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구간:821봉(악휘봉전위봉)-구왕봉-지름티재
*산행일자:2004.11.21일
*산높이 :마분봉776미터/구왕봉898미터
*소재지 :충북 괴산/경북 문경
*산행코스:은티 주차장-692봉-마분봉-821봉-주치봉-구왕봉-
지름티재(희양산 안부)-은티주차장
*산행시간:9시45분-16시40분(6간 55분)
*동행 :송백산악회
충북 괴산의 희양산 줄기에서 암릉을 오르내리며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괴산 연풍의 은티마을을 출발, 북에서 남으로 부채꼴을 그리며 능선을 밟아 다시 은티마을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산행으로 백두대간을 밟았습니다. 이곳 마을주민들이 용아능으로 부른다는 마분봉을 중심으로 한 좌우의 암봉들은 로프를 잡고 오르내려야 할 정도로 녹록치 않았습니다. 원래는 입석골 계곡을 따라 사거리고개를 거쳐 악휘봉 전위봉인 821봉에 오르도록 되어있는데, 우측능선을 타고 692봉-마분봉-821봉의 새로운 코스로 오르느라 1시간 30분을 더 걸었습니다. 주력이 남만 못한 저는 이 보너스 산행으로 예정보다 늦어져 백두대간코스를 제대로 다 밟지 못하고 희양산도 미답의 봉우리로 남겨둔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이제껏 이런 저런 이유로 목표한 산행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 것은 제게는 아주 드문 일입니다. 웬만하면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목표한 코스를 끝내 왔는데 어제는 그리하지 않았습니다. 저 혼자만의 산행이라면 일단 희양산을 오른 다음 남은 백두대간 코스를 마저 할 것인가 여부를 결정했을 터인데, 저 때문에 다른 분들을 기다리게 할 수 없고, 일몰시간이 얼마 안 남아 아쉽지만 구왕봉-희양산의 안부인 지름티재에서 하산했습니다.
어제는 송백산악회의 백두대간 종주프로그램에 참여, 충북 괴산 연풍의 은티마을을 찾았습니다. 음기가 성해 남근석을 세웠다는 은티마을은 마분봉-주왕봉-희양산-시루봉의 연봉들이 부채모양으로 감싸주고 있어 더할 수 없이 아늑한 산골마을입니다. 잠실을 출발한지 3시간이 채 못 되어 도착한 은티마을 주차장에서 하차, 구두끈을 고쳐 매 산행을 준비했습니다.
9시 45분 주차장을 출발한 일행들은 그 7분 후 마분봉으로 이어지는 들머리에 들어서서 우측으로 난 능선을 따라 산 오름을 계속했습니다. 출발 50분 후 692미터의 봉우리에 올라섰습니다. 산상에서 맞이한 아침이 바람 한 점 불지 않고 햇살이 따사로워 고요하고 평화로웠습니다.
11시44분 해발 776미터의 마분봉에 올라서 짐을 풀고 목을 추겼습니다.
정상에서 북동쪽으로 말똥바위능선이, 그 반대쪽으로 희양산으로 향하는 산줄기가 이어졌습니다. 주변의 소나무가 겨울 산을 푸르게 해 능선 밑의 회색의 나무들과 확연히 대조를 이루었습니다. 692봉에서 마분봉까지 한 시간 남짓한 능선 길은 오르내림이 급했고 암릉 길이어서 눈이라도 내렸다면 상당히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곳곳에 설치한 로프 줄이 크게 도움이 되었는데, 심하게 마모된 줄이 끊어져 자칫 큰 사고가 날 뻔했다는 얘기를 귀로의 버스에서 전해 듣고 정말 위험한 구간을 통과 했구나 생각했습니다.
12시16분 사거리고개를 지났습니다.
바로 이 고개로 올라섰다면 10시 45분이면 도착했을 것을 마분봉으로 돌아 오르느라 1시간 반이 늦어진 셈입니다. 마분봉-악휘봉 사이의 안부인 사거리고개는 은티마을에서 이 안부를 넘어 입석리로 내려가는 산 속의 사거리로 교통의 요지(?)인 셈입니다.
12시 35분 고개에서 20분을 치켜 올라 다다른 악휘봉 전위봉인 821봉에서 백두대간 길에 들어섰습니다. 시간이 지체되어 백두대간은 다 타지 못해도 희양산 만은 반드시 오르겠다는 생각으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쉬지 않고 내달렸습니다. 821봉에서 얼마고 내려서 다다른 길옆의 나지막한 바위에 걸터앉아 서둘러 점심을 들고 나서 곧바로 산행 길에 나섰습니다. 821봉에서 오봉정고개까지 1시간 남짓 걸렸는데, 이미 험난한 마분봉 길을 끝내서인지 별 어려움 없이 이 코스를 마쳤습니다.
