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북정맥 종주기 14 *정맥구간:각흘고개-갈재고개-639봉-차령고개 *산행일자:2006. 7. 23일 *소재지 :충남천안시/공주시 *산높이 :봉수산366미터/무명봉639미터 *산행코스:각흘고개-갈재고개-639봉-곡두재-인제원고개 -봉수산-차령고개 *산행시간:9시38분-19시8분(9시간30분) *동행 :나홀로
장마 비가 막 끝난 뒤여서 지표면의 물기가 마르지 않아 전혀 지열을 느낄 수 없었는데도 어제는 하루 종일 정맥 길 산봉우리를 오르내리느라 진땀깨나 흘렸습니다. 이 여름이 가기 전에 4-5회는 더 출산해야 지난 3월에 시작한 금북정맥 종주를 8월 안에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한여름의 무더위가 벌써부터 걱정되는 것은 자칫 잘못해 더위라도 먹게 되면 더 이상의 여름 산행이 불가능해질까 두려워서입니다. 그래서 저는 복중의 땡볕산행보다는 온 몸이 근질거리고 구질구질해도 더위 먹을 일이 전혀 없는 장마철의 우중산행을 더 선호합니다. 그렇다고 무더위를 피하고자 남들처럼 복중 산행을 건너뛸 생각은 아니어서 이제껏 저는 더위와 정면으로 맞서 계속해서 여름 산을 오르내렸습니다. 그것도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으로 오르는 것이 아니고 물이라고는 전혀 만날 수 없는 주로 대간이나 정맥의 능선 길을 골라 종주를 해왔습니다. 그래서 저의 여름산행은 나름대로 치열한 편입니다. 10시간 안팎의 치열한 여름산행을 성공리에 마치고 나면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대응해 나가는 이열치열이 이래서 살아가는 지혜가 될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아침9시38분 아산과 공주를 경계 짓는 해발 213미터의 각흘고개에서 종주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온양온천역에서 9시가 조금 못되어 유구 가는 10번 시내버스에 몸을 실고 30분 남짓 푸르른 여름 한가운데로 나있는 싱그러운 시골길을 신나게 달리다가 기사분의 배려로 각흘고개에서 하차했습니다. “광덕산 7.2키로”가 적힌 안내판 옆의 들머리로 들어서 푸른 잎이 소나무보다 훨씬 선명한 잣나무 밭을 지났고 얼마 후 삼각점이 세워진 310봉에 올랐습니다. 바위에서만 사는 것으로 생각했던 이끼가 알카리기가 남아있는 독한 세멘트의 구축물에도 낀 것을 보고 고생대페름기에 출현한 이래 아직도 지구상에 살아남은 이유가 짐작되었습니다. 2기의 송전탑을 지나 10시24분에 434봉의 헬기장에 올라서자 한국산악자전거연맹의 자전거길안내 표지판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각흘고개에서 갈재고개까지 커다란 자전거길 안내리봉이 작다란 산행안내표지기보다 더 자주 눈에 띄어 이 길이 자전거길인지 정맥 길인지 얼마간은 헷갈렸습니다. 11시8분 480봉에 조금 못 미친 광덕산 갈림길에서 7분을 쉬면서 갈 길을 확인했습니다. 434봉 헬기장에서 광덕산 갈림길에 다다르기까지 깨끗하게 단장된 3기의 묘지와 임도를 지났고 리끼다 소나무 숲도 지났습니다. 다시 임도로 내려섰다가 잣나무 숲을 거쳐 갈림길에 이르는데 40분 남짓 걸렸습니다. 각흘고개에서 동쪽으로 진행하며 걸어온 길보다 북쪽방향으로 더 먼 곳에 광덕산이 자리하고 있어 보령의 오서산처럼 조금 무리하면 들를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그냥 지나쳤지만 아쉬웠습니다. 갈림길헬기장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숲 사이로 난 넓은 임도를 15분가량 걸어 임도삼거리의 갈재고개에 도착했습니다. 