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 종주기25(조령제3관문-하늘재)

시인마뇽 2007. 1. 3. 09:41
                                            백두대간종주기25


                  
 *대간구간:조령3관문-마패봉-탄항산-하늘재

                    *산행일자:2004.4.4일

                    *소재지  :경북 문경/충북 단양

                    *산높이  :마패봉 927미터/탄항산 856미터

                    *산행코스:조령3관문-마패봉-탄항산-하늘재-미륵사지주차장

                    *산행시간:9시50분-15시40분(5시간50분)

                    *동행      :과천시산악연맹 

 

  4월 첫 나들이로 오늘은 과천시 산악연맹의 회원들과 함께 백두대간을 탔습니다.

충북 괴산의 조령3관문주차장에서 시작하여 마패봉-탄항산-하늘재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밟은 후 미륵사지로 하산하기까지 꼬박 6시간이 걸렸습니다. 봄은 왔는데 아침의 날씨는 여전히 찼습니다.


  아침 9시50분 조령3관문의 주차장을 출발하여  매표소를 지난 저희들은 잘 닦여진 길을 따라 편안히 20분을 걸어올라 도착한 매점에서  숨을 돌리며 후미 분들을 기다렸습니다. 내일이 한식이라 성묘 길에 나선 분들이 산행에 불참하여 오늘 산행은 17분만이 함께 한  단촐한 산행이었습니다.


  10시 28분 조령3관문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 마패봉을 오르는 들머리에 들어서 백두대간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몇 분간은 골짜기를 흐르는 작은 물소리가 산중의 봄소식을 들려주어 반가웠고 경사도 완만하여 걷기에 좋았습니다만, 곧이어 여느 산과 마찬가지로 치받이길이 계속되어 산을 오르느라 숨을 몰아쉬어야 했습니다.


  11시 정각 해발 927미터의 마패봉에 올라섰습니다.

조령 3관문에서 1.1 키로를 걸어 오른 마패봉의 표지석에는  마역봉으로 적혀있어 잠시 어리둥절했습니다.  마패봉 정상의 북측 면에는 아직도 녹지 않고 남아있는 겨울눈이 이 봄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어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습니다. 마패봉 정상에 선 여성대원 몇 분들의 기뻐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11시 6분 마패봉을 출발하여 부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따라 능선 길을 밟았습니다.

마패봉에서 20분 가까이 내려가 해발 714미터의 안부인 북암문을 지나자 산행길이 편안해졌습니다. 오르내림도 그리 심하지 않았고 육산의 등산로를 걷노라니  발끝으로 전해지는 감촉이 부드러워 좋았습니다. 길 양옆으로 도열한 참나무 군들이 듬직해 보였고 특히 7-800미터고지의 능선에  꿋꿋이 서있는 아름드리 소나무들의 자태가 믿음직스러웠습니다.


  12시 15분 주흘산4.1키로 전방인 동암문에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산에 올라 일행들과 둘러앉아 맑은 공기와 함께 드는 도시락은 언제나 그 맛이 일미입니다.  성곽 밑에서 백두대간을 3일째 뛴다는 어느 분이 혼자서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혹시 그 분은 맛과 관계없이 에너지보충을 위해 의무적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되었습니다. 오늘도 몇 분들의 자연스러운 이런 저런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는 것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12시 45분 백두대간을 제대로 뛰어보고자 바로 평천재로 빠지지 않고 주흘산 방향으로 내달렸습니다.  916미터의 부봉을 바로 밑에서 트래파스하여  얼마고 전진하자 아기자기한 바위코스가 이어져 산행의 묘미를 더해주었습니다.


  13시 24분 오늘 오른 연봉 중 가장 높은 959미터 봉에 도착했습니다.

