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서울/경기
수락산(2)
*산행일자:2007. 11. 25일
*소재지 :서울/경기의정부/남양주
*산높이 :수락산638m
*산행코스:장암역-석림사-수락산-도솔봉-덕능동
*산행시간:11시50분-16시25분(4시간35분)
*동행 :나홀로
단풍잔치로 온 산이 황홀했던 가을이 가고 겨울이 그 자리를 대신 차고앉은 지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큰 눈이 안 와서인지 요즈음의 우리산하는 황량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북송시대의 명문인 구양수(歐陽修)는 그의 수필집 취옹정기(醉翁亭記)에서 산간의 가을 모습을 풍상고결(風霜高潔)로, 겨울 풍경은 수락이석출(水落而石出)로 묘사했습니다.
風霜高潔, 水落而石出 풍상고결, 수락이석출
“바람이 높은데서 불고 서리가 깨끗하더니(風霜高潔), 계곡에는 물이 빠져 바위가 드러난다(水落而石出).” (11월23일자 동아일보 “한자이야기” 참조)
어제는 굳이 물이 빠지지 않아도 바위를 드러내 보이는 수락산(水落山)을 찾아 올랐습니다. 같은 한자 수락(水落)이 의미하는 바가 서로 다르기에 물이 빠지기 전에 바위를 드러냈다하여 무슨 성미가 그리도 급하냐고 수락산을 나무랄 일은 아닙니다. 취옹정기의 수락은 수량이 줄어들어 수위가 낮아짐을 뜻하고, 수락산의 수락은 두 곳의 높이 차로 물이 떨어짐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수락산에는 낙차 크게 물이 떨어지는 폭포가 여러 곳 있어 옥류폭포, 은류폭포와 금류폭포 등이 수락8경에 들어있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강수(降水)를 품고 있다가 때가 오면 계곡으로 물을 보내 아래로 흐르게 하는 것은 산림이 하는 일이지만, 계곡의 물을 낙차 크게 떨어뜨리는 것은 바위의 몫입니다. 이렇듯 바위와 폭포가 불가분의 관계이고 보면 수락(水落)의 폭포가 많이 있는 수락산에서 물이 빠지기 전에 드러난 바위가 많이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오전 11시50분 장암역을 출발해 수락산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현 정부의 끈질긴 행정수도이전시도에 굴하지 않고 600년이 지난 수도서울을 굳건히 지켜낸 둘레의 다섯 산에 감사하고자 한 번씩 모두 찾아 오른 것이 2004년의 일이었습니다. 그새 3년이 훌쩍 지나 다시 한 번 올라가 인사를 해야겠다 싶어 지난 봄 청계산과 관악산을, 가을 들어 북한산과 도봉산을 각각 올랐습니다. 하나 남은 수락산은 겨울숙제로 미루어 놓았는데, 지난 월-화요일에 제법 많은 눈이 내렸고 금요일이 소설이어서 이제는 겨울이 분명하기에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저 혼자서 어제 수락산을 찾았습니다. 장암역에서 나와 넓은 차도를 건넜습니다. 장암슈퍼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석림사로 올라가는 중 어지럽게 걸려있는 안내산악회들의 수많은 광고전단들을 보았습니다. 사액서원인 노강서원을 지나 석림사 경내로 들어서자 “큰법당”이 보였는데 대웅전의 우리말 표현을 부처님께서 제대로 알아보셨는지 궁금했습니다. 만약에 그리하셨다면 스님들의 독경을 우리말로 바꾸는 것이 뒤따라야 할 것 같은데 그 작업이 그리 간단치 않을 것입니다.
12시36분 오른쪽으로 깔딱고개 길이 갈리는 계곡삼거리에 다다랐습니다.
