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구간: 진위역-황구지천합류점-안성천합류점
탐방일자: 2025. 5. 22일(목)
탐방코스: 진위역-오산천합류점-황구지천합류점-황구지교-동연교
-궁연교-소풍정원-진위천/안성천합류점-동고2리정류장
탐방시간: 7시16분-15시24분(8시간8분)
동행 : 나 홀로
제 고향 경기도 파주의 대표적인 탐방길이 ‘의주길’이라면 평택시를 대표하는 둘레길은 ‘평택섶길’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진위천의 제방 길을 따라 걷다가 길가에 걸려 있는 ‘평택섶길’ 리본을 보고 집에 돌아와 구글로 과연 어떤 길인지 찾아보았습니다.
평택섶길이란 평택시의 경계와 명소를 조용하고 편안하게 걷는 둘레길로 소개되었습니다. 한복 저고리 앞자락의 작은 조각을 뜻하는 섶에 길이란 명사를 붙여 만든 섶길이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좁고 작은 길을 뜻하는 것으로 쓰인 듯합니다. 평택섶길은 총16개코스에 전장이 약200Km라는데, 제가 오늘 걸은 길은 그 중 한 코스인 ‘황구지길’의 일부입니다. 황구지길은 그 길이가 15Km로 청북읍동연리에서 진위역까지 가는 코스로 옛날에는 황포곶에서 내륙으로 가는 보부상길이었다고 합니다.
평택섶길 소개글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 것은 평택섶길을 일러 평택의 자연과 역사문화가 살아 있는 ‘지붕 없는 전시관, 박물관’이라 칭한 글에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한강을 따라 걷는 길에 충북단양군가곡면향산리에 소재한 향산리삼층석탑을 보고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주위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향산리삼층석탑이 절 안에 자리 잡은 여느 탑보다 더욱 돋보인 것은 이 탑이 세워진 유적지 자체가 지붕 없는 전시관이자 박물관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 생각하고 길을 나서면 길가의 유적들을 보고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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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의 남한강을 따라 걸으려고 새벽같이 집을 나섰는데, 산본역에서 전철을 놓쳐 포기하고 집에서 가까운 경기도 평택의 진위천을 찾아가 이 강을 따라 걸었습니다. 덕분에 아침 일찍 시작해 땡볕에 걸은 시간이 시간 반을 넘지 않았습니다. 아침나절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다 말다 하다가 비가 그친 후에도 오후 2시까지는 구름이 잔뜩 끼어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었기에 더위에 시달리지는 않았습니다.
7시16분 진위역을 출발했습니다. 진위역에서 하차해 경기대로를 따라 남진하다가 진위교 앞에서 다리 아래로 내려가 진위천 천변길로 내려서자 진위천 우안의 영풍제지와 다리 건너 좌안의 YKK공장 건물이 보였습니다. 제가 젊었을 때 20년 가까이 제지업계에서 일한 적이 있어 영풍제지가 골판지생산업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고, 경부선 열차를 를 타고 다니며 회사 로고를 하도 많이 보아 YKK 공장 건물이 눈에 많이 익었습니다.
진위천 우안의 천변길을 따라 서진하면서 신록의 5월을 맞아 초록색으로 성장(盛裝)한 천변의 수목들을 보노라니 저도 모르게 에너지가 샘솟는 것 같았습니다. 야외공연장(?)을 지나 오른 쪽 제방길로 올라서자 ‘평택섶길’ 리본이 걸려 있어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진위1교를 지나 제방을 따라 걸으며 활짝 핀 아카시아 꽃을 보았습니다. 아카시아나무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 1960년대 사방사업 때 야산에도 많이 심은 수종입니다. 어렸을 때 아카시아 꽃을 따서 먹은 것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당분을 섭취하기 위한 것이었고, 나뭇잎을 따서 말린 것은 제가 다닌 중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일정량의 아카시아잎 건초를 학교에 갖다 내라고 여름 방학 과제를 부과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카시아 꽃을 보고 꽃답다고 느낀 것은 고등학교에 들어가 아카시아 건초를 더 이상 학교에 내지 않아도 되고 난 후의 일입니다.
얼마간 더 걸어 오산천이 진위천에 흘러드는 합류점에 이르렀는데, 평택시에서 데크길을 설치해 합류점 가까이에서 두 하천이 합해지는 현장을 사진 찍을 수 있었습니다. 합류점 위쪽의 적봉교를 건너 왼쪽 아래 서탄야구장을 지나 서쪽으로 진행했습니다.
9시26분 황구지천과의 합류점 인근 세월교를 건넜습니다. 서탄야구장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306번도로 정문회화로는 갓길이 따로 없는 1차선의 좁은 길입니다. 2년 전 황구지천따라 걷기를 끝마치고 이 길을 걸었을 때는 대형트럭들이 많이 다녀 위협을 느꼈었는데, 그새 이 길 옆으로 시멘트로 포장된 제방 길을 놓아 안심하고 걸었습니다. 국내의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지방자치체들이 지역주민들을 위해 작은 일에도 일일이 신경을 쓴 현장을 지켜보노라면 우리나라가 참으로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어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일곤 했습니다. 3Km가 더 되는 진위천 우안의 제방길과 천변길을 걸어 다다른 세월교를 건너 오른 쪽으로 조금 이동하면 황구지천이 진위천에 합류되는 합류점에 이르게 됩니다.
