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한북정맥 종주기

제2차 한북정맥 종주기 9(축석령-큰테미-창엽굴고개)

시인마뇽 2008. 5. 20. 06:29
                              한북정맥 9구간


      *정맥구간:축석령-큰테미-창엽굴고개

      *산행일자:2008. 5. 18일(일)

      *소재지  :경기의정부및 양주/포천

      *산높이  :큰테미210m

      *산행코스:축석령-오리동고개-덕고개-큰테미-샘내고개-창엽굴고개-1번국도

      *산행시간:8시40분-16시10분(총7시간30분/구간종주6시간50분)

      *동행    :경동동문산악회원16명

      (24기 김주홍/김경옥, 김남진/김양미, 이명재, 이규성, 백인목, 이기후,우명길,

       29기 정병기/김의정, 유한준, 김정호, 오창환, 30기박승욱및 초대손님 박현출님)

 


  산 높이가 그리 높지 않은 산줄기를 보존하겠다고 절대로 부족한 택지개발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시골오지의 산줄기라면 모르겠지만 서울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외곽지대를 지난다면 더욱 어려울 것입니다. 3년 전에 한수 이남의 경기도 땅을 지나는 한남정맥을 종주하며 허리가 끊기고 살점이 들어내져 만신창이가 된 여러 곳의 정맥 길을 지날 때마다 보존과 개발의 갈등을 지혜롭게 풀 수 있는 현자는 끝내 나타나지 않는 것인가 하고 안타까워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4년 전 한북정맥의 축석령-샘내고개 구간을 종주하며 이 산길도 한남정맥의 전철을 밟아 여기 저기 끊어질 것이다 했는데 어제 본 이 구간은 4년 전의 우려를 훨씬 뛰어넘어 아예 흔적조차 남기지 않을 기세여서 적지 아니 마음이 언짢았습니다.


  그 맥이 무엇이든 맥이 끊긴다는 것은 분명 고통입니다.

식물은 줄기의 관다발이 잎으로 연결되는 잎맥이 끊기면 물과 영양분의 공급이 끊겨 잎이 말라 죽습니다. 혈맥이 끊기면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끊기는 것은 고사하고 경화증만 와도 죽네 사네 하는데  동맥이나 정맥이 실제로 끊긴다면 살아날 방도가 없는 것입니다. 나이 들어 이런저런 이유로 그동안 쌓아온 인맥이 끊기게 되면 그 상실감이 대단할 것입니다. 정년퇴직을 하고나서 동창회에 발을 들이는 사람들이 느는 것도 열심히 이어온 인맥이 끊어질까 두려워서입니다. 강 길이든 바다길이든 수맥이 끊기면 어떤 나라든 융성할 수 없습니다. 일본인들이 35년간의 강점기에 우리나라 지맥을 끊어 놓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우리 땅에서 걸출한 인물이 나오지 못할까 염려해서입니다. 일본인들이 끊어놓았다고 비난하는 대표적인 지맥이 바로 백두대간이고, 장백정간이며 13개 정맥인 것입니다.


  양주시 고읍단지가 바로 한북정맥을 끊어내고 들어서는 주택단지입니다.

축석령에서 막은고개까지 산 높이가 100m도 안되어 보이는 한북정맥 산줄기는 언제고 개발될 것이라 염려는 해왔지만 아무리 낮아도 이 줄기를 경계로 한강과 임진강이 갈리는 정맥 길인데 흔적도 남기지 않고 통째로 들어낸다는 것이 산경표를 찬한 여암 신경준 선조님은 물론 이 땅에 죄를 짓는 것 같아 영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반이라도 남겨두어 앞동산으로 꾸며도 좋으련만 그러기에도 너무 늦은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의 실존도 자연의 실존 못지않게 중요하기에 무턱대고 택지개발을 반대할 생각은 없습니다. 천성산과 사패산 터널공사를 극력 반대해 국가재정에 상당한 누를 끼친 극단적인 환경보호론자들의 막무가내 식 주장에 동조할 뜻이 아예 없는 제가 느끼는 안타까움이 이 정도라면 한북정맥을 종주해온 산객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저보다 훨씬 더 할 것입니다.