석림사에서 왼쪽으로 건넌 계곡을 따라 오르는 중 아담한 폭포를 만났습니다. 자그마한 소에서 잠시 흐름을 멈추고 쉬어 가는 계곡물이 맑았고 그 수량(水量)도 겨울 산치고는 꽤 많은 편이었습니다. 조금 더 오르자 경사가 완만한 널따란 바위 위를 흐르는 물줄기가 제법 길어 과연 수락산이다 했습니다. 계곡을 세 번 더 건너 다다른 삼거리에서 왼쪽의 산등성으로 치켜 오르자 등 뒤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계곡에서 벗어나 첫 번째 능선삼거리에 다다르기까지 약 20분 동안의 산 오름이 이번 산행에서 가장 가파른 비알 길이었습니다. 다시 20분을 더 걸어 이 산 정상을 0.8Km 앞에 둔 안부삼거리에 이르기까지는 암릉 길도 있었지만 정상부의 잘생긴 암봉이 점점 가깝게 보여 그리 힘든 줄 몰랐습니다. 여러 산객 분들이 쉬고 있는 안부삼거리에 내려서자 낙석이 위험하니 오른쪽 아래 계곡으로 내려서지 말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13시53분 해발638m의 수락산을 올랐습니다.
정상0.8Km 전방 안부삼거리에서 주능선으로 올라서는데 20분이 거의 다 걸렸습니다. 예상했던 바지만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많아 길이 조금 붐빈 데다 응달져 미끄러운 길을 조심해 오르느라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렸던 것 같습니다. 이 산 정상을 250m 남겨 놓은 주능선 상의 고개 마루를 넘어 청학동으로 내려서면 금류폭포와 옥류폭포를 만나볼 수 있는데, 이번에는 폭포를 보겠다는 욕심을 접고 오른 쪽으로 꺾어 정상으로 향했습니다. 태극기가 펄럭이는 정상의 암봉은 사람들이 많아 올라가지 못하고 옆자리 암봉에서 사진만 찍어갖고 왔습니다. 그리고 바로 자리를 떠 당산역으로 향했습니다. 경사가 급한 혼잡한 길로 내려가 몇 걸음 옮기다 능선 길 바로 아래 평평한 곳에다 짐을 풀고 점심을 들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따끈한 커피를 마시면서 느긋하게 15분을 넘겨 쉬었는데도 날씨가 많이 풀려 추운 줄 몰랐습니다.
14시20분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산행을 이어갔습니다.
웬만하면 암봉은 바로 오르지 않고 우회 길로 에돌아갔습니다만, 응달진 동쪽 사면을 지나는 몇 곳의 길은 주초에 내린 눈이 다 녹지 않고 일부가 남아 있어 미끄러져 넘어질까 신경이 쓰였습니다. 이제껏 주로 인적이 뜸한 한적한 산들을 찾아 오르곤 해온 제게는 수락산을 오르내리는 산객들이 엄청 많아 보였습니다. 동행한 일행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작은 소리들도 모이고 모이자 소음수준으로 커졌습니다. 일행들의 진행속도를 맞추고자 앞선 이들에 천천히 가라고, 또 뒤쳐진 동료들에 빨리 오라고 지르는 큰소리들도 이 산의 짐승들을 내쫓는데 한 몫 할 것입니다. 수락산의 태극기는 정상에서만 펄럭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정상에서 불암산 방향으로 20분 넘게 걸어 또 다른 태극기가 펄럭이는 코끼리바위(?) 밑을 지나면서 이 두 암봉의 태극기는 누가 건사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산본의 수리산 관모봉에도 항상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는데 안양 사는 한 분이 개인 돈을 들여 관리하고 있다 합니다. 태극기봉 너머로 이번에는 들르지 못하는 불암산이 먼발치로 흐릿하게 보였습니다.
15시42분 곰바위에 다다랐습니다.
태극기봉을 지나 몇 사람들이 자일을 잡고 하강연습을 하는 한 둥그런 암봉을 우회하면서 그들의 열정을 부러워했습니다. 대학시절 잠시나마 록크라이밍에 빠졌었던 제가 지금은 조금만 경사져도 암릉 길을 오르지 않고 우회하는 겁쟁이로 변해있어 더욱 그러했습니다. 3년 전에 불암산에서 수락산을 오를 때에는 암봉이 그리 많지 않다 했는데 이번에는 암봉만 계속 우회하는 것 같았습니다. 또 다시 만난 암봉(탱크바위?)을 에돌다 길을 잘 못 들어 10분 이상 까먹은 후 당고개로 내려서는 능선 길로 올라섰습니다. 조금 뒤 송전탑을 지나서 이번 산행의 마지막 암봉인 곰봉에 올랐습니다. “도인사위 곰봉”이라는 표지목이 세워진 이 바위는 넓은 암반위에 곰이 서 있는 듯 커다란 바위가 올려 있었는데 중간 중간에 크고 작은 구멍이 몇 개 나있는 것이 독특했습니다. 누군가가 곰의 얼굴에다 이름 석 자를 새겨놓은 것을 보고 죽어서도 내내 곰들한테 욕먹을 멍청한 짓을 했구나 싶었습니다.
