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구간:이화령-조령산-신선암-조령제3관문
*산행일자:2005. 5. 14일
*소재지 :경북문경/충북괴산
*산높이 :조령산1,026미터
*산행코스:이화령-조령산-신선암-조령제3관문
*산행시간:10시8분-15시56분(5시간48분)
*동행 :나홀로
어제는 그동안 산행을 미뤄왔던 조령산을 올라 이화령-조령산-조령제3관문의 백두대간을 종주했습니다. 조령산에서 신선암까지 바위 길을 오르내리기가 위험하고 힘들었다는 먼저 오른 분의 산행기를 읽고나자 저 혼자 종주 길에 나서기가 겁이 났고 또 안내산악회의 일정을 맞추기도 쉽지 않아 이제껏 미루어 왔었습니다. 그러나 백두대간 종주에 본격적으로 나선 이상 언제까지나 미룰 일이 아니기에 다부지게 마음먹고 어제 저 혼자서 조령산 산행을 감행했습니다. 오전에만 흐릴 뿐 비도 오지 않고 오후에는 갠다기에 암릉 길을 타기에는 최적의 날씨인 것 같아 어제로 날을 잡아 아침 5시50분 과천 집을 나섰습니다.
아침6시39분 동서울터미널에서 점촌 행 시외버스에 몸을 실어 눈을 감고 밀린 잠을 청했습니다. 2시간 만에 다다른 점촌에서 충주행 버스로 갈아타 연풍에서 하차, 이화령고개까지 택시로 이동했습니다. 9시50분에 충북괴산과 경북문경의 경계를 이루는 이화령고개에 도착해 산세를 조망한 후 화장실을 다녀와 긴 시간 종주에 대비했습니다.
10시8분 해발548미터의 이화령고개에서 종주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산불감시소를 지나 8부 능선쯤에 난 길을 따라 걸으며 몇 몇 곳의 너덜지대를 지났습니다. 종주산행에서 마루 금을 타지 않고 중턱에 난 길을 걷는 것이 꺼림직 하고 불안했는데 산행시작 20분후에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산마루로 올라서 마루금을 타기 시작하자 비로소 안심이 됐습니다. 어느새 봄이 한가운데 와 있음을 일러주는 길섶의 야생화들을 모두 카메라에 옮겨 실을 수 있었던 것은 “나 홀로 산행” 덕에 제 스스로가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산 능선의 활엽수가지에서 연초록의 나뭇잎들이 돋아나 겨울의 칙칙함을 떨어냈지만 아직은 잎이 무성하지 않아 햇볕을 가리기에는 철 이른 듯싶었습니다.
11시10분 해발 870미터의 조령샘에서 첫 번째 쉼을 가졌습니다.
2곳의 헬기장을 지나 조령산 중턱에서 오른 쪽으로 우회하여 다다른 조령샘에서 시원한 샘물을 들이마셔 세속에 찌든 폐부를 깨끗이 했습니다. 한 모금의 샘물을 마시고 우리를 구원하는 것이 산이고, 여유로운 벗이 또한 산임을 알았다는 “조령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깨달음이 아니더라도 산중의 샘물이 생명수임을 모르는 산객들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잣나무 숲을 지나 헬기장에 오르자 조령산 정상이 바로 눈앞에 보였습니다.
11시43분 해발 1,026미터의 조령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이화령에서 만난 분들을 다시 만나 인사를 나누었는데 과천 청사에 근무하는 분들로 어제가 쉬는 토요일이라서 조령산을 올랐다합니다. 정상에 오르는 길에 헬기장과 참호를 보았는데 최전방의 한북정맥과는 달리 이 후방에 헬기장을 만들고 참호를 낸 것은 군사목적보다는 산 불 방지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며느리가 준비해준 떡으로 요기를 하며 20분간 긴 휴식을 즐겼습니다.
12시5분 정상에서 내리막길로 들어서 신선암으로 향했습니다..
30분간 암릉 길을 오르내려 삼거리 안부에 다다르기 까지 선답자의 산행기대로 경사가 심한 곳이 많아 곳곳에 걸려 있는 로프를 잡고 내리막길을 내려서야 했습니다. 안부에 다다르자 서쪽 신풍방향에서 불어 올라오는 골바람이 시원해 그냥 지나치기가 아쉬웠습니다. 안부에서 제3관문까지 남아 있는 거리가 4키로밖에 안되는데 지도상에 산행시간이 2시간 반이 걸리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어 능선 길이 쉬지 않은 길임을 짐작케 했습니다.
13시 12분 해발 937미터의 신선암에 이르렀습니다.
