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금북정맥 종주기

금북정맥 종주기16(덕고개-21번국도)

시인마뇽 2007. 1. 3. 22:44
                                            금북정맥 종주기 16


                              *정맥구간:덕고개-고려산-21번국도

                              *산행일자:2006. 8. 2일

                              *소재지  :충남 천안/연기

                              *산높이  :고려산 307미터

                              *산행코스:덕고개-황골고개-고려산-돌고개

                                              -경부고속도로-21번국도

                              *산행시간:10시25분-18시40분(8시간15분)

                              *동행       :나홀로 

 

                 

 

  한 여름 불더위에 마루금을 이어 밟기는 금북정맥이 한남정맥보다 조금은 힘이 덜 든다는 생각입니다. 대체로 금북정맥의 연봉들이 한남정맥의 산봉우리들 보다 고도가 높아 조금은 덜 덥고 고도가 높은 산이 암만해도 잡초가 우거져 산길을 뒤덮는 일이 적을 뿐더러 또 경기도를 관통하는 한남정맥처럼 각종 개발공사로 산허리가 잘려나간 곳이 그래도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제 밟은 금북정맥의 덕고개-고려산-21번국도 구간은 한남정맥을 뺨칠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덕고개의 들머리에서 산길로 올라서기까지 잡풀과 잡목을 뚫고 지나기가 힘들었고 이번산행의 날머리격인 경부고속도로로 내려서는데 길을 잘못 들어 덤불숲을 헤치고나가 간신히 다다른 절개면 위에서 잡목과 풀들을 잡고 거의 수직면을 내려서느라 팔다리가 가시에 찔리고 쐐기에 쏘이는 등 고생을 했습니다. 이번 구간은 거리가 14키로가 채 안되어 6시간이면 족하겠다 싶어 가볍게 출발했는데  8시간 넘게 걸려 지치고 힘들었습니다.


  아침10시25분 덕고개 표지석 건너편의 밭가에서 종주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들머리에 으레 걸려있는 표지기도 눈에 띄지 않아 대충 짐작하고 밭가로 들어섰습니다. 산소를 지나 산길로 들어서자 먼저 오른 분들의 표지기가 보여 비로소 안심됐습니다. 풀숲을 뚫고 나지막한 구릉에 올라서자 잡목들이 길을 막고 있는데 길이 사라져 땡볕을 쪼여가며 한참을 헤맸습니다. 결국 가시에 찔려가며 잡목 숲을 뚫고 나가 조금 후 제 길을 찾았습니다. 이제부터 산길은 편안했습니다. 높이선 나무들이 햇빛을 가려주었고 높낮이가 완만해 이제부터 산길은 편안했습니다.


  11시12분 171봉에서 13분간 땀을 식혔습니다.

171봉에 오르자 나뭇잎 사이로 바로 아래 IMG National 골프장이 보였습니다. 쉬는 동안 이곳 천안의 한 분에 전화를 걸어 오는 일요일에 21번 국도에서 같이 출발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복더위의 기세가  만만찮아 8월 한 달은 천천히 걷고 오래 쉬어야 더위 먹는 일을 피할 수 있기에 가능한 한  종주구간을 짧게 잡을 생각입니다. 휴식을 끝내고 누런 배관선을 따라  골프장 안의 차도로 내려서 오른 쪽으로 내려갔습니다. 왼쪽으로 보이는 클럽하우스를 지나 주차장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주차장에 차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이 땡볕더위에도 골프를 치는 사람들이 꽤 있나본데 종류는 달라도 그들도 저와 같이 미쳐있음에 틀림없겠다 싶었습니다.


  12시29분 전의산연수원을 삥 돌아 연수원 뒷산인 240봉 바로 아래 능선에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주차장 끝자리의 쥐똥나무 옆으로 난 들머리로 들어선 시각은 11시42분이었습니다. 20분을 채 못 걸어 다다른 임도가 지나는 십자안부에서 산꼭대기에 자리 잡은 전의산연수원으로 오르는 18분이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2-3분간 잡목을 헤치고 펜스에 다가서자 맥 놓고 놀던 개들이 이제야 제 할 일을 찾은 듯 위아래 두 곳에서 열심히 짖어대는 통에 얼이 빠졌습니다. 연수원 안으로 들어가면 개가 풀려있어 위험하다는 산행기를 읽은 터라 정문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조금 아래로 내려가 묶여 있는 개에게 약 좀 올리고 난후 왼쪽으로 꺾어 산허리로 난 길을 따라 연수원을 돌아 능선 길로 올라서 짐을 풀었습니다.


  12시45분 점심식사를 끝내고 고려산으로 향했습니다.

10분 후 비로봉과 등산로가 적혀있는 표지봉을 지났습니다. 작은 봉우리를 넘어 편안한 길을 걷는 중 왼쪽 산 아래서 굉음이 나 내려다보았더니 바로 아래 터널을 막 빠져 나간 고속전철이 낸 소리였습니다. 15분을 더 걸어 두 번째 표지봉을 지나자 넓은 길은 왼쪽으로 이어졌고  고려산 가는 길은 오른 쪽으로 난 좁다란 오솔길이었습니다. 더위를 피해 새들이 숨죽이고 있어 울음소리가 딱 끊긴 산 속의 정적을 깬 것은 전투기가 내는 파열음이었습니다. 미끈한 벚나무가 십자안부를 지키는 고등고개를 지나 황골도로로 내려서기까지 잠시 알바를 했습니다. 절개면 위에서 2차선 포장도로인 황골고개를 건너 다시 산길로 들어서기 까지 걸린 4-5분만으로도 여름 햇볕의 위력을 실감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고려산이 가깝게 보이는 안부사거리에서 잠시 쉬는 동안 오랜 장마로 숨죽였던 날파리들이 집요하게 공격해와 이내 일어섰습니다. 