16시25분 덕능동 차도로 내려와 하루 산행을 마쳤습니다.
곰바위에서 내려서서 얼마간 평탄한 능선 길을 걷던 중 맞은 편 동쪽 능선이 불암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으로 당고개행 능선 길과는 훨씬 전에 갈렸고 그런 후 암봉들도 더 많이 만나게 되었음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출처불명의 삼각점이 세워진 능선에서 시작된 본격적인 내림 길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낙엽이 길을 덮은 하산 길이 끝나는 덕능동차도에서 버스에 올라서야 당고개역이 한 정거장 거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당고개역에서 하차해 맥주 1캔을 사마신 후 16시40분에 4호선 전철을 올랐습니다.
수락산에서 정작 물을 본 것은 40분 남짓한 시간뿐이었습니다.
계곡 초입에는 주초에 내린 눈이 산에서 녹아 흘러 수량이 많다 했는데 위로 올라 갈수록 그 양이 줄어들어 나중에는 초라해 보였습니다. 오히려 암봉을 에돈 시간이 물을 만나본 시간보다 훨씬 길었습니다. 북한산의 백운봉이나 도봉산의 자운봉에 겨룰만한 거암은 찾아보지 못했지만 웬만한 크기의 바위들이 능선 길 여기저기 자리 잡고 있어 수락산이 물의 산보다는 불의 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기야 서울 둘레의 다섯 산 중 청계산을 빼놓고는 나머지 네 산이 모두 바위산이니 관악산만 불의 산인 화성산으로 부르는 것도 공평치 못할 것입니다. 한 가을에는 바람이 높은 데서 불고 서리가 깨끗하더니, 겨울 들어서는 수락산에서도 물이란 물은 몽땅 빠져 여기저기서 바위가 모두 드러난다면 앞으로 수락산은 물의 산과 불의 산이 힘을 겨루는 전설의 산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산행사진>
수락산(2)
*산행일자:2007. 11. 25일
*산행코스:장암역-석림사-수락산-도솔봉-덕능동
*동행 :나홀로
A-1.수락산 (1)
*산행일자:2004. 8.29일
*소재지 :서울 노원/경기 의정부/경기 남양주
*산높이 :불암산 508미터/수락산 637미터
*산행코스:학도암 진입로-불암산-수락산-도정봉-장암동약수터
*산행시간:10시1분-17시20분(7시간19분)
*동행 :나홀로
어느새 여름의 끝자락에 서 있습니다.
사흘 후면 9월이 시작되기에 이 여름이 가기 전에 그 동안 쉬었던 서울의 5대 명산 종주를 다시 이어 가고자 오늘은 불암산-수락산을 연이어 오르내렸습니다.
요즈음 수도이전으로 여론이 들끓고 있는데 산을 즐겨 찾는 저는 무엇보다도 뭇 시민들에 건강과 휴식의 공간을 훌륭하게 제공하고 있는 명산을 5개씩이나 거느리고 있는 서울 만한 도읍지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가 가장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5대 명산의 진면목을 다시 보고 산행기도 한번 새롭게 써볼 겸해서 지난 4월 11일 북한산을 시작으로 서울에 바로 인접한 5대 명산의 종주 길에 나섰습니다. 지난 4월 15일 청계산을, 그리고 5월 1일 관악산-삼성산을 연속해 오른 후 한북정맥 종주로 짬을 내지 못해 중단했었는데, 8월 21일 한북정맥 종주를 성공리에 마쳤기에 오늘 다시 종주 길에 나선 것입니다.
중계역에서 택시로 옮겨 10시 1분 학도암으로 이어지는 시멘트 길로 들어서 불암산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태풍 매미호의 잔흔을 씻어내는 도로보수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어서 학도암까지 올라갈 수 없다며 죄송해하는 기사 분에게서 서비스의 참모습을 보았습니다.
