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금북정맥 종주기

금북정맥 종주기15(차령고개-덕고개)

시인마뇽 2007. 1. 3. 22:42
                                              금북정맥 종주기 15


                             *정맥구간:차령고개-국사봉-덕고개

                             *산행일자:2006. 7. 30일

                             *소재지  :충남 천안/연기

                             *산높이  :국사봉 403미터

                             *산행코스:인풍일월휴게소-차령고개-인제원고개-차령고개-국사봉

                                             -제11탄약창부대 울타리-691번도로-요셉마을-덕고개

                             *산행시간:8시27분-18시45분(10시간18분)

                             *동행      :나홀로

 


  작년 여름 여러 차례 복중의 땡볕더위에 10시간 넘게 백두대간을 오르내렸어도 이번 산행처럼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초장부터 2시간 가까이 엉뚱한 알바로 진을 빼고 나자 제 스스로가 정말 한심하게 느껴져 발걸음을 옮기기가 귀찮았고 짜증스러웠습니다. 차령고개에서 황골방향으로 동진한다는 것이 서진을 하여 지난 주 일요일에 다녀온 코스를 거꾸로 밟았습니다. 인제원고개에서 길을 잘 못 든 것을 알고 다시 차령고개로 되돌아오기까지 1시간 43분을 알바로 까먹고 나자 맥이 빠져 이번 산행은 그냥 접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주인을 잘못만나 생고생을 한 두 다리를 달래느라 황골에서 덕고개로 목적지를 당겼고 조금 힘들다싶으면 바로바로 쉬어가면서 간신히 종주산행을 이어갔습니다.


  두 해전 여름 한북정맥의 비득재-축석령 구간을 종주할 때 다름재를 출발하여  군부대울타리를 따라 한바퀴를 빙 돈 후 다시 다름재로 원위치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는 얼마고 제 길을 가다가 군부대를 만나 우회하느라 저지른 알바였지만 이번은 시작부터 반대방향으로 출발한 것이기에 엉뚱하고 한심하기는 그 때보다 더 심했다는 생각입니다. 출발 전에 나침판으로 방향을 확인하지 않고 차령고개의 안내판 옆으로 난 돌계단 위로 표지기가 걸린 것을 보고 이 길이겠지 하고 생각 없이 들어선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지난 주 일요일에는 고개마루에서 천안 쪽으로 약간 떨어진 곳으로 내려섰기에 그 때 내려온 길과 공주 쪽 안내판 옆길이 다른 것은 당연한데 길이 다르다는 것만으로 옳은 길이라고 착각하고 엉뚱한 길로 들어선 것입니다.  육감에만 의존하고 기본적인 사항을 점검하지 않아 낭패를 보는 것은 산행만은 아닐 것입니다. 제 인생 또한 그러할 것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해 제대로 짚어야 할 것을 하지 않으면 자기도 모르게 중대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음을 이미 배워 알고 있으면서도 행하지 않는 것은 저의 게으름과 어리석음 때문이라고 자성을 했습니다.


  장마 끝에 찾아온 무더위로 산행이 더딜 것에 대비하여 새벽부터 서둘렀습니다.

안양에서 장항선 첫차를 타고 천안에서 하차, 택시를 타고 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7시15분에 출발하는 공주행 버스에 올랐습니다. 반시간 후 인풍의 일월휴게소에서 하차하여 구 길을 따라 차령고개로 올라선 것이 8시가 막 넘어서였습니다. 바로 밑에 터널을 지나는 왕복 4차선 도로가 개통된 후 이 고개를 넘나드는 차량들이 뚝 끊겨 잘 지어놓은 휴게소와 주유소가 그대로 방치되어 을씨년스러웠습니다. 보다 편한 도로가 개통되었다는 작은 변화의 후유증이 이러할 진데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FTA가 체결되고 난 후 후폭풍의 위력이 어떠할 것인가는 짐작되었습니다.


