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북정맥 종주기 12 *정맥구간:29번국도-문박산-국사봉-차동고개 *산행일자:2006. 6. 22일 *소재지 :충북 청양/공주 *산높이 :문박산338미터/국사봉489미터/장학산381미터 *산행코스:21번국도(청양장례식장)-문박산-645지방도 -방축골고 -금자봉-국사봉-장학산-차동고개 *산행시간:5시41분-18시20분(12시간39분) *동행 :나홀로 어제 오르내린 여름 산에 새 식구가 하나 늘었습니다. 본격적인 장마는 아직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이름모르는 흑갈색의 버섯이 제게 인사를 해왔습니다. 몇 백 년을 산에다 뿌리를 박고 사는 나무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여름 한철 살다가 스러지는 버섯도 분명 산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죽는 산식구입니다. 그동안은 독버섯의 두려움에 짓눌려 산에서 나는 버섯은 아예 만져보지도 않을 정도로 정을 주지 않았기에, 버섯에 관해 제가 알고 있는 것은 잘못 따서 먹으면 죽는다는 것과 예쁘고 화려하면 할수록 그 만큼 독이 많이 들어있다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9월 두타산을 오르며 살아있는 커다란 나무줄기에서 자라나는 버섯을 보고 저리 사는 방법도 있구나 싶어 흥미가 동했습니다만 바로 철이 끝나 산속에서 더 이상 버섯을 만나 볼 수 없었기에 관심 또한 같이 삭으러들어 아쉬웠습니다.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버섯과 보다 많이 대화를 해 산 친구로 삼아볼까 합니다. 산을 오르내리며 저 혼자 외톨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습니다. 아무리 산을 자주 오르내리고 최고의 찬사를 산에 바쳐도 영원히 산식구가 될 수 없어서입니다. 산에서 태어나서 한 평생을 살아가는 산 식구들에는 그리하지 못하는 제가 그저 지나가는 과객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나무들은 나무들끼리 잎파랑이를 흔들어대며 그들만의 대화를 나누고, 새들은 새들대로 그들 고유의 음으로 공기를 진동시켜 서로의 뜻을 전하기에 인간의 언어로는 그들과 아무 것도 교신할 수가 없어서입니다. 12시간 넘게 금북정맥을 종주한 어제도 산식구들의 은밀한 속삭임을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여 이들과 한마디도 나누지 못하고 하루 종일 꿔다놓은 보리자루처럼 멋쩍어 하다가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러나 버섯은 달랐습니다. 버섯이 햇빛을 싫어하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나무들이 잎으로 빛을 가려 그늘을 만들어 주었고 구름이 비를 내려 습도를 적절히 유지시켜 주었습니다. 자칫 음지에서 너무 습해 썩어 문드러질까봐 때때로 바람도 숲 속으로 헤집고 들어와 이들을 선선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버섯은 분명 산 식구였습니다. 제 걸음으로는 29번 국도에서 차동고개까지 12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아 하루 전에 청양으로 내려가서 새벽같이 산행을 시작할 생각으로 센트럴시티의 고속버스터미널로 갔습니다. 딱 1분차이로 저녁 7시40분 발 청양행 막차를 놓치어 난감해하다가 기왕 나선 김에 가까운 도시로 가 아침 일찍 택시로 옮기자고 마음먹고 한 시간 늦게 출발하는 홍성행 버스를 탔습니다. 홍성의 한 찜질 방에서 밤을 보낸 후 택시비 이만이천원을 들여 아침 일찍 청양장례식장 앞 고개마루로 옮겼습니다. 