13시46분 은티재(오봉정고개)를 지났습니다.
이 주위가 송이입찰구역으로 길 오른쪽으로 줄을 쳐놓고 입산을 금했습니다. 해발 683미터의 주치봉까지 치받이 흙길이어서 바위 길보다 지루하고 힘들었습니다. 구왕재로 내려섰다 다시 오른 봉우리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구왕봉으로 내달렸습니다. 마당바위에서 퍼져 앉아 쉬고 싶었으나 희양산을 오르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 몸속에 남아 있는 마지막 에너지를 짜내어 내달렸습니다.
15시10분 해발 898미터의 구왕봉에 올라섰습니다.
산림청에서 선정한 100대명산의 하나인 희양산의 커다란 암봉이 희멀건 전신을 내보여주었습니다. 같이 오른 분의 도움으로 전망대에서 희양산을 배경으로 하여 제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692봉-마분봉-821봉-구왕봉 구간의 지나온 연봉들을 뒤돌아보자 설악의 용아장상릉을 연상시킬 정도로 날카롭게 날이 서있는 저 암릉을 어떻게 걸어왔는지 제 자신이 신통하게 느껴졌습니다.
15시40분 구왕봉에서 까까비탈의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걸어 희양산 밑의 안부인 지름티재로 내려섰습니다. 지름티재에서 정상까지 40분은 족히 걸린다는데 희양산을 오르고서는 저녁5시안에 은티마을로 되돌아가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어, 일행인 부부 두 분과 함께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희양산에는 조계종 특별 수도 도량인 봉암사가 있어 사월초파일을 즈음한 한 달간을 제외하고는 입산을 금하고 있어 희양산으로 바로 올라가는 길이 막혀 있었습니다. 아쉽지만 마음을 편히 먹고 하산을 시작하자 재잘대는 작은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하산 길의 푸른 산죽이 눈에 들어와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동네 어귀에 다다르자 길옆에 가묘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그 주위에 줄을 쳐놓고 멧돼지의 출입을 금한다는 경고판을 걸어 놓은 주인이 누구인가 궁금했습니다. 봉암사에서 사람들의 출입을 금한다고 세운 “입산금지”판에는 한글로 쓰여 있는데, 이 주인이 멧돼지의 출입을 금할 목적으로 세운 “멧돼지 출입금지” 경고판에 어떤 글로 적어 놓아야 멧돼지가 읽어낼 수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글로 쓰였습니다. 미국 땅에서라면 당연히 “Keep out"이라고 적혀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애당초 멧돼지를 상대로 걸어 놓은 것이 아니라 이들을 키우는 주인들을 겨냥해 걸어 놓았음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6시 40분 은티주차장에 도착, 약 7시간의 산행을 모두 마쳤습니다.
지름티재에서 시루봉까지의 코스를 못 마친 아쉬움이 있지만, 제 시간에 하산하여 산악회에서 준비한 국밥을 맛있게 들었습니다.
일회용 그릇으로 국밥을 들면서 아침에 버스에서 조심스레 당부한, 가능하면 자기가 들 수저를 준비하여 공해를 줄이자는 회장 분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자연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는 저희 산악인들이 공해를 줄이는데 앞장서는 일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일회용제품은 거의 다가 석유화학제품이어서 폐기시 주로 소각을 하게 되는데 이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지구의 온난화를 부추기어 생태계를 급작스레 변화시킨다고 합니다. 지난 16년간 코스타리카에서 지구의 온난화를 연구해온 미주리대학교의 데보라 A. 클라크는 “밤기온이 올라가면서 열대지역 나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기온이 계속 올라가면 어찌 열대지역나무만 스트레스를 받겠습니까? 저희 산악인들에 피톤치드를 내뿜어 주는 우리의 나무들도 마찬가지로 스트레스를 받을 터인데, 그렇다면 우리 산악인만이라도 산행 시 일회용상품을 사용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지름티재에서 욕심을 내지 않고 하산하는 일이 산 욕심이 많은 제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그제 영남 알프스의 산들을 올라 연내에 통산 200산 등정을 마치겠다는 연초의 계획을 이루었기에 희양산의 산 오름을 다음 기회로 미룰 만큼 여유가 있었나 봅니다. 목표를 설정하고 산행을 한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는 별도로 생각해볼 일입니다만, 저 같은 범인에게는 그러한 목표설정이 산행을 계속토록 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어 왔습니다.
200산 등정을 마친 이제 백두대간 종주를 새로운 목표로 정하고 다시 한번 뛰어 보고자 합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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