  아침8시27분 차령고개를 출발했습니다.

한반도를 오르내리며 비를 쏟아 부었던 장마전선이 소멸되어 해가 든다 했는데 비는 뿌리지 않았지만 안개가 짙게 끼고 전날 내린 폭우로 산길이 질펀했습니다. 15분가량 된비알의 오름길을 따라 봉우리에 올라서자 오른 쪽에 송전탑이 서 있었고 바로 아래 임도가 나있어 그 길로 내달았습니다. 더 높은 봉에 올라 길을 찾느라 나침판을 꺼내 방향을 확인하자 서쪽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나 그럴 일이 없는데 하면서도 찜찜했습니다. 급경사 길로 내려가 임도 삼거리에 닿고 나서 이 곳이 지난 주 지난 인제원고개로 길을 잘못 들었음을 안 것은 차령고개 출발 후 1시간 6분이 지나서였습니다. 엉뚱한 실수를 저지른 제 스스로가 한심하고 부끄러웠습니다. 2-3분을 망연자실해 하다가 차령고개로 되돌아가고자 임도를 따라 터벅터벅 걸었습니다.


  10시10분 차령고개에서 어렵사리 풀숲에 가려진 들머리를 찾아 들었습니다.

오름길은 그리 급하지 않았는데 지쳐서 힘들었습니다. 고개출발 20분후 다다른 임도 송전탑에서 8분간 첫 번째 휴식을 취했습니다. 여전히 안개가 자욱해 전망이 트이지 않았고 무성한 풀  숲에 숨겨진 길을 찾느라 쐬기를 쏘였는데 혹시나 뱀에 물린 것이 아닌가 걱정될 정도로 아팠고 금방 손등이 퉁퉁 부어올라 불편했습니다. 산길과 임도를 번갈아 오가며 342봉에 올랐다가 다시 임도로 내려섰습니다. No.118의 송전탑이 세워진 280봉을 지나 밤나무 밭으로 들어갔는데 밭 한가운데 밤나무에 붉은 글씨로 “삼각점”이라고 쓰인 스테인판이 걸려있어 삼각점을 찾아보았으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12시 정각 해발383미터의 국수봉에 올랐습니다.

삼각점을 출발하여 국수봉에 오르기 십수분이 가파른 고바위 길이어서 힘들었습니다. 점심을 들면서 25분을 쉬었는데도 등의 땀이 식지 않았습니다. 산자락을 에워쌌던 안개가 가시고 하늘을 가렸던 구름이 물러서고 복더위가 서서히 제 기운을 되찾아가 오랜 쉼 끝의 발걸음이 가뿐하지 못했습니다. 임도로 허리가 잘린 412봉을 스쳐 지나 넓은 평지의 헬기장에 다다라 사방을 휘둘러보았지만 풀숲이 시야를 가려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헬기장에서 안부로 내려섰다가 427봉으로 오르는 중 이 정도 그늘이면 땀을 식힐 수 있겠다 싶어 국수봉 출발 26분 만에 다시 19분을 쉬었습니다.


  13시51분 해발 403미터의 국사봉에 올라 삼각점을 확인했습니다.