세월교를 건너 진위천 좌안의 자전거길로 들어서자 전투기가 엄청난 굉음을 내며 고도를 낮추어 머리 위를 나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제방 아래 천변 숲 사이에 오솔길이 나있는 길을 진작 알았더라면 그 길을 걸었을 텐데 그리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다가 제방 가에 피어 있는 갈퀴나물, 개양귀비, 금계국 등의 야생화들을 보고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제방 길이 끝나는 곳에서 황구지교를 건너면서 모처럼 진위천의 도도한 물 흐름을 사진 찍었습니다. 다리 건너 화성시의 용소교차로에서 왼쪽으로 돌아 또다시 진위천 우안의 제방길로 들어섰습니다.
북평택톨게이트를 지나 왼쪽 아래 진위천에 자주 눈길을 보낸 것은 진위천변을 뒤덮은 진초록의 수변식물이 더할 수 없이 건강해 보여서였습니다. 저 푸르른 수변 수목들도 한여름이 되면 더위에 지쳐 축 처질 것이라고 생각하자 5월이 빚어낸 신록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얼마 후 고가(高架)의 KTX철로 아래 흙길을 걸어 동연교에 이르렀습니다. 그러고 보니 진위역을 출발해 여기까지 걸어온 길이 평택섶길의 제8코스인 황구지길로 옛날 보부상들이 지난 길이었습니다.
11시23분 외관이 모던해 보이는 동연교를 그 아래로 지나 제방길로 들어섰습니다. 머리 위로 철로를 달리는 KTX열차가 순식간에 진위천을 건너 남쪽으로 사라졌고, 진위천 우안의 제방길을 따라 걷는 저는 시속 3Km의 빠르기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가면서 진위천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습니다.
제가 깜짝 놀란 것은 천변에서 강 쪽으로 뻗어나간 길쭉한 곶 같은 부분이 3년 전에 들렀던 금강의 부소담악과 닮아 보여서였습니다. 부소담악이란 충북옥천군군북면추소리의 부소무늬마을 앞 대청호에 쇠꼬리 모양으로 7백m가량 가늘게 뻗어나간 나지막한 산줄기를 받치고 있는 물가의 바위들을 이르는 것으로, 이 바위들은 일정한 폭으로 끊이지 않고 횡렬로 이어져 그 모습이 마치 병풍을 쳐 놓은 것과 같다 하여 병풍방위로도 불립니다. 이번에 진위천에서 본 것은 규모 면에서는 부소담악에 비할 수 없이 작지만, 맨발의 발목을 고스란히 내보이고 곶처럼 길게 뻗어 나간 모습이 부소담악을 축소하여 옮겨 놓은 듯해 반가웠습니다.
한국에너지/대한에너지를 지나 관리천 위 다리를 건너자 엄청 큰 공장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푸른색으로 도장한 3개의 높은 굴뚝을 보고 어느 회사 것인지 궁금해 알아보았으나 카카오맵에도 그 이름이 나와 있지 않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13시15분 궁안교를 건넜습니다. 관리천을 건너 이어지는 진위천 우안의 제방길을 따라 걸어 평택-제천고속도로를 아래로 지났습니다. 강 건너에 자리한 삼정펄프는 한때 볏짚으로 펄프를 만든다 하여 펄프제조업체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화장지 등 위생용 티슈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교동창이 부친상을 당해 문상차 한 번 들른 바 있는 농협연합장례식장을 지나 궁안교를 건넜습니다. 전장이 420m인 궁안교를 건너면서 이제껏 걸어온 진위천을 뒤돌아보고 알게 된 것은 너른 들판을 흐르는 진위천은 산골짜기를 흐르는 감입곡류의 하천보다 휘돌아 흐르는 정도가 아주 완만해 여유가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궁안교를 건너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소풍정원(笑風庭園) 앞에 다다랐습니다. 소풍정원은 2013년 평택시 고덕면 궁리에 조성된 수변공원입니다. “소풍정원은 미소바람(미소 笑, 바람 風)이 머무는 정원(庭園)이라는 의미로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진위천변 자연을 체험 하고 쉴 수 있는 공간입니다. 2018년 기존 방치된 섬지역을 이화의 섬, 빛의 정원 등 4개의 주제를 담은 테마섬을 조성하여 특색 있는 경관과 야간에는 경관조명을 통한 색다른 야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수변데크와 산책로를 따라 곳곳에 설치된 솟대, 바람개비를 보는 재미와, 놀이터, 다양한 휴게공간에서 자연을 체험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라고 이 공원 홈피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진위천변 좌안의 제방길을 찾아가느라 이 정원을 거쳐 갔는데 제가 본 바로는 이 공원의 소개 글이 결코 과장되지 않아 보였습니다.
