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금북정맥 종주기

금북정맥 종주기13(차동고개-각흘고개)

시인마뇽 2007. 1. 3. 22:39

                                             금북정맥 종주기 13


                          *정맥구간:차동고개-극정봉-각흘고개

                          *산행일자:2006. 7. 7일

                          *소재지  :충남공주/예산/아산

                          *산높이  :극정봉424미터/천방산479미터/봉수산536미터

                          *산행코스:차동고개-새재-극정봉-천봉산-봉수산-각흘고개

                          *산행시간:9시16분-17시28분(8시간12분)

                          *동행      :나홀로

 


  성하의 여름이 가부좌를 틀고 들어앉은 정맥 길을 종주하고자 이른 새벽 집을 나섰습니다. 보름 만에 정맥에 올라 사방을 휘둘러보았는데 산식구중 어느 누구도 이 여름을 배척하지 않았습니다. 이른 봄부터 정맥의 산들과 같이하며 여름을 맞은 나무들과 풀들은 그 잎들의 푸르름이 절정을 이루었고, 이 여름이 지난달에 불러들인 버섯도 요 며칠 내린 장마 비로 종들이 무척 다양해졌고 그 수와 크기도 최고조에 이른 느낌이었습니다. 뒤늦게 이달 초에 산식구가 된 매미들이 목청을 한껏 돋우어 5년이란 긴 세월을 땅속에서 연습해온 노래들을 쉬지 않고 불어대는 바람에 웬만한 새들의 지저귐은 이 소리에 묻혀 제대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 달 들어 산속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은 것은 매미만이 아니었습니다. 풀숲에서 요기조기를 뛰어다니며 재롱을 떠는 메뚜기보다 작은 초록색의 곤충들도 여름잔치에 초대된 새 식구들이었습니다. 이 성하의 여름잔치를 그냥 보고 넘길 제우스신이 아니기에 먹구름을 몰고 와 털 가진 짐승들과 곤충들에 입 다물고 조용히 지내도록 비를 뿌리고 나다녔습니다. 오랜 시간을 태양의 신 아폴론에 산하를 맡겨 초목을 길러내어 여름 산을 푸르게 만든 후에 제우스신이 전면에 나선 것은 성하의 여름을 시원하게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아침9시16분 차동고개를 출발했습니다.

예산에서 대전가는 직행버스 기사분의 배려로 유구에서 내려 택시로 되돌아오겠다는 계획을 접고 바로 차동고개에서 하차했습니다. 휴게소에서 떡라면을 사들고 나서 짐을 챙겨 각흘고개를 향해 종주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여름비를 실고 다니는 장마전선이 남쪽에서 발이 묶여 비가 조금 내린다는 일기예보는 다행히도 빗나가 구름만 끼었을 뿐 비는 뿌리지 않았습니다. 전날 내린 비로 땅바닥이 축축했고 길섶의 풀과 나무들이 이슬을 머금고 있어 얼마 지나지 않아 구두가 젖고 바지가랭이 또한 젖었습니다. 예산에서 길을 물으며 사들은 커피가 속을 뒤집어 놓아 294봉에서 내려선 안부에서 다시 올라갔다가 서낭당고개로 내려서기 직전에 숲 속으로 들어가 속을 비웠습니다. 이내 불모골마을과 잔대골마을로 길이 갈리는 십자안부에 이르렀는데 오래된 느티나무 두 그루와 돌들이 많이 깔려 있는 이 안부가 바로 서낭당고개였습니다.  


  10시13분 새재를 지났습니다.

서낭당고개를 출발하여 경주김씨묘를 지나 만난 임도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내려가 안부로 내려섰다가 바위봉우리를 오른 다음 왼쪽으로 내려서 임도를 만났는데 이 고개가 새재였습니다. 오른쪽 가까이로  보이는 예수님 상이 모셔진 곳은 나중에 알고 보니 죽은 혼을 모시는 납골공원이었습니다. 소나무와 활엽수가 적절히 혼재된 산길을 걷는 것은 온통 소나무만 가득 들어찬 송림 길을 걷는 것보다 훨씬 상쾌했습니다. 새재를 지나 편안한 길을 20분여 걸어 다다른 320봉에서 잠시 숨을 돌렸습니다.


