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구간:21번국도-취암산-태조산-유왕골고개
*산행일자:2006. 8. 6일
*소재지 :충남 천안
*산높이 :취암산320미터/태조산422미터
*산행코스:21번국도-취암산-장고개-아홉싸리고개
-태조산-유왕골고개-각원사입구
*산행시간:8시46분-16시12분(7시간26분)
*동행 :천안 봉봉님부부와 황명옥님
반짝반짝 빛나는 돌이 모두 보석이 아니듯이 산에서 만나는 반가운 사람들이 모두 어진 이들은 아닐 것입니다.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깊은 산속에서 생판 모르는 산객을 만나 얼마고 시간을 같이하는 경우 반가우면서도 한편 어떤 사람인지 몰라 조금은 불안해하는 것도 산을 오르내리는 모든 분들이 반드시 어질다고는 믿기가 어려워서일 것입니다. 1997년 국가부도위기의 IMF사태이후 산을 찾는 분들이 급격히 증가했음에도 전혀 이 사회의 범죄가 줄어들지 않음을 보고 “인자는 산을 좋아하고 지자는 물을 좋아 한다”는 공자님의 말씀이 항상 참인가하는 의심이 들 때도 간혹 있었습니다.
조선조 성리학의 최고봉인 퇴계 이황선생께서 재야에 묻혀 연구와 강학으로 일관하며 한때 경북 봉화의 청량산에서 우거했던 송암 권호문에 그의 요산요수론을 다음과 같이 펴셨습니다. “산을 좋아하고 물을 좋아한다는 성인의 말씀은 산이 인이 되고 물이 지라고 한 말이 아니고 다만 인자는 산과 비슷하기 때문에 산을 좋아하고 지자는 물과 비슷하기 때문에 물을 좋아 하는 것이며, 이 인지의 이치는 사람들이 형상을 통하여 근본을 구해서 모범의 극치를 삼게 하려는 것이지 산과 물에서 인과 지를 구하게 하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라는 것이 그분 말씀의 요지였습니다. 인과 지를 이루고자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단순히 산과 물을 보고서는 인과 지의 낙을 구할 수 없다는 선생의 말씀을 듣고 나서 공자님 말씀이 하나도 틀림이 없음을 깨닫게 됐습니다.
어제는 “한국의 산하”가 인연을 맺어준 천안의 몇 분들과 함께 산행을 했습니다.
충남 천안의 취암산과 태조산을 지나는 금북정맥을 8시간 가까이 함께 종주하면서 이분들의 마음 씀이 넉넉하고 훈훈해 모처럼 편안한 산행을 즐기면서 만나는 이들을 이토록 편안하게 해주는 것은 이들의 어진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뵙는 분들이었지만 산행 내내 스스로 어질게 살고자 애쓰면서 열심히 산행을 하는 분들이 바로 이분들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인자는 산을 좋아한다는 공자님의 말씀이 역시 그르지 않다 싶어 기뻤습니다.
아침8시46분 21번 국도를 건너 취암산으로 올라가는 들머리인 철계단으로 올라섰습니다.
한국의 산하에 올린 산행기를 읽고나서 주고받은 댓 글이 인연이 되어 태안반도에서 금북정맥 종주를 시작한 제가 천안 근처의 산들을 지날 때 한 구간을 같이 산행하기로 진작에 약속을 했었습니다. 어제 마침 취암산과 태조산을 지나게 되어 천안의 두 분과 이곳에서 자라난 부천의 한 분 등 모두 넷이서 한 팀이 되어 21번 국도를 출발했습니다. 가파른 철계단을 올라 절개면 꼭지점에 다다른 후 이슬이 조금 남아있는 산속의 좁은 길을 걸어 동우아파트를 벗어나기까지 25분이 걸렸습니다. 이 사이 제가 앞에서 지나느라 잠을 깬 벌들이 후미의 일행들을 공격했고 이 중 한 마리가 부천 분을 쏘아 통증이 심하고 팔등이 퉁퉁 부어오르는 등 찌는 듯한 무더위에 하루 종일 생고생을 하게 되어 죄송했습니다. 동우아파트 옆길을 막 벗어나 삼거리에 도착했고 여기서부터는 대간 길 못지 않는 넓은 길이어서 지난번처럼 풀숲을 헤쳐 나갈 일이 없어 편했습니다. “119산악위치표시판(태조산목천길1지점)”이 세워진 곳에서 십 수분을 쉰 후 침목계단을 오르다가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자 오른쪽으로 흑성산이 보였습니다.
9시41분 삼각점이 세워진 해발320미터의 취암산을 올랐습니다.