14시54분 진위천/안성천 합류점에 도착했습니다. 소풍공원을 가로질러 올라선 제방길 쉼터에서 잠시 쉬어갔습니다. 구름이 가시고 하늘이 열리자 오전 내내 꼭꼭 숨었던 태양이 얼굴을 내비치며 햇볕을 내리쬐기 시작했습니다. 전날 구매한 뒷덜미를 가리는 등산용 모자를 이번에 처음으로 사용해 그 성능을 시험해 보았습니다. 소풍정원을 지나 철교에 이르자 먼발치로 강폭이 넓어지고 물 흐름이 멈춘 듯 고요해 보였습니다. 철교를 지나 왼쪽 아래 ‘농업회사양지바른’ 건물 가가까에 다가가자 오른쪽으로 진위천이 안성천에 합류되는 합류점이 잘 보였습니다. 안성시 미리내의 고산저수지를 출발한 진위천이 45Km를 넘게 흘러 여기 합류점에 다다르기까지 여울도 지나고 굴곡진 것도 지났겠지만, 대체로 평야를 지나 강원도의 감입곡류 하천보다는 고생을 덜 했을 것 같습니다. 먼저 와 기다리는 안성천이 합류점에서 진위천을 만나 부둥켜안는 격한 장면을 연출하지 않았고, 진위천도 안성천에 조용히 안겨 물결이 크게 출렁이는 것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은 두 하천 모두 넓은 평야를 순탄하게 흘러 여기 합류점에서 만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조금 더 걸어가자 “여기부터 국가하천 안성천입니다”라는 표지판이 보였습니다. 이 지점이 안성천과 진위천이 합류하는 합류점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인 것 같은데 나뭇잎들이 앞을 가려 두 하천의 합류점은 볼 수 없었습니다.
15시24분 동고2리정류장에서 진위천 따라 걷기를 끝맺었습니다. 안성천 표지판을 지나 시계반대방향으로 제방을 따라 걸었습니다. 안성천에 합류되는 도일천을 거슬러 올라가다 사거리에서 왼쪽으로꺾어 영광제1교회를 지나 이번 탐방길의 끝점인 동고2리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버스를 타고 평택역으로 이동해 광운대행 전철에 올랐습니다.
집에 돌아와 제 블로그에 올린 종주기를 읽고나서야 2013년3월6일 태평아파트 인근의 e-마트에서 한남쌍령지맥 종주를 마치고 논둑길을 지나 제방에 올라 진위천의 물 흐름을 지켜본 후 50분 가량 제방길을 따라 걸어 진위천/안성천 합수점에 다다른 것을 알았습니다. 사진을 보니 강변 풍경이 이번과 같지 않았습니다. 그 때는 이른 봄으로 아직 잎이 돋아나기 전이어서 신록의 5월이 빚어내는 강변풍광과는 푸르름에서 많이 차이났습니다. 그때도 동고2리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평택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아 줄잡아 소풍정원-안성천/진위천 하수점-동고2리 정류장 까지는 이번 탐방과 같은 길을 걸은것이 확실합니다. 불과 12년 전의 일인데도 제가 쓴 종주기를 읽기 전까지 아무 것도 기억해내지 못한 것은 만76세를 넘긴 제가 요즈음 빨리 익어가는 것만이 아니고 더 빨리 늙어간다는 것을 새삼 확인한 것같아 조금은 서글픈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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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정맥 이남의 경기도 땅을 흐르는 하천은 모두 서해로 흘러 들어갑니다. 대부분의 이 지역 하천들은 결국에는 안성천으로 흘러들어 서해로 흘러들어가기에 안성천을 따라 걷는 것은 한남정맥 이남의 경기도 땅을 흐르는 하천의 수계를 이해하는데 반드시 필요합니다.
안성천은 경기도 안성시 고삼면 · 보개면 일대에서 발원하여 평택시를 지나 아산만으로 흘러드는 하천을 이릅니다. 전장이 76Km에 달하는 안성천의 중요한 지천으로는 진위천(振威川) · 입장천(笠場川) · 한천(漢川) · 청룡천(靑龍川) · 오산천(烏山川) · 도대천(道垈川) · 황구지천(黃口只川) 등이 있는데, 제가 따라 걷기를 마친 안성천의 지류는 제1지류 진위천과 제2지류 황구지천 등입니다.
이번에 진위천을 따라 걸으며 알게 된 것은 들판을 흐르는 하천의 물 흐름과 산골짜기를 흐르는 하천의 물 흐름이 완연하게 다르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걷게 될 안성천이 강원도 내륙지방을 흐르는 평창강과 어떻게 다른지 유심히 살펴볼 생각입니다.
안성천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아 틈나는 대로 다녀올 뜻입니다. 그때 다시 한번 이번에 찾아간 진위천/안성천의 합류점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탐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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