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 종주기20(조항산-버리미기재)

시인마뇽 2007. 1. 3. 09:31
                                                백두대간 종주기20


                                 *대간구간:조항산-대야산-버리미기재

                                 *산행일자:2005. 7. 16일

                                 *소재지  :충북괴산/경북문경

                                 *산 높이 :대야산937미터

                                 *산행코스:의상저수지-갓바위재-조항산-밀재-대야산-불란치재

                                                - 곰넘이봉-버리미기재

                                 *산행시간:8시8분-18시(9시간52분)

                                 *동행      :나홀로

 

 

  어제는 뭔가가 잘 안 풀려 삐걱대면서도 난코스의 조항산-대야산-버리미기재 구간을 성공적으로 종주했습니다. 작년 10월 갈령-천황봉-문장대 구간에 발을 들인 후 안내산악회를 따라 본격적으로 대간 종주에 나서 지난 4월까지 개인사정으로 7 구간을 참여하지 못하고 건너뛰었는데 다행히  5월부터 시간이 나 틈틈이 빼먹은 구간을 채워 나가 어제 비로소 갈령-싸리재 전구간의 종주를 마치고 나자 큰 숙제를 해 낸 듯 가슴 뿌듯했습니다.


  대중교통으로는 조항산-대야산-버리미기재의 긴 구간을 하루에 마칠 수 없을 것 같아 새벽 4시30분 제 차를 몰고 나와  밤을 가르며 내륙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렸습니다. 기름도 넣을 겸 충주휴게소를 들러 화장실을 다녀오는 사이 깜박 잊고 라이트를 켜놓았더니 그새에 바테리가 방전, 시동이 걸리지 않아 당황했습니다. 한 젊은 분의 도움으로 시동을 다시 걸었습니다만 이로 인해 20분 이상 시간을 까먹어 서둘러야했습니다.


괴산IC에서 내륙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입석리로 가고자 19번 국도를 따라 가다 괴산을 조금 지나 49번 국도를 타고 한참을 신나게 달렸는데 공사 중이라며 더 이상 진행을 막아 옆길로 빠져 나왔더니 작은 마을이 나타났습니다. 이른 아침에 가게주인분에 사정을 얘기하고 길을 물었더니 비포장 산길을 따라 사랑산을 넘어야 송면에 다다른다 하여 비포장길로 들어섰는데 혹시나 가다가 길이 끊어지지 않나 해서 한 20여분을 노심초사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8시 정각 삼송리 의상저수지에 도착, 차를 주차시켰습니다.


  아침8시8분 의상저수지를 출발했습니다.

임도를 따라 걸어 고도를 200미터 가량 높여 가는 중 장마로 파진 길을 메우고 길이 떨어져 나간 곳에 옹벽을 치느라 한창 바쁜 공사장을 여기저기서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깜박 잊고 집에다 모자를 두고 와 날이 흐렸는데도 머리통이 뜨겁게 느껴졌습니다. 저수지를 출발하여 한 시간 남짓 임도를 따라 오르다가 길 오른 쪽으로 갓바위재로 오르는 길을 안내하는 낡은 표지기가 눈에 띄어 잠시 쉬어 가고자 짐을 내려놓았습니다. 표지기는 많이 낡아 바랬고 표지판은 풀숲에 나뒹굴고 있었지만 이 모두가 이곳이 들머리임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기에 주저하지 않고 이 길로 들어섰습니다. 3분도 못가 길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아주 작은 계곡을 따라 올랐는데 이마저도 5분도 채 안되어 끝나버려 어찌할 까 난감했습니다. 다시 출발지로 되돌아갈까 하다가 산세를 관찰하자 직등하면 대간 길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산죽을 헤쳐 똑바로 치고 올라갔습니다. 작년 11월에 한번 와봤던 산아라서 길도 없는 곳을 오르느라 시간도 지체되고 땀이 비 오듯 쏟아졌지만 초조하거나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9시58분 대간 능선에 올라서 40분간의 알바를 끝냈습니다.