10시 13분 학도암에 바로 못 미쳐서 우측으로 난 능선 길로 올랐습니다.
“수능시험 고득점성취 관음백일기도”를 알리는 플래카드를 보고 앞으로 수능시험 성적을 점수로 공개하지 않고 9등급으로 나눈다기에 그때는 플래카드의 내용이 어떻게든 바뀔 것이 틀림없을 진데, 이렇게 세속의 현실적 이슈를 쫓는 것이 스님들이 할 일 인가하는 회의가 들었습니다만, 제가 몸담고 있는 카톨릭에서도 이와 유사한 기도회가 있는 것으로 보아 신자들의 강력한 요망을 차마 저버릴 수 없어 불가피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주 능선에 위치한 헬기장까지는 바위산답지 않게 흙 길이어서 편안하게 걸어서 올랐습니다.
10시 48분 불암산 정상을 940미터 남겨둔 헬기장에 올라 아이스케크를 사 먹으며 10여분간 땀을 식혔습니다.
11시 25분 해발 508미터의 불암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헬기장에서 정상까지는 바위 길이어서 신경이 쓰였는데 지난 7월에 한번 오른 길이어서 한결 수월했습니다. 정상은 더위를 무릅쓰고 땀흘리며 올라선 선남선녀들로 북적대 오래 머무르는 것이 예의가 아닐 것 같아 바로 하산하여 덕능고개로 내달렸습니다. 이번에는 지난 7월에 그냥 지나친 석장봉을 올라 도봉산과 수락산을 카메라에 옮겨 실었습니다.
11시 55분 540봉을 우측으로 트레파스하여 덕능고개 길에 제대로 들어섰습니다.
길만 제대로 들어서면 이리도 편안하게 종주산행을 할 수 있는 것을 지난 7월에는 길을 잘 못 들어 종주를 포기하고 배 밭으로 내려가 덕능삼거리에서 산행을 끝내야 했습니다.
12시 20분 수락산과 불암산을 잇는 덕능고개 다리를 건너 수락산에 발을 들였습니다.
선답자 분들의 산행기에는 덕능고개에서 군부대안으로 들어가 알바를 많이 한 것으로 쓰여져 있는데 그 분들은 아마도 이 다리가 놓여지기 전에 산행을 했던 것 같습니다. 산짐승들의 교통로로 세워졌을 이 다리를 아마도 사람들이 더 많이 건너지 않겠나 싶어 이 다리의 주인공인 산짐승들에 미안했습니다.
12시 30분 갈림길에서 3-4분 내려서다가, 덕능고개 조금 못 미쳐서 동행을 해온 선생님 한 분이 몇 번이고 이 길로 수락산을 오르내린 바 있어 바로 길을 잘못 들어섰음을 알아채고 다시 올라와 제 길을 확인한 후 잠시 짐을 풀고 목을 추겼습니다.
12시 41분 마치 한북정맥을 옮겨 놓은 듯 또다시 군부대의 울타리를 따라 산 오름을 계속했습니다. 이 길을 오르며 선생님과 함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도 1970년대에 경기도의 중 고등학교에서 약 5년간을 교사로 몸담았었기에 현직 교사 분과의 대화를 이어나가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아직도 풀지 못한 해묵은 과제는 학력신장과 인성고양을 어느 한쪽의 희생 없이 어떻게 모두 이루느냐 인 듯 싶은데 결국은 제도상의 문제이기 보다 교육의 주체인 선생님들이 얼마나 열정을 갖고 노력하고, 또 그리 할 수 있도록 당국이 제대로 지원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13시 22분 시야가 탁 트여 전망이 일품인 큰 바위에서 김밥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반시간이 넘는 긴 시간을 머무르며 피로를 떨구고 원기를 되찾았습니다. 도토리를 많이 주운 옆자리 어느 분의 성공담이 그리 곱게 들리지 않는 것은 산짐승들의 겨울 식량을 축내는 사람들의 소행이 결코 칭찬을 받을 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13시 56분 오랜 쉼을 끝내고 수락산 정상을 향해 다시 오름 길에 나섰습니다.
출발 30분 후에 수락계곡으로 하산하는 갈림길을 지났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지난 4월 서울대 AFB 산악회의 회원들과 함께 걸은 길이어서 눈에 익어 반가웠습니다. 남근 바위를 지나 정상에 도착하기까지 간간이 바위 길이 이어져 산행의 재미가 더해졌습니다.