12시43분 곡두고개로 내려서는 535봉에서 김밥을 들면서 10분을 쉬었습니다. 갈재고개에서 7-8분을 걷자 본격적인 산 오름이 시작됐습니다. 직등 길을 따라 20분을 더 걸어 갈림길에 올라선 다음 정맥 길에서 오른 쪽으로 조금 벗어난 곳에 위치한 646봉은 들르지 않고 왼쪽으로 진행해 마루금상의 최고봉인 작은 암봉의 639봉에 올랐는데 금북정맥에서 이 정도의 높이라면 꽤 높은 봉우리인데도 왜 삼각점도 세우지 않고 아직도 무명봉으로 방치해두는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639봉에서 535봉에 다다르기까지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오랜만에 긴 시간동안 싱그러운 활엽수 숲길을 걸었습니다. 이제껏 걸어온 금북정맥의 산속에는 소나무가 가장 많이 눈에 띄었는데 강원도의 소나무보다 활기가 떨어지고 수피가 비를 맞으면 시꺼멓게 보여 겨울철이 아니면 활엽수 숲보다 훨씬 어둡고 침침해 답답했습니다. 553봉에서 20분간 급경사의 내리막길을 걸어 곡두고개로 내려섰습니다. 비포장도로인 곡두고개 밑으로 2차선의 포장도로가 지나는 호곡터널이 뚫려있어 이제는 도로로서 기능이 끝났기에 이 고개를 넘나드는 이들이 전혀 없어 쓸쓸했습니다. 14시 정각 443봉을 올랐습니다. 곡두고개에서 395봉으로 올라서는 길도 가팔라 진땀이 났습니다. 395봉에서 조금 내려갔다가 다시 된비알의 오름길이 이어져 힘들었습니다. 아침8시40분에 차령고개를 출발하여 광덕산으로 간다는 한 젊은이가 차령고개까지 5시간가량 걸릴 것 같다고 알려주어 해지기전에는 충분히 도착하겠다 싶어 안심이 됐습니다. 443봉에서 조금 더 걸어 다다른 헬기장에서 직진하여 내려서다가 길을 잘 못 든 것을 알아채고 원 위치해 지도를 펴보니 마루금은 오른 쪽으로 나있었습니다. 무성한 나뭇잎에 가려 숨겨진 표지기를 어렵게 찾아 475봉으로 가는 제 길로 들어섰습니다.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낙엽송 숲도 지났고 나무들을 날라 다니다 가지에서 잠시 쉬고 있는 비둘기보다 조금 작은 새를 만나 카메라에 옮겨놓았습니다. 시간 반이 넘도록 쉬지 않고 걸었는데도 475봉이 나타나지 않아 무명봉에서 잠시 쉬었다가 사방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하고 음산한 느낌이 들어 이내 일어섰습니다. 475봉으로 진행하는 중 가운데가 꺾인 고사목이 아취형태로 굽어진 채로 길을 가로질러 문을 내 마치 아취 문을 지나는 듯 했습니다. 이 문을 지나면서 미국의 시사평론가 토마스 프리드만의 골든아취(Golden Arch)이론이 생각났습니다. 그는 세계화에 관한 그의 명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 황금아취로 상징되는 맥도날드가 진출한 나라들은 이미 세계화가 진전되었기에 어렵게 이룩한 세계화를 유지 발전시키고자 서로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실증적인 골든아취 이론을 실었는데 중동전쟁으로 이 이론이 100% 맞지는 않는 것으로 판명되었지만 그래도 상당히 잘 들어맞는 이론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이론이 과히 틀리지 않다면 고사목이 만든 이 우든아취(Wooden Arch)를 지나간 멧돼지들이 이 문을 통과하는 산객들에 싸움을 걸어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무명봉에서 18분을 걸어 475봉에 도착한 것은 15시가 다되어서였습니다. 15시51분 개치고개에서 쉬면서 먹다 남은 김밥을 마저 들었습니다. 475봉에서 고사목지대를 지나 가파른 길을 걸어 석산과 섭밭말을 이어주는 십자안부로 내려섰습니다. 