알바를 끝내고 대간 길에 들어서자 안도감에 맥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잠시 짐을 풀고 목을 축인 후 왼쪽으로 난 대간 길을 따라 10분간 걸어 갓바위재로  내려서 다시 짐을 풀고 제대로 쉬었습니다. 출발지인 들머리는 없어진 길로 그곳에서 임도를 따라 더 올라가면 갓바위재로 이어지는 들머리가 나타날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11시5분 해발 951미터의 조항산에 올라섰습니다.

갓바위재에서 조항산에 이르기까지 펼쳐지는 암릉 길은 조금은 아슬아슬하고 또 아기자기했습니다. 오른 쪽으로 펼쳐지는 조항산의 암벽이 시원스레 눈에 들어와 전망이 일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도 낮에 산행할 때 얘기고 야간 산행 시에는 전망은 당연히 없을 터이고 자칫 잘못하면 낙상을 할까 걱정되었습니다. 지난 주 제게 벌바위에서 버리미기재까지 버스를 주선해준 한 젊은이도 이 길에서 팔을 다쳐 밀재에서 벌바위로 탈출해야 했다 합니다. 암벽에 뿌리를 내린 노랑꽃의 산나리가 화사했는데 지난주 장성봉-악휘봉 능선에서 자태를 내보인 주홍꽃의 산나리와 대비되어 눈을 끌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조항산에 예정보다 한 시간 가량 늦게 도착해 사진 찍는 시간을 절약하고자 카메라를 배낭에 넣고 서둘러 고모재로 향했습니다.


  11시50분 고모재에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조항산 출발 10여분 후에 의상저수지로 갈리는 삼거리 905봉을 지나자 경사가 급해졌습니다. 노랑꽃의 산나리가 사라지고 주홍꽃의 산나리가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하늘색과 흰색이 적절히 배합된 이름 모르는 예쁜 들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잠시 짬을 내어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북한산님의 산행기에 조항산에서 버리미기재까지 8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적혀있어 이대로라면 저녁 7시에나 버리미기재에 다다를 것 같아 산행 중에는 사진을  찍지 않고자 했는데 하도 꽃이 아름다워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고모재 안부에서 오른 쪽으로 10미터 떨어진 곳에 고모샘이 있어 그곳에서 석간수 샘물로 페트병을 채웠습니다.


  12시3분 점심을 끝내고 3.4키로 떨어진 대야산으로 출발했습니다.

30분가량 계속된 된비알의 오름길을 걸어 889봉에 올랐습니다. 해가 나는 가 했는데 어느새 비가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모자가 없어 해도 들지 않고 비도 내리지 않는 날씨가 딱 좋은데 비가 뿌리기 시작해 신경이 쓰였습니다. 889봉에서 반시간을 더 걸어 849봉에 올랐는데 정상에서 남북방향으로 모두 표지기가 걸려있어 어느 길이 맞는지 알 수 없어 잠시 당황했습니다. 이내 나침판과 지도를 보고 정북방향으로 전진했는데 대간 길을 알려주는 표지리봉이 한 동안 눈에 띄지 않아 걸으면서도 조금은 불안했습니다.


  13시35분 849봉에서 반시간 동안 급경사의 내리막길을 걸어 용추골과 농바위골로 갈라지는 십자안부인 밀재에 내려섰습니다. 4-50명은 실히 되는 많은 산객들이 여기저기에 옹기종기 앉아 점심을 들고 있었는데 어느 회사에서 단체로 산 나들이를 나선 듯싶었습니다. 늘재에서 시작하면 대부분 이곳 밀재에서 종주를 마치고 벌바위로 하산하는데 저는 새벽부터 서둘러 버리미기재까지 가고자 했기에 바로 대야산으로 향했습니다.


  14시7분 대문바위를 빠져나와 반시간 여 만에 또다시 쉬었습니다.

아침에 알바로 진땀을 빼서인지 오름길이 힘들게 느껴져 한 시간을 다 못 채우고 짐을 벗어 놓았습니다. 구름이 가셔 농바위골이 한눈에 들어왔고 이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골바람이 마냥 시원하게 느껴졌습니다. 얼마 전에 지나온 코끼리바위와 거북바위, 그리고 대문바위가 대야산을 지키는 수호신 같아 듬직하게  보였습니다.