아침 5시41분 청양장례식장 앞을 지나는 29번 국도를 건너 종주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백색건물 왼쪽 도로를 따라가다가 바로 삼거리 오른쪽의 밭가로 올라가 묘지를 지나서 산속으로 들면서 저만치서 제초작업을 하시는 할아버지 한분을 뵙고 등산복 차림으로 인사를 드리기가 송구해 그냥 지나쳤습니다. 올 장마는 어제부터 시작되었다는 일기예보대로 가느다란 비가 뿌렸고 나무와 풀들이 밤새 내린 비를 잔뜩 머금고 있어 구두와 바지가랑이가 젖는 것은 잠시였습니다. 철탑을 지나 올라선 무명봉에서 왼쪽으로 내려가 너덜지대를 만났고 얼마 후 산자락 끝과 밭 사이에 만들어 놓은 키가 넘는 깊은 도랑을 만났습니다. 도랑으로 한번 내려섰다가는 밭으로 올라서는 방법이 없겠다 싶어 다시 너덜지대로 올라가 왼쪽의 능선을 타고 내려가다가 왼쪽으로 꺾어 조심스레 풀들에 가려진 돌들을 밟고 잡목 숲을 헤쳐 가며 산 아래로 내려섰습니다. 가야할 시멘트 길이 보이지 않아 당황했는데 이내 오른쪽으로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거의 없는 좁다란 임도가 보여 그 길을 따라 오르다가 만난 밭을 건너 시멘트 도로로 갔습니다. 곧 표지리봉이 걸린 삼거리가 나타나 이제야 비로소 제 길로 들어섰음을 확인했습니다. 무명봉에서 7-8분이면 다다르는 시멘트도로를 25분 걸려 도착하기까지 풀숲을 헤쳐 나가느라 긴팔 옷을 입었는데도 옷 많이 긁혀 쓰리고 가려웠습니다. 밭에서 일하시는 할머니를 보자 시꺼먼 옷을 입고 이렇게 이른 시각에 산속으로 들어가는 저를 보고 옛날 같으면 간첩이라고 신고를 했을 텐데 하며 국민들의 대북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시42분 시멘트길 삼거리에서 조금 올라 송전탑 앞에서 준비해간 떡으로 아침을 들었습니다. 묘지를 지나 220봉에 오른 후 왼쪽으로 내려가 자갈밭 임도로 내려섰습니다. 임도를 따라 계속 걸으면 될 것을 중간에 왼쪽 산속으로 들어갔다가 돌아오는 바람에 또 10분을 까먹었습니다. 짙은 안개의 변화무쌍한 움직임으로 이정표로 삼을 만한 송전탑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해 방향을 제대로 잡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송전탑출발 45분후 왼쪽으로 꺾어 내려가는 임도를 버리고 문박산을 향해 오른 쪽의 날 등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새 알바를 두 번씩이나 겪고 나자 645번 지방도에서 차동고개까지 18키로를 걷는 동안 차들이 다니는 도로를 전혀 만날 수가 없는데 과연 해지기 전에 차동고개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 까 걱정되었습니다. 7시57분 해발 338미터의 문박산을 올랐습니다. 산딸기 숲에 가려 삼각점은 눈에 잘 띄지 않았지만 문박산을 알리는 비닐판이 걸려있어 쉽게 정상임을 알았습니다. 바로 아래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오른쪽으로 내려가 묘지를 지나 임도로 내려섰습니다. 얼마고 걷다가 임도와 헤어지고 묘지를 지나고 해 15번 송전탑을 지났습니다. 무명봉에 올랐다가 안부로 내려선 후 직진하여 만난 묘와 밭을 지나 임도를 만났습니다. 임도를 따라 걷다가 끝나는 곳에서 왼쪽 밭 가장자리를 따라 내려선 곳이 645번 지방도로였습니다. 지난번에 예정대로 이곳까지 진출했다면 굳이 하루 전에 내려오지 않아도 될 것을 걸음이 재지 못해 29번 국도에서 산행을 마쳤기에 어제 밤에 내려와 아침 일찍 29번 국도를 출발한 것입니다. 8시50분 645번 지방도로를 건넜습니다. 가까운 묘지에서 사과를 까먹으며 15분 동안 쉬었습니다. 밭 끝에서 잡목을 헤치고 나아가다 얼마 후 만난 임도에서 왼쪽으로 틀어 일렬로 가지런히 11기의 묘를 앉힌 묘지와 철사 줄이 나란히 쳐진 길을 걸었습니다. 645번 도로 출발 34분 후에 96번 지방도 분골을 지났습니다. 