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 종주기21(버리미기재-악휘봉전위봉)

시인마뇽 2007. 1. 3. 09:33
                                          백두대간 종주기21

 

                         *대간구간:버리미기재-장성봉-821봉(악휘봉전위봉)

                         *산행일자:2005. 7. 10일

                         *소재지  :충북괴산/경북문경

                         *산 높이 :장성봉916미터/악휘봉843미터

                         *산행코스:버리미기재-장성봉-827봉-악휘봉-821봉-은티재-은티마을

                         *산행시간:10시5분-16시18분(6시간13분)

                         *동행      ;나홀로

 


  어제는 백두대간을 종주하면서 산객들의 인정을 듬뿍 느낀 하루였습니다.

아침에는 벌바위의 용추계곡입구안내소에서 처음 만난  젊은 산객 한분이 주선해준 산악회버스로 버리미기재까지 이동해 출발시간을 당길 수 있었고, 은티마을로 하산하고 나서는 젊은 한 분의 도움으로 이천까지 코란도를 얻어 타 귀성 길이 빠르고 편했습니다. 대간 종주를 혼자 하면 제일 불편하고 돈을 많이 잡아먹는 것이 교통편인데 어제는 젊은 산객 두 분 덕분에 시간과 돈을 절약했습니다.


  막내아들이 동서울터미널까지 차를 태워주어 아침6시에 출발하는 상주행 버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7시50분경 점촌에서 하차, 40분을 기다려  시내버스로 바꿔 타 9시25분 용추계곡입구인 벌바위에 도착했습니다. 용추계곡입구의 안내소에서 안내원에 이것저것을 묻고 대야산 안내도를 받고 나서, 조항산을 오르다가 오른 팔을 다쳐 밀재에서 벌바위로 긴급탈출을 했다는 호산산악회의 젊은 한분이 버리미기재에서 대기중인 버스를 불러 함께 버리미기재 고개마루로 옮겼습니다.


  10시5분 해발400미터대의 버리미기재에서 북쪽으로 난 들머리로 들어섰습니다.

비가 그친 후라서 길은 미끄러웠으나 장마철 특유의 구름이 잔뜩 끼어 산행하기에는 덥지 않고 좋았습니다. 30분을 걸어올라 만난 큰 바위를 곱게 덮은 연초록의 이끼가 하도 깨끗하게 보여 잠시 짐을 풀고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공해에 찌든 서울근교의 암봉에서 피어나는 이끼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그 깨끗함에서 분명하게 구별되었습니다.


  11시25분 해발915미터의 장성봉에 올라서 10분 남짓 쉬었습니다.

장성봉 조금 못미처 왼쪽으로 난 길은 절말로 하산하는 길로 표지리본이 많이 걸려있어 안내판이 없었다면 자칫 대간 길로 오인하기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상 주위를 맴도는 수많은 잠자리들이 아직도 장마철이어서인지 날개 짓에 그리 힘이 들어가 보이지 않았으며, 버리미기재 건너편에 자리 잡은 곰넘이봉이 구름사이로 잠시 제 모습을 내보여 카메라에 옮겨 놓았습니다.


  12시35분 장성봉을 출발한지 1시간 만에 827봉에 다다랐습니다.

지도에 적혀있는 시간보다  20분이 더 걸린 것은 830봉 밑에서 여러 사람들의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크게 들려 막장봉 쪽으로 옮겼다가 다시 돌아오느라 시간이 걸렸고 이번 산행에서 유독 눈에 자주 띄는 주홍색의 산나리를 카메라에 옮겨 담느라 늦어져서입니다. 830봉에 이르기까지 약 20분간은 길 양 옆에 자리 잡은 적송들이 보기에 좋았고  경사가 별로 없고 폭신한 흙길을 걸어 편했습니다. 이 편안한 산길은 830봉을 지나  827봉까지 이어졌는데 830봉을 지나자 적송들 대신에 참나무가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827봉에서 20분가량 더 걸어 다다른 807봉에서 점심을 들면서 10여분을 쉬었습니다.


  14시2분 이번 산행에서 처음으로 헬기장을 만났습니다.

807봉 출발 35분 후에 787봉에 다다르기 까지 낙엽이 깔린 편안한 흙길을 걸으며 대간종주의 의미를 되새겨보았습니다. 작년에 200산 등정을 마치고 올 들어 백두대간을 본격적으로 종주하고 있는데 아직도 왜 종주를 하느냐는 물음에 이렇다할 답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굳이 답을 말한다면  조지 멀러리 경의 표현을 빌려 백두대간이 옮기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기에 대간 길을 종주한다는 것이 최상의 답변일 것 같습니다. 773봉에서 고도를 600미터대로 낮추어 도착한 헬기장에서 다시 오름길이 시작되었습니다.


  14시42분 해발 845미터의 악휘봉에 올라섰습니다.

작년 11월에는 시간이 없어 지나쳤던 악휘봉을 이번에는 짬을 내어 다녀왔습니다. 헬기장을 출발한지 40분 만에 다다른 악휘봉에서 날씨만 좋았다면 동쪽으로 희양산과 백화산, 북쪽으로 월악산과 박달산, 서쪽으로 덕가산과 칠보산, 남쪽으로  장성봉이 모두 조감할 수 있었을 터인데 구름에 가려 제대로 보지 못하고 하산을 하여 아쉬움이 진했습니다.


  15시6분 이번 대간 종주의 종점인 821봉을 지나 은티재로 내려섰습니다.

악휘봉 전위봉인 821봉에서 은티재로 내려서는 길은 급경사의 내리막길로 비온 뒤끝이라 하산 길이 미끄러워 중간 중간에 매어놓은 로프를 잡고 내려섰습니다. 20분 가까이 조심해서 하산하여 내려선 은티재는 직진하면 마분봉으로, 왼쪽으로는 입석리로 , 오른쪽으로는 은티마을로 갈라지는 푹 들어간 십자 안부인데 어제따라 어둡고 음습한 느낌이 들어 쉬지 않고 은티마을로 서둘러 하산했습니다. 은티재에서 10여분 내려서자 앞길이 훤하게 트이며 하산 길도 완만하고,  두 주전 지름티재에서 하산 할 때와는 달리 계곡물소리가 힘차게 들렸습니다.


  16시18분 은티마을에 도착, 6시간 남짓한 하루 산행을 마쳤습니다.

버리미기재에서 821봉의 대간 종주를 무사히 마쳤음을 자축하고자 백두대간 쉼터를 들러 맥주를 마셨습니다. 2주전에는 이화령으로 가서 차를 몰고 과천 집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콜라를 사 들었는데 이번에는 마음 편안히 맥주 몇 병을 사 마셨습니다. 산행을 끝내고 마시는 몇 잔의 맥주는 제게는 꿀맛입니다. 4년 전부터 그동안 마셔온 여러 종류의 술을 끊고 오직 맥주만을 마셔왔고 또 과음을 자제해온 터라 이제는 맥주의 참 맛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게주인 아주머니에 연풍 가는 택시를 불러달라는 제 얘기를 듣고 악휘봉 오르는 길에 인사를 나눈 젊은 한 분이 이천까지 자기 차로 같이 가자는 제의를 받고 동승해 산에 관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상경했습니다. 이천에서 직행버스를 갈아타 저녁 7시40분에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해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때보다 1시간 반은 당긴 셈입니다.


  어제는 산은 산을 좋아하는 분들에 넉넉한 산을 닮게 하는 힘을 갖고 있음을 배웠습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