  14시45분 해발931미터의 대야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대문바위에서 정상에 오르기까지 암릉 길을 걷느라 빤히 보이는 정상에 오르는데 반시간 이상 걸렸습니다. 서쪽의 둔덕산, 북쪽의 곰넘이봉, 동쪽의 백악산 그리고 이제껏 걸어온 조항산과 대야산을 잇는 주 능선이 한눈에 잡혔습니다. 마침 안개가 사라져 산세를 제대로 조망할 수 있었기에 부지런히 사방을 둘러보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명산 100산으로 선정된 대야산 정상은 수많은 인파로 붐볐습니다만 버리미기재 방향으로 대간 길을 종주하는 사람은 오직 저 한사람이었습니다.


  15시42분 급경사의 내리막길을 무사히 통과하여 촛대재로 내려섰습니다.

대야산 정상에서 불란치재로 내려서는 길이 70도가 훨씬 넘는 급경사의 하산 길이어서 스틱을 접어 배낭에 집어넣었습니다. 정상에서 5-6분을 내려와 만난 하산 길은 로프가 없었다면 하산을 포기했을 만큼 급경사의 수직 길이어서 한겨울에는 미끄러지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할 것 같았습니다. 이 비좁은 로프 길을 오르내리는 산객들이 아무도 없어 이 구간을 통과하는데 20분도 채 안 걸렸습니다. 촛대재로 내려서자 비로소 새소리와 매미소리가 들려왔고 적송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의 소리도 자연의 청음인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에 걸러져서인지 조용하게 들렸습니다. 배낭 속에 접어둔 스틱을 다시 꺼내 들고 15분을 걸어 해발668미터의 촛대봉을 올라서 잠시 숨을 돌렸습니다.


  16시23분 불란치재에 내려섰습니다.

해발 500미터대의 불란치재는 왼쪽으로는 상관평, 오른쪽으로는 벌바위로 갈리는 십자안부의 고개 마루입니다. 옛날에는 주로 이 고개를 걸어서 넘나들었다는데 이제는 아스팔트가 깔린 버리미기재가 그 역할을 하고 불란치재는 대간을 종주하는 산객들만이 잠시 머무르는 쉼터로서 자리매김한 듯싶습니다.


  17시20분 불란치재에서 안간힘을 다해 올라선 해발 733미터의 곰넘이봉에서 짐을 풀고 목을 축였습니다. 된비알의 오름길을 40분 걸어올라 679봉과 미륵바위를 거쳐 733봉에 오르자 똑 같은 높이의 곰넘이봉이 바로 앞에 좌정하여 쉬지 말고 어서 오라고 제게 약을 올렸습니다. 곳곳에 설치된 로프의 도움을 받아 암벽을 기어오르느라 한껏 진을  뺐는데 곰넘이봉에서 얼마고 내려가자 이번에는 또 679봉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정말로 산신령에 원망이 갔고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었습니다.


  18시 정각 버리미기재에 도착해 하루산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졌습니다.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 오른 679봉에서 헬기장을 거쳐 전나무 숲을 빠져 나와 버리미기재에 도착하자 뛸 듯이 기뻤습니다. 바테리방전에 비포장길 통과로 4-50분을 까먹었고 알바로 반시간이 늦어져 조항산에서는 예정대로 버리미기재까지 갈 수 있을까 걱정했었습니다. 제게는 이제까지 종주산행중 이번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오르느니 모두  암봉이요 내리느니 거의다가 까까비탈이라 힘도 들고 위험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도 비가 내리지 않아 산행시간을 한 시간 가량 단축해 해지기 전에 종주산행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알바로 길을 헤맨 어제는 길의 고마움이 무한하다는 것을 터득했습니다.

길은 경험이 농축된 지혜로운 역사입니다. 그러기에 길에는 앞서 길을 낸 선답자 분들의 피땀이 어려 있습니다. 이 분들이 길을 냈기에 뒤따라가는 후손들이 편하고 안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그분들이 한없이 고마웠습니다. 이러한 길은 뜻이 있는 곳에 함께 있음도 배웠습니다. 어렵사리 구간종주를 마치고 나자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음이 새삼 느껴졌습니다.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길을 찾아 끝까지 종주했음을 자축하며 산행기를 맺습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