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강줄기 따라걷기/진위천 따라 걷기

신갈천 따라 걷기(진위천제2지류: 용인동백지구호수공원-기흥저수지-강동냉장버스정류장)

시인마뇽 2025. 3. 23. 23:30

탐방구간: 용인동백지구호수공원-기흥저수지-강동냉장버스정류장

탐방일자: 202532()

탐방구간: 어정역-용인동백지구호수공원-기흥역-기흥호수공원-한진그룹종합연수원

-기흥수상골프연습장-강동냉장버스정류장

탐방시간: 743-1138(3시간55)

동행 : 경동고24회 고영철. 김주홍 동문

 

 

  1978년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할 때 1년 가까이 용인 읍내에서 수원까지 통근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거의 매일 버스로 지났던 용인의 어정 (御井)을 이번에 46년이 지나 다시 찾아간 것은 용인시를 흐르는 신갈천을 따라 걷기 위해서였습니다.

 

  신갈천은 용인의 석성산에서 발원해 동백지구호수공원, 기흥역, 기흥저수지를 차례로 지나 오산천으로 흘러들어가는 지방하천입니다. 동백지구호수공원 기흥역 구간의 신갈천에 옛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오로지 물길뿐이었습니다. 신갈천 주위는 주택단지, 물류센터나 공장들이 들어서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이런  것이다 싶었습니다.

 

  신갈천을 따라 걸으며 꼭 들르고 싶었던 구간은  기흥호수공원이 들어선 기흥저수지입니다. 고속버스를 타고 여러 번 스쳐 지난 기흥저수지는 사극에서도 민속촌과 더불어 자주 나오는 곳이어서 언제고 한 번은 천천히 걸으면서 이 호수의 풍광을 완상해보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그 생각을 실천에 옮겼습니다. 기흥호수공원의 남단인 기흥호수 수상골프연습장을 조금 지나 강동냉장 버스정류장에 이르기까지 11Km 남짓 신갈천을 따라 걸으며 느낀 것은 하천 주변에 수많은 주택과 공장이 들어섰는데도 이 하천의 물은 생각보다 덜 오염된 것으로 보였다는 것입니다.

 

  진(秦)나라 국왕 정()이 타국 출신 식객들을 국외로 추방하려고 축객령(逐客令)을 내리자, ()나라 출신의 책사 이사(李斯)는 국왕께 태산은 흙덩이를 사양하지 않아 거대함을 이루었고 (泰山不辭土壤故能成其大), 하해는 가는 물줄기를 사양하지 않아 깊음을 이루었다 (河海不擇細流故能就其深).” 라는 내용의 간축객서(諫逐客書)를 올려 축객령의 부당함을 간했습니다. 이번에 시작한 신갈천에 이어 오산천, 진위천과 안성천을 차례로 따라 걸으면서 이 하천들이 사양하지 않은 가는 물줄기인 세류(細流)들을 점검해,  하해는 가는 물줄기를 사양하지 않아 깊음을 이루었다라는 글의 함의를 새겨보고자 합니다.

 

  제가 신갈천 오산천 진위천 안성천을 따라 걸으면서 점검할 세류들의 대강은 다음과 같습니다. 용인의 석성산에서 발원한 신갈천은 상하천, 공세천, 고매천을 차례로 받아들여 세를 불린 후 용인시와 화성시의 접점인 영천교 아래에서 오산천으로 흘러들어갑니다. 영천교에서 시작하는 오산천은 치동천, 신리천, 송방천, 장지천, 가장천을 차례로 받아들인 후 평택시의 서탄야구장 앞에서 진위천에 합류됩니다. 안성시의 미산저수지에서 시작된 진위천은 송전천, 완장천, 봉무천, 성은천, 통삼천, 사후천, 산하천, 오산천, 황구지천, 두릉천을 차례로 받아들인 후 평택시의 고덕면동고리에서 안성천에 합류됩니다. 안성시 삼죽면에서 발원한 안성천은 조령천, 계촌천, 금석천, 한천, 청룡천, 입장천, 승두천, 통복천, 도일천, 진위천, 둔포천을 몽땅 받아들인 후 아산만에서 서해로 흘러들어갑니다. 제가 이번에 걸은 신갈천은 오산천의 제1지류이자 진위천의 제2지류이며, 안성천의 제3지류입니다. 이번에 따라 걸은 신갈천의 본류인 안성천은 한남정맥 이남의 경기도 땅을 흐르는 최대의 하천으로 유로길이는 약76Km에 달합니다.