십자안부에서 421봉으로 오르는 길은 이제껏 고개에서 오른 다른 길보다 경사가 완만했는데도 그동안 수도 없이 봉우리를 오르내리느라 지쳐서인지 여전히 힘들었습니다. 421봉에서 개치고개로 내려서는 길을 또 잘 못 들어 남쪽능선으로 한참을 내려갔다가 되올라와 동쪽으로 난 제 길로 들어서기까지 10분가량 까먹었습니다. 개치고개에서 9분을 쉰 후 372봉으로 향했습니다. 무명봉을 거쳐 372봉에 오르는 길에 금북정맥 종주 중 처음으로 왼쪽 길 밑으로 남한 땅에서는 자생하지 않는다는 수피가 뽀얀 자작나무들을 만나 반가웠습니다. 개치고개 출발 후 반시간이 다되어 송전탑에 조금 못 미친 372봉에 다다랐고 20분을 더 걸어 왼쪽으로는 경사가 급한 좁은 길이 나있고 오른 쪽으로는 펑퍼짐한 좁다란 공터가 있는 안부삼거리를 지났습니다. 17시10분 421봉 갈림길에서 다시 6분을 쉬었습니다. 삼거리 안부를 지나 421봉으로 오르는 중 싸리나무의 붉은 꽃을 옮겨가며 한가롭게 나풀거리는 하얀 나비의 여유로운 날개 짓이 부러워 한참을 눈여겨보았습니다. 오른 쪽 아래로 나있는 임도는 더 이상 쓸모가 없었던지 헤치고 나갈 수 없을 정도로 잡초가 무성했습니다. 삼거리안부를 지난 지 20분 만에 421봉 갈림길로 올라서자 온 몸이 온통 땀범벅이 되었습니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7-8분을 걸어 왼쪽에서 올라오는 임도를 만났습니다. 임도를 따라 걷다가 저도 모르게 420봉을 왼쪽으로 옆 질러 송전탑이 서있는 삼거리에 다다랐습니다. 묘를 지나고 급경사 길로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기를 반복하며 18시가 넘어서 인제원고개로 내려서자 고개 밑의 터널을 지나는 천안-논산간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의 소음이 꽤 크게 들렸습니다. 18시19분 인제원고개에서 무명봉으로 올라서 마지막 쉼을 가졌습니다. 그동안 오르내린 어떤 봉우리보다 눈앞의 봉수산이 훨씬 높게 느껴진 것은 많이 지쳐서라고 생각되어 복숭아를 까먹으며 십분 남짓 쉬었습니다. 얼마고 원기가 회복됐다고 생각되자 고속도로 왼쪽의 골프장(?) 잔디밭이 비로소 푸르게 보였습니다. 인제원고개에서 왼쪽으로 휘돌아 올라오는 임도와 다시 만나 십수걸음을 따라 걷다가 다시 산길로 들어서 봉수대로 쓰였을 석성이 조금남아 있는 해발 366미터의 봉수산에 18시 45분에 올라 잠시 심호흡을 했습니다. 임도로 내려섰다가 삼각점이 서있는 337봉에 오르자 구름이 조금 낀 저녁하늘이 아주 가깝게 다가섰고 그 아래 쭉 뻗어있는 산줄기가 힘차 보였습니다. 19시8분 차령고개에 도착해 9시간 반의 긴 종주산행을 마쳤습니다. 산행 내내 어둡기 전에 차령고개에 도착할 수 있을까 마음을 졸여왔는데 막상 차령고개로 내려서자 긴장이 풀려 피로가 엄습해왔습니다. 고개 마루에서 차를 돌리는 젊은이의 도움으로 산 아래 자연가든 음식점까지 편하게 이동했습니다. 20년을 키웠다는 연꽃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자연가든에서 맥주1병을 사 마신 후 공원으로 조성한 꽃 단지를 들러보며 연꽃들의 오묘한 자태를 열심히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지저분한 흙탕물은 연잎으로 모두 가리고 사람들에 내보여주는 것은 염화시중을 연상시키는 부처님의 너그러운 얼굴을 옮겨 놓은 듯한 다소곳한 연꽃이었습니다. 17시45분 광정을 출발해 천안으로 돌아가는 240번 시내버스에 올랐습니다. 천안역에서 20시31분에 출발하는 청량리행 전차를 타고 산본 집으로 돌아와 빨래 감을 챙겼습니다. 그리고 다음 종주코스를 머리 속에 그리며 꿈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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