 송전천 우안의 백자로를 따라 남쪽으로 진행해 상덕교를 건넌지 얼마 안 되어 왼쪽으로 문화유적지인 용인서리고려백자요지가 보였습니다. 길을 건너 다가가보자 접근을 막는 펜스가 쳐져 있었고, 그 펜스 뒤로 가마터로 보이는 높다란 흙더미 둘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중학교를 다닐 때 한 친구 집에 독가마가 있어 보러 간 적이 있습니다. 이 가마는 규모가 제법 커 이하원이 감독하고 황해가 주연으로 분한 1970년대의 영화 『독짓는 늙은이』가 촬영된 곳이기도 합니다. 50년전 가마에서 독을 굽는 것을 본 적이 있어, 어디에도 고려백자요지를 설명하는 안내문이 없는데도 잡초만 자라고 있는 높다란 흙무더기를 보고 바로 가마터였다는 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오른쪽으로 서리터널을 지나는 321번 도로가 분기되는 삼거리에서 송전천 좌안의 백자로를 따라 걸어 해솔리아컨트리클럽 입구에 이르렀습니다.
15시6분 원천교차로를 지났습니다. 해솔리라CC 입구를 지나 목우촌 앞에 이르러서 다리로 다가가 송전천의 물 흐름을 사진 찍었습니다. 천변 길이 아닌 차도를 지날 때에는 다리를 그냥 지나치면 하천의 물 흐름을 살펴보기가 쉽지 않아 웬만하면 다리를 들러 한 가운데에서 위쪽과 아래쪽의 물 흐름을 카메라에 옮겨 담곤 합니다. 송전천에서 크게 휘어져 시계방향으로 반원을 그리며 흐르는 감입곡류의 구간은 서리교삼거리에서 용덕사천과 만나는 합류점까지로 그다지 길지 않습니다. 백자로와 남북대로가 교차하는 원천교차로를 지나서부터는 송전천의 유로가 넓어지고 수량도 늘어나 보기에 시원스러웠습니다. 샘골교를 건너 천리로 들어선 후 송전천 좌안의 천변길로 내려서자 지나가는 차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어 마음이 놓였습니다. 천변길 옆의 넓어진 유로는 이내 수변식물로 덮여 얼마간 물 흐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묵리에서 흘러내려오는 용덕사천과 만나는 합류점에서 왼쪽으로 꺾어 잠시 용덕사천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제1천리교를 건너 백옥대로로 들어섰습니다.
16시31분 덕성교에 이르렀습니다. 천리국민주택 정류장을 거쳐 한국가스공사이동관리소를 지나서야 천리 시내를 벗어났다 싶었던 것은 너른 들판에 누르익은 벼들이 가득해서였습니다.
덕성교차로에서 왼쪽으로 꺾어 송전천으로 이어지는 들판 길을 걸으면서 생각난 것은 1979년 겨울 바로 앞 송전천 물 한가운데로 들어가 냇물을 떠서 수통에 옮겨 담은 일입니다. 그 당시 제가 막 입사한 회사가 새로 지을 제지공장의 부지로 여기 용인의 천리를 검토한 적이 있었습니다. 공장이 들어서면 필요한 용수를 송전천에서 끌어올려야 하는데, 사전에 이 하천수가 공업용수로 적당한지 알아보고자 여기 물을 떠다가 공업시험원에 수질검사를 의뢰하는 일을 제가 맡아 했었습니다. 회사는 수질(水質) 문제가 아닌 수량(水量) 부족으로 여기 송전천 인근이 아닌 미호천 인근의 조치원에다 공장을 지어 지금도 가동하고 있습니다.