645번 지방도로에서 차동고개까지 차가 다닐 수 있는 고개 길은 이곳 밖에 없으며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었습니다. 시멘트 고개 길을 건너 산으로 올라 7-8분을 밤나무 밭 사이로 걸었는데 밤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어도 비가 내려서인지 꽃을 찾는 벌 나비 들을 볼 수 없었습니다. 밤나무 밭을 지나고 버섯 재배용 참나무토막들을 지나 174봉에 올랐다가 송전탑과 염소우리를 거쳐 십자안부로 내려섰습니다. 먹지를 못하는 새빨간 뱀 딸기가 지천으로 깔린 풀밭을 지나면서 바테리가 다해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어린 밤나무 밭을 지나고 물탱크로 보이는 시설물이 설치된 자갈이 깔려있는 임도로 내려서 왼쪽으로 올랐습니다. 봉우리에서 오른 쪽 길로 내려와 만나 사거리에서 직진하여 무명봉에 오르기까지 된비알의 오름길이 계속되어 힘들었습니다. 10시43분 해발 325미터의 금자봉에 올랐습니다. 무명봉에서 조금 내려섰다가 바위가 있는 봉우리를 지나 금자봉에 올라서기까지 15분이 걸렸습니다. 금자봉에 오르기까지 묘나 밭이 끝나는 지점에서 매번 잡목 숲을 뚫고 나가 마루금을 이어가느라 짜증이 났습니다. 대간 길처럼 시원하게 뚫린 길이 아니어서 한 여름에 정맥길을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이번처럼 잡목 숲이나 풀숲을 헤치고 나아가기가 고생스러웠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차동고개까지는 거의다가 3-4백미터 높이의 산 능선으로 죽 이어진 외길이고 풀숲을 헤쳐 나가는 곳이 몇 군데 되지 않아 대간 길을 걷는 것 같이 편했습니다. 금자봉에서 내려서 얼마간은 이제까지와는 달리 고도차도 별로 안 나고 풀숲도 나타나지 않는 편한 길을 걸었습니다. 금자봉 출발 38분 후에 냉정골-놋점미 간 임도를 지나는 십자안부로 내려서서 산속에서 보기 힘든 느티나무를 만났습니다. 11시57분 424봉을 지났습니다. 십자안부에서 낙엽이 깔린 비탈길을 올라 360봉에 오른 후 김해김공지묘를 지나고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려 424봉에 올라섰더니 받침대가 없는 삼각점이 보였습니다. 타다 남은 소나무들이 볼 상 사나운 고사목지대를 통과하기가 조금은 불편했습니다. 금북정맥이 다른 정맥과 대별 되는 것이 있다면 끊임없이 소나무 밭이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대부분 잘 자란 적송이 아니고 제대로 가지를 치지 않아 나무 윗가지의 솔잎만 푸를 뿐 정작 눈높이의 나무줄기는 잔가지가 죽어 있고 시꺼먼 색을 뛰어 답답했습니다만, 그래도 이번 산행에서는 활엽수 숲을 여러 곳 지나 전체적으로 푸르르고 시원했습니다. 왼쪽 산 아래로 삼광광업소가 보이는 능선을 따라 오른 봉우리를 지나 넓은 공터의 헬기장에 닿았습니다. 12시48분 415봉 헬기장에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구름 속에 가렸던 태양이 잠시 얼굴을 내밀었는데도 바람이 불지 않아 햇살이 따갑게 느껴졌습니다. 15분 간 식사를 끝내고 13시3분에 헬기장을 떠났습니다. 헬기장에서 국사봉으로 가는 길도 잡목 숲을 지나지 않아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안부로 내려섰다가 몇 개의 봉우리를 넘어 국사봉에 오르는 길에 길섶에서 자라고 있는 흑갈색의 버섯을 만났습니다. 이 산에 식구 하나가 늘은 것입니다. 장마철이면 우후죽순처럼 돋아나는 버섯들이 7월이면 새 식구가 될 매미의 등장을 반갑게 맞고자 6월부터 서둘러 돋아난 듯싶었습니다. 14시4분 해발489미터의 국사봉에 올랐습니다. 이번 산행 중 최고봉답게 삼각점도 세워져 있었고 국사봉 이름을 빨간 글씨로 새겨 넣은 스테인리스 안내판도 걸려있었습니다. 