헬기장 아래 안부에서 한참을 쉬면서 모처럼 시원한 골바람을 맞아 등에 배인 땀을 식혔습니다. 이번 산행 중 최고봉인 427봉으로 오르는 길은 경사가 완만해 힘들지 않았습니다. 427봉에서 내려서 되재를 지나는 중 왼쪽 산 아래로 집 몇 채가 보였고 애들이 뛰노는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와 반가웠습니다. 되재에서 국사봉 갈림길로 올라서 잠시 마루금을 오른 쪽으로 벗어나 국사봉을 다녀왔습니다. 국사봉에서 갈림길로 되돌아와 조금 내려섰다가 무명봉에 다다라 헬기장 출발 53분 만에 다시 7분을 쉬었습니다. 쓸데없이 고생을 시킨 것이 미안해서 이번 산행만은 두 다리가 요구하는 대로 군말 없이 쉬어가느라 산행이 엄청 더뎠습니다만 해안에 덕고개까지만 진출하기로 느긋하게 마음을 먹은 터라 안달복달을 할 일이 없었습니다. 무명봉 출발 25분 만에  382봉에 올랐다가 임도로 내려서자 길 건너 바로 앞에 송전탑이 서 있었습니다. 여기서 왼쪽 아래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걸어 내려가면 편할 것을 오른 쪽 산길로 들어서 표지기도 제대로 걸려있지 않는 흐릿한 길을 찾아 내려서느라 신경이 쓰였습니다. 얼마고 산길을 걷다가 두 다리에 눈치가 보여 먼저 이 길을 밟은 분들의 산행기에 적힌 대로 저도 임도로 내려서 시멘트 길을 걸었습니다.


  15시 시멘트 길이 끝나는 곳쯤에서 땡볕을 피해 넓은 임도 옆 나무그늘에서 십 수분을 쉬었습니다. 이리 자주 쉬어도 노여움이 덜 풀린 듯 한번 등을 눕히면 저의 두 다리도 살판났다는 듯이 완전 휴식에 들어가 좀처럼 제 몸을 일으켜 세우지 않았습니다. 작렬하는 태양빛으로 더워진 지표면이 쉼 없이 내뿜는 지열로 나무그늘 아래도 시원하지 못했지만 이 땅을 할퀴고 간 장마 비를 언제 뿌렸냐는 듯이 하늘은 파랗고 새털구름이 곱고도 고와 모처럼 마음의 평화를 얻었습니다. 임도에서 조금 내려섰다가  다시 산길로 접어들어 13분 후에 오른 쪽 아래 압실마을로 갈라지는 십자안부를 지나 솔밭 길로 산 오름을 계속했습니다. 군 참호가 파있는 돌무더기의 356봉에서 안부로 내려섰다가 조금 올라 군부대 철조망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군부대안으로 나있는 마루금을 더 이상 이어갈 수 가 없어 안부로 되돌아갔습니다.


  16시2분 안부에서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안부를 출발하여 압실마을로 7-8분을 내려가다가 만난 늪지대에서 길이 끊겨 다시 산등성으로 올라서 오른 쪽 방향으로 군부대의 철조망 울타리를 따라 걸었습니다. 목덜미를 내리쬐는 여름햇살이 뜨거워 수건으로 목을 휘감고 산행을 하느라 거추장스럽고 불편했습니다. 근무 중인 초병에 울타리를 따라 후문까지 가서 691번 도로로 내려서겠다고 양해를 구한 후 한 참을 걸었어도 후문이 나타나지 않아 오른 쪽으로 꺾어 무조건 능선을 타고 산 밑으로 내려섰습니다. 처음에는 길이 난 듯싶어 내려섰는데 골짜기로 내려서자 그나마 길도 없어지고 갈대가 무성해 뚫고 나가지 못하고 물길을 따라 바로 아래 양돈장으로 내려서느라 엄청 고생을 했습니다. 양돈장의 견공이 생고생을 한 제게 꼬리는 치지 못할망정 덤벼들 듯이 쫓아오며 짖어대 밉살스러웠습니다.