 

  이번에 시작한 신갈천 따라 걷기는 오산천, 진위천, 안성천을 따라 걷는 것으로 이어져 아산만에서 끝낼 계획이어서 앞으로 5-6번은 더 걸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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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일찍 산본 집을 나서 용인에버라인의 어정역(御井驛)에 도착한 것은 오전 730분이 조금 지나서였습니다. 어정역에서 10분 남짓 신갈천을 거슬러 올라가 어정삼거리에 자리한 용인동백지구호수공원에 도착했습니다.

 

  오전 734분 용인동백지구호수공원을 출발해 신갈천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부드러운 곡선의 조형물이 호수 한 가운데에 들어선 아담한 호수공원을 카메라에 옮겨 담은 후  46년 전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보았던 신갈천을 떠올렸습니다. 신갈천과 좌안의 야산은 그대로이지만 우안 너머로는 야산이었던 곳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그 옛날의 자취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역사가 깔끔해 보이는 어정역을 지나자 신갈천에서 한가로히 유영하는 여러 마리의 물오리들이 보였습니다. 지석역, 신갈천/상하천의 합류점과 강남대역을 차례로 지나 태평교에 이르기까지 용인에버라인과 나란히 이어지는 신갈천의 수변산책로에는 아침 산책을 나선  주민들이 보였습니다.

 

  845분 기흥역에 도착했습니다. 태평교를 건너 다다른 기흥역에서 먼저 온 고영철 고교동문을 만나 다시 신갈천 좌안길로 내려섰습니다. 이내 신갈천을 건너 우안길을 따라 걷다가 용인신갈천탐방로 안내판을 보았습니다. 이 안내판에 따르면 신갈천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생물은 황조롱이, 옴개구리, 호리꽃등에, 살치, 중대백로, 줄장지뱀, 푸른부전나비, 밀어 등입니다. 이들 중 제가 아는 것은 중대백로 뿐으로 나머지는 신갈천을 따라 걸으며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머리 위로 수많은 고가도로가 지나는 오산천입구삼거리에서 다시 다리를 건너 좌안길로 복귀한 것은  천변길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아서였습니다. 다리 건너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어갔습니다. 청계산 산행 후 석 달 만에 다시 만난 고영철 동문과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나눈 이야기는 작년 123일 늦은 밤에 내려졌다가 다음 날 이른 새벽에 해제된 비상계엄과 그 후에 전개된 정국의 변화였습니다.

 

  107분 기흥호수공원에 발을 들였습니다. 벤치에서 일어나 고려냉장과 일양약품을 차례로 지나자 지곡천 위에 놓인 다리 보들교가 보였습니다. 신갈천의 제1지류인 지곡천이 신갈천으로 흘러드는 합류점이 바로 이 다리 아래에 있는데, 신갈저수지로도 불리는 기흥저수지를 공원화한 기흥호수공원이 시작되는곳이  바로 이 다리 너머부터입니다.

 