더 반가운 것은 혼자서 1,500산을 찾아 오르는 김 정길님의 안내판이었습니다. 어느 한산을 정해 오르는 점의 산행에서 최고의 달인이 김 정길님이라면 산줄기를 이어가는 선의 산행에서는 단연 신 경수님이 개척자이십니다. 이 두 분이 우리의 산하에 남긴 족적은 후배들에 귀감이 되어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구름이 완전히 가시고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해 산속이 많이 밝아졌습니다. 비를 맞으며 혼자서 깊은 산속을 걸으면 어두컴컴하고 새들도 짖지 않아 으스스한 느낌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한 빨리 산행을 끝내고자 합니다만 이번에는 빨라도 저녁 6시 전에는 끝낼 수 없을 것 같아 저녁시간만이라도 해가 비춰주기를 속으로 간절히 빌었습니다. 10분을 쉰 후 자리에서 일어나 종주산행을 이어갔습니다. 헬기장을 지나 희뿌연 차돌도 보았고 암릉길도 지나 사점미-구분실 사이를 이어주는 임도에 닿았습니다. 널따란 안부도 지나고 400미터 안팎의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려 야광고개로 내려섰습니다. 15시24분 들광이와 구분실을 이어주는 야광고개에서 9분을 쉬었습니다. 거의 외길로 길을 잃을 염려가 없어 속도를 낼 수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은 벌써 10시간 가깝게 걸어 조금은 지쳤기 때문입니다.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몇 개나 넘었는지 세지 않았지만 잠시 머물러 쉬어가고자 했던 장학산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번 산행 중 숱하게 많은 봉우리를 넘고 또 넘어 마치 30개가량의 봉우리를 오르내려야 하는 구룡령-조침령 간 대간 길을 걷는 듯 했습니다. 장구막 고개와 삼익광업소간 임도를 이어주는 안부사거리를 지나서도 계속해 봉우리를 오르내리다 한 봉우리에 올라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16시47분 340봉에서 13분을 쉬었습니다. 장학산은 언제 지났는지 모르고 지나쳐 버렸고 발걸음을 멈춘 곳이 340봉임을 선답자의 산행기와 지도로 확인했습니다. 넉넉잡고 두 시간이면 차동고개에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아 안심됐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자 저녁 햇살이 따갑지 않았고 바람도 한결 선선하게 느껴졌으며 전투기의 굉음도 귀에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340봉 출발 22분 후에 신양면 고재동과 공주시고재를 이어주는 십자안부를 지났는데 벚나무고목과 양쪽아래 깊숙이 파인 좁은 길에 햇빛이 닿지 않아 조금은 스산한 분위기였습니다. 안부에서 17분을 더 걸어 삼각점이 세워진 361봉을 조금 지나자 차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18시20분 32번국도가 지나는 해발215미터의 차동고개에 도착해 하루산행을 마쳤습니다. 361봉을 지나서도 하산 길은 40분이 더 걸렸습니다. 차동고개 휴게소로 내려서서 12시간이 넘는 긴 산행을 마쳤습니다. 시원한 캔맥주로 무사산행을 자축하고 택시를 불러 유구로 이동해 산본 집으로 향했습니다. 새해 첫날 공룡능선을 타느라 14시간가량 장시간 산행 후 오랜만에 12시간 넘는 먼 거리를 걸었습니다. 하루 전에 내려와 묵은 데다 청양 행 막차를 놓치어 홍성에서 묵고 택시로 옮기느라 비용도 많이 들었지만 긴 코스를 해냈다는 기쁨으로 귀가 길이 즐거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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