  14시28분 해발 307미터의 고려산을 올랐습니다.

14시 정각에 안부를 출발해 얼마고 올라 산불감시초소를 지났고 바로 후에 고려산성이 3백미터 남았다는 표지봉이 나타났습니다. 여기서부터 고려산 오르는 길이 이번 산행의 깔딱고개 길이었습니다. 시멘트로 만든 통나무계단을 10분 남짓 걸어올라 고려산성 안내판이 세워진 비교적 넓은 공터의 고려산 산정에 올라 사각정 마루에 걸터앉아 12분을 쉬었습니다. 백제가 패망한 후 이곳에서 3년간 백제부흥군이 나당연합군에 대항하여 항쟁을 했다는 고려산성은 퇴뫼식 토성으로 성둘레가 250미터가 된다고 적혀있는데 어제는 그 흔적도 보지 못했습니다. 고려산을 출발하여 십 수분을 솔잎이 쌓여있는 폭신한 길을 걷느라 발바닥이 편안했습니다. 오른쪽으로 시멘트길이 이어지는 애미기고개를 지나서 304봉 갈림길로 올라서 왼편으로 진행하여 245봉을 넘어 굴도고개로 내려섰습니다.


  15시46분 굴도고개 건너 그늘진 곳에서 10분을 쉬었습니다.

10분을 걷자 앞이 탁 트인 묘지가 나타나 먼발치의 연봉들을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짐작컨대 각흘고개-차령고개 구간의 600미터대 연봉들이 아닌가 싶어 반가웠습니다. 다시16분을 걸어 송전탑을 거쳐 임도가 지나는 황토 길의 한치고개에 닿았습니다. 인건비가 비싼 요즈음 이 산길까지 올라와 손바닥만한 밭떼기에 고구마를 심어 놓은 농심은 어떤 마음일까 궁금했습니다. 보기 드물게 짙푸른 색을 띈 소나무 옆길을 지나 부지런히 걸으며 큰 떼기의 고추밭과 콩밭을 지났고 이어서 넓은 공터에 난 희미한 길을 쫓아 우거진 풀숲을 뚫고 나가 다시 산길로 들어서 얼마고 걸어 차도가 지나는 절개면 상단에 다다랐습니다.


  16시45분 돌고개를 건넜습니다.

천안시 성남면의 용산과  목천읍의 신기를 이어주는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는 돌고개 마루에서 왼쪽 아래로 동성에프씨 건물이 보였습니다. 차도를 건너 묘지 옆길로 걸어 능선길로 올라서 4분을 쉰 다음 이번 산행의 목적지인 21번 국도로 향했습니다. 발걸음이 빨라질수록 거미줄에 시달리는 빈도가 더해져 짜증이 났습니다. 180봉을 지나 216봉을 오르기까지 몇 분간 숨이 차 216봉에서 3분 동안 마지막 휴식을 취했습니다.


  17시43분 216봉을 출발하고 나서 18시28분에 경부고속도로 갓길로 내려서기까지 45분간 정말 힘들었습니다. 간벌된 나뭇가지들이 길 위에 내버려두어 요리조리 피해 걷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고 정신을 뺏겨 왼쪽으로 틀어야 할 것을 그냥 직진을 해 고속도로로 내려서는 제 길을 놓쳤습니다. 절개면 꼭지점에서 사면을 따라 길이 아닌 풀숲을 헤쳐 나가며 웬만큼 내려섰다 했는데 그 다음부터는 사면 길은 끝났고 바로 낭떠러지 절개면이어서 도저히 내려설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옆 봉우리로 올랐다가 또 사면을 따라 또 한번을 반복했으나 마찬가지로 낭떠러지 직벽면을 만났습니다. 진퇴양난이어서 정면 돌파하기로 마음을 먹고 수직면으로 한 걸음 내딛었는데 보기 좋게 미끄러져 내려가다가 잡목에 걸려 멈춰졌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잡목을 활용해 제동을 적절히 걸어가며 고속도로로 내려섰습니다. 절개면의 산사태를 우려해 쳐놓은 방호벽이 앞을 가로 막아 도로로 넘어들지 못하고 왼쪽으로 이 벽면을 따라 좁은 풀밭 길을 7-8분을 걸은 후에 비로소 갓길로 들어서 고통스러웠던 절개면 하강작업을 마쳤습니다. 갓길을 따라 2-3분을 걷다가 왼쪽으로 난 시멘트 길로 내려섰습니다. 3-4분을 더 걸어 만난 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난 고속도로 밑의 지하도를 건너 21번 국도를 만났습니다. 


  18시40분 응원1리 정류장에서 하루산행을 마치고 천안행 버스에 올랐습니다.


  어제 하루 산행은 무성한 풀숲과 잡목과의 싸움으로 힘들었습니다.

산 높이가 낮을수록 풀 숲길이 많아 여름 산행은 정맥 길이 대간 길보다 더 힘들다는 느낌입니다.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았던 옛날에는 몇 십 배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자 대동여지도를 작성한 김정호 님이나 산경표를 낸 신경준 님과 같은 선각자분들이 한없이 존경스러웠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분들의 삶과 업적을 담은 책을 찾아 읽어볼 생각입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