  지난 달 큰넉고개-축석령 구간을 같이 종주한 일행 중 두 명이 빠지고 한 명이 합류해 총 16명이 한북정맥 종주에 나섰습니다. 몇 달 째 종주대원의 면면이 거의 그대로여서 이제는 호흡도 잘 맞고 선두와 후미의 거리차가 별로 없을 정도로 주력과 지구력도 비슷해져 산행구간을 잡기가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잘못 타 가산에서 하차하여 의정부행 시내버스로 갈아타는 바람에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축석령에 10분 늦게 도착했습니다.


  아침8시40분 의정부와 포천의 경계점인 축석령을 출발했습니다.

축석교회 주차장에서 산행 채비를 하는 중 굵은 빗줄기가 뿌리기 시작해 이렇게 비가 계속 오면 9시간 걸리는 오산삼거리에서 산행을 끝내겠다는 산행계획을 3시간 앞당겨 샘내고개에서 마치는 것으로 뜻을 모았습니다. 오랜만에 내리는 단비를 맞고 있는 산록의 5월은 계절의 여왕답게 한껏 싱그러워 누구하나 종주 길에 비를 뿌린다고 제우스신을 탓하지 않았습니다. 반시간을 채 못 걸어 오른 쪽으로 한북왕방지맥이 갈리는 능선삼거리에 다다라 왼쪽으로 꺾어 헬기장을 지난 다음 경사진 길을 내려가 돌무덤의 백석이고개로 내려섰습니다. 이 고개에서 치켜 올라선 능선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진행하자 전에 보지 못한 거대한 바위가 나타나 이상하다 싶어 오른 쪽 길로 우회해 앞이 트인 곳에서 잠시 쉬며 주위지형을 둘러보았습니다. 정맥 길은 오른 쪽 건너 산줄기로 이어짐을 확인하고 능선 삼거리로 원 위치한 시각이 축석령 출발 1시간 남짓 지난 9시 50분경이었습니다.


  11시2분 우여곡절 끝에 오리동고개에 도착했습니다.

원위치한 능선삼거리에서 북진하다 왼쪽으로 꺾어 한참을 진행했는데도 레이크우드 골프장 의 철조망 울타리가 보이지 않아 또 길을 잘 못 든 것이 아닌 가해 불안해 하다가능선삼거리출발 반시간이 다되어 출입금지경고판이 붙은 철조망울타리가 보이자 비로소 마음이 놓였습니다. 수분을 더 걸어 다다른 철조망 끝점에서 잠시 쉬며 옛날처럼 골프장 안으로 지나갈 수 없어 오른쪽 아래로 새로 길을 내어 오리동고개로 내려갈 수밖에 없음을 설명하고 다 함께 숲길을 뚫고 내려가자고 전의를 다졌습니다.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보였다 안 보였다하다가 이내 사라졌습니다. 오리동고개 쪽으로 방향을 잡아 대학시절부터 산을 다닌 백인목 동문이 앞장서서 길을 냈고 나머지 대원들은 조심해서 그 길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하산 길에 한 동문 부인이 나뭇가지에 눈을 맞아 크게 다친 것이 아닌가해 염려했는데 그렇지 않아 천만다행이었지만, 이번처럼 나뭇가지를 잡고 길을 내며 산행을 할 때는 챙 달린 모자나 안경이 필수임을 사전에 말씀드리지 못해 생긴 일이다 싶어 죄송했습니다. 한참을 내려와 묘지를 만났고 곧이어 이 묘지로 올라오는 확실한 길을 만날 때까지 백인목동문이 길잡이 역할을 확실하게 해냈습니다. 철조망 끝 지점에서 벗어난 마루금은 오리동고개에서 다시 이어갔습니다. 묘지에서 조금 걸어 만난 삼거리에서 오른 쪽 길로 내려가자 모를 낸지 며칠 안 되어 보이는 논 뜰이 나타났습니다. 논 뜰 사이로 난 농로를 지나 차도를 따라가 오른 쪽 오리동 고개 마루에 오르자 한북정맥 마루금을 알리는 표지기가 길 양쪽에 붙어 있었습니다. 잠시 쉬며 대오를 정비한 후 왼쪽 숲길로 들어가 다시 마루금을 이어갔습니다.