이곳에서 조금 더 걸어 세 번째 봉우리에 다다르자 넓은 공터에 “태조산5.8키로”의 표지목이 세워져 있었고 취암산이라는 표지판이 걸려있었습니다. 잠시 숨을 고른 후 20분을 더 걸어 310봉에서 10분을 쉬면서 저녁 때 여름여행을 떠나는 큰아들에 전화를 걸어 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쓰라는 제 뜻을 전하고 나자 마음이 놓였습니다. 천안의 부부 두 분께서 준비하신 방울토마토와 포도의 시원한 맛이 일미였고 맥주를 좋아하는 제게 냉동 캔을 건네주는 마음씀 또한 짱이었습니다.
10시57분 310봉을 출발한지 37분만에 장고개에서 다시 쉬었습니다.
벌에 쏘인 부천분의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아 보였고 30도를 훨씬 넘는 복더위에 너무 지칠까보아 이번 산행의 목적지를 우물목고개에서 유왕골고개로 당겨 잡았기에 쉬는 시간을 대폭 늘릴 수 있었습니다. 310봉에서 한참을 내려가 내려선 안부사거리가 배넘이고개였습니다. 이 고개에서 통나무의자가 설치된 230봉에 올랐다가 구릉을 넘어 전망바위가 있는 283봉으로 옮겨 천안시내와 지나온 취암산을 카메라에 옮겨 담고 나서 얼마 후 장고개에 다다르기까지 더위를 먹을까 걱정되어 천천히 걸으면서 이열치열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12시32분 360봉에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장고개 출발 24분 만에 왼쪽 아래로 가스교육원건물이 보이는 능선 길을 지난 후 송전탑 밑으로 통과하여 “태조산 2.9키로”의 표지목이 세워진 321봉분기점에 다다라 다시 12분을 쉰 후 11시49분에 태조산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10분 후 터널 위에 동물이동통로(Eco-bridge)를 해놓은 유량리고개로 내려서자 2.5키로 남은 태조산과 오른쪽의 흑성산을 가르는 아스팔트고개길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태조산1.7키로”의 표지목이 세워진 아홉싸리고개에서 가파른 길을 따라 걸어 360봉에 올라서기까지 솔잎이 깔려있는 부드러운 산길도 걸었습니다. 360봉에서 40-50분 동안 점심을 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었습니다. “한국의 산하”사이트를 이끌고 가시는 훌륭하신 몇 분들에 대해 고마워하는 말씀도 있었고 더러는 걱정되는 대목들에 관한 의견도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한국의 산하”덕분에 이 분들과 함께 산행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기에 감사의 마음으로 산행기를 계속해 올릴 뜻입니다.
13시55분 해발422미터의 태조산을 올랐습니다.
360봉을 출발한지 10분도 채 안되어 “제3포스트850m, 제2포스트380m"의 전망이 좋은 365봉을 지난 시각이 13시30분이었습니다. 얼마를 더 걸어 오른 쪽으로 파란 펜스가 쳐진 산길을 따라 걸어 태조산에 올라섰습니다. 반만년 역사에서 태조임금이 한 두 분이 아니어서 어느 분이 어떻게 이 산과 연을 맺고 있나가 궁금했는데 정상에 세워진 안내판에 고려태조 왕건이 이 산에 올라 천안이 군사적요충지임을 알고 천안도독부를 둔 것으로 적혀있어 태조산의 유래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정상에서 25분을 쉰 후 유왕골고개로 향했습니다.
15시23분 유왕골고개에 다다라 종주 길을 멈췄습니다.
편안한 길을 걸어 태조암 출발 26분 후에 성불사갈림길 쉼터에 도착해 사각정에서 어느 한분에 사진촬영을 부탁해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쉼터에서 마실 것을 팔고 있는 젊은 사람이 보기 드물게 물 인심이 좋아 수통에 물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 쉼터에서 유왕골 가는 길도 편했습니다. 유왕골 고개마루에서 오른쪽 아래 샘터로 내려가 목을 축이고 얼굴을 닦은 후 다시 유왕골 고개로 올라와 각원사로 내려섰습니다. 하산길이 꽤 넓었고 지난 폭우로 길이 파이고 엉망이었으나 길 위 여기저기에서 얇은 운모들이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어 눈이 갔습니다. 다음 종주 때에 다시 올라야할 이 길을 걸어내려 오는데 21분이 걸렸습니다.
14시12분 동양최대의 좌불상이 세워진 각원사 입구에 도착해 하루 산행을 마쳤습니다.
시간을 충분히 갖고 천천히 산길을 걸어서인지 무더운 복중 산행이 하나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길도 더할 수 없이 편했고 같이한 분들도 편안하게 대할 수 있는 분들이어서 하루산행이 편안했습니다. 천안 부부분의 호의로 병천으로 이동하여 이 고장의 명물인 순대로 배를 채운 후 천안역으로 나가 부천분과 함께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인자는 산을 좋아한다는 공자님의 말씀이 참임을 확인한 뜻 깊은 산행이었습니다.
저의 금북정맥종주를 격려하고자 산행을 함께한 천안의 두 분과 부천의 한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래서 산다는 것이 결코 외로운 것만은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어 가슴 뿌듯해하며 산행기를 맺습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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