  16시45번 691번 국도를 만나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이 길을 따라 북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리되면 종주산행이 국토순례로 바뀐 셈인데 33년 전에 디스크로 허리수술을 받은 이래 다리에 통증이 와 평지 길은 4키로도 제대로 못 걷는 제게는 이 길이 바로 마의 길이었습니다. 7-8분을 걷다가 길가 그늘에서 8분을 쉰 후 17시 정각에 다시 순례 길을 이어갔습니다. 쌩쌩 달리는 차들이 일으키는 바람은 산길을 걸으며 맞는 골바람과는 질이 전혀 달랐습니다. 후덥지근한 공기를 그저 빠르게 이동시키는 것에다 매연이 추가된 것이기에  끊임없이 지나가는 차들이 만든 바람을 맞이하기가 짜증스러웠습니다. 얼마고 걸어 영당리 버스정류장 조금 못 미친 곳의 나무그늘아래 설치된 평상에 짐을 내려놓고 남은 김밥을 마저 들었습니다. 등을 눕혀 저녁하늘을 수놓은 잔잔한 새털구름을 카메라에 옮겨 담으면서 산다는 것이 이리도 아름다운 것이구나 싶고 이 아름다운 세상을 나 혼자 즐긴다는 생각이 들자 먼저 간 그미에 미안했고 잠시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17시36분 다시 두 다리를 달래 691번 도로를 걸었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돌아나는 것처럼 어려웠지만 술 마시고 땡볕 길을 걷는 것이 아니다 싶어 눈앞에 아른거리는 맥주 캔을 지워가며 동네 수퍼를 그냥 지나쳤습니다. 25분을 걸어 제11탄약창 안내판이 세워진 삼거리에 도착해 691번 도로를 버리고 왼쪽으로 꺾어 군부대로 이어지는 아스팔트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17분 후 오른쪽으로 난 시멘트길로 들어서 요셉마을로 향했습니다.


  18시17분 요셉마을의 수녀관 옆으로 난 고개 길로 들어서 군부대가 들어서 밟지 못한 마루금을 다시 이어갔습니다. 폐타이어계단을 올라서 능선 길을 밟으며 얼마고 아스팔트길을 말없이 걸으며 잘도 참아낸 두 다리에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연신 거미줄을 거둬가며 내달아 18분 만에 산속에서 빠져나와 1번 국도로 내려섰습니다. 지하도를 건너자마자 경부선 철로를 만났고 남몰래 이 철로를 건너 전의-천안 지방도로 올라섰습니다.


  18시45분 덕고개를 넘어 표지석이 있는 곳까지 내려가 다음 산행의 들머리를 확인하고 하루산행을 마쳤습니다. 덕고개정류장으로 옮겨 20분마다 지나는 230번 시내버스를 타고 천안으로 나갔습니다.


  서울로 올라가는 전철 안에서 하루산행을 되새겨보았습니다.  

이번 산행으로 오래 잊었던 효과(effectiveness)와 효율(efficiency)이라는 두 단어가 생각났습니다. 효과는 옳으냐 그르냐의 방향성과 관련된 것이고 효율은 잘하느냐 못하느냐의 방법상의 문제라면 저의 초장 알바는 발걸음을 늦춘 단순한 효율의 문제가 아니고 방향을 잘못 잡아 생긴 효과의 문제이기에 보통의 알바보다 심각했습니다. 통상 효과를 올리는 것은 리더의 책임이고 효율을 올리는 것은 멤버들의 몫으로 방향을 제대로 잡아 드라이브를 하는 것이 리더쉽의 요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산행은 저 혼자 산행이어서 2시간 가까운 알바가 저 개인의 문제로 끝났지만 만약 제가 수많은 회원들을 안내하는 위치에 있었다면 애꿎은 사람들을 엄청 고생을 시켜 욕을 들어도 한참을 들었을 것입니다. 흔히들 그 분은 일을 잘 하는데 밑의 사람들이 제대로 못해 문제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만 이 말은 효과와 효율의 참 뜻이 가려진 잘못된 말입니다. 언제고 최고책임자의 방향설정이 큰 문제이지 방향이 정해진 범위 안에서 밑의 사람들이 얼마나 일을 잘하느냐 못하느냐는 그 다음 그다음의 작은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걸음도 재지 못해 산행효율이 다른 분들보다 한참 낮은 제가 이번에는 방향을 잘못 잡아 효과도 떨어트렸다 싶어 부끄러웠고 또  두 다리에 미안했습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