14시 52분 해발 637미터의 수락산 정상에 섰습니다.
오른 쪽으로 내려다보이는 아파트촌이 작년에 회사의 대리점을 개설했다 올해 접은 청학동이라 합니다. 청학동의 아파트촌을 내려다보니 규모로 보아 애당초 대리점을 내지 말아야 했는데 무리하게 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5시 10분 의정부시의 회룡역 방향으로 하산하고자 정상을 출발하여 524봉으로 향했습니다.
출발 20분 후에 일명 기차바위로 불리는 홈통바위를 내려갔습니다. 인수봉의 대 슬라브코스를 연상하게 하는 큰 슬라브 바위 한가운데 거의 수직으로 난 크랙이 홈통 같다하여 붙여진 이 코스에 설치된 로프를 붙잡고 약 50미터의 바위 위를 걸어서 내려갔습니다. 제게는 불암-수락의 종주코스 중 이 홈통바위가 가장 일품으로 보였기에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16시 정각 해발 524미터의 도정봉의 널 다란 바위에서 숨을 골랐습니다.
전망은 수락산 정상에 결코 뒤쳐지지 않을 정도여서 카메라에 담을 만한 정경이 많았습니다. 경제사범이 머문다는 의정부교도소도 그 건물만은 밉지 않기에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16시 12분 509봉을 얼마 안 남겨 놓은 안부에서 골바람에 온 몸을 맡기고, 선생님이 준비해온 참외를 맛있게 들었습니다. 지난 8월 1일 지리산을 종주할 때에 형제봉에서 만난 시원한 바람이 바로 이 골바람이었습니다. 양쪽의 골짜기 밑에서 불어오는 이 시원한 자연의 바람을 맞기 위해 많은 분들이 이곳 안부에서 잠시 머물렀다 가나봅니다.
16시28분 불암-수락 종주코스 중 마지막 500미터대의 봉우리인 509봉을 올랐습니다.
더 가깝게 보이는 도봉산은 물론하고, 먼발치에 지난 7월에 오르내린 불곡산-호명산-한강봉-챌봉의 연봉들을 잇는 한북정맥이 한 눈에 들어와 이 모두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땀흘려 어렵게 오른 봉우리들이기에 반갑고 정이 갔습니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하산 길로 들어섰습니다.
그리 급하지 않은 내리막 길을 천천히 걸어 내려오면서 요 몇 년 사이에 불거진 청년실업에 대해 선생님과 함께 염려를 나누었습니다. 50대의 저희들은 나름대로 이 나라의 경제발전에 기여해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 막상 내 자식들에 일자리를 만들어 주지 못해 안타깝고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그러기에 새삼스레 들고 일어서 과거사를 규명하겠다는 오늘을 끌고 가는 주류세력들에 다른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써 달라는 것이 미취업 졸업생을 자식으로 둔 50대 부모들의 간절한 소망임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17시 20분 상계동-의정부 국도변의 약수터에 도착, 산행 시작 7시간 19분만에 종주산행을 마쳤습니다. 굴다리를 건너 채소밭을 지나 장암동의 아파트단지로 들어섰습니다. 이번 종주산행을 쉽게 한 선생님의 동행에 감사드리고자 단지 안의 치킨 집에 들러 생맥주를 같이 하면서 서로 통성명을 했습니다.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교육에 임하시는 선생님의 교육적 노력이 결실있기를 기원하면서 자리를 파했습니다.
산은 폐부를 씻어 낼 맑은 공기가 있고, 땀흘리며 오를 깔딱고개가 있으며, 한번 오르면 어느 곳이고 조감할 수 있는 정상이 있어 좋습니다. 그리고 생각의 깊이를 더 할 수 있는 정맥길이 있어 좋고, 흘린 땀을 씻어 낼 산 속 깊은 곳의 계곡의 물 또한 고맙기 이를데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이 더욱 빛날 수 있는 것은 산은 산을 찾는 모든 이들을 보듬고 어루만져 품안에 담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산을 찾는 모든 이들이 가슴을 열고 사람들을 대하는 듯 싶습니다. 긴 시간 산행을 같이 하며 도움을 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산행기를 맺습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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