작년 4월 셋 째 주 일요일 된 비를 맞으며 오른 해발 1,100터의 주흘산이 아주 가깝게 다가왔습니다. 작년의 큰 비와 비교되는 흰눈이 주흘산을 덮고 있었는데,  그 정경이 인상적이어서 주저 없이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13시30분 959봉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일행 분이 빌려준 아이젠을 차고 스틱의 도움을 받아 평천재로 내려갔습니다. 눈이 갓 녹아 내림길이 질펀했고 미끄러워 조심을 했는데도 엉덩이가 흙으로 더럽혀졌습니다. 평천재에서 아이젠을 푸느라 저를 기다린 2분과 함께 후미로 쳐졌습니다만, 미륵사지에 저녁4시까지는 충분히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 길섶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꽃들에도 눈길을 주며 착실하게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14시 16분 해발 856미터의 탄항산에 올랐습니다.

일행 분의 도움으로 정상에 선 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탄항산에서 하늘재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흙 길이어서 무릎에 부담이 안가 빨리 걷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맞은편의 포암산은 커다란 암벽이 장관을 이루었고, 작년 가을에 오른 월출산의 연봉들이 왼쪽으로 먼발치에 흐릿하게 보여 반가웠습니다.


  15시 8분 해발 525미터의 하늘재에 도착했습니다.

이 고갯길은 신라 아달라 왕 3년인 서기 156년에 만들어 졌다하니, 제가 아는 길 중 가장 오래된 고갯길로 그 역사의 깊이만큼 이 고개를 넘나든 수많은 과객들의 오랜 쉼터가 됐을 터인데, 저희들은 버스시간에 맞춰 대느라 쉬지 않고  그냥 지나쳐 아쉬웠습니다. 미륵사지로 내려가는 길 양옆에  여름철이라면 그 시원함이 빼어났을 낙엽송이 빽빽하게 들어 서있어 보기에도 좋았습니다.


  15시40분 넓은 빈터의 미륵사지를 일별한 후 주차장에 도착, 6시간의 길고 긴 백두대간산행을 모두 마쳤습니다. 959미터봉에서 미륵사지까지 동행한 두 분들 덕분에 후미로 쳐졌어도 서두르지 않고 제대로 산행을 할 수 있었음을 감사드립니다. 그렇습니다. 모르는 산길을 서로 모르는 누군가와 함께 동행 하게되면 두렵기도 하면서 일면 안심도 됩니다. 제 경우 경기 일원의 몇 개의 산들을 연결하여 8-10시간동안 나 홀로 산행을 하곤 합니다. 어느 날은 하루 종일 한 분도 못 만나고 산행을 마치는 날도 많습니다. 그래도 우연히 산에서 어느 분을 만나 함께 동행하게 되면 그날은 훨씬 수월하게  산행을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이분이 어떤 분일까 탐색도 해봅니다만 대부분의 산악인들은 처음 만난 사람들에 결례될만한 언행을 삼가하는 현명한 분들이기에 그리 걱정할만한 일은 아닌 듯싶습니다. 뿐더러 산행 중 오가는 이런 저런 담소 속에  그 분들의 진솔 됨을 읽을 수 있어 좋아합니다.


  영국의 시인 T. S.  ELIOT은 그의 시 "황무지(The Waste Land)"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이라며 이렇게 읊었습니다.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라이락 꽃을 죽은 땅에서 피우며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활기없는 뿌리;를 일깨운다.

겨울이 오히려 우리를 따뜻이 해주었다.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고

마른 구근으로 작은 생명을 길러주며.


  "황무지"는 죽은 자를 묻어 두지 않고 재생시키고자 노력하는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통렬히 질책하며 겨울이 따뜻할 수 있는 것은 망각의 눈 덕분이라고 역설한 T.S. ELIOT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시입니다.


  그러나 저는 4월은 잔인한 달이어서는 아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산을 사랑하는, 그리고 사람들을 아끼는 우리 산악인들에는 4월은 잔인한 달이 아니고 일년중 가장 기다려지는 한 달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산에서의  추억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것이기에 동토의 겨울을 이겨낸 뭇 생명들의 코러스가 기다려지는 4월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밟은 산들에는 아직도 봄이 오지 않아 서운했지만 오늘 산행도 역시 가슴 뿌듯한 4월의 산행이었다고 증언하고자 이 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