천변으로 다가가 송전천 좌안 길을 따라 걸으며 덕성2교와 1교를 차례로 지났습니다. 길가에 송전천수질감시측정소가 설치된 것으로 보아 지방하천도 철저하게 수질이 관리되는 것 같습니다. 송전천을 따라 걸으면서 보다운 보를 만난 것은 덕성교에 다 가서였습니다. 상단의 보를 가득 채운 송전천은 이 보를 넘쳐흘러 하단의 작은 보도 마자 채웠는데, 오리 몇 마리가 놀고 있는 곳은 물 깊이가 얕은 하단의 보였습니다. 조금 후 다다른 덕성교에서 다리를 건너 덕성골마을입구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 송전2교로 향했습니다.
17시30분 송전2교에 이르러 진위천 1구간 탐방을 마쳤습니다. 천변을 덮은 허리 굽은 하얀 갈대들이 석양에 조사되어 꽃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이어지는 풍경 중 눈에 띤 것은 천변의 모래톱과 베를 베어내 텅빈 들판이었습니다. 동안교를 지나 송전2교까지 걸은 천변 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해넘이의 순간이 가까워지면서 천변에 내려앉는 저녁 햇살이 수변식물들을 어루만져주는 듯이 정겨워 보였기 때문입니다. 천변길이 백옥대로와 만나는 송전2교를 건너 차로만 지나다닌 송전시내를 조금 걸어봤는데, 거리가 깨끗하고 건물들도 후지지 않았습니다. 송전초교를 사진찍고나서 송전터미널 정류장으로 이동해 용인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는 것으로써 송전천 탐방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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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은 제가 1978년부터 1991년까지 13년간 살았던 곳입니다. 결혼하고 그 다음 해 경기도 광주에서 용인으로 옮겨 두 아들을 낳아서 초등학교를 보냈습니다. 큰아들은 이 곳에서 졸업하고 막내아들은 5학년까지 마쳤으니 두 아들 모두 어린 시절을 용인에서 보낸 셈입니다. 그때만 해도 용인이 지금처럼 번화하지 않아 집 문밖을 나서면 논밭이 보였고 집 뒤가 야산이었습니다. 덕분에 두 아들은 도시 아이들이 배울 수 없는 자연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집사람이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어 어머니께서 두 아들을 키웠습니다. 낳아서부터 초등학교 3-4학년까지 돌보고 돌아가셨으니 두 아들은 어머니가 다 키우신 것입니다. 어머니께서 용인으로 오셔서 크게 바뀐 것은 천주교 신자가 되신 것입니다. 종교에 관한 한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 편이어서 어머니께서는 샤머니즘, 불교, 기독교를 모두 섭렵하셨습니다. 자칫 사이비종교로 빠져들뻔한 어머니를 천주교로 모신 사람은 천주교를 믿지 않았던 저였습니다. 어머니는 주님을 열심히 믿으신 신실한 천주교신자가 되셨습니다. 어머니가 채마밭에서 재배한 채소들은 상당량이 성당에 바쳐졌습니다. 워낙 착실한 신자여서 1989년에 세상을 뜨신 후 내내 주님과 가까이 지내시고 계실 것이라 저는 확신합니다. 어머니의 뜻을 받들어 집사람이 1990년 세례를 받았고, 저는 2000년에 입교했습니다.
막상 용인에 살 때는 서울로 출퇴근을 하느라 지쳐 인근 명소를 거의 놀러 가보지 못했습니다. 휴일날 가끔 짬을 내 가족과 함깨 찾아간 곳은 명지대 인근의 저수지로, 그곳에서 삼겹살을 구워먹곤 했습니다. 2000년 집사람을 저 세상으로 보낸 후 몇 번 용인을 찾아갔던 것은 용인 인근을 지나는 한남정맥과 이 정맥에서 분기한 한남검단지맥과 한남쌍령지맥을 종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때 석성산, 부아산, 시궁산과 쌍령산 등을 올랐습니다.
용인의 하천을 탐방하는 것은 이번의 송전천 따라 걷기가 처음입니다. 용인과의 인연은 하천 따라 걷기로 얼마간 더 이어질 것 같습니다.
<탐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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