  11시57분 해발424미터의 극정봉에 올라 10분여 쉬었습니다.

320봉을 출발하여 20분 남짓 걸어 흰색의 차돌이 여기저기 박혀 있는 길을 따라 올라 동굴입구에 다다랐습니다. 동굴 안을 사진을 찍어 볼까하다가 플래쉬 빛이 동굴 안을 밝게 하면  그 안에 사는 생명체들이 놀랄까 보아 찍기를 그만두고 동굴 바로 위의 봉우리에 올라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해발 368미터의 명우산을 지나 묘지의 흔적만 남아 있는 전망봉에 올라 지나온 길들을 뒤돌아보았습니다. 전망봉에서 400봉을 거쳐 참나무를 잘라낸 좁은 공터의 극정봉에 오르기까지 반시간이 걸렸습니다. 삼각점이 세워져 있었고 봉우리이름이 새겨진 플라스틱안내판이 나무에 걸려있는 정상에 다다르자 이제껏 숨죽였던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습니다.


  13시10분 부영산 다음 봉우리인 403봉에서 13분간 쉬면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극정봉에서 몇 분을 편하게 내려오다 만난 갈림길에서 직진하지 않고 오른 쪽 길을 택해 알바를 면했습니다. 이번 산행은 이렇다할 풀숲 길도 없고 각흘고개까지 능선에 길이 잘 나있어 갈림길에서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어 보였습니다. 능선 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며 웅덩이를 지나 364봉에 다다랐습니다. 경사가 급한 내리막길을 내려가 소거리와 머그네미 마을로 갈라지는 십자안부를 지나며 느티나무와 물푸레나무를 보았습니다. 얼마 후 이번 산행에서 유일하게 하늘이 넓게 뚫린 풀숲의 억새밭을 지나 400봉에 오르기까지 산 오름을 계속했습니다. 400봉인 부영산을 넘어 오른 쪽으로 휘어가며 몇 개의 바위들을 지나 403봉에 도착하자 비가 올 듯 한 두 방울 뿌리다가 이내 해가 드는 등 제우스신의 탐색전이 아직 끝나지 않은 듯싶었습니다. 시간상으로나 거리상으로나 하루산행의 반은 마쳤기에 점심으로 든 절편이 맛있었습니다.


  14시7분 해발479미터의 천방산에 다다라 잠시 숨을 고른 후 갈림길로 되돌아갔습니다.

403봉에서 내려서 16분 후에 당거리마을과  소라절마을을 이어주는 십자안부를 지나 직등길을 걸어올라 416봉에 다다르기까지 장마철이어서인지 다른 때보다 더 음습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460봉을 오르면서 왼쪽 멀리 방산저수지가 보이기 시작했고 노랑색과 주황색의 산나리 꽃들이 인사를 해와 그 느낌이 덜어졌습니다. 비온 뒤끝이어서 형형색색의 버섯들을 여기저기서 보게 되어 여러 커트의 사진을 찍어왔는데 그중 참나무 토막에서 자라고 있는 반투명의 희멀건 버섯들이 가장 눈을 끌었습니다. 460봉의 갈림길인 정맥 길에서 오른쪽으로 4-5분가량 비껴서있는 천방산에 이르자 대간 길에서 자주 보았던 과천의 김 영오님이 걸어놓은 표지기가 걸려있어 반가웠습니다. 다시 정맥 길로 원위치한 후 비탈길로 내려가 안부에 닿았고 다시 나지막한 봉우리를 오르내리다 산소를 막지나 임도사거리로 내려섰습니다.

  15시54분 해발534미터의 봉수산을 들렀습니다.