  기흥저수지는 저수용량이 약12백만m3으로 저수용량이 약21백만m3인 용인의 이동저수지와 저수용량이 약15백만m3인 안성의 고삼저수지에 이어 경기도에서 세 번째로 큰 대형 저수지입니다. 2개의 호수로 이루어진 광교호수공원 전체 규모에 맞먹는 기흥저수지는 1964년 준공 당시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축조되었는데, 그 후 주변이 빠르게 도시로 바뀌면서 농업용수 공급이 쓸모없게 되자 관리가 소홀해져 이 저수지의 수질은 한때 농업용수로도 쓸 수 없을 만큼 악화됐었다고 합니다. 2016년에 이르러 농업용수로 써도 괜찮을 만큼 수질이 나아진 것은 용인시가 신갈천에 하수분류관거를 신설하고, 비점오염저감사업을 진행하고,, 신갈천과 제1지류인 공세천 및 상하천의 생태하천복원사업을 지속해온 덕분이라 하겠습니다. 이 저수지는 전체적으로 수심이 얕은 편이고 수초가 많아 여러 종류의 왜가리와 오리등 여러 종류의 새들과 물고기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기도에서 가장 큰 저수지인 이동저수지와 달리 여기 기흥저수지에서 낚시가 금지된 것은 애써 개선한 수질이 다시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용인시와 주민들의 노력 덕분에 수질이 개선되고 악취가 나지 않아 저수지를 걸어서 한 바퀴 돌 수 있는 둘레길이 조성되어 기흥저수지가 기흥호수공원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기흥레스피아호수공원을 지나 다다른 한국지역난방공사미래개발원에 이르자 기흥호수 좌안에 도보전용 길이 나 있어 이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넓은 기흥호수의 전모를 카메라에 옮겨 담으면서 호반 길을 걷는 동안 제 눈을 끈 것은 호반에 자리한 한진그룹종합연수원 건물이었습니다. 굴지의  항공사를 보유하고 있는 한진그룹의 연수원 건물이라면 그 외관이 비행기처럼 날렵하리라 생각했는데, 장방형의 건물 외관에서 이렇다 할 특징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건물 외벽의 색조 또한 연한 주황색으로 클래식하고 안온한 느낌을 주었을 뿐 모던한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용인조정경기장을 지나 차도에서 벗어나 호숫가에 바짝 붙어 흙길을 걷다가 차도로 복귀해 기흥교를 건넜습니다. 신갈천의 제1지류인 공세천 위에 놓인 공세교를 건너 기흥수상골프연습장 입구에서 고교동문 김주홍군을 만났습니다. 기흥저수지를 벗어나 강동냉장버스정류장까지 동탄기흥로를 따라 걸은 것은 오산천으로 이어지는 천변 길이 공사 중이어서 더 이상 걸어갈 수 없다는 것을 김주홍군이 말해주어서였습니다.

 

  1138분 강동냉장버스정류장에 도착해 신갈천 따라 걷기를 끝마쳤습니다. 십분 여 기다렸다가 동탄으로 옮겨 지동천의 천변길을 얼마간  걸은 후 동탄에 살고 있는 김주홍 군이 안내해 점심을 사주어 맛있게 들었습니다. 두 시간여 방담을 즐긴 후 두 친구와 헤어져 오산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오산역에서 산본집으로 귀가하는 동안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것을 보고 이번 나들이가  머뭇거리는 겨울에 확실히 이별을 고하는 것이었다 싶었습니다.

 

  이번 신갈천 따라 걷기에서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기흥저수지의 순환산책로를 좌안길만 걸었을 뿐  다 돌지 못한 것입니다. 순환산책로를 따라 저수지 전체를 한 바퀴 도는 데는 대략 3시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위키백과사전에 따르면 동쪽 호수 옆길은 전용 자전거길이 잘 갖추어져 있으며 매미산 쪽으로 연결되어 이용이 가능하기에 최적의 순환길이며 서쪽에도 호수옆으로 도로가 완성되어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호수 하류는 오산과 동탄주민들이, 상류에서는 영통시민과 용인시민들이 접근하기에 매우 좋고 자동차 주차장도 몇 군데 지정되었다고 하니 늦가을에 다시 와서 완주해 볼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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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신갈천 따라 걷기를 시작한 어정(御井)은 과거 수원과 여주를 운행했던 수여선(水驪線)의 철도역이 있었던 곳으로 당시 역()이름인 어정(漁汀)으로 많이 알려졌었다고 합니다. 물가에서 고기를 잡는다는 뜻의 어정(漁汀)’에서 임금이 마시는 우물이라는 의미의 '어정(御井)'으로 한자표기가 바뀐 것은 일제식 지명을 정비했던 1995년입니다. 용인 들()에서 사냥한 세종이나 세조, 그리고 용인을 거쳐 여주 영릉에 행차한 성종 임금이 용인의 원()에서 유숙한 적도 있다고 조선왕조실록에 나와 있는 것으로 보아 그 길목이었던 어정 일대에서 쉬어갔을 것이기에 여기 어정을 御井으로 표기하는 것은 상당히 합당하다는 생각입니다.

 

 

<탐방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