  11시50분 덕고개에 도착해 점심을 들었습니다.

아침에 집 나설 때부터 골프장을 어떻게 우회하나와 아파트 단지조성과 도로공사로 끊긴 정맥 길을 어떻게 이어갈까 엄청 고심했는데 오리동 고개출발 10분도 채 못 되어 정맥 길이 끊겨 더 이상 이어가지 못하고 공사 중인 신설도로를 따라 걷다가 오른 쪽 차도로 빠져 덕고개에 이르렀으니 고심한 것 치고는 결과가 너무 싱거웠습니다. 능선 길에서 절개면 아래 도로 공사장으로 다시 내려섰습니다. 이미 마루금 잇기를 포기한 터에 정북 쪽으로 뻗어나가는 꽤 넓은 도로는 아직도 마무리공사가 안되어 개통되지 않았지만 아무런 불편 없이 걸을 수 있는데다 저 만치 앞에 막은고개 위 다리가 보여 그대로 직진했습니다. 오른 쪽의 정맥 길은 고읍아파트단지 조성공사로 거의 다 잘려나가고 파헤쳐져 개발이냐 보존이냐의 해묵은 과제로 논쟁할 단계는 벌써 지난 상황이지만, 그래도 정맥 길의 야산을 얼마고 남겨두고 택지를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었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은 여전했습니다. 막은고개에 한참 못 미쳐서 신설도로를 빠져나가 360번 도로를 따라 오른 쪽으로 이동해 덕고개에 다다랐습니다. 차도 건너 덕현초교 안으로 들어가 운동장 옆 쉼터에서 40분 가까이 점심을 들었습니다. 12시가 채 안된 이른 시간이지만 간이 평상이 4개나 있는 이 좋은 쉼터를 마다하고 더 진행해보았자 비가 와 젖은 땅에 퍼지고 앉아 쉴만한 곳이 어디 있으랴 싶어 여기 평상에다 점심상을 차렸습니다. 고마우리만치 잘도 참아준 제우스신이 굵은 빗방울을 다시 뿌리기 시작한 것은 점심시간 끝머리였기에 서둘러 상을 접고 학교를 나와 종주 길을 이어갔습니다.


  13시23분 해발210m의 큰테미 봉우리삼거리에 올라섰습니다.

학교정문을 나와 왼쪽 펜스 끝에서 왼쪽으로 꺾어 얼마고 걸어가자 마루금은 다시 끊겼으며, 그 위에 다리를 놓는 곳이 막은고개 자리였습니다. 공사 중인 다리를 건너지 못하고 오른 쪽으로 내려가 공사중인 도로를 밑으로 지나 왼쪽 좁은 차도를 따라 가다가 다시 왼쪽으로 꺾어 주내순복음교회에 도착해 마루금을 이어간 시각이 덕현초교 출발 20분 후인 12시47분이었으니 1시간 반 만에 산길로 다시 들어선 셈입니다. 오른 쪽 산길로 들어갔다가 이내 왼쪽으로 꺾어 좋은 길을 따라 오르는 중 붓꽃을 꽤 많이 심은 묘지를 지났는데 들꽃을 뜰 안에 옮겨 심은 것처럼 뭔가 자연스럽지 않아보였습니다. 이내 만난 군부대의 3중철조망 울타리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한참을 올라가 훌라후프가 걸린 큰테미 봉우리에 다다르자 김정호동문이 빼어난 몸통 돌리기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해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하늘 위의 구름이 오며 가며 비를 뿌려 이 비가 끝날 비인지 계속 내릴 비인지 종잡을 수 없었지만 어찌했든 이 비로 허허벌판 시멘트 길을 덥지 않게 걸었습니다. 


  14시23분 3번국도가 지나는 샘내고개에 도착했습니다.