임도사거리에서 372봉으로 오르는 중 구름이 가시고 하늘이 열렸음을 알아차린 하얀 나비가 두 날개를 나풀거리며 길안내를 해주어 고마웠습니다. 372봉에서 잠시 내려섰다 다시 470봉으로 올라서는 된비알의 산 오름이 이번산행에서 가장 힘들었습니다. 천방산에서 1시간가량 걸어 15시9분에 참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470봉에 올라 목을 축이고 포도를 꺼내먹으며 8분을 쉬었습니다. 휴식을 끝내고 경사가 심한 길을 얼마고 내려가 만난 완만한 능선길을 걸어 오르며 애티 나는 연초록의 싸리 잎들이 흙을 덮은 군락지를 지났고 또 길 오른쪽에 세워진 송전탑도 지났습니다. 470봉 출발 반시간 만에 봉수산 갈림길인 520봉에 올라서자 시야가 탁 트여 사방을 돌아보며 구름이 물러나 깨끗하게 보이는 산세를 조망했습니다. 남쪽으로는 천방산으로 뻗은 산줄기와 각흘고개로 내려가는 산줄기 양쪽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담아 골짜기를 이룬 탑신골계곡이 깊어보였으며 북서쪽 산 아래로 아담한 송석저수지가 보였습니다. 힘들여 지나온 정맥 길은 경과한 시간과 관계없이 이미 추억의 길로 자리 잡았기에 산봉우리를 잇는 능선의 실루엣이 더 없이 아름답게 보였지만 각흘고개로 이어지는 걸어야 할 능선 길은 전체적으로 내려가는 길인데도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산세를 조망하고 나서 홍성의 백월산에서 시작한 북진 길은 여기서 끝났고 다시 방향을 150도 이상 틀어 남진을 해야 이번 산행의 목적지 각흘고개에 다다를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북쪽으로 160미터 떨어진 봉수산 정상에 오르자 삼각점 옆에 세워진 정상석도 번듯했고 나무그늘 아래 나무의자도 여러 개 있어 인근 주민들이 이 산을 오르내리는 주민들이 꽤 많겠다 싶었습니다.


  16시5분 다시 봉수산 갈림길로 돌아가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하산 시작 3-4분 후에 왼쪽의 길상사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지났고, 다시 7-8분간 내리막길을 걸어 고도가 3백 미터대로 낮아진 송전탑을 다다르자 능선 길이 완만해져 걷기에 편했습니다. 3-4백 미터대의 봉우리 수개를 계속해 오르내리자 경사는 완만했어도 지치고 조금은 지겨워져 저를 보고 바위 돌 뒤로 숨은 다람쥐가 다시 나타나기를 얼마고 기다려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하산 길에 접어든지 1시간 5분이 지나 두 번째 송전탑을 지났고 다시 4분을 걸어 각흘고개로 내려서는 길이 왼쪽으로 급하게 나있는 삼거리에 도착, 13분을 걸어  각흘고개에 내려섰습니다.


  17시28분 공주와 아산을 경계 짓는 각흘고개에 도착했습니다.

8시간 남짓한 종주산행 중 걱정했던 비가 내리지 않았고 이렇다하게 어려운 코스도 없어 생각보다 1시간가량 빨리 마쳤습니다. 보름 전에 선보인 버섯이 종류도 부쩍 늘었고 생김새도 다양하고 예뻐져 버섯사진을 여러 컷 찍었는데 조만간 버섯도감을 장만해 확인해 볼 생각입니다.


  시내버스로 이동한 유구에서 곧바로 직행버스를 타고 다시 각흘고개를 되넘어 천안으로 향하는 중 막내아들로부터 증권회사 취직시험에 합격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십대의 90%가 백수로 지낸다하여 “이구백”이라는 신조어가 널리 퍼지는 요즈음 믿을만한 회사에 들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알면서도 오는 9월에 졸업한 후에도 취직이 안 되어 온종일 집구석에 쳐 박혀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은근히 걱정을 했습니다. 전화로 아들 녀석에 수고했고  또 고마워하는 저의 뜻을 전했습니다.  6년 전에 암으로 먼저 간 그미가 두 아들을 올곧게 키운 덕분에 막내아들도 때 맞춰 취직이 되었기에 정작 이 기쁨을 함께 나눌 그미가 없어 허전했지만 그래도 기뻤습니다. 종주산행도 매끄럽게 끝냈고 취직소식을 들은 터라 아산에서 천안 가는 길이 퇴근 길 차량으로 엄청 붐볐지만 마음만은 느긋했습니다. 산본 집으로 돌아와 소식을 들은 큰처남이 생맥주집에서 축하주를 내어 아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며 보낸 길지 않은 시간도 즐거웠습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