십자로 안부에서 신선암까지 리지길이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인 듯싶었습니다. 안부에서 치켜 올라 889봉에 서자 우측으로 대 슬라브가 절벽을 이루어 아찔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몇 개의 암봉을 넘고 넘어 큰 암봉을 바로 위에 둔 지점에서 오른 쪽 길로 들어서 2분가량 전진하자 등산로가 아니라며 로프로 길을 막아 지도를 꺼내보니 위험지대로 적혀 있었습니다. 다시 돌아와 로프를 잡고 바위를 올라서자 바로 신선암이 나타났습니다. 신선암에 올라서자 정동 쪽으로 주흘산과 주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분명하게 눈에 잡혔습니다. 조령산 정상을 출발, 수개의 암봉을 오르내려 신선암에 이르기까지 아슬아슬한 암릉 길을 걸어 왔는데 눈비로 길이 미끄러울 때는 로프가 없다면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4시20분 900미터대의 무명봉에서 배낭을 풀고 남은 떡을 마저 들면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위험한 암릉 길은 신선암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신선암에서 한섬지기계곡으로 갈라지는 안부까지 내리막길이 급해 로프를 잡고 내려섰습니다. 이곳 안부에서도 서쪽에서 골바람이 불어와 기분이 삽상했습니다. 안부를 지나 몇 개의 암봉을 오르내리는 동안 곳곳에 설치된 로프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 위험한 리지코스를 오르내리는 수많은 산객들의 안전을 위해 로프의 안전도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 12월 산악회의 한 대원이 마분봉에 못 미쳐서 한 암봉을 오르다 잡고 있는 로프가 끊어져 큰 사고를 당할 뻔 했었기에 말입니다. 무명봉에 올라서서 동쪽의 주흘산과 남쪽의 조령산을 모두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암봉을 버티고 있는 말끔한 암벽들도 같이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무명봉에서 10여분을 걸어 안부에 다다르자 제2관문으로 가는 길이 곧바로 나있었는데 저는 왼쪽으로 내려서 대간 길을 이어갔습니다. 작년 초부터는 스틱을 사용해 하산 길에도 좀처럼 엉덩방아를 찧지 않았는데 어제는 오랜만에 잠시 방심하는 사이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15시25분 깃대봉 바로 앞의 안부에서 마지막 쉼을 가졌습니다.
이곳 안부에 도착하기까지 30여분은 능선길이 흙길이고 오르내림이 별로 없어 모처럼 편안한 산행을 즐겼습니다. 이곳 안부에서 우측으로 길을 잡아 제 3관문으로 하산했습니다. 진달래로부터 자리를 물려받은 일명 연달래로 불리는 철쭉꽃이 화사하게 피어있어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안부에서 얼마고 내려서 조령산성의 성벽을 지났습니다. 임진왜란을 겪고 나서 문경새재의 군사적 중요성을 뒤늦게 깨달아 조령산성을 쌓았다니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 된 셈입니다만 소를 잃고 나서 외양간을 제대로만 고친다면 역사는 반복되기에 그나마 다행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15시56분 제3관문에 도착, 이화령-조령산-제3관문코스의 대간종주를 마쳤습니다.
제3관문 옆에 이조 초기 중추부지사를 지낸 김종직이 남긴 “새재를 지나가는 길에”라는 시비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이 시속에서 임금의 부름을 받아 상경하는 김종직이 새재를 넘으면서 아부꾼들이 득시글대는 조정을 염려하는 우국충정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김영동님의 대금산조 소리에 끌려 맞은편 주막을 들러 막걸리 두 잔을 마셨습니다. 1990년대 초 “어느 할머니의 죽음”과 “한네의 승천”을 작곡, 가수 이 선희씨를 통해 국악과 대중가요를 접목하고자 했던 김 영동님의 시도가 제게는 획기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제3관문을 넘어 약 2키로 떨어진 고사리 주차장으로 향하는 중 이번에는 한 음식점에서 흘러나오는 흘러간 팝송이 저를 잡아 맥주 두병을 마시게 했습니다.
17시50분 고사리 주차장에서 충주행 버스에 올라 하루 산행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김 종직의 “새재를 지나는 길에” 시문을 올리며 산행기를 맺습니다.
새재를 지나는 길에
김종직(1431-1492)
나라님 부름 받아 새재를 넘자니
봉우리 꼭대기에 겨울 빛이 차갑구나
벼슬길로 돌아가는 부끄러운 이 마음
개울바닥 뒹구는 마른 잎 같아라
대궐 안에 아부꾼들 멀어지면
조정엔 오가는 말 화락하리라
근심과 걱정으로 십년을 보냈건만
날뛰는 금수무리 잡아내지 못 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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