큰테미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다 만난 삼거리에서 왼쪽 길에 표지기가 붙어있어 잠시 머뭇거리다가 북쪽으로 길이 나있는 지형도를 보고 그대로 직진했습니다. 한참을 내려가자 길 오른 쪽 아래로 4년 전 이 길을 지날 때 보지 못한 고층아파트가 보여 잠시 당황했습니다. 길 오른 쪽에 철망 울타리를 친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묘지를 내려선 곳이 푸르지오 아파트 옆 신설도로 삼거리로 길이 낯설었습니다. 마루금이 지나는 서쪽의 한승아파트의 맨 오른 쪽 단지 옆길의 슈퍼를 지나 단지를 빠져나간 후 고가도로 밑으로 철로를 건넜습니다. 철로 건너 오른 쪽으로 난 샛길을 따라 올라 공단(?)내 차도의 마루금으로 복귀했습니다. 왼쪽으로 3-4분을 걸어 다다른 샘내고개 주유소 앞에서 3번 국도를 건너 불곡산 가는 편안한 산길로 들어서 그동안의 미로학습을 마쳤습니다.


  15시32분 창엽굴고개에서 종주산행을 마치고 하산했습니다.

샘내고개에서 정서쪽으로 진행하다 이내 오른 쪽으로 휘어 북서쪽으로 진행하는 40여분 동안 간간히 비가 내려 이 비를 무릅쓰고 로프잡고 한참을 내려가는 불곡산 바위 길을 지나야하나 고민됐습니다. 오른 쪽 도락산으로 갈리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내려가 창엽굴고개에 도착하자 빗줄기는 더욱 드세졌고 일요일인데도 맞은 편 유격장에 장병들이 보였습니다. 이 빗속에 유격장을 우회해 불곡산에 오른 후 높다란 암벽을 로프잡고 내려가 오산삼거리까지 진행하기는 무리라고 판단하여 7시간이 다 걸린 종주산행을 접고 왼쪽 길로 하산했습니다.


  16시12분 샘내고개 남쪽 바로 아래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하루산행을 끝냈습니다.

창엽굴고개에서 조금 내려가 오른 쪽으로 난 유격장 우회 길을 확인했습니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터벅터벅 걸어 내려가는 일행들은 이번 산행을 어떻게 생각하나 새삼 궁금했습니다. 한 겨울 눈 속에 국망봉을 올랐을 때처럼 힘은 들었어도 좋았다는 생각을 갖기 힘들겠다 싶은 것은 이번에는 300m가 넘는 봉우리가 아예 없는 비산비야의 길이 거의 다였기 때문입니다. 발걸음을 멈추고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움츠렸던 냉기가 세를 더해 몸속 깊이 파고드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정도라면 어쩌다 산에 오르는 보통의 산객들이 다시는 비를 맞고 산을 오르지 않겠다고 이를 갈만한 상황인데 일행들의 얼굴이 의외로 평온해 보여 이제 이들도 반쯤은 정맥종주에 미쳐가는 것이 아닌 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조도시 의정부에서 부대찌개로 몸과 마음을 덥혔습니다. 골프장 옆 하산 길을 앞장서 낸 백인목 동문이 고맙게도 앞장서서 지갑을 열어 회비가 그대로 비축됐습니다.


  앞으로 4-5회를 더 해 한북정맥종주를 마치고 나면 이번구간이 최악의 산행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하루 종일 비를 맞은 것도 그러려니와 정맥 길이 끊기고 엉뚱하게 허허벌판 공사 중인 도로를 걸어야했기 때문입니다. 누가 어느 산에 갔다 왔냐고 물어온다면 딱 부러지게 이름을 댈만한 산도 없는 비산비야의 마루금이 끊어진 길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길을 걸어 9구간 종주를 성공리에 마쳤기에 모두들 나머지 구간을 주저하지 않고 뛸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도 힘이 남았는지 몇 몇 친구는 6월초에 있을 공룡능선 종주에 열을 올렸습니다. 급성장염으로 이번 산행에 동참 못한 서중원동문이 무사산행을 확인하고자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이 친구가 이 코스를 혼자서 땜방할 때 참고가 되도록 산행기를 조금 더 상세히 쓴다고 했는데 어떠할지 모르겠습니다.